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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로 그리는 환경교육, 시흥YMCA에게 길을 묻다

기후위기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다.
뉴스에서도, 학교에서도, 동네 게시판에서도 흔하게 마주친다. 그러나 위기를 이야기만 하는 것과, 그 위기에 대응할 교육 체계를 갖추는 것은 전혀 다른 층위의 문제다. 한 사람의 목소리로는 만들 수 없고, 결국은 여러 단체가 손을 맞잡아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안에서 이 물음에 가장 구체적으로 답하고 있는 지역 중 하나가 시흥시다. 시흥시는 환경부 지정 환경교육도시이며, 관내 여러 환경단체와 중간지원조직들이 힘을 모아 시흥 환경교육플랫폼이라는 협력체계를 함께 꾸려가고 있다.


/ ⓒ에디터 해지
1. 시작 : 사라진 네트워크의 빈자리에서 시작된 논의
시흥시에는 원래도 환경교육과 관련한 네트워크가 존재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시점엔가 그 네트워크는 활동을 멈추었고, 시흥의 환경교육은 한동안 구심점 없이 각 단체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흩어져 이어가는 모양새였다. 상황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건 시흥시가 환경부 지정 환경교육도시로 선정되면서부터다. 관내에 있는 여러 환경단체와 중간조직들 사이에서 "이제는 통일된 환경교육을 함께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가기 시작했고, 그 논의는 지난해 실제 발족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이 지금의 환경교육플랫폼이다.

2. 다시 나아가기 위해 연대하다.
환경교육은 흔히 한 기관, 한 프로그램의 몫으로 여겨지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역 안의 여러 주체가 자원과 정보를 나누지 않으면 오래 지속되기 어려운 영역이기도 하다. 한 단체가 아무리 열심히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그 단체가 힘이 빠지는 순간 지역의 환경교육 전체가 함께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흥이 겪었던 '네트워크의 공백'은 바로 이런 취약함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했다.
"단체가 필요했다. 공동으로 대처할 곳이 필요했다." 서종호 사무총장이 이 지점을 짚으며 꺼낸 말이다. 개별 단체가 각자의 자리에서 환경교육을 이어가는 것과, 여러 단체가 하나의 창구를 통해 목소리를 모으는 것은 확연히 다른 무게를 가진다. 흩어져 있던 목소리들이 하나의 이름 아래 모이면, 행정을 상대할 때도, 사업을 기획할 때도 훨씬 단단한 근거를 갖게 된다. 사무총장 말에 따르면 경기도 안에서도 이런 형태의 환경 교육 협력체는 흔치 않다고 한다. 그만큼 시흥의 시도는 의미 있는 실험이기도 하다.

3. 시흥YMCA의 동행
여기서 한 가지,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있다. 환경교육플랫폼은 시흥YMCA가 만든 사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플랫폼의 중심에는 시흥에코센터가 있고, 시흥환경교육네트워크가 간사단체로서 실무를 지원하는 구조다. 시흥YMCA는 이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여러 단체 가운데 하나이며, 주도적인 위치에 있지는 않다.

사무총장은 인터뷰 내내 이 부분을 몇 번이고 다시 짚었다. "우리가 만든 게 아니라서, 이건 꼭 참고해달라"는 당부가 유독 또렷하게 남았다. 여러 단체의 몫으로 돌려놓으려는 태도였다. 환경교육 플랫폼이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 여러 단체가 각자의 역할을 나누어 맡으며 함께 걸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시흥YMCA는 그 여정에서 성실한 동행자의 자리를 택하고 있었다.

4. 거버넌스 구축: 협력 구조로 단단해지는 환경교육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단체는 생각보다 많다. 규모가 크지 않은 단체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활동하다 보니, 서로의 활동을 확인하고 공유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과제였다. 최근에는 시흥시 차원의 기후 관련 행사를 여러 단체가 함께 시도했고, 올해부터는 이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환경기금의 지원을 받아 홍보를 진행한 환경교육주간에는, 6월 초를 기점으로 열 개 단체가 각자의 장소에서 체험 활동을 열었다. 한 곳에 모여 큰 규모의 통합 행사를 만드는 단계라기보다, 각 단체가 자기 자리에서 준비한 활동을 열고 서로의 소식을 공유하는 정도라고 사무총장은 담담히 말했다.

의미 있는 지점은 또 있다.
시흥에코센터는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환경교육사 2급 양성기관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 인터뷰가 이뤄질 당시만 해도 전국에서 이런 인증을 받은 곳은 천안과 시흥, 단 두 곳뿐이었다. 이후 2026년부터는 경남환경재단이 새롭게 지정되며 세 곳으로 늘었지만, 수도권 안에서는 여전히 시흥이 유일하다. 시흥에코센터를 중심으로 이 네트워크가 발족한 배경에는 이런 전문성의 축적도 자리하고 있다. 단순히 여러 단체가 모였다는 것을 넘어, 실제로 환경교육 인력을 길러내는 인증 체계까지 지역 안에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 각 단체가 개별적으로 따내던 공모사업들도, 이제는 네트워크 차원에서 모아 지원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사업 하나하나를 개별 단체가 따로 준비하고 보고하던 방식에서, 네트워크가 창구가 되어 자원을 나누는 방식으로 옮겨가는 것은 단순한 행정 절차의 변화가 아니다. 단체 간의 신뢰가 쌓여야 가능한 일이고, 동시에 그 신뢰를 다시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올해부터는 현장에서 거버넌스 형태를 갖추기 위한 준비를 여러 단체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방향이 뚜렷하게 그려져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5. 동마다 마을학교가 있는 도시
네트워크 활동이 실제 시민의 삶에는 어떤 변화를 만들고 있을까. 사무총장은 조심스럽게 답했다. "단체 규모가 크면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겠지만" 하고 운을 뗀 뒤, 시흥의 사례로 와글학교와 댓골마을학교를 꺼냈다. 댓골마을학교에서는 우유팩이나 폐건전지를 모아오면 화장지나 식용유로 바꿔주는 활동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거창한 캠페인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실천으로 이어지는 방식이라는 점이 눈에 띄었다.
시흥시에는 특징이 하나 더 있다. 동마다 마을학교가 다 있다는 점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촘촘한 구조다. 다만 모든 마을학교가 환경 관련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고, 그중에서도 시흥시 차원에서 환경 관련 활동을 이어가는 마을학교들이 있는 것이다. 시가 직접 관여하는 사업이기에 가능한 특이점이라고 사무총장은 짚었다. 동 단위까지 촘촘하게 퍼져 있는 마을학교의 존재는, 환경교육이 생활권 안으로 스며들 수 있는 잠재적인 통로이기도 하다. 동네 마을학교에서 반복되는 작은 실천들이 결국 더 오래 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인터뷰 내내 떠나지 않았다. 댓골마을학교의 사례는, 아직 시흥 전역으로 넓게 퍼지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다른 동의 마을학교들이 참고할 수 있는 하나의 모델이 될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6. 민(民)과 관(官) 사이, 예산이라는 현실
네트워크가 궁극적으로 바라보는 방향은 무엇일까. 사무총장의 답은 환경 정책이라는 것이 민간이나 행정 어느 한쪽만의 힘으로 주도될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함께 참여하겠다는 의제가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는 예산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늘 따라붙는다. 좋은 취지만으로는 지속되기 어렵고, 결국 누가 어떤 자원을 대고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하는 질문 앞에 서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시흥에는 이미 몇십 년째 활동을 이어온 환경교육 연합이 있다. 그 안에서도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단체, 캠페인을 전문으로 하는 단체 등 성격이 저마다 다른 여러 단체가 얽혀 있다. 성격이 다른 단체들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모이다 보니, 지향점을 맞추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다. 여러 단체가 모여 만든 네트워크이다 보니 한계도 뚜렷하다는 것이 솔직한 진단이다. 예산이 없다 보니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쉽게 나서기 어렵고, 상급 기관과의 협의도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특히 눈에 띄는 지점은, 환경교육네트워크가 아직 고유번호증을 발급받지 못한 상태라는 것이다. 정식 등록 이전 단계에 머물러 있다 보니 직접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고, 그래서 지금은 시흥YMCA라는 단체명을 빌려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환경교육주간 행사 역시 시흥YMCA가 사업을 수주하고 공모를 통해 각 단체에 나누어주는 형태로 진행됐다. 이름을 갖추지 못한 네트워크가 이름을 가진 단체의 어깨를 빌려 걸음을 떼고 있는 셈이다. 겉으로 드러난 활동의 화려함 뒤에는, 이렇듯 아직 제도의 틀 안에 자리 잡지 못한 현실이 함께 있었다. 여러 단체가 뜻을 모아 만든 협의체라 하더라도, 법인격이나 고유번호증 같은 최소한의 행정적 장치가 없으면 지원 사업 하나에 지원서를 내는 것조차 쉽지 않다. 결국 그 빈틈을 메우는 몫은 시흥YMCA처럼 이미 법인격을 갖춘 단체의 몫으로 돌아가고, 그 단체 역시 넉넉한 여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지역을 위해 기꺼이 짐을 나누어 지고 있는 셈이었다.

"지역의 색을 담은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환경교육을 하는 이유는 결국 하나로 모인다. 교육이 실제 환경 보호라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 이 지점에서 사무총장은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전제를 달고 앞으로의 과제를 짚었다. 표준화된 교보재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지만, 지역마다 처한 환경 의제가 다른 만큼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교육 프로그램과 교보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느 지역은 갯벌이 의제이고, 어느 지역은 대기질이 의제일 수 있다. 하나의 틀로 모든 지역을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각 단체가 필요에 따라 이를 각색해서 쓸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만약 이런 작업을 해낸다면, 개별 단체 차원이 아니라 네트워크 차원에서 함께 추진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사무총장은 덧붙였다. 아직 실현되지 않은 구상이지만, 네트워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언젠가 여러 단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역 맞춤형 콘텐츠를 만드는 날이 온다면, 그 출발점은 오늘의 이 인터뷰에서 나온 소박한 바람일지도 모른다.
시흥 YMCA의 뿌리
시흥의 환경 활동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체가 하나 더 있다. 시흥에서 가장 오래 활동해온 시흥 환경운동연합이다. 전국 단위의 플로깅 활동은 물론, 철새를 비롯한 생태 모니터링까지 폭넓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오랜 시간 축적된 이런 활동들이, 지금의 환경교육 플랫폼이 설 수 있는 토양이 되어주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곁에는 시흥YMCA가 있다. 시흥YMCA가 가장 공을 들여온 활동은 생태환경 보전이다. 터널 건설을 반대하며 생태 보존을 지켜낸 운동은 지금까지도 시흥YMCA를 대표하는 활동으로 꼽히며,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30년 가까이 청소년활동을 중심에 두었던 단체가, 어느새 생태를 지키는 일에도 오랜 시간 발을 담가온 것이다. 처음부터 환경단체로 출발한 곳이 아니기에, 시흥YMCA가 걸어온 궤적은 조금 다르게 읽힌다. 청소년의 삶을 고민하던 자리에서 출발해, 그 삶을 둘러싼 자연과 지역 사회, 그리고 인권의 문제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넓어져 온 셈이다. 청소년활동과 환경활동, 인권활동이 서로 멀지 않다는 것을 시흥YMCA의 걸음이 보여주고 있다. 이번 환경교육플랫폼 참여 역시, 그런 오랜 확장의 연장선 위에 놓여 있는 결정이었을 것이다. 이 밖의 활동 연혁은 시흥YMCA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함께 걷는다는 것
환경교육플랫폼이라는 이름 아래 모인 시흥의 단체들은 저마다 다른 역사와 방식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몇십 년째 생태를 지켜왔고, 누군가는 마을 단위에서 우유팩과 폐건전지를 모으며, 누군가는 아직 정식 등록조차 마치지 못한 채로 활동을 이어간다. 그 사이에서 시흥YMCA는 동행자의 자리를 지키며, 네트워크의 한 축을 묵묵히 받치고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사무국을 나서며 든 생각은 하나였다. 완성된 체계를 자랑하는 것보다, 지금 가진 한계를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어쩌면 더 단단한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한 네트워크가 다른 단체의 이름을 빌려 사업을 이어가고, 큰 통합 행사 대신 몇 단체가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체험을 여는 지금의 모습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분명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걸음이다. 예산도, 제도적 근거도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여러 단체가 서로의 부족함을 메워가며 걷고 있다는 것. 그것이 지금 시흥의 환경교육이 서 있는 정직한 자리다. 그리고 그 걸음의 한편에는, 30년 가까이 지역과 함께 걸어온 시흥YMCA가 여전히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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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9※「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사이자 공익활동가의 시선으로 본 평생학습 현장 르포
"AI라는 말을 들으면 왜 중장년·시니어들은 어렵게 느낄까?"
"AI(인공지능)입니다." 라는 말을 듣는 순간 많은 중장년과 시니어들은 "그건 젊은 사람들이나 하는 것", "너무 어려운 기술", "컴퓨터 전문가만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부터 떠올린다. 그러나 실제로는 AI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AI를 설명하는 방식이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현재 AI를 소개하는 대부분의 자료에는 프롬프트, 생성형 AI, 머신러닝, 딥러닝, 알고리즘, 챗봇과 같은 낯선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이러한 전문 용어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에게 심리적인 장벽을 만든다. "처음부터 너무 어렵다"는 인식이 생기면 배우려는 의욕도 자연스럽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이유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스마트폰을 잘못 눌러 중요한 정보가 사라질까 걱정하거나, 개인정보가 유출되지는 않을까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 "혹시 잘못되면 어떡하지?"라는 마음이 새로운 기술을 시도하는 것을 망설이게 만든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은 "배워도 금방 바뀐다"는 부담감을 더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많은 중장년과 시니어들은 AI를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다. 스마트폰 음성검색, 사진 자동 보정, 길찾기, 번역, 유튜브 추천 영상, 은행의 금융사기 탐지 서비스 등은 모두 AI 기술을 활용한 기능이다. 다만 그것이 AI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다.
중장년·시니어 대상 AI 교육은 기술을 설명하는 데서 출발하기보다 생활 속 사례를 통해 친숙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AI는 어려운 기술이 아니라 일상을 도와주는 똑똑한 비서"라는 인식을 심어줄 때 학습에 대한 부담은 줄어든다. 교육도 전문 용어보다 "사진 속 글자를 읽어주는 기능", "문장을 대신 써주는 도우미", "여행 일정을 함께 짜주는 친구"처럼 실제 생활과 연결된 예시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때 이해도와 활용도가 크게 높아진다.
결국 중장년과 시니어가 AI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기술 자체보다 낯선 용어, 실패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나와는 거리가 먼 기술'이라는 선입견 때문이다. 이러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것이 AI 교육의 첫걸음이며, AI는 누구나 배워 활용할 수 있는 생활 속 도구라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AI는 글을 대신 쓰지 않았다
"선생님, AI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나요?“

/ ⓒ에디터 럭비공
수원 신한 학이재 배움터의 오후 강의실, 삼삼오오 모인 수강생들이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7월의 과정은 주제는 '스마트폰 AI를 활용한 글쓰기'였다. AI가 글을 대신 써주는 시대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지만, 정작 수강생들의 첫 질문은 의외로 단순했다.
"선생님, AI한테 무슨 말을 해야 하나요?"
교실 안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누구도 스마트폰을 다루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AI와 어떻게 대화를 시작해야 하는지 몰랐던 것이다. 그 순간 필자는 이 교육의 진짜 목적이 AI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 ⓒ에디터 럭비공
배움터에서 만난 새로운 도전
신한 학이재 배움터에는 은퇴 후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50~60대, 손주와 소통하고 싶은 70대,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싶은 시민들이 모인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였다.
"AI를 배우고 싶다."
그러나 수업이 시작되면 AI보다 먼저 넘어야 할 벽이 나타난다.
스마트폰 글자를 크게 만드는 방법.
음성 입력 버튼을 찾는 방법.
복사와 붙여넣기를 하는 방법.
앱을 설치하고 로그인하는 과정.
젊은 세대에게는 익숙한 기능이지만, 중장년과 시니어에게는 AI보다 먼저 익혀야 할 또 하나의 언어였다. 한 수강생은 웃으며 말했다. "AI는 어렵지 않은데 스마트폰이 저를 시험하네요." 교실에는 웃음이 번졌지만, 그 말 속에는 디지털 전환 시대를 살아가는 중장년 세대의 현실이 담겨 있었다.
프롬프트보다 어려운 것은 '내 이야기를 꺼내는 일'
AI는 질문한 만큼 답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수강생은 처음에 이렇게 입력한다.
"글 써줘."
AI는 짧고 평범한 글을 보여준다. 그러자 실망한 표정이 이어진다. 나는 다시 질문을 바꿔 보자고 제안한다.
"40년 전 첫 직장에서 퇴근하던 겨울 저녁을 떠올리며 따뜻한 에세이를 써 주세요."
"대만 여행에서 만난 친구와의 추억을 감성적으로 정리해 주세요."
"손주에게 들려주고 싶은 어린 시절 이야기를 편지 형식으로 써 주세요."
같은 AI인데도 결과는 전혀 달라진다.
수강생들은 놀란다.
"질문이 이렇게 중요했네요."
그 순간 필자는 프롬프트 교육이 단순히 AI를 잘 사용하는 기술이 아니라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훈련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다.
AI는 기억을 만들지 않는다
가장 인상 깊었던 시간은 '나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쓰는 시간이었다. AI가 아름다운 문장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한 수강생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선생님, 이 글은 잘 썼는데 제 마음은 안 들어 있는 것 같아요."
그 말에 교실이 조용해졌다.
나는 AI에게 글을 맡기기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들려주자고 말했다.
조금씩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싸 주시던 도시락.
첫 월급으로 부모님께 사 드린 내복.
군 복무 시절 전우들과의 추억.
아이를 처음 품에 안았던 날.
AI는 그 기억을 문장으로 다듬어 주었지만, 기억을 꺼내는 일은 결국 사람의 몫이었다.
그날 필자는 AI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삶을 정리해 주는 도구라는 사실을 수강생들과 함께 배웠다. 교육은 끝났지만 배움은 멈춘다. 강의가 끝난 뒤에도 질문은 계속된다.
"집에 가니까 다시 모르겠어요."
"지난번 대화가 없어졌어요."
"업데이트가 되면서 화면이 바뀌었어요."
AI 기술은 빠르게 변하지만, 교육은 대부분 한두 번의 특강으로 끝난다. 평생학습 현장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도 바로 여기였다. 배운 내용을 생활 속에서 반복해 볼 수 있는 환경이 부족했다. 수료증은 받았지만 혼자 연습하다가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AI 활용 능력은 한 번의 교육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반복해서 사용하고, 질문하고, 서로 알려 주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역량이 된다.
배움에서 공익활동으로 이어지는 길
수업이 끝난 뒤 한 수강생이 다가와 말했다.
"저도 나중에 다른 어르신들에게 스마트폰을 알려주고 싶어요."
그 말을 들으며 일본의 공민관에서 운영하는 '디지털 서포터' 제도가 떠올랐다. 교육을 받은 주민이 다시 지역의 강사가 되고, 새로운 학습자를 돕는 구조다.
평생학습관에서 AI를 배운 시민이 도서관에서 디지털 멘토가 되고, 경로당에서 스마트폰 봉사를 하고, 마을배움터에서 글쓰기 모임을 이끌 수 있다. 배움은 개인의 성장을 넘어 공동체의 자산이 될 때 더 큰 가치를 만든다.
공익활동은 거창한 일이 아니다. 내가 배운 것을 이웃과 나누는 순간부터 공익은 시작된다. 강사가 아니라 함께 배우는 사람으로 필자는 강단에 서 있지만, 매 수업마다 배우는 사람은 오히려 나 자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AI는 새로운 기술이지만, 사람의 삶을 대신 살아주지는 않는다. 수강생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어떤 AI도 만들어 낼 수 없는 삶의 기록이다. 나는 기술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꺼낼 수 있도록 돕는 안내자가 되는 일이다. 평생학습은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삶을 다시 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현장 취재 기자의 시선
신한 학이재 배움터에서의 AI 글쓰기 교육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시간이 아니었다. 중장년과 시니어에게 AI는 디지털 기기가 아니라 잊고 지냈던 자신의 삶을 다시 기록하게 만드는 계기였다. 하지만 현장은 정책보다 한 걸음 앞서 있었다. 교육 횟수를 늘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학습자가 혼자서도 계속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평생학습관, 도서관, 마을배움터, 공익활동지원센터가 연결되어 교육 이후에도 학습동아리와 디지털 멘토링이 이어진다면 AI 교육은 일회성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공익 활동으로 발전할 수 있다. AI 시대에도 결국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배움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다.

/ ⓒ에디터 럭비공
신한 학이재에서 만난 수강생들의 눈빛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늘도 누군가는 스마트폰 화면 앞에서 첫 질문을 입력한다.
그리고 그 질문은 단순히 AI를 향한 질문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향한 첫걸음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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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7※「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6년 경기도 평생학습 정책연구과제 수요조사」 참여로 더 나은 평생학습 정책을 제안하다

/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급변하는 인공지능(AI) 시대와 초고령사회,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는 평생학습의 의미를 새롭게 바꾸고 있다.
이제 평생학습은 단순한 취미 활동이나 자기계발을 넘어 일자리, 디지털 역량, 사회참여,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필수적인 사회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은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정책 연구에 반영하기 위해 '2026년 경기도 평생학습 정책연구과제 수요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 수요조사는 경기도 평생학습 정책이 행정 중심이 아닌 현장 중심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앞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 연구의 우선순위를 설정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현장의 의견을 담는 '2026년 경기도 평생학습 정책연구과제 수요조사', 이번 조사는 2026년 7월 13일부터 7월 24일 오후 6시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경기도 내 평생학습 관련 기관과 단체, 평생교육시설 종사자, 강사, 활동가, 연구자 등 평생학습 분야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은 매년 정책연구를 통해 경기도 평생학습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며, 올해 역시 실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연구주제를 발굴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
특히 이번 조사는 단순한 설문조사에 그치지 않는다. 평생학습 정책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가장 시급한 과제인지, 어떤 분야를 우선적으로 연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현장의 경험과 아이디어를 수렴하여 향후 정책 개발의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평생학습은 지역마다 환경이 다르고 학습자의 특성도 다양하기 때문에 현장의 의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수요조사는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는 관계자들의 경험을 정책으로 연결하는 의미 있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어떤 내용을 제안할 수 있을까
이번 수요조사는 크게 세 가지 내용을 중심으로 의견을 받고 있다.
첫 번째는 평생학습 정책 현안 및 연구가 필요한 주제이다. 예를 들어 AI 시대 디지털 문해력 교육, 중장년 재취업 교육, 노년층 스마트폰 활용교육,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평생학습, 장애인과 다문화가정을 위한 평생교육 확대 등 현재 현장에서 필요성을 느끼는 다양한 정책을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연구 분야이다. 최근 평생학습은 단순한 강좌 운영을 넘어 지역사회 문제 해결과 연계되고 있다. AI 활용 교육, 디지털 격차 해소, 1인 가구 평생학습, 베이비부머 재도약 지원, 탄소중립과 환경교육, 시민참여형 학습공동체 마을교육 활성화, 평생학습도시 발전 모델 등 앞으로 경기도가 집중적으로 연구해야 할 분야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세 번째는 기타 정책 제안 및 자유 의견이다.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이나 제도 개선사항, 행정지원, 강사 역량 강화, 예산 지원, 프로그램 운영 방식 등 평소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내용을 자유롭게 작성하면 된다. 특히 구체적인 정책 아이디어가 있는 경우에는 별도의 제안서를 제출하여 보다 심층적인 연구과제로 제안할 수도 있다.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조사
참여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포스터에 안내된 QR코드 또는 온라인 설문 주소에 접속하면 5~10분 정도의 시간만으로 참여할 수 있다. 또한 연구과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싶은 경우에는 별도의 제안서를 작성하여 이메일로 제출하면 된다. 온라인 설문은 짧은 시간이면 참여할 수 있지만, 그 결과는 내년 경기도 평생교육 정책 연구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즉, 현장에서 활동하는 강사 한 사람의 경험, 작은 학습공동체의 의견 하나가 새로운 정책 연구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평생학습 정책은 현장에서 시작된다.
평생학습은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생애 전 과정에 걸쳐 지속적으로 배우고 성장하는 교육이다. 최근에는 AI 기술의 발전과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 고령화, 기후위기 등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정책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중장년층의 재취업, 노년층의 디지털 소외 문제는 평생학습이 해결해야 할 대표적인 사회적 과제가 되고 있다. 또한 지역 공동체 활성화와 시민참여 확대, 문화예술 활동, 환경교육, 건강한 노후 준비까지 평생학습이 담당하는 역할은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행정기관만의 고민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는 강사와 기관 종사자, 학습자들의 생생한 경험이 함께 반영될 때 비로소 현실적인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수요조사는 단순한 의견조사가 아니라 경기도 평생학습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중요한 정책 참여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장의 작은 의견이 미래 정책을 만든다
평생학습 현장에는 수많은 경험과 아이디어가 존재한다. 강사는 교육과정 운영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알고 있으며, 학습자는 무엇이 필요한지 가장 잘 알고 있다. 기관 종사자는 지역의 특성과 행정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경험들이 정책 연구로 이어질 때보다 실효성 있는 평생학습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다. 특히 AI 활용 교육, 디지털 문해력, 고령사회 대응, 지역공동체 활성화, 1인 가구 지원, 평생학습 강사 전문성 강화 등은 앞으로 경기도가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발전시켜야 할 분야이다.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이 실시하는 이번 정책연구과제 수요조사는 이러한 현장의 경험을 정책으로 연결하는 소중한 통로가 될 것이다.
5분 남짓한 설문 참여가 내년 경기도 평생학습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평생학습의 미래는 행정기관만이 아닌,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는 모든 관계자와 도민이 함께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이번 수요조사는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평생학습 정책과 현장의 간극, 숫자로는 보이지 않는 현실


/ ⓒ에디터 럭비공
평생학습 정책은 매년 발전하고 있다.
전국의 평생학습도시는 늘어나고 있고, 디지털 문해교육과 AI 활용교육, 마을공동체 사업도 확대되고 있다. 정책 보고서에는 참여 인원과 운영 횟수, 만족도 등의 성과가 기록된다. 그러나 현장을 취재하면서 만난 시민들의 이야기는 또 다른 현실을 보여주었다. 정책은 분명 좋은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지만, 현장에서는 작은 불편과 제도의 한계가 시민들의 참여를 가로막고 있었다.
사례 1. "교육은 좋은데, 갈 방법이 없습니다."
경기도의 한 학습마을에서 스마트폰 교육을 수료한
78세 김모 어르신은 이렇게 말했다.
"집에서 평생학습관까지 버스를 두 번 갈아타야 해요.
교육은 정말 좋은데 왕복 두 시간이 걸립니다."
정책은 '누구나 평생학습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교통이 가장 큰 장벽이었다.
도심에서는 다양한 강좌를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외곽 지역이나 농촌에서는 이동 자체가 어려워
교육 참여를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한 평생학습 담당자는 "예산은 프로그램 운영에 집중돼 있지만,
이동지원 예산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교육의 기회는 마련했지만,
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까지는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 것이다.
사례 2. 디지털 교육은 끝났지만, 집에 가면 다시 막막하다
최근 많은 지자체가 스마트폰 활용교육과 AI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을 마친 어르신들은 키오스크 사용법과 모바일 뱅킹을 배웠지만,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의왕시의 한 교육장에서 만난 수강생은 말했다.
"수업 시간에는 잘 따라갔는데 집에 오니까 순서를 다 잊어버렸어요.
옆에서 한 번만 더 알려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어요."
평생학습은 대부분 2시간짜리 강의로 끝난다.
그러나 디지털 역량은 반복 연습과 사후 지원이 있어야
비로소 생활 속에서 정착된다.
강사는 "교육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 이후"라고 말했다.
정책은 교육 횟수를 성과로 평가하지만,
시민들은 지속적인 디지털 멘토링을 더 필요로 하고 있었다.
사례 3. 배운 사람이 봉사하고 싶어도 연결되지 않는다
평생학습을 통해 스마트폰 활용법을 익힌 한 수강생은 교육을 마친 뒤
강사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이제 저도 다른 어르신들을 도와드리고 싶은데 어디에 신청하면 되나요?"
안타깝게도 이를 연결해 줄 체계는 없었다.
평생학습관, 자원봉사센터, 공익활동지원센터는 각각 운영되고 있었지만
정보가 연계되지 않아 시민들이 참여할 창구를 찾기 어려웠다.
결국 많은 시민들은 배우는 데서 멈추고 있었다.
배움이 공익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연결망이 부족한 것이다.
사례 4. 강좌는 많지만 주민이 원하는 내용은 부족하다
한 평생학습관의 강의실 게시판에는 수십 개의 프로그램이 안내되어 있었다.
캘리그래피, 꽃꽂이, 요가, 라인댄스 등 다양한 강좌가 운영되고 있었지만, 주민들이 실제로 원하는 교육은 조금 달랐다.
인터뷰에 참여한 주민들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AI를 배우고 싶어요."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이 필요합니다."
"유튜브 영상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전자책 출판을 해보고 싶습니다."
프로그램은 여전히 문화·취미 중심이었고,
시민들이 체감하는 디지털 전환 속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정책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를 따라가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프로그램 개편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의견도 나왔다.
일본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일본의 공민관과 마을공동체에서는 교육이 끝나면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동아리와 자원봉사 활동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강좌를 수료한 주민은 '디지털 서포터'가 되어 다른 고령층을 돕고, 환경교육을 받은 주민은 하천 정화 활동과 생태 모니터링에 참여한다. 행정은 교육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배움과 실천을 연결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즉, 평생학습이 개인의 경험으로 끝나지 않고 공동체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정책은 '몇 명이 배웠는가'보다 '얼마나 삶이 달라졌는가'를 물어야 한다. 평생학습 정책의 성과는 흔히 참여 인원, 강좌 수, 운영 횟수로 평가된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숫자로 설명되지 않는 변화를 이야기했다. 한 어르신은 스마트폰 교육을 받은 뒤 처음으로 손주와 영상통화를 했고, 또 다른 시민은 AI 글쓰기 교육을 통해 자신의 자서전을 쓰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디지털 금융사기를 피할 수 있었고, 누군가는 평생학습을 계기로 마을기록 활동가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통계표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지역사회를 바꾸는 가장 중요한 성과다.
현장 취재를 통해 확인한 정책과 현장의 간극은 예산 부족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연결'의 부족이 더 큰 문제였다. 평생학습 정책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변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교육 운영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 학습자의 필요와 경험을 중심에 두는 전환이 중요하다. 주민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교육 수요를 꾸준히 살피고, AI·디지털 문해력·금융안전·1인 미디어와 같은 생활밀착형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한다. 또한 교육은 수업이 끝나는 순간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이후의 실천과 연결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이를 위해 디지털 멘토단이나 학습동아리와 같은 지속적 학습 기반을 함께 지원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평생학습관, 자원봉사센터, 공익활동지원센터 간의 연계를 강화해, 교육을 마친 시민이 자연스럽게 공익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배움이 개인의 경험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사회로 확장될 수 있도록 돕는 연결 체계가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정책의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 참여 인원이나 강좌 수를 넘어, 학습 이후 시민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리고 지역사회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를 함께 반영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배움은 교실에서 시작되지만, 그 가치가 완성되는 곳은 마을이다. 정책이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평생학습은 단순한 교육사업을 넘어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공공정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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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7※「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태풍이 지나간 저녁, 수원에 모인 사람들

/ ⓒ경기시민연구소 울림
2026년 7월 14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문화센터 예당마루에서 "시대와 세대를 잇다 — 리영희가 던진 질문을 오늘에 다시 새기다"를 주제로 제11차 경기사회포럼이 열렸다. 궂은 날씨 속에서도 시민과 활동가들이 참여한 이번 포럼은 언론인이자 사상가 리영희(1929~2010)를 청년 세대와 함께 조명하고 그의 질문을 오늘날에 재해석하고자 마련됐다.
경기사회포럼은 2025년 하반기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경기시민연구소 울림, 경기평화교육센터가 출범시킨 경기 지역의 격월제 시민 담론 플랫폼이다. 이날 행사는 개회 인사와 영상 상영에 이어 김효순 리영희재단 이사장의 기조 발제, 김학민 경기사회포럼 자문위원, 모정하 전교조 경기지부 부지부장, 정용준 청년 활동가의 좌담으로 진행됐다.
진행자는 리영희가 평생 던진 질문들이 과거에 머물지 않고 오늘날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에도 유효하다고 밝히며, 시대를 넘어 그의 질문으로 현재의 현실을 돌아보는 것이 이번 포럼의 취지라고 강조했다.
리영희는 누구인가 ㅡ 국경을 넘나든 생애

/ ⓒ에디터 엄프로
리영희는 1929년 평안북도 운산에서 태어나 국립해양대학을 졸업했다. 한국전쟁 당시 통역장교로 복무한 뒤 1957년 예편했고, 합동통신과 조선일보 외신부장을 거치며 외신 전문 기자로 활동했다. 1960년에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신문대학원에서 연수했다.
기자로서 그는 두 가지 보도로 큰 이정표를 남겼다. 1964년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검토 안건을 보도해 반공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었고, 1960년대 후반 베트남전쟁 취재를 통해 미국의 개입 성격을 비판 시각으로 전하다 1969년 해직되었다.
1972년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부임한 그는 학계에서 저술 활동을 본격화했다. 1974년 첫 평론집 『전환시대의 논리』를 펴내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1977년 『8억인과의 대화』와 『우상과 이성』을 잇달아 출간했다. 이 세 권은 1980년대 당국이 집계한 '불온서적' 목록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당대 젊은 지식인들의 의식 형성을 이끌었다.
이에 따라 권력의 탄압이 이어졌다. 1976년 한양대에서 해직되었고, 1977년 『우상과 이성』 출간 직후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되어 1980년까지 옥고를 치렀다. 1980년 복직 후에도 시국선언 참여로 재해직되었다가 1984년에야 복직했다. 1988년 한겨레신문 창간에 참여해 논설고문을 맡았으나, 이듬해 방북 취재 기획 혐의로 다섯 번째 구속을 겪었다. 평생 9차례 연행, 5차례 구속, 4차례 해직을 당하며 총 1,012일 동안 옥살이를 했다.
1995년 정년퇴임 후에도 냉전 해체와 한반도 정세 등 첨예한 의제를 지속 연구했고, 1998년 햇볕정책 시기 고향을 방문해 친지와 상봉했다. 2005년 대담집 『대화』를 펴낸 뒤 2010년 12월 5일 8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왜 '사상의 은사'였는가 — 저작이 가진 무게

/ ⓒ에디터 엄프로
리영희를 다루는 연구와 평문들은 그를 '사상의 은사' 혹은 '의식화의 원흉'이라는 상반된 별칭으로 부른다. 이 극단적인 평가 자체가 그가 한국 사회에 남긴 충격의 크기를 보여준다.
그의 문제의식 핵심은 '사실'과 '진실'을 향한 집요한 추구였다. 냉전 반공주의가 지배하던 시절, 베트남전쟁, 중국 혁명, 북한, 주한미군 등의 주제는 정해진 답 외의 사고가 허락되지 않았다. 리영희는 이 영역에 정면으로 뛰어들어 베트남 개입의 정당화 과정, 주한미군 기지의 함의, 중국 사회주의 혁명의 실상을 실증적 자료로 파헤쳤다. 『전환시대의 논리』 서문에서 그는 코페르니쿠스의 일화를 인용하며, 자신의 글이 경직된 한국 사회에 조심스러운 '가설'이 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내비쳤다.
1994년 펴낸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의 제목은 그의 문제의식을 압축한 표현으로, 한국 정치 담론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경구가 되었다. 그는 광복 후 한국 사회가 "오른쪽은 신성하고 왼쪽은 악하다는 착각" 속에 살아왔다고 지적하며, 새가 양날개의 균형으로 날듯 사회의 건강한 사고도 한쪽 극단만으로는 지탱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이 표현은 냉전 반공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쓰였으나, 훗날 보수 진영에서 양측의 '균형'을 강조하는 수사로 인용되며 원래 맥락과 다르게 소비되기도 했다. 이는 리영희라는 텍스트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전유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감옥 속의 인연들 — 김학민이 전한 뒷이야기

/ ⓒ에디터 엄프로
이날 좌담에서 청중의 몰입을 끌어낸 대목은 리영희와 사적 인연을 맺어온 김학민 자문위원의 회고였다. 연세대 졸업 후 한길사 편집장, 학민사 대표를 지낸 그는 1970년대 학생운동 시절 감옥에서 리영희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다고 전했다. 당시엔 동명이인의 다른 언론인과 혼동할 정도로 정보가 단절된 시절이었으나, 감옥 안에서 『전환시대의 논리』 출간 소식을 들은 뒤 출소 후 그의 책을 직접 편집·출간하는 인연으로 이어졌다고 회고했다.
김학민은 리영희가 감옥 안에서도 결코 수동적이지 않았던 일화를 전했다. 1977년 광주교도소 복역 당시 재판 대응을 위해 밖에서 통계 자료 등을 몰래 들여보내 주었는데, 이를 도운 인물 중에는 말단 교도관 전병용이 있었다. 그는 해직과 구속 위험을 무릅쓰고 양심수들을 도왔으며, 훗날 교정 당국이 그를 표창하는 아이러니도 있었다. 재판 과정에서는 송건호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등이 증인으로 나서 유리한 증언을 하기도 했다.
또한 1977년 나온 『우상과 이성』 초판은 압수되어 남아 있지 않은 반면, 1980년 판본은 도서관에서 확인되는 뒷이야기도 소개됐다. 계엄령 하 서울시청 지하 검열실에서 방대한 분량을 읽어야 했던 검열관들의 고충과 이전 판본과 동일함을 내세워 통과를 받아낸 과정이 전해져 웃음을 자아냈다. 이러한 에피소드들은 표현의 자유가 봉쇄된 시절 지식인의 글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수많은 이의 위험한 조력이 필요했음을 보여준다.
청년 패널들이 처음 만난 리영희

/ ⓒ에디터 엄프로
이번 포럼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리영희를 만나본 적 없는 청년 세대 패널들이 그의 방대한 저작을 읽고 소회를 전한 데 있었다.
경기평화교육센터 청년 활동가 패널은 정치외교학 전공자임에도 리영희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다고 솔직히 밝혔다. 대학 도서관에서 『우상과 이성』이 최근 10년간 단 두 차례 대출되었고 그중 하나가 자신이라는 사례를 통해 오늘날 청년 세대와 리영희 간의 단절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는 대담집 『대화』를 읽으며 청년 세대가 잃어가는 것은 인물 자체가 아닌 '질문하는 태도'라고 진단했다. 정답 맞히기엔 익숙하지만 질문엔 주저하는 오늘날, 리영희의 시대가 '국가와 이념'의 우상에 맞섰다면 지금은 '나의 확신'을 성찰할 때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또 다른 청년 패널은 『대화』 속 "사상의 자폐증은 자살이다"라는 문장이 깊이 남았다고 전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비판적으로 정보를 수용하며 사고를 멈춘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700쪽이 넘는 『대화』를 하루 만에 완독했다는 그는 역사를 교과서 속 서술이 아닌 개개인의 고통스러운 삶으로 바라보게 되었다며, 역사 앞에 겸손해야 한다는 소회를 전했다.
전교조 경기지부 패널은 2020년 군포 산본으로 이사하며 지역사회를 통해 리영희를 접한 사연을 전했다. 1988년 한겨레신문 창간 당시 아버지가 구독하던 지면에서 처음 이름을 접했던 기억과 함께, 리영희기념사업회의 '발자취 기행'을 통해 윤영자 여사가 지키는 산본 자택 서재를 방문한 경험을 나눴다. 앉은뱅이책상 위 읽다 만 책과 책장 사이 감춰진 술병 등은 '전설적 지식인'이 아닌 인간적인 리영희를 느끼게 했다.
오늘날 왜 다시 리영희인가
이날 포럼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질문은 '왜 지금, 다시 리영희인가'였다. 패널들은 오늘날 정보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를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과거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정보가 일방적으로 하달되어 부족했던 반면, 오늘날은 정보가 넘쳐나 선호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접하면서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새로운 사회적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는 진단이었다. AI 기술의 확산으로 스스로 사고하는 훈련의 기회가 줄어든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리영희가 평생 강조했던 것은 특정한 이념적 결론이 아니라, 권위나 통념에 안주하지 않고 사실에 근거해 스스로 사고하는 태도, 그리고 그 결과를 감수할 용기였다. 교육 현장의 패널은 이러한 '질문하는 자세'와 '사고하는 힘'이야말로 오늘날 교육이 다시 화두로 삼아야 할 가치라고 강조했다. 리영희가 다룬 개별 사건들은 시대와 함께 지나갔지만, 사건을 대하던 그의 지적 태도와 진실을 향한 집요함은 세대를 넘어 여전히 유효한 질문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 포럼의 잠정적 결론이었다.
맺으며
한 시간 반 남짓 진행된 이날 포럼은 화려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패널들은 리영희의 방대한 사상 세계를 다 이해하지 못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며, 앞으로 더 깊이 읽고 배우겠다는 다짐으로 발언을 마무리했다. 완결된 정답이 아닌 계속되는 질문으로 자리를 마쳤다는 사실 자체가 어쩌면 리영희가 평생 지향했던 지적 태도와 가장 닮아 있는 결말이었다.
경기사회포럼 측은 이날 행사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밝히며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한 후원을 당부하고 마무리했다. 리영희가 감옥과 해직을 오가며 지켜내고자 했던 것이 한 사회가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자유였다면, 그 자유를 다음 세대에게 어떻게 이어줄 것인가라는 질문은 이 조촐한 지역 포럼의 자리에서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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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7※「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소수의 활동가가 255개 위원회를 감시하다
비영리 시민단체에서 일한다는 것은 늘 자원의 부족을 안고 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력은 적고, 예산은 빠듯하며, 분석해야 할 행정 정보는 방대하다. 지방자치단체 하나만 해도 수십에서 수백 개의 위원회가 운영되고, 수조 원 단위의 예산이 집행되며, 수천 건의 행정 결정이 이루어진다. 이 모든 것을 소수의 활동가들이 수작업으로 추적하고 분석해 시민에게 알리는 것은 구조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이하 대전참여연대)는 2026년 5월, 대전시 행정의 불투명성과 선거 공약의 편향성을 고발하는 두 건의 전수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첫째, 대전시 255개 위원회의 운영 실태 분석 결과, 17.3%(44곳)는 최근 4년간 회의를 단 한 번도 열지 않았고, 41.2%(105개)는 연평균 1회 미만에 그쳤다. 특히 개최된 회의(2,489회) 중 63.8%의 결과가 비공개 처리됐으며, 도시계획위원회(87회)와 주택건설사업통합심의위원회(43회) 등 주요 위원회는 위원 구성 및 회의 결과를 단 한 건도 공개하지 않았다.
둘째, 지역 시민단체들과 합동으로 6·3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선거공보물 공약 2,920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89%가 개발·시설 중심 공약에 편중된 반면, 기후정의·성평등·시민참여·평화 공약은 5%에 불과했다.
이 사례들은 소수 활동가들이 어떻게 이처럼 방대한 공익 데이터를 분석해냈는지, 그리고 향후 효과적인 데이터 감시 활동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과제를 남긴다.
공공데이터 감시란 무엇인가 ㅡ 민주주의의 기반으로서의 정보
대전참여연대의 활동을 이해하려면 '공공데이터 감시'라는 개념부터 살펴야 한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시민이 정부의 행위를 알 수 있어야 한다. 어떤 결정이, 누구에 의해, 어떤 과정을 거쳐 내려졌는지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면 시민은 판단할 수도, 개입할 수도 없다. 이 원칙이 제도적으로 표현된 것이 정보공개 제도이고, 시민단체들이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해 행정의 투명성을 추적하는 것이 공공데이터 감시 활동이다.

/ ⓒ정보공개포털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정보는 지자체 홈페이지와 정보공개포털(open.go.kr)을 통해 일정 수준 공개된다. 하지만 공개된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해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예컨대 255개 위원회의 운영 현황을 일일이 방문해 엑셀로 정리하고 통계를 내는 작업은 수십 시간이 소요되는 단순 반복 업무다. 이는 인적 실수의 위험이 크고 정기적인 재분석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때 기술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웹 크롤링, 데이터 정리 자동화, 시각화 도구는 이러한 작업을 자동화하고 정확성을 높일 수 있으며, 생성형 AI의 등장은 그 가능성을 한층 더 확장시키고 있다.
공공데이터로 행정을 비추다 ㅡ 대전참여연대 활동의 의의
대전참여연대의 255개 위원회 전수 분석과 공약 분석 발표는 다층적인 의미를 지닌다.
첫째, 2021년 이후 5년 만에 수행된 추적 조사다. 위원회 수가 219개에서 255개로 16.4% 늘었음에도 투명성 지표는 개선되지 않거나 후퇴했음을 비교를 통해 입증했다.
둘째, 구체적인 수치로 반박 불가능한 근거를 제시했다. "2,489회 회의 중 63.8% 비공개"라는 명확한 데이터는 당국의 반론을 막고 여론 형성과 정책 변화를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됐다.
셋째, 회의 개최율, 정보 공개율과 함께 성별 균형까지 아우른 다층적 분석이었다. 여성 참여율 법정 기준(40%) 미달 위원회가 61.1%, 여성 위원이 한 명도 없는 곳이 23개에 달함을 파악해냈다.
공약 2,920건 분석 역시 수십 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해 후보들의 공약을 가치 기준으로 분류·재평가한 작업으로, 유권자에게 객관적인 가치 판단의 근거를 제공했다.
자동화가 가져올 변화 ㅡ 산업공학적 시각으로 보는 시민단체

/ ⓒstibee
산업공학(IE)의 핵심인 '프로세스 최적화'를 시민단체의 데이터 감시 활동에 적용하면 작업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대전참여연대의 전수 조사 과정을 분해해 각 단계별로 자동화를 도입하면 구체적인 변화가 나타난다. 데이터 수집·정리 단계에서는 255개 페이지를 직접 방문하는 수작업 대신 파이썬 크롤러를 활용해 수집 시간을 수십 분의 일로 단축할 수 있다. 분석 단계에서는 공약 2,920건 분류와 같은 텍스트 범주화를 생성형 AI가 초안 작성하고 사람이 검수하는 방식을 통해 속도를 높인다. 시각화 단계에서는 파이썬 라이브러리나 태블로를 활용해 작성 시간을 줄이고 실시간 대시보드로 주기적 모니터링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자동화는 단순한 시간 절약을 넘어선다. 산업공학의 '린(Lean) 방식'처럼 단순 반복이라는 낭비 공정을 줄임으로써, 활동가가 정책 제언이나 시민 소통 같은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소수 인력으로도 더 넓은 영역을 더 자주, 빠르게 감시하는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다.
시빅테크의 등장 ㅡ 기술이 시민사회의 손에 들어올 때

/ AI 생성 이미지
'시빅테크(Civic Technology)'는 디지털 기술로 시민 참여를 강화하고 공공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과 생태계다. 정부가 아닌 시민이 기술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전자정부 서비스와 구별된다.
한국에서 시빅테크의 잠재력이 드러난 대표적 사건은 2020년 코로나19 공적 마스크 앱 개발이다. 정부가 마스크 재고 데이터를 API로 공개하자 이틀 만에 200여 명의 시빅해커가 앱을 개발했고, 이 경험을 계기로 '코드포코리아(Code for Korea)'가 결성됐다.
코드포코리아는 2020년 2월 빠띠 활동가들이 행정안전부에 제출한 공공데이터 공개 요청 제안서에서 출발했다. 요청 데이터가 공공 API로 제공되며 정부의 재난 시 공공데이터 개방 기조 수립과 14만 건 이상 데이터 공개 방침에 영향을 주었으며, 이후 데이터 품질 평가와 크롤링 활동 등을 이어오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빠띠는 데이터 액티비즘의 철학적 기반을 제공한다. 공공 데이터 공유로 정부 투명성을 높이려는 이 운동에 대해 빠띠는 '인공지능 시대, 데이터 액티비즘과 거버넌스'를 연구하며 시민의 데이터 역량이 민주주의의 기반임을 강조한다. 정부가 놓친 문제를 해결하는 협력적 접근이 이들의 핵심 철학이다.
주목할 점은 기술 전문가만이 주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엔지니어 외에 기획자, 디자이너, 변호사, 시민운동가 등 다양한 인원이 참여하는 만큼, 대전참여연대 같은 시민단체가 데이터 활동을 펼칠 때 시빅테크 생태계와의 연결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시빅테크와 시민단체의 협력 ㅡ 남은 과제

/ ⓒpython
기술의 잠재력이 크다고 해서 모든 시민단체가 당장 파이썬 코드를 짜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현실적인 장벽이 있다.
우선 기술 역량의 문제다. 대부분의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프로그래밍 전문가가 아니다. 파이썬 크롤러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는 최소한의 기술 지식이 필요하고, 이를 내부에서 습득하거나 외부에서 조달해야 한다. 코드포코리아 같은 시빅테크 커뮤니티와의 협력이 이 문제의 현실적인 해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데이터 접근성의 문제도 있다. 한국의 공공데이터 개방 수준은 많이 향상됐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행정 정보는 기계가 읽기 어려운 PDF 형태나 비정형 구조로 제공된다. 크롤링이 기술적으로 가능해도, 실제 데이터가 정형화되어 있지 않으면 후처리 작업이 상당히 필요하다. 공공데이터 개방의 질을 높이는 것은 시민단체뿐 아니라 정부와의 협력이 필요한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향은 분명하다. 대전참여연대가 수작업으로 해낸 일을 기술의 도움으로 더 빠르고 정확하고 자주 반복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면, 행정의 투명성을 감시하는 시민사회의 역량은 비교할 수 없이 강화된다. 결국 공익활동의 자동화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와 협력의 문제다.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에 주는 시사점

/ ⓒmagnific
대전참여연대의 사례와 한국 시빅테크의 경험에서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가 참고할 수 있는 점은 세 가지다.
첫째, 소규모 단체도 데이터 기반 감시를 수행할 수 있다. 대전참여연대는 거대 조직이 아님에도 255개 위원회 전수 조사와 2,920건의 공약 분류를 해냈다. 이미 공개된 공공데이터와 지자체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하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출발점이다.
둘째, 시빅테크 커뮤니티와의 연결이 역량을 증폭시킨다. 코드포코리아처럼 기술을 나누려는 커뮤니티와 경기도 공익단체가 협력하면 공공데이터 분석과 시각화를 통해 공익 임팩트를 높일 수 있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이 연결을 촉진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셋째, 기록이 장기적 변화의 힘이다. 대전참여연대가 2021년과 2026년 분석을 비교할 수 있었던 것은 이전 기록이 축적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공익활동 결과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공개하는 아카이브 작업은 단기 보고서를 넘어 장기적 추적과 비교 분석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된다.
마무리 ㅡ 투명한 행정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 ⓒ광장21
대전시의 255개 위원회 중 절반에 가까운 위원회가 사실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대전참여연대가 그것을 찾아내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 전까지는 데이터는 있었지만, 분석된 적이 없었다. 정보는 존재했지만, 아무도 연결하지 않았다.
민주주의는 투명한 행정 위에서만 작동한다. 그리고 투명한 행정은 누군가 끊임없이 들여다보고 물어보고 기록해야 가능해진다. 대전참여연대가 해온 일이 그것이다. 앞으로 데이터 기술이 그 손을 강화해준다면, 더 적은 힘으로 더 넓은 행정을 감시하고, 더 많은 시민에게 더 빠르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도구다. 그리고 그 도구를 시민의 손에 쥐어주는 것, 그것이 시빅테크가 공익활동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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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7※「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한여름이 시작됐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여름은 강력한 무더위를 겪고 있는 나라들이 속출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폭염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데요. 이는 특히 “살인적인 폭염이 이어진 유럽에서 평년보다 초과 사망자가 1천 300명 이상 나왔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밝혔다."*라는 통계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원인과 관련해 "극단적 기상을 연구하는 프로젝트인 '세계 기상 원인규명'(WWA)에 참여하는 과학자들은 6월 말에 등장한 북반구 폭염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 요인을 배제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라는 분석을 제시하였는데요. 이와 같은 정황들이 가리키듯, 심각한 기후변화의 위험성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 현상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에서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는 관련 공익활동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바로 여러 기업과 공익 단체와 함께 진행하는 1기업-1단체 공익 파트너십 사업의 일환인 '남양주 옹달샘' 사업입니다. 해당 사업의 취지는 페트병과 같은 플라스틱 일회용기를 남용하는 대신 텀블러를 사용해 물을 마시자는 환경 보호 캠페인인데요. 이를 통해 기후 행동을 실천하고 시민들이 수분 섭취와 함께 무더위 속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활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올해도 진행하는 캠페인에 참여하는 가게 현판식도 진행됐는데요. 보다 자세한 사항은 남양주 옹달샘 사업 소개와 함께 다음 내용에서 같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게 현판식 기념사진 ⓒ에디터 초스코스
우선 남양주 옹달샘 사업이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볼까요? 해당 사업은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1기업-1단체 공익 파트너십 사업중 하나로 환경 보호 운동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여기서 언급된 1기업-1단체 공익 파트너십 사업이란 "경기도 내 기업과 단체의 협력적 파트너십을 통한 지역사회 상생발전 도모 및 공익활동 확대와 사회적 가치 확산"을 목표로 한 사업인데요.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였고 올해로 4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2023년 3개 단체-3개 기업, 2024년 5개 단체-5개 기업, 2025년 10개 단체-14개 기업, 올해는 10개 단체-18개 기업으로 늘어나 참여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남양주 옹달샘 사업은 2025년부터 시작했습니다.
남양주 옹달샘은 일종의 ‘친환경을 위한 공공 급수’ 사업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한데요. 즉, 시민들 누구나 개인 텀블러를 지참하여 협력 가게에 방문하면 무료로 식수를 얻을 수 있어 과도한 플라스틱 용기 소비를 지양해 환경 오염과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데 일조하기 위한 활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작년에 캠페인을 시작한 시점 기준으로 50호점의 협력 사업장을 발굴하는 성과를 이뤄내기도 하였습니다.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사업 방향과 함께 4개의 단체와 기업들이 뜻을 함께 펼치기로 했는데요. 추진 단체로는 공유공존공공을위한연구소, 생생아쿠아와 함께 소우주주식회사가 처음 동참하게 됐고 (주)예성아름터는 협력기업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특히 올해는 100호점까지 넓히는 큰 목표를 설정함으로써 많은 시민들에게 무더위를 극복할 수 있는 시원한 물을 제공함과 동시에 탈 플라스틱 활동을 널리 장려하기로 계획하였는데요. 이를 통해 지역 사회가 공존·협력하며 환경, 기후, 건강의 세 요소가 고루 보존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하였습니다. 나아가 환경 포럼, 도시 플로깅, 성과 공유회와 같은 다양한 활동도 지속하기로 하였습니다.

/옹달샘 사업의 의미를 되새기며 유리병에 담긴 물을 마시는 참여자들의 모습 ⓒ에디터 초스코스
이제 현판식 모습을 함께 살펴볼까요? 현판식은 남양주 지역 내 사업장인 ‘시즌애바다’에서 열렸습니다. 현장에는 참여 기업과 단체를 포함한 여러 관계자들이 모여 새로운 협력체의 시작을 축하해 줬습니다. 이번 현판식을 위해 ‘공존공공을위한연구소’는 친환경 사업의 정체성을 알리는 폐현수막을 활용한 현판을 제작하였고 ‘소우주주식회사’에서는 탈 플라스틱 캠페인에 초점을 두며 재활용 소재인 유리병에 담겨있는 생수를 생산했습니다. 참여자 모두가 이러한 노력을 기념하며 현판을 감상하고 생수를 시음하였습니다.

/폐현수막 소재의 현판을 다는 모습 ⓒ에디터 초스코스

/옹달샘 캠페인 라벨이 부착된 유리병 생수 ⓒ에디터 초스코스
끝으로 현판식은 지역 환경의 지속가능성과 공익사회 형성이라는 큰 사회적 의제를 던지며 마무리됐는데요. 추가적으로 플로깅을 진행하며 깨끗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도 힘을 보탰습니다.
이후 남양주 옹달샘 사업 주체들과 함께 현판식을 기념하는 행사를 넘어 캠페인의 의미를 돌아보기 위해 질의응답을 진행하였는데요. 특히 환경 보호와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와의 협업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이를 Q&A 형식으로 담아냈습니다.
※ 인터뷰 답변의 핵심 의미는 유지하되, 분량과 가독성을 위해 일부 내용과 표현 방식은 편집하였습니다.
Q&A
Q1)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1기업-1단체 공익 파트너십 사업인 ‘남양주 옹달샘’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주)예성아름터: 해당 사업에 전년도부터 참여를 하게 되었어요. 개인 회사를 운영하면서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것과 관련하여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서 동참하게 됐습니다.
공유공존공공을위한연구소: 춘천에서도 옹달샘 캠페인을 진행하는 단체가 있어요. 이에 모티브를 얻어서 남양주시의 옹달샘 캠페인을 기획하고 싶었는데, 마침 작년부터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와 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올해도 참여하게 됐습니다.
소우주주식회사: 옹달샘 사업이 추구하는 목표가 탈 플라스틱과 일회용 쓰레기를 줄이자는 것이잖아요. 실은 우리 회사가 창업한 목적도 같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취지에 공감해서 동참하게 됐습니다.
생생아쿠아: 우리 회사도 (옹달샘처럼) 남양주시에서 물이라는 아이템을 가지고 사업을 하고 있기도 하고, 특히 옹달샘 사업의 의미가 우리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같기 때문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Q2) 향후 시민들이 남양주 옹달샘 사업에 참여하면서 어떤 반응이나 변화를 보이기를 기대하시나요?
(주)예성아름터: 100명 중에 한 명이라도 옹달샘 사업의 뜻을 알 수만 있다면 캠페인이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는 가게가 있고 어떤 회사들의 매개체가 존재한다는 것이 시민 의식을 깨우는 데 굉장히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아요.
공유공존공공을위한연구소: 시민들이 환경 보존 활동을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모를 때, 텀블러를 들고 혹은 개인 컵을 소장하고 식수를 받을 수 있는 거점에서의 전반적인 경험을 통해 스스로 환경 보호 활동을 실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게끔 만든다면 만족합니다.
소우주주식회사: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한 60억 병의 일회용 페트병 생수가 소비되는데, 정말 엄청난 양이죠. 그 일회용 페트병은 사실은 재활용도 잘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제가 옹달샘 활동을 지지하는 것처럼 시민 사회에 많이 확산됐으면 좋겠습니다.
생생아쿠아: 탈 플라스틱만 돼도 우리 환경이 좋아진다는 사실 자체는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겁니다. 문제는 '실천'인데 옹달샘 활동처럼 조그만 실천 하나하나가 행해진다는 자체만으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Q3) 다양한 환경보전 활동 중에서도 ‘탈 플라스틱’에 주목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주)예성아름터: 다큐멘터리에서 생선의 배를 갈랐더니 플라스틱이 나오는 영상을 본 적이 있어요. 이후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품을 줄이는 방법, 자연환경을 해치는 부분들을 현명하게 해결하는 방법 등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이러한 고민들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탈 플라스틱’ 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공유공존공공을위한연구소: 인류가 없어져도 플라스틱은 영원히 남는다고 하잖아요. 우리의 모든 실생활 속에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제품이 완전히 없어지는 건 불가능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이제는 리사이클링, 업사이클링을 넘어 사용과 생산을 줄이는 데 동참하는 활동을 다 같이 진행한다면 환경 오염을 해결하는 데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 주목하게 됐습니다.
소우주주식회사: 플라스틱이 갖는 문제는 크게 세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엄청나게 많은 쓰레기의 주범이라는 점이고, 둘째는 소재의 특성으로 자원 순환 관점에서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우리나라에서는 재활용 비율(생활계 폐기물)은 20% 미만으로 추정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는 9% 미만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 셋째는 플라스틱이 조각나서 미세 플라스틱이 된다는 점입니다. 가소제 성분들이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해 우리 몸과 생명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요.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플라스틱을 줄여야 해요. 비록 플라스틱에 너무 익숙하고 편리해져 버렸지만, 이제는 끊어내야 합니다.
생생아쿠아:저도 동의해요. 탈 플라스틱은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미래 세대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과제이기 때문이죠.

/옹달샘 사업 주체들과 관계자들이 모여 토의하는 모습 ⓒ에디터 초스코스
Q4) 향후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와 협업을 이어가는 데 있어 센터에게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주)예성아름터: 지역에 있는 많은 기업들이 공익 활동에 참여할 수 있고 관련 운동을 함께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중심의 역할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공유공존공공을위한연구소: 그린 워싱의 목적이 아닌 ESG 실천에 진정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을 발굴하고 매칭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소우주주식회사: 탈 플라스틱이란 명제에 대해서는 다들 공감하는 것처럼 보여도 현실에서는 공공기관조차도 실천이 부족하다는 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2021년부터 국무총리 훈령으로 공공기관에서 일회용 페트병 생수를 쓰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말이죠. 공공기관이 자발적으로 플라스틱을 끊어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생생아쿠아: 현실적으로 모든 공공활동을 진행할 때 지원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공익 활동하는 데 있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인적, 물적 요소 등 다방면으로 지원을 활발히 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현장 취재 속 생업을 진행하면서도 바쁜 시간을 쪼개 남양주 옹달샘 사업의 새로운 시작을 함께한 공익활동가들을 보며 근본적으로 왜 우리는 ‘공익 활동’에 참여하는가에 대한 의미를 복기해 봤습니다. 에디터에게 있어 공익 활동의 시작은 그리 거창하지 않은 “내 글을 통해 우리 이웃 모두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 하는 단순한 명분에서 시작됐는데요. 이후 소소했던 공익 활동의 시작은 수많은 시민들과 함께 같은 꿈을 꾸게 하는 큰 변화를 만들어 내기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오늘 함께한 남양주 옹달샘의 시작도 0에서 출발했지만 50호점을 기록하고 향후 새로운 가게들과 100호점까지 달성하는 기대를 안고 있는 것처럼, 이들이 펼쳐낼 꿈은 대기만성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자리가 만들어진 목적인 탈 플라스틱을 완벽히 이루는 건 여러 이해관계와 필요성에서 불가능한 영역에 속할지도 모르는데요. 하지만 종종 편한 길만을 걷는 것이 어려운 길을 걷는 것보다 가치 있는 경우가 아닐 때도 있듯이 남양주 옹달샘의 생명체와 이들의 보금자리인 지구를 지키기 위한 의지는 단순한 캠페인을 넘은 하나의 소중한 무형자산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은 빗방울은 서로 모여 강이 되고 결국 거대한 바다를 이룹니다. 이처럼 옹달샘이 주는 텀블러 한 잔의 물은 작을 수 있지만, 시민들의 탈 플라스틱이라는 노력들이 모여 환경 보호라는 거대한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마치 물의 시작과 끝이 순환하는 것처럼 우리와 미래 세대의 지속 가능한 삶으로 다시금 돌아올 것입니다. 너무 뜨겁게 달궈지는 지구와 생사를 위협하는 폭염.
올해 여름은 여러분도 옹달샘 가게를 방문해 나와 지구의 무더위를 날릴 건강한 물을 마시며 함께 외쳐보시는 건 어떨까요?
“내 더위 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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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4※「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공익활동은 대개 누군가를 향해 나아갑니다.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더 나은 마을을 바라는 주민에게,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에 마음과 시간, 노력을 기꺼이 내어주는 일이 공익활동입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를 위해 오래 애써온 사람들은 어디에서 쉬어갈 수 있을까요? 공익활동하는 이들의 마음을 챙기면서 힐링할 방법은 없는 걸까요?
지난 7월 8일, 군포시 자원봉사센터 4층 교육장에서는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만한 시간이 마련되었습니다. 2026년 군포시 공익활동단체 협력사업으로 진행된 ‘희망을 싣고 나는 새, 솟대 만들기’ 프로그램입니다. 행복한 인두화 그림동호회가 재능나눔으로 준비한 이날 활동은 지속적으로 지역에서 봉사해 온 개인 및 단체 공익활동가를 위한 체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날의 주인공은 오랜 시간 지역을 위해 손을 보태온 공익활동가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이끈 사람은 행복한 인두화 그림동호회의 유호현 작가님이었습니다. 행복한 인두화 그림동호회는 약 10명의 회원이 함께하는 생활문화 공동체로, 전통문화의 의미를 지역사회에 알리는 공익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특히 유호현 작가님은 자신이 쌓아온 목공, 인두화, 서각, 솟대 작품을 작업한 경험을 바탕으로 참가자들에게 전통문화의 의미와 손작업의 즐거움을 나누고 있습니다. 경기이룸학교, 지역 아동센터 등에서도 문화체험재능 기부를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이 전통예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회의 장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고 있기도 합니다.
문화가 공익활동의 영역에 포함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드실 수도 있을텐데요. 공익활동은 물질적인 것을 제공하거나 물리적인 도움을 주는 것으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경험과 기회, 심리적·문화적 지원을 하는 것 역시 공익활동의 중요한 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행복한 인두화 그림동호회와 유호현 작가님은 이 분야의 공익활동을 오랫동안 기획하고 실행하면서 공익활동의 확산을 돕고 있답니다.

/교육장에 전시된 인두화 작품들과 솟대를 활용한 작품들 ⓒ에디터 옐로 구피

/수업 시작 전, 공익활동가들을 위한 솟대 만들기 체험 재료들을 점검하고 있는 유호현 작가님과 행복한 인두화 그림동호회 회원들 ⓒ에디터 옐로 구피
교육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멋진 인두화 작품, 솟대와 인두화를 접목한 작품들이었습니다. 공익활동가들은 본격적으로 솟대 만들기 체험을 하기에 앞서, 행복한 인두화 동호회 회원들이 만든 작품을 미리 보면서 앞으로 할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가득 채웠습니다. 물론 이날의 체험을 위한 재료도 가지런히 준비되어 있었답니다.

/솟대 만들기의 의의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 유호현 작가님 ⓒ에디터 옐로 구피
이날 체험은 총 2회차로 구성되었는데요. 유호현 작가님은 2회차의 수업을 진행하면서도 전혀 지친 기색 없이 활기차게 수업을 이어 나갔습니다. 유호현 작가님은 본격적인 만들기를 시작하기 전에, 고생한 공익활동가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왜 ‘솟대’ 만들기를 준비했는지 그 취지를 설명해 주셨습니다.
“솟대는 오래전부터 우리 역사의 일부였습니다. 자그마치 삼한 시대에 소도(蘇塗)라는 마을의 경계를 표시하는 데에 솟대가 활용되었다고 합니다. 그 역할에서 확장되어서 마을의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솟대는 말 그대로 솟아 있는 형태로, 희망과 꿈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본래 우리나라에 풍요, 다산, 성공을 바라는 마음에서 놓아둔 마을 공동체의 상징물과 같은 것이 바로 솟대였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자취를 감추었고, 일부는 인테리어용으로 작게 만들어 집안에 두는 형태로 바뀌어 왔답니다.”
유호현 작가님의 설명을 듣다 보니, 눈앞의 얇은 나뭇가지와 자그마한 나무 새가 조금 다르게 보였습니다. 마을의 평안, 가족의 행복, 나 자신의 소망이 함께 담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체험에 참가하는 공익활동가들의 마음도 조금 더 편안해지는 듯 보였습니다.

/솟대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면서 시범을 보이는 유호현 작가님 ⓒ에디터 옐로 구피

/솟대 만드는 방법을 설명해 주고 있는 유호현 작가님 ⓒ에디터 옐로 구피
유호현 작가님은 재료 하나하나를 자세히 설명해 주시면서 솟대 만들기 수업을 끌어 나갔습니다. 공익활동가들이 설명을 들으면서 차근차근 손끝에 집중력을 담아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솟대를 만들면서 힐링하고 있는 공익활동가들 ⓒ에디터 옐로 구피
공익활동가들은 각자 나무 받침을 고르고, 작은 가지를 살피고, 새 모양의 조각을 하나씩 맞추어 보았습니다. 일견 단순해 보이는 과정이었지만, 완성될 솟대를 머릿속에 그리면서 균형과 방향을 잘 살피는 섬세한 작업이었습니다. 모두 같은 작업물을 만들고 있었지만, 가지의 길이와 휘어진 모양에 따라 새의 느낌이 달라졌고 받침 위에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작품 전체의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손작업은 빠르게 결과를 내는 일은 아니죠. 나무의 결을 살피고 가지의 방향을 보고, 작은 조각을 맞추며 천천히 완성해 나가는 일입니다. 이것은 유호현 작가님과 행복한 인두화 그림동호회가 오랫동안 이어온 작업 태도와도 닮아있었습니다. 인두화는 나무 위에 선을 빠르게 그려 내는 작업이 아니라, 뜨거운 인두로 나무를 조금씩 태우며 그림과 글씨를 새기는 작업입니다. 서각 역시 나무를 깎고 다듬으며 마음을 새기는 일이죠. 결국 이들이 전한 것은 단순히 솟대 제작법만이 아니라, 나무를 대하는 태도, 손으로 무언가를 완성하는 시간의 가치, 그리고 그 결과를 다른 사람과 나누는 마음이었습니다.



/각자 만든 솟대를 감상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공익활동가들 ⓒ에디터 옐로 구피
솟대를 만들면서, 공익활동가들은 처음에는 ‘이게 맞나?’하는 표정으로 재료를 만지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자신의 작품에 몰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는 옆 사람의 작품을 바라보며 아이디어를 얻고, 누군가는 자신의 새가 어느 쪽을 바라보면 좋을지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만드는 사람마다 다른 바람과 감각이 담기면서 조금씩 각자의 솟대가 완성되어 갔습니다. 작품이 완성된 다음에는 서로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서로의 활동에 관한 담소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완성된 솟대들을 바라보며 한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날 만들어진 것은 작품만이 아니었습니다. 봉사자들이 자신을 돌보는 시간, 지역의 재능이 다른 봉사자를 응원하는 시간, 전통문화가 오늘의 공익활동과 만나는 시간이 함께 만들어졌습니다. 솟대가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던 상징이었다면, 이날의 솟대는 공익활동가들의 마음에 세워진 작은 응원의 표식처럼 보였습니다.
이날 활동이 특별했던 이유는 솟대가 지닌 의미가 공익활동가의 삶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기 때문입니다. 공익활동가는 자신의 시간을 내어 누군가의 어려움을 덜고, 지역의 빈틈을 메우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동체를 지탱합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이웃과 나누고, 내가 가진 시간을 공동체를 위해 할애하고 누군가의 수고를 보며 응원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전하고 있는 것이죠.

/행복한 인두화 그림동호회 활동 모습 ⓒ에디터 옐로 구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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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4※「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학교와 마을을 잇다”…경기마을교육공동체, 31개 시군 연대로 새로운 출발

/경기도 31개 시군 연대 경기마을교육공동체가 7월 11일 공식 출범했다 ⓒ에디터 다참
저출생, 학교 통폐합, 지역 소멸, AI시대…. 급변하는 교육 환경 속에서 학교 교육만으로는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다시 경기도 곳곳의 마을을 연결했다.
코로나19 이후 사실상 멈췄던 경기도 마을교육 네트워크가 31개 시군을 아우르는 ‘경기마을교육공동체’로 다시 출범했다. 학교와 마을, 행정과 시민이 함께 교육을 책임지는 새로운 교육자치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7월 11일 화성시 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열린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출범식에는 교육활동가와 교사, 학생, 학부모, 정치권, 교육청 관계자들이 참석해 교육자치 플랫폼의 새로운 출발을 함께했다.


/31개 시군 지부는 각자의 마을교육 영역에서 홍보 피케팅을 준비해 와 알리고 있다. ⓒ에디터 다참
멈췄던 연대, 다시 하나로…경기도 31개 시군 광역교육네트워크 출범
이번 출범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었다.
이는 구명옥 추진위원장이 소개한 경기마을교육공동체가 출범하기까지의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경기마을교육공동체협의회가 활동했지만, 이후 중단됐다”라며, “그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활동가들이 다시 힘을 모아 광역 네트워크를 준비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6년 3월 경기마을교육공동체가 공식 출범한 이후 14개 분과를 중심으로 활동했고, 지금은 경기도 31개 시군으로 조직을 확대했다”라며, “오늘 창립총회는 그동안 준비해 온 결실”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마을교육공동체는 그동안 정책 협약과 교육정책 제안, 회원 조직 정비, 네트워크대회 개최 등을 추진하며 광역 조직의 기반을 다져왔다.

/이영식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초대 이사장이 출범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에디터 다참
“더 큰 조직보다 더 단단한 교육공동체를 만들겠습니다”
출범식 직전 대의원총회에서 선출된 이영식 초대 이사장은 “31개 시군이 함께하는 광역 네트워크가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을 수없이 들었고, 누군가는 제 생각을 망상이라고도 했지만, 오늘 이 자리는 기적처럼 만들어졌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풀뿌리 교육운동을 넘어 교육자치 플랫폼으로 사람을 잇고, 마을을 잇고, 미래를 잇는 새로운 역사를 31개 시군이 함께 만들어 가겠다”라고 선언했다.
경기도 31개 시군 전체를 하나의 학습공동체로 연결해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가 교육의 주체가 되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다.
이영식 이사장은 “지역을 돌며 가장 많이 들은 말은 ‘함께할 사람이 줄어 들었다’, ‘모일 공간이 없다’, ‘혼자 버텨 왔다’라는 이야기였다”라며, “마을교육 활동가들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사업이 아니라 언제든 다시 찾아갈 수 있는 공동체와 함께 기댈 수 있는 동료”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조직이 아니라 가치의 연결”이라며, “학교와 마을, 교육청과 지방정부, 대학과 기업, 주민과 시민이 함께하는 교육자치 플랫폼으로 성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더 큰 조직이 아닌 서로 기대고 도와 줄 수 있는 더 단단한 공동체를 지향하겠다는 의미이며, 교육이 지역을 살리고 지역이 다시 교육을 살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다짐이었다.
“학교와 마을의 벽을 허물겠습니다”
교육청의 역할도 분명했다. 마을교육 활동가들이 지역에서 교육을 실천할 수 있도록 행정의 문턱을 낮추고, 학교와 지방정부를 연결하는 지원 체계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은 마을교육공동체를 ‘벽 깨기 교육’의 연장선으로 소개했다.
안 교육감은 “학교와 지역, 교육청과 시청의 벽을 허무는 것이 우리 교육을 살리는 방법이라고 20년 넘게 이야기해 왔다”라며 “마을교육공동체 시즌2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즌2의 핵심 과제로 ▲31개 시군 전체가 참여하는 조직 ▲읽기(R)·문화예술(A)·스포츠(S)를 중심으로 한 ‘RAS 교육’ ▲교육청과 지방정부가 함께하는 협력체계를 제시했다.
이어 “학교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라며, “시설이 필요하면 시설을 지원하고, 예산이 필요하면 예산을 지원해 마을교육공동체가 날개를 달 수 있도록 돕겠다”라고 밝혔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이 마을교육공동체 시즌2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에디터 다참
“마을이 우리들의 교실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날 무대의 주인공은 마을교육 활동가들만이 아니었다. 학생과 학부모의 목소리는 마을교육이 정책을 넘어 일상 속 교육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안성 공도초등학교 4학년 박지후 학생은 “예전에는 학교 안에서만 배우는 것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마을 곳곳이 교실이 된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라며, “어린이들의 꿈이 마을 안에서 더 크게 자랄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달라”고 제안했다.


/김아리 학생과 이슬기 학부모가 마을교육의 필요성을 제안하고 있다. ⓒ에디터 다참
김포 양곡고등학교 2학년 김아리 학생도 “학교와 학원만 오가던 마을이 이제는 배움과 놀이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설렜다”라며 “마을 어른들과 함께 새로운 시도를 해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학부모 이슬기 씨는 “학부모는 단순한 교육의 소비자가 아니라 마을의 자원이 아이들에게 잘 연결되도록 돕는 조력자가 되고 싶다”라며 “학교 담장을 넘어 교육의 동반자로 함께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학교도 문을 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현장에서 마을학교를 운영해 온 김봉수 남창초등학교 교장은 학교와 마을의 협력이 가져온 변화를 소개했다.
그는 “마을은 열심히 노력했지만 학교가 함께하지 못해 허공의 메아리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학교장과 마을학교장을 함께 맡으면서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졌다”라며, “학교도 문을 열 준비가 되어 있다. 앞으로 시즌2에서는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명옥 추진위원장이 경기마을교육공동체가 추진해야 할 6대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에디터 다참
지속가능한 교육생태계 구축을 위한 6대 과제
이날 출범식에서는 경기마을교육공동체가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도 발표됐다.
구명옥 추진위원장은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 조례 제정 추진 ▲마을교육공동체 기본법 제정 추진 ▲경기도 31개 시군 거점 마을학교 운영 ▲마을교육공동체지원센터와 마을교육대학 설립 추진 및 마을교육사 양성 ▲주민 참여형 교육자치 실현 ▲돌봄과 배움이 연결되는 지역 교육공동체 구축 등 여섯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현장의 실천에 머무르지 않고 정책과 제도를 함께 만들겠다”라며, “혼자서는 만들 수 없는 변화도 함께라면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출범식은 단순히 새로운 단체의 시작을 알리는 자리가 아니었다. 학교와 마을이 따로 존재하던 교육에서 벗어나 지역 전체가 아이들의 배움을 책임지는 새로운 교육자치 모델을 함께 선언한 자리였다.
그리고 이날 제시한 경기마을교육공동체가 풀어가야 할 숙제는 결코 녹록지 않아 보인다. 구명옥 추진위원장의 말처럼 현장의 실천을 반드시 법적·제도적으로 연결해야 가능할 것이다.
앞으로 경기마을교육공동체가 31개 시군을 연결하는 광역 네트워크를 넘어 교육정책을 제안하고 현장을 잇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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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3※「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AN전도시에 SAN다' 시민추진위원회 전체회의 안내 포스터. ⓒ4.16안산시민연대
2026년 7월 13일 월요일 오후,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교육장에는 시민추진위원회 위원들이 모여 앉았다. 'AN전도시에 SAN다' 시민추진위원회 전체회의였다. 이날 가장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은 순서는 특별강연이었다. 강연 제목은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이후,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강사로는 국회생명안전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용혜인 국회의원이 나섰다.
올해 5월 7일, 생명안전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2014년으로부터 꼭 12년이 흐른 시점이었다. 이 글은 그날 강연에서 짚어준 법의 핵심 내용을 바탕으로, 에디터가 현장에서 느낀 것들을 함께 담아 정리한 기록이다.
솔직히 말하면, 강연을 들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안도감보다는 무게감이었다. 법이 만들어졌다는 소식은 반가웠지만, "이제 다 됐다"는 홀가분함은 어디에도 없었다. 오히려 앞으로 채워야 할 것들이 더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재난안전기본법에는 '피해자'가 없었다
생명안전기본법이 만들어지기 전, 우리나라에서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 가장 먼저 작동하던 법은 재난안전기본법이었다. 그런데 이 법에는 애초에 '피해자'라는 규정 자체가 없었다고 한다. 국가가 재난을 어떻게 대응하고 관리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짜인 법이다 보니, 국가와 각 부처가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만 규정하고 있을 뿐 피해자의 관점은 반영돼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 결과 국가는 자체적인 조사와 수습만 진행했을 뿐, 피해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조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대형 참사의 피해자들은 회복과 치유의 과정을 거치기는커녕 삭발을 하고 단식을 하고 거리에서 한겨울 혹한에 잠을 자야 했다. 심지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이 '반정부 세력'으로 매도되는 일까지 있었다.
이 대목에서 에디터로서 여러 장면이 떠올랐다. 뉴스로 스치듯 봤던 유가족들의 모습, 삭발식, 단식 농성. 그때는 그저 안타까운 뉴스 한 줄이었는데, 그것이 '법에 피해자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구조적인 이유에서 비롯됐다는 걸 이번 강연을 통해 처음으로 또렷하게 이해하게 됐다. 개인의 슬픔이 아니라 제도의 공백이었다는 사실이 새삼 무겁게 다가왔다.
생명안전기본법이 갖는 네 가지 의미

/'생명안전기본법, 네 가지 의미' 슬라이드를 배경으로 강연이 진행되는 모습. ⓒ에디터 안산사라
이날 강연에서는 생명안전기본법이 갖는 의미를 크게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국민의 안전권을 법률로 명시함으로써 헌법적 기본권을 확장했다는 점.
둘째, 그동안 흩어져 있던 재난안전 관련 법체계의 상위에 서는 기본법이 만들어졌다는 점.
셋째, 참사 때마다 반복해서 제기됐던 예방 미흡·부실 조사·피해자 방치라는 문제를 해소할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
넷째,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조사를 실질화하고 상설화했다는 점. 강연에서는 이 네 번째 대목을 "법의 심장 같은 부분"이라고 표현했다.
네 가지를 순서대로 듣다 보니, 결국 이 법의 뼈대는 '권리'와 '체계'와 '반복 방지'와 '독립성', 이 네 단어로 요약되는 것 같았다. 법 조문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 네 가지로 정리해 들으니 왜 이 법이 필요했는지가 한결 선명해졌다.
1. 헌법적 기본법의 확장 - 안전을 '권리'로
생명안전기본법 4조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인종, 세대, 지역,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등에 관계없이, 일상생활과 노동현장 등에서 안전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받고 안전하게 살 권리를 가진다." 안전이 권리로써 명문화된 것이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는 이 조항의 주어를 두고 논쟁도 있었다고 한다. '국민'이 아니라 '사람'으로 규정해야 실질적이라는 반대 의견이 있었고, 결국 이번 법에서는 '국민'으로 정리됐다. 대신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지 않도록 하는 조항이 별도로 담겼다.
이 부분을 들으며 에디터로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태원 참사와 화성 아리셀 참사에서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겪었던 차별적 대응을 이미 우리는 목격한 바 있다. '모든 국민'에서 '모든 사람'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지 못한 것은, 이 법이 아직 완성형이 아니라 계속 자라야 할 법이라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이 권리는 피해자에게는 더욱 구체적으로 확장된다. 신속하게 구조받을 권리, 예방부터 복구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고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 차별받지 않고 2차 피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시신을 인도적으로 인계받을 권리, 생활·의료·심리 지원을 받을 권리, 조사에 참여할 권리, 그리고 기억하고 추모할 권리. 그동안 피해자들이 스스로 짊어져야 했던 부담감을 이제는 국가가 보장해야 할 권리로 바꿔놓은 것이다.
2. 상위 기본법 제정 - 흩어진 법체계의 뼈대를 세우다
두 번째 의미인 '법체계의 상위 기본법'은, 그동안 재난안전 관련 법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지만 이를 하나로 꿸 설계도가 없었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생명안전기본법은 바로 그 설계도 역할을 하는 가장 기본적인 법이다.
이 뼈대를 실제로 움직이는 장치로는 대통령 소속의 국민생명안전위원회, 그리고 5년마다 국가가 수립해야 하는 생명안전종합계획이 소개됐다. 안전 정책 전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두는 동시에, 흩어져 있던 정책과 예산, 교육을 하나로 모아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3. 반복된 문제를 풀 근거 — 안전영향평가와 알 권리

/강연을 경청하는 시민추진위원회 위원들의 모습. 두 대의 스크린에 각각 강연 슬라이드가 띄워져 있다. ⓒ에디터 안산사라
세 번째 의미인 '반복되는 문제 해소'는 크게 두 가지 제도로 구체화된다.
하나는 안전영향평가다. 정부와 지자체가 새로운 법령이나 정책·사업을 추진할 때, 그것이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분석·평가하도록 하는 제도다. 새로운 규제를 풀거나 사업을 벌일 때 안전이 뒷전으로 밀리지 않도록 하는 예방장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하나는 피해자의 알 권리 보장이다. 앞으로 피해자들은 조사 결과와 판결문, 사고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 유해 물질 정보까지 요청할 수 있고, 요청받은 국가나 기업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반드시 응해야 한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성분 정보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감춰졌던 일,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둘러싼 문서 목록 하나 공개되기까지 12년이 걸렸던 일이 그 배경으로 언급됐다.
이 대목을 들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보를 '요청해서 받아내는 것'과 '당연히 받는 것' 사이에는 결과만 놓고 보면 큰 차이가 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사이에는 피해자가 감당해야 했던 시간과 싸움의 무게가 있다. 이 법이 그 무게를 조금이나마 국가 쪽으로 옮겨놓았다는 점에서, 작아 보이지만 결코 작지 않은 변화라고 느꼈다.
4. 독립조사기구, 법의 '심장'
네 번째 의미인 독립조사의 실질화·상설화는 국무총리 산하 국가안전사고조사위원회 설치로 구체화됐다. 사고 조사, 정책 개선 권고, 그리고 권고 이행 여부 점검까지 이 위원회가 맡는다.
조사기구를 상설화하고 민간 출신 상임위원을 확보하는 것이 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가장 첨예했던 쟁점이었다고 한다.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그때그때 조사위원회를 새로 꾸리면, 매번 처음부터 사람을 모으고 자료를 다시 모으느라 조사가 지연되고, 결국 조사위원의 전문성과 연속성이 이어지지 않아 '셀프 조사' 비판이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그동안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겪었던 한계였다.
여기에 더해 조사가 끝난 뒤 권고사항이 실제로 이행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조항도 새로 담겼다. 어렵게 조사하고 권고안을 만들어도 이행 여부를 아무도 확인하지 않으면 그 노력과 시간이 무의미해진다는 문제의식에서다.
또 하나 눈에 띈 조항은 지역과 추모, 공동체 회복에 관한 내용이다. 추모시설 조성이나 기록 사업 등을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하도록 명시한 것인데, 그동안 정부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회복'이라는 영역이 국가의 의무로 들어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느꼈다.
12년, 발의와 폐기를 거듭한 시간
법이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들은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심사조차 받아보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 다시 공동발의로 힘을 모았지만, 이번에도 국회 안에서 순탄하게 논의가 진전되지는 못했다고 한다.
결국 국회 안에서 스스로 길을 연 것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 12주기를 앞두고 유가족과 시민들이 다시 목소리를 낸 것이 계기가 되어 4월 29일 법안소위를 통과하고 5월 7일 본회의에서 최종 가결됐다.
12년이라는 시간은 강연에서 "한 아이가 태어나 초등학교 5, 6학년이 될 만큼의 시간"이라고 표현됐다. 이 표현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법 하나가 만들어지는 데 아이가 그만큼 자랄 시간이 걸렸다는 것, 그리고 그 긴 시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버텨온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 이번 법 통과로 유가족분들이 조금은 위안을 받으셨을 거라 생각하지만, 동시에 그 위안이 12년의 기다림에 비하면 너무 늦게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법 통과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시행령을 채우고, 법을 키워가는 일'이라는 제목의 슬라이드. 시행령 제정, 안전약자 확대, 통합 컨트롤타워라는 세 가지 남은 과제가 정리되어 있다. ⓒ에디터 안산사라
법이 통과된 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말이 강연 내내 반복됐다. 실제로 남은 과제는 적지 않다.
첫째는 시행령 제정이다. 피해자의 범위, 조사위원회 구성, 안전사고의 정의처럼 법의 실제 알맹이를 결정할 핵심 내용들이 대통령령에 위임돼 있다. 방향에 대한 의견은 주고받았지만, 실제 시행령이 어떻게 나올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둘째는 안전약자의 범위 확대다. 청소년이나 미등록 외국인처럼 더 취약한 사람들까지 폭넓게 포괄하는 방향으로 시행령이 다듬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셋째는 통합 컨트롤타워 문제다. 분산된 재난 조사를 한데 모아 결과와 사후 대책까지 통으로 점검하는 역할을 이번 법에 담고 싶었지만, 다른 부처들의 반발로 온전히 반영되지 못했고 앞으로의 개정 과제로 남았다고 한다.
이 부분을 들으며 오히려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법이 모든 것을 한 번에 완벽하게 담아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강연자 스스로 숨기지 않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12년 만에 어렵게 만든 법이니만큼 앞으로 더 탄탄하게 다듬어가야 한다는 과제가, 오히려 이 법이 살아있는 법이라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무대는 이제 지역, 안산이 먼저다
법은 국가 전체를 규율하는 법이지만,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작동하려면 지역의 조례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리고 그 무대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지역으로 안산이 꼽혔다.
사업을 추진할 때 피해자와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의무화하는 조항이 담겼다. 곧 조성될 4·16생명안전공원, 그리고 안전도시 시민추진위원회가 앞으로 만들어갈 추모·회복 사업들이 이 법의 지원 안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안산시 실정에 맞는 조례를 연구해 제정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이어졌다.
법과 조례가 있어도 이를 운영할 주체가 없으면 그저 종이에 적힌 글씨에 불과하다는 말도 나왔다. 지역에서 안전 거버넌스를 세우고 시민들의 안전 역량을 키우는 일이 중요한 과제이며, 안산에서는 이미 시민추진위원회가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 대목에서 에디터로서 드는 생각은 이렇다. 법과 시행령은 국회와 정부의 몫이지만, 그 법을 지역에서 실제로 살아 숨 쉬게 만드는 일은 결국 우리 몫이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더해져 이 법이 세상에 나온 만큼, 안산에서 먼저 이 법이 잘 시행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이 든다.
질의응답 — 시행령 일정과 예산, 그리고 남은 쟁점

/강연을 마친 강연자가 질의응답 시간, 스크린에 띄운 세월호 유가족들의 사진을 짚어가며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에디터 안산사라
시행령은 언제쯤 완성되나. 시행령 제정 기한을 정한 조항이 있는지, 언제쯤 완성된 법이 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법이 지난 5월 공포되었고 심사 과정에서 시행령의 방향까지 함께 논의했지만 강연 시점까지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나온 시행령안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조사위원회 구성에 시민사회 몫이 있나. 특정 참사를 다루는 한시적 조사기구라면 피해자 대표 추천 몫을 두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조사기구는 상설로 운영되는 성격이라 추천 대상을 특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었다. 다만 재난안전 분야에서 활동해온 시민사회와 유가족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인물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예산은 충분히 확보될 수 있나. 상설 조사기구 운영에 필요한 예산은 일반회계에서 편성되는 것이라 확보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본다는 답이 나왔다. 유가족과 시민사회가 세월호 참사 12주기 이전 제정을 요청했던 이유 중 하나도 각 부처의 예산 편성 시점과 맞물려 있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중대재해처벌법과의 관계는.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이미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생명안전기본법이 어떻게 함께 작동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사례를 짚어가며 추가 설명이 이어졌다.
질문들을 듣고 있자니, 이 자리에 모인 분들이 단순히 강연을 '듣는' 입장이 아니라 이미 이 법을 '어떻게 써먹을지'를 고민하는 입장이라는 게 느껴졌다. 시행령, 예산, 안전약자 범위처럼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질문들이 이어졌다는 것 자체가, 안산이 이 법을 그저 뉴스로 흘려보내지 않고 있다는 증거로 보였다.
나오며 — 에디터의 생각
강연을 들으며 내내 든 생각은, 12년 만에 만들어진 법인 만큼 앞으로 잘 만들어지고 잘 시행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번 법 제정으로 유가족분들은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으셨을 테지만, 정작 시행령을 채우고 지역 조례로 구체화하는,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가 더 크게 남아 있다는 느낌이 강연 내내 떠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오랜 시간을 들여 겨우 결실을 맺은 법인 만큼, 앞으로는 더 탄탄한 법으로 자라나기를 바란다. 이 법이 통과되기까지 유가족과 시민사회, 그리고 국회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더해졌다는 것을 이번 강연을 통해 새삼 확인할 수 있었고, 그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안산에서 먼저 이 법이 잘 시행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법은 국회가 만들었지만, 그 법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일은 결국 지역에서, 우리 손으로 해나가야 할 몫이다. 이번 시민추진위원회 전체회의가 그 시작점이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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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1※「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담벼락을 넘는 일요일

/ⓒ에디터 윤작가
나는 '월담'이라는 이름을 그저 예쁜 은유쯤으로 생각했다. 담을 넘는다, 라니. 시적이라고만 여겼다. 그런데 그 이름의 내력을 알고 나면 은유는 사라지고 구체적인 얼굴이 남는다.
반월시화공단노동조합 월담은 2013년, '반월시화공단 노동자 권리찾기 모임'이라는 긴 이름으로 시작했다. 모임이 노동조합이라는 이름을 정식으로 얻은 건 2021년 10월이다. 8년이 걸렸다. 그 사이 이름은 짧아졌지만 무게는 더 무거워졌다. 담을 넘는다는 건, 공장과 공단 사이에 놓인 담벼락 하나를 넘는다는 뜻이면서 동시에 개별 사업장이라는 좁은 울타리를 넘어 지역의 노동자들이 함께 서겠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반월·시화공단은 자동차 부품과 휴대전화 부품을 만드는 작은 공장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동네다. 전국에서 불법 파견과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 축에 속하는 곳이기도 하다. 노동자는 많은데 목소리는 작다. 사업장이 작을수록 노조를 만들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월담은 그 작음을 이유로 아무도 지켜주지 않던 자리에 들어가, 5인 미만 사업장 차별 철폐를 외치고, 원·하청의 사슬을 공론화하고, 안산과 시흥에 사는 노동자라면 누구든 들어올 수 있는 노동권 공부 모임을 꾸려왔다. 임금 협상만 하는 조직이 아니라, 인권이 지켜지는 동네를 만들겠다는 조직이라는 말은 그래서 과장이 아니다.

/ⓒ에디터 윤작가
-. 일요일에만 열리는 문
안산역 동측 공영주차장, 월담노조 사무실 안이었다. 그 안에 새로운 문 하나가 생겼다. 안산시흥이주노동자상담소, 2026년 5월 17일에 문을 연 곳이다.
안산과 시흥에는 16만 명이 넘는 이주민이 산다. 반월·시화공단은 이들의 노동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구조다. 그런데도 많은 이주노동자는 언어 장벽과 불안정한 비자, 정보 부족 속에서 인권을 침해당한다. 실제로 공단 노동자의 55.74%가 인권 침해를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상담소는 이 숫자를 뒤에 두고 만들어진 공간이다.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월담노조, 이주노조, 경기이주평등연대가 뜻을 모았다.
이 상담소가 다정한 이유는 문을 여는 시간에 있다. 평일 오후에는 아무도 올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매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만 문을 연다. 그 세 시간 안에 노무사가 임금 체불과 산업재해와 부당해고를 상담하고, 변호사가 민형사상의 어려움을 듣고, 행정사가 체류 자격과 비자 문제를 함께 들여다본다. 홍보물은 14개 언어로 만들어졌다. 서울예대 노학연대모임 '불나비'의 학생들과 지역 시민들이 자원 활동가로 앉아 상담 기록을 돕는다. 거창한 말이 필요 없는 구조다. 그저 문을 열어놓고, 올 수 있는 시간에,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기다리는 것. 다정함도 이렇게 시스템으로 설계될 수 있다는 걸 나는 그 문 앞에서 새삼 생각했다.

/ⓒ에디터 윤작가
-. 광장의 손팻말들
2026년 5월 17일, 상담소 개소식보다 먼저, 광장에서는 집회가 있었다.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 주최한 migrant workers' rally였다.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보장하라, 강제노동을 철폐하라, 노동권을 보장하라는 요구가 마이크를 타고 광장에 퍼졌다.
각국의 노동자들이 돌아가며 연대사를 했다. 발음은 저마다 달랐지만 문장의 결은 비슷했다. 어떤 이의 손에는 사진이 들려 있었다. 오물이 넘치는 이동식 화장실, 안전 장비없이 일하는 작업환경, 창문도 없는 비닐하우스 기숙사 방 사진이었다. 이동식 화장싱의 오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사람도 있었다. 손팻말의 문장은 짧았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사업장 변경 자유 보장." 짧아서 오히려 무거운 문장들이었다.

/ⓒ에디터 윤작가
이 요구가 왜 이렇게 절박한지는, 상담소가 다뤘던 사례 하나를 알면 이해가 빨라진다. 개소식 후 바로 이루어진 첫 상담은 한 캄보디아 노동자가 회사 기숙사로 배달된 법원 서류를 제때 전달받지 못했다. 서류는 한국어로만 쓰여 있었다. 내용을 알 수 없으니 정식 재판을 청구할 기회조차 놓쳤고, 하마터면 강제 출국 위기까지 갈 뻔했다. 상담소는 정식재판 청구권을 되살리는 절차를 도왔다. 월담노조와 상담소는 이 문제를 개인의 불운으로 남겨두지 않고, 대법원 앞 기자회견을 통해 '약식명령서 모국어 번역 의무화'를 요구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광장의 손팻말과 상담소의 서류 한 장은, 알고 보면 같은 싸움의 다른 얼굴이었다.


/ⓒ에디터 윤작가
-. 담을 넘은 후에
리본을 당기는 순간의 박수는 크지 않았다. 대단한 세리머니도 없었다. 그러나 그 작은 문 너머에 노무사와 변호사와 행정사가 앉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누군가에게는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안도감이었을 것이다.

/ⓒ에디터 윤작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손팻말의 문장들과 숫자들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55.74퍼센트, 16만 명, 14개 언어, 일요일 오후 세 시간. 숫자는 차갑지만, 그 뒤에 놓인 얼굴들은 뜨거웠다. 월담(越牆)이라는 이름의 노조는 이제 공장 담벼락뿐 아니라 언어의 담, 제도의 담, 무관심의 담까지 넘으려 하고 있다.
거리는 다시 평소의 얼굴로 돌아갔다. 베트남 식당에서는 여전히 고수 냄새가 났고, 사람들은 각자의 걸음으로 흩어졌다. 그러나 안산역 동측 공영주차장 한켠, 상담소의 불은 다음 일요일에도 켜질 것이다. 조합원으로, 후원인으로, 통역 서포터즈로 이 담을 함께 넘을 사람이 있다면 그 불은 더 오래 켜져 있을 것이다. 담을 넘는 일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으니까.

/ⓒ에디터 윤작가
월담노조와 이주노동자상담소는 차별의 벽 때문에 움츠러들었던 노동자들이 다시 어깨를 펴고 존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작은 씨앗입니다. 일요일 오후, 안산역을 지나다 마주치는 이 따뜻한 공간에 여러분의 응원 한 자락을 더해 주시길 바랍니다.
안산시흥 이주노동자 상담소는
1. 문턱을 낮춘 ‘일요일’ 상담소
평일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매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운영됩니다. 안산역 동측 공영주차장 내에 위치하여 접근성이 매우 높습니다.
2. 전문가들의 무료 전문 상담소
단순한 조언을 넘어 실질적인 권리 구제를 위해 전문가들이 직접 나섭니다.
* 노동 상담: 임금 체불, 산업 재해, 부당 해고 등 (노무사)
* 생활 법률 상담: 민·형사상 법률적 어려움 (변호사)
* 비자(체류) 상담: 체류 자격 및 비자 문제 (행정사)
3. 다국어 지원 및 자원 활동처
14개국어로 된 홍보물을 제작하여 이주 커뮤니티에 상담소의 존재를 알리고 있으며, 서울예대 노학연대모임 ‘불나비’ 학생들과 지역 시민들이 자원 활동가로 참여하여 상담 기록과 운영을 돕고 있습니다.
상담소는 이주노동자가 단순한 노동력이 아닌, 우리 곁의 ‘사람’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자 합니다.

/ⓒ에디터 윤작가
함께하는 방법
1. 조합원 가입: 공단의 변화를 위해 월담노조의 운영과 활동에 직접 참여할 수 있습니다.
2. 후원인 참여: 월담노조와 상담소가 지속 가능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세요.
3. 자원 활동: 언어별 ‘통역 서포터즈’나 상담 내역을 관리할 자원 활동가들의 손길이 절실합니다.
상담소 위치: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중앙대로 462 (안산역 동측 공영주차장 내 월담노조)
* 상담시간: 매주 일요일 오후 2시 ~ 5시
* 문의전화: 031-491-2460
조회수 177
2026-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