

우리의 온도는 1℃ 올라갔습니다
김정현(청년플로우 2기 위원장)
2025년 센터와 함께한 저의 공익의 온도는 36.5 ℃입니다. 이 온도는 '공익활동'이라는 몸을 안전히 유지합니다.
경기도에서 활동하면서, 동료 청년활동가가 주변에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매번 느끼고 있었다. 기성활동가들과 추구하는 것 그리고 이를 얻어가는 방식도 너무 다른 상황에서, 지역에서 혼자인 것 같다는 생각을 꽤 오래전부터 했었다. 운 좋게 지역에서 청년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내가 꿈꾸는 공익활동을 속 터놓고 이야기하기에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청년플로우(이하 ’청플‘)는 이러한 갈증 속에서 하나의 오아시스처럼 ‘발견’되었다. 내가 활동하는 지역의 공익활동지원센터가 폐쇄된 상황 속에서, 광역센터는 나에게 존재감이 없었다. 알았다고해도 타지역에 있는 공간이, 나의 활동에 도움을 줄 거라 생각을 못 했을 것이다. 그런 나의 이목을 끌고 생각의 전환을 만든 건 청플이었다.
「경기도 청년활동가 네트워크 위원회 ‘청년플로우’」 청플의 공식 명칭이다. 나는 종종 이 이름에 담긴 함의를 생각해 보곤 하였다. ‘청년활동가’인 우리가 ‘교류’하며 만들어낼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이번 청플 2기 활동은 우리 조직의 존재 의의를 돌아보며, 활동을 전개한 것 같다.
위원들은 경기도 내 공익활동센터와 활동공간을 방문하며, 각자의 활동을 공유하고 앞으로 같이 할 내용을 채워나갔다.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서로를 알아가는 내부 간담회를 거쳐, 지속 가능한 공익활동을 탐색하는 외부 간담회를 지나, 한 발짝 쉬며 앞으로의 도약을 준비하는 캠프를 진행하게 되었다.
내부 간담회에서는 서로의 인생을 탐색하면서 공익활동을 하게 된 계기, 앞으로의 목표 등을 나누었다. 모호하게만 알았던 서로의 활동을 구체적으로 볼 수 있었고, 위원회에서 어떠한 공동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확인하였다. 외부 간담회에서는 ‘앞으로도 공익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까?’는 문제 인식 속에서, 다양한 지수를 매개로 청년의 목소리를 녹아내는 행사를 마련하였다. 현장에 참여한 이들은 각자의 처한 공익활동의 어려움, 주변의 시선 그리고 미래에 대한 걱정 등을 편하게 나누었고, 이를 통해 서로를 응원하고 자신의 지속 가능함을 확인하였다.
네트워크 캠프에서는 바인딩북 제작 및 방탈출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면서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가졌으며, 그동안 나누지 못한 깊은 이야기들을 주고받은 날이 되었다. 청플 위원이 참여한 공익활동 페스타 ’세계시민대회‘에서는 공동주관 단체로서 우리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청년 중심의 목소리를 공식적인 공론장에서 표현할 수 있었다.
모든 행사 준비 과정에서 위원들이 직접 참여하여, 프로그램의 주역으로 나섰다는 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청년 활동가는 언제든 현장의 앞에서 그리고 핵심으로 드러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계기들이었고, 나는 그러한 당당함이 마음에 들었다.
운영 과정에서 센터의 지지와 담당자의 헌신이 우리의 자리를 더 빛나게 만들었다. 업무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없다고 하면 거짓이겠지만, 이는 청년활동가를 동등한 동료로 대하는 마음이 변치 않는다면 충분히 해결될 일들이다.
인간은 몸이 침투한 바이러스를 처리하기 위해 체온을 올리곤 한다. 특히 겨울철 체온이 1℃ 상승하면 면역 세포의 활동이 활발해져 여러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듯 체온이 조금만 올라가더라도 우리에게는 많은 변화가 생긴다.
나는 사람의 신체 반응이 공익활동의 체계와 매우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가끔 활동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럼에도 일련의 과정들이 유의미한 건, 효율과 사익만을 추구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 사회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는 면역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세상을 유지하고 또 좋은 방향으로 바꾸어가기 때문이다.
15명의 위원들은 서로를 알아가고 최종적으로 나를 알아가는 한 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온도를 다시 정상적으로 올리기 위한 힘을 얻었다. 각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우리는 경기도라는 몸에서 지역을 구하기 위한 지킴이로 살아갈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안정감은 지속 가능한 활동의 원동력이다. 이렇게 살아가다 ’공익의 온도‘가 1℃ 올랐을 때, 청플 활동이 우리에게 크나큰 부분이었음을 인지할 것이다.
청플 위원들과 함께, 정상 체온이 된 사회를 즐길 날을 고대한다.

담당자와 청플 위원들 1차 간담회
우리의 세계를 열자
노민주(수원환경운동연합 활동가)
2025년 센터와 함께한 저의 공익의 온도는 80 ℃입니다. 나와 닮은 누군가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우리의 세계를 열었어요.
안녕하세요, 수원환경운동연합 노민주입니다. 수원환경운동연합은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2025 공익활동가 역량강화 지원사업」을 통해 2030 여성 활동가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교육의 주제는 여성 청년이 일상을 살아가는 데에 꼭 필요한 연애, 주거, 상담, 노동으로 선정했습니다.
지난 해 12월 윤석열 퇴진 광장은 ‘응원봉 광장‘이라고 불릴 만큼, 응원봉을 든 2030 여성이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2030 여성 활동가 교육」은 ‘광장에 모인 여성들의 목소리와 응원봉의 불빛이 서울을 넘어 우리의 일상까지 연결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지난 10월에는 노동을 주제로 교육했습니다. 강사로 노무사사무소 씨앗의 이지혜 노무사님이 애써 주셨습니다. 이날은 청년 노동 경험을 톺아보고, 근로계약서 작성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교육 참여자들은 노동자로서 권리와 의무 등의 정보가 부족하고, 부당한 상황을 판단하는 근거와 대처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습니다. 또한 자신의 노동 경험을 공유하며 2030 여성으로서, 활동가로서 처한 상황과 고민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한국 사회가 2030 여성의 불안을 개인의 것으로 축소하고, 예민하다는 이미지를 재생산한다는 사실에 공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위로받고,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2030 여성 활동가 교육」을 톺아보니, 단순한 교육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나와 닮은 누군가에게 “너의 하루는 어때? 오늘도 안녕해?”라고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우리의 세계를 여는 자리였습니다.

2강 사진
경기도 공익활동지원센터, 공익활동가들의 진정한 동반자 모델로 우뚝 서다!
이바다(평화누리 상임대표)
2025년 센터와 함께한 저의 공익의 온도는 100 ℃(펄펄 끓음)입니다. 단순한 학습을 넘어 네트워크가 이루어지는 시간이었어요.
이번 2025년 경기북부 공익의제 해결형 프로젝트 1권역 사업은, DMZ 인접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임진각, 덕진산성, 해마루촌 등을 둘러보는 평화·생태·역사 탐방과 ‘DMZ접경지역 시민사회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발제와 토론을 내용으로 고양, 파주지역 활동가들이 1박 2일동안 교류와 향후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는데 집중했습니다.
이번 과정에서 가장 큰 성과는, 접경지역 시민사회가 한 공간에 모여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며 서로의 경험을 공유했다는 점입니다. DMZ 일대의 역사·문화 탐방과 발제와 토론이 결합되면서, 단순한 학습을 넘어 네트워크와 교류가 함께 이뤄지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임진각, 덕진산성, 해마루촌 등 현장 탐방과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포함한 남북 문제에 대한 발제와 토론이 적절하게 배치돼 분단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평화와 화해를 위해 시민 활동가들이 담당해야 할 일들을 고민하고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사업에서 돋보였던 것은 활동가들과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스텝들과의 긴밀한 협업이었습니다. 활동가들은 주로 사업의 콘텐츠 발굴과 내용을 공유하는 일에 주력하였고, 센터 스텝들은 활동가들의 사업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제반 환경과 필요한 섭외를 도맡아 주었습니다. 이러한 역할분담과 협력 덕분에 일정과 장소, 먹거리 등에서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았고, 기획 의도에 맞게 프로그램이 잘 추진되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한 제안으로는, 탐방과 주제 토론을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지속적인 구조로 만들자는 데 의견이 모였습니다. 이번에는 활동가들 중심의 사업이었다면 이 경험을 살려 DMZ지역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었습니다.
이번 참여를 통해 느낀 점은, 접경지역이라는 공통된 조건을 가진 단체들이 함께 연결될 때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는 것입니다. 각자 고유의 활동을 넘어, 함께 기획하고 함께 실천할 기반을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 계기를 만들어 준 경기도 공익활동지원센터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활동이 이어져, 지역 시민사회가 더 넓은 연대와 실천으로 나아가길 기대합니다.

DMZ 시민사회 생명 평화 포럼 및 워크숍
모여라, 의정부 기후환경 지킴이
최순덕(의정부풀뿌리시민회의 기후환경분과장)
2025년 센터와 함께한 저의 공익의 온도는 1.5 ℃입니다. 지구 평균 기온을 낮추기 위한 우리 모두의 실천행동 목표 온도입니다.
저는 의정부 지역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실천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주민들과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공익활동가입니다. 공익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노후화된 생활폐기물 소각시설을 인근 마을로 이전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열린 시민공론장에 참여했던 경험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역의 환경 문제는 결국 지역주민들의 삶과 건강, 그리고 미래 세대의 권리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게 되었고 공익활동가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미래 세대인 우리 아이들이 쾌적한 환경을 보장받는 것은 행복권과 건강권과 같은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연대하여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한 감시와 참여에 나서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생활 속 환경문제를 함께 발견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지역 공동체 활동을 통해 친환경적 삶을 실천하는 지역 문화의 확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탄소중립 실천행동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마을 공동체가 쉽고 즐겁게 기후행동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지난해 ‘공익활동지원센터 1기업1단체 지원사업’에 참여했었고 올해 역시 사업에 선정되어 환경 지킴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에너지전환에 대한 이해교육, 에너지절약 캠페인, 기후변화가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학습하는 마을하천 생태체험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주제로 한 기후 음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주민들이 쉽고 즐겁게 환경 지킴이로 성장하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였습니다.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과 사업이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필수적이지만, 시민들의 일상 생활과 밀접하게 연계된 대응책은 여전히 부족한 현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 시민단체가 주민들과 직접 호흡하며 기후 관련 공익 의제를 발굴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실천 행동의 가치는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자연을 보호하며 생명을 존중하는 개인의 노력이 지역사회와 연대한다면, 그 파급 효과는 더욱 크고 넓게 확산될 것입니다. 나의 작은 공익 활동을 숫자로 측정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개인의 작은 실천이 하나하나 모이면 행복의 온도가 되어 우리 사회에 따뜻한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작은 바램이 있다면 지구환경 지킴이로서의 작고 소소한 실천 행동이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온도계가 될 수 있도록 더 활기차게 공익활동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DMZ 기후위기와 에너지전환 교육에 참여한 지역주민들

8월 22일 에너지의 날 불끄기 캠페인 참여 후 주민들이 인증샷과 함께 참여소감을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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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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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즐거움을 알리고, 더 나은 삶을 상상하며,
나이 듦의 지혜를 배워가고 있는 사회주택 활동가, 김수동(탄탄주택협동조합 이사장)
전세사기 피해자가 된다는 것
전세사기 피해자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돈을 잃는 경제적 문제를 넘어 한 개인의 삶 전체가 송두리째 무너지는 재난과 같다. 안식처여야 할 집은 불안과 공포의 공간으로 변한다.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고, 직장 생활이나 학업 등 기본적인 일상조차 유지하기 어렵다.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등 소박하게 꿈꾸던 모든 미래 계획이 산산조각 나고, 삶은 오직 사기 피해를 해결하기 위한 고통스러운 법적 싸움으로만 채워진다. 이는 곧바로 정신적 파멸로 이어진다. 피해자들은 극심한 우울증, 불면증, 공황장애에 시달리며, 세상과 사람에 대한 깊은 불신이 생겨 대인관계마저 단절된다. 가장 힘든 것은 '네가 부주의해서 당한 것 아니냐'는 식의 피해자를 탓하는 사회적 시선이다. 도움과 위로를 받아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되면서 피해자들은 깊은 소외감과 무력감을 느낀다. 사기꾼을 잡고 피해를 복구하는 모든 과정을 오롯이 피해자 혼자 감당해야 하는 현실은 이들을 더욱 깊은 절망으로 몰아넣는다.
경기도의 피해현황
2025년 6월 말 기준으로 전세사기피해지원 특별법상 피해 사실이 인정된 피해자는 총 3만 명을 넘어섰으며 이 중 경기도 거주자가 6,657명으로 전국 두 번째로 많다. 20~30대 청년층 피해자가 75%를 차지한다. 2024년 6월부터 2025년 9월까지 약 1년 4개월간 경기도 전세피해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액은 6,664억 원에 달하며, 주로 수원, 화성, 부천, 안산, 용인 등 청년층 주거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 경기도의 주요 대규모 전세사기 사례로는 화성 동탄 오피스텔 사기와 수원 다세대주택 사기 사건이 있다. 화성 동탄 사건에서는 임대인 부부가 오피스텔 268채를 무자본 갭투자로 사들여 170억 원의 보증금을 편취했으며, 145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수원에서는 한 임대인 일가족이 수백 건의 피해를 입히고 잠적하여 150건 이상의 피해 신고가 접수되었으며, 이들 사건 모두 사회초년생 등 젊은 층이 주요 피해자였다.
탄탄주택협동조합의 탄생
2023년 초 경기도 화성 동탄 지역에서 대규모 오피스텔 전세사기 사건이 터졌을 때도 막막한 현실 앞에서 피해자들은 뿔뿔이 흩어져 외롭고 고립된 싸움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화성동탄 전세사기' 167명에 214억 가로채… 무더기 재판행(출처 : 경기일보)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30629580294
하지만 절망의 자리에 주저앉는 대신 함께 손을 잡고 연대와 협력으로 맞서 보자고 나선 이들이 있었다. (사)한국사회주택협회가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피해를 치유하는 모델을 제안했고, 여기에 21명의 피해 당사자와 7명의 사회주택 활동가들이 마음을 모았다. 2023년 5월 12일, ‘피해자는 약자’라는 통념을 깨고 당사자들이 직접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서는 ‘탄탄주택협동조합’이 탄생한 것이다. 우리는 개인의 고립된 싸움이 아닌 함께 일어서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탄탄주택협동조합 총회
서두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세사기 피해자는 금전적인 피해는 물론이고 정신적 고통, 사회에 대한 불신, 트라우마로 인한 고통이 크다. 그래서 탄탄주택협동조합이 하는 일을 우리는 단순한 피해 '보상'이 아닌 '치유'라 부른다.
탄탄주택협동조합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계약한 오피스텔을 가해자로부터 인수했다. 인수한 주택을 10년 장기임대주택으로 등록하고 임대주택 사업자가 되었다. 다음으로 조합은 조합원들과 시세 90% 이하(HUG 보증보험 가입 기준)로 임대차 계약을 새로이 체결한다. 그리고 10%는 협동조합 출자금으로 약정한다. 이후 장기저리인내자금1)을 조달하여 보증부 월세로 전환하고, 월세 수익으로 이익잉여금2)을 누적하여 출자금 반환자금을 마련하는 사업모델이다. 조합원들은 역전세가 발생한 만큼 일부 손실(6.5%)을 감수해야 했지만 빠르게 일상을 회복하고 안정적으로 거주하거나 필요시 보증금을 반환받아 퇴거할 수 있었다.
가시밭길을 걷다: 공공의 외면과 불신
탄탄주택협동조합의 길은 이름과 달리 결코 ‘탄탄’하지 않았다. 우리가 마주한 가장 큰 어려움은 서로 믿고 협력해야 할 공공 부문의 차가운 외면과 불신이었다.
경기도 정책자금 연계가 무산되었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가입을 거절했다. 심지어 일부 공공 인사는 사회주택 활동가들을 ‘보조금 헌터’라 음해했고, 공공의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조차 탄탄주택협동조합에 대해 부정적인 상담으로 일관했다. 이에 불안을 느낀 한 조합원은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3)을 신청했고, 법원은 해당 여부에 대한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 없이 임차권등기명령을 수용하여 결과적으로 조합이 임차보증금 미반환 가해자 처지가 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도 조합은 오피스텔 인수 과정에서 1억 4천만원이 넘는 취등록세를 국가에 고스란히 내야 했다.
이처럼 제도의 사각지대와 거버넌스의 어려움 속에서 우리의 여정은 더욱 고될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큰 난관은 보증금 반환을 위한 자금 마련이다. 경기도의 공익 목적 정책자금을 활용할 계획이었으나 실무 논의 과정에서 다양한 쟁점이 부각되어 결과적으로 무산되었다. 가능한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다행히 우리의 진심은 시민사회의 공감과 함께 사회적 연대를 불러일으켰다.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의 사회적금융 지원, 화성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지역 신협의 협동금융 지원, 그리고 뜻을 함께한 시민들과 전문가들의 기부와 자문이 더해져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고 불가능해 보였던 길을 열 수 있었다.
마음치유 100% : 신뢰와 희망의 회복
설립 2년 만에 탄탄주택협동조합이 이뤄낸 피해 회복률 93.57%는 정부의 특별법은 물론 그 어떤 다른 대안보다 빠르고 실효성 있는 놀라운 성과다. 하지만 경제적 보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의 치유’와 ‘사회의 신뢰 회복’이다.
한 조합원은 이렇게 말했다. “처음 조합 설립 때부터 지금까지 모든 순간이 낯설고 쉽지 않았는데… 이번 일로, 아직 우리 사회에 누군가의 고통에 함께 아파하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도 언젠가 받은 마음을 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다른 조합원은 “항상 마음 한편에 같은 상처를 받은 분들이 함께 힘내고 있다는 것이 큰 위로가 되었다”고 우리에게 마음을 전했다.

사회적경제박람회 수상 모습
이는 단순한 경제적 보상을 넘어, 사회적 재난으로 무너졌던 인간관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공동체의 온기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 ‘치유’의 과정이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조합은 '2024 대한민국 사회적경제박람회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남은 과제와 새로운 시작
탄탄주택협동조합의 성공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이 소중한 경험이 더 널리 확산되고 제2, 제3의 탄탄주택협동조합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

탄탄주택협동조합 성과공유회 및 전세 대책 토론회
무엇보다 민간의 자발적인 노력을 폄훼하고 불신하기보다, 공공과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협력하는 거버넌스의 복원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협동조합의 활동을 뒷받침할 장기저리의 공급자 금융과 취등록세 등 세제 지원이 절실하다. 이를 통해 피해자들이 겪는 국가와 사회에 대한 신뢰 상실, 노동력 손실 등 깊은 내상을 지속적으로 보듬는 사회적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탄탄주택협동조합은 사회적 재난 앞에서 개인이 얼마나 무력할 수 있는지, 그러나 ‘함께’일 때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희망의 증거이다. 이들의 용기 있는 도전이 더 많은 연대를 이끌어 내고, 우리 사회를 더 안전하고 탄탄하게 만드는 소중한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돌이켜보면, 공공의 외면과 불신 속에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던 그 막막했던 시간에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고, 필요한 자원을 연결하며,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와 같은 기관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렇게 탄탄주택협동조합의 경험을 공유할 기회를 주신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에 감사드립니다.
1) 장기간 낮은 금리로 빌려줄 수 있으며, 투자자가 단기 수익보다 사회적 가치나 장기 성장을 목표로 기다려주는 성격의 자금
2) 기업의 순이익 중 배당금이나 자본전입 등으로 주주에게 분배되지 않고 회사 내에 유보된 누적액
3) 주택 임대차 계약 종료 후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 임차인이 법원에 신청하여 임차권 등기를 마치는 제도. 이 등기를 통해 임차인은 보증금을 받을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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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