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분야 활동가 및 당사자들이 바라는 우리 사회의 모습
계엄으로 인해 치러진 조기 대선을 맞이하여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이하 경기공익센터)에서는 도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이주민, 장애인, 청소년, 청년, 퀴어, 풀뿌리단체 등 6개 분야의 활동가와 당사자 약 60명을 대상으로 5월 15일 ~ 26일까지 '내가 바라는 우리사회의 모습'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이주민 분야: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핵심 키워드: 결혼이민자, 일자리 확대, 교육, 한국생활 적응
이주민 분야에서는 특히 결혼이민자를 위한 실질적 지원이 가장 많이 언급되었습니다. 일자리 확대와 교육 기회 제공, 한국생활 적응을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의 이중언어 교육환경 조성과 지역별 다문화 커뮤니티 운영을 통한 정보 공유도 중요한 요구사항이었습니다.
"시혜의 대상이 아닌 변화의 주체로 서고 싶다"는 목소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장애인 분야: "당연한 일상을 꿈꾸며"
핵심 키워드: 장애, 평등, 평화, 소망, 희망, 배리어프리, 장애인이동권, 함께
장애인 분야에서는 **'평등'과 '장애인이동권'**이 가장 강조되었습니다. 차별 없이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웃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회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습니다. 휠체어를 타고도 비 오는 날 자유롭게 외출할 수 있는 사회, 계단 때문에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배리어프리 환경이 절실합니다.
"많은 걸 바라지 않아요. 아주 작은 관심"이라는 한 마디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청소년 분야: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핵심 키워드: 공정한 세상, 정의, 행복한 사회, 청소년 권리, 인권, 양심, 안전
청소년들은 무엇보다 '공정한 세상'과 '정의'를 강조했습니다. 나이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공정한 대가를 받으며 지낼 수 있는 사회, 돈과 권력이 아닌 정의와 양심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원했습니다. 행복하고 안전한 사회에서 청소년의 권리와 인권이 보장되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주세요. 청소년이 행복한 나라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듭니다"라는 메시지가 울림을 줍니다.
청년 분야: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핵심 키워드: 다양성, 청년, 민주주의 회복, 사회적 불평등 해소, 차별 없는 세상, 존중, 기후위기 대응, 협치, 청년일자리, 노동권
청년들은 '다양성'과 '민주주의 회복',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가장 많이 언급했습니다. 차별 없는 세상에서 서로 존중받으며 살아가기를 원하고, 경력이 없어도 도전할 수 있는 청년일자리와 노동권 보장을 바랐습니다. 또한 서로 비난하기보다 국민을 위해 협력하는 협치 정부를 원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과 지역 균형발전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습니다.
퀴어 분야: "사랑하는 권리, 존재하는 권리"
핵심 키워드: 차별금지법, 혼인평등, 성소수자 인권, 혐오 반대, 동성혼 법제화, 성별정정법, 트랜스젠더·퀴어, HIV/AIDS 감염인
성소수자들은 '차별금지법'과 '혼인평등'을 가장 절실하게 요구했습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동성혼 법제화를 통해 법적 보호와 사회적 인정을 받고 싶다고 했습니다. 성소수자 인권 보장과 혐오 반대, 성별정정법 개선 등을 통해 직장과 학교에서 더 이상 숨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원했습니다.
소수자 안에서도 더욱 소외되기 쉬운 트랜스젠더나 HIV/AIDS 감염인에 대한 관심도 컸습니다.
"모두가 서로를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이라는 표현이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풀뿌리단체 분야: "지역에서 시작하는 변화“
핵심 키워드: 풀뿌리단체, 지속가능성, 연대, NGO 자생력, 공존사회, 청소년, 이주민, 성평등, 평화
풀뿌리단체 활동가들은 '풀뿌리단체'의 역할과 '지속가능성', '연대'를 가장 강조했습니다. 지역사회가 변화의 출발점이며, NGO의 자생력을 키워 공존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청소년과 이주민이 배제되지 않는 사회, 성평등이 실현되는 사회, 평화를 중심으로 한 사회를 바랐습니다.
"평화는 노력과 연대로 만들어집니다"라는 메시지가 인상 깊습니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세상
6개 분야 모든 응답자들의 목소리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키워드는 '존중', '평등', '공정', '함께'였습니다.
이들이 바라는 사회는 특별히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차별받지 않고, 각자의 목소리가 존중받으며, 함께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갈 수 있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입니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세상", "모두의 공익이 실현되는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도민 여러분의 참여와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관심과 배려로 시작하는 변화가 모여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다시 한번 6개 분야(이주민, 장애인, 청소년, 청년, 퀴어, 풀뿌리단체) 설문에 참여해주신 모든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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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30
미군반환공여지1), 무엇이 문제이고 경기북부에 무엇을 남겼나?
경기북부는 대한민국 수도권임에도 불구하고 군사시설과 개발제한,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각종 중첩 규제로 인해 수십 년간 낙후되어 왔습니다. 특히 의정부·동두천·포천 등은 전국 기초지자체 중 재정자립도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으며, 이는 지역주민들의 교육, 복지, 문화생활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미군기지의 집중 배치입니다. 1953년 한국전 정전협상 이후 경기북부는 한미안보협력을 이유로 수많은 주한미군기지를 받아들였고, 이는 국방이라는 대의 속에서 지역의 개발 가능성과 자산을 오랜 기간 제약받게 만든 구조였습니다. 경기북부에는 반환된 기지만 해도 30여 개에 이르며, 그 면적은 약 2,000만㎡(600만 평)이상입니다. 예를 들어 의정부의 CRC(Camp Red Cloud)2)는 약 87만㎡, 캠프 스탠리3)는 250만㎡ 이상입니다. 반환 대상 기지 중 상당수는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어 장기간 도시계획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이들 기지가 차지했던 자산 가치(공시지가 기준)는 2023년 기준 약 5조 원 이상으로 추산됩니다. 그러나 이 땅은 수십 년간 무상으로 사용되었으며, 지역은 오히려 출입제한과 환경오염, 보상 부재에 시달렸습니다.
주한미군기지 및 한국군 주둔지는 군사시설보호구역, 고도제한, 출입통제를 낳고 이는 개발지연, 토지 이용 제한, 지역 공동화를 유발했습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은 해당 지역을 과밀 억제권역으로 지정하여 대기업·대학·공공기관 유치를 제한했고 일자리 부족·인구 유출 등의 결과를 낳았습니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등 환경보호 명목의 개발 제한 구역 시행은 개발제한, 도시 성장의 왜곡을 군사시설보호구역은 군부대 인근 토지 개발 행위 제한, 토지매매·건축행위 제한 등으로 재산권 침해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산림보호구역 및 수변구역 규제는 산림,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을 통해 친환경 개발조차 지연시켰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균형개발 총량규제는 국토부의 광역권 개발 총량제인데 이 때문에 산업단지 조성, 공공시설 이전 등 제약이 가해졌습니다. 상수도보호구역 및 환경규제는 수질보호를 이유로 공장과 공공시설을 제한하였고 산업단지 유치를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지역산업 기반을 약화시켰습니다. 지금은 많이 완화되었지만 군 공항, 미군기지 인근 비행안전구역 등을 사유로 고도제한을 실시하여 고층건물 높이 제한 등으로 도심 발전에 한계를 설정하였습니다.
이러한 중첩 규제가 경기북부에 끼친 핵심 악영향은 경기북부의 전 지역에 오랜 세월동안 그늘을 짙게 드리웠습니다. 경제 낙후와 일자리 감소, 대기업·공공기관 이전 제한으로 청년층 이탈, 저생산성 산업 구조 고착이 고질적인 병폐가 되었고 인구 감소와 고령화 심화 현상이 발생하였습니다. 정주 여건의 악화는 인구 유출을 초래했고, 이는 지역 공동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지속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교육·문화 기반의 부족으로 젊은 세대의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도시 공간의 불균형과 난개발, 정비계획에서 소외된 구도심의 슬럼화, 그리고 개발 가능한 토지의 부족으로 인해 외곽 위주의 확장이 이루어지면서 도시 기능의 왜곡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또한 주거·교통·문화 인프라 부족에 국책사업·광역교통망 투자 우선순위에서 제외됨으로 인해서 수도권에 있음에도 수도권답지 않은 생활환경 속에서 주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인해서 재정자립도 최하위권 고착화 되었고 세수 기반 약화 → 자체 사업 추진력 부족과 중앙정부 의존도 상승 → 정책 독자성 결여라는 심각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중첩 규제는 경기북부가 수도권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지방보다 열악한 처지’에 놓이게 만든 구조적 원인입니다. 규제 완화 또는 지역특례법 제정 없이는 근본적인 전환이 어렵다는 점이 정책적 교훈입니다.
오염된 자연을 다시 지역의 품으로
반환된 미군기지의 또 다른 문제는 심각한 토양·지하수 오염입니다. 환경부와 국방부의 합동 조사 결과, 벤젠·석유계 탄화수소(TPH)·납 등의 오염이 다수 기지에서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되었습니다. 이러한 오염을 정화하는 데 드는 비용은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이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정화 주체가 한국 정부로 되어있다는 점입니다. 미군 측은 SOFA(주한미군지위협정)에 의거 ‘현재 상태로 반환’을 고수하고 있고 오염 정화 의무를 지지 않습니다. 또한 정화 방식에서 자연경관·건물 보존과의 충돌 문제가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CRC 내 예배당과 벙커는 보존 가치가 있지만, 해당 부지에 유류오염이 존재할 경우 철거 없이 정화가 어렵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는 다음이 요구됩니다.
- 국방부 주관이 아닌 지자체 주도형 정화 및 보존 계획 수립
- SOFA 개정 요구, 또는 한미 간 ‘정화비용 분담 협정’ 체결
- 문화재·환경 전문가가 참여하는 기지별 맞춤형 개발 가이드라인 마련
철수 이후의 공동화(空洞化)4), 경제적 재설계는 필수
반환된 기지들은 지역 공동화(空洞化)를 가속화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동두천의 캠프 케이시, 인천의 캠프 마켓, 의정부의 CRC 그보다 더 큰 캠프 스탠리 등은 반환 이후 수년이 지나도 개발 지연으로 방치되거나, 군사시설로 제한된 용도만 부여된 상태입니다. 이는 경기북부가 자체 재정이나 개발역량이 부족한 반면, 중앙정부의 관심과 투자도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성남 판교는 1990년대 초 공군비행장 이전과 함께 국책개발지구로 지정되어 첨단산업단지로 전환되었습니다. 일본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21 프로젝트는 항만·미군기지를 시민 친화적 상업·문화지구로 개발해 도시의 대표 랜드마크가 되었습니다. 경기북부에서도 이러한 사례가 나오길 바라는 것은 그간의 희생에 대한 당연한 권리입니다.
따라서 경기북부는 국가 주도의 종합개발계획 수립을 통하여 경기북부형 판교 또는 메디-웰니스 산업지구 모델 등의 종합개발계획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광역교통망 확충 연계형 개발 죽 GTX-C 노선, 순환도로 등과 연계한 상권·인프라 구축이 요구됩니다. 그간의 희생을 고려할 때, 공익적 기능과 수익 모델을 병행한 공원·박물관, 창업 지원 시설, 의료 복합 시설 등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 절실합니다.
의정부의 선도적 사례: CRC 공론장의 의미
2025년, 의정부시는 전국 최초로 미군기지 반환을 둘러싼 시민 공론장(CRC 공론장)을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시민, 전문가, 정치인, 공무원 등 100여 명이 참여해 다양한 주제로 숙의하고, 실질적 대안을 도출했습니다.
공론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핵심 결론이 도출되었습니다.
첫째, CRC 부지는 시민의 땅으로 무상양여 되어야 한다.
둘째, 개발은 정부가 주도하되, 시민의 참여와 지역의 이익이 우선되어야 한다.
셋째, 보존과 경제개발이 균형 잡힌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러한 시민주도 공론장은 참여민주주의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으며, 향후 전국 미군기지 반환 논의의 새로운 모델로 확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나아가야 할 방향 : 도민과 함께 만드는 공정한 전환
미군기지 문제는 단순한 부동산 문제가 아닙니다. 미군기지는 국가 안보라는 대의로 지역민의 희생을 담보로 사용되었기에, 반환 후에는 그 희생을 보상하는 차원에서 시민 모두의 공유지(Commons)로 전환될 당위성이 있습니다. 공동체 복원, 환경·역사 보존, 참여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무상양여와 공공적 활용은 필수적입니다. 이는 환경 정의, 지역 균형발전, 그리고 참여민주주의의 문제입니다. 이제는 전문가와 정치인만이 아닌 경기북부 주민과 전 도민이 함께 논의하고 결정해야 할 시기입니다.
경기북부는 오랜 시간 국가 안보를 위해 희생해 왔습니다. 이제 그 땅은 희생의 상징에서 희망의 공간이자 공공의 공간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헌법이 말하는 정의이고, 지속가능한 지역의 미래입니다.
1) 미군반환공여지 : 한국정부가 주한미군에 기지, 시설, 군사훈련 등에 필요한 땅을 공여해 미군이 사용권을 가지고 있는 땅으로, 미군기지와 시설을 포함해 미군의 군사훈련을 위해 확보한 땅이었으나 사용목적 종료 후 한국정부에게 반환된 땅을 뜻함 (출처 : 경기뉴스포털) 2) 캠프 레드 클라우드(Camp Red Cloud) : 2018년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과 녹양동에 걸쳐있던 주한 미국 육군의 군영으로, 시설관리사령부 태평양 지역대에서 관리하였다.(출처 : 위키백과) 3) 캠프 스탠리 : 경기도 의정부시 고산동에 위치한 주한미군 제8군의 군영으로, 제46수송중대 등 여러 부대가 주둔했었다. 1955년 천막 마을로 시작해 1969년부터 본격적으로 건물이 들어섰다. 2017년을 기점으로 대부분 폐쇄되었다.(출처 : 위키백과) 4) 공동화(空洞化) : 으레 있어야 할 것이 없어져 텅 비게 됨(출처 : 네이버 한자사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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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30조회수 584
2025-04-08
2024년 11월 1일, 서울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아시아-태평양 성곽유산 비교연구 접근법(Comparative Approach to Fortification in the sia-Pacific)'을 주제로 국제 학술심포지엄이 개최되었다.
서울시, 경기도, 고양시 주최, 세계유산 심사기구인 이코모스 산하 군사성곽유산 전문 위원회인 이코포트(ICOFORT),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이코모스코리아의 후원으로 진행되었다.
이번 학술회의는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위원회 세계유산분과 송인호위원장(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의 기조 발표를 시작으로, 주원(중국 난징성곽 보호관리센터장), 아시시 트램바디아(인도 보존건축가), 카르멘 블롱 의장(필리핀)의 발표로 이어졌다.
‘한양의 수도성곽’ 국제학술회의 일정표
주요 발표 내용을 한국과 중국으로 정리해 보면 '한양의 수도성곽'은 세 개의 대규모 성곽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사례로, 세계적인 대도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별한 문화유산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성곽 유산으로는 '한양도성-북한산성-탕춘대성' 복합유산을 꼽을 수 있다. 이 성곽군은 18세기 조선 시대 수도 한양의 방어를 위해 완성되었으며, 최근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에 선정되었습니다. 특징으로는 수도를 둘러싼 한양도성, 위급 시 대피용으로 쌓은 북한산성과 두 성을 연결하는 탕춘대성으로 이 성곽군은 고대부터 18세기까지 한반도 수도방어시설의 발전 과정을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송인호 위원장(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의 기조 발표자료
동아시아 대표 수도성곽인 중국 베이징성과 난징성, 일본 에도성과 교토 오도이 외성, 베트남 탕롱 황성과 후에 성곽을 한양의 수도성곽과 비교로 일본은 봉건 시대 다이묘의 권력을 상징하였고, 중국은 오랜 기간에 걸친 방어 체계의 진화를 나타내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건축 기술로는 한국의 성곽은 표준화된 소성석 축성기술을 적용했으며, 일본은 목조와 석조를 결합한 독특한 건축 양식을 보여주며, 중국은 다양한 지형에 적응한 건축 기술을 선보인다.
문화적 의미로 각 성곽은 해당 국가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하며, 당시의 정치, 군사, 사회적 상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주원(중국 난징성곽 보호관리센터장) 발표자료
중국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대표적인 성곽 유산으로 만리장성은 1987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긴 방어 구조물로 춘추전국시대부터 명나라까지 2000년 이상에 걸쳐 건설되었고 동서로 약 21,196km에 달하는 길이이다.
다양한 지형에 적응한 뛰어난 건축 기술을 보유한 핑야오 고성은 1997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중국 산시성에 위치하여 현재까지 완벽하게 보존된 고대 도시 유산이다.
명청시대의 전형적인 한족 도시 구조로 6km에 달하는 성벽으로 둘러싸여, 전통적인 중국 도시 계획과 방어 시스템을 보여주는 귀중한 사례이다.
시안 성벽은 2014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가장 완벽하게 보존된 도시 방어 시스템 중 하나이다. 명나라 시대에 건설된 거대한 군사 방어 시설로 13.7km 길이의 직사각형 성벽 98개의 망루와 4개의 주요 성문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원화성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는 매우 특별한 사례로, 일반적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는 원본 그대로의 건축물만 등재가 가능하나 수원화성은 복원된 건축물임에도 불구하고 등재되었다.
등재 이유는 수원화성의 축성 당시 설계도와 내용을 상세히 기록한 '화성성역의궤'라는 문서가 보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화성성역의궤'와 같은 기록물의 중요성은 첫 번째 역사적 가치를 갖고 있다. 과거의 사건, 의사결정, 그리고 문화를 보존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화성성역의궤'는 조선시대 수원 화성 건설 과정을 상세히 기록하여 건축 기술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했으며 문화유산 보존하고 복원하는 데 필수적인 자료다. '화성성역의궤'의 상세한 기록 덕분에 6·25 전쟁으로 파괴된 화성의 성곽과 문을 원래의 모습대로 복원할 수 있었다.
이러한 기록은 법적 증거로 활용될 수 있으며 정확하고 상세한 '기록'은 화성과 같은 문화유산의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데 기여했다.
이 문서를 바탕으로 원형에 매우 가깝게 복원할 수 있었고 조선 정조의 효심과 정치적 포부가 담긴 건축물로 깊은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한 군사적 방어 기능과 상업적 기능을 동시에 갖춘 독특한 평산성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구조를 자랑한다. 그 가치는 건축물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화성성역의궤는 2007년 조선왕조의궤의 일부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도 등재되었다.
이는 수원화성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더욱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수원화성의 또 다른 특징은 설계도와 작업 진행 기록이 온전히 남아있어 현대에 유지보수를 해도 세계유산 자격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수원화성이 단순한 역사적 유물이 아닌, 지속 가능한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수원화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한국의 문화유산 보존 노력과 그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중요한 사례다. 이는 단순히 건축물의 보존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된 기록물의 중요성도 함께 인정받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팔달문 전경(출처 : 위키디피아)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국가들이 취하는 접근 방식은 포괄적인 연구 및 문서화, 성곽의 역사적, 문화적, 건축적 가치에 대한 심도 있는 학술 연구 수행, 성곽의 현재 상태, 보존 상태, 역사적 중요성 등을 상세히 기록하고 보존 및 관리를 위한 계획을 수립한다.
또한 다른 국가의 유사한 성곽 유산과의 비교연구를 통해 해당 성곽의 독특성과 보편적 가치를 입증할 수 있다.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참여와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실시함으로써 필요한 경우 성곽의 복원 및 보수 작업을 통해 원래의 건축 기법과 재료를 최대한 원형에 맞혀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더불어, 국제 전문가 자문, 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등 국제 전문가들의 자문 및 평가를 수용하여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명확히 제시하는 준비 과정을 통해 성공적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수 있다.
특히 상술된 ‘화성성역의궤’는 수원 화성의 건설 과정을 상세히 기록한 귀중한 아카이브로 정확한 복원의 기반, 역사적 가치와 정확한 복원 가능성 인정, 기술과 도구들에 대한 기록, 공사에 참여한 1,800여 명의 이름, 주소, 근무일수, 임금 등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 당시의 노동 환경과 사회 구조를 이해와 미복원 시설에 대한 조사와 연구에 적극 활용될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후 발생한 변화는 보존 및 관리 강화, 더욱 체계적이고 엄격한 보존 정책 수립, 정기적인 모니터링 및 보수 작업 실시이다.
그리고 국내외 관광객 수의 급격한 증가, 관광 인프라 개선 및 확충, 지역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경제적 효과도 가져온다.
이러한 영향으로 연구 및 교육 기회 확대로 이어지며 학술 연구 활동 증가,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으로 국제적 인지도 상승, 문화 교류 기회 확대 및 지역 주민의 인식 변화, 문화유산에 대한 자부심 증가, 보존 활동에 지역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계기가 된다.
이에 따라 국제 기준에 맞는 관리 시스템 도입되어 전문 인력 양성 및 배치가 되고 지속 가능한 발전 모색을 함과 동시에 문화유산 보존과 지역 발전의 균형 추구, 환경친화적인 관광 정책이 수립된다.
이러한 변화들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후 점진적으로 나타나고, 이후 더욱 체계적인 보존 관리와 함께 국제적 관심이 크게 증가하게 된다.
이번 국제회의는 '한양의 수도성곽(한양도성-북한산성-탕춘대성)'의 유네스코 등재 신청서 작성에 앞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성곽 관련 세계유산 전문가들과의 비교유산 연구 진행을 목적으로 하였다.
그리고 '한양도성-북한산성-탕춘대성' 복합유산은 아직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지 않았지만, 그 독특한 가치와 의미를 인정받아 우선등재목록에 선정되었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보존 노력을 통해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꿈을 이룰 수 있다면 등재 후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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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3
우리 사회는 지금 독립을 미루는 청년과 신중년이라는 두 세대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 두 세대가 만나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 문제의 대안을 2024년 10월 14일 경기도 평생교육진흥원에서 주관으로 취업특강 ‘재미와 의미가 만나 가치 있는 중년의 일과 활동’이라는 주제로 한 패스파인더 김만희 대표의 강연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신중년의 ‘길잡이’가 되어드립니다.”
김대표는 “‘길잡이’라는 뜻의 패스파인더. 안내자이자 개척자라고도 할 수 있죠. 나이를 먹는 건 어떤 사람이나 똑같은데, 점점 길어지는 인간의 수명 앞에서 먼저 길을 찾고 길을 만들어 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꽤 든든하지 않을까요?”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이 가진 ‘나이듦’에 대한 질문의 실마리를 찾고 싶었는데요. 전 재미, 의미가 한데 만난 ‘인생 2막’이라는 주제로 답을 찾아가보려 해요.”라는 일성으로 강연을 시작하였다.
25년간 IT업계에서 근무한 김만희 대표는 퇴직전 수익과 함께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적경제 부서에서 48세에 퇴직한 뒤 8년 간 앙코르브라보노협동조합과 서울시50플러스재단 일자리 본부장으로 업무를 하며 5060세대, 즉 ‘신중년’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고 한다.
좋아하는 것과 일을 연결하는 방법
‘신중년’의 대부분은 앞만보고 달려 왔다고 말한다. 부양할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본인이 좋아하는 일이 무언지 모르게 수십년을 살아왔고, 그래서 은퇴나 퇴직을 하고 나서야 ‘무엇을 해야할지’를 고민한다.
인생 후반에 새롭게 ‘무엇을 해야할지’의 출발점은 무엇이어야 할까?
돈이나 명예 대신, 김 대표는 ‘재미와 설렘’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하고 싶은 취미가 자연스럽게 일과 활동으로 연계 되어지는 삶.
김대표는 그 예시로, 퇴직 전 반도체 엔지니어였던 김대현씨를 소개했다. 김대현씨는 현재 ‘오플밴드’의 기타리스트이고, 퇴직 후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김대현씨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인생학교와 취미로 시작하는 비즈니스 과정 등에 참여해서, 본인이 어린 시절 좋아했던 기타와 다시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김대현씨는 “지금은 밴드 공연뿐 아니라 강의, 작곡, 음원녹음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면 인생에 확신도, 열정도 생기기 마련이죠. 이것이 바로 덕질과 일, 활동이 일치되는 ‘덕업일치’ 아닐까요?”라고 한다.
여기서 김대표는 몇 십년간 내가 습관처럼 익숙한 것, 내가 가지고 있던 것도 좋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신중년의 삶을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좋아하는 것에 흠뻑 빠지는 덕질은 더 이상 젊은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전 세대가 인생에 걸쳐 추구해야 할 가치가 된 듯하다고 그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김대표는 많은 ‘신중년’들이 의외로 퇴직 후에 무엇을 할지 몰라서 당황한다고 하면서 본인은 변화와 전환의 계기를 ‘여행’에서 찾았다고 한다,
좋아하는 것과 일을 연결하는 방법, 신중년에게 '재미와 설렘', ''가치'와 '같이'', '도전과 실행'을 ‘여행’에 부여하여 인생 2막을 이룬다.
‘신중년, 길 위에서 길을 찾다’ 강의 자료 중- 패스파인더 강릉 대관령 여행
“새로운 시각으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데에 여행만 한 것이 없다”
“낯선 곳에서 잊었던 재미와 설렘도 찾고, 삶의 전환을 탐색해보는 것이다.”
그래서 패스파인더는 퇴직 전후의 신중년을 대상으로 관심 있는 지역의 자연과 문화뿐 아니라 일과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가고파 여행’을 마련했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저도 낯선 여행 속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며 이 사업을 시작할 용기를 갖게 되었던 것 같다.”고 하며 김대표는 이렇게 용기를 내 재미와 설렘을 찾았다면, 그 다음에 필요한 건 실질적인 방법이며, 내가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를 연결할 방법을 고민하는 단계로 넘어가야 실질적인 결과에 다가갈 수 있다고 한다.
내 일에 가치를 더하기
김 대표는 그 고민에 자원봉사가 도움이 되고, 은퇴 후 하고 싶었던 것을 배우고, 이를 통해 타인에게 도움이 되고,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으며, 나와 뜻이 맞는 동료를 만난다면 일거리가 일이 되는 스타트 포인트가 된다고 한다.
김대표는 40대 중반에 퇴직한 나종민 대표를 좋은 사례로 든다.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던 끝에 나 대표는 평소 공부하고 싶었던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자 나 대표는 자신의 재능이 사회에 도움이 될 방법을 찾다가 사진 봉사활동을 다니게 되었다. 그러던 중 장애인 대상 행사에서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보다 느리고 능숙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심리적으로 위축돼 사진관 가기가 꺼려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강의자료 중, 2012.1.11(수)에 문을 연 바라봄사진관에서 소외계층, 장애인 등 '사진약자'를 대상으로 사진 봉사 촬영 중인 모습
이 일을 계기로 나 대표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소외계층, 장애인 등 ‘사진약자’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바라봄 사진관을 열었다. 취미가 재능이 되고 봉사를 거쳐 가치를 더하는 일이 되었다.
김만희 대표는 나 대표를 통해 자원봉사가 뜻 맞는 사람을 만나고, 활동의 범위를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확장성을 강조한다.
“지역은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소멸 위기에 처한 곳이 많다. 사람이 없다 보니 유휴 자원은 늘어가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거나 필요를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지역에 필요한 바로 그것, 사람들
우리나라의 많은 지역, 특히 농어촌과 중소도시들이 심각한 인구 감소 문제에 직면해 있다. 젊은 세대의 대도시 유출, 저출산, 고령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지역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김대표는 “로컬의 화두가 꼭 청년에게만 국한될 필요는 없다. 고령화가 심각한 지역에서는 5060 신중년도 청년이다. 도심에 비해 신중년이 할 수 있는 역할도 더 많고, 이것이 바로 제가 로컬에 주목한 이유다.”라고 한다.
그러고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가 있는데 바로 '로컬 콘텐츠'이다.
김대표가 활동하고 있는 전북 남원으로 귀촌해 식당을 운영하는 강형구, 이경진 부부, 울산에서 학원과 복지사업을 하면서 ‘나이가 들수록 돈이 되든 안 되든, 뭔가 재미나게 할 수 있는 게 필요한데 도시에는 왜 그게 없을까?’ 하고 고민하다가 부부가 ‘꽂힌’ 곳이 바로 남원이라고 한다.
도시만큼이나 할 일도 많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도 많은 이곳에서 부부는 활발하게 일상을 꾸려가며, 틈틈이 지리산 둘레길도 걷고, 사람들을 모아 ‘백두대간 운봉 지킴이’란 자원봉사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이 모임은 등산과 함께 지역 주변 생태와 문화자원을 여행 콘텐츠로 만들어서 관광객 유치프로젝트로 이어가고 있고, 마을신문 발행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김 대표가 신중년의 인생 2막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 핵심 요소, 재미와 설렘. 여기엔 사회적 가치와 의미, 도전과 실행, 그리고 함께할 파트너들이다. 함께할 파트너들은 신중년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고 강조한다.
김대표는 동년배 세대들에게 조화로운 삶을 위한 인식의 전환과 세대·지역간의 소통과 변화된 환경에서의 연결적 일처리 역량을 갖추라고 패스 파인더로서 조언한다.
독립을 미루고 있는 청년에게는 경험과 지혜가 필요하고, 신중년에게는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필요하다. 이 두 세대가 만나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다면, 신중년의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는 젊은이들에게 든든한 지지대가 될 수 있고, 젊은이들의 신선한 아이디어와 열정은 신중년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두 세대가 함께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재미와 설렘을 느낄 수 있고, '세대 융합 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신중년의 경험과 젊은이의 아이디어를 결합한 혁신적인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관점과 능력이 만나 시너지를 일으키며, 참여자들은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과 함께 성취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세대 간 협력은 개인의 성장뿐 아니라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지역의 고유한 문화, 역사, 자연, 산업 특성을 반영한 로컬콘텐츠를 통해 관광상품을 넘어 지역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중요한 자원을 창출시킬 수 있다.
세대 간 협력을 촉진·지원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만들어진다면 서로 다른 문화와 세대가 만날 수 있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사랑과 지지, 재미와 설렘을 나누며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가는 모습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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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3
몇 년 전,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를 매우 재밌게 본 기억이 있습니다. 이야기 속 주인공은 동료 변호사보다 조금은 느리고 엉뚱하여 좌충우돌하지만 결국 문제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며 훌륭하게 일을 수행하는 모습들을 보여주었는데요. 지금까지도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드라마로써 종종 챙겨 보곤 합니다. 최근에도 다시보기 영상을 찾아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요.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장애인분들의 고충은 얼마나 클까?” 나아가 “왜 길거리에 이분들이 많이 안 보일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됐습니다. 분명 무언가 사회구조적인 원인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관련 문제와 해결책을 조사해 보고 싶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웹진에서는 또 하나의 사람,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의 삶과 이들의 등에 날개를 달아주는 시민들의 노력에 대해서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정확한 정의가 무엇일까요? 자폐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ASD)는 일반적으로 생후 3년 이내에 나타나는 신경 발달 장애 중 하나로 반복적인 관심이나 행동의 특징과 사회성 및 언어 능력의 결핍을 특징적으로 보이는 장애를 말합니다.1) 대표적으로 눈 맞추기, 표정, 제스처 사용이 적절하지 않거나 빈도가 낮고 발달 수준에 적합한 또래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장애를 가집니다. 또한 상동적이고 반복적인 운동 양상(손이나 손가락을 흔들고 비꼬는 등)을 보이거나 물건의 어떤 부분을 지속해서 집착하는 등의 반복적 행동를 보입니다.2)
특히 해당 증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민간이나 지역에서 운영하는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한데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원사업의 실효성과 접근성이 낮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일보에서 발달장애인 가족 1,07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복지관 이용 대기 기간 질문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1년 이상이라고 답했고 해당 지역은 17개 광역지자체 중 9개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원인으로 지자체의 행정구역 별 복지관 위치 분배 방식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3)
▶ 지자체의 행정구역 별 복지관 위치 분배 방식은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의 치료에 있어 매우 민감한 문제가 되고 있다. 예로 광주가 울산보다 발달장애인 등록수(광주 8,300명 VS 울산 5,300명)가 많은 것에 비해 대기 기간이 적었던 이유로 광주는 7곳의 복지관이 행정구역마다 골고루 위치했지만 울산은 4곳에 불과했다는 점을 뽑을 수 있다. 따라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지자체가 더욱 적극적인 장애인 복지 정책과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출처-한국일보)3)
의료기관도 마찬가지입니다. 복지부 '2021년 발달장애인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3차 의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 등 전국 45곳) 이용 대기 비율을 보면, 제주의 발달장애인은 27.9%가 1년 이상을 대기했는데요. 이외 경기(19.7%), 서울(18.3%), 광주(18.1%)도 높은 수치를 기록하였습니다. 긴 대기 기간만큼 자폐스펙트럼 장애 발견 시기는 3.1세, 4.6세에 진단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기 발견의 최적 시기인 3세보다 사실상 늦은 편이므로 골든 타임을 놓친다고 볼 수 있습니다.4)
무엇보다 부족한 지원은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의 사회 진출을 더디게 할 수도 있는데요. 예로 '장애 유형별 고등학교 졸업자 진학 및 취업률'(교육부 자료,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 제공)에 관한 통계를 볼까요?
본 자료에서는 2022년 특수교육 대상 고교 졸업자 6천762명 중 지적장애인(4천386명)과 자폐스펙트럼 장애인(806명) 등 발달장애인이 5천192명으로 76.8%를 기록한다고 보여주는데요. 이 중 특수학교 내 고교 졸업자의 직업 교육인 '전공과'를 제외한 일반대학·전문대학 진학률은 20%에 그친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장애유형별로 발달장애인의 대학·전문대학 진학률을 분석해 보자면 청각장애인 61.5%, 건강장애인 55%, 의사소통장애인 50.9%, 학습장애인 50.6%, 시각장애인 49.4%, 정서·행동장애인 40.3%, 지체장애인 35.9%, 지적장애인 12.9%를 기록하였고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은 10.4%의 최저치를 기록하였습니다. 취업률(취업자 수/졸업자 수 백분율)은 청각장애인 8.5%, 지적장애인 13%, 시각장애인 2.6%, 지체장애인 1.8%, 의사소통장애인 10.9%, 학습장애인 6.9% 등으로 기록하였고 자폐스펙트럼 장애인 5.5%로 낮은 수치를 나타냈습니다.5)
▶ 발달 장애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낮고 비진학 미취업 비율은 높은 편이므로 세상 바깥으로 나가기 위한 준비에서 뒤처지며 일종의 은둔 생활을 하는 장애인들이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출처-연합뉴스)6)
이러한 문제는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의 사고사(자살 포함) 비율을 높이는 원인 중 하나로 눈여겨볼 수 있는데요. 즉, 이들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인 것은 ‘삶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사망 평균 연령이 23세라는 점은 사회 전반적인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복지와 관련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우게 합니다.7)
구체적으로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을 위한 고등 교육 및 평생 교육 확대, 취업 시장 확보, 전문 인력 및 예산 확보 등의 지원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특히 이처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들의 권리 신장과 사회적 위치 개선 등의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행동을 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관련 시민사회단체들과 활동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올림장애인인권교육센터
▶ 2023년 3월 9일 푸르메소셜팜 직장 내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 현장이다. 다올림장애인인권교육센터에서는 장애인 관련 교육 이외에도 인권 교육,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 등 ‘사람’의 가치에 집중하는 강의를 주로 제공하고 있다. (출처-다올림장애인인권교육센터)8)
다올림장애인인권교육센터는 주로 장애인 인권 신장/사회적 이해 등과 같은 장애인에 대해 생각해 보는 교육을 만드는 단체인데요! 더불어 강사진 양성과 지역 인권 운동에도 함께 참여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해당 단체는 2019년 고용노동부 강사 지원사업 공식 수행기관으로 선정되고 2023년 보건복지부 공식 교육기관으로 지정되며 더욱 전문적인 교육 프로그램들을 제공해 왔는데요. 특히 자폐스펙트럼 장애와 관련한 강의와 지원사업이 전무한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로 ‘발달장애인 인권 강사’ 사업을 들 수 있는데요. 실제 발달 장애를 갖고 계신 장애인분들을 강사(ex.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 1·2급)로 양성하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파트너 강사 자격도 취득하게 도와주는데요. 2019년 기준 7명의 지체장애인, 그리고 4명의 발달장애인 파트너 강사를 배출하였고 이후 매년 약 300번이 넘는 강의를 제공하게끔 지원해 꾸준한 성장을 도모하고 있습니다.9) 결과적으로 강사분들에게 실제 취업 기회를 마련하여 자기 계발과 사회 활동을 독려하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교육 이외에도 2021년에는 용인 장애인 인권영화제를 용인시 장애인 단체들과 연합해 개최하며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교감의 장을 만드는 활동을 하였는데요. 2023년에는 용인시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기획한 동백 호수공원 인권 축제에 참여해 ‘인권 트리 만들기’ 부스를 운영하였고 KEN(Korea-EU CSO Network)포럼에도 참가해 ‘다양성’에 대해 고민하며 스스로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10)
황성환 대표는 향후 계획으로 인권 교육센터에 대한 재정 지원 항목의 부재로 예산이 지원되지 않고 수익모델과 후원의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지만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사회’라는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단체가 되겠다는 목표를 밝혔는데요.11) 밝은 미래가 기대되는 만큼 많은 시민분의 지원과 참여가 있길 바랍니다:)
사단법인 전국장애인부모연대
▶ 2018년 5월 3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하는 광화문 만인소’가 열렸다. 당시 정부의 기존 지원 정책이 수정되며 논쟁이 일게 되자 장애인 자식을 둔 엄마·아빠들의 단체 시위가 이어졌다.12)(출처-투데이신문)
2022년 4월 19일 사단법인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지 못하는 발달장애인들의 고충을 토로하며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촉구를 주장하는 1박 2일 집중 결의대회를 진행하였는데요. 당시 정부의 발달장애인 활동 서비스 시간과 예산 감소, 차기 정부의 ‘재활과 치료 중심’이 우선이 된 지원 정책에 대한 갈등이 신호탄이 됐습니다. 연대에 참가한 약 3,000명의 시민 중 일부는 삭발, 삼보일배, 단식 등 강력한 투쟁을 통해 국가 차원의 주거권·노동권·소득 등을 보장하라는 시위를 이어 나가기도 하였는데요. 단체의 요구사항은 대표적으로 △주간 활동 서비스를 중심으로 낮 시간 서비스 확대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권리 중심 발달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3만 개 도입 및 제도화 등이 있었습니다.13)
또한 부모연대는 경복궁역 근처 인수위 앞까지 1.1km 정도를 행진한 후 마무리 집회에서 탁미선 부회장이 인수위 관계자에게 머리카락이 담긴 상자와 면담요청서를 건넸습니다. 이후 경복궁역에 마련한 단식농성장에서 문화제가 진행됐는데요. 당시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발달장애인 동생을 둬 시위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큰 주목을 받은 결의대회가 됐습니다.14) 이처럼 시민들의 조직된 힘은 국회의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어 입법이 진행될 수도 있는 만큼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한국자폐인사랑협회
한국자폐인사랑협회는 2006년 12월 창립 이후,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의 실태 조사 및 정책 개발을 위한 교육 연구 사업 등을 실시하고 있는데요. 단체의 목표는 자폐스펙트럼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이 ‘우리 사회에서 소외당하지 않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는데요. 특히 발달장애인의 재산관리와 관련한 교육 사업을 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15) 사실 일반적인 의·식·주 생활의 지원이나 교육은 들어봤어도 재정 관리에 특화된 교육이 있다는 점에서 큰 인상을 받았는데요. 어쩌면 장애인 분들의 금전적 피해가 상대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활동은 매우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표적인 강의로 발달장애인의 재산 관리를 위한 방법, 신탁에 대한 자세한 설명 등과 같은 수업이 있는데요. 금융기관에서 근무하는 현직 세금 전문가의 최신 정보를 토대로 일반인에게도 다소 복잡한 금융 지식을 쉽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또한 장애인뿐만 아니라 보조인, 거래처, 후견인 등과 같이 관계된 사람들에게 유익한 강의인 무연고 장애인의 상속 처리 절차도 있는데요. 해당 수업에서는 상속 대상, 계좌 관리, 관련 법 등에 관한 설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편 금전 이외에도 가장 유익할 수 있는 범죄 피해 관련 지원에 관한 교육도 있는데요. 장애인 대상 학대 등 범죄 피해와 관련된 법, 장애인이 조사받을 시 의사 표현의 문제로 인한 대응법, 피해자 구제 지원 등 정의를 위한 활동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무료 수강료와 접근성이 쉬운 온라인 강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배려심을 느낄 수 있는데요.16) 관심 있으신 분들은 상단 홈페이지 링크를 방문해 보시길 바랍니다:)
▶ 한국자폐인사랑협회의 오티즘트러스트 에듀 사이트에서는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을 위한 무료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상속과 유언, 장애인 관련 금융제도, 장애인 신탁 등 여러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이들이 삶을 영위해 나가는 데 걸림돌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수강 신청 절차도 비교적 간단해 큰 어려움 없이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출처- 오티즘트러스트 에듀 홈페이지)17)
지금까지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이 처한 현실과 이들을 돕기 위한 시민단체의 활동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요. 글을 쓰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만약 장애가 있었다면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 “저도 여러분들과 같이 심장이 뛰고 숨 쉬며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한편 스스로 그동안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을 편견 없이 바라봐 왔는지, 이들을 위해 행동한 무언가 있었는지 돌이켜보기도 하였습니다. 여러분들도 이번 기회를 통해 발달 장애인을 하나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이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 데 동참해 보는 건 어떨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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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6올 겨울, 산타는 어디에
경기일보 이연우 기자
지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는 12월입니다. 누군가는 들뜬 마음으로 분주할 테고 누군가는 평소와 다름 없이 차분할 텐데, 모로 가도 행복하기만 하면 되듯 모두에게 보람차고 건강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이번 겨울은 꽤 따뜻할 것 같았습니다. 기후변화로 예년보다 추위가 늦게 찾아오면서 11월 중순까지 낮 최고기온이 20도를 넘었으니 피부로 체감하기엔 '더운 겨울'이었습니다.
하지만 감성적인 측면에선 추위가 빠르게 찾아왔습니다. 우리 사회 그늘진 곳에 여전히 차갑고 외로운 시간을 보내는,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는 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희망찬 연말을 앞두고 '과연 이 시대에 산타가 있는가' 상념하며 조금은 숙연한 이야기를 꺼내 보려 합니다.
#1. 언 손을 녹이는 건 따뜻한 손이 아니라 다른 언 손, “연대”
365일 24시 내내 움직이는 곳이 있습니다. 혹서기건, 혹한기건 돌아갑니다. 우리네 일터입니다. 노동자 입장에서 노동자들의 처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가장 먼저 '현장 이야기'를 꺼냅니다.
최근 건설노동자들이 국회 앞 30m 높이 광고판에 올랐던 것을 아시나요? 당시 건설노동자들은 일용직 임금삭감안을 철회하고 고용 안정을 입법화하라며 30여 일간 고공농성에 돌입했습니다. 10월 31일 비로소 한 달 만에 땅을 딛게 된 이들은 "무도한 정치와 노동 탄압에 고통받는 노동자가 거리에서, 고공에서, 현장에서 지금도 투쟁하고 있다"고 외쳤습니다.
그 말을 방증하기라도 하듯, 얼마 뒤엔 한국철도공사 노조가 인력 충원과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며 준법투쟁을 시작했습니다. 놀랍거나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노동자들이 "임금을 올려달라", "노조 활동을 보장해달라" 등의 이유로 투쟁에 뛰어드는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니까요. 특정 기업이나 특정 지역 사건을 언급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숱하게 벌어집니다.
작년 12월만 해도 CJ대한통운 택배노조가 ▲택배 요금 인상분 공정 분배 ▲서브 터미널 인력 충원 ▲택배 기사 계약 해지 철회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실질 임금 인상 ▲복리후생 수당 지급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했습니다.
곱씹어보면 몇 가지 궁금증이 듭니다.
Q. 노동자들이 태업·파업에 나서는 이유를 명확히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Q. 그래서 현장은 얼마나 개선됐고,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Q. 직종·산업만 달라졌을 뿐 누차 반복되는 상황인데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일까.
답은 미지수입니다만 때때로 곱씹어볼 주제라곤 생각합니다.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들과 함게하는 거리 기도회
이 외 미처 서술하지 못한, 언론에서 다뤄지지도 않은 수많은 일자리 현장에서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먹고 살길을 지켜달라'고 울부짖습니다. 면전에 나서 투쟁까지 불사한다는 건 미래를 건 크나큰 용기입니다. 하지만 '시민 불편 해소'를 위해 결국 멈추기 다반사입니다. 본인들도 시민이긴 마찬가지인데 말입니다. 투쟁에 돌입했던 노(勞)는 사(使)와 악수하며 싸움을 멈추지만 결과적으로는 빈손으로 끝날 때가 많습니다. 각양각색 현장의 노동자들이 사시사철 외로움에 떠는 이유입니다.
고난함께 로고
이러한 노동자들 곁에서 작은 온기나마 나누고자 하는 '산타 같은' 이들도 있습니다. 혼자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어려운 이들의 편에 섭니다.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모임, '고난함께'가 대표적입니다. 전남병 고난함께 사무총장·목사는 “분명한 건 우리는 산타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첫마디를 뗐습니다. “종교인으로서 본분을 다할 뿐 누구를 돕는다는 말은 가당치도 않다.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1989년 군 복무 중 양심선언 한 한 전경을 도우며 시작한 고난함께는 노동인권, 사회적 참사, 평화통일을 위해 달립니다. 다양한 문제로 아픔을 겪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지원하기도 합니다.
활동 원칙은 ▲되도록 연대하는 사람들이 가장 적은 곳,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싸우는 이들을 찾아간다 ▲당사자들 한 걸음 뒤에서 연대하되 끝까지 함께한다 ▲문제가 해결되면 조용히 사라진다 등 3가지입니다. 그런데도 산타는 아니라고 합니다.
전 총장은 “언 손을 녹이는 건 따뜻한 손이 아니라 다른 언 손”이라며 “언 손들이 서로 맞잡을 때 따뜻함이 퍼진다. 그것을 연대라고 부른다. 그 연대야말로 우리 시대의 산타”라고 했습니다. “거대한 자본주의와 권력의 벽 앞에서 가끔 절망감을 느끼지만 내일도, 내년도 계속하겠다. 메리 크리스마스”라고도 덧붙였습니다.
#2. 조금 더 '어우러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안산다문화거리(출처 : 경기일보DB)
노동자만 춥나요? 겨울이 낯설고 쌀쌀한 사람들이 또 있습니다. 이번엔 '이주민'입니다. 특히 전국에서 외국인 주민 수가 가장 많은 안산지역에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에 앞서, 2018년을 회상합니다. 전쟁과 폭력을 피해 고향을 떠나 제주도에 안착한 예멘 난민들을 만났을 때입니다. '제주도 당일치기'를 하며 예멘인을 찾아 나섰습니다. 'A호텔에 머문다더라, B어학원에 있다더라, 새벽 C어선에서 일하고 있다더라' 등을 사전에 듣고 갔지만 실제로는 한 명도 볼 수 없었습니다. "공개되면 영업 못 한다", "알려지면 이미지 나빠진다", "우리는 절대 아니다"라며 막아서더라고요.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난민심사를 요청하는 예맨인들(출처 : 경기일보DB)
행선지를 정하지 못하고 방황하다 출국 시간이 1시간 30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공항을 가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우연히 거리에서 한 예멘인 가족을 만났습니다. 임신한 채 본국을 떠나온 예멘인 어머니는 제주도에서 아이를 출산했고, 아이의 이름을 제주도의 한 지명을 따서 지었다고 합니다. 제주에서의 첫 예멘 아이였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경기도에 오자 곧바로 '난민들이 안산에 몰려든다'는 얘기가 쏟아졌습니다. 지역민이 반발하고, 반발하고, 반발했으나 한 달 여 지나면서 점점 "수용하자"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다문화가정에 가장 친화적인 도시마저 '난민'에 한해서는 예민할 수밖에 없다는 걸 느끼면서, 동시에 다른 지역과 안산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원FM 네팔팀 썸네일
지금도 조금 더 '어우러지는' 안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공동체라디오 단원FM입니다. 올해 3월 정식 개국한 이 채널(88.7MHz)은 자원봉사자 60여 명의 힘으로 움직입니다. 세월호참사유가족협의회를 통한 세월호 이야기, 반월·시화공단을 통한 노동자 이슈, 네팔어·중국어 등을 통한 이주민 다국어방송 등 안산만이 가능한 '안산만의 장점'을 하루 16시간씩 32개의 프로그램으로 방송합니다.
단원FM 캄보디아팀
정혜실 단원FM 본부장은 "여러 프로그램 특성에 맞게 안산 안에 계신 분들이 자발적으로 채워져 활동하고 있다. 예술, 환경, 인문, 페미니즘, 사회적 약자 등 다채로운 이야기와 함께 안산만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며 "결코 빠질 수 없는 '세월호', '노동자', '이주민'이 대표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주민'은 해외에서 건너온 주민뿐 아니라, 본토박이가 아닌 '국내 타향 출신'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정 본부장은 "안산은 조선 대대로 살아온 사람들이 적고, 외부에서 이주해 사는 분들이 많다. 도시 자체가 국내·외 이주민의 도시"라며 "이들이 안산에 정착하고 살면서 아이를 낳고, 청년이 되는 변화상들을 담아내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주류 미디어가 싣지 않는 평범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싶을 때 저희를 찾아오시면 된다"며 "학력, 성별, 피부색 등을 구애받지 않고 문턱 없는 라디오를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3. 우리가 이 시대의 산타가 될 수 있기를.
‘산타’, 필요한 사람 많습니다.
울면 안 된다며 슬픔을 달래주고, 혹시 선물이라도 생길까 기대감도 품게끔 산타가 필요한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우리 각자가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하지 않은 이 시대 산타가 됐으면 합니다.
모두 즐거운 12월, 크리스마스, 연말 맞이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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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7
1기업-1단체 공익파트너십 캠페인의 일환으로 2024년 10월 26일에 열린 “함께 떠나는 의정부 햇빛여행”이 진행되었다. 이 특별한 행사는 의정부시에서 시민들이 자연과 태양광 에너지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의정부풀뿌리시민회의, 살림가게 주관, 의정부자연에너지협동조합 협력,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지원으로 마련되었다.
의정부 햇빛여행은 주식회사 살림가게 정영희대표의 사회로 참여하신 분들의 소개가 있었다. 이어서 의정부자연에너지협동조합 이사·경기중북부환경운동연합 김성길 사무국장의 발제로 의정부시가 2018년 9월 20일부터 <의정부시 에너지 기본조례>를 시행하고, 2019년부터 신재생에너지 보급·확대 추진을 위해 <의정부시 베란다형 태양광 보급지원 사업>을 시작으로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신재생 에너지를 보급에 힘을 쓰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북부청사와 별관 옥상 3호기를 시작으로 2호기, 1호기, 4호기 탐방을 살림가게 정영희 대표가 해설을 맡아 진행되었다.
첫 번째 일정으로 2024년 2월 15일에 경기도는 북부청사와 별관 옥상, 주차장 유휴부지에 주민 협동조합과 함께 360㎾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준공했다. 이는 지난해 경기도의 RE100 선언 이후 첫 태양광 발전소이다.
경기도는 이를 시작으로 북부청사 내 태양광 발전시설을 886.5㎾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는 주민 참여형으로 세 개 협동조합이 참여해 사회공헌 활동과 에너지 빈곤층도 지원한다. 도 재정을 투입하지 않고 임대 수익을 활용하는 이 모델은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효과를 목표로 하며, 연간 48만 6180㎾의 전력을 생산해 북부청사 전력 자립률을 약 16% 향상시키고 온실가스도 약 220톤 줄일 수 있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한다.
두 번째 일정은 시민햇빛발전소 2호기로, 23년 11월에 활기체육공원 객석 및 관리소 지붕에 건립되되었으며, 공원 내 시설과 조화롭게 설치되어 있는게 주요한 특징이다.
세 번째 일정으로 시민 햇빛발전소 1호기로, 2023년 4월 22일 “지구의 날”에 시민들이 출자한 자본금으로 건립된 친환경 태양광 발전소로 의정부시 녹양동 종합운동장 공설주차장 부지에 소재해 있으며 737㎡에 하루 96.60㎾ 발전시설 규모의 발전소이다.
마지막 일정으로 2024년 9월에 경기도일자리재단과 의정부자연에너지협동조합이 협력해 구축한 시민햇빛발전소 4호기를 탐방하였다. 4호기는 총 71.25kW의 용량으로 연간 약 93,600kWh의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이는 경기도일자리재단의 RE100 목표 달성을 위한 첫 번째 단계로 재생에너지를 통한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아 만들었다고 한다. 시설을 옥상에 올라가서 직접 관찰할 수는 없었지만 해설을 통해 자세한 내용을 전해 들을 수 있었고 이렇게 의정부 햇빛 여행은 마무리되었다.
이날 여행한 4개의 시민 햇빛발전소는 의정부자연에너지협동조합의 주도로 건립되었고, 의정부시민햇빛발전소는 기후변화를 걱정하고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출자로 설립된 것에 큰 의미가 있었다. 더불어 앞으로 개인에서, 1기업-1단체 공익파트너로 연결되어 환경문제와 신재생에너지 대한 관심과 참여가 이번 활동으로 인해 더욱 확장·확산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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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8
공익위키 2차 워크숍 – 위키로 공익!
1. 오프라인 만남, 2024. 9. 21. 토, 14~16시, 수원 영통도서관 별관 다목적실 2. 온라인 회의, 2024. 9. 28. - 10. 9. 주제별 별도 구글미팅 3. 심화 모임, 2024. 10. 11. 금, 19~21시,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수원 |
1. 연결로 만드는 더 큰 변화: 공익위키 2차 워크숍 여는 자리
공익위키가 뭐지? 공익위키는 왜 만들지? 이 당연한 첫 질문으로 워크숍의 문이 열렸다. 이미 공익위키 1차 워크숍(지난 6월 22일, 공익웹진 현장스케치, 공익 덕후들의 즐거운 작당! 공익위키의 탄생 비긴 어게인<공익위키 프로젝트 워크숍> 참고)1)에서 한 차례 짚고 넘어갔던 질문이었으나 2차 워크숍에 새로 신청한 참가자들은 물론 앞으로 공익위키를 접하는, 접할 사람들 누구나 답을 필요로 하는 질문이 아닐 수 없다.
‘위키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정보와 지식을 모으고, 그 안에서 다양한 링크로 서로의 지식을 연결’해나가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사회가 다방면으로 민주화되어 가면서 기술의 공유와 더불어 지식의 공유를 이루는 데 있어서 위키는 협력의 방식까지 새롭게 제시하고 있다.
‘공익위키’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와 손을 잡고 ‘연결로 만드는 더 큰 변화’를 목표이자 모토로 삼고 시도하는 의미 있는 프로젝트다. 공익위키는 위키라는 말 그대로 서로의 지식을 연결하여 모두의 지식을 모으는 인터넷 사이트를 말한다. 위키피디아와 나무위키에서 경험하듯이 다수의 협업을 전제로 하되, 공익활동에 대한 나의, 당신의 경험과 지식을 모으고 연결하여 공익문화의 생태계를 조성함을 목표로 한다.
2차 워크숍은 공익위키 사례를 만들었던 1차 워크숍을 기반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공익위키 사이트를 오픈, 활성화시키고자 마련되었다. 따라서 2차 워크숍을 시작하면서 미리 준비한 영상과 현장 참석자의 목소리를 통해 1차 워크숍의 소회를 들었다. 소회의 공통점은 몰랐던 사람들과의 협업 경험이 즐거웠고 그 성과가 놀라웠다는 긍정적인 반응이었고, 공익위키가 의미있는 공익활동의 일환으로 기대되며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각주 1) 공익위키 1차 워크숍 6월 22일 ~ 7월 16일 (공익웹진, 공익 덕후들의 즐거운 작당! 공익위키의 탄생 비긴 어게인<공익위키 프로젝트 워크숍> 현장스케치) 참고, 22일 오프라인 워크숍 이후, 줌회의, 심화 평가자리가 있었음. |
공익위키 1, 2차 워크숍 참여자 연연
이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유명화 센터장님의 환대 어린 인사가 있었다. “새로운 길을 여는 여정에 동참하는 자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여러분이야말로 공익활동의 전파와 협업의 선구자라고 생각하며 공익위키가 일회적이 아닌 지속적인 사업이 되도록 힘쓰겠습니다.” 이 말을 통해 공익위키를 만들고자 하는 경기도 공익활동지원센터와 센터장님의 뜻과 의지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서 워크숍 진행을 맡은 빠띠의 최진우 활동가의 공익위키 사이트 둘러보기와 공익위키를 만들어가는 3가지 과정(위키 제안, 위키 생성, 위키 기여)을 소개하는 과정을 가졌다. 이후 참여자들이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물살이 파티, 위키주제 제안, 공감과 댓글 달기, 제안 이유 소개, 모임 화면 만들기, 워크숍 소회 나누기, 다음 일정 논의 등으로 첫 오프라인 자리가 진행되었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유명화 센터장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최진우 활동가
협업의 출발은 역시 라포(친밀감, 신뢰) 형성이다. 그래서 돌아가면서 다양한 조건으로 짝을 지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이는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작업이 아닐 수 없고, 여기서 얻는 재미와 연결의 고리 또한 소중하다.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서 자기만의 이익을 넘어 함께 사는 마당을 기꺼이 펼치며 지켜가고자 하는지 그것을 확인하게 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귀하다.
서로 알아가는 물살이 파티 시간
이 날 참석자 중에는 1차 워크숍에 참여했던 분도 있었으나 당근 사이트에서 공익위키 워크숍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경기도에 살게 된 첫 걸음의 의미로 신청했다는 분, 빠띠 홈페이지에서 소식을 접하고 위키 생성모임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오게 되었다는 일 벌이기를 좋아한다는 대학생, 지인의 소개로 왔다는 분 등, 참여의 계기나 동기가 다양했다.
이날 제안된 위키 주제 또한 모인 사람만큼 다양했다. 1인 여성가구, 청년 모임, 여성스포츠의 한계와 극복 고민, 느린 학습자를 위한 사회화 프로그램 강화, 비영리 일자리, 한국에서 살아가는 이주민들의 이야기, 지방소멸, 주민자치회의 실제 등. 그러나 팀원 구성을 해야 하는 과제와 시간문제로 이 중 공감이 많이 달린 주제 5개만 선정하여 제안 이유를 듣고 이후 온라인 모임을 갖기로 하였다. 공익위키 사이트에 들어가면 현재까지 제안된 총 21개의 주제들을 확인할 수 있다. 오픈채팅방을 통해 관심 있는 주제들을 선택하여 앞으로 온라인 모임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첫 워크숍 자리는 마무리되었다.
이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 외에도 > 공익위키 워크숍 외에도 공익위키를 활용한 더 많은 참여와 관심을 모으기 위한 이벤트도 추가로 준비되었으니 ‘2024 공익활동 페스타’와 결합하여 진행한 ‘너, 내 공익위키 덕후단이 돼라!’와 ‘공익위키적 사고, 럭키위키’가 그것이었다.
공익위키에 올라온 팝업창
1차 오프라인 모임을 마치며
2. 주제별 온라인 회의 (9월 28일 ~ 10월 9일, 총 5회)
다음 단계로 제안된 주제 중 공감을 6개 이상 받은 주제들을 정식으로 공익위키에 올리기 위한 온라인 준비모임이 개별적으로 이루어졌다.
이주민 위키 만들기, 나만의 청년커뮤니티 만들기, 느린 학습자를 위한 제도적 정책, 여성스포츠의 한계와 극복방법, 비영리 일자리가 그 주제들이다. 이 온라인 회의는 각 주제별로 시간을 따로 정해 온라인으로 이루어졌다. 다음과 같은 순서로 회의가 진행되었고 (서로 인사 – 주제 선택 이유 공유 – 위키 목차 구성 논의 – 목차별 내용 글 작성 참여 – 목차별 담당자 정하기) 그 결과를 위키에 정리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공익위키 사이트에서 제안 마당에 들어가면 ‘이 위키는 왜 필요할까요?’ - ‘어떤 정보를 모으면 좋을까요?’ - ‘누가 이 위키에 참여하면 좋을까요?’ 라는 항목이 있다.
공익위키 사이트 제안 마당
제안에서 많은 공감을 받고 함께 할 구성원이 정해진 후에 정식 위키로 넘어가면, 각 주제에 따라 약간씩 차이는 있으나 목차가 정리되어 있으며 해당 내용이 목차별로 작성된다. 대체적인 틀은 ‘개념 및 정의’ – ‘필요성과 가치’ – ‘문제, 현황 및 사례’ – ‘쟁점’ – ‘참고 자료’ – ‘관련 법령, 정책, 단체’ 등으로 정리되어 있으나 세부 목차와 내용은 위키 작성 참여자들이 정하고 해당 정보를 올릴 수 있다.
오프라인 모임에서 이미 알게 된 사람도 있지만 새롭게 온라인에서 결합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정해진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이다 보니 적극적인 자세로 모임에 임하면서 온라인 모임을 알차게 채우게 되어 놀라웠다. 이런 게 바로 다중지성의 힘일까 협업의 힘일까 되묻게 되는 경험이었다.
오프라인의 만남과 온라인의 만남은 각각 나름대로 의미와 재미가 다른 편이다. 오히려 온라인 모임에서 더 집중적으로 논의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온라인 모임의 결과는 구성원들이 해당 내용을 올리면 위키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위키의 두 가지 사례를 한번 비교해보면 주제에 따라, 구성원의 논의에 따라 목차부터 차이가 있음을 보게 된다.
공익위키 사이트 위키 마당
‘비영리 일자리’의 경우 개념 정리, 비영리 일자리에 대한 인식 및 쟁점 등 이슈화에 비중을 둔 목차를 설정한 반면 ‘나만의 청년 커뮤니티 만들기’에서는 이슈에 대한 쟁점보다는 실용적인 방안에 대한 내용에 초점을 맞춘 목차를 설정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비교만으로도 위키의 구성이 자유롭게 열려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실, 한 차례의 온라인 모임으로 내용이 충실한 위키를 만들 수는 없다. 지속적인 관심과 책임 있는 관리가 따라야 하므로 하나의 주제에 해당하는 위키를 어느 정도 완성시키려면 적어도 3번 이상의 모임은 필요할 것 같다.
공익위키 사이트 위키 목록
3. 심화 모임, 2024.10.11. 금
애초에 2차 오프라인으로 마무리 모임이 계획되었으나 10월에 공익활동가들에게는 행사와 마무리 모임이 워낙 많은 시기여서 다 같이 모이기가 어려워 소수가 모여 2차 워크숍을 정리하는 F.G.I.(심층 그룹 인터뷰) 모임으로 변경되었다. 활동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때로는 모이는 사람의 숫자가 모임의 성과와 비례하지는 않는다. 소수라는 이유로 낙담하거나 주눅들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다행히 이 날의 모임에서도 그걸 확인할 수 있었다.
주된 얘기의 순서는 1. 제안된 위키와 생성모임의 주요 결과 공유 2. 위키모임을 경험하면서 제안하고 싶은 점들과 공익활동과 공익위키를 연계하고 활동을 확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아이디어 모으기 3. 공익위키 활동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이어졌다. 오고 가는 생각과 질문, 대화를 통해 자극을 받으며 제안과 아이디어들이 구체화되어가는 과정이 새삼 흥미로웠다. 제안된 위키 생성모임의 결과는 온라인 회의 진행 보고로 갈음하였고 주된 얘기는 그간의 진행상황을 통해 경험하고 느낀 점, 이후 제안 등으로 채워졌다. 이 자리에서 나온 내용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공익위키가 자리를 잡는 첫 단계에서는 사전모임에서 형성되는 친밀성이 중요하다. 그래야 좀 더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굳이 개인으로 참여자를 모집하기보다 이미 형성된 같은 관심을 가진 소그룹이나 단체 구성원이 함께 시작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고려해봄직 하다.
- 공익활동의 개념이 너무 광범위하고 부담스러울 수도 있으므로 공익활동의 범위를 주제별 대화로 느슨하고 편안하게 열어주면 좋겠다.
- 공익위키를 통해 역으로 공익활동을 알리고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와 더 나아가 시군 지원센터 및 공익활동에 기여하는 여타의 중간지원조직들의 역할을 알리는 방법도 있다. 다시 말해, 위키를 공익활동의 홍보 채널로 사용할 수 있겠다.
- 공익위키를 더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SNS를 통해 위키 주제를 모으고 자조모임으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면서 단체를 소개하고 알리는 위키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네트워크, 콜라보의 가능성을 열 수 있다.
- 경험의 마주침에서 생기는 파장이 연결로 이어질 수 있으니, 정형화된 형식을 피하고 새롭고 흥미로운 형식을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
- 위키를 정보나 지식 공유의 장으로만 한정 짓지 말고 질문, 화두가 제시되는 공론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생산적일 수 있겠다. 이슈 중심으로 만나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 정제된 언어나 개념, 설명보다 날 것의 의견이 오고 가면 더 재미와 참여가 커질 수도 있다.
- 위키를 하면서 좋았던 경험이 또 하나의 문화가 될 수 있도록 참여 후기나 사례를 활용해보자.
- 이미 작성된 위키 사례를 비교, 평가해서 긍정적인 점과 개선할 점 등을 짚어보는 것도 좋겠다.
- 위키 어워드를 제정하여 잘 만들어진 위키에 특별 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해 볼만 하겠다.
이렇게 다양한 아이디어와 제안이 나온 배경은 물론 공익위키에 대한 참석자들의 기대와 바람이 크고, 공익위키에 대한 애정, 더 나아가 공익활동에 대한 열정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공익활동에 관심을 가지는 만큼 우리 사회는 더 건강해지고 우리는 그만큼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공익활동에 유익한 도구가 될 공익위키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것이 아닐까. 이에 함께 하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해야 할 일을 마다하지 않는 공익덕후 맞는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언뜻 해본다.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겠지만 모아진 의견들이 잘 반영되어 공익위키가 성공한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란다.
끝으로 공익위키 1차 워크숍 중 시간은행 위키만들기 참여후기를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그 까닭은 공익위키가 뭔지 경험할 수 있는 생생하고 유익한 글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2차 워크숍 F.G.I. 간담회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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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4도시를 ‘장소’로 살아가기: 농(農)
전형민(동그랑)
[공간에서 장소로]
엄연히 도시로 분류되는 경기도 군포시에 6년째 살고 있다. 그보다 오래전부터 도시에 살았고 거기서 자랐다. 그러니까 내게 도시는 익숙한 공간이다. 군포시도 마찬가지다. 지하철역과 버스 정거장이 가까워 이동이 편리하고 멀지 않은 곳에 대형 쇼핑몰이 있으며 한밤중 잠옷 바람에 슬리퍼 신고 다녀올 수 있는 편의점도 여러 군데 있다. 물론 외식할 수 있는 식당도 많다. 배달앱으로 검색만 해봐도 근처에 음식점은 넘쳐난다. 각종 편의시설과 인프라에 둘러싸여 있는 이 도시는, 그리고 도시인들은 그러나 단절되어 있기도 하다. 땅과 먹거리, 그리고 이웃들과. 도시인들이 그들이 살아가는 도시를 그렇게 감각하고 경험한다면, 그 도시는 장소가 아닌 공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 출신의 인류학자 마르크 오제는 장소와 그렇지 않은 공간으로서 비장소(non-place)를 구분한다. 오제가 말하는 비장소는, 이를테면 ‘여행자의 공간’이다. 기차역, 고속도로, 주유소, 대형 쇼핑몰과 같은 곳에서 우리가 느끼듯이 그저 통과하는 곳, 소비하는 곳, 서로를 소외시키는 곳이다. 반면 장소는 정체성과 관련되며 관계적이고 역사적인 곳으로 규정될 수 있겠다. 비슷한 맥락에서 중국계 미국인 지리학자 이-푸 투안은 장소를 정지(pause)가 일어나는 곳으로, ‘안전’, ‘안정’, ‘안식처’를 상징하고 일상적이고 실제적이며 평범한 행위들이 발생하는 구체적인 곳으로, 고유한 정체성을 지닌 애정과 애착의 대상이 되는 가치의 중심지이며 의미로 가득 찬 곳으로 설명한다.
다분히 도구적 개념이자 구분일 뿐이지만, 6년째 살고 있는 이 군포시를 어느 순간 공간에서 장소로 감각하고 경험한 바 공간은 언제, 어떻게 장소로 발전되었는지 톺아볼 일이다.
[농사로 장소 되찾기]
공간으로 전락한 도시를 장소로 새롭게 감각하고 경험한 데에는 내가 사는 ‘지금-여기’에서 농사를 배우고 짓기 시작한 것이 주효했다.
코로나19 팬데믹 3년째 되던 2022년 초에 지역 이주를 고민하던 옆지기와 나는 당장 거처를 옮길 수 있는 형편이 안되니 지금 있는 곳에서 뭐라도 배우면서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살고 싶은 지역은 시골, 그러니까 농촌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전업농으로 일할 생각은 없었으나 시골에서 텃밭 농사 정도는 짓고 살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렇게 지역 이주 전에 농사를 배워보자는 목표가 정해졌고, 이어서 ‘그럼 농사를 어디서 배우지?’ 질문이 생겨났다. 주말 텃밭을 분양받아서 바로 실전에 돌입할 수도 있지만 우린 한 해 농사를 배워보는 것에 방점이 있었기에 교육과정 내지는 학교를 다니는 게 적절했다. 그러다 찾은 곳이 <자립하는 소농학교>이다.
<자립하는 소농학교>(이하 소농학교)는 ‘사단법인 전국귀농운동본부’라는 시민단체에서 진행하는 농사 실습 학교로, 한 해 동안 직접 몸으로 부딪치고 실천하며 자립하는 소농으로 살아가는 길을 모색하는 과정이다. 지역의 농업기술센터나 여러 민간기관에서도 다양한 농사 관련 교육을 제공하는 와중에 <소농학교>를 선택한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 <소농학교>에선 화학비료나 비닐멀칭처럼 환경에 유해한 재료나 농법을 쓰지 않고 최소한의 농기구를 사용하면서 자신의 몸을 땅과 가까이하고 이 시대의 대안으로 소농철학을 가슴에 새기는 과정으로 자신들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로 우리가 사는 군포시에서 <소농학교>가 열린다는 점이다. 이 점이 사실은 가장 결정적이었다.
<문화유산국민 신탁>으로 기증된 약 930평 규모의 땅으로 <자립하는 소농학교>의 실습장으로 쓰이고 있다.
그렇게 옆지기와 나는 2022년 3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토요일 종일 그리고 평일 하루 잠깐씩 <소농학교>를 다니며 한 해 농사를 배우고 지었다. 고작 일주일에 하루임에도 토요일마다 아침 일찍부터 해질 무렵까지 농사짓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하고 주말의 시작인 토요일에도 아침 일찍 일어나 농사지으러 간다는 건, 주 6일 근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것.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도 버겁지만 안 써 본 근육을 쓰니 벅적지근하고, 계절과 절기마다 해야 되는 농사일의 강도도 낯설었다. 질퍽거리는 땅과 한여름의 무더위, 수확철의 온갖 곤충들, 11월의 이른 한파 또한 어설픈 소농이 되는 데 필요한 고난이었을까. 버겁고 힘들기도 했지만 맛난 새참과 점심을 함께 만들어 먹으며 땀을 들이고 다시 호미 자루 들어 밭에 나갈 때면 비온 뒤 자라는 풀과 작물들처럼 나 또한 생기로워졌다. 싱싱하고 힘찬 기운을 온갖 데서 얻곤 했다.
땀을 식히는 산들바람에서, 맑게 갠 하늘에서, 초록의 풀과 작물과 나무들에서, 알차게 맺은 열매들에서, 가을 햇살에서, 그리고 함께 소농의 길에 들어선 초보 농부들과의 정다운 대화에서. 내가 사는 ‘지금-여기’, 이 도시가 장소가 되는 순간들이었다.
가을 햇살 아래 <자립하는 소농학교>에서
[도시 텃밭에서 새로이 관계 맺기]
2018년 9월 지금의 옆지기와 혼인하고 군포로 이사 와 살면서 내게 ‘이웃’이란 존재는 없었다. <소농학교>를 만나기 전까지는. 당시 내가 사는 ‘지금-여기’는 고립된 ‘도시-섬’이었다. 그러니까 <소농학교>는 이웃이 생겨난 기점이었고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인 도시에서 만난, 그래서 더없이 반가운 흙과 땅이었으며 마트에서나 돈으로 사 먹던 채소를 직접 길러 캐서 요리해 먹은 자급하는 삶의 실험장이었다. 도시에 살면서 단절되었던 땅과 먹거리, 그리고 이웃을 도시 생활 37년 차였던 2022년의 도시 텃밭에서 이제야 만난 것이다.
<소농학교>에서 한 해 농사를 지어봤다지만 농사는 여전히 잘 몰랐고 그래서 더 배우고 지어보고도 싶었다. 마침 <소농학교> 담당 활동가가 내게 일자리를 제안했다. 본인의 후임으로 <소농학교> 담당 활동가 자리를 제안한 것이다. 적은 임금과 고된 노동 강도, 열악한 근무 환경은 이미 <소농학교> 학생으로 있을 때 보아왔던 터다. 그럼에도 제안을 받아들여 2023년 한 해만이라도 해 보자 싶었다. 일단 집과 멀지 않았고 농사를 더 배우며 짓고 싶었던 만큼 기회라고도 여겼다. ‘공익활동가’라는 직업정체성도 결정하는 데 이유가 되었다. 학생에 이어 활동가로서 경험한 <소농학교>는 거기서 관계 맺은 이웃, 동식물을 포함한 자연, 작물들과 그들이 뿌리내린 땅까지 친밀해지는 시간이었다. 단절되었던 것들과 연결된 것에 이어서 관계의 깊이가 더해지는 시간이었다. 물론 불편과 갈등이 없던 것은 아니나 그것마저 깊이를 더하는 과정으로 다가왔다.
<소농학교> 실습장은 군포시의 ‘대야미’라는 동네에 있다. 군포시의 다른 법정동·행정동과 비교했을 때 수리산과 접해 있어 녹지가 많고 농지도 꽤 있는 편이다. 물론 여느 농촌과 비교했을 땐 농지라고도 할 수 없는 면적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도시의 소농들이 함께 농사짓는 텃밭으로는 적절한 면적이기도 하다. 한편 대야미를 터전 삼아 살아가는 소농들은 도시 농부들로, 전업농도 있는 반면 다른 일을 병행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시간 날 때마다 소농학교에 들러 논밭을 일구고 고장난 시설을 함께 고치고 직접 담근 막걸리 한 잔 걸치며 밭에 난 작물들로 요리해 먹는다. 많이 먹고, 싸게 먹고, 멀리서 가져다 먹는 시대를 거슬러 적당히, 돈 안 내고, 밭에서 직접 기른 작물들을 가져다 요리해 먹는다. 도시 텃밭은 이웃, 자연, 작물, 땅과도 새로이 관계 맺지만 시대와도 새로이 관계 맺는 곳이기도 하다.
도시 텃밭에서 새로이 관계 맺기
[도시 텃밭에서 퇴비주의자 되기]
페미니즘 이론가이자 생물학자이기도 한 도나 J. 해러웨이는 “나는 포스트휴머니스트(posthumanist)가 아니라 퇴비주의자(compost-ist)”라고 선언한다. 해러웨이의 이 선언은 물론 인문학(humanities)보다 퇴비학(humusities)이 더 중요하다는 언어유희이고 은유적 표현에 불과할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은 인권과 기후의 위기가 중첩된 시대에 그가 말하는 ‘퇴비주의’가 무엇을 은유하는지 살펴볼 이유는 차고 넘친다. 여기서 퇴비(compost)는 혼합물을 뜻하는 라틴어 composita(또는 compositum)에서 유래한 단어로 최유미에 따르면 원래 “퇴비는 농작물을 키우기 위해 만드는 거름으로 박테리아들이 죽은 유기체를 먹고 만든 배설물이다. 죽은 유기체가 박테리아의 먹이가 되고 박테리아의 배설물은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서 농작물을 키우는 식으로 퇴비는 삶과 죽음의 계속성을 만들어낸다”. 이는 퇴비 속에 서로 연결되어 실뜨기하고 있는 미생물, 동물, 식물과 같은 크리터들(critters)의 미시생태계를 떠올리게 한다.
<소농학교>에서는 이 퇴비를 언어유희나 은유가 아닌 실제로 만든다. 소농들의 배설물과 잔반, 밭에서 나오는 부산물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어느 정도 발효되면 퇴비장에 한데 모아 얽히고설키는 과정을 거친 끝에 퇴비로 만들어진다. 특히 소농들의 똥과 오줌은 퇴비의 귀한 재료가 되는데, 좌변기에 앉아 배설하고 물을 내려 버리는 과정으로는 당연히 모을 수가 없다. 농장엔 좌변기를 설치할 수도, 작동할 수도 없는 조건이므로 생태뒷간이 필요한 이유다. 쭈그려 앉아 볼일을 본 뒤 똥엔 왕겨를 덮어 모으고 오줌은 오줌통에 따로 모아지는 구조다.
이미 <소농학교>엔 이런 구조의 생태뒷간이 두 채 있는데 지은 지 모두 오래되고 낡아 새로 지을 필요가 있었고 활동가로서 생태뒷간을 짓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기에 이른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을 나는 <
[도시를 ‘장소’로 살아가기: 농(農)]
줄곧 ‘군포’라는 도시에서 농사 짓는 이야기를 했지만 정작 ‘도시농업’이란 단어를 쓰지 않았다. 심지어 ‘농업’이란 말도 쓰지 않았다. 접미사 ‘-업’이 지니는 산업, 사업이란 뜻이 다소 무겁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당장 내가 짓는 농사만 봐도 농업이라 하기엔 초라할 정도이고 고로 사업성 역시 당연히 없다. 기른 작물을 돈을 받고 거래한 적 역시 없으니 내가 짓는 농사는 자급과 선물을 위한 것이며 일종의 장소성 형성(또는 공간에서 장소로의 전환)을 위한 수행이면서 공익활동이자 예술적 실천이 되기도 하다.
예술적 실천으로서의 농(農)
그럼에도 흔히 얘기되는 ‘도시농업’의 기능을 일부 공유한다. 전술했듯 경제적 가치를 논외로 하면 공익적 가치가 남는다. 공익적 가치도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도시의 열섬현상을 줄이는 효과만 언급한다. 도시는 다른 지역보다 온도가 높다. 도시가 내뿜는 뜨거운 열기를 식혀주지 못 하기 때문이다. 도시를 뒤덮고 있는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는 수분을 포함한 흙보다 더 많은 태양열을 흡수하면서도 열기는 식혀주지 못 한다. 그런데 이 도시의 한 뙈기 땅에라도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대신 증산작용을 하는 식물을 심는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도시의 온도를 떨어뜨려주는 데 분명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군포의 한 빌라촌에 살고 있는 나는, 한여름 대야미 소농학교에만 가도 조금은 선선한 기운을 느끼며 다시 생기를 얻곤 한다. 물론 이내 허리를 굽혀 밭일을 하노라면 어느새 땀범벅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어떤 기능의 차원을 넘어서 거듭 말하고 싶었던, 땀 흘리는 농(農)의 가치는 이렇다. 도시인들이 허리를 굽혀 땅과 가까이하며 땀 흘리며 농사지을 때 ‘지금-여기’의 공간은 다양한 관계 맺음 안에서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웃과 자연, 작물과 땅, 그리고 내 몸과 시대와도 새로이 관계 맺는 장소로 도시 텃밭을 다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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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