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메뉴열기

공익웹진

  •  
     
     
     
     
    SNS에서 정리된 2025년 축제 리스트 / 출처 : 에디터 캡쳐(SNS X)
     
     
    지나간 10월의 주말들, 휴대전화 화면을 위로 넘길 때마다 쏟아지던 목록은 일종의 지도가 되어 저를 어디론가 데려다주곤 했습니다. 서울에서는 바비큐를 굽고, 전주에서는 비빔밥을 비비고, 원주에서는 만두가 쪄오르고, 양양에서는 연어가 강을 거슬러 오르는 사이, 인천에는 꽃게가, 서천에는 소곡주가, 강릉에는 커피 향이 피어올랐다는 소식이 줄줄이 흘러나왔습니다.
     
    누군가는 주말마다 짐을 싸고, 또 누군가는 집 앞 광장으로 나가 그 도시가 일 년에 한 번 펼치는 자기소개서를 읽듯 축제를 바라봅니다. 화면을 스치듯 지나가던 짧은 게시물 몇 장만으로도 가을의 질감이 전해지는 이유는, 축제가 결국 사람의 감성과 장소의 온도를 한꺼번에 끌어올리는 공동의 경험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축제는 필요합니다. 지역이 자기 얼굴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축제만큼 강력하고도 즐겁게작동하는 장치는 많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그 도시가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 음식과 소리와 빛과 몸짓을 통해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상인들의 매대와 농가의 수확물은 단순한 상품을 넘어 이야기의 증거가 됩니다.
     
     
    출처 : 에디터 직접 촬영
     
     
    무엇보다, 서로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같은 무대 앞에 모여 같은 순간을 좋았다고 기억하는 장면은 지역 사회가 느슨한 연대의 감각을 회복하는 중요한 순간입니다. 경기도 곳곳에서 열리는 문화·농산물·역사 자원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축제들이 지자체와 시민사회, 활동가와 자원봉사자의 손발이 맞물릴수록 더 튼튼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잘 만든 축제는 장식이 아니라 지역 상생의 기반이 됩니다.
     
     
    그렇지만 밤이 깊어 조명이 꺼지면, 다른 얼굴이 남습니다.
    넓은 잔디밭에 얼기설기 남은 쓰레기, 돌아가는 길 내내 이어진 자동차의 붉은 브레이크등, 다음 날 아침 공원에서 산책하던 주민이 중얼거리는 밤새 잠을 설쳤다는 말, 집안 구석에서 몸을 웅크린 반려동물의 떨림 같은 것들입니다.
    오늘은 축제가 남긴 환호의 여운 뒤, 우리가 잘 보지 않던 장면을 조금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화려한 불꽃은 한순간 사람을 올려다보게 했지만, 그 빛이 사라진 뒤에야 비로소 보이는 생태의 시간과 호흡이 있습니다. 최근 대규모 불꽃 행사 이후 반려동물과 도시 야생동물의 스트레스, 유실과 충돌, 행사 직후 특정 지점의 미세먼지 수치 급등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제는 축제의 환호 속에서 자연과 이웃의 목소리도 함께 들을 수 있는 감수성이 필요합니다. ‘즐거움책임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방식으로, 우리는 축제를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경기도의 사례로 시야를 더 낮춰 보면 논점은 더욱 구체적입니다.
     
    첫째는 쓰레기 문제입니다. 다회용기와 보증금제를 도입한 곳도 있지만, 여전히 대형행사 직후에는 혼합폐기물이 산처럼 쌓입니다. 행사 동선 설계와 청소 인력 배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지점입니다. 취식 부스의 일회용 포장 관행, 유입 인파 대비 수거 거점의 밀도, 10시 이후 급격히 늘어나는 무단 투기는 기획 초기의 공급사 계약과 운영 규정으로 미리 개입해야 합니다.
     
     
    출처 : 에디터 직접 촬영
     
     
    둘째는 동물과 생태입니다. 축제의 소음과 강한 조명, 연소물질은 반려동물뿐 아니라 하천·습지·녹지대에 의존해 살아가는 조류·소형 포유류에게 직접적인 스트레스를 줍니다. 특히 철새 이동 시기와 야간 이동 특성을 고려한 일정 설계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굳이 불꽃을 사용해야 한다면 시간대·지속시간·반경·음압을 제한하는 규정이 필요합니다.
     
    불꽃 소음과 섬광이 동물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깊습니다. 연구 결과와 현장의 목소리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최태규 수의사(곰 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개는 갑작스러운 폭발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극심한 공포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고, 반려동물 구조 단체는 하네스와 목줄을 끊고 유실되는 사례가 매우 많다며 축제 기간 반려동물 동반 자제를 당부했습니다. 실제로 불꽃 명소인 노들섬은 축제 기간 반려동물 출입을 제한했습니다. 이 영향은 반려동물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이기섭 한국물새네트워크 상임이사는 철새 이동기에는 작은 새들이 밤에 이동하는데, 불꽃에 놀라 충돌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최근 송도 인근에서 불꽃축제 직후 저어새 사체가 발견된 사례를 언급했습니다.(참고 : 경향신문 2024.10.7.)
     
     
    출처 : AI활용 일러스트 이미지 제작
     
     
    셋째로 교통·안전과 주민 피로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문제입니다. ‘100만 인파가 기사 제목을 장식하는 순간, 사실상 그 도시의 일상은 잠시 멈춥니다. 인근 상권에는 호재지만, 주거 지역에는 침습입니다. 축제의 범위가 넓을수록 주민과의 사전 소통과 완충지대 설계(차량 우회·임시주차·보행 동선·소음 차단)가 만족도를 가릅니다.
     
    마지막으로는 일회성 구조에 대한 지적입니다. 축제의 기억이 다음 계절의 삶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아무리 화려해도 한철 반짝임으로 스쳐갈 수 있습니다. 공공예산과 후원, 활동가의 노동이 집중된 그 며칠 이후 무엇을 남길 것인지 늘 고민해야 합니다. 행사의 장식이 아니라 지역 문화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이 되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저는 축제를 반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마음 편하게 즐기고 싶습니다. 그래서 하지 말자가 아니라 이제는 이렇게 하자에 가깝도록 우리가 함께 상상해볼 수 있는 방향들에 대해 고민해 보았습니다.
     
    1. 축제의 시간을 넓히기
    축제가 지역에 남기는 것이 단순한 기억에 그치지 않는다면, 그 경험은 훨씬 오래 갈 것입니다. 축제가 끝난 다음 주에 소규모 워크숍이나 남은 재료를 활용한 클래스, 지역 작가·농가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면 어떨까요? 잠깐의 흥분 대신, 서서히 스며드는 여운으로 계절을 이어가는 방식입니다. 행사 준비에 투입된 자원과 관계망이 축제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다음 계절의 생활과 배움으로 확장되는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 에디터 직접 촬영
     
     
    2. 조금 더 조용한 축제 실험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축제를 즐길 필요는 없습니다. 불꽃 대신 드론·레이저·빛의 퍼포먼스 등 다양한 기술이 사용되는 도시가 늘고 있습니다. 다만 드론 역시 야생조류의 이동 경로와 고도, 시간대를 세심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특정 기술의 채택이 아니라, 지역의 생태와 생활 리듬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축제의 연출을 계속해서 새롭게 고민해보는 태도입니다. 때로는 조용한 밤 축제와 같이 소리를 줄이고 빛의 밀도를 조절하는 시도가 더 깊은 경험을 만들 수 있습니다.
     
    3. 쓰레기와 함께 사라지지 않는 기억
    다회용기와 보증금제, 그리고 세척 스테이션이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는 축제를 상상합니다. “쓰레기통이 왜 없죠?”가 아니라 컵 반납하는 곳이 어디죠?”, “여기 두면 내년에 또 써요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오가는 현장입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이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지역의 자원 순환 방식을 체험하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축제의 쓰레기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쓰레기 없는 축제 문화가 남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지역축제 현장 / 출처 : 에디터 직접 촬영
     
     
    4. 주민이 관객이 아니라 주인공인 축제
    축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불편을 감내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올해 우리 동네 축제는 이렇게 달라졌다고 먼저 말하는 주체가 되면 좋겠습니다. 행사가 열리기 전부터 동네 사람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고, 끝난 뒤 함께 돌아보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방식입니다. 사람들이 어떤 순간에 웃었는지, 어떤 부분에서 불편했는지가 사라지지 않고 남아, 다음 해를 밝히는 불씨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어도, 법을 만들지 않아도, 마을과 도시가 조금 더 편안하고 건강한 방식으로 축제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그 바람이 모이면 실제 변화가 발생합니다. 이미 몇몇 경기도 시군에서 이런 시도들이 시작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음 가을이 기대됩니다.
     
     
    출처 : AI활용 일러스트 이미지 제작
     
     
    축제가 더 단단해지기 위해, 저는 몇 가지 풍경을 떠올립니다. 밤하늘을 찢는 폭음 대신 건물 외벽을 캔버스로 삼는 조용한 빛의 쇼, 일회용 컵 대신 지역 도예가의 머그를 손에 쥔 사람들, 축제 다음 주말에 열리는 되돌아보기 장터와 기록전, 그리고 무엇보다 인근 주민이 올해는 확실히 나아졌다고 먼저 말하는 순간입니다.
     
     
    출처 : 에디터 직접 촬영 
     
     
    우리는 기쁨을 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작은 생명의 리듬까지 함께 아우르는 기쁨이길 바랍니다. 축제를 대하는 마음에 다음 문장을 더하면 충분합니다.
    축제의 끝이 지역의 시작이 되도록 설계한다.”
     
    축제의 계절 가을은 매년 돌아옵니다. 설렘을 지키면서도 더 책임 있게 오래가는 길을, 함께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축제, 다르게 보기- 불꽃이 사라진 뒤에
    또봉

    조회수 76

    2025-11-28
  • 기여적 정의를 위한 투자, 비영리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이명신(비영리경영연구소 소장)

     

     

     

     

    1. 왜 지금 비영리 일자리인가?

    최근 인구구조의 변화, 디지털 전환, 기후위기처럼 복합적인 사회 변동이 가속화되면서 비영리부문은 정부·시장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공백을 메우며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중추적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이러한 공익활동이 전문성과 지속성을 바탕으로 실효성 있게 수행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고용 기반 위에 활동가가 존재해야 하며, 그 활동이 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비영리 일자리는 이러한 공익활동이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이고 전략적인 사회 기여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자, 공익활동 종사자의 권리 보장과 역량 축적을 가능케 하는 제도적 장치이다. 다시 말해, 비영리 일자리는 단순한 고용 창출을 넘어,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고 공동체 회복을 이끄는 구조적 토대(Social Infrastructure)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비영리 일자리는 정상적인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제도적 보호에서 배제된 경우가 많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시민사회의 기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공익활동의 사회적 기여에 상응하는 고용 안정성과 제도적 인정을 확보하는 것은 단지 노동시장 측면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한 민주주의와 포용적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비영리부문은 전통적으로 강조되어 온 사회적 기여뿐만 아니라 GDP·고용·세수·산업연관 효과 측면에서도 주요 산업군 못지않은 경제적 파급력을 가진 거대한 경제 엔진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존스홉킨스대학연구소의 보고서(2013)에 따르면,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비영리부문은 GDP의 평균 4.5%를 차지하며, 일부 국가는 7%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찍이 제레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 노동의 종말에서 3섹터 일자리 증가를 기술 발전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비영리부문이 고용 창출과 사회서비스 제공에서 점차 핵심 산업군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특히 고령화·기후위기·돌봄노동 수요의 증가에 따라 향후 10년간 고용 비중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2. 비영리 일자리 정책 현실은 어떠한가?

    UN 등 국제사회와 주요 선진국은 비영리부문의 사회적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조세 혜택, 재정지원, 제도적 기반 구축 등을 통해 시민사회 활성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정치·경제적 환경은 이러한 흐름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지자체 간 시민사회 인프라 격차도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제도적 기반이 취약한 지역일수록 비영리단체와 활동가의 지속가능성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현재 중앙정부는 비영리부문을 위한 별도 일자리 정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 정부는 영리사업을 진행하는 법인에 대해서도 성장 정책을 쓰면서 공익적인 일을 위해 사람을 고용하고 활동하는 비영리에는 오히려 지원하기를 꺼린다. 쏟아지는 일자리 정책은 중소기업이나 사회적기업 쪽으로 혜택이 심하게 쏠려 있으며, 비영리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은 거의 없다. 이에 따라 공익활동의 질적·양적 성장을 위한 제도적 기반과 사회적 인정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경기도는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 제도적 기반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광역단체로서, 경기도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에 관한 조례(2021) 제정을 통해 공익활동에 대한 지원이 일부 제도화되어 있다. 그러나 여전히 실효성 있는 지원체계와 일자리 전략은 부족하며, 경기도 내 비영리단체 및 공익활동가들은 고용 불안정, 낮은 처우, 경력 인정 부재, 사회안전망 미비 등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지어 경기도 내 시군의 시민사회 활성화 관련 조례에서조차 비영리 일자리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 관련 항목을 명시한 곳은 경기도와 용인시가 유일하며, 평택시와 광명시가 사회적 인정과 지지를 포함하고 있을 뿐이다.

    현재 경기도를 포함한 국내 비영리 일자리 정책에 대한 체계적인 실태조사, 정책평가, 데이터 구축은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비영리 일자리 창출 및 안정적 고용환경 조성을 위한 종합적인 연구와 정책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며, 경기도 차원의 선도적인 정책적 대응이 요구된다. 이에 <경기도 비영리 일자리 활성화 정책 연구(2025.6~10)>를 통해 비영리부문이 지역사회에서 수행하는 공익적 역할로 인한 사회경제적 기여를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기도형 비영리 일자리 정책 모델을 개발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공익 일자리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하였다.

     

    3. 비영리 일자리란 무엇인가?

    비영리 일자리(Nonprofit Job)’에 대해서는 아직 학술적·법적·사회적으로 합의된 정의가 존재하지 않으며, 시민사회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 않은 상태이다. 비영리 일자리가 사회적으로 보편적 개념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비영리 고유성과 노동시장의 보편 기준이 조화를 이룰 때, 비영리 일자리는 특수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사회 전반에서 인정받는 고용 형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비영리 일자리란 사회적 가치 실현과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익활동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일자리로 포괄적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를 정책에 적용하기 위해서 실체적으로 정의하면, 비영리 일자리는 사회적 가치 실현과 공공성 강화를 위해 수익배분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비영리조직에서 일정한 보상을 받고 수행하는 유급 노동을 의미한다. 이는 자원봉사나 임시 활동과 구별되며, 사회문제 해결, 공동체 지원, 시민 권익 보장 등을 목표로 하는 지속할 수 있는 직업 활동으로 이해할 수 있다.

     

    4. 비영리 일자리는 사회적 가치뿐 아니라 경제적 기여도 창출하는가?

    기업통계등록부를 활용해 경기도 내 비영리 사업체를 추출한 결과, 2023년 기준 경기도 내 사업체 3,262,054곳 중 비영리부문에 속하는 사업체는 163,482곳으로 전체의 약 5.01%를 차지하였다. 비영리부문 사업체 종사자 수는 670,938명이며, 전체의 약 13.14%에 이른다. 비영리는 타 산업에 비해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예산 투입 대비 고용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비영리의 경제적 기여를 측정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202411월 발표한 ‘2021-2022년 산업연관표2022년 기업통계등록부를 활용하였다. 2022년 비영리부문 사업체 매출은 1177,1934,400만 원(평균 161,105만 원)이다. 2022년 경기도 GRDP 5873,286억 원 중 비영리부문의 부가가치는 842,914억 원으로, 경기도 GRDP 대비 비영리 비중은 14.35%이다. 비영리 부문은 해당 산업뿐 아니라 전 산업에 걸쳐 직·간접적인 파급효과를 미치며, 이러한 영향력은 지역 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경기도 비영리 부문 규모 및 경제적 기여 효과>

     

    구분

    내용

    비영리

    부문

    규모

    사업체

    1. ) 156,333(전체의 약 5.01%)
    1. ) 163,482(전체의 약 5.01%)

    사업체 종사자

    1. ) 624,161(전체의 약 12.45%)
    1. ) 670,938(전체의 약 13.14%)

    경제적 기여

    (’22)

    사업체 매출

    1. 7,1934,400만 원(평균 161,105만 원)

    생산유발

    • 생산유발효과) 1922,425억 원
    • 생산유발계수) 1.633

    고용유발

    • 고용유발효과) 778,589
    • 고용유발계수) 6.614

    부가가치유발

    • 부가가치유발액)842,914억 원
    • 부가가치유발계수) 0.716

    GRDP

    • GRDP14.35% (경기도 GRDP 5873,286억 원 중 비영리부문은 842,914억 원)

    *: 본 연구에서 비영리는 비영리법인, 비영리민간단체, 임의단체, 특수법인, 사회적경제를 모두 포함

     

    5. 비영리 일자리 활성화를 위한 정책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일자리는 곧 인간의 생존이고 자존감이며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굳건하게 자리 잡게 하는 매개체이다. 일자리의 다층적이고 포괄적인 사회적 가치를 모든 사람이 인식하고, 사회가 가용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일자리를 키워야 한다. 나아가, 그 일자리가 삶을 옭아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좋은 일자리가 되도록 해야 한다.

    국가와 사회가 해야 할 일은 구성원들이 수행하는 일을 통해 생산적·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마이클 샌델은 그의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모든 사람의 일할 권리를 인정하고, 이를 지원하고 실현하는 것을 의미하는 기여적 정의를 강조한다. 이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공동선에 기여하는 역할에 따라 존엄과 존경을 인정받는 사회를 지향하는 개념으로, 단순히 소득이나 부의 분배를 넘어 노동의 사회적 가치와 기여를 중시한다.

    기여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투자는 단순히 재정적 지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비물질적 차원, 즉 비영리 활동과 종사자에 대한 사회적 인정·존중·신뢰를 포함하는 폭넓은 개념이다. 비영리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적정 보수와 안정적 근로조건 같은 물질적 기반이 강화되어야 하는 동시에, 그들의 공익적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하고 사회적 명예를 부여하는 문화적·제도적 인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 두 축이 함께 갖춰질 때 비영리 일자리는 지속가능하고 매력적인 직업 선택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민선 8기 경기도 일자리 정책은 기회소득을 중심으로 사회적 가치를 공공정책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동시에 청년·여성·장애인·중장년 등 대상별 맞춤형 지원과 지역 균형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민선 8기의 정책 방향을 충실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비영리 일자리를 정상적이고 지속가능한 일자리로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지원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는 단순히 특정 부문을 보완하는 차원이 아니라, 경기도가 지향하는 포용적·균형적 일자리 정책을 완성하는 핵심 축이 될 수 있다.

    < 경기도형 비영리 일자리 활성화 정책 체계도>

    근거

    경기도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에 관한 조례

    6(기본계획의 수립) 9항 비영리 일자리 지원 및 정보 제공에 관한 사항

    비전

    지속가능한 공익활동 기반 조성으로 시민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경기도

    슬로건

    기여적 정의를 위한 투자, 비영리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목표

    비영리 일자리 창출과 질적 개선을 통해

    공익활동가의 안정적 활동 기반 마련 및 시민사회 활성화 실현

    3

    추진전략

    1. 비영리 일자리 기반 조성

    2. 비영리 일자리 창출 및 지원 강화

    3. 지역 기반 비영리 일자리 거버넌스 구축

    9

    추진과제

    1-1. 일자리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2-1. 비영리 일자리 통합지원체계 구축

    3-1. 비영리 일자리 위원회 구성 및 운영

    1-2. 경기도 일자리 정책 비영리 포용 확대

    2-2. 건강한 일터 문화 조성

    3-2. ·군 단위 비영리 일자리 모델 확산

    1-3. 일자리 통계 구축 및 실태조사 정례화

    2-3. 공익활동가 사회적 인정 방안 마련

    3-3. 민간·지역 주도 경기사회연대기금 조성

     

     

    본 연구는 비영리 일자리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근거와 확산 가능한 연구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특히 비영리부문을 단순한 사회서비스 영역이 아니라 지역경제의 중요한 구성요소로 재조명하며 그 경제적·사회적 파급력을 실증적으로 확인한 점이 의미 있다. 이는 비영리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공적 관심을 높이고, 경기도를 포함한 지역 단위의 지속 가능한 비영리 일자리 정책 수립에 필요한 실증적 기반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학술적·정책적 의의를 동시에 가진다.

     

    *본 원고는 <경기도 비영리 일자리 활성화 정책 연구> 주요 결과를 정리한 것으로, 자세한 내용은 보고서를 참조하기 바람

    경기도 비영리 일자리 활성화 정책 연구 보고서 바로가기

         2025 공익활동페스타  ‘공익활동과 비영리생태계’ :  비영리 일자리 정책을 중심으로 발표1   이명신(NPO경영연구소 대표)

    기여적 정의를 위한 투자, 비영리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이명신(비영리연구소 소장)

    조회수 96

    2025-11-24


  • 우리의 온도는 1올라갔습니다

     

    김정현(청년플로우 2기 위원장)

     

     

    2025년 센터와 함께한 저의 공익의 온도는 36.5 ℃입니다. 이 온도는 '공익활동'이라는 몸을 안전히 유지합니다. 

    경기도에서 활동하면서, 동료 청년활동가가 주변에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매번 느끼고 있었다. 기성활동가들과 추구하는 것 그리고 이를 얻어가는 방식도 너무 다른 상황에서, 지역에서 혼자인 것 같다는 생각을 꽤 오래전부터 했었다. 운 좋게 지역에서 청년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내가 꿈꾸는 공익활동을 속 터놓고 이야기하기에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청년플로우(이하 청플‘)는 이러한 갈증 속에서 하나의 오아시스처럼 발견되었다. 내가 활동하는 지역의 공익활동지원센터가 폐쇄된 상황 속에서, 광역센터는 나에게 존재감이 없었다. 알았다고해도 타지역에 있는 공간이, 나의 활동에 도움을 줄 거라 생각을 못 했을 것이다. 그런 나의 이목을 끌고 생각의 전환을 만든 건 청플이었다.

    경기도 청년활동가 네트워크 위원회 청년플로우청플의 공식 명칭이다. 나는 종종 이 이름에 담긴 함의를 생각해 보곤 하였다. ‘청년활동가인 우리가 교류하며 만들어낼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이번 청플 2기 활동은 우리 조직의 존재 의의를 돌아보며, 활동을 전개한 것 같다.

    위원들은 경기도 내 공익활동센터와 활동공간을 방문하며, 각자의 활동을 공유하고 앞으로 같이 할 내용을 채워나갔다.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서로를 알아가는 내부 간담회를 거쳐, 지속 가능한 공익활동을 탐색하는 외부 간담회를 지나, 한 발짝 쉬며 앞으로의 도약을 준비하는 캠프를 진행하게 되었다.

    내부 간담회에서는 서로의 인생을 탐색하면서 공익활동을 하게 된 계기, 앞으로의 목표 등을 나누었다. 모호하게만 알았던 서로의 활동을 구체적으로 볼 수 있었고, 위원회에서 어떠한 공동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확인하였다. 외부 간담회에서는 앞으로도 공익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까?’는 문제 인식 속에서, 다양한 지수를 매개로 청년의 목소리를 녹아내는 행사를 마련하였다. 현장에 참여한 이들은 각자의 처한 공익활동의 어려움, 주변의 시선 그리고 미래에 대한 걱정 등을 편하게 나누었고, 이를 통해 서로를 응원하고 자신의 지속 가능함을 확인하였다.

    네트워크 캠프에서는 바인딩북 제작 및 방탈출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면서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가졌으며, 그동안 나누지 못한 깊은 이야기들을 주고받은 날이 되었다. 청플 위원이 참여한 공익활동 페스타 세계시민대회에서는 공동주관 단체로서 우리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청년 중심의 목소리를 공식적인 공론장에서 표현할 수 있었다.

    모든 행사 준비 과정에서 위원들이 직접 참여하여, 프로그램의 주역으로 나섰다는 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청년 활동가는 언제든 현장의 앞에서 그리고 핵심으로 드러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계기들이었고, 나는 그러한 당당함이 마음에 들었다.

    운영 과정에서 센터의 지지와 담당자의 헌신이 우리의 자리를 더 빛나게 만들었다. 업무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없다고 하면 거짓이겠지만, 이는 청년활동가를 동등한 동료로 대하는 마음이 변치 않는다면 충분히 해결될 일들이다.

    인간은 몸이 침투한 바이러스를 처리하기 위해 체온을 올리곤 한다. 특히 겨울철 체온이 1상승하면 면역 세포의 활동이 활발해져 여러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듯 체온이 조금만 올라가더라도 우리에게는 많은 변화가 생긴다.

    나는 사람의 신체 반응이 공익활동의 체계와 매우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가끔 활동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럼에도 일련의 과정들이 유의미한 건, 효율과 사익만을 추구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 사회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는 면역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세상을 유지하고 또 좋은 방향으로 바꾸어가기 때문이다.

    15명의 위원들은 서로를 알아가고 최종적으로 나를 알아가는 한 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온도를 다시 정상적으로 올리기 위한 힘을 얻었다. 각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우리는 경기도라는 몸에서 지역을 구하기 위한 지킴이로 살아갈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안정감은 지속 가능한 활동의 원동력이다. 이렇게 살아가다 공익의 온도1올랐을 때, 청플 활동이 우리에게 크나큰 부분이었음을 인지할 것이다.

    청플 위원들과 함께, 정상 체온이 된 사회를 즐길 날을 고대한다.

     


    담당자와 청플 위원들 1차 간담회

     



     우리의 세계를 열자

     

    노민주(수원환경운동연합 활동가)

     

     

    2025년 센터와 함께한 저의 공익의 온도는 80 ℃입니다. 나와 닮은 누군가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우리의 세계를 열었어요.

    안녕하세요, 수원환경운동연합 노민주입니다. 수원환경운동연합은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2025 공익활동가 역량강화 지원사업을 통해 2030 여성 활동가 교육을 진행했습니다교육의 주제는 여성 청년이 일상을 살아가는 데에 꼭 필요한 연애, 주거, 상담, 노동으로 선정했습니다.

    지난 해 12월 윤석열 퇴진 광장은 응원봉 광장이라고 불릴 만큼, 응원봉을 든 2030 여성이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2030 여성 활동가 교육광장에 모인 여성들의 목소리와 응원봉의 불빛이 서울을 넘어 우리의 일상까지 연결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지난 10월에는 노동을 주제로 교육했습니다. 강사로 노무사사무소 씨앗의 이지혜 노무사님이 애써 주셨습니다. 이날은 청년 노동 경험을 톺아보고, 근로계약서 작성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교육 참여자들은 노동자로서 권리와 의무 등의 정보가 부족하고, 부당한 상황을 판단하는 근거와 대처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습니다또한 자신의 노동 경험을 공유하며 2030 여성으로서, 활동가로서 처한 상황과 고민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한국 사회가 2030 여성의 불안을 개인의 것으로 축소하고, 예민하다는 이미지를 재생산한다는 사실에 공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위로받고,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2030 여성 활동가 교육을 톺아보니, 단순한 교육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는 것을 느낍니다나와 닮은 누군가에게 너의 하루는 어때? 오늘도 안녕해?”라고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우리의 세계를 여는 자리였습니다.


     2강 사진
     


     

    경기도 공익활동지원센터, 공익활동가들의 진정한 동반자 모델로 우뚝 서다!

     

    이바다(평화누리 상임대표)

     

     

    2025년 센터와 함께한 저의 공익의 온도는 100 ℃(펄펄 끓음)입니다. 단순한 학습을 넘어 네트워크가 이루어지는 시간이었어요.

    이번 2025년 경기북부 공익의제 해결형 프로젝트 1권역 사업은, DMZ 인접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임진각, 덕진산성, 해마루촌 등을 둘러보는 평화·생태·역사 탐방과 ‘DMZ접경지역 시민사회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발제와 토론을 내용으로 고양, 파주지역 활동가들이 12일동안 교류와 향후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는데 집중했습니다.

    이번 과정에서 가장 큰 성과는, 접경지역 시민사회가 한 공간에 모여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며 서로의 경험을 공유했다는 점입니다. DMZ 일대의 역사·문화 탐방과 발제와 토론이 결합되면서, 단순한 학습을 넘어 네트워크와 교류가 함께 이뤄지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임진각, 덕진산성, 해마루촌 등 현장 탐방과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포함한 남북 문제에 대한 발제와 토론이 적절하게 배치돼 분단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평화와 화해를 위해 시민 활동가들이 담당해야 할 일들을 고민하고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사업에서 돋보였던 것은 활동가들과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스텝들과의 긴밀한 협업이었습니다. 활동가들은 주로 사업의 콘텐츠 발굴과 내용을 공유하는 일에 주력하였고, 센터 스텝들은 활동가들의 사업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제반 환경과 필요한 섭외를 도맡아 주었습니다. 이러한 역할분담과 협력 덕분에 일정과 장소, 먹거리 등에서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았고, 기획 의도에 맞게 프로그램이 잘 추진되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한 제안으로는, 탐방과 주제 토론을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지속적인 구조로 만들자는 데 의견이 모였습니다. 이번에는 활동가들 중심의 사업이었다면 이 경험을 살려 DMZ지역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었습니다.

    이번 참여를 통해 느낀 점은, 접경지역이라는 공통된 조건을 가진 단체들이 함께 연결될 때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는 것입니다. 각자 고유의 활동을 넘어, 함께 기획하고 함께 실천할 기반을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 계기를 만들어 준 경기도 공익활동지원센터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활동이 이어져, 지역 시민사회가 더 넓은 연대와 실천으로 나아가길 기대합니다.


    DMZ 시민사회 생명 평화 포럼 및 워크숍



    모여라, 의정부 기후환경 지킴이

     

     최순덕(의정부풀뿌리시민회의 기후환경분과장)

     

     

    2025년 센터와 함께한 저의 공익의 온도는 1.5 ℃입니다. 지구 평균 기온을 낮추기 위한 우리 모두의 실천행동 목표 온도입니다.

    저는 의정부 지역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실천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주민들과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공익활동가입니다. 공익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노후화된 생활폐기물 소각시설을 인근 마을로 이전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열린 시민공론장에 참여했던 경험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역의 환경 문제는 결국 지역주민들의 삶과 건강, 그리고 미래 세대의 권리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게 되었고 공익활동가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미래 세대인 우리 아이들이 쾌적한 환경을 보장받는 것은 행복권과 건강권과 같은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연대하여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한 감시와 참여에 나서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생활 속 환경문제를 함께 발견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지역 공동체 활동을 통해 친환경적 삶을 실천하는 지역 문화의 확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탄소중립 실천행동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마을 공동체가 쉽고 즐겁게 기후행동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지난해 공익활동지원센터 1기업1단체 지원사업에 참여했었고 올해 역시 사업에 선정되어 환경 지킴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에너지전환에 대한 이해교육, 에너지절약 캠페인, 기후변화가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학습하는 마을하천 생태체험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주제로 한 기후 음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주민들이 쉽고 즐겁게 환경 지킴이로 성장하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였습니다.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과 사업이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필수적이지만, 시민들의 일상 생활과 밀접하게 연계된 대응책은 여전히 부족한 현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 시민단체가 주민들과 직접 호흡하며 기후 관련 공익 의제를 발굴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실천 행동의 가치는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자연을 보호하며 생명을 존중하는 개인의 노력이 지역사회와 연대한다면, 그 파급 효과는 더욱 크고 넓게 확산될 것입니다. 나의 작은 공익 활동을 숫자로 측정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개인의 작은 실천이 하나하나 모이면 행복의 온도가 되어 우리 사회에 따뜻한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작은 바램이 있다면 지구환경 지킴이로서의 작고 소소한 실천 행동이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온도계가 될 수 있도록 더 활기차게 공익활동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DMZ 기후위기와 에너지전환 교육에 참여한 지역주민들

     


    8월 22일 에너지의 날 불끄기 캠페인 참여 후 주민들이 인증샷과 함께 참여소감을 공유

     
    2025년 센터가 만들어낸 공익의 온도
    김정현(청플 위원장), 노민주(수원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이바다(평화누리 상임대표), 최순덕(의정부풀뿌리시민회의 활동가)

    조회수 85

    2025-11-24
  •  
    사진출처: 미리캔버스 @kikokiko
     
     
    
    ● 특수학교 설립의 현실과 과제
     
    장애를 지닌 학생들에게 특화된 교육과 자립 역량을 키워주는 특수학교는 교육적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설립 과정에서는 지역 주민의 반대와 정치적 이해관계 충돌로 인해 수차례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방의회의 심의 절차를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현행 제도는 구조적인 한계로 작용하여, 학부모들이 지속적으로 간절한 호소를 해야만 하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 수는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내 25개 자치구 중 8곳은 아직까지 단 한 곳의 특수학교도 없는 실정입니다. 모든 아동이 평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정치적 걸림돌을 제거하고 법과 제도의 정비가 시급합니다. 특수학교 설립은 단순히 교육 시설을 확충하는 문제가 아니라, 장애 학생의 교육권이라는 기본권 실현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사안입니다. 서진학교의 사례에서 보듯, 특수학교는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주민들의 인식 변화도 가능하다는 점이 입증되었습니다. 그러므로 향후에는 지방의회의 동의 없이도 교육청의 인가만으로 특수학교 설립이 가능하도록 법률 개정이 이루어져야 하며, 동시에 특수교사 인력 확보와 학급당 학생 수 기준 준수 등 교육 환경의 질을 높이는 조치도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장애 학생이 지역사회 안에서 어떤 차별도 없이 교육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포용적 교육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 특수학교는 왜 부족한가
     
    장애 아동에게 개별 맞춤형 교육과 실생활에 필요한 기능 습득을 지원하는 특수학교는 매우 중요한 교육 인프라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러한 특수학교가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며, 그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지역 주민의 반대입니다. 특수학교 설립이 추진될 때마다 일부 주민들은 부동산 가격 하락이나 교통 혼잡을 우려하며 반발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2016년 교육부가 의뢰한 조사에서는 특수학교가 위치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곳 사이의 부동산 시세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확인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서진학교가 개교한 이후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지 않았고, 오히려 학생과 주민 간의 교류가 늘어나면서 지역사회와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해 나가고 있습니다.
     
    두 번째 요인은 정치적 셈법입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특수학교 설립은 교육청의 승인 외에도 지방의회의 공유재산관리계획 심의 절차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지역 정치인이 주민의 표심을 의식해 반대하거나 심의를 지연시키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서울 중랑구의 동진학교는 14년이 넘도록 문을 열지 못하고 있으며, 성동구의 성진학교 또한 주민설명회 이후 정치적 갈등에 휘말린 바 있습니다. 때로는 교육 시설로 지정된 부지를 다른 용도와 병합하는 방식으로 우회 제안을 하며 사실상 설립을 좌절시키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세 번째는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 부족입니다. 과거보다 나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많은 이들이 장애인을 도움이 필요한 주체가 아닌 사회적 부담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는 이웃에 특수학교가 세워지는 것조차 꺼리는 님비(NIMBY) 반응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서진학교 사례처럼, 장애 학생들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편견이 줄어드는 경우도 많아, 인식 전환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특수교육이 필요한 아동의 수는 계속해서 늘고 있지만,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학교는 턱없이 부족하며, 서울시만 보더라도 25개 자치구 중 8곳은 아직 특수학교가 전무한 상태입니다. 이로 인해 특수학교 입학 경쟁률이 16 대 1을 넘는 등 장애 아동의 교육 선택권은 크게 제한받고 있습니다. 특수학교는 단순한 교육 공간이 아니라 장애 아동의 삶에 중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소중한 기회이기 때문에, 지역 주민의 인식 변화와 정치권의 책임 있는 자세, 그리고 제도의 실질적 개선이 함께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 정치권 개입이 만든 '무릎 꿇기'의 악순환
     
    특수학교 설립 과정에서 가장 가슴 아픈 장면 중 하나는 장애 아동의 부모들이 지방의회나 정치인들 앞에서 학교 설립을 애원하며 무릎을 꿇는 모습입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마저 내려놓아야 하는 이러한 현실 이면에는 지방의회 중심의 결정을 요구하는 현재의 법적 구조와 정치권의 소극적인 태도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공립 특수학교를 신설하기 위해서는 교육청의 승인을 받은 뒤, 지방의회의 공유재산관리계획 심의를 거쳐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민원이 발생하면 정치인들은 지역 유권자들의 반응을 의식해 적극적인 결단을 내리기보다는 책임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특수학교 설치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도, “일반 고등학교도 필요하다”거나 “주민 의견을 추가로 수렴하겠다"라는 등의 이유로 심의 결정을 미루며, 사실상 추진을 중단시키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2017년 서진학교 설립 당시에도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으며 국민적 관심을 촉발시킨 끝에 겨우 학교 설립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수년이 흐른 지금, 성동구 성진학교 설립을 둘러싼 상황에서 다시금 학부모들이 같은 방식으로 호소해야 하는 현실은 구조적인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음을 방증합니다. 특히 정치권이 지역 개발이나 재개발과 관련된 이해관계에 얽히면서, 특수학교 설립을 조건부로 추진하거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대안을 제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성진학교 사례에서는 장애 아동의 교육 공간 확보가 목적이었음에도 일부 시의원들이 향후 대단위 아파트 입주를 이유로 일반 고등학교를 병설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이는 공간과 수요 측면에서 현실성이 낮은 방안이었으나, ‘주민 의견을 반영했다’는 외피를 씌워 본래의 설립 취지를 흐리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더 나아가 정치권은 특수학교 신설 문제를 갈등 소지가 큰 사안으로 분류해 정당 차원에서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제로 성진학교 안건을 심의할 당시, 어느 정당도 뚜렷한 당론을 내놓지 않았으며, 일부 의원들은 찬성이나 반대 여부조차 밝히지 않고 표결 보류를 제안하며 사실상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이는 교육 정책에 있어 정치권이 그 책임을 회피하는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특수학교 신설이 학부모의 절박함과 대중 여론에만 의존하는 구조로 반복되어서는 안 됩니다. 교육은 권리이며, 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부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정치인은 지역사회 갈등을 조정하고,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에는 교육청의 인가만으로 특수학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정비하고, 정치적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향이 장애 학생과 가족이 더 이상 고개 숙이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 특수교육 대상자 증가
     
    최근 몇 년간 특수교육 대상 학생 수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4년 특수교육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등록된 특수교육 대상자는 총 11만 5610명으로, 전년도 대비 약 5%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는 2019년 약 9만 명 수준에서 5년 만에 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전체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흐름과는 반대로 특수교육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장애 아동 수의 증가에 기인하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에는 자녀의 장애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사회적 부담이나 낙인 우려로 인해 진단을 회피하는 부모들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와 미디어의 긍정적 영향으로 조기 진단 및 교육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같은 콘텐츠가 자폐성 장애를 자연스럽게 조명하면서, 장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일부 해소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실제로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발달장애 정밀검사 건수는 2013년 2만 건 수준에서 2022년에는 18만 건을 넘어서는 등 진단의 접근성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특수교육 대상자로 등록되는 아동도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자폐성 장애와 지적장애를 가진 아동 수가 두드러지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폐성 장애 학생은 2020년 1만 3917명에서 올해 2만 2194명으로 약 59% 증가했으며, 지적장애 학생도 같은 기간 5만 693명에서 5만 7883명으로 증가하였습니다. 현재 전체 특수교육 대상자의 약 70%가 이 두 유형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이처럼 특수교육 수요가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 특수학교는 195개에 불과하며, 10년 전보다 29개가 늘어났지만 여전히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특수학교 입학 경쟁률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으며, 일부 학부모들은 입학 면접에서 자녀가 인사를 했다는 이유로 탈락했다는 이야기까지 접하게 되면서, 자신의 자녀가 얼마나 중증의 장애를 갖고 있는지를 부각시켜야 하는 현실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교육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장애의 중증도’를 기준으로 한 왜곡된 경쟁이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결국 특수교육 대상자의 증가는 단순한 통계적 현상이 아니라, 우리 교육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한 절박한 과제를 의미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수학교의 수적 확대뿐만 아니라, 특수학급의 질적 강화, 전문 교원 확충, 학부모에 대한 지원 체계 구축 등 다방면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하며, 장애 학생들이 각자의 속도에 맞춰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포용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핵심적인 기반이 될 것입니다.
     
     
    ● 서진학교가 보여준 가능성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서진학교는 특수학교가 지역사회와 갈등 없이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학교는 2014년 설립이 처음 추진되었지만, 주민 반대와 정치적 지연으로 6년 가까이 표류하다가, 2017년 학부모들의 ‘무릎 호소’ 이후 여론이 변화하며 결국 2020년에 개교하게 되었습니다. 서진학교는 단순히 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 공간을 넘어, 지역 주민과의 상생 모델을 실현한 상징적 공간이기도 합니다. 개교 당시만 해도 ‘소음 민원’ 등의 우려가 있었지만, 현재는 학생들과 주민이 함께 플로깅(산책하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에 참여하고, 학교 인근에 위치한 공공도서관도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되는 등 지역사회와의 협력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서진학교는 초등 1학년부터 직업 교육까지 총 14년간 지속되는 체계적인 교육 과정을 갖추고 있으며, 교과 내용 역시 일상생활 중심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국어나 수학 대신 ‘머리 감기’, ‘빨래 널기’, ‘용모 단정하기’ 등의 실생활 교육이 중심입니다. 이는 자립을 위한 기초 능력을 기르는 데 집중하고자 하는 특수교육의 취지를 잘 반영한 것입니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카페 실습에서는 실제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 졸업생들이 취업에 성공하기도 했으며, 일부는 지역 내 스마트팜 등지에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장년층 취업 연계 프로그램인 '강서50플러스센터'와의 협업을 통해 보조 인력을 확보하는 등 지역사회 전체가 특수교육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서진학교의 성공 사례는 단순히 시설 하나를 설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가 장애 학생을 포용하고,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본보기입니다. 이는 특수학교가 ‘우리 동네에 있어서는 안 될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지역을 풍요롭게 만드는 자원이 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입증한 사례입니다. 이러한 사례는 앞으로의 특수학교 설립 논의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서진학교가 만들어낸 변화를 참고한다면, 특수학교 설립은 주민 반발과 정치적 갈등의 대상이 아닌,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공의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 제도 개선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
     
    특수학교 설립 과정에서 반복되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지방의회 의결 없이 교육청 인가만으로 학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법적 예외 조항을 도입해야 합니다. 또한, 특수교사 정원 충원, 교육 환경 개선, 지역사회와의 협력 강화가 병행돼야 합니다. 더불어 특수학교가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도록 주민 편의시설과의 복합 개발을 추진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민들에게 실질적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거부감을 낮추고, 장애 학생과의 자연스러운 교류를 통해 인식 개선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또한 특수학교 입학 기준과 절차에 대한 투명성을 강화하고, 학부모에 대한 상담 및 정보 제공 체계를 확대해 중증화 경쟁과 같은 왜곡된 현상을 막아야 합니다. 교육 기회의 형평성을 보장하기 위해선 행정의 결단력과 정치권의 책임 있는 태도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특수교육은 일부 학생만의 문제가 아닌,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위한 기본 토대입니다.
     
     
    ● 경기도의 특수학교 현황 및 특징
     
    경기도교육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3월 1일 기준 경기도 내 특수학교 설립 현황이 공시되어 있습니다. 또한, 경기도 통계포털에서는 특수학교의 학교 유형별 집계 현황이 제공되어 있어 국립·공립·사립 특수학교의 분포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경기도 내에서는 초·중·고 및 유치원 특수학급이 비교적 많이 설치되어 있으며, 특수학교 수 자체는 증가 추세이나 전체 수요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예컨대 관내 일부 교육지원청 홈페이지에서는 “2025학년도 10 월 1일 자 특수학교(급) 현황” 공지를 통해 여전히 신설·확장이 필요한 학교가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경기도는 특수학교 설립뿐 아니라 특수학급 확대, 순회 및 복합 특수학급 운영, 장애학생 배치 및 지원 체계 강화 등 다양한 접근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특수학급이 설치되어 있고, 특수학교가 없는 지역에서는 일반학교 내 특수학급 또는 순회 특수교육 형태가 지원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제도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경기도 지역에서도 ‘특수학교 수는 늘어나지만 수요 증가 속도·지역 격차·시설·교사 확보 등’ 여러 과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이는 수도권‑광역 지역임에도 여전히 ‘근거리 통학’이 어려운 장애학생이 존재하며, 특수학교 설립 과정에서의 주민 반발 및 의사결정 절차 지연 문제도 대체로 표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확인됩니다. 따라서 경기도 사례는 특수학교 설립이 단순히 양적으로 늘어나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지역 간 균형 배치, 특수교사 확보, 설립 절차 간소화, 주민 인식 개선 등이 함께 논의되어야 함을 보여줍니다. 앞으로 경기도가 장애학생에게 ‘가까이서 배울 수 있는 특수학교’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현안임을 알 수 있습니다.
     
    특수학교는 단순히 건물을 짓는 문제가 아니라, 장애 학생이 존중받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권리를 실현하는 일입니다. 교육의 기회는 모든 아이들에게 평등하게 주어져야 하며, 이를 위한 물리적·제도적 기반 마련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이제는 특수학교 설립을 '선심성 정책'이 아닌, 국가와 지역사회가 당연히 해야 할 의무로 인식해야 할 때입니다.
    
     

     
    집값 떨어진다고요? 특수학교 설립에 붙은 가짜 뉴스
    주야

    조회수 286

    2025-11-21
  •  
     
     
    
    “연결되는 세계, 변화와 도전의 시민사회.”
    어디선가 본 것 같고 들은 것 같은 말인가요?
    네, ‘2025년 공익활동페스타 세계시민대회’ 슬로건입니다. 그럼 이런 노래는 아실까요?
    “그대가 걸어온 길은 외롭고 힘겨웠지만 우리 함께 걸어가는 이 길은 이젠 외롭지 않아요…”
    네, 거기서 불린 노래 ‘함께’의 가사죠. 한달 전 일이라 시의성도 현장감도 모자라는 뒷북 소리가 될까 조심스럽지만, ‘기록’과 ‘약속’의 힘을 의지하려 합니다. 지난 9월 30일(화) 수원 컨벤션센터 4층에서 보고 듣고 만나며 경험한 ‘연결된 우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행사 웹자보 /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연결되는 세계, 변화와 도전의 시민사회”라는 슬로건처럼 국내외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만나고 연결되는 축제였습니다. 기조강연과 4개의 주제 세션에서 토론하며 공익활동의 주제를 찾아가는 탐구의 기회이자, 경기도의 공익단체와 활동가들, 그리고 시민이 교류하는 기회였습니다. 더불어 시민사회가 직면한 도전과 변화를 고민하고 연결과 협력을 모색하는 자리도 됐겠죠?
     
     
     
    '공익광장'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왼),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오)
     
     
    사회적 경제의 베이스 캠프 경기도, 기념식
    수원 컨벤션센터 4층 계단을 오르면 바로 앞에 ‘공익광장’이 방문객을 맞았습니다. 넓은 로비 천장엔 알록달록 풍선이 떠 있고 바닥엔 말랑말랑한 컬러 소파가 가득하죠. 세계시민대회를 알리는 현수막과 지역의 공익활동을 보여주는 사진을 둘러보며 방문객은 안내데스크로 연결될 수 있었습니다. 넓은 창가엔 차탁과 의자 그리고 다과가 준비돼 있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죠. ‘공익광장’을 걸어 컨퍼런스 홀로 가는 길목에서 대형 현수막이 말을 걸었습니다.
     
    “2025년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와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깊은 연대로 더 넓은 협력으로 나아가겠습니다.”
     
    경기도 공익단체 이름들과 5기 아카이브 에디터 이름이 빼곡이 적힌 걸개였습니다. DMZ스테이, 느린이웃, (사)경기시민연구소울림, 경기평화교육센터, 그물코평화연구소, 구구컬리지, 생생아쿠아, 라운지플러스… 120여개 공익단체들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5기 아카이브 에디터 21명의 이름도 있었으니 제 이름 ‘꿀벌’도 일별하고 갔겠죠?
     
    경기도가 사회적 경제의 베이스 캠프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컨퍼런스 홀에서 있었던 공익활동페스타 기념식에서 들었답니다. 여느 공식 행사처럼 국민의례, 내빈소개, 그리고 축사와 공익활동가들에 대한 시상식이 있었는데요. 고영인 부지사가 대독한 김동연 지사의 축사가 인상적이었어요, 경기도가 다양한 공익활동들을 뒷받침하는 ‘사회적 경제의 베이스 캠프’라고 했거든요. 지난 정부가 사회적 재정을 계속 삭감한 거 아시잖아요. 그럴 때 경기도는 도리어 예산을 늘리고 공익활동의 가치를 확산했다네요. 인상적인 한 대목만 옮겨보겠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익활동 단체 간 협력을 공고히 하는 ‘1기업 1단체 공익 파트너십 캠페인’. 청년들 스스로 자신의 공익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공익해봄 프로젝트’를 비롯해 다양한 공익 활동의 토대를 다져왔습니다. 경기도는 또한 ‘사회적경제’의 베이스캠프이기도 합니다. 전국 최초로 도청에 ‘사회적경제국’을 신설했고, ‘경기도 사회적경제원’을 만들었습니다. 지난 정부가 사회적경제 예산을 감축할 때 경기도는 오히려 예산과 재정 지원을 확대했습니다. 기업과 기관이 협업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컬렉티브 임팩트’도 강화했습니다.”
     
     
     
    정윤경 경기도의회 부의장(왼), 고영인 경기도 경제부지사(오)의 축사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공익광장에 마련된 포토존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평화가 미래다”, 공익활동박람회
    기조강연장 건너편 공간에서는 ‘공익활동박람회’가 열렸습니다. 공익활동단체, 사회적경제조직, 비영리법인, 기업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교류의 장이었습니다. 공익활동가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경험을 나누고자 하는 단체들로 구성된 부스가 방문자들을 기다리는 곳이죠. 공익활동단체 운영을 위한 전문가들의 현장 상담과 컨설팅과 홍보, 조합원 모집, 즉석 미팅도 이루어졌습니다. 공익활동가들은 좋은 정보를 얻고 공익 주체들간의 연대의 장이 되었습니다.
     
    공익활동가사회적협동조합 동행, 공동체IT사회적협동조합, 비영리IT지원센터,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주) 더한다, (주) 리맨, (주)아이퀘스트,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찾아가는 공익활동 상담소"가 보입니다. 이중에 ‘동행’은 이름처럼 ‘공익활동가의 비빌 언덕’이 되어 동행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입니다. 전문직종에 협의회가 있고 사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사회보험이 있듯, 공익활동가들에게 제대로 된 사회 안전망이 되고자 한다는데요. 공익활동가들이 회원으로 조합비를 내고 연대하고 상호부조하는 곳이랄까요. 공익활동가들이 신뢰받는 사회를 만드는 게 동행의 꿈이요 공익활동가의 지속가능한 활동과 존중받는 삶을 위한 안전망을 만드는 게 사명이라고 하네요.
     
    복도에 책상 하나 놓고 홍보하는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보존운동’ 활동가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성병관리소 홍보 자료와 함께 크고 무거운 책 『동두천을 찾고, 잇다,』(36,000원)와 “평화가 미래다” 손수건(10,000원)을 팔고 있었습니다. 활동가님들과 인사하고 이야기한 후 “평화가 미래다”에 연대하는 맘으로 책과 손수건을 샀습니다. 이 무거운 책을 펴낸 ‘동두천역사문화연구회’는 2020년 5월에 설립된 작은 동아리라네요. 동두천에서 태어났거나 오래 살고 있는 5명의 동두천 사람들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사랑하고 공부하며 탐방한 결과물이랍니다.
     
    『동두천을 찾고, 잇다,』가 소개하는 ‘성병관리소’를 옮겨 적어 봅니다.
    “1971년부터 추진된 ”기지촌 대책사업- 기지촌정화사업“의 일환으로 1973년 기지촌성매매여성들의 성병을 관리하기 위해 세운 기관이 있던 건물이다. ‘양주군성병관리소’로 동두천 상봉암2리인 소요산에 6천766㎡ 부지에 2층 규모로 세워졌다. 흔히 ‘낙검자수용소’, ‘몽키하우스’, ‘언덕위의 하얀 집’으로 불리웠다. 1996년 3월 폐쇄되었고 현재 건물만 남아 있다.” (22쪽)
     
     
     
    공익활동박람회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다양한 센터 및 네트워크 소개 전시(왼),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보존운동을 위한 후원물품 판매 부스(오)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왼), 에디터(오)
     
     
    “연결되는 세계, 변화와 도전의 시민사회”, 기조강연
    이번 세계시민대회의 주제는 기조강연을 통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국립타이완대학교 사회학과 허밍슈 교수가 “대만의 최근 시민운동 : 블루버드액션에서 the great recall 까지(Taiwan's Recent Citizen Movements : From the Bluebird Action to the Great Recall)”를, 이어서 “한국 시민사회의 변화와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도전들”이라는 제목으로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 서복경 교수의 강연이 있었습니다. 모든 강연에는 수어통역이 있었습니다. 허밍슈 교수의 영어 강연은 통역기를 통해 동시통역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허밍슈 교수는 한국의 민주화 운동과 시민사회의 변화를 짚으며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시민사회의 흐름과 비교하여 공통점과 차이점을 이야기한 후 이런 결론으로 정리하였습니다.
    “대만의 시민사회 운동은 민주주의 발전과 긴밀히 연결되어 왔다. 야생백합운동(Wild Lily Movement)은 반독재 투쟁의 상징이 됐고, 해바라기운동(Sunflower Movement)은 권위주의의 확장에 저항했다. 밀크티연대(#MilkTeaAlliance)로 국제적 민주주의 위기에 적극 대응했다.
    한편, 학생 중심이던 시민사회 주체가 여성과 K-팝 팬 같은 집단으로 확장되고 있다.”
     
    서복경 교수는 국내의 내란과 탄핵 집회의 양상을 중심으로 분석한 후 연결과 협력, 통합을 위한 과제로 “광장과 일상을 잇자’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광장에 대한 통계가 전부가 아니라며 한국사회가 나야가야 할 구체적인 시민운동의 방향과 활동 과제를 이렇게 제시했습니다.
     
    “2050년 이후 급격한 인구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저출생 추세의 반전 가능성이 낮은 만큼 인구 감소 사회에 적응하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을 위해 평생교육과 기술 습득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초고령사회에 대응할 지역 의료·요양·돌봄 체계와 교통·주거 등 사회 전반의 고령 친화적 재설계가 요구된다. 또한 고령화로 인해 소수자로 전환되는 아동·청소년·청년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세대 간 공존을 위한 사회적 기획이 필수적이다.”
     
     
     
    국립타이완대학교 사회학과 허밍슈 교수(왼),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 서복경 교수(오)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공익활동가 싱어송라이터 퍼플민이 노래하다
    기조강연 후 그 자리에 도시락 점심이 제공되더니 무대에서 한 사람이 노래를 하더군요. 특별공연이라네요. 수수한 셔츠 차림의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참 맑았습니다. 공익활동가들을 지지하고 위로하는 가사가 들렸어요. 그러고 보니 어디선가 공익활동 행사에서 본 듯해서 저는 눈과 귀를 뗄 수 없었습니다. 3곡을 부르고 자리를 뜨는 그분을 알고 싶어서 후다닥 따라갔죠. 인사하고 다짜고짜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연결되는 세계, 변화와 도전의 시민사회”, 그런 연결이자 특별한 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 싱어송라이터 퍼플민 이도영 님과의 일문일답입니다.
     
    Q. 노래를 3곡 불렀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음향 장치도 별로 같던데, 목소리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은 알겠는데 다른 2곡은 잘 몰라서 죄송하다.
    ‘우리 가는 길’과 ‘함께’를 불렀다. 같은 노랫말인데 ‘우리 가는 길’은 발라드 버전이고 ‘함께’는 행진 버전이다. 그 두 곡을 우리 집 식탁에서 1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 만들었다. ‘우리 가는 길’ 노랫말을 써서 곡을 붙이고 보니 마음에 들었다. ‘이거 행진 버전도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행진 버전으로 또 곡을 썼다. 그렇게 같은 노랫말에 두 노래가 함께 만들어졌다.
     
    Q. 노래 두 곡을 어떻게 한 시간 동안 만들 수 있나. 노랫말은 어디서 영감을 얻었나?
    2018년 서지현 검사를 시작으로 미투가 있을 때였다. 성폭력 피해자들과 함께하는 마음,‘위드유 With you’의 마음으로 노랫말을 썼다. 이후에 불러보니 두 노래가 연대의 자리에 다 잘 어울리더라. 연대 활동 나갈 때마다 부르는 애창곡이 됐다. 오늘도 이렇게 시민사회 공익활동가들이 함께하는 자리에 어울리는 곡으로 선곡했다. 이런 자리에 ‘우리 가는 길’하고 ‘함께’가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부른 건데, 괜찮았나?
     
    Q. 물론이다. 노래에 이끌려 말 걸게 됐다. 도저히 지나칠 수가 없었다. 시간 내 주심에 감사한다. 이런 자리에서 만났으니, 노래하는 활동가? 이게 꿈이었는지, 소개 좀 해 달라.
    어릴 때부터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고 음악 듣기를 좋아했다. 13살 여름에 엄청 충격적인 일을 겪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왔다. 그전에는 책 읽기와 공부를 좋아했는데 책도 못 읽고 사람들이 말하는 것도 잘 안 들리는 등 집중력이 떨어지는 병이었다. 근데 음악은 다르더라. 학습 장애에 난독증인데 음악은 들렸다. 그래서 음악에 미치다시피 빠져 살게 되었다. 평생 음악만 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중학교 때부터 꿈이 음악인이었지만 그시절엔 집안 형편이 어려운 내가 실현할 수 없는 꿈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인문학 전공으로 뒤늦게 대학에 진학했는데 음악에 대한 꿈은 접어지지 않더라. 대학 노래 동아리라도 들어가야지 했는데 대통령이 전두환인 시대였다. 노래 부르고 있을 때가 아닌 거라. 언더서클에서 학생운동하며 음악인으로 사는 꿈은 접었다. 대학 졸업 이후에도 계속 음악은 듣고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지만 음악과 상관없는 직업으로 살았다.
     
     
     
    공익활동 페스타 퍼플민 특별공연(왼), 퍼플민 인터뷰 사진(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Q.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게 살다 보면 일치하기 쉽지 않은데, 참 좋겠다. 무슨 일을 하며 살다 어떻게 이런 노래하는 활동가가 되었는지 말해 달라.
    학원에서 고등학생 입시 강사하며 시민단체 활동을 했다. 서울 살다가 고양시로 이사했는데 대학 때 학생운동 같이 한 선배가 고양시민회 사무국장이더라. 회원이 됐는데 당시 이런저런 사정으로 내가 경제적 가장으로 살던 시기인지라 전업활동가는 못하고 적극적 후원회원으로 살았다. 그시절 나의 꿈은 하루라도 빨리 전업 시민사회활동가로 사는 거였다.
     
    경제적 가장 역할에서 어느정도 벗어난 즈음에 고양 여성민우회에서 진행하는 성폭력 예방 상담원 양성 과정에 참여하게 되면서 고양여성민우회 회원이 됐다. 비상근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다가 2021년 1월 총회에서 고양여성민우회 대표로 선출되어 4년간 상임대표로 활동했다.
     
    민우회 활동 시작 시점보다 조금은 전에 친하게 지내던 동네 음악 친구들과 밴드를 결성했는데, 밴드활동은 멤버들 사정으로 중단되었지만 내가 창작이 가능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이후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게 되었다.
     
    와~ 유능하다. 싱어송라이터라니 정말 멋지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어도 음악을 워낙 많이 듣다 보니 멜로디도 쓸 수 있더라. 어릴 때부터 글 쓰기를 많이 해서 노랫말은 쓸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작곡을 할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걸 알게 되니까 멜로디가 막 떠오르고 일주일에 한 곡씩 쓰고 그랬다. 나도 스스로한테 놀랐다. 작곡하는 사람이 제일 신기했는데 내가 그런 사람이 된 거다.
     
    노래를 만들고 나니 부르고 싶더라. 그래서 ‘퍼플민’이라는 노래팀을 민우회 안에서 사람을 모아서 만들었다. 고양여성민우회 송년회에서 처음으로 내가 만든 노래를 불렀고 주변인들이 음원으로 발표하면 좋겠다고 해서 이후 다섯 곡의 음원을 발표하고 고양 지역을 중심을 싱어송라이터로 활동을 지속하게 되었다.
     
    Q. 퍼플민은 같은 사람들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나?
    구성원은 바뀌며 이어져 왔다. 음악적으로 서로 잘 맞아야지 그냥 친하다고 같이 노래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 그게 가장 힘들다. 공연은 상황에 따라서 혼자도 하고 같이도 하는 식이다.
     
     
     
    퍼플민 앨범 및 유튜브 계정 / 출처: 퍼플민
     
     
    Q. 퍼플민을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노래는 어디서 들을 수 있는지 알려 달라.
    멜론과 지니 등 음원 사이트에서 들을 수 있고, 네이버에 퍼플민을 치면 노래 정보가 나온다. 유튜브 채널도 있다. 퍼플민 유튜브에 공연 영상도 올리고 좋아하는 커버곡도 한 달에 한 곡 정도 올리고 있다.

     

     
    공익활동 페스타 퍼즐 세레모니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지속-공존-지역-연결, 지속가능한 공익활동 생태계로
    이제 다시 컨프런스홀로 가 볼까요? 오후 5시부터는 페스타의 마지막 순서인 폐회식이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4개의 세션에서 오간 이야기를 서로 발표하며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경기도 청년활동가 네트워크 청플2기 최승환 위원은 세션2가 “공익활동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수다회”였다며, “공익단체의 조직문화와 재정문제 등 공통의 어려움들을 나누는 유익한 자리”였다고 보고했습니다.
    이어서 허밍슈 교수와 일본의 한창희 센터장의 소감 발표가 있었고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유명화 센터장이 마무리 인사했습니다.
    “특히 대만과 일본과 태국의 연사를 초대해 한국 사회와 아시아의 생생한 경험을 듣고, 도전할 과제를 논의하는 장이었습니다. 지속, 공존, 지역, 연결로 지속가능한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를 만들고 우리의 현안을 씩씩하게 해결해 갑시다.”
     
    마지막 순서는 네 개의 핵심 키워드를 대표자들이 하나씩 들고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무대 앞 퍼즐판에 맞추는 세레모니였는데요. 모두의 박수 속에 이번 세계시민대회의 정신이 “지속, 공존, 지역, 연결”로 둥글게 완성되었습니다.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 각자의 자리에서 이어온 공익활동이 다시 서로를 만나 하나로 연결되는 느낌이 현장 전체를 따뜻하게 감쌌습니다. 그렇게 2025 세계시민페스타는 서로의 이야기가 모여 만들어낸 울림 속에서,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막을 내렸습니다.
    
     

     

     

    [현장스케치] 2025 공익활동 페스타 “그대가 걸어온 길은 외롭고 힘겨웠지만”
    꿀벌

    조회수 292

    2025-11-10
  •  

     

    팔달식생활 연구소장 성미선

    성미선, 나무는 채식 식생활에 관해 이야기하면 다들 난감해 하는데 먹을 것이 너무 제한적이라 먹는 낙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설명을 듣다가 사람들에게 다양한 채식 식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기는 어려움이라는 생각으로 오랫동안 채식 생활을 하면서 만난 다양한 조리법과 식생활 전환에 대한 기반을 만들 수 있도록 ‘지구여행자의 레시피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가톨릭기후행동 운영위원으로 팔당식생활 연구소 소장으로 지역에서 채식 문화 운동을 펼치고 있다.

     

    나의 채식 사계
      채식 생활 시작한 지 벌써 22년차다. 그간 다양한 우여곡절 끝에 2018년부터 비건으로 살아가고 있다. 비건은 단순히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내 삶의 모든 것을 바꾸는 일이었다. 소비를 줄이고 나누고 다시 쓰니 이 또한 재미밌고 즐거웠다. 단순 소박하게 사는 일, 먹을 게 너무 많아 뭐부터 먹을지 고민하는 나의 채식 사계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마른장마가 이어져 걱정했던 일이 바로 어제 같은데, 이젠 너무 내리는 비를 걱정하며 하늘만 쳐다보는 일이 잦았다. 가을볕에 익어가야 할 벼와 콩, 무, 배추 등을 걱정하며 매일 밭으로 가지 못하는 날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잠깐의 가을볕은 힘이 세다. 베지도 못한 채 가을비를 온전히 견딘 들깻단은 꼿꼿이 자신을 말리며 씨앗이 여물어 갔다. 바로 가위로 잘라 바닥에 얌전히 눕히니 하루 만에 씨앗을 말려냈다. 해는 참 위대하다. 들깨를 털고, 선풍기를 이용해 까락을 날리고 씨앗을 얻었다. 물에 담가 돌을 고르고 깨끗이 씻어 말려 드디어 통들깨를 만난다. 

     

     

      향긋한 들깨를 만나는 가을이 참 좋다. 우선 현미밥을 앉히고, 들깨를 볶고 밭에서 거둔 당근과 노란 주키니와 자색 양파를 다져서 주먹밥 재료를 준비한다. 밥이 다 되면 고소한 들깨와 소금으로 간을 하고 볶아둔 채소를 넣어 한 입 크기의 주먹밥을 동글동글 빚는다.

      장마 끝에 거둔 상추대궁을 꺾어 만든 상추물김치가 폭 익어 주먹밥과 딱 맞춤이다. 주먹밥을 넣고 씹으면 입안으로 퍼지는 들깨의 고소하고 향긋한 향기가 퍼지고 시원한 물김치가 깔끔하게 마무리해준다. 가을이면 들깨 주먹밥이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그렇게 밭에서 들깨, 팥, 생강, 토란, 쪽파를 거두어 햇가을의 맛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햇생강은 겨울을 준비하는 음식이 된다. 찬 바람의 계절을 따뜻하게 나도록 체온을 유지시키는 일등공신이다. 밭에서 금방 캔 생강은 껍질이 아기살처럼 보드랍다. 물에 넣어 흙을 잘 씻어 껍질째 얇게 썰어 편강도 만들고 모과 생강차도 담아두면 겨울 곳간이 든든하다.

     

     

      팥을 좋아해 올해는 토종검은팥을 심고 제법 거두었다. 갓 딴 말랑한 팥으로 지은 풋팥밥은 먹어보면 자꾸 생각나게 만드는 음식 중 하나로 팥 좋아하는 나의 최애 밥이 되었다.


      뭐니 뭐니 해도 겨울은 김장의 계절이다. 밭에서 쑥쑥 크고 있는 무가 있어 든든하다. 배추 농사는 아직 엄두가 나지 않아 농부님들이 키운 친환경 배추를 구입한다.

      밭에서 직접 유기농 방식으로 농사짓고, 친환경 농부님의 농작물을 사는 이유는 바로 땅을 살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매일 먹는 음식으로 내 몸의 세포들이 살아나고 머리카락이 자라며 손발톱이 자라고 있다고 생각하면 먹는 음식을 소홀히 할 수가 없다. 아프고 돈 쓰지 말고 건강하게 내 손으로 밥 지어 먹는 것이 나의 장래 희망이라 나는 매일 이것을 위해 노력한다. 농사짓고 밥 짓고 기도하는 삶.

      흙이불을 덮고 봄을 기다리는 마늘과 양파처럼, 나도 김장도 마치고 장도 담그고 곧 기다림의 시간으로 들어간다. 다시 시작될 나의 채식 사계를 위해.

     



      봄이면 만날 수 풋완두콩의 달곰하고 깊은 단맛, 포슬한 감자를 수확해 바로 쪄 먹는 구수한 맛, 뜨거운 여름이면 솥에 물 올리고 밭에서 꺾은 옥수수 넣어 익기를 기다리며 나는 단내를 맡으며 기다리는 시간이 머리에 남아 계절마다 가장 맛있는 순간이 각인되었다. 잊히지 않는 맛과 계절을 가진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른다. 겨울을 지나고 올라온 봄나물들의 향연이 이어지고 온갖 푸성귀가 풍성한 여름은 아삭하고 시원한 맛으로 식욕을 돋운다. 완숙된 완두콩으로 만드는 연초록빛의 콩국수와 오이, 토마토,참외의 만남은 상상만으로도 침샘이 자극된다. 

     

    밭에서 차린 봄나물 만찬

                                                      밭에서 차린 봄나물 만찬


      밭에서 온 먹을거리들이 넘쳐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오늘도 맛있는 채식 생활을 이어간다. 채식을 계속 이어오지 못하다 다시 시작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기후 위기로 인한 걱정 때문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라도 꾸준히 이어가겠다는 마음으로 비거니즘을 실천하고 있다. 


      마음이 지치고 채식이 어려우신 분들 제가 농사 짓는 밭으로 놀러와서 함께 밥먹어요.

    생태철학자이신 신승철 선생님 1주기, 채식 밥상

     

    [기획]나의 채식 사계
    성미선(팔달식생활 연구소장)

    조회수 282

    2025-10-29
  •  
     
     
    
    9월의 마지막 날, 월말이라 분주한 마음이면서도 왠지 설레는 건 황금연휴가 코앞이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여러 단체가 공들여 준비한 2025공익활동페스타가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날이었거든요. 올해 페스타의 주제는 세계시민대회. 오전에 두 차례 기조강연이 있었고, 점심 식사 후 오후부터는 4개의 주제 세션에 돌입했습니다.
     
     
    세션 1 사회: 조철민 박사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제가 취재한 세션 1의 주제는 공익활동과 비영리 생태계입니다. 비영리 일자리 정책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시간이었는데, 사회는 ‘사단법인 시민’의 조철민 박사님이 맡았습니다. 세션 1을 선택한 이들의 관심 키워드는 아마도 ‘일자리’였을 것 같네요. 공익활동이 그저 착한 일이 아니라 이제는 어엿한 일자리가 될 수 있을까? 저도 이런 고민과 기대로 세션 1을 찾아갔습니다.
     
     
    발표 1. 경기도 비영리 일자리 정책의 현황과 과제
     
    ‘보이지 않는 일자리에서 (썩) 괜찮은 일자리로’라는 부제가 눈길을 끕니다. 발표자인 이명신 NPO경영연구소 대표님은 ‘경기도 비영리 일자리 활성화 정책 연구’를 수행 중이었고, 발표 당시 연구가 거의 막바지 단계였습니다.
    정책에서는 일자리와 고용 관계를 함께 말합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1999년 처음 제시한 ‘Decent Job’은 괜찮은 일자리, 양질의 일자리, 품위 있는 일자리 등으로 번역되지요. 연구자는 더 나아가 ‘Meaningful Job’(의미있는 일자리) 개념을 제시합니다.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근무 환경에서 개인적 성장과 사회적 기여 등 생의 의미 추구가 가능한 일자리. 여러분의 일자리는 과연 ‘의미 있는 일자리’인가요?
     
     
    발표 1: 이명신 소장(NPO경영연구소)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비영리 일자리를 하나의 산업으로 명확히 분류하는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공식적인 국가 통계가 없고 주무부처도 제각각인 실정입니다.
    이번 연구는 비영리법인과 비영리민간단체에 더하여 사회적경제까지 범위에 포함시켰는데요. 연구 결과, 많은 비영리 단체가 경기도에 몰려 있으면서 GRDP(지역내총생산)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IMF나 팬데믹 같은 위기 때 비영리 일자리는 오히려 고용이 늘어 충격 흡수 효과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경기도 기회소득 / 사진 출처: 경기도 홈페이지
     
     
    그런데도 고용 안정성, 사회적 안전망, 경력 인정 등에서 비영리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낮네요. 규제만 있고 지원은 거의 없습니다.
    중앙부처 일자리 정책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돼 있고, 그나마 낫다는 경기도에서조차 ‘베이비부머 라이트 잡’과 ‘청년복지 포인트’ 정도만 신청 가능합니다. 예술인, 체육인, 농어민 등 다양한 분야의 도민에게 지급하는 경기도 기회소득도 현재 공익활동가는 해당이 없는데, 사회적 기여로 봤을 때 우리가 행정에 충분히 요구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미흡한 공익활동 활성화 정책도 더 많은 지자체의 조례 제정과 실효성 있는 고용 연계가 필요합니다.
     
     
    발표 2. 『중장년층 공익활동가의 활동과 삶』실태조사로 본 지원정책 방향
     
    두 번째 발표로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여진 사업처장은 중장년 활동가 당사자들의 정책적 요구를 살폈습니다. 동행은 전국의 공익활동가 3천 명이 조합원으로 상부상조하며 안전망을 만들어가는 조직입니다.
     
    동행이 2023년 12월 40~69세 현직 및 퇴직 활동가를 대상으로 온라인 진행했던 설문조사에 따르면, 활동가들의 임금 수준은 같은 중고령층 노동자 평균 임금보다 월 100만 원가량 현저히 낮습니다. 이 근본적인 문제 때문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높고 육체적 정신적 건강도 취약합니다. 특히 오래된 상급 책임자일수록 스트레스 강도가 더 심한데요. 본인의 임금이 조직의 열악한 재정에 부담을 준다고 느끼지만, 막상 떠나려고 해도 후임을 구하기가 힘듭니다.
     
     
    발표 2: 여진 사업처장(공익활동가사회적협동조합 동행)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이러한 상황의 중장년 활동가들이 가장 바라는 건 그래도 공익활동 분야에서 전임제로 일하는 것이었습니다. 평생 가치지향적인 활동을 해왔던 이들은 여전히 비영리 생태계에 머물기를 희망합니다. 현재 한국 사회에 이들을 위한 정책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장려금 등 직접적인 금전 지원이 제일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어렵다면, 현행 경력지원제도를 개선해서 비영리 일자리를 조성하고, 활동 경력을 살린 새로운 소득 모델 개발이 필요합니다. 그 밖에도 자기돌봄 프로그램이나 네트워크 등 중장년 활동가들이 고립되지 않고 자신들의 삶의 지향을 이어갈 수 있는 종합지원정책이 마련되어야겠습니다.
     
     
    발표 3. 청년 비영리 노동자의 목소리
     
    마지막 발표는 정책 설계에서 배제된 청년 활동가들의 경험과 의미를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틈사이청년연구 박정효 연구원을 비롯한 4명의 청년은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를 계기로 만나 경기도미래세대재단 연구사업을 위한 팀을 꾸렸습니다. 이들은 주변에서 젊은 활동가들이 자꾸만 떠나는 현실이 안타까워 이 연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발표 3: 박정효 연구원(틈사이청년연구)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선행연구 자료를 찾아 고찰하고, 경기청년포털에서 크롤링 기법으로 정책을 분석하며, 비영리단체 및 개인 활동가들을 심층 면접하는 등 다양한 연구 방법을 통해 얻은 결론은 역시나 사각지대 발견이었네요. 청년 정책이 주로 영리적인 취업이나 창업 중심이라 비영리 청년 노동자가 배제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에서도 안타까운 사례를 접할 수 있었는데요. 5인 미만 단체에서 일하는 청년 활동가는 단체의 사정이 뻔하다 보니 4대보험 얘기를 차마 꺼내지 못하는 처지였습니다. 남을 돕는 일을 하면서 정작 자신은 병원비조차 없어 ‘동행’의 도움을 받는 사연도 아이러니했지요. 20대에 갓 들어왔을 땐 몰랐는데 30대에 접어드니 친구들의 급여와 비교해서 자괴감이 든다는 인터뷰이도 있었습니다. “미래 계획은 꿈도 못 꾼다"라는 말은, 활동가로서의 경력이 정당하게 인정되는 기여적 정의가 실현되어야만 사라지지 않을까요?
     
     
     
    주제 세션 1 강연장(왼), 한창희 센터장(요코하마 시민협동추진센터)(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주제 세션 3 발표자이기도 한 요코하마 활동가의 질문에 나름의 시사점이 있었습니다. 비영리 일자리에 대한 고민이 10년 전의 일본과 그대로 닮았는데, 우리는 왜 굳이 비영리의 틀을 고집할까? 기업의 CSR(사회적 책임), ESG 경영 등 외연을 더 확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번 페스타의 모토가 “연결되는 세계, 변화와 도전의 시민사회”인 만큼 비영리 생태계에도 유연한 태도가 요구됩니다. 중장년과 청년 활동가 사이에 조금은 다른 결이 존재하지만, 의미 있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이 줄어든 건 결코 아니었습니다. 개인 활동가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을 뿐이죠. 이러한 시대 흐름을 포착해 내면서도 지켜야 할 본질이 무엇인지 예민하게 점검하는 일이 우리의 과제일 것입니다.
     
    

     
    [현장스케치] 2025 공익활동 페스타 주제 세션1: 공익활동과 비영리생태계
    참비움

    조회수 301

    2025-10-24
  •  
     
    927기후정의행진 포스터 /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2022년부터 시작된 이 행진은 매해 9월이 되면 전국 각지에서 각자의 이념과 가치를 품은 사람들이 자연스레 광장에 모이기 시작합니다. 그것이 바로, 기후 위기를 넘어 모든 생명이 존엄하게 살아갈 새로운 세상을 가치로 여기며 거대한 발걸음을 이어가는 ‘기후정의행진’입니다.
     
    올해도 기후정의행진은 어김없이 시작되었습니다. 기후정의행진은 광범위한 자발적인 대중운동이며, 단체와 개인이 ‘추진이’가 되어 행동을 함께 만들어갑니다. 9월 27일, 광화문 동십자각에 모인 추진이들의 현장으로 함께 가보시죠!
     
     
    927기후정의행진의 슬로건 /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올해 슬로건은 ‘기후정의로 광장을 잇자’입니다. 이 말에는 광장 민주주의 정신을 계승하여, 기후 위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해결하며, 기후 위기에 맞서 정의로운 전환을 이뤄내자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합니다.
     
    1호선 종각역에 내려 밖으로 나와 걸어가는 동안, 가족과 친구들 등 평온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저는 기후 위기와 사회적 불평등 문제에 공감하고 동참하고자 광화문으로 향했습니다.
     
     
    927기후정의행진 행사장의 깃발과 부스들 /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그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수많은 깃발 사이로 보이는 부스들이었습니다.
     
     
     
    927기후정의행진 행사장의 체험 부스들 /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부스마다 준비해온 택배 상자와 종이를 활용해 부스의 포스터를 손수 그리며 준비해 온 것이 개성 있었고, 인상 깊었습니다. 거리를 거닐며 많은 사람이 부스에 가서 이야기를 경청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행진하면서 서로의 속도에 맞춰가며 30분이 넘는 거리를 걸어가는 행진이 힘들지 않았던 이유는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도 있지만, 힘을 주는 다양한 퍼포먼스들이 있어서 더 즐겁게 행진에 참여했던 것 같습니다.
     
     
     
    927기후정의행진에 함께하는 사람들 /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927기후정의행진에서의 다양한 퍼포먼스 /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그리고 행진에 참여하면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미래세대인 청년, 학생, 어린아이들이었습니다.
     
    본격적인 행진에 앞서 개회식에 참여하고 있을 때, 제 앞에 나란히 줄지어 앉아있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기 시작하면서부터 조금씩 주변을 둘러보니 현수막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붙잡고 있던 학생과 엄마 손을 붙잡고 걷고 있는 아이들이 눈에 보였습니다.
     
     
     
    927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청년, 학생, 어린이들 /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가족과 함께 오거나, 활동하는 단체에서 온 미래세대들은 끝까지 행진하며 자리를 지키는 모습을 보며 강요와 강압이 아닌 자신들의 권리를 스스로 지키기 위한 행동임을 느끼게 되었고, 이것이 바로 ‘세대와 세대가 교차하는 기후정의 행진이다’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예측하기 어려운 자연재해가 우리들의 생활 속에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파괴되고 있는 생태계를 보호하고 미래세대의 생존권을 지킬 수 있도록, 우리 일상생활 속 기후정의행진을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내년에도 있게 될 기후정의행진에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과 동참해 보시면 어떨까요?
    저도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927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에디터와 사람들 /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2. 927기후정의 행진 스케치 - 세대와 세대가 교차했던 927기후정의행진을 보다
    달리

    조회수 316

    2025-10-22
  •  
    *해당 원고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글에는 에디터 개인의 경험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민주주의, 기후위기, 불평등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어.
    존엄하게, 평등하게, 모두를 위해서
    세상을 바꿔나가자
     
    기후정의를 외치자
    불평등을 끝내자
    우리 삶을 바꾸자
    기후정의로 광장을 잇자
     
     
     
    927기후정의행진 웹자보 / 출처: 기후정의행진
     
     
    ‘기후정의송’의 노랫말 일부입니다. 추석 연휴에 무료로 공개된 다큐멘터리 영화 〈추적〉을 다시 보다가 이 노랫말이 훅 떠올랐습니다.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 17년 추적기인 영화 속 녹조 강물에 기후위기로 고통받는 존재들이 함께 보였거든요. 불평등 세상은 서로 연결돼 신음하고 있었어요. 존엄하게, 평등하게, 모두를 위해서, 세상을 바꾸자. 그래, “기후정의로 광장을 잇자”, 9월 27일 동십자각 앞, 기후정의 행진 스케치입니다.
     
     
     
    927기후정의행진 현장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노래하는 기후정의(왼), 다이인(die-in)퍼포먼스(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왼), 경향신문(오)
     
     
    광장을 잇자, 모두를 위한 기후정의
     
    네팔어, 따갈로그어, 러시아어, 몽골어, 미얀마어, 방글라데시어, 베트남어, 스리랑카어, 아랍어, 영어, 우즈베크어, 인도네시아어, 일본어, 중국어-간체, 중국어-번체, 캄보디아어, 태국어.
     
    9.27기후정의 행진 포스터와 6대 요구안이 이렇게 많은 다국어로 만들어졌다는군요. 기후 위기와 민주주의 불평등이 연결된 문제이듯 이 땅에 사는 사람들도 언어와 국적을 넘어 서로 연결돼 있으니까요. 9월 27일(토) 12시 반, 동십자각 앞에서부터 시청 앞까지 대로는 다양한 부스와 사전 대회 장소로 열렸습니다. 청년, 노동자, 농민이 기후정의에 목소리를 보탰고, 650단체 3만여 명이 함께 행진했습니다.
     
    생수 제공은 없고 수어 통역은 있었습니다. 시민들의 손엔 개인 텀블러와 헌 상자 종이로 만든 손피켓이 들려 있었고요. 416합창단을 비롯한 8개 시민합창단이 연합으로 합창했습니다. 12.3 내란을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내던 광장의 노래 ‘다시 만난 세계’와 미얀마의 민중가요를 번안한 노래 “우리의 하루”였습니다. 미얀마와 대한민국 시민들을 이어주는 노래죠. 음악에 맞춰 행진하던 시민들은 사이렌이 울릴 때 종각역에서 ‘다이인(die-in)’으로 드러누웠습니다. 지구 위 모든 존재가 고통받는다는 의미의 퍼포먼스였습니다.
     
     
    올해(2025)의 기후정의 걸림돌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고통을 가중시키는 ‘올해의 기후정의 걸림돌’이 선정되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안전위원회, 국토교통부, 오세훈 서울시장, 몬산토 바이엘, 이스라엘 정부 등입니다. 탄소중립기본계획 후퇴, 탈화석연료 전환 지연, AI·반도체 산업 확대, 기후재난 불평등 심화 등의 이유였습니다. 2025년은 2035년 국가 탄소 배출 감축 목표(NDC) 설정의 '기후 골든타임'이지만,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후퇴하고 있는 대한민국 정부는 기후정의에 걸림돌이 되고 말았네요.
     
     
    비건은 기후정의다, 부스 스케치
     
    “동물 해방 없이 기후정의 없다.”
    “No! 어업 No! 육식, 물살이도 살고 싶어요.”
    “No! 축산업, 동물은 우리의 친구.”
    “Go Vegan, 우리를 먹지 말아요.”
    “육식=기후 위기, 전체 온실가스의 51%. STOP!”
     
     
     
    기후위기와 비건 부스(왼), 비건은 사랑입니다 홍보물(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927 기후정의 행진 참여 단체 중 ‘기후위기 비건행동’이 내는 목소리입니다. “비건(Vegan)- 건강, 동물, 지구를 구한다!”는 외침이 간판 현수막이네요. 포스터마다 물살이 그림에, 돼지도 보이고 닭도 있습니다. 그 뒤 탁자 위엔 “비건은 사랑입니다”라는 홍보물이 놓여 있고 활동가들이 미소 띤 얼굴로 기념품도 나눠줍니다. 조금 더 살펴볼까요?
     
    비건(Vegan, Veganism)이란 유동적인 채식주의도 있지만 완전한 채식주의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뜻합니다. 환경이나 동물권 등 신념을 동기로 육식을 거부하며 동물 유래 성분이 쓰인 제품 사용을 거부하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동물을 착취하지도 잡아먹지도 말자, 채식은 건강이고 경제요 생태요 자비요 평화라고 봅니다. 마음을 바꾸고 음식도 삶도 바꾸는 “대안적인 삶”이죠. 생명을 죽이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단백질 때문에 동물을 죽인다고요? 비건은 채식이 단백질과 비타민 미네랄 섬유소의 보고라고 합니다. 육식과 축산업은 탄소 배출과 지구온난화, 물 부족 식량부족의 주범이고요.
     
     
     
    채소먹는 기후정의(왼), 기후정의 책들(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비건은 사랑입니다” 홍보물엔 비건인들의 고백이 담겨 있습니다. 올림픽 육상 4관왕 칼 루이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운동선수로 성공하는 데 육류 단백질이 불필요함을 깨달았다. 사실을 말하자면, 내가 비건 채식을 시작한 그해에 육상 선수로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었다.” 티베트 인권 운동가 달라이 라마는 조용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삶은 인간만큼이나 말 없는 생명체들에게도 소중한 것이다. 사람이 행복을 원하고 고통을 두려워하며, 죽음이 아닌 생명을 원하는 것처럼 그들 역시 그러하다.”
     
    저도 고백해 봅니다. 올해 10년 차 비건이거든요. 기후정의 때문에 시작한 건 아니고, 11년 전 암 수술이 계기가 됐어요. 단식 등 자연치유를 하다가 채식이 좋아진 경우였습니다. 동물성 식품을 끊고 채식만 하니 제 몸이 점점 가볍고 건강해졌습니다. 평생 가족력 B형간염 보유자였는데 항체가 생겼습니다. 감기몸살을 달고 살던 몸이 지난 10년간 피곤을 모르는, 감기도 안 걸리는 몸이 되었고요. 기후위기 대안적 삶으로 비건만 한 게 있을까요?
     
     
     
    도롱뇽과 동물들이 함께 행진(왼), 지구는 시원하게 마음은 따뜻하게 행진 물품(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기후정의 광장에서 제 마음이 자꾸만 동물들에게 향했겠죠? 동물 머리 탈을 쓰고 동물 인형의 몸으로 행진하는 사람들. 사람들 사이에서 행진하는 노란 도롱뇽. 커다란 검은 머리의 곰과 말도 여러 명 있고 부리가 길고 다리가 긴 새들도 멋졌습니다. 광장 곳곳에서 만나는 돼지 소 닭 물살이들 그림도 계속 말을 걸더군요. 기후정의 평등 약속문에도 동물들이 나왔으니까요.
     
    “발언과 대화에서 반말과 비속어를 쓰지 않고. 여성·성소수자·장애인·청소년·이주민 등 사회적 소수자와 비인간동물을 차별하거나 대상화하지 않습니다.”
    기후정의란 결국 비인간동물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달려있어 보입니다.
     
     
    결국 민주주의, 결국 정치다
     
    9월 24일 제80차 유엔총회에서 한 이재명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기억합니다. “내란의 어둠에 맞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뤄낸 빛의 혁명”을 언급하며 민주주의 회복과 국제 평화와 공존을 강조했습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통해 에너지 대전환도 언급되었죠. “올해 안으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출하겠다”라며 2040년 탈 석탄을 공약했지만 기후 당사자들의 참여와 논의가 배제되었다는 지적도 받았습니다.
     
    “민주주의와 평화 없이 기후 위기 해결은 불가능하다.”
    광장의 목소리를 한마디로 요약해 보았습니다. 국제적 기준에 못 미치는 재생에너지 전환, 민영화로 이어질 가능성, 정의로운 공공재생에너지 전환, 이 모든 건 정치를 빼곤 이야기할 수 없겠죠. 모든 불평등이 연결돼 있다고 기후송이 아무리 노래한들, 정치가 일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일까요? 정치하는 엄마들이 내건 현수막은 그래서 더 따끔하게 정곡을 찌르고 있었습니다.
     
    “학생들도 벼락치기 안 하는데 정부가 돼서 지금 뭐 하는 거야! 빵점.”
     
    하늘에 펄럭이는 깃발도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기후위기는 인권침해다!”
     
     
    기후는 정치다 현수막(왼), 기후위기는 인권위기 현수막(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3주기를 맞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도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기후위기가 심해질수록 재난참사도 늘어납니다.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광장이 아니면 들을 수 없는 삼성반도체 희생자들과 팔레스타인 긴급행동도 말했습니다.
    “반노동 반환경 재벌특혜 반도체 법 OUT. 노동권과 기후정의 보장하라!”
    “팔레스타인 해방 없이 기후정의 없다!”
    기후정의는 결국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책임질 정치의 일입니다.
     
     
     
    이태원참사 3주기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참여 부스(왼), 노동권과 기후정의 보장 현수막(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홍보물(왼), 팔레스타인 해방과 기후정의 홍보 부스(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UN 연설이 말잔치가 안 되도록 정부가 기후시민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길 바란다. 기후정의 행진에서 나온 기후시민의 6대 요구안을 들어보자.
     
    1. 탈핵·탈화석연료, 공공 재생에너지 확대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실행하라.
    2. 성장과 대기업 위한 반도체·AI 산업 육성 재검토, 생태계 파괴 사업 중단하라.
    3. 모든 생명의 존엄과 기본권 보장, 사회 공공성 강화하라.
    4. 농업·농민의 지속가능성 보장, 먹거리 기본권 수립하라
    5. 전쟁과 학살 종식, 방위산업 육성과 무기 수출 중단하라
    6. 농업·농민의 지속가능성 보장, 먹거리 기본권 수립하라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927기후정의 행진 광장은 삶에 이어져 있었습니다. 행진 대열에서 만난 검은 망토를 입고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이동하던 거대한 인형을 잊을 수 없더군요. 죽은 사람을 저승으로 나르는 신화 속 뱃사공 카론입니다. 기후재난과 생태 파괴로 죽어간 존재들과 사회적 참사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퍼포먼스였죠. 여성환경연대 간판 현수막의 질문도 잊히지 않더군요. “그런데 누가 기후 정책을 결정하나요?” 행진 트럭에 붙은 현수막은 “장애인, 여성, 성소수자, 이주민, 모두의 존엄을 보장하라!”라고 외치고 있었고요.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퍼포먼스(왼), 여성환경연대 현수막(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모두의 존엄 보장 현수막(왼),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기후정의행진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요? 탄소 감축 목표를 세웠다면서도 원전을 늘리고 공공 재생에너지는 손 놓고 있는 정부. 기업은 막대한 이윤을 챙기고 책임은 사회에 떠넘기니, 피해는 노동자, 농민, 서민에게 전가되는 현실. 신공항 건설, 대규모 개발, 군비 확충에 몰두하는 현실.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4대강의 거짓말은 과거의 일이기만 할까요?
     
    이스라엘의 집단 학살로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6만여 명에 달한다죠. 미국과 NATO가 국방비를 계속 늘리니 온실가스 배출량은 더 증가하겠죠. 이재명 정부는 방위산업을 세계 4위로 성장시키고 무기 수출을 확대하려네요. 무기 수출은 생명에 가해잖아요. 신공항 건설은 군사력 확대 아닌가요? 반전과 군축이 기후정의인데,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죠?
     
     
    바로 그 밤 한강 불꽃축제라니
     
    기후정의송을 부른 몇 시간 후였습니다. “민주주의, 기후위기, 불평등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어.”라는 노래가 무색하게도 그 밤에 서울 하늘에 불꽃축제가 있었습니다. 종로구 혜화동에 있던 저는 설마 전쟁이 났나 했어요. 대포 소리 총소리 같은 굉음이 계속 들렸거든요. 60대인 제가 이 정도 공포로 느낀다면, 어린아이들과 노약자들은 어쩌죠? 고요히 잠자던 동물들은요? 아기들이 깨서 자지러지게 울고 잠들지 못하고 보채지 않았을까요?
     
     
     
    불꽃놀이 폐지 서명(왼), 60+기후행동 부스(오) / 사진출처: 빠띠(왼), 에디터 직접 촬영(오)
     
     
    누구 좋으라고 하는 불꽃축제일까요? 기후정의와 멀어도 너무 멀리 먼 길 아닌가요? 불꽃용 화약을 제조하고 팔아 이득을 얻는 사람들 말고 괴로운 이들은 어쩌죠? 인터넷에 “불꽃축제 폐지 서명과 요구안”이 반가웠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요구합니다. 동물과 자연, 그리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어 주세요. 생태와 건강을 고려한 지속 가능한 축제로 전환해 주세요. 지자체와 기업이 책임 있는 문화 조성을 위해, 불꽃놀이를 포함한 축제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와 실태조사를 의무화하는 조례를 제정해 주세요. 주요 행사에서 불꽃놀이를 전면 중단해 주세요.”
     
     
    

     

     

    #1. 927기후정의 행진 스케치 -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꿀벌

    조회수 387

    2025-10-13
  •  
     
     
     
    
    잘 알려진 것 같지만 잘 모를 수 있는 곳 연천. 연천을 보면 대한민국 생태계를 알 수 있다는 말은 과언이 아닐 정도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는데요. 특히 잘 보존된 습지에 많은 동·식물들이 자라고 있어 높은 생물 다양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태 보존 가치에 주목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는 연천 환경 보호를 위한 2차 포럼을 개최하였는데요. 그 현장을 다녀와 봤습니다!
     
     
    지속가능한 연천군 자연 생태계를 위한 포럼이 "연천의 생태 보전 시민과학에서 길을 찾다"라는 주제로 진행되고 있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연천의 생태 보전 시민 과학에서 길을 찾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포럼은 연천희망네트워크와 협력하여 개최됐습니다. 연천 자연 생태 보전에 관심 있는 주민, 공익활동가, 전문가 등이 자리해 주셨고 전문가들의 패널 토크와 시민과 함께하는 플로어 토크로 진행됐습니다. 사회는 강신호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소장께서 담당하셨습니다.
     
     
    패널 토크
     
    1. 오창길 (사단법인 자연의 벗)
     
     
    사단법인 자연의 벗 오창길 이사장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기조 강연으로 오창길 사단법인 자연의 벗 이사장은 “생태 보전을 위한 시민 참여 사례”를 보여주었는데요. 일본과 한국의 예시를 주로 소개하였습니다.
     
    대표적인 일본 사례로 이시카와 현의 '제비 프로젝트'가 있는데요. 매년 5월 10일 ~ 16일에 시행되는 애조(愛鳥) 주간에 초등학생들이 줄어드는 제비를 조사하며 새에 대한 흥미를 일으키는 활동입니다. 또한 이즈미시의 두루미 보호 활동도 있는데요. 이즈미 시립 소우 중학교 '두루미 클럽(두루미 보호단)'이 생겨 1997년부터 28년 연속 1만 마리 이상의 두루미가 도래하는 성과를 냈습니다.1)
     
    우리나라에서는 사단법인 자연의 벗에서 진행하는 '독수리하늘길 지키기' 운동이 있는데요. 독수리는 과도한 방목/도시화, 농약 중독, 송전선 충돌 등으로 인해 멸종 위기종이 됐습니다. 따라서 먹이 주기, 독수리 포럼, 독수리 모니터링 등의 활동을 통해 독수리를 보호하고 있고 1,000마리의 독수리들이 증가해 도래하고 있습니다.
     
    또한 '바다거북 놀당갑서'라는 활동도 하고 있는데요. 제주 해안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인공조명, 사람이 파놓은 모래 등의 원인으로 바다거북이 산란하지 않거나 폐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녀와 에코 다이버의 바다거북 모니터링/수중 청소, 산란지 조사/보호 조례 제정 추진, 빛 공해 저감 등을 통해 바다거북이 돌아오게끔 하고 있습니다.
     
     
     
    2. 이강협 (국립수목원 전문 연구원)
     
    국립수목원 이강협 전문 연구원이 패널로 참여해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다음은 이강협 국립수목원 전문 연구원이 “연천의 습지식물과 습지 생태환경 보전의 중요성”에 관하여 강연해 주었습니다. 습지의 주요 기능인 수질정화, 영양분과 먹이 공급, 기후 조절 등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통현리 습지를 중심으로 연천이 지닌 소중한 자연자산에 주목하였습니다.
     
    연천의 습지는 임진강 주변의 하천형 습지, 산지습지, 은대리 습지 등 생물 다양성이 높은 곳이 많은데요. 특히 통현리 습지는 군 훈련장으로 사용돼 일부 매립되기도 했지만 멸종 위기 생물종이 다수 확인되며 보호 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높은 시민의 관심과 지속적인 관찰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과거 제주 비자림의 경우 50년 된 삼나무를 베고 왕복 4차로 구역으로 확장하면서 생태계 무너짐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과 시민 단체들이 있었는데요. 당시 등장한 문제 중 부실한 환경영향평가, 관련 법의 한계, 개발 위주 정책 등과 함께 시민들의 부족한 생태 지식도 안타까웠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연천에서도 습지 서식 생물종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무엇보다 우선이 돼야 한다고 말씀하였습니다.
     
     
    cf) 연천 자연환경의 높은 가치로 인해 유네스코 다중 지정 지역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 참조 부탁드립니다.
     
     
    플로어 토크
     
    강연 후 플로어 토크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다음은 시민들과 함께하는 플로어 토크가 진행됐습니다. 이강협, 오창길 전문가와 함께 얘기한 주요 질문을 정리해 Q&A 형식으로 요약해 보았습니다.
     
    1. 연천 생태 보존을 위해 지자체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강협) 행정 기관이 보는 자연은 이용 수단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힘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창길)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처럼 중간 조직이나 행정 지원조직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혹은 핵심 지역 주민을 만나 지역 문제, 환경 운동, 특히 행정에 관심이 많은 분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 연천의 관광 유치, 생태 교육, 인식 개선 등의 목표를 총체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까요?
    이강협) 지역 주민들이 제일 사랑하는 종과 지식이 기본적으로 있어야 가능합니다.
    오창길) 연천은 DMZ를 주축으로 생태 관광을 핵심 사업으로 해야 합니다. 특히 어린이들 대상의 환경축제와 같은 생태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숙박 형태를 통해 현장을 느끼게 해야 합니다. 연천만의 한정판 굿즈 사업 등도 좋은 예시가 될 것 같습니다.
     
    3. 임진강 평화습지원과 댑싸리 공원의 가치는 어느 정도 되나요?
    이강협) 생태 관광 효과 면에서 좋지만 주변 경관과 생태계를 해치는 요소가 발생한다면 걱정됩니다. 따라서 지역 구성원이 생태 지식을 쌓고 소통해야 균형적인 발전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4. 일본의 제비 프로젝트를 보면 전체주의적 시각으로 강제적인 환경 교육을 실시하는 거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오창길) 환경 교육은 생존 교육입니다. 우리도 의무 교육인데 교육청/시민 단체/환경부 모두 사업의 전후 평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제비 프로젝트가 지역의 전통이 됐고 일본 학부모들이 희망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오래된 연구에서는 위인들 100명의 유일한 공통점이 도시에 강이 흐른다는 결과를 낸 적도 있습니다. 부정적인 영향은 없을 것입니다.
     
    5. 습지가 있다는 것과 습지로 지정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이강협) 지정 습지는 국가에서 관리합니다. 문제는 습지의 가치가 평가절하돼 전 세계적으로 매립된다는 점입니다. 예로 이탄습지는 온도가 낮아 물이끼가 식물들이 죽을 때 썩지 않고 쌓이게 해 타 생물의 서식지가 되고 이산화탄소를 많이 흡수해 기후 위기를 저해하고 있습니다. 작은 습지의 힘은 어마어마합니다.
     
    6. 연천의 시민 단체에서 지역 생태 자원을 알리고 교육하고자 할 때 어떤 방식으로 시작할까요?
    이강협) 생물 사진전과 같은 문화·예술 활동을 제공해 보세요.
    오창길) 2020년대 이후 성공적인 환경 운동 사례로 ‘제로 웨이스트 숍’, ‘플라스틱 방앗간’ 사업을 들 수 있는데요. 플라스틱 방앗간은 5년간 3,000명의 참여 인원이 늘었습니다. 이처럼 연천도 두루미 사업을 고안해 보고 유료 진행 후 기금 조성을 통해 보존 활동을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인터뷰
     
    현장에 참석하신 공익활동가이자 지역 주민을 인터뷰한 내용을 Q&A 형식으로 요약하였습니다. 김00(새와 생명의 터), 김**(생태 세밀화가)분이 참여해 주었습니다.
     
    1.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00) 몰랐던 생태 교육 활동을 알 수 있어 유익했고 관련 전문가랑 같이 연천의 멸종 위기식물을 탐구해 보는 활동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김**) 다른 사례들을 참고해 연천의 생태 보존의 방향성을 깨달은 것 같아요. 연천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의논을 모아서 뭔가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연천 생태 보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김00)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어 기후 위기 등에 관심이 많다 보니 흥미를 가지게 됐습니다.
    김**) 생태계가 살아있는 연천이 좋고 생물을 그려 보존 활동을 알리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양강(兩江)사계’ 전시도 현재 하고 있습니다.
     
    3. 주민으로서 연천의 생태 보존 현장의 장점과 단점이 있을까요?
    김00) 장점: 좀 더 보존된 환경이 많아서 다양한 생물들을 볼 수 있어 좋습니다.
    단점: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보존 활동과 정책으로 연결되는 점이 부족합니다.
    따라서 연천군과 시민들의 관심이 더 높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김**) 장점: 오늘과 같은 포럼들이 열려 연천 환경에 관심이 많아질 때 좋습니다.
    단점: 쓰레기 매립지, 댐 등의 시설들이 들어올 때 속상합니다.
    따라서 시민들은 힘을 키우고 연천군은 지역 홍보에만 집중하지 말고 본질적인 자연 보존에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4. 오늘 이후로 환경 운동에 대한 관심이 증가됐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렇다면 무엇을 실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김00) 네. 우리 지역에 대한 관심을 더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김**) 우리 주변에 무엇이 살고 있고 문제인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환경의 가치를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5. 향후 연천 환경 보존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싶으신가요?
    김00) 사진을 많이 찍어서 생태계에 대한 지식을 쌓고 싶어요.
    김**) 아무리 사소해도 꾸준히 ‘같이’하는 시민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6. 정부/지자체/시민 사회가 어떻게 연계해야 공익활동이 활성화될까요?
    김00) 토론회가 많아지길 바랍니다. 이후 일방적이지 않고 서로 맞춰가는 정책들이 많아졌으면 해요.
    김**) 정부: 방향성을 올바르게 제시해야 합니다.
    지자체: 개인적으로 철원의 ‘여성 농업인을 위한 생태 세밀학’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처럼 지자체의 공무원들이 주민들에게 열린 환경 사업을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민: 정부의 정책 실현에 관심을 가지고 올바르게 집행될 수 있도록 바탕을 제공해야 합니다.
     
     
    단체사진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포럼이 끝난 후 바라본 강연 무대 위에 설치한 친환경 생분해 현수막은 매우 인상적이었는데요. 사소한 물건 하나까지도 환경 보호 활동으로 승화한 센터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노력처럼 센터는 올해 추가 원탁토론회를 열어 구체적인 연천군 생태 보전 방안을 마련하는 장기 마라톤을 펼칠 예정인데요. 39명의 지속 가능한 연천의 자연을 바라는 소원이 먼발치의 꿈이 아닌 발치의 꿈으로 이뤄지길 바라겠습니다.
    
     
     
     

     
    [현장스케치] 대한민국 생태계의 보고, 연천을 잘 알고 계시나요?
    초스코스

    조회수 562

    2025-09-08
<<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