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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너머의 이웃을 생각하는 시간

작성자: 지디터 / 날짜: 2026-08-25 / 조회수: 18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사무실 앞, 멈춰버린 작은 날갯짓

얼마 전 사무실 유리창 앞에서 죽어 있는 새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그저 고요하게 차가운 바닥에 누워 있는 작은 생명. 처음에는 단순한 사고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작은 새가 유리창이라는 투명한 벽 앞에 맥없이 쓰러져 있던 모습은 좀처럼 잊히지 않았습니다. 왜 하필 그곳에서, 왜 이런 방식으로 생을 마감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자연을 생각할 때 멀리 떨어진 숲이나 깊은 산속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사실 자연은 우리가 매일 머무는 사무실, , 길거리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제가 발견한 그 새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건축물들이 새들에게는 얼마나 거대한 위협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비극적인 증거였습니다.

 / AI제작
 

우리가 미처 몰랐던 유리창의 그림자

우연한 기회에 '새 충돌 방지 교육'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사무실 앞의 새가 남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교육장에서 접한 정보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국내에서 매년 약 800만 마리의 새가 유리창과 투명 방음벽에 충돌해 죽는다는 사실은, 단순히 '불운한 사고'라 치부하기엔 너무나 거대한 수치였습니다.

새들은 인간처럼 '유리'라는 재질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유리에 반사된 하늘과 주변의 나무를 실제 공간으로 착각하고 전속력으로 날아갑니다. 사람에게는 투명한 벽이지만 새에게는 끝없이 펼쳐진 비행 공간인 셈입니다. 특히 연천과 같이 자연생태 자원이 풍부한 곳에서는 더욱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저는 늘 새들이 높은 하늘을 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충돌 사례들을 살펴보니 사람의 허리나 가슴 높이에서도 사고가 빈번했습니다. 이는 높은 빌딩뿐만 아니라 버스정류장, 주택 창문, 작은 상가의 출입문까지도 새들에게는 '죽음의 함정'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시민과학으로 기록하고 정책으로 응답하다

교육을 통해 제가 깨달은 가장 중요한 것은 '기록의 힘'이었습니다.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이미 새 충돌 문제를 심각한 환경 의제로 다루고 있으며, 시민들이 직접 충돌 사례를 기록하는 '시민과학(Citizen Science)'이 정착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도구로 '네이처링(Naturing)''루카(LUCA)' 앱을 들 수 있습니다. 길을 걷다 충돌 흔적을 발견하면, 앱을 켜고 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위치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생태 지도를 만드는 중요한 연구원이 됩니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는 어디에 방지 시설이 가장 시급한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고, 결국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과 조례를 바꾸는 핵심적인 열쇠가 됩니다.

"나 하나 기록한다고 뭐가 달라질까?"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관심이 모여 기록이 되고, 그 기록이 데이터가 되어 정책을 만들 때, 비로소 생명을 살리는 사회적 시스템이 작동하게 됩니다.

 / AI제작
 

연천에서 시작하는 공존의 실천

우리 연천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자연생태계가 살아 숨 쉬는 곳입니다. 임진강과 한탄강을 오가는 철새와 텃새들이 계절마다 우리 곁을 찾아옵니다. 저는 이 아름다운 자연을 단순히 관찰하고 즐기는 것에서 나아가, 그들의 삶을 지키는 '보호자'가 되고자 합니다.

저는 앞으로 우리 지역의 '녹색연합'과 함께 연천 관내의 투명 방음벽 실태조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과거에 많이 사용하던 맹금류 모양 스티커는 띄엄띄엄 붙어 있을 경우 새들이 장애물로 인식하지 못해 효과가 미비하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대신 지금은 '5×10 규칙'이 효과적인 대안으로 꼽힙니다. 가로 10cm, 세로 5cm 이하의 간격으로 점이나 선 문양을 촘촘하게 배치하면, 새들이 그 틈을 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해 비행을 멈추게 됩니다.

이러한 실천은 결코 거창한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제가 참여하는 농촌 일손 돕기 활동이나 지역 사회 아카이빙 활동처럼, 일상에서 우리 주변의 시설물을 하나씩 점검하고 개선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 AI제작
 

나가는 말: 새와 함께 살아가기 위하여

사무실 앞에서 발견했던 작은 새는 저에게 예상치 못한 질문을 남겼고, 저는 교육과 실천을 통해 그 질문에 답해가고 있습니다. 이제 저는 새를 '보는' 즐거움에 머물지 않고, 새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지키는' 즐거움을 배워가려 합니다.

연천의 탐조 문화는 앞으로 더 깊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 깊이만큼 자연을 보호하려는 노력도 함께 동반되어야 합니다. 더 많은 주민이 새 충돌 문제를 인지하고, 오늘 유리창 앞에 작은 점 문양을 붙이거나 산책길에 발견한 충돌 흔적을 앱에 기록하는 시민과학자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한 마리의 새를 구하는 일은 단순히 그 생명 하나를 살리는 것을 넘어, 우리가 사는 이 공간을 사람과 자연이 진정으로 공존하는 곳으로 바꾸는 일입니다. 작은 관심이 모여 생명을 지키고, 우리 지역사회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오늘 여러분의 일상 속 유리창은 새들에게 어떤 공간으로 기억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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