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메뉴열기

공익웹진

  •  
     
     
     
    
    우리는 살아가며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질문을 떠올립니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이 사회는 왜 이렇게 돌아가는 걸까?”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하지만 바쁜 일상에서 이런 질문들은 쉽게 묻혀버립니다. 혹은 답을 찾기도 전에 “그런 게 뭐가 중요해”라는 말에 스스로 입을 닫아버리기도 하고요. 때로는 이런 고민조차 사치처럼 느껴질 만큼 팍팍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경기도 안산에서 진행된 ‘청년질문학교’는 그런 질문을 마음껏 꺼내놓을 수 있는 곳입니다. 누구도 정답을 강요하지 않고, 함께 고민하며 ‘질문하는 태도’를 배워보는 자리입니다. 정답을 찾기보다 질문을 잊지 않는 것, 그 자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청년질문학교 시즌4 안내 표지판(왼), 굿즈(질문&스티커)(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올해로 4번째를 맞는 ‘청년질문학교 시즌4’는 “내가 만들 다정한 세계에서”라는 부제를 달고 진행됐습니다. 이번 청년질문학교는 ‘평등평화세상 온다’라는 단체가 주최했는데요. 6월 20일부터 7월 4일까지 3주 동안 매주 금요일 저녁, 청년들이 모여 강연을 듣고, 이야기 나누고, 질문을 던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지막 프로그램으로는 7월 12일부터 13일까지, 경기도 화성의 용주사에서 1박 2일 템플스테이도 함께 했습니다.
     
    이번 시즌의 주제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평화”였습니다. ‘평등평화세상 온다’의 임윤희 사무국장은 청년질문학교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전쟁과 혐오, 배제와 고립의 시대에 살고 있어요. 이런 현실 속에서 ‘평화’는 멀리 있는 거창한 이상이 아니라, ‘질문’을 통해 지금 여기서 시작할 수 있는 삶의 ‘방식’입니다. 나의 평화는 타인의 평화와 연결되어 있고, 작은 질문 하나가 함께 살아갈 사회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 “강연을 통해 다양한 평화의 얼굴을 만났는데요. 광장과 연대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배제 없는 사회를 상상해 보기도 하고, 전쟁 없는 일상을 꿈꾸며 일상과 평화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우리 사회 구조 속에 무수히 존재하는 외로움을 직시하고, 그 상황들을 끊어내기 위해 시도하는 새로운 시선을 모색해 보기도 했어요.”라고 청년질문학교에서 준비한 강연들에 관해 설명해 주기도 했습니다.
     
     
     
    청년질문학교 시즌4 1강 '정보라 작가' / 사진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3주 동안 진행된 청년질문학교의 강연도 참 흥미로웠습니다. 첫 번째 시간(6월 20일)에는 소설가 정보라 작가가 함께했습니다. 『다시 만날 세계에서』, 『아무튼 데모』, 『저주 토끼』 등의 여러 작품을 통해 혐오와 차별, 그리고 평화의 감각을 전해온 정보라 작가가, 청년들과 함께 “우리가 만드는 다정한 세계”를 주제로 이야기 나눴습니다.
     
    “이 모든 소수자성과 취약성과 교차성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포용하고 이 모든 다양성을 보호해야 한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남의 인생을 다 이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함께 존재하니까 같이 살아가는 것이다.”
     
    이번 청년질문학교의 특징 중 하나는, 강연이 시작되기 전에 강연자가 직접 쓴 책의 한 구절을 함께 낭독하는 시간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첫 시간에는 정보라 작가의 『다시 만날 세계에서』의 한 부분을 공유했습니다.
     
    정보라 작가는 ‘연대의 질문들’을 던졌습니다. 노동자들의 고공농성, 소수자의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 등 현재 진행 중인 다양한 연대의 모습들을 나누며, ‘연대’라는 것이 멀리 있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참가자들은 강연을 통해 ‘다정한 세계’와 ‘연대’에 대해 새롭게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청년질문학교 시즌4 2강 '이용석 작가' / 사진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두 번째 시간(6월 27일)에는 『전쟁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평화는 처음이라』를 쓴 이용석 작가가 청년들을 만나 “우리의 일상과 전쟁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옥분 할머니가 영어를 배워야 했던 이유는 바로, 전쟁 때 겪은 일을 국제사회에 증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옥분 할머니는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군 ‘위안부’였습니다. 평소 ‘위안부’였던 과거를 숨기고 살아왔지만 절친한 친구이자 아픈 과거를 공유한 정심이 쓰러지자, 정심을 대신해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위안부’로 끌고 간 여성들에게 저지른 끔찍한 전쟁범죄를 증언하기 위해 나섭니다. 미국 의회에서 그동안 갈고닦은 영어로 떳떳하고 당당하게 증언하는 장면은 몇 번을 다시 봐도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감동적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강의를 시작하며 이용석 작가의 『전쟁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의 한 부분을 낭독했습니다. 바로 ‘옥분 할머니’의 이야기였습니다. 이용석 작가는 전쟁과 평화를 거창한 이야기로만 다루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 전쟁들이 우리와 얼마나 가까이 연결되어 있는지를 알려주었습니다. 대한민국이 전쟁에 쓰일 무기들을 지원하고 있고, 우리는 그 무기를 만드는 기업의 제품을 아무렇지 않게 소비하고 있다는 사실도 전해주었습니다. 이날 강연을 통해 참가자들은 평화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문제라는 것을 질문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청년질문학교 시즌4 3강 '턱괴는여자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마지막 세 번째 강연(7월 4일)에는 ‘턱괴는여자들’의 정수경·송근영 대표가 함께했습니다. ‘턱괴는여자들’은 인문학과 공감 능력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믿으며 연구하고, 책을 쓰고, 전시를 기획하는 팀입니다. 이날 강연의 제목은 “서로 마주 보며 오래된 소외 끊기”였습니다
     
    “이제 외로움의 땅을 파헤치는 여정을 시작한다. 외로움의 구조를 읽어내고, 그 원인을 개인에게 전가하던 단편적인 구조를 읽어내고, 그 원인을 개인에게 전가하던 단편적인 관례를 끊어내며, 외로움을 형성하는 단단한 토대에 끼어들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맑은 눈의 연대를 도모한다.”
     
    강연의 시작은 역시 책 낭독으로 열었습니다. ‘턱괴는여자들’의 책, 『외로움을 끊고 끼어들기』의 한 구절을 함께 읽었습니다. 강연은 “과연 외로움은 개인적인 감정일까?”라고 질문을 던지며, 세상의 다양한 외로움을 조명했습니다. ‘턱괴는여자들’은 외로움을 사회구조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나누었습니다. 브라질의 사진가 카로우 셰지아크가 양로시설의 노인들을 찍은 사진을 함께 보며, 외로움이 단순한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 속에서 만들어진 문제라는 사실을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우리 모두는, 특히 이 시대의 청년들은 관계에서도, 일터에서도, 세상에서도 ‘평화’보다는 구조적인 폭력과 소외, 혐오와 차별 속에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이런 일들은 뉴스 속에서만이 아니라, 아주 가까운 곳에서도 발견할 수 있지요. 청년질문학교는 그런 문제들을 그냥 넘기지 않고 누구나 질문하고, 쓰고, 나누는 과정을 통해 자신과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시간을 만들어갔습니다.
     
     
    청년질문학교 시즌4 강사 저서 전시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청년질문학교 시즌4 템플스테이 / 사진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청년질문학교는 앞으로 어떤 질문을 이어가게 될까요? 이에 대해 ‘평등평화세상 온다’의 임윤희 사무국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번 강연을 통해 평화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마주하고, 질문을 통해 나와 사회의 관계를 다시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면, 앞으로는 그 질문을 우리 삶으로 옮겨보려 해요.
     
    참가자들과 함께 템플스테이를 하며 일상의 속도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개인의 평화를 되짚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리고 이제는 그 경험과 질문을 담아 에세이집을 만들 예정입니다. 각각의 에세이는 질문에서 시작된 여정의 기록이 될 거예요. 나의 평화가 사회의 평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글을 통해 그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다가오는 8월 23일(토) 오후 4시, ‘평등평화세상 온다’ 공간에서 ‘청년질문학교 시즌4 에세이집 출판기념회’도 열린다고 하니 함께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정말 필요한 건 정답을 강요하는 사회가 아니라, 질문을 품고 살아도 괜찮은 사회가 아닐까요? 안산에서 매년 이어지고 있는 ‘청년질문학교’는 그 소중한 ‘시작’을 청년들에게 건네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오늘, 나 스스로에게, 그리고 우리 사회에 작은 질문 하나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저도 질문해도 될까요?”
    레지스타

    조회수 119

    2025-08-08
  •  

    공익활동가 추천 콘텐츠 괜찮아, 엘리스

    추천활동가 : 강경남

     

     

    #청소년다큐 #행복찾기 #사회불안 #장애 #괜찮아엘리스 #청소년인권 #학업스트레스

    괜찮아,엘리스 영화포스터 (출처 : 네이버 영화)

     

    다큐멘터리 영화 <괜찮아, 앨리스>는 입시와 성적에 내몰린 청소년들이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배경이 되는 꿈틀리인생학교는 교실 밖에서 스스로의 삶을 탐색하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미래를 위한 준비가 아닌, ‘지금 당장 행복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떠난 아이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들의 용기와 진심이 전해집니다.

     

    사회 불안, 섭식장애, 가족과의 갈등 등 각기 다른 상처를 가진 청소년들이 조금씩 자신만의 속도로 회복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이 진솔하게 그려집니다. 아이들의 여정은 단순히 공부를 쉬는 시간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써 내려가는 시간입니다. 진로와 입시보다 중요한 건, 아이들의 삶을 함께 고민하고 응원해주는 어른들의 모습입니다.

     

    <괜찮아, 앨리스>는 경쟁 중심의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함께 묻고 있습니다. 청소년뿐 아니라 부모와 교사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이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변화의 시작을 보여줍니다.

     

    <괜찮아, 앨리스>힘들고 어두운 시대, 우리가 사는 사회의 모습은 어떤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동시에, 지친 마음에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더욱 단단한 연대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꿈꾸며, 앞만 보고 달려가기보다 남들과 함께하는 길을 선택한 용감한 앨리스들을 응원합니다.

     

     

     

     

     

     

    공익활동가 추천 콘텐츠 기차

     

    그림책「기차」책표지[글쓴이 천미진, 그림 설동주] (출처 : 도서출판(주) 키즈엠)

     

    추천활동가 : 김민희

     

    #그림책 #기차 #평화통일 #남북분단 #비밀의숲 #함흥역 #휴전선 #이산가족

     

    여름휴가, ‘기차라는 그림책을 여러분께 추천드립니다. 녹음이 우거지는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기차에 앉아서 창밖을 보고 있으면 온갖 시름이 다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림책 기차는 기차 타고 여행하는 설렘을 생각하며 남한과 북한이 자유롭게 왕래하게 되었을 때를 상상하는 그림책입니다. ‘비밀의 숲을 지나 보고 싶었던 북쪽의 가족을 만나고 영국 런던까지의 여정을 보여줍니다.

     

    19458월 광복과 함께 그어진 38선은 한국전쟁 이후 휴전선(군사분계선)으로 그 이름이 바뀌며 수많은 이산가족과 가슴 아픈 분단의 이야기를 만들어왔습니다. 분단 이전에는 기차 타고 광활한 대륙까지 왕래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해서 국외 여행을 생각하면 비행기를 떠올리는 분단국 사람이 되고 만 것이지요. 그러나 그림책 속 기차는 분단선을 넘고 비밀의 숲을 지나 함흥역에 내립니다. 그곳에서 보고 싶었던 가족을 만나고 대륙을 지나 평화가 일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림책 기차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기차 타고 어디까지 가고 싶나요?”

     

     

    공익활동가 추천 콘텐츠 대도시의 사랑법

     

     

    대도시의 사랑법 책표지[글쓴이 박상영](출처 : 창비)

     

    추천활동가 : 랄라

     

    #인권 #사랑 #30#성소수자 #퀴어 #다양성 #대도시의사랑법 #출판사창비

     

    이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갑니다. 사는 곳, 생김새, 살아가는 방식, 생각이 모두 다르지요. 비슷한 사람은 있겠지만, 똑같은 사람이 둘일 수는 없습니다. 사람마다 각자의 세계를 갖고 있기에, 한 사람의 고유한 세상을 존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각 개인이 가진 고유성을 보장하는 것이 바로 인권이고, 나를 나로서 살게 하는 가장 중요한 시작입니다. 모두 다른 사람의 수만큼 사랑의 방향도 모양도 다양합니다. 사랑하는 대상, 방식, 깊이 등 모두가 자신의 사랑을 만들어가지요. 이번에 소개해드릴 책, 영화, 드라마도 어딘가 이 사회를 살아가는 누군가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박상영 작가가 쓴 <대도시의 사랑법>이 바로 그 책입니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책, 영화, 드라마로 제작되어 있는데요. 각 콘텐츠마다 고유의 느낌이 있으니 선호하시는 매체를 골라보시면 됩니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주인공인 성소수자 영이 만난 다양한 사람과 사랑을 담고 있습니다. 대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랑과 허기, 온기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작품인데요. 주인공 영이 정체성으로 인해 마주하게 되는 부딪침, 뜨거웠던 사랑과 이별, 이 사회를 살아가는 30대 초반이 겪는 흔들림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책은 무겁다가도 때로는 위트있고, 외롭다가도 사랑이 넘치는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지금도 이 사회에서 누군가는 이렇게 살아가고 또 이별을 합니다. 언젠가의 나였고, 또 누군가의 과거이자, 현재, 미래일 이야기.. 여름만큼 뜨거운, 대도시의 사랑 이야기 속으로 한번 들어가 보시면 어떨까요?

     

     

    공익활동가 추천 콘텐츠 지구 위 블랙박스

     

     

    지구 위 블랙박스 예능 포스터(출처 : KBS 공식사이트)

    추천활동가 : 이영란

     

    #지구위블랙박스 #KBS #기후위기 #환경예능 #지속가능성 #지구를지키는방법

     

    기후위기가 일상이 되는 시대에서 소개해드릴 콘텐츠는! 환경 예능인 지구 위 블랙박스입니다. 자칫 무겁게 느낄 수 있는 기후 재난 주제를 드라마와 콘서트 형식으로 구성해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콘텐츠입니다.

     

    지금으로부터 24년이 지난 2049, 기후 재난으로 생명이 살 수 없어진 지구에 유일하게 남은 데이터 센터인 블랙박스에서 2023년 생명이 살아 움직이고 있는 지구의 모습을 영상으로 감상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그 영상에서는 기후변화로 파괴되고 있는 국내·외 여섯 곳이 배경이 되어 아티스트들이 지구에서 음악으로 남긴 마지막 기록을 확인하게 됩니다.

     

    어쩌면 지구 위 블랙박스는 지금처럼 기후위기가 멈추지 않고 가속화된다면, 우리에게도 지구의 아름다움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영상으로 남게 되지 않을까요?

     

    뜨거워지는 지구에 대한 관심과 함께 우리의 삶의 방식을 고민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공익활동가 추천 콘텐츠 미션임파서블 : 파이널 레코닝 / F1 더 무비

                    

     

    미션임파서블 : 파이널 레코닝 포스터 (출처 : 네이버 영화)                       /                   F1 더 무비(출처 : 네이버 영화)

      

    추천활동가 : 김은주

     

    #노인 #중장년 #헐리우드노장배우 #톰크루즈 #브래드피트 #여름휴가 #영화추천 #긍정

     

     

    휴가철에 즐길 만한 노인관련 여러 콘텐츠를 찾아보았지만 마음을 신나게 사로잡는 작품을 찾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저 또한 나이가 들면서 화사한 감정의 끌림이 점점 옅어지고 있는 듯합니다. 10년째 복용 중인 혈압약의 효과가 워낙 뛰어나서인지, 무슨 일을 해도, 누구를 만나도 가슴이 쿵쾅거릴 정도의 설렘은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런 저 자신을 돌아보며, 요즘 들어 자꾸만 나이 탓을 하게 되는 제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자랑도 아닌 나이를 핑계 삼는 스스로에게 혀를 차며 머리를 하고 친 기분이 들게 했던 노인(?) 영화 두 편을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최근 저는 헐리우드 노장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를 두 편 보았습니다.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 누구나 아는 이 두 배우는 이제 적지 않은 나이지만 여전히 당당하게 주연을 맡고 있습니다. 그에 맞춰 파트너 역을 맡은 배우들과 조연들도 대부분 중장년 이상의 배우들입니다. 일부러 노인 영화를 고른 것이 아닌데, 이제 많은 영화에서 노인들이 자연스럽게 주인공이 되는 시대가 왔습니다.

     

    첫 번째 영화는 만 63세의 톰 크루즈가 주연한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입니다.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이 영화에서 그는 비행기에 맨몸으로 매달리는 엄청난 액션을 직접 소화해내며,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열정과 체력을 보여줍니다. 매일 이제 늙었어” “나이 탓이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저에게 깊은 반성과 함께 묵직한 자극을 안겨준 영화였습니다.

     

    두 번째는 만 61세의 브래드 피트가 은퇴 후 복귀한 F1 레이서로 등장하는 더 무비>입니다. 자동차 경주의 긴박함과 더불어, 세대 간의 충돌과 화해, 그리고 우정을 세련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브래드 피트는 자신감과 매력이 넘치는 모습으로, 나이를 뛰어넘는 매력을 뽐냅니다. 젊은 배우들과의 호흡뿐 아니라, 여성 배우와의 로맨스 장면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설렘을 전해줄 만큼 자연스러웠습니다. 그의 모습을 보며 이제는 정말 시대가 바뀌었구나, 나이는 전혀 중요하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 여름, 휴가철에는 저처럼 젊은 시절의 우상이었던 배우들의 노년의 영화를 보며, 자신의 긍정적인 노년도 함께 응원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기획]여름휴가, 쉼가 성찰을 함께! 공익활동가 콘텐츠 서재에 초대합니다!
    경기도공익활동가 5인

    조회수 130

    2025-07-30
  •  
     
     
     
    
     
    오늘도, 우리는 공익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그려나가는 중이다···
     
    2025년 7월 18일 오후 4시, 안양시 공익 활동 지원센터 대회의실에서 「청년활동가 네트워크 위원회 청플 2기」의 4차 회의가 열렸다.
     
    이번 회의는 단순히 다음 일정을 정하고 안건을 정리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지속가능성’이라는 막연한 단어를, ‘쉼’과 ‘연결’이라는 그들만의 언어로 새롭게 해석하려는 시도였다. 회의를 통해 필자는 청년들이 직접 그려나가는 지속 가능한 공익활동의 청사진을 엿볼 수 있었다. 그들은 지금, 지속을 가능하게 만드는 길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
     
     
    *참고)
     
     
    이번 청년 활동가 네트워크 위원회 청플 2기 4차 회의는 어떤 내용들을 다루었을까? 지역 주제별 정보 교류 및 토론, 제2차 청년 활동가 간담회 TF 추진 현황 공유 및 세부 추진 계획 논의, 1박 2일 네트워크 캠프 TF 추진 현황 공유 및 세부 추진 계획 논의, 공동 프로젝트 아이디어 공유 및 차기 회의 일정 조율까지. 이번 회의에서도 그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회의가 이루어진 안양시 공익 지원 활동 센터 대회의실 (사진 출처: 본인 직접 촬영)
     
     
    쉼도 회복도 네트워킹도 기획 중 ··· <1박 2일 네트워크 캠프>
     
    이날 회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1박 2일 네트워크 캠프 TF의 진행 현황 공유 및 세부 사항 논의였다. 청년 활동가 네트워크 캠프 (가)“쉼, 그리고 시작”은 쉼과 회복, 성찰, 네트워킹이 조화를 이루는 청년 공익활동가 교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되었다. 이번 캠프를 통해 공익활동가 간의 심리적 연결을 촉진시키고, 활동의 지속 의지를 북돋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회의 중 청년 위원들은 공익 활동의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며, 공익활동가들에게 ‘진정한 쉼’이 필요한 이유를 나눴다. 이번 캠프는 단순한 워크숍이 아닌, 공익활동가들의 몸과 마음, 일상이 회복되는 네트워킹의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속 가능한 공익 활동을 위해 청년들이 직접 스스로 설계한 회복 캠프가 상당히 기대된다.
     
    우선, 캠프 TF 회의 내용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조한나 위원(이끔이)이 캠프의 구체적인 추진 현황을 설명했다. 이번 캠프의 장소는 용인산림교육센터(용인시 처인구 모현읍 초부로 196-11)에서 진행될 예정이며, 캠프의 대상은 청년 활동가 네트워크 ‘청플’ 위원 및 연계 청년 공익활동가 25명 내외이다. 주요 내용으로는 활동가로서의 지속가능성과 연결성을 되짚는 활동, 자연 속 공간에서의 쉼 중심 프로그램을 통한 활동가 개별 성찰과 집단 회복의 시간, 간담회에서 다룬 지속가능성 논의에 대한 교류, 지속적으로 공익 활동을 이어나갈 힘과 기회 제공 등을 논의하였다.
     
     
     
    좌-조한나 위원의 발언, 우-회의에 참여하는 위원들 (사진 출처 : 본인 직접 촬영)
     
     
    회의에서는 캠프 운영의 현실적인 부분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특히 신청 후 무단 불참, 이른바 ‘노쇼’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테이블 위에 올랐다. 참여자들의 책임감을 높이면서도 부담은 줄이는 방법, 그리고 프로그램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응책들이 활발히 논의됐다.
     
    또한, 주어진 시간에 비해 계획된 프로그램들이 다소 많은 것은 아닌지 우려도 나왔다. ‘쉼’이라는 목적에 저해될 수도 있다는 의견에 더하여 동적인 활동과 정적인 활동, 두 가지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나누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캠프를 신청할 때 두 가지 중 참여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획하면 좋겠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더불어 프로그램명에 캠프의 목적과 정체성이 더 담기면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쉼, 그리고 시작”이라는 제목도 좋지만, “쉼, 그리고 ( )”이라는 제목으로 바꾸면 어떨지에 대한 의견이었다. 즉, 괄호 안을 활동가들이 스스로 채워 넣음으로써 프로그램이 지닌 의미를 더욱 심화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유였다. 이 괄호를 활용한 프로그램을 구상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더해졌다. 이 외에도 캠프 진행 시, 자기소개 진행 방식과 활동 프로그램, 셔틀버스 운행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 등이 이루어졌다. 더 논의가 필요한 사항들은 차후에 캠프 TF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이들이 기획하는 ‘쉼’은 회복과 새로운 시작을 위한 전략이며, 지속 가능한 공익 활동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캠프가 공익 활동의 긴 여정에 다시금 불씨를 지피는 소중한 경험이 되기를 바란다.
     
     
    간담회도 기획 중 ··· <제2차 청년 활동가 간담회>
     
    다음으로, 다가오는 “제2차 청년 활동가 간담회”의 준비 상황을 공유하고, 세부 사항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해당 프로젝트는 청년 공익활동가가 지속 가능한 활동을 이어가기 위한 구체적인 조건들에 대해 탐색하고, 주요 과제에 대해 논의하는 또 다른 교류의 장이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공익활동가 지수’를 중심으로 지속가능성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이를 위해 적합한 발제자와 패널을 추천받았고, ‘공익활동가 지수’에 대한 발표를 요청할 기관에도 섭외 요청을 이미 보낸 상태라고 TF 팀은 전했다.
     
    또 하나 눈길을 끌었던 건, 패널 토크 제목에 대한 이야기였다. “3년 뒤, 나는 여전히 활동가일까?”라는 현실적인 질문을 던지는 제목을 두고, 보다 열린 상상과 긴 호흡의 대화를 가능케 하기 위해 ‘n 년 뒤’로 확장해 보자는 제안도 나왔다. ‘3년’이라는 시점이 주는 구체성과 현실감도 중요하지만, 더 확장된 가능성을 이야기해 보자는 고민이었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간담회 TF에서 추가 논의를 거쳐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고, 더불어 8월 초에는 대면 회의를 한차례 더 진행해 기획의 빈틈을 점검하고 마무리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번 회의를 통해 간담회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다. 이는 지속가능성이라는 추상적인 말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질문을 통해 스스로 활동을 돌아볼 수 있는 무대를 만들자는 시도다. 간담회는 아직 열리지 않았으나, 그 안에 담길 질문들은 이미 오늘 청년들의 대화에서 시작되었다.
     
    간담회에 대해 회의 중인 청년 위원들 (사진 출처 : 본인 직접 촬영)
     
     
    축제도 기획 중? ··· <2025년 공익활동 페스타 주제 세션 공동 주관>
     
    마지막으로 다뤄진 핵심 안건은 ‘청년 플로우 2기’에 제안된 2025년 공익활동 페스타 주제 세션 공동 주관에 대한 논의였다. 청플 2기가 단순히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세션을 직접 기획하고 공동 주관하는 ‘주체’로 참여해야 하는 행사인 것이다. 따라서 우선 위원들 간 해당 제안을 수용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결론적으로, 공동 주관으로 참여한다 결정했고, 행사 날짜인 9월 30일에 위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면 좋겠다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추후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모집하여 TF를 구성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을 논의하였다.
     
    다가오는 9월 30일, 수원컨벤션센터(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광교중앙로 140)에서 열릴 2025년 공익활동 페스타는 청년 활동가들의 기획력을 바탕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해당 행사를 통해 공익 활동 분야 경기도 주요 의제 및 정보를 공유하고, 공익활동가 교류의 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국내외 정책 개선 및 혁신 사례를 발굴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조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곳에서 청년들이 힘차고 푸른 물결을 만들어내기를 바라는 바이다.
     
     
    맺으며...
    지금도, 우리는 지속가능성에 접속 중..!
     
    이번 회의에서 모든 것이 완성된 건 아니었다. 완벽하게 정해진 답도 없었고, 아직 진행 중인 기획들도 많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함께 질문을 던지고 연결하고 그려나갔다는 사실 자체로 지속가능성을 향한 가장 구체적인 실천을 이뤘다는 것이다. 청년 플로우 2기 청년들이 직접 이끄는 회의, 그 안에서 그려지는 쉼과 기획, 연결의 이야기들은 공익이 계속되기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지속가능성을 가능케 하는 또 하나의 시작점이다.
     
    이 청년들의 고민과 시도는 아직 진행 중이지만, 그 안에는 공익의 미래를 바꾸는 실마리들이 분명히 담겨 있다. 청년들이 직접 설계하고, 서로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며 움직이고 있는 이 ‘flow(흐름)’에 더 많은 연대가 이어지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이어질 그들의 이야기에 더 많은 이들이 진심 어린 관심을 기울여주길 바란다.
     
     
    청플 2기 4차 회의 시작과 끝! (상-사진 출처 : 에디터 직접 촬영 / 하-사진 출처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그림 디자인 : 에디터)
    
     

     

     

    [현장스케치] 지속가능성, 접속 중 ···「청플 2기」4차 회의
    코코볼

    조회수 209

    2025-07-24
  •  
     
     
     
     
    “전화 한 통이 누군가에겐 희망입니다."
     
    경기도 남양주시는 최근 수년간 전국 자살률 통계에서 꾸준히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지역의 생명을 지키고 위기에 처한 이웃을 돌보고자 하는 작지만 의미 있는 움직임이 물결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난 7월 1일 화요일 저녁 7시, 남양주시 가까운 교회(담임목사 이영길)에서는 「나봄 나눔」 1기 수료식이 열렸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연일 무더위가 한창이던 날 저녁, 수료식을 앞둔 강의장은 평일 오후 7시라는 늦은 시간에도 각자의 일상을 마치고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들을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이영길 목사님의 따뜻한 미소와 구수한 햇감자 향기였다. 한 교육생이 “어쩜 감자가 이렇게 맛있죠?”라고 물으니, 목사님은 웃으며 “사랑으로 쪄서 그렇습니다”라고 답해 강의장은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되었다. 무더위와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듯 정성과 사랑이 담긴 삶은 감자와 김밥을 나누며, 참석자들은 가벼운 식사와 함께 마음의 허기를 채우고 마지막 강의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공감으로 지역을 살리는 교육, 「나봄 나눔」의 시작
     
    「나봄 나눔」 교육은 남양주 지역 구성원의 마음 돌봄을 통한 공익활동에 참여할 활동가를 양성하기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경기북부 공익의제 해결형 프로젝트로 기획된 특별 프로그램이다. 총 6회차로 구성된 이번 교육에는 사회복지법인 생명의전화 하상훈 원장을 비롯해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조철민 연구위원, 남양주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정지연 센터장, 남양주정신건강복지센터 박희중 부센터장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강사로 참여했다. 공익활동의 이해, 자살 위기 상담, 의미 요법, 청소년 상담의 이해, 정신질환의 이해, 지역사회 치유활동 사례 등 지역사회 구성원의 마음 돌봄 공익활동에 필요한 폭넓은 주제를 심도 있게 다뤄졌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수료식과 함께 진행된 마지막 강의는 사회복지법인 생명의전화 하상훈 원장이 직접 맡았다. 하 원장은 총 6회차로 기획된 이번 「나봄 나눔」 교육의 취지와 의미를 강조하며, 실질적인 자살 예방 전화상담 기술과 위기 상황 대처법, 지역사회 내 사회적 안전망 구축 등 폭넓은 내용을 다루었다.
     
    하 원장은 강의를 시작하며 충격적인 통계 수치를 제시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자살로 목숨을 잃은 사람만 14,439명이며, 최근 40년 동안 무려 37만 7천 명에 달하는 생명이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라며, 우리 사회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이어 그는 "특히 남양주 지역이 경기도 내에서도 자살률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라며 "이제는 지역사회가 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으로 자살 예방 활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하 원장은 자살 충동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사회적 단절과 소외감을 지적했다. 그는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은 자신을 이해하고 지지해 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개입방법으로 전화 상담을 강조했다. 그는 "전화상담은 익명성이 보장되며 24시간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극도의 외로움과 절망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전하며, 강의를 듣는 교육생들에게 자살 예방 활동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구조화된 자살위기 전화상담 4단계, 생명을 붙잡는 전략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하상훈 원장은 강의 중반, 자살위기 전화상담이 단순한 대화가 아닌 체계적인 개입 절차임을 강조하며 상담자가 반드시 숙지해야 할 '4단계 구조'를 제시했다. 그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는 말 한마디, 질문 하나가 생사를 가를 수 있다"라며, 전화 상담자에게는 정확한 판단력과 절차 중심의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1단계는 측진적 관계 형성과 정보 수집이다. 하 원장은 “처음 연결된 그 순간부터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라며, “목소리 톤, 말의 속도, 언어 선택까지 모두 상담자의 태도를 비추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 단계에서는 전화자의 신상, 현재 위치, 주변 환경, 자살 계획 유무 등을 자연스럽게 파악해야 한다.
     
    2단계는 문제를 확인하고 명료화하는 과정이다. 전화자가 겪고 있는 위기의 본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짚어야 한다. 단순히 ‘죽고 싶다’는 말 이면에 있는 외로움, 실직, 관계 단절 등 구체적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3단계는 자살의 가능성과 치명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자살 시도 여부나 계획의 구체성, 수단의 접근성, 과거 자살 시도 경험 등이 포함된다. 하 원장은 이 단계를 "전화상담의 핵심"이라 지적하며, “위기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효과적인 개입도 불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 4단계는 전화자를 돕기 위한 계획 수립과 약속의 단계다. 이는 단순한 감정적 위로가 아닌 실질적인 행동을 이끌어내는 과정으로, 앞서 설명한 내용과 연계된다. “이 약속이 전화자에게는 삶을 이어가게 하는 마지막 끈이 될 수 있다"라는 하 원장의 말은 상담의 책임감을 다시금 일깨웠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이 구조화된 4단계 상담 모델은 위기 개입 현장에서 활동하게 될 교육생들에게 실제적인 지침이 되었고, 단순한 이론 이상의 생명존중 실천 도구로 자리 잡았다.
     
     
    전화 위기개입의 실제: 작지만 강력한 약속의 힘
     
    하 원장은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은 자신을 지지해 줄 이가 없다고 느끼기에, 전화 한 통이 절실한 연결선이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위기 상황에 놓인 전화자를 실질적으로 돕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약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단순한 위로를 넘어, 위기개입 상담자가 실제로 내담자와 어떤 방식으로 '현실적인 연결'을 만들어나가야 하는지를 상세히 설명했다.
     
    “자살기도 실행을 일정으로 돌려놓아라”, “가스 밸브를 잠그고 칼을 멀리 치워라”, “약을 화장실에 버려라” 등 구체적인 행동 유도는, 위기에 처한 전화자에게 실질적인 생존 선택지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하 원장은 “막연한 감정적 공감만으로는 위기를 넘기기 어렵다.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약속을 함께 정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전화자에게 자신의 능력과 자원을 되찾도록 돕고, 개인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관계망을 확보하게 하는 것이 상담자의 중요한 역할임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내일 11시에 병원에 갈 수 있습니까?” 혹은 “누구와 함께 갈 수 있을까요?”와 같은 질문은 단순하지만, 내담자의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하 원장은 “상담자가 당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화자에게 명확히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이들이 다시 한번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위기의 순간에 가장 큰 힘은 결국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임을 교육생들은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실제 상담 사례는 교육생들에게 더욱 큰 울림을 주었다. 하 원장은 한 임신한 청소년이 상담 과정에서 자살 위기를 극복한 사례를 공유했다. "상담자가 그 학생의 혼란과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진심 어린 경청과 공감을 보여준 것이 자살 충동을 이겨내는 힘이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사례를 통해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일은 비판과 조언이 아니라 경청과 공감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교육 과정의 하이라이트는 전화상담 실습이었다. 교육생들은 직접 상담자와 내담자의 역할을 맡아 상담 현장을 생생하게 체험했다. 한 교육생은 실습 후 “상담을 하기 전에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자 내담자의 마음이 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라며 “전화 한 통이 누군가에게 생명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하 원장은 “상담의 본질은 사람과 사람 간의 진정한 관계 형성에 있다"라며, “여러분의 작은 관심과 전화 한 통이 누군가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힘이 될 수 있다"라고 교육생들에게 격려를 전했다.
     
     
    "사랑과 공감, 삶의 의미로 절망을 넘어서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강의 마지막, 하 원장은 세 명의 사상가를 인용하며「나봄 나눔」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는 먼저 딘 오니쉬의 『Love & Survival』을 언급하며 "사랑이 곧 생명을 살리는 힘이며, 우리는 타인을 사랑함으로써 자신의 생명도 지켜낼 수 있다"라고 전했다. 다음으로 제러미 리프킨의 『The Empathetic Civilization』을 인용해 "공감은 문명을 발전시키는 핵심 가치이며,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공감의 능력을 확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빅터 프랭클의 『Will to Meaning』을 소개하며 "삶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의지가 절망을 극복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역설했다.
     
    하 원장은 "오늘 우리가 함께한 이 강의가 여러분 개인의 삶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정신 건강을 위한 뜻깊은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라며, 진심 어린 목소리로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로 강의를 마무리했다. 참석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응답하며, 새로운 출발에 대한 기대와 다짐을 마음에 새겼다.
     
     
    공감에서 공익 실천으로, 지역사회에 닿은 희망의 손길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이날 수료식에서는 경기도 공익활동지원센터 전략사업팀 이상화 팀장이 직접 교육생들에게 수료증을 전달하며 그동안의 노력을 격려했다. 이상화 팀장은 "여러분의 활동이 앞으로 남양주 지역의 자살 예방과 정신건강 증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공익활동지원센터 전략사업팀 정동호 차장은 "선거 등 여러 외부적인 이유로 중간에 두 달간 교육이 중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며, 앞으로 지역사회에서 실천 가능한 구체적인 계획을 함께 만들어 나갈 것을 제안했다. 교육생들도 지역사회에서 소외된 이웃을 위한 지속적 활동과 청소년, 정신건강 분야의 심화된 상담 실습 과정 도입 등 적극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함께한 3개월, 삶을 변화시킨 진솔한 목소리들
     
    교육생들의 소감은 「나봄 나눔」이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이 아닌, 삶의 전환점이었음을 보여줬다.
     
    한 교육생은 “처음에는 봉사를 위한 상담 교육이라고 생각했는데, 강의를 들으며 나 자신의 상처와 가족 문제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라며 “상담 기술뿐만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육생은 “청소년 상담 강의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라며 “이미 자녀를 키웠지만, 앞으로 손주를 돌보는 데 꼭 필요한 내용이었고, 우리 주변의 청소년들에게 더 따뜻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 참석자는 “조현병 등 정신질환 강의를 듣고 나니, 이전까지는 언론에서 나오는 부정적인 이미지로만 바라봤던 환자들의 고통을 깊이 이해하게 됐다"라며, “마음이 아픈 이들에게 더 많은 공감을 가지고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다른 교육생은 “공황장애를 겪었던 딸을 둔 부모로서, 강의를 통해 딸의 고통을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라며 “앞으로 지역사회에서 나처럼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돕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한 교육생은 “처음엔 막연히 참여했지만, 나 자신의 변화를 느끼고 있다"라며 “상담 과정에서 중요한 경청과 공감을 나의 일상생활에서도 더 자주 실천해야겠다고 다짐했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다양한 소감을 통해, 교육생들은 배운 내용을 자신과 지역사회에 실질적으로 적용하며, 지속적인 나눔과 배움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절망 위에 피어난 희망, 나봄 나눔의 공익 물결이 시작되다
     
    수료식을 마친 교육생들의 얼굴에는 사명감과 희망이 가득했다. 교육생들은 이제 '자살률 최상위'라는 무거운 현실에 직면한 남양주시를 변화시키기 위해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이날의 수료식은 단순히 교육 과정의 마침표가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웃들을 향한 따뜻한 관심과 실천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삶의 벼랑 끝에서 외로움과 절망감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나봄나눔의 온기를 전하겠다는 지역사회의 그늘에서 외롭게 힘들어하던 이들에게 이제 이들은 따뜻한 손길을 건네려 한다.
     
    「나봄 나눔」이 뿌린 작은 씨앗은 이제 ‘생명존중’이라는 더 큰 물결로 번져나가고 있다. 남양주에서 시작된 이 따뜻한 움직임이, 머뭇거리는 많은 이들에게 다시 살아갈 용기를 전해주길, 그리하여 희망이라는 이름의 큰 파도를 만들어내길 기대해 본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현장스케치] 공감으로 피어난 변화, 전화 한 통의 기적 - ‘나봄 나눔’ 1기 수료식
    공익인간

    조회수 181

    2025-07-23
  •  

     
     
     
    
    ※해당 글은 에디터가 5월에 작성한 글입니다.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웃어른부터 아이들까지 어우러져 가족의 가치를 실현하며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는 시기인데요. 따라서 이번 달은 작은 공동체인 가정의 모습부터 나아가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룬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떠한지 돌아보고 싶었습니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된 이른바 ‘7세 고시’에 주목하며 가정에서의 조기 교육과 아동의 정신 건강에 관해 관심을 갖게 됐는데요. 따라서 이번 웹진에서는 과도한 사교육 문화와 아동 인권에 대한 문제점을 살펴보며 어린이들이 건강한 유년 시절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그려보고자 합니다.
     
     
    본 이미지는 OpenAI를 활용해 제작된 창작 이미지로, 특정 인물이나 상황과 관련이 없습니다.
     
     
    7세 고시가 무엇이죠?
    7세 고시. 빠르면 4세 고시도 등장하였습니다. 어린 나이에서부터 영어, 수학 등의 입시 공부를 과도하게 시키는 문화가 심해지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한 현황을 살펴보겠습니다. 예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약 81만 명이었던 초·중·고등학생 수는 2010년 약 73만 명, 2020년에는 54만 명으로 감소했고, 2024년에는 52만 명 수준으로 예측되는데요.1) 학생들은 줄었지만 오히려 작년 초·중·고교생 사교육비는 총 27조 1천억 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면서2) 극단적인 사교육 행태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7세 고시를 왜 시키는 거죠?
    이른 조기 교육에 몰두하는 원인에는 여러 사회 요인들이 작용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다양한 관점에서 세 가지의 이유로 추려보았습니다.
     
    첫째. 과도한 경쟁 사회와 보편적으로 획일화된 성공 전략
    현재 우리 사회는 IMF, 취업난, N포 세대에 이르는 불안정성과 양극화로 인해 “생존을 위해 경쟁한다!”라는 위기의식이 굳게 자리 잡아 과잉 사교육과 조기 경쟁이라는 부작용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예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개인의 소득은 임금구조뿐 아니라 개인이 처한 생애 주기적, 가족적 상황에 의해 빈곤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영향력의 자기장 속에 놓여있다.”3)라고 지적합니다. 즉, 조기 교육 열풍이 경제적 빈곤과 계층 하락에 대한 위기감에서 비롯한다고 볼 수 있고 부모 세대가 겪은 성공 방향=생존 전략으로 자식에게 대물림돼 획일화된 성공 로드맵을 제공할 확률이 높을 것입니다.
     
    둘째. 공교육의 기능 상실과 소통 부재
    ‘공교육의 비효율성’은 학교 교육의 기능 상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예로 매일경제와 모노리서치가 2023년 10월 18일 실시한 전국 단위 여론조사(성인 1,000명 대상)에 따르면, 응답자 중 45.6%는 한국 공교육을 미흡하다고 평가했습니다.4) 개선 방안으로는 기초학력 보장과 자기주도 학습 확대가 가장 많이 꼽혔고(23.1%), 이어 대입 제도 변화(18.7%), 교사 역량 강화(15.3%), 다양한 학교 유형 확대(12.7%) 등이 제안돼 공교육 질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드러났습니다.5) 또한 교육 당국의 소통 부재도 원인이 될 수 있는데요. 예로 최근 몇 년간 입시 제도는 해마다 변화해 정시 40% 확대(2021학년도), 통합 수능 도입(2022학년도), 킬러 문항 배제(2024학년도), 의대 정원 및 무전공 전형 확대(2025학년도)로 이어졌습니다.6) 이렇듯 잦은 교육 정책 변화와 학교 현장과의 소통 부족은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는 요소로 지적됩니다.
     
    셋째. 공격적인 사교육 시장의 마케팅 전략과 규제 미흡
    사교육 시장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의 문제점을 논의하기 위해 최근 한국교육정책연구원과 국회의원들이 공동 주최한 ‘7세 고시: 유아부터 시작되는 사교육 전쟁’ 정책 간담회에서 김경년 교수는 “유아 조기교육은 실질적인 필요보다 또래 집단에 뒤처질까 하는 불안을 이용한 학원의 마케팅에 의해 일반적인 선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7) 따라서 서울시 교육청 같은 경우, 사교육 과열 억제를 위해 교습비와 선행학습 광고에 대한 특별 점검을 벌였으며, 특히 의대 입시반 광고나 교습비 초과 징수 등 불법 사항 5가지를 중점 단속했는데요.8) 하지만 사교육 시장을 규제하기 위한 단일 법률은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본 이미지는 OpenAI를 활용해 제작된 창작 이미지로, 특정 인물이나 상황과 관련이 없습니다.
     
     
    7세 고시를 받은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그렇다면 7세 고시를 받은 아이들은 어떠한 문제점을 가지고 살아가게 될지 아동 인권(UN 아동권리협약) 측면에서 세 가지의 악영향을 추려보았습니다.
     
     
    첫째. 아이의 발달권 침해
    UN 아동권리협약 제6조는 “당사국은 가능한 최대한도로 아동의 생존과 발달을 보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제29조는 “아동의 인격·재능 및 정신적·신체적 능력의 최대한의 계발”을 목표로 규정하고 있습니다.9)  또한 최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천근아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실제 논리적 추론 등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발달하기도 전에 중·고교에서 배우는 수준의 문제를 아이에게 풀라고 시키는 건 학대이며 불안‧우울 증세로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될 가능성도 높다."10)라고 우려했습니다. 따라서 과잉 조기 교육을 받을 경우 아이의 정상적인 발달에 따른 성장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둘째. 아이의 놀이와 휴식권 침해
    UN 아동권리협약 31조는 “당사국은 문화적·예술적 생활에 완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고 촉진하며 문화·예술·오락 및 여가 활동을 위한 적절하고 균등한 기회의 제공을 장려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11) 예로 2018년 아동 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하루 평균 여가 시간은 49분, 학습 시간은 6시간 49분에 달합니다.12) 국제아동복지기관협의회(ISCI)가 주관한 'Children’s Worlds' 조사에서는, 한국 8세 아동 삶의 만족도는 조사 대상 22개국 중 하위권인 평균 3.30 점이며, 9.4%가 자기 삶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응답했습니다.13) 이는 학습 중심의 환경이 아동의 놀이와 휴식권을 제약해 비만, 면역력 약화, 성장호르몬 분비를 방해해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셋째. 아이의 심리적 안정권 침해
    지속적인 시험과 경쟁은 아동에게 큰 스트레스입니다. 강남·서초·송파 등 사교육 밀집 지역의 9세 이하 아동은 정신건강 문제로 진단받는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14)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이들 지역의 우울증 및 불안장애 관련 건강 보험 청구 건수는 서울 평균(291건)을 크게 웃돌며 송파구 1442건, 강남구 1045건, 서초구 822건으로 집계되었습니다.15) 상대적으로 아이들은 주체적인 감정 조절과 균형을 잡는 능력이 덜 발달됐기 때문에 더욱 심적으로 타격이 클 수 있는데요. 이는 아동의 심리적 안정성을 저해하고 분노를 키우며 이후 성인이 돼서도 사회성과 자존감을 갖추는 데 큰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본 이미지는 OpenAI를 활용해 제작된 창작 이미지로, 특정 인물이나 상황과 관련이 없습니다.
     
     
    행복한 7세를 보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행복한 7세를 보내게 하려면 교육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해 보아야 하는데요. 주요 해결책을 세 가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째. 기회의 평등과 폭넓은 직업 교육 장려
    누구나 평등한 기회를 받고 자라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예로 경기도 교육청의 ‘꿈의 학교’ 프로젝트는 지역사회가 주도해 학생들이 다양한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진로 탐색 활동을 제공하고 있습니다.16) 제과제빵, 농업, 1인 미디어 등 학생 주도 참여형 프로그램이 이루어지고 있는데요.17) 이러한 사업이 성행한다면 기회의 다양성과 실질적 진로를 보상해 사교육 과열을 낮출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또한 독일의 이원화 직업 교육제도(Dual System)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독일의 고등학교 졸업생 중 약 절반은 2년에서 3년 반 정도 회사와 직업 학교의 두 곳에서 실습과 이론을 통해 300개 이상의 (기술 분야) 직업 훈련을 받고18) 사회에 진출합니다. 이는 청년 실업률을 낮추고 산업 경쟁력을 높여 왔는데요. 우리 사회도 민관 협의체의 일자리 개혁을 시도한다면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 위한 경쟁을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인문학 교육과 교육 주체들의 공동체 설립
    인문학을 통해 비판적 사고와 자아 성찰 등의 정신적 가치에 대해 교육해야 합니다. 예로 올해 태국에서는 유네스코와 함께 ‘아동 및 청소년과 함께하는 철학(PwCY)’을 통해 이야기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윤리적, 철학적 질문을 토의하기 시작했는데요.19) 실제 영국의 48개 학교를 대상으로 한 한 연구에서 철학 교육에 참여한 초등학생들은 또래보다 읽기와 수학에서 더 높은 점수를 보였으며 불우한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큰 향상이 관찰됐다20)고 하니 국·영·수 능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교육 주체들이 활발히 소통하는 기구가 필요합니다. 예로 지리산에 위치한 토지 달빛 놀이터(토지 마을 학교)와 토지 초등학교는 드물게 교사, 학생, 학부모, 교직원 모두가 함께 하는 운동회를 기획하며 교류하였습니다.21) 이렇듯 공동체 문화를 교육계에서 장려하면 당사자 간의 요구를 절충하고 수용해 균형 있는 교육 개혁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본 이미지는 OpenAI를 활용해 제작된 창작 이미지로, 특정 인물이나 상황과 관련이 없습니다.
     
     
    셋째. 사교육 시장에 대한 규제 기준 확립
    현재 우리나라는 사교육과 관련한 법률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예로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공정거래법,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법령에 걸쳐 규제가 이루어져 일관성이 없고 온라인 강의 콘텐츠와 같은 신종 사교육 형태에 대한 규제가 미비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기존 법령의 집행이 느슨하여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단일화된 법률과 강화된 규제 원칙을 마련해야 합니다. 최근 정부에서는 사교육 업체와 문항 거래가 적발된 교원에 대해 시·도 교육청 엄정 조치, 수능 출제 업무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퇴직 입학 사정관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등의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였는데요.22) 실효성이 있길 바라며 무엇보다 교육청 중심의 정기적 실태조사 및 제재 방안이 보완되길 바랍니다.
     
     
    본 이미지는 OpenAI를 활용해 제작된 창작 이미지로, 특정 인물이나 상황과 관련이 없습니다.
     
     
    7세. 나이만으로도 너무 사랑스러운 시기인데요. 마냥 행복하고 신나게 건강한 유년 시절을 누리는 것이 권리인 시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꼬마들에게 포근한 둥지를 제공해 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비단 부모만의 문제도 아닌 사회의 압박이 아이들을 병들게 한 것 아닌가 싶은 씁쓸함이 몰려왔습니다.
     
    유년 시절의 기억은 평생을 간다죠? 에디터에게도 어렸을 적 가족, 친구들, 동네 사람들과 놀았던 기억이 오래 남아있는데요. 때로는 추억을 떠올리며 힘든 날의 위로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죠. 아이들이 뛰노는 웃음소리가 널리 퍼져도 불편하지 않을 세상이 오길 바랍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1) 신소윤·이우연,“9살 손잡고 떨어지면 편입대치동 그 학원 1800명 북새통”,한겨레, 2024.11.05.
    2) 신소윤·이우연,“9살 손잡고 떨어지면 편입대치동 그 학원 1800명 북새통”,한겨레, 2024.11.05.
    4) 박나은,“점수 줄세우기가 무너뜨린 공교육수능 이걸로 바꾸면 된다는데”,매일경제,2023.10.18.
    5) 박나은,“점수 줄세우기가 무너뜨린 공교육수능 이걸로 바꾸면 된다는데”,매일경제,2023.10.18.
    6) 구무서, “경제불황·저출생 다 뚫어버린 사교육비'잦은 제도 변경이 불안감 키워'”,뉴시스,2025.03.14.
    7) 이영일,“부모 불안 이용한 돈벌이, ‘7세고시’...쏟아진 전문가들 우려”,교육언론[],2025.04.30.
    8) 김성웅 ,“의대 증원에 '초등 의대반'까지 과열 조짐… 政, 강남 주요학원 단속”,뉴데일리경제,2024.02.23.
    9) 구리시립도서관. (n.d.). UN 아동권리협약 전문 [PDF 파일]. 구리시립도서관. (접근일: 2025.05.20.)
     

     
     

     

     

    엄마아빠가 시키는대로 하면 저 성공해요?
    초스코스

    조회수 326

    2025-07-08
  •  
     
    
     
    – 안산 다문화도서관, 박서연 관장 인터뷰
     
    안산역 지하보도 2번 출구에서 다문화 거리로 향하는 길. 이곳은 분명 한국임에도 한국어보다 외국어가 더 많이 들리는 골목이었다. 그 길 끝에 마주하는 '모두 어린이도서관'. 몇 번 방문한 경험이 있는 도서관이었다. 이제는 간판만 남은 텅 빈 건물이 되었다. 왼쪽으로 접어들면 새로 지은 공영 주차장이 보인다. 주차장 옆 작은 공원에는 계절에 상관없이 사시사철 외국인들이 모여 카드게임을 즐기는 평범한 일상이 펼쳐진다. 외국인 상담 지원센터 옆에 있는 계단을 내려가면, 지하 1층에 안산 다문화 도서관이 조용히 문을 열고 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더위 탓인가 도서관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24개국의 책들이 빼곡히 꽂힌 서가 사이로 스며드는 오후의 햇살처럼, 이곳에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들이 모여들었다. 문 바로 앞 작은 원형 테이블에 아이를 안은 엄마부터 다섯 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영어 공부를 하고 있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 2008년부터 시작된 따뜻한 여정
     
    박서연 관장과의 인터뷰는 도서관 한편에 마련된 작은 책상에서 이루어졌다. "2008년 문을 열고 2015년부터 한양대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첫 마디에서 다문화 작은 도서관의 17년이라는 세월의 무게가 느껴졌다. 박서연 관장은 이곳에서 3년째 관장을 하고 있었다.
     
    “24개국 책들이 있어요. 중국, 러시아 책들이 제일 많고, 또한 그 두 나라 분이 제일 많이 찾아온답니다.” 책은 일 년에 두 번씩 들어오고, 기증받은 책들도 있다. 희망 도서를 추천하면 구매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자기 계발서가 베스트셀러를 차지하는 것과 달리, 이곳에서는 어린이책과 문학 관련 책이 인기다.
     
    "근처에 있던 모두 어린이도서관이 문을 닫으면서 어린이책 비중이 늘어났죠." 그 이야기 속에는 씁쓸함이 묻어났다. 표면적인 이유는 건물 리모델링이었지만, 도서관이 문을 닫은 지 3년이 넘도록 공사는 시작되지 않았다. "도서관 관장으로서 3년이라는 시간이 조금 아쉬운 대목이죠."
     
    인터뷰 도중 곁에서 지켜보던 중국인 어머니가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아이와 저는 모두 어린이도서관에서 한국어를 배웠어요. 아침 문 열 때 가서 사서 분들과 같이 퇴근했죠." 외국에서 온 엄마들은 아이와 함께 동화책을 읽으면서 한국어를 익혔다. 하지만 근처에 있는 원곡 도서관 안에 있는 어린이도서관은 '어린이만 출입 가능'이라는 규정 때문에 엄마들이 들어갈 수 없어 이곳으로 온다고 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 모국어로 찾은 자존감과 안정감
     
    다문화 도서관 이용자들은 여성만 있는 게 아니었다.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에는 중장년 남성 이용자들도 제법 눈에 띈다. 그들은 고단한 노동의 삶 속에서 작은 틈을 내어 책을 읽는다. “밤늦게까지 운영된다면 더 많은 분이 오시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낮에만 운영되고 있어서 노동 현장에 계신 분들이 자주 오시진 못해요.”
     
    나는 궁금했다. 힘든 노동에 지친 그들이 잠을 쪼개가며, 왜 책을 읽는 걸까? 박 관장은 되묻듯 말한다. “만약에 우리가 외국에서 지낸다면 삶이 어떨까요? 뜻 모를 언어 속에서 몸과 마음이 지쳐있을 때, 어딘가에서 한국어를 보거나 들으면 얼마나 반가울까요? 그분들도 마찬가지예요. 한국에서 몸과 마음이 지친 삶 속에서 익숙한 글자, 모국어로 된 책을 보면서 때로는 위안을 얻고, 때로는 자기 자신을 다시 찾는 거죠. 다시 말하면 그분들은 모국어로 된 책을 읽으면서 안정감을 느끼고, 무너진 자존감을 채우는 것 같아요." 그들은 타국 생활에서 겪은 수많은 좌절감을 모국어로 된 책을 읽으면서 달래는 것이다. "글이 때로는 힘이 되는 법이니까요." 박서연 관장은 나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 책 이상의 것을 품은 사랑방
     
    ‘도서관 자랑 좀 해주세요’라는 말에 박서연 관장은 잠시 눈을 깜박이며 생각에 잠겼다. "우리 도서관은 사랑방이에요." 책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 생활에서 어려운 점이 생기면 그들은 이곳으로 온다. 특히 관공서에 갈 일이 생기면 먼저 도서관에서 직원이나 먼저 입국한 동포들을 만나 정보를 얻는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관공서에 가는 일은 저희도 쉽지 않잖아요. 더구나 말도 잘 못한다면 더욱 힘들겠죠."
     
    매일 진행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이곳의 자랑이지만, 공간의 한계는 아쉬운 부분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더 많은 프로그램을 하고 싶은데 한계가 있어요. 이 작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프로그램을 진행하니 많이 앉아도 5명이면 꽉 차요."
     
    나는 개인적으로 10년 전부터 다문화 도서관을 드나들었다. 때로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제가 다녔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공간은 한 뼘도 늘지 않았어요. 대신 책은 많이 늘어 보입니다.” 박서연 관장은 책장에 빼곡히 채워진 책들과 늘어난 책장들이 오히려 공간을 더 좁게 만들었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 지원 부족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
     
    도서관 이용자는 계속 늘고 있지만 확장은 요원했다. "지원 부족이죠. 요 몇 년 예산이 늘기는커녕 삭감만 되고 있어요." 친구가 근무하는 외국인 복지센터에서도 예산 삭감으로 상담사들을 줄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나의 말에 박 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문화, 다문화 이야기는 많이 하는데 다문화 특성이나 외국인들에 관하여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실이죠. 현재 등록된 외국인 수만 봐도 매년 늘면 늘었지, 줄지 않고 있어요."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최근 공개한 '2023년 12월 통계 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체류 외국인은 250만 7천584명으로, 전년보다는 11.7% 늘어났다. 이 수치는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4.89%에 해당한다. 역대 최다 외국인 수를 기록한 2019년(252만 4천656명) 보다 1만 7천72명 적지만, 비율로는 2019년(4.86%)을 넘어선다.
     
    통상 한 나라의 외국인 비율이 5%를 넘는 경우 다문화사회로 본다는 것을 참고하면 저출생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 절벽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한국이 이제 본격적인 다문화사회로의 진입을 앞둔 셈이다. 2021년 기준 총인구 대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비율을 보면 충북 음성군(15.9%), 경기 안산시(14.2%), 전남 영암군(14.2%) 등 일부 지역에서는 10%를 넘어서기도 했다.
     
    국내 외국인 251만 명…전체 인구 4.9%로 '다문화사회' 목전(종합)
    체류 외국인 수는 2016년 200만 명, 2019년 252만 명을 각각 돌파하다가 코로나19로 주춤했다.
    (출처 한국경제신문. www.hankyung.com/article/202401167927Y)
     
     
     
    - 더 많은 것을 품고 싶은 마음
     
    다문화 도서관이 앞으로 어떻게 운영되어야 할까요? 나의 마지막 질문에 대한 박 관장의 답변에는 간절함이 묻어났다. 안산보다 더 큰 건물에 장서도 많은 다문화 도서관이 있지만, 운영하는 주체들이 다문화에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일반적인 작은 도서관처럼 생각하고 운영한다는 것이다.
     
    "다문화 도서관은 도서관 이전에 많은 것을 품어야 하고 품고 있어요. 사라진 모두 어린이도서관 이야기할 때 중국인 어머니가 말씀하신 것처럼 아이뿐만이 아니라 어머니도 동화책으로 한글을 배웠다고 했잖아요. 이 모습이 대표적인 다문화 도서관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덧붙였다. "직장에 다니는 외국인들을 위해 저녁에도 운영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중간중간 도서관에 들어오는 이용자들과 눈을 맞추며 인사하는 박 관장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도서관 입구 한쪽에 마련된 두 개의 책상이 관장과 사서의 자리였다. 책상 둘 곳도 변변치 않은 작은 공간에서, 그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치며 웃고 있었다.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어 하는 따뜻한 마음이 그 미소에서 느껴졌다.
     
    좁지만 따뜻한 이 도서관에서, 오늘도 누군가는 모국어로 된 책 한 권을 통해 하루의 위로를 얻고 있다. 모국어로 된 책 한 권이 건네는 위로, 작은 원형 테이블에서 나누는 배움의 기쁨, 그리고 무엇보다 따뜻한 관심으로 맞아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 안산 다문화 도서관은 그저 책을 빌려주는 곳이 아니라,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마음의 고향을 선사하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오른쪽 박서연 관장. 왼쪽 사서 최유경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안산 다문화도서관, 모국어가 건네는 따뜻한 위로.
    윤작가

    조회수 271

    2025-07-07
  •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이한 「공익활동가 주간」은 전국 곳곳에서 공익활동가들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시간입니다. “공익활동가의 지역, 영역, 세대를 잇는 사회적 지지와 연대의 플랫폼”을 지향하며, 올해도 작년에 이어 6월 30일(월)부터 7월 4일(금)까지 다양한 연대의 장이 5일간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 흐름 속에서,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는 7월 1일 "2025년 경기도공익활동가대회"를 개최하였습니다. 경기도 시민사회가 직접 기획하고 만들어낸 이 자리는, 활동가들에게 진심 어린 응원과 지지를 전하고자 마련되었습니다. 특히 올해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위기 속에서도 불안을 막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애쓴 활동가들의 노고를 떠올리며,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인사를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이번 대회는 경기도 동·서·남·북 4개 권역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집행위원회를 구성해 준비했으며, 무려 경기도 31개 시·군, 98개 단체가 추진위원회로 함께해 주셨습니다.
     
    2025년 경기도공익활동가대회는 '당신의 빛으로 열어낸 새날'이라는 슬로건 아래, 어느 해보다 더 크고 넓고 단단한 연대의 장으로 펼쳐졌습니다. 경기도 시민사회 전체가 함께 만든 이 뜨거운 현장을 함께 만나보실까요?
     
     
     
    개막식
     
    사회자(박범수)가 본 행사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2025년 경기도공익활동가대회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왼쪽: 송성영(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오른쪽: 박혜옥(경기중북부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들의 개회사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사회는 안산에서 반값주거비 안산운동본부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박범수 님이 오전부터 오후 일정까지 진행해 주셨습니다. 꽤나 진행하기 어려운 사회 부탁이었는데도 활동가들의 자리라고 하니 흔쾌히 하겠다고 답해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었답니다.
    사회자의 개회선언을 시작으로 2025년 경기도공익활동가대회를 함께 이끌어준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4분 중에 2분의 개회사가 이어졌습니다. 2023년부터 함께 본 행사를 준비해왔던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의 송성영 공동대표님과 멀리 포천에서 수원까지 달려와주신 경기중북부환경운동연합 박혜옥 공동의장님이 행사에 참여해 준 활동가분들에게 안부를 묻는 이야기로 활기차게 시작되었는데요. 특히 “빛의 광장에서 빛의 연대로 ‘새날’을 열어냈다. ‘새날’은 늘 함께 걷는 경기지역 활동가들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라는 송성영 공동위원장님의 말씀을 들으니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이어 박혜옥 공동위원장님이 포천에서 먼 길을 갈 생각해 막막했는데 그래도 이곳에서 다양한 지역의 활동가들을 만나니 너무 반갑고, 오길 잘 했다는 말에, 모두가 이 자리를 채우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겠지만 그 고민이 무색할 만큼 좋은 자리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과 기대로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연대 장터
     
     
    '연대 장터' 프로그램에서 단체소개를 신청한 하남YMCA, 용인반딧불이시민모임, 수원YWCA 단체의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지역과 함께하는 시민단체들
    공익활동의 중심에는 지역이 있습니다. 하남YMCA, 수원YWCA, 평택YMCA, 하남YWCA, 부천YWCA, 안양YMCA, 오산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안양여성의전화 등은 지역사회 돌봄, 청소년 교육, 양성평등, 장애인 자립 등을 실현하기 위해 매일 현장에서 발로 뛰고 있습니다.
     
    평택안성흥사단, 여주시민주권행동, 여주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여주민예총, 포천시민사회연대, 안성평화네트워크, 수원체육문화센터, 수원여성인력개발센터, 수원YWCA 요양원, 평택시공익활동지원센터, 안성시공익활동지원센터, 광명시공익활동지원센터, 경기복지시민연대 도 각 지역의 다양한 사회 이슈를 기반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생태와 환경을 위한 실천
    용인반딧불이시민모임은 반딧불이 서식지 보존과 생태 복원을 위해 탐사와 포럼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수원환경운동연합, 오산환경운동연합, 경기환경운동연합, 부천기후위기비상행동, 기후위기비상행동 의정부,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경기에너지협동조합, 경기도시민발전협동조합 협의회, 녹색성장국민연합 등은 기후위기와 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해 지역과 연결된 다양한 환경운동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인권과 평등을 향한 연대
    경기여성단체연합, 다산인권센터, 인권교육온다, 경기여성단체연합, 수원615평화연대, 일하는사람들 생활공제회 좋은이웃은 인권, 노동, 평등, 평화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공유했습니다. 특히 장애인 자립,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성평등 조례 보호, 이웃노동자 권익증진 등 다양한 주제가 소개되었습니다.
     
    평화와 통일, 그리고 시민의 힘
    경기평화교육센터, 안성평화네트워크, 안산 평등평화세상 온다, 수원615평화연대, 오산평화의소녀상, 동두천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은 한반도 평화와 역사 보존, 시민 평화기행 등을 주제로 활발한 평화운동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행복한마을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의료사각지대 없는 평등한 복지를 꿈꾸며, 방문진료제도를 실현해 나가고 있습니다.
     
     
    연구·언론·네트워크
    경실련 경기도협의회, 경기민주언론연합, 경기시민연구소 울림,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5기 에디터, 수원마을만들기, 안양 대안학교 단체 등은 제도 개선, 언론 감시, 시민 연구 및 아카이빙, 마을 기반의 대안 교육을 주제로 소개되었으며, 그 다양성과 깊이에서 놀라움을 안겨주었습니다.
     
     
    새로운 시도와 실험
    웨어마이폴은 선거 기간의 탄소 배출량 추적을 통해 공약 전달 방식의 전환을 탐색하고 있으며, 청년 자원봉사팀 TOOL은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개선 봉사와 기술교육을 연계하는 새로운 모델을 실험 중입니다. 충북 충주 마을활동가의 사례 발표는 지역을 넘어 활동가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번아웃, 제도 변화, 지속 가능성 문제에 대해 함께 성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경기도의 연대와 지지
    경기도에서는 경기도 협치 수석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등이 중심이 되어 활동가들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단순한 행정적 지원을 넘어서,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더 지속 가능한 힘을 낼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경기도 내 31개 시군에서 참여한 다양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서로 자리에 일어나 자기소개 및 활동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수원유스호스텔 대강당을 가득 채워준 경기도 공익활동가들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넓은 경기도 전역에서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각자의 바쁜 일상 속에서도 소중한 시간과 마음을 내어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서로를 조금이라도 더 알아가고 연결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참석자 한 분 한 분이 직접 자리에서 일어나 본인과 소속 단체, 그리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양한 지역, 다양한 영역의 활동 이야기가 하나둘 쌓이며, 어느새 1시간이 훌쩍 지나갈 정도로 뜻깊은 교류의 장이 되었습니다.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 쉽지 않기에, 그만큼 이 시간이 더 소중하고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참여한 모두가 한마디씩 나눌 수 있도록 준비한 이 시간을 잘 준비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공동체 밥상
     
    수원유스호스텔 식당에서 마련된 음식을 함께 나누고 있다. 비건용도시락은 안산 카페마실에서 준비해주었다.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된 만큼, 긴 하루를 함께할 활동가분들을 위해 따뜻한 밥 한 끼를 정성껏 준비했습니다. 특별한 메뉴는 아니었지만, 특별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특별한 만남 덕분에 식사 자리는 그 어느 때보다 빛났습니다.
    식사 시간이 되자 이곳저곳에서 웃음꽃이 피어났고, 처음 만난 이들 사이에도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갔습니다. 그런데...식사할 때 가장 환한 얼굴들이었던 건… 혹시 제 기분 탓일까요?^^ㅎㅎㅎ
     
     
     
     
    점심 식사 시간이 진행되는 동안, 행사장 한편에서는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부스 활동도 함께 열렸습니다. 하남YMCA에서는 직접 재배한 목화솜으로 ‘목화새(뭉치새)’를 만들어보는 체험 부스를 운영해 많은 분들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은 동두천의 옛 성병관리소 보존운동을 알리는 자료와 함께 그 의미를 나누었고, 평등평화세상 온다에서는 직접 제작한 배지를 참여자들에게 나눠주며 평등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또한 행사장에는 각 단체별 홍보 리플렛과 책자를 비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경기도 곳곳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들의 다양한 이슈와 활동을 서로 공유하고 알아가는 소중한 교류의 장이 되었습니다.
     
     
    문화공연과 함께하는 빛의 광장 토크쇼
     
    마임이스트 류성국님의 열린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오후 프로그램 "빛의 광장 토크쇼"의 시작은 마임이스트 류성국 님의 깊이 있는 마임 공연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말없이 오직 몸짓 하나로 마음을 움직이는 마임은 때로는 수백 마디 말보다 더 강한 울림을 전해줍니다. 공연의 첫 번째 주제는 ‘벽’이었습니다. 우리 삶 속에는 누구도 쉽게 넘을 수 없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합니다. 공연은 그 벽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부딪히며, 때로는 좌절하고, 다시 일어나 다시금 마주하는 한 사람의 몸짓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 벽은 누군가에게는 제도일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사회의 편견, 혹은 활동가로서의 지침과 피로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류성국 님은 그 벽 앞에서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벽을 두드리던 그의 몸짓은, 마침내 그 벽을 넘어서 희망이 피어나는 새로운 날로 나아갑니다.
    빈손이지만 진심을 담은 위로와 격려가 있었고, 소리 없는 외침 속에서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만의 벽을 떠올리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짧지만 깊은 공연은 오늘 모인 모든 활동가들에게,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벽’이 결코 끝이 아니며, 함께라면 넘어설 수 있다는 믿음을 건네주었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이어진 박수는 그 믿음에 대한 뜨거운 공감이었습니다.
     
    빛의 광장 토크쇼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공연이 끝난 후 이어진 시간은 다섯 명의 활동가가 무대에 올라,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 가지 물건 또는 자료’에 담아 소개하는 토크쇼였습니다. 성남, 수원, 오산, 의정부, 여주, 그리고 안산까지 경기도 곳곳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공익활동을 이어온 이들의 진심 어린 이야기가 무대 위를 따뜻하게 채웠습니다.
     
    한국청년연대 김다은 대표는 매일같이 홍보물과 안내문을 만들며 공익활동의 최전선에 섰던 날들을 떠올렸습니다. 그날그날의 작업이 쌓여, 그 흔적 하나하나가 화려하진 않지만 가장 밀도 있게 삶을 채운 기록이었다는 말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냈습니다.
     
    평등평화세상 온다 김송미 대표는 직접 만든 작은 배지를 소개하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활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곳저곳 다니며 그 배지를 판매했던 날들, 그리고 오늘은 그 배지를 나눔으로 가져왔다는 말에는 연대의 온기와 활동가의 따뜻한 진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의정부자연에너지협동조합 서효숙 활동가는 생협에서 시작해 기후위기 대응까지, 지역과 함께하며 실천해온 시간들을 나눴습니다. 특히 딸에게 용돈을 쥐여주며 응원봉을 사수했던 일화는 유쾌함 속에 가족의 지지와 활동가의 삶이 겹쳐지며 현장에 따뜻한 웃음을 전했습니다.
     
    수원오산화성촛불행동 최승재 사무국장은 오래된 USB 하나를 꺼냈습니다. 수많은 거리의 촛불, 회의록, 발언문이 담긴 이 작은 저장 장치는 활동가로서의 삶, 그리고 공동체와 함께한 역사의 일부이자, 한 사람의 소중한 아카이브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여주시민주권행동 최용기 상임대표는 여주에서 만난 한 고등학생의 말을 전하며 이야기를 풀어갔습니다. “청년이 귀한 여주에서, 광장에서 마주친 한 학생의 말에서 여주의 희망을 보았다"라는 그의 말은 활동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떠올리게 해주었습니다. 거창한 프로그램이나 화려한 수치가 아니라, 함께한 순간 속에서 ‘누군가의 가능성’을 놓치지 않는 것이야말로 활동의 본질이라는 울림을 남긴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토크쇼는 단지 다섯 명의 패널만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무대 아래에서 그 이야기를 듣던 수많은 활동가들의 삶과도 다르지 않았기에, 마치 모두의 이야기가 무대 위로 오르는 듯한 시간이었습니다. 보다 안전하고, 보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차가운 거리와 어두운 길목을 함께 걸어가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조금씩 더 따뜻한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뮤지컬 배우이자 가수 이정열 님의 마무리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토크쇼가 끝난 후, 대회의 마지막을 장식한 시간은 뮤지컬 배우이자 가수 이정열 님의 특별 공연이었습니다. 무대에 올라 공연을 시작하기 전, 이정열 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오기까지 ‘공익’이라는 단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내가 살아오면서 이 단어를 직접 써본 적이 있었던가. 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은 그런 ‘공익’을 삶으로 실천하고 계시는 분들이구나, 싶었습니다.”
    공익이라는 말이 다소 추상적이고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어려운 일을 묵묵히 해내는 활동가들에게 존경과 고마움의 인사를 전하며, 노래로 마음을 전하기 시작했습니다. 공연이 시작되자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세대의 활동가들 가운데 특히 50대 이상의 참가자들에게서 뜨거운 호응이 이어졌습니다.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익숙한 곡들이었지만, 그 가삿말이 전하는 의미는 누구보다 활동가들의 마음에 깊숙이 와닿았습니다.
    이정열 님의 담담하고도 따뜻한 목소리는 그동안 고되고 지친 활동의 시간을 다정히 안아주듯 스며들었고,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노래로 위로받고, 연대로 이어지는 하나의 마음이 되었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이정열 님의 목소리와 따뜻한 말 한마디는 오랫동안 참석자들의 기억 속에 잔잔히 남았습니다. 노래가 전하는 위로가 이토록 따뜻할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함께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특강 - 새 정부와 다시 만날 세계를 위한 시민사회의 과제
     
    2부 강연 "새 정부와 다시 만날 세계를 위한 시민사회의 과제"라는 주제로 시민사회활성화전국네트워크 류홍번 운영위원장님의 강연이 진행되고 있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활동가들의 과거를 돌아보고 서로를 위로한 1부를 마친 뒤, 이어진 2부는 “앞으로 시민사회가 어떠한 과제를 가지고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시간을 위해 시민사회활성화전국네트워크 류홍번 운영위원장을 모시고 특별강연이 진행되었습니다.
     
    강연의 주제는 “시민주권과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시민사회를 강화하자! –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제도·정책 과제”. 류홍번 운영위원장님은 먼저 한국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현 상황을 되짚으며, 해외 각국의 시민사회 정책 사례들을 함께 소개해 주셨습니다. 특히 한국 시민사회가 전환기의 길목에 서 있는 지금, 어떤 제도와 정책이 필요한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알기 쉽게 풀어주셨고,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현장의 활동가들이 평소 품고 있었던 고민과 질문들이 진솔하게 쏟아졌습니다.
     
    질의응답
     
    강연을 마치고 다양한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Q. 보조금에 의지하는 시민사회, 괜찮은가요?
    한 활동가는 시민단체들이 정부 보조금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현실에 대해 우려를 표했습니다. 보조금이 정치적 영향력의 도구가 되는 것은 아닌지, 자생력을 갖춘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이에 대한 답변은 명확했습니다.
    “보조금을 받는 것이 문제는 아닙니다. 시민단체가 공익을 위한 활동을 하는 데 있어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은 정당한 권리입니다. 유럽 등 해외에서는 ‘정부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제도화되어 있습니다.”
    다만, 보조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이를 위한 해법으로 ‘사회적 경제와의 접점 확대’가 언급되었고, 기부문화 확산,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에 대한 실험적 접근도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Q. 제도와 정권, 시민사회는 어떻게 공존해야 할까요?
    시민사회가 법적으로 제도화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만약 정권이 바뀌면 그 제도가 악용되거나 무력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또한 사회적 경제와 NGO의 활동 영역이 섞여 있는 현재 구조 속에서, NGO는 제도적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류홍번 운영위원장은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법은 정권처럼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시민사회는 오히려 협력하고 연대하는 구조를 통해 더 큰 파이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시민사회의 경계를 지나치게 명확히 나누기보다는 서로 다른 조직들이 함께 공익을 향해 연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Q. 시민사회는 사회통합에 기여할 수 있을까?
    새 정부의 사회통합 정책에는 ‘시민사회’라는 단어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과연 시민사회가 사회통합과 갈등 해소의 주체가 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 시민사회야말로 합의를 통해 사회적 통합을 이끌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 조직이며. 특히 시민사회의 독립기구 설립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이어졌습니다.
     
    Q. 기업과 협력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요?
    기업과의 협업이 해법 중 하나로 제시되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시민단체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기업들과는 근본적으로 협력할 수 없고, 구조 자체가 변하지 않는 한 시도조차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류홍번 운영위원장은 다음과 같은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 직접적 후원이 어렵다면, 지역 재단이나 플랫폼을 통해 간접 협업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 기업들이 사회 공헌 활동에 점점 더 관심을 가지는 만큼, 시민사회도 이에 맞는 프로젝트 제안을 기획할 필요가 있다.
    • 지역·중앙단위에서 기업 관심사를 조사하여 매칭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자.
    이처럼 ‘민감한 이슈는 피하면서도 기업과 공익을 잇는 새로운 경로’를 모색하는 방향이 제안되었습니다.
     
    Q. 시민사회 정책도 결국엔 서울 중심 아닌가요?
    마지막으로, 서울 중심 정책의 문제도 언급되었습니다. 많은 시민사회 정책과 자원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고, 실제로 지역 시민단체들은 상근자 1~2명 수준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정책 접근이 어렵다는 문제 제기였습니다.
    이에 대해 류홍번 운영위원장은 서울 중심 구조에 대해 동의하는 한편, 경기도는 산업/기업 중심의 지역이기에 더 기업과 협업하고 자원을 연결한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다며, 더 많은 시민사회 주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말했습니다. 즉, 서울 중심 문제를 비판하는 것에서 멈추기보다는, 지역에서도 능동적인 전략과 구조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습니다.
     
    이번 강연에서의 질의응답 시간은 단순한 질문과 대답을 넘어, 시민사회가 지금 어디쯤 와 있으며,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함께 고민한 시간이었습니다. △공익활동의 재정구조부터 정체성 △제도화의 방향성과 정권과의 관계 △사회적 경제와의 연계 △사회통합에 대한 기여 가능성 △서울과 지역 사이의 불균형 문제까지. 이 모든 질문의 바탕에는, 더 나은 시민사회 생태계를 함께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함께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시민사회는 변화하고 있다는 희망과 믿음이 생겼습니다.
     
     
     
    폐회사
     
    2025년 경기도공익활동가대회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왼쪽: 유명화(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센터장), 오른쪽: 김유철(안양YMCA 사무총장))들의 폐회사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모든 프로그램이 끝난 뒤, 대회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두 분의 폐회사였습니다. 이번 대회를 위해 경기도 전역을 누비며 준비에 힘쓴 두 분,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유명화 센터장과 안양YMCA 김유철 사무총장이 차례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김유철 사무총장은, 이번 대회가 단순히 몇몇 단체의 주도로 열린 자리가 아니라, 경기도 31개 시·군의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추진위원회로 참여해 직접 기획하고 준비한 행사였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유명화 센터장은 “올해보다 더 많은 단체와 활동가들이 내년엔 함께하길 바랍니다. 명실상부한 '경기도 31개 시·군 공익활동가대회'가 될 수 있도록 계속 준비해나가겠습니다”라며 내년 대회를 향한 기대와 의지를 전했습니다.
     
     
     

     
     
    이제 막 2025년 대회를 마무리했지만, 벌써부터 2026년 경기도공익활동가대회가 기다려지는 건… 저뿐만은 아니겠죠?
    함께 준비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경기도공익활동가대회! 내년에는 더 많은 이야기와 얼굴들이 이 자리에 함께하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이 행사를 함께 준비해 주신 스태프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현장스케치] 2025년 경기도공익활동가대회 "당신의 빛으로 열어낸 새날"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유보희

    조회수 288

    2025-07-03
  •  

     
     
     
    시작이 반이라는 말, 들어보셨죠? 너무나 흔히들 하는 말인데 대부분은 그냥 의미 없는 새해 인사로 넘기거나 지루한 위로 정도로 여기곤 하죠. 하지만 우리가 아카이브 에디터로서 발을 내디뎠던 순간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그 말의 의미를 문득 알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시작’이라는 출발점을 찍지 않는다면, 결코 끝을 맺을 수 없습니다. 심지어 포기조차도 할 수 없죠. 시작점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그저 무의미하게 표류하며 흘러가는 배와 같아질지도 모르겠네요. 시작이 반이라는 말의 의미가 새삼스레 중요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저는 지금으로부터 석 달 전, 봄바람과 함께 출발한 우리의 모습을 여러분께 전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1) 그 사이 우리 에디터들은 공익 웹진을 통해 여러분을 만나며 공익활동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려 노력해 왔습니다. 불도저처럼 돌진하는, 여름과도 같은 열정도 물론 중요하지만, 때론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고 나아갈 힘을 보충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아카이브 에디터들의 정기 회의는 서로 공익활동의 확산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달려 나가던 에디터들이 잠시 한 공간에 모여 서로를 보듬기도 하고, 때로는 조언을 주고받기도 하면서 다시 나아갈 힘을 얻는 시간입니다. 거기에 우리의 역량을 더 끌어올리기 위한 배움의 시간도 있었습니다. 우리와 공익활동의 여러 면모를 함께 지켜보셨던 여러분도 우리의 모임에 글로나마 초청하고자 합니다. 에디터들이 남은 하반기를 위해 배우고 고민하면서도 연대하는 현장으로 함께 가보시죠!
     
    -
     
    5기 아카이브 에디터 2차 정기 회의
     
     
    아카이브 에디터 2차 정기 회의 및 교육 장소는 안양시공익활동지원센터! / 사진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날씨가 서서히 무더워지는 6월, 안양시공익활동지원센터가 새롭게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임시 개관이고 7월에 정식으로 문을 열게 된다고 합니다. 안양시공익활동지원센터는 안양역 지하상가에 위치하고 있어서 접근성이 아주 좋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안양시민뿐만 아니라 5기 아카이브 에디터들 사이에서도 기대가 큰 만큼 관심 또한 많았습니다. 안양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6월 2차 정기 회의가 열린다는 소식에 에디터들이 속속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무더운 여름 오후 공기에 연신 굵은 땀방울을 흘렸지만 모두들 기대되는 표정으로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반가운 인사를 나눈 에디터들의 2차 정기 회의가 곧 시작되었습니다. 우선 그간 발행되었던 공익 웹진을 비롯한 콘텐츠 제작 현황을 공유했습니다.
     
     
    5기 아카이브 에디터 2차 정기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고무적이었던 것은 콘텐츠별 평균 조회 수가 크게 상승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콘텐츠 조회수는 작년 대비 15,300회 이상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콘텐츠별 평균 조회 수가 약 470회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데요. 공익 웹진의 운영을 꾸준히 이어오면서 에디터들의 관심사도 점차 다양해지고 웹진을 작성하는 방식도 다채로워지다 보니 얻은 수확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의 덕이 가장 크겠지요?
     
     
    한 걸음 카드와 회의자료 / 사진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한 걸음 카드를 작성하며 지난 1분기 활동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간단한 성과 보고를 마치고 에디터들은 ‘한 걸음 카드’ 피드백을 진행하면서 1분기 활동을 점검하고 2분기 계획을 세웠습니다. 지난 1차 회의 때 자신이 에디터 활동을 하면서 이루고자 생각했던 목표를 적고 지금까지 목표를 향해 한 자신의 노력과 변화한 점을 작성하면서 지난 활동을 돌아보았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이 작성한 내용을 다른 에디터들과 공유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정말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한 걸음 카드를 작성한 뒤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아카이브 에디터들 / 사진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한 걸음 카드를 작성한 뒤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아카이브 에디터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바쁜 현실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 에디터로 임명이 되고 나니 공익활동 행사나 활동가분들을 만날 때 훨씬 집중하게 되는 것을 느꼈어요. 책임감도 생겼고요. 다른 에디터들이 작성한 글을 보면서 공익활동 현장에서 치열하게 논의되고 있는 현안과 관련한 내용이나 공익활동에 대한 인식을 넓힐 수 있는 내용 등 다채로운 주제를 다룰 수 있다는 것을 배웠어요. 저도 이 부분을 제 글에 적용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현장 스케치를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천하지 못했어요. 그래도 첫 원고는 작성해 보았으니 이제 원래 제가 세웠던 목표에도 도전해 보고 싶어요.”
     
    “관심 있었던 분야에 대한 글을 작성하겠다고 마음먹었고 실천했지만, 여기에서 더 나아가서 확장된 시각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공익활동 현실, 정책을 다루고 사례 발굴까지 시도해 보고 싶어요.”
     
    이 밖에도 자신이 글을 쓰는 형식이 지나치게 단조로운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의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기 위해 독서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는 노력, 다른 공익활동가들의 행사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 자신이 작성한 공익 웹진을 본 공익활동가들의 반응 등을 함께 공유했습니다. 공익활동에 참여한 경험을 진솔하게 공유하니 공감되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했습니다. 속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와 경험을 명료하게 정리하고 넘어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시민기록자 양성교육 3강 - 나의 기록이 사회적 기록으로, 기록이 바꾼 세상 (은유 작가)
     
     
    <나의 기록이 사회적 기록으로-기록이 바꾼 세상> 강연 현장 / 사진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2부에서는 경기도 공익활동 시민기록자 양성교육 심화 과정 세 번째 순서로 은유 작가님이 <나의 기록이 사회적 기록으로-기록이 바꾼 세상>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해주셨습니다. 은유 작가님이 자신이 글을 쓰게 된 과정부터 시작해서 글을 쓰면서 했던 고민까지 자연스럽게 이어나가면서 강연을 진행해 주신 덕분에 아주 많은 부분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작가님의 강연을 들으며 저는 작가님이 우리에게 전달해 주고 싶었던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을 쓰고 공익활동을 기록하고 있는 주체 역시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곧잘 잊곤 하죠. 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를 간과하면 진솔한 글쓰기도 어렵고 글쓰기의 원동력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은유 작가님의 자기소개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은유 작가님은 여러 권의 책을 통해 사회의 모순과 폭력을 조명하신 분이지만 처음부터 사회적 기록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글을 쓰는 것과 관련한 전공을 하거나 따로 배운 것은 아니지만 많은 독서를 통해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늘 글을 쓰고 글쓰기를 배우면서도 특별한 자격이 있어야 글을 쓸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에 내심 불안했던 적도 있었던 저 역시 은유 작가님의 경험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은유 작가님의 강연이 진행되고 있는 현장 / 사진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이후 은유 작가님이 책을 쓰신 경험을 공유해 주셨는데 그 과정을 너무 흥미롭게 풀어주셔서 단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폭력과 존엄 사이』라는 책을 쓰는 과정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이 책은 국가폭력 피해자 어르신들의 인터뷰를 담고 있는데요. 작가님은 처음에 국가폭력 피해자 어르신들의 증언 녹취를 윤문하는 정도의 작업으로 알고 시작했지만, 녹취록에 의존하지 않고 다시 국가폭력 피해자 어르신들을 하나하나 찾아 인터뷰하러 전국을 누비면서 사람이 지닌 사연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국가폭력 피해 어르신들의 사연을 들으면서 빈곤, 노동, 젠더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경험을 진솔하게 전달해 주셨습니다. 작가님의 글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는 폭력, 권력의 불균형 상황을 포착해 내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개인과 사회는 분리될 수 없으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나 저도 은연중에 이런 사회의 폭력에 노출이 되어 있는 것이겠죠. 작가님은 바로 우리가 아직 모르는 상처, 폭력 혹은 사회가 내게 강요하는 모습을 인지하는 것으로부터 글쓰기가 시작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자기 생각과 감정을 궁금해하지 않고 자신의 욕망과 능력에 대한 객관화가 되지 않으면 겉도는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게 되니까요. 무엇보다 사회가 강요하고 있는 모습이나 관습적 역할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는 더더욱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겠죠. 작가님은 “자신이 외면하는 곳에 글을 쓸 주제가 있다.”라는 말을 전해주기도 하셨습니다. 저는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늘 글쓰기 기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제가 그동안 아카이빙의 기본기를 제대로 다지면서 글을 쓰고 있었는지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번 강연은 제가 공익활동 아카이빙을 하면서 늘 마음 깊숙이 품고 있던 질문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는 기회가 되기도 했는데요. 공익활동 아카이빙이 즉각적인 효과나 영향력을 지니지는 않는 활동이다 보니 “늘 무엇인가 적극적인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는 활동이 아닌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활동이 정말로 도움이 되는 것일까?”, “내가 맞는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늘 자신에게 하게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작가님은 이렇게 사회의 고통을,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을 말하는 것이 고통을 통해 우리가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작가님의 책을 인용하자면 “고통이 고통을 알아보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이 바로 이런 공익활동 아카이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나니 제가 하고 있는 활동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활동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사실 공익활동 현장에서는 정말 행복하고 보람찬 감정을 느끼게 되기도 하지만 씁쓸하고 우울한 장면을 마주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들은 한 번에 해결되는 게 아니다 보니 같은 문제가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작가님의 강연을 듣다 보니 작가님은 더욱 어두운 사회의 단면들을 마주하면서도 사람들에게 이런 상황을 호소력 있게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지만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아이, 간첩으로 몰렸지만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아 딸마저 가난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만 주부 등 수많은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발견했던 작가님의 여정을 함께 돌아보면서 이 모든 이야기의 끝에서 ‘글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강연 내용에 대해 질의하면서 열정적으로 수강 중인 아카이브 에디터 / 사진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강의가 끝나고 에디터와 시민들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한 질문자는 글쓰기를 하면서 생기는 힘든 일이나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이겨내는지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습니다.
    “글쓰기도 결국은 노동이잖아요. 그렇다 보니 혹시 글쓰기를 하면서 불행했던 경험이나 글쓰기 때문에 너무 괴로울 때가 생기면 무라카미 하루키가 한다고 했던 것처럼 규칙적으로 글을 쓰시는지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어쨌든 부자가 아닐까요? 그리고 배우자도 있고 아이가 없고 별장도 있고 그런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루틴을 지키는 삶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저처럼 양육자인 경우에는 아이들의 시간에 맞춰서 제 시간표가 결정되는 경우가 되게 많았어요. 그래서 저처럼 활동가형 혹은 생계형 작가인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마감일이 언제다 하면 그 일주일 전까지는 글쓰기를 미리 마감하자는 식으로 시간표를 짰습니다. 글을 쓰면 육체가 많이 소진돼요. 하지만 그만큼 고통스러워도 좋은 것도 그만큼이니까 계속 글을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 에디터는 평소 인터뷰를 하면서 갖고 있었던 애로사항에 관해 묻기도 했습니다.
     
    “작가님은 인터뷰 글도 쓰셨잖아요. 저희가 인터뷰를 많이 하는데 인터뷰는 그냥 적어 놓으면 너무 재미가 없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혹시 인터뷰 원고를 작성하는 팁이 있을까요?”
     
    작가님은 평소 인터뷰 원고를 쓰는 자신만의 철학을 공유하면서 에디터들의 고민에 조언해 주기 위해 애써주셨습니다.
     
    “저는 모든 예술은 뺄셈이라고 생각해요. 잘 덜어내는 게 너무 중요합니다. 인터뷰를 녹취한 게 곧 글은 아니거든요. 작가는 마치 영화감독처럼 편집을 해주는 사람이에요. 이 사람이 쏟아낸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 심는 게 아니라 읽을만한 글로 주제를 담아서 그 주제를 향해 가는 거죠. 나중에 인터뷰를 다 읽고 나면 그 사람의 매력이 보여야 좋은 인터뷰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글쓰기 강사인 저를 인터뷰하면서 글쓰기 노하우만 잔뜩 적어놓는다면 굳이 인터뷰여야 할 필요가 없는 거죠. 그래서 이때는 글쓰기 노하우보다는 은유라는 사람 자체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은유 작가님은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진솔하게 나누며, 에디터들의 고민에도 깊이 공감하고 함께 고민해 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작가님이 글쓰기의 힘에 관해 이야기 한 부분도 매우 기억에 남았습니다.
     
    “제가 항상 주장하는 건 글을 쓰면서 내가 바뀐다는 거예요. 글 쓰는 사람은 적어도 바뀌어요. 나도 세상의 일부니까, 내가 바뀐 만큼은 세상이 바뀝니다.”
    누구나 하게 되는 자기 자신에 대한 회의감을 이토록 명료하게 극복해 나가는 모습에 많은 에디터들이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열심히 강연을 듣고 질문하는 시민 기록자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자신의 독서 경험 혹은 글쓰기 경험을 바탕으로 평소에 갖고 있던 고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정말 특별한 순간이었습니다. 은유 작가님의 팬이라며 감명 깊이 읽은 책을 들고 온 시민, 수업을 들었던 학생이라며 수원에서 오느라 조금 늦었다며 조용히 맨 뒤에서 듣던 시민까지 한자리에 모여 강의실이 가득 찼습니다. 강연은 에디터들을 비롯한 시민들의 참여로 인해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습니다.
     
    무더운 여름의 더위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익활동에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늘 애쓰고 있는 아카이브 에디터들은 함께 모여서 서로의 활동에 영감을 받고, 다음 활동을 구상하기도 하면서 남은 날 동안 더 활기찬 활동을 다짐했습니다.
     
    공익활동은 한 집단 혹은 한 사람만의 영향력만으로는 절대 이어질 수 없습니다. 우리가 품은 열정의 씨앗은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를 만나야 비로소 피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남은 기간 동안 이어질 우리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기대해 주세요!
     
     
    단체사진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현장스케치] 아카이브 에디터들의 열정이 여름의 태양처럼 공익활동을 무르익게 한 날
    옐로 구피

    조회수 269

    2025-07-03
  •  

    우리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인구구조의 거대한 전환기 한복판에 서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늙어가는 나라이며, 동시에 1인 가구의 비중이 전체 가구의 3분의 1을 넘어섰다. 과거 정상가족모델 안에서 당연하게 여겨졌던 가족 중심의 돌봄 시스템은 이제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나이가 들어 몸이 불편해졌을 때, 예기치 못한 질병이나 장애를 마주했을 때, 우리는 어디서 누구의 돌봄을 받으며 살아가야 할까?

     

    이 질문에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시설가족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시설은 내가 살던 곳을 떠나야 하는 단절을 의미하고, 가족에게만 기댄 돌봄은 또 다른 희생을 강요한다. 이러한 딜레마 속에서 돌봄주거의 핵심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집이 단순히 잠자고 쉬는 공간을 넘어, 건강한 삶과 존엄한 노후를 지탱하는 사회적 인프라로 재조명받고 있다.

     

    이 글에서는 우리 사회가 마주한 돌봄의 위기를 해결할 대안으로 사회주택의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한다. 지역사회 안에서 계속 살아가고자 하는 시민의 보편적 욕구(AIP, Aging in Place)와 이를 뒷받침하는 지역사회통합돌봄의 중요성을 살펴보고, 사회주택이 어떻게 이들을 위한 최적의 플랫폼이 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제시하려 한다.

     


     

    1. 주거 문제에 '돌봄' 이슈가 부각된 배경

    지금까지의 주택 정책은 양적 공급과 자산 증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더 많은 집을, 더 빨리 공급하여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 지상과제였다. 하지만 사회 구조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주거의 패러다임 역시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집의 물리적 공간을 넘어,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삶의 질사회적 관계를 담아내는 그릇으로서의 기능이 중요해진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바로 돌봄이 있다.

     

    1) 초고령사회와 1인 가구의 급증: 돌봄 수요의 폭발

    2024 년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 노인 인구의 증가는 곧 만성질환 , 거동 불편 등 돌봄을 필요로 하는 인구의 증가와 직결된다 . 동시에 1 인 가구는 2023 년 기준 전체 가구의 35.5% 에 달하며 가장 보편적인 가구 형태로 자리 잡았다 . 특히 노인 1 인 가구와 비혼 청년 , 장애인 1 인 가구 등은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고립될 위험이 매우 크다 . 과거 대가족 제도 아래 가정 내에서 자연스럽게 소화되던 돌봄 기능이 핵가족화를 거쳐 이제는 각자도생의 영역으로 밀려나고 있다 . 이처럼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돌봄 수요를 더 이상 개인이나 개별 가구의 책임으로만 남겨둘 수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

     

    2) ‘탈시설화와 인간 존엄성에 대한 요구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을 집단 시설에 수용하여 관리하는 방식은 효율적일지 몰라도 , 개인의 존엄성과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에 꾸준히 직면해 왔다 . 내가 살던 동네와 이웃으로부터 분리되어 낯선 곳에서 획일적인 생활을 하는 것은 누구도 원치 않는 삶의 방식이다 . 이에 따라 장애인 , 노인 등 당사자들을 중심으로 탈시설화 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이는 단순히 시설을 벗어나는 것을 넘어 , 지역사회에 완전히 통합되어 한 명의 동등한 시민으로 살아갈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다 . 이러한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이 바로 안정되고 적절한 주거 공간 이다 .

     

    3) 돌봄의 사회적 비용 증가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

    가족 돌봄이 한계에 부딪히고 시설 입소 수요가 늘어나면서 돌봄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 ‘ 살던 집과 동네에서 돌봄 받으며 최대한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예방적 · 통합적 돌봄 모델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 이는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지속 가능한 해법이 될 수 있다 . 이 새로운 돌봄 모델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도 주거 가 안정적인 거점 역할을 해야만 한다 .

     

    이처럼 인구구조의 변화, 인권에 대한 인식 개선, 사회적 비용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거대한 흐름이 맞물리면서, ‘돌봄은 더 이상 복지 정책의 하위 분야가 아닌 주거 정책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게 되었다.

     


     

     

    2. 지역사회계속거주와 지역사회통합돌봄, 그리고 주거의 중요성

    돌봄의 위기 속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지역사회계속거주지역사회통합돌봄(Community Care)’이다. 이 두 개념의 성공적인 정착은 주거 안정없이는 불가능하다. 지역사회계속거주와 지역사회통합돌봄은 돌봄의 패러다임을 시설 중심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전환하는 핵심적인 정책 방향이다. 그리고 이 전환의 가장 단단한 주춧돌은 바로 안정되고 적절한 주거의 확보다.

    전통적인 주택 공급 방식이 돌봄의 수요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회주택이 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회주택은 시세보다 저렴하고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제공하는 주택으로 사회적 경제 주체들이 공급하고 운영하며, 공공과 민간의 협력을 통해 공급된다. 사회주택은 단순히 주택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입주민과 지역사회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회 서비스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주거 안정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사회주택은 돌봄 문제를 해결하는 최적의 플랫폼이 될 수 있다.

     

    1) 하드웨어: 돌봄 친화적 공간 설계

    사회주택은 처음부터 특정 입주자 ( 노인 , 장애인 , 청년 등 ) 의 필요를 고려한 맞춤형 설계가 가능하다 . 성별 , 연령 , 장애 유무에 관계없이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다 . 사회주택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개인 공간 외에 입주자 및 지역주민들이 함께 사용하는 다목적 커뮤니티 공간 , 공유 주방 , 텃밭 , 공동 작업실 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 이러한 공유 공간은 입주민 간의 자연스러운 교류를 촉진하는 장이 됨과 동시에 , 외부의 돌봄 서비스 제공자가 방문하여 건강 상담 , 재활 프로그램 , 문화 여가 활동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 거점 으로 활용될 수 있다 . 이는 서비스 제공의 효율성을 높이고 입주민의 참여를 유도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

     

    2) 소프트웨어 : 공동체 기반의 관계망 형성

    사회주택의 진정한 가치는 물리적 공간(하드웨어) 위에 사람 사이의 관계와 프로그램(소프트웨어)이 더해질 때 발휘된다. 대부분의 사회주택에는 입주민 간의 소통을 돕고 공동체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는 커뮤니티 매니저나 운영기관이 존재한다. 이들은 입주민의 필요를 파악하여 지역의 복지관, 보건소, 정신건강복지센터 등과 연계해 주는 자원 연계 전문가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입주민들은 굳이 스스로 복잡한 정보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필요한 서비스를 손쉽게 안내받을 수 있다. 또한 이웃과의 일상적인 교류는 정서적 고립감을 해소하고 느슨하지만 탄탄한 사회적 안전망을 형성한다. 함께 식사를 하고, 취미를 공유하며, 아플 때 서로의 안부를 묻는 관계는 공식적인 돌봄 서비스가 채워주지 못하는 정서적 지지와 위기 상황에서의 즉각적인 도움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노인, 청년, 신혼부부 등 다양한 세대가 함께 거주하는 세대통합형사회주택의 경우, 세대 간 자연스러운 상호 돌봄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사회주택은 돌봄 친화적인 하드웨어와 공동체 기반의 소프트웨어를 결합하여, 집을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돌봄 서비스 플랫폼으로 기능하게 한다. 입주민은 안정적인 주거와 함께 이웃의 지지를 얻고, 서비스 제공자는 특정 공간에 집중된 수요자들에게 효율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모두에게 이로운(win-win)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3. 주거와 돌봄을 연결하는 경기도 사회주택 사례

    고양시 공동체주택 여백
    고양시 지축동에 위치한 여백은 다양한 연령대의 세대혼합형 공동체주택으로 필자가 거주하는 집이다. 2016년에 준공되어 2025년 현재 10년차를 맞이한, 10가구 23명의 주거 공동체다. 나는 노년의 사회적 고립과 돌봄의 공백에 대한 고민 끝에, ‘함께 사는 삶이라는 대안을 찾게 되었다. 이웃과 적당한 거리에서 연결되고, 일상을 나누며 서로를 살필 수 있는 공동체주택, 이것이 내가 여백을 선택한 이유다.

     


    주택협동조합 여백 구성원 단체사진

     

     

    여주시 노인 셰어하우스 노루목향기
    농촌 지역의 고령화와 독거노인 문제는 도시 못지않게 심각하다 . 여주시에 위치한 노루목향기 는 여성 노인 1 인가구 셋이 모여 단독주택을 지어 살며 새로운 사회적가족 공동체를 이루었다 . 그들은 각자의 독립된 방에서 사생활을 유지하며 , 거실과 주방 등 공유 공간에서 함께 식사하고 대화하며 어울려 산다 . 생활비를 공동으로 관리하고 , 가사노동을 분담하며 서로의 건강을 챙기는 과정 자체가 곧 일상이자 돌봄이 된다 . 이는 별도의 돌봄 인력이나 서비스에 의존하기보다 , 동료 노인 간의 수평적인 관계와 상호부조를 통해 존엄한 노년을 만들어가는 자발적인 돌봄 모델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

     

    공동체아파트 위스테이 ’ ( 주민 협동조합형 돌봄 공동체 )
    고양시 지축과 남양주시 별내에 위치한 위스테이 는 입주자들이 직접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어 운영하는 국내 최초의 대단지 공동체 아파트다 . 위스테이의 핵심은 자발성 자치 에 있다 . 입주민들은 수많은 커뮤니티와 동아리 활동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며 아파트 전체를 거대한 돌봄 네트워크로 만든다 . 특히 아이를 함께 키우는 공동육아 는 위스테이 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 이웃이 서로의 아이를 믿고 맡기는 과정에서 부모들은 육아 부담을 덜고 , 아이들은 아파트 전체를 놀이터 삼아 다양한 어른들의 보살핌 속에서 자란다 . 이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도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육아 , 교육 , 생활문화 전반에 걸친 촘촘한 돌봄 시스템 구축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혁신적인 사례다.

     

     

    위스테이 어버이날 행사모습(출처 : 위스테이 별내 홈페이지)

     

     

    안산시 케어안심주택’ (의료-주거 통합 돌봄의 전형)
    케어안심주택은 병원에서 퇴원한 후에도 돌봄이 필요한 환자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주거 모델이다. 안산시와 LH가 협력하여 만든 이 주택의 기획과 운영은 경기안산지역자활센터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입주자들은 안정적인 주거와 함께 건강관리, 재활, 가사 및 식사 지원, 병원 동행 등 통합적인 돌봄 서비스를 집 안에서원스톱으로 제공받는다. 이는 집이 치료와 회복, 요양의 공간으로 기능하는 의료-주거 통합 모델의 전형으로, 지역사회통합돌봄의 가장 구체적인 구현 형태라 할 수 있다.

     

    용인 나이듦연구소’ (학습 공동체를 통한 예방적 돌봄)
    용인의 인문학 공동체 문탁네트워크나이듦연구소는 돌봄의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는 매우 독특하고 중요한 사례다. 중장년층 회원들이 함께 모여 나이듦돌봄을 주제로 공부하고 토론하며, 건강하고 존엄한 노년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스스로 해나간다. 이들은 질병, 죽음, 관계 등 나이 들면서 마주할 문제들을 회피하지 않고 학습과 실천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지지하는 끈끈한 동료 관계가 형성된다. 이는 문제가 발생한 후에 대처하는 사후적 돌봄이 아니라, 삶의 전 과정에서 서로의 지적·정서적 성장을 도우며 건강한 노년을 함께 설계하는 예방적 돌봄 공동체의 성격을 띤다. 어떤 집에 사느냐 만큼, ‘누구와 함께 나이 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다. 나이듦연구소는 지금 공동체 돌봄주택을 준비하고 있다


     


    4. 돌봄 사회로 가는 길에 사회주택이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돌봄이 왜 주거의 핵심 이슈로 부상했는지, 그리고 그 해법으로서 사회주택이 어떤 가능성을 가졌는지 살펴보았다. 앞서 소개한 사례들은 공공, 민간, 협동조합, 시민사회가 각자의 방식으로 주거와 돌봄을 연결하며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돌봄의 미래는 더 많은 요양시설을 짓는 데 있지 않다. 우리가 살아가는 마을의 성격을 바꾸는 데 있다. 사회주택은 바로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주거 안정, 사회적 관계망 형성, 맞춤형 서비스 연계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돌봄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사회주택은 혼자가 아닌 함께,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고립이 아닌 연결 속에서 살아가는 삶이라고 답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그 대답에 응답할 차례다.

    [기획]돌봄의 미래? 사회주택에 물어봐!
    탄탄주택협동조합 김수동 이사장

    조회수 794

    2025-06-30
  •  
     
     
    
    아키비스트, 이제 우리에게 그리 낯선 단어가 아니죠.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는 6월 한 달간 4회에 걸쳐 경기시민사회 공익활동 아키비스트 양성과정을 마련했습니다. ‘공익활동 아키비스트’란 공익활동 자료 수집 및 보존을 통해 가치를 확산하는 활동가를 말합니다.
     
    경기도 전역의 활동가와 도민 대상이기 때문에 강의는 의정부와 수원을 오가며 진행되었습니다. 센터 북부에서 진행된 1-2차시에는 (협)아카이빙네트워크연구원 손동유 원장을 모시고 공익활동 아카이브의 이해와 방법, 특히 구술 아카이브에 대해 들었습니다. 한국저작권보호원 이선민 변호사를 통해 저작권 관련 내용도 배웠습니다.
    

    아키비스트 양성과정 웹자보 /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공익활동을 위한 아카이브 활용법
     
    저는 경기도여성비전센터 나혜석홀에서 진행된 3차시에 참여했는데, 잠시 그 현장으로 가보실까요? 5번째 강의를 맡은 분은 한국외대 정보기록학연구소 겸임교수이신 김태현 강사님입니다.
     
    ‘우리는 기록의 민족’이라는 얘기로 강의가 시작됐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이 1997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하지만 일제의 역사 말살에 많은 기록이 유실되는 아픔도 겪었습니다. 실제로 아카이브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 두루 쓰이게 된 것은 2000년대 이후라네요.
    
     
    3차시 강연 /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기록과 콘텐츠와 아카이브의 관계
     
    사람들이 직접 만든 역사의 경험을 기억이라 부릅니다. 우리는 기억을 기록함으로써 과거를 수집하고 현재를 생산하여 미래를 준비합니다. 즉, 기록은 역사적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이 만들어낸 액션입니다. 이 기록에 서사를 입혀 사회적 메시지를 담으면 콘텐츠가 됩니다. 기록을 인과관계로 배열한 것이 콘텐츠라면 상관관계로 배열한 것은 아카이브입니다. 아카이브는 논리적인 시스템으로 기록을 데이터베이스화합니다. 이 세 가지는 구분되면서도 서로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기억을 기반으로 세 가지 개념이 상호 연결될 수 있는 게 바로 시민사회의 일상사 영역이라고 교수님은 설명합니다.
     
     
    기록의 수집과 생산
     
    기록의 수집은 ‘사라지는 것에 대한 멈춤 기능’이 있습니다. 멈춤 그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어떤 내용을 수집할 것인가? 어떻게 수집할 것인가? 기록을 모으는 방식도 중요한데 저인망식 무작위 수집보다는 주제를 가지고 수집해야 훨씬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창고에 비유하자면 이렇습니다. 자주 쓰지 않는 물건을 창고에 넣어놓기만 해도 일단 없어지는 일은 막게 되죠. 더 나아가 그것들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어떤 물건이 창고 몇 번째 선반에 있는지 정리해 놓는 게 아카이브이고, 그 노동을 하는 사람이 바로 아키비스트입니다.
     
     
    콘텐츠와 아카이브로 활용된 사례들
     
    강의 후반부에는 기록이 하나의 주제에 따라 콘텐츠로 재탄생한 사례들을 소개했습니다. 모두 교수님이 직접 진행한 프로젝트인데요, 그중 몇 가지만 추려봅니다.
    
     
    6.10민주항쟁 30주년 기념전 <1987, 우리들의 이야기> 포스터와 디지털 콘텐츠 / 출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6.10민주항쟁 30주년 기념 전시회 <1987, 우리들의 이야기>는 박종철 열사 하숙집 아주머니, 시내버스 운전기사 등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캐릭터 작업을 거친 보통 시민 30명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한 것입니다. 수채화로 그려낸 서울시청 일대가 인상적이죠? 전국 순회 전시회와 함께 오마이뉴스를 통한 웹 전시회도 병행했습니다.
    
     
    
    증평기록관 개관 전시 <증평, 첫 번째 기억> 전시실과 주제 아카이브 / 출처: 증평기록관
     
     
    증평은 기록 분야를 줄곧 앞서가는 지자체인데요. 2020년 증평기록관 개관 전시 <증평, 첫 번째 기억> 이래로 훌륭한 기획의 전시가 계속됩니다. ‘주간 증평’이라는 디지털 주제 아카이브도 흥미롭습니다. 기록관의 보수적 풍토를 뒤엎고 힙한 형광색을 메인 컬러로 고집하여 결국 온 마을을 핫핑크로 물들였다는 일화가 재미있네요. 증평기록관 콘텐츠는 유튜브에 다양한 쇼츠로도 업로드되어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JPArchives)
    
     
    
    세월호 참사 1주기 기억 전시 <아이들의 방> 포스터와 디지털 콘텐츠 / 출처: 4.16기억저장소
     
     
    세월호 참사 1주기 기억 전시 <아이들의 방>은 죽은 이의 물건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전통을 깨고 주인 잃은 방을 사진과 글로 남겼습니다. 전시회는 엄청난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오스트리아 시골 라디오에서까지 인터뷰 요청을 해왔습니다. 규모가 어떻든 메시지가 강하면 사람들은 스스로 찾아온다는 걸 확인했지요. 처음에 공개를 거부했던 유족들도 마음을 돌려서 2015년 61개였던 방이 지금은 200개 가까이 열렸습니다. 오마이뉴스 디지털 콘텐츠에서 그 아이들의 방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Event/416memory/index.aspx)
     
     
    아카이브도 브랜드가 되는 시대
     
    한때 외래어 대신 기록은행이라는 말을 사용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아카이브라는 용어가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래도 교수님이 어디 가든 첫 번째 받는 질문은 ‘기록관이 뭐냐’는 질문이랍니다. 누구나 아는 도서관처럼 더 이상 이 질문이 안 나오는 날이 곧 오겠지요.
     
    그러려면 더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아카이브의 주인이 누구인가? 지금껏 역사 콘텐츠에서 스스로 주인이 된 적이 없었던 시민들이 목적의식을 갖고 풀뿌리 방식으로 아카이브의 주권자가 될 때 아카이브는 브랜드가 됩니다. 12.3 비상계엄 아카이브도 그렇게 차곡차곡 쌓여갈 것입니다.
     
     
     
    
    공익활동 아키비스트 양성과정 3차시 단체사진 /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강의를 마치고 수강자 두 분의 소감을 살짝 들어보았는데요.
     
    “저는 다산인권센터 자원활동가이고 지금은 개인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아카이빙 활동을 해보려고 신청했는데, 앞선 강의들에 비해 이번 강의는 조금 어려웠던 것 같기도 해요. 우리가 알고 있는 아카이빙과 실제 아키비스트로서의 아카이빙이 조금 다르다는 걸 알게 됐고, 그래서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다는 욕심도 더 들었어요.” (다산인권센터 듬솔)
     
    “제가 활동하고 있는 단체가 2027년이면 30주년이에요. 선배님들이 그동안 쭉 해오셨던 것들을 정리해 보고 싶어서 온라인 아카이빙을 고민하는데, 오늘 구체적인 예시로 실무 얘기를 해주셔서 가닥이 좀 잡히고 주의할 점들도 도움이 됐습니다. 저희가 몇 년 전 ‘숲과 나눔’ 재단 통해서 기록물을 1천 건 이상 온라인에 올려놓긴 했는데, 단순히 창고여서는 안 되고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잖아요. 이걸 가공해서 뭔가 다른 가치를 창출해 볼까? 그런 아이디어를 오늘 많이 얻게 돼서 30주년 때는 뭔가 좀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안양군포의왕환경운동연합 사무차장 이동현)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생각나네요. 구슬 한 알 한 알이 기록이라면 그 구슬들을 꿰어 만든 목걸이나 팔찌는 콘텐츠, 구슬의 아름답고 일정한 패턴은 아카이브쯤 될까요? 그중 독창적이고 고유한 스타일의 목걸이는 뜨거운 반응을 얻고 하나의 브랜드로 거듭나겠죠. 양성과정을 수강하는 분들 모두 자기 브랜드를 가진 보배 같은 공익활동 아키비스트가 되시기를 응원합니다. 얼마 전 개관한 민주화운동기념관으로 떠나게 될 마지막 4차시 현장 탐방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
    
     

     
     

     

    [현장스케치] 공익활동 아키비스트 양성과정 3차시_기록을 콘텐츠로! 아카이브를 브랜드로!
    참비움

    조회수 403

    2025-06-27
<<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