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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웹진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다시 교실로 향하는 중장년들, 그러나 질문은 남아 있다

    최근 지역 곳곳에서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평생학습관, 도서관, 대학, 복지관, 주민자치센터는 물론이고 경기도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중장년 지원사업도 확대되고 있다.

     

    스마트폰 교육, 인문학 강좌, 취미활동, 재취업 교육, 자격증 과정, 창업 교육, 디지털 교육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사진 속 경기 중장년 행복캠퍼스교육과정 역시 이러한 흐름을 보여준다. 40세 이상 65세 미만의 중장년을 대상으로 새로운 배움과 커뮤니티 활동, 사회참여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강좌에는 AI, 스마트폰, 글쓰기, 영상, 인문학, 관계 형성, 사회활동 등 중장년의 관심사가 폭넓게 담겨 있다.

    그러나 교육 현장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면 한 가지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 교육을 받은 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많은 중장년에게 교육은 더 이상 단순한 취미생활이 아니다.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사회와 연결되기 위한 생존 전략에 가깝다. 특히 50대와 60대에게 교육은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도 어떤 역할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 연결된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배움과 일자리 사이에 깊은 간극이 존재한다.

    교육은 많아졌지만 지속적인 활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제한적이다.

    교육 수료증은 남지만 실제 사회참여나 경제활동으로 연결되는 구조는 약하다. 스마트폰을 배우고, AI를 배우고, 영상 제작을 배우지만 이를 통해 지역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안내는 부족하다.

    중장년 교육이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이제는 단순히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넘어 배운 것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 “누구와 연결할 것인가”, “어떤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어떻게 새로운 일과 소득으로 연결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중장년 교육의 목적은 더 많은 강좌를 개설하는 데 있지 않다. 진짜 과제는 배움이 개인의 역량을 넘어 지역사회와 연결되고, 다시 사회적 역할과 경제적 활동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중장년 교육의 현실, ‘배움은 많고 출구는 적다

    현재 중장년을 위한 교육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해졌다.

    평생학습관에서는 외국어와 인문학,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배울 수 있다.

    도서관에서는 글쓰기와 독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대학과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중장년 캠퍼스와 생애전환 교육을 제공한다. 복지기관에서는 사회공헌과 재취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의 양만 놓고 보면 중장년은 과거 어느 세대보다 많은 배움의 기회를 갖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교육의 이후.

    예를 들어 한 중장년이 스마트폰 교육을 수료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는 카카오톡 사용법, 사진 촬영, 모바일 결제, 지도 검색 등을 배운다. 최근에는 생성형 AI를 이용해 글을 쓰고 이미지를 만들며 영상을 제작하는 교육도 받고 있다. 하지만 교육이 끝난 뒤에는 다시 개인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배운 기술을 활용할 공간도 부족하고, 함께 활동할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다. 강사나 교육기관과의 연결도 대부분 수료와 동시에 끊어진다. 결국 교육은 좋은 경험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교육과 활동의 단절, 그리고 교육과 일자리의 단절이다.

    중장년 교육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는 수료 이후의 공백이다. 교육기관은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운영했다. 참여자 역시 만족도가 높다. 사진도 찍고 수료식도 한다. 하지만 3개월, 6개월이 지나면 참여자들의 상당수는 더 이상 관련 활동을 하지 않는다.

    배운 것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현장이 없기 때문이다교육은 교실에서 이루어지지만 사회참여는 지역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교육이 지역의 실제 문제와 연결되지 않는다면 배움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중장년에게 교육은 두 번째 인생의 준비다. 청년에게 교육이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이라면, 중장년에게 교육은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진다.

    중장년은 이미 오랜 직업 경험과 사회 경험을 가지고 있다. 회사에서 일했고, 사업을 했고, 자녀를 키웠으며, 다양한 인간관계를 경험했다. 어떤 사람은 기술을 가지고 있고, 어떤 사람은 영업과 경영 경험을 가지고 있다. 또 어떤 사람은 요리, 돌봄, 교육, 안전, 행정, 상담 등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경험이 은퇴와 함께 사라진다는 것이다.

    사회는 종종 중장년을 은퇴한 사람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중장년은 능력을 잃은 세대가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축적한 세대다필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을 처음부터 다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경험과 새로운 기술을 연결하는 일이다중요한 것은 중장년을 새로운 것을 배우기만 하는 사람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지역공동체는 중장년의 두 번째 직장이 될 수 있다

    중장년 교육과 지역공동체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학교와 교육기관은 지식을 제공하지만 지역사회는 그 지식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예를 들어 지역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 1인 가구 증가, 독거 어르신의 안전 문제, 지역 환경 문제, 마을 기록의 부재, 소상공인의 홍보 부족, 지역축제 운영 인력 부족, 어린이와 청소년의 돌봄 문제 등 다양한 과제가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는 반드시 거대한 기업이나 전문기관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봉사일자리사이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한다

    지역사회 활동에서 중장년이 가장 많이 겪는 문제 중 하나는 무급 활동의 한계다. 처음에는 봉사활동으로 시작한다. 사람을 만나고 지역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보람도 있다. 하지만 활동이 길어질수록 현실적인 문제가 나타난다.

    교통비가 든다. 식비가 든다. 시간이 필요하다.

    전문적인 기술을 요구하는 활동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활동은 봉사라는 이름으로 진행된다.

    중장년에게 사회참여는 중요하다. 그러나 모든 활동을 무급 노동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특히 은퇴 이후 새로운 소득이 필요한 사람에게 사회활동과 경제활동은 분리된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중장년 정책은 봉사와 취업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만 제시해서는 안 된다.

    그 사이에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일자리가 필요하다.

     

    AI가 중장년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이유

    AI는 일부 일자리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일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크다. 특히 중장년에게 중요한 것은 AI 개발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AI를 활용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역의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은 SNS 홍보가 필요하지만 직접 글을 쓰고 사진을 편집할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이때 AI와 콘텐츠 제작 기술을 배운 중장년이 도움을 줄 수 있다.

    지역의 비영리단체 역시 행사 홍보문, 카드뉴스, 보도자료, SNS 콘텐츠가 필요하다. 하지만 전문 인력을 고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AI를 활용할 수 있는 중장년 콘텐츠 활동가는 이러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

    또한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AI 교육 수요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60대가 70대와 80대에게 스마트폰과 AI를 가르치는 구조도 가능하다이는 매우 중요한 변화다.

    AI는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한 번의 교육으로 끝낼 수 없다결국 AI 교육은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계속 배우는 습관을 만드는 교육이어야 한다.

     

    AI 교육, 이제는 기술 교육에서 생활과 일의 도구

    최근 중장년 교육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AI.

    하지만 많은 중장년은 AI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어려움을 느낀다.

     

    나는 컴퓨터도 잘 못하는데 AI를 배울 수 있을까?”

    젊은 사람들만 사용하는 것 아닌가?”

    영어를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AI가 너무 빨리 변해서 따라갈 수 없다.”

     

    이러한 반응은 매우 자연스럽다문제는 AI 교육이 지나치게 기술 중심으로 진행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원리’, ‘생성형 AI의 구조’, ‘프롬프트 엔지니어링과 같은 전문 용어부터 시작하면 많은 학습자가 첫 단계에서 포기한다.

    중장년 AI 교육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AI가 무엇인가를 설명하기보다 AI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AI에 가장 필요한 것을 중장년은 가지고 있다.

    AI 교육에서 자주 강조되는 것이 프롬프트다.

    하지만 중장년에게 프롬프트를 잘 써야 한다고 설명하는 것부터 부담이 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질문하는 능력이다. 좋은 AI 활용은 결국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능력에서 출발한다.

    AI 시대에 인간의 역할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달라지고 있다. 정보를 직접 찾는 시간은 줄어들 수 있지만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하는 능력은 더욱 중요해진다. 중장년의 인생 경험은 바로 이 판단력과 연결될 수 있다.

     

    지역공동체와 AI가 만나면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앞으로 지역공동체는 AI 시대에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다.

    지역의 문제를 발견하는 것은 결국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AI는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 대학, 평생교육기관, 기업이 함께 참여하면 더 큰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구조가 만들어질 때 교육은 단순한 복지서비스를 넘어 지역 발전의 중요한 자원이 된다.

     

    중장년은 지역사회의 남는 인력이 아니라 새로운 자원이다

    우리 사회는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그러나 고령사회가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문제는 중장년과 시니어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달려 있다.

    그들을 복지의 대상으로만 바라본다면 사회적 비용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하지만 그들이 가진 경험과 능력을 지역사회와 연결한다면 새로운 사회적 자원이 될 수 있다중장년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더 배우세요라는 말이 아니다당신이 배운 것을 사회에서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이 필요하다.

    교육은 출발점이다.

    그러나 배움이 활동으로 이어지고, 활동이 사회적 역할로 이어지며, 다시 작은 일자리와 경제활동으로 연결될 때 교육의 진정한 가치가 만들어진다AI 역시 마찬가지다.

    AI는 중장년을 대체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경험을 정리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다른 세대와 소통하며, 지역사회에서 새로운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도구가 될 수 있다앞으로의 중장년 교육은 강의실 안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교실에서 배운 AI가 마을회관으로 가고, 도서관으로 가고, 시장으로 가고, 소상공인의 가게로 가고, 독거 어르신의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글쓰기 교육을 받은 사람이 지역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스마트폰 교육을 받은 사람이 또 다른 어르신의 디지털 길잡이가 되며, AI를 배운 사람이 지역공동체의 홍보와 콘텐츠 제작을 돕는 구조.

    바로 그 지점에서 중장년 교육은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다.

     

    배움은 개인의 만족에서 끝나지 않는다.

    배움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지역을 변화시키며, 새로운 일을 만들어낼 수 있다.

    경기 중장년 행복캠퍼스와 같은 교육사업이 앞으로 강좌를 제공하는 공간을 넘어 중장년의 경험을 지역의 문제 해결과 새로운 일자리로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장년 교육은 '배움'을 넘어 '지역의 일'로 연결될 수 있는가
    럭비공

    조회수 166

    2026-08-25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 도입 보이지 않는 아이들의 배고픔

     

    학교 급식이 끝나면 어디로 가는가. 방과 후 혼자 집에 돌아가는 아이, 냉장고를 열어도 먹을 것이 없는 아이, 편의점 삼각김밥 하나로 저녁을 때우는 아이. 빈곤은 반드시 남루한 외모로 나타나지 않는다. 교복을 입고, 스마트폰을 들고, 학교에 나타나지만,

    급식 외에는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빈곤' 속에 있다.

    2010년대 초 일본 도쿄 오타구(大田区)의 작은 야채 가게 주인 곤도 히로코(近藤博子)는 인근 초등학교 교감 선생님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홀어머니가 정신 질환을 앓고 있어 식사를 챙겨줄 수 없는 아이가 있는데, 학교 급식 외에는 바나나 한 개로 하루를 버틴다는 것이었다. 아이가 학교에 나오지 않는 날이면 교감이 직접 집으로 마중을 나가 학교에서 주먹밥을 먹인 다음 점심 급식으로 연결한다고 했다.

     
      /ⓒPexels
     

    곤도 씨는 충격을 받았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뭔가 할 수 있는 게 없을까"라는 단순한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졌다. 20128, 그녀는 자신의 야채 가게 한 켠에 '아이가 혼자 들어와도 괜찮은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아 '어린이 식당(こども食堂)'이라는 이름의 공간을 열었다. 밥 한 끼를 같이 먹는 것. 그것이 전부였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2025, 일본 전역의 어린이 식당 수는 12,602개소에 달한다. 전국 공립 소학교 수의 약 70%에 해당하는 숫자다.

    한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된 작은 불씨가 어떻게 일본 사회 전체로 퍼져나갔는지, 그리고 그 경험이 한국의 아동 돌봄 공백 문제에 무엇을 말해줄 수 있는지를 이 글에서 살펴본다.

     

    2. 탄생과 확산 한 야채 가게에서 전국으로

    곤도 히로코가 운영한 '기분내키는 대로 야채가게 단단(気まぐれ八百屋だんだん)'은 처음부터 특별한 공간이었다. 무농약 야채를 판매하는 이 가게는 점점 지역 주민들의 교류 공간이 됐고, 아이들의 학습 지원 공간이 됐으며, 어른들의 재학습 공간으로 발전해갔다. 그 연장선에서 20128'단단 어린이 식당(だんだんこども食堂)'이 탄생했다.

     
      /ⓒPexels
     

    '어린이 식당'이라는 이름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도쿄 도시마구(豊島区)에서 아동 지원 활동을 하던 NPO법인 '도시마 어린이 WAKUWAKU 네트워크'의 구리바야시 지에코(栗林知絵子)가 이 개념을 받아들여 자신의 지역에 어린이 식당을 열었고, 순식간에 전국으로 확산됐다. 2015년에는 도시마구와 인정 NPO법인 도시마 어린이 WAKUWAKU 네트워크가 중심이 되어 '1회 어린이 식당 서밋'이 열렸고, 전국에서 약 200명의 참가자가 모였다.

    확산 속도는 놀라웠다. 2016년에는 전국 300여 개, 2018년에는 2,286, 2019년에는 3,718, 2020년에는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4,960개로 증가했다. 그리고 2024년에는 마침내 10,000개를 돌파해 10,867개에 달했고, 2025년 확정값으로는 12,602개소로 집계됐다. 운영 주체는 NPO법인, 지역 주민 그룹, 종교 단체, 기업, 개인 자원봉사자 등 다양하다. 개설 비용은 보통 수십만 엔 정도이며, 월 운영 비용도 수만 엔 수준으로 시작할 수 있다. 진입장벽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급속한 확산의 중요한 요인이었다.

    무엇이 이 운동을 이렇게 빠르게 퍼뜨렸을까. 세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첫째, 일본 사회에서 아동 빈곤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일본의 아동 빈곤율은 OECD 국가 중 높은 수준으로, 사회적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둘째, 참여의 문턱이 매우 낮았다. 특별한 자격이나 자본 없이도 이웃의 마음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었다. 셋째, SNS를 통해 정보가 빠르게 공유됐다. '어린이 식당 만들기 강좌' 같은 실용적 정보가 퍼지며 따라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3. 어린이 식당은 무엇인가 두 개의 축

    어린이 식당을 단순한 급식 지원 시설로 보면 그 본질을 놓친다. 인정 NPO법인 전국 어린이 식당 지원센터 무스비에(むすびえ)의 정의에 따르면, 어린이 식당에는 두 개의 큰 축이 있다. 하나는 '아동 빈곤 대책'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 교류 거점'이다.

    이 두 축의 공존이 중요하다. 만약 어린이 식당이 순수하게 빈곤 아동을 위한 시설로만 규정된다면, 이용 아동에게 낙인이 찍힐 수 있다. 어린이 식당이 성공한 이유 중 하나는 '누구든지 올 수 있는 곳'이라는 포용성이다. 어려운 가정의 아이도, 맞벌이 부모를 둔 아이도, 할머니 할아버지도, 지역 주민 누구나 와서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다. 특정 자격 요건 없이 열려 있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한 아이도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올 수 있다.

    실제로 2024년 무스비에의 조사에서 전체 어린이 식당의 71.7%'연령이나 속성에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 가능'이라고 답했다. 어린이 식당은 어린이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지역 전체가 함께하는 공동체의 식탁인 것이다.

    메뉴는 대체로 단순하고 따뜻하다. 카레, 된장국, 야채 볶음, 주먹밥 같은 가정식이 중심이다. 요리를 하는 것은 동네 아주머니, 퇴직한 요리사, 가정주부, 학생 자원봉사자들이다. 음식값은 무료 또는 100~300(우리 돈으로 약 800~2,500) 수준이다. 같은 식탁에 앉아 함께 먹고, 이야기 나누고, 숙제를 함께 하는 것이 핵심이다.

     

    4. 전국 지원 네트워크 무스비에가 만드는 생태계

    어린이 식당이 단순한 개별 활동의 집합을 넘어 사회적 운동으로 성장한 데는 전국 지원 네트워크 '무스비에'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2018년 설립된 무스비에는 '어린이 식당이 전국 어디에나 있고 모두가 안심하고 갈 수 있는 장소가 되도록 환경을 정비한다'는 미션을 가진 인정 NPO법인이다. 이사장은 오랫동안 빈곤 문제에 관여해온 사회운동가 유아사 마코토(湯浅誠). 무스비에는 매년 전국 어린이 식당 수를 조사·발표하고,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며, 지역 네트워크 단체들이 연결되도록 돕는다.

      /ⓒPexels
     

    무스비에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지역 네트워크'의 중요성이다. 개별 어린이 식당들이 혼자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지역 내 식당들이 연결되어 정보를 공유하고 상호 지원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때 지속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치바현의 사례에서는 지역 네트워크들의 '네트워크의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기업과의 협력도 활발하다. 편의점 체인, 식품 기업, 지역 슈퍼마켓들이 식재료를 기부하고, 기업 직원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방식의 협력이 자리 잡았다. 정부도 움직였다. 일본 내각부는 어린이 식당을 아동 빈곤 대책의 일환으로 인정하고, 지방 정부를 통한 재정 지원을 확대해왔다. 시작은 민간이었지만, 정부와 기업이 뒤에서 받쳐주는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5. 한국의 현실 급식카드와 지역아동센터의 한계

    한국에도 결식 아동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있다. 크게 두 가지 축이다. 하나는 아동급식카드(급식 지원 카드)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아동센터다.

    아동급식카드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한부모 가정 등 18세 미만 취약계층 아동들의 결식 예방과 영양 개선을 위해 음식점 등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가 발급하는 카드다. 제도 자체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20266월 국무조정실과 보건복지부가 공동으로 발표한 운영 실태 조사 결과는 제도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2024년 기준 충전됐지만 사용되지 못하고 소멸된 금액이 약 171억 원으로 전체 충전금의 7.8%에 달했다. 충전금의 10%도 사용하지 않은 아동이 4,800여 명에 달했다. 카드 사용 시 아이가 느끼는 낙인감, 사용 방법 미숙지, 일부 부모의 부적정 사용 등이 원인으로 확인됐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 카드가 '밥 한 끼'만 해결한다는 점이다. 아이가 혼자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계산하는 경험, 식당에서 혼자 앉아 밥을 먹는 경험은, 배를 채울 수는 있지만 따뜻함과 연결을 주지는 못한다.

    지역아동센터는 돌봄 공백을 메우는 또 하나의 축이다. 2023년 기준 전국에 4,200여 개소가 운영되며 약 10만 명의 아동이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아동센터는 자격 요건을 갖춘 아동을 대상으로 하고, 운영 시간이 제한적이며, 공간과 인력 부족 문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일반 아이들도 부담 없이 드나들 수 있는 개방적인 공간으로 기능하기 어렵다. 일본 어린이 식당의 '누구든 올 수 있다'는 포용성이 한국 지역아동센터에는 구조적으로 내재되어 있지 않다.

     

    6. 무엇이 다른가 제도 대 문화

    일본 어린이 식당과 한국의 아동 급식 지원 체계를 비교할 때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는 '제도 대 문화'의 차이다.

    한국의 접근 방식은 본질적으로 제도적이다. 누가 지원 대상인지, 얼마를 지원할지, 어떤 방식으로 지급할지를 정부가 정하고 시민은 수혜자로서 그 제도에 접근한다. 제도는 효율적이고 확장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낙인의 문제, 사각지대의 문제, 따뜻한 관계의 부재 문제를 제도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일본 어린이 식당의 접근 방식은 본질적으로 문화적이다. 이웃이 이웃을 챙기는 것, 동네 어른이 아이의 밥을 함께 먹어주는 것이 기반이다. 제도가 없어도, 보조금이 없어도, 마음이 있으면 내일 당장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마음이 모이면서 문화가 만들어진다.

     
      /ⓒPexels
     

    두 가지 접근이 상호 보완적일 수 있다는 것이 일본의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다. 일본도 처음에는 민간 문화 운동으로 시작됐지만, 이후 정부의 재정 지원이 뒷받침되면서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한국도 아동급식카드 같은 제도적 지원을 유지하면서, 그 위에 이웃이 함께 밥을 먹는 문화를 더하는 방향을 생각해볼 수 있다.

    낙인 문제 해결의 측면에서도 어린이 식당 방식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취약계층 아동'이 아니라 '누구나 올 수 있는 동네 밥상'으로 프레이밍을 바꾸면, 도움이 필요한 아이가 손을 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공동체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7.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에 주는 시사점

    일본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비슷한 움직임이 이미 우리 곁에서도 시작되고 있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서 자라난 '어릔이식당 작은숲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서는 지역사회의 자발적인 에너지가 모여 '어릔이식당 작은숲'이라는 이름의 공동체 식탁이 열리고 있다. 202411월부터 매달 한 번씩 문을 여는 이 식당은, 어느 한 기관이 운영하는 곳이 아니다.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를 중심으로 15년간 다져온 '꿈마을공동체' 지역 교회와 성당, 주민자치회, 작은 도서관, 학교, 복지관, 마을협동조합 등 20여 개 단체가 느슨하게 연결된 지역 네트워크 가 돌아가면서 식당을 열고 있다. 음식을 만드는 일은 각 단체가 1년에 한두 번만 담당하면 된다.

    이 식당의 이름이 '어릔이식당'으로 표기되는 것은 오타가 아니다. '어린이''어른'의 만남을 중의적으로 담은 것이다. 마을 기업 '나눔과이음'이 알록달록한 비빔밥을 준비하면, '한살림 북서울노원지구'는 주먹밥을 만들고, 수공예 작가 모임 '마디상회'는 라탄 바구니와 꽃병으로 식탁을 꾸민다. 중고생 청소년들은 손님으로도 오지만, 테이블 메니저로서 동생들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말을 건네는 역할도 맡는다. 소박한 한 끼지만,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핵심이다.

    이 운동의 핵심 키워드는 일본에서 온 개념인 '이바쇼(居場所)'. 직역하면 '있을 곳'이지만, 그 안에는 '자신의 모습 그대로 있어도 되는 곳, 평가받지 않는 곳, 믿을 만한 사람이 있는 곳'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우리말로는 '안식처', '비빌 언덕'에 가깝다. 어린이 식당은 밥을 주는 곳이 아니라, 이바쇼를 경험하는 곳이다.

    '어릔이식당 작은숲'의 에너지는 공릉동을 넘어 확산되고 있다. 20251016일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에서 열린 '어린이 식당 활동가 대회'에는 서울, 경기뿐 아니라 제주, 부산, 대구, 광주, 충북 등 전국에서 85명이 모였다. 복지관 사회복지사, 청소년센터 직원, 협동조합 구성원, 학부모 등 다양한 이들이 '어린이 식당'이라는 화두 하나로 연결됐다. 노원구에서는 상계동 청소년센터, 경춘선숲길 작은 도서관, 중계동 어린이도서관 근처 공간으로 점점 자리가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에 주는 세 가지 시사점

    이 흐름에서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가 참고할 수 있는 점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낮은 진입장벽이 운동을 만든다. 어린이 식당이 12년 만에 12,000개소를 넘어선 비결은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공릉동 사례도 마찬가지다.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는 작은 싱크대 하나로 식당을 운영하고, 한 달에 한 번만 2층 로비를 어린이 식당으로 변신시킨다. 경기도 31개 시·군의 주민센터, 도서관, 복지관, 교회, 아파트 커뮤니티센터 등 이미 존재하는 공간 어디든 충분한 조건이 된다. "하고 싶은 사람들이, 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된다"는 것이 이 운동의 출발점이다.

    둘째, 포용적 설계가 낙인을 없앤다. 아동급식카드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낙인감이다. 카드를 꺼내는 순간 '지원 대상'임이 드러나는 구조가 사용을 꺼리게 만든다. 반면 어린이 식당은 누구나 오는 곳이기 때문에 낙인이 없다. 공릉동 어린이식당도 이 원칙을 그대로 따른다. 저소득을 증명할 필요가 없고, 자원봉사로 참여할 기회도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무스비에는 이를 어린이 식당 운영의 5대 원칙 중 하나인 '포용성'으로 명시한다. 경기도의 먹거리 지원 정책을 설계할 때, '지원 대상'을 별도로 분리하기보다 지역 주민 전체가 참여하는 포용적 공간을 만드는 방향이 낙인 문제 해결에 효과적일 수 있다.

    셋째, 기록과 네트워크가 운동을 키운다. 무스비에가 매년 전국 어린이 식당 수를 조사·발표하고, 지역 네트워크들의 네트워크를 만들어온 것이 운동의 지속적 성장에 결정적이었다. 2025년 전국 활동가 대회가 보여주듯, 지금 한국에서도 어린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거나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이 전국 곳곳에 있다. 경기도는 이 흐름을 받아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경기도 내 먹거리 돌봄 공익활동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유사한 활동을 하는 단체들이 서로 연결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면, 작은 시도들이 더 큰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곤도 히로코는 어린이 식당을 시작하며 거창한 사회 변혁을 꿈꾸지 않았다. "동네 아이가 바나나 한 개로 하루를 버틴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걸렸을 뿐이다. "아주머니들이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가게 한 켠에 밥상을 펼쳤다.

    그 밥상이 12년이 지나 12,000개가 됐다. 전국 소학교 수의 70%에 달하는 숫자다. 매주 혹은 매달 문을 여는 그 밥상 앞에 앉아, 아이들은 밥 한 끼를 먹고, 어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동네에 자신을 챙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경기도 어느 동네에서도 그런 밥상이 열릴 수 있다. 특별한 자격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마음이 있고, 공간이 있고, 함께 할 이웃이 있으면 된다. 가장 오래된 공동체의 방식, 함께 밥 먹기가 가장 새로운 공익활동의 형태가 되는 것이다. 공익은 언제나 밥 한 끼처럼 따뜻하고 구체적인 것에서 시작된다.

     

    마무리 밥 한 끼의 힘

    곤도 히로코는 어린이 식당을 시작하며 거창한 사회 변혁을 꿈꾸지 않았다. "동네 아이가 바나나 한 개로 하루를 버틴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걸렸을 뿐이다. "아주머니들이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가게 한 켠에 밥상을 펼쳤다.

    그 밥상이 12년이 지나 12,000개가 됐다. 전국 소학교 수의 70%에 달하는 숫자다. 매주 혹은 매달 문을 여는 그 밥상 앞에 앉아, 아이들은 밥 한 끼를 먹고, 어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동네에 자신을 챙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서울 공릉동의 어릔이식당 작은숲이 보여주듯, 그 밥상은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차려지기 시작했다. 경기도 어느 동네에서도 그런 밥상이 열릴 수 있다. 특별한 자격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마음이 있고, 공간이 있고, 함께 할 이웃이 있으면 된다.

    가장 오래된 공동체의 방식, 함께 밥 먹기가 가장 새로운 공익활동의 형태가 되는 것이다.
    공익은 언제나 밥 한 끼처럼 따뜻하고 구체적인 것에서 시작된다.

     


     

    참고 자료

    [출처 1] 무스비에 2025년도 전국 어린이 식당 수 조사(확정값, 12,602개소) : https://musubie.org/news/press/30036

    [출처 2] 무스비에 2024년도 전국 어린이 식당 수 조사(확정값, 10,867개소) : https://musubie.org/news/press/11208

    [출처 3] 무스비에 2024년 어린이 식당 10,000개소 돌파 보도자료 : https://musubie.org/news/press/10825

    [출처 4] 무스비에 2023년도 전국 어린이 식당 수 조사(확정값, 9,132개소) : https://musubie.org/news/8560/

    [출처 5] 무스비에 조사·연구 사업 페이지 : https://musubie.org/project/research/

    [출처 6] 무스비에 202410,000개소 돌파 의의 보고서 PDF :
    https://musubie.org/wp/wp-content/uploads/2026/01/2024_kashosu_otsutaeshitaikoto.pdf

    [출처 7] 인정 NPO법인 카타리바 어린이 식당의 현황과 과제 : https://www.katariba.or.jp/news/2017/11/02/9882/

    [출처 8] 오리카네 라보 어린이 식당이란? 역할과 취지 소개 : https://www.orikane.co.jp/orikanelab/18584/

    [출처 9] 고단샤 코크리코 이름 붙인 사람 곤도 히로코 씨 인터뷰 : https://cocreco.kodansha.co.jp/cocreco/general/life/pHNqE

    [출처 10] 닛케이 우먼 어린이 식당 1호 탄생 이야기 : https://woman.nikkei.com/atcl/column/23/013000056/112000032/

    [출처 11] 이노베이션홀딩스 CSR 곤도 히로코 씨 인터뷰 : https://www.ihd.co.jp/wp/csr/news/202502032573

    [출처 12] 무스비에 10주년 사이트 지역에 뿌리 내리는 어린이 식당 : https://ks10th.musubie.org/interview/16

    [출처 13] 보건복지부 결식아동 급식카드 운영실태 조사결과 발표(2026.06.24.) :
    https://mohw.go.kr/board.es?act=view&bid=0027&cg_code=&list_no=1490994&mid=a10503010100

    [출처 14] 정책브리핑 결식아동 급식카드 운영실태 조사결과 :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56767842

    [출처 15] 대한급식신문 관리 사각 드러난 결식아동 급식카드 : https://www.f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1367

    [출처 16] 국가정보포털 아동급식지원 현황 통계 : https://www.index.go.kr/unity/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2707

    [출처 17] 공공데이터포털 보건복지부 지역아동센터 현황 2023: https://www.data.go.kr/data/15004404/fileData.do

    [출처 18]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아카이브 어린이 식당, 관계 회복을 위한 가장 따뜻한 초대 :
    https://www.gggongik.or.kr/page/archive/archiveinfo_detail.php?board_idx=13098
     
     
    일본 '어린이 식당' 운동이 한국 아동 돌봄 공백에 주는 시사점
    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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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8-20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단원FM’ 미디어리터러시 모임이 던진 질문들

     / ⓒ에디터 윤작가
     

    안산역 2번 출구, 유통 상가를 지나 걷다 보면, 골목 끝에 라디오 방송국이 3층에 있다. 단원FM, 주파수는 88.7MHz. 문턱이 낮은 방송국이다. 전국에서 이주민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답게, 여기서는 여러 언어로 재난 소식이 나가고, 선주민과 이주민의 목소리가 나란히 흘러나온다.

    그 방송국 안에 미디어리터러시 모임이 하나 있다. 매달 모여 책을 읽고, 미디어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다. 처음 이 모임을 시작할 때 우리가 생각한 미디어리터러시는 단순했다. 단원FM은 정부에서 허가받은 방송국이니 가짜 뉴스를 가려내고, 팩트체크하는 법을 가르쳐야 했다. 그런데 AI가 하루가 다르게 언어를 대신 구사하기 시작하면서,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됐다. 정보의 진위를 가리는 기술을 넘어, 기술 앞에서 인간이 인간으로 남는 법을 함께 고민해야 했다. 그래서 방송국 안에 미디어리터러시 모임이 생겼다.

     / ⓒ에디터 윤작가

     

    1. 열네 살들의 화면 시간

    지난 6, 관산중학교 1학년 전체 학생들과 만났다. 단원FM 미디어리터러시 모임 회원들이 각 반에 찾아가 미디어리터러시 수업을 했다. 성인 대상 수업만 해오던 우리에게, 중학생 수업은 처음이라 준비가 만만치 않았다.

    시작은 질문 하나부터였다. "AI 시대라고 해서 우리가 AI가 주는 정보를 다 믿어도 될까?" 아이들은 처음엔 심드렁했다. 그런데 어제 하루 스마트폰을 몇 시간 들여다봤는지 스스로 돌아보게 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다섯 시간, 어떤 아이는 아홉 시간. 스스로도 놀란 눈치였다.

    3반 김ㅇㅇ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휴대폰 가지고 방 안에서 맨날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서 친구들과 노는 게 전부였어요. 하지만 이제는 하루 3시간 이하로 줄이고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거나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원칙을 세웠어요!” 박수가 터졌다. 청소년 SNS 금지법을 두고 토론하며, 처음엔 반대만 하던 아이들이 어른들은 왜 이런 법을 만들려 하는지 스스로 돌아보기도 했다.

    수업을 함께 진행한 염ㅇㅇ 교사는 이번 수업에서 인상 깊었던 점 세 가지를 꼽았다. 아이들이 생각보다 훨씬 오래 휴대폰을 붙들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고백한 것, 그리고 하루 3시간 이하 사용, 10시 이후 사용 금지 같은 구체적인 약속을 스스로 만든 것. 가르쳐서 안 게 아니라, 스스로 발견한 것이었다. 아이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 태어나, 개념을 다 깨치기도 전에 이미 너무 많은 것에 노출되어 있었다.

    / ⓒ경기도안산교육지원청

     

    2. 나도 모르게 열게 되는 창

    아이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요즘 나는 글을 쓰거나 생각을 정리할 때, 자연스럽게 노트북LM 같은 AI 도구를 연다.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던 스크랩 자료, 논문, 직접 적어둔 메모들을 한곳에 집어넣으면, 인공지능은 순식간에 핵심 요약본을 만들어내고 신기하리만큼 논리적인 뼈대를 제시해 준다. 방대한 정보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글의 자양분을 풍성하게 채우는 데, 이보다 유용한 조력자는 없을 듯하다.

    그런데 편리함이 궤도에 오를수록, 마음 한구석에는 묵직한 질문 하나가 고개를 든다. AI가 이렇게 수많은 자료를 요약하고, 심지어 매끄러운 언어로 논리를 대신 완성해 줄 때, '생각하는 주체'로서의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

    열네 살은 스마트폰 화면 앞에서, 나는 프롬프트 창 앞에서. 세대는 다르지만, 질문은 같다. 편리함에 익숙해질수록, 스스로 헤매고 고민하던 시간은 조용히 사라진다. 그리고 그 사라짐을 알아채는 사람은 많지 않다.

     / ⓒ에디터 윤작가

     

    3. 결과가 과정을 삼킨 시대

    8월 모임에서는 기계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를 함께 읽었다. 마크 코겔버그와 데이비드 J. 건컬이 쓴 이 책은,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쌓는다. AI는 정말 언어를 이해하는가, 아니면 그럴듯한 토큰 배열에 불과한가. AI가 만든 결과물의 저자는 누구인가?

    이번 모임에서 내가 맡은 발제는 '결과가 과정을 삼킨 시대'였다. 예전의 글쓰기와 생각하기는 느리고,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 관련 도서를 뒤적이고, 펜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밤을 지새우고, 거듭된 수정 속에서 비로소 고유한 문장 하나를 건져 올렸다. 그 막막했던 방황의 시간이야말로 생각이 단단해지고, 사유가 깊어지는 진짜 배움의 시간이었다.

    그런데 AI 시대의 언어는 그 과정을 과감히 생략한다. 질문을 입력하기가 무섭게 명확하고 완성도 높은 답이 쏟아진다. 첫째, 둘째, 셋째 흠잡을 데 없는 논리로 정렬된다. 효율성은 극대화되었지만, 생각의 근육을 키울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 모임의 한 참여자는 이렇게 표현했다. "AI가 내놓은 매끄러운 결론에 매료되다 보면, 내가 고민하고, 실패하며 도달했어야 할 사유의 여정이 찰나에 사라져 버리는 기분이 듭니다."

    AI가 쓰는 문장에는 삶의 무게나 아픔, 온기가 담겨 있지 않다. 제주 올레길을 실제로 걸어본 사람과, 걸어본 적 없는 기계가 쓰는 문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반면 인간의 언어는 불완전하고, 서툴지만, 경험과 고뇌라는 뿌리를 둔다. 슬픔을 통과해 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문장이 있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해 본 사람만이 건넬 수 있는 단어가 있다. 그 감성이 지저분함으로, 난잡함으로, 매끄럽지 않음으로, 결국 결함 취급받는 순간, 문학적 글쓰기는 설 자리를 잃을 것이다.

     
      / ⓒ에디터 윤작가

     

    4. 그래도 누군가는 싸워야 한다.

    열네 살의 휴대폰 화면, 프롬프트 창 앞의 나, 그리고 매끄러움에 자리를 내주는 문장들. 이 세 장면을 나란히 놓고 보면, AI가 몰고 올 미래는 솔직히 무섭다. 기술을 배척하자는 뜻이 아니다. 다만 AI가 제공하는 결과물에 내 삶의 언어와 주관적인 사유를 입히는 주도권만큼은, 넘겨줄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단원FM 미디어리터러시 모임이 이 흐름을 막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 달에 한 번 모여 책을 읽고, 학교에 가서 아이들과 휴대폰 시간을 세어보는 정도로 무엇이 달라질까 싶은 날도 있다. 그런데 막을 수 없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건 아니다. 기술은 멈추지 않고, 그 속도는 갈수록 빨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그 옆에서 계속 질문을 던지고, 계속 싸워야 한다.

    결과가 과정을 삼키는 세상에서 과정을 붙드는 일,
    매끄러운 답 대신 지저분한 진심을 고집하는 일. 그것이 이 시대에 우리에게 남은 역할이다.
     

     
    * 단원FM 공동체라디오, 88.7MHz. 안산역 2번 출구 안산유통상가.
    * 미디어리서러치 모임 문의 031-495-0887.
     
      / ⓒ에디터 윤작가
     
     
    단원FM 미디어리터러시 모임이 던진 질문들
    윤작가

    조회수 311

    2026-08-07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작은 걸음이 모여 세상을 바꾼다

     

    기후위기라는 말이 뉴스에서만 들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달라졌습니다. 유난히 길어진 여름, 갑작스러운 폭우, 겨울인데도 포근한 날씨들이제는 피부로 느껴지는 변화들이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있습니다.

    이런 변화 앞에서 "나 혼자 뭘 할 수 있겠어"라고 손을 놓기 쉽습니다.

    그런데 여기, 4년째 그 작은 손을 놓지 않고 꾸준히 이어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안산 에코멘토 7조입니다.


    에코멘토 7조 팀원들이 시민 체험 부스에서 함께한 활동 현장  ⓒ에디터 안산사라

     

    에코멘토가 뭐예요? 4년의 역사부터 알고 가세요

    에코멘토는 안산환경재단이 운영하는 탄소중립 마을 실천가 프로그램입니다. 2050 탄소중립(Net Zero) 실현을 목표로 안산시민이 직접 리더가 되어 지역사회 곳곳에서 환경 실천 활동을 이끌어가는 시민 자원봉사 그룹이에요.

    안산시 안산환경재단 설립 및 운영 조례 제4(사업)에 근거해 운영되며, 현재 총 10개 조로 나뉘어 각 팀만의 슬로건과 특성에 맞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 1조 새활용 손수건 사용 실천단

    - 2조 일회용 컵 수비대

    - 3조 분리배출 홍보단

    - 4조 플라스틱 수비대

    - 5조 절전 수호단

    - 6조 에코백 포인트가게 이용 캠페인

    - 7조 만보걷기 동호회

    - 8조 내 컵 가지기 실천단

    - 9조 줍킹 실천단

    - 10조 탄소중립 실천단

    그중 오늘 소개할 7조는 '만보걷기 동호회', 10명의 조원이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에코멘토는 해마다 환경 관련 새로운 역량교육을 통해 실력을 키우고,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캠페인 활동을 안산 곳곳에서 펼쳐오고 있습니다. 벌써 4년째 이어지는 이 활동은 단순히 캠페인만 하는 활동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함께 바꿔가는 실천의 기록입니다.

     
    안산혜윰 캠페인 SNS 스토리 화면 "시민과 함께 안산 생각  ⓒ에디터 안산사라

     

    카프리(Car Free) 캠페인, 걷는 것이 곧 실천입니다

    2026년에도 에코멘토 7조는 힘차게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올해 주력하고 있는 캠페인 중 하나는 바로 '카프리(Car Free)'운동입니다. 카프리는 말 그대로 자동차 없이 이동하기 캠페인으로, 구체적인 실천 방법은 이렇습니다.

    - 가까운 곳은 걷기

    - 대중교통 이용하기

    - 자전거 타기

    - 공유차량 이용하기

     

    자동차는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교통 분야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덜 타거나, 다르게 타는 것'이에요. 에코멘토 7조는 이 단순하지만 의미 있는 실천을 직접 먼저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시민들에게 자연스럽게 전파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만보걷기 팀답게 걷기 자체가 탄소중립 실천이 되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며, 안산 시내 각종 행사와 캠페인 현장에서 시민들과 직접 만나고 있습니다.

    에코멘토 7조는 에너지 절약 실천 약속도 지켜가고 있습니다.

    - 비사용 공간 소등

    - 플러그 뽑기

    - 실내 적정온도 유지

    - 절수기기 이용

    이 약속들을 실천한 결과는 안산환경재단 넷제로 캠페인 플랫폼(eg21.kr)에서 인증사진을 올리면, 탄소 감축량을 직접 숫자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눈으로 보이는 변화는 활동가들에게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됩니다.

     
    에코멘토 부스에서 어린이 시민에게 환경 활동을 안내하는 활동가 ⓒ에디터 안산사라

     

    안산혜윰과 함께, 시민이 만드는 탄소중립 도시

    에코멘토 7조의 활동 현장에서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안산혜윰'로고가 새겨진 피켓과 배너입니다.

    안산혜윰은 '안산 생각'이라는 순우리말로, 시민과 함께 안산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브랜드입니다. 에코멘토 7조는 이 안산혜윰의 가치를 캠페인 현장에서 직접 실천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날, 환경의 날 등 시민 행사가 열리는 날이면 에코멘토 팀은 직접 부스를 운영하며 아이들과 가족 시민들에게 탄소중립 실천 방법을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매듭 공예 체험, 색칠 활동, 환경 퀴즈 등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아이들도 즐겁게 환경을 배울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가고 있어요.

    에코멘토 활동의 핵심은 강요가 아닌 공감, 지시가 아닌 함께하는 실천입니다. 7조 조원들은 자신이 먼저 실천하고, 그 경험을 이웃과 나누며, 그 나눔이 다시 새로운 실천을 만들어내는 선순환 구조를 믿고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 안산혜윰 안산생각' 원형 피켓 에코멘토 활동 현장에서 ⓒ에디터 안산사라

     

    오늘도, 내일도 꾸준한 발걸음이 세상을 바꿉니다

    에코멘토 7조는 대단한 장비도, 큰 예산도 없습니다. 오직 자발적으로 모인 10명의 시민이 서로를 응원하며 이어가는 활동 입니다. 그럼에도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이어온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내가 걷는 이 한 걸음이, 지구를 조금 더 낫게 만든다"는 믿음. 그리고 함께하는 동료들이 있다는 든든함.

    작은 움직임이 모이고, 이어지고, 퍼져나가 눈에 띄는 변화를 이끌어낼 그날까지 에코멘토 7조는 오늘도 걷고, 실천하고, 이야기합니다. 우리 모두가 에코멘토가 될 수 있습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가까운 거리를 걷고, 텀블러를 챙기고,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는 것. 그 작은 약속 하나하나가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큰 목표를 향한 진짜 힘이 됩니다.

    에코멘토 활동 및 넷제로 캠페인 참여 : www.eg21.kr

     
    걷고, 타고, 줄이고! 안산 에코멘토 7조가 만들어가는 넷제로
    안산사라

    조회수 358

    2026-06-30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혼자 남겨진 사회, 세대별 사례 탐구를 중심으로 본 현대사회의 외로움 보고서

     

    아무도 몰랐다

    냉장고 안에는 오래된 음식이 있었다. 현관 앞에는 며칠치 우유가 쌓여 있었다. 택배 기사가 초인종을 눌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그렇게 발견됐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고독사라는 단어는 특별한 사건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뉴스와 지역사회 현장에서 흔히 접하는 사회문제가 되었다. 혼자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 연락이 끊긴 뒤 며칠 혹은 몇 달이 지나서야 발견되는 죽음은 이제 특정 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에는 노년층의 문제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청년과 중장년층에서도 고독사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1인가구 증가, 경제적 불안, 인간관계 단절, 디지털 중심 사회 변화는 사람들을 점점 사회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고독사는 단순히 혼자 죽는 현상이 아니다. 살아 있는 동안 관계가 끊어졌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래서 최근에는 고립사라는 표현도 함께 사용된다.

     

    고독사와 고립사,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고독사란 무엇인가,

    고독사는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상태에서 혼자 사망한 뒤 일정 시간이 지나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1인가구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반드시 혼자 사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가족이 있어도 관계가 단절되어 있다면 고독사의 위험은 존재한다.

    고독사의 핵심은 단순한 혼자 죽음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의 부재다. 즉 살아 있는 동안 누구와도 연결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문제로 다뤄진다.

     

    고립사란 무엇인가,

    고립사는 사회적 관계와 교류가 거의 없는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다가 발생하는 죽음을 의미한다. 고독사가 결과 중심의 개념이라면 고립사는 그 과정에 초점을 둔 표현이다.

    직장을 잃고 사람들과의 연락이 끊기며 사회활동이 중단되고, 결국 건강관리와 생활 유지가 어려워지는 과정 자체가 사회적 고립이다.

    즉 고립은 삶의 과정이고, 고독사는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숫자가 말하는 현실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 자료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고독사 위험군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장년 1인가구의 증가 속도가 매우 가파르다. 2023년 기준 국내 1인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약 35%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는 세 가구 중 한 가구 이상이 혼자 사는 시대라는 의미다.

    고독사 사망자는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남성 비율이 높으며 50~60대 중장년층 비중이 가장 크다. 최근에는 경제적 불안정과 취업난 속에서 청년층 고립 문제도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초고령사회가 본격화되면 노년층 고독사는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왜 사람들은 고립되는가

    1) 관계 단절의 시대

    과거에는 동네 공동체와 대가족 문화가 존재했다. 이웃 간 왕래가 있었고 서로의 안부를 자연스럽게 확인했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개인 중심 구조로 변화했다. 아파트 생활은 익명성이 강해졌고, 사람들은 서로의 삶에 개입하지 않는다. 편리함은 늘었지만 관계는 줄어들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인간관계 단절은 더욱 심화됐다.

     

    2) 경제적 불안

    실직과 빈곤 역시 중요한 원인이다. 경제적 어려움은 사람들을 사회관계 밖으로 밀어낸다.

    직장을 잃으면 인간관계도 함께 끊기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 실패에 대한 자존감 하락은 스스로 사회와 거리를 두게 만든다.

    특히 중장년 남성층은 은퇴 이후 관계망이 급격히 줄어드는 특징이 있다.

     

    3) 디지털 사회의 역설

    스마트폰과 SNS는 연결의 도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깊은 외로움을 만들기도 한다.

    온라인에서는 수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지만 정작 실제로 대화할 사람은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노년층은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사회적 소외를 경험하기도 한다.

     

    4) 가족 구조의 변화

    비혼 증가와 이혼, 1인가구 확대 역시 중요한 요인이다.

    예전에는 가족이 최소한의 안전망 역할을 했지만 현재는 가족 내부에서도 관계 단절이 늘어나고 있다.

    연락하지 않는 가족은 존재하지만 실질적인 돌봄 관계는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고독사의 현장 사례(출처.한국장례협회)

     

    사례 1 은퇴 후 혼자가 된 중년 남성

    수도권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6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수개월 전 직장을 잃은 뒤 사람들과 연락을 끊었다. 가족과의 왕래도 거의 없었다.

    주민들은 조용한 사람이었다고 기억했지만 정작 그의 일상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발견 당시 집 안에는 배달 음식 용기와 약봉지가 쌓여 있었다.

     

    사례 2 청년 고립의 그림자

    취업 준비를 하던 20대 청년은 장기간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며 은둔 생활을 이어갔다. 원룸생활을 하였으며, 체납고지서와 이력서, 빈통장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숨진 뒤 2주가 경과한 후에 발견되었다..

    청년 고립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불안과 우울, 사회적 단절이 지속되면 심각한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례 3 혼자 남겨진 노년 여성

    남편 사별 이후 홀로 생활하던 80대 여성은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외출이 줄었다. 동네 복지사의 방문이 끊긴 뒤 점차 사회와 단절됐다.

    이웃들은 가끔 보던 모습이 사라졌지만 크게 신경 쓰지 못했다.

    몇 주 뒤 관리비 연체 문제로 집을 찾은 관계자에 의해 발견됐다. 마지막으로 그의 이름을 부른 사람은 누구였을까..

     

    고독력혼자 견디는 힘이 아니라 연결을 유지하는 힘.

    세 사람의 이야기에서 공통점이 있다. 고립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라 조금씩, 천천히, 아무도 모르게 진행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수 있을까. 최근 심리학과 사회학에서는 고독력이라는 표현이 주목받고 있다. 고독력은 단순히 혼자 견디는 힘이 아니다. 외로움을 건강하게 받아들이고, 혼자 있는 시간을 삶의 균형 속에서 활용하는 능력이다. 현대사회에서 혼자 사는 것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고립되지 않는 것이다.

    혼자 살아도 사회와 연결되어 있고, 자신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세대별 고독력 키우기

    1. 청소년·청년 세대 - 디지털 관계를 넘어 실제 관계 만들기

    청년층은 온라인 소통에 익숙하지만 실제 인간관계 경험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청년 고립은 "혼자 있기 좋아서"가 아니라 "관계를 시작하기 어려워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 모임 참여, 독서모임 및 동호회 활동, 봉사활동 참여, 공동체 프로젝트 경험 등 만나고, 자신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2. 중장년 세대 - 일 외의 관계망 만들기

    중장년층은 직장을 중심으로 인간관계를 형성해온 경우가 많다하지만 은퇴 이후 관계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고립 위험이 커진다따라서 다음과 같은 준비가 필요하다취미 공동체 만들기, 지역 활동 참여, 평생학습 프로그램 참여걷기 모임, 문화모임 참여 등 특히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혼자 버티려는 태도는 오히려 위험을 키울 수 있다.

     

    3. 노년 세대 작은 연결을 꾸준히 유지하기

    노년층은 건강 악화와 이동 제한으로 인해 쉽게 고립된다매일 한 번 전화하기, 경로당 및 복지관 이용, 마을 프로그램 참여라디오와 공동체 활동 참여, 디지털 교육 받기처럼 작은 연결이라도 꾸준히 유지하는 습관이 중요하다노년층에게는 누군가 자신의 안부를 기억하고 있다는 감각이 매우 중요하다.

     

    공동체 회복이 필요한 시대

    고독사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하는 공동체 과제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은 안부 확인 서비스와 AI 돌봄, 반려식물 사업, 주민 관계망 사업 등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결국 사람을 살리는 것은 사람의 관심과 연결이다엘리베이터에서 인사하는 일, 동네 가게에서 안부를 묻는 일, 오랜만에 친구에게 전화하는 작은 행동들이 관계를 이어주는 시작이 된다.

     

    최근 공동체라디오와 마을미디어 활동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의 목소리는 관계를 만든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과정 속에서 사람들은 다시 사회와 연결된다.

    특히 시니어와 1인가구에게 공동체 미디어 활동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삶의 활력과 사회적 관계 회복의 통로가 되기도 한다.

     

    혼자 살아도 혼자 남지 않기 위해

    현대사회에서 외로움은 특별한 감정이 아니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상의 감정이다.

    하지만 외로움이 단절이 되고, 단절이 고립이 되며, 결국 삶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

    고독력을 키운다는 것은 혼자 견디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오히려 자신을 돌보고, 타인과 연결되며,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힘을 기르는 과정이다혼자 살아가는 시대일수록 더 필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작은 연결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연결은 제도가 아니라 잘 지내세요?”라는 짧은 안부 한마디에서 시작될 수 있다.

     

    고독사와 고립사, 그리고 ‘고독력’이라는 새로운 삶의 힘
    럭비공

    조회수 317

    2026-05-17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 ‘가짜 뉴스라는 말 올바른 신호를 놓치게 할 수도 있다

    202658일 금요일 오후 2, 경기도여성비전센터 206호에 6기 아카이브 에디터들이 3월에 있었던 발대식 및 양성 교육 이후 다시 모였습니다. 이날 역량강화 교육은 수원에 있는 경기도여성비전센터에서 이루어졌습니다.

     

      / 2차 역량강화 교육이 이루어진 경기도여성비전센터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발대식 이후 이어진 두 번째 역량 강화 교육인 만큼, 이날의 자리는 앞으로의 활동을 구체화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이날의 핵심은 아카이브 에디터로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읽고, 어떤 방식으로 기록할 것인가를 함께 생각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 이정환 대표님을 소개하고 있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이상화 팀장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이날의 교육은 이정환 슬로우 뉴스 대표님의 강의로 시작되었습니다. 이 분야에서 유명하셔서 모시기 쉽지 않은 분이지만,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아카이브 에디터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한달음에 달려와 주셨답니다.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 신호와 소음이 뒤섞인 세상에서 진실을 말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에는 최근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진실하고 필요한 정보에 대해, 그리고 그런 정보를 생산해야 하는 책임을 맡고 있는 아카이브 에디터로서의 우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가짜 뉴스'라는 말이 오히려 진실을 가릴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정보의 홍수라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많은 정보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매일 새로운 뉴스가 쏟아지고, SNS와 여러 플랫폼을 통해 수많은 말들이 빠르게 흘러갑니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이 빠르게 확산한 이후에는 정보의 생산과 유통 속도가 더 빨라졌고, 그만큼 무엇이 믿을 만한 정보인지 판단하는 일도 더 어려워졌습니다.

    그 모든 정보가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는 아니죠. 어떤 것은 우리에게 절실한 신호가 되고, 어떤 것은 우리에게 필요한 신호를 가리는 소음이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읽어야 할까요? 또 공익활동을 기록하는 사람은 어떤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할까요? 이날 강의는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이정환 대표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강의의 중심에는 가짜 뉴스와 허위조작 정보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정환 대표님은 가짜 뉴스라는 표현이 오히려 진짜 뉴스에 대한 불신을 퍼뜨리고, 진짜와 거짓을 구분하는 일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흔히 우리는 사실이 아닌 정보를 통틀어 가짜 뉴스라고 부르지만, 이 말이 너무 쉽게 사용될 때 오히려 모든 뉴스에 대한 냉소와 불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정환 대표님은 가짜 뉴스의 정의를 허위 사실임을 알면서도 독자를 오도하거나 이익을 취하기 위해, 그 내용이 사실인 것처럼 꾸며 언론 보도 형식으로 유포한 허위 정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저는 가짜 뉴스라는 용어를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뉴스의 신뢰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가짜 뉴스의 정확한 의미를 다시 확인하면서, 진실한 정보를 생산하고 수용하기 위해서는 용어를 정확히 이해하는 일부터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허위 조작 정보는 기술의 발달로 인해 더 쉽고 빠르게 확산됩니다. 누구나 만들 수 있고, 누구나 퍼뜨릴 수 있으며, 때로는 사실처럼 보이도록 매우 정교하게 가공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거짓말을 처벌하기는 어렵죠. 거짓말을 없애는 일을 법의 심판에만 맡길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금지할 것인가에만 기대지 않고, ‘우리가 어떤 태도로 정보를 읽고 판단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더욱 면밀하게 들여다보는 일입니다.

     

    2. 사실과 맥락사이, 에디터의 자리

    강의 중반부에서는 정보 생산자로서 어떻게 자신의 시각을 비판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 그 방법에 대한 실마리를 많이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정환 대표님은 사실과 사실이 연결되는 맥락을 보아야 한다는 것, 내가 언제든지 틀릴 수도 있다는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열린 사고를 유지할 것, 내가 지닌 생각과 다른 생각이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전제해야만 사실이 편집되는 방식과 그 의도를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이 놓인 자리, 사실이 연결되는 방식, 그 사실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를 읽을 때 비로서 어떤 정보가 맞다 혹은 틀리다로만 판단하는 것을 넘어선 총체적 정보 인식과 생산이 가능해진다는 것을 이날 느꼈습니다.

    아카이브 에디터로서 이 대목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장의 분위기가 좋았다는 감상, 참여자들이 열심히 활동했다는 인상, 프로그램이 의미 있었다는 판단은 물론 소중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글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요. 왜 그 활동이 마련되었는지, 어떤 문제의식이 그 자리에 있었는지, 그 활동이 앞으로 어떤 질문을 남기는지까지 살피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또한 아카이브 에디터는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옮기기만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현장에서 들은 말, 본 장면, 받은 인상을 어떻게 정리하고 전달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사람이죠. 행사장에서 오간 말과 장면을 기록하더라도, 그것을 어떤 문장으로 배열하고 어떤 맥락 속에 놓느냐에 따라 글의 의미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어떤 사건이나 활동을 일선에서 지켜볼 때, 일명 첫인상에 매몰되어 단편적인 인상만으로 글을 쓰는 태도도 주의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고, 출처와 맥락을 살피며, 불확실한 것은 단정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정보의 왜곡이 일어나지는 않았는지,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좋은 기록은 바로 이 균형에서 시작되니까요.

     

     / 강의를 경청하고 있는 아카이브 에디터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이날 강의의 핵심어는 신호와 소음이었습니다. 정보가 많아질수록 중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일이 아니라, 그중에서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구분하는 일이라는 것이죠. 이정환 대표님은 꼭 필요한 신호를 찾기 위해서는 좋은 책, 좋은 친구, 좋은 토론, 그리고 좋은 언론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좋은 언론은 단지 전문 기자만의 영역에 한정된 말이 아닙니다. 공익활동의 현장을 기록하고 시민사회 안의 이야기를 전하는 아카이브 에디터들에게도 해당하는 말이죠. 또 누군가에게는 함께 생각할 질문을 건네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쓰는 글은 단순히 활동을 소개하는 문장이 아니라, 독자와 공익활동 현장을 연결하는 작은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3. 나의 화살은 어디로 향해야 할까요?

    강의의 마지막에는 롱펠로의 시 화살과 노래가 언급되었습니다. 화살을 쏘았지만 어디로 갔는지 찾지 못했고, 노래를 불렀지만 사라진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난 뒤 화살은 나무에 박혀 있었고 노래는 친구의 마음에 남아 있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정환 대표님은 이 시와 메시지를 만들고 글을 쓰는 사람들의 고민을 연결했습니다.

      나의 노래가, 나의 글이 어디로 전달될 것인가. 나의 화살을 어디에 쏠 것인가. 사실 화살을 아무 데나 쏘는 게 아니라 정확하게 가서 쏴야 되고요. 그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방식들을 고민하셔야 됩니다.”

     
     / 좋은 강의를 해주신 이정환 대표님과 아카이브 에디터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이 말은 이날 강의의 마지막 질문처럼 남았습니다. 기록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누구에게 닿아야 하는지, 어떤 마음에 남아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일은 앞으로의 활동에서도 계속 이어질 질문이었습니다. 아카이브 에디터로서의 활동이 이 질문에 대한 진실한 답이자, 새로운 질문이 될 수 있도록 활동해야겠다고 다짐했답니다.

     

    4. 우리가 던지게 될 질문을 기대해 주세요!

    이번 2차 역량강화 교육은 공익활동의 현장을 기록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태도를 다시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무엇을 볼 것인가, 어떻게 읽을 것인가, 어떤 질문을 남길 것인가. 그리고 그 질문을 어떻게 더 많은 사람에게 닿게 할 것인가. 이날의 강의는 이 모든 질문을 차근차근 열어 보였습니다.

    좋은 기록은 좋은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좋은 질문은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데서 출발하고, 출처와 맥락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며, 사건 너머의 구조를 보려는 태도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좋은 기록은 결국 사람에게 닿아야 합니다. 읽히지 않는 메시지는 힘을 얻기 어렵고, 도달하지 못한 이야기는 변화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6기 아카이브 에디터들의 활동은 이제 본격적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경기도 곳곳의 공익활동 현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장면을 기록하게 되겠죠. 아카이브 에디터들은 그 기록들이 단지 소식으로만 머물지 않고, 누군가에게 질문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참여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며, 신호와 소음이 뒤섞인 세상에서 진실을 향해 묻고, 읽고, 쓰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함께 기록을 공유하는 여러분들도, 다음 아카이브 에디터들이 던지는 질문을 기대해 주세요!

     
     
    신호와 소음 사이에서 진실을 묻다: 6기 아카이브 에디터 2차 역량강화교육
    옐로 구피

    조회수 298

    2026-05-13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설이 지나고 비대해진 몸뚱이를 바라보다 동네 산책에 나섰다. 피부에 와닿는 바람이 묘하게 따뜻해진 걸 보니 겨울의 끝자락인가 보다. 동네의 둥그런 잔디밭을 세 바퀴 돌면 1km. 때로는 걷고 때로는 뛰는 나의 러닝 트랙이기도 하다. ‘동네라고 부르는 이곳은 나의 집이자 일터인 위스테이 별내아파트다. 어느덧 이곳에서 여섯 번째 봄을 기다리고 있다.

     

    달력 대신 흐르는 공동체력

    정기총회가 열리는 3월이 오기 전, 비교적 조용한 2월을 보내는 중에 입주민 카페에 새 글이 올라온다. 정월대보름을 맞아 쥐불놀이를 하고 나물을 나눠 먹자는 돌봄소위원회의 글이다. 글을 보니 비로소 또 다른 계절이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한다.

     
     

    불과 6년 전만 해도 나는 절기니 풍습이니 하는 것들에 무심했다. 골목 놀이의 기억을 간직한 나름 끼인 세대였지만 각자도생의 시대를 살아내느라 공동체적 감각은 점점 흐려졌다. 그나마 아이 숙제를 핑계로 큰 명절에 한복을 입히고 귀여운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SNS에 기록하는 날이 내게는 절기였다.

    하지만 이곳에는 일반적인 달력 대신 계절의 흐름에 삶을 맡기는 공동체력이 흐른다. 봄이 오면 길 건너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을 위한 새 학기 등교 봉사를 시작으로, 여린 잔디가 돋기 전 큰 돌과 잡초를 골라내는 울력을 위해 중앙 잔디밭에 모인다. 놀이터 옆 동네 텃밭에는 당첨된 가구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느라 여념이 없을 것이다. 8월이 되면 개인 텃밭을 거두고 배추, , 갓 등을 심어 김장 거리를 준비하고, 첫서리가 내리고 나면 그 밭에서 난 식재료로 다 함께 모여 김장을 한다. 중간중간 단오에 멱을 감거나 물놀이를 즐기고, 삼복 행사를 챙기는 것도 빠지면 섭섭하다. 

     
     
     

    근본이 아파트인 만큼 여름 무렵 열리는 라인별 반상회도 빠질 수 없는 한 해 숙제다. 새로 이사 온 이가 있다면 이때 얼굴을 익히고 밥을 나눠 먹으며 식구가 되는 시간이다. 반상회에서 주거 관련 갈등 문제는 단골 소재다.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다 감정이 격해질 때는 각 동에서 활동하는 갈등조정소위원회 위원들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낯섦과 긴장감을 나누고 서로 돕고 묻는 과정에서 공동체는 다시금 생명력을 얻는다.

     

    '누구 엄마'가 아닌 자기 이름으로 서는 곳

    한 해의 마지막 행사로 12월에 열리는 마을 잔치가 있다. 공동체 화폐인 을 사용하는 행사로 다양한 체험과 먹거리, 공연이 차려진다. 큰 행사라 하더라도 조금은 어설프고 촌스러움도 묻어난다. 전문 업체의 손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이 전부 주민이라 그렇다.

     

     

    일하러 가보면 특히 누구 엄마들이 많은데, 다들 자녀의 이름이 아니라 다양한 별명으로 불리며 주체적으로 활동한다. 특별히 엄마들이 많은 이유는 단순히 시간적 여유 때문만은 아니다. 공동체를 향한 돌봄의 감수성이 보다 풍부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별한 시간에 머물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며 누군가의 성장을 기원하는 일, 공동체와 돌봄의 철학은 맞닿아있다.

    조합에서 진행하는 양성평등, 돌봄 교육은 가족의 범위를 해체하고 확장하는 일을 한다. 교육에는 주로 타인의 안녕을 기민하게 살피고, 언제 어떻게 쓰일지 알 수 없으나 누군가를 위해 재능을 단련하고 싶은 사람들이 함께한다. 돌봄의 대상을 내 아이에서 이웃으로, 온 동네로 넓힌 이들은 이제 집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거실에서 나와 마을의 여러 무대에서 마주하는 그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깊은 울림을 준다.

     

    사는(Buy) 집이 아닌 살기(Live) 위한 집

    이렇게 자연스럽게 흐름에 따라 연결된 마을 활동을 하나하나 쌓다 보면 어느새 삶의 자리가 달라지는 경험을 한다. 누군가는 환경 운동가로, 누군가는 정원사나 요리사로, 혹은 에디터로 마을에 필요한 활동가가 되어 다시 태어난다. 따로 배우지 않아도 온기를 느끼며 해낸 경험들이 강렬한 자극이 되는 것이다. 안전한 공동체 안에서 자유롭게 역량을 펼쳐본 이들이라면 아이를 낳지 않았더라면’, ‘그때 주식을 샀더라면과 같은 과거의 후회보다 현재의 온기에 집중한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이곳이 더할 나위 없는 배움의 장이다. 


    위스테이 별내는 입주 전 협동조합원으로 가입한 무주택자에게 입주 자격이 주어진다. 내 집이 아닌 8년 임대주택으로, ‘사는(Buy) 이 아니라 살기(Live) 위한 집을 찾은 사람들이 모였다. 아파트를 운영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은 주거 문제의 대안적 해결과 지속적인 공동체 운영을 미션으로 삼고 491세대를 이끌어간다. 이웃들과 언제든 얼굴을 마주할 수 있도록 법정 기준 대비 2.5배에 달하는 면적을 공용 커뮤니티 시설로 조성했다.

     

     

    각종 동아리와 육아 모임 등 장르와 나이를 뛰어넘는 다양한 일상 모임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까닭은, 아파트 설계 단계에서 600명이 넘는 조합원이 공간 디자인에 직접 참여한 덕분이다. 당시에는 직접 살아보지 않았기에 실제 생활하며 생기는 구체적인 문제까지 다루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1년간 46번이나 의견을 조율하며 훈련한 경험은 앞으로의 갈등을 견디는 힘이 될 것이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사진을 뒤적이다 작년 5꽁날(공동체의 날)’에 있었던 김밥 말이 행사 사진에 눈이 머물렀다. 각자 집에서 가져온 속재료를 길게 늘어놓고 일렬로 서서 하나로 연결된 김밥 기차를 만드는 행사로, 10m로 시작해 매년 조금씩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사진 속 이웃들이 김밥 옆구리가 터질세라 소중하게 들어 올리는 모습이 벅차다. 서로를 맞잡은 그 손들이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마을의 모습이 아닐까.

    새해, 달력 대신 ‘공동체력’이 흐르는 마을
    미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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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2-26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뉴스레터 필진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필자의 의견과 관점이 담길 수 있으며 일부 내용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성장을 넘어 성숙으로, 경기도민의 삶을 바꾸는 경기도
    만들기 위한 경기시민사회의 대장정이 시작되다!

    -2026년 지방선거 경기도 12대 정책과제 발표 -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 16일 오전 11시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2026년 지방선거 경기도 12대 정책과제기자회견을 갖고 63일 지방선거 대응의 대장정에 나섰다.

     

    이번 12대 정책과제 선정 배경은,

    - 헌정질서를 위협한 계엄 시도와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위기 속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는 중앙정치의 문제를 넘어 지방정부의 책임성과 민주성, 일상적 행정과 정책의 문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 그리고 이번 2026년 지방선거는 단순한 인물 선택과 성장 위주 정책이 아니라 도민주권 회복과 도민의 삶을 바꾸는 성숙한 정책 선택의 선거가 요구된다.

    - 또한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개별 의제를 넘어, 시민참여·인권·성평등·돌봄·기후·교육·평화가 연결된 종합적 경기도정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그동안의 경과는 아래와 같다.

    - 2025225() 정기총회 : 2026년 지방선거 대응 결의

    - 2025910() 운영위원회 : 2026년 지방선거 대응 TF 구성 결정

    - 2025929() 2026년 지방선거 대응 TF 1차회의 : TF 구성 및 방향 수립과 정책과제 선정 추진 일정 확정

    - 2025115() 각 영역별 정책과제 제안 취합 및 정리

    - 20251210() 운영위원회 및 1차 정책워크숍 : 제안 정책 총정리

    - 20251223() 2차 정책워크숍 : 각 정책과제 발표 및 핵심정책과제 선정 논의

    - 20251229() 2026년 지방선거 대응 TF 2차회의 : 12대 핵심정책과제 선정 및 기자회견 준비 논의

     

    또한 이번 12대 정책과제 선정의 원칙은,

    - 민주주의·기본권 중심 원칙으로 시민 참여 확대와 행정의 투명성·책임성 강화, 차별 없는 도민의 존엄과 권리 보장, 일상에서 체감 가능한 정책을 핵심 기준으로 설정했다.

    - 위기 대응과 사회전환 원칙으로 기후위기, 사회적 양극화, 성차별, 돌봄 위기에 대응하는 구조적 전환 과제를 우선 반영했다.

    - 실행·협치 기반 원칙으로 지방정부의 조례 등의 제도화가 가능하며, 시민사회·도민·의회가 함께하는 거버넌스 방식으로 추진 가능한 정책 중심으로 선정했다.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성장을 넘어 성숙으로, 도민의 삶을 바꾸는 경기도라는 슬로건 아래 내세운 경기도 12대 정책과제는 아래와 같다.

    ① 시민참여 : < (가칭)경기도민주권 시민참여위원회(또는 경기도시민참여위원회) 설치를 통한 경기도정의 민주성·개방성·책임성·혁신성 강화 >

    - (가칭)경기도민주권 시민참여위원회(또는 경기도시민참여위원회) 설치

    - 경기도 시민참여 플랫폼 및 정책환류 시스템 구축

     

    ② 성평등 : < 경기도 성평등 추진체계 강화 >

    - 포괄적 성평등 기준의 도입을 반영한 「경기도 성평등 기본 조례」 개정

    - 여성 노동환경 개선 정책 확대를 위한 추진체계 강화

    - 「경기도 여성 평화 정책 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

    - 성평등 기후 정책 추진을 위한 전담 부서 신설

    - 젠더 정의 실현을 위한 노동·돌봄 정책 추진체계 구축

     

    ③ 기후환경 : < 경기도 물관리 일원화 정책 시행 – 수자원관리국(가칭) 신설 및 물순환·하천복원 전략 구축 >

    - 경기도 물관리 일원화 및 수자원관리국’(가칭) 신설

    - 경기도 물순환 촉진 종합계획 수립

    - 경기도 하천 복원 및 재자연화 전면 추진

    - 물순환 취약성 개선형 인프라 구축

     

    ④ 교육 : < 경기도-·군 공동 교육격차 해소 종합전략수립 >

    - 경기도 차원의 교육격차 해소 종합계획 수립 및 지역 맞춤형 예산 배분

    - 원도심·농촌 교육력 회복을 위한 별도 교육·문화·진로 인프라 집중 투자

     

    ⑤ 문화·예술 : < 예술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생애주기별 맞춤형 사회보장 확대 >

    - 청년 예술인 기본소득 도입

    - 예술인 참여소득 도입

    - 예술인 기회소득 대상 및 금액 확대

     

    ⑥ 복지 : < 모든 경기도민이 누리는 돌봄 보장 – 경기도형 통합돌봄 구축 >

    - 경기도통합돌봄지원 체계 확대 및 강화

    - 경기도형 단기회복형 지원주택(중간집) 모형 개발 및 확산

    - 경기도형 지역사회 재활모델 개발

     

    ⑦ 사회적경제 : <행정-당사자조직-NGO-의회가 함께하는 정책결정 거버넌스 제도화>

    - 「경기도사회적경제 4자 협치 위원회」 설치 및 실질적 권한 부여

    - ‘기본사회핵심 공급 주체 지정

    - ·군별 '균형발전 로드맵' 추진

    - 다자간 합동 정책 평가 및 환류

     

    ⑧ 언론미디어 : <지역신문 공적 지원 체계 구축>
     
    ⑨ 인권 : <경기도 차별금지 조례 제정>
     
    ⑩ 장애인 : <장애인의 권리가 권리답게 보장되는 경기도>

    -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 인건비 별도 편성 및 도비 지원 확대를 통한

    도입대수당 운전원 2.5인 보장 계획 수립

    - UN탈시설가이드라인에 기반한 경기도 장애인 탈시설 5개년 계획 수립 및 탈시설 지원 강화

     

    ⑪ 주거·도시계획 : 공사 완전 후분양제 도입 및 정착 방안>

    - GH 공급 주택 '100% 사용 승인 후 분양' 의무화

    - 후분양 재원 안정화 기금 조성 및 재무 구조 개혁

    - 무주택자 맞춤형 '경기도형 후분양 브릿지론' 도입

     

    ⑫ 평화통일 : <경기도의 평화정책 사업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참여·협력 제도화>

    - (가칭)경기도 평화센터 신설 및 (가칭)경기평화회의 구성

    - (가칭)경기도 평화.통일.민주시민교육위원회 구성

     

    함께 참여한 단체는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소속 단체와 연대단체들인 경기교육희망네트워크,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경기복지시민연대, 경기시민사회포럼, 경기여성단체연합, 경기여성연대,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경기환경운동연합, 경기민예총, 경실련경기도협의회, 다산인권센터, 참교육학부모회 경기지부, 평화비경기연대, YMCA경기도협의회, YWCA경기도협의회, 경기시민연구소 울림, 사회적경제활성화 경기네트워크, 경기자주통일평화연대, 경기평화교육센터 등 경기도 내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했다.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1월 말까지 경기도 소재 각 정당을 찾아 12대 정책과제를 전달하고 경기도지사 공약반영을 요구하였다.

    앞으로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출마예정자, 후보자들 대상으로 정책간담회와 정책제안서를 공식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또한 언론 홍보(보도자료, 기자회견, 언론 정책과제 공론 및 인터뷰) 그리고 대도민 대상 정책과제 온오프라인 홍보(카드뉴스, SNS 캠페인 등)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리고 각 정당의 후보자들이 선정이 되면 후보자별 정책협약식 추진(공개적 서명·사진 공개)과 지방선거 이후에는 후보자별 공약 및 정책 반영 현황을 분석하고 정책선거 대응 평가 및 향후 과제 토론회 개최할 예정이다. 향후에는 당선자 공약 이행 점검 시스템 가동하여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할 계획이다.

     

     

    성장을 넘어 성숙으로, 경기도민의 삶을 바꾸는 경기도
    경기시민연구소 울림 송원찬 (전)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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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1-20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증가하는 위험

    2024년 현재, 한국의 성인 여성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전·현 파트너로부터 신체적, 성적, 정서적, 경제적 폭력 또는 통제와 같은 피해를 최소 한 번 이상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21년 대비 증가한 수치로, 단순히 일회적인 문제가 아닌 구조화된 폭력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해당 폭력은 법적으로 '가정'이라는 틀 안에 포함되지 않는 관계에서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법의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상황입니다. 전통적인 혼인 관계뿐 아니라 사실혼, 동거, 연애 등의 관계에서도 폭력이 발생하지만,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은 이러한 다양한 관계 유형을 충분히 규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피해자가 법적 보호를 받는 데 한계를 만들고 있으며, ‘사적 관계’라는 이유로 사회와 제도가 폭력을 방임하고 있는 현실을 방증합니다. 문제는 이처럼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이 단순한 우발적 사건이 아닌 반복성과 지속성을 지닌다는 데 있습니다. 피해자는 관계의 친밀함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경제적·정서적 요인들로 인해 쉽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만큼 제도적 개입과 보호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친밀관계 폭력을 독립적 범주로 인식하고 다루는 법·제도적 전환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 통계로 드러난 현실: 폭력의 일상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여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친밀한 관계에 있는 파트너로부터 한 번 이상 폭력을 경험한 여성의 비율은 19.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지난 2021년 조사에서 기록된 16.1%보다 3.1%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짧은 기간 동안 피해 경험률이 유의미하게 상승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신체적·성적 폭력 유형에 한정해도 피해를 경험한 비율은 같은 기간 10.6%에서 14.0%로 증가해, 여성들이 단순히 말로 그치지 않는 폭력에 노출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는 친밀한 관계가 오히려 여성에게 가장 큰 위험 공간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입니다.

    연령별로는 피해 양상이 차이를 보입니다. 전·현 배우자 등과 같이 오랜 기간 관계를 유지한 중장년층 여성의 피해율이 전반적으로 높은 반면, 연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교제폭력의 경우는 20대 여성층에서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20대 여성 중 최근 1년 이내 5개 유형의 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2.3%로, 이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젊은 세대일수록 폭력에 대한 인식이 비교적 높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여전히 연인이라는 이름 아래 정서적·신체적 폭력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피해를 당한 횟수에 머무르지 않고, 폭력이 젊은 여성의 일상에 어떤 방식으로 스며들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폭력은 특정 연령이나 관계에 국한되지 않으며, 친밀한 관계라는 특성상 외부에 드러나기 어렵고, 그만큼 구조적인 대응이 절실하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 피해자의 침묵을 강요하는 문화적 요인

    ‘왜 도망치지 않았느냐’, ‘왜 그동안 참고 살았느냐’는 질문은 폭력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되묻는 행위로, 명백한 2차 가해입니다. 특히 한국 사회는 가족을 유지하는 것을 여성의 책임으로 여기는 관념이 강하게 작동하며, 이로 인해 피해자는 스스로를 비난하게 되거나 침묵을 택하게 됩니다. 주변의 시선과 비난, 피해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가족이나 지인의 반응도 피해자의 말하기를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문화는 피해자에게 ‘참는 것이 미덕’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며, 폭력을 견디는 것이 도리라는 착각 속에 갇히게 만듭니다. 결국 사회 전체가 피해자의 침묵을 조장하는 구조를 재생산하고 있는 것입니다.

     

    ● 관계성 범죄로서의 재정의 필요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단순히 ‘사랑이 엇나간 결과’나 ‘사적인 다툼’으로 축소되어서는 안 됩니다. 가해자는 피해자와의 정서적 연결을 이용해 폭력을 반복하고, 그 속에서 피해자는 쉽게 고립됩니다. 관계 안에서 지속적이고 은폐된 폭력이 발생하는 특성을 감안한다면, 기존의 형사법 체계처럼 사건을 단편적으로 나눠서 다루는 방식으로는 실효성 있는 대응이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을 ‘관계성 범죄’라는 독립된 개념으로 재정립하고, 이에 걸맞은 법적 틀과 처벌 기준을 새롭게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는 단지 법률 개정의 문제가 아니라, 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 예방 중심 정책으로의 전환

    그동안의 여성폭력 대응 정책은 주로 폭력이 발생한 이후의 사후처리에 집중되어 왔습니다.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은 분명히 중요하지만, 이를 넘어 폭력을 사전에 막기 위한 예방 중심의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선 교육현장에서의 성인지 감수성 교육 강화와 더불어, 직장과 지역사회에서도 일상적인 성평등 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합니다. 특히 대중매체와 SNS에서 반복 재생산되는 성차별적 콘텐츠에 대한 규제와 감시 또한 필요합니다. 나아가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폭력 예방 교육을 제도화하고,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을 개선하는 캠페인 등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합니다.

     

    ● 피해자 지원 체계의 현실과 과제

    현재 존재하는 피해자 지원 시스템은 상담, 법률 자문, 긴급 쉼터 등 다양한 서비스를 포함하고 있지만, 실제 피해자에게 닿는 데에는 여러 장벽이 존재합니다. 특히 지방 거주자나 청년층, 이주여성처럼 제도적 정보 접근이 어려운 집단의 경우, 지원을 받는 데 한계가 큽니다. 더불어 일회성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삶을 재건할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연속적인 지원 체계가 필요합니다. 의료, 심리, 경제 자립, 주거 지원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각각의 피해자 상황에 맞춘 맞춤형 대응이 가능하도록 전문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기관과 민간단체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예산과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노력이 동반돼야 합니다.

     

    ● 법의 사각지대: 제도는 여전히 ‘가정’ 안에 머물러

    우리나라에서 친밀한 관계 내 폭력을 제도적으로 다루고 있는 주요 법령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입니다. 그러나 이 법은 법적 혼인 관계나 혈연 중심의 전통적 가족 구성을 전제로 하고 있어, 사실혼 관계나 연인, 동거 파트너 간의 폭력은 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제도는 여전히 ‘가정’이라는 고정된 틀 안에 갇혀 있으며, 변화하는 사회적 관계의 다양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법적 한계로 인해, 혼인 관계 외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피해자들은 제대로 된 보호 체계에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연인 또는 동거인에게 지속적인 폭력이나 통제를 당한 경우에도, 피해자는 개별 범죄로만 접근해야 하며, 스토킹, 협박, 상해 등 각기 다른 범죄 항목에 따라 분리된 법적 대응이 요구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피해가 반복적이며 관계 속 권력 구조와 밀접하게 얽혀 있다는 점을 제대로 드러내기 어렵습니다.

    결국 피해자는 구조적 맥락이 무시된 채, 일회적 사건으로만 처리되는 한계 속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현대 사회에서 친밀한 관계의 형태는 매우 다양해졌습니다. 제도 역시 이에 발맞추어 변화해야 하며, 관계성 폭력을 독립적인 범주로 인정하고, 포괄적 대응이 가능한 법적 틀을 새롭게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 반복되는 비극과 사회적 구조의 책임

    최근 연이어 발생한 교제 살인 사건들은 친밀한 관계 내 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부평에서는 접근금지 명령이 해제된 지 불과 며칠 만에 여성이 전 남편에게 살해당했고, 의정부에서는 보호조치가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일터에서 가해자에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외에도 울산, 동탄 등지에서 연인 간 폭력이 극단적 범죄로 이어진 사건들이 잇따랐습니다. 이는 단순한 개인 간의 불행한 사건이 아니라, 법과 제도가 친밀한 관계에서의 반복적 폭력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가해자들은 종종 “사랑해서 그랬다”는 말로 폭력을 정당화하려 하지만, 이 같은 언행은 실제로는 상대를 통제하고 지배하려는 권력의 표현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권력의 행사가 개인의 심리적 일탈이 아닌, 가부장제를 기반으로 한 사회 구조 속에서 정당화되고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여성에게 부여된 전통적인 성역할, 예를 들어 양육 책임이나 가정 유지에 대한 도덕적 의무는 피해자가 관계에서 벗어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어려운 상황이나 주변 시선에 대한 두려움 또한 피해를 외부에 알리는 것을 주저하게 만듭니다.

    결국 이 문제는 개인의 선택이나 성격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불평등이 빚어낸 결과입니다. 반복되는 폭력의 이면에는 여성에게 침묵과 인내를 요구해온 사회의 오래된 문화와 시선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를 변화시키지 않는 한 참극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 제도 개선의 방향: 친밀관계 폭력을 ‘사회적 폭력’으로 인식해야

    친밀한 관계 내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을 더 이상 사적인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또는 혼인이라는 제도적 틀 밖에서 벌어지는 폭력 역시 본질적으로는 성별 권력에 기반한 사회적 폭력이며, 국가와 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해결해야 할 공적 사안입니다. 이에 따라 국내외 여성 인권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관련 제도 개편을 촉구해 왔습니다. 특히 가정폭력처벌법의 목적 조항을 기존의 ‘가정 보호’에서 ‘피해자 인권 보호’ 중심으로 개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으며,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이 가능한 반의사불벌죄의 폐지, 상담을 조건으로 형사 처벌을 유예하는 기소유예 제도의 폐지도 중요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또한 반복적으로 한국 정부에 위와 같은 제도 개선을 권고했으나, 실질적인 입법 변화는 아직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친밀관계폭력을 독립된 범주로 인정하고 관계성 범죄로 규정하는 새로운 법적 틀 마련이 시급합니다. 단순히 전통적인 ‘가정’ 개념에 의존하지 않고, 동거, 교제, 비혼 동반자 등 다양한 관계 유형을 포함할 수 있도록 법률의 정의와 적용 범위를 넓혀야 합니다. 또한 실태를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피해자의 연령, 성별, 관계 유형 등을 세분화한 통계 시스템 구축과 정기적인 통합 실태조사 또한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는 제도 개선의 출발점이며, 여성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데 필수적인 기반이 될 것입니다.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단순히 개인 간의 갈등이나 일탈 행위로 보기 어렵습니다.

    이는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성별 위계와 불평등한 권력 구조가 일상 속에서 작동한 결과이며, 사회 전체가 공유해온 왜곡된 성 역할 인식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성평등 수준이 높은 지역일수록 여성폭력 발생률이 낮다는 연구 결과는, 제도와 문화적 환경이 여성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결정적 요소임을 보여줍니다. 단지 법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성인지 교육과 문화적 변화가 병행되어야만 진정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반복되는 통제와 희생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상대를 소유하거나 지배하려는 감정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고 평등하게 대하는 관계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나누는 말투, 책임을 나누는 방식, 돌봄의 균형 등 작은 실천들이 곧 관계의 권력 구도를 바꾸는 시작이 됩니다. 더 이상 ‘사적인 일’이라는 이유로 관계 내 폭력이 용인되는 사회가 아니라, 친밀한 관계일수록 인권과 안전이 더 우선시되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 사회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새로운 상식’입니다.

     

     

    사랑이라 불린 폭력, 사회는 왜 눈 감았나
    주야

    조회수 1202

    2026-01-06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10대 중심으로 확산되는 디지털 성범죄의 실태와 구조적 문제

    최근 대한민국 사회는 청소년 사이에서 급격히 확산되는 디지털 성범죄 문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찰청의 사이버성폭력 집중단속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검거된 피의자 3,557명 중 절반에 가까운 1,761명이 10대로 확인되었으며, 딥페이크 범죄에 한정할 경우 그 비율은 61.8%에 달합니다. 이는 단순히 청소년 일부가 범죄에 연루되었다는 수준을 넘어, 디지털 성범죄가 10대 문화 내부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합니다.

    더욱이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 중 96% 이상이 여성으로 나타났으며, 피해자의 대다수가 10대 및 20대 청년층이라는 점은 이 문제가 단순한 일탈 행위를 넘어서 구조적 젠더폭력임을 시사합니다. 특히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으며,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434명이었던 디지털 성폭력 피해 학생 수는 2023년에는 1,898명으로 4배 넘게 늘었습니다. 이는 단기간 내에 급증한 수치로, 범죄의 양상과 파급력이 학교 커뮤니티 내에서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줍니다. 또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는 단순히 영상물 유포에 그치지 않고, 피해자의 일상과 정신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끼칩니다. 피해 사실을 인지한 피해자들은 불안감과 수치심, 사회적 낙인 우려로 인해 신고를 주저하거나, 결국 학교를 자퇴하거나 전학을 택하는 등 2차 피해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청소년 피해자들은 범죄의 특성상 ‘장난’ 또는 ‘실수’로 치부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충분한 보호 조치를 받지 못하고 방치되기 쉽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디지털 성범죄가 단지 기술적 악용의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를 둘러싼 사회적 인식과 대응 체계의 미비에서 비롯된 구조적 폭력임을 다시금 드러냅니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가 10대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지금 우리 사회는 단순한 범죄 처벌을 넘어, 예방과 회복을 위한 통합적 대응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 실태로 드러난 구체적 범죄 사례

    디지털 성범죄는 단순히 온라인 공간에서 음란물을 주고받는 수준을 이미 훨씬 넘어섰습니다. AI 기반 딥페이크 기술, 메시징 플랫폼을 이용한 접근,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 유도, 지인·교사 등 가까운 관계를 악용한 범죄까지 그 양상은 점점 교묘하고 잔혹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범죄는 피해자가 직접 찍지 않은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피해로 이어지며, 주변 인간관계·학교생활·정서 발달 등에 심각한 파장을 낳습니다.

    최근 송치된 1인 2역 신종 접근 사건은 디지털 범죄가 현실의 성범죄와 결합할 때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입니다. 가해자는 중고거래로 접근해 연락처를 확보한 뒤, ‘전 여자친구’라는 가계정을 활용해 피해자의 신뢰를 얻고, 결국 나체 영상을 전송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이후 피해자들에게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며 모텔로 유인해 성폭행까지 저지른 이 사건은 디지털 범죄가 물리적 범죄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부산 지하철 불법촬영 사건 역시 현행 대응 체계의 허점을 보여줍니다. 가해자는 이전에도 동일 범죄로 처벌받았음에도 재범을 반복했고, 심지어 검찰 조사를 받는 기간에도 범행을 이어갔습니다. 이는 디지털 성범죄자에게 재범 위험성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며, 현행 처벌 수위로는 범행 억제가 어렵다는 지적을 더욱 강화합니다.

    아동 대상 성착취물 요구 사건은 특히 심각합니다. 19세 대학생이 10세 아동에게 게임 아이템을 미끼로 성착취물을 요구하고 이를 유포하려 한 사건은, 청소년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얼마나 취약한지, 그리고 디지털 공간에서의 성적 착취가 얼마나 손쉽게 이뤄지는지를 명확히 드러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집행유예를 선고해 “범죄의 심각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이처럼 여러 사건들은 디지털 성범죄가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인식의 부족, 미흡한 처벌, 불완전한 피해자 보호 체계가 결합된 복합적 문제임을 보여주며, 청소년 가해·피해가 빠르게 증가하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경고 신호이기도 합니다.

     

    ● 왜 10대가 중심인가?

    전문가들은 10대 청소년들이 디지털 성범죄의 주요 가해자 및 피해자로 등장하게 된 배경에 대해 다양한 구조적 요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기술의 대중화 및 접근성의 문제입니다. 과거에는 전문가만이 활용할 수 있었던 딥페이크 기술이 이제는 무료 애플리케이션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사진 한 장만으로도 실제처럼 보이는 음란 합성 영상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재미’나 ‘호기심’ 수준에서 범죄에 접근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디지털 리터러시와 윤리 교육의 부재입니다. 성교육 자체는 연간 15시간으로 의무화되어 있지만, 현실에서는 체육·과학·도덕 등의 수업 중에 일부 내용으로만 다뤄지거나, 추상적인 개념 위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디지털 공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성범죄 유형이나, 불법 촬영물·딥페이크 영상의 법적 책임, 피해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교육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학생들이 이러한 행위를 단순한 장난이나 놀이로 오인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청소년 범죄에 대한 제재가 약하다는 점입니다. 촉법소년 제도와 소년법에 따라 일정 연령 이하 청소년은 형사처벌이 어렵거나 경미한 처벌만 받는 구조 속에서, 범죄에 대한 죄책감이나 두려움 없이 범행을 반복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실제로 불법촬영이나 딥페이크 제작·유포로 적발된 청소년들 중 일부는 적발 이후에도 같은 방식의 범죄를 되풀이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으며, 이는 예방적 차원의 처벌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전면화된 사회 구조도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SNS, 오픈채팅방, 온라인 게임 등을 통해 익명으로 타인과 소통하고 이미지를 공유하는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가 흐려지고, 친구나 교사의 얼굴을 합성하거나 장난처럼 음란물을 유포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결국 디지털 성범죄를 단순한 ‘놀이 문화’로 받아들이게 만들며, 청소년들이 스스로 범죄임을 인식하지 못한 채 심각한 피해를 양산하는 주체가 되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 피해자 지원 시스템의 현실과 한계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급증함에 따라 정부는 피해자 보호와 지원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확대해 왔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제도적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큽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2023년 기준 약 30만 건에 달하는 성착취물 삭제 요청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은 단 13명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한 명의 직원이 하루 평균 50건 이상의 삭제 요청을 처리해야 하는 비현실적인 구조가 유지되고 있으며, 긴급한 삭제가 필요한 피해자의 경우에도 즉각적인 조치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피해 영상이 온라인에서 단 몇 시간 내에 수백만 건 이상 유포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인력 부족은 심각한 2차 피해를 유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내년도 예산안을 통해 인력을 기존 13명에서 23명으로 증원하고, 24시간 상담 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미 과부하 상태에 있는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피해자의 요청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플랫폼과 즉시 협력하여 삭제를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인력 증원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습니다.

    또한, 피해자 지원 범위 역시 제한적입니다. 심리상담, 법률지원, 영상 삭제 지원 등이 제공되고 있으나, 피해자의 회복을 위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지원 체계는 아직 미흡한 편입니다. 특히 청소년 피해자의 경우, 가족이나 교사에게조차 피해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혼자 고통을 감내하는 사례가 많아, 익명성 보장과 접근성 높은 상담 시스템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요컨대, 현재의 피해자 지원 체계는 폭증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감당하기에 구조적으로 한계에 직면하고 있으며, 보다 실질적이고 촘촘한 대응 시스템 마련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 온라인 플랫폼의 책임과 방심위의 한계

    디지털 성범죄 대응에서 온라인 플랫폼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기능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로 지적됩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딥페이크 영상, 불법촬영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등을 심의하고 차단하는 법적 권한을 갖고 있으나, 이를 실질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인력과 자원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2008년 21명이던 통신심의 인력은 2024년 43명으로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처리 건수는 무려 12배 이상 증가해 1인당 연간 수만 건의 심의를 담당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는 인력 1명당 하루 수백 건에 달하는 불법 콘텐츠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미로, 사실상 심층적인 검토는커녕 단순 필터링 수준에 그치는 부실 심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플랫폼 측의 책임 문제도 심각합니다. 유튜브, X(구 트위터), 메타 등 글로벌 플랫폼에 접수되는 불법촬영물 및 성착취물 신고는 2023~2024년 한 해에만 39만 건을 넘어섰지만, 실제 삭제까지 이어지는 비율은 낮고, 대부분 자체 내부 기준에 따라 처리 여부가 결정됩니다. 특히 신고 이후 심의 착수까지 수 주 이상이 소요되는 경우가 흔해, 영상이 인터넷상에서 수천, 수만 건으로 복제·확산된 뒤에야 뒤늦은 삭제 조치가 이루어지는 구조적 문제점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 플랫폼은 국내법보다는 본사 정책을 우선시하여 삭제 요청에 미온적으로 대응하거나,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으로 문제 영상을 방치하기도 해 피해자 보호에 심각한 공백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디지털 성범죄의 확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현재 제도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 제도적·사회적 개선 방안

    디지털 성범죄의 확산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제도적, 교육적, 기술적, 사회적 차원의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첫째로, 디지털 성범죄 예방 교육의 실질적인 강화가 필요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학교에서 성교육은 추상적이고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실제 사례 기반의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딥페이크 제작이나 불법촬영, 음란물 공유가 명백한 범죄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합니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젠더 감수성, 디지털 시민의식, 책임감 등을 포함하는 커리큘럼을 마련하고, 교사에 대한 전문 연수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둘째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법적 책임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단순한 ‘자율규제’에만 의존하지 않고, 삭제 지연 시 과징금 또는 벌칙을 부과하는 강제력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하며, 해시 기반 불법 콘텐츠 자동 탐지 시스템, AI 기반 모니터링 툴 등 기술적 대응 시스템의 도입을 의무화하여 실시간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셋째,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인력과 기능도 대폭 확대되어야 합니다. 현재는 수도권 중심의 집중 구조로 인해 지역 피해자는 접근조차 어려운 실정이며, 삭제 요청부터 심리상담, 법률지원까지 아우르는 원스톱 시스템의 전국적 확대가 필요합니다. 또한 24시간 긴급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특히 청소년 피해자를 위한 익명 기반 상담, 트라우마 치료, 학교 복귀 지원 등 세분화된 프로그램이 운영되어야 합니다. 넷째로, 청소년 가해자에 대한 대응 역시 형벌 중심이 아닌 교정·교육 중심의 처벌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단순히 ‘처벌을 강화하자’는 접근보다는, 범죄에 대한 인식 개선과 재범 방지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보호관찰 제도 등을 통해 가해자 스스로 책임을 인식하고 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와 동시에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접근금지, 영상 유포 방지 조치, 2차 피해 예방 장치 등의 제도적 보완도 필수적입니다.

    이처럼 다층적 대응이 수반되어야만, 기술을 앞질러 진화하는 디지털 성범죄에 실효적으로 대응하고,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포함한 사회 전체의 인식을 전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편리함과 연결성을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그 그늘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범죄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이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얽히는 디지털 성범죄는 이제 단순한 청소년 일탈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와 제도의 허점을 드러내는 심각한 문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기술의 진보를 따라가는 단속만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켜낼 수 있는 윤리적 기준과 교육, 그리고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망입니다.

    딥페이크나 불법촬영물 같은 디지털 성범죄는 한 사람의 인격을 송두리째 파괴할 수 있는 ‘현대의 폭력’이며, 이를 예방하고 대응하는 데 있어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됩니다.

    청소년들이 무지와 호기심 속에서 범죄자가 되지 않도록,
    피해자들이 침묵 속에서 고통받지 않도록,
     
    우리는 지금보다 더 빠르고 깊은 고민과 실천이 필요합니다.
    디지털 성범죄 없는 안전한 온라인 환경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모두가 지켜야 할 필수적인 권리입니다.

     

     

    딥페이크 영상 590개 만든 15살…아이들은 왜 괴물이 되었나
    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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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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