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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웹진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행사 포스터

     

    안전하게 산다, 그래서 안산이다

    안산(安山). 사람들은 농담처럼 말하곤 한다. '안 산다, 안 산다' 하면서도 결국 사는 곳이 안산이라고.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 그 안에는 뭔가 씁쓸한 진실이 담겨 있다. 집값이 싸서, 공장이 가까워서, 달리 갈 데가 없어서. 이런저런 이유로 모여든 사람들이 만든 도시. 그러나 나는 이 이름을 다르게 읽고 싶다. 안전하게(安全하게) 산다. 안전하게 살고 싶어서 모인 사람들의 도시. 그것이 안산이어야 한다, 그래서 59일의 행진은 말하고 있었다.

     
    행사 진행 요원
     

    두갈래의 물줄기

    오후 세 시, 두 갈래의 물줄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단원고 앞 원고잔 공원 입구에서 한 줄기가, 중앙동 월드코아 광장에서 또 한 줄기. 바람이 조금 불었지만, 따뜻한 봄볕이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사람들은 저마다 깃발을 들고 있었다. 깃발이란 원래 선언이다. 내가 여기 있다는, 내가 이것을 원한다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행진 전
     
     
    안전도시에 산다                                                              깃발선두에 선 라퍼커션
     

    라퍼커션의 드럼 소리가 먼저였다. 타악기의 진동은 공기를 통해서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가슴팍을 두드리고, 발바닥을 타고 올라와 무릎을 움직이게 한다. 사람들이 걸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이윽고 자연스럽게, 마침내는 즐겁게.

    선두에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배치가 아니었다. 이 도시에서 가장 먼저 안전해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를, 말 한마디 없이 그 줄 세움이 온몸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 뒤로 시민들이 이어졌고, 후미에는 노동자들이 든든하게 받쳤다. 안산시청 앞에서 두 물줄기가 하나로 합쳐졌을 때, 그것은 이미 강이었다.

     

     

    행진

     

    우산 하나의 힘

    나는 깃발들을 오래 바라보았다. 손으로 만든 깃발, 글씨를 써넣은 깃발, 그림을 그려 넣은 깃발. 깃발 컨테스트에서 1등을 차지한 것은 일동 지역아동센터가 만든 '우산 깃발'이었다. 우산. 비바람으로부터 서로를 지켜주겠다는, 그 단순하고 완벽한 상징. 어른들이 수십 장의 기획안과 정책 문서로 표현하려 했던 것을 우산 하나로 해냈다.

     
    우산 깃발
     

    안전이란 결국 그런 것이 아닐까. 비가 올 때 곁에 우산을 들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 혼자 비를 맞지 않아도 된다는 것. 산업단지에서 일하다 다친 이주노동자에게 말이 통하는 안내가 있다는 것. 노후 건물에 혼자 사는 노인에게 누군가의 시선이 닿는다는 것. 장애인이 휠체어를 밀며 이 도시의 어느 골목이든 막힘없이 갈 수 있다는 것.

    이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았던 시간이 너무 길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걸었다.

     
     
    몸 깃발
     
     
    시청 앞
     

    안산은 희생자 250명이 학교에 다녔고, 골목에서 뛰어놀았다. 10년 넘는 세월 동안 안산은 세월호의 도시였다. 슬픔의 도시, 기억의 도시. 그러나 안산 시민들은 슬픔에 머물기를 거부했다. 그들은 물었다. "세월호 이후 안산은 정말 안전해졌는가." 기억이 기억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고. 질문은 행동이 되었고, 행동은 130개의 지역 주체가 모인 시민추진위원회가 되었다. '304개의 노란 테이블' 시민대토론회가 되었고, 마침내 다섯 가지의 구체적인 정책 제안이 되었다.

    이제 안산은 세월호의 도시가 아니라, 안전의 도시로 거듭나려 한다. 슬픔을 동력 삼아, 변화를 향해.

     

    조용하지만 결코 작지 않은 일이 있었다. 시민 누구나 안전사고 위험으로부터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받고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인 '안전권'을명문화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강화하는생명안전기본법20265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세월호 참사로부터 꼭 12년이 지난 뒤의 일이다. 12. 그 긴 시간 동안 유가족들은 거리에 섰고, 시민들은 광장에 모였고, 활동가들은 국회 앞에서 밤을 지새웠다. 법이란 선언이다. 이제 안전은 국가가 베푸는 혜택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누려야 할 권리라고 이 나라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늦었다. 그러나 왔다. 그리고 온 것들은 쉽게 돌아가지 않는다.


     
    실판 직전 공연
     

    우리가 모두 약속의 증인이다

    안산문화광장 물의광장. 시장 후보들이 나란히 섰다. 더불어 민주당 천영미 후보, 국민의힘 이민근 후보, 조국혁신당 조안호 후보, 진보당 홍연아 후보. 서로 다른 정당,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자리에 섰다.

    이주민 대표가 앞으로 나왔다. 언어가 달라도, 국적이 달라도, 이 도시에서 일하고 사는 사람이라면 똑같이 안전해야 한다고. 장애인 대표가 나왔다. 도시의 턱을 없애달라고, 경사로와 점자블록이 방치되지 않는 도시를 만들어달라고. 노동자 대표가 나왔다. 산업단지에서 매년 반복되는 사고를, 더 이상 개인의 불운으로 처리하지 말아달라고. 시민 대표가 나왔다. 이 모든 요구가 선거철 공약이 아니라, 임기 내내 지켜야 할 약속이 되어달라고.

     
    시장 후보
     

    요구안은 다섯 가지였다.

    1. 도시 비전 및 행정계획 수립 - 4.16 정신을 계승한 중장기 안전 전략 마련

    2. 시민안전센터설치 - 시민과 소통하며 일상 속 안전 교육을 전담할 기구 마련

    3. 안전투자 적극 확대 - 재난관리기금 조성 비율 상향 및 안전 인프라 예산 증액

    4. 안전영향평가제도화 - 취약계층의 관점에서 정책의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점검

    5. 전담 행정조직 확대 - 분산된 안전 부서를 통합하고 민관 협력 거버넌스 내실화

     

    생명·안전 가치를 담은 도시 비전 및 행정계획 수립. 시민안전센터 설치. 안전 예산과 재난관리기금의 적극적 확대. 안전영향평가 제도화. 생명·안전 전담 행정조직 확대와 민관협력 거버넌스 강화. 어렵지 않은 말들이다. 그러나 이것들이 실제 예산이 되고, 조례가 되고, 담당 부서가 생기고, 취약계층의 목소리가 정책 설계 단계부터 반영되는 일은, 누군가 끊임없이 요구하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걸었다. 그래서 전달했다.

    정치인의 약속이란 언제나 유효기간이 불분명하다.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광장에 모인 시민들 앞에서, 이주민과 장애인과 노동자의 손에서 직접 건네받은 요구안을 들고 한 약속은 조금 다르다. 증인이 있는 약속은 그 무게가 다르다. 이날 광장에 있었던 모든 사람이, 그 약속의 증인이다.


     
    깃발
     

    몸은 기억한다

    행진이 끝나고 사람들은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깃발은 접혔고, 드럼 소리는 멎었고, 광장은 다시 평범한 광장이 되었다. 그러나 무언가가 달라졌다. 그것은 도시의 표면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변화다.

    함께 걸었다는 사실, 같은 방향을 향했다는 기억, 우리가 원하는 것을 큰 소리로 말했다는 경험. 이런 것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몸이 기억하기 때문이다.

     

    도시란 무엇인가. 건물과 도로와 행정구역의 합산이 아니다. 도시는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갖는 책임감의 총합이다. 내 옆집 사람이 오늘 안전한지,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무사히 집에 돌아가는지, 이주민 아이가 아플 때 말이 통하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이것을 묻고, 따지고, 바꾸려는 사람들이 함께 걸었던 59일의 안산은, 그래서 잠깐 더 나은 도시였다.

     

    안전하게 산다. 그래서 안산이다. 함께 걸었던 우리 모두의 바람이었다.


    *20265, 안산에서*

     
     
    안전하게 산다, 그래서 안산이다
    윤작가

    조회수 295

    2026-05-13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1. 도입 - 쫓겨나지 않는 공간이 공동체를 살린다


     

    1997612, 스코틀랜드 서부 해안에서 12마일 떨어진 작은 섬 에이그(Eigg)에서 68명의 주민이 환호성을 질렀다. 수십 년간 외부 지주에게 퇴거 위협을 받으며 살아온 그들이, 마침내 자신들이 사는 섬을 직접 사들이는 데 성공한 날이었다.

    그 이후 에이그 섬에서는 이전에 불가능했던 일들이 일어났다. 새 주택이 지어졌고, 인구가 늘었으며, 세계 최초로 풍력·태양광·수력만으로 24시간 전력을 공급하는 재생에너지 전력망이 주민들의 손으로 구축됐다. 땅의 주인이 바뀌자, 섬의 미래가 바뀐 것이다.

    공익활동 단체가 가장 자주 부딪히는 현실적 문제 중 하나도 공간이다. 모임을 열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역 주민들이 찾아올 수 있는 거점이 없으면 아무리 뜻이 좋아도 활동을 이어가기 어렵다. 임차료가 올라 쫓겨나고, 재개발로 터전을 잃고, 지원 사업이 끝나면 공간도 사라지는 일이 반복된다. 공익활동의 지속 가능성은 단순히 재정이나 사람의 문제만이 아니다. 어디서 뿌리를 내리느냐는 물리적 기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스코틀랜드의 공동체 토지 매입 운동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수백 년간 소수 지주에게 집중돼온 토지를 주민들이 직접 사들여 공동체 자산으로 전환하는 이 운동은, 공간의 소유가 공동체의 자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20년 넘게 실증해왔다.

    스코틀랜드의 경험은 한국의 도시재생·마을공동체 사업과 놀랍도록 닮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지만, 해법의 방향은 크게 다르다. 한국이 정부 주도의 시설 공급 방식으로 공동체 공간 문제에 접근하는 반면, 스코틀랜드는 공동체가 직접 땅과 건물을 소유하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았다. 이 차이가 무엇을 만들어내는지가 이 글의 핵심이다.

     

    2. 스코틀랜드의 토지 문제 - 유럽에서 가장 집중된 토지 소유

    스코틀랜드의 토지 문제를 이해하려면 그 역사적 맥락부터 살펴야 한다. 스코틀랜드는 유럽에서 토지 소유가 가장 극단적으로 집중된 나라 중 하나다. 18세기와 19세기에 걸쳐 이루어진 '하이랜드 클리어런스(Highland Clearances)'는 지주들이 양 방목을 위해 소작농들을 대규모로 강제 축출한 사건으로, 수만 명의 주민이 삶의 터전을 잃고 떠났다. 이 역사적 트라우마는 스코틀랜드 사람들에게 토지 개혁이 단순한 경제 정책이 아닌 역사적 정의의 문제임을 각인시켰다.

    2024년 기준으로도 스코틀랜드 농촌 지역의 83%는 여전히 사유지가 차지한다. 토지 개혁 전문가 앤디 와이트먼(Andy Wightman)의 분석에 따르면 2024년 현재 스코틀랜드 사유 농촌 토지의 50%를 단 433명의 지주가 소유하고 있다. 이 토지 불평등 구조가 스코틀랜드 토지 개혁 운동의 배경이 된다.

    정치적 전환점은 1997년 스코틀랜드 의회 분권화였다. 스코틀랜드 의회는 2000년 봉건적 토지 보유제를 폐지하는 법률을 통과시켰고, 2001년에는 국가복권 기금으로 1,000만 파운드 규모의 '스코틀랜드 토지 기금(Scottish Land Fund)'을 출범시켜 농촌 공동체가 토지를 매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3, 결정적인 법률인 '토지개혁법(Land Reform (Scotland) Act 2003)'이 제정되었다.

    이 법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공동체 우선 매입권(Community Right to Buy)'으로, 10,000명 이하 규모의 공동체가 자신들의 지역 토지에 관심을 등록하면 해당 토지가 매물로 나왔을 때 우선 매입할 권리를 갖는다.

    둘째, '크로프팅 공동체 매입권(Crofting Community Right to Buy)'으로, 크로프팅(소규모 자작농) 공동체는 토지가 매물로 나오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구매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후 2015'공동체 권한 강화법(Community Empowerment (Scotland) Act 2015)'으로 도시 공동체도 공공기관 소유 토지와 건물을 매입 또는 임차할 수 있는 권리가 추가되었고, 2016년 토지개혁법은 스코틀랜드 장관이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한다고 판단하면 지주에게 강제 매각을 명령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했다.

     

    3. 에이그 섬 - 공동체 매입의 첫 씨앗

    공익활동 단체가 가장 자주 부딪히는 현실적 문제 중 하나는 공간이다. 모임을 열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역 주민들이 찾아올 수 있는 거점이 없으면 아무리 뜻이 좋아도 활동을 이어가기 어렵다. 임차료가 올라 쫓겨나고, 재개발로 터전을 잃고, 지원 사업이 끝나면 공간도 사라지는 일이 반복된다. 공익활동의 지속 가능성은 단순히 재정이나 사람의 문제만이 아니다. 어디서 뿌리를 내리느냐는 물리적 기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문제를 가장 정면으로 다룬 사례가 스코틀랜드의 공동체 토지 매입 운동이다. 수백 년간 소수 지주들에게 집중되어 온 토지 소유를 주민들이 직접 사들여 공동체 자산으로 전환하는 이 운동은, 공간의 소유가 공동체의 자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20년 넘게 실증해왔다.

    스코틀랜드의 경험은 한국의 도시재생, 마을공동체 사업과 놀랍도록 닮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지만, 해법의 방향은 크게 다르다. 한국이 정부 주도의 시설 공급 방식으로 공동체 공간 문제를 접근하는 반면, 스코틀랜드는 공동체가 직접 땅과 건물을 소유하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았다. 이 차이가 무엇을 만들어내는지가 이 글의 핵심이다.

     

    3. 에이그 섬의 기적 - 공동체 매입의 첫 씨앗

    법과 제도가 갖춰지기 전, 에이그 섬은 이미 주민들의 힘으로 그 길을 열었다.

    에이그 섬은 1970년대부터 여러 사유 지주들 아래에서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주민들은 퇴거 위협에 시달렸고, 건물과 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는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섬의 미래에 대한 결정권이 전혀 없었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주민들, 하이랜드 카운슬, 스코틀랜드 야생생물 트러스트가 연대해 '에이그 섬 헤리티지 트러스트(Isle of Eigg Heritage Trust)'를 결성했다.

    19974, 당시 독일인 예술가였던 섬 소유자가 매각에 동의하면서 매입 캠페인이 본격화됐다. 150만 파운드(25억 원)의 매입 자금이 필요했다. 전국 각지의 시민들이 기부에 참여했고, 누군지 밝히지 않은 한 익명의 여성 기부자가 75만 파운드를 단독 기부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이랜드 앤드 아일랜드 엔터프라이즈(HIE)17천 파운드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1997612, 에이그 섬은 마침내 주민들의 손으로 넘어왔다.

    그 이후의 변화는 숫자로도 드러난다. 당시 68명이었던 섬 인구는 202225주년 기념일 기준으로 110명으로 늘었고, 방문객 수도 두 배로 증가했으며, 새 주택이 건설됐다. 가장 인상적인 성취는 에너지 독립이다. 섬은 디젤 발전기 의존에서 벗어나 풍력, 태양광, 수력을 결합한 지역 전력망인 '에이그 일렉트릭(Eigg Electric)'을 구축해 세계 최초로 이 세 가지 재생에너지만으로 24시간 전력을 공급하는 지역이 됐다. 이 전력망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것도 주민들이다.

    에이그 섬의 성공은 이후 스코틀랜드 전역에서 수백 건의 공동체 매입을 촉발하는 도화선이 됐다. 2002년에는 기가(Gigha) 섬이 4백만 파운드에 공동체 매입을 완료했고, 그 이후 섬 인구가 92명에서 170명으로 늘었으며, 공동체가 운영하는 세 기의 풍력 발전기가 호텔, 상점, 레스토랑, 숙박 시설 등 지역 사업체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4. 법과 기금이 만든 생태계 - 제도화된 공동체 매입

    에이그 섬이 선구자적 사례라면, 그 이후에 만들어진 제도적 기반이 운동 전체를 확산시켰다.

    스코틀랜드 토지 기금(Scottish Land Fund)은 현재 스코틀랜드 정부가 재원을 대고 내셔널 로터리 커뮤니티 기금(National Lottery Community Fund)과 하이랜드 앤드 아일랜드 엔터프라이즈(HIE)가 파트너십으로 운영한다. 5,000파운드에서 최대 100만 파운드까지의 보조금을 지역 공동체가 토지와 건물을 매입하는 데 지원한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 스코틀랜드 토지 기금은 300개 이상의 공동체 조직에 5,000만 파운드(850억 원) 이상을 지원했다. 지원 대상은 농촌에 그치지 않는다. 에든버러의 코르스토핀 커뮤니티 센터(Corstorphine Community Centre)2023년 스코틀랜드 토지 기금으로 96만 파운드를 지원받아 에든버러 시의회로부터 건물을 매입했고, 글래스고파트릭의 아넥스 커뮤니티는 248천 파운드 지원으로 37년간 임차해온 건물의 소유권을 확보해 지역 건강·복지 허브를 영구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수치는 운동의 규모를 보여준다. 스코틀랜드 정부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스코틀랜드에서 공동체 소유 자산은 853개이며, 503개 공동체 그룹이 이를 소유하고 있다. 이 자산들이 포괄하는 토지 면적은 213,803헥타르로, 스코틀랜드 전체 면적의 2.7%에 해당한다. 2000년에 비해 161,832헥타르 이상 늘어난 수치다. 지난 10년간 스코틀랜드 나머지 지역의 공동체 소유 토지 면적은 두 배 이상 늘었다.

    202412월 가장 최근에 이루어진 스코틀랜드 토지 기금 지원 사례들을 보면, 던운의 오크뱅크 커뮤니티 인은 147천 파운드를 지원받아 지역 선술집과 레스토랑을 공동체 공간으로 재개방할 예정이고, 오크니의 스트롬니스 커뮤니티 발전 트러스트는 138천 파운드를 받아 공동체 센터 소유권을 확보했다. 로컬샤의 발마카라 커뮤니티 트러스트는 162천 파운드로 산림청 소유였던 야영지를 매입해 지역 커뮤니티 자연 공간으로 보존한다.

     

    5. 소유가 만드는 차이 - 왜 토지 매입이 공동체를 바꾸는가

    단순히 공간을 쓰는 것과 공간을 소유하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 에이그 섬과 기가 섬, 수백 곳의 스코틀랜드 공동체 매입 사례가 보여주는 차이는 명확하다.

    첫째, 임차와 달리 소유는 장기적 계획을 가능하게 한다. 임대 공간에서는 계약 갱신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10, 20년을 내다보는 투자와 프로그램 기획이 어렵다. 에이그 섬 헤리티지 트러스트가 섬 전체를 소유하면서 비로소 장기적인 주택 건설,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 인구 유입 계획이 가능해졌다.

    둘째, 소유는 지역 자원의 수익을 공동체 내부에 머물게 한다. 기가 섬의 풍력 발전기 수익은 지역 사업체를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외부 지주에게 임대료를 납부하는 구조에서는 지역에서 창출된 수익이 외부로 유출되지만, 공동체 소유 구조에서는 그 수익이 지역 내 재투자로 순환된다.

    셋째, 소유는 주민의 의사결정 권한을 만든다. 에이그 섬은 매입 직후 워크숍과 주민 공청회를 열어 새 주택을 어디에 지을지, 기반 시설을 어떻게 개발할지를 주민들이 직접 결정했다. 공간의 소유자가 됐을 때 비로소 주민들은 자신들의 마을에 대한 진정한 결정 권한을 갖게 됐다.

    넷째, 소유는 외부 충격에 대한 회복력을 높인다. 사유 지주가 섬을 팔거나, 지가가 급등하거나, 재개발이 추진될 때 임차인에 불과한 공동체는 속수무책이다. 반면 공동체가 소유권을 갖고 있으면 외부의 투기적 압력으로부터 지역을 보호할 수 있다.

    커뮤니티 랜드 스코틀랜드의 린세이 찰머스(Linsay Chalmers) 이사는 스코틀랜드 토지 기금이 "농촌 인구 감소와 도시 쇠퇴라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다른 접근 방식들이 실패한 경우에도 종종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6. 한국의 현황과 비교 - 공간은 있지만 소유는 없다

    한국의 도시재생과 마을공동체 사업은 2013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제정 이후 본격화됐다. 전국 각지에 '도시재생 거점시설', '마을공동체 공간' 이라는 이름의 시설들이 만들어졌다. 커뮤니티 공간, 주민 카페, 공동 작업장 등 형태도 다양하다.

    그러나 이 공간들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공간은 정부 보조금으로 조성되지만 공동체가 소유하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 소유 건물을 공동체에 위탁하거나, 임차 형태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시재생 사업 기간이 끝나면 지원이 중단되고, 공간 운영을 담당할 주민 주체를 찾지 못하면 시설이 방치되는 사례도 생긴다.

    뉴스타파의 도시재생 10주년 기획 보도에 따르면 사업 기간이 끝난 후 방치되는 거점시설 문제가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위탁할 주민 그룹을 찾지 못해 지자체가 직접 시설을 운영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마을공동체 활동을 연구한 학자들은 공동체가 시설의 '이용자'에 머물고 '소유자'가 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지속 가능성을 저해한다고 지적한다.

    스코틀랜드와 한국의 차이는 여기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스코틀랜드는 공동체가 직접 자산을 소유하는 것을 목표로 법률과 기금을 설계했다. 공동체가 땅이나 건물의 실제 소유자가 될 때, 비로소 장기적 관리와 지속 가능한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한국의 경우 공간 제공에는 적극적이지만, 그 공간의 소유권을 공동체에 이전하는 데는 소극적이다.

    물론 맥락의 차이도 있다. 스코틀랜드는 농촌 과소화와 대지주 문제가 결합된 특수한 역사적 조건 위에서 운동이 전개됐다. 한국의 도시 밀집 환경에서 토지 소유의 문제는 훨씬 복잡하다. 지가가 높고 개발 압력이 강한 도시에서 공동체가 토지를 직접 매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그러나 도시재생 연구자들이 제안하는 '시민자산화' 개념, 즉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 등이 도시재생 사업지 내 자산을 실제로 매입하거나 장기 임차하는 방식은 스코틀랜드 모델과 같은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 소유 여부가 지속 가능성을 결정한다는 인식이 한국에서도 점점 확산되고 있다.

     

    7.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에 남기는 질문

    스코틀랜드 사례에서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와 연결되는 시사점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공간의 안정성이 활동의 지속성을 결정한다. 경기도 31개 시·군에서 활동하는 공익단체들이 가장 많이 직면하는 문제 중 하나가 공간 문제다. 임차료 부담, 재개발, 지원 사업 종료 후 공간 상실이 반복된다. 스코틀랜드는 공동체가 소유하는 자산, 즉 쫓겨나지 않는 공간이 공동체 지속성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경기도 내 유휴 공공시설의 장기 임차나 자산 이전, 또는 공동체 기금을 통한 소규모 자산 매입 등을 공익활동 지원 정책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 공동체 소유는 외부 충격에 대한 면역력이다. 지가 상승, 재개발, 정책 변화로 공간을 잃는 것은 단순히 장소를 잃는 게 아니라 그 공간에 축적된 관계망과 활동 역사를 잃는 것이다. 공동체가 자산 소유권을 가질 때 그 역사가 보존된다. 아카이브 에디터들이 공익활동 현장을 기록하는 것처럼, 그 현장 자체가 지속될 수 있는 물리적 기반도 공익 생태계의 일부다.

    셋째, 제도적 지원이 운동의 확산을 결정한다. 에이그 섬의 선구적 매입이 운동 전체를 촉발했다면, 스코틀랜드 토지 기금과 토지개혁법이 그 운동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었다. 시민의 의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공동체가 공간을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법적 권리와 재정적 지원이 결합될 때 운동은 체계적으로 성장한다. 한국에서도 공동체 자산 확보를 지원하는 제도적 기반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마무리 - 땅을 갖는다는 것의 의미

    1997년 에이그 섬의 68명 주민이 1.5백만 파운드를 모아 자신들이 사는 섬을 샀다는 것은 단순한 부동산 거래가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를 되찾는 행위였다. 세계 어디에서도 한 번도 이루어진 적 없는 100% 재생에너지 전력망을 주민 스스로 구축한 것도, 그 소유권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공간이 없으면 공동체의 이야기도, 활동도 사라진다. 경기도에서 공익활동을 이어가는 단체들이 기록하는 이야기들이 오래 남으려면, 그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공간도 지속되어야 한다. 스코틀랜드는 그 지속성을 소유에서 찾았다. 공동체가 땅을 갖는다는 것은, 그 공동체의 미래가 자기 손 안에 있다는 것이다.

     

      
     

    참고 자료

    영국 법률 Land Reform (Scotland) Act 2003 : https://www.legislation.gov.uk/asp/2003/2/contents

    Isle of Eigg Heritage Trust 공식 홈페이지 Community Buyout : http://isleofeigg.org/ieht/community-buyout/

    Isle of Eigg 공식 홈페이지 : https://isleofeigg.org/

    Scottish Housing News 에이그 섬 공동체 매입 25주년 : https://www.scottishhousingnews.com/articles/25-years-of-community-ownership-marked-on-isle-of-eigg

    Press & Journal 에이그 섬 25주년 : https://www.pressandjournal.co.uk/fp/news/highlands-islands/4401513/eigg-marking-25-years-of-community-buyout-and-inspiring-others/

    The Conversation 에이그 섬 공동체 매입에서 배울 것 : https://theconversation.com/what-other-communities-can-learn-from-this-islander-buy-out-in-scotlands-hebrides-75896

    스코틀랜드 정부 공식 통계 Community Ownership in Scotland 2024 : https://www.gov.scot/publications/community-ownership-in-scotland-2024/

    스코틀랜드 정부 커뮤니티 소유 면적 변화 : https://www.gov.scot/publications/community-ownership-in-scotland-2024/pages/area-in-community-ownership-changes-over-time/

    스코틀랜드 정부 Scottish Land Fund : https://www.gov.scot/policies/land-reform/scottish-land-fund/

    National Lottery Community Fund Scottish Land Fund : https://www.tnlcommunityfund.org.uk/funding/programmes/scottish-land-fund

    Scottish Housing News 스코틀랜드 토지 기금 갱신 : https://www.scottishhousingnews.com/articles/renewed-land-fund-vital-for-continued-community-ownership-success

    HIE 202412SLF 지원 : https://www.hie.co.uk/news-and-blogs/news/2024/december/06/community-groups-receive-slf-funding/

    TFN 스코틀랜드 토지 기금 지원 보도 : https://tfn.scot/news/community-groups-get-2million-from-scottish-land-fund

    Land Matters Who Owns Scotland 2024 : https://andywightman.scot/2024/03/who-owns-scotland-2024-a-preliminary-analysis/

    Law Society of Scotland 토지개혁 25: https://www.lawscot.org.uk/members/journal/issues/vol-66-issue-01/land-reform-25-years-in-perspective/

    뉴스타파 도시재생 10, 방치된 거점시설 : https://www.newstapa.org/article/hgFPz

    커뮤니티 랜드 스코틀랜드 Isle of Eigg Heritage Trust : https://www.communitylandscotland.org.uk/members/isle-of-eigg-heritage-trust/

     

     
    공간없이 공익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까 -스코틀랜드 토지개혁 운동이 한국 공익활동에 주는 시사점
    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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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11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1. 버려지는 음식과 굶는 사람이 같은 도시에 산다

    2002년 겨울,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사는 샤크와 클라라 시스 부부는 슈퍼마켓 뒷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팔리지 않아 버려지는 식품들을 모아, 끼니를 잇지 못하는 이웃 30가구에 나눠주기 위해서였다. 거창한 계획이 아니었다. 버려지는 것이 아깝고, 굶는 이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작은 시작은 전국 179개 거점과 500개 이상의 배급 포인트를 갖춘 시민 주도 공익 네트워크로 성장했다. 매주 155,000명 이상이 이 네트워크를 통해 식품을 받는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운영하는 것은 약 11,000명의 무보수 자원봉사자들이다.

    이 이야기가 흥미로운 것은 규모 때문이 아니다. 세계 10대 농업 수출국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농업 기술을 자랑하는 나라에서, 동시에 수십만 명이 식품 지원 없이는 한 주를 버티지 못하는 현실이 공존한다는 역설 때문이다. 그리고 그 역설에 맞선 방식이 정부 정책이 아닌, 시민들의 자발적 연대였다는 사실 때문이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나라이면서, 결식 아동·독거 노인·저소득층의 먹거리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음식은 단순한 생존의 문제가 아니다. 함께 먹는다는 것은 공동체를 유지하는 가장 오래된 방식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음식을 나누는 방식이 어떻게 설계되느냐에 따라, 단순한 구호 활동이 지역 공동체를 잇는 공익 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다.

     

    2. 로테르담의 한 부부에서 시작된 이야기

    세계 최초의 푸드뱅크는 1967년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탄생했다. 존 반 헹겔이라는 자원봉사자가 지역 교회 급식소에서 일하다가 슈퍼마켓에서 버려지는 멀쩡한 식품들을 모아 가난한 가정에 나눠주기 시작한 것이 그 시초였다. 그의 아이디어는 미국 전역으로 퍼졌고, 이후 유럽으로 건너가 1984년 프랑스에서 최초의 유럽 푸드뱅크가 열렸다. 벨기에가 1986년 뒤를 이었다.

    네덜란드는 상대적으로 늦었다. 2002, 샤크와 클라라 시스 부부가 네덜란드 최초의 푸드뱅크를 설립했다. 두 사람은 사업 실패로 직접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후, 과잉 생산된 식품과 빈곤층의 식품 부족이라는 두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싶었다. 이들이 세운 비영리단체 '마이너스플러스(MinusPlus)'는 처음에 30가구에 식품을 전달하는 작은 프로젝트였다.

    초기에는 기업의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그러다 200211, 지역 신문에 기사 하나가 실리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다음 날부터 전화가 폭주했다. 차량, 창고, 로고 디자인 지원이 쏟아졌고, 도움을 원하는 가정과 식품을 기부하겠다는 기업이 동시에 몰려왔다. 20032월에는 TV 뉴스에 소개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로테르담의 작은 실험은 빠르게 확산됐다.

    20059월 전국에 22개였던 푸드뱅크는 불과 석 달 만인 12월에 40개를 넘어섰다. 2008년 경제 위기를 계기로 전국 단위 재단 '스티흐팅 푸드뱅크 네덜란드(Stichting Voedselbanken Nederland)'가 결성됐고, 2013년에는 '네덜란드 푸드뱅크 연합(Vereniging van Nederlandse Voedselbanken, VNV)'으로 재편되어 공식 전국 조직으로 자리잡았다.

     

    3. 구조와 운영방식 - 시민이 만들고 시민이 운영한다.

    오늘날 네덜란드 푸드뱅크 네트워크의 가장 큰 특징은 CEO부터 식품 포장 담당자, 배송 기사까지 모든 역할이 무보수 자원봉사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전국적으로 약 11,000명의 자원봉사자가 이 거대한 조직을 움직인다.

    운영 방식은 단순하고 효율적이다. 매주 월요일부터 수요일 사이, 자원봉사자들이 슈퍼마켓·식품 제조사·유통 업체를 돌며 판매하지 못하는 잉여 식품을 수거한다. 유통 기한이 임박했거나 포장이 손상됐지만 식품으로서는 문제가 없는 것들이다. 목요일에는 수거한 식품을 가정별 꾸러미로 포장하고, 금요일에는 이용자들이 직접 방문해 꾸러미를 가져가거나 거동이 어려운 경우 배달을 받는다. 로테르담 지부의 경우 주당 약 80,000kg의 식품을 처리하며 6,700가구를 지원한다.

    식품 공급의 안정성은 오랜 협력 관계 덕분에 가능해졌다. 푸드뱅크 연합은 알버트 하인(Albert Heijn), 점보(Jumbo), 리들(Lidl), 알디(Aldi) 등 주요 슈퍼마켓 체인과 장기 계약을 맺어 정기적으로 잉여 식품을 공급받는다. 네덜란드 정부도 2018'음식 낭비 제로(United Against Food Waste)' 캠페인을 통해, 기업이 잉여 식품을 기부할 경우 법인세를 전액 공제해주는 제도적 지원을 도입했다.

    지원 대상은 명확한 기준을 갖는다.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이고, 임대료·의료비·채무 상환 등 의무 지출을 제외한 가처분 소득이 거의 없는 가구다. 지원은 원칙적으로 일시적이다.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자립을 돕는다는 철학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각 지역 푸드뱅크는 채무 상담·취업 연계·지역 복지 서비스 등 다른 공익 기관들과 긴밀히 협력해 이용자의 자립을 지원한다.

    세계 10대 농업 수출국 중 하나인 네덜란드. 좁은 국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농업 기술로 막대한 식품을 생산하는 이 나라에서, 동시에 수십만 명이 식품 지원 없이는 한 주를 버티지 못하는 현실이 공존한다. 풍요와 결핍이 같은 공간에 존재한다는 이 역설은 비단 네덜란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4. 공동체 - 음식너머에서 만나는 사람들

    네덜란드 푸드뱅크 운동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식품 지원 그 너머의 기능이다. 연구자들은 푸드뱅크가 단순한 식품 재분배 기관을 넘어, 빈곤과 고립 속에 있는 사람들이 사회와 다시 연결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고 강조한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만나고, 자원봉사자와 이용자가 관계를 형성하며, 지역 사회의 유대가 생겨난다.

     

    5. 음식 너머의 공동체 - 나눔이 만드는 사회적 연결

    네덜란드 푸드뱅크 운동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식품 지원 자체를 넘어선 공동체적 기능이다. 연구자들은 푸드뱅크가 단순한 식품 재분배 기관을 넘어, 빈곤과 고립 속에 있는 사람들이 사회와 연결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만나고, 자원봉사자와 이용자가 관계를 형성하며, 지역 사회의 유대가 만들어진다.

    암스테르담의 푸드뱅크 지부는 주당 1,300가구에 약 5유로(7,000)의 비용으로 식품 꾸러미를 전달한다. 저렴한 비용으로 대규모 지원이 가능한 이유는 자원봉사 기반 운영 구조와 기업의 잉여 식품 기부 시스템 덕분이다.

    이 흐름은 푸드뱅크 밖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네덜란드의 식품 나눔 운동은 푸드뱅크 외에도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붜르트뷔크(BuurtBuik, 동네 배)' 같은 이니셔티브는 슈퍼마켓과 레스토랑의 잉여 식품으로 지역 주민이 함께 무료 식사를 만들어 나누는 방식으로, 음식 나눔이 동시에 고립과 외로움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장이 된다.

    '테이스트 비포 유 웨이스트(Taste Before You Waste)'2012년 설립된 단체로 음식 낭비 방지와 공동체 형성을 동시에 추구한다. 암스테르담, 위트레흐트 등에서 매주 '낭비 없는 저녁 식사(Wasteless Dinner)'를 열어 버려질 뻔한 식품으로 함께 요리하고 식사하며 음식 낭비에 대한 인식을 높인다. 헤이그에서 활동하는 '버르스 앤 브레이(Vers & Vrij)'는 지역 레스토랑의 남은 음식을 도시 곳곳의 공용 냉장고 26개에 채워두는 방식으로 누구나 필요한 만큼 가져갈 수 있게 한다. 신뢰와 연대를 원칙으로 운영되며, 각 냉장고는 월 약 250명에게 식품을 제공한다.

    이 모든 이니셔티브들이 공통으로 지향하는 것이 있다. 식품 낭비를 줄이는 환경적 목표와 빈곤층을 지원하는 사회적 목표, 그리고 이웃 간의 연결을 만드는 공동체적 목표가 하나로 묶인다는 점이다. 음식은 그 모든 목표를 동시에 실현하는 매개가 된다.

     

    6. 수치로 보는 현황 - 성장의 이면에 있는 과제

    2026년 초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네덜란드 푸드뱅크 이용자 수는 전년도 144,750명에서 7.5% 증가한 155,600명으로 늘었다. 연합 측은 보충 연금이 없는 고령자, 자영업자, 저임금 근로자 등 새로운 계층이 점점 더 식품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2년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요금 급등이 겹치면서 20224분기 이용자가 전 분기 대비 30% 급증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2022년 한 해 동안 네덜란드 푸드뱅크 네트워크는 총 4,000만 킬로그램의 식품을 190,000명에게 배분했다. 이는 동시에 엄청난 양의 음식물 낭비를 막은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푸드뱅크의 성장 자체가 역설적인 측면도 있다. 연합 측은 이 지원이 어디까지나 임시적이어야 하며, 복지 국가가 충분한 안전망을 갖추고 있다면 장기 이용자가 생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용자의 9%가 최대 허용 기간인 3년 내내 푸드뱅크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풍요로운 사회에서도 구조적 빈곤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푸드뱅크 연합은 단순한 식품 배분에 그치지 않고, 네덜란드 정부에 빈곤 정책 개선을 촉구하는 정책 제언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친다. 2026년 초에는 의회 원내교섭단체 대표들에게 서한을 보내 노동 참여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취약 계층에 대한 실질적 지원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시민 주도 공익단체가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다.

     

    7. 한국 푸드뱅크와의 비교 -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한국에도 푸드뱅크가 있다. 1998IMF 경제 위기 직후 노숙인과 결식 아동 급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한국 푸드뱅크는, 현재 전국 푸드뱅크 1개소, 광역 17개소, 기초 푸드뱅크 297개소, 기초 푸드마켓 131개소 등 총 450여 개소가 운영 중이다. 2022년 기준 월평균 약 41만 명이 이용하고, 한 해 약 1,517억 원 상당의 식품이 지원됐다.

    구조적으로 보면 한국 푸드뱅크는 보건복지부의 지도·감독 아래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위탁 운영하는 반관반민 체계다. 광역 자치단체와 기초 자치단체의 행정 체계 안에서 작동하며, 정부 예산이 운영의 핵심 재원이 된다.

    네덜란드 푸드뱅크와의 차이가 여기서 드러난다. 네덜란드 모델은 완전한 시민 주도 자원봉사 체계로 운영되며, 운영 비용의 상당 부분을 기업 후원과 자원봉사로 충당한다. 정부가 세제 혜택 등 제도적 지원을 하지만, 운영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시민 자원봉사 조직이다. 반면 한국 모델은 정부 보조금과 행정 체계에 의존하는 구조가 강하다. 이로 인해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민 자발성과 지역 밀착성이 상대적으로 약해지는 측면도 있다.

    또 다른 차이는 네트워크의 성격이다. 네덜란드의 각 지역 푸드뱅크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면서도 연합 조직으로 연결되어 있다. 지역별 필요와 특성에 맞게 운영 방식을 조정할 자율성이 있으며, 지역 기업, 교회, 지역 단체와의 협력 관계를 각자 구축한다. 한국의 경우 전국 단위 물류 체계와 행정 시스템은 잘 갖춰져 있지만, 지역 단위의 자발적 공동체 형성 기능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차이는 함께 먹는다는 경험의 유무다. 네덜란드의 붜르트뷔크나 테이스트 비포 유 웨이스트처럼 음식을 함께 준비하고 나누는 과정에서 이웃과 연결되는 경험은 한국의 지원에서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한국의 경우 공동체 식사 문화가 사라지는 추세와 함께, 먹거리 지원이 '물건을 전달하는 행위'에 머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차이는 단순한 운영방식의 차이가 아니다.

     

    8.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에 주는 시사점

    네덜란드 푸드뱅크 운동에서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가 참고할 수 있는 점은 세 가지다.

    첫째, 음식은 공익활동의 강력한 접점이다. 먹거리는 누구에게나 필요하고, 누구나 공감하며, 가장 일상적인 방식으로 공익에 참여하게 만든다. 경기도 31개 시·군에서 농산물 잉여 문제와 저소득층 먹거리 지원 문제는 동시에 존재한다. 지역 농산물 잉여를 취약 계층에 연결하는 방식, 지역 기업과 식품업체의 잉여 물품을 지역 내에서 순환시키는 구조 설계는 충분히 가능한 과제다.

    둘째, 자원봉사가 공익 생태계의 뼈대가 된다. 네덜란드 푸드뱅크가 전국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던 핵심은 돈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11,000명의 자원봉사자가 이 모든 것을 운영한다. 공익활동의 지속 가능성은 재정만큼이나 사람의 참여에 달려 있다. 자원봉사자 참여를 공익활동의 중심에 놓고, 그 경험이 의미 있게 기록되고 공유될 때 생태계는 자생력을 갖는다.

    셋째, 나눔은 고립을 푸는 열쇠가 될 수 있다. 한국 사회는 급격한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로 인해 사회적 고립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네덜란드의 붜르트뷔크처럼, 음식을 함께 준비하고 나누는 활동이 이웃 간 연결을 만들고 지역 공동체를 형성하는 방식은 경기도의 다양한 시·군에서도 참고할 만한 모델이다. 먹거리 복지가 단순한 지원을 넘어 공동체 형성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마무리 - 음식 한 꾸러미가 만드는 세계

    2002년 로테르담의 샤크와 클라라 시스 부부는 한 달에 30가구에 식품을 전달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그들이 시작한 운동은 매주 155,000명 이상을 먹이고, 수천만 킬로그램의 음식이 쓰레기가 되는 것을 막으며, 수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지역 공동체를 잇는 네트워크로 성장했다.

    이 성장은 거창한 계획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이웃의 어려움을 보고, 버려지는 음식이 아깝다는 생각으로, 가능한 것부터 시작한 것이었다. 경기도 곳곳에서 공익활동을 이어가는 단체들과 활동가들도 마찬가지다. 거대한 변화는 종종 가장 일상적인 것, 가장 구체적인 것에서 시작된다. 음식 한 꾸러미, 이웃의 밥 한 끼, 함께하는 식사 한 번이 공동체를 잇는 씨앗이 될 수 있다.

     

    참고 자료

    Voedselbank Rotterdam 공식 홈페이지 역사 : https://voedselbank.nl/20jaar/verhaal/lesje-geschiedenis

    Canon Sociaal Werk Nederland 2002년 푸드뱅크 로테르담 : https://mobile.canonsociaalwerk.eu/nl/details.php?cps=47

    IsGeschiedenis 푸드뱅크의 역사 : https://isgeschiedenis.nl/nieuws/de-geschiedenis-van-de-voedselbank

    IamExpat 네덜란드 푸드뱅크 : https://www.iamexpat.nl/expat-info/dutch-news/food-banks-netherlands

    Leiden International Centre 네덜란드의 푸드뱅크 : https://www.leideninternationalcentre.nl/get-advice/blogs/food-banks-in-the-netherlands

    Food Bank Limburg South 일반 정보 : https://www.voedselbanklimburg-zuid.nl/en/algemene-info/

    NL Times 2026년 푸드뱅크 이용자 증가 : https://nltimes.nl/2026/03/09/food-bank-use-netherlands-jumps-75-155600-amid-rising-cost-living

    NL Times 2023년 이용자 안정화 : https://nltimes.nl/2023/03/06/number-people-requiring-food-bank-help-stabilized

    PMC Food insecurity and the covid pandemic: uneven impacts for food bank systems in Europe :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9628314/

    BuurtBuik Amsterdamian 소개 : https://amsterdamian.com/see/photos/food-waste-initiatives-netherlands/

    Taste Before You Waste 공식 홈페이지 : https://www.tastebeforeyouwaste.org/

    전국푸드뱅크 공식 홈페이지 - 기관 소개 : https://www.foodbank1377.org/introduce/foodbank.do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복지넷 - 푸드뱅크 사업 소개 : https://www.bokji.net/ssn/bin/08.bokji

     

    음식으로 잇는 지역 공동체-네덜란드 푸드뱅크(Voedselbank) 운동이 한국 공익활동에 주는 시사점
    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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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11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5월을 가정의 달이라들 한다.

    가정이란 뭘까?

    아내는 밖에서 일하고 남편이 두 아이 육아와 살림을 맡은 가정은 어떤 풍경일까?

    집사람아빠가 엄마를 쉬게 하자며 이웃 아빠들과 연대했다.

    그림작가이자 안산 해양동 마을활동가, 학교 앞 교통안전지도를 하는 김인찬 자율순찰대 회장을 만나 보았다.


    아이들의 행복한 하루를 기원하는 인사말과 호루라기가 들린 자율순찰대의 두 손
     

    Q ‘자율순찰대란 이름이 낯선 분들을 위해 소개 부탁드려요.

    2021년부터 준비하고 2022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안산 그랑시티 자이 아파트 단지에서 자율순찰대를 구성하여 지금까지 활동 중인 김인찬입니다. 현재 해양동 주민자치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 단체의 운영진으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어요. 매일 아침이면 비가오나 눈이오나 학교 앞으로 나가 아이들의 안전한 등굣길을 위해 교통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2026년 4월 현재 자이 자율순찰대 활동 해솔초, 해솔중 등굣길 교통안전지도_횡단보도 보행신호 한 번에 많게는 50명~80명의 초중 아이들이 횡단보도를 건넙니다_장소 하늬울 공원 관리사무소 앞 횡단보도
     
     
    2023년 자이 자율순찰대 활동 두 번째 해 3월 봄(새 학기)_장소 하늬울 공원 관리사무소 앞 횡단보도
     

    Q 자율순찰대 활동을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궁금해요. 자율방범대랑은 다른 거죠?

    이름이 비슷해서 헷갈릴 수 있는데, 자율방범대는 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지구대와 협력해 야간 순찰하는 관소속 단체예요. 반면 자율순찰대는 제가 이곳에 이사 오기 전 단체에서 아이를 키울 때 엄마를 좀 쉬게 하자는 순수한 취지에서 시작됐어요. 주말 낮에 아빠들이 애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모임이죠. 토요일에는 아빠들이 직접 짠 놀이 프로그램으로 가족 관계를 회복하는 데 온 힘을 쏟았습니다.


    2016년 자이 자율순찰대 활동을 하기 이전 호수동에서의 아버지 모임_엄마를 쉬게 하자_주말 아빠들과 계획한 놀이 프로그램_5월 행사 진행 전 안내사항 전달 및 논의_빨간 상의 녹색 가방에 등을 보이고 있는 사람이 본인_장소 안산진흥 초등학교 운동장
     

    그리고 지금 이곳 새로 형성된 단체에선 아빠들과 평일 밤에 단지와 학교 주변을 돌며 활동을 하는 과정이 쌓이다 보니 자율순찰대의 형태를 띠게 된 겁니다. 이전 단체와 달리 지금 이곳 우리 단체는 예산이나 회비를 일절 받지 않는 자율 모임도 됐어요. 이전에 회비가 개입되면서 권력 싸움이 일어나는 걸 겪었거든요. 지금의 자율순찰대는 회비도 없고,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 단체의 활동 경우 시의 보조지원을 받을 때도 보조금 전액을 주민들과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투명하게 사용하고 조직 구성도 수평적인 구조를 유지했어요.

     
    2022년 자이 자율순찰대 활동 시작 첫 해_자이 아파트 단지 내 야간 순찰 중_장소 그랑시티자이 아파트 단지
     

    Q 이전에 무슨 일을 하셨길래 육아에 그렇게 적극적일 수 있었을까요?

    평생 그림 그리는 일을 해왔어요. 90년대에는 출판사 단행본 프로덕션에서 수작업 극화를 그렸고, 지금은 컴퓨터로 삽화와 일러스트를 그리는 작가입니다. 옛날엔 종이 원고를 들고 합정동 출판사를 직접 찾아다녔는데, 수십 명의 출판사 직원이 원고 말풍선에 식자를 일일이 붙이던 풍경이 눈에 선하네요. 원고 한 장에 7~8천 원 받으며 고생도 많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해 다 컴퓨터 작업이 됐죠.

     
    그림만 그려 온 삶_90년대엔  종이 원고에 수작업으로 그림을 그렸고 지금은 데생부터 인물 터치, 배경 칼라 터치까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작업을 하는 시대가 2000년대 초부터 조금씩 발달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는 애들이 좋아하는 판타지 그림을 그려 유치원 봉사도 가고, 같이 놀 수 있는 프로그램도 직접 만들었어요. 서울에서 35년을 살다 2009년에 아내 직장을 따라 안산 고잔동으로 이사 왔는데, 삭막한 서울과 달리 조용하고 녹지가 많아 참 좋더라고요.

     

    Q 한국 사회에서 남성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쉽지 않은 구조잖아요.

    집사람이 도로 포장하는 건설회사에 다니는데 경력이 30년이 넘은 베테랑 부장이에요. 능력자라 회사에서도 꼭 필요한 사람이고 저보다 수입도 훨씬 좋았죠. 솔직히 저는 그림 그리며 도와주는 처지라 수입이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첫애 태어나면서 제가 집안일을 전담하기로 했죠. “당신이 밖에서 잘 버니까 내가 안살림을 할게한 거예요. 출산 휴가만 몇 달 쉬고 집사람이 출근하면서, 육아하고 살림하는 걸 제 역할로 받아들인 거죠.

     

    Q 100% 독박육아를 직접 하셨다고요? 만만하지 않았을 거 같은데요?

    집사람은 산후조리원도 안 갔어요. 제가 집안일은 몹시 서툴렀고 집에서 산바라지도 한다고 했지만, 매우 부족했죠. 집사람이 출근한 후엔 짜놓은 모유를 냉장고에서 꺼내서 데워 먹이고, 분유 타는 법부터 기저귀 가는 법까지 책으로 익혔어요. 제 일은 아무래도 뒤로 밀리는 거죠. 근데 이게 하루 이틀로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애한테만 24시간 몰입하다 보니 어느 순간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게 두려워지더라고요. 신경이 예민해져서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고, 택배 아저씨가 벨 누르는 것도 싫어서 문을 안 열어준 적도 있어요. 고립되니 사람 보는 게 무서운 거죠. 지독하게 우울증을 겪었습니다. 밖에서는 남편이 애 봐주니 좋겠다라고 칭찬했지만, 제 내막은 자신감이 바닥을 치고 우울에 갇히더라고요.

     

    Q 임신출산육아로 여성이 겪는 산후우울증을 남성으로서 경험하셨네요. 이게 생물학적인 문제가 아니 게 보이네요. 어떻게 빠져나오셨나요?

    , 누구라도 그런 상황이면 그럴 수 있는 거죠. 아이러니하게도 애가 걷기 시작하면서 탈출구를 찾았어요. 애 데리고 공원 나가서 놀게 하며 거기 비슷한 엄마들이 보이더라고요. 저 혼자 남자라 처음엔 어색했죠 물론. 차츰 육아하는 엄마들 수다떠는 거 듣고 섞여서 물어보고 애 이야기도 하면서 마을 사람들과 교류가 시작된 거죠.

     

    또 하나는 인터넷이었어요. 애들 잘 때 게시판에 글 남기고 소통하면서 숨구멍을 틔웠죠. 밖을 못 나가니까 바깥 환경을 촬영한 케이블 TV 코너 같은 거 열심히 보고 글을 올렸어요. 댓글 하나 달리나 기다리고, 안 달리면 서운해하면서요. 그렇게 손가락으로라도 세상과 연결되려 애쓴 시기였어요. 지금 생각하면 병적인 집착이었지만 그때는 그게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Q 아들 둘을 키우셨는데, 그 힘든 육아를 둘이나 할 결심을 하셨을까요?

    원래 둘째 계획이 있었지만, 첫째를 키워보니 너무 힘들어서 4년이라는 터울을 두고 낳았어요. 둘째 때는 더 적극적으로 밖으로 나가 다른 부모들과 어울렸죠. 그런데 두 아이 성향이 참 달라요. 큰애는 무덤덤한 보통 남자애인데, 둘째는 섬세하고 여성성이 강해요. 요리하는 걸 좋아하고 아기자기하게 놀죠. 초등학교 땐 엄마 옷을 입고 나와 예쁘냐고 묻기도 했는데, 처음엔 덜컥 겁이 났어요. 사회가 보수적이니 군대 가서 적응 못 할까 봐 일부러 남자가 그러면 안 된다라며 화도 내고 갈등도 많았죠. 이제 중3이 된 아이를 보며 깨달았습니다. “남자는 이래야 한다는 것도 결국 제 편견이었다는 걸요. 이제는 아이의 개성을 존중합니다.

     

    Q ~ 멋진 말씀이에요. 그렇게 사셨다면 참 보람 있게 느끼시겠어요.

    결혼 후 남자도 집 안일 한다고 받아들인 점이 제 삶에서 가장 큰 보람이에요. 시작은 육아였지만 놀이터에서 만난 힘든 엄마들의 처지를 보며 아빠들이 하루라도 애들을 맡아 엄마들을 쉬게 하자라고 마음을 모았죠. 공식 단체도 아닌 아빠들 동호회처럼 시작해, 토요일 아침 8시면 애들을 싹 데리고 나갔어요. 용산전쟁기념관도 가고 병점 빙상장도 갔어요. 대부도 선감 학생수련원 12일 여름캠프로 바지락을 캐며 아이들을 돌본 아버지들과 그 시간과 경험으로 이곳에선 자연스럽게 새로운 다른 아버지들과 구성한 마을을 살피는 자율순찰대로 이어진 겁니다.


    2017년 자이 자율순찰대 활동을 하기 이전 호수동에서의 아버지 모임_엄마를 쉬게 하자_주말 아빠들과 계획한 놀이 여름캠프 프로그램_8월 행사 진행 중 게임 우승팀 및 순위 결과 발표 순간_빨간 상의 마이크를 든 진행자 본인_장소 대부도 선감 학생수련원 1박 2일 여름캠프
     

    Q 5월을 흔히 가정의 달이라고 하죠. 가정에 대해 말씀 좀 더 해주세요.

    5월과 12월은 좋아하는 달이기도 해요. 가정의 가장이라면 우리 사회에선 왠지 돈 잘 벌고 강한 남자 같지만, 저는 그렇지 못해요.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좀 더 노력하고 싶은 욕심은 있었죠. 처음에는 내 아이, 내 가족만을 생각했는데 아파트 단지와 마을과 함께 행사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진행하면서 관심이 점점 확장됐어요.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우리 가족에게 소홀했던 부분이 많아 아쉽고 집사람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대한민국에서 남편 역할과 아빠 역할로 어려워하시는 분들에게 제가 배우고 아는 장점들을 공유하고 도움이 되고 싶어요. 저도 한쪽으로만 치우친 생각은 버리고 아이들을 다그치기보다 눈높이를 맞추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 이제는 젊은 분들에게 제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역할을 넘겨주고, 가족을 조금 더 챙기고 싶습니다.

     

    Q 말씀 듣다 보니 집사람이란 단어가 낯설어요. 집에서 육아하고 살림하는 사람은 선생님이었는데, 바깥일 하는 부인을 계속 집사람이라 하셔서요. 이상하지 않나요?

    하하하, 맞는 말씀이네요. 관습이 무섭네요. 어디 가서 솔직히 남자가 집사람이라 말하지 못하잖아요. 사실 제가 군대 특공대 출신이라 진짜 남자 중의 남자를 꿈꿨고 강한 남성성에 집착했더랬어요. 그런데 직접 살림을 해보니 제 안에 모성이자 부성 같은 여러 성격이 나오더라고요. 폭군 네로가 시를 썼듯 제 안에도 여러 면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주방에선 앞치마를, 밖에서는 밀리터리 복장을 하고 교통지도를 하고 있으니까요. 필요할 때 필요한 자아를 꺼내 쓰는 거지, 바깥사람 집사람 이분법 이상한 거 맞네요.


    2026년 4월 현재 자이 자율순찰대 활동 해솔초, 해솔중 등굣길 교통안전지도_횡단보도 보행신호 한 번에 많게는 50명~80명의 초중 아이들이 횡단보도를 건넙니다_장소 하늬울 공원 관리사무소 앞 횡단보도
     

    Q 그런 점에서 부인과의 파트너십이 궁금해요. 부인은 만족하셨나요?

    가끔은 아내도 힘들어하죠. 직장 동료들이 남편 자랑이나 집 사는 걱정 할 때 아내는 공감하기 어려웠나 봐요. 회사에서 힘든 일 있을 때 저에게 화살이 돌아오기도 했고요. 처음엔 미안해서 서둘러 자리 잡으려 했지만, 지금은 서로의 상태를 인정하는 단계예요. 아내가 기다려준 덕분에 제가 더 능동적 활동과 아직도 서툰 살림을 할 수 있게 됐죠. 아내가 밖에서 당당하게 일할 수 있도록 안에서 버팀목이 되어주는 게 우리만의 파트너십입니다.

     

    Q 기혼 여성의 고용중단처럼 선생님은 직업적 성공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요?

    여성들의 고용중단과 닮은 점이 있긴 하죠. 벌이가 적은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저는 그림을 놓은 적은 없어서 계속하고 있어요. 대신 지역 활동가로서 얻는 보람이 큽니다. 안산의 역사와 환경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됐거든요. 여기가 원래 갯벌이었다는 사실도 신기하고, 산책하다 로드킬 당한 고라니를 보면 신고하고 센터에 연결하는 일도 제 업처럼 합니다. 동네에 발을 붙이고 산다는 건 이런 구석구석을 살피는 일이라고 믿어요.

     

    아이들 등교가 끝난 후 학교앞 도로 뒷정리
     

    Q 지역 활동가로 살도록 가치관에 영향을 준 게 뭘까요?

    이북이 고향이신 아버지와 할머니의 영향이 커요. 아버지는 항상 통일전망대에서 북녘을 보며 눈물지으셨죠. 그런 환경 탓인지 탈북민이나 고려인 문제에 마음이 많이 쓰여요. 제 뿌리가 거기 있다 보니 소수자나 이방인들에게 포용적인 시선을 갖게 됐죠. 마을 활동하며 권력다툼도 보았기에 저는 회비 없는 자율 모임을 지향해요. 누가 저를 밀어내면 그냥 물러납니다. 햇볕이 외투를 벗기듯, 제가 지속 가능하게 그 자리에 있으면 욕심부리던 사람들은 떠나고 결국 제 역할이 돌아오더라고요. 저는 대장이 아니라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을 뿐입니다.

     

    Q 매일 아침 아이들의 등굣길을 지키는 일, 단순해 보이지만 대단한 일이죠.

    위험한 길에서 교장 선생님까지 나와 등굣길 교통지도 하시는 걸 보고 자원해 시작한 지 벌써 5년이네요. 아이러니하게도 자기 아이를 위해 차를 끌고 와 불법 유턴을 하며 다른 아이들을 위협하는 부모님들을 봐요. 아이들은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데 말이죠. 제가 서 있는 그 짧은 멈춤이 생명을 살린다는 사명감에, 그리고 아침마다 고생 많으시다라고 인사해 주시는 학부모님들과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는 아이들을 보며 매일 아침 길 위에 섭니다.


     
    손편지 앞면_2022년 자이 자율순찰대 활동 시작 그해 9월 가을_등굣길에 항상 인사하던 2학년 예준이_자율순찰대 활동으로 안전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해 주셔서 고맙다고 아침 등굣길에 전해 준 손 편지_장소 하늬울 공원 관리사무소 앞 횡단보도
     
    고마운 음료 선물_2024년 자이 자율순찰대 활동 3년 차_아침 출근길에 어느 입주민이 아이들을 위해 수고가 많다고 음료를 전해 주셨습니다_특별한 일이 없는 한 월, 화, 수, 목, 금 매주 5일_아침 30분 동안 수고는 이 같은 절대 작지 않은 소중한 마음에 힘을 얻습니다_장소 하늬울 공원 관리사무소 앞 횡단보도
     
    2023년 자이 자율순찰대 활동 2년 차 겨울_코로나19 팬데믹에서 차츰 일상이 정상적으로 돌아 올 시기_아직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아침 등굣길 교통안전지도 및 등교맞이를 막 마친 오전 9시_해솔초 학부모들과 기념촬영_학부모들께서 등굣길 교통안전지도로서 해솔초 해솔중 아이들을 위해 봉사해 주심에 항상 큰 감사를 전해 주셨습니다

     

    Q 그림작가 김인찬으로서, 그리고 마을 활동가로서 앞으로 꿈꾸는 모습은 무엇인가요?

    거창한 건 없어요. 건강하게 이 활동들을 오래 하는 게 꿈이죠. 제가 없으면 없어질 모임이 아니라 작게라도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만들고 싶어요. 저는 육아와 살림을 통해 여성들의 노고를 뼈저리게 배웠고 공공성의 가치를 깨달았습니다. 앞으로도 수직적 권력이 아닌 수평적 관계 속에서 그림처럼 아름다운 마을을 만드는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2026년 4월 그랑시티 자이 1, 2차 아파트 대상 FC그랑시티 조기축구동호회 자체 축구경기 중 안내 사항 전달_조회 시간_장소 해양 천연잔디운동장
     
     
    “엄마를 쉬게 하자” 아빠는 집사람이자 자율순찰대
    꿀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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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11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출처: 경기페미행동

     

    한국 근대 최초의 여성주의자 나혜석 동상이 있는 수원 나혜석 거리.

    426일 일요일, 이곳에 10년 전 강남역을 기억하는 후배 페미니스트들이 모였다.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경기페미행동, 부천새시대여성회, 평화와자치를열어가는부천연대, 경기여성연합단체가 공동 주최한 이 행사는 강남역! 다시! 추모를 딛고 행동하라! 여성폭력 다이인(die-in)1)이다. 특히, 경기페미행동과 부천새시대여성회, 평화와자치를열어가는 부천연대는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경기권역의 이름으로 캠페인과 경기 여성폭력 다이인을 주최하고 있다. 1차 경기 여성폭력 다이인은 부천에서 열었으며, 2차 경기 여성폭력 다이인(die-in)은 지금 이곳, 수원에서 열리고 있다.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는 제주, 대구, 서울, 강원 등 전국을 순회하며 여성폭력 다이인(die-in)을 진행하고 있으며, 수원이 13차이다. 이들은 강남역을 이야기한다. 벌써, 10년도 지난 강남역 그 사건이다. 범인은 강남역 근처 화장실에 숨어 6명의 남성을 보낸 뒤에 일곱 번째로 들어온 여성을 살해했다. 범행동기는 여성들이 나를 무시해서였고, 범인은 여자라서 죽였다라고 자백했지만, 수사기관은 여성혐오 범죄로 명명하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2)에 따르면 혐오범죄란, 편견을 동기로 한 범죄행위를 뜻한다. 혐오표현이나 차별과 달리 혐오범죄는 살인, 폭력, 방화 등 기존의 범죄를 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혐오범죄를 규제하는 방법은 가중처벌하는 것이다. 소위 묻지마 살인이었으면 일반 살인죄이지만, 여성에 대한 편견을 이유로 살인했다면 혐오살인죄에 해당하여 중한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한국에는 혐오범죄법이 없어서 판사 개개인의 재량에 따라 양형에서 가중 사유로 고려하는 수준이다.

     

    한가지 더 살펴볼 것은, UN여성에 대한 폭력 철폐선언3)에 등장하는 젠더기반폭력’(여성에 대한 폭력)이란 단어이다. 이 선언에서 젠더기반폭력은 남성과 여성 사이에 역사적으로 불평등한 권력 관계의 표명이며, 여성에 대한 폭력이 남성과 비교하여 여성을 종속적인 지위에 놓이도록 강제하는 중요한 사회적 메커니즘의 하나로 인식하도록 돕는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직후, 사람들은 강남역으로 모여서 포스트잇을 붙였다. 포스트잇이 벽을 가득채웠다. 서울세이프ON: 성평등아카이브는 강남역살인사건의 추모 포스트잇을 분석했다4). 세 단어로 이어진 문구 중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가 가장 많은 유형이었고, 그다음으로 주세요유형으로 이 사건이 여성혐오 범죄라는 메시지다. 단지 여성이란 이유로 살해되었고, 나는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는 의미이다.


    출처: 여기모아 홈페이지(강남역 살인사건, 등록번호 F0001)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현실을 마주한 시민들이 매년 거리로 나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국가를 향해 여성혐오범죄를 인정하고, 여성혐오범죄에 관한 통계를 만들고, 여성혐오범죄 근절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출처: 불꽃페미액션

    출처: 서울여성회

     

    2차 경기 여성폭력 다이인은 시민에게 말 걸기로 행사를 시작했다. 2~3명이 한 조가 되어 피켓과 서명부를 들고 흩어졌다.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여성폭력 해결을 위한 선언에 함께 해주세요라며 말을 걸었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이 발생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전국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하고 있는 사회를 설명하며 선언 참여를 독려했다.


    출처: 경기페미행동
     

    이후, 나혜석 동상 앞 여성폭력 STOP’ 피켓을 든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첫 발언자로 나선 심지선 경기페미행동 대표는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죽어야 했던 그녀는 또 다른 나입니다. 더 이상 외면하지 않겠습니다라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이어 그는 이제 우리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개인의 피해 경험 말하기가 아니라고 강조하며 사회구조적 성차별의 문제임을, 내 탓이 아님을 각성한 전국의 3,500여 명이 넘는 선언자들과 함께 외치는 집단의 목소리라고 힘주어 말했다.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이동희 경기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여전히 변하지 않는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여성 살해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폭력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여성 일상을 파괴하는 사이 국가와 사회는 여전히 뒤늦게 움직이게 된다는 것조차 알고 있습니다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죽지 않는 사회, 살아남았다는 말이 더 이상 필요 없는 사회, 그날까지 우리는 계속 말하고, 계속 모일 것이라며 연대를 약속했다.

     

    정새봄 경기페미행동 활동가는 젠더 폭력의 근본적인 원인을 여성에게 억압적인 사회 문화에서 찾았다. 정 활동가는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여성이라는 특정한 삶을 강요받습니다. 부모님은 제게 세상을 향해 싸우는 법이나 단호하게 안 돼라고 말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이 폭력의 진짜 이름은 여성에 대한 길들이기라고 규정하며, “여성에게만 강요되는 순결, 거절을 허용하지 않는 문화, 그리고 죽음 직전까지도 친절해야 한다는 그 지독한 강요가 지금의 젠더 폭력을 이 사회에 뿌리 깊게 박아 넣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 사회와 기술 발전 이면에 숨겨진 여성혐오를 지적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종민 한신대학교 민중가요 중앙노래패 보라성 노래전수팀장은 대학은 안전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사회는 이를 다루지 않으려 합니다. 심지어 학생들마저 자꾸 알려지면 대학 입학률이 떨어질 것이라며 덮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라며 씁쓸한 현실을 지적했다. 더불어 그는, “기술자는 사용자에게, 사용자는 기술에 책임을 미루는 식으로 책임을 외주화하고 있다며 비판하며, “이런 여성혐오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10년 전의 강남역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호소했다.


    출처: 경기페미행동
     

    이후 참여자들은 저항의 의미로 다이인(Die-in)을 진행했다. 다이인(Die-in)에 참여한 한 시민은 차가운 바닥에 누워 여성폭력으로 희생된 이름을 떠올렸다.’”고 소감을 전했다. 땅에 쓰러져 침묵하는 이들의 행동은 역설적으로 그 어떤 외침보다 크고 날카롭게,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묻고 있었다.

     

    1) 다이인(die-in)이란 시위 참가자들이 죽은 것처럼 땅에 쓰러지는 시민불복종 행동의 일환이다. 주로 공권력이나 정책에 의한 생명권 침해를 고발할 때 사용되며, 억압받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1970년대 환경 운동 현장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비폭력 저항의 이론가 진 샤프(Gene Sharp)가 정립한 비폭력 투쟁 방법론의 현대적 변용으로 평가받는다.

    살아남았다는 말이 필요 없는 사회로 - 수원서 열린 여성폭력 다이인(Die-in)
    연두

    조회수 277

    2026-04-30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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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체험 현장인 2026 경기북부 공익위키 콘텐츠 제작 회의에 다녀왔습니다!


    회의에 집중하는 참석자들
     

    우선 공익위키사업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볼까요?

    해당 활동은 사회적 협동조합 빠띠의 협력과 함께 2024년부터 진행됐으며 올해부터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사업으로 이관되며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사업 명칭 그대로 공익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지역이나 사회의 이슈들을 다루고 여러 공익활동을 기록하며 아카이브한 공익위키를 만들어왔는데요. 이를 통해 시민의 시각으로 지역의 변화를 기록하며 공익활동의 연속성을 다음 세대에게도 넘겨주는 지역 활동 기록의 민주화’, 과거를 저장하는 것만이 아닌 미래를 설계하는 작업인 활동의 연속성’, 누구나 자료를 수정하고 발전시키는 공공 기록 플랫폼인 공유 자산으로서의 정보의 가치를 창출해왔습니다.

     

    올해 센터가 마련한 목표는 공익위키를 통해 공익활동가의 활동을 기록하고 공익활동을 지식화해 이를 시민과 공유하며 공익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는데요. 예로 경기 공익위키라는 공간에 시민사회단체들이 경기 지역 기반 공익활동과 이슈를 중심으로 한 기록을 게재하고 경기시민사회 온라인 자료관 과도 연동해 누구나 공익 정보를 읽고 가공할 수 있는 시도를 해보기로 하였습니다.

     

    링크: 공익위키 https://gongikwiki.mixon.io/pages/1033

     

    이와 관련한 2026 경기북부 공익위키 콘텐츠 제작 회의에서는 경기 공익위키에 게재될 예정인 위키 콘텐츠를 실습을 통해 제작해 보기로 하였는데요. 참석하신 경기중북부환경운동연합, 세움공동체, 의정부풀뿌리시민회의 등의 여러 시민 단체별로 모둠을 이뤄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기본적으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 검증된 자료 출처 사용, 독자 연구의 금지 등의 작성 규칙을 만든 후 공유 문서를 기반으로 공익위키 초안 한 편을 작성해 보고자 하였습니다.

     

    나아가 이를 통해 공동작업을 기반으로 작성한 경험과 정보를 모아 위키 문서를 만들어 공익위키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의정부 지역의 시민사회운동 발자취를 분야별로 정리하는 것을 달성하는 오늘의 목표도 설정하였습니다.

     
    실습을 진행하는 참석자들
     

    우선 공익 위키의 주제를 정해보기로 하였습니다.

    예로 모둠별 각 시민 단체의 역사와 변천사 또는 지역 공익 이슈 현장 기록 중 하나를 선택하기로 하였는데요. 대부분의 모둠들이 단체의 역사 및 변천사가 내포된 단체 소개 주제를 선택하였습니다.

    구체적인 제목들의 예시를 살펴보자면

    꿈이룸교육공동체는 지구하자! 기후 위기 프로젝트,

    경기중북부환경운동연합은 청년이 만들어가는 환경운동,

    세움공동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사회로 설정하였습니다.

     

    다음으로 주제에 따른 상세 내용을 어떻게 설정할지 고민해 봤는데요.

    참고 기준으로 단체별 개요배경활동 내용성과라는 큰 틀을 제시하였습니다.

    이를 토대로 작성하게 된다면 어떠한 하위 항목들이 포함될 수 있는지 예시를 들어주었는데요. 개요에는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했는가 등의 요약본이 들어갈 수 있고 배경에는 활동 시작의 이유와 지역 상황 등을 서술하는 방식을 추천하였습니다. 활동 내용과 성과에는 각각 활동 날짜·장소·참여 인원 등의 구체적인 사항이 명시되고 성과를 통해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가 포함되는 것을 추천하였습니다.


    협력을 위한 그라운드룰이 작성된 실습용 공유 문서 화면 모습
     

    이를 참고하여 모둠별로 나름의 방식이 들어간 내용을 전개하여 기록하였는데요.

    예로 개요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세움공동체는 장애인이 자신의 의 주인공이 되고 지역에서 어울려 사람답게 사는 자립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이라고 밝혔고 경기북부시민자치연구소는 경기북부지역 시민사회 발전과 시민자치를 위한 정책을 연구하고 공익활동을 지원하는 곳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의정부풀뿌리시민회의는 의정부 지역에 거주하거나 사업장이 있는 사람들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가치 실현과 시민이 주인 되는 세상을 지향할 수 있게 만들어진 공간이라고 서술하였습니다.

     

    배경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미군반환공여지 시민참여위원회는 수십년간 국가 안보를 위해 희생해온 미군 기지 지역의 희생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생태·평화·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고 지역 사회에 환원하는 공익적 개발을 지향한다고 소개했습니다. 꿈이룸교육공동체는 전 세계적 기후 위기 현상에 대한 다각적 탐구를 통한 실천적 해결 역량을 함양한다는 내용을 담았고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은 대한민국의 압축적 성장에 따른 사회적 병폐의 원인을 밝히고 미래를 향한 대안을 제시한다는 정보를 기록하였습니다.


    실습 토론을 진행하고 있는 조원들의 모습
     

    활동 내용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경기중북부환경운동연합은 제56회 지구의 날 행사 부스 진행 및 플로깅 등의 활동을 구체적으로 소개하였습니다. 미군반환공여지 시민참여위원회는 CRC 시민 공론장· CRC 봉사단· 하나로 합창단 등의 활동을 정리하였고 경기북부시민자치연구소는 지역 현안 대응 사업의 예시로 의정부시 예산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 “주민자치는 어디쯤 와있나?” 주민자치회 긴급 점검 토론회, 다만세의정부(다시 만나는 세상 의정부) 사업 등의 내용을 상세하게 명시하였습니다.

     

    성과 혹은 기대효과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꿈이룸교육공동체는 학생 주도 기후행동 실천 확산, 시민 참여 기반 확장성 확보, 학교·마을 연계 교육 모델 구축 등의 성과를 기록하였습니다. 의정부풀뿌리시민회의는 공익 위키의 역할에도 집중해 시민들이 지역 변화 과정을 기록하면서 지역의 주인이라는 효능감이 고취되며 지역 민주주의를 강화한다는 관점에서 의의를 두었습니다.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은 지워진 목소리를 수면 위로 올려 공동의 기억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의미에 주목하였습니다.

     

    추가로 자료 관련 사진과 링크를 삽입하고 출처와 참고 자료를 기재한 뒤 재량껏 다른 글에 댓글도 달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실습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이후 일정으로 지속적인 콘텐츠 보완과 소통을 하기로 하였고 사회적 협동조합 빠띠와도 공익 위키의 방향성에 대해 의논해 보기로 하였는데요. 다가오는 7월 워크숍에서는 추가 토의를 하며 공익 기록방식에 대해 고민해 보고 관련 강의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또한 다른 지역에서도 공익위키를 진행할 계획이니 향후 생성될 양질의 공공 기록물들이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단체 사진
     

    아는 게 힘이다.”라는 말이 더욱 와닿는 것은 갈수록 복잡한 세상에서 정보가 하나의 권력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랜 시간 아카이빙을 하며 자료를 취하면 취할수록 마음은 편해졌지만 막상 나에게 오기까지의 경로에 대한 감사함은 놓치고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이번 만남은 기록보다 공익위키 속 단어 하나하나에 들어가는 수고와 헌신적인 마음가짐의 가치에 더욱 무게중심을 두었습니다. 십시일반으로 모인 이러한 무형 자산들이 지역을 넘어 우리 사회의 공익활동을 열린 지식 창고로 만들어 누구나 공익과 어우러질 수 있는 세상을 형성하지 않을까요?

     

    공익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싶다면? 공익위키를 찾아보세요!
    초스코스

    조회수 227

    2026-04-30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ESG로 피어나는 생명의 터전

    경기도 의왕 포일습지, 민관협력으로 맹꽁이의 귀환을 준비하다

    식목일을 맞은 202643일 오후, 의왕시 포일동의 한 습지 일원이 이례적인 활기로 가득찼습니다.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현대로템, 의왕시청 환경과, 한국환경보전원, 시민환경단체 자연의 벗관계자 분들이 참여했습니다.

     

    식목일 참여자 사진

    포일습지 자연환경복원 및 생물다양성 증진사업 겸 ESG 환경실천 행사'로 열린 이날 행사는 민간기업의 사회적 책임경영과 지자체의 환경복원정책이 맞닿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이번 사업은 현대로템이 추진하는 ESG 사회공헌 캠페인 블루리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됐습니다.블루리본은 수소 에너지의 상징인 블루와 생태계 복원의 의미를 담은 리본(Re-BORN)’을 결합한 개념으로, 미래 산업과 자연 환경의 공존을 지향하는 기업 철학이 반영된 프로젝트입니다. 단순한 환경 정화 활동을 넘어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고 생물 다양성을 회복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포일습지는 과거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던 공간이었으나, 도시 개발과 환경 변화로 인해 점차 기능이 약화되었습니다. 습지는 물을 저장하고 정화하는 역할뿐 아니라 다양한 생물의 서식처로서 중요한 생태적 가치를 지니지만, 관리 부재와 오염으로 인해 점점 그 역할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지역사회와 기업, 환경단체가 협력하여 복원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본격적인 식목에 앞서 진행된 에코플로깅활동은 참여자들에게 환경 보호의 의미를 몸소 체험하게 했습니다. 습지 주변 곳곳에 방치된 폐기물을 수거하는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자연 회복의 시작이 정화라는걸 몸으로 알게 됩니다. 참여자들은 이후 직접 삽을 들고 나무를 심고, 흙을 고르고, 묘목의 뿌리를 안정적으로 자리 잡게 한 뒤, 다시 단단히 다지는 과정을 반복하며 생태 복원의 중요성을 체감했습니다.

    현대로템은 이날 행사를 통해 포일습지를 지속가능한 환경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이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적인 관리와 지속적인 복원 활동을 통해 지역 생태계를 회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고, 기업이 지역사회와 협력해 환경 문제 해결에 나서는 ESG 경영의 좋은 사례로 평가될 것입니다.

    의왕시는 지난 202579일 시청 소회의실에서 현대로템과 한국환경보전원과 '자연환경복원 및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의왕시는 행정적 지원을 뒷받침하고, 한국환경보전원은 전문적 자문을 지원하고, 자연의벗은 시민 참여 기반의 활동을 담당하며 각자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서 지역 주민에게 새로운 생태 교육의 장을 제공하고, 아이들에게는 살아있는 자연교실과 시민들에게는 휴식과 공존의 공간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작은 묘목이 자라 숲을 이루듯, 이번 복원 사업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를 더할 것이고, 사라진 습지에 다시 초록을 심는 일. 포일습지에서 시작된 이 작은 변화가 지속가능한 환경을 향한 더 큰 움직임으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포일습지
     

    맹꽁이(학명: Kaloula borealis)는 여름 장마기에 맞춰 번식하는 양서류로, 오염에 매우 민감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습지의 수질 오염이 심하면 알이 자라지 못하고, 농약이나 폐수의 영향으로 개체가 급감합니다. 따라서 맹꽁이가 서식하는 곳은 오염이 적고 생태균형이 잘 유지된 지역으로 평가됩니다

    환경단체들은 맹꽁이를 일종의 도시생태계 건강지표종으로 분류합니다.

    , 포일습지에 다시 맹꽁이가 돌아온다면 이는 단순히 한 종의 복원이 아니라, 그 생태계가 지닌 물·식물·곤충·조류 등 다양한 생명의 순환이 복원되었다는 상징입니다.

     

    시민참여형 학습장으로서의 생태학습장

    포일습지는 단순한 서식지 복원이 아닌 시민 참여형 학습장으로 개발 중입니다. 의왕시는 관내 학교와 협력해 맹꽁이 생태교실’, ‘도시생태 모니터링 체험’, ‘수질 변화 관찰 수업등 체험형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 같은 교육활동은 자연보전의 세대 간 인식 차이를 줄이고, 장기적으로 지역 전체의 환경의식을 높이는 사회적 효과로 이어집니다.

     

    ② '시민참여형 관리모델의 필요성

    포일습지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맹꽁이 서식지 복원과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맹꽁이는 수질과 환경 변화에 민감해 습지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종입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생태복원은 조성보다 사후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습지는 수질·식생·기온에 따라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유기체이기 때문에 향후 시민참여를 넓히려면 일회성 행사보다 정기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의왕시 환경과가 주관하는 공공일자리 사업이나 포일습지 지킴이단’, 가족 참여형 생태탐방, 학교 연계 관찰수업, 계절별 정화활동 같은 방식이 있으면 참여의 문턱이 낮아집니다. 여기에 생태DB나 스마트 모니터링이 더해지면, 시민의 참여가 기록과 데이터로 축적되어 더 신뢰도 높은 복원 관리가 가능합니다.

    또한 복원 성과를 주민들에게 주기적으로 알리는 소통도 중요합니다. 눈에 보이는 변화, 예를 들면 새로 자란 식생, 돌아온 곤충, 관찰된 양서류 같은 정보를 공유하면 우리 동네 이야기가 되고 나의 삶에 반영이 됩니다. 관심은 보여주는 방식에 따라 커지고, 참여는 보이는 성과가 있을 때 더 오래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시민의 관심이 단순한 응원을 넘어 생태 감시와 기록으로 이어지는 것도 중요합니다. 주민들이 수질 변화, 식생 변화, 생물 출현 여부를 함께 살피고 공유한다면 복원 사업의 지속성은 훨씬 높아질 수 있습니다. 포일습지는 그런 의미에서 시민이 생태 회복의 결과를 함께 확인하는 열린 현장으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시민기반 ESG 생태관리 모델은 투명성, 지역 사회를 향한 진정성, 그리고 협력을 통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주민 스스로가 환경복원의 주체가 되면서 기업의 공시 자료 너머에 있는 실제 사회적·환경적 영향을 시민들이 알 수 있고 이해관계자의 거버넌스를 통해 지역 사회의 필요를 정확히 반영할 수 있어서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끄는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생태DB(디지털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스마트 모니터링 체계의 단계적으로 도입도 지속가능한 생태계 보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겠습니다.

     

    복원 이후의 과학적 관리와 습지의 사회·문화적 가치 확산

    일반적으로 복원을 위한 관리로 3단계 관리시스템으로 운영이 됩니다.

    (1) 기초 모니터링 단계 수질, 식생변화, 생물 출현 종수 조사

    (2) 안정화 단계 맹꽁이 번식 밀도 및 알 산란지 확인

    (3) 지속 관리단계계절별 식생 순환 맞춤 

     

    한국환경보전원은 인공지능(AI) 기반의 생태음향 장비를 도입해 맹꽁이의 울음소리를 자동 인식·분석하는 ‘AI 음향 모니터링 시스템을 검토 중입니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 관리가 도입되면, 생태변화를 계량적으로 기록하여 효율적 유지관리가 가능해진다고 합니다.

    습지는 생물의 서식지이자 시민의 휴식처, 나아가 도시문화공간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지닙니다. 향후 습지 내 둘레길 및 생태전시 공간을 조성해 문화·교육·관광이 결합된 ESG 생태공원 형태로 발전시킨다면 이는 단순한 환경보전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 속에서 지속가능성을 체험하는 생활 속 ESG’의 구체적인 모델이 됩니다.

    포일습지는 지금 막 첫 단추를 끼운 단계입니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서 보여준 민관의 협력, 시민의 참여, 기업의 ESG 실천, 그리고 생명에 대한 존중은 이미 도시의 미래를 바꾸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습지의 물길은 느리게 흐르지만, 그 속에 자연의 회복력과 사람의 의지가 함께 흐르고 있습니다. 포일습지의 변화는 도시 한복판에서 이루어지는 생명의 회복 실험이며, 나아가 우리 사회가 환경과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의 증거입니다.

    맹꽁이의 울음이 다시 퍼질 그날, 포일습지는 단순한 자연복원지가 아닌 ESG 실천의 상징이자 세대를 잇는 생태교육의 장이 되어 있을 것이며, 꾸준한 관심과 참여가 이어질 때 포일습지는 앞으로 시민이 자주 찾고, 배우고, 돌보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복원은 한 번의 조성으로 끝나지 않으며,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가 있을 때 비로소 살아 있는 습지로 지역 주민, 학교, 봉사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관리 체계가 자리 잡을 때, 진정한 생태 회복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ESG로 피어나는 생명의 터전
    럭비공

    조회수 276

    2026-04-23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대한민국 연극제 경기도대회 포스터)

    # 대한민국 연극제와 지방 연극 그리고 지방 배우

    1. 배우라는 이름을 확인하는 자리

    지방의 배우들에게 대한민국 연극제가 무엇이냐고 인터뷰를 했다.

    "연극제는 봄입니다. 일 년을 버티게 해주는 봄이요."

    "저한테는 꿈의 무대예요. 그 무대에 한 번 더 서고 싶어서, 나머지 시간을 견디는 것 같아요."

    "대한민국 연극제가 있어서, 나는 생활인이 아닌 연극배우라는 자존감을 확인합니다."

    이 말들을 나란히 놓고 보면, 공통된 구조가 보인다. 연극제는 목적지가 아니라 이유다. 그 무대에 서기 위해 나머지 계절을 견딘다. 카페 앞치마를 두르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고, 낮에는 대사를 외우면서. '생활인'으로 보내는 364일을 버티게 해주는 것이, 단 하루의 그 봄이다.

    이 말들이 아름답게 들리면서도 어딘가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은, 그 간절함의 크기가 현실의 열악함과 정확히 비례하기 때문이다. 꿈의 무대라는 말은, 그만큼 평소의 무대가 꿈처럼 멀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글은 대한민국 연극제를 비판하는 글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이 축제가 지방 배우들에게 갖는 의미가 진지하고 무겁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글이다. 사랑하는 것에 대해서만 제대로 된 요구를 할 수 있다.

     

    (연습장면, 비루한 연습실)

    2.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무게

    1977'대한민국 연극제'로 시작해 '전국지방연극제', '전국연극제'를 거쳐 다시 현재의 이름을 되찾은 이 행사는, 국내 연극계에서 가장 큰 규모와 권위를 자랑하는 경연의 장이다. 전국 16개 시·도의 극단들이 예선을 거쳐 한자리에 모인다.

    그런데 명칭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흔적이 있다. 한때 이름에 버젓이 들어 있던 '지방'이라는 단어가 어느 순간 사라졌다. 행정적으로는 '전국'이라는 말이 더 포괄적이고 격조 있어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름에서 지방이 지워지는 동안, 지방의 현실도 조금씩 의제에서 멀어진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이름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결정한다.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이 축제가 진정으로 대한민국 전역의 연극인들에게 공평한 무대를 보장하고 있는가. 이 물음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다면, 이름값을 하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뜻이다.

     


    (극단 유혹)

    3. 두 달의 연습, 하루의 무대

    지방 연극의 현실을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숫자다.

    안산의 한 극단은 연극제 참가를 위해 두 달간 주 6, 하루 최대 10시간씩 연습에 매진했다. 300시간이 넘는다. 배우들은 대사를 외우고 동선을 조율하고 감정을 쌓아올렸다. 그리고 단 하루 공연을 마친 뒤 손에 쥔 출연료는 40만 원 남짓. 편의점 아르바이트 일주일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이 숫자가 불편한 이유는, 숫자 자체가 냉정하기 때문이다. 열정을 수치로 환산하면 이렇게 된다. 공연이 끝난 날 밤, 로비에서 관객의 박수를 받으며 웃던 배우가 집에 돌아가 통장 잔고를 확인하는 장면을, 우리는 너무 쉽게 외면해 왔다.

    물론 배우들도 안다. 연극이 처음부터 돈이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동의 대가가 없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이유로 정당한 임금을 포기해야 한다는 논리는, 위로처럼 들리지만 실은 구조적 방치의 다른 이름이다. 배우가 무대 위에서 빛나는 것과, 무대 밖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서로 충돌하지 않아야 한다.


    (무대연습)

    4. 예산표의 구조

    공연 예산을 짜다 보면 항목들의 위계가 눈에 보인다.

    '극장 대관비, 무대 제작비, 조명·음향 감독비' 이 항목들은 협의의 여지가 적다. 전문 기술직의 노동이고, 그 가치는 이미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예산표의 마지막 줄, 배우 출연료에 이르면 종종 이런 말이 나온다.

    "배우들은 이해해 줄 거예요. 다들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요."

    무대를 만드는 사람들은 비용으로 계산되고, 무대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사람들은 열정으로 계산된다. 공연 포스터에는 배우의 얼굴이 가장 크게 실리지만, 예산표에서 배우의 몫은 가장 얇다. 이것이 예산 부족의 문제만은 아니다. 배우의 노동을 '조정 가능한 항목'으로 인식해 온 오랜 관행의 문제다.

    지방에서는 이 구조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서울이라면 최소한 관객이라도 모인다. 지방에서는 홍보 비용도, 관객 동원도, 극장 대관료도 모두 극단이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지자체마다 문화예술 지원금의 편차가 크고, 어떤 지역은 연극제 참가 자체를 재정 문제로 포기한다. 지원을 받지 못하면 참여할 수 없는 구조에서, '전국' 연극제는 사실상 '여건이 되는 지역의 연극제'가 된다.


    (무대연습)

    5. 서울이 참여한 이후

    대한민국 연극제에 서울과 경기도가 참여하게 된 것은 의미 있는 변화였다. 수도권의 활발한 연극 활동이 이 무대에 합류함으로써 경연의 수준이 높아졌고, '전국'이라는 이름에 실질이 생겼다.

    다만 그 과정에서 생긴 새로운 불균형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현재 서울·경기 지역 예선에는 20여 개 이상의 팀이 참가하지만, 본선 진출 티켓은 다른 지방 광역시와 동일하게 1장이다. 수십 개 극단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수도권과, 극단 수 자체가 적어 예선 경쟁이 낮은 지방이 같은 조건으로 출전권을 나눠 갖는 방식이 형평성에 맞는지는 논의해볼 문제다.

    이것은 서울을 견제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역의 규모와 여건을 반영한 탄력적인 진출 구조가 오히려 전체적인 경연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공정한 경쟁은 동일한 조건이 아니라 적절한 조건에서 나온다.


    (인터뷰: 안산시 연극협회 지부장 성정선)

    6. 지방 연극이 말라가면

    지방 연극이 위기라는 말은 오래된 이야기라 식상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오래됐다는 것이 덜 심각하다는 뜻은 아니다.

    지방 배우들이 무대를 떠나는 것은, 단순히 한 사람의 진로가 바뀌는 일이 아니다. 그 배우가 무대에 올리던 이야기들이 함께 사라진다. 안산 공단 노동자의 이야기, 충청도 어느 마을의 기억, 남해 어촌의 계절들. 이런 이야기들은 서울의 극장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땅의 언어와 속도와 냄새를 가진 사람들이 그 땅에서 살아가야 비로소 만들어지는 것들이다.

    연극은 항상 지역에서 자랐다. 그리스의 광장에서, 중세 유럽의 마을 광장에서, 조선 시대의 난장에서. 연극이 지역을 잃으면, 연극은 무언가 근본적인 것을 잃는다. 지방 연극은 한국 연극의 변방이 아니라 토양이다.


    (배우, 스텝, 연출)

    7. 대한민국 연극제가 할 수 있는 것들

    대한민국 연극제가 지방 연극 생태계를 혼자 책임질 수는 없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연극 경연이 무엇을 제도화하느냐는, 업계 전체에 신호를 보내는 일이다.

    몇 가지를 제안한다.

    출연료의 최저 기준을 만드는 것이 첫걸음이다. 공적 지원금을 받아 올리는 공연이라면, 배우의 노동에 최소한의 대가를 보장하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지원금이 무대 장치에만 쓰이고 배우에게는 돌아오지 않는 구조만큼은 막을 수 있다.

    본선 진출 작품의 순회 공연도 검토할 만하다. 단 하루의 공연으로 끝나는 현재 시스템은 두 달의 준비에 비해 너무 짧은 무대를 준다. 본선 작품들이 인근 지역 소도시를 돌며 공연할 수 있다면, 배우들은 더 많은 출연 기회를 얻고 지역 관객들은 좋은 공연을 만날 수 있다.

    연습 공간과 공연장 접근성도 빼놓을 수 없다. 대관료가 부담스러워 공연을 못 올리는 상황이 없도록, 공공 극장의 지역 극단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연극제의 지속성을 위해, 지자체 재정이나 단체장의 의지에 좌우되지 않는 국비 지원 비중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행사라면, 국가가 그 이름에 걸맞은 책임을 나눠 져야 한다.

     

    (무대를 기다리며)

    8. 연습실 문 앞에서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대한민국 연극제가 있어서 자신이 배우라는 사실을 확인한다고 했던 그 배우. 그 말 속에는 감동이 있지만, 동시에 질문도 있다. 왜 배우는 연극제가 있을 때만 배우일 수 있는가. 연극제가 없는 나머지 364일은 무엇인가.

    이 축제가 진정으로 지방 연극인들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자리가 되려면, 그 자존감이 단 하루의 무대에서만 확인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연습실 문을 여는 매일이 배우로서의 하루여야 한다. 오디션을 기다리는 시간도, 아르바이트와 연습을 병행하는 고된 날들도.

    그러기 위해서는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열정은 이미 충분하다. 지방의 배우들은 이미 오래, 너무 오래 충분히 헌신해 왔다. 이제는 그 헌신이 지속 가능한 삶과 충돌하지 않도록, 제도가 뒷받침해야 할 차례다.

    대한민국 연극제는 그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아니, 되어야 한다. 이 나라 연극의 가장 권위 있는 자리가, 가장 먼저 그 이름에 책임을 지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이 글은 대한민국 연극제 현장 자료와 한겨레신문 비정규직 연극인 윤희웅의 노동 수기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말의 폭력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대한민국 연극제와 지방 연극 그리고 지방 배우
    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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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23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봄이 오면 유독 마음이 무거워지는 날이 있습니다.

    416일이 가까워질수록 가슴이 먹먹해지는 건 저만의 이야기가 아닐 거예요.

    그런데 올해는 달랐습니다. 눈물만이 기억의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함께 손을 맞잡고 꽃을 접고, 영상을 보고, 길을 걸으며 새삼 느꼈습니다. 기억하는 방법은 이렇게도 다양하더라고요.

     

    [416생명안전교육원 내 조형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자리한 경기도교육청 4.16생명안전교육원을 소개합니다.

    4.16생명안전교육원이란?

    4.16생명안전교육원은 2014416,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250, 교사 11명을 기억하고, 그 기억을 교육과 희망으로 이어가기 위해 설립된 경기도교육청 직속기관입니다.


    [416생명안전교육원 기억관 외부 모습]
     

    교육원은 크게 기억관(기억교실)과 미래희망관으로 구성됩니다.

    두 공간은 같은 건물 안에 함께 있어, 한 번의 방문으로 기억에서 희망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습니다.

    추모와 교육, 전시, 프로그램이 사계절 내내 운영되며, 누구나 무료로 방문할 수 있습니다.

     

    기억관 - 그날의 교실이 그대로

    단원고 4.16기억교실

    기억관은 교육원 별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1층 사월홀, 2층과 3층에 걸쳐 10개의 기억교실과 교무실이 운영됩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과 선생님들이 실제로 사용했던 책상, 의자, 교실 문, 칠판, 사물함까지 그 당시 모습 그대로 복원되어 있습니다.

    교실 안에 들어서면 발걸음이 절로 조심스러워집니다. 비어있는 의자, 창가로 스며드는 햇살, 그리고 아직도 그 자리에 남아있는 아이들의 흔적.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그 공간에 서 있으면, 무언가가 가슴을 조용히 두드립니다.

    국가지정기록물 제14202112, 세월호 참사 관련 기록물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지정기록물로 지정되었습니다.

     
    [416생명안전교육원 기억관 1층 내부 모습]

    1층 사월홀 - 기억을 만나는 첫 번째 공간

    기억교실을 오르기 전, 1층 사월홀에서는 먼저 영상을 시청하게 됩니다. 아이들의 기억을 샌드아트로 풀어낸 영상은 단원고 학생들이 교실을 떠나기까지의 긴 여정, 교실 이전 협의 과정, 그리고 기억교실이 지금의 자리에 놓이기까지의 이야기를 조용하지만 강하게 전달합니다.

    2014415, 제주도 수학여행을 앞두고 설레어 하던 아이들의 모습. 그다음 날 모든 것이 바뀌어버린 416. 학생들의 제적 처리를 둘러싼 유가족과 교육청의 갈등, 교실 존치를 위한 수많은 사람들의 싸움, 그리고 끝내 교실을 지켜낸 이야기까지. 영상을 보는 내내 마음이 여러 번 흔들렸습니다.

    "기억교실이 존재한다는 건, 그 아이들이 아직도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뜻이야."

    영상 속 한 문장이 오래도록 남았습니다.

     
    [416생명안전교육원 기억관 1층 사월홀 영상시청]
     

    기억과 약속의 길 - 매달 함께 걷는 순례

    기억관 1층 사월홀에서 영상을 시청한 뒤, 기억교실을 방문하고, 그 이후에는 기억과 약속의 길 순례가 이어집니다. 이 프로그램은 4.16기억저장소와 경기도교육청 4.16생명안전교육원이 함께 20147월부터 매달 진행해온 시민 순례 프로그램입니다.

    단원고 아이들이 걸었던 등굣길, 산책길, 학원을 오가던 골목길을 함께 걸으며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억을 나눕니다. 유가족 어머님들로 구성된 가족운영위원이 직접 안내와 해설을 맡아 진행합니다.

     
    [416생명안전교육원 기억관 2층 기억교실복도 통로]
     

    기억과 약속의 길 - 매달 셋째 주 토요일 오후 / 기억관 1층 사월홀 집결 (사전 확인 권장)

    > 문의 : 4.16기억저장소 031-410-0416

     

    미래희망관 - 기억이 희망으로 피어나는 전시 공간

    미래희망관은 기억관과 함께 교육원 안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매달 새로운 전시가 열리는 갤러리 공간으로, 세월호 참사와 기억을 주제로 한 예술 작품들이 조용하고도 깊게 관람객에게 말을 건넵니다.

     
    [416생명안전교육원 미래희망관 1층 전시]
     

    20264월에는 세월호 참사 12주기를 기념한 2부작 기획전 , 기억에서 희망으로가 진행 중입니다.

    전시 1 봄을 닮은 그대의 시간, 열두 해의 세월

    > 작가 : 이종구 / 단원고 학생 반별 회화 13

    > 전시 기간 : 2026. 4. 1.() ~ 4. 29.()

    > 전시 장소 : 4.16생명안전교육원 미래희망관 1(안산시 단원구 적금로 134)

    > 관람 시간 : 평일 09:00~18:00 | 주말·공휴일 휴관 | 무료

    > 문의 : 031-229-7662

     
    [416생명안전교육원 미래희망관 1층 전시]
     

    전시 2 세월의 생명들 - 열두 해를 지나 희망을 보다

    > 작가 : 이구영 / 아크릴 회화 19

    > 전시 기간 : 2026. 4. 1.() ~ 5. 21.()

    > 전시 장소 : 4.16기억전시관 3(안산시 단원구 인현중앙길 38)

    > 관람 시간 : ~09:00~18:00 | ··공휴일 휴관 | 무료

    > 문의 : 031-411-7372

     
    [416생명안전교육원 미래희망관 1층 전시 및 416기억전시관 전시안내표]
     

    함께하는 손길 - 소안지 봉사활동

    4.16생명안전교육원의 각종 행사와 프로그램에는 지역 단체들의 따뜻한 손길이 함께합니다. 그 중 소안지(소소한 일상 속 안전지킴이)는 생명안전 교육 단체로, 지역 주민에게 안전과 환경교육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3월에는 4월을 기억하는 꽃 만들기 봉사를, 4월에는 기억식을 앞두고 다양한 체험 부스 사전 준비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기억식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하지만, 함께 손을 움직이다 보면 슬픔이 조금씩 연대의 온기로 바뀌는 걸 느낍니다.

    기억하는 방법은 하나가 아닙니다. 꽃을 접고, 부스를 준비하고, 그 길을 함께 걷는 것. 그 작은 손길 하나하나가 모두 기억입니다.

     
    [416생명안전교육원에서 3월 기억식을 준비하는 꽃 만들기 봉사활동 소안지팀]
     

    제가 방문한 날도 마침 4.16 러닝크루 '다시 봄' 특별 행사가 열렸습니다.

    함께 달리고, 함께 웃고, 함께 이름을 기억하는 그 장면을 바라보는 내내 마음이 환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픔을 기억하면서도 무겁지 않게, 오히려 따뜻하게 기억할 수 있다는 걸 몸으로 느낀 순간이었어요. 이런 방식의 추모가 있구나, 이래서 사람들이 해마다 이곳을 찾아오는구나 싶었습니다.

     
    [416생명안전교육원 외부에서 진행된 러닝크루 다시봄 행사진행모습]
     

    416,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 당일에도 러닝크루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가장 슬픈 날에도 함께 달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기억은 이어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기억하는 방법은 눈물만이 아닙니다. 때로는 함께 달리는 것도, 번호를 등에 달고 그 길을 걷는 것도 기억입니다. 그리고 그 기억이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환하게 밝혀주기도 한다는 것을 이날 느꼈습니다.

     

    [416생명안전교육원 외부에서 진행된 러닝크루 다시봄 행사진행모습]

     

    "우리는 별이 되어 사라진 게 아니라, 은하수를 만들어 함께 걸어가고 있다는 걸 기억해 줘."

    기억교실에서 들려온 영상 속 한 마디입니다.

    4.16생명안전교육원은 그 은하수를 함께 지켜가는 공간입니다. 봄날, 한 번 그 길을 걸어보세요.

     

    방문 안내

    > 4.16생명안전교육원 (기억관 + 미래희망관) : 경기 안산시 단원구 적금로 134

    > 기억과 약속의 길 : 매달 셋째 주 토요일 오후 / 기억관 1층 사월홀

    > 운영 문의 : 031-414-0416 / 전시 문의 : 031-229-7662

    > 관람료 : 무료

     


    기억이 희망이 되는 공간 - 경기도교육청 4.16생명안전교육원
    안산사라

    조회수 260

    2026-04-21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의왕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도시경제분과 정기회의 리뷰

    2026년 사업계획과 지역 활동을 중심으로

    2026417일 오후 5, 의왕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실에서 도시경제분과 정기회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회의는 2026년 사업과 활동계획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그동안 추진해 온 지역 활동과 교육 내용을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되었습니다.


     

    회의는 비교적 실무 중심의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참석자들은 도시경제분과 위원들과 관계자들로 구성되었으며, 간단한 인사 이후 곧바로 주요 안건에 대한 보고와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먼저, 지난 활동에 대한 보고가 이루어졌습니다.

    도시경제분과는 그동안 지역경제와 지속가능성을 연결하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왔으며, 특히 지속가능한 소비지역 기반 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왔습니다.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지역축제와 연계한 친환경 장터 운영이 있습니다. 이 장터에서는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소상공인들이 참여하여 친환경 제품과 지역 생산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습니다.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 시민들에게 어떤 소비가 지속가능한가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교육의 장으로 기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또한 공정무역 제품 홍보 활동도 꾸준히 진행되었습니다. 커피, 초콜릿 등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제품을 중심으로 공정무역의 개념과 필요성을 설명하고, 윤리적 소비에 대한 시민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이러한 활동은 소비를 단순한 경제행위가 아닌 사회적 가치 실천으로 연결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지역 내 소상공인과의 연계 활동도 중요한 부분으로 다뤄졌습니다.

    도시경제분과는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협력 방안을 모색해 왔으며, 특히 친환경 경영을 실천하는 소상공인을 발굴하고 홍보하는 활동을 진행해 왔습니다. 이는 지역경제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경제 구조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와 함께 교육 프로그램도 병행되었습니다. 시민을 대상으로 한 지속가능한 소비 교육’, ‘지역경제 이해 교육등이 운영되었으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경제·환경 연계 교육도 일부 진행되었습니다. 교육은 강의 중심이 아닌 체험과 사례 중심으로 구성되어 참여자들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이후 2026년 사업계획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올해 도시경제분과의 핵심 방향은 지역 기반 지속가능경제 강화시민 참여 확대로 정리되었습니다. 단순한 행사 운영을 넘어, 지속적인 참여와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주요 목표로 제시되었습니다.

     

    먼저, 친환경 장터의 확대 운영이 계획되었습니다.

    기존의 일회성 행사에서 벗어나 정기적인 운영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참여 주체도 더욱 다양화할 예정입니다. 사회적기업뿐만 아니라 일반 소상공인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되, 친환경 제품과 지속가능한 생산 방식을 기준으로 참여를 유도하는 방향이 논의되었습니다.

    또한 지역 화폐 및 로컬 소비 활성화와 연계한 프로그램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지역 내에서 소비를 순환시키는 구조를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캠페인과 교육 프로그램이 함께 추진될 예정입니다.

     

    공정무역 관련 활동도 강화됩니다.

    기존의 홍보 중심에서 벗어나 체험형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학교 및 기관과 연계한 교육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공정무역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실제 소비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도시경제분과에서는 특히 교육과 실천의 연결을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습니다. 교육을 통해 인식을 높이고, 그 인식이 실제 소비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이 확대될 예정입니다.

    예를 들어, ‘지속가능 소비 실천단과 같은 형태의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시민들이 직접 활동에 참여하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되었습니다.

    또한 지역축제와의 연계도 중요한 전략으로 제시되었습니다. 축제는 많은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을 알리고 체험할 수 있는 효과적인 플랫폼이 됩니다. 도시경제분과는 환경분과, 교육분과와 협력하여 통합형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이번 회의에서는 협력 네트워크의 중요성도 강조되었습니다.

    지속가능한 지역경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행정기관, 시민단체, 기업, 교육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기존 협력기관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새로운 파트너를 발굴하는 것이 과제로 제시되었습니다.

    또한 활동의 성과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성도 논의되었습니다. 단순한 행사 횟수가 아니라, 참여자 수, 교육 효과, 소비 변화 등 구체적인 지표를 통해 성과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었습니다.

     

    회의를 통해 느낀 점은 도시경제분과의 활동이 단순한 경제 활성화 차원을 넘어,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소비, 생산, 유통이 모두 연결되어 있는 만큼, 작은 변화가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시민이 주체가 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고민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단순히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스스로 참여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향이 점점 강화되고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과제도 분명합니다.

    보다 많은 시민들이 이러한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동기 부여와 프로그램의 다양화도 중요할 것입니다.

    이번 도시경제분과 정기회의는 과거 활동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구체화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습니다. 지속가능한 지역경제라는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개념이, 실제 활동과 계획을 통해 점점 현실적인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도시경제분과의 활동이 어떻게 구체화되고, 시민들의 삶 속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갈지 기대해봅니다.

    이러한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의왕시가 더욱 지속가능한 도시로 발전해 나가기를 바라며,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지속가능한 소비 중심의 사회적 가치 실천
    럭비공

    조회수 247

    2026-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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