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경기도의 기후위기 대응 전략이 '도민 참여형 RE100'으로 구체화되는 가운데, 지역 주민들이 직접 출자해 신재생에너지를 생산·공급하는 에너지 협동조합 모델이 경기도 곳곳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1. 도민이 주인공 되는 에너지 전환

경기도가 2023년부터 강력하게 추진해 온 '경기 RE100' 정책이 도민 주도의 민간 에너지 협동조합과 결합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RE100(Renewable Energy 100%)은 기업 및 기관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국제적 이니셔티브로, 경기도는 이를 도민 삶의 영역으로 확장한 '지역 참여형 RE100 모델'을 국내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적극적으로 실험하고 있다.
핵심은 도민이 단순한 에너지 소비자에서 벗어나 '생산자'이자 '투자자'로 직접 참여하는 구조다. 주민들이 소액 출자금을 모아 마을 유휴부지나 건물 옥상에 태양광 발전소를 세우고, 여기서 생산된 전력을 한국전력에 판매하거나 지역 내 에너지 취약계층에 환원하는 방식이다. 이른바 '햇빛발전소'로 불리는 이 모델은 에너지 전환과 지역사회 복지를 동시에 실현하는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2. 경기도 협동조합 현황과 성공 사례
* 수원 햇빛발전 협동조합 — 주민 1,200명이 만든 에너지 자립 마을

경기에너지정책연구원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 내 등록된 에너지 협동조합은 현재 47개로 집계됐으며, 이 중 실제 발전 설비를 운영 중인 조합은 29개에 달한다. 총 설비 용량은 약 38.4MW로, 이는 약 1만 3,000가구에 1년간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수원시 권선구에 설립된 '수원 햇빛발전 협동조합'이다. 2021년 조합원 312명, 출자금 4억 7,000만 원으로 출범한 이 조합은 현재 조합원 수 1,200여 명, 누적 출자금 18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수원 도심 내 공공건물 15개소와 아파트 옥상 7개소에 총 2.1MW 규모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운영 중이며, 연간 약 2,600MWh의 전력을 생산해 한전에 판매하고 있다.
조합 측에 따르면 지난해 조합원 배당률은 연 3.8%를 기록해 시중 정기예금 금리 수준을 상회했다. 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박현수 씨는 "처음에는 수익보다 환경에 대한 사명감으로 참여한 분들이 많았는데, 3년이 지나니 수익도 나고 지역도 살아나는 걸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 안산·시흥 광역 협동조합 — 산업단지와 연계한 B2B 에너지 공급
안산시와 시흥시를 아우르는 '경기 서부 햇빛에너지 협동조합'은 인근 반월·시화 산업단지 입주 중소기업과 직접 전력 구매계약(PPA)을 체결한 선진 사례로 꼽힌다. 한국에너지공단 경기지역본부의 2025년 상반기 통계에 따르면, 이 조합은 현재 5.8MW 규모의 설비를 운영하며 23개 중소기업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이 협동조합과의 계약을 통해 연간 탄소배출권 약 2,400톤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의 특징은 '지역 내 RE100 생태계'를 자체적으로 구축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이 협동조합에 후원 출자를 하면, 조합은 해당 기업에 RE100 인증 전력을 우선 공급하는 구조로 자금 순환이 이뤄진다. 경기도 에너지과 관계자는 "산업단지와 지역 협동조합이 연계한 이 모델은 도내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벤치마크 사례"라고 평가했다.
3. 도민 펀딩 참여 방식과 에너지 복지 환원 구조
* 소액 크라우드 펀딩으로 낮아진 진입 장벽

과거 에너지 협동조합의 한계 중 하나는 높은 초기 출자금이었다. 그러나 경기도가 2024년부터 '경기도 햇빛누리 펀딩' 플랫폼을 통해 최소 출자금을 10만 원으로 낮추고 온라인 참여를 가능하게 하면서,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플랫폼 개설 첫해인 2024년 한 해만 1만 7,400여 명이 이 펀딩에 참여해 누적 모집액 142억 원을 달성했다.
참여자 연령대도 다양화됐다. 2025년 경기도 자체 조사에 따르면 20~30대 참여자 비중이 전체의 38%에 달해, 청년층의 기후 행동이 실제 투자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민지(31) 씨는 "주식보다 의미 있고, 은행 이자보다 낫다는 생각에 작년에 50만 원을 넣었다"며 "내가 만든 전기가 이웃에게도 간다는 게 뿌듯하다"고 전했다.
* 수익의 일부, 에너지 취약계층으로 환원
경기도 협동조합 에너지 모델의 또 다른 특징은 수익의 일정 비율을 에너지 복지 사업에 의무적으로 배정하도록 조례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 조례에 따르면 도 지원을 받은 에너지 협동조합은 연간 순수익의 최소 10%를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에 사용해야 한다.
실제로 수원 햇빛발전 협동조합은 지난해 조합 수익의 12.4%에 해당하는 2,800만 원을 권선구 내 기초생활수급자 가구 240세대의 전기요금 지원에 사용했다. 성남시 분당구에서 운영 중인 '분당 에너지자립 협동조합'은 지역 내 노인 단독 가구에 LED 조명 교체와 소형 태양광 패널 설치를 무상으로 지원하는 '에너지 나눔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한국사회적경제연구원은 이러한 환원 구조를 두고 "에너지 협동조합이 단순 전력 사업자를 넘어 지역 사회안전망의 한 축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4. 과제와 전망 — 제도적 뒷받침이 관건
* 규제 완화와 계통 연계 문제, 여전한 숙제

협동조합 모델의 확산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장벽이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전력의 배전망 계통 연계 지연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25년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 내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의 평균 계통 연계 대기 기간은 14.3개월로 전년 대비 2개월 늘어났다. 설비를 다 만들어 놓고도 전력을 팔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협동조합의 법적·세무적 지위와 관련한 불명확성도 지적된다. 협동조합기본법과 전기사업법 사이의 규제 공백으로 인해 PPA 계약 체결 시 법적 해석이 분분한 경우가 있다. 에너지법 전문 변호사 김태성 씨는 "에너지 협동조합을 위한 독자적 법령 체계 혹은 특례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며 "법 해석의 불확실성이 조합 운영진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경기도, 2030년까지 100개 조합 확대 목표
이러한 과제에도 불구하고 경기도는 RE100 협동조합 모델의 확장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경기도는 올해 발표한 '2030 경기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통해 도내 에너지 협동조합을 2030년까지 100개로 늘리고, 도민 참여 조합원 수 10만 명, 총 발전 설비 용량 200MW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조합 창립 초기 단계에 최대 5,000만 원의 설립 지원금과 저리 융자를 지원하는 패키지를 마련할 예정이다.
고려대학교 에너지환경정책학과 정유진 교수는 "경기도 모델의 핵심 경쟁력은 에너지를 공공재이자 지역 자산으로 바라보는 철학"이라며 "중앙 정부 주도의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와 별개로, 지역 분산형 에너지 민주주의가 자리 잡는 것은 에너지 전환의 장기 회복탄력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계통 연계 문제와 법제 정비가 속도를 낸다면, 경기도 모델은 전국 광역 지자체의 표준 사례가 될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고 전망했다.
도민이 직접 발전소를 만들고, 수익을 이웃과 나누며, 기후위기에 맞선다. 경기도의 RE100 실험은 단순한 에너지 정책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복원력을 키우는 새로운 사회 실험으로 진화하고 있다.
<출처>
- 경기도 에너지 협동조합 47개·설비 38.4MW 운영 현황 — 경기에너지정책연구원, 「경기도 에너지 협동조합 현황 분석 보고서」 (2024)
- 수원 햇빛발전 협동조합 조합원 1,200명·출자금 18억·배당률 3.8% — 수원 햇빛발전 협동조합 공식 자료 (2024)
- 경기 서부 햇빛에너지 협동조합 5.8MW·23개 기업 PPA·탄소배출권 2,400톤 절감 — 한국에너지공단 경기지역본부, 「2025년 상반기 재생에너지 보급 현황」 (2025)
- 경기도 햇빛누리 펀딩 1만 7,400명 참여·142억 모집, 20~30대 비중 38% — 경기연구원·경기도 자체 조사 (2024~2025)
- 에너지 취약계층 환원 의무 비율 10% 조례 규정, 수원 협동조합 2,800만 원 지원 240세대 — 경기도 에너지 협동조합 지원 조례 (경기도, 2024)
- 에너지 협동조합의 지역 사회안전망 기능 분석 — 한국사회적경제연구원 (2025)
- 경기도 내 소규모 태양광 평균 계통 연계 대기 14.3개월 — 에너지경제연구원, 「2025년 상반기 재생에너지 계통 연계 현황 보고서」 (2025)
- 2030 경기 에너지 전환 로드맵 — 조합 100개·조합원 10만 명·200MW 목표 — 경기도청 공식 발표 자료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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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8※「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 세계 아이들 셋 중 하나는 배움에서 소외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2.6억 명의 사람들이 여전히 인터넷에 연결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이는 수억 명의 아이들이 질 높은 교육 자료를 접할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 세계에서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은 무려 2억 4천만 명에 달하며, 저소득국가에서는 전체 인구의 85%가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냉혹한 현실 앞에서, "인터넷 없이도 AI가 가르칠 수 있다"는 역발상을 실현해 나가는 단체가 있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본부를 둔 글로벌 비영리단체 러닝이퀄리티(Learning Equality)다.
2. 러닝이퀄리티는 어떤 단체인가

러닝이퀄리티는 2012년 UC 샌디에이고 인지과학 박사과정생이던 제이미 알렉상드르(Jamie Alexandre)가 공동 창립했다. 창립 당시 전 세계 아이들의 3분의 1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인터넷 접속 인구도 전체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그는 "단순히 기술을 갖다 붙이는 방식으로는 진정한 교육 형평성을 달성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들의 핵심 프로젝트는 콜리브리(Kolibri)다. 콜리브리는 오프라인 우선(offline-first) 교수·학습을 위해 설계된 개방형 제품 생태계로, 콜리브리 학습 플랫폼, 커리큘럼 정렬 도구(Kolibri Studio), 공개 교육 자료(OER) 라이브러리, 그리고 다양한 교육 환경을 위한 구현 툴킷으로 구성되어 있다.
콜리브리의 가장 큰 특징은 인터넷 연결 없이도 완전히 작동한다는 점이다. 라즈베리 파이(Raspberry Pi)나 재활용 노트북 같은 저가 기기에 설치해 로컬 서버를 구성하면, 주변 기기들이 이 서버에 접속해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교실 내부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전기와 기기만 있다면 오지의 난민 캠프든, 교도소든, 산간 농촌 학교든 디지털 교육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그 결과는 인상적이다. 2024년 기준으로 콜리브리는 31개 언어로 제공되며, 220개 이상의 국가와 지역에서 사용되고 있고, 2024년 한 해에만 5만 3천여 건의 신규 설치가 이루어졌다. 유엔난민기구(UNHCR), UNICEF, 세계비전(World Vision) 등 국제기구들도 콜리브리를 교육 프로그램에 공식 편입했다.
3. GPT-4를 '변환 AI'로 쓰다 — 커리큘럼 자동 정렬

콜리브리가 제공하는 교육 자료가 아무리 방대해도, 그 자료가 각 나라의 학교 교육과정에 맞춰 정렬되지 않으면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기 어렵다. 케냐 중학교 1학년 수학 시간에 미국식 커리큘럼 기반의 Khan Academy 영상이 그대로 뜬다면, 교사와 학생 모두 당황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러닝이퀄리티는 GPT-4를 핵심 도구로 채택했다. 단순한 채팅 보조 도구가 아니라, 교육 자료를 각국 교육과정 체계에 맞게 자동으로 분류·구조화하는 '변환 AI(Transformative AI)'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케냐 Form I(9학년) ICT 교육과정을 예로 들면, 그 커리큘럼은 열(column), 행(line), 섹션으로 구성된 표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어 인간은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기존 자동화 시스템이 처리하기는 매우 어려운 구조였다. 러닝이퀄리티는 GPT-4를 활용해 이 이미지로부터 교과 주제 트리(topic tree)를 실시간으로 추출하고, 커리큘럼 주제 및 하위 주제를 자동으로 식별하도록 했다. 이 구조는 이후 자동화된 추천 모델과 결합돼 해당 주제 체계에 맞는 콘텐츠를 탐색·정렬하는 데 활용된다.
이는 단순한 기술 실험이 아니다. 커리큘럼 정렬 작업은 단순하다고 해도 지루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이며, 이는 비용과 인력 부담으로 이어진다. 특히 긴급 상황에서 새로운 기준에 맞춰 빠르게 정렬해야 할 때는 더욱 그렇다. UNHCR은 이 과정의 자동화를 강력히 지지해 왔다.
4. 캐글 경진대회로 AI 모델을 고도화하다

러닝이퀄리티는 AI 모델 개선을 내부 개발팀에만 맡기지 않았다. 전 세계 머신러닝 전문가들을 초대해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을 택했다.
이들은 학습 에이전시 랩(The Learning Agency Lab) 및 UNHCR과 파트너십을 맺고 캐글(Kaggle) 머신러닝 경진대회를 개최했다. 이 대회는 교육 콘텐츠가 특정 커리큘럼 주제에 얼마나 잘 맞는지를 예측하는 모델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2,000만 건 이상의 콘텐츠 항목과 1만여 개의 교육자 큐레이션 폴더로 구성된 다언어·다과목 데이터셋(STEM 강조)을 활용해, 참가자들은 수동 정렬 프로세스를 크게 능가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 대회를 통해 발견된 핵심 인사이트는 앙상블 임베딩 모델의 효과였다. 단일 AI 모델이 아닌 여러 특화 임베딩 모델을 결합함으로써, 다양한 교육 자료와 커리큘럼 기준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효과적으로 포착할 수 있었다. 알렉상드르 대표는 비영리 단체가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명확한 목표 설정, 엄밀한 테스트 데이터 기반의 평가, 그리고 이런 경진대회 같은 개방적인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5. 오디오·영상 자료도 AI로 처리한다 — Whisper 연동
텍스트로 된 교육 자료를 커리큘럼에 정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콜리브리 라이브러리에는 방대한 분량의 동영상과 오디오 자료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정렬하려면 내용을 먼저 텍스트로 변환해야 한다.
러닝이퀄리티는 2023년 구글 서머 오브 코드(GSoC)를 통해 기여자와 협력해 OpenAI의 Whisper를 활용한 전사(轉寫) 편집기를 Kolibri Studio에 시범 탑재했다. 이 프로젝트는 모든 멀티미디어 OER 자료를 위한 전처리 파이프라인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UI 기능을 제공했다.
이로써 러닝이퀄리티의 AI 파이프라인은 텍스트 문서는 물론, 동영상·오디오 콘텐츠까지 포괄하는 종합적인 반자동 커리큘럼 정렬 시스템으로 발전하게 됐다. 현재 콜리브리 라이브러리에는 173개 언어의 교육 자료가 수록되어 있으며, STEM, 공중보건, 인터넷 안전, 교사 연수, 코딩, 생활 기술 등 K-12 전 과정을 포괄하는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
6. 한국 교육 현장에 주는 시사점 — 가능성과 한계 사이에서
러닝이퀄리티의 사례는 기술이 교육 자원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를 국내 교육 환경에 적용할 때는 가능성과 함께 뒤따르는 위험과 한계를 균형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교육부와 교육단체, 학부모단체 사이에서 AI·디지털 교육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기술의 도입은 신중한 설계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보조 수단으로서의 가능성. 우선 AI 기반 커리큘럼 정렬 기술은 교육 지원 현장에서 실질적인 효율화 수단이 될 수 있다. 국내 교육 지원 비영리단체들은 교육부 교육과정이나 학년별 성취 기준에 맞는 콘텐츠를 선별하는 데 상당한 인력과 시간을 투입하고 있다. 자동 분류 기술을 보조적으로 활용한다면 이 과정을 단축하고, 절약된 자원을 실제 교육 현장 지원에 집중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AI를 교사나 교육 전문가의 대체재가 아닌 조력자로 위치시키는 것이다. 러닝이퀄리티 역시 자동화된 정렬을 최종 판단은 아니라, 교육자의 검토를 전제한 '반자동' 프로세스로 설계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AI 교육 도구의 혜택은 특정 계층에 한정될 때보다, 보편적 복지의 관점에서 설계될 때 더 넓고 지속 가능한 사회적 효과를 낸다. 그렇기 때문에 도서·산간 지역, 경제적 취약계층, 학습 결손이 누적된 학생 등 교육 접근성이 낮은 다양한 상황을 포괄적으로 고려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오프라인 우선 설계 철학이 이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인터넷 접근성이 불안정한 환경을 전제로 설계된 교육 솔루션은 디지털 격차를 심화시키기보다 오히려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함께 고려해야 할 위험과 한계. 그러나 AI 교육 도구의 도입이 새로운 불평등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우려도 직시해야 한다. AI가 생성하거나 추천하는 콘텐츠에는 편향이 내재될 수 있으며, 자동화된 커리큘럼 정렬이 교육의 다양성이나 지역적 맥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또한 디지털 기기와 AI 도구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교사-학생 관계나 현장 중심의 교육 문화를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학부모와 교사, 교육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도입 논의 과정이 기술 개발 못지않게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러닝이퀄리티의 모델이 남기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기술 자체보다 설계 철학에 있다. 명확한 교육적 목표, 엄밀한 평가, 그리고 교육 주체들이 함께 참여하는 열린 협업. 이 세 가지가 갖춰질 때, AI는 교육 형평성을 높이는 실질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출처>
- 전 세계 2.6억 명 오프라인, 아이들 셋 중 하나 교육 소외 Learning Equality 공식 홈페이지 (learningequality.org)
- 저소득국 인구 85% 인터넷 미접속 GuideStar, Foundation for Learning Equality INC 프로필 (guidestar.org)
- 학교 미취학 아동 2억 4천만 명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unesco.or.kr)
- 콜리브리 220+ 국가·지역 설치, 2024년 5만 3천 건 신규 설치, 31개 언어 제공 GuideStar (guidestar.org, 2024)
- Whisper 연동 전사 기능 (GSoC 2023) Learning Equality Medium 블로그 (medium.com/learning-equality, 2026.04.08)
- 173개 언어 K-12 콘텐츠 제공 About Kolibri (learningequality.org/kolibri/about-kolibri)
- 카메룬 수학 점수 14% 향상, 창의·비판적 사고 36% 향상 AI for Cause (aiforcause.org, 2026.03.15)
- 과테말라 수학 향상, 미국 교정시설 GED 취득 지원 HundrED (hundred.org/en/innovations/kolibri)
- 우간다 난민 교사 훈련 및 콜리브리 활용 사례 UNHCR (unhcr.org, 2021)
- 케냐 카쿠마 난민 캠프 활용 사례 Offline Internet (offlineinternet.org, 2024.09)
- AI와 교육 형평성 — AI 격차(AI divide) 이슈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멀티미디어언어학습 저널, Vol.27 No.4 (2024)
- 제이미 알렉상드르 창립 배경 및 비전 Fast Forward (ffwd.org, 2024.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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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8※「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모두를 위해 필요한 배리어프리, 장벽을 넘어 모두를 위한 세상으로
안녕하세요. 2026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에디터 Hana입니다.
저는 비장애인으로서 계속 경기도와 수도권에서 생활하며 지냈는데, 관공서, 공원, 산, 바다 등 다양한 공간에 다녀가며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유아, 유모차에 탑승한 어린이, 노인, 젋은 휠체어 이용자 등) 특히 학교와 비교하면, 외부에서는 휠체어 이용자가 더 자주 보입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5년도 등록장애인 현황 통계>에서는 등록장애인의 수가 2,627,761명으로 2024년 기준인 2,631,356명보다 3,595명이 감소했으나, 2025년에도 여전히 주민등록인구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5.1%라는 비율을 차지하는 만큼 절대 무시할 수 있는 비율이 아닙니다.
장애는 여러 유형으로 나뉩니다.
(1) 내부장애: 신장, 호흡기, 간 등 신체 기능에 장애가 있어 외관으로는 쉽게 알아보기 힘든 유형
(2) 정신장애: 비슷하게 외관으로는 크게 다른 점이 없지만, 자기조절, 신체 표현, 언어, 지적 능력 등이 불충분-불완전하여 적응하기 힘들어 행동 및 정서에서 특징을 찾아볼 수 있는 유형(지적장애, 자폐, 정신장애 등)
(3) 외부장애: 신체 기능에 장애가 있는 유형(시각, 청각, 뇌병변, 지체, 안면, 언어 등)
위와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제도적인 보호를 받기 위해서 시-군-구에 엄격한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무분별한 등록을 막기 위해 시-군-구에 등록하는 절차는 불가피합니다만, 이러한 등록 절차가 낳는 폐해도 있습니다. 예시로 ‘3개월 이상의 투석 기록(신장 장애), 질환이 발생한 후에도 충분히 치료하였으나 장애가 고착화된 경우(6개월 또는 2년)’ 등의 기준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공백기가 생기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따라서 공백기에는 장애인 등록이 불가해 혜택을 받을 수 없으며 만약에 기준이 미달된다면, 장애가 있음에도 비장애인으로 등록되어 계속 지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사회적 취약계층까지 고려한다면, 통계 그 이상으로 더 많은 장애인이 우리 사회에서 비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사회에서는 점차 배리어프리가 활성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배리어프리는 장애인,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물리적-심리적-제도적 장벽이 되는 요소를 없애는 모든 것을 의미하며 배리어프리 활성화 정책-사업을 실현하거나 경사로 설치 기준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배리어프리를 실천합니다. 지자체, 시민 단위의 활동부터 국가에서의 홍보 활동 등 여러 활동이 있다 보니, 배리어프리는 공익, 사회적경제 등에서도 자주 관심을 두는 주제입니다.
대표적으로 경사로,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이 덕분에 휠체어-유모차 이용자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으며 오랫동안 걷거나 계단을 오르기 힘든 고령자, 화물 등을 고층까지 운반해야 하는 사람들까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취지는 장애인이 일상을 사는 데에 생기는 불편함을 개선하자는 의미였지만, 이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배리어프리의 목표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PEOPLE/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을 지향하며 연령, 성별, 국적, 장애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제품, 건축, 서비스 등을 이용하고, 누릴 수 있게 합니다.

이번에 방문한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토당청소년수련관의 경우에는 공원 안에 시설이 있어 경사가 낮은 공원 입구에서 경사로를 따라 올라갈 수 있고, 시설 내에도 경사로, 엘리베이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시설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건물의 구조를 넓게 잡아둠으로써 배리어프리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배리어프리, 모두를 포용하기 위해 넘어야 할 한계점
배리어프리의 취지가 정말 좋지만, 아직 넘어야 할 한계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오래전에 건설한 시설의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건물의 구조를 변경하기 어려워 경사로 설치 외에는 다른 방법으로 배리어프리를 실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또한, 건물 구조의 한계로 경사로가 좁거나 경사가 높을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 번째, 배리어프리는 지체·시각·청각·발달장애 등 다양한 장애 유형의 접근성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그러나 실제 논의와 정책은 경사로, 엘리베이터처럼 물리적 이동 장벽을 없애는 데 주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배리어프리 정책은 휠체어 사용자를 포함한 지체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이동편의시설 확충 중심으로 추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건복지부의 「2025년도 등록장애인 현황」에 따르면 등록장애인 262만 7,761명 가운데 지체장애인은 42.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러나 청각장애인(17.1%), 시각장애인(9.3%), 지적장애인(9.0%), 뇌병변장애인(8.9%)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배리어프리 정책 역시 이처럼 다양한 장애 유형별 접근의 어려움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책과 사업이 다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건 자연스럽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수가 배리어프리에서 소외되어서는 안 됩니다. 배리어프리가 단순히 경사로, 에스컬레이터 설치처럼 기존의 방법뿐만 아니라 그 외의 다양한 방법으로도 실현할 수 있기에 소수인 장애 유형을 생각하는 것도 정말 필요합니다.
실제로 지금의 배리어프리는 지체장애인들을 위한 시설(경사로, 엘리베이터 등)을 중심으로 설치-운영됩니다. 물론, 오래전부터 운영했던 시설에는 점자 건물 안내도도 일부 있고, 몇몇 미술관 및 박물관 등에서는 자막, 해설 등을 제공하지만, 보편적인 배리어프리 사례는 아닙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시-청각장애인을 포함한 몇몇 장애인들은 배리어프리를 체감하지 못하는 현실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처음에는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이하 ‘HAFS’)가 2024년(18~20기)부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교내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던 중, 버튼에 붙여진 점자가 반대로 설치되었던 충격적인 사실, 그리고 카페, 문화시설, 정류장 등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메뉴판, 팜플렛 등이 구비되지 않았던 점을 계기로 배리어프리 점자를 직접 설치하는 ‘Project Tob(Trail of Braille)’를 시작했습니다.
Project Tob의 꿈은 “즐겁게 여행하면서 세상을 바꾸자!”입니다.
또한, Project Tob 부원들은 유엔 공보국 협력 NGO인 <미래희망기구>의 제안으로 UN 출판 도서 및 장애인 권리 선언 등 6권의 책을 녹음하고, 국내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맹학교 중 한 곳에 전달했습니다.


2026년에는 Project Tob 2기(20~22기)가 시작됩니다.
2기를 맞이하며 “모두에게 배울 기회가 있는, 모두에게 즐길 기회가 있는, 모두에게 권리를 주장할 기회가 있는 배리어프리 사회(Barrier Free Socity)”를 목표로 활동을 더욱 활기차게 이어갔습니다.
먼저, 국내 최대 규모 시각장애인 복지센터(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센터) 산하 기관 <설리번학습지원센터>에 방문해 라벨점자도서 제작 교육(2026.3.)을 진행해 점자 역량을 강화했습니다. ㈜닷의 점자 닷패드를 사용하며 그림, 글자, 점자 버튼을 통해 비장애인의 문장, 단어가 점자로는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교육을 통해 역량을 강화한 후, 교내에서 펀드레이징(2026.3.)을 기획-진행해 활동 자금 약 1,200,000원을 모았습니다. 점자 키링/학교 굿즈 판매 및 시각장애인 체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교내 구성원인 청소년, 교사, 그 외의 근로자들에게 시각장애인 및 배리어프리에 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었습니다.


펀드레이징으로 확보한 금액은 점자 라벨도서 만들기 사업에 사용했습니다. 먼저, 기증받은 도서 30권을 한글로 타이핑하고, 한국점자인쇄라는 점자 인쇄 기업에 타이핑한 내용을 전달해 점자로 번역한 점자 라벨을 받았습니다. 점자 라벨은 Project ToB 부원들이 한번 검토한 후, 도서에 부착해 점자 도서를 완성했습니다.


완성한 점자 도서는 지난 7월 8일, 서울 강동구에 있는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에 기증했습니다. 점자 도서 1권당 약 20장 정도의 분량(전체 약 600장)의 도서를 기부했으며 실제로 도서를 읽을 유아-어린이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다양한 주제와 내용을 점자책으로 번역해 준비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실제 점자책은 책 위에다 점자를 부착한 모습이었으며 제목, 내용마다 꼼꼼하게 부착해 시각장애인도 동화를 읽고, 이해할 수 있게 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이후,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전문가(사회복지사 등)를 만나 시각장애인이 직접 겪는 점자, 불편함 등에 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이어 관련 체험 활동을 진행했는데요. 바로 ‘[2차 시도] 목소리가 빛이 되는 순간(Guide)’입니다.
이 활동은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어주는 동행자 및 당사자 체험 활동으로, 한 명이 안대를 쓰고, 파트너가 가이드가 되어 구체적인 말로만 안내하는 활동입니다.
비장애인의 경우에는 거리에 관한 개념을 어느 정도 인지하기 쉽지만, 실제 시각장애인은 정확한 개념을 이해하기 쉽지 않아 걸음걸이, 보폭 등으로 짐작하여 걸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는 동행하는 사람을 붙잡고 이동하는 경우가 꽤 있으며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천천히 걸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시각장애인이 겪는 불편함을 체감해보고, 시각장애인의 삶에 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과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점자도서관에 방문해 기부한 도서를 관람할 수 있는 공간과 점자책에 관한 설명도 들었습니다. 사회복지사의 말에 따르면, 안대와 지팡이를 짚는 시각장애인의 이야기, 시각장애인을 위한 센서 제품들(보행 보조기기, 스마트 안경 등)이 사람들의 움직임만으로도 감지되어 센서가 울리는/오류가 많은 애로사항, 시각장애인이 생활할 때는 보조인 및 자신의 감각에 의지하는 현실, 전자책을 읽을 때에 온라인에서는 줌으로 소통하고, 보호자(부모님, 그중 주로 엄마)가 대독을 도와준다는 점, 점자를 읽는 시각장애인들도 맞춤법에 상당히 예민하다는 경험 등 궁금할 만한 경험들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HAFS Project Tob 부원들은 점자책을 만드는 기간이 6개월(점역 프로그램 1차 변환 후, 점역사 및 교정사의 소리 내어 읽는 과정)이 걸린다는 점, 그래프나 그림을 만드는 과정(점자 프린터로 출력 후, 점을 하나씩 수작업으로 추가해 입체적으로 제작), 후천적 시각장애인을 기준으로 꾸준한 교육 시에 점자 활용까지 약 1년/장인처럼 읽으려면 약 4~5년이 걸린다는 점 등 다양한 질문을 통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술, 경험이 어떤 상황인지를 상세하게 배웠습니다.
작은 관심에서 시작해 배리어프리로 세상을 배운 Tob 프로젝트!

1)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황은서 A: 안녕하세요!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HAFS’) 국제계열 3학년(20기)이자 ToB에서 2년 차로 함께하고 있는 황은서입니다. Tob는 처음에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우리의 활동이 실제로 시각장애인들의 장벽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에 많은 자랑스러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사회에 보이지 않는 베리어들을 없애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이지안 A: 안녕하세요!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 국제계열 3학년(20기) 이지안입니다. 저는 사회의 사각지대를 발견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제안하는 데 관심이 많아 이를 계기로 봉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Tob 활동을 통해 시각장애인이 겪는 학습의 사각지대를 이해하고, 이를 해소하는 데 작게나마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반수은 A: 안녕하세요,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 국제계열 3학년(20기) 반수은입니다. 뇌과학 관련 진로를 희망하고 있으며 작년부터 Project ToB 멤버로 활동해 왔습니다.
2) Project Tob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Tob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HAFS 인권문화제 부스에서의 체험이었습니다. 안대를 쓰고 학교 복도를 걸어보았는데,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던 공간들이 시각장애인에게는 커다란 장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문제 해결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어 주변의 작은 문제부터 찾아보기 시작했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학교 주변 카페들의 메뉴판이었습니다. 실제로 점자 메뉴판을 갖춘 카페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휴대용 점자 인쇄기로 점자 라벨을 제작해 메뉴판에 부착한 뒤, 이를 카페들에 무료로 보급하는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활동의 영향력을 넓힐 방법을 고민하다가 시각장애인의 자립에는 어릴 때부터의 점자 교육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교내 펀드레이징 및 점자도서 제작 활동으로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3) 이번 기증에서 겪은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A: 점자책 기증을 준비하며 가장 많았던 에피소드는 바로 점자 라벨 붙이기에서 나왔습니다. 라벨을 잘못 자르거나 잘못 붙이거나 혹은 라벨 자체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몇 페이지들은 직접 볼로기로 일일이 뽑아서 하기도 했습니다. ㅎㅎ) 그 때문에 여러 번 책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여러 번 확인해야만 했었고, 오탈자가 있으면 고치는 과정을 수없이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에겐 사소한 실수가 이 책을 읽을 시각장애인 분들에게는 엄청나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라는 가장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을 직접 방문해서 시각장애인분들이 점역된 책을 사용해 공부하는 법을 배웠는데, 복잡한 그래프와 긴 글, 심지어 사진들까지 점자로 만지며 배울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복지관 관계자분들께 점자의 인식과 현실에 대해 여쭤보며 다음 방향성을 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ToB가 시각장애인분들께 직접 한발 다가갈 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4) 청소년으로서 배리어프리에 관심을 두고, 알아가려는 노력이 왜 필요할지, 그리고 경기도 청소년이 배리어프리에 관심을 두고, 알아가면 생기게 될 긍정적인 변화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배리어프리는 “모두가 결계 없이 함께하는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형성하는 과정”입니다. 그렇기에 사회에 이제 막 들어가는 과정을 겪고 사회에 대해 올바르게 적응해야 하는 시기인 청소년기야말로 배리어프리에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할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배리어프리 자체가 ‘장애는 특별한 소수기 때문에 도와줘야 한다.’라는 일차원적인 생각뿐만 아니라 “누구나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문제가 다양한 이들에게는 어떻게 인식이 될지 아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소년기에서는 학교-사회에서 정식적으로 체험하고 배우는 과정이기에 이런 상황을 점차 겪을 수 있고 배리어프리를 미리 알게 된다면, 사회에 불편을 겪는 자들을 도울 수 있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배리어프리가 무엇인지도 몰랐지만, 주위에 시각장애인들의 어려움을 깨닫고 그들을 위해 봉사하는 과정에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도 미치고 동아리원들도 직접 사회에서 배리어프리가 어떻게 실천되는지를 보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배리어프리에 관심을 가지면 이렇게 작은 실천이 누적되어 사회의 실질적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5) 향후 활동 계획, 목표가 궁금합니다!

A: 동화책 점역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교내 2차 펀드레이징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굿즈, 점자 키링 등을 제작해 판매하며 재료비를 마련할 계획이며 저희가 동화책 30권을 기부한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외에도 시각장애를 가진 초등학생이 쉽고 재밌게 점자를 학습할 수 있도록 다양한 도서를 점역하여 기부할 예정입니다.
또한, 시각장애인의 학습 격차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이어갈 것입니다. 시각장애인의 수학 학습을 위한 교재를 제작하고, 시각장애인 학생들의 다양한 문화와 진로 등을 묻는 인터뷰 프로젝트를 계획 중입니다.
시각장애인에게 학습 시 겪는 불편과 어려움을 묻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나가며 “점자로 시작하는 시각장애인의 학습 격차 해소”라는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활동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배리어프리는 실제로 이용하는 사람(수혜자)들이 직접 체감하여 의견을 제기하면, 이를 정부 및 지자체에서 반영하는 모습이 자주 보여왔습니다. 즉, 당사자의 목소리와 의견을 거치며 배리어프리는 이용자의 편의를 수용할 수 있게 변화해왔던 것입니다. 이동 약자의 막힘없는 이동(배리어프리)을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활동인 <계단뿌셔클럽>, 장애인의 여행을 위한 여러 단체 및 기업들(무빙트립, (사)그린라이트 등)처럼 장애인의 다양한 수요에 맞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간격을 좁히려는 시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더 넓게 본다면, 일자리, 보조기기 등 생활 전반으로 확대하는 기술-제도적인 변화도 포함됩니다.)
한편, 이를 뒷받침할 법제화 및 의무화도 어느 정도 필요하겠지만, 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비장애인의 권리를 역으로 침해하거나 불편함을 끼치는 사례는 없어야 할 것입니다. 실제로도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소상공인의 사정을 듣지도 않고, 무작정 도입하려고 하니, 정책 실현 과정에서 마찰이 생겼던 적이 있었습니다. 목적은 근린시설의 배리어프리 확대였지만, 반발이 심했다는 뉴스가 있었고, 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아서 반기지 않았던 정책이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따라서 정책과 실제 현장에서 실현되는 배리어프리의 실효성을 위해 현장을 확인하고,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해 당사자들이 만족하는 배리어프리가 진행되었으면 합니다.
에디터 역시 배리어프리에 관심을 두고, 현장에서 상시로 점검하는 사람으로서 청소년들이 배리어프리 활성화를 위해 생각했었고, 경사로, 엘리베이터 등 배리어프리 시설이 많지만, 여전히 불편함을 겪는 모습을 보면서 지역에서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배리어프리가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었습니다.
지금도 지자체, 정부, 단체, 기업에서 여러 방법으로 배리어프리를 활성화하는 움직임이 보이지만, 그중에서 향후 자라날 청소년들의 활동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배리어프리를 실천하는 모습이 더 와닿았던 것만 같습니다.
무엇보다 점자 동화책 발간, 캠페인 등의 활동을 통해 학교, 점자도서관 기부까지 진행하는 모습을 보고, “공익 활동에서는 고민하고,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는 과정, 실행력이 정말 중요하다.”라는 사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HAFS 청소년들이 시작한 Project Tob는 시각장애인 배리어프리를 중심으로 시작했지만, 청소년들이 다른 장애 유형을 위한 배리어프리 활동을 시작한다면,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에 한층 더 가까워질 것입니다.
청소년들이 배리어프리 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상황을 체감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게 성장할 수 있었으면, 그리고 배리어프리가 지역으로 확대되어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경기도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청소년들의 배리어프리 활동이 진행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자료>
- https://test.kbuwel.or.kr/Braille
- https://nise.go.kr/onmam/front/M0000155/agency/list.do
- https://youtu.be/YrWWIXkrGFE?si=mhb-9KBjdd2jViez
- https://www.043w.or.kr/www/contents.do?key=151
- https://barrierfreefilms.or.kr/board_hrgp25/679
- https://blog.naver.com/ggsic/223294444290
- https://www.nrc.go.kr/portal/html/content.do?depth=td&menu_cd=04_01_02
- https://www.nrc.go.kr/portal/html/content.do?depth=td&menu_cd=04_01_01
- https://www.nrc.go.kr/portal/html/content.do?depth=td&menu_cd=04_01_03
- https://www.amc.seoul.kr/asan/healthinfo/disease/diseaseDetail.do?contentId=33883
- https://www.index.go.kr/unity/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2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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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7※「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인 가구 교육은 어떻게 ‘혼자가 아닌 삶’을 만들 수 있는가
“1인분만 주문할 수 있나요?”
혼자 사는 사람에게 이 질문은 이제 특별하지 않다. 식당에서도, 마트에서도,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1인 가구’를 위한 상품과 서비스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소포장 식품과 밀키트, 간편식, 1인용 가전제품, 혼밥 식당까지 ‘혼자’라는 생활방식은 어느새 하나의 소비문화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소비시장의 변화와 달리 1인 가구의 실제 삶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특히 중장년 1인 가구에게 혼자 산다는 것은 단순히 가족 구성원이 한 명이라는 의미에 머물지 않는다.
식사를 혼자 해결해야 하고, 아플 때 스스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스마트폰과 각종 디지털 서비스를 직접 이용해야 하며, 집안의 고장부터 금융과 행정 업무, 건강관리와 인간관계까지 생활 속 크고 작은 문제를 스스로 판단하고 해결해야 한다.
혼자 살아가는 삶은 자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생활의 모든 책임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삶이기도 하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 이혼이나 사별을 경험한 사람, 자녀가 독립한 이후 혼자 생활하는 사람, 직장이나 경제적 이유로 가족과 떨어져 사는 사람 등 중장년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이유도 다양하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생활비를 지원하거나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은 아니다.
혼자 살아갈 수 있는 생활 능력, 필요한 순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관계망, 그리고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일자리와 사회적 역할이 함께 필요하다.
최근 의왕시 가족센터가 운영하는 ‘1인가구 아카데미’ 프로그램은 이러한 현실을 생각하게 하는 사례다.
‘1로와 요리하자!’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는 밀키트와 밑반찬 만들기, 집밥과 명절요리 등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과 밀접한 교육과정이 담겨 있다.
겉으로 보면 단순히 요리를 배우는 프로그램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안에는 식생활과 건강, 경제적 자립, 생활기술, 사람과의 관계라는 여러 문제가 함께 들어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교육이 한 번의 프로그램으로 끝나지 않고, 참여자의 실제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키느냐에 있다.


1. 1인 가구의 실제 삶과 ‘혼자’의 한계
1인 가구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혼자 사는 자유’를 떠올린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신의 생활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식사 시간도 자유롭고, 취미와 일상 역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오랜 가족 부양과 직장생활을 경험한 중장년에게 혼자만의 생활은 새로운 해방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혼자 사는 삶은 또 다른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냉장고가 고장 나면 누구에게 연락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몸이 아파도 병원을 함께 가 줄 사람이 없을 수 있다. 스마트폰이 갑자기 작동하지 않거나 금융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이 생겼을 때 도움을 요청할 곳을 찾는 것조차 쉽지 않다.
명절이나 생일처럼 가족의 존재가 크게 느껴지는 날에는 정서적인 외로움이 더 커질 수도 있다.
특히 중장년 1인 가구의 문제는 단순히 ‘외롭다’는 말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생활기술의 부족, 경제적 불안, 건강 문제, 디지털 소외, 사회적 관계의 축소가 서로 얽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필요하다.
왜 우리는 여전히 1인 가구의 생활 문제를 ‘개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바라보고 있는가.
혼자 산다는 것은 개인의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이 지역사회 안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문제는 더 이상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이미 지역사회의 생활환경과 복지, 교육, 일자리, 공동체 정책과 연결된 사회적 변화가 됐다.
따라서 이제는 ‘혼자 사는 사람에게 무엇을 제공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넘어 ‘혼자 살아도 생활이 무너지지 않도록 어떤 지역사회의 연결망을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2. 교육과 지역공동체, 생활을 바꾸는 새로운 연결
최근 지방자치단체와 평생교육기관에서는 중장년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요리와 건강, 운동, 스마트폰, AI, 글쓰기, 영상 제작, 취업과 창업, 인문학까지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교육의 기회가 많아졌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또 다른 질문이 나온다.
“교육은 받았는데, 그래서 내 생활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프로그램이 끝난 뒤 실제 생활에서 활용되지 않는 교육은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사라지기 쉽다. 요리를 한 번 배웠다고 생활 자립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요가와 댄스에 참여했다고 고립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AI 교육을 몇 시간 받았다고 디지털 시대에 완전히 적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교육과 일상이 연결되는가 하는 문제다.
이 점에서 지역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과거에는 가족이 담당하던 역할이 있었다. 아플 때 서로 돌보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도움을 요청하며, 식사를 함께하고 생활 정보를 나누는 역할이다.
하지만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이러한 가족 기능의 일부를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그렇다고 지역공동체가 가족을 대신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혼자 살지만 혼자가 아닌 삶을 가능하게 하는 관계망이다.
예를 들어 요리교육은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기술을 가르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오늘 한 끼를 만드는 방법보다 일주일 동안 어떻게 식사를 계획하고 관리할 것인지까지 연결할 필요가 있다.
1인 가구에게는 소량 구매와 식재료 관리,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생활비와 식비 관리도 중요한 생활기술이다.
따라서 요리교육은 음식 만들기 교육이면서 동시에 건강교육이고, 경제교육이며, 생활 자립교육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함께 만든 음식을 나누고,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참여자들이 작은 모임을 지속한다면 교육은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혼자 배우는 교육이 다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로 이어지는 것이다.


3. 자립과 관계망의 균형, 혼자 살지만 혼자가 아닌 삶
1인 가구 정책과 교육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자립’이다.
그러나 자립을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능력’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사람은 누구나 도움이 필요하다. 아무리 건강하고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도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할 수는 없다.
진정한 자립은 필요한 순간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능력까지 포함한다.
따라서 1인 가구의 자립은 다음과 같이 다시 정의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 생활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과 필요한 순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연결망을 함께 갖추는 것.
혼자 살지만 지역사회 안에서 연결돼 있는 삶이다.
개인의 독립성과 공동체의 관계망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두 가지가 함께 갖춰질 때 생활의 지속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특히 중장년 1인 가구에게 관계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경제적 어려움이나 주거 문제는 정책과 제도를 통해 어느 정도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관계의 단절과 사회적 고립은 단순한 지원금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이때 교육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중요한 통로가 될 수 있다.
스마트폰을 배우는 사람들끼리 서로 질문하고, 요리를 배운 사람들이 식사를 함께하며, 글쓰기를 배우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AI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다시 다른 사람을 돕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지역공동체의 시작은 반드시 거창한 조직일 필요가 없다.
함께 배우는 사람 몇 명이 교육이 끝난 뒤에도 연락을 이어가고, 서로 필요한 정보를 나누며, 지역의 활동에 함께 참여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공동체의 모습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중장년 1인 가구를 단순히 ‘도움을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 것이다.
이들은 오랜 직업 경험과 생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요리를 잘하고, 누군가는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며, 또 다른 사람은 글쓰기나 사진, 행정, 상담, 교육 등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다.
지역사회는 이러한 경험을 다시 사회와 연결할 수 있다.
교육 → 실습 → 지역활동 → 새로운 역할 발견 → 경제활동 → 다시 교육과 공동체 활동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중장년에게 필요한 것은 반드시 하나의 완벽한 직업만은 아니다.
자신의 경험과 기술을 여러 개의 작은 역할과 일로 연결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지역에서 필요한 작은 일을 찾고, 배운 기술을 다른 주민과 나누며, 자신의 경험을 새로운 활동이나 경제적 기회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1인 가구의 자립은 결국 ‘혼자 버티는 능력’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가면서도 사회와 연결되는 능력’으로 발전해야 한다.
4. 교육의 성과는 수료율이 아니라 생활의 변화
현재 많은 교육 프로그램은 참여 인원과 수료율, 만족도를 중심으로 성과를 평가한다.
몇 명이 참여했는가.
몇 명이 수료했는가.
만족도는 몇 점인가.
물론 이러한 지표도 필요하다.
하지만 중장년과 1인 가구를 위한 교육이라면 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필요하다.
교육을 받은 뒤 혼자서 건강한 식사를 준비하게 되었는가.
생활비를 관리하는 습관이 생겼는가.
스마트폰과 디지털 서비스를 이전보다 편리하게 활용하게 되었는가.
새로운 사람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가.
지역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는가.
자신의 경험을 활용해 새로운 역할이나 일을 시작했는가.
도움이 필요할 때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겼는가.
이러한 변화가야말로 실제 교육의 성과가 될 수 있다.
앞으로의 교육은 ‘무엇을 가르쳤는가’에서 ‘교육 이후 참여자의 삶이 무엇이 달라졌는가’로 평가의 기준을 옮겨갈 필요가 있다.
특히 1인 가구 교육은 프로그램이 끝나는 순간 모든 관계와 지원이 끊어지는 구조를 넘어야 한다.
교육 이후에도 참여자들이 다시 만날 수 있는 공간, 온라인 소통망, 지역 활동과의 연결, 후속 프로그램, 작은 프로젝트 등이 이어질 때 교육은 비로소 생활 속에서 지속될 수 있다.
수료증 한 장을 받는 것으로 끝나는 교육이 아니라, 배운 것을 자신의 생활에 적용하고 다시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기관 역시 단순히 ‘수료생’을 배출하는 곳을 넘어 지역의 새로운 관계와 활동을 만들어내는 플랫폼이 될 필요가 있다.
5. ‘1인분의 삶’에서 ‘함께 만드는 지역사회’로
1인 가구의 증가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장년층의 1인 가구 문제는 단순한 주거 문제나 복지 문제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식생활과 건강, 경제와 소비, 디지털 활용, 인간관계, 일자리와 사회참여가 모두 연결된 복합적인 생활 문제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교육과 정책 역시 달라져야 한다.
한 번의 특강으로 끝나는 교육이 아니라 실제 생활을 변화시키는 교육.
수료증을 받는 것으로 끝나는 교육이 아니라 지역 활동으로 이어지는 교육.
취미생활에 머무르는 교육이 아니라 새로운 역할과 작은 일자리로 연결되는 교육이 필요하다.
1인 가구 정책 역시 ‘혼자 사는 사람을 지원하는 정책’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혼자 살아도 지역 안에서 역할을 가지고, 사람들과 연결되며, 자신의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과 복지, 평생교육, 일자리, 지역공동체가 각각 따로 움직이는 방식에서 벗어나 서로 연결되는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1인 가구를 위한 요리교육이 건강과 식생활 관리로 이어지고, 참여자 모임이 지역공동체 활동으로 발전하며, 그 과정에서 발견된 개인의 경험과 능력이 다시 지역의 작은 일자리나 사회적 역할로 연결될 수 있다.
작은 교육 하나가 생활의 변화로 이어지고, 생활의 변화가 관계의 변화로 이어지며, 관계가 다시 지역사회의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내는 구조다.
“1인분만 주문할 수 있나요?”라고 묻는 시대다.
혼자 먹는 사람을 위한 음식은 많아지고, 혼자 사는 사람을 위한 상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삶까지 ‘1인분’으로 축소될 필요는 없다.
혼자 밥을 먹을 수 있지만 함께 밥을 먹을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혼자 생활할 수 있지만 지역사회와 연결될 수 있다.
혼자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지만 그 기술을 다른 사람과 나누면서 새로운 역할과 일자리를 만들 수도 있다.
교육은 자립을 위한 첫걸음이어야 한다.
그러나 자립은 고립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자립은 연결로 이어져야 하고, 지역공동체는 그 연결을 지속시키는 생활의 안전망이 되어야 한다.
‘혼자 먹고, 혼자 배우고,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대.
그러나 지역사회가 해야 할 일은 그들이 혼자 남도록 방치하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의 생활이 무너지기 전에 지역과 연결하고, 한 사람의 경험이 사라지기 전에 사회와 연결하며, 한 사람의 배움이 수료증으로 끝나기 전에 새로운 역할과 일로 연결하는 것.
그것이 앞으로 지역공동체가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다.
그리고 그 변화는 거창한 정책에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요리 한 끼를 만들고, 생활의 어려움을 나누고, 서로의 경험을 배우는 작은 교육 프로그램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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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5※「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읽기와 쓰기로 삶의 분별력을 키우는 청소년 공간 ‘틴, 케이스와 사단법인 땡스기브 이야기
넘쳐나는 정보와 다양한 가치관이 혼재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행동해야 할까. 사단법인 땡스기브는 책을 매개로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삶과 시대를 분별할 수 있는 관점을 세우도록 돕는 비영리 단체다. 서초구에서 시작해 팬데믹의 고비를 넘어 인천 계양구의 청소년 공간 ‘틴, 케이스’로 이어지기까지, 2011년부터 걸어온 발자취와 그들이 청소년들과 나누는 따뜻한 삶의 기록을 담았다.

1. 출발-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시대를 분별하는 힘 ‘책’
사단법인 땡스기브는 “읽기와 쓰기가 한 사람의 삶을 유의미하고, 선하며,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굳은 믿음에서 출발했다. 설립 당시 이사진들은 다원화된 사회 속에서 개인과 공동체를 진정으로 유익하게 만드는 것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태도’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땡스기브가 책을 핵심 매개로 삼아 활동을 시작한 것은 단순히 많은 책을 읽어 지식을 축적하도록 돕기 위함이 아니었다. 문화의 뿌리인 도서를 통해 우리가 옳다고 믿는 기준이 무엇인지, 그리고 시대의 가치관이 개인의 사고와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히 인지하게 만드는 것이 진짜 목적이었다. 책이야말로 이러한 성찰과 분별을 이끌어 낼 가장 좋은 도구라는 데 뜻을 모았다.
설립 초기 5년 동안 단체는 도서 간행물 ‘THANKSBOOK’을 꾸준히 발행하며 칼럼, 에세이, 서평 등 다양한 시각으로 책을 조명했다. 이를 토대로 기업 및 기관과 연계한 ‘독서 모임 인도자 양성 과정’을 진행했고, 학교와 도서관에서 학생들을 만났다. 나아가 기업·개인의 후원을 연결해 사립 작은도서관 건립, 리모델링, 도서 및 콘텐츠 지원 사업을 펼치며 지역 공동체가 책을 중심으로 단단해지도록 뿌리를 내렸다.
2. 전환과 정착: 서초에서 인천으로, 그리고 청소년 공간 .틴, 케이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은 단체에 커다란 시련이었다. 내외부 활동이 전면 중단되며 단체의 존폐를 고민해야 할 위기에 직면했다. 그러나 땡스기브의 가치를 알아본 한 선교단체의 공간 지원 덕분에 서울 서초구에서 인천 계양구로 둥지를 옮겨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이 위기는 뜻밖의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주소지를 이전하고 독서 진흥 사업의 방향을 깊이 고민하던 중, 가장 마음이 닿은 곳은 바로 ‘청소년’이였다. 청소년 시기에 좋은 책을 만나 건강한 생각을 나누고 자기만의 관점을 세우는 경험을 한다면, 훗날 어른이 되어 어떤 혼란과 위기를 마주해도 흔들리지 않고 헤쳐 나갈 수 있을 거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결국 단체의 시선은 자연스레 청소년을 향했고, 그들을 곁에서 사랑으로 품기 위한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3년 전, 인천 계양구에 청소년 전용 공간 ‘틴, 케이스’의 문을 열게 되었다.

3. 차별성 –모범적 독자를 넘어 ‘삶을 공유하는 식구로’
대표는 어디선가 본듯한 연예인 같다. 마음과 분위기는 청소년을 편안하게 형같고, 오빠같은 분이다. 이 공간은 지자체나 대형 기관의 청소년 시설과 달리, ‘틴, 케이스’는 소규모 풀뿌리 단체가 지역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밀착형 공간으로 가장 큰 특징은 단순한 프로그램 제공자가 아니라 아이들과 ‘식구’가 된다는 점이다.

청소년들에게 독서를 강요하지 않는다. 영화, 미술관 탐방, 전시회, 뮤지컬 관람, 등산, 빵 모임 등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다채로운 문화 활동을 책과 유기적으로 결합한다. 무엇보다 거의 매일 함께 밥을 지어 먹으며 일상과 마음을 나눈다.
— 청소년 운영위원회 활동 중 아이들이 남긴 기록
고등학교 1학년 때 들어와 고3이 될 때까지 성장 과정을 함께 지켜본 아이들의 고백이다. 한때 ‘돈을 많이 버는 부자가 되겠다’며 물질적 성공에만 집중하던 청소년들에게 전문가 특강과 진로 탐색 기회를 제공하자, 아이들은 스스로 “우리가 원했던 건 단순한 돈이 아니라, 가치 있는 과정과 올바른 마음가짐이었다”며 인식의 지평을 넓혀갔다.
4. 지향점- 거창한 목표보다 한끼 밥과 대화의 힘을 믿는 연대
땡스기브는 향후 계획에 대해 “특별히 거창한 사업 목표를 앞세우지 않는다”고 말한다. 프로젝트의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한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밥을 먹으며 나누는 진솔한 대화 속에서 아이들에게 적절한 때에 필요한 도움을 건네는 일이기 때문이다.

2011년 설립 이래 ‘책’이라는 단단한 매개로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켜 온 사단법인 땡스기브와의 인연은 10년전부터 지금까지도 흔들림 없이 이어지고 있다.
땡스기브가 청소년들과 맺는 관계의 본질은 일회성 프로그램이나 형식적인 만남이 아니다. 매일 밥을 함께 짓고 대화를 나누며 쌓아 올린 진정성 덕분에, 이곳의 문을 두드린 아이들은 흩어지지 않고 오랜 시간 곁을 지키며 ‘식구’로 머문다.
그렇게 중·고등학생 시절 틴, 케이스를 찾았던 앳된 아이들이 어느덧 건강한 가치관을 품은 어엿한 청년으로 자라났다. 이제는 “이들이 머물 청년의 공간 또한 새롭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행복한 물음을 던질 만큼, 땡스기브와 아이들은 서로에게 맞추어 끊임없이 공간을 변화시키고 함께 성장해가고 있다.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잃기 쉬운 혼란한 시대 속에서, 나만의 시선과 삶의 목적을 찾고자 하는 모든 청소년들에게 ‘땡스기브’와 ‘틴, 케이스’라는 따뜻한 울타리를 주저 없이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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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5※「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사무실 앞, 멈춰버린 작은 날갯짓
얼마 전 사무실 유리창 앞에서 죽어 있는 새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그저 고요하게 차가운 바닥에 누워 있는 작은 생명. 처음에는 단순한 사고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작은 새가 유리창이라는 투명한 벽 앞에 맥없이 쓰러져 있던 모습은 좀처럼 잊히지 않았습니다. 왜 하필 그곳에서, 왜 이런 방식으로 생을 마감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자연을 생각할 때 멀리 떨어진 숲이나 깊은 산속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사실 자연은 우리가 매일 머무는 사무실, 집, 길거리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제가 발견한 그 새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건축물들이 새들에게는 얼마나 거대한 위협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비극적인 증거였습니다.

∙ 우리가 미처 몰랐던 유리창의 그림자
우연한 기회에 '새 충돌 방지 교육'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사무실 앞의 새가 남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교육장에서 접한 정보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국내에서 매년 약 800만 마리의 새가 유리창과 투명 방음벽에 충돌해 죽는다는 사실은, 단순히 '불운한 사고'라 치부하기엔 너무나 거대한 수치였습니다.
새들은 인간처럼 '유리'라는 재질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유리에 반사된 하늘과 주변의 나무를 실제 공간으로 착각하고 전속력으로 날아갑니다. 사람에게는 투명한 벽이지만 새에게는 끝없이 펼쳐진 비행 공간인 셈입니다. 특히 연천과 같이 자연생태 자원이 풍부한 곳에서는 더욱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저는 늘 새들이 높은 하늘을 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충돌 사례들을 살펴보니 사람의 허리나 가슴 높이에서도 사고가 빈번했습니다. 이는 높은 빌딩뿐만 아니라 버스정류장, 주택 창문, 작은 상가의 출입문까지도 새들에게는 '죽음의 함정'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 시민과학으로 기록하고 정책으로 응답하다
교육을 통해 제가 깨달은 가장 중요한 것은 '기록의 힘'이었습니다.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이미 새 충돌 문제를 심각한 환경 의제로 다루고 있으며, 시민들이 직접 충돌 사례를 기록하는 '시민과학(Citizen Science)'이 정착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도구로 '네이처링(Naturing)'과 '루카(LUCA)' 앱을 들 수 있습니다. 길을 걷다 충돌 흔적을 발견하면, 앱을 켜고 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위치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생태 지도를 만드는 중요한 연구원이 됩니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는 어디에 방지 시설이 가장 시급한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고, 결국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과 조례를 바꾸는 핵심적인 열쇠가 됩니다.
"나 하나 기록한다고 뭐가 달라질까?"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관심이 모여 기록이 되고, 그 기록이 데이터가 되어 정책을 만들 때, 비로소 생명을 살리는 사회적 시스템이 작동하게 됩니다.

∙ 연천에서 시작하는 공존의 실천
우리 연천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자연생태계가 살아 숨 쉬는 곳입니다. 임진강과 한탄강을 오가는 철새와 텃새들이 계절마다 우리 곁을 찾아옵니다. 저는 이 아름다운 자연을 단순히 관찰하고 즐기는 것에서 나아가, 그들의 삶을 지키는 '보호자'가 되고자 합니다.
저는 앞으로 우리 지역의 '녹색연합'과 함께 연천 관내의 투명 방음벽 실태조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과거에 많이 사용하던 맹금류 모양 스티커는 띄엄띄엄 붙어 있을 경우 새들이 장애물로 인식하지 못해 효과가 미비하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대신 지금은 '5×10 규칙'이 효과적인 대안으로 꼽힙니다. 가로 10cm, 세로 5cm 이하의 간격으로 점이나 선 문양을 촘촘하게 배치하면, 새들이 그 틈을 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해 비행을 멈추게 됩니다.
이러한 실천은 결코 거창한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제가 참여하는 농촌 일손 돕기 활동이나 지역 사회 아카이빙 활동처럼, 일상에서 우리 주변의 시설물을 하나씩 점검하고 개선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 나가는 말: 새와 함께 살아가기 위하여
사무실 앞에서 발견했던 작은 새는 저에게 예상치 못한 질문을 남겼고, 저는 교육과 실천을 통해 그 질문에 답해가고 있습니다. 이제 저는 새를 '보는' 즐거움에 머물지 않고, 새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지키는' 즐거움을 배워가려 합니다.
연천의 탐조 문화는 앞으로 더 깊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 깊이만큼 자연을 보호하려는 노력도 함께 동반되어야 합니다. 더 많은 주민이 새 충돌 문제를 인지하고, 오늘 유리창 앞에 작은 점 문양을 붙이거나 산책길에 발견한 충돌 흔적을 앱에 기록하는 시민과학자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한 마리의 새를 구하는 일은 단순히 그 생명 하나를 살리는 것을 넘어, 우리가 사는 이 공간을 사람과 자연이 진정으로 공존하는 곳으로 바꾸는 일입니다. 작은 관심이 모여 생명을 지키고, 우리 지역사회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오늘 여러분의 일상 속 유리창은 새들에게 어떤 공간으로 기억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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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5※「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 화요일 저녁 7시, 스페이스오즈에서
화요일 저녁이면 스페이스오즈의 불이 켜진다. 퇴근한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에 앉는다. 누구는 가방을 무릎에 올려둔 채, 누구는 아직 다 식지 않은 커피를 들고. 특별할 것 없는 풍경이다.
그런데 이 평범한 풍경이, 사실은 10년이 걸려 만들어진 것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2. 8,799명의 서명, 그리고 조례 한 장
2017년, 안산 시민 8,799명이 서명을 했다.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었다. 조례 하나를 스스로 만들겠다고, 59개 단체와 400여 명이 손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결과로 남은 건 '4.16정신 계승 및 도시비전 실천 조례'라는, 다소 딱딱한 이름의 문서 한 장. 하지만 그 문서 뒤에는 이런 질문이 있었다. 우리 아이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 질문은 곧 하나의 확신으로 자랐다. 안전은 운이 좋으면 지켜지는 행운이 아니다. 국가가 베푸는 시혜는 더더욱 아니다. 시민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다. 이 확신이야말로 4.16 안산시민대학이 서 있는 자리다. 그러니 이 대학이 시민들에게 건네려는 건 지식 이전에 태도다. 안전을 요구할 자격이 우리에게 있다는, 아주 단순하지만 좀처럼 배운 적 없는 태도.

3. 슬픔에서 시작해 넓어진 강의실
그 질문에서 4.16 안산시민대학이 태어났다. 지금은 벌써 5기째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같은 무거운 단어들만 다루던 강의실은 어느새 AI와 기후위기와 민주주의와 문학까지 끌어안는 자리로 넓어졌다. 안전이라는 게 사고 하나 막는 일이 아니라, 결국 우리가 사는 방식 전체와 맞닿아 있다는 걸 시민들 스스로 배워온 셈이다.
그 배움은 강의실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 노동 현장의 위험을 시민이 직접 살피는 모니터링, 여성과 장애인과 이주민의 일상까지 넓혀간 감시의 눈. 배운 사람이 다시 지키는 사람이 되는 순환. 시민대학이 정말로 의도한 건 아마 이것이었을 것이다. 가르치는 자리가 아니라, 시민을 행동하는 주체로 세우는 자리.
4. 그런데 왜, 아는 사람들만 올까
솔직히 말하면 아쉬운 지점이 있다. 강의실을 채우는 얼굴들이 대체로 낯익다.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해온 분들, 이미 안산의 아픔을 오래 통과해온 분들. 정작 이 강의가 가닿아야 할 '보통의 시민'들은 좀처럼 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는다.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퇴근하고 나서까지 무거운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루치의 피로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무거운데. 하지만 그 무거움을 피해가면, 정작 그 이야기가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영영 닿지 못한다. 시민대학이 진짜 넓히고 싶었던 건 강의 주제만이 아니라, 이 문턱을 넘는 사람들의 폭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야 했다. 무거운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건네는 방법은 없을까.

5. 소설 이야기만 하는 강의
8월 18일, 5기의 문을 연 사람은 김애란 작가였다. 강연 제목은 「소설의 음계, 삶의 사계」. 세월호 이야기는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대신 사계와 음계, 평범한 일상과 시간, 성장과 상실과 애도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람과 세상을 쉽게 단정하지 않고, 떨림과 망설임 속에서 계속 살피고 이해하려는 태도. 그게 강연 내내 흘렀다.
삶이 아름답기만 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난 뒤에도, 사람들은 서로의 숨소리를 듣고 자신의 숨을 보태며 살아간다. 그 말이 유난히 오래 남았다. 4.16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꺼내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았을 것이다. 결국 이것도 같은 이야기라는 걸. 무장하지 않은 채로 슬쩍 들어와, 마음 한켠에 무언가를 놓고 가는 강의. 시민대학이 앞으로 더 많이 시도해야 할 방식은 아마 이런 것일 테다.
6. 다음 화요일, 그리고 그다음
다음 순서는 김혜정 지속가능발전연구센터 대표다. '3대 메가프로젝트'라는, 언뜻 딱딱해 보이는 제목으로 기술의 발전이 우리 삶에 던지는 질문을 다룬다. 이 역시 시민대학이라는 간판을 굳이 앞세우지 않는다. 그저 지금 우리 삶과 맞닿은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놓을 뿐이다.
문학으로 열고, 기술로 잇는다. 그 사이 어딘가에 안전과 생명이라는 말이 조용히 놓여 있다. 굳이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에, 시민대학은 그렇게 스며들 준비를 하고 있다.

7. 결국 남는 건 사람
시민대학이 안산 시민들에게 주는 것은 지식이 아니다. 지식이라면 책 한 권으로도 충분하다. 이곳이 진짜로 주는 건, 화요일 저녁마다 낯선 얼굴들과 나란히 앉아 같은 이야기를 듣는 경험. 그 경험이 쌓이고 쌓이면, 어느 순간 '우리'라는 말이 조금 더 넓어진다. 그리고 그 넓어진 '우리'가, 다음에 무슨 일이 생기든 서로를 먼저 챙기는 도시를 만든다.
10년 전 안산은 슬픔의 도시라 불렸다. 지금의 안산은 그 슬픔을 배움으로, 배움을 다시 일상의 안전으로 옮겨 심고 있는 도시다.
김애란 작가의 문장처럼, 삶은 아름답기만 하지 않다. 그래도 우리는 서로의 숨소리를 들으며 살아간다. 다음 화요일, 스페이스오즈의 불은 또 켜질 것이다. 이번엔 조금 더 낯선 얼굴들이 섞여 앉아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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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4※「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 도입 — 버려지는 병 안에 담긴 가능성

음료 한 캔을 다 마시고 난 뒤, 그 빈 캔은 어디로 가는가.
쓰레기통, 재활용함, 길바닥, 혹은 누군가의 손에 들려 수거 차량으로 향할 것이다. 그런데 세계 어딤에서는 이 빈 캔 하나가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라 가치 있는 자원이자 공동체의 연결 고리가 된다. 아이들이 방문을 두드리며 빈 병을 모아 학교 수학여행 경비를 마련하고, 스포츠팀이 훈련 장비를 사기 위해 온 동네를 돌며 캔을 모은다. 이웃이 문 앞에 박스를 내놓으면 자원봉사자들이 가져가고, 그 병들이 환경을 지키는 재원이 된다.
이것이 캐나다 '보틀 드라이브(Bottle Drive)'의 풍경이다. 그리고 이 문화의 물적 기반이 되는 것이 바로 병 보증금 반환 제도(Deposit Return Scheme, DRS)다. 음료를 살 때 병 보증금을 포함한 금액을 내고, 빈 병을 반환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이 제도는, 환경 보호와 시민의 경제적 동기를 교묘하게 결합해 높은 회수율을 달성한다. 독일에서는 이 제도가 '판트(Pfand)'라는 이름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재활용률을 만들어냈다.
한국에도 1985년부터 빈용기 보증금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유리병 회수율은 외형적으로 99%에 달한다. 그러나 캐나다처럼 이 제도가 지역사회 모금 문화와 연결되거나, 독일처럼 시민의 일상 환경 행동으로 깊숙이 자리 잡은 것과는 거리가 있다. 환경 공익과 지역 공동체, 시민 참여가 한 병 안에 담길 수 있는 가능성을 캐나다와 독일의 사례에서 찾아본다.
2. 병 보증금 제도의 기원과 원리
병 보증금 제도의 역사는 생각보다 훨씬 오래됐다. 현대적 의미의 제도화 이전에도, 유리병은 비쌌기 때문에 반납하고 돌려받는 문화가 존재했다. 빵집이나 우유 배달원이 병을 수거해 재사용하는 것은 20세기 초반까지 당연한 관행이었다. 문제는 1950년대 이후 일회용 포장재가 대중화되면서 이 순환 구조가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응해 미국 오리건주가 1971년 세계 최초의 현대적 병 보증금 법을 제정했다. '병법(Bottle Bill)'이라 불리는 이 법은 음료 용기에 보증금을 부과하고 반환 시 환급하는 구조로, 도입 즉시 캔과 병의 매립 쓰레기를 대폭 줄이는 효과를 냈다. 오리건주는 지금도 북미에서 가장 높은 87%의 음료 용기 반환율을 기록하며 제도 도입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캐나다는 1970년대부터 주(Province)별로 보증금 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알버타주는 1972년,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1970년에 제도를 시작했고, 이후 각 주가 독자적인 방식으로 제도를 발전시켰다. 독일은 이보다 늦은 2003년 일회용 용기에 대한 판트 제도를 본격 도입했지만, 촘촘한 인프라와 높은 보증금 금액을 바탕으로 빠르게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보증금 제도의 핵심 원리는 단순하다. 소비자가 음료를 살 때 용기 가격을 선납하고, 반환할 때 돌려받는다. 경제적 동기가 만들어지면 사람들은 병을 버리지 않고 가져온다. 이 단순한 인센티브 설계가 높은 회수율의 비결이다.
3. 독일 판트 제도 — 세계 최고 재활용률의 비밀

독일의 판트 제도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병 보증금 제도로 꼽힌다. 독일어로 '보증금'을 뜻하는 '판트(Pfand)'는 독일인의 일상 깊이 뿌리내린 환경 행동 문화가 됐다.
제도의 출발은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환경부 장관 클라우스 퇴프너가 처음으로 포장 규정을 도입했다. 일회용 포장의 시장 점유율이 28% 이상 증가하면 일회용 병에 보증금을 부과하는 내용이었다. 재활용 포장 비율이 71%로 떨어진 1991년 제도가 처음 시행됐고, 여러 법적 논쟁과 개정을 거쳐 2003년 오늘날의 판트 시스템이 완성됐다. 2022년부터는 일회용 용기에까지 제도가 확대됐다.
현재 독일의 판트 구조는 명확하다. 소비자는 음료를 살 때 재사용 유리병에는 약 8센트, 일회용 페트병과 캔에는 25센트(약 350원)의 보증금을 포함한 금액을 낸다. 이후 마트에 설치된 무인 회수기에 빈 용기를 넣으면 영수증이 출력되고, 이를 해당 마트에서 현금으로 받거나 쇼핑 금액에서 차감한다. 독일 전역의 5만 개 이상의 무인 회수기와 소매점을 통해 매년 200억 개 이상의 일회용 음료 포장재가 처리된다.
효과는 수치로 증명됐다. 일회용 판트 포장재 기준 회수율이 98%를 넘는다. 2019년 독일 포장시장연구협회 자료에 따르면 공병 하나당 재사용 횟수는 평균 40~50회, 공병 재사용률은 97.4%에 달한다. 덕분에 독일은 2015년 OECD 발표에서 재활용률 65%로 세계 1위를 기록하는 등 자원순환 선진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판트 제도가 단순한 재활용 정책을 넘어서는 점은 그것이 만들어낸 시민 문화에 있다. 독일 거리에서는 빈 병을 가방에 담아 마트로 향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빈 병을 길가에 두고 가기도 하는데, 이를 수집해 생계에 보탬으로 삼는 '파이퍼(Pfandsammler)'라 불리는 사람들이 그것을 가져가는 비공식 사회안전망도 작동한다. 병 하나에 담긴 보증금이 환경 행동이자 사회적 연대로 기능하는 것이다.
4. 캐나다 보틀 드라이브 — 자원순환이 만드는 공동체 모금 문화

독일이 병 보증금 제도를 환경 정책으로 발전시켰다면, 캐나다는 그것을 공동체 모금 문화로 발전시켰다. '보틀 드라이브(Bottle Drive)'는 빈 음료 용기를 모아 보증금을 환급받아 그 수익금을 단체나 프로젝트를 위한 모금에 활용하는 캐나다 특유의 지역사회 행사다.
보틀 드라이브의 방식은 다양하지만 기본 구조는 같다. 자원봉사자들이 동네를 돌며 문을 두드리거나 지정 장소에서 주민들이 가져온 빈 병을 수거한다. 모인 병들을 병 보증금 창구(Bottle Depot)에 가져가 보증금을 환급받고, 그 금액을 모금 목적에 사용한다. 알버타주의 경우 용량 1리터 이하 용기는 10센트, 1리터 초과는 25센트를 환급받는다.
보틀 드라이브를 활용하는 주체는 매우 다양하다. 스포츠팀이 장비 구매나 원정 경비 마련을 위해, 학교가 수학여행이나 특별 프로그램 지원을 위해, 스카우트나 걸가이드가 활동 자금 마련을 위해, 비영리단체가 운영 자금 조달을 위해 보틀 드라이브를 활용한다. 캘거리의 노스힐 보틀 데포는 45년째 지역 단체들의 보틀 드라이브를 지원해온 사례를 소개하며, 자선단체, 학교, 스포츠팀, 스카우트, 걸가이드 등 어떤 지역 단체와도 협력한다고 밝히고 있다.
보틀 드라이브가 단순한 모금 방법을 넘어서는 점은 그것이 갖는 교육적·공동체적 가치다. 아이들은 보틀 드라이브를 통해 팀워크, 책임감, 재정적 역량을 배운다. 이웃들은 문 앞에 모아둔 병을 내놓으며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경험을 한다. 자원봉사자들은 함께 동네를 돌며 연대감을 형성한다. 재활용이라는 환경 행동이 공동체의 연결 고리가 되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보틀 드라이브도 진화하고 있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리턴잇(Return-It)은 '익스프레스 그룹 계정' 서비스를 통해, 지지자들이 언제든지 자신의 병 환급금을 특정 단체 계정으로 기부할 수 있는 상시 온라인 보틀 드라이브 시스템을 운영한다. 리저널 리사이클링(Regional Recycling)은 '노 소트 보틀 드라이브(No Sort Bottle Drive)'를 통해 용기 종류를 분류할 필요 없이 간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제공하고, 풀 소트 방식 참여자에게는 5% 보너스를 추가로 지급해 참여 동기를 높인다.
알버타주의 성과는 인상적이다. 2024년 알버타주 음료 용기 반환율은 83~85%를 기록해 캐나다 내 최상위권을 유지하며, 이는 미국 전체 평균을 14%포인트 상회하는 수준이다. 2024년 한 해에만 알버타 음료용기재활용공사(ABCRC)가 21억 4,300만 개의 음료 용기를 수거해 재활용했고, 이 과정에서 9,930만 킬로그램의 폐기물이 매립지 대신 유용한 자원으로 전환됐다.
5. 한국의 현황 — 높은 회수율, 좁은 문화

한국의 빈용기 보증금 제도는 1985년 소주병과 맥주병을 대상으로 시작됐다. 이후 청량음료병이 추가됐고, 2003년 환경부로 관리 주체가 일원화됐다. 2017년에는 보증금이 인상됐다. 현재 소주·맥주 등 재사용 유리병에 대해 용량에 따라 70~350원의 보증금이 부과된다.
외형적 성과는 뚜렷하다. 2024년 빈용기 회수율은 99.3%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이 수치의 이면을 보면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회수율이 높은 것은 소비자가 직접 반환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술집·마트 같은 소매점이 공병을 회수해 주류회사에 반납하는 B2B 회수 구조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직접 가게에 병을 가져와 보증금을 돌려받는 문화는 상대적으로 활성화되지 않았다.
더 심각한 구조적 문제는 보증금 제도의 적용 범위가 재사용 유리병에 국한된다는 점이다. 페트병이나 캔은 대상이 아니다. 반면 시장은 유리병에서 페트병과 캔으로 급격히 이동 중이다. 보증금 대상 유리병 출고량은 2003년 56억 1,900만 병에서 2025년 37억 4,200만 병으로 약 33.4% 감소했다. 회수율 99%라는 수치가 빛나 보이지만, 정작 보증금 제도가 적용되는 유리병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고 있는 것이다.
반환 인프라의 부족도 문제다. 한국에서 소비자가 빈용기를 반환할 수 있는 장소는 주로 구매한 소매점이다. 독일처럼 마트마다 무인 회수기가 있거나, 캐나다처럼 전용 보증금 창구(Bottle Depot)가 지역 곳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불편함이 소비자의 직접 반환을 억제하는 요인 중 하나다. 국회에서는 반환 인프라를 확대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시행을 기다리고 있다.
미반환 보증금 문제도 있다. 2020년 기준 소비자가 돌려받지 못한 빈용기 보증금이 426억 원에 달하며, 이 자금이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 축적되고 있다. 이 돈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원순환 문화를 육성하는 방향으로 쓸 수 있음에도, 법령상 용도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6. 무엇이 다른가 — 제도와 문화의 결합
캐나다·독일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는 제도가 문화로 이어지느냐의 문제다.
독일의 판트는 슈퍼마켓 문화의 일부다. 마트에 갈 때 빈 병을 챙겨가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 됐다. 25센트라는 보증금 금액이 한 캔에 350원 수준으로 충분히 매력적이고, 5만 개의 무인 회수기가 반환을 편리하게 만들었다. 제도가 일상으로 체화된 것이다. 캐나다의 보틀 드라이브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일상의 병 반환 행동을 지역사회 모금 문화로 조직화했다. 환경 행동이 공동체 참여로 연결되는 고리를 만든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 두 가지 연결이 아직 약하다. 개인이 병을 직접 반환하는 것이 번거롭고, 반환 경험을 통해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문화적 연결고리가 없다. 병을 반환하는 것이 단순히 보증금을 돌려받는 거래가 아니라, 환경을 위한 기여이자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는 경험이 되려면 추가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7.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에 주는 시사점
해외의 이야기가 멀게 느껴진다면, 이미 경기도 안에서 비슷한 실험이 시작되고 있다는 점을 먼저 확인해두자.
경기도 광주에서 시작된 '소우주' — 재사용 유리병 순환 모델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에 본사를 둔 소우주(SOUJU)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재사용 유리병에 담긴 생수와 탄산음료를 유통하고, 빈 병을 직접 회수해 재사용하는 기업이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생수의 99.9%가 일회용 플라스틱 병에 담겨 판매되는 현실에서, 소우주는 유리병이 다시 일상의 표준이 되도록 노력한다는 미션을 내걸고 있다.
소우주의 모델은 독일 판트 제도의 핵심 원리 — 용기를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수십 회 재사용하는 순환 구조 — 를 한국 현실에 맞게 적용한 것이다. 소우주는 유리병 재사용시 일회용 페트병 대비 온실가스를 7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밝히며, 우리나라에서 연간 소비되는 56억 병의 페트병 생수를 재사용 유리병으로 대체하면 84,456톤의 폐기물이 줄어든다고 제시한다. 빈 병 회수 신청은 온라인 폼을 통해 간편하게 할 수 있어, 캐나다 보틀 드라이브의 '노 소트(분류 없이 내놓기)' 방식과 유사하게 참여 문턱을 낮추고 있다.
소우주의 Reuse Alliance에는 경기도자동차매매사업조합,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 용인교육지원청, 인천광역시교육청 등 경기도 및 인근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단순한 제품 판매가 아니라, 순환경제에 동참하는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2025년 APEC 정상회의에서는 소우주 미네랄워터 제품이 공식 행사용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소우주는 아직 작은 기업이지만, 이 실험이 의미 있는 것은 그것이 던지는 질문 때문이다. 병 보증금 제도가 재사용 유리병에만 적용되고, 정작 그 유리병 시장은 줄어드는 한국의 현실에서, 민간이 먼저 재사용 유리병의 유통과 회수 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경기도가 이런 선구적 시도를 공익활동 생태계와 연결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면 어떨까.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에 주는 세 가지 시사점
이 흐름에서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가 참고할 수 있는 점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경제적 인센티브와 환경 가치를 연결하는 설계가 참여를 만든다. 독일의 판트가 성공한 핵심은 충분히 매력적인 보증금 금액과 편리한 반환 인프라의 결합이었다. 소우주가 경기도에서 실천하고 있는 것도 같은 원리다. 소비자가 빈 병을 편리하게 반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참여가 따라온다. 한국에서 페트병과 캔까지 보증금 제도를 확대하고, 반환 인프라를 늘리면 시민들의 일상적인 환경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공익활동 단체들이 이런 정책 변화를 촉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둘째, 자원순환을 지역 모금과 연결하는 보틀 드라이브 모델이 경기도에서도 가능하다. 경기도 시·군의 환경단체, 학교, 청소년 스포츠팀들이 지역 내 빈 병 수거를 통해 모금하고, 그 과정에서 환경 교육과 지역사회 참여를 함께 이끌어내는 모델은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공익활동이다. 소우주가 구축 중인 Reuse Alliance 네트워크와 경기도 공익단체들이 협력한다면,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지역사회 모금과 환경 교육이 결합된 '경기도형 보틀 드라이브'를 만들 수 있는 조건이 충분히 갖춰져 있다.
셋째, 미반환 보증금을 지역 공익활동 지원에 활용하는 제도 개선을 공론화할 수 있다. 매년 수백억 원씩 쌓이는 미반환 보증금이 더 유연하게 자원순환 공익활동에 쓰일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촉구하는 정책 제언 활동은, 공익활동 단체들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이다. 소우주처럼 재사용 유리병 순환 경제를 실천하는 민간 기업의 경험을 제도 개선 논의에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가 맡을 수 있다.
마무리 — 빈 병 하나의 공익 경로
빈 병 하나가 독일에서 걷는 경로를 따라가 보자. 소비자가 25센트를 얹어 음료를 산다. 마시고 나서 마트에 있는 무인 회수기에 넣는다. 영수증을 받아 다음 장보기에 쓴다. 빈 병은 공장으로 가서 40~50번 다시 채워진다. 환경에는 새 용기를 만들 때 필요한 에너지와 자원이 절약된다.
캐나다에서 같은 빈 병이 걷는 경로는 다르다. 이웃이 박스에 모아둔 병들을 보틀 드라이브 자원봉사자들이 가져간다. 보증금 창구에서 환급된 금액이 지역 축구팀의 유니폼이 되고, 학교 도서관의 새 책이 되고, 청소년 단체의 캠프 경비가 된다.
그리고 경기도 광주에서 소우주의 유리병이 걷는 경로가 있다. 소비자의 손을 거쳐 기업과 기관의 행사 테이블에 오르고, 온라인 회수 신청 한 번으로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 수십 회 새로 채워진다. 84,456톤의 폐기물이 줄어드는 경로다.
환경 공익과 지역 공동체가 빈 병 하나 안에서 만나는 것이다. 경기도의 공익활동이 이 두 가지를 연결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갈 수 있다면, 우리가 매일 마시고 버리는 용기들이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라 공동체를 잇는 자원이 될 수 있다.
참고 자료
[출처 1] 알버타 데포 — 보틀 드라이브 소개 : https://www.albertadepot.ca/bottle-drives
[출처 2] 리저널 리사이클링 — 커뮤니티 모금을 위한 보틀 드라이브 : https://www.regionalrecycling.ca/blog/community-fundraising/
[출처 3] 리턴잇(Return-It, BC주) — 보틀 드라이브 프로그램 : https://www.return-it.ca/programs/bottledrives/
[출처 4] 노스힐 보틀 데포(캘거리) — 보틀 드라이브 45년 : https://northhillbottledepot.ca/bottle-drive/
[출처 5] 트레일 보틀 데포 — 보틀 드라이브 안내 : https://trailbottledepot.ca/bottle-drives/
[출처 7] 어스파이어허브 — 비영리단체 보틀 드라이브 사례 : https://aspirehub.org/bottle-drive-fundraiser/
[출처 10] Shoot in the Breeze — 알버타 음료 용기 반환율 85% 달성 : https://shootinthebreeze.ca/beverage-container-returns/
[출처 11] ABCRC — 알버타 음료 용기 재활용 여정 : https://www.abcrc.com/journey/
[출처 12] ABCRC — 재활용 FAQ(2024년 통계) : https://www.abcrc.com/recycling-faqs/
[출처 13] ScienceDirect — 확률적 환급이 음료 용기 재활용 행동에 미치는 영향(BC·알버타 연구) :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956053X25003654
[출처 14] 뉴스퀘스트 — 독일 판트제도 소개 : https://www.newsque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4707
[출처 15] 한국독일네트워크 — 독일 판트 20주년 : https://adeko.or.kr/news_deu/?bmode=view&idx=15483432
[출처 16] 뉴스펭귄 — 재활용률 1위 독일이 이끈 판트 제도 : https://www.newspeng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13763
[출처 17] 데일리환경 — 독일 판트 포함 이색 환경 정책 : https://www.dailyt.co.kr/newsView/dlt202606250001
[출처 18] 세계일보 — 독일 판트 제도와 재활용 시장 변화 : https://www.segye.com/newsView/20210203515109
[출처 19] 채널PNU — 독일 판트 제도 체험기 : https://channelpnu.pusan.ac.kr/news/articleView.html?idxno=33759
[출처 20] 소우주(SOUJU) — 재사용 유리병 순환경제 기업(경기도 광주시) : https://sites.google.com/souju.glass/w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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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