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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웹진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한여름이 시작됐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여름은 강력한 무더위를 겪고 있는 나라들이 속출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폭염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데요. 이는 특히 살인적인 폭염이 이어진 유럽에서 평년보다 초과 사망자가 1천 300명 이상 나왔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밝혔다."*라는 통계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원인과 관련해 "극단적 기상을 연구하는 프로젝트인 '세계 기상 원인규명'(WWA)에 참여하는 과학자들은 6월 말에 등장한 북반구 폭염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 요인을 배제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라는 분석을 제시하였는데요. 이와 같은 정황들이 가리키듯, 심각한 기후변화의 위험성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송진원, “WHO ‘유럽서 폭염 관련 초과 사망자 1300명 이상’(종합)”, 연합뉴스, 2026.06.28.(https://www.yna.co.kr/view/AKR20260628044051081)
    **전현진, “유럽서만 1만명 초과 사망자 발생···전례없는 폭염에 전세계가 초비상”, 경향신문, 2026.07.14.(https://www.khan.co.kr/article/202607140748001)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 현상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에서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는 관련 공익활동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바로 여러 기업과 공익 단체와 함께 진행하는 1기업-1단체 공익 파트너십 사업의 일환인 '남양주 옹달샘' 사업입니다. 해당 사업의 취지는 페트병과 같은 플라스틱 일회용기를 남용하는 대신 텀블러를 사용해 물을 마시자는 환경 보호 캠페인인데요. 이를 통해 기후 행동을 실천하고 시민들이 수분 섭취와 함께 무더위 속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활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올해도 진행하는 캠페인에 참여하는 가게 현판식도 진행됐는데요. 보다 자세한 사항은 남양주 옹달샘 사업 소개와 함께 다음 내용에서 같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게 현판식 기념사진 ⓒ에디터 초스코스

     


     

    우선 남양주 옹달샘 사업이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볼까요? 해당 사업은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1기업-1단체 공익 파트너십 사업중 하나로 환경 보호 운동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여기서 언급된 1기업-1단체 공익 파트너십 사업이란 "경기도 내 기업과 단체의 협력적 파트너십을 통한 지역사회 상생발전 도모 및 공익활동 확대와 사회적 가치 확산"을 목표로 한 사업인데요.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였고 올해로 4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20233개 단체-3개 기업, 20245개 단체-5개 기업, 202510개 단체-14개 기업, 올해는 10개 단체-18개 기업으로 늘어나 참여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남양주 옹달샘 사업은 2025년부터 시작했습니다.

    남양주 옹달샘은 일종의 친환경을 위한 공공 급수사업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한데요. , 시민들 누구나 개인 텀블러를 지참하여 협력 가게에 방문하면 무료로 식수를 얻을 수 있어 과도한 플라스틱 용기 소비를 지양해 환경 오염과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데 일조하기 위한 활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작년에 캠페인을 시작한 시점 기준으로 50호점의 협력 사업장을 발굴하는 성과를 이뤄내기도 하였습니다.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사업 방향과 함께 4개의 단체와 기업들이 뜻을 함께 펼치기로 했는데요. 추진 단체로는 공유공존공공을위한연구소, 생생아쿠아와 함께 소우주주식회사가 처음 동참하게 됐고 ()예성아름터는 협력기업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특히 올해는 100호점까지 넓히는 큰 목표를 설정함으로써 많은 시민들에게 무더위를 극복할 수 있는 시원한 물을 제공함과 동시에 탈 플라스틱 활동을 널리 장려하기로 계획하였는데요. 이를 통해 지역 사회가 공존·협력하며 환경, 기후, 건강의 세 요소가 고루 보존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하였습니다. 나아가 환경 포럼, 도시 플로깅, 성과 공유회와 같은 다양한 활동도 지속하기로 하였습니다.

    /옹달샘 사업의 의미를 되새기며 유리병에 담긴 물을 마시는 참여자들의 모습 ⓒ에디터 초스코스

     

    이제 현판식 모습을 함께 살펴볼까요? 현판식은 남양주 지역 내 사업장인 시즌애바다에서 열렸습니다. 현장에는 참여 기업과 단체를 포함한 여러 관계자들이 모여 새로운 협력체의 시작을 축하해 줬습니다. 이번 현판식을 위해 공존공공을위한연구소는 친환경 사업의 정체성을 알리는 폐현수막을 활용한 현판을 제작하였고 소우주주식회사에서는 탈 플라스틱 캠페인에 초점을 두며 재활용 소재인 유리병에 담겨있는 생수를 생산했습니다. 참여자 모두가 이러한 노력을 기념하며 현판을 감상하고 생수를 시음하였습니다.  

    /폐현수막 소재의 현판을 다는 모습 ⓒ에디터 초스코스

    /옹달샘 캠페인 라벨이 부착된 유리병 생수 ⓒ에디터 초스코스

     

    끝으로 현판식은 지역 환경의 지속가능성과 공익사회 형성이라는 큰 사회적 의제를 던지며 마무리됐는데요. 추가적으로 플로깅을 진행하며 깨끗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도 힘을 보탰습니다.

    이후 남양주 옹달샘 사업 주체들과 함께 현판식을 기념하는 행사를 넘어 캠페인의 의미를 돌아보기 위해 질의응답을 진행하였는데요. 특히 환경 보호와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와의 협업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이를 Q&A 형식으로 담아냈습니다.

     


     

    인터뷰 답변의 핵심 의미는 유지하되, 분량과 가독성을 위해 일부 내용과 표현 방식은 편집하였습니다.

     

    Q&A

     

    Q1)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1기업-1단체 공익 파트너십 사업인 남양주 옹달샘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예성아름터: 해당 사업에 전년도부터 참여를 하게 되었어요. 개인 회사를 운영하면서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것과 관련하여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서 동참하게 됐습니다.

    공유공존공공을위한연구소: 춘천에서도 옹달샘 캠페인을 진행하는 단체가 있어요. 이에 모티브를 얻어서 남양주시의 옹달샘 캠페인을 기획하고 싶었는데, 마침 작년부터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와 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올해도 참여하게 됐습니다.

    소우주주식회사: 옹달샘 사업이 추구하는 목표가 탈 플라스틱과 일회용 쓰레기를 줄이자는 것이잖아요. 실은 우리 회사가 창업한 목적도 같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취지에 공감해서 동참하게 됐습니다.

    생생아쿠아: 우리 회사도 (옹달샘처럼) 남양주시에서 물이라는 아이템을 가지고 사업을 하고 있기도 하고, 특히 옹달샘 사업의 의미가 우리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같기 때문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Q2) 향후 시민들이 남양주 옹달샘 사업에 참여하면서 어떤 반응이나 변화를 보이기를 기대하시나요?

    ()예성아름터: 100명 중에 한 명이라도 옹달샘 사업의 뜻을 알 수만 있다면 캠페인이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는 가게가 있고 어떤 회사들의 매개체가 존재한다는 것이 시민 의식을 깨우는 데 굉장히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아요.

    공유공존공공을위한연구소: 시민들이 환경 보존 활동을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모를 때, 텀블러를 들고 혹은 개인 컵을 소장하고 식수를 받을 수 있는 거점에서의 전반적인 경험을 통해 스스로 환경 보호 활동을 실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게끔 만든다면 만족합니다.

    소우주주식회사: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한 60억 병의 일회용 페트병 생수가 소비되는데, 정말 엄청난 양이죠. 그 일회용 페트병은 사실은 재활용도 잘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제가 옹달샘 활동을 지지하는 것처럼 시민 사회에 많이 확산됐으면 좋겠습니다.

    생생아쿠아: 탈 플라스틱만 돼도 우리 환경이 좋아진다는 사실 자체는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겁니다. 문제는 '실천'인데 옹달샘 활동처럼 조그만 실천 하나하나가 행해진다는 자체만으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Q3) 다양한 환경보전 활동 중에서도 탈 플라스틱에 주목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예성아름터: 다큐멘터리에서 생선의 배를 갈랐더니 플라스틱이 나오는 영상을 본 적이 있어요. 이후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품을 줄이는 방법, 자연환경을 해치는 부분들을 현명하게 해결하는 방법 등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이러한 고민들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탈 플라스틱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공유공존공공을위한연구소: 인류가 없어져도 플라스틱은 영원히 남는다고 하잖아요. 우리의 모든 실생활 속에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제품이 완전히 없어지는 건 불가능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이제는 리사이클링, 업사이클링을 넘어 사용과 생산을 줄이는 데 동참하는 활동을 다 같이 진행한다면 환경 오염을 해결하는 데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 주목하게 됐습니다.

    소우주주식회사: 플라스틱이 갖는 문제는 크게 세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엄청나게 많은 쓰레기의 주범이라는 점이고, 둘째는 소재의 특성으로 자원 순환 관점에서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우리나라에서는 재활용 비율(생활계 폐기물)20% 미만으로 추정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는 9% 미만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 셋째는 플라스틱이 조각나서 미세 플라스틱이 된다는 점입니다. 가소제 성분들이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해 우리 몸과 생명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요.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플라스틱을 줄여야 해요. 비록 플라스틱에 너무 익숙하고 편리해져 버렸지만, 이제는 끊어내야 합니다.

    생생아쿠아:저도 동의해요. 탈 플라스틱은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미래 세대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과제이기 때문이죠

     

    /옹달샘 사업 주체들과 관계자들이 모여 토의하는 모습 ⓒ에디터 초스코스

      

    Q4) 향후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와 협업을 이어가는 데 있어 센터에게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예성아름터: 지역에 있는 많은 기업들이 공익 활동에 참여할 수 있고 관련 운동을 함께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중심의 역할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공유공존공공을위한연구소: 그린 워싱의 목적이 아닌 ESG 실천에 진정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을 발굴하고 매칭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소우주주식회사: 탈 플라스틱이란 명제에 대해서는 다들 공감하는 것처럼 보여도 현실에서는 공공기관조차도 실천이 부족하다는 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2021년부터 국무총리 훈령으로 공공기관에서 일회용 페트병 생수를 쓰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말이죠. 공공기관이 자발적으로 플라스틱을 끊어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생생아쿠아: 현실적으로 모든 공공활동을 진행할 때 지원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공익 활동하는 데 있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인적, 물적 요소 등 다방면으로 지원을 활발히 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현장 취재 속 생업을 진행하면서도 바쁜 시간을 쪼개 남양주 옹달샘 사업의 새로운 시작을 함께한 공익활동가들을 보며 근본적으로 왜 우리는 공익 활동에 참여하는가에 대한 의미를 복기해 봤습니다. 에디터에게 있어 공익 활동의 시작은 그리 거창하지 않은 내 글을 통해 우리 이웃 모두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 하는 단순한 명분에서 시작됐는데요. 이후 소소했던 공익 활동의 시작은 수많은 시민들과 함께 같은 꿈을 꾸게 하는 큰 변화를 만들어 내기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오늘 함께한 남양주 옹달샘의 시작도 0에서 출발했지만 50호점을 기록하고 향후 새로운 가게들과 100호점까지 달성하는 기대를 안고 있는 것처럼, 이들이 펼쳐낼 꿈은 대기만성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자리가 만들어진 목적인 탈 플라스틱을 완벽히 이루는 건 여러 이해관계와 필요성에서 불가능한 영역에 속할지도 모르는데요. 하지만 종종 편한 길만을 걷는 것이 어려운 길을 걷는 것보다 가치 있는 경우가 아닐 때도 있듯이 남양주 옹달샘의 생명체와 이들의 보금자리인 지구를 지키기 위한 의지는 단순한 캠페인을 넘은 하나의 소중한 무형자산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은 빗방울은 서로 모여 강이 되고 결국 거대한 바다를 이룹니다. 이처럼 옹달샘이 주는 텀블러 한 잔의 물은 작을 수 있지만, 시민들의 탈 플라스틱이라는 노력들이 모여 환경 보호라는 거대한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마치 물의 시작과 끝이 순환하는 것처럼 우리와 미래 세대의 지속 가능한 삶으로 다시금 돌아올 것입니다. 너무 뜨겁게 달궈지는 지구와 생사를 위협하는 폭염.

    올해 여름은 여러분도 옹달샘 가게를 방문해 나와 지구의 무더위를 날릴 건강한 물을 마시며 함께 외쳐보시는 건 어떨까요?

    내 더위 사가라!”

     

    1기업-1단체 공익 파트너십 : 시작된 한여름, 남양주 옹달샘에서 무더위 날려보내세요!
    초스코스

    조회수 64

    2026-07-24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공익활동은 대개 누군가를 향해 나아갑니다.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더 나은 마을을 바라는 주민에게,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에 마음과 시간, 노력을 기꺼이 내어주는 일이 공익활동입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를 위해 오래 애써온 사람들은 어디에서 쉬어갈 수 있을까요? 공익활동하는 이들의 마음을 챙기면서 힐링할 방법은 없는 걸까요?

    지난 78, 군포시 자원봉사센터 4층 교육장에서는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만한 시간이 마련되었습니다. 2026년 군포시 공익활동단체 협력사업으로 진행된 희망을 싣고 나는 새, 솟대 만들기프로그램입니다. 행복한 인두화 그림동호회가 재능나눔으로 준비한 이날 활동은 지속적으로 지역에서 봉사해 온 개인 및 단체 공익활동가를 위한 체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날의 주인공은 오랜 시간 지역을 위해 손을 보태온 공익활동가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이끈 사람은 행복한 인두화 그림동호회의 유호현 작가님이었습니다. 행복한 인두화 그림동호회는 약 10명의 회원이 함께하는 생활문화 공동체로, 전통문화의 의미를 지역사회에 알리는 공익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특히 유호현 작가님은 자신이 쌓아온 목공, 인두화, 서각, 솟대 작품을 작업한 경험을 바탕으로 참가자들에게 전통문화의 의미와 손작업의 즐거움을 나누고 있습니다. 경기이룸학교, 지역 아동센터 등에서도 문화체험재능 기부를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이 전통예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회의 장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고 있기도 합니다.

    문화가 공익활동의 영역에 포함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드실 수도 있을텐데요. 공익활동은 물질적인 것을 제공하거나 물리적인 도움을 주는 것으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경험과 기회, 심리적·문화적 지원을 하는 것 역시 공익활동의 중요한 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행복한 인두화 그림동호회와 유호현 작가님은 이 분야의 공익활동을 오랫동안 기획하고 실행하면서 공익활동의 확산을 돕고 있답니다.

     

    /교육장에 전시된 인두화 작품들과 솟대를 활용한 작품들 ⓒ에디터 옐로 구피

    /수업 시작 전, 공익활동가들을 위한 솟대 만들기 체험 재료들을 점검하고 있는 유호현 작가님과 행복한 인두화 그림동호회 회원들 ⓒ에디터 옐로 구피

     

    교육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멋진 인두화 작품, 솟대와 인두화를 접목한 작품들이었습니다. 공익활동가들은 본격적으로 솟대 만들기 체험을 하기에 앞서, 행복한 인두화 동호회 회원들이 만든 작품을 미리 보면서 앞으로 할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가득 채웠습니다. 물론 이날의 체험을 위한 재료도 가지런히 준비되어 있었답니다.

     

    /솟대 만들기의 의의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 유호현 작가님 ⓒ에디터 옐로 구피

     

    이날 체험은 총 2회차로 구성되었는데요. 유호현 작가님은 2회차의 수업을 진행하면서도 전혀 지친 기색 없이 활기차게 수업을 이어 나갔습니다. 유호현 작가님은 본격적인 만들기를 시작하기 전에, 고생한 공익활동가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왜 솟대만들기를 준비했는지 그 취지를 설명해 주셨습니다.

    솟대는 오래전부터 우리 역사의 일부였습니다. 자그마치 삼한 시대에 소도(蘇塗)라는 마을의 경계를 표시하는 데에 솟대가 활용되었다고 합니다. 그 역할에서 확장되어서 마을의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솟대는 말 그대로 솟아 있는 형태로, 희망과 꿈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본래 우리나라에 풍요, 다산, 성공을 바라는 마음에서 놓아둔 마을 공동체의 상징물과 같은 것이 바로 솟대였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자취를 감추었고, 일부는 인테리어용으로 작게 만들어 집안에 두는 형태로 바뀌어 왔답니다.”

    유호현 작가님의 설명을 듣다 보니, 눈앞의 얇은 나뭇가지와 자그마한 나무 새가 조금 다르게 보였습니다. 마을의 평안, 가족의 행복, 나 자신의 소망이 함께 담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체험에 참가하는 공익활동가들의 마음도 조금 더 편안해지는 듯 보였습니다.

     

    /솟대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면서 시범을 보이는 유호현 작가님 ⓒ에디터 옐로 구피

    /솟대 만드는 방법을 설명해 주고 있는 유호현 작가님 ⓒ에디터 옐로 구피

     

    유호현 작가님은 재료 하나하나를 자세히 설명해 주시면서 솟대 만들기 수업을 끌어 나갔습니다. 공익활동가들이 설명을 들으면서 차근차근 손끝에 집중력을 담아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솟대를 만들면서 힐링하고 있는 공익활동가들 ⓒ에디터 옐로 구피

     

    공익활동가들은 각자 나무 받침을 고르고, 작은 가지를 살피고, 새 모양의 조각을 하나씩 맞추어 보았습니다. 일견 단순해 보이는 과정이었지만, 완성될 솟대를 머릿속에 그리면서 균형과 방향을 잘 살피는 섬세한 작업이었습니다. 모두 같은 작업물을 만들고 있었지만, 가지의 길이와 휘어진 모양에 따라 새의 느낌이 달라졌고 받침 위에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작품 전체의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손작업은 빠르게 결과를 내는 일은 아니죠. 나무의 결을 살피고 가지의 방향을 보고, 작은 조각을 맞추며 천천히 완성해 나가는 일입니다. 이것은 유호현 작가님과 행복한 인두화 그림동호회가 오랫동안 이어온 작업 태도와도 닮아있었습니다. 인두화는 나무 위에 선을 빠르게 그려 내는 작업이 아니라, 뜨거운 인두로 나무를 조금씩 태우며 그림과 글씨를 새기는 작업입니다. 서각 역시 나무를 깎고 다듬으며 마음을 새기는 일이죠. 결국 이들이 전한 것은 단순히 솟대 제작법만이 아니라, 나무를 대하는 태도, 손으로 무언가를 완성하는 시간의 가치, 그리고 그 결과를 다른 사람과 나누는 마음이었습니다.

    /각자 만든 솟대를 감상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공익활동가들 ⓒ에디터 옐로 구피

     

    솟대를 만들면서, 공익활동가들은 처음에는 이게 맞나?’하는 표정으로 재료를 만지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자신의 작품에 몰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는 옆 사람의 작품을 바라보며 아이디어를 얻고, 누군가는 자신의 새가 어느 쪽을 바라보면 좋을지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만드는 사람마다 다른 바람과 감각이 담기면서 조금씩 각자의 솟대가 완성되어 갔습니다. 작품이 완성된 다음에는 서로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서로의 활동에 관한 담소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완성된 솟대들을 바라보며 한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날 만들어진 것은 작품만이 아니었습니다. 봉사자들이 자신을 돌보는 시간, 지역의 재능이 다른 봉사자를 응원하는 시간, 전통문화가 오늘의 공익활동과 만나는 시간이 함께 만들어졌습니다. 솟대가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던 상징이었다면, 이날의 솟대는 공익활동가들의 마음에 세워진 작은 응원의 표식처럼 보였습니다.

     


     

    이날 활동이 특별했던 이유는 솟대가 지닌 의미가 공익활동가의 삶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기 때문입니다. 공익활동가는 자신의 시간을 내어 누군가의 어려움을 덜고, 지역의 빈틈을 메우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동체를 지탱합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이웃과 나누고, 내가 가진 시간을 공동체를 위해 할애하고 누군가의 수고를 보며 응원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전하고 있는 것이죠.

    마을의 안녕을 빌던 솟대처럼, 공익활동가 역시 지역사회의 평안과 회복을 위해 묵묵히 서 있는 이들,
    이들이 바로 공익활동가들입니다.

      

    /행복한 인두화 그림동호회 활동 모습 ⓒ에디터 옐로 구피

     

    공익활동가의 마음에 휴식을 선물하다 : 2026 재능나눔 힐링 공예체험 ‘희망을 싣고 나는 솟대 만들기'
    옐로 구피

    조회수 69

    2026-07-24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학교와 마을을 잇다경기마을교육공동체, 31개 시군 연대로 새로운 출발

     

    /경기도 31개 시군 연대 경기마을교육공동체가 711일 공식 출범했다 ⓒ에디터 다참

     

    저출생, 학교 통폐합, 지역 소멸, AI시대. 급변하는 교육 환경 속에서 학교 교육만으로는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다시 경기도 곳곳의 마을을 연결했다.

    코로나19 이후 사실상 멈췄던 경기도 마을교육 네트워크가 31개 시군을 아우르는 경기마을교육공동체로 다시 출범했다. 학교와 마을, 행정과 시민이 함께 교육을 책임지는 새로운 교육자치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711일 화성시 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열린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출범식에는 교육활동가와 교사, 학생, 학부모, 정치권, 교육청 관계자들이 참석해 교육자치 플랫폼의 새로운 출발을 함께했다.

    /31개 시군 지부는 각자의 마을교육 영역에서 홍보 피케팅을 준비해 와 알리고 있다. ⓒ에디터 다참

     


     

    멈췄던 연대, 다시 하나로경기도 31개 시군 광역교육네트워크 출범

     

    이번 출범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었다.

    이는 구명옥 추진위원장이 소개한 경기마을교육공동체가 출범하기까지의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경기마을교육공동체협의회가 활동했지만, 이후 중단됐다라며, “그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활동가들이 다시 힘을 모아 광역 네트워크를 준비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63월 경기마을교육공동체가 공식 출범한 이후 14개 분과를 중심으로 활동했고, 지금은 경기도 31개 시군으로 조직을 확대했다라며, “오늘 창립총회는 그동안 준비해 온 결실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마을교육공동체는 그동안 정책 협약과 교육정책 제안, 회원 조직 정비, 네트워크대회 개최 등을 추진하며 광역 조직의 기반을 다져왔다.

     

    /이영식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초대 이사장이 출범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에디터 다참

     

     

    더 큰 조직보다 더 단단한 교육공동체를 만들겠습니다

     

    출범식 직전 대의원총회에서 선출된 이영식 초대 이사장은 “31개 시군이 함께하는 광역 네트워크가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을 수없이 들었고, 누군가는 제 생각을 망상이라고도 했지만, 오늘 이 자리는 기적처럼 만들어졌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풀뿌리 교육운동을 넘어 교육자치 플랫폼으로 사람을 잇고, 마을을 잇고, 미래를 잇는 새로운 역사를 31개 시군이 함께 만들어 가겠다라고 선언했다.

    경기도 31개 시군 전체를 하나의 학습공동체로 연결해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가 교육의 주체가 되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다.

    이영식 이사장은 지역을 돌며 가장 많이 들은 말은 함께할 사람이 줄어 들었다’, ‘모일 공간이 없다’, ‘혼자 버텨 왔다라는 이야기였다라며, “마을교육 활동가들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사업이 아니라 언제든 다시 찾아갈 수 있는 공동체와 함께 기댈 수 있는 동료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조직이 아니라 가치의 연결이라며, “학교와 마을, 교육청과 지방정부, 대학과 기업, 주민과 시민이 함께하는 교육자치 플랫폼으로 성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더 큰 조직이 아닌 서로 기대고 도와 줄 수 있는 더 단단한 공동체를 지향하겠다는 의미이며, 교육이 지역을 살리고 지역이 다시 교육을 살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다짐이었다.

     

     

    학교와 마을의 벽을 허물겠습니다

     

    교육청의 역할도 분명했다. 마을교육 활동가들이 지역에서 교육을 실천할 수 있도록 행정의 문턱을 낮추고, 학교와 지방정부를 연결하는 지원 체계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은 마을교육공동체를 벽 깨기 교육의 연장선으로 소개했다.

    안 교육감은 학교와 지역, 교육청과 시청의 벽을 허무는 것이 우리 교육을 살리는 방법이라고 20년 넘게 이야기해 왔다라며 마을교육공동체 시즌2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즌2의 핵심 과제로 31개 시군 전체가 참여하는 조직 읽기(R)·문화예술(A)·스포츠(S)를 중심으로 한 ‘RAS 교육교육청과 지방정부가 함께하는 협력체계를 제시했다.

    이어 학교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라며, “시설이 필요하면 시설을 지원하고, 예산이 필요하면 예산을 지원해 마을교육공동체가 날개를 달 수 있도록 돕겠다라고 밝혔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이 마을교육공동체 시즌2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에디터 다참

     

     

    마을이 우리들의 교실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날 무대의 주인공은 마을교육 활동가들만이 아니었다. 학생과 학부모의 목소리는 마을교육이 정책을 넘어 일상 속 교육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안성 공도초등학교 4학년 박지후 학생은 예전에는 학교 안에서만 배우는 것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마을 곳곳이 교실이 된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라며, “어린이들의 꿈이 마을 안에서 더 크게 자랄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달라고 제안했다.

    /김아리 학생과 이슬기 학부모가 마을교육의 필요성을 제안하고 있다. ⓒ에디터 다참

     

    김포 양곡고등학교 2학년 김아리 학생도 학교와 학원만 오가던 마을이 이제는 배움과 놀이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설렜다라며 마을 어른들과 함께 새로운 시도를 해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학부모 이슬기 씨는 학부모는 단순한 교육의 소비자가 아니라 마을의 자원이 아이들에게 잘 연결되도록 돕는 조력자가 되고 싶다라며 학교 담장을 넘어 교육의 동반자로 함께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학교도 문을 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현장에서 마을학교를 운영해 온 김봉수 남창초등학교 교장은 학교와 마을의 협력이 가져온 변화를 소개했다.

    그는 마을은 열심히 노력했지만 학교가 함께하지 못해 허공의 메아리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학교장과 마을학교장을 함께 맡으면서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졌다라며, “학교도 문을 열 준비가 되어 있다. 앞으로 시즌2에서는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명옥 추진위원장이 경기마을교육공동체가 추진해야 할 6대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에디터 다참

     


     

    지속가능한 교육생태계 구축을 위한 6대 과제

     

    이날 출범식에서는 경기마을교육공동체가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도 발표됐다.

    구명옥 추진위원장은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 조례 제정 추진 마을교육공동체 기본법 제정 추진 경기도 31개 시군 거점 마을학교 운영 마을교육공동체지원센터와 마을교육대학 설립 추진 및 마을교육사 양성 주민 참여형 교육자치 실현 돌봄과 배움이 연결되는 지역 교육공동체 구축 등 여섯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현장의 실천에 머무르지 않고 정책과 제도를 함께 만들겠다라며, “혼자서는 만들 수 없는 변화도 함께라면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출범식은 단순히 새로운 단체의 시작을 알리는 자리가 아니었다. 학교와 마을이 따로 존재하던 교육에서 벗어나 지역 전체가 아이들의 배움을 책임지는 새로운 교육자치 모델을 함께 선언한 자리였다.

    그리고 이날 제시한 경기마을교육공동체가 풀어가야 할 숙제는 결코 녹록지 않아 보인다. 구명옥 추진위원장의 말처럼 현장의 실천을 반드시 법적·제도적으로 연결해야 가능할 것이다.

    앞으로 경기마을교육공동체가 31개 시군을 연결하는 광역 네트워크를 넘어 교육정책을 제안하고 현장을 잇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학교와 마을을 잇다 : 경기마을교육공동체, 31개 시군 연대로 새로운 출발
    다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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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23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AN전도시에 SAN' 시민추진위원회 전체회의 안내 포스터. ⓒ4.16안산시민연대

     

    2026713일 월요일 오후,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교육장에는 시민추진위원회 위원들이 모여 앉았다. 'AN전도시에 SAN' 시민추진위원회 전체회의였다. 이날 가장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은 순서는 특별강연이었다. 강연 제목은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이후,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강사로는 국회생명안전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용혜인 국회의원이 나섰다.

    올해 57, 생명안전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2014년으로부터 꼭 12년이 흐른 시점이었다. 이 글은 그날 강연에서 짚어준 법의 핵심 내용을 바탕으로, 에디터가 현장에서 느낀 것들을 함께 담아 정리한 기록이다.

    솔직히 말하면, 강연을 들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안도감보다는 무게감이었다. 법이 만들어졌다는 소식은 반가웠지만, "이제 다 됐다"는 홀가분함은 어디에도 없었다. 오히려 앞으로 채워야 할 것들이 더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재난안전기본법에는 '피해자'가 없었다

     

    생명안전기본법이 만들어지기 전, 우리나라에서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 가장 먼저 작동하던 법은 재난안전기본법이었다. 그런데 이 법에는 애초에 '피해자'라는 규정 자체가 없었다고 한다. 국가가 재난을 어떻게 대응하고 관리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짜인 법이다 보니, 국가와 각 부처가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만 규정하고 있을 뿐 피해자의 관점은 반영돼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 결과 국가는 자체적인 조사와 수습만 진행했을 뿐, 피해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조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대형 참사의 피해자들은 회복과 치유의 과정을 거치기는커녕 삭발을 하고 단식을 하고 거리에서 한겨울 혹한에 잠을 자야 했다. 심지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이 '반정부 세력'으로 매도되는 일까지 있었다.

    이 대목에서 에디터로서 여러 장면이 떠올랐다. 뉴스로 스치듯 봤던 유가족들의 모습, 삭발식, 단식 농성. 그때는 그저 안타까운 뉴스 한 줄이었는데, 그것이 '법에 피해자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구조적인 이유에서 비롯됐다는 걸 이번 강연을 통해 처음으로 또렷하게 이해하게 됐다. 개인의 슬픔이 아니라 제도의 공백이었다는 사실이 새삼 무겁게 다가왔다.

     


     

    생명안전기본법이 갖는 네 가지 의미

    /'생명안전기본법, 네 가지 의미' 슬라이드를 배경으로 강연이 진행되는 모습. 에디터 안산사라

     

    이날 강연에서는 생명안전기본법이 갖는 의미를 크게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국민의 안전권을 법률로 명시함으로써 헌법적 기본권을 확장했다는 점.

    둘째, 그동안 흩어져 있던 재난안전 관련 법체계의 상위에 서는 기본법이 만들어졌다는 점.

    셋째, 참사 때마다 반복해서 제기됐던 예방 미흡·부실 조사·피해자 방치라는 문제를 해소할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

    넷째,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조사를 실질화하고 상설화했다는 점. 강연에서는 이 네 번째 대목을 "법의 심장 같은 부분"이라고 표현했다.

    네 가지를 순서대로 듣다 보니, 결국 이 법의 뼈대는 '권리''체계''반복 방지''독립성', 이 네 단어로 요약되는 것 같았다. 법 조문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 네 가지로 정리해 들으니 왜 이 법이 필요했는지가 한결 선명해졌다.

     

    1. 헌법적 기본법의 확장 - 안전을 '권리'

    생명안전기본법 4조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인종, 세대, 지역,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등에 관계없이, 일상생활과 노동현장 등에서 안전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받고 안전하게 살 권리를 가진다." 안전이 권리로써 명문화된 것이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는 이 조항의 주어를 두고 논쟁도 있었다고 한다. '국민'이 아니라 '사람'으로 규정해야 실질적이라는 반대 의견이 있었고, 결국 이번 법에서는 '국민'으로 정리됐다. 대신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지 않도록 하는 조항이 별도로 담겼다.

    이 부분을 들으며 에디터로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태원 참사와 화성 아리셀 참사에서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겪었던 차별적 대응을 이미 우리는 목격한 바 있다. '모든 국민'에서 '모든 사람'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지 못한 것은, 이 법이 아직 완성형이 아니라 계속 자라야 할 법이라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이 권리는 피해자에게는 더욱 구체적으로 확장된다. 신속하게 구조받을 권리, 예방부터 복구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고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 차별받지 않고 2차 피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시신을 인도적으로 인계받을 권리, 생활·의료·심리 지원을 받을 권리, 조사에 참여할 권리, 그리고 기억하고 추모할 권리. 그동안 피해자들이 스스로 짊어져야 했던 부담감을 이제는 국가가 보장해야 할 권리로 바꿔놓은 것이다.

     

    2. 상위 기본법 제정 - 흩어진 법체계의 뼈대를 세우다

    두 번째 의미인 '법체계의 상위 기본법', 그동안 재난안전 관련 법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지만 이를 하나로 꿸 설계도가 없었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생명안전기본법은 바로 그 설계도 역할을 하는 가장 기본적인 법이다.

    이 뼈대를 실제로 움직이는 장치로는 대통령 소속의 국민생명안전위원회, 그리고 5년마다 국가가 수립해야 하는 생명안전종합계획이 소개됐다. 안전 정책 전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두는 동시에, 흩어져 있던 정책과 예산, 교육을 하나로 모아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3. 반복된 문제를 풀 근거 안전영향평가와 알 권리

     

    /강연을 경청하는 시민추진위원회 위원들의 모습. 두 대의 스크린에 각각 강연 슬라이드가 띄워져 있다. 에디터 안산사라

     

    세 번째 의미인 '반복되는 문제 해소'는 크게 두 가지 제도로 구체화된다.

    하나는 안전영향평가다. 정부와 지자체가 새로운 법령이나 정책·사업을 추진할 때, 그것이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분석·평가하도록 하는 제도다. 새로운 규제를 풀거나 사업을 벌일 때 안전이 뒷전으로 밀리지 않도록 하는 예방장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하나는 피해자의 알 권리 보장이다. 앞으로 피해자들은 조사 결과와 판결문, 사고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 유해 물질 정보까지 요청할 수 있고, 요청받은 국가나 기업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반드시 응해야 한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성분 정보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감춰졌던 일,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둘러싼 문서 목록 하나 공개되기까지 12년이 걸렸던 일이 그 배경으로 언급됐다.

    이 대목을 들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보를 '요청해서 받아내는 것''당연히 받는 것' 사이에는 결과만 놓고 보면 큰 차이가 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사이에는 피해자가 감당해야 했던 시간과 싸움의 무게가 있다. 이 법이 그 무게를 조금이나마 국가 쪽으로 옮겨놓았다는 점에서, 작아 보이지만 결코 작지 않은 변화라고 느꼈다.

     

    4. 독립조사기구, 법의 '심장'

    네 번째 의미인 독립조사의 실질화·상설화는 국무총리 산하 국가안전사고조사위원회 설치로 구체화됐다. 사고 조사, 정책 개선 권고, 그리고 권고 이행 여부 점검까지 이 위원회가 맡는다.

    조사기구를 상설화하고 민간 출신 상임위원을 확보하는 것이 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가장 첨예했던 쟁점이었다고 한다.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그때그때 조사위원회를 새로 꾸리면, 매번 처음부터 사람을 모으고 자료를 다시 모으느라 조사가 지연되고, 결국 조사위원의 전문성과 연속성이 이어지지 않아 '셀프 조사' 비판이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그동안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겪었던 한계였다.

    여기에 더해 조사가 끝난 뒤 권고사항이 실제로 이행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조항도 새로 담겼다. 어렵게 조사하고 권고안을 만들어도 이행 여부를 아무도 확인하지 않으면 그 노력과 시간이 무의미해진다는 문제의식에서다.

    또 하나 눈에 띈 조항은 지역과 추모, 공동체 회복에 관한 내용이다. 추모시설 조성이나 기록 사업 등을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하도록 명시한 것인데, 그동안 정부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회복'이라는 영역이 국가의 의무로 들어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느꼈다.

     


     

    12, 발의와 폐기를 거듭한 시간

     

    법이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들은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심사조차 받아보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 다시 공동발의로 힘을 모았지만, 이번에도 국회 안에서 순탄하게 논의가 진전되지는 못했다고 한다.

    결국 국회 안에서 스스로 길을 연 것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 12주기를 앞두고 유가족과 시민들이 다시 목소리를 낸 것이 계기가 되어 429일 법안소위를 통과하고 57일 본회의에서 최종 가결됐다.

    12년이라는 시간은 강연에서 "한 아이가 태어나 초등학교 5, 6학년이 될 만큼의 시간"이라고 표현됐다. 이 표현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법 하나가 만들어지는 데 아이가 그만큼 자랄 시간이 걸렸다는 것, 그리고 그 긴 시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버텨온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 이번 법 통과로 유가족분들이 조금은 위안을 받으셨을 거라 생각하지만, 동시에 그 위안이 12년의 기다림에 비하면 너무 늦게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법 통과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시행령을 채우고, 법을 키워가는 일'이라는 제목의 슬라이드. 시행령 제정, 안전약자 확대, 통합 컨트롤타워라는 세 가지 남은 과제가 정리되어 있다. 에디터 안산사라

     

    법이 통과된 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말이 강연 내내 반복됐다. 실제로 남은 과제는 적지 않다.

    첫째는 시행령 제정이다. 피해자의 범위, 조사위원회 구성, 안전사고의 정의처럼 법의 실제 알맹이를 결정할 핵심 내용들이 대통령령에 위임돼 있다. 방향에 대한 의견은 주고받았지만, 실제 시행령이 어떻게 나올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둘째는 안전약자의 범위 확대다. 청소년이나 미등록 외국인처럼 더 취약한 사람들까지 폭넓게 포괄하는 방향으로 시행령이 다듬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셋째는 통합 컨트롤타워 문제다. 분산된 재난 조사를 한데 모아 결과와 사후 대책까지 통으로 점검하는 역할을 이번 법에 담고 싶었지만, 다른 부처들의 반발로 온전히 반영되지 못했고 앞으로의 개정 과제로 남았다고 한다.

    이 부분을 들으며 오히려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법이 모든 것을 한 번에 완벽하게 담아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강연자 스스로 숨기지 않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12년 만에 어렵게 만든 법이니만큼 앞으로 더 탄탄하게 다듬어가야 한다는 과제가, 오히려 이 법이 살아있는 법이라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무대는 이제 지역, 안산이 먼저다

     

    법은 국가 전체를 규율하는 법이지만,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작동하려면 지역의 조례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리고 그 무대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지역으로 안산이 꼽혔다.

    사업을 추진할 때 피해자와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의무화하는 조항이 담겼다. 곧 조성될 4·16생명안전공원, 그리고 안전도시 시민추진위원회가 앞으로 만들어갈 추모·회복 사업들이 이 법의 지원 안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안산시 실정에 맞는 조례를 연구해 제정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이어졌다.

    법과 조례가 있어도 이를 운영할 주체가 없으면 그저 종이에 적힌 글씨에 불과하다는 말도 나왔다. 지역에서 안전 거버넌스를 세우고 시민들의 안전 역량을 키우는 일이 중요한 과제이며, 안산에서는 이미 시민추진위원회가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 대목에서 에디터로서 드는 생각은 이렇다. 법과 시행령은 국회와 정부의 몫이지만, 그 법을 지역에서 실제로 살아 숨 쉬게 만드는 일은 결국 우리 몫이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더해져 이 법이 세상에 나온 만큼, 안산에서 먼저 이 법이 잘 시행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이 든다.

     


     

    질의응답 시행령 일정과 예산, 그리고 남은 쟁점

     

    /강연을 마친 강연자가 질의응답 시간, 스크린에 띄운 세월호 유가족들의 사진을 짚어가며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에디터 안산사라

     

    강연 이후 참석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시행령은 언제쯤 완성되나. 시행령 제정 기한을 정한 조항이 있는지, 언제쯤 완성된 법이 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법이 지난 5월 공포되었고 심사 과정에서 시행령의 방향까지 함께 논의했지만 강연 시점까지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나온 시행령안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조사위원회 구성에 시민사회 몫이 있나. 특정 참사를 다루는 한시적 조사기구라면 피해자 대표 추천 몫을 두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조사기구는 상설로 운영되는 성격이라 추천 대상을 특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었다. 다만 재난안전 분야에서 활동해온 시민사회와 유가족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인물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예산은 충분히 확보될 수 있나. 상설 조사기구 운영에 필요한 예산은 일반회계에서 편성되는 것이라 확보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본다는 답이 나왔다. 유가족과 시민사회가 세월호 참사 12주기 이전 제정을 요청했던 이유 중 하나도 각 부처의 예산 편성 시점과 맞물려 있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중대재해처벌법과의 관계는.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이미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생명안전기본법이 어떻게 함께 작동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사례를 짚어가며 추가 설명이 이어졌다.

    질문들을 듣고 있자니, 이 자리에 모인 분들이 단순히 강연을 '듣는' 입장이 아니라 이미 이 법을 '어떻게 써먹을지'를 고민하는 입장이라는 게 느껴졌다. 시행령, 예산, 안전약자 범위처럼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질문들이 이어졌다는 것 자체가, 안산이 이 법을 그저 뉴스로 흘려보내지 않고 있다는 증거로 보였다.

     


     

    나오며 에디터의 생각

     

    강연을 들으며 내내 든 생각은, 12년 만에 만들어진 법인 만큼 앞으로 잘 만들어지고 잘 시행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번 법 제정으로 유가족분들은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으셨을 테지만, 정작 시행령을 채우고 지역 조례로 구체화하는,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가 더 크게 남아 있다는 느낌이 강연 내내 떠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오랜 시간을 들여 겨우 결실을 맺은 법인 만큼, 앞으로는 더 탄탄한 법으로 자라나기를 바란다. 이 법이 통과되기까지 유가족과 시민사회, 그리고 국회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더해졌다는 것을 이번 강연을 통해 새삼 확인할 수 있었고, 그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안산에서 먼저 이 법이 잘 시행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법은 국회가 만들었지만, 그 법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일은 결국 지역에서, 우리 손으로 해나가야 할 몫이다. 이번 시민추진위원회 전체회의가 그 시작점이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맺는다.

     
     
    세월호 12년, '생명안전기본법'이 열어젖힌 시간 : 안산이 이어가야 할 이야기
    안산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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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21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담벼락을 넘는 일요일

    /ⓒ에디터 윤작가

     

    나는 '월담'이라는 이름을 그저 예쁜 은유쯤으로 생각했다. 담을 넘는다, 라니. 시적이라고만 여겼다. 그런데 그 이름의 내력을 알고 나면 은유는 사라지고 구체적인 얼굴이 남는다.

    반월시화공단노동조합 월담은 2013, '반월시화공단 노동자 권리찾기 모임'이라는 긴 이름으로 시작했다. 모임이 노동조합이라는 이름을 정식으로 얻은 건 202110월이다. 8년이 걸렸다. 그 사이 이름은 짧아졌지만 무게는 더 무거워졌다. 담을 넘는다는 건, 공장과 공단 사이에 놓인 담벼락 하나를 넘는다는 뜻이면서 동시에 개별 사업장이라는 좁은 울타리를 넘어 지역의 노동자들이 함께 서겠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반월·시화공단은 자동차 부품과 휴대전화 부품을 만드는 작은 공장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동네다. 전국에서 불법 파견과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 축에 속하는 곳이기도 하다. 노동자는 많은데 목소리는 작다. 사업장이 작을수록 노조를 만들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월담은 그 작음을 이유로 아무도 지켜주지 않던 자리에 들어가, 5인 미만 사업장 차별 철폐를 외치고, ·하청의 사슬을 공론화하고, 안산과 시흥에 사는 노동자라면 누구든 들어올 수 있는 노동권 공부 모임을 꾸려왔다. 임금 협상만 하는 조직이 아니라, 인권이 지켜지는 동네를 만들겠다는 조직이라는 말은 그래서 과장이 아니다.

    /ⓒ에디터 윤작가

     

    -. 일요일에만 열리는 문

    안산역 동측 공영주차장, 월담노조 사무실 안이었다. 그 안에 새로운 문 하나가 생겼다. 안산시흥이주노동자상담소, 2026517일에 문을 연 곳이다.

    안산과 시흥에는 16만 명이 넘는 이주민이 산다. 반월·시화공단은 이들의 노동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구조다. 그런데도 많은 이주노동자는 언어 장벽과 불안정한 비자, 정보 부족 속에서 인권을 침해당한다. 실제로 공단 노동자의 55.74%가 인권 침해를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상담소는 이 숫자를 뒤에 두고 만들어진 공간이다.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월담노조, 이주노조, 경기이주평등연대가 뜻을 모았다.

    이 상담소가 다정한 이유는 문을 여는 시간에 있다. 평일 오후에는 아무도 올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매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만 문을 연다. 그 세 시간 안에 노무사가 임금 체불과 산업재해와 부당해고를 상담하고, 변호사가 민형사상의 어려움을 듣고, 행정사가 체류 자격과 비자 문제를 함께 들여다본다. 홍보물은 14개 언어로 만들어졌다. 서울예대 노학연대모임 '불나비'의 학생들과 지역 시민들이 자원 활동가로 앉아 상담 기록을 돕는다. 거창한 말이 필요 없는 구조다. 그저 문을 열어놓고, 올 수 있는 시간에,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기다리는 것. 다정함도 이렇게 시스템으로 설계될 수 있다는 걸 나는 그 문 앞에서 새삼 생각했다.

    /ⓒ에디터 윤작가

     

    -. 광장의 손팻말들

    2026517, 상담소 개소식보다 먼저, 광장에서는 집회가 있었다.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 주최한 migrant workers' rally였다.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보장하라, 강제노동을 철폐하라, 노동권을 보장하라는 요구가 마이크를 타고 광장에 퍼졌다.

    각국의 노동자들이 돌아가며 연대사를 했다. 발음은 저마다 달랐지만 문장의 결은 비슷했다. 어떤 이의 손에는 사진이 들려 있었다. 오물이 넘치는 이동식 화장실, 안전 장비없이 일하는 작업환경, 창문도 없는 비닐하우스 기숙사 방 사진이었다. 이동식 화장싱의 오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사람도 있었다. 손팻말의 문장은 짧았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사업장 변경 자유 보장." 짧아서 오히려 무거운 문장들이었다.

    /ⓒ에디터 윤작가

     

    이 요구가 왜 이렇게 절박한지는, 상담소가 다뤘던 사례 하나를 알면 이해가 빨라진다. 개소식 후 바로 이루어진 첫 상담은 한 캄보디아 노동자가 회사 기숙사로 배달된 법원 서류를 제때 전달받지 못했다. 서류는 한국어로만 쓰여 있었다. 내용을 알 수 없으니 정식 재판을 청구할 기회조차 놓쳤고, 하마터면 강제 출국 위기까지 갈 뻔했다. 상담소는 정식재판 청구권을 되살리는 절차를 도왔다. 월담노조와 상담소는 이 문제를 개인의 불운으로 남겨두지 않고, 대법원 앞 기자회견을 통해 '약식명령서 모국어 번역 의무화'를 요구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광장의 손팻말과 상담소의 서류 한 장은, 알고 보면 같은 싸움의 다른 얼굴이었다.

    /ⓒ에디터 윤작가

     

    -. 담을 넘은 후에

    리본을 당기는 순간의 박수는 크지 않았다. 대단한 세리머니도 없었다. 그러나 그 작은 문 너머에 노무사와 변호사와 행정사가 앉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누군가에게는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안도감이었을 것이다.

    /ⓒ에디터 윤작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손팻말의 문장들과 숫자들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55.74퍼센트, 16만 명, 14개 언어, 일요일 오후 세 시간. 숫자는 차갑지만, 그 뒤에 놓인 얼굴들은 뜨거웠다. 월담(越牆)이라는 이름의 노조는 이제 공장 담벼락뿐 아니라 언어의 담, 제도의 담, 무관심의 담까지 넘으려 하고 있다.

    거리는 다시 평소의 얼굴로 돌아갔다. 베트남 식당에서는 여전히 고수 냄새가 났고, 사람들은 각자의 걸음으로 흩어졌다. 그러나 안산역 동측 공영주차장 한켠, 상담소의 불은 다음 일요일에도 켜질 것이다. 조합원으로, 후원인으로, 통역 서포터즈로 이 담을 함께 넘을 사람이 있다면 그 불은 더 오래 켜져 있을 것이다. 담을 넘는 일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으니까.

    /ⓒ에디터 윤작가

     



     

    월담노조와 이주노동자상담소는 차별의 벽 때문에 움츠러들었던 노동자들이 다시 어깨를 펴고 존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작은 씨앗입니다. 일요일 오후, 안산역을 지나다 마주치는 이 따뜻한 공간에 여러분의 응원 한 자락을 더해 주시길 바랍니다.

     

    안산시흥 이주노동자 상담소

     

    1. 문턱을 낮춘 일요일상담소

    평일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매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운영됩니다. 안산역 동측 공영주차장 내에 위치하여 접근성이 매우 높습니다.

     

    2. 전문가들의 무료 전문 상담소

    단순한 조언을 넘어 실질적인 권리 구제를 위해 전문가들이 직접 나섭니다.

    * 노동 상담: 임금 체불, 산업 재해, 부당 해고 등 (노무사)

    * 생활 법률 상담: ·형사상 법률적 어려움 (변호사)

    * 비자(체류) 상담: 체류 자격 및 비자 문제 (행정사)

     

    3. 다국어 지원 및 자원 활동처

    14개국어로 된 홍보물을 제작하여 이주 커뮤니티에 상담소의 존재를 알리고 있으며, 서울예대 노학연대모임 불나비학생들과 지역 시민들이 자원 활동가로 참여하여 상담 기록과 운영을 돕고 있습니다.

    상담소는 이주노동자가 단순한 노동력이 아닌, 우리 곁의 사람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자 합니다.

     

    /ⓒ에디터 윤작가

     

    함께하는 방법

    1. 조합원 가입공단의 변화를 위해 월담노조의 운영과 활동에 직접 참여할 수 있습니다.

    2. 후원인 참여월담노조와 상담소가 지속 가능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세요.

    3. 자원 활동언어별 통역 서포터즈나 상담 내역을 관리할 자원 활동가들의 손길이 절실합니다.

     

    상담소 위치: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중앙대로 462 (안산역 동측 공영주차장 내 월담노조)

    * 상담시간: 매주 일요일 오후 2~ 5

    * 문의전화: 031-491-2460

     

    담벼락을 넘는 일요일
    윤작가

    조회수 144

    2026-07-20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 도시가 식탁을 바꿀 수 있을까?

     

     

     

    한 도시가 시민들에게 "일주일에 하루는 고기를 먹지 말자"고 제안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코웃음을 칠지도 모른다. 무엇을 먹을지는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이고, 특히 고기를 사랑하는 문화권이라면 그런 제안은 반발만 부를 것 같다. 벨기에는 홍합과 감자튀김, 소고기 맥주 스튜로 유명한, 그야말로 육식의 나라다. 그런데 바로 그 벨기에의 한 도시가 세계 최초로 도시 차원의 '채식의 날'을 선언했고, 그것을 성공시켰다.

    인구 약 26만 명의 항구도시 겐트(Ghent). 벨기에 플랑드르 지방에 위치한 이 도시는 2009513, 매주 목요일을 '채식의 날(Donderdag Veggiedag, 목요일 베지데이)'로 공식 선언했다. 시민들에게 목요일 하루만이라도 고기와 생선을 내려놓고 채식을 해보자는 캠페인이었다. 놀라운 것은 이것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도시 전체의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관공서 구내식당, 시립 학교와 어린이집이 목요일마다 채식 식단을 기본으로 제공하기 시작했고, 도시의 식당들이 채식 메뉴를 개발했으며, 시민들의 식습관 자체가 바뀌었다.

    겐트의 사례가 흥미로운 이유는, 환경·건강·동물복지라는 공익적 가치가 어떻게 개인의 선택을 넘어 도시의 제도와 문화로 정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시민단체와 행정이 어떻게 협력했는지, 강제가 아닌 방식으로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 이야기는 기후위기 시대에 먹거리 정책을 고민하는 한국의 여러 도시, 그리고 경기도에도 실질적인 시사점을 던진다.

     


     

    2. 시작 시민단체에서 출발한 아이디어

     

     

    /ⓒPexels

     

    겐트의 채식의 날은 정부가 위에서 만들어낸 정책이 아니었다. 그 출발점은 EVA(Ethisch Vegetarisch Alternatief, 윤리적 채식 대안)라는 벨기에의 채식 시민단체였다. 벨기에 최대의 채식 관련 비영리단체인 EVA는 플랑드르 지역 전역에 채식 문화를 알리는 활동을 해왔다.

    EVA의 접근 방식은 영리했다. 처음부터 "채식주의자가 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도시의 채식 친화적인 장소들, 즉 채식 메뉴를 파는 모든 식당, 호텔, 슈퍼마켓, 감자튀김 가게를 일일이 조사해 '채식 지도(Veggie Map)'를 만들었다. 이 지도를 본 식당들이 스스로 채식 메뉴를 추가하기 시작했다. 없던 수요가 지도를 통해 가시화되자, 공급이 따라온 것이다.

    2005년 플랑드르 정부가 재정 지원에 나섰고, EVA2007년 겐트시와 협력해 첫 번째 '목요일 베지데이'를 시작했다. 이 캠페인의 목적은 명확했다. 육류 소비를 줄이고, 환경을 지원하고, 윤리적 식생활을 받아들이며, 사람들에게 채식의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그리고 2009513, 겐트시의 환경·사회 담당 부시장 톰 발타자르(Tom Balthazar)가 매주 목요일을 공식 '채식의 날'로 선언하면서, 이 캠페인은 유럽 정치사에 기록되는 사건이 됐다. 시민단체가 씨앗을 뿌리고, 도시 정부가 그것을 제도로 공식화한 협력 모델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흥미롭게도 왜 하필 목요일이었는지에 대한 답은 의외로 소박하다. EVA 관계자에 따르면 목요일을 고른 것은 전략적 결정이라기보다 미적 선택에 가까웠다. 네덜란드어로 '돈더르닥 베지데이(Donderdag Veggiedag)'가 운율이 좋게 들렸기 때문이다. 거창한 명분보다 시민들이 기억하기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름을 택한 것이다.

     


     

    3. 왜 채식인가 환경·건강·동물복지의 교차점

     

     

    /ⓒPexels

     

    겐트가 채식의 날을 도입한 배경에는 명확한 근거들이 있었다. 채식이라는 하나의 실천이 환경, 건강, 동물복지라는 세 가지 공익적 가치를 동시에 겨냥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환경 측면의 근거가 가장 강력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상당 부분이 축산업에서 발생한다고 평가해왔다. 가축, 특히 소가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강력한 온실효과를 가진다. 게다가 육류 생산은 막대한 양의 물과 토지를 소비한다. 겐트시는 이 논리를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 수치로 번역했다. 겐트시의 계산에 따르면, 만약 243천 명의 겐트 시민 전체가 목요일 채식의 날에 참여한다면, 그 효과는 도로에서 자동차 19천 대를 없애는 것과 맞먹는다.

    건강 측면의 근거도 분명했다. 육류 섭취가 많은 식단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이는 심혈관 질환, 일부 암, 당뇨병의 위험을 높인다. 세계보건기구와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심장질환, , 당뇨, 비만 예방을 위해 하루 최소 400그램 이상의 채소와 과일 섭취를 권고한다. 채식의 날은 시민들이 이 권고에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동물복지 측면의 가치도 빼놓을 수 없다. 육류 소비를 줄인다는 것은 곧 공장식 축산에서 고통받는 동물의 수를 줄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VA라는 단체의 이름 자체가 '윤리적 채식 대안'인 만큼, 동물에 대한 윤리적 고려는 이 캠페인의 근본 정신 중 하나였다.

    이 세 가지 가치가 하나의 실천으로 수렴된다는 점이 채식의 날의 강점이었다.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도, 건강을 챙기려는 사람도, 동물을 생각하는 사람도 모두 같은 행동에 동참할 수 있었다.

     


     

    4. 어떻게 정착시켰나 강제가 아닌 설계

     

    겐트의 채식의 날이 성공한 진짜 비결은 '어떻게'에 있다. 도시는 시민들에게 채식을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채식이 자연스럽고 쉬운 선택이 되도록 환경을 설계했다.

    /ⓒPexels

    가장 중요한 것은 공공 부문이 먼저 움직였다는 점이다. 2009년부터 겐트의 시립 학교와 어린이집은 목요일에 따뜻한 채식 점심을 기본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도시락을 싸 오는 아이들에게도 목요일엔 채식으로 준비하도록 권장했다. 관공서 구내식당과 공공 서비스도 목요일엔 채식을 기본 메뉴로 삼았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기본값(default)'이었다는 점이다. 고기를 원하는 학부모는 별도로 신청할 수 있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채식이 제공됐다. 선택의 자유는 보장하되, 기본 방향을 채식으로 설정한 넛지(nudge) 전략이었다.

    식당과 요식업계를 끌어들인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겐트시와 EVA'베지케이션(Vegucation)'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요리사들에게 채식 요리법을 교육했다. 도시는 채식 요리사 양성에 수만 유로를 투자했고,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채식 요리의 비법을 가르치는 강좌도 열었다. 채식이 '맛없는 희생'이 아니라 '맛있는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요리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자원을 집중한 것이다.

    소통 전략도 치밀했다. 겐트시는 25만 명의 시민에게 다가가기 위해 매년 대규모 행사를 열고, 시민들이 참여를 약속하는 서명 명단을 만들고, 전용 웹사이트와 월간 매거진을 운영했다. 요리 강좌와 요리책을 통해 가정에서도 채식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왔다.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눈에 보이게 만든 것이다.

    이런 다층적 설계의 결과, 채식의 날은 겐트에 깊숙이 뿌리내렸다. 채식의 날은 2009년 미래세대를 위한 대상(Big Prize for Future Generations), 그 전해인 2008년에는 최고의 프로젝트로 식품건강상(Food and Health Award)을 수상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5. 성과 도시의 식탁이 바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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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겐트의 채식의 날은 실제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을까. 수치들이 그 답을 보여준다.

    우선 시민 인지도와 참여율이 높았다. EVA에 따르면 겐트 시민의 다섯 명 중 네 명이 이 캠페인을 알고 있었고, 세 명 중 한 명이 참여했다. 캠페인이 특정 소수가 아니라 도시 전체의 문화로 확산됐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식습관의 실질적 변화도 확인됐다. 연구에 따르면 벨기에인의 43%가 목요일 베지데이 덕분에 이전보다 고기를 덜 먹게 됐고, 40%는 목요일이 아닌 다른 날에도 채식을 하게 됐다. 하루의 캠페인이 일주일 전체의 식습관에 영향을 미치는 파급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무엇보다 도시의 인구 구성 자체가 바뀌었다. 겐트의 채식 인구 비율은 약 7%에 이르러, 벨기에 전국 평균인 2.3%를 크게 웃돌게 됐다. 채식의 날이라는 정책이 실제로 더 많은 시민을 채식으로 이끌었다는 증거다.

    식당 생태계도 변했다. 캠페인 이전 겐트에서 채식 메뉴는 제한적이거나 아예 없다시피 했다. 그러나 지금 겐트의 채식 지도에는 100곳이 훌쩍 넘는 음식점이 등록되어 있고, 완전 채식 식당만 15곳 안팎에 이른다. 겐트는 인구 대비 채식 식당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로 꼽히며 '유럽의 채식 수도'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국제적 파급력도 상당했다. 겐트의 사례는 캐나다에서 일본, 호주에서 스웨덴까지 국제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브라질 상파울루, 독일 브레멘, 미국 워싱턴과 샌프란시스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등 세계 여러 도시가 유사한 캠페인을 도입하는 계기가 됐다. 벨기에 국내에서도 브뤼셀, 하셀트, 메헬렌 등이 목요일 채식의 날을 따랐다.

     


     

    6. 캠페인을 넘어 정책으로 '겐트 엔 가르드'

     

    겐트의 진정한 성취는 채식의 날을 일회성 캠페인으로 끝내지 않고, 도시의 종합적 먹거리 정책으로 발전시켰다는 데 있다.

    2013년 겐트시는 '겐트 엔 가르드(Gent en Garde)'라는 이름의 도시 먹거리 전략을 출범시켰다. 유럽에서 가장 먼저 독자적인 도시 먹거리 정책을 수립한 사례 중 하나다. 이 전략은 짧고 지속 가능한 먹거리 공급망 구축, 지속 가능한 생산과 소비, 먹거리를 통한 사회적 부가가치 창출, 음식물 쓰레기 감축, 음식물 폐기물의 재활용이라는 다섯 가지 전략 목표를 중심으로 한다.

    겐트시는 이 전략을 이끌기 위해 농업, 유통, 요식업, 시민사회, 지식기관 등 먹거리 시스템의 다양한 부문에서 온 약 30명으로 구성된 '먹거리 위원회(Food Council)'를 설치했다. 이 위원회는 2018년부터 자체 예산을 갖고 혁신적인 먹거리 프로젝트를 지원해왔다. 연간 약 6만 유로의 예산으로 지금까지 27개 프로젝트가 지원을 받았다.

    성과는 구체적이다. '푸드세이버스(Foodsavers)' 프로젝트는 2년 만에 1,000톤이 넘는 잉여 식품을 57천 명 이상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재분배했다. 채식의 날 캠페인은 이 종합 전략 안에서 하나의 축으로 자리 잡으며 지속됐다.

    겐트의 먹거리 정책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 2019년 유엔 글로벌 기후행동상을 받았고, 2021년에는 유로시티즈 어워드의 '농장에서 식탁까지' 부문에서 최고상을 수상했다. 202111, 겐트는 벨기에 최초로 지역 단백질 전환 실행 계획을 발표하며, 2050년까지 기후중립적인 먹거리 공급망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캠페인이 정책이 되고, 정책이 도시의 장기 비전으로 확장된 것이다. 개인의 실천에서 시작된 것이 제도와 문화로 정착하는 완결된 경로를 겐트는 보여준다.

     


     

    7. 한국·경기도와의 비교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한국에서도 채식 급식과 저탄소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그러나 겐트의 경험과 비교하면 접근 방식에서 배울 점이 뚜렷하다.

    한국의 여러 교육청과 지자체가 '채식의 날'이나 '그린 급식의 날'을 도입해왔다. 서울시교육청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그린 급식 활성화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한 달에 두 번 채식의 날을 운영하는 방침을 세웠고, 인천·울산·부산·전북·광주 등에서도 초중고 채식 급식을 도입했다. 경기도 역시 공공기관과 기업체 급식소 등에 '채식의 날' 운영을 권장하고 경기도 농산물을 우선 구매하도록 채식 생활 실천을 지원하는 조례 제정을 추진했다. 20259월에는 경기도의회·경기도교육청의 후원으로 '2025 기후급식 컨퍼런스'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의 채식 급식 도입 과정에서는 갈등도 적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이 채식의 날 방침을 내놓자 축산관련단체협의회가 "일방적 채식주의 확산 정책이 육식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를 조장한다"며 반발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채식급식이 나오는 날이면 동네 치킨집이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말이 나오거나, 성장기 학생들의 영양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목소리도 있었다. 조리 인력 부족 등 현실적 어려움을 지적하는 교육 당국 관계자들도 있었다.

    겐트의 경험은 이런 갈등에 대한 힌트를 준다. 첫째, 겐트는 강제하지 않고 '기본값'으로 설정하되 선택권을 남겼다. 고기를 원하는 사람은 신청할 수 있게 함으로써 반발을 줄였다. 둘째, 겐트는 ''에 투자했다. 채식이 희생이 아니라 매력적인 선택이 되도록 요리사 교육과 메뉴 개발에 자원을 집중했다. 채식급식이 '먹을 게 없는 날'이 되면 실패하지만, '맛있는 새로운 경험'이 되면 성공한다. 셋째, 겐트는 시민단체와 행정이 협력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이 아니라, EVA라는 시민단체가 먼저 문화를 만들고 행정이 뒷받침하는 구조였기에 저항이 적었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이런 접근이 효과를 보인 사례가 있다. 한 채식 급식 연구학교에서는 채식이 지구환경과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하는 학생 비율이 사전 59.2%에서 사후 90.9%로 크게 증가했다. 무작정 도입하기보다 구성원의 공감과 동참을 끌어내며 시행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결론이었다. 겐트의 교훈과 정확히 일치한다.

      


     

    8.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에 주는 시사점

     

    겐트의 사례에서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가 참고할 만한 점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공익적 가치는 '쉬운 실천'으로 번역될 때 확산된다. 겐트는 "기후를 위해 채식하라"는 거대한 구호 대신 "목요일 하루만 고기를 내려놓자"는 작고 구체적인 행동을 제안했다. 경기도의 환경·먹거리 공익활동도 시민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의 형태로 설계될 때 더 널리 퍼질 수 있다.

    둘째, 시민단체와 행정의 협력이 지속 가능성을 만든다. 겐트의 채식의 날은 EVA라는 시민단체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행정의 제도적 뒷받침으로 완성됐다. 어느 한쪽만으로는 불가능했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와 같은 중간지원조직이 시민단체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행정의 자원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할 때, 공익활동이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지속적인 정책으로 발전할 수 있다.

    셋째, 기록과 확산이 변화를 굳힌다. 겐트가 채식 지도를 만들고, 성과를 수치로 측정하고, 국제 네트워크를 통해 경험을 공유한 것이 캠페인을 세계적 모델로 키웠다. 경기도의 공익활동도 그 과정과 성과가 꼼꼼히 기록되고 공유될 때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더 큰 영향력을 갖는다. 실제로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아카이브에도 '기후 위기의 대안, 채식 밥상' 같은 콘텐츠가 기록되어 시민들에게 채식의 의미를 전하고 있다. 아카이브 에디터들이 지역의 먹거리·환경 공익활동을 기록하는 일은, 겐트가 그랬듯 작은 실천이 문화로 자리 잡는 과정을 뒷받침하는 일이다.

     


     

    마무리 하루의 변화가 도시를 바꾼다

     

    2009년 겐트가 목요일을 채식의 날로 선언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육식의 나라에서 그런 시도가 성공할 리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15년이 지난 지금, 겐트는 유럽의 채식 수도가 됐고, 시민의 3분의 1이 채식의 날에 동참하며, 전국 평균의 세 배에 달하는 채식 인구를 가진 도시가 됐다.

    이 변화의 비결은 강제가 아니라 설계였다. 시민단체가 씨앗을 뿌리고, 도시가 그것을 제도로 키우고, 요리사와 학교와 식당이 함께 참여하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하루, 그것도 일주일에 단 하루의 작은 변화가 도시 전체의 식탁을, 나아가 도시의 정체성을 바꿔놓았다.

    먹는 것만큼 개인적인 일도 없다. 그러나 겐트는 그 개인적인 선택이 모이면 도시를 바꾸고, 환경을 지키고, 문화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줬다. 경기도의 식탁 위에서도, 작은 실천 하나가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상상해볼 만하다. 공익은 거창한 곳이 아니라, 목요일 점심 한 끼에서 시작될 수 있다.

     


      

    <참고 자료>

    - Stad Gent(겐트시) 공식 홈페이지 Sustainable food / Gent en Garde : https://stad.gent/en/city-governance-organisation/city-policy/making-ghent-climate-neutral-2050/gent-en-garde-towards-more-sustainable-food-system

    Visit Gent(겐트 관광청) Green travel and mindful food consumption : https://visit.gent.be/en/good-know/practical-information/why-ghent/green-travel-and-mindful-food-consumption

    SBS Food How Ghent in Belgium became the vegetarian capital of Europe : https://www.sbs.com.au/food/article/how-this-meat-loving-city-became-the-vegetarian-capital-of-europe/4blk3o39i

    - Mic How the meat-loving city of Ghent became the veggie capital of Europe : https://www.mic.com/articles/185650/how-the-meat-loving-city-of-ghent-became-the-veggie-capital-of-europe

    - NYC Food Policy Center Veggie Thursday, Ghent: Urban Food Policy Snapshot : https://www.nycfoodpolicy.org/veggie-thursday-ghent-urban-food-policy-snapshot/

    - UNFCCC(유엔기후변화협약) Ghent en Garde: Creating Structural Change through Local Food Policy : https://unfccc.int/climate-action/momentum-for-change/planetary-health/ghent-en-garde

    - Eurocities Ghent's food revolution : https://eurocities.eu/stories/ghents-food-revolution/

    - Metropolis Ghent en Garde : https://use.metropolis.org/case-studies/ghent-en-garde

    - Interreg Europe Local food strategy Gent en Garde : https://www.interregeurope.eu/good-practices/local-food-strategy-gent-en-garde

    - Interreg Europe Gent en Garde Sustainable Food Strategy of Ghent : https://www.interregeurope.eu/good-practices/gent-en-garde-sustainable-food-strategy-of-ghent

    - Vegsphere Donderdag Veggiedag: Nearly 50% of Ghent population goes veggie every Thursday : https://vegsphere.com/blog/donderdag-veggiedag-nearly-50-ghent-population-goes-veggie-every-thursday/

     

    목요일엔 고기를 내려놓다 : 벨기에 겐트시 '채식의 날'이 보여주는 도시가 공익을 설계하는 방법
    디어

    조회수 103

    2026-07-20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 도입 은퇴 이후, 남자들은 어디로 가는가

     

     

    한 남자가 있다. 평생 일했고, 가정을 부양했고, 직장에서 인정받았다. 그런데 은퇴하는 순간, 그를 규정하던 모든 것이 사라진다. 매일 나가던 일터가 없어지고, 동료들과의 관계가 끊기고, 사회적 역할이 증발한다. 아내는 이미 자기만의 관계망을 갖고 있지만, 그에게는 함께 시간을 보낼 친구가 별로 없다. 감정을 털어놓는 데 익숙하지 않고, 도움을 청하는 법도 배운 적이 없다. 그렇게 그는 집 안에서, 혹은 사회의 가장자리에서 서서히 고립된다.

    이것은 특정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중년과 노년의 남성들이 공통으로 겪는 현실이다. 남성들은 여성에 비해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고, 자신의 건강과 안녕에 관심을 덜 두며,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많은 남성이 여성보다 건강하지 못하고, 술을 더 많이 마시고, 고립과 외로움, 우울에 더 취약하다.

    호주에서 시작된 '멘즈 셰드(Men's Shed)'는 바로 이 문제에 대한 놀랍도록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해법이었다. 남자들에게 갈 곳(somewhere to go), 할 일(something to do), 이야기 나눌 사람(someone to talk to)을 제공한다는 철학에서 출발한 이 운동은, 목공과 수리 같은 활동을 함께 하는 작업 공간을 통해 고립된 남성들을 다시 관계망 안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이 모델은 호주를 넘어 영국, 아일랜드, 캐나다, 뉴질랜드 등 전 세계로 퍼졌다.

    '남자들은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들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이야기한다(Men don't talk face to face, they talk shoulder to shoulder)'. 멘즈 셰드의 이 슬로건은, 이 운동이 남성의 심리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마주 앉아 "네 문제가 뭐냐"고 묻는 대신, 나란히 서서 함께 무언가를 만들며 자연스럽게 마음을 여는 방식이다. 한국이 지금 직면한 중장년 남성 고립 문제에, 이 오래된 창고의 지혜는 무엇을 말해줄 수 있을까.

     


     

    2. 탄생 한 아버지의 우울에서 시작된 아이디어

     

    멘즈 셰드의 개념은 호주의 전통적인 '뒷마당 창고(backyard shed)' 문화에서 왔다. 많은 호주 남성들이 집 뒤편 창고에서 혼자 목공을 하거나 물건을 고치며 시간을 보내는 문화가 있었는데, 이 개인적인 공간을 공동체의 공간으로 확장한 것이 멘즈 셰드였다.

    멘즈 셰드 운동의 뿌리를 찾아가면, 한 여성과 그녀의 아버지에게 닿는다. 흔히 세계 최초의 멘즈 셰드로 인정받는 것은 1993년 호주 남부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굴와(Goolwa)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노인들을 위한 활동 센터 '헤리티지 클럽(Heritage Club)'의 코디네이터였던 맥신 체이슬링(Maxine Chaseling)이 그 주인공이다.

    /ⓒPexels

     

    체이슬링이 멘즈 셰드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계기는 개인적이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심장마비를 겪은 후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우울증에 빠지고 집 안에 갇힌 듯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였다. 노인 복지 분야에서 오래 일해온 그녀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에 걸쳐 노년학, 남성 건강, 그리고 남성을 위한 서비스의 부재에 관해 여러 학회에서 발표해왔다. 남성들이 은퇴 이후 갈 곳도, 할 일도, 이야기 나눌 사람도 잃어버린다는 문제의식이 그 바탕에 있었다.

    이후 '멘즈 셰드'라는 이름을 단 첫 공간은 1998726일 호주 빅토리아주 통갈라(Tongala)에서 문을 열었다. 설립자 딕 맥고완(Dick McGowan)의 이름을 따 '딕 맥고완 멘즈 셰드'로 불렸다. 어느 것이 '진짜 최초'인지에 대한 논쟁은 지금도 이어지지만, 중요한 것은 1990년대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와 빅토리아의 여러 지역에서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남자들의 작업 공간'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혼자 하던 일을 여럿이 함께 하게 되면서, 창고는 고립의 장소에서 연결의 장소로 바뀌었다.

     


     

    3. 확산 호주에서 전 세계로

     

    /ⓒPexels

     

    멘즈 셰드는 호주 전역으로 빠르게 퍼졌다. 특히 농촌과 원주민 공동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2007년에는 호주멘즈셰드협회(Australian Men's Shed Association, AMSA)가 설립되어 새로운 셰드의 설립을 돕고 기존 셰드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호주 정부도 멘즈 셰드가 남성 건강과 안녕에 기여하는 가치를 인정하고 재정 지원에 나섰다. 오늘날 AMSA는 호주 전역 1,300개가 넘는 셰드를 지원하는 전국 조직으로 성장했다.

    호주에서의 성공은 전 세계로 영감을 주었다. 아일랜드멘즈셰드협회(IMSA)2011년 설립됐고, 영국멘즈셰드협회(UKMSA)와 뉴질랜드의 멘즈셰드협회가 2013, 스코틀랜드멘즈셰드협회(SMSA)2015, 미국멘즈셰드협회가 2017, 남아프리카공화국멘즈셰드협회가 2022년에 차례로 설립됐다.

    멘즈 셰드 운동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배리 골딩(Barry Golding) 교수의 집계에 따르면, 20155월 기준 전 세계에 1,416개의 멘즈 셰드가 있었다. 이 가운데 호주에 933, 아일랜드섬 전역에 273, 영국(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148, 뉴질랜드에 57개가 분포했다. 이후로도 덴마크, 스웨덴, 캐나다 등으로 계속 확산되어, 이 운동은 명실상부한 국제적 흐름이 됐다.

    특히 아일랜드는 이 운동을 국가 차원의 정책으로 받아들인 대표적인 사례다. 아일랜드는 2008~2013년 국가 남성 건강 정책(National Men's Health Policy)에서 멘즈 셰드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장려했다. 시민운동으로 시작된 것이 국가 보건 정책의 일부로 격상된 것이다.

     


     

    4. 영국의 사례 고립 대응의 최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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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멘즈 셰드가 가장 활발하게 뿌리내린 나라 중 하나가 영국이다. 영국멘즈셰드협회(UKMSA)2013년 설립 당시 영국 내 셰드가 30개에 불과했지만, 20243월 기준으로 그 수가 1,100개를 넘어섰다. 매주 33천 명 이상의 남성과 여성이 멘즈 셰드를 이용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UKMSA는 앞으로 8년 안에 셰드 수를 2,400개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영국에서 멘즈 셰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 효과가 구체적인 데이터로 확인되기 때문이다. 영국의 셰더(Shedder, 멘즈 셰드 이용자를 부르는 말) 1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셰드에 오기 전 자신을 외롭다고 묘사한 사람이 44%였는데, 셰드에 가입한 후에는 이 수치가 단 3%로 크게 떨어졌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였다. 아일랜드와 영국 협회의 조사에서는 셰더의 96% 이상이 셰드에 가입한 후 덜 외롭다고 느끼며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다고 답했다.

    더 극적인 것은 생명과 관련된 수치다. UKMSA2023년 건강·안녕 조사에 따르면, 셰드 리더의 39%가 자신의 셰드가 최소 한 명 이상의 회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막았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남성 자살이 심각한 사회 문제인 영국에서, 멘즈 셰드가 실질적인 자살 예방 기능을 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멘즈 셰드는 다양한 특화된 형태로도 발전했다. 호스피스 안의 멘즈 셰드, 치매나 기억 장애가 있는 남성을 위한 '메모리 셰드(Memory Shed)', 뇌졸중 회복을 돕는 셰드 등이 그것이다. 또한 영국에서는 멘즈 셰드가 '사회적 처방(social prescribing)'의 한 형태로 활용된다. 의사가 외롭거나 우울한 환자에게 약 대신 지역 멘즈 셰드 참여를 '처방'하는 방식이다. 국립보건연구원(NIHR)의 보고서는 멘즈 셰드를 사회적 처방에 관여하는 대표적인 지역사회 조직으로 꼽았다.

     


     

    5. 왜 효과가 있는가 '나란히'의 심리학

     

    멘즈 셰드가 다른 복지 프로그램과 구별되는 지점은 접근 방식의 철학에 있다. 핵심은 '건강'이나 '치료'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남성들은 "당신은 외롭습니다", "정신 건강 상담을 받으세요"라는 직접적인 접근에 거부감을 느낀다. 특히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약함으로 여기도록 사회화된 세대일수록 그렇다. 멘즈 셰드는 이 벽을 우회한다. 이곳은 '외로운 남자들의 모임'이 아니라 '무언가를 함께 만드는 작업장'이다. 참여자는 우울증 치료를 받으러 오는 것이 아니라, 의자를 고치거나 새집을 만들거나 자전거를 수리하러 온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가고, 관계가 형성되고, 서로의 삶을 나누게 된다.

    이것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라는 슬로건의 진짜 의미다. 남성들은 마주 앉아 눈을 맞추며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을 어려워하지만, 같은 작업대 앞에 나란히 서서 손을 움직이며 이야기하는 것은 편안해한다. 작업이라는 공통의 목적이 있기에 대화의 부담이 줄고, 침묵도 어색하지 않다. 무언가를 함께 만든다는 성취감은 상실했던 효능감과 자존감을 회복시킨다.

    배리 골딩 교수는 2014년 이런 남성 특유의 학습·소통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셰다고지(shedagogy)'라는 용어를 만들기도 했다. 일부 남성들이 선호하는, 함께 무언가를 하면서 배우고 소통하는 독특한 방식을 가리키는 말이다.

    /ⓒPexels

     

    물론 이 운동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일부 연구자들은 멘즈 셰드의 건강 효과에 관한 근거가 대체로 소규모 표본의 자기 보고에 의존하고 있어, 검증된 건강 지표를 활용한 정량적 연구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학자들은 이 운동이 전통적 남성성을 무비판적으로 재생산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멘즈 셰드가 고립된 남성들에게 사회적 연결의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6. 한국의 현실 5060 남성이라는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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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멘즈 셰드가 겨냥하는 문제는 한국에서 특히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바로 중장년 남성의 고립과 고독사다.

    보건복지부가 202511월 발표한 '2024년도 고독사 발생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고독사 사망자는 3,924명으로 공식 통계가 있는 2017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263(7.2%) 증가한 수치다. 이 통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 바로 중장년 남성의 취약성이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3,205(81.7%)으로 여성(605, 15.4%)5배 이상이었다. 연령대별로는 60대가 1,271(32.4%), 50대가 1,197(30.5%)으로 5060 중장년층이 가장 많았다. 70(497, 12.7%)보다 오히려 50대와 60대의 고독사가 더 많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성별과 연령을 종합하면 60대 남성(1,089, 27.8%)50대 남성(1,028, 26.2%)이 고독사에 가장 취약한 집단으로 나타났다. 50~69세 남성이 전체 고독사의 절반이 넘는 54%를 차지했다.

    이 수치들이 그리는 그림은 명확하다. 실업이나 은퇴, 이혼이나 사별로 인한 관계 단절을 겪은 중장년 남성이 사회적 고립의 가장 큰 위험군이라는 것이다. 고독사 현장을 처음 발견한 사람이 가족(26.6%)이 아니라 임대인이나 경비원(43.1%)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는 사실은, 이들이 얼마나 깊이 고립되어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정부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6년부터 고독사 예방 사업 대상을 사회적 고립 위험군으로 확대하고, 특히 실업·사회적 관계 단절 문제를 겪는 50~60대 중장년을 대상으로 일자리 정보 제공을 통한 취업 지원과 함께 '중장년 자조모임' 등 사회관계망 형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영국의 멘즈 셰드 경험이 중요한 참고가 된다.

     


     

    7. 무엇을 배울 것인가 한국형 멘즈 셰드의 조건

     

    멘즈 셰드 모델을 한국에 그대로 이식할 수는 없다. 문화적 맥락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핵심 원리에서 배울 점은 분명하다.

    첫째, '활동'을 앞세우고 '치료'를 숨겨야 한다. 한국의 중장년 남성들에게 "고립 위험군이니 자조모임에 나오세요"라는 접근은 낙인처럼 느껴질 수 있다. 멘즈 셰드처럼 목공, 자전거 수리, 텃밭 가꾸기, 전자기기 수리 같은 구체적이고 매력적인 활동을 전면에 내세우고, 사회적 연결은 그 부산물로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하는 설계가 효과적이다.

    둘째, '나란히'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상담실이 아니라, 함께 손을 움직이며 곁눈질로 대화할 수 있는 작업 공간이 필요하다. 한국의 중장년 남성들 역시 감정을 직접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무언가를 함께 만드는 과정이 대화의 매개가 될 수 있다.

    셋째, 지역 공간과 연결해야 한다. 멘즈 셰드는 거창한 시설이 아니라 동네의 작은 창고나 공터에서 시작됐다. 한국에도 활용도가 낮은 주민센터, 경로당, 유휴 공공시설이 많다. 이런 공간을 중장년 남성들의 '작업장'으로 전환하는 것은 큰 예산 없이도 시도할 수 있다.

    넷째, 남성의 강점을 자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은퇴한 중장년 남성들은 평생 쌓아온 기술과 경험을 갖고 있다. 목수, 전기 기술자, 엔지니어, 회계사 등 다양한 전문성이 있다. 멘즈 셰드는 이들의 기술을 지역사회를 위한 자원으로 전환한다. 고장 난 물건을 고쳐주거나, 지역 행사에 필요한 물건을 만들거나, 젊은 세대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도움을 받는 대상이 아니라 기여하는 주체가 될 때, 잃어버렸던 효능감이 회복된다.

     


     

    8.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에 주는 시사점

     

    멘즈 셰드 사례에서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가 참고할 만한 점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고립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가 설계로 풀어야 할 과제다. 멘즈 셰드는 "외로우면 나와서 어울리라"고 개인에게 요구하는 대신, 어울릴 수밖에 없는 구조와 공간을 만들었다. 경기도의 중장년 고립 문제도 개인의 의지에 맡기기보다, 참여의 장벽을 낮춘 구체적인 공간과 활동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경기도 31개 시·군의 유휴 공간을 활용한 '작업장형 커뮤니티'는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모델이다.

    둘째, 시민단체와 행정의 협력이 지속 가능성을 만든다. 멘즈 셰드는 풀뿌리 시민운동으로 시작됐지만, 호주·아일랜드·영국 정부의 정책적 인정과 재정 지원을 통해 전국적 규모로 성장했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같은 중간지원조직이 지역의 자발적 모임과 행정 자원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할 때, 작은 시도가 지속 가능한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셋째, 남성 고립이라는 '보이지 않는 공익 과제'를 발굴해야 한다. 아동, 청소년, 여성, 노인에 대한 공익활동에 비해 중장년 남성의 고립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해온 사각지대다. 그러나 고독사 통계가 보여주듯 이는 시급한 사회 문제다. 아카이브 에디터들이 이런 사각지대의 공익 이슈를 발굴하고 기록하는 것 자체가, 사회가 미처 보지 못한 문제에 빛을 비추는 공익활동이다.

     


     

    마무리 창고 문을 열며

     

    맥신 체이슬링이 우울증에 빠진 아버지를 보며 떠올린 작은 아이디어는, 30년이 지나 전 세계 수천 개의 창고로 퍼졌다. 그 창고들 안에서, 갈 곳을 잃었던 남자들이 다시 갈 곳을 찾았고, 할 일을 잃었던 이들이 다시 할 일을 찾았으며, 이야기 나눌 사람이 없던 이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이야기할 친구를 찾았다.

    멘즈 셰드의 성공은 거창한 이론이나 막대한 예산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남성들이 어떻게 관계 맺는지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그들이 편안해하는 방식으로 다가간 데서 나왔다. 마주 보지 않고 나란히, 감정을 캐묻지 않고 함께 무언가를 만들면서 말이다.

    한국의 5060 중장년 남성들이 매년 수천 명씩 홀로 세상을 떠나고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거창한 복지 제도가 아니라, 목요일 오후에 나가서 함께 톱질하고 커피 한잔 나눌 수 있는 작은 창고 하나일지도 모른다. 경기도의 어느 동네에서, 그런 창고의 문이 열리는 상상을 해본다. 공익은 때로 가장 소박한 공간에서 시작된다.

     


     

    <참고 자료>

    - UK Men's Sheds Association(UKMSA) 공식 홈페이지 : https://menssheds.org.uk/

    - UKMSA Press and Media information(20243월 기준 통계) : https://menssheds.org.uk/media/

    - UK Men's Sheds 통합 디렉토리(4개국 협회 안내) : https://ukmensheds.co.uk/

    - Scottish Men's Sheds Association 사회적 고립·외로움 대응 브리핑 보고서 : https://scottishmsa.org.uk/briefing-report-how-mens-sheds-are-addressing-male-social-isolation-and-loneliness/

    - UK Parliament UKMSA가 제출한 남성 정신건강 관련 서면 증거(IMH0034) : https://committees.parliament.uk/writtenevidence/124266/html/

    - PMC(미국국립보건원) Men's Sheds: A conceptual exploration of the causal pathways for health and well-being :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6772158/

    - Ipsos UK Men's Sheds Association 의뢰 남성 정신건강 조사 : https://www.ipsos.com/en-uk/ipsos-survey-uk-mens-sheds-association

    - Australian Historical Studies The Men's Shed Movement in Australia(Boucher & Robinson, 2021) : https://www.tandfonline.com/doi/full/10.1080/1031461X.2021.1901946

    - The Missing Library The Men's Shed Movement(배리 골딩 연구 소개) : https://themissinglibrary.com.au/the-mens-shed-movement/

    - 보건복지부 2024년 고독사 발생 실태조사 보도자료 : https://www.mohw.go.kr/board.es?mid=a10503010100&bid=0027&act=view&list_no=1488039

    - 머니투데이 작년 고독사 3924수도권 5060 중장년 남성 취약 : https://www.mt.co.kr/policy/2025/11/28/2025112720032322415

    - 한국헬스경제신문 고독사는 왜 중장년 남성에 많을까 : https://www.healtheconomy.co.kr/news/article.html?no=34216

    - 뉴스웍스 작년 고독사 사망자 36615060 남성 취약 : https://www.newswork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69226

     

    어깨를 나란히 하고 : 영국 '멘즈 셰드'가 한국의 중장년 고립 문제에 주는 시사점
    디어

    조회수 78

    2026-07-20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함께 걷는 우리, 더 나은 세상을 그리다"

     

    지난 72일 목요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에 위치한 한양대학교 에리카 컨벤션 3층에서 2026 경기도공익활동가대회가 열렸습니다. 오후 1시부터 저녁 630분까지 이어진 이번 행사는 도내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공익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활동을 소개하고, 그동안의 고민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뜻깊은 자리로 마련되었습니다.

    행사는 사전부스 체험, 특강, 공연, 평등문화약속문 낭독, 그리고 대화테이블 순서로 진행되었으며, 저는 6기 에디터로서 이 모든 과정을 직접 참여하고 기록했습니다.


    [한양대학교 에리카 컨벤션센터 3층에 마련된 2026년 경기도 공익활동가대회 안내 스크린 에디터_안산사라]

     

    1. 다양한 체험이 가득했던 사전부스

    행사장에 도착하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여러 단체가 마련한 사전부스였습니다. 각 단체별로 부스를 운영하며 자신들의 활동을 소개하고, 참가자들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두고 있었습니다. 행사 시작 전부터 많은 활동가들이 부스를 돌며 서로 인사를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전부스에서 진행된 공예 체험 현장 에디터_안산사라]

     

    각 단체의 활동을 짧은 시간 안에 접할 수 있었던 사전부스는, 본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활동가들 간의 자연스러운 교류의 장이 되어주었습니다.


    [참가자들이 직접 재료를 다루며 만들기 체험에 참여 에디터_안산사라]


    [대나무 솟대 만들기 부스 현장 모습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만들기 체험을 통해 만들어진 세월호 매듭팔찌의 모습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홍보부스를 운영하는 단체의 모습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포토부스에 참여하는 참여자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2. 한양대 에리카 학생 발표 - "공익잇다"

    한양대학교 에리카 학생들이 인공지능기초 수업의 IC-PBL 프로젝트로,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홍보 업무에 AI를 접목한 결과물을 발표했습니다. 대표 서비스 '공익잇다'는 관심 분야나 지역을 입력하면 맞춤형 공익활동을 추천해주는 AI 챗봇입니다. 이 외에도 조별로 콘텐츠 자동생성, 다국어 확산, 숏폼 제작 자동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포스터로 소개했습니다.


    [무대에서 질의응답을 이어가는 한양대에리카학생 모습 에디터_안산사라]

     

    본격적인 식은 사회자의 평등문화약속문 소개로 시작되었습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평등한 관계 속에서 활동해나가겠다는 다짐을 나누는 순서였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오늘 하루 행사가 단순한 프로그램의 나열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대에서 질의응답을 이어가는 한양대에리카학생 모습 에디터_안산사라]

     

    본격적인 식은 사회자의 평등문화약속문 소개로 시작되었습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평등한 관계 속에서 활동해나가겠다는 다짐을 나누는 순서였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오늘 하루 행사가 단순한 프로그램의 나열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강의하는 정보라 작가의 모습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4. 지구인수어합창단의 감동적인 무대

    강연에 이어 지구인수어합창단의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이주민과 농인 가족이 함께 어우러진 이 합창단은 무대 위에서 수어와 노래를 함께 담아내며 깊은 울림을 전해주었습니다. 여러 수어 경연대회에서 수상 경력을 쌓아온 만큼, 무대 구성과 완성도 모두 남달랐고, 객석에서는 뜨거운 박수가 이어졌습니다. 서로 다른 언어와 배경을 가진 이들이 하나의 무대에서 마음을 모으는 모습은 이번 행사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 중 하나였습니다.


    [지구인수어합창단 공연후 소개하는 모습 에디터_안산사라]

     

    5. 존중과 연결이 있는 대화테이블

     

    이어서 대화테이블 시간이 진행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원형으로 둘러앉아 서클(둘러앉기) 방식으로 대화를 나누었으며, 진행요원(가디언)의 안내에 따라 짧은 발언으로 돌아가며 이야기를 공유했습니다. 각 테이블에는 대화를 이끄는 질문지가 마련되어 있었고, 참가자들은 경청을 바탕으로 안전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습니다.


    [테이블마다 마련된 질문지를 바탕으로 진행하는 대화테이블 진행 모습(1) 에디터_안산사라]


    [테이블마다 마련된 질문지를 바탕으로 진행하는 대화테이블 진행 모습(2)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테이블마다 마련된 질문지를 바탕으로 진행하는 대화테이블 진행 모습(3)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6. 나의 테이블 이야기 - "활동가 번아웃과 소진"

     

    저는 이날 여러 대화테이블 중 '활동가 번아웃과 소진'이라는 주제의 테이블에 참여했습니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활동가분들은 각자의 현장에서 겪은 번아웃 경험을 솔직하게 나누어주셨습니다. 기력 저하, 갑작스러운 의욕 상승 후 찾아오는 급격한 침체, 과도한 피로감, 수면 과다 등 다양한 형태의 소진 증상이 공유되었고, 그 원인으로는 과중한 업무량과 행정·회계·공모사업 등 여러 역할을 동시에 맡아야 하는 구조, 낮은 임금과 고용 불안정성 등이 공통적으로 언급되었습니다.

     

    ["경기도 공익활동가의 '번아웃과 소진'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는요~" 테이블에서 참가자들이 포스트잇에 남긴 다양한 의견들 에디터_안산사라]

     

    각자의 대응 방법도 다양했습니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거나, 사진 촬영과 같은 취미 활동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거나, 일부러 외부 활동을 만들어 숨 돌릴 틈을 마련하거나, 퇴근 후에는 집에서 일을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는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소진은 스스로 인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동료들의 세심한 관심과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는 공감대였습니다.

    대화 말미에는 조직 차원의 개선 방안도 함께 논의되었습니다. 인원 확충을 통한 업무 부담 완화,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연월차 문화 조성, 개인 상담 비용 지원 확대, 4일제 도입(인원 보충 및 급여 유지·인상 포함) 등 실질적인 제안들이 나왔습니다. 특히 한 참가자는 자신이 속한 기관에서 활동가 재충전 사업의 명칭을 바꾸고 개인 상담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는 사례를 소개하며, 이러한 지원이 실제로 활동가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저는 저 혼자만 겪는 어려움이 아니라, 많은 활동가들이 비슷한 고민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함께 고민을 나누는 것 자체가 소진을 예방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송성영 공동대표와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유명화 센터장의 폐회사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다양한 체험이 있는 사전부스부터 시작해 강연, 공연, 그리고 가장 의미 있었던 대화테이블까지,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알찬 시간이었기에 참여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 공익활동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많은 활동가들 덕분에 우리가 사는 세상이 조금씩 더 따뜻하고, 더 살기 좋게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을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 역시 이번 대회를 계기로, 앞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보탬이 되는 활동가로 거듭나야겠다는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단체사진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2026 경기도공익활동가대회 현장 스케치
    안산사라

    조회수 135

    2026-07-10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설립 추진을 위한 집담회 현장을 다녀와서

     

    1. 행사 개요

    - 행사명 : 시흥시공익활동지원센터 설립 추진을 위한 집담회

    - 일시 : 2026630() 18:30 ~ 21:00 (2시간 20)

    - 장소 : 시흥 YMCA

    - 주최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 주관 : 시흥시공익활동지원센터 설립 추진 준비위원회

    - 진행 : 김용현 시흥시공익활동지원센터 설립추진준비위원장

    - 참석 : 시민·활동가·시의원 등 37(사전 신청자 및 현장 접수자)

     

    [환영 인사를 전하는 유명화 센터장(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환영 인사를 전하는 최은심 이사장(시흥YMCA)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유명화 센터장과 시흥 YMCA 최은심 이사장의 환영인사로 시작된 이날 집담회는 크게 두 개의 시간으로 나뉘어 진행되었습니다. 1부에서는 시흥시의 지역 현황과 센터 설립의 필요성, 타 지자체의 설립 사례, 관련 법률 검토라는 세 개의 발제가 이어졌고, 짧은 휴식 이후 2부에서는 발제 내용을 바탕으로 한 자유로운 질의응답과 종합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자리를 "도와줄 사람을 모으는 자리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갈 사람을 모으는 자리"라고 소개하며 집담회의 취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집담회 현장 전경, 많은 시민과 활동가들이 참석해 자리를 가득채운 모습 에디터_안산사라]

     

    2. 발제 정리

    발제 1. 시흥시공익활동지원센터 설립 추진 배경과 지역 현황

    발제자: 서종호 시흥YMCA 사무총장


    [시흥YMCA 서종호 사무총장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서종호 사무총장은 시흥시가 최근 10년 사이 인구 50만을 넘어서며 경기도의 중견 대도시로 성장했다는 점을 짚으며 발제를 시작했습니다. 배곧, 은계, 장현, 목감 등 신도시가 개발되는 외형적 성장의 이면에는 기후위기, 고령화와 돌봄 공백, 신도심과 원도심 간의 격차 같은 사회적 틈새가 존재한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러한 틈새를 메워온 것이 지역 공익활동가와 시민단체였지만, 개인의 희생과 일회성 활동에 머무는 구조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센터 설립의 당위성을 네 가지로 정리해 설명했습니다.

     

    파편화된 시민사회를 하나로 묶는 협치 플랫폼(허브)이 필요합니다.

    복잡한 세무·회계·행정 서류에 지친 활동가들에게 '비 올 때 우산'이 되어줄 안전망이 필요합니다.

    소규모 모임과 1인 활동가 등 기존 체계로는 포착되지 않는 작은 목소리를 위한 스피커 역할이 필요합니다.

    안양시 등 이웃 지자체 대비 인프라가 부족한 만큼, 시민이 자발적으로 만든 상향식(Bottom-up) 모델이 필요합니다.

    서종호 사무총장은 "센터 설립은 시민을 수혜자가 아닌 공동체의 주인으로 예우하겠다는 정책적 선언"이라는 말로 발제를 마무리했습니다.

     

    발제 2. 타지역 공익활동지원센터 설립 과정 및 운영 사례

    발제자: 김유철 안양YMCA 사무총장


    [안양YMCA 김유철 사무총장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김유철 사무총장은 "시흥시는 안양시보다 여건이 좋다"는 말로 발제를 열었습니다. 안양시의 설립 과정은 2010년 최초 논의부터 20258월 정식 개소까지 무려 15년이 걸린 여정이었습니다. 2010년 논의는 시민사회가 공동정부 틀에서 이탈하며 무산되었고, 2020~2021년에는 조례가 시의회 총무경제위원회에서 계류되다 결국 부결되었습니다. 사유는 재정 부담, 기존 사업과의 중복성, 정치적 편향성 우려였습니다.

     

    이후 2022년 새로운 시의원단 구성과 함께 조례가 의회를 통과했고, 2023년 공익활동촉진위원회가 출범해 리모델링 예산을 확보했습니다. 20258월에는 안양YMCA·안양여성의전화·안양장애인인권센터 컨소시엄이 수탁하며 민간위탁 방식으로 정식 개소했습니다.

    김유철 사무총장은 정치권 설득 과정에서 민관협치위원회를 공모제로 전환하고, 지하상가 활성화라는 지역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반대 여론을 우호적으로 돌린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개소 이후에는 공간 대관 만족도가 높아졌고, 소규모 동아리와 사회적협동조합의 참여 기회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발제 말미에는 세 가지 시사점을 정리했습니다.

    감정적 대립 없이 데이터로 꾸준히 설득해 낸 '인내의 거버넌스'였습니다.

    시민사회가 스스로 수탁 역량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타 지역 사례를 철저히 벤치마킹해 안양시 실정에 맞는 규모를 도출했습니다.

     

    발제 3. 공익활동지원센터 관련 법률 검토 및 제언

    발제자: 김수연 시흥시의회 의원 · 의회운영위원장


    [시흥시의회 김수연 의원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김수연 의원은 "오늘 자리는 센터 설치의 찬반을 판단하는 자리가 아니라, 어떤 제도와 방식으로 공익활동을 뒷받침할지 논의하는 자리"라는 말로 발제를 시작했습니다. 시흥시공익활동지원센터가 "왜 필요한가"보다 "어떤 기능을 맡길 것인가", "예산 대비 어떤 성과를 보여줄 것인가"를 먼저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국적으로는 광역 7, 기초 23곳 등 총 30건의 관련 조례가 제정되어 있다고 소개하며, 핵심 쟁점을 정리했습니다.

     

    - 기존 자원봉사센터·사회적경제센터 등과 업무가 중복되지 않도록, 활동가 성장지원과 민관협력 네트워크 등 교차 영역의 허브 기능에 특화해야 합니다.

    - 직영과 민간위탁 각각 장단점이 있는 만큼, 공공성과 자율성을 함께 보장할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 초기부터 현장 지원사업 중심으로 예산을 설계하고, 구체적 성과지표를 설정해야 합니다.

    - 공모·심사의 공정성을 확보해 중복·편중 지원 우려를 해소해야 합니다.

    김수연 의원은 "오늘 토론이 유명무실한 조직이 아닌, 시민의 공익활동을 성장시키는 플랫폼을 만드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말로 발제를 마무리했습니다.


    [발제자 세 분과 참석자들이 함께한 질의응답 시간, 열띤 토론 에디터_안산사라]

     

    3. 질의응답 정리

    2부 종합토론은 발제에 대한 자유로운 질문과 의견 개진으로 채워졌습니다. 참석자들의 발언은 크게 '중복성에 대한 시각차', '현장 활동가의 체감 현실', '신진 정치권의 고민', '운영 노하우'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가장 뜨거웠던 쟁점, '중복성'


    [참여자와 종합토론을 하는 모습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가장 많은 시간이 할애된 주제는 역시 '중복 사업' 문제였습니다. 준비위원회 측은 센터가 특정 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기관이 아니라 시민단체와 활동가를 잇는 허브·플랫폼이라는 점을 거듭 설명했습니다. 이미 안양시에서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장은 "실제로 운영해보니 중복되는 사업은 거의 없었다", "행정이 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경기도 지원은 임의단체에 지원되지 않고 1년 단위인 데 반해, 안양시 센터는 고유번호증만 있으면 지원이 가능하고 2~3년 단위로 지원하는 등 기존 체계와 실질적으로 다르게 설계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참석자는 "'중복'이라는 개념 자체를 우리가 지나치게 자기검열하듯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사회적협동조합을 지원하는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예를 들며, 지원 대상과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같은 활동도 중복으로 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타 지역에서 오래 활동하다 최근 시흥에 정착했다는 한 참석자는 "이 사업들은 궁극적으로 시민의 삶을 위한 것이지, 특정 단체나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교통비와 건강보험료 혜택이 동시에 주어지는 것을 두고 아무도 '중복 지원'이라 부르지 않는 것처럼,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목표에 맞는 프레임으로 사업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장은 "같은 문제를 안양은 이렇게 풀고 평택은 저렇게 푸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다", 지역마다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집단지성으로 단단하게 만들어진 센터는 외부 정치적 흔들림에도 잘 흔들리지 않는다"는 조언도 덧붙였습니다.


    [종합토론 시간에 발언하는 시흥시 양범진 시의원 에디터_안산사라]

     

    현장의 목소리: 마을활동가·소수자단체·환경단체

    갯골마을학교에서 활동하는 한 참석자는 마을 단위 활동의 현실적 어려움을 전했습니다. "보조금 사업을 하다 보면 마을의 현실이 아니라 행정 시스템에 맞춰야 한다", 하루 6~8시간을 활동하는 마을활동가들에게 인건비 배정을 20%로 제한하는 현재의 보조금 구조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변화를 계속하는데, 그 노력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시스템이 왜 계속돼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센터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시흥에서 활동해 온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6년 전 시흥에서 활동을 시작할 때 연대할 단체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 이번 집담회를 통해 비로소 시흥에 이렇게 많은 단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센터가 시민사회 단체들의 연결 플랫폼 역할을 명확히 해주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종합토론 시간에 발표하는 활동가의 모습 에디터_안산사라]

     

    정왕동에서 21년째 환경단체를 운영해온 한 참석자는 별도의 지원 없이 회원 후원만으로 활동해온 경험을 나누며, 지원을 받으면 오히려 오해를 사기도 했던 현실을 전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정답을 바라지는 않지만, 중복이라는 말에 너무 매몰되지는 않았으면 한다"는 소회를 남겼습니다.

     

    올해 6월 새로 당선된 한 시의원은 취임 직후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 지원센터, 장애인 복지 확대 등 수많은 요청을 받았던 경험을 전하며, "결국은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라는 현실적 고민을 솔직하게 나눴습니다. 직접 지원과 중간지원조직 설립 사이에서의 고민을 공유하면서도, "각 상임위에서 잘 설득해 나가겠다"며 협력의 뜻을 밝혔습니다.

    성과지표에 대해서도 "시민들에게 이 센터가 하는 역할과 허브 기능을 얼마나 잘 보여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유명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장은 영리 부문의 '성과' 개념을 비영리 활동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짚으며, 정성적 성과를 어떻게 드러낼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올해부터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토론회 현장 모습 에디터_안산사라]


    [김용현 설립추진준비위원장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4. 추후 진행과정 안내

    설문조사 실시: 준비위원회는 참석자 전원에게 연락해 설문을 진행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준비위원회의 추진위원회 전환 여부와 향후 일정에 대한 의견을 수렴합니다. 설문 결과는 참석자들에게 다시 공유될 예정입니다.

     

    추진위원회 전환 논의: 오늘 발제를 듣고 센터 설립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개인·단체는 준비위원회가 추진위원회로 전환될 때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이 열려 있습니다. 현재 준비위원회에는 시흥YMCA, 시흥여성의전화, 시흥환경운동연합, 갯골마을학교, 우리동네연구소 등 5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조례 제정 방향: 안양시 사례를 참고해, 센터 설립 근거를 조례에 곧바로 담을지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되,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단기·중기·장기 단계별 로드맵을 수립해 나갈 예정입니다.

     

    운영방식 방향: 발제와 토론을 통해 민간위탁 방식에 무게가 실렸으나, 이는 시의회 상임위 차원의 설득이 필요한 사안으로, 참여 시의원들이 각자 소속 상임위에서 공감대를 넓혀가기로 했습니다.

     

    기능 설계: '시흥형' 특화 기능(비영리단체 설립·운영 상담, 활동가 역량강화, 의제발굴, 민관협력 네트워크, 아카이빙 등)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추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이어질 예정입니다.

     

    성과관리 체계: 정량 지표와 정성 지표를 함께 고려한 단계별 성과지표를 설립 초기부터 마련해, 예산 대비 성과에 대한 지속적인 설명력을 갖춰나가기로 했습니다.

     

    5. 참여 소감

     

    두 시간 넘게 이어진 자리였지만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왜 필요한지에 대한 서종호 사무총장의 발제, 그 필요성이 현실이 되기까지 어떤 어려움을 거쳤는지 생생하게 들려준 김유철 사무총장의 발제, 그리고 제도와 예산이라는 냉정한 잣대로 다시 한번 점검해 준 김수연 의원의 발제까지, 세 발제는 서로 다른 각도에서 같은 질문 '시흥시공익활동지원센터가 정말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발제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이었습니다. 준비된 원고가 아니라 현장에서 활동해 온 이들의 솔직한 목소리가 오갔습니다. ‘마을 단위 보조금 사업의 경직성을 토로한 마을활동가의 발언, 연대할 곳조차 찾기 어려웠던 경험을 나눈 장애인단체 활동가의 발언, 그리고 21년째 지원 없이 활동해 온 환경단체 대표의 담담한 이야기까지이 모든 것이 왜 중간지원조직이 필요한지를 어떤 통계보다 분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마을에서 직접 활동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이날 나눈 이야기들이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예산도, 인력도, 정보도 부족한 상태에서 각자의 자리를 지켜온 활동가들에게 '비 올 때 우산이 되어주는' 안전망이 생긴다면, 그리고 그 안전망이 특정 단체의 확장이 아니라 시민 누구나 손쉽게 찾아올 수 있는 문턱 낮은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다면, 시흥시의 공익활동은 지금보다 훨씬 단단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15년이 걸렸다는 안양시의 이야기는 조급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과 동시에,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다짐을 함께 남겼습니다. 오늘의 이 자리가 시작이라면, 앞으로도 설문에 응답하고 논의에 참여하며 목소리를 보태고 싶습니다. 지역에서 공익활동을 이어가는 모든 활동가들이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조금 더 오래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그 든든한 우산이 하루빨리 시흥에도 펼쳐지기를 응원합니다.


    [단체사진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지속가능한 공익활동의 첫걸음, 시흥시공익활동지원센터
    안산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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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10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무대 조명이 켜지면 첫 장면은 공원이다. 아버지를 찾는 아이와 그 아이를 놀래주는 아버지의 장난. 배우의 어린 시절 기억이었다. 아버지와 그네를 탄다. 손을 놓으면 넘어질까 봐 아버지는 아이 허리를 꽉 쥔다. 또 다른 배우의 기억이었다. 우리 배우들은 이 장면에서 손가락 하나하나를 다르게 쓴다. 베트남에서 온 농인 배우는 자기 아버지 손은 이보다 더 컸다고 손짓으로 크기를 보여줬다.

     

    다음 장면은 열일곱 살. 아이는 이제 십대다. 진학 문제로 아버지와 다툰다. 수어의 손이 커지고 손짓이 날카로워진다. 화가 난 손은 원래보다 반경이 넓어진다. 우리는 이 장면을 연습할 때마다 웃었다. 다들 우리 아버지 모습과 같다며 눈물 지웠다.

     

    세 번째 장면, 공항이다. 아버지의 만류를 뒤로하고 사랑을 찾아 출국하는 딸. 손은 이제 등을 돌린 채로 움직인다. 등을 돌리고 수어를 한다는 건 원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농인끼리는 서로의 손을 보지 않으면 대화가 끊긴다. 그런데 이 장면만큼은 일부러 등을 돌렸다. 보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이 있다는 걸, 우리는 그렇게 표현하기로 했다.

     

    마지막 장면. 아버지의 유언이다. 죽으면 화장해서 바다에 뿌려달라고, 딸이 있는 곳 가까이 흘러가고 싶다고, 마지막까지 딸의 이름을 부르며 눈을 감았다는 이야기. 이 장면에서 우리는 수어 없이 가슴을 뜯는 장면으로 했다. 수어도 필요 없는, 모두가 겪었던 슬픔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단순한 몸짓을 관객석에서 우는 사람 없이 보기가 힘들다.

     

    그리고 인순이의 노래 <아버지>를 이렇게 수어로 옮겼다. 노래 하나를 오 분짜리 무언극으로 만드는데, 우리는 반년을 썼다.


     

    아버지라는 곡이 만들어지기까지

     

    새로운 공연을 준비하던 무렵이었다. 배우들에게 물었다. 이번엔 뭘 하고 싶으냐고. 대중없이 서로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며칠을 모여 앉아 서로 이야기하고,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 사회에서 겪은 일들을. 눈물이 먼저 나오고 말이 뒤따라오는 이야기들이었다. 차별받은 이야기, 무시당한 이야기, 언어가 통하지 않아 억울했던 이야기. 다 다른 사연인데 끝은 같은 곳으로 갔다. 가족이었다. 그리움이었다. 이야기를 아무리 늘어놓아도 결국 마지막 문장은 두고 온 부모 이야기였다. 그래서 우리는 <아버지>를 만들었다.

     

    농인 배우들의 사정을 들어보니 결이 비슷했다. 학령기가 되면 농학교에 갔다. 농학교는 전국 단위로 몇 곳뿐이라 대부분 기숙사 생활이었다. 여덟 살짜리가 집을 떠나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방학에만 집에 왔다. 부모는 언제나 그리운 존재였다. 매일 보는 사람이 아니라 방학에만 만나는 사람. 이주민 배우들이 국경 너머 부모를 그리워했다면, 농인 배우들은 기숙사 담장 너머 부모를 그리워했다. 거리는 달랐지만 그리움의 모양은 똑같았다.

     

    그제야 알았다. 우리가 만들려던 건 이주민의 노래도, 농인의 노래도 아니었다. 두고 온 사람을 그리워하는 모든 이들의 노래였다. 그래서 <아버지>는 누구 한 사람의 사연이 아니라, 무대에 선 모두의 사연이 됐다.


     

    지구인 수어 공연단, 우리 소개를 이렇게 쓴다.

     

    농아인, 이주민, 선주민이 언어의 장벽을 넘어 연대를 실천하고, 수어 예술을 통해 장애 감수성 및 문화 다양성의 가치를 실천합니다.

     

    하지만, 우여곡절이 많았다. 문화 차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단원들은 주로 수어로 소통한다. 청인이 음성언어를 쓰면 농인 배우가 눈을 흘기며 수어로 하라고 한다. 급해서 그랬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한 번 더 그러면 탈퇴하겠다는 엄포가 돌아온다. 나는 처음엔 이걸 농인에 대한 무례라고 여겼다. 나중에야 알았다. 이건 자기 언어를 지키는 마지막 방어선이었으며, 단원으로서 서로 공감대를 갖고자 하는 연대의 손짓이었다.

     

    다툼이 나면 농인 배우들은 눈을 피하지 않는다. 눈을 피하면 손이 안 보이니까. 그것도 모르고 나는 다투는 둘을 떼어놓으려 했다. 떼어놓을수록 싸움은 커졌다. 말리다 보면 수어가 서툰 단원의 통역까지 내 몫이었다. 내가 싸움을 말리는 건지 싸움 안에 있는 건지 헷갈리는 순간이 여러 번이었다. 수어는 아무리 다툼이 있어도 시선만큼은 피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배웠다.

     

    줄을 삐뚤게 서는 농인 배우에게 싫은 소리를 한 적도 있다. 참다못한 그 배우가 나를 자기 자리에 세우고, 음악 없이 공연을 시작했다. 중간쯤 가자, 나는 흐름을 완전히 놓쳤다. 음악을 듣고 수어를 맞추던 나는, 음악이 없으니 언제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그제야 알았다. 줄이 삐뚤었던 게 아니라, 앞사람의 수어만이 그에게는 유일한 박자였다는 것을. 나는 그날 바로 사과했다. 그의 자리를 뒤로 옮겼다. 지금은 줄이 삐뚤어도 아무 말 안 한다.

     

    다툼을 말리다 나도 모르게 농인 배우의 손을 잡은 적도 있다. 수어 하는 사람의 손을 잡는다는 건, 말하는 사람의 입을 손으로 막는 것과 같다는 걸. 무심코 한 행동이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걸, 나는 이 단체에서 매번 새로 배운다.

     

    40년 넘게 다른 문화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한 무대에 서는 일이다. 쉬울 리가 없다. 그래도 우리는 서로에게 맞춰간다. 눈을 피하지 않는 법을, 손을 함부로 잡지 않는 법을, 줄이 아니라 사람을 보는 법을. 문화가 다르다는 건 틀렸다는 뜻이 아니라 배울 게 남았다는 뜻이라고, 나는 그렇게 이해하기로 했다.

     
     

    공연 커튼콜

     

    공연이 끝나면 커튼콜 전에 배우 소개 시간을 갖는다. 베트남 농인 배우가 오늘따라 하기 싫다고 했다. 한국 수어가 아직 서툴다는 이유였다. 다른 단원 하나가 그럼 그냥 단체 인사로 마무리하자고 했다. 다들 그러자는 분위기였다.

     

    내가 나섰다. 우리는 잘하는 수어를 보여 주려고 무대에 서는 게 아니라고 했다. 자존감을 갖고, 당당하게 자신을 소개하는 게 우리가 하는 일이라고. 서툴러도 괜찮다고, 서툰 것도 우리 모습이라고.

     

    그때 베트남 농인 배우가 말했다. 그러면 나는 베트남 수어로 인사하겠다고. 그 순간이었다. 내가 이 단체를 만들면서 꿈꾸던 모습이 정확히 그 장면이었다. 한국 수어가 서툴러서 숨는 게 아니라, 자기 언어로 당당히 서는 것. 지구인 수어 공연단이라는 이름값을 그 배우 혼자 그 몇 초 안에 다 해냈다. 나를 자랑스럽게 만드는 건 완벽한 무대가 아니다. 자기 언어로, 자기 방식으로 당당히 서는 사람들을 보는 일이다.


     

    공연 후 단톡방에서

    공연이 끝난 밤, 단톡방이 시끄러웠다. 농인 배우 박수진이 먼저 글을 올렸다.

     

    하나의 무대, 하나의 마음

    서로 다른 빛이 모여

    하나의 아름다운 별이 되고,

    서로 다른 손짓이 모여

    하나의 감동이 됩니다.

    무대 위에서는 모두가 주인공,

    열정은 노래가 되고

    우정은 춤이 되어

    세상에 희망을 전합니다.

    지구인공연단

    "함께라서 더 빛나고,

    꿈꾸기에 더욱 아름답다."

    오늘도 여러분의 무대가 세상을 환하게 비춥니다.

     

    이어서 이주민 배우 전연의 글이 올라왔다.

     

    우리의 공연을 본 누군가는 처음으로 수어를 만나고, 농아인의 문화를 이해하며, 다름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 작은 관심은 이해가 되고, 이해는 소통이 되며, 소통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듭니다.

    무대 위에 함께 선 농아인과 청인, 한국인과 외국인의 모습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가 가능하다는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우리는 공연을 보여 주기 위해 무대에 서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며, 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무대에 섭니다.

    ~우리가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이미 의미입니다.

     

    단톡방에 내가 적었다. "작가보다 잘 쓰네."

    전연이 답했다. AI 도움을 좀 받았다고. 다들 웃었다. 나도 웃었다. 웃으면서 생각했다. 문장의 마지막 손질을 사람이 했든 기계가 했든, 그 밤, 무대 위에서 반짝이는 박수 소리로 손을 흔들던 건 분명 관객들이었다. 감동은 대필 되지 않는다. 그건 몸으로만 쓸 수 있는 문장이니까.

     

    우리는 계속 갈 것이다. 줄은 여전히 삐뚤어질 것이고, 손은 또 누군가를 오해하며 잡힐 것이다. 화장해서 바다에 뿌려달라던 어느 아버지의 유언이, 국경을 넘어온 딸들의 손끝에서 매번 다시 태어난다. 그 손짓 하나를 완성하는 데 9년이 걸렸고, 앞으로도 계속 걸릴 것이다. 무대가 끝나면 조명이 꺼진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걸어간다.

     

    지구인 수어 공연단 <아버지>
    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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