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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웹진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6년 경기도 평생학습 정책연구과제 수요조사참여로 더 나은 평생학습 정책을 제안하다

    /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급변하는 인공지능(AI) 시대와 초고령사회,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는 평생학습의 의미를 새롭게 바꾸고 있다.

    이제 평생학습은 단순한 취미 활동이나 자기계발을 넘어 일자리, 디지털 역량, 사회참여,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필수적인 사회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은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정책 연구에 반영하기 위해 '2026년 경기도 평생학습 정책연구과제 수요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 수요조사는 경기도 평생학습 정책이 행정 중심이 아닌 현장 중심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앞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 연구의 우선순위를 설정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현장의 의견을 담는 '2026년 경기도 평생학습 정책연구과제 수요조사', 이번 조사는 2026713일부터 724일 오후 6시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경기도 내 평생학습 관련 기관과 단체, 평생교육시설 종사자, 강사, 활동가, 연구자 등 평생학습 분야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은 매년 정책연구를 통해 경기도 평생학습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며, 올해 역시 실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연구주제를 발굴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

    특히 이번 조사는 단순한 설문조사에 그치지 않는다. 평생학습 정책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가장 시급한 과제인지, 어떤 분야를 우선적으로 연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현장의 경험과 아이디어를 수렴하여 향후 정책 개발의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평생학습은 지역마다 환경이 다르고 학습자의 특성도 다양하기 때문에 현장의 의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수요조사는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는 관계자들의 경험을 정책으로 연결하는 의미 있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어떤 내용을 제안할 수 있을까

    이번 수요조사는 크게 세 가지 내용을 중심으로 의견을 받고 있다.

    첫 번째는 평생학습 정책 현안 및 연구가 필요한 주제이다예를 들어 AI 시대 디지털 문해력 교육, 중장년 재취업 교육, 노년층 스마트폰 활용교육,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평생학습, 장애인과 다문화가정을 위한 평생교육 확대 등 현재 현장에서 필요성을 느끼는 다양한 정책을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연구 분야이다최근 평생학습은 단순한 강좌 운영을 넘어 지역사회 문제 해결과 연계되고 있다AI 활용 교육, 디지털 격차 해소, 1인 가구 평생학습베이비부머 재도약 지원, 탄소중립과 환경교육, 시민참여형 학습공동체 마을교육 활성화, 평생학습도시 발전 모델 등 앞으로 경기도가 집중적으로 연구해야 할 분야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세 번째는 기타 정책 제안 및 자유 의견이다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이나 제도 개선사항, 행정지원, 강사 역량 강화, 예산 지원, 프로그램 운영 방식 등 평소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내용을 자유롭게 작성하면 된다특히 구체적인 정책 아이디어가 있는 경우에는 별도의 제안서를 제출하여 보다 심층적인 연구과제로 제안할 수도 있다.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조사

    참여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포스터에 안내된 QR코드 또는 온라인 설문 주소에 접속하면 5~10분 정도의 시간만으로 참여할 수 있다또한 연구과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싶은 경우에는 별도의 제안서를 작성하여 이메일로 제출하면 된다온라인 설문은 짧은 시간이면 참여할 수 있지만, 그 결과는 내년 경기도 평생교육 정책 연구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강사 한 사람의 경험작은 학습공동체의 의견 하나가 새로운 정책 연구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평생학습 정책은 현장에서 시작된다.

    평생학습은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생애 전 과정에 걸쳐 지속적으로 배우고 성장하는 교육이다최근에는 AI 기술의 발전과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 고령화, 기후위기 등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정책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특히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중장년층의 재취업, 노년층의 디지털 소외 문제는 평생학습이 해결해야 할 대표적인 사회적 과제가 되고 있다또한 지역 공동체 활성화와 시민참여 확대, 문화예술 활동, 환경교육, 건강한 노후 준비까지 평생학습이 담당하는 역할은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행정기관만의 고민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실제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는 강사와 기관 종사자, 학습자들의 생생한 경험이 함께 반영될 때 비로소 현실적인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다따라서 이번 수요조사는 단순한 의견조사가 아니라 경기도 평생학습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중요한 정책 참여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장의 작은 의견이 미래 정책을 만든다

    평생학습 현장에는 수많은 경험과 아이디어가 존재한다강사는 교육과정 운영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알고 있으며, 학습자는 무엇이 필요한지 가장 잘 알고 있다. 기관 종사자는 지역의 특성과 행정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이처럼 다양한 경험들이 정책 연구로 이어질 때보다 실효성 있는 평생학습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다특히 AI 활용 교육, 디지털 문해력, 고령사회 대응, 지역공동체 활성화, 1인 가구 지원, 평생학습 강사 전문성 강화 등은 앞으로 경기도가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발전시켜야 할 분야이다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이 실시하는 이번 정책연구과제 수요조사는 이러한 현장의 경험을 정책으로 연결하는 소중한 통로가 될 것이다.

    5분 남짓한 설문 참여가 내년 경기도 평생학습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평생학습의 미래는 행정기관만이 아닌,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는 모든 관계자와 도민이 함께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이번 수요조사는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평생학습 정책과 현장의 간극, 숫자로는 보이지 않는 현실

    / ⓒ에디터 럭비공

     

    평생학습 정책은 매년 발전하고 있다.

    전국의 평생학습도시는 늘어나고 있고, 디지털 문해교육과 AI 활용교육, 마을공동체 사업도 확대되고 있다. 정책 보고서에는 참여 인원과 운영 횟수, 만족도 등의 성과가 기록된다. 그러나 현장을 취재하면서 만난 시민들의 이야기는 또 다른 현실을 보여주었다정책은 분명 좋은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지만, 현장에서는 작은 불편과 제도의 한계가 시민들의 참여를 가로막고 있었다.

     


     

    사례 1. "교육은 좋은데, 갈 방법이 없습니다."

    경기도의 한 학습마을에서 스마트폰 교육을 수료한

    78세 김모 어르신은 이렇게 말했다.

    "집에서 평생학습관까지 버스를 두 번 갈아타야 해요.

    교육은 정말 좋은데 왕복 두 시간이 걸립니다."

    정책은 '누구나 평생학습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교통이 가장 큰 장벽이었다.

    도심에서는 다양한 강좌를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외곽 지역이나 농촌에서는 이동 자체가 어려워

    교육 참여를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한 평생학습 담당자는 "예산은 프로그램 운영에 집중돼 있지만,

    이동지원 예산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교육의 기회는 마련했지만,

    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까지는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 것이다.


     

    사례 2. 디지털 교육은 끝났지만, 집에 가면 다시 막막하다

    최근 많은 지자체가 스마트폰 활용교육과 AI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을 마친 어르신들은 키오스크 사용법과 모바일 뱅킹을 배웠지만,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의왕시의 한 교육장에서 만난 수강생은 말했다.

    "수업 시간에는 잘 따라갔는데 집에 오니까 순서를 다 잊어버렸어요.

    옆에서 한 번만 더 알려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어요."

    평생학습은 대부분 2시간짜리 강의로 끝난다.

    그러나 디지털 역량은 반복 연습과 사후 지원이 있어야

    비로소 생활 속에서 정착된다.

    강사는 "교육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 이후"라고 말했다.

    정책은 교육 횟수를 성과로 평가하지만,

    시민들은 지속적인 디지털 멘토링을 더 필요로 하고 있었다.

     


     

    사례 3. 배운 사람이 봉사하고 싶어도 연결되지 않는다

    평생학습을 통해 스마트폰 활용법을 익힌 한 수강생은 교육을 마친 뒤

    강사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이제 저도 다른 어르신들을 도와드리고 싶은데 어디에 신청하면 되나요?"

    안타깝게도 이를 연결해 줄 체계는 없었다.

    평생학습관, 자원봉사센터, 공익활동지원센터는 각각 운영되고 있었지만

    정보가 연계되지 않아 시민들이 참여할 창구를 찾기 어려웠다.

    결국 많은 시민들은 배우는 데서 멈추고 있었다.

    배움이 공익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연결망이 부족한 것이다.

     


     

    사례 4. 강좌는 많지만 주민이 원하는 내용은 부족하다

    한 평생학습관의 강의실 게시판에는 수십 개의 프로그램이 안내되어 있었다.

    캘리그래피, 꽃꽂이, 요가, 라인댄스 등 다양한 강좌가 운영되고 있었지만, 주민들이 실제로 원하는 교육은 조금 달랐다.

    인터뷰에 참여한 주민들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AI를 배우고 싶어요."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이 필요합니다."

    "유튜브 영상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전자책 출판을 해보고 싶습니다."

    프로그램은 여전히 문화·취미 중심이었고,

    시민들이 체감하는 디지털 전환 속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정책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를 따라가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프로그램 개편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의견도 나왔다.

     


     

    일본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일본의 공민관과 마을공동체에서는 교육이 끝나면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동아리와 자원봉사 활동으로 이어진다예를 들어, 스마트폰 강좌를 수료한 주민은 '디지털 서포터'가 되어 다른 고령층을 돕고, 환경교육을 받은 주민은 하천 정화 활동과 생태 모니터링에 참여한다행정은 교육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배움과 실천을 연결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평생학습이 개인의 경험으로 끝나지 않고 공동체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정책은 '몇 명이 배웠는가'보다 '얼마나 삶이 달라졌는가'를 물어야 한다. 평생학습 정책의 성과는 흔히 참여 인원, 강좌 수, 운영 횟수로 평가된다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숫자로 설명되지 않는 변화를 이야기했다한 어르신은 스마트폰 교육을 받은 뒤 처음으로 손주와 영상통화를 했고, 또 다른 시민은 AI 글쓰기 교육을 통해 자신의 자서전을 쓰기 시작했다누군가는 디지털 금융사기를 피할 수 있었고, 누군가는 평생학습을 계기로 마을기록 활동가가 되었다이러한 변화는 통계표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지역사회를 바꾸는 가장 중요한 성과다.

    현장 취재를 통해 확인한 정책과 현장의 간극은 예산 부족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연결'의 부족이 더 큰 문제였다. 평생학습 정책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변화가 필요하다무엇보다 교육 운영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 학습자의 필요와 경험을 중심에 두는 전환이 중요하다. 주민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교육 수요를 꾸준히 살피고, AI·디지털 문해력·금융안전·1인 미디어와 같은 생활밀착형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한다또한 교육은 수업이 끝나는 순간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이후의 실천과 연결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이를 위해 디지털 멘토단이나 학습동아리와 같은 지속적 학습 기반을 함께 지원할 필요가 있다나아가 평생학습관, 자원봉사센터, 공익활동지원센터 간의 연계를 강화해, 교육을 마친 시민이 자연스럽게 공익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배움이 개인의 경험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사회로 확장될 수 있도록 돕는 연결 체계가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정책의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 참여 인원이나 강좌 수를 넘어, 학습 이후 시민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리고 지역사회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를 함께 반영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배움은 교실에서 시작되지만, 그 가치가 완성되는 곳은 마을이다. 정책이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평생학습은 단순한 교육사업을 넘어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공공정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평생학습 정책과 현장의 간극 : 숫자로는 보이지 않는 현실
    럭비공

    조회수 13

    2026-07-27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소수의 활동가가 255개 위원회를 감시하다

    비영리 시민단체에서 일한다는 것은 늘 자원의 부족을 안고 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력은 적고, 예산은 빠듯하며, 분석해야 할 행정 정보는 방대하다. 지방자치단체 하나만 해도 수십에서 수백 개의 위원회가 운영되고, 수조 원 단위의 예산이 집행되며, 수천 건의 행정 결정이 이루어진다. 이 모든 것을 소수의 활동가들이 수작업으로 추적하고 분석해 시민에게 알리는 것은 구조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이하 대전참여연대)20265, 대전시 행정의 불투명성과 선거 공약의 편향성을 고발하는 두 건의 전수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첫째, 대전시 255개 위원회의 운영 실태 분석 결과, 17.3%(44)는 최근 4년간 회의를 단 한 번도 열지 않았고, 41.2%(105)는 연평균 1회 미만에 그쳤다. 특히 개최된 회의(2,489) 63.8%의 결과가 비공개 처리됐으며, 도시계획위원회(87)와 주택건설사업통합심의위원회(43) 등 주요 위원회는 위원 구성 및 회의 결과를 단 한 건도 공개하지 않았다.

    둘째, 지역 시민단체들과 합동으로 6·3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선거공보물 공약 2,920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89%가 개발·시설 중심 공약에 편중된 반면, 기후정의·성평등·시민참여·평화 공약은 5%에 불과했다.

    이 사례들은 소수 활동가들이 어떻게 이처럼 방대한 공익 데이터를 분석해냈는지, 그리고 향후 효과적인 데이터 감시 활동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과제를 남긴다.

     

    공공데이터 감시란 무엇인가 ㅡ 민주주의의 기반으로서의 정보

    대전참여연대의 활동을 이해하려면 '공공데이터 감시'라는 개념부터 살펴야 한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시민이 정부의 행위를 알 수 있어야 한다. 어떤 결정이, 누구에 의해, 어떤 과정을 거쳐 내려졌는지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면 시민은 판단할 수도, 개입할 수도 없다. 이 원칙이 제도적으로 표현된 것이 정보공개 제도이고, 시민단체들이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해 행정의 투명성을 추적하는 것이 공공데이터 감시 활동이다.

     

    / ⓒ정보공개포털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정보는 지자체 홈페이지와 정보공개포털(open.go.kr)을 통해 일정 수준 공개된다. 하지만 공개된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해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예컨대 255개 위원회의 운영 현황을 일일이 방문해 엑셀로 정리하고 통계를 내는 작업은 수십 시간이 소요되는 단순 반복 업무다. 이는 인적 실수의 위험이 크고 정기적인 재분석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때 기술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웹 크롤링, 데이터 정리 자동화, 시각화 도구는 이러한 작업을 자동화하고 정확성을 높일 수 있으며, 생성형 AI의 등장은 그 가능성을 한층 더 확장시키고 있다.

     

    공공데이터로 행정을 비추다 ㅡ 대전참여연대 활동의 의의

    대전참여연대의 255개 위원회 전수 분석과 공약 분석 발표는 다층적인 의미를 지닌다.

    첫째, 2021년 이후 5년 만에 수행된 추적 조사다. 위원회 수가 219개에서 255개로 16.4% 늘었음에도 투명성 지표는 개선되지 않거나 후퇴했음을 비교를 통해 입증했다.

    둘째, 구체적인 수치로 반박 불가능한 근거를 제시했다. "2,489회 회의 중 63.8% 비공개"라는 명확한 데이터는 당국의 반론을 막고 여론 형성과 정책 변화를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됐다.

    셋째, 회의 개최율, 정보 공개율과 함께 성별 균형까지 아우른 다층적 분석이었다. 여성 참여율 법정 기준(40%) 미달 위원회가 61.1%, 여성 위원이 한 명도 없는 곳이 23개에 달함을 파악해냈다.

    공약 2,920건 분석 역시 수십 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해 후보들의 공약을 가치 기준으로 분류·재평가한 작업으로, 유권자에게 객관적인 가치 판단의 근거를 제공했다.

     

    자동화가 가져올 변화 ㅡ 산업공학적 시각으로 보는 시민단체

    / ⓒstibee

     

    산업공학(IE)의 핵심인 '프로세스 최적화'를 시민단체의 데이터 감시 활동에 적용하면 작업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대전참여연대의 전수 조사 과정을 분해해 각 단계별로 자동화를 도입하면 구체적인 변화가 나타난다. 데이터 수집·정리 단계에서는 255개 페이지를 직접 방문하는 수작업 대신 파이썬 크롤러를 활용해 수집 시간을 수십 분의 일로 단축할 수 있다. 분석 단계에서는 공약 2,920건 분류와 같은 텍스트 범주화를 생성형 AI가 초안 작성하고 사람이 검수하는 방식을 통해 속도를 높인다. 시각화 단계에서는 파이썬 라이브러리나 태블로를 활용해 작성 시간을 줄이고 실시간 대시보드로 주기적 모니터링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자동화는 단순한 시간 절약을 넘어선다. 산업공학의 '(Lean) 방식'처럼 단순 반복이라는 낭비 공정을 줄임으로써, 활동가가 정책 제언이나 시민 소통 같은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소수 인력으로도 더 넓은 영역을 더 자주, 빠르게 감시하는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다.

     

    시빅테크의 등장 ㅡ 기술이 시민사회의 손에 들어올 때

    / AI 생성 이미지

     

    '시빅테크(Civic Technology)'디지털 기술로 시민 참여를 강화하고 공공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과 생태계. 정부가 아닌 시민이 기술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전자정부 서비스와 구별된다.

    한국에서 시빅테크의 잠재력이 드러난 대표적 사건은 2020년 코로나19 공적 마스크 앱 개발이다. 정부가 마스크 재고 데이터를 API로 공개하자 이틀 만에 200여 명의 시빅해커가 앱을 개발했고, 이 경험을 계기로 '코드포코리아(Code for Korea)'가 결성됐다.

    코드포코리아는 20202월 빠띠 활동가들이 행정안전부에 제출한 공공데이터 공개 요청 제안서에서 출발했다. 요청 데이터가 공공 API로 제공되며 정부의 재난 시 공공데이터 개방 기조 수립과 14만 건 이상 데이터 공개 방침에 영향을 주었으며, 이후 데이터 품질 평가와 크롤링 활동 등을 이어오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빠띠는 데이터 액티비즘의 철학적 기반을 제공한다. 공공 데이터 공유로 정부 투명성을 높이려는 이 운동에 대해 빠띠는 '인공지능 시대, 데이터 액티비즘과 거버넌스'를 연구하며 시민의 데이터 역량이 민주주의의 기반임을 강조한다. 정부가 놓친 문제를 해결하는 협력적 접근이 이들의 핵심 철학이다.

    주목할 점은 기술 전문가만이 주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엔지니어 외에 기획자, 디자이너, 변호사, 시민운동가 등 다양한 인원이 참여하는 만큼, 대전참여연대 같은 시민단체가 데이터 활동을 펼칠 때 시빅테크 생태계와의 연결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시빅테크와 시민단체의 협력 ㅡ 남은 과제

    / ⓒpython

     

    기술의 잠재력이 크다고 해서 모든 시민단체가 당장 파이썬 코드를 짜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현실적인 장벽이 있다.

    우선 기술 역량의 문제다. 대부분의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프로그래밍 전문가가 아니다. 파이썬 크롤러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는 최소한의 기술 지식이 필요하고, 이를 내부에서 습득하거나 외부에서 조달해야 한다. 코드포코리아 같은 시빅테크 커뮤니티와의 협력이 이 문제의 현실적인 해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데이터 접근성의 문제도 있다. 한국의 공공데이터 개방 수준은 많이 향상됐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행정 정보는 기계가 읽기 어려운 PDF 형태나 비정형 구조로 제공된다. 크롤링이 기술적으로 가능해도, 실제 데이터가 정형화되어 있지 않으면 후처리 작업이 상당히 필요하다. 공공데이터 개방의 질을 높이는 것은 시민단체뿐 아니라 정부와의 협력이 필요한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향은 분명하다. 대전참여연대가 수작업으로 해낸 일을 기술의 도움으로 더 빠르고 정확하고 자주 반복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면, 행정의 투명성을 감시하는 시민사회의 역량은 비교할 수 없이 강화된다. 결국 공익활동의 자동화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와 협력의 문제다.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에 주는 시사점

     

    / ⓒmagnific

     

    대전참여연대의 사례와 한국 시빅테크의 경험에서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가 참고할 수 있는 점은 세 가지다.

    첫째, 소규모 단체도 데이터 기반 감시를 수행할 수 있다. 대전참여연대는 거대 조직이 아님에도 255개 위원회 전수 조사와 2,920건의 공약 분류를 해냈다. 이미 공개된 공공데이터와 지자체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하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출발점이다.

    둘째, 시빅테크 커뮤니티와의 연결이 역량을 증폭시킨다. 코드포코리아처럼 기술을 나누려는 커뮤니티와 경기도 공익단체가 협력하면 공공데이터 분석과 시각화를 통해 공익 임팩트를 높일 수 있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이 연결을 촉진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셋째, 기록이 장기적 변화의 힘이다. 대전참여연대가 2021년과 2026년 분석을 비교할 수 있었던 것은 이전 기록이 축적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공익활동 결과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공개하는 아카이브 작업은 단기 보고서를 넘어 장기적 추적과 비교 분석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된다.

     

    마무리 ㅡ 투명한 행정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 ⓒ광장21

     

    대전시의 255개 위원회 중 절반에 가까운 위원회가 사실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대전참여연대가 그것을 찾아내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 전까지는 데이터는 있었지만, 분석된 적이 없었다. 정보는 존재했지만, 아무도 연결하지 않았다.

    민주주의는 투명한 행정 위에서만 작동한다. 그리고 투명한 행정은 누군가 끊임없이 들여다보고 물어보고 기록해야 가능해진다. 대전참여연대가 해온 일이 그것이다. 앞으로 데이터 기술이 그 손을 강화해준다면, 더 적은 힘으로 더 넓은 행정을 감시하고, 더 많은 시민에게 더 빠르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도구다. 그리고 그 도구를 시민의 손에 쥐어주는 것, 그것이 시빅테크가 공익활동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데이터가 시민의 무기가 될 때 :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의 공공데이터 감시 활동과 한국 시빅테크의 가능성
    엄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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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27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학교와 마을을 잇다경기마을교육공동체, 31개 시군 연대로 새로운 출발

     

    /경기도 31개 시군 연대 경기마을교육공동체가 711일 공식 출범했다 ⓒ에디터 다참

     

    저출생, 학교 통폐합, 지역 소멸, AI시대. 급변하는 교육 환경 속에서 학교 교육만으로는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다시 경기도 곳곳의 마을을 연결했다.

    코로나19 이후 사실상 멈췄던 경기도 마을교육 네트워크가 31개 시군을 아우르는 경기마을교육공동체로 다시 출범했다. 학교와 마을, 행정과 시민이 함께 교육을 책임지는 새로운 교육자치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711일 화성시 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열린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출범식에는 교육활동가와 교사, 학생, 학부모, 정치권, 교육청 관계자들이 참석해 교육자치 플랫폼의 새로운 출발을 함께했다.

    /31개 시군 지부는 각자의 마을교육 영역에서 홍보 피케팅을 준비해 와 알리고 있다. ⓒ에디터 다참

     


     

    멈췄던 연대, 다시 하나로경기도 31개 시군 광역교육네트워크 출범

     

    이번 출범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었다.

    이는 구명옥 추진위원장이 소개한 경기마을교육공동체가 출범하기까지의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경기마을교육공동체협의회가 활동했지만, 이후 중단됐다라며, “그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활동가들이 다시 힘을 모아 광역 네트워크를 준비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63월 경기마을교육공동체가 공식 출범한 이후 14개 분과를 중심으로 활동했고, 지금은 경기도 31개 시군으로 조직을 확대했다라며, “오늘 창립총회는 그동안 준비해 온 결실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마을교육공동체는 그동안 정책 협약과 교육정책 제안, 회원 조직 정비, 네트워크대회 개최 등을 추진하며 광역 조직의 기반을 다져왔다.

     

    /이영식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초대 이사장이 출범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에디터 다참

     

     

    더 큰 조직보다 더 단단한 교육공동체를 만들겠습니다

     

    출범식 직전 대의원총회에서 선출된 이영식 초대 이사장은 “31개 시군이 함께하는 광역 네트워크가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을 수없이 들었고, 누군가는 제 생각을 망상이라고도 했지만, 오늘 이 자리는 기적처럼 만들어졌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풀뿌리 교육운동을 넘어 교육자치 플랫폼으로 사람을 잇고, 마을을 잇고, 미래를 잇는 새로운 역사를 31개 시군이 함께 만들어 가겠다라고 선언했다.

    경기도 31개 시군 전체를 하나의 학습공동체로 연결해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가 교육의 주체가 되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다.

    이영식 이사장은 지역을 돌며 가장 많이 들은 말은 함께할 사람이 줄어 들었다’, ‘모일 공간이 없다’, ‘혼자 버텨 왔다라는 이야기였다라며, “마을교육 활동가들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사업이 아니라 언제든 다시 찾아갈 수 있는 공동체와 함께 기댈 수 있는 동료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조직이 아니라 가치의 연결이라며, “학교와 마을, 교육청과 지방정부, 대학과 기업, 주민과 시민이 함께하는 교육자치 플랫폼으로 성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더 큰 조직이 아닌 서로 기대고 도와 줄 수 있는 더 단단한 공동체를 지향하겠다는 의미이며, 교육이 지역을 살리고 지역이 다시 교육을 살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다짐이었다.

     

     

    학교와 마을의 벽을 허물겠습니다

     

    교육청의 역할도 분명했다. 마을교육 활동가들이 지역에서 교육을 실천할 수 있도록 행정의 문턱을 낮추고, 학교와 지방정부를 연결하는 지원 체계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은 마을교육공동체를 벽 깨기 교육의 연장선으로 소개했다.

    안 교육감은 학교와 지역, 교육청과 시청의 벽을 허무는 것이 우리 교육을 살리는 방법이라고 20년 넘게 이야기해 왔다라며 마을교육공동체 시즌2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즌2의 핵심 과제로 31개 시군 전체가 참여하는 조직 읽기(R)·문화예술(A)·스포츠(S)를 중심으로 한 ‘RAS 교육교육청과 지방정부가 함께하는 협력체계를 제시했다.

    이어 학교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라며, “시설이 필요하면 시설을 지원하고, 예산이 필요하면 예산을 지원해 마을교육공동체가 날개를 달 수 있도록 돕겠다라고 밝혔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이 마을교육공동체 시즌2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에디터 다참

     

     

    마을이 우리들의 교실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날 무대의 주인공은 마을교육 활동가들만이 아니었다. 학생과 학부모의 목소리는 마을교육이 정책을 넘어 일상 속 교육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안성 공도초등학교 4학년 박지후 학생은 예전에는 학교 안에서만 배우는 것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마을 곳곳이 교실이 된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라며, “어린이들의 꿈이 마을 안에서 더 크게 자랄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달라고 제안했다.

    /김아리 학생과 이슬기 학부모가 마을교육의 필요성을 제안하고 있다. ⓒ에디터 다참

     

    김포 양곡고등학교 2학년 김아리 학생도 학교와 학원만 오가던 마을이 이제는 배움과 놀이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설렜다라며 마을 어른들과 함께 새로운 시도를 해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학부모 이슬기 씨는 학부모는 단순한 교육의 소비자가 아니라 마을의 자원이 아이들에게 잘 연결되도록 돕는 조력자가 되고 싶다라며 학교 담장을 넘어 교육의 동반자로 함께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학교도 문을 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현장에서 마을학교를 운영해 온 김봉수 남창초등학교 교장은 학교와 마을의 협력이 가져온 변화를 소개했다.

    그는 마을은 열심히 노력했지만 학교가 함께하지 못해 허공의 메아리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학교장과 마을학교장을 함께 맡으면서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졌다라며, “학교도 문을 열 준비가 되어 있다. 앞으로 시즌2에서는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명옥 추진위원장이 경기마을교육공동체가 추진해야 할 6대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에디터 다참

     


     

    지속가능한 교육생태계 구축을 위한 6대 과제

     

    이날 출범식에서는 경기마을교육공동체가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도 발표됐다.

    구명옥 추진위원장은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 조례 제정 추진 마을교육공동체 기본법 제정 추진 경기도 31개 시군 거점 마을학교 운영 마을교육공동체지원센터와 마을교육대학 설립 추진 및 마을교육사 양성 주민 참여형 교육자치 실현 돌봄과 배움이 연결되는 지역 교육공동체 구축 등 여섯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현장의 실천에 머무르지 않고 정책과 제도를 함께 만들겠다라며, “혼자서는 만들 수 없는 변화도 함께라면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출범식은 단순히 새로운 단체의 시작을 알리는 자리가 아니었다. 학교와 마을이 따로 존재하던 교육에서 벗어나 지역 전체가 아이들의 배움을 책임지는 새로운 교육자치 모델을 함께 선언한 자리였다.

    그리고 이날 제시한 경기마을교육공동체가 풀어가야 할 숙제는 결코 녹록지 않아 보인다. 구명옥 추진위원장의 말처럼 현장의 실천을 반드시 법적·제도적으로 연결해야 가능할 것이다.

    앞으로 경기마을교육공동체가 31개 시군을 연결하는 광역 네트워크를 넘어 교육정책을 제안하고 현장을 잇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학교와 마을을 잇다 : 경기마을교육공동체, 31개 시군 연대로 새로운 출발
    다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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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23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AN전도시에 SAN' 시민추진위원회 전체회의 안내 포스터. ⓒ4.16안산시민연대

     

    2026713일 월요일 오후,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교육장에는 시민추진위원회 위원들이 모여 앉았다. 'AN전도시에 SAN' 시민추진위원회 전체회의였다. 이날 가장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은 순서는 특별강연이었다. 강연 제목은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이후,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강사로는 국회생명안전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용혜인 국회의원이 나섰다.

    올해 57, 생명안전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2014년으로부터 꼭 12년이 흐른 시점이었다. 이 글은 그날 강연에서 짚어준 법의 핵심 내용을 바탕으로, 에디터가 현장에서 느낀 것들을 함께 담아 정리한 기록이다.

    솔직히 말하면, 강연을 들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안도감보다는 무게감이었다. 법이 만들어졌다는 소식은 반가웠지만, "이제 다 됐다"는 홀가분함은 어디에도 없었다. 오히려 앞으로 채워야 할 것들이 더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재난안전기본법에는 '피해자'가 없었다

     

    생명안전기본법이 만들어지기 전, 우리나라에서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 가장 먼저 작동하던 법은 재난안전기본법이었다. 그런데 이 법에는 애초에 '피해자'라는 규정 자체가 없었다고 한다. 국가가 재난을 어떻게 대응하고 관리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짜인 법이다 보니, 국가와 각 부처가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만 규정하고 있을 뿐 피해자의 관점은 반영돼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 결과 국가는 자체적인 조사와 수습만 진행했을 뿐, 피해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조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대형 참사의 피해자들은 회복과 치유의 과정을 거치기는커녕 삭발을 하고 단식을 하고 거리에서 한겨울 혹한에 잠을 자야 했다. 심지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이 '반정부 세력'으로 매도되는 일까지 있었다.

    이 대목에서 에디터로서 여러 장면이 떠올랐다. 뉴스로 스치듯 봤던 유가족들의 모습, 삭발식, 단식 농성. 그때는 그저 안타까운 뉴스 한 줄이었는데, 그것이 '법에 피해자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구조적인 이유에서 비롯됐다는 걸 이번 강연을 통해 처음으로 또렷하게 이해하게 됐다. 개인의 슬픔이 아니라 제도의 공백이었다는 사실이 새삼 무겁게 다가왔다.

     


     

    생명안전기본법이 갖는 네 가지 의미

    /'생명안전기본법, 네 가지 의미' 슬라이드를 배경으로 강연이 진행되는 모습. 에디터 안산사라

     

    이날 강연에서는 생명안전기본법이 갖는 의미를 크게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국민의 안전권을 법률로 명시함으로써 헌법적 기본권을 확장했다는 점.

    둘째, 그동안 흩어져 있던 재난안전 관련 법체계의 상위에 서는 기본법이 만들어졌다는 점.

    셋째, 참사 때마다 반복해서 제기됐던 예방 미흡·부실 조사·피해자 방치라는 문제를 해소할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

    넷째,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조사를 실질화하고 상설화했다는 점. 강연에서는 이 네 번째 대목을 "법의 심장 같은 부분"이라고 표현했다.

    네 가지를 순서대로 듣다 보니, 결국 이 법의 뼈대는 '권리''체계''반복 방지''독립성', 이 네 단어로 요약되는 것 같았다. 법 조문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 네 가지로 정리해 들으니 왜 이 법이 필요했는지가 한결 선명해졌다.

     

    1. 헌법적 기본법의 확장 - 안전을 '권리'

    생명안전기본법 4조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인종, 세대, 지역,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등에 관계없이, 일상생활과 노동현장 등에서 안전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받고 안전하게 살 권리를 가진다." 안전이 권리로써 명문화된 것이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는 이 조항의 주어를 두고 논쟁도 있었다고 한다. '국민'이 아니라 '사람'으로 규정해야 실질적이라는 반대 의견이 있었고, 결국 이번 법에서는 '국민'으로 정리됐다. 대신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지 않도록 하는 조항이 별도로 담겼다.

    이 부분을 들으며 에디터로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태원 참사와 화성 아리셀 참사에서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겪었던 차별적 대응을 이미 우리는 목격한 바 있다. '모든 국민'에서 '모든 사람'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지 못한 것은, 이 법이 아직 완성형이 아니라 계속 자라야 할 법이라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이 권리는 피해자에게는 더욱 구체적으로 확장된다. 신속하게 구조받을 권리, 예방부터 복구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고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 차별받지 않고 2차 피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시신을 인도적으로 인계받을 권리, 생활·의료·심리 지원을 받을 권리, 조사에 참여할 권리, 그리고 기억하고 추모할 권리. 그동안 피해자들이 스스로 짊어져야 했던 부담감을 이제는 국가가 보장해야 할 권리로 바꿔놓은 것이다.

     

    2. 상위 기본법 제정 - 흩어진 법체계의 뼈대를 세우다

    두 번째 의미인 '법체계의 상위 기본법', 그동안 재난안전 관련 법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지만 이를 하나로 꿸 설계도가 없었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생명안전기본법은 바로 그 설계도 역할을 하는 가장 기본적인 법이다.

    이 뼈대를 실제로 움직이는 장치로는 대통령 소속의 국민생명안전위원회, 그리고 5년마다 국가가 수립해야 하는 생명안전종합계획이 소개됐다. 안전 정책 전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두는 동시에, 흩어져 있던 정책과 예산, 교육을 하나로 모아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3. 반복된 문제를 풀 근거 안전영향평가와 알 권리

     

    /강연을 경청하는 시민추진위원회 위원들의 모습. 두 대의 스크린에 각각 강연 슬라이드가 띄워져 있다. 에디터 안산사라

     

    세 번째 의미인 '반복되는 문제 해소'는 크게 두 가지 제도로 구체화된다.

    하나는 안전영향평가다. 정부와 지자체가 새로운 법령이나 정책·사업을 추진할 때, 그것이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분석·평가하도록 하는 제도다. 새로운 규제를 풀거나 사업을 벌일 때 안전이 뒷전으로 밀리지 않도록 하는 예방장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하나는 피해자의 알 권리 보장이다. 앞으로 피해자들은 조사 결과와 판결문, 사고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 유해 물질 정보까지 요청할 수 있고, 요청받은 국가나 기업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반드시 응해야 한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성분 정보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감춰졌던 일,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둘러싼 문서 목록 하나 공개되기까지 12년이 걸렸던 일이 그 배경으로 언급됐다.

    이 대목을 들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보를 '요청해서 받아내는 것''당연히 받는 것' 사이에는 결과만 놓고 보면 큰 차이가 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사이에는 피해자가 감당해야 했던 시간과 싸움의 무게가 있다. 이 법이 그 무게를 조금이나마 국가 쪽으로 옮겨놓았다는 점에서, 작아 보이지만 결코 작지 않은 변화라고 느꼈다.

     

    4. 독립조사기구, 법의 '심장'

    네 번째 의미인 독립조사의 실질화·상설화는 국무총리 산하 국가안전사고조사위원회 설치로 구체화됐다. 사고 조사, 정책 개선 권고, 그리고 권고 이행 여부 점검까지 이 위원회가 맡는다.

    조사기구를 상설화하고 민간 출신 상임위원을 확보하는 것이 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가장 첨예했던 쟁점이었다고 한다.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그때그때 조사위원회를 새로 꾸리면, 매번 처음부터 사람을 모으고 자료를 다시 모으느라 조사가 지연되고, 결국 조사위원의 전문성과 연속성이 이어지지 않아 '셀프 조사' 비판이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그동안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겪었던 한계였다.

    여기에 더해 조사가 끝난 뒤 권고사항이 실제로 이행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조항도 새로 담겼다. 어렵게 조사하고 권고안을 만들어도 이행 여부를 아무도 확인하지 않으면 그 노력과 시간이 무의미해진다는 문제의식에서다.

    또 하나 눈에 띈 조항은 지역과 추모, 공동체 회복에 관한 내용이다. 추모시설 조성이나 기록 사업 등을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하도록 명시한 것인데, 그동안 정부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회복'이라는 영역이 국가의 의무로 들어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느꼈다.

     


     

    12, 발의와 폐기를 거듭한 시간

     

    법이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들은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심사조차 받아보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 다시 공동발의로 힘을 모았지만, 이번에도 국회 안에서 순탄하게 논의가 진전되지는 못했다고 한다.

    결국 국회 안에서 스스로 길을 연 것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 12주기를 앞두고 유가족과 시민들이 다시 목소리를 낸 것이 계기가 되어 429일 법안소위를 통과하고 57일 본회의에서 최종 가결됐다.

    12년이라는 시간은 강연에서 "한 아이가 태어나 초등학교 5, 6학년이 될 만큼의 시간"이라고 표현됐다. 이 표현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법 하나가 만들어지는 데 아이가 그만큼 자랄 시간이 걸렸다는 것, 그리고 그 긴 시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버텨온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 이번 법 통과로 유가족분들이 조금은 위안을 받으셨을 거라 생각하지만, 동시에 그 위안이 12년의 기다림에 비하면 너무 늦게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법 통과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시행령을 채우고, 법을 키워가는 일'이라는 제목의 슬라이드. 시행령 제정, 안전약자 확대, 통합 컨트롤타워라는 세 가지 남은 과제가 정리되어 있다. 에디터 안산사라

     

    법이 통과된 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말이 강연 내내 반복됐다. 실제로 남은 과제는 적지 않다.

    첫째는 시행령 제정이다. 피해자의 범위, 조사위원회 구성, 안전사고의 정의처럼 법의 실제 알맹이를 결정할 핵심 내용들이 대통령령에 위임돼 있다. 방향에 대한 의견은 주고받았지만, 실제 시행령이 어떻게 나올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둘째는 안전약자의 범위 확대다. 청소년이나 미등록 외국인처럼 더 취약한 사람들까지 폭넓게 포괄하는 방향으로 시행령이 다듬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셋째는 통합 컨트롤타워 문제다. 분산된 재난 조사를 한데 모아 결과와 사후 대책까지 통으로 점검하는 역할을 이번 법에 담고 싶었지만, 다른 부처들의 반발로 온전히 반영되지 못했고 앞으로의 개정 과제로 남았다고 한다.

    이 부분을 들으며 오히려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법이 모든 것을 한 번에 완벽하게 담아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강연자 스스로 숨기지 않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12년 만에 어렵게 만든 법이니만큼 앞으로 더 탄탄하게 다듬어가야 한다는 과제가, 오히려 이 법이 살아있는 법이라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무대는 이제 지역, 안산이 먼저다

     

    법은 국가 전체를 규율하는 법이지만,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작동하려면 지역의 조례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리고 그 무대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지역으로 안산이 꼽혔다.

    사업을 추진할 때 피해자와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의무화하는 조항이 담겼다. 곧 조성될 4·16생명안전공원, 그리고 안전도시 시민추진위원회가 앞으로 만들어갈 추모·회복 사업들이 이 법의 지원 안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안산시 실정에 맞는 조례를 연구해 제정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이어졌다.

    법과 조례가 있어도 이를 운영할 주체가 없으면 그저 종이에 적힌 글씨에 불과하다는 말도 나왔다. 지역에서 안전 거버넌스를 세우고 시민들의 안전 역량을 키우는 일이 중요한 과제이며, 안산에서는 이미 시민추진위원회가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 대목에서 에디터로서 드는 생각은 이렇다. 법과 시행령은 국회와 정부의 몫이지만, 그 법을 지역에서 실제로 살아 숨 쉬게 만드는 일은 결국 우리 몫이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더해져 이 법이 세상에 나온 만큼, 안산에서 먼저 이 법이 잘 시행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이 든다.

     


     

    질의응답 시행령 일정과 예산, 그리고 남은 쟁점

     

    /강연을 마친 강연자가 질의응답 시간, 스크린에 띄운 세월호 유가족들의 사진을 짚어가며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에디터 안산사라

     

    강연 이후 참석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시행령은 언제쯤 완성되나. 시행령 제정 기한을 정한 조항이 있는지, 언제쯤 완성된 법이 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법이 지난 5월 공포되었고 심사 과정에서 시행령의 방향까지 함께 논의했지만 강연 시점까지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나온 시행령안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조사위원회 구성에 시민사회 몫이 있나. 특정 참사를 다루는 한시적 조사기구라면 피해자 대표 추천 몫을 두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조사기구는 상설로 운영되는 성격이라 추천 대상을 특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었다. 다만 재난안전 분야에서 활동해온 시민사회와 유가족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인물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예산은 충분히 확보될 수 있나. 상설 조사기구 운영에 필요한 예산은 일반회계에서 편성되는 것이라 확보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본다는 답이 나왔다. 유가족과 시민사회가 세월호 참사 12주기 이전 제정을 요청했던 이유 중 하나도 각 부처의 예산 편성 시점과 맞물려 있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중대재해처벌법과의 관계는.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이미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생명안전기본법이 어떻게 함께 작동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사례를 짚어가며 추가 설명이 이어졌다.

    질문들을 듣고 있자니, 이 자리에 모인 분들이 단순히 강연을 '듣는' 입장이 아니라 이미 이 법을 '어떻게 써먹을지'를 고민하는 입장이라는 게 느껴졌다. 시행령, 예산, 안전약자 범위처럼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질문들이 이어졌다는 것 자체가, 안산이 이 법을 그저 뉴스로 흘려보내지 않고 있다는 증거로 보였다.

     


     

    나오며 에디터의 생각

     

    강연을 들으며 내내 든 생각은, 12년 만에 만들어진 법인 만큼 앞으로 잘 만들어지고 잘 시행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번 법 제정으로 유가족분들은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으셨을 테지만, 정작 시행령을 채우고 지역 조례로 구체화하는,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가 더 크게 남아 있다는 느낌이 강연 내내 떠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오랜 시간을 들여 겨우 결실을 맺은 법인 만큼, 앞으로는 더 탄탄한 법으로 자라나기를 바란다. 이 법이 통과되기까지 유가족과 시민사회, 그리고 국회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더해졌다는 것을 이번 강연을 통해 새삼 확인할 수 있었고, 그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안산에서 먼저 이 법이 잘 시행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법은 국회가 만들었지만, 그 법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일은 결국 지역에서, 우리 손으로 해나가야 할 몫이다. 이번 시민추진위원회 전체회의가 그 시작점이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맺는다.

     
     
    세월호 12년, '생명안전기본법'이 열어젖힌 시간 : 안산이 이어가야 할 이야기
    안산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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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21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 도시가 식탁을 바꿀 수 있을까?

     

     

     

    한 도시가 시민들에게 "일주일에 하루는 고기를 먹지 말자"고 제안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코웃음을 칠지도 모른다. 무엇을 먹을지는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이고, 특히 고기를 사랑하는 문화권이라면 그런 제안은 반발만 부를 것 같다. 벨기에는 홍합과 감자튀김, 소고기 맥주 스튜로 유명한, 그야말로 육식의 나라다. 그런데 바로 그 벨기에의 한 도시가 세계 최초로 도시 차원의 '채식의 날'을 선언했고, 그것을 성공시켰다.

    인구 약 26만 명의 항구도시 겐트(Ghent). 벨기에 플랑드르 지방에 위치한 이 도시는 2009513, 매주 목요일을 '채식의 날(Donderdag Veggiedag, 목요일 베지데이)'로 공식 선언했다. 시민들에게 목요일 하루만이라도 고기와 생선을 내려놓고 채식을 해보자는 캠페인이었다. 놀라운 것은 이것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도시 전체의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관공서 구내식당, 시립 학교와 어린이집이 목요일마다 채식 식단을 기본으로 제공하기 시작했고, 도시의 식당들이 채식 메뉴를 개발했으며, 시민들의 식습관 자체가 바뀌었다.

    겐트의 사례가 흥미로운 이유는, 환경·건강·동물복지라는 공익적 가치가 어떻게 개인의 선택을 넘어 도시의 제도와 문화로 정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시민단체와 행정이 어떻게 협력했는지, 강제가 아닌 방식으로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 이야기는 기후위기 시대에 먹거리 정책을 고민하는 한국의 여러 도시, 그리고 경기도에도 실질적인 시사점을 던진다.

     


     

    2. 시작 시민단체에서 출발한 아이디어

     

     

    /ⓒPexels

     

    겐트의 채식의 날은 정부가 위에서 만들어낸 정책이 아니었다. 그 출발점은 EVA(Ethisch Vegetarisch Alternatief, 윤리적 채식 대안)라는 벨기에의 채식 시민단체였다. 벨기에 최대의 채식 관련 비영리단체인 EVA는 플랑드르 지역 전역에 채식 문화를 알리는 활동을 해왔다.

    EVA의 접근 방식은 영리했다. 처음부터 "채식주의자가 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도시의 채식 친화적인 장소들, 즉 채식 메뉴를 파는 모든 식당, 호텔, 슈퍼마켓, 감자튀김 가게를 일일이 조사해 '채식 지도(Veggie Map)'를 만들었다. 이 지도를 본 식당들이 스스로 채식 메뉴를 추가하기 시작했다. 없던 수요가 지도를 통해 가시화되자, 공급이 따라온 것이다.

    2005년 플랑드르 정부가 재정 지원에 나섰고, EVA2007년 겐트시와 협력해 첫 번째 '목요일 베지데이'를 시작했다. 이 캠페인의 목적은 명확했다. 육류 소비를 줄이고, 환경을 지원하고, 윤리적 식생활을 받아들이며, 사람들에게 채식의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그리고 2009513, 겐트시의 환경·사회 담당 부시장 톰 발타자르(Tom Balthazar)가 매주 목요일을 공식 '채식의 날'로 선언하면서, 이 캠페인은 유럽 정치사에 기록되는 사건이 됐다. 시민단체가 씨앗을 뿌리고, 도시 정부가 그것을 제도로 공식화한 협력 모델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흥미롭게도 왜 하필 목요일이었는지에 대한 답은 의외로 소박하다. EVA 관계자에 따르면 목요일을 고른 것은 전략적 결정이라기보다 미적 선택에 가까웠다. 네덜란드어로 '돈더르닥 베지데이(Donderdag Veggiedag)'가 운율이 좋게 들렸기 때문이다. 거창한 명분보다 시민들이 기억하기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름을 택한 것이다.

     


     

    3. 왜 채식인가 환경·건강·동물복지의 교차점

     

     

    /ⓒPexels

     

    겐트가 채식의 날을 도입한 배경에는 명확한 근거들이 있었다. 채식이라는 하나의 실천이 환경, 건강, 동물복지라는 세 가지 공익적 가치를 동시에 겨냥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환경 측면의 근거가 가장 강력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상당 부분이 축산업에서 발생한다고 평가해왔다. 가축, 특히 소가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강력한 온실효과를 가진다. 게다가 육류 생산은 막대한 양의 물과 토지를 소비한다. 겐트시는 이 논리를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 수치로 번역했다. 겐트시의 계산에 따르면, 만약 243천 명의 겐트 시민 전체가 목요일 채식의 날에 참여한다면, 그 효과는 도로에서 자동차 19천 대를 없애는 것과 맞먹는다.

    건강 측면의 근거도 분명했다. 육류 섭취가 많은 식단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이는 심혈관 질환, 일부 암, 당뇨병의 위험을 높인다. 세계보건기구와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심장질환, , 당뇨, 비만 예방을 위해 하루 최소 400그램 이상의 채소와 과일 섭취를 권고한다. 채식의 날은 시민들이 이 권고에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동물복지 측면의 가치도 빼놓을 수 없다. 육류 소비를 줄인다는 것은 곧 공장식 축산에서 고통받는 동물의 수를 줄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VA라는 단체의 이름 자체가 '윤리적 채식 대안'인 만큼, 동물에 대한 윤리적 고려는 이 캠페인의 근본 정신 중 하나였다.

    이 세 가지 가치가 하나의 실천으로 수렴된다는 점이 채식의 날의 강점이었다.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도, 건강을 챙기려는 사람도, 동물을 생각하는 사람도 모두 같은 행동에 동참할 수 있었다.

     


     

    4. 어떻게 정착시켰나 강제가 아닌 설계

     

    겐트의 채식의 날이 성공한 진짜 비결은 '어떻게'에 있다. 도시는 시민들에게 채식을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채식이 자연스럽고 쉬운 선택이 되도록 환경을 설계했다.

    /ⓒPexels

    가장 중요한 것은 공공 부문이 먼저 움직였다는 점이다. 2009년부터 겐트의 시립 학교와 어린이집은 목요일에 따뜻한 채식 점심을 기본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도시락을 싸 오는 아이들에게도 목요일엔 채식으로 준비하도록 권장했다. 관공서 구내식당과 공공 서비스도 목요일엔 채식을 기본 메뉴로 삼았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기본값(default)'이었다는 점이다. 고기를 원하는 학부모는 별도로 신청할 수 있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채식이 제공됐다. 선택의 자유는 보장하되, 기본 방향을 채식으로 설정한 넛지(nudge) 전략이었다.

    식당과 요식업계를 끌어들인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겐트시와 EVA'베지케이션(Vegucation)'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요리사들에게 채식 요리법을 교육했다. 도시는 채식 요리사 양성에 수만 유로를 투자했고,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채식 요리의 비법을 가르치는 강좌도 열었다. 채식이 '맛없는 희생'이 아니라 '맛있는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요리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자원을 집중한 것이다.

    소통 전략도 치밀했다. 겐트시는 25만 명의 시민에게 다가가기 위해 매년 대규모 행사를 열고, 시민들이 참여를 약속하는 서명 명단을 만들고, 전용 웹사이트와 월간 매거진을 운영했다. 요리 강좌와 요리책을 통해 가정에서도 채식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왔다.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눈에 보이게 만든 것이다.

    이런 다층적 설계의 결과, 채식의 날은 겐트에 깊숙이 뿌리내렸다. 채식의 날은 2009년 미래세대를 위한 대상(Big Prize for Future Generations), 그 전해인 2008년에는 최고의 프로젝트로 식품건강상(Food and Health Award)을 수상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5. 성과 도시의 식탁이 바뀌다

     

     

    /ⓒPexels

     

    겐트의 채식의 날은 실제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을까. 수치들이 그 답을 보여준다.

    우선 시민 인지도와 참여율이 높았다. EVA에 따르면 겐트 시민의 다섯 명 중 네 명이 이 캠페인을 알고 있었고, 세 명 중 한 명이 참여했다. 캠페인이 특정 소수가 아니라 도시 전체의 문화로 확산됐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식습관의 실질적 변화도 확인됐다. 연구에 따르면 벨기에인의 43%가 목요일 베지데이 덕분에 이전보다 고기를 덜 먹게 됐고, 40%는 목요일이 아닌 다른 날에도 채식을 하게 됐다. 하루의 캠페인이 일주일 전체의 식습관에 영향을 미치는 파급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무엇보다 도시의 인구 구성 자체가 바뀌었다. 겐트의 채식 인구 비율은 약 7%에 이르러, 벨기에 전국 평균인 2.3%를 크게 웃돌게 됐다. 채식의 날이라는 정책이 실제로 더 많은 시민을 채식으로 이끌었다는 증거다.

    식당 생태계도 변했다. 캠페인 이전 겐트에서 채식 메뉴는 제한적이거나 아예 없다시피 했다. 그러나 지금 겐트의 채식 지도에는 100곳이 훌쩍 넘는 음식점이 등록되어 있고, 완전 채식 식당만 15곳 안팎에 이른다. 겐트는 인구 대비 채식 식당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로 꼽히며 '유럽의 채식 수도'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국제적 파급력도 상당했다. 겐트의 사례는 캐나다에서 일본, 호주에서 스웨덴까지 국제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브라질 상파울루, 독일 브레멘, 미국 워싱턴과 샌프란시스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등 세계 여러 도시가 유사한 캠페인을 도입하는 계기가 됐다. 벨기에 국내에서도 브뤼셀, 하셀트, 메헬렌 등이 목요일 채식의 날을 따랐다.

     


     

    6. 캠페인을 넘어 정책으로 '겐트 엔 가르드'

     

    겐트의 진정한 성취는 채식의 날을 일회성 캠페인으로 끝내지 않고, 도시의 종합적 먹거리 정책으로 발전시켰다는 데 있다.

    2013년 겐트시는 '겐트 엔 가르드(Gent en Garde)'라는 이름의 도시 먹거리 전략을 출범시켰다. 유럽에서 가장 먼저 독자적인 도시 먹거리 정책을 수립한 사례 중 하나다. 이 전략은 짧고 지속 가능한 먹거리 공급망 구축, 지속 가능한 생산과 소비, 먹거리를 통한 사회적 부가가치 창출, 음식물 쓰레기 감축, 음식물 폐기물의 재활용이라는 다섯 가지 전략 목표를 중심으로 한다.

    겐트시는 이 전략을 이끌기 위해 농업, 유통, 요식업, 시민사회, 지식기관 등 먹거리 시스템의 다양한 부문에서 온 약 30명으로 구성된 '먹거리 위원회(Food Council)'를 설치했다. 이 위원회는 2018년부터 자체 예산을 갖고 혁신적인 먹거리 프로젝트를 지원해왔다. 연간 약 6만 유로의 예산으로 지금까지 27개 프로젝트가 지원을 받았다.

    성과는 구체적이다. '푸드세이버스(Foodsavers)' 프로젝트는 2년 만에 1,000톤이 넘는 잉여 식품을 57천 명 이상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재분배했다. 채식의 날 캠페인은 이 종합 전략 안에서 하나의 축으로 자리 잡으며 지속됐다.

    겐트의 먹거리 정책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 2019년 유엔 글로벌 기후행동상을 받았고, 2021년에는 유로시티즈 어워드의 '농장에서 식탁까지' 부문에서 최고상을 수상했다. 202111, 겐트는 벨기에 최초로 지역 단백질 전환 실행 계획을 발표하며, 2050년까지 기후중립적인 먹거리 공급망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캠페인이 정책이 되고, 정책이 도시의 장기 비전으로 확장된 것이다. 개인의 실천에서 시작된 것이 제도와 문화로 정착하는 완결된 경로를 겐트는 보여준다.

     


     

    7. 한국·경기도와의 비교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한국에서도 채식 급식과 저탄소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그러나 겐트의 경험과 비교하면 접근 방식에서 배울 점이 뚜렷하다.

    한국의 여러 교육청과 지자체가 '채식의 날'이나 '그린 급식의 날'을 도입해왔다. 서울시교육청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그린 급식 활성화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한 달에 두 번 채식의 날을 운영하는 방침을 세웠고, 인천·울산·부산·전북·광주 등에서도 초중고 채식 급식을 도입했다. 경기도 역시 공공기관과 기업체 급식소 등에 '채식의 날' 운영을 권장하고 경기도 농산물을 우선 구매하도록 채식 생활 실천을 지원하는 조례 제정을 추진했다. 20259월에는 경기도의회·경기도교육청의 후원으로 '2025 기후급식 컨퍼런스'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의 채식 급식 도입 과정에서는 갈등도 적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이 채식의 날 방침을 내놓자 축산관련단체협의회가 "일방적 채식주의 확산 정책이 육식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를 조장한다"며 반발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채식급식이 나오는 날이면 동네 치킨집이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말이 나오거나, 성장기 학생들의 영양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목소리도 있었다. 조리 인력 부족 등 현실적 어려움을 지적하는 교육 당국 관계자들도 있었다.

    겐트의 경험은 이런 갈등에 대한 힌트를 준다. 첫째, 겐트는 강제하지 않고 '기본값'으로 설정하되 선택권을 남겼다. 고기를 원하는 사람은 신청할 수 있게 함으로써 반발을 줄였다. 둘째, 겐트는 ''에 투자했다. 채식이 희생이 아니라 매력적인 선택이 되도록 요리사 교육과 메뉴 개발에 자원을 집중했다. 채식급식이 '먹을 게 없는 날'이 되면 실패하지만, '맛있는 새로운 경험'이 되면 성공한다. 셋째, 겐트는 시민단체와 행정이 협력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이 아니라, EVA라는 시민단체가 먼저 문화를 만들고 행정이 뒷받침하는 구조였기에 저항이 적었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이런 접근이 효과를 보인 사례가 있다. 한 채식 급식 연구학교에서는 채식이 지구환경과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하는 학생 비율이 사전 59.2%에서 사후 90.9%로 크게 증가했다. 무작정 도입하기보다 구성원의 공감과 동참을 끌어내며 시행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결론이었다. 겐트의 교훈과 정확히 일치한다.

      


     

    8.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에 주는 시사점

     

    겐트의 사례에서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가 참고할 만한 점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공익적 가치는 '쉬운 실천'으로 번역될 때 확산된다. 겐트는 "기후를 위해 채식하라"는 거대한 구호 대신 "목요일 하루만 고기를 내려놓자"는 작고 구체적인 행동을 제안했다. 경기도의 환경·먹거리 공익활동도 시민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의 형태로 설계될 때 더 널리 퍼질 수 있다.

    둘째, 시민단체와 행정의 협력이 지속 가능성을 만든다. 겐트의 채식의 날은 EVA라는 시민단체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행정의 제도적 뒷받침으로 완성됐다. 어느 한쪽만으로는 불가능했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와 같은 중간지원조직이 시민단체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행정의 자원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할 때, 공익활동이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지속적인 정책으로 발전할 수 있다.

    셋째, 기록과 확산이 변화를 굳힌다. 겐트가 채식 지도를 만들고, 성과를 수치로 측정하고, 국제 네트워크를 통해 경험을 공유한 것이 캠페인을 세계적 모델로 키웠다. 경기도의 공익활동도 그 과정과 성과가 꼼꼼히 기록되고 공유될 때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더 큰 영향력을 갖는다. 실제로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아카이브에도 '기후 위기의 대안, 채식 밥상' 같은 콘텐츠가 기록되어 시민들에게 채식의 의미를 전하고 있다. 아카이브 에디터들이 지역의 먹거리·환경 공익활동을 기록하는 일은, 겐트가 그랬듯 작은 실천이 문화로 자리 잡는 과정을 뒷받침하는 일이다.

     


     

    마무리 하루의 변화가 도시를 바꾼다

     

    2009년 겐트가 목요일을 채식의 날로 선언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육식의 나라에서 그런 시도가 성공할 리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15년이 지난 지금, 겐트는 유럽의 채식 수도가 됐고, 시민의 3분의 1이 채식의 날에 동참하며, 전국 평균의 세 배에 달하는 채식 인구를 가진 도시가 됐다.

    이 변화의 비결은 강제가 아니라 설계였다. 시민단체가 씨앗을 뿌리고, 도시가 그것을 제도로 키우고, 요리사와 학교와 식당이 함께 참여하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하루, 그것도 일주일에 단 하루의 작은 변화가 도시 전체의 식탁을, 나아가 도시의 정체성을 바꿔놓았다.

    먹는 것만큼 개인적인 일도 없다. 그러나 겐트는 그 개인적인 선택이 모이면 도시를 바꾸고, 환경을 지키고, 문화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줬다. 경기도의 식탁 위에서도, 작은 실천 하나가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상상해볼 만하다. 공익은 거창한 곳이 아니라, 목요일 점심 한 끼에서 시작될 수 있다.

     


      

    <참고 자료>

    - Stad Gent(겐트시) 공식 홈페이지 Sustainable food / Gent en Garde : https://stad.gent/en/city-governance-organisation/city-policy/making-ghent-climate-neutral-2050/gent-en-garde-towards-more-sustainable-food-system

    Visit Gent(겐트 관광청) Green travel and mindful food consumption : https://visit.gent.be/en/good-know/practical-information/why-ghent/green-travel-and-mindful-food-consumption

    SBS Food How Ghent in Belgium became the vegetarian capital of Europe : https://www.sbs.com.au/food/article/how-this-meat-loving-city-became-the-vegetarian-capital-of-europe/4blk3o39i

    - Mic How the meat-loving city of Ghent became the veggie capital of Europe : https://www.mic.com/articles/185650/how-the-meat-loving-city-of-ghent-became-the-veggie-capital-of-europe

    - NYC Food Policy Center Veggie Thursday, Ghent: Urban Food Policy Snapshot : https://www.nycfoodpolicy.org/veggie-thursday-ghent-urban-food-policy-snapshot/

    - UNFCCC(유엔기후변화협약) Ghent en Garde: Creating Structural Change through Local Food Policy : https://unfccc.int/climate-action/momentum-for-change/planetary-health/ghent-en-garde

    - Eurocities Ghent's food revolution : https://eurocities.eu/stories/ghents-food-revolution/

    - Metropolis Ghent en Garde : https://use.metropolis.org/case-studies/ghent-en-garde

    - Interreg Europe Local food strategy Gent en Garde : https://www.interregeurope.eu/good-practices/local-food-strategy-gent-en-garde

    - Interreg Europe Gent en Garde Sustainable Food Strategy of Ghent : https://www.interregeurope.eu/good-practices/gent-en-garde-sustainable-food-strategy-of-ghent

    - Vegsphere Donderdag Veggiedag: Nearly 50% of Ghent population goes veggie every Thursday : https://vegsphere.com/blog/donderdag-veggiedag-nearly-50-ghent-population-goes-veggie-every-thursday/

     

    목요일엔 고기를 내려놓다 : 벨기에 겐트시 '채식의 날'이 보여주는 도시가 공익을 설계하는 방법
    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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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20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 도입 은퇴 이후, 남자들은 어디로 가는가

     

     

    한 남자가 있다. 평생 일했고, 가정을 부양했고, 직장에서 인정받았다. 그런데 은퇴하는 순간, 그를 규정하던 모든 것이 사라진다. 매일 나가던 일터가 없어지고, 동료들과의 관계가 끊기고, 사회적 역할이 증발한다. 아내는 이미 자기만의 관계망을 갖고 있지만, 그에게는 함께 시간을 보낼 친구가 별로 없다. 감정을 털어놓는 데 익숙하지 않고, 도움을 청하는 법도 배운 적이 없다. 그렇게 그는 집 안에서, 혹은 사회의 가장자리에서 서서히 고립된다.

    이것은 특정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중년과 노년의 남성들이 공통으로 겪는 현실이다. 남성들은 여성에 비해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고, 자신의 건강과 안녕에 관심을 덜 두며,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많은 남성이 여성보다 건강하지 못하고, 술을 더 많이 마시고, 고립과 외로움, 우울에 더 취약하다.

    호주에서 시작된 '멘즈 셰드(Men's Shed)'는 바로 이 문제에 대한 놀랍도록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해법이었다. 남자들에게 갈 곳(somewhere to go), 할 일(something to do), 이야기 나눌 사람(someone to talk to)을 제공한다는 철학에서 출발한 이 운동은, 목공과 수리 같은 활동을 함께 하는 작업 공간을 통해 고립된 남성들을 다시 관계망 안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이 모델은 호주를 넘어 영국, 아일랜드, 캐나다, 뉴질랜드 등 전 세계로 퍼졌다.

    '남자들은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들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이야기한다(Men don't talk face to face, they talk shoulder to shoulder)'. 멘즈 셰드의 이 슬로건은, 이 운동이 남성의 심리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마주 앉아 "네 문제가 뭐냐"고 묻는 대신, 나란히 서서 함께 무언가를 만들며 자연스럽게 마음을 여는 방식이다. 한국이 지금 직면한 중장년 남성 고립 문제에, 이 오래된 창고의 지혜는 무엇을 말해줄 수 있을까.

     


     

    2. 탄생 한 아버지의 우울에서 시작된 아이디어

     

    멘즈 셰드의 개념은 호주의 전통적인 '뒷마당 창고(backyard shed)' 문화에서 왔다. 많은 호주 남성들이 집 뒤편 창고에서 혼자 목공을 하거나 물건을 고치며 시간을 보내는 문화가 있었는데, 이 개인적인 공간을 공동체의 공간으로 확장한 것이 멘즈 셰드였다.

    멘즈 셰드 운동의 뿌리를 찾아가면, 한 여성과 그녀의 아버지에게 닿는다. 흔히 세계 최초의 멘즈 셰드로 인정받는 것은 1993년 호주 남부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굴와(Goolwa)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노인들을 위한 활동 센터 '헤리티지 클럽(Heritage Club)'의 코디네이터였던 맥신 체이슬링(Maxine Chaseling)이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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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이슬링이 멘즈 셰드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계기는 개인적이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심장마비를 겪은 후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우울증에 빠지고 집 안에 갇힌 듯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였다. 노인 복지 분야에서 오래 일해온 그녀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에 걸쳐 노년학, 남성 건강, 그리고 남성을 위한 서비스의 부재에 관해 여러 학회에서 발표해왔다. 남성들이 은퇴 이후 갈 곳도, 할 일도, 이야기 나눌 사람도 잃어버린다는 문제의식이 그 바탕에 있었다.

    이후 '멘즈 셰드'라는 이름을 단 첫 공간은 1998726일 호주 빅토리아주 통갈라(Tongala)에서 문을 열었다. 설립자 딕 맥고완(Dick McGowan)의 이름을 따 '딕 맥고완 멘즈 셰드'로 불렸다. 어느 것이 '진짜 최초'인지에 대한 논쟁은 지금도 이어지지만, 중요한 것은 1990년대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와 빅토리아의 여러 지역에서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남자들의 작업 공간'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혼자 하던 일을 여럿이 함께 하게 되면서, 창고는 고립의 장소에서 연결의 장소로 바뀌었다.

     


     

    3. 확산 호주에서 전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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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멘즈 셰드는 호주 전역으로 빠르게 퍼졌다. 특히 농촌과 원주민 공동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2007년에는 호주멘즈셰드협회(Australian Men's Shed Association, AMSA)가 설립되어 새로운 셰드의 설립을 돕고 기존 셰드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호주 정부도 멘즈 셰드가 남성 건강과 안녕에 기여하는 가치를 인정하고 재정 지원에 나섰다. 오늘날 AMSA는 호주 전역 1,300개가 넘는 셰드를 지원하는 전국 조직으로 성장했다.

    호주에서의 성공은 전 세계로 영감을 주었다. 아일랜드멘즈셰드협회(IMSA)2011년 설립됐고, 영국멘즈셰드협회(UKMSA)와 뉴질랜드의 멘즈셰드협회가 2013, 스코틀랜드멘즈셰드협회(SMSA)2015, 미국멘즈셰드협회가 2017, 남아프리카공화국멘즈셰드협회가 2022년에 차례로 설립됐다.

    멘즈 셰드 운동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배리 골딩(Barry Golding) 교수의 집계에 따르면, 20155월 기준 전 세계에 1,416개의 멘즈 셰드가 있었다. 이 가운데 호주에 933, 아일랜드섬 전역에 273, 영국(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148, 뉴질랜드에 57개가 분포했다. 이후로도 덴마크, 스웨덴, 캐나다 등으로 계속 확산되어, 이 운동은 명실상부한 국제적 흐름이 됐다.

    특히 아일랜드는 이 운동을 국가 차원의 정책으로 받아들인 대표적인 사례다. 아일랜드는 2008~2013년 국가 남성 건강 정책(National Men's Health Policy)에서 멘즈 셰드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장려했다. 시민운동으로 시작된 것이 국가 보건 정책의 일부로 격상된 것이다.

     


     

    4. 영국의 사례 고립 대응의 최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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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멘즈 셰드가 가장 활발하게 뿌리내린 나라 중 하나가 영국이다. 영국멘즈셰드협회(UKMSA)2013년 설립 당시 영국 내 셰드가 30개에 불과했지만, 20243월 기준으로 그 수가 1,100개를 넘어섰다. 매주 33천 명 이상의 남성과 여성이 멘즈 셰드를 이용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UKMSA는 앞으로 8년 안에 셰드 수를 2,400개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영국에서 멘즈 셰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 효과가 구체적인 데이터로 확인되기 때문이다. 영국의 셰더(Shedder, 멘즈 셰드 이용자를 부르는 말) 1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셰드에 오기 전 자신을 외롭다고 묘사한 사람이 44%였는데, 셰드에 가입한 후에는 이 수치가 단 3%로 크게 떨어졌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였다. 아일랜드와 영국 협회의 조사에서는 셰더의 96% 이상이 셰드에 가입한 후 덜 외롭다고 느끼며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다고 답했다.

    더 극적인 것은 생명과 관련된 수치다. UKMSA2023년 건강·안녕 조사에 따르면, 셰드 리더의 39%가 자신의 셰드가 최소 한 명 이상의 회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막았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남성 자살이 심각한 사회 문제인 영국에서, 멘즈 셰드가 실질적인 자살 예방 기능을 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멘즈 셰드는 다양한 특화된 형태로도 발전했다. 호스피스 안의 멘즈 셰드, 치매나 기억 장애가 있는 남성을 위한 '메모리 셰드(Memory Shed)', 뇌졸중 회복을 돕는 셰드 등이 그것이다. 또한 영국에서는 멘즈 셰드가 '사회적 처방(social prescribing)'의 한 형태로 활용된다. 의사가 외롭거나 우울한 환자에게 약 대신 지역 멘즈 셰드 참여를 '처방'하는 방식이다. 국립보건연구원(NIHR)의 보고서는 멘즈 셰드를 사회적 처방에 관여하는 대표적인 지역사회 조직으로 꼽았다.

     


     

    5. 왜 효과가 있는가 '나란히'의 심리학

     

    멘즈 셰드가 다른 복지 프로그램과 구별되는 지점은 접근 방식의 철학에 있다. 핵심은 '건강'이나 '치료'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남성들은 "당신은 외롭습니다", "정신 건강 상담을 받으세요"라는 직접적인 접근에 거부감을 느낀다. 특히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약함으로 여기도록 사회화된 세대일수록 그렇다. 멘즈 셰드는 이 벽을 우회한다. 이곳은 '외로운 남자들의 모임'이 아니라 '무언가를 함께 만드는 작업장'이다. 참여자는 우울증 치료를 받으러 오는 것이 아니라, 의자를 고치거나 새집을 만들거나 자전거를 수리하러 온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가고, 관계가 형성되고, 서로의 삶을 나누게 된다.

    이것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라는 슬로건의 진짜 의미다. 남성들은 마주 앉아 눈을 맞추며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을 어려워하지만, 같은 작업대 앞에 나란히 서서 손을 움직이며 이야기하는 것은 편안해한다. 작업이라는 공통의 목적이 있기에 대화의 부담이 줄고, 침묵도 어색하지 않다. 무언가를 함께 만든다는 성취감은 상실했던 효능감과 자존감을 회복시킨다.

    배리 골딩 교수는 2014년 이런 남성 특유의 학습·소통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셰다고지(shedagogy)'라는 용어를 만들기도 했다. 일부 남성들이 선호하는, 함께 무언가를 하면서 배우고 소통하는 독특한 방식을 가리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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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이 운동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일부 연구자들은 멘즈 셰드의 건강 효과에 관한 근거가 대체로 소규모 표본의 자기 보고에 의존하고 있어, 검증된 건강 지표를 활용한 정량적 연구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학자들은 이 운동이 전통적 남성성을 무비판적으로 재생산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멘즈 셰드가 고립된 남성들에게 사회적 연결의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6. 한국의 현실 5060 남성이라는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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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멘즈 셰드가 겨냥하는 문제는 한국에서 특히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바로 중장년 남성의 고립과 고독사다.

    보건복지부가 202511월 발표한 '2024년도 고독사 발생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고독사 사망자는 3,924명으로 공식 통계가 있는 2017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263(7.2%) 증가한 수치다. 이 통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 바로 중장년 남성의 취약성이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3,205(81.7%)으로 여성(605, 15.4%)5배 이상이었다. 연령대별로는 60대가 1,271(32.4%), 50대가 1,197(30.5%)으로 5060 중장년층이 가장 많았다. 70(497, 12.7%)보다 오히려 50대와 60대의 고독사가 더 많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성별과 연령을 종합하면 60대 남성(1,089, 27.8%)50대 남성(1,028, 26.2%)이 고독사에 가장 취약한 집단으로 나타났다. 50~69세 남성이 전체 고독사의 절반이 넘는 54%를 차지했다.

    이 수치들이 그리는 그림은 명확하다. 실업이나 은퇴, 이혼이나 사별로 인한 관계 단절을 겪은 중장년 남성이 사회적 고립의 가장 큰 위험군이라는 것이다. 고독사 현장을 처음 발견한 사람이 가족(26.6%)이 아니라 임대인이나 경비원(43.1%)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는 사실은, 이들이 얼마나 깊이 고립되어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정부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6년부터 고독사 예방 사업 대상을 사회적 고립 위험군으로 확대하고, 특히 실업·사회적 관계 단절 문제를 겪는 50~60대 중장년을 대상으로 일자리 정보 제공을 통한 취업 지원과 함께 '중장년 자조모임' 등 사회관계망 형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영국의 멘즈 셰드 경험이 중요한 참고가 된다.

     


     

    7. 무엇을 배울 것인가 한국형 멘즈 셰드의 조건

     

    멘즈 셰드 모델을 한국에 그대로 이식할 수는 없다. 문화적 맥락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핵심 원리에서 배울 점은 분명하다.

    첫째, '활동'을 앞세우고 '치료'를 숨겨야 한다. 한국의 중장년 남성들에게 "고립 위험군이니 자조모임에 나오세요"라는 접근은 낙인처럼 느껴질 수 있다. 멘즈 셰드처럼 목공, 자전거 수리, 텃밭 가꾸기, 전자기기 수리 같은 구체적이고 매력적인 활동을 전면에 내세우고, 사회적 연결은 그 부산물로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하는 설계가 효과적이다.

    둘째, '나란히'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상담실이 아니라, 함께 손을 움직이며 곁눈질로 대화할 수 있는 작업 공간이 필요하다. 한국의 중장년 남성들 역시 감정을 직접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무언가를 함께 만드는 과정이 대화의 매개가 될 수 있다.

    셋째, 지역 공간과 연결해야 한다. 멘즈 셰드는 거창한 시설이 아니라 동네의 작은 창고나 공터에서 시작됐다. 한국에도 활용도가 낮은 주민센터, 경로당, 유휴 공공시설이 많다. 이런 공간을 중장년 남성들의 '작업장'으로 전환하는 것은 큰 예산 없이도 시도할 수 있다.

    넷째, 남성의 강점을 자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은퇴한 중장년 남성들은 평생 쌓아온 기술과 경험을 갖고 있다. 목수, 전기 기술자, 엔지니어, 회계사 등 다양한 전문성이 있다. 멘즈 셰드는 이들의 기술을 지역사회를 위한 자원으로 전환한다. 고장 난 물건을 고쳐주거나, 지역 행사에 필요한 물건을 만들거나, 젊은 세대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도움을 받는 대상이 아니라 기여하는 주체가 될 때, 잃어버렸던 효능감이 회복된다.

     


     

    8.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에 주는 시사점

     

    멘즈 셰드 사례에서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가 참고할 만한 점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고립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가 설계로 풀어야 할 과제다. 멘즈 셰드는 "외로우면 나와서 어울리라"고 개인에게 요구하는 대신, 어울릴 수밖에 없는 구조와 공간을 만들었다. 경기도의 중장년 고립 문제도 개인의 의지에 맡기기보다, 참여의 장벽을 낮춘 구체적인 공간과 활동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경기도 31개 시·군의 유휴 공간을 활용한 '작업장형 커뮤니티'는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모델이다.

    둘째, 시민단체와 행정의 협력이 지속 가능성을 만든다. 멘즈 셰드는 풀뿌리 시민운동으로 시작됐지만, 호주·아일랜드·영국 정부의 정책적 인정과 재정 지원을 통해 전국적 규모로 성장했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같은 중간지원조직이 지역의 자발적 모임과 행정 자원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할 때, 작은 시도가 지속 가능한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셋째, 남성 고립이라는 '보이지 않는 공익 과제'를 발굴해야 한다. 아동, 청소년, 여성, 노인에 대한 공익활동에 비해 중장년 남성의 고립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해온 사각지대다. 그러나 고독사 통계가 보여주듯 이는 시급한 사회 문제다. 아카이브 에디터들이 이런 사각지대의 공익 이슈를 발굴하고 기록하는 것 자체가, 사회가 미처 보지 못한 문제에 빛을 비추는 공익활동이다.

     


     

    마무리 창고 문을 열며

     

    맥신 체이슬링이 우울증에 빠진 아버지를 보며 떠올린 작은 아이디어는, 30년이 지나 전 세계 수천 개의 창고로 퍼졌다. 그 창고들 안에서, 갈 곳을 잃었던 남자들이 다시 갈 곳을 찾았고, 할 일을 잃었던 이들이 다시 할 일을 찾았으며, 이야기 나눌 사람이 없던 이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이야기할 친구를 찾았다.

    멘즈 셰드의 성공은 거창한 이론이나 막대한 예산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남성들이 어떻게 관계 맺는지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그들이 편안해하는 방식으로 다가간 데서 나왔다. 마주 보지 않고 나란히, 감정을 캐묻지 않고 함께 무언가를 만들면서 말이다.

    한국의 5060 중장년 남성들이 매년 수천 명씩 홀로 세상을 떠나고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거창한 복지 제도가 아니라, 목요일 오후에 나가서 함께 톱질하고 커피 한잔 나눌 수 있는 작은 창고 하나일지도 모른다. 경기도의 어느 동네에서, 그런 창고의 문이 열리는 상상을 해본다. 공익은 때로 가장 소박한 공간에서 시작된다.

     


     

    <참고 자료>

    - UK Men's Sheds Association(UKMSA) 공식 홈페이지 : https://menssheds.org.uk/

    - UKMSA Press and Media information(20243월 기준 통계) : https://menssheds.org.uk/media/

    - UK Men's Sheds 통합 디렉토리(4개국 협회 안내) : https://ukmensheds.co.uk/

    - Scottish Men's Sheds Association 사회적 고립·외로움 대응 브리핑 보고서 : https://scottishmsa.org.uk/briefing-report-how-mens-sheds-are-addressing-male-social-isolation-and-loneliness/

    - UK Parliament UKMSA가 제출한 남성 정신건강 관련 서면 증거(IMH0034) : https://committees.parliament.uk/writtenevidence/124266/html/

    - PMC(미국국립보건원) Men's Sheds: A conceptual exploration of the causal pathways for health and well-being :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6772158/

    - Ipsos UK Men's Sheds Association 의뢰 남성 정신건강 조사 : https://www.ipsos.com/en-uk/ipsos-survey-uk-mens-sheds-association

    - Australian Historical Studies The Men's Shed Movement in Australia(Boucher & Robinson, 2021) : https://www.tandfonline.com/doi/full/10.1080/1031461X.2021.1901946

    - The Missing Library The Men's Shed Movement(배리 골딩 연구 소개) : https://themissinglibrary.com.au/the-mens-shed-movement/

    - 보건복지부 2024년 고독사 발생 실태조사 보도자료 : https://www.mohw.go.kr/board.es?mid=a10503010100&bid=0027&act=view&list_no=1488039

    - 머니투데이 작년 고독사 3924수도권 5060 중장년 남성 취약 : https://www.mt.co.kr/policy/2025/11/28/2025112720032322415

    - 한국헬스경제신문 고독사는 왜 중장년 남성에 많을까 : https://www.healtheconomy.co.kr/news/article.html?no=34216

    - 뉴스웍스 작년 고독사 사망자 36615060 남성 취약 : https://www.newswork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69226

     

    어깨를 나란히 하고 : 영국 '멘즈 셰드'가 한국의 중장년 고립 문제에 주는 시사점
    디어

    조회수 96

    2026-07-20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설립 추진을 위한 집담회 현장을 다녀와서

     

    1. 행사 개요

    - 행사명 : 시흥시공익활동지원센터 설립 추진을 위한 집담회

    - 일시 : 2026630() 18:30 ~ 21:00 (2시간 20)

    - 장소 : 시흥 YMCA

    - 주최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 주관 : 시흥시공익활동지원센터 설립 추진 준비위원회

    - 진행 : 김용현 시흥시공익활동지원센터 설립추진준비위원장

    - 참석 : 시민·활동가·시의원 등 37(사전 신청자 및 현장 접수자)

     

    [환영 인사를 전하는 유명화 센터장(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환영 인사를 전하는 최은심 이사장(시흥YMCA)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유명화 센터장과 시흥 YMCA 최은심 이사장의 환영인사로 시작된 이날 집담회는 크게 두 개의 시간으로 나뉘어 진행되었습니다. 1부에서는 시흥시의 지역 현황과 센터 설립의 필요성, 타 지자체의 설립 사례, 관련 법률 검토라는 세 개의 발제가 이어졌고, 짧은 휴식 이후 2부에서는 발제 내용을 바탕으로 한 자유로운 질의응답과 종합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자리를 "도와줄 사람을 모으는 자리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갈 사람을 모으는 자리"라고 소개하며 집담회의 취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집담회 현장 전경, 많은 시민과 활동가들이 참석해 자리를 가득채운 모습 에디터_안산사라]

     

    2. 발제 정리

    발제 1. 시흥시공익활동지원센터 설립 추진 배경과 지역 현황

    발제자: 서종호 시흥YMCA 사무총장


    [시흥YMCA 서종호 사무총장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서종호 사무총장은 시흥시가 최근 10년 사이 인구 50만을 넘어서며 경기도의 중견 대도시로 성장했다는 점을 짚으며 발제를 시작했습니다. 배곧, 은계, 장현, 목감 등 신도시가 개발되는 외형적 성장의 이면에는 기후위기, 고령화와 돌봄 공백, 신도심과 원도심 간의 격차 같은 사회적 틈새가 존재한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러한 틈새를 메워온 것이 지역 공익활동가와 시민단체였지만, 개인의 희생과 일회성 활동에 머무는 구조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센터 설립의 당위성을 네 가지로 정리해 설명했습니다.

     

    파편화된 시민사회를 하나로 묶는 협치 플랫폼(허브)이 필요합니다.

    복잡한 세무·회계·행정 서류에 지친 활동가들에게 '비 올 때 우산'이 되어줄 안전망이 필요합니다.

    소규모 모임과 1인 활동가 등 기존 체계로는 포착되지 않는 작은 목소리를 위한 스피커 역할이 필요합니다.

    안양시 등 이웃 지자체 대비 인프라가 부족한 만큼, 시민이 자발적으로 만든 상향식(Bottom-up) 모델이 필요합니다.

    서종호 사무총장은 "센터 설립은 시민을 수혜자가 아닌 공동체의 주인으로 예우하겠다는 정책적 선언"이라는 말로 발제를 마무리했습니다.

     

    발제 2. 타지역 공익활동지원센터 설립 과정 및 운영 사례

    발제자: 김유철 안양YMCA 사무총장


    [안양YMCA 김유철 사무총장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김유철 사무총장은 "시흥시는 안양시보다 여건이 좋다"는 말로 발제를 열었습니다. 안양시의 설립 과정은 2010년 최초 논의부터 20258월 정식 개소까지 무려 15년이 걸린 여정이었습니다. 2010년 논의는 시민사회가 공동정부 틀에서 이탈하며 무산되었고, 2020~2021년에는 조례가 시의회 총무경제위원회에서 계류되다 결국 부결되었습니다. 사유는 재정 부담, 기존 사업과의 중복성, 정치적 편향성 우려였습니다.

     

    이후 2022년 새로운 시의원단 구성과 함께 조례가 의회를 통과했고, 2023년 공익활동촉진위원회가 출범해 리모델링 예산을 확보했습니다. 20258월에는 안양YMCA·안양여성의전화·안양장애인인권센터 컨소시엄이 수탁하며 민간위탁 방식으로 정식 개소했습니다.

    김유철 사무총장은 정치권 설득 과정에서 민관협치위원회를 공모제로 전환하고, 지하상가 활성화라는 지역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반대 여론을 우호적으로 돌린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개소 이후에는 공간 대관 만족도가 높아졌고, 소규모 동아리와 사회적협동조합의 참여 기회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발제 말미에는 세 가지 시사점을 정리했습니다.

    감정적 대립 없이 데이터로 꾸준히 설득해 낸 '인내의 거버넌스'였습니다.

    시민사회가 스스로 수탁 역량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타 지역 사례를 철저히 벤치마킹해 안양시 실정에 맞는 규모를 도출했습니다.

     

    발제 3. 공익활동지원센터 관련 법률 검토 및 제언

    발제자: 김수연 시흥시의회 의원 · 의회운영위원장


    [시흥시의회 김수연 의원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김수연 의원은 "오늘 자리는 센터 설치의 찬반을 판단하는 자리가 아니라, 어떤 제도와 방식으로 공익활동을 뒷받침할지 논의하는 자리"라는 말로 발제를 시작했습니다. 시흥시공익활동지원센터가 "왜 필요한가"보다 "어떤 기능을 맡길 것인가", "예산 대비 어떤 성과를 보여줄 것인가"를 먼저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국적으로는 광역 7, 기초 23곳 등 총 30건의 관련 조례가 제정되어 있다고 소개하며, 핵심 쟁점을 정리했습니다.

     

    - 기존 자원봉사센터·사회적경제센터 등과 업무가 중복되지 않도록, 활동가 성장지원과 민관협력 네트워크 등 교차 영역의 허브 기능에 특화해야 합니다.

    - 직영과 민간위탁 각각 장단점이 있는 만큼, 공공성과 자율성을 함께 보장할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 초기부터 현장 지원사업 중심으로 예산을 설계하고, 구체적 성과지표를 설정해야 합니다.

    - 공모·심사의 공정성을 확보해 중복·편중 지원 우려를 해소해야 합니다.

    김수연 의원은 "오늘 토론이 유명무실한 조직이 아닌, 시민의 공익활동을 성장시키는 플랫폼을 만드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말로 발제를 마무리했습니다.


    [발제자 세 분과 참석자들이 함께한 질의응답 시간, 열띤 토론 에디터_안산사라]

     

    3. 질의응답 정리

    2부 종합토론은 발제에 대한 자유로운 질문과 의견 개진으로 채워졌습니다. 참석자들의 발언은 크게 '중복성에 대한 시각차', '현장 활동가의 체감 현실', '신진 정치권의 고민', '운영 노하우'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가장 뜨거웠던 쟁점, '중복성'


    [참여자와 종합토론을 하는 모습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가장 많은 시간이 할애된 주제는 역시 '중복 사업' 문제였습니다. 준비위원회 측은 센터가 특정 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기관이 아니라 시민단체와 활동가를 잇는 허브·플랫폼이라는 점을 거듭 설명했습니다. 이미 안양시에서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장은 "실제로 운영해보니 중복되는 사업은 거의 없었다", "행정이 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경기도 지원은 임의단체에 지원되지 않고 1년 단위인 데 반해, 안양시 센터는 고유번호증만 있으면 지원이 가능하고 2~3년 단위로 지원하는 등 기존 체계와 실질적으로 다르게 설계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참석자는 "'중복'이라는 개념 자체를 우리가 지나치게 자기검열하듯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사회적협동조합을 지원하는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예를 들며, 지원 대상과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같은 활동도 중복으로 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타 지역에서 오래 활동하다 최근 시흥에 정착했다는 한 참석자는 "이 사업들은 궁극적으로 시민의 삶을 위한 것이지, 특정 단체나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교통비와 건강보험료 혜택이 동시에 주어지는 것을 두고 아무도 '중복 지원'이라 부르지 않는 것처럼,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목표에 맞는 프레임으로 사업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장은 "같은 문제를 안양은 이렇게 풀고 평택은 저렇게 푸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다", 지역마다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집단지성으로 단단하게 만들어진 센터는 외부 정치적 흔들림에도 잘 흔들리지 않는다"는 조언도 덧붙였습니다.


    [종합토론 시간에 발언하는 시흥시 양범진 시의원 에디터_안산사라]

     

    현장의 목소리: 마을활동가·소수자단체·환경단체

    갯골마을학교에서 활동하는 한 참석자는 마을 단위 활동의 현실적 어려움을 전했습니다. "보조금 사업을 하다 보면 마을의 현실이 아니라 행정 시스템에 맞춰야 한다", 하루 6~8시간을 활동하는 마을활동가들에게 인건비 배정을 20%로 제한하는 현재의 보조금 구조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변화를 계속하는데, 그 노력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시스템이 왜 계속돼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센터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시흥에서 활동해 온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6년 전 시흥에서 활동을 시작할 때 연대할 단체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 이번 집담회를 통해 비로소 시흥에 이렇게 많은 단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센터가 시민사회 단체들의 연결 플랫폼 역할을 명확히 해주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종합토론 시간에 발표하는 활동가의 모습 에디터_안산사라]

     

    정왕동에서 21년째 환경단체를 운영해온 한 참석자는 별도의 지원 없이 회원 후원만으로 활동해온 경험을 나누며, 지원을 받으면 오히려 오해를 사기도 했던 현실을 전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정답을 바라지는 않지만, 중복이라는 말에 너무 매몰되지는 않았으면 한다"는 소회를 남겼습니다.

     

    올해 6월 새로 당선된 한 시의원은 취임 직후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 지원센터, 장애인 복지 확대 등 수많은 요청을 받았던 경험을 전하며, "결국은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라는 현실적 고민을 솔직하게 나눴습니다. 직접 지원과 중간지원조직 설립 사이에서의 고민을 공유하면서도, "각 상임위에서 잘 설득해 나가겠다"며 협력의 뜻을 밝혔습니다.

    성과지표에 대해서도 "시민들에게 이 센터가 하는 역할과 허브 기능을 얼마나 잘 보여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유명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장은 영리 부문의 '성과' 개념을 비영리 활동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짚으며, 정성적 성과를 어떻게 드러낼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올해부터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토론회 현장 모습 에디터_안산사라]


    [김용현 설립추진준비위원장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4. 추후 진행과정 안내

    설문조사 실시: 준비위원회는 참석자 전원에게 연락해 설문을 진행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준비위원회의 추진위원회 전환 여부와 향후 일정에 대한 의견을 수렴합니다. 설문 결과는 참석자들에게 다시 공유될 예정입니다.

     

    추진위원회 전환 논의: 오늘 발제를 듣고 센터 설립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개인·단체는 준비위원회가 추진위원회로 전환될 때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이 열려 있습니다. 현재 준비위원회에는 시흥YMCA, 시흥여성의전화, 시흥환경운동연합, 갯골마을학교, 우리동네연구소 등 5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조례 제정 방향: 안양시 사례를 참고해, 센터 설립 근거를 조례에 곧바로 담을지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되,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단기·중기·장기 단계별 로드맵을 수립해 나갈 예정입니다.

     

    운영방식 방향: 발제와 토론을 통해 민간위탁 방식에 무게가 실렸으나, 이는 시의회 상임위 차원의 설득이 필요한 사안으로, 참여 시의원들이 각자 소속 상임위에서 공감대를 넓혀가기로 했습니다.

     

    기능 설계: '시흥형' 특화 기능(비영리단체 설립·운영 상담, 활동가 역량강화, 의제발굴, 민관협력 네트워크, 아카이빙 등)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추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이어질 예정입니다.

     

    성과관리 체계: 정량 지표와 정성 지표를 함께 고려한 단계별 성과지표를 설립 초기부터 마련해, 예산 대비 성과에 대한 지속적인 설명력을 갖춰나가기로 했습니다.

     

    5. 참여 소감

     

    두 시간 넘게 이어진 자리였지만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왜 필요한지에 대한 서종호 사무총장의 발제, 그 필요성이 현실이 되기까지 어떤 어려움을 거쳤는지 생생하게 들려준 김유철 사무총장의 발제, 그리고 제도와 예산이라는 냉정한 잣대로 다시 한번 점검해 준 김수연 의원의 발제까지, 세 발제는 서로 다른 각도에서 같은 질문 '시흥시공익활동지원센터가 정말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발제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이었습니다. 준비된 원고가 아니라 현장에서 활동해 온 이들의 솔직한 목소리가 오갔습니다. ‘마을 단위 보조금 사업의 경직성을 토로한 마을활동가의 발언, 연대할 곳조차 찾기 어려웠던 경험을 나눈 장애인단체 활동가의 발언, 그리고 21년째 지원 없이 활동해 온 환경단체 대표의 담담한 이야기까지이 모든 것이 왜 중간지원조직이 필요한지를 어떤 통계보다 분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마을에서 직접 활동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이날 나눈 이야기들이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예산도, 인력도, 정보도 부족한 상태에서 각자의 자리를 지켜온 활동가들에게 '비 올 때 우산이 되어주는' 안전망이 생긴다면, 그리고 그 안전망이 특정 단체의 확장이 아니라 시민 누구나 손쉽게 찾아올 수 있는 문턱 낮은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다면, 시흥시의 공익활동은 지금보다 훨씬 단단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15년이 걸렸다는 안양시의 이야기는 조급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과 동시에,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다짐을 함께 남겼습니다. 오늘의 이 자리가 시작이라면, 앞으로도 설문에 응답하고 논의에 참여하며 목소리를 보태고 싶습니다. 지역에서 공익활동을 이어가는 모든 활동가들이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조금 더 오래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그 든든한 우산이 하루빨리 시흥에도 펼쳐지기를 응원합니다.


    [단체사진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지속가능한 공익활동의 첫걸음, 시흥시공익활동지원센터
    안산사라

    조회수 173

    2026-07-10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작은 걸음이 모여 세상을 바꾼다

     

    기후위기라는 말이 뉴스에서만 들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달라졌습니다. 유난히 길어진 여름, 갑작스러운 폭우, 겨울인데도 포근한 날씨들이제는 피부로 느껴지는 변화들이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있습니다.

    이런 변화 앞에서 "나 혼자 뭘 할 수 있겠어"라고 손을 놓기 쉽습니다.

    그런데 여기, 4년째 그 작은 손을 놓지 않고 꾸준히 이어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안산 에코멘토 7조입니다.


    에코멘토 7조 팀원들이 시민 체험 부스에서 함께한 활동 현장

     

    에코멘토가 뭐예요? 4년의 역사부터 알고 가세요

    에코멘토는 안산환경재단이 운영하는 탄소중립 마을 실천가 프로그램입니다. 2050 탄소중립(Net Zero) 실현을 목표로 안산시민이 직접 리더가 되어 지역사회 곳곳에서 환경 실천 활동을 이끌어가는 시민 자원봉사 그룹이에요.

    안산시 안산환경재단 설립 및 운영 조례 제4(사업)에 근거해 운영되며, 현재 총 10개 조로 나뉘어 각 팀만의 슬로건과 특성에 맞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 1조 새활용 손수건 사용 실천단

    - 2조 일회용 컵 수비대

    - 3조 분리배출 홍보단

    - 4조 플라스틱 수비대

    - 5조 절전 수호단

    - 6조 에코백 포인트가게 이용 캠페인

    - 7조 만보걷기 동호회

    - 8조 내 컵 가지기 실천단

    - 9조 줍킹 실천단

    - 10조 탄소중립 실천단

    그중 오늘 소개할 7조는 '만보걷기 동호회', 10명의 조원이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에코멘토는 해마다 환경 관련 새로운 역량교육을 통해 실력을 키우고,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캠페인 활동을 안산 곳곳에서 펼쳐오고 있습니다. 벌써 4년째 이어지는 이 활동은 단순히 캠페인만 하는 활동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함께 바꿔가는 실천의 기록입니다.

     

    안산혜윰 캠페인 SNS 스토리 화면 "시민과 함께 안산 생각"

     

    카프리(Car Free) 캠페인, 걷는 것이 곧 실천입니다

    2026년에도 에코멘토 7조는 힘차게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올해 주력하고 있는 캠페인 중 하나는 바로 '카프리(Car Free)'운동입니다. 카프리는 말 그대로 자동차 없이 이동하기 캠페인으로, 구체적인 실천 방법은 이렇습니다.

    - 가까운 곳은 걷기

    - 대중교통 이용하기

    - 자전거 타기

    - 공유차량 이용하기

     

    자동차는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교통 분야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덜 타거나, 다르게 타는 것'이에요. 에코멘토 7조는 이 단순하지만 의미 있는 실천을 직접 먼저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시민들에게 자연스럽게 전파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만보걷기 팀답게 걷기 자체가 탄소중립 실천이 되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며, 안산 시내 각종 행사와 캠페인 현장에서 시민들과 직접 만나고 있습니다.

    에코멘토 7조는 에너지 절약 실천 약속도 지켜가고 있습니다.

    - 비사용 공간 소등

    - 플러그 뽑기

    - 실내 적정온도 유지

    - 절수기기 이용

    이 약속들을 실천한 결과는 안산환경재단 넷제로 캠페인 플랫폼(eg21.kr)에서 인증사진을 올리면, 탄소 감축량을 직접 숫자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눈으로 보이는 변화는 활동가들에게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됩니다.

     

    에코멘토 부스에서 어린이 시민에게 환경 활동을 안내하는 활동가

     

    안산혜윰과 함께, 시민이 만드는 탄소중립 도시

    에코멘토 7조의 활동 현장에서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안산혜윰'로고가 새겨진 피켓과 배너입니다.

    안산혜윰은 '안산 생각'이라는 순우리말로, 시민과 함께 안산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브랜드입니다. 에코멘토 7조는 이 안산혜윰의 가치를 캠페인 현장에서 직접 실천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날, 환경의 날 등 시민 행사가 열리는 날이면 에코멘토 팀은 직접 부스를 운영하며 아이들과 가족 시민들에게 탄소중립 실천 방법을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매듭 공예 체험, 색칠 활동, 환경 퀴즈 등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아이들도 즐겁게 환경을 배울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가고 있어요.

    에코멘토 활동의 핵심은 강요가 아닌 공감, 지시가 아닌 함께하는 실천입니다. 7조 조원들은 자신이 먼저 실천하고, 그 경험을 이웃과 나누며, 그 나눔이 다시 새로운 실천을 만들어내는 선순환 구조를 믿고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 안산혜윰 안산생각' 원형 피켓 에코멘토 활동 현장에서

     

    오늘도, 내일도 꾸준한 발걸음이 세상을 바꿉니다

    에코멘토 7조는 대단한 장비도, 큰 예산도 없습니다. 오직 자발적으로 모인 10명의 시민이 서로를 응원하며 이어가는 활동 입니다. 그럼에도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이어온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내가 걷는 이 한 걸음이, 지구를 조금 더 낫게 만든다"는 믿음. 그리고 함께하는 동료들이 있다는 든든함.

    작은 움직임이 모이고, 이어지고, 퍼져나가 눈에 띄는 변화를 이끌어낼 그날까지 에코멘토 7조는 오늘도 걷고, 실천하고, 이야기합니다. 우리 모두가 에코멘토가 될 수 있습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가까운 거리를 걷고, 텀블러를 챙기고,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는 것. 그 작은 약속 하나하나가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큰 목표를 향한 진짜 힘이 됩니다.

    에코멘토 활동 및 넷제로 캠페인 참여 : www.eg21.kr

     
    걷고, 타고, 줄이고! 안산 에코멘토 7조가 만들어가는 넷제로
    안산사라

    조회수 221

    2026-06-30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쓰레기의 여정을 따라갑니다.

    하루에 자신이 버리는 쓰레기의 양을 가늠해 보신 적 있나요?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쓰레기는 여전히 지구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이런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론으로만 배운 내용은 잘 와닿지 않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군포시에서는 우리가 쓰레기를 버리고 난 이후에 이루어지는 쓰레기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일상 속 쓰레기 자원화와 쓰레기 줄이기를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자 하는 공익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6 군포시 쓰레기 투어 포스터

     

    종량제봉투를 묶어 집 앞에 내놓고, 플라스틱과 종이를 분리수거함에 넣고 나면 우리는 대개 처리됐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그때부터 쓰레기의 진짜 여정이 시작됩니다. 수거차에 실리고, 무게가 재어지고, 선별되고, 소각되고. 그 이후에 쓰레기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쓰레기 투어에 동행해 보기로 했습니다.

     

    아침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군포시청 앞 등나무 아래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습니다. 나이 든 노인부터 이제 막 초등학교에 발을 들여놓은 어린이까지, 쓰레기 투어에 동행할 이들은 각기 나이와 배경은 달랐지만, 쓰레기의 여정에 동행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들은 곧바로 버스에 올라 이날의 일정을 확인했습니다.

     

    2026 군포시 쓰레기 투어에 참여하기 위해 버스에 오르고 있는 사람들

     

    군포시 쓰레기 투어는 군포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이하 지속협)에서 준비한 행사였는데요. 지속협은 군포시 자전거 교실, 군포환경한마당 등의 행사를 기획 및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날 행사에 함께한 설은혜 차장님은 지속협의 역할과 쓰레기 투어의 목적을 다시 한번 확실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지속협은 UN이 만든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 시군구 단위로 만들어진 민관 협력 기구예요. 그래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기후, 환경 보호, 사회·경제 등 다양한 영역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활동은 환경 보호의 영역에 있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냥 쓰레기를 잘 버려야 한다라고 말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왜 쓰레기를 잘 버려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드리고자 쓰레기 투어를 기획하게 되었고 현재 3년째 진행하고 있답니다.”

     

    이번 쓰레기 투어의 목표를 들으면서 이번 여정에서 쓰레기에 대해서 다시금 배우게 될 것 같다는 기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목적지, 타지만 모두 재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야 - 군포시환경관리소


    군포시환경관리소에 도착한 군포시 쓰레기 투어 참가자들

     

    쓰레기 투어가 향한 곳은 군포시환경관리소였습니다. 이곳은 탈 수 있는 쓰레기들이 모여 소각되는 공간입니다. 참가자들은 먼저 군포시환경관리소 담당자님에게 소각장 시설 전반에 관해 설명을 들으면서 이곳에서 어떻게 쓰레기가 처리되는지 공부했습니다.


     

    군포시환경관리소 소개 영상을 시청한 뒤, 담당자님에게 소각장 설비와 원리에 관해 설명을 듣는 모습

     

    실내 교육장에서는 먼저 쓰레기 처리와 자원순환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군포시환경관리소는 일반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긴 쓰레기들이 모여 소각되는 곳입니다. 군포시의 일반 쓰레기 종량제 봉투 겉에는 플라스틱, 음식물, 건전지, 도자기, 캔 등을 버리지 말라고 적혀 있는데요. 이 쓰레기들은 모두 타지 않는 쓰레기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건전지나 부탄가스처럼 소각할 경우 폭발을 일으켜 위험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특히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쓰레기의 경우, 폭발하게 되면 소각 설비를 멈추게 하기 때문에 쓰레기 처리 전반에 큰 어려움을 초래하게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분리배출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군포시환경관리소에서 배운 것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소각된 재와 열이 자원으로 재활용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 쓰레기 소각로는 1,100이상으로 타오르기 때문에 이 열을 판매하여 수익금을 군포시로 보내고 있습니다. 쓰레기가 소각되고 남은 재도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재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요. 비교적 무거운 바닥재와 흩날리는 비산재가 있습니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바닥재도 매립했는데요. 2~3년 전부터 재활용이 가능한 업체로 보내 벽돌로 만들어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불가피한 과정이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과 재까지 놓치지 않고 자원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쓰레기에도 많은 이들의 노력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는 교육장을 벗어나 현장을 돌아보면서 실제로 쓰레기가 소각되고 있는 현장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카메라를 살펴보고 질의응답도 하면서 쓰레기 소각 과정을 현장감 있게 느껴보았습니다.


     

    쓰레기 소각을 진행하는 현장을 견학하고 있는 모습

     

    현장에 들어서자, 여러 대의 모니터와 시설 계통도, 각종 설비 상태를 확인하는 장비들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평소에는 쓰레기봉투 하나만 생각했지만, 이곳에서는 반입량, 처리 과정, 설비 상태, 안전관리까지 모든 것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이 현장을 보면서 쓰레기 처리란 단순히 치우는 일이 아니라 도시가 멈추지 않기 위해 꼭 필요한 생활 기반시설이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답니다.

     

    두 번째 목적지, 다시 자원이 되기 위한 긴 여정 군포도시공사 새활용타운

     

    다음 목적지는 군포도시공사 새활용타운이었습니다. 새활용타운은 재활용으로 분류되는 쓰레기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군포도시공사 새활용타운에 도착한 쓰레기 투어 일행

     

    음식물부터 알루미늄 캔, 플라스틱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쓰레기가 모두 여기로 모입니다. 도착하고 나니 수많은 트럭과 지게차들이 분류한 쓰레기들을 나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곳에서도 담당자님께서 쓰레기 처리 과정에 관해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중에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것은 쓰레기를 처리하시는 분들의 고충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에 대한 현대화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예산 문제 등 여러 어려움으로 인해 현대화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군포도시공사 새활용타운은 종량제 봉투에 담겨 온 재활용 쓰레기들을 사람이 하나하나 칼로 뜯어서 사람이 분류하는 상황입니다. 에어컨 설치도 미비한 상황이구요. 게다가 재활용을 제대로 하지 않고 인분, 동물 사체,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 오물이 묻은 쓰레기 등을 무분별하게 버리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문제는 이것을 사람이 분류하는 과정에서 다치거나 충격을 받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입니다. 부디 쓰레기를 올바르게 분리배출해 주시기를 바라요.”


    수작업으로 재활용 쓰레기를 분류하고 있는 현장

     

    실제로 새활용타운 내부를 잠깐이나마 둘러보는 과정에서 본 현장은 생각보다 더 열악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새활용타운에서는 폐식용유와 EM을 활용한 비누를 만드는 등 재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EM 비누는 온도와 습도에 매우 민감하고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완전히 굳는 데 최소 4주가 소요된다고 하는데요. 이런 까다로운 조건에도, 비누를 계속 만들면서 친환경 제품 활용 습관을 확산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 나가고 있었습니다.


     

    폐식용유를 활용한 EM 비누를 제작하는 현장

     

    군포도시공사 새활용타운에서는 쓰레기를 버릴 때 제대로 비우고, 헹구고, 올바르게 분리배출해야 자원으로 활용되는 과정이 수월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쓰레기가 나를 떠나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무심코 버릴 수도 있지만, 그렇게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누군가에게는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금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처음부터 잘 버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재활용품이라는 말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재활용품이라고 내놓았다고 해서 모두가 실제 재활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재질이 섞여 있거나 오염이 심하면 다시 쓰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제대로 분리된 자원은 다시 원료가 되거나 새로운 제품으로 태어날 수 있죠.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은 거창한 기술 이전에 생활 속 작은 습관입니다. 음료병은 비우고, 라벨은 떼고, 뚜껑은 분리하고, 음식물이 묻은 용기는 헹구는 일. 귀찮아서 미루기 쉬운 행동들이지만, 현장에서는 그 차이가 아주 크게 느껴졌습니다.

     

    마지막 목적지, 쓰레기는 묻혀도, 자원은 돌아오는 거야! -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점심시간을 지나 군포시 쓰레기 투어는 더 큰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바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입니다. 차량이 이동하는 동안 오전에 본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이어졌습니다. 쓰레기는 수거되고, 처리되고, 일부는 재활용되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남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까요? 수도권매립지는 그 질문에 답을 주는 장소였습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외부 전경

     

    수도권매립지는 서울의 쓰레기를 매립하던 난지도를 대체하여 만들어진 곳으로, 현재는 서울시, 인천시(옹진군 제외), 경기도(연천군 제외)의 쓰레기를 매립하는 공간입니다. 1 매립지와 제2 매립지의 매립은 종료되고 현재는 제3 매립지에 매립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매립지라고 하면 막연히 쓰레기가 쌓여 있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곳은 폐기물을 관리하고 자원화하며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한 거대한 시스템이 질서정연하게 돌아가고 있는 공간입니다. 수도권매립지의 규모는 약 1,600, 축구장이 약 2,300개 들어갈 정도로 거대합니다. 이 때문에 수도권매립지 견학은 전시관에서 전체 전경 모형을 보며 설명을 들은 후, 버스를 타고 현장을 둘러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수도권 폐기물 처리 흐름을 배우는 영상을 시청하고 있는 모습


     

    수도권매립지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전시 공간에서는 폐기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처리되는지 차근차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반입된 폐기물은 계량과 검사를 거치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처리되며, 매립이 필요한 경우에도 침출수와 가스, 악취, 비산먼지 등을 관리해야 합니다. 매립은 그냥 땅에 묻는 일이 아닙니다. 오염 물질이 주변 환경으로 퍼지지 않도록 시설을 갖추고, 발생하는 물과 가스를 모아 처리하며, 매립이 끝난 뒤에도 사후관리를 이어가는 복합적인 작업입니다. 특히 쓰레기를 매립하는 규모가 큰 만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서는 쓰레기의 자원화에도 많은 노력을 쏟고 있었습니다. 음식물류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폐수는 바이오 가스화 과정을 거치고, 하수슬러지는 일정한 처리 과정을 통해 복토재나 보조연료 등으로 활용됩니다.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가스 역시 그냥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매립가스 발전소로 보내져 에너지로 활용합니다. 쓰레기의 자원화를 위해 많은 첨단 기술과 인력이 동원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버스 투어를 통해 본 수도권매립지 모습 1차 처리가 완료된 음폐수


    버스 투어를 통해 본 수도권매립지 모습 3 매립지 전경


    버스 투어를 통해 본 수도권매립지 모습 쓰레기를 매립하기 전 무게를 계량하는 곳

     

    혐오시설로 여겨지곤 하는 쓰레기 매립지가 지역사회와 충돌 없이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쓰레기를 매립한 부지는 쓰레기가 부패하면서 가스를 배출하고 부피가 줄어들면서 지대가 가라앉게 되는데요. 이 과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기다린 이후에 이 공간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현재 제1 매립지는 안정화가 완료되어 골프장으로 활용하고 있고 이외에도 체육시설이나 야생화단지를 조성하여 매립지 근처 주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매립은 분명히 불가피한 일이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고 지역사회와 상생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 나가고 있는 것이죠.


    온실을 구경하며 화분을 고르고 있는 쓰레기 투어 일행

     

    쓰레기 투어의 막바지에는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정제하여 연료로 활용하고 있는 온실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이곳에서 자란 화분을 하나씩 나누어 주셔서 이날의 방문을 기념하는 특별한 선물이 되었답니다. 이곳에서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수도권 생활폐기물 처리 방식이 점점 그대로 묻는 방식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종량제 봉투에 담긴 생활폐기물도 무조건 매립되는 것이 아니라, 소각 등 처리 과정을 거친 뒤 남은 잔재물을 최소화해 관리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땅은 한정되어 있고, 매립지는 지역사회와 환경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이죠. 그래서 폐기물을 줄이고, 다시 쓸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활용하고, 마지막에 남는 것만 안전하게 처리하는 쪽으로 쓰레기 처리 방향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설을 담당해 주신 선생님의 마지막 말은 쓰레기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했습니다.

     

    지금까지 수도권매립지에서 쓰레기가 매립되기 전처리 과정과 매립 과정, 자원화 과정에 대해 설명드렸는데요. 제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쓰레기의 자원화보다 중요한 것이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한 노력이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자원화를 한다고 해도, 궁극적으로 쓰레기의 양이 줄어드는 것만 못합니다.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쓰레기는 최대한 자원화하되, 여러분들께서도 쓰레기를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여러 방법을 찾아 보시기를 바랍니다.”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오면 그 모든 시설과 기술에도 한계가 생기기 마련이죠. 가장 좋은 쓰레기는 결국 생기지 않은 쓰레기라는 사실을, 쓰레기 투어의 마지막에 깨닫게 되었습니다.


    군포시 쓰레기 투어 기념품으로 받은 손수건

     

    이번 투어의 준비물에도 그 메시지가 숨어 있었습니다. 안내문에 적힌 준비물은 텀블러와 손수건이었습니다. 하루짜리 견학이지만 일회용품을 줄이는 실천을 함께하자는 뜻이었습니다. 쓰레기 투어를 마치고 군포로 돌아오는 길에 지속협에서 준비한 퀴즈 상품과 기념품도 손수건, 자투리 천 카드 지갑, 자투리 천 앞치마 겸 행주 등 지속적으로 활용이 가능한 것들이었는데요. 생각해 보면 환경을 살리기 위한 공익활동의 실천은 거창한 시설에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닙니다. 카페에 갈 때 텀블러를 챙기는 일, 종이 타월 대신 손수건을 쓰는 일, 장바구니를 들고 나가는 일, 필요한 만큼만 사고 남기지 않는 일, 배달 용기를 줄이는 일, 분리배출 전에 한 번 더 헹구는 일. 이런 작은 행동들이 모여 쓰레기의 양을 줄이고, 처리시설의 부담도 덜어줍니다.

     

    쓰레기 투어라는 이름은 조금 낯설었지만, 다녀오고 나니 참 잘 지은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쓰레기 투어라는 이름 때문에 버린 뒤를 보러 온 줄 알았는데, 막상 현장에서는 계속 버리기 전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쓰레기의 끝을 보러 갔다가, 오히려 생활의 시작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오늘 내가 무엇을 사고, 어떻게 쓰고, 어떻게 버릴지에 따라 쓰레기의 양도, 자원순환의 가능성도 달라집니다. 버리면 끝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긴 여정을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여정을 조금이라도 짧고 가볍게 만드는 일은 우리 손에 달려 있습니다. 덜 사고, 오래 쓰고, 제대로 나누어 버리는 작은 습관. 2026년 군포시 쓰레기 투어가 시민들에게 남긴 가장 큰 메시지는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버리면 끝? 아니, 쓰레기의 여정은 이제 시작! - 2026 군포시 쓰레기 투어
    옐로 구피

    조회수 112

    2026-06-30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행사 포스터)

     

    안산(安山). 사람들은 농담처럼 말하곤 한다. '안 산다, 안 산다' 하면서도 결국 사는 곳이 안산이라고.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 그 안에는 뭔가 씁쓸한 진실이 담겨 있다. 집값이 싸서, 공장이 가까워서, 달리 갈 데가 없어서. 이런저런 이유로 모여든 사람들이 만든 도시. 그러나 나는 이 이름을 다르게 읽고 싶다. 안전하게(安全하게) 산다. 안전하게 살고 싶어서 모인 사람들의 도시. 그것이 안산이어야 한다, 그래서 59일의 행진은 말하고 있었다.

     

    (행사 진행 요원)

    오후 세 시, 두 갈래의 물줄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단원고 앞 원고잔 공원 입구에서 한 줄기가, 중앙동 월드코아 광장에서 또 한 줄기. 바람이 조금 불었지만, 따뜻한 봄볕이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사람들은 저마다 깃발을 들고 있었다. 깃발이란 원래 선언이다. 내가 여기 있다는, 내가 이것을 원한다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행진 전)
     
     
    (안전도시에 산다 깃발)                                                   (선두에 선 라퍼커션)
     

    라퍼커션의 드럼 소리가 먼저였다. 타악기의 진동은 공기를 통해서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가슴팍을 두드리고, 발바닥을 타고 올라와 무릎을 움직이게 한다. 사람들이 걸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이윽고 자연스럽게, 마침내는 즐겁게. 선두에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배치가 아니었다. 이 도시에서 가장 먼저 안전해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를, 말 한마디 없이 그 줄 세움이 온몸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 뒤로 시민들이 이어졌고, 후미에는 노동자들이 든든하게 받쳤다. 안산시청 앞에서 두 물줄기가 하나로 합쳐졌을 때, 그것은 이미 강이었다.

     
     
    (행진)
     

    나는 깃발들을 오래 바라보았다. 손으로 만든 깃발, 글씨를 써넣은 깃발, 그림을 그려 넣은 깃발. 깃발 컨테스트에서 1등을 차지한 것은 일동 지역아동센터가 만든 '우산 깃발'이었다. 우산. 비바람으로부터 서로를 지켜주겠다는, 그 단순하고 완벽한 상징. 어른들이 수십 장의 기획안과 정책 문서로 표현하려 했던 것을 우산 하나로 해냈다.

     
    (우산 깃발)
     

    안전이란 결국 그런 것이 아닐까. 비가 올 때 곁에 우산을 들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 혼자 비를 맞지 않아도 된다는 것. 산업단지에서 일하다 다친 이주노동자에게 말이 통하는 안내가 있다는 것. 노후 건물에 혼자 사는 노인에게 누군가의 시선이 닿는다는 것. 장애인이 휠체어를 밀며 이 도시의 어느 골목이든 막힘없이 갈 수 있다는 것. 이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았던 시간이 너무 길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걸었다.

     
     
    (몸 깃발)
     

    며칠 전, 조용하지만 결코 작지 않은 일이 있었다. 생명안전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세월호 참사로부터 꼭 12년이 지난 뒤의 일이다. 12. 그 긴 시간 동안 유가족들은 거리에 섰고, 시민들은 광장에 모였고, 활동가들은 국회 앞에서 밤을 지새웠다. 법이란 선언이다. 이제 안전은 국가가 베푸는 혜택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누려야 할 권리라고 이 나라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늦었다. 그러나 왔다. 그리고 온 것들은 쉽게 돌아가지 않는다.

     
     
    (시청 앞)
     

    안산은 희생자 250명이 학교에 다녔고, 골목에서 뛰어놀았다. 10년 넘는 세월 동안 안산은 세월호의 도시였다. 슬픔의 도시, 기억의 도시. 그러나 안산 시민들은 슬픔에 머물기를 거부했다. 그들은 물었다. "세월호 이후 안산은 정말 안전해졌는가." 기억이 기억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고. 질문은 행동이 되었고, 행동은 130개의 지역 주체가 모인 시민추진위원회가 되었다. '304개의 노란 테이블' 시민대토론회가 되었고, 마침내 다섯 가지의 구체적인 정책 제안이 되었다. 이제 안산은 세월호의 도시가 아니라, 안전의 도시로 거듭나려 한다. 슬픔을 동력 삼아, 변화를 향해.

     
     
    (광장)
     
    (살판 식전 공연)
     

    안산문화광장 물의광장. 시장 후보들이 나란히 섰다. 더불어 민주당 천영미 후보, 국민의힘 이민근 후보, 조국혁신당 조안호 후보, 진보당 홍연아 후보. 서로 다른 정당,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자리에 섰다. 이주민 대표가 앞으로 나왔다. 언어가 달라도, 국적이 달라도, 이 도시에서 일하고 사는 사람이라면 똑같이 안전해야 한다고. 장애인 대표가 나왔다. 도시의 턱을 없애달라고, 경사로와 점자블록이 방치되지 않는 도시를 만들어달라고. 노동자 대표가 나왔다. 산업단지에서 매년 반복되는 사고를, 더 이상 개인의 불운으로 처리하지 말아달라고. 시민 대표가 나왔다. 이 모든 요구가 선거철 공약이 아니라, 임기 내내 지켜야 할 약속이 되어달라고.


    (시장후보)
     

    다섯 가지였다.

    1. 도시 비전 및 행정계획 수립: 4.16 정신을 계승한 중장기 안전 전략 마련

    2. 시민안전센터설치: 시민과 소통하며 일상 속 안전 교육을 전담할 기구 마련

    3. 안전투자 적극 확대: 재난관리기금 조성 비율 상향 및 안전 인프라 예산 증액

    4. 안전영향평가제도화: 취약계층의 관점에서 정책의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점검

    5. 전담 행정조직 확대: 분산된 안전 부서를 통합하고 민관 협력 거버넌스 내실화

     

    생명·안전 가치를 담은 도시 비전 및 행정계획 수립. 시민안전센터 설치. 안전 예산과 재난관리기금의 적극적 확대. 안전영향평가 제도화. 생명·안전 전담 행정조직 확대와 민관협력 거버넌스 강화. 어렵지 않은 말들이다. 그러나 이것들이 실제 예산이 되고, 조례가 되고, 담당 부서가 생기고, 취약계층의 목소리가 정책 설계 단계부터 반영되는 일은, 누군가 끊임없이 요구하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걸었다. 그래서 전달했다.

     

    정치인의 약속이란 언제나 유효기간이 불분명하다.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광장에 모인 시민들 앞에서, 이주민과 장애인과 노동자의 손에서 직접 건네받은 요구안을 들고 한 약속은 조금 다르다. 증인이 있는 약속은 그 무게가 다르다. 이날 광장에 있었던 모든 사람이, 그 약속의 증인이다.

     
     

     

    행진이 끝나고 사람들은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깃발은 접혔고, 드럼 소리는 멎었고, 광장은 다시 평범한 광장이 되었다. 그러나 무언가가 달라졌다. 그것은 도시의 표면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변화다. 함께 걸었다는 사실, 같은 방향을 향했다는 기억, 우리가 원하는 것을 큰 소리로 말했다는 경험. 이런 것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몸이 기억하기 때문이다.

     

    도시란 무엇인가. 건물과 도로와 행정구역의 합산이 아니다. 도시는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갖는 책임감의 총합이다. 내 옆집 사람이 오늘 안전한지,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무사히 집에 돌아가는지, 이주민 아이가 아플 때 말이 통하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이것을 묻고, 따지고, 바꾸려는 사람들이 함께 걸었던 59일의 안산은, 그래서 잠깐 더 나은 도시였다.

     

    안전하게 산다. 그래서 안산이다. 함께 걸었던 우리 모두의 바람이었다.

     

    *2026년 5월, 안산에서*
    안전하게 산다, 그래서 안산이다
    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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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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