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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태풍이 지나간 저녁, 수원에 모인 사람들

    / ⓒ경기시민연구소 울림

     

    2026년 7월 14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문화센터 예당마루에서 "시대와 세대를 잇다 — 리영희가 던진 질문을 오늘에 다시 새기다"를 주제로 제11차 경기사회포럼이 열렸다. 궂은 날씨 속에서도 시민과 활동가들이 참여한 이번 포럼은 언론인이자 사상가 리영희(1929~2010)를 청년 세대와 함께 조명하고 그의 질문을 오늘날에 재해석하고자 마련됐다.

    경기사회포럼은 2025년 하반기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경기시민연구소 울림, 경기평화교육센터가 출범시킨 경기 지역의 격월제 시민 담론 플랫폼이다. 이날 행사는 개회 인사와 영상 상영에 이어 김효순 리영희재단 이사장의 기조 발제, 김학민 경기사회포럼 자문위원, 모정하 전교조 경기지부 부지부장, 정용준 청년 활동가의 좌담으로 진행됐다.

    진행자는 리영희가 평생 던진 질문들이 과거에 머물지 않고 오늘날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에도 유효하다고 밝히며, 시대를 넘어 그의 질문으로 현재의 현실을 돌아보는 것이 이번 포럼의 취지라고 강조했다.

     

    리영희는 누구인가 ㅡ 국경을 넘나든 생애

    / ⓒ에디터 엄프로

     

    리영희는 1929년 평안북도 운산에서 태어나 국립해양대학을 졸업했다. 한국전쟁 당시 통역장교로 복무한 뒤 1957년 예편했고, 합동통신과 조선일보 외신부장을 거치며 외신 전문 기자로 활동했다. 1960년에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신문대학원에서 연수했다.

    기자로서 그는 두 가지 보도로 큰 이정표를 남겼다. 1964년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검토 안건을 보도해 반공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었고, 1960년대 후반 베트남전쟁 취재를 통해 미국의 개입 성격을 비판 시각으로 전하다 1969년 해직되었다.

    1972년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부임한 그는 학계에서 저술 활동을 본격화했다. 1974년 첫 평론집 『전환시대의 논리』를 펴내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1977년 『8억인과의 대화』와 『우상과 이성』을 잇달아 출간했다. 이 세 권은 1980년대 당국이 집계한 '불온서적' 목록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당대 젊은 지식인들의 의식 형성을 이끌었다.

    이에 따라 권력의 탄압이 이어졌다. 1976년 한양대에서 해직되었고, 1977년 『우상과 이성』 출간 직후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되어 1980년까지 옥고를 치렀다. 1980년 복직 후에도 시국선언 참여로 재해직되었다가 1984년에야 복직했다. 1988년 한겨레신문 창간에 참여해 논설고문을 맡았으나, 이듬해 방북 취재 기획 혐의로 다섯 번째 구속을 겪었다. 평생 9차례 연행, 5차례 구속, 4차례 해직을 당하며 총 1,012일 동안 옥살이를 했다.

    1995년 정년퇴임 후에도 냉전 해체와 한반도 정세 등 첨예한 의제를 지속 연구했고, 1998년 햇볕정책 시기 고향을 방문해 친지와 상봉했다. 2005년 대담집 『대화』를 펴낸 뒤 2010년 12월 5일 8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왜 '사상의 은사'였는가 — 저작이 가진 무게

    / ⓒ에디터 엄프로

    리영희를 다루는 연구와 평문들은 그를 '사상의 은사' 혹은 '의식화의 원흉'이라는 상반된 별칭으로 부른다. 이 극단적인 평가 자체가 그가 한국 사회에 남긴 충격의 크기를 보여준다.

    그의 문제의식 핵심은 '사실'과 '진실'을 향한 집요한 추구였다. 냉전 반공주의가 지배하던 시절, 베트남전쟁, 중국 혁명, 북한, 주한미군 등의 주제는 정해진 답 외의 사고가 허락되지 않았다. 리영희는 이 영역에 정면으로 뛰어들어 베트남 개입의 정당화 과정, 주한미군 기지의 함의, 중국 사회주의 혁명의 실상을 실증적 자료로 파헤쳤다. 『전환시대의 논리』 서문에서 그는 코페르니쿠스의 일화를 인용하며, 자신의 글이 경직된 한국 사회에 조심스러운 '가설'이 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내비쳤다.

    1994년 펴낸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의 제목은 그의 문제의식을 압축한 표현으로, 한국 정치 담론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경구가 되었다. 그는 광복 후 한국 사회가 "오른쪽은 신성하고 왼쪽은 악하다는 착각" 속에 살아왔다고 지적하며, 새가 양날개의 균형으로 날듯 사회의 건강한 사고도 한쪽 극단만으로는 지탱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이 표현은 냉전 반공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쓰였으나, 훗날 보수 진영에서 양측의 '균형'을 강조하는 수사로 인용되며 원래 맥락과 다르게 소비되기도 했다. 이는 리영희라는 텍스트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전유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감옥 속의 인연들 — 김학민이 전한 뒷이야기

    / ⓒ에디터 엄프로

    이날 좌담에서 청중의 몰입을 끌어낸 대목은 리영희와 사적 인연을 맺어온 김학민 자문위원의 회고였다. 연세대 졸업 후 한길사 편집장, 학민사 대표를 지낸 그는 1970년대 학생운동 시절 감옥에서 리영희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다고 전했다. 당시엔 동명이인의 다른 언론인과 혼동할 정도로 정보가 단절된 시절이었으나, 감옥 안에서 『전환시대의 논리』 출간 소식을 들은 뒤 출소 후 그의 책을 직접 편집·출간하는 인연으로 이어졌다고 회고했다.

    김학민은 리영희가 감옥 안에서도 결코 수동적이지 않았던 일화를 전했다. 1977년 광주교도소 복역 당시 재판 대응을 위해 밖에서 통계 자료 등을 몰래 들여보내 주었는데, 이를 도운 인물 중에는 말단 교도관 전병용이 있었다. 그는 해직과 구속 위험을 무릅쓰고 양심수들을 도왔으며, 훗날 교정 당국이 그를 표창하는 아이러니도 있었다. 재판 과정에서는 송건호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등이 증인으로 나서 유리한 증언을 하기도 했다.

    또한 1977년 나온 『우상과 이성』 초판은 압수되어 남아 있지 않은 반면, 1980년 판본은 도서관에서 확인되는 뒷이야기도 소개됐다. 계엄령 하 서울시청 지하 검열실에서 방대한 분량을 읽어야 했던 검열관들의 고충과 이전 판본과 동일함을 내세워 통과를 받아낸 과정이 전해져 웃음을 자아냈다. 이러한 에피소드들은 표현의 자유가 봉쇄된 시절 지식인의 글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수많은 이의 위험한 조력이 필요했음을 보여준다.

     

    청년 패널들이 처음 만난 리영희

    / ⓒ에디터 엄프로

     

    이번 포럼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리영희를 만나본 적 없는 청년 세대 패널들이 그의 방대한 저작을 읽고 소회를 전한 데 있었다.

    경기평화교육센터 청년 활동가 패널은 정치외교학 전공자임에도 리영희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다고 솔직히 밝혔다. 대학 도서관에서 『우상과 이성』이 최근 10년간 단 두 차례 대출되었고 그중 하나가 자신이라는 사례를 통해 오늘날 청년 세대와 리영희 간의 단절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는 대담집 『대화』를 읽으며 청년 세대가 잃어가는 것은 인물 자체가 아닌 '질문하는 태도'라고 진단했다. 정답 맞히기엔 익숙하지만 질문엔 주저하는 오늘날, 리영희의 시대가 '국가와 이념'의 우상에 맞섰다면 지금은 '나의 확신'을 성찰할 때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또 다른 청년 패널은 『대화』 속 "사상의 자폐증은 자살이다"라는 문장이 깊이 남았다고 전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비판적으로 정보를 수용하며 사고를 멈춘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700쪽이 넘는 『대화』를 하루 만에 완독했다는 그는 역사를 교과서 속 서술이 아닌 개개인의 고통스러운 삶으로 바라보게 되었다며, 역사 앞에 겸손해야 한다는 소회를 전했다.

    전교조 경기지부 패널은 2020년 군포 산본으로 이사하며 지역사회를 통해 리영희를 접한 사연을 전했다. 1988년 한겨레신문 창간 당시 아버지가 구독하던 지면에서 처음 이름을 접했던 기억과 함께, 리영희기념사업회의 '발자취 기행'을 통해 윤영자 여사가 지키는 산본 자택 서재를 방문한 경험을 나눴다. 앉은뱅이책상 위 읽다 만 책과 책장 사이 감춰진 술병 등은 '전설적 지식인'이 아닌 인간적인 리영희를 느끼게 했다.

      

    오늘날 왜 다시 리영희인가

    이날 포럼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질문은 '왜 지금, 다시 리영희인가'였다. 패널들은 오늘날 정보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를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과거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정보가 일방적으로 하달되어 부족했던 반면, 오늘날은 정보가 넘쳐나 선호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접하면서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새로운 사회적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는 진단이었다. AI 기술의 확산으로 스스로 사고하는 훈련의 기회가 줄어든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리영희가 평생 강조했던 것은 특정한 이념적 결론이 아니라, 권위나 통념에 안주하지 않고 사실에 근거해 스스로 사고하는 태도, 그리고 그 결과를 감수할 용기였다. 교육 현장의 패널은 이러한 '질문하는 자세'와 '사고하는 힘'이야말로 오늘날 교육이 다시 화두로 삼아야 할 가치라고 강조했다. 리영희가 다룬 개별 사건들은 시대와 함께 지나갔지만, 사건을 대하던 그의 지적 태도와 진실을 향한 집요함은 세대를 넘어 여전히 유효한 질문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 포럼의 잠정적 결론이었다.

     

    맺으며

    한 시간 반 남짓 진행된 이날 포럼은 화려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패널들은 리영희의 방대한 사상 세계를 다 이해하지 못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며, 앞으로 더 깊이 읽고 배우겠다는 다짐으로 발언을 마무리했다. 완결된 정답이 아닌 계속되는 질문으로 자리를 마쳤다는 사실 자체가 어쩌면 리영희가 평생 지향했던 지적 태도와 가장 닮아 있는 결말이었다.

    경기사회포럼 측은 이날 행사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밝히며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한 후원을 당부하고 마무리했다. 리영희가 감옥과 해직을 오가며 지켜내고자 했던 것이 한 사회가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자유였다면, 그 자유를 다음 세대에게 어떻게 이어줄 것인가라는 질문은 이 조촐한 지역 포럼의 자리에서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었다.

     

    리영희가 던진 '질문'을 오늘에 다시 새기다
    엄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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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27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 도시가 식탁을 바꿀 수 있을까?

     

     

     

    한 도시가 시민들에게 "일주일에 하루는 고기를 먹지 말자"고 제안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코웃음을 칠지도 모른다. 무엇을 먹을지는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이고, 특히 고기를 사랑하는 문화권이라면 그런 제안은 반발만 부를 것 같다. 벨기에는 홍합과 감자튀김, 소고기 맥주 스튜로 유명한, 그야말로 육식의 나라다. 그런데 바로 그 벨기에의 한 도시가 세계 최초로 도시 차원의 '채식의 날'을 선언했고, 그것을 성공시켰다.

    인구 약 26만 명의 항구도시 겐트(Ghent). 벨기에 플랑드르 지방에 위치한 이 도시는 2009513, 매주 목요일을 '채식의 날(Donderdag Veggiedag, 목요일 베지데이)'로 공식 선언했다. 시민들에게 목요일 하루만이라도 고기와 생선을 내려놓고 채식을 해보자는 캠페인이었다. 놀라운 것은 이것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도시 전체의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관공서 구내식당, 시립 학교와 어린이집이 목요일마다 채식 식단을 기본으로 제공하기 시작했고, 도시의 식당들이 채식 메뉴를 개발했으며, 시민들의 식습관 자체가 바뀌었다.

    겐트의 사례가 흥미로운 이유는, 환경·건강·동물복지라는 공익적 가치가 어떻게 개인의 선택을 넘어 도시의 제도와 문화로 정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시민단체와 행정이 어떻게 협력했는지, 강제가 아닌 방식으로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 이야기는 기후위기 시대에 먹거리 정책을 고민하는 한국의 여러 도시, 그리고 경기도에도 실질적인 시사점을 던진다.

     


     

    2. 시작 시민단체에서 출발한 아이디어

     

     

    /ⓒPexels

     

    겐트의 채식의 날은 정부가 위에서 만들어낸 정책이 아니었다. 그 출발점은 EVA(Ethisch Vegetarisch Alternatief, 윤리적 채식 대안)라는 벨기에의 채식 시민단체였다. 벨기에 최대의 채식 관련 비영리단체인 EVA는 플랑드르 지역 전역에 채식 문화를 알리는 활동을 해왔다.

    EVA의 접근 방식은 영리했다. 처음부터 "채식주의자가 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도시의 채식 친화적인 장소들, 즉 채식 메뉴를 파는 모든 식당, 호텔, 슈퍼마켓, 감자튀김 가게를 일일이 조사해 '채식 지도(Veggie Map)'를 만들었다. 이 지도를 본 식당들이 스스로 채식 메뉴를 추가하기 시작했다. 없던 수요가 지도를 통해 가시화되자, 공급이 따라온 것이다.

    2005년 플랑드르 정부가 재정 지원에 나섰고, EVA2007년 겐트시와 협력해 첫 번째 '목요일 베지데이'를 시작했다. 이 캠페인의 목적은 명확했다. 육류 소비를 줄이고, 환경을 지원하고, 윤리적 식생활을 받아들이며, 사람들에게 채식의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그리고 2009513, 겐트시의 환경·사회 담당 부시장 톰 발타자르(Tom Balthazar)가 매주 목요일을 공식 '채식의 날'로 선언하면서, 이 캠페인은 유럽 정치사에 기록되는 사건이 됐다. 시민단체가 씨앗을 뿌리고, 도시 정부가 그것을 제도로 공식화한 협력 모델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흥미롭게도 왜 하필 목요일이었는지에 대한 답은 의외로 소박하다. EVA 관계자에 따르면 목요일을 고른 것은 전략적 결정이라기보다 미적 선택에 가까웠다. 네덜란드어로 '돈더르닥 베지데이(Donderdag Veggiedag)'가 운율이 좋게 들렸기 때문이다. 거창한 명분보다 시민들이 기억하기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름을 택한 것이다.

     


     

    3. 왜 채식인가 환경·건강·동물복지의 교차점

     

     

    /ⓒPexels

     

    겐트가 채식의 날을 도입한 배경에는 명확한 근거들이 있었다. 채식이라는 하나의 실천이 환경, 건강, 동물복지라는 세 가지 공익적 가치를 동시에 겨냥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환경 측면의 근거가 가장 강력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상당 부분이 축산업에서 발생한다고 평가해왔다. 가축, 특히 소가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강력한 온실효과를 가진다. 게다가 육류 생산은 막대한 양의 물과 토지를 소비한다. 겐트시는 이 논리를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 수치로 번역했다. 겐트시의 계산에 따르면, 만약 243천 명의 겐트 시민 전체가 목요일 채식의 날에 참여한다면, 그 효과는 도로에서 자동차 19천 대를 없애는 것과 맞먹는다.

    건강 측면의 근거도 분명했다. 육류 섭취가 많은 식단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이는 심혈관 질환, 일부 암, 당뇨병의 위험을 높인다. 세계보건기구와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심장질환, , 당뇨, 비만 예방을 위해 하루 최소 400그램 이상의 채소와 과일 섭취를 권고한다. 채식의 날은 시민들이 이 권고에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동물복지 측면의 가치도 빼놓을 수 없다. 육류 소비를 줄인다는 것은 곧 공장식 축산에서 고통받는 동물의 수를 줄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VA라는 단체의 이름 자체가 '윤리적 채식 대안'인 만큼, 동물에 대한 윤리적 고려는 이 캠페인의 근본 정신 중 하나였다.

    이 세 가지 가치가 하나의 실천으로 수렴된다는 점이 채식의 날의 강점이었다.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도, 건강을 챙기려는 사람도, 동물을 생각하는 사람도 모두 같은 행동에 동참할 수 있었다.

     


     

    4. 어떻게 정착시켰나 강제가 아닌 설계

     

    겐트의 채식의 날이 성공한 진짜 비결은 '어떻게'에 있다. 도시는 시민들에게 채식을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채식이 자연스럽고 쉬운 선택이 되도록 환경을 설계했다.

    /ⓒPexels

    가장 중요한 것은 공공 부문이 먼저 움직였다는 점이다. 2009년부터 겐트의 시립 학교와 어린이집은 목요일에 따뜻한 채식 점심을 기본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도시락을 싸 오는 아이들에게도 목요일엔 채식으로 준비하도록 권장했다. 관공서 구내식당과 공공 서비스도 목요일엔 채식을 기본 메뉴로 삼았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기본값(default)'이었다는 점이다. 고기를 원하는 학부모는 별도로 신청할 수 있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채식이 제공됐다. 선택의 자유는 보장하되, 기본 방향을 채식으로 설정한 넛지(nudge) 전략이었다.

    식당과 요식업계를 끌어들인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겐트시와 EVA'베지케이션(Vegucation)'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요리사들에게 채식 요리법을 교육했다. 도시는 채식 요리사 양성에 수만 유로를 투자했고,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채식 요리의 비법을 가르치는 강좌도 열었다. 채식이 '맛없는 희생'이 아니라 '맛있는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요리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자원을 집중한 것이다.

    소통 전략도 치밀했다. 겐트시는 25만 명의 시민에게 다가가기 위해 매년 대규모 행사를 열고, 시민들이 참여를 약속하는 서명 명단을 만들고, 전용 웹사이트와 월간 매거진을 운영했다. 요리 강좌와 요리책을 통해 가정에서도 채식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왔다.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눈에 보이게 만든 것이다.

    이런 다층적 설계의 결과, 채식의 날은 겐트에 깊숙이 뿌리내렸다. 채식의 날은 2009년 미래세대를 위한 대상(Big Prize for Future Generations), 그 전해인 2008년에는 최고의 프로젝트로 식품건강상(Food and Health Award)을 수상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5. 성과 도시의 식탁이 바뀌다

     

     

    /ⓒPexels

     

    겐트의 채식의 날은 실제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을까. 수치들이 그 답을 보여준다.

    우선 시민 인지도와 참여율이 높았다. EVA에 따르면 겐트 시민의 다섯 명 중 네 명이 이 캠페인을 알고 있었고, 세 명 중 한 명이 참여했다. 캠페인이 특정 소수가 아니라 도시 전체의 문화로 확산됐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식습관의 실질적 변화도 확인됐다. 연구에 따르면 벨기에인의 43%가 목요일 베지데이 덕분에 이전보다 고기를 덜 먹게 됐고, 40%는 목요일이 아닌 다른 날에도 채식을 하게 됐다. 하루의 캠페인이 일주일 전체의 식습관에 영향을 미치는 파급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무엇보다 도시의 인구 구성 자체가 바뀌었다. 겐트의 채식 인구 비율은 약 7%에 이르러, 벨기에 전국 평균인 2.3%를 크게 웃돌게 됐다. 채식의 날이라는 정책이 실제로 더 많은 시민을 채식으로 이끌었다는 증거다.

    식당 생태계도 변했다. 캠페인 이전 겐트에서 채식 메뉴는 제한적이거나 아예 없다시피 했다. 그러나 지금 겐트의 채식 지도에는 100곳이 훌쩍 넘는 음식점이 등록되어 있고, 완전 채식 식당만 15곳 안팎에 이른다. 겐트는 인구 대비 채식 식당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로 꼽히며 '유럽의 채식 수도'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국제적 파급력도 상당했다. 겐트의 사례는 캐나다에서 일본, 호주에서 스웨덴까지 국제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브라질 상파울루, 독일 브레멘, 미국 워싱턴과 샌프란시스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등 세계 여러 도시가 유사한 캠페인을 도입하는 계기가 됐다. 벨기에 국내에서도 브뤼셀, 하셀트, 메헬렌 등이 목요일 채식의 날을 따랐다.

     


     

    6. 캠페인을 넘어 정책으로 '겐트 엔 가르드'

     

    겐트의 진정한 성취는 채식의 날을 일회성 캠페인으로 끝내지 않고, 도시의 종합적 먹거리 정책으로 발전시켰다는 데 있다.

    2013년 겐트시는 '겐트 엔 가르드(Gent en Garde)'라는 이름의 도시 먹거리 전략을 출범시켰다. 유럽에서 가장 먼저 독자적인 도시 먹거리 정책을 수립한 사례 중 하나다. 이 전략은 짧고 지속 가능한 먹거리 공급망 구축, 지속 가능한 생산과 소비, 먹거리를 통한 사회적 부가가치 창출, 음식물 쓰레기 감축, 음식물 폐기물의 재활용이라는 다섯 가지 전략 목표를 중심으로 한다.

    겐트시는 이 전략을 이끌기 위해 농업, 유통, 요식업, 시민사회, 지식기관 등 먹거리 시스템의 다양한 부문에서 온 약 30명으로 구성된 '먹거리 위원회(Food Council)'를 설치했다. 이 위원회는 2018년부터 자체 예산을 갖고 혁신적인 먹거리 프로젝트를 지원해왔다. 연간 약 6만 유로의 예산으로 지금까지 27개 프로젝트가 지원을 받았다.

    성과는 구체적이다. '푸드세이버스(Foodsavers)' 프로젝트는 2년 만에 1,000톤이 넘는 잉여 식품을 57천 명 이상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재분배했다. 채식의 날 캠페인은 이 종합 전략 안에서 하나의 축으로 자리 잡으며 지속됐다.

    겐트의 먹거리 정책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 2019년 유엔 글로벌 기후행동상을 받았고, 2021년에는 유로시티즈 어워드의 '농장에서 식탁까지' 부문에서 최고상을 수상했다. 202111, 겐트는 벨기에 최초로 지역 단백질 전환 실행 계획을 발표하며, 2050년까지 기후중립적인 먹거리 공급망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캠페인이 정책이 되고, 정책이 도시의 장기 비전으로 확장된 것이다. 개인의 실천에서 시작된 것이 제도와 문화로 정착하는 완결된 경로를 겐트는 보여준다.

     


     

    7. 한국·경기도와의 비교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한국에서도 채식 급식과 저탄소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그러나 겐트의 경험과 비교하면 접근 방식에서 배울 점이 뚜렷하다.

    한국의 여러 교육청과 지자체가 '채식의 날'이나 '그린 급식의 날'을 도입해왔다. 서울시교육청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그린 급식 활성화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한 달에 두 번 채식의 날을 운영하는 방침을 세웠고, 인천·울산·부산·전북·광주 등에서도 초중고 채식 급식을 도입했다. 경기도 역시 공공기관과 기업체 급식소 등에 '채식의 날' 운영을 권장하고 경기도 농산물을 우선 구매하도록 채식 생활 실천을 지원하는 조례 제정을 추진했다. 20259월에는 경기도의회·경기도교육청의 후원으로 '2025 기후급식 컨퍼런스'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의 채식 급식 도입 과정에서는 갈등도 적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이 채식의 날 방침을 내놓자 축산관련단체협의회가 "일방적 채식주의 확산 정책이 육식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를 조장한다"며 반발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채식급식이 나오는 날이면 동네 치킨집이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말이 나오거나, 성장기 학생들의 영양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목소리도 있었다. 조리 인력 부족 등 현실적 어려움을 지적하는 교육 당국 관계자들도 있었다.

    겐트의 경험은 이런 갈등에 대한 힌트를 준다. 첫째, 겐트는 강제하지 않고 '기본값'으로 설정하되 선택권을 남겼다. 고기를 원하는 사람은 신청할 수 있게 함으로써 반발을 줄였다. 둘째, 겐트는 ''에 투자했다. 채식이 희생이 아니라 매력적인 선택이 되도록 요리사 교육과 메뉴 개발에 자원을 집중했다. 채식급식이 '먹을 게 없는 날'이 되면 실패하지만, '맛있는 새로운 경험'이 되면 성공한다. 셋째, 겐트는 시민단체와 행정이 협력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이 아니라, EVA라는 시민단체가 먼저 문화를 만들고 행정이 뒷받침하는 구조였기에 저항이 적었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이런 접근이 효과를 보인 사례가 있다. 한 채식 급식 연구학교에서는 채식이 지구환경과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하는 학생 비율이 사전 59.2%에서 사후 90.9%로 크게 증가했다. 무작정 도입하기보다 구성원의 공감과 동참을 끌어내며 시행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결론이었다. 겐트의 교훈과 정확히 일치한다.

      


     

    8.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에 주는 시사점

     

    겐트의 사례에서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가 참고할 만한 점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공익적 가치는 '쉬운 실천'으로 번역될 때 확산된다. 겐트는 "기후를 위해 채식하라"는 거대한 구호 대신 "목요일 하루만 고기를 내려놓자"는 작고 구체적인 행동을 제안했다. 경기도의 환경·먹거리 공익활동도 시민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의 형태로 설계될 때 더 널리 퍼질 수 있다.

    둘째, 시민단체와 행정의 협력이 지속 가능성을 만든다. 겐트의 채식의 날은 EVA라는 시민단체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행정의 제도적 뒷받침으로 완성됐다. 어느 한쪽만으로는 불가능했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와 같은 중간지원조직이 시민단체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행정의 자원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할 때, 공익활동이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지속적인 정책으로 발전할 수 있다.

    셋째, 기록과 확산이 변화를 굳힌다. 겐트가 채식 지도를 만들고, 성과를 수치로 측정하고, 국제 네트워크를 통해 경험을 공유한 것이 캠페인을 세계적 모델로 키웠다. 경기도의 공익활동도 그 과정과 성과가 꼼꼼히 기록되고 공유될 때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더 큰 영향력을 갖는다. 실제로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아카이브에도 '기후 위기의 대안, 채식 밥상' 같은 콘텐츠가 기록되어 시민들에게 채식의 의미를 전하고 있다. 아카이브 에디터들이 지역의 먹거리·환경 공익활동을 기록하는 일은, 겐트가 그랬듯 작은 실천이 문화로 자리 잡는 과정을 뒷받침하는 일이다.

     


     

    마무리 하루의 변화가 도시를 바꾼다

     

    2009년 겐트가 목요일을 채식의 날로 선언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육식의 나라에서 그런 시도가 성공할 리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15년이 지난 지금, 겐트는 유럽의 채식 수도가 됐고, 시민의 3분의 1이 채식의 날에 동참하며, 전국 평균의 세 배에 달하는 채식 인구를 가진 도시가 됐다.

    이 변화의 비결은 강제가 아니라 설계였다. 시민단체가 씨앗을 뿌리고, 도시가 그것을 제도로 키우고, 요리사와 학교와 식당이 함께 참여하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하루, 그것도 일주일에 단 하루의 작은 변화가 도시 전체의 식탁을, 나아가 도시의 정체성을 바꿔놓았다.

    먹는 것만큼 개인적인 일도 없다. 그러나 겐트는 그 개인적인 선택이 모이면 도시를 바꾸고, 환경을 지키고, 문화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줬다. 경기도의 식탁 위에서도, 작은 실천 하나가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상상해볼 만하다. 공익은 거창한 곳이 아니라, 목요일 점심 한 끼에서 시작될 수 있다.

     


      

    <참고 자료>

    - Stad Gent(겐트시) 공식 홈페이지 Sustainable food / Gent en Garde : https://stad.gent/en/city-governance-organisation/city-policy/making-ghent-climate-neutral-2050/gent-en-garde-towards-more-sustainable-food-system

    Visit Gent(겐트 관광청) Green travel and mindful food consumption : https://visit.gent.be/en/good-know/practical-information/why-ghent/green-travel-and-mindful-food-consumption

    SBS Food How Ghent in Belgium became the vegetarian capital of Europe : https://www.sbs.com.au/food/article/how-this-meat-loving-city-became-the-vegetarian-capital-of-europe/4blk3o39i

    - Mic How the meat-loving city of Ghent became the veggie capital of Europe : https://www.mic.com/articles/185650/how-the-meat-loving-city-of-ghent-became-the-veggie-capital-of-europe

    - NYC Food Policy Center Veggie Thursday, Ghent: Urban Food Policy Snapshot : https://www.nycfoodpolicy.org/veggie-thursday-ghent-urban-food-policy-snapshot/

    - UNFCCC(유엔기후변화협약) Ghent en Garde: Creating Structural Change through Local Food Policy : https://unfccc.int/climate-action/momentum-for-change/planetary-health/ghent-en-garde

    - Eurocities Ghent's food revolution : https://eurocities.eu/stories/ghents-food-revolution/

    - Metropolis Ghent en Garde : https://use.metropolis.org/case-studies/ghent-en-garde

    - Interreg Europe Local food strategy Gent en Garde : https://www.interregeurope.eu/good-practices/local-food-strategy-gent-en-garde

    - Interreg Europe Gent en Garde Sustainable Food Strategy of Ghent : https://www.interregeurope.eu/good-practices/gent-en-garde-sustainable-food-strategy-of-ghent

    - Vegsphere Donderdag Veggiedag: Nearly 50% of Ghent population goes veggie every Thursday : https://vegsphere.com/blog/donderdag-veggiedag-nearly-50-ghent-population-goes-veggie-every-thursday/

     

    목요일엔 고기를 내려놓다 : 벨기에 겐트시 '채식의 날'이 보여주는 도시가 공익을 설계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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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20
  • 평범한 일상이 권리가 되는 안산을 꿈꾸며

    안산시 장애인권리보장 정책실현 시민대토론회를 다녀와서

    2026429|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국제회의장

    (투쟁을 하는 장애인, 하트를 하는 정치인)

    [ 토론회 순서 ]

    좌 장 권달주 (상록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센터장)

     

    발 제 안산시 장애인 정책의 현재와 대안

    김병태 (()경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안산시지부 지부장)

     

    사례장애인 이동권은 삶이다 오성현 (상록수IL센터 동료상담가)

    사례장애인 학습권 보장하라 임영채 (경기IL센터협의회 안산시지부 동료상담가)

    사례우리도 일하며 살고 싶어요 김문경 (상록수IL센터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 노동자)

    사례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 멋에 산다 임현수 (전국장애인탈시설연대 경기지부장)

    토론안산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역할 이재민

    토론장애인 평생교육 김선영 (안산나무를심는장애인야학 교장)

    토론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 조례의 필요성 조은소리

    토론안산시 장애인 탈시설 권리 보장을 위한 정책과제 전유리

    토론발달장애인 지원 정책, 이동권의 행정 장벽 철폐와 주거 선택권의 확장 김정아

    토론장애인건강보건관리종합계획의 의의와 한계, 안산 지역에서의 실천 과제 팔도

     

    종합토론 질의·응답

     

     

     

    우리나라에서 휠체어가 다니기 제일 좋은 곳

    우리나라에서 휠체어가 다니기 가장 좋은 곳은 어디일까?

    정답은 공항이다.

    캐리어를 끄는 사람들 때문에 공항 바닥은 반질반질하다. 턱도 없다. 경사로도 있다. 엘리베이터가 아주 넉넉하다. 모든 이동 동선이 부드럽게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이건 휠체어 타는 장애인을 위해서가 아니다. 캐리어를 끄는 비장애인이 불편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씁쓸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오래도록 이런 세계에서 살아왔다. 누군가를 위해 만들어진 편의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조건이 되는 세계. 그러나 그 '다른 누군가'는 처음부터 설계의 이유가 아니었던 세계.

    429,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안산시 장애인권리보장 정책실현 시민대토론회'는 그 씁쓸함에 정면으로 맞서는 자리였다. 회의장을 가득 채운 사람들의 얼굴에는 오래 참아온 사람들 특유의 조용한 단단함이 있었다. 

    기다림이라는 이름의 차별

    발제를 맡은 김병태 지부장이 첫 말을 꺼냈다. "장애인은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헌법과 UN 장애인권리협약이 보장하는 당당한 권리의 주체입니다." 안산에 살아가는 32천여 명의 장애인 시민들이 예산의 효율성이라는 벽 앞에서 더 이상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선언이었다.

    이동권 사례를 발표한 오성현 님의 말은 그 선언을 삶의 언어로 번역해주었다.

    "어쩌다 시간에 맞게 딱 콜이 잡히는 날에는 정말 로또라도 맞은 것처럼 기분 좋은 날입니다."

    하모니콜. 안산시의 특별교통수단이다. 관내 평균 대기시간 28, 관외 38. 출퇴근 시간대에는 최대 2시간을 기다린다. 하루 이용 횟수는 4번으로 제한되어 있다. 눈비가 오면 더 오래 기다린다. 오성현 님은 퇴근도 못 한 채 휠체어에서 잠이 든 날이 있다고 했다.

    비장애인에게 이동은 그냥 나가는 것이다. 장애인에게 이동은 계획이고, 기다림이고, 운이다. 같은 도시에 살면서, 같은 시민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면서.

    발제에서는 차량 1대당 운전원 2.5명 확보와 일일 16시간 운행 전면 보장, 수도권 즉시콜 시스템 도입, 와상장애인 전용 특별교통수단 도입이 요구됐다. 또한 모든 버스정류장과 보도의 배리어프리 전수조사, 소규모 상업시설 경사로 설치 비용 전액 지원도 제안됐다. 이것들은 요청이 아니라 권리다. 공항 바닥이 반질반질한 것처럼, 당연해야 할 것들이다.

     

    배움과 일, 그리고 존엄

    임영채 님이 조용하게 말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데, 우리에게 배움은 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안산에서 장애인이 교육받을 수 있는 공간은 '안산나무를심는장애인야학' 단 한 곳뿐이다. 장애 성인의 54.4%가 중졸 이하의 학력에 머물러 있다.

    배움이 닫히면 지역사회로 나가는 문도 함께 닫힌다. 장애인 평생교육지원센터 신설과 문해교육 기본교육과정 지원, 이것은 교육부의 일이 아니라 안산시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다.

    권리중심맞춤형공공일자리에서 일하는 김문경 님의 말은 달랐다. 이전 직장에서 그는 늘 눈치를 봐야 했다. 낮은 임금과 비장애인 중심의 환경 속에서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일은 생계를 위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존엄과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권리를 실현하는 중요한 기반입니다."

    토론에서는 안산형 권리중심 맞춤형 공공일자리 조례 제정이 제안됐다. 최중증장애인 100명 고용, 12개월 근로계약, 3년 위탁 보장. 숫자들이지만 그 안에는 사람이 있다.

    얼마 전, 수어 통역을 했던 농인 이야기가 생각났다. 공공일자리 주차요금 징수 업무에 농인이 지원했다. 주차장을 오가며 요금을 받는 일이다. 요즘은 카드로 결제하니 말이 필요 없다. 카드 받고, 계산하고, 인사하면 끝이다.

    그런데 안 된다고 했다.

    수어 통역을 통해 일단 해보고 문제가 생기면 그만두겠다고 했지만, 무조건 안 된다고 했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안 된다고 했다. 말이 안 들리면 일을 못 한다는, 설명되지 않는 논리. 농인은 말을 못 듣는 게 아니라 다르게 소통할 뿐인데.

    공항 바닥이 반질반질한 건 설계의 문제다. 농인이 주차요금을 못 받는다는 건 상상력의 문제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너무 많은 곳에서 상상하기를 멈추어 있다.

    시설 밖 세상으로

    임현수 님의 이야기가 시작되자 회의장이 조용해졌다.

    그는 어릴 적 경기도 광주의 '향림원'이라는 시설에서 살았다. 20132월의 어느 밤, 선생님이 장애인 동료들을 벽에 세우고 폭행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 역시 빗자루와 글루건 심으로 발바닥과 손바닥을 맞고 발이 부러져 병원으로 실려 갔다. 2015년 다른 시설로 옮겨졌지만 폭력의 그림자는 그대로였다. 시설 밖으로 나가 살고 싶다고 말했을 때, 원장은 욕을 하며 탈시설은 절대 안 된다고 했다.

    마침내 2024102, 그는 세상으로 나왔다.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제가 결정하고 제가 책임지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매일 느낍니다."

    탈시설 5개년 로드맵, 지원주택 조례 제정, 활동지원 24시간 보장, 자립생활센터 역량 강화. 이것들이 실현될 때, 임현수 님 같은 사람이 10년을 더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토론회 마지막, 지방선거 후보자가 물었다. 탈시설 비율이 몇 퍼센트냐고. 담당자는 씁쓸하게 웃으며 답했다.

    "시설에 있는 사람이 정확히 몇 명인지, 자립을 원하는 사람은 몇 명인지 통계조차 없습니다. 그런데 몇 퍼센트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숫자가 없다는 것은 존재를 세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지 않은 것은 보지 않은 것이다. 보지 않은 것은 없는 것으로 취급한 것이다.

    저녁 7시 수업을 듣고 싶었던 친구에게

    토론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한 친구가 떠올랐다. 수어 교실에서 만난 전동휠체어를 탄 그 친구. 회사에 농인 동료가 생겨 수어를 배우러 온다고 했다.

    저녁 7시 수업인데 그는 항상 5, 6시에 와 있었다. 궁금해서 물었다. 오후 4시에 퇴근하자마자 하모니콜을 부른다고 했다. 퇴근 시간대에는 콜이 잘 안 잡힌다고. 저녁도 거른 채 빵 하나로 끼니를 때우며 일찍 오는 게 낫다고 했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갈 때는?

    9시에는 콜이 더 안 잡힌다고 했다. 11시에 콜이 잡혀서 집에 간 적도 있다고. 추운 겨울, 온기 하나 없는 복지관 입구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그 모습이 눈에 밟혔다.

    그러면 일찍 가지, 라고 내가 말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어렵게 왔는데 수업은 다 듣고 가고 싶어요."

    추석에는 혼자 전철을 타고 수원 스타필드에 다녀왔다고 했다. 처음으로 혼자 나들이를 한 것이다. 사람이 너무 많아 내려야 할 역을 지나쳤다. 전동휠체어는 무거워서 아무도 들어줄 수 없다. 보도 턱에 막혀 집으로 돌아간 날도 많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해줄 말이 없었다.

    토론회를 끝까지 들어보며 작년에도 했던 말들이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아마, 내년에도 반복될 것이다.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자는 말들이 구호로만 머무는 한.

    하지만 멈출 수 없다. 왜냐하면 언젠가 이 질문들이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더 늘릴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더 행복하게 살 것인가'.

    공항 바닥이 반질반질한 건 캐리어 때문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처음부터 휠체어를 위해 설계된 도시가 생겨날 것이다. 그 도시에서는 장애인 이동이 로또가 아닌 당연한 일상이 될 것이다. 농인이 주차요금을 받지 못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그것은 거창한 미래가 아니다. 그냥 평범한 일상이다. 그 평범함이 모든 사람에게 권리가 되는 안산을, 나는 오늘도 꿈꾼다.

     

    2026429,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평범한 일상이 권리가 되는 안산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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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30
  • 기억을 손끝에 새기다 퇴촌에서 만난 나비의 꿈

     

    아이들의 손끝이 분주했다. 흰 종이 위에 조심스럽게 찍힌 분홍빛 잎사귀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아가고, 그 위로 검은 원이 조용히 감싸 안는다. 작은 숨소리와 함께 집중하는 눈빛들. 누군가는 혀를 살짝 내밀고, 누군가는 친구의 작품을 힐끔 바라보며 다시 자신의 종이로 시선을 돌린다. 그날, 퇴촌의 한 공간은 조용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시간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지난 18, 광주시 퇴촌청소년문화의집이 진행한 4월 문문데이 프로그램 함께 걷는 기억의 길: ‘나비의 꿈현장이다. 이 프로그램은 나눔의 집과 연계해 청소년들에게 역사와 인권, 그리고 기억의 의미를 전하는 자리였다.

     

    책 속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오전, 아이들은 나눔의 집 역사관 앞에 모였다. 줄을 맞춰 서 있지만, 표정은 제각각이다. 호기심, 긴장, 그리고 아직은 잘 모르는 무언가에 대한 막연함.

     

    도슨트의 설명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졌다.

    이곳은 단순한 전시관이 아닙니다. 실제로 그 시간을 살아낸 분들의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의 눈이 달라지는 순간이었다.

     

     

     

    벽에 걸린 사진과 기록들, 그리고 조각상 앞에서 발걸음이 느려졌다. 어떤 학생은 한참을 말없이 서 있었고, 또 다른 학생은 친구에게 조용히 진짜 있었던 일이야?”라고 묻는다.

     

    광수중학교 2학년 한 학생은 취재 중 이렇게 말했다.

    책에서 봤을 때는 그냥 역사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보니까그냥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좀 무거웠어요.”

    손으로 남기는 기억

    역사관 관람이 끝난 뒤 이어진 체험 활동. 아이들은 못다 핀 꽃판화와 나만의 책갈피를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만들기 시간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분위기는 달라졌다. 누군가는 꽃을 아주 작게 찍었고, 누군가는 종이 가득 꽃을 채웠다.

     

    왜 이렇게 만들었어?”라는 질문에 한 초등학생이 답했다.

    많이 피지 못해서요그래서 많이 찍었어요.”

    그 짧은 문장은, 오전에 들었던 이야기들이 아이들 안에서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함께 배우고, 함께 책임지는 시간

    이번 프로그램에서 눈에 띄었던 또 하나의 장면은 ‘TC서포터즈였다. ·고등학생들로 구성된 퇴촌청소년문화의집 청소년 자치기구는 이날 초등학생들의 이동을 돕고 활동을 함께했다. 한 고등학생 서포터즈는 이렇게 말했다.

    동생들 챙기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같이 배우니까 더 책임감이 느껴졌어요. 그냥 봉사가 아니라같이 기억하는 느낌이었어요.”

    누군가는 배우고, 누군가는 돕고, 그리고 모두가 함께 기억하는. 이 프로그램이 단순한 체험을 넘어선 이유였다.

     

    돌아가는 길, 아이들의 표정

    프로그램이 끝나고 아이들은 각자의 작품을 들고 있었다. 종이 위의 꽃은 모두 달랐지만, 그 안에 담긴 시간은 같았다. 한 학생은 책갈피를 가방에 넣기 전 잠시 바라보다가 이렇게 말했다.

    이거 집에 가서도 계속 볼 거예요. 오늘 기억하려고요.” 그 말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을 가장 잘 설명해 주고 있었다.

     

     

    나눔의 집 기억을 지키는 공간

     

    경기도 광주시 퇴촌에 위치한 나눔의 집은 일본군 위안부피해자들의 삶과 기억을 보존하기 위해 시작된 공간이다. 1990년대 초 시민사회의 노력과 불교계의 지원으로 설립된 이곳은, 처음에는 피해 할머니들의 생활 공간으로 출발했지만 이후 역사관이 함께 운영되며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확장됐다.

     

     

    나눔의 집은 단순한 복지시설을 넘어, 일본군 위안부문제의 역사적 진실을 알리고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전하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이곳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는 개인의 고통을 넘어 전쟁과 인권에 대한 보편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함께 운영되는 역사관은 이러한 기억을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피해자들의 증언 영상과 당시의 사진, 기록물, 조형물과 전시가 어우러져 방문객들에게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경험으로서의 역사를 제공한다. 특히 청소년 대상 교육 프로그램이 활발히 이루어지며, 교과서 밖에서 살아있는 역사를 배우는 현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 나눔의 집은 후원금 관리 문제 등으로 사회적 논란을 겪으며 운영 구조를 재정비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후 공공 관리 강화와 투명성 확보를 중심으로 체계를 개선하고 있으며, 역사 교육 기능을 유지·확대하는 방향으로 운영이 이어지며, 기억과 기록을 전하는 교육 기관으로서의 의미는 더욱 강조되고 있다. 과거를 보관하는 공간을 넘어, 기억을 현재로 불러와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장소로 특히 청소년들이 직접 보고 듣고 느끼며 자신의 언어로 기억을 이어가는 과정 속에서, 이곳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현재형으로 살아난다.

    나눔의 집은 그렇게, 사라지지 않는 기억을 지키며 조용하지만 오래 지속될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가 계속 이야기하는 한, 그리고 이렇게 손끝으로 남기는 한.

     

    나눔의집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가새골길 85

    [법인사무국] T: 031-768-0064 | F: 070-4786-7608

    [역사관] T: 031-768-0065 | F: 070-4786-7605 | Email: nanumuse@naver.com

     
    기억을 손 끝에 새기다 – 퇴촌에서 만난 ‘나비의 꿈’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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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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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익활동의 지속 가능성 문제 - 재원을 어디서 만드는가

    공익활동을 지속하는 데 있어 가장 현실적인 장벽 중 하나는 재원이다. 공익적 가치를 추구하는 단체가 아무리 좋은 뜻을 갖고 있어도, 사람을 고용하고 공간을 유지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많은 공익활동단체들이 정부 보조금과 위탁사업에 의존하는 구조 속에서, 예산이 삭감되거나 사업이 중단되면 단체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이 반복된다.


    한국의 공익 생태계에서 이 문제는 오래된 숙제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기부금 총액은 16.8조 원으로 증가했지만, 개인 기부금 증가폭은 크게 둔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기부참여율과 평균기부금액 역시 202161.2%, 324,000원에서 202359.8%, 262,000원으로 모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기부의 구조다. 한국의 기부는 전국 단위 대형 모금 단체나 특정 구호·복지 기관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사는 지역의 공익활동을 위해, 내 이웃들의 필요를 위해 지역 차원에서 자원을 모으고 운용하는 구조는 아직 취약하다.

    이러한 문제를 110년 전 이미 생각하고 해결책을 만들어낸 사람이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변호사이자 은행가였던 프레더릭 해리스 고프(Frederick Harris Goff). 그가 1914년 세운 클리블랜드 파운데이션은 오늘날 '커뮤니티 파운데이션(Community Foundation)'이라는 글로벌 운동의 출발점이 됐다.


    죽은 손의 자선과 커뮤니티 파운데이션의 등장

    고프는 자선적 기부금이 시대에 뒤떨어진 취소 불가능한 유언장에 묶여버리는 이른바 '죽은 손(dead hand)' 문제를 없애고자 했다. 당시에는 사람들이 기부를 하면 그 돈을 설립자 의도에 따라 특정 목적에만 쓰도록 묶이는 경우가 많았다. 시간이 흘러 사회가 변해도 기부금은 낡은 목적에 고정된 채 제대로 쓰이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고프는 이것을 '죽은 손의 자선'이라 부르며, 지역 사회가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금 구조를 고안했다.

    이처럼 클리블랜드 파운데이션의 기부는 특정 사업이 아닌 파운데이션에 투자함으로써 시간이 흘러도 세대를 넘어 지역사회 변화와 필요에 부응하게 하는 것이 핵심 원칙이다. 이러한 커뮤니티 파운데이션 모델은 이후 미국 전역에 빠르게 퍼져나갔으며, 클리블랜드 파운데이션이 설립된 지 5년 만에 시카고, 보스턴, 밀워키, 미니애폴리스, 버팔로 등에 커뮤니티 파운데이션이 생겨났다.

    오늘날 커뮤니티 파운데이션의 정의는 명확하다. 커뮤니티 파운데이션은 특정 지역의 사회적 개선을 주된 목적으로 기부금을 통합 투자하고 지원금을 지급하는 시민사회의 도구다. 전 세계에 약 1,700개가 존재하며, 그중 700개 이상이 미국에 있다.


    커뮤니티 파운데이션이 다른 재단과 구별되는 특징은 세 가지다. 첫째, 특정 개인이나 가족이 아닌 지역사회 전체를 위해 설립된다. 둘째, 다양한 기부자들의 기금을 통합 운용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 셋째, 기금의 사용 방향은 지역사회 리더십이 결정한다. 정부 보조금도 아니고, 대기업의 단발성 사회공헌도 아니다. 지역이 스스로 자산을 키우고 지역을 위해 사용하는 구조인 것이다.

    미국 재단 협의회(Council on Foundations)가 집계한 2023년 데이터에 따르면, 참여 커뮤니티 파운데이션들은 1,52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160억 달러 이상의 기부를 받고, 190억 달러에 가까운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알려진다.

    기부를 설계하는 방식 : 기부자 조언 기금(DAF)

    커뮤니티 파운데이션 운영에서 빠질 수 없는 개념이 바로 '기부자 조언 기금(DAF, Donor-Advised Fund)'이다. DAF는 기부자가 재단에 기금을 납입하면 즉시 세금 혜택을 받고, 이후 원하는 시점에 지원할 단체와 금액을 추천하는 방식을 말한다. 재단이 자금을 운용하고, 기부자는 지속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반영하며 기부를 이어갈 수 있다.

    이 구조는 단순히 편리한 것을 넘어, 기부를 '일회성 행위'에서 '지속적 관계'로 전환 시킨다. 기부자는 재단과 파트너가 되어 지역사회 현안을 이해하고, 자신의 기부가 어떤 변화를 만드는지 추적한다. 기부가 재산 이전이 아니라 시민적 실천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미국 커뮤니티 파운데이션의 기부자 조언 기금 자산은 2022년 기준 전체 자산의 약 36%를 차지한다. 이는 커뮤니티 파운데이션이 운용하는 자산의 상당 부분이 기부자들의 적극적 참여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테크 기부문화의 허브 : 실리콘밸리 커뮤니티 파운데이션(SVCF)


    커뮤니티 파운데이션의 현대적 성공 사례로 가장 자주 언급되는 또 다른 사례는 실리콘밸리 커뮤니티 파운데이션(SVCF, Silicon Valley Community Foundation)이다. SVCF는 캘리포니아 산마테오와 산타클라라 카운티를 핵심 지역으로 삼아 운영되며, 구글, 애플, 메타 같은 세계적 테크 기업들과 그 기업에서 부를 일군 개인들이 밀집한 실리콘밸리의 자원을 지역 공익에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실리콘밸리 커뮤니티 파운데이션은 2023년 기준 8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며 정치적인 좌우를 가리지 않는 기금 지원 조직이다. 규모도 인상적이다. 2023SVCF5,500개 이상의 비영리단체와 지역사회 조직에 총 458,000만 달러(6조 원)의 보조금을 지급했으며, 이 중 31억 달러는 베이 에어리어 10개 카운티의 단체들을 직접 지원했다. 이는 캘리포니아주 어떤 단체보다 많은 금액이다.


    SVCF는 미국에서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기부 재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게이츠 재단과 달리 SVCF는 특정 지역에 집중하는 커뮤니티 파운데이션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SVCF의 핵심 지원 분야는 금융 안정성, 영유아 발달, 주거 문제다. 실리콘밸리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 중 하나이지만, 동시에 극심한 주거 불안정과 소득 격차 문제를 안고 있다. SVCF는 이 모순에 정면으로 대응하기 위해 설립됐다.


    2024SVCF는 지역사회 행동 보조금 프로그램을 통해 산마테오와 산타클라라 카운티에서 역사적으로 차별받고 자원 접근이 제한되어 있던 지역사회를 위해 일하는 115개 비영리단체를 지원했다. 예술·문화, 환경 보호, 지역 언론, 보건 서비스, 사회 운동 등 다양한 분야가 포함되었다.

    DAF를 통한 기부 방식도 특징적이다. SVCF가 보유한 DAF 가운데 상당수는 잔액이 25,000달러 이하로, 거액 자산가가 아니어도 참여할 수 있는 비교적 개방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 또한 SVCF는 기부자들이 2년 이상 지급 추천을 하지 않을 경우 해당 자금을 지역 공익 기금으로 전환하는 정책도 운영하며, 기금이 실제로 지역에 흘러가도록 적극 관리한다.


    데이터 기반의 백 년 지원 : 뉴욕 커뮤니티 트러스트(NYCT)


    또 다른 사례로는 1924년 설립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커뮤니티 파운데이션 중 하나인 뉴욕 커뮤니티 트러스트(NYCT, The New York Community Trust)를 들 수 있다. 뉴욕시, 롱아일랜드, 웨스트체스터를 주요 지원 지역으로 삼아 100년 가까이 운영되어온 이 재단은 규모와 역사 모두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2024년 뉴욕 커뮤니티 트러스트는 10,546개 단체에 총 2390만 달러(2,700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단순히 많은 금액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다. 지원받는 단체 수가 1만여 개라는 것은 뉴욕의 수많은 소규모 비영리단체들이 이 재단을 통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NYCT의 특징은 데이터와 연구에 기반한 지원 방식이다. 교육, 주거, 이민자 지원, 환경, 보건, 장애인 서비스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뉴욕시의 현안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어느 분야에 자원이 부족한지 파악해 전략적으로 지원한다. 모든 지원 내역과 수혜 단체 정보는 공개되어 투명성을 보장한다.


    NYCT2024년 연간보고서가 집중한 주제는 '돌봄 노동자'였는데, 보육을 위한 운동, 24시간 교대근무 종료 캠페인 등 돌봄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한 피지원 단체들의 활동을 조명하며, 더 접근 가능하고 공정한 지역 사회를 위한 핵심 의제로 다루었다. 매년 다른 주제를 설정해 지역사회의 핵심 현안을 공론화하는 방식은 커뮤니티 파운데이션이 단순한 자금 전달자를 넘어 지역 공론장의 설계자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NYCT의 지원 철학은 개별 수혜자 지원을 넘어 시스템 변화, 정책 영향, 분야 전체의 개선을 지향한다. 즉 근본 원인을 다루고 확장 가능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사업을 우선시한다.


    한국과 비교, 무엇이 다르고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미국의 커뮤니티 파운데이션 모델과 한국의 기부 생태계를 비교하면 몇 가지 구조적 차이가 드러난다.

     

    먼저 규모와 지역성의 차이다. 미국에는 약 900개의 커뮤니티 파운데이션이 있으며, 이들은 연간 148억 달러 이상을 지원하고 1,127억 달러 이상의 자선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각 파운데이션은 자신이 속한 지역을 위해 특화된 방식으로 운영된다. 반면 한국의 공익 기부는 전국 단위 대형 단체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다. 지역 단위에서 자산을 형성하고 지역 필요에 맞게 운용하는 구조는 아직 부족한 단계다.

     

    둘째, 세제 구조의 차이다. 미국의 DAF 시스템은 기부자가 기금을 납입하는 즉시 세금 혜택을 받고, 이후 여러 해에 걸쳐 나눠서 지원할 수 있다. 이 구조는 특히 주식이나 부동산 등 비현금 자산의 기부를 촉진한다. 반면 한국의 세제 지원 구조는 기부 즉시 사용을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아, 장기적 자산 형성과 운용을 지원하는 커뮤니티 파운데이션 모델이 뿌리내리기 어려운 면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한국에도 지역 기부문화를 활성화하려는 시도가 있었는데, BTS 멤버 제이홉이 고향인 광주 북구에 동참하면서 사회적 관심을 끌었던 고향사랑기부제가 바로 그것이다. 2023년부터 본격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는 기부자가 특정 지자체에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답례품을 받는 방식으로, 지역 자원의 지역 환류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커뮤니티 파운데이션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다만 기금의 운용 방식, 지역 시민사회와의 연계, 장기적 자산 형성 측면에서는 아직 커뮤니티 파운데이션 모델과 격차가 크다.

    지역이 만든 기금, 지역으로 흐른다

     

    미국의 커뮤니티 파운데이션 모델에서 한국의 공익활동 생태계가 참고할 수 있는 점을 세 가지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성이 기부의 동력이 된다. SVCF가 실리콘밸리 거주자들의 거대한 기부를 끌어낼 수 있는 것은 "내 이웃의 문제를 내가 해결한다"는 지역적 공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도 31개 시·군에서 생산되는 공익활동 콘텐츠와 정보가 지역 주민들의 기부 동기와 연결될 때, 더 강한 지역 기부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둘째, 투명성과 데이터가 신뢰를 만든다. NYCT가 매년 어디에 얼마를 지원했는지 전체 목록을 공개하는 것처럼, 공익 자원의 흐름이 투명하게 공개될 때 기부자의 신뢰가 높아진다. 한국에서 기부 문화 저평가의 주요 이유로 '기부금 횡령·유용 사례가 많아서'(54%)'기부 기관의 신뢰도가 낮아서'(51%)가 꼽혔다. 이 신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데이터 기반의 투명한 공개다.


    셋째, 기부 참여의 문턱을 낮추되 기금의 지속성을 높인다. SVCFDAF 기금 중 3분의 1 이상이 25,000달러 이하의 소규모라는 것은, 부자만의 기부가 아님을 보여준다. 소액이라도 지역 공익을 위한 기부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그 기금이 장기적으로 지역 내에서 운용되도록 설계하는 것이 커뮤니티 파운데이션의 핵심이다.

    이처럼 1914년 프레더릭 고프가 클리블랜드에서 시작한 작은 아이디어는 110년이 지나 전 세계 1,700개의 커뮤니티 파운데이션으로 자랐다. 그 아이디어의 핵심은 간단하다. 지역의 자산이 지역을 위해 쓰일 때, 그리고 그것이 세대를 넘어 지속될 때, 공익 생태계가 자생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공익활동 생태계가 정부 보조금 의존 구조를 넘어서려면, 지역 사회 내에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자원 흐름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참고 자료


    클리블랜드 파운데이션 공식 홈페이지 ? Overview :
    https://www.clevelandfoundation.org/about-us/overview

     

    커뮤니티 파운데이션 리서치앤트레이닝 인스티튜트 - Community Foundation Census 2023 :
    https://www.cfrti.com/researchavailable


    Council on Foundations - 2023 CF Insights Survey Results :
    https://cof.org/cfinsights/results


    Community Foundation Awareness Initiative :
    https://www.commfoundations.com/communityfoundations


    실리콘밸리 커뮤니티 파운데이션(SVCF) - 2023년 보조금 보도자료 :
    https://www.globenewswire.com/news-release/2024/03/29/2854793/0/en/Silicon-Valley-Community-Foundation-granted-more-than-3-billion-to-Bay-Area-nonprofits-in-2023


    SVCF - 커뮤니티 행동 보조금 보도자료 2024 :
    https://www.svcf.org/about/news-media/press-releases/silicon-valley-community-foundations-community-action-grants-supported-more-than-100-local-organizations-in-2024

     


    SVCF - 2023-24 연간보고서 :
    https://www.svcf.org/annual-reports/2023


    뉴욕 커뮤니티 트러스트(NYCT) - 2024 보조금 목록 :
    https://thenytrust.org/about/financials-annual-reports/grants/

     


    NYCT - 연간보고서 및 재무 :
    https://thenytrust.org/about/financials-annual-reports/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 2024년 기부금 총액 분석 :
    https://research.beautifulfund.org/13835/


    더나은미래 - 2023년 기부 금액·참여율 현황 :
    https://futurechosun.com/archives/104818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 기부 참여율과 기부금액 변화 통계 :
    https://research.beautifulfund.org/16076/


    목회데이터연구소 넘버즈 - 한국인의 기부 현주소 :
    http://www.mhdata.or.kr/bbs/board.php?bo_table=koreadata&wr_id=352

    지역이 스스로 키우는 공익-미국 커뮤니티 파운데이션 모델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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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03
  • 어린이 식당, 관계 회복을 위한 가장 따뜻한 초대

     

    환대받는 한 끼가 만드는 아이들의 이바쇼

    어린이 식당운동은 도쿄 외곽의 작은 동네 골목에서 시작되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큰 재난으로 일본사회는 어두워졌고, 아동 빈곤율은 치솟았다. 방학에도 돌봐줄 사람이 없이 배회하는 동네 아이들의 모습은 누구나 안쓰러웠다. 하지만 나 혼자서는 어떤 것도 바꿀 수 없다.’는 좌절감이 사람들 사이에 스며있었다. 그 때 도쿄의 한 채소가게 주인 곤도히로시는 달랐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했고, 시작했다. 2012년 여름. 히로시는 동네 아이들 몇몇을 자신의 채소가게로 불러 모아서 식사를 대접하고, 어린이식당이라고 명명했다. 이 작은 실천에서 비롯된 움직임은 2026년 일본 전역에 12천개가 넘는 거점으로 확산되었다. 어린이식당은 빈곤 아동만을 위한 급식소가 아니다. 어린이식당은 아이와 어른, 이웃과 이웃이 밥상 공동체를 통해 무너진 지역 사회의 관계를 회복하는 마을의 거실이다.

     

    이 운동의 핵심 키워드는 이바쇼(居場所)’. 이바쇼는 한국어로는 단번에 해석하기 어려운 단어다. 장소를 뜻하면서도 자신 모습 그대로 있어도 되는 곳, 평가받지 않는 곳, 기댈 사람과 믿을 만한 사람이 있는 곳을 의미한다. 또한 이바쇼는 장소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람에게도 당신은 나의 이바쇼입니다라는 식으로 쓸 수 있다고 한다. 우리말로는 충분하지 않지만 안식처’, ‘비빌 언덕’, ‘안전한 사람과 장소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코로나19, 환경위기, 연속된 사회적 대참사 등 우리사회 또한 재난의 시대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남긴 가장 아픈 상흔은 고립단절이다. 특히 아이들에게 세상은 부모 외에는 믿을 사람도, 기댈 곳도 부족한 각박한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닥친 위기는 특별한 사람만을 구제하고, 치유할 수준이 아니다. 잠재되어 있지만 모두가 아프다. 일본에서는 지금의 사회를 이렇게 표현한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의 상처를 나무 의사가 치유하고, 비료를 줄 때가 아니고, 전체 토양과 공기를 바꿔야 할 때다.” 학교 문을 나서면 돌봄 시설과 학원을 전전하며 저녁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영양분과 최고의 서비스만이 아니다. 자신을 온전하게 반겨주는 사람, 그리고 내가 이곳에 존재해도 좋다는 안도감, 이바쇼(내 자리가 있는 곳)’의 경험이다.

     

    공릉동 어릔이식당 작은숲’, 마을의 느슨한 연대가 차려낸 식탁

    서울 공릉동에서도 이 따뜻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어릔이식당 작은숲2011년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 개설 이후 15년간 다져온 꿈마을공동체’(다양한 사람과 단체가 느슨하게 연결된 지역 네트워크이며, 마을교육공동체)의 자발적인 에너지가 응축된 결과물이다. 이곳의 식탁은 어느 한 기관의 힘으로만 차려지지 않는다. 지역의 작은 교회와 성당, 주민자치회와 작은 도서관, 학교와 복지관, 마을협동조합 등에서 활동하는 주민들이 돌아가면서 식당을 열고 있다. “작은숲202411월부터 지금까지 매달 열리고 있다. 여러 단체가 힘을 모으고 있고, 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돌아가며 책임을 나누니, 음식을 만드는 일은 각 단체가 1년에 한두번 정도만 담당하면 된다. 음식은 단순하고, 소박한 한 끼를 지향한다. 영양균형이 완벽한 급식 서비스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어린이와 이웃이 만나 이야기를 꽃피우는 관계의 식탁이다. 그래서 이곳의 이름은 어릔이식당이라고 표기한다. 오타가 아니라 어린이어른의 만남을 중의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어린이식당 작은숲의 일상은 이렇다.

    마을 기업 나눔과이음은 알록달록한 비빔밥을 준비하고, ‘한살림 북서울노원지구는 생명의 가치를 담은 정성 어린 주먹밥을 만든다. 시간을 내어서 일부러 방문한 주민자치회장님은 달콤한 디저트를 선물한다. 여기에 수공예 작가 모임인 마디상회는 라탄 바구니와 꽃병으로 식탁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소박한 한 끼지만 대접받는 느낌이 들어서인지 아이들의 얼굴은 싱글벙글 즐겁다. 친구와 함께, 부모님과 같이 온 아이도 있고, 가끔 혼자 온 아이도 식당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외롭게 서 있다. 어른들은 즐겁게 음식을 준비하고 아이들에게 다가가, 밝은 얼굴로 어린이식당에 왔구나! 어서 오렴, 밥 먹고 가라고 다정한 말을 건 낸다. 중고생 청소년들은 손님으로도 오지만 역할을 가지고 함께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곳에서 동네 형, 누나들은 테이블 메니저가 된다. 동생들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맵기는 어떻게 해줄까?”, “요즘 학교에서 재밌는 일은 뭐야?”라 물으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내는 유능한 일꾼이다.

     

    지속 가능한 어린이식당 운동을 위한 다섯 가지 원칙

    우리는 식당을 운영하며 일본 어린이식당 운동본부인 무스비에가 정한 다섯 가지 원칙을 가슴에 새긴다. 첫 번째는 자발성이다. 어린이 곁에서는 일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아이를 아끼는 마음과 베푸는 즐거움에서 스스로 시작하는 일이다. 두 번째는 다양성이다. 어린이식당은 운영주체에 따라서 모두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펼쳐진다. 모든 아이의 개성이 다르듯, 식당 또한 엄격한 매뉴얼로 정형화되지 않고 운영 주체의 형편에 맞게 저마다의 색깔을 담고 있다. 세 번째는 포용성이다. 어린이식당은 특정 대상만을 위한 선별적 서비스가 아니다. 이용하는 어린이는 저소득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 자원봉사로 참여할 기회도 마을 어른들뿐 아니라 청소년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네 번째는 공익성이다. 어린이식당이 영업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판촉행사와 연계하여 사익 추구의 수단이 되거나, 정치적·종교적 강요가 있어서도 안 된다. 마지막은 지역성이다. 어린이식당은 아이들의 삶과 가까운 곳에서 펼쳐져야 한다. 아이들이 돌봄 시설과 서비스를 찾아 멀리 가지 않아도 골목에서 친구와 이웃을 만날 수 있을 때, 마을은 비로소 살맛나는 공동체가 된다. 이러한 다섯 가지 원칙은 어린이식당이 단순히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복지나 교육 서비스를 넘어, 평범한 시민들이 주체가 되는 작은 변혁(무브먼트)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한다. 실제로 이 원칙들은 식탁에 앉은 아이들과 식탁을 여는 이웃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공동체 식탁에서 만난 사람들은 아파트 층간소음 갈등의 대상에서 반가운 이웃으로 전환된다. 제 자녀의 양육에만 집중하다 빈둥지증후군으로 상실감에 빠져있는 중년의 이웃들에게는 사회적 양육자라는 새로운 자리를 만들어준다. 어린이식당에서 시민들은 연결된다. 아이들의 미소로 동네사람들이 연결될 때 아동친화도시라는 행정의 선언은 살아 숨 쉬게 된다.

     

    어린이식당이 만들어내는 변화의 에너지는 공릉동을 넘어서 전국으로 번져가고 있다. 그 열기를 확인한 자리가 바로 20251016일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에서 열린 어린이 식당 활동가 대회였다. 서울, 경기 뿐 아니라 제주, 부산, 대구, 광주, 충북 전국에서 어린이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 어린이식당을 해본 사람들, 어린이식당운동이 지역에서 펼쳐지길 희망하는 사람들 85명이 모였다. 그 사람들은 복지관 사회복지사, 청소년센터 직원, 협동조합 구성원, 일반시민과 학부모들로 다양했다. 우리는 이 운동의 확산 가능성을 실감했다. 이후 내가 일하는 노원구 지역에도 어린이식당이 퍼져나가고 있다. 상계동에 위치한 청소년센터로, 경춘선숲길 작은 도서관으로, 중계동 어린이도서관 근처 작은 공간으로 점점 확산되고 있다. 타 지역에서 어린이식당 사례를 듣고자 찾아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문턱을 낮추면 마을 곳곳이 식당이 된다.

     

    어린이식당은 거창한 전용 건물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엄청나게 많은 아이들에게 매일같이 최고의 음식을 제공할 필요도 없다.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 역시 작은 싱크대 하나로 식당을 운영한다. 한 달에 한번만 2층 로비를 장식해서 어린이식당으로 변신시킨다. 마을의 문턱을 조금만 낮추면 우리 곁의 모든 공간이 아이들의 식탁이 될 수 있다. 낮 시간에 비어있는 주민센터 회의실, 마을회관, 작은 도서관, 동네 작은 교회나 성당, 심지어 학부모들이 모이는 작은 카페 공간도 훌륭한 식당이 된다.

     

    어린이식당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묻는다. “어린이식당을 하려면 돈도 많이 들고, 준비가 많이 필요하지 않나요?” 나는 이렇게 답한다. “어렵지 않아요. 하고 싶은 사람들이, 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게 어린이식당인 걸요. 일 년에 한번만 해도 좋고, 힘들면 중간에 포기해도 돼요. 안하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그렇게 쉽다고요. 에이 그래도 막상 시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도통 모르겠는 걸요일본에서는 어린이식당운동에 참여하려는 시민들의 걱정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펼쳐진다. 많은 지자체가 어린이식당운동에 참여하려는 시민들이 간단한 양식으로 의향서를 제출 할 수 있게 만들어두었다. 어린이식당을 하겠다는 신고 단체에게는 약간의 식재료비를 지원한다. 장소가 필요하면 공공시설 사용 가능 여부를 알아봐주고, 지역의 어린이와 가정에 어린이식당이 어디에서 언제 열리는지 홍보를 돕는다. 지자체 뿐 아니라 어린이식당과 어린이식당을 연결하고, 여러 어려움 해결을 돕는 중간지원조직(비영리 단체)도 운영되고 있다.

     

    마을 곳곳에서 어린이식당이 펼쳐질 때, 아이들과 양육자는 작은 사회적 신뢰를 경험하게 된다. 또 어린이식당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재난의 시대, 삭막한 이 도시를 함께 돌보는 법을 다시 배우게 된다. 우리가 사는 모든 동네에 이 관계 회복의 식탁이 차려지기를 소망한다.

    그림 숲길도서관에서 어린이식당 운영을 준비하는 도서관봉사자들의 모습

    그림 어릔이식당 작은숲 운영을 위해 20여개의 마을 단체가 운영위원회를 만들어 둘러앉는다.

     

     
    어린이 식당, 관계 회복을 위한 가장 따뜻한 초대
    관리자

    조회수 213

    2026-04-02
  • [기획] 5·18민중항쟁 44주년을 기념하며 — 거대한 망각의 장막과 침묵의 벽을 넘어, 경기도 골목마다 다정한 기억과 민주주의의 푸른 숲을 일구어내는 감동의 여정

    차가운 세월의 흐름과 쉴 새 없이 밀려오는 망각의 그늘 뒤편에서, 숭고한 오월의 정신을 품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내일을 밝히는 눈부신 발자취를 마주하다

    가슴 아픈 역사와 저항의 기억을 안고 묵묵히 걸어온 5·18민중항쟁 44주년. 여전히 우리 사회에 깊게 드리워진 독재와 폭력의 상흔, 그리고 무뎌져 가는 역사 의식 속에서, 그날의 진실을 기억하고 모든 이의 존엄과 평화가 온전히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오월 정신이 던지는 참된 의미’를 깊이 들여다보다.

    "우리는 과연 ‘지나간 역사일 뿐이니 이제 그만 일상으로 돌아가자’며 마음의 문을 닫아걸었던 차가운 망각의 장막을 걷어내고, 경기도 구석구석의 평범한 이웃들과 오월의 산증인들, 그리고 공익활동가들이 손을 맞잡으며 저마다의 진심으로 평화와 상생의 품을 엮어내는 ‘5·18민중항쟁 44주년을 맞아 민주주의와 연대를 향한 한 걸음을 내딛는 자치의 품’을 어떻게 활짝 열어갈 수 있을까?" 기억의 연대를 통해 민주주의의 초석을 다지고, 경기도 전역에 인권 존중과 자치의 숲을 깊이 일구어가는 감동의 여정을 깊이 조명한다.

    ‘5·18민중항쟁 44주년을 기념하며’가 품은 3가지 핵심 과제와 비전

    1. 망각과 단절의 장막을 허무는 ‘풀뿌리 오월 기억 연대 및 민주주의 생태계 다지기’

      • 일회성 기념식에 머무는 아픔을 넘어, 경기도민과 공익활동가들이 동네 골목과 일상에서부터 오월의 정신을 기억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외치는 자발적 실천 다지기.

      • "진정한 민주주의 자치의 완성은 거창한 역사 교과서의 기록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동네 골목에서 이웃의 손을 잡고 서로의 안부를 살피며 연대의 온기를 나누는 소박한 실천에서 시작된다"는 철학 실천.

    2. 불안을 넘어 신뢰를 잇는 ‘시민 참여형 역사 감수성 및 연대 강화’

      • 역사적 고통과 사회적 부조리를 개인의 무관심이나 운 탓으로 돌리지 않고, 지역 사회와 공익활동 현장이 함께 머리를 맞대어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세우는 지혜로운 공론장 창출.

      • "혼자서 거대한 권력의 벽과 맞서면 막막하고 두렵지만, 경기도 도민들이 손을 잡고 행동하면 그 어떤 억압도 따스한 품으로 녹아내린다"라는 통찰.

    3. 경기도 31개 시·군 골목마저 평화와 연대의 그물망으로 잇는 ‘상생 오월 네트워크’

      • 시·군의 경계를 뛰어넘어 경기도 내 공익단체들과 도민들이 유기적으로 손을 잡고, 민주주의와 인권이 기본이 되는 상향식 민주주의 실현.

      • "모든 도민과 이웃들이 소외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로 오래도록 함께 웃을 수 있는 공정하고 평화로운 공생의 무대" 완성.

    현장의 온기로 채워졌던 뜨거웠던 기억과 교감의 시간들

    도내 각지에서 모인 민주주의 운동가들과 오월의 정신을 가슴에 품은 수많은 도민이 한자리에 모여 44년의 세월을 돌아보고, 광주의 아픔을 경기도의 일상 속 평화와 연대로 승화시키며 온기를 나누었던 공론장 현장은 깊은 공감과 함께 뜨거운 연대의 온기로 가득 채웠다.

    • 참가자들의 진솔한 고백 및 상생 나눔 세션: "광주의 5·18은 늘 뉴스 속 멀게만 느껴진 역사였는데, 오늘 이 자리에 모여 이웃들과 함께 오월의 진실을 이야기 나누고 서로의 어깨를 토닥여주니 비로소 민주주의가 우리 삶의 가장 가까운 터전에서 피어나는 진짜 희망임을 깨닫는 벅찬 감동을 느꼈습니다"라며 눈시울을 붉히던 도민들의 뭉클한 순간들.

    • 경기도형 민주 자치 도시 확산을 위한 유쾌한 브레인스토밍: "동네마다 주민들과 함께 오월의 정신을 나누고 인권과 평화의 지혜를 이야기하는 '우리동네 오월 평화 사랑방'을 상설화하자", "민주주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서로를 돕는 '경기 5·18 연대 네트워크'를 튼튼하게 꾸리자"며 쉴 새 없이 아이디어를 쏟아내던 반짝이는 눈빛들.

    • 응원과 다짐의 피날레: "비록 우리가 마주한 사회적 냉소의 벽과 역사 왜곡의 파고가 때로는 높고 거셀지라도, 경기도 구석구석에서 피어나는 이 지혜롭고 푸른 기억의 손길들이 모여 모든 도민이 소외되지 않고 오래도록 함께 웃을 수 있는 공정하고 평화로운 내일을 활짝 열어주기를 바란다"며 환한 미소와 박수로 마무리된 연대.

    정직한 땀방울과 다정한 손길로 그려가는 경기도의 찬란한 내일

    세상을 바꾸고 진정한 민주주의 자치와 공생의 시대를 여는 위대한 힘은 차가운 역사 백서나 거창한 정치적 선언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늘 아침 골목길에서 이웃의 손을 먼저 잡고 "우리는 5·18의 정신을 영원히 기억하며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며 따스한 온기를 건네는 평범한 시민들과 공익활동가들의 정직한 땀방울과 다정한 연대 위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망각과 단절의 장막을 걷어내고 경기도 구석구석에 평화와 인권의 숲을 영원히 일구어가는 공익활동가들과 도민들, 그리고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경기도 곳곳에서 피어나는 이 지혜롭고 푸른 온기들이, 모든 도민이 소외되지 않고 오래도록 함께 웃을 수 있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경기도의 내일을 활짝 열어주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기획]5․18민중항쟁 44주년을 기념하며
    44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집행위원장 김순

    조회수 3738

    2024-04-26
  • [기획]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 잊지 말아 주세요. - 총칼의 그늘을 딛고 피어난 오월의 함성, 그리고 오늘날 경기도의 공익 현장에서 되새기는 민주주의의 무거운 빚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공익웹진

    붉게 물든 금남로의 기억을 넘어, 오늘 우리의 일상에 스며든 오월의 정신

    매년 5월이 돌아오면 대한민국 남쪽 끝 광주를 향했던 우리의 시선은, 비단 과거의 역사책 한 페이지를 들추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1980년 5월, 국가의 폭력과 부당한 권력에 맞서 자신의 목숨을 던져가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를 지켜냈던 평범한 시민들.

    "우리는 과연 그들이 흘린 피와 눈물 위에 세워진 이 자유로운 일상을 당연하게 누릴 자격이 있는가?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은 세월이 흘러도 바래지 않는 시대의 거울이자, 오늘날 우리가 지켜야 할 공익의 가장 깊은 뿌리이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웹진에서는 잊지 말아야 할 오월의 진실을 마주하며, 왜곡과 은폐의 장벽을 넘어 평등과 평화의 내일을 다지는 민주주의의 진정한 의미를 깊이 조명한다.

    5·18 민주화운동이 오늘날 우리에게 건네는 3가지 묵직한 가치

    1. 국가의 폭력에 맞서 평범한 이들이 이뤄낸 위대한 저항과 연대

      • 거대한 권력의 총칼 앞에서 두려움에 떨면서도 주먹밥을 나누고, 부상자를 위해 기꺼이 줄을 서서 헌혈을 하던 광주 시민들의 눈물겨운 상호 돌봄.

      • "나와 내 이웃이 다치지 않게 서로를 품겠다"는 무조건적인 환대와 연대가 곧 민주주의의 가장 강력한 실체임을 증명하는 역사.

    2. 왜곡과 침묵의 벽을 허물고 진실을 바로 세우는 끈질긴 기록

      • 오랜 세월 동안 폭도라는 억울한 누명과 국가의 은폐 속에 신음했던 진실을, 평범한 시민들과 유가족들의 끈질긴 증언과 기록으로 세상에 밝혀낸 숭고한 쟁취.

      • 역사의 진실을 왜곡하려는 시도에 맞서 기억의 방패를 굳건히 들고, 다음 세대에 부끄럽지 않은 유산을 물려주어야 할 우리의 절대적 책무.

    3. 광주의 아픔을 넘어, 오늘날 경기도의 풀뿌리 공익으로 이어지는 평화의 불꽃

      • 광주에서 피어난 오월의 정신이 단지 과거의 추모에 그치지 않고, 오늘날 경기도 구석구석에서 차별에 맞서고 인권을 외치는 모든 공익활동가들의 가슴속에 뜨거운 불꽃으로 살아 숨 쉬기.

      • "어느 누구도 억압받지 않고 소외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다정한 연대의 완성.

    현장의 온기로 채워졌던 뜨거웠던 기억과 교감의 시간들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되새기고 그 정신을 오늘에 되살리는 시민사회와 활동가들의 모임은, 아픔을 넘어 희망을 다짐하는 묵직한 울림으로 가득했다.

    • 오월의 기록 전시 및 증언 세션: "그날 광주에서 우리가 보았던 것은 폭력이 아니라 서로를 지키려는 눈물겨운 연대였다"며 당시의 기억을 가감 없이 나누고 눈시울을 붉히던 뭉클한 순간들.

    • 민주주의와 공익의 길을 묻는 토론회: "오늘날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차별에 맞서는 것이 곧 오월의 정신을 이어받는 길"이라며 머리를 맞대고 실천의 방안을 모색하던 도민들의 진지한 눈빛들.

    • 응원과 다짐의 피날레: "어떤 세월이 흘러도 오월의 진실을 결코 잊지 않으며, 모든 도민이 차별 없이 존중받는 공정하고 평화로운 경기도를 위해 끝까지 함께 걸어 나가겠다"며 환한 미소와 박수로 마무리된 연대.

    정직한 기억과 다정한 손길로 그려가는 경기도의 찬란한 내일

    세상을 바꾸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위대한 힘은 역사의 상처를 덮어두는 망각이 아니라, 아픔의 파편 속에서도 진실을 꼿꼿이 기억하고 서로의 손을 꼭 잡는 평범한 사람들의 정직한 발걸음 위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오월의 뜨거운 함성을 가슴에 품고 오늘날 경기도의 공익 생태계를 묵묵히 다져나가는 활동가들과 도민들. 경기도 구석구석에서 피어나는 이 기억과 연대의 온기들이, 모든 도민이 소외되지 않고 함께 웃을 수 있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경기도의 내일을 활짝 열어주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기획]5·18 민주화운동의 진실, 잊지 말아 주세요.
    소소

    조회수 12285

    2023-04-24
  • [기사] 밝은 빛이 동물에게 해가 된다고요? - 밤을 잃어버린 생태계, 인공조명이 던지는 침묵의 경고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공익웹진

    눈부신 도시의 밤, 그 뒤에서 신음하는 생명의 숨소리

    어두워야 할 밤이 대낮처럼 환해진 현대의 도시. 화려한 네온사인, 고층 빌딩의 불빛, 늦은 밤까지 환하게 밝혀진 도로의 가로등은 우리에게 편리함과 안전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인간이 누리는 이 눈부신 야경 뒤에서, 밤낮이 뒤바뀐 채 삶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또 다른 지구의 주인이 있다. 바로 우리 곁에서 함께 숨 쉬고 살아가는 수많은 야생동물과 곤충들이다.

    “빛도 오염이 될 수 있을까?” 캄캄해야 할 밤을 집어삼킨 과도한 인공조명, 즉 ‘빛공해’는 단순히 인간의 수면을 방해하는 것을 넘어 동물들의 생존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웹진에서는 밤을 잃어버린 동물들의 비명에 귀 기울이며, 생태계의 균형을 되찾기 위한 빛공해와 야생동물 보호의 목소리를 깊이 조명한다.

    인공조명이 동물에게 입히는 3가지 치명적인 피해

    1. 생체 리듬의 파괴와 섭식·번식 장애

      • 밤낮의 주기에 맞춰 사냥을 하거나 짝을 찾고 휴식을 취해야 하는 야생동물들이 인공 빛 때문에 시간 감각을 잃고 번식에 실패하거나 생존에 큰 타격을 입음.

      • 특히 철새들의 경우, 도심의 강한 불빛에 방향 감각을 상실하여 빌딩 유리창에 충돌하거나 탈진해 사망하는 사고가 매년 급증.

    2. 곤충의 치명적인 유인 효과와 생태계 먹이사슬 붕괴

      • 가로등과 밝은 간판 주변으로 모여드는 수많은 곤충들이 체력을 소진해 죽어가거나 포식자들의 쉬운 먹이가 되면서, 곤충을 먹이로 삼는 조류와 양서류의 개체수까지 연쇄적으로 감소.

      • 자연의 정교한 생태계 균형과 먹이사슬의 고리가 인공 빛 하나로 인해 무너지는 모순 발생.

    3. 식물과 생태 환경의 광주기 교란

      • 동물뿐만 아니라 나무와 풀들마저 밤늦게까지 쏟아지는 빛 때문에 계절 변화를 오인하여 잎을 늦게 떨어뜨리거나 생장 주기가 망가지는 등 초록빛 생태계 전반의 건강성 훼손.

    경기도 구석구석에서 시작해야 할 빛공해 줄이기 실천

    경기도는 드넓은 도시와 농어촌, 그리고 수많은 산과 하천이 공존하는 지역인 만큼, 인간과 야생동물이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한 세심한 조명 관리와 생태 감수성이 절실하다.

    • 일상 속 빛공해 줄이기 꿀팁: 밤늦은 시간 불필요한 실내외 조명 소등하기, 상가와 건물의 간판 조명 자정 이후 끄기 동참하기, 그리고 도심 속 야생동물들의 밤을 지켜주는 환경 정책에 따뜻한 관심 기울이기!

    어둠과 빛이 조화롭게 손잡는 경기도의 찬란한 내일

    진정한 발전은 모든 것을 환하게 밝히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어둠과 생명의 숨소리를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데 있다.

    화려한 불빛의 유혹을 넘어, 동물들의 밤을 지켜주고 생태계의 온전한 균형을 되찾기 위해 묵묵히 길을 내어주는 경기도의 공익활동가들과 도민들. 경기도 구석구석에서 피어나는 이 다정한 어둠의 연대가, 모든 생명이 밤낮으로 안전하게 호흡하고 찬란하게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내일을 활짝 열어주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밝은 빛이 동물에게 해가 된다고요?
    이오

    조회수 11807

    202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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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공익활동지원센터는 지금 어디에 서있니?

    - 경기도 공익활동지원센터의 지난 성과와 2022년 과제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장 송 원 찬

     

     

    20203월에 경기도 공익활동지원센터가 설립되고 올해로 2주년을 맞이했다. 경기도 공익활동지원센터는 경기도 지역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민사회 및 공익활동단체들을 지원하고 활동을 촉진하는 중간지원조직으로 탄생했다. 현재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제주, 충남, 충북 등 대부분의 광역자치단체에 공익활동 중간지원조직이 설립되었고, 지역의 풀뿌리 시민사회단체들을 기술적,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사업과 함께 새로운 사회 공익활동을 지원, 발굴, 기획하는 다양한 공익활동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경기도 공익활동지원센터 2년간의 성과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경기도 시·군의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기반조성에 노력했다.

     

     

    경기도 공익활동지원센터는 경기도 시·군의 시민사회 활성화 관련 조례 제정을 위해 시·군지역 순회간담회(31개 시·군에서 40회 진행/ 415개 단체 574명 참여)와 공론화 과정을 지원하여 현재 성남시 등 12개 시·군에 조례가 제정되었다. 그리고 경기도의 지원으로 공익활동지원센터가 군포, 구리, 안성, 성남, 평택 등 5개 기초지자체에 설립되었고 올해에 광명, 의정부 등 다른 지자체로 확대될 전망이다

     

     

    둘째, 처음으로 경기도 비영리 민간단체 전수실태조사를 실시하여 공익활동단체의 현황과 발전방안을 도출했다.

     

     

    경기도 공익활동지원센터는 경기도 비영리 민간단체 25백여개 단체 중 1천여개 단체를 전수실태조사를 실시하여 경기도 시민사회 생태계 조성 및 발전방안을 도출하였다.(지자체 최초로 1천여개의 단체 대한 편람 제작) 그리고 이 조사결과를 토대로 향후 경기도 비영리 민간단체 협력경기도 시민사회 활성화 및 공익활동 증진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의 중요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셋째, 공익단체 및 활동가 역량강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통해 경기도 시민사회의 활성화를 촉진했다.

     

     

    공익활동단체 뿐만아니라 공익활동가 개인 지원을 통해 활동가 개개인의 역량강화를 촉진하려 노력했다. 특히, 신생 공익단체의 발굴을 위한 스타트업 지원사업, 청년공익활동 일자리 지원사업, 코로나19 재난극복 공익활동 긴급지원사업, 공익활동가 역량강화 교육비 지원사업, 변호사 등 공익활동 자문단 161명 구성 등 다양한 지원사업과 체계를 갖추었다. 그리고 비영리단체 및 활동가 180여명을 대상으로 비영리회계 원리와 이해 교육을 통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려 노력했다.

     

     

    넷째, 경기도 및 전국적인 다양한 조직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경기도 공익활동 지원을 위한 중간지원조직으로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자원봉사센터,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도시재생지원센터 등 다양한 중간지원조직과 업무협약을 맺어 협력의 기반을 마련했다. 그리고 한국시민사회지원조직협의회 가입을 통하여 전국 공익활동지원센터간의 네트워크를 구축, 공동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조직의 불안정성과 비체계성 그리고 새로운 사업발굴의 한계, 공익활동의 확장으로 다양한 시민사회 및 공익단체와의 긴밀한 협력체계 부족 등 개선해야 할 여러 과제를 안고 있다.

     

     

     

     

    그렇다면 2022년 경기도 공익활동지원센터의 현안 과제는 무엇일까?

     

     

    첫째, 북부지소 개소에 따라 경기도 시민사회의 전반적 성장을 촉진해야 한다.

     

    2022년 하반기에는 경기도 공익활동지원센터의 북부지소를 개소할 예정이다. 현재 현원 8명에서 15명으로 확대되는 등 조직의 전면적 개편을 통해 센터의 운영체계를 획기적으로 정비할 예정이다. 그리고 센터 내 활동가들의 체계적인 역량강화와 학습문화를 조성 그리고 조직운영과 사업의 성과지표를 마련하여 비영리기관에 적합한 성과관리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경기지역 다양한 공익활동이 도민들에게 충분히 전달되기 위한 도민캠페인 등 홍보전략이 마련되고, 도민과 활동가들에게는 인정과 보상시스템(포상 등)을 마련해서 경기도 공익활동의 문화조성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북부지소 개소에 따라 경기도 북부 DMZ 접경지역을 생태평화지역으로 특화된 공익활동을 발굴하고 남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공익활동가를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양성하여 경기도 시민사회의 전반적 성장을 촉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반적 조직개편과 새로운 비전과 전략과제 그리고 핵심사업을 전면적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둘째, 경기도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경기도 시민사회 활성화 및 공익활동 증진을 위한 조례가 개정되면서 경기도 시민사회활성화위원회가 재구성되었고 조례에 근거해서 처음으로 경기도 시민사회 활성화 및 공익활동 증진을 위한 3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 기본계획은 민선8기 경기도 시민사회 발전의 로드맵이 될 것이다. 따라서 경기도민과 전문가,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참여로 다양한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는 도민참여형 기본계획으로 수립되어한다. 또한 실효성 있는 기본계획이 되기 위해서는 적정한 예산확보와 연차별 시행계획 및 모니터링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어 일부 조례의 개정이 요구된다.

     

     

    셋째, 경기도, 31개 시·군 시민사회 및 중간지원조직과의 연대와 협력체계를 확고하게 구축해야 한다.

     

    지난해 군포시 공익활동지원센터가 첫 개소를 시작으로 현재 5개 지자체에서 공익활동지원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하반기에 광명시 등 2~3개가 추가로 설립되면 (가칭)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협의회를 구성하여 시·군 공익활동의 성장, 촉진할 수 있도록 (광역)경기도센터와 (기초)·군센터간의 공동사업 추진, 정책협의 등 협력체계를 갖출 예정이다.

    그리고 경기도 및 시군단위의 시민사회단체 연대기구와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을 증진하기 위한 공동행동계획을 마련하고 사업적, 정책적 협력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경기도 자원봉사센터, 마을공동체지원센터, 도시재생지원센터,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등 기 구성된 경기도 중간지원조직협의회를 본격적으로 가동하여 공동의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아직도 경기도와 시군의 시민사회 그리고 경기도 공익활동지원센터는 갈 길이 멀다. 경기도 시민사회와 공익단체는 경기도의 다양한 지역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그룹으로 성장하여 경기도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협치경기도를 만드는 중요한 축임은 자명하다. 이 축의 협력자이자 버팀목이 되는 것이 바로 경기도 공익활동지원센터의 존재의 이유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는 지금 어디에 서있니?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지난 성과와 2022년 과제-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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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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