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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1대 대통령선거 개요와 특징
     
    2025년 6월 3일,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선거가 전국적으로 실시되었습니다. 이번 선거는 정권 재창출 여부와 주요 정책 방향의 향방을 가늠하는 중요한 정치적 분기점이었습니다. 2022년 대선 이후 3년 만에 치러진 이번 선거는 국내외 정치·경제적 불안 요소 속에서 치러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특히 청년 실업, 부동산 문제, 기후 위기 대응, 인공지능 및 신기술 정책 등 미래지향적 아젠다가 선거 쟁점으로 부각되었습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정상화된 형태의 전국 단위 선거였다는 점에서, 유권자의 투표 참여 양상과 선거운동 방식에서도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이번 대선은 역대 두 번째 수준의 사전투표율인 34.74%을 기록했으며, 다양한 연령층에서 높은 참여율을 보였습니다. 특히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고, 정당과 후보들은 각종 공약과 메시지 전략을 총동원해 유권자의 표심을 공략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노인·청년·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장과 정치 참여 확대 방안에 대한 논의도 주요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그중 발달장애인의 투표권 문제는 단지 소수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선거제도의 포용성과 공정성을 점검할 수 있는 기준으로 작용하였습니다. 제21대 대선은 결과 그 자체뿐만 아니라,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제도적 한계와 인권의식 수준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법원의 임시 조치 결정: 투표 보조 허용의 전환점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25년 5월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50부(재판장 김상훈)는 발달장애인 A 씨와 B 씨가 제기한 임시 조치 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단지 두 명의 장애 유권자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 선거 시스템에서 발달장애인의 투표권이 어떻게 보호받고 있는지를 근본적으로 성찰하게 만든 판결로 평가됩니다. 신청인들은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실제로 투표소에서 투표보조를 요청했지만, 선거 사무원으로부터 거절당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이에 이들은 국가를 상대로 투표권 침해 및 차별에 대한 구제를 요구하는 본안 소송과 함께, 다가오는 2025년 대선에 적용될 임시 조치도 함께 신청한 것입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현행 공직선거법상 보조 허용 대상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은 발달장애인의 경우라도, 그들의 인지적 특성과 실질적인 투표 수행 능력에 따라 적절한 보조가 필수적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재판부는 “발달장애인의 경우 스스로 기표를 하기 어렵거나 투표 절차를 이해하는 데 상당한 제한이 있을 수 있으며, 이를 방치하면 선거권의 실질적 박탈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비장애인과 동등한 조건에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조를 제공하는 것은 단순한 편의 제공이 아닌 헌법상 권리 보장의 연장선상에 있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재판부가 이 사건을 ‘간접차별’의 시각에서 접근했다는 점입니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상 보조 허용 범위를 시각·신체장애로 한정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보조가 필요한 발달장애인을 제외하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간접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판단은 기존의 법률 해석이 갖는 형식적 평등주의의 한계를 넘어, 실질적 평등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선거권 해석을 확장한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또한 이 결정은 본안 판결이 나기 전까지 치러질 모든 공직 선거와 국민투표에서 적용되는 ‘임시 조치’이므로, 단순한 일회성 허용이 아니라 향후 반복될 수 있는 선거 절차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조치입니다. 이는 국가가 장애인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 장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국제 인권법의 흐름과도 궤를 같이합니다. 실제로 UN 장애인권리협약 제29조는 각국 정부가 모든 장애인이 자율적으로 투표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 특히 투표 방식, 절차, 보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판결은 행정 편의나 법률 해석의 틀 안에서 제외되어 왔던 발달장애인의 선거권 보장을, 헌법상 기본권의 시각에서 재구성한 판결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향후 공직선거법 개정 논의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장애인의 정치 참여 확대에 기초적인 법적 기반을 제공한 사례로 기록될 것입니다. 나아가 이 임시 조치는 선거관리위원회를 비롯한 모든 공공기관이 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함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 공직선거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충돌
     
    현행 「공직선거법」 제157조 제6항은 투표 보조의 대상 범위를 “시각 또는 신체장애로 인해 스스로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투표권 보장을 위해 일정한 범위의 장애인에게 한 해 가족 또는 지명한 두 명을 동반하여 기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육체적 제약으로 인해 실제로 투표용지를 작성하는 데 물리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한 제도로, 그 취지 자체는 타당합니다.
     
    그러나 이 조항의 문제점은 발달장애와 같은 인지적·정신적 장애 유형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은 감각기관이나 근육의 운동 능력에는 이상이 없을 수 있으나, 정보 이해와 처리, 의사소통, 복잡한 절차 수행 등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그들은 신체적 기표는 가능할지라도 투표 방식, 후보자에 대한 정보 해석, 절차 진행 등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공직선거법은 발달장애를 명시하지 않고 있어, 법 적용에서 이들이 배제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반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약칭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의 권리를 보다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법 제20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 선거 등 공적 절차에서 장애인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편의 제공을 의무로 정하고 있으며, 특히 장애 유형에 따라 맞춤형 ‘합리적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발달장애인이 투표 과정을 온전히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보조는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필수적 조치로 간주됩니다.
     
    이처럼 공직선거법은 제한적으로 해석되고 있는 반면,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보다 넓은 해석을 통해 실질적 평등을 지향하고 있어 양자 간 충돌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선거 현장에서는 이러한 법적 충돌로 인해 선거 사무원의 재량이 확대되며, 보조 허용 여부가 지역과 개인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같은 장애를 지닌 유권자라도 어떤 투표소에 가느냐에 따라, 혹은 어떤 담당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헌법상 보장된 참정권과 평등권의 침해로 연결될 수 있으며, 법률 체계 내의 모순이 국민의 기본권 실현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한 현장 대응의 문제가 아니라, 공직선거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 간의 적용 기준을 정비하고 양자 간 정합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공직선거법상 투표 보조 대상에 인지·정신적 장애 유형을 명시적으로 포함시켜, 법률적으로도 발달장애인의 참정권이 실질적으로 보호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투표소마다 다른 기준: 인권의 자의적 운용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진행된 2025년 5월 29일, 발달장애 유권자들의 투표소 이용 과정에서 현저한 혼선과 불일치가 발생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투표 보조 허용 여부가 전국적으로 통일되지 않은 채 각 투표소의 해석과 판단에 맡겨졌기 때문입니다. 이는 단순한 행정 혼선이 아니라, 장애인의 참정권이라는 헌법적 기본권이 현장에서 자의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인권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사례를 보면, 서울 종로구 사직동과 마포구 공덕동 주민센터에서는 발달장애 유권자의 보호자가 보조인으로 기표소에 함께 입장하려 하자 이를 거부하였습니다. 현장 선거 사무원들은 “비밀 투표 원칙상, 보호자가 동행하여 투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라며 입장을 제지했습니다. 이들은 공직선거법상 보조 허용 기준을 엄격히 해석하여, 시각 또는 신체장애가 아닌 발달장애의 경우에는 투표 보조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같은 날 서울 청운효자동과 북아현동 주민센터에서는 전혀 다른 접근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들 투표소에서는 선거 사무원이 유권자에게 “혼자서 기표할 수 있느냐"라고 직접 물었고, 유권자가 어렵다고 답하자 현장에서 본인 지명에 따라 보조인 두 명을 지정하여 기표소 입장을 허용했습니다. 이 같은 대응은 법원의 임시 조치 결정을 반영하고 장애인차별금지법상 ‘합리적 편의 제공’ 원칙에 부합하는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동일한 법률과 동일한 선거 절차 하에서 유사한 장애 유형을 지닌 유권자에 대해, 투표소마다 전혀 다른 판단이 내려졌다는 점은 국가의 권리 보장 시스템이 얼마나 불안정하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법의 해석과 적용이 일관되지 않으면, 국민의 권리는 사실상 운에 의해 결정되는 셈이며, 이는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과 법치주의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합니다.
     
    또한 현장 선거 사무원의 권한이 모호하고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각 투표소에 제공한 매뉴얼 내용이 지역별로 다르게 해석되었고, 구체적 판단이 사무원의 재량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일부 주민센터는 “중앙선관위 매뉴얼에 따르면, 손을 사용할 수 없을 정도의 장애가 없는 한 동행이 어렵다"라고 했고, 다른 주민센터는 “발달장애도 등급에 따라 보조가 가능하다"라고 안내했습니다. 이런 편차는 표준화된 지침 부재와 행정 혼선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결국 이러한 구조는 장애 유권자가 어느 지역에 거주하느냐, 어느 투표소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헌법상 참정권이 침해될 수도 있다는 현실을 뜻합니다. 이는 평등권 침해이자 행정의 자의적 권한 행사로 인한 구조적 차별입니다. 장애인 참정권 보장의 핵심은 보편성과 일관성에 있으며, 동일한 법적 기준이 전국 모든 유권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매뉴얼 재정비와 함께, 명확한 법률 개정이 필수적입니다. 법률은 실효성 있는 권리 보장의 수단이어야 합니다.
     
     
    ● 자기결정권 vs 대리투표 우려: 선관위의 입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발달장애인의 투표 보조 허용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 주된 이유는 발달장애가 시각·신체장애와는 달리 장애의 범위와 표현 방식이 매우 다양하여, 일률적으로 투표 보조를 허용할 경우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에 반하는 대리투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선관위는 ‘비밀 투표’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타인이 기표소에 동행할 경우 당사자의 의사를 온전히 반영한 투표인지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려를 제기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입장은 ‘보호주의’에 기반한 전통적 장애관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보호주의적 시각은 장애인을 무능력한 존재로 간주하고, 권리 보장보다는 제한과 통제를 우선시합니다. 이러한 접근은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과소평가하고, 장애인의 정치적 주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발달장애인은 일정한 조건 하에서 충분한 설명과 보조가 주어질 경우,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와 정책에 대해 의사를 표현할 수 있으며, 이는 다양한 연구와 현장 사례를 통해 입증된 바 있습니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UN CRPD) 제29조는 모든 장애인이 정치 및 공적 삶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며, 국가가 이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실질적 조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투표의 비밀성과 더불어, 장애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자유 또한 핵심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즉, 보조 없이 투표할 자유와 함께, 보조를 요청할 자유 또한 평등하게 보장되어야 합니다.
     
     
    ● 결론: 참정권은 선택적 권리가 아니다
     
    발달장애인의 투표권 보장 문제는 소수자의 권리에 국한된 논점이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가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정의와 평등의 문제입니다. 선거란 단지 표를 던지는 행위가 아니라, 국민이 국가 운영에 참여하는 가장 본질적인 방식이며, 이 권리는 누구에게도 차별 없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발달장애인이 기표소에서 보조인을 둘 수 있는 권리, 자신의 방식으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자유는 민주주의의 필수 조건 중 하나입니다.
     
    지금의 제도는 발달장애인의 참여를 제한하거나 그 권리의 행사 여부를 ‘현장의 재량’에 맡기는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의 선거제도가 진정한 보편성과 평등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모든 시민이 동등하게 투표할 수 있을 때, 모든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모두를 위한 민주주의’를 말할 수 있습니다. 참정권은 선택적 권리가 아닙니다. 그것은 모든 시민에게 보장되어야 할, 양도할 수 없는 기본권입니다.
     
     

     
     

     

    같은 장애, 다른 대우… 발달장애인 투표는 복불복?
    주야

    조회수 255

    2025-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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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가 현재를 구할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에서 한 말이다. 5.18민주화운동 이야기인 《소년이 온다》를 쓸 때 그와 함께 한 질문이라 했다. 그 책을 쓰는 동안만의 질문이었을까. 지난 5월 17일(토) 광주의 5.18전야제를 다녀오는 동안 내게도 살아 있는 질문이었다. 과거가 현재를,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하는 현장을 보았기 때문이다. 45년 전의 광주가 오늘 대한민국을 구하고 있었다. 총칼이 아니라 노래와 시로, 춤과 연극으로 연대하는 민주주의 대축제였다.
     
    부끄러운 고백으로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1980년 5월에 나는 대구에 사는 여고 2학년이었다. 당시 TV 화면에 나오는 광주는 ‘폭도’와 ‘빨갱이’의 도시였다. 대학생이 된 후에도 광주는 두려운 ‘벽’이었다. 독재와 냉전 시대 교육에 길든 아이가 광주의 진실을 마주하기까지는 20년이 더 걸려야 했다.
     
    제45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로 올해도 광주를 다녀오는 복을 누렸다.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4.16합창단으로서 ‘민주주의 대합창’ 공연에 서는 덕분이었다. 구묘역 신묘역을 방문하고 5.18민중항쟁기념행사의 꽃이라 일컬어지는 전야제도 즐길 수 있었다. 올해는 18일 밤까지 1박 2일로 확대 진행된 전야제를 하루만 보고 돌아온 게 아쉽다. 5.18 민주 광장, 동구 금남로 1~3가 차 없는 거리, 동구 중앙로 일대는 시민 참여 부스 물결이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질 때마다 누구라도 목청껏 함께 부르는 축제였다.
     
     
    행사장 일대 사진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다시 만난 소년, 아! 오월이여
    17일(토) 오전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된 추모식부터 소개하고 싶다. 안산에서 아침 7시에 출발해 구묘역을 들르고 신묘역에 도착했을 땐 5·18민주유공자유족회가 주최 주관하는 추모식은 끝나고 있었다. 식전 공연으로 놀이패와 장애인 예술단의 공연이 있었고 5.18민주화운동 희생자에 대한 전통 제례 의식을 마친 전통 한복을 입은 분들을 볼 수 있었다. 2부 순서인 국민의례로 시작하는 추모식(10시 30분)은 내빈 소개, 추모사, 유가족 대표의 인사가 있었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과 헌화와 분향이 있었다.
     
    추모식에서 가장 소개하고 싶은 순서는 ‘다시 만난 소년, 아 오월이여!’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5·18민주화운동 추모 시 낭송 퍼포먼스’였다. 광주시낭송협회 사람들이 5·18 광주 추모 시를 모아서 한 편 한 편 낭송하는 공연이었다. 오월 광주를 추모하되 시와 음악으로, 피로 쓴 민중항쟁의 역사가 노래와 시로 살아나는 시간이었다.
     
    이창병의 ‘망월동에서’ 첫 자락을 보자. “광주 금남로에서/ 이 나라 최후의 거리마다 쓰러진 넋들의 통곡은/ 우리들의 침묵 속에 깊이 가라앉아 있습니다.” 고정희는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라고 읊었다. 김준태의 ‘오 광주여! 우리나라 십자가여!’는 광주일보(구 전남일보) 1980년 6월 2일 자 조간 1면에 실렸던 시다. 계엄 당국의 검열에 기자들이 사표로 저항한 그 시였다.
     
     

     
     
    “우리는 사람이 개처럼 끌려가 죽어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하지만 신문에는 한 줄도 실리지 않았다.” 45년 전 전남일보 기자들의 그 절규가 시로 다시 살아나는 시간이었다. “끝나지 않는 오월 다시 찾은 민주주의 당신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80년 오월을 기억하겠습니다. 그날을 잊지 않겠습니다.” 시와 노래로 하는 기억의 다짐이었다.
     
     
    민주주의 대축제 대합창
    3부로 구성된 민주주의 대축제 5·18전야제는 지정남 배우가 진행했다. 1부 ‘오월광주 환영대회’는 오월길맞이굿을 시작으로 금남로에 집결하는 수만 명의 민주 평화 대행진 대열을 노래와 춤으로 환영하는 행사였다. 2부는 ‘민주주의 축제’로 뮤지컬과 노래로 꾸며지고 3부는 ‘빛의 콘서트’로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비롯한 노래 밴드들의 무대였다. 전야제 중앙무대는 금남로 4가역 교차로에 설치되고 양방향으로 여러 개의 대형 스크린이 있었다.
    내가 416합창단으로 참여하는 ‘민주주의 대합창’ 공연은 17일(토) 오후 3시 반에 시작했다.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였다. 서울 부산 안산 광주 등에서 온 7개 시민합창단이 개별 공연으로 두 곡씩 부른 후 대합창단으로 함께 두 곡을 불렀다. 광주는 광주였다. 7개 합창단 중 푸른솔합창단, 1987합창단, 광주흥사단합창단 3개가 광주 소재 합창단이었다.
     
     
    박종철 합창단(부산) /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1987합창단(광주) /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7개 민주주의 합창단이 함께 대합창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과 '광주출전가'를 불렀다. / 사진출처: 4.16합창단
     
     
    푸른솔합창단(광주): 2015년 6월 ‘합창’을 통해 민주 인권 평화로 상징되는 ‘광주정신’을 전달하고, ‘광주공동체’의 희망을 노래하고자 창단했다. 2017년, 2018년 창작 뮤지컬 ‘빛의 결혼식-임을 위한 행진곡’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615시민합창단(서울): 2009년 8.15행사 공연을 시작으로, 민족의 역사와 겨레의 삶에 수많은 아픔을 안긴 분단 장벽을 허물고 남북 화해와 평화통일의 새 세상을 열어가기 위해 창단했다.
    1987합창단(광주): 광주 전남의 1980년 5.18민중항쟁의 불꽃을 1987년 6월 항쟁의 횃불로 군부독재를 종식시키고 민주헌법을 쟁취한 그 뜻을 노래와 합창으로 계승하고자 2018년 창단했다.
    광주흥사단합창단(광주): 1913년 도산 안창호 선생이 창립한 민족운동 단체 흥사단. 독립운동, 대한민국의 민주화, 청소년 계몽, 육성 운동으로 2017년 3월 창단, 형화와 자유를 노래한다.
    박종철합창단(부산): 19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열사와 6월 항쟁의 정신을 기리고, 시민문화운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자 2016년 8월 16일 창단했다.
    416합창단(경기 안산):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 일반 시민으로 2014년 창단됐다. 소외와 불의, 불평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에 함께 한다.
    이소선합창단(서울):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의 영결식을 계기로 2011년 결성된 노동자 합창단이다. 서울시로부터 2020년 전문예술 단체로 지정받았다.
     
     
     
    민주주의 대합창에서 불린 노래 제목을 소개해 본다. 아, 민주정부/ 무궁화/ 다시 만난 세계/ 타는 목마름으로/ 죽창가/ 깍지손 평화/ 그날이 오면/ 죽순밭에서/ 바람에 지는 풀잎으로 오월을 노래하지 말아라/ 개벽/ 껍데기는 가라/ 인간의 노래/ 돌덩이/ 오월의 노래2/ 단결한 민중은 패배하지 않는다. 그리고 전체 합창단이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과 ‘광주출전가’를 불렀다.
     
     
    <봄의 겨울, 겨울의 봄> 뮤지컬이 진행되고 있다. / 사진출처: 뉴시스
     
     
     
    전야제 2부 순서를 연 뮤지컬 <봄의 겨울, 겨울의 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80년 봄과 2025년의 겨울이 중첩되는 판타지 스토리의 뮤지컬. 공연은 “계엄이 계엄이 계엄이 계엄이 계엄이 선포됐다.”를 반복해 부르면서 시작했다. 이어서 “2024년 12월 3일 도시를 통제하고 국회를 해산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붙잡아 가두겠다고 계엄령이 선포됐다.”라는 가사는 45년 광주와 현재의 서울을 관통하는 ‘계엄’을 보여 주었다.
     
    “응 엄마, 나? 여의도 가는 길.”
    “응 여보. 걱정 말게. 서울 다 와 부렀어. 아 어치게 가만히 있나. 국회 앞에 탱크가 처들어와부렀다는디!”
     
    이어서 노래한다.
     
    “하늘에는 헬리콥터가 거리에는 탱크부대가. 상상해 본 적 없어. 이런 세상이 다시 올 거란 걸.”
     
    그랬다. 45년 전의 그 계엄령 세상이 21세기에 다시 올 줄은 나도 상상하지 못했다. “추운 겨울이 더욱 추워질지도 모른다”라고 노래하면 “안 돼! 우리가 만든 나라야”라고 화답했다. “어떻게 가만히 있어. 학교에서 배웠는데. 나도 다 알아. 이거 5·18 때랑 똑같은 거잖아. 우리도 광주 사람들처럼 나서야 되는 거잖아.”라고 젊은 여성이 외치면 “어쩌면 다시 봄이 오지 않을지 모른다”라고 노래했다. 현재와 과거를 노래와 춤으로 연결해 주었다. 1980년 오월은 2024년 12월이 되었고, 광주의 영령이 오늘의 우리를 구했음을 알렸다.
     
    가수 이은미가 작곡가 김형석이 해석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광주에서 사람들과 같이 부르고 싶었단다. ‘서른 즈음에’, ‘가슴이 뛴다’ 그리고 ‘애인 있어요’를 열창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라서 일까, 시종 가슴 뭉클하고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작곡가 김종률은 임을 위한 행진곡은 “희생하신 분들에 대한 존경, 죽음을 뛰어넘는 사랑의 찬사 그리고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를 담아” 작곡했다고 했다. 5·18전야제 브로슈어의 글을 옮겨 본다.
     
     
    민주항쟁의 연원 오월광주로 연어처럼 몰려오는 민주시민들. 고향 집 부모의 마음으로 뜨겁게 환영하는 오월 광주 공동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금남로에서 새로운 세계를 전망하다.
    항쟁의 연원 5·18: 계엄의 밤, 장갑차 앞을 맨몸으로 가로막은 시민들의 용기는 광주 시민군의 헌신이었습니다. 남태령의 새벽, 고립된 농민들을 끝내 지켜낸 연대의 마음은 오월 어머니들의 사랑이었습니다. 한남동의 눈보라를 맞으며 새로운 세계를 꿈꾸던 낭만은 민주대성회의 횃불이었습니다.
    승리의 약속 5·18: 오월의 기억으로 내란과 맞서 싸우고 있는 국민들이 민주주의 승리의 염원을 안고 광주로 달려올 것이며, 광주 공동체가 고향 집 부모의 마음으로 뜨겁게 환영할 것입니다. 서로에게 감사를 표하고, 서로를 응원하며, 내란 청산과 민주 승리를 약속하는 축제를 펼칩니다.
    미래의 표상 5·18: 5·18은 미래의 표상으로 승화할 것입니다. 국민주권이 실현되는 민주국가, 국가 주권이 실현되는 자주 국가는 오월 광주가 꿈꾸었던 대한민국입니다. 계급과 계층, 성별과 세대를 넘어 누구나 서로를 귀하게 여기며 존중하는 대동세상을 오월 광주가 먼저 체험했던 미래입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 그리고 ‘5.18헌법’
    5·18전야제 시민참여 부스의 인상을 정리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올해도 45년 전 오월의 ‘주먹밥’이 있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연대와 사랑의 밥을 3개나 받아먹었다. 영화 <택시운전사>의 모델인 독일 기자 한스 패터를 기리는 초록 택시와 운전자가 있었다. 그 앞에서 인증 사진을 찍어 보여주면 광주의 소주 ‘잎새주’ 샘플 한 병 받을 수 있었다. 소주 병 라벨에는 “1980년 5월, 광주로 간 택시운전사”라는 문구와 초록 택시가 새겨져 있었다.
     
     
    주먹밥 나눔, 택시운전사x잎새주 인증사진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아시아의 노벨평화상’이라 불리는 광주인권상을 아는가? 5·18기념재단이 2000년부터 인권과 평화를 위해 기여한 민주화 운동가들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올해 수상자는 동남아시아에서 군사 폭력과 인권침해에 맞서 생존자 보호, 진실 규명, 평화 구축 활동을 펼쳐온 인권 단체 ‘아시아 정의와 권리(Asia Justice and Rights, AJAR)’다. 특별상은 필리핀 코르딜레라 지역에서 34년간 예술을 통해 인권과 공동체 권리를 옹호해 온 ‘DKK문화동맹’이 받았다.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실제 주인공인 고 문재학 열사를 비롯한 민주유공자들의 묘비를 찾아보자. 구묘역에도 신묘역에도 너무나 어리고 젊은 얼굴들을 보라. “5·18정신 계승 민주유공자법 제정하라”는 목소리가 있었다. 유족과 가족들을 위한 교육 지원, 취업 지원, 의료 지원, 대부와 양로 지원, 양육 지원 등 다양한 지원뿐 아니라, 국가와 지자체가 각종 기념·추모 사업을 실시하고 민주화 운동 관련 시설과 교양 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라는 내용이다.
     
     
    5·18정신 계승 민주유공자법 제정 손피켓(왼쪽),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부채(오른쪽)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이라 적힌 부채를 보았다. 홍보 부스에서는 “청원 참여”를 유도하는 유인물이 배포되고 있었다. 5·18정신을 국가가 책임지고 헌법에 새겨야 한다는 요지였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광주의 희생과 단호한 투쟁이 있었기에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지켜졌다. 12·3 불법 계엄의 국민 승리가 바로 오월광주의 승리”라며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통해 대한민국을 지켜온 힘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새기겠다"라고 말했다.
     
     
     
     '아 오월, 다시 만난 오월'를 주제로 5·18민주화운동 45주기 기념행사 진행 / 사진출처: 아시아경제
     
     
     

     
     

     

    민주주의 대축제 5.18 전야제를 다녀와서
    꿀벌

    조회수 672

    2025-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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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5월, 안산의 다문화작은도서관에서 조용한 만남이 시작됐습니다. 서로 다른 여섯 나라에서 온 이주민 여성들이 '수어'를 배우기 위해 모였습니다. 말이 아닌 손짓으로, 목소리가 아닌 표정과 마음으로 이어지는 이 특별한 언어는 곧 그들의 삶을 바꾸는 연결고리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지구인 수어 합창단은 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활기차게 활동 중입니다. 처음에는 엄마들만의 모임이었지만, 곧 아이들이 합류하며 그 세계는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코스모스 활짝'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어린이 수어 팀으로 성장했습니다. 손끝으로 노래하고, 표정으로 감정을 전하는 과정은 단지 공연을 넘어서, 정체성과 자존감을 키우는 특별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첫 번째 회의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낯선 땅에서 만난 또 다른 '낯섦'과의 교감
    합창단의 구성원 대부분은 제2 언어로 한국어를 사용하는 이주민 여성들입니다. 한국에 오기 전, 그들은 자국에서 당당한 한 명의 시민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 와서는 '이방인'이 되었고, 언어 장벽으로 인해 자신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는 답답함과 소외감을 경험했습니다. 식당에서 메뉴를 주문할 때, 아이의 학교 알림장을 읽을 때, 병원에서 자신의 아픔을 설명할 때마다 느끼는 불안과 무력감은 그들의 일상이었습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버스 타는 것조차 두려웠어요. 잘못 내리면 길을 잃을까 봐, 질문해도 못 알아들을까 봐…." 합창단의 한 회원은 회상합니다.
     
    다른 회원은 "아이 학교에서 엄마들 모임이 있을 때마다 가기 싫었어요. 대화에 끼지 못하고, 때로는 다른 엄마들이 수군거리는 것 같아서…."라고 말합니다.
     
     
    도서관에서 수어연습 중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이러한 경험들이 그들이 수어를 배우며 농인들과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소리의 언어' 안에서 느꼈던 소외감, 낯선 문화에 적응하며 겪는 불안은 농인의 세계와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언어는 다르지만, 감정은 닿아 있었고, 그 연대의 토대 위에 손으로 만드는 아름다운 노래가 피어났습니다.
     
     
    드디어 초청 무대에 오르다.
    코로나 시기에도 합창단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온라인 수어 경연 대회, 뮤직비디오 제작, 찾아가는 수어 교실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을 이어갔고, 2024년에는 경기도 농문화제 수어 경연 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수상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서로 다른 세계가 손짓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인정이었기 때문입니다.
     
     
    2024년 경기도 농문화제 수어경연대회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2021년, 2022년 경기도 수어경연대회 참가사진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올해 4월 18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시흥시 초청으로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일은 합창단에게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농인을 포함한 관객 앞에서 손으로 노래하며, 이주민과 장애, 언어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서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 회원은 이렇게 말합니다. 무대에 섰을 때, 내가 더는 '외국인'이 아니라 '전달자'가 된 느낌이었어요. 우리의 손짓이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습니다.
     
     
    시흥시 장애인의 날 기념식 초청 공연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마을행사(깐 영화제(왼쪽), 마켓포레스트(오른쪽)) 초청 공연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차별을 넘어, 다름을 존중하는 공동체로
    이주민 여성들이 한국 사회에서 겪는 차별과 편견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언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지적 능력을 의심받기도 하고, 문화적 차이로 인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기도 합니다. 직장에서는 동등한 노동에도 불구하고 더 적은 임금을 받거나, 승진에서 배제되는 일도 흔합니다. 심지어 공공장소에서 무시당하거나, 아이들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아픔도 겪습니다.
     
    "한번은 마트에서 계산할 때 직원이 나를 보지 않고 한국인 남편에게만 말을 걸더라고요. 마치 내가 없는 사람처럼요." 합창단의 한 회원이 털어놓습니다.
     
    또 다른 회원은 "아이 학교 상담 때 선생님이 나에게는 말하지 않고 통역해 준 한국인 친구에게만 이야기했어요. 내가 엄마인데도…."라고 말합니다.
     
    이런 경험들이 지구인 수어 합창단 구성원들에게는 농인들의 감정을 더 깊이 이해하는 바탕이 되었습니다. 차별과 소외의 경험이 오히려 더 강한 연대 의식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수어라는 매개체를 통해 그들은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공통된 경험을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 성장하는 값진 시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시립합창단과 콜라보 공연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손짓으로 키워낸 다음 세대의 감수성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 되며 지금은 함께하지 못하지만, 그 아이들이 보여주는 높아진 장애인 감수성과 또렷해진 자존감은 코스모스 활짝 합창단이 남긴 가장 큰 선물입니다. 어떤 아이는 수어를 통해 친구들과 더 깊은 관계를 만들었고, 어떤 아이는 "장애인 친구가 생겼어요"라며 밝게 말합니다.
     
    이주민 가정의 아이들은 종종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합니다. 한국에서 태어났거나 어릴 때 한국에 왔지만, 외모나 부모의 출신으로 인해 '한국인이 아닌' 취급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수어 활동을 통해 이 아이들은 새로운 정체성과 자부심을 발견했습니다. 언어와 문화의 다양성이 약점이 아닌 강점이 될 수 있음을 몸소 체험한 것입니다.
     
    지구인 수어 합창단은 단순한 예술 단체가 아닙니다. 이들의 활동은 공감 교육이자, 문화 다양성과 장애 감수성을 일깨우는 살아 있는 실천입니다. 각종 수어 축제와 행사에 참여하며 수어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무엇보다 '다름'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2025년 1월 소년원에서의 봉사 공연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는 청소년들에게도 연대와 이해의 메시지를 전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정심학교(소년원) 공연사진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이들이 손으로 노래하는 그 모습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인가. 같은 언어를 쓴다고 다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닿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지구인 수어 합창단의 손짓은 오늘도 우리 사회에 조용하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말이 아닌 마음으로, 손끝으로 이어지는 이 노래가 더 많은 사람의 가슴에 닿기를 바랍니다. 그들의 손짓 속에는 차별과 편견을 넘어, 더 포용적이고 따뜻한 세상을 향한 꿈이 담겨 있습니다.
     
     

     

     
    지구인 수어 합창단 전연 회장의 글
     
    전연 회장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제가 한국에 처음 온 날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2013년 2월, 추운 겨울이었어요. 바람이 차갑고 마음도 외로웠습니다. 모든 소리가 낯설고, 모든 글자는 마치 암호처럼 느껴졌어요. 한국어를 배우려고 외국인 지원본부에 다녔지만, 마음속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외로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다문화 작은 도서관’을 알게 됐어요. 지하 1층에 있는 그 도서관 문을 열었을 때, 전 세계 언어로 된 책들이 저를 반겨줬어요. 특히 중국어 책이 많은 책장을 봤을 때, 저는 처음으로 이곳이 조금 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여기 자주 와요?”
     
    도서관에서 일하던 중국인 언니가 물었을 때, 저는 웃기만 했어요. 같은 말을 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따뜻했습니다. 그 도서관은 저에게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저는 도서관에서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고, 2018년 5월 29일, 한국 수어 수업도 시작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시작했는데, 그 수업은 제 인생을 많이 바꿔줬어요.
     
    수업에는 저처럼 다른 나라에서 온 엄마들, 또 한국 엄마들도 있었어요. 모두 책과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았고, 무언가 배우고 싶은 마음도 같았어요. 그리고 또 하나 공통점이 있었는데요, 바로 언어 때문에 어려움을 느꼈던 경험이었습니다. 매일 저녁, 도서관에 아이들 손을 잡고 엄마들이 들어왔어요. 피부색도 다르고 말도 달랐지만, 인사를 주고받는 손짓에는 차별이 없었어요. 손끝으로 “안녕하세요”를 처음 배운 날, 저는 마음속으로 울었습니다. 말로는 잘 못해도, 손으로는 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감동이었어요.
     
     
    2018년 경기도 농문화제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수어를 배우면서 저는 농인들과 제가 비슷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수 언어 바깥에 서 있는 사람들이었어요. 소외되고 외로운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몇 달 뒤, 우리는 ‘지구인 수어 합창단’을 만들어 대회에 나가게 되었어요. 2018년 10월 6일, 경기도 농문화제에서 우리는 수어로 노래를 했습니다. 여섯 나라에서 온 엄마들이 한국 수어로 하나의 노래를 표현한 거예요. 무대에 설 때는 많이 떨렸지만, 손으로 노래하기 시작하자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 순간, 저는 더 이상 외국인도, 이방인도 아니었어요. 그냥 감정을 전하는 사람, 그 자체였습니다.
     
     
    안산시 수어제 대상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노래가 끝나고 관객들이 손박수를 보내줄 때, 저는 눈물이 났어요. 정말 처음으로 이 땅에서 ‘나도 이곳의 일부다’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2018년 11월에는 안산 수어제에서 아이들과 같이 무대에 올라 대상을 받았어요. 아이들의 얼굴에 자랑스러움이 가득했고, 저도 정말 기뻤습니다. 이주민 아이들은 종종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런데 수어를 통해 아이들은 ‘다름’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 특별한 것이라는 걸 배웠어요. 아이들의 눈빛이 부드러워졌고, 친구들을 더 따뜻하게 대하게 되었어요.
     
    여섯 나라에서 온 엄마들과 함께한 이 경험은 정말 특별했습니다. 수어는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언어였고, 누구도 먼저 잘하지 않았어요. 그저 같은 지구인으로, 손끝의 언어로 서로를 이해하고 응원했어요. 우리는 ‘우리’와 ‘함께’라는 말을 손끝으로 배웠습니다. 지구인 수어 합창단은 올해도 계속됩니다. 다른 피부, 다른 언어를 가진 우리가 손짓으로 사랑을 전합니다. 말이 없다고 해서 마음이 없진 않다는 것, 우리는 알게 되었습니다. 가장 깊은 소통은,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걸요.
     
     
    2025.05.08. 지구인 수어 합창단 회장 전연
    

     
     
     
    손으로 노래하는 지구인들 - 언어의 경계를 넘는 연대와 감수성의 힘
    윤작가

    조회수 353

    2025-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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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직을 한 이후 나는 무엇인가를 계속해야만 했다. 가만히 있으면 퇴직이라는 나의 선택이 변화가 아닌 불안으로 다가와서 그런지, 나는 회사에 다닐 때보다 지금 더 바쁜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공익위키 또한 그런 마음에 신청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직 나에게는 ‘위스퍼, 공익위키’라는 단어가 많이 낯설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모집 공고를 찬찬히 살펴봤다. 아마‘작은 속삭임으로 만드는 더 큰 목소리’라는 문구에 끌렸을 것 같다.
     
     
    ○ 작지만 의미 있는 지식과 경험들을 ‘함께’ 모아보고 싶다?
    ○ 내가 사는 지역 안에서 공익 활동을 시작할 계기가 필요하다?
    ○ 일상의 작은 변화와 새로운 활력을 원한다?
    ○ 공익 활동 영역의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가 간절하다?
    이미 위스퍼가 될 준비가 끝났어요!
     
     
    그리고 경험, 공익 활동, 작은 변화와 새로운 활력, 마지막으로 대화라는 단어에 혹했을 것 같다. 아마 결정적인 문구는 ‘이미 위스퍼가 될 준비가 끝났어요!’라는 문장이었다. 나는 공익 위키 운영단 위스퍼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
     
     
     
     
    모임 장소인 ‘성남 공간 채움’에 가는 버스 안에서 위스퍼(whisper)라는 단어를 처음 검색했다. 위스퍼는 ‘속삭이다’라는 뜻이었다. 순간 눈을 의심했다. 누구와 속삭인다는 걸까? 속삭이는 행위를 해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났다. 게다가 '공익 위키 운영단'이라는 이름은 왠지 무거운 서사시의 주인공이 될 것만 같았다. 말이 어렵다. 뭔가 대단한 것 같은데, 감이 안 잡혔다. 나에게 '위키'라고 하면 나무위키 정도나 아는 수준이었고, 그마저도 '누가 이렇게 열심히 정리해 놓은 거지?' 하며 감탄만 하던 나였다. 그렇게 아무 정보 없이 교육장에 들어섰다.
     
     
    성남에 있는 공간 채움에서 교육은 진행되었다.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첫 수업, 첫 시간. 익숙한 것이라고는 내 숨소리뿐이었다. '공익 위키, 위스퍼, 빠띠'라는 낯선 단어들이 폭우처럼 쏟아졌다. 그저 가만히 앉아 흘러가는 것들을 바라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르자 조금씩 윤곽이 잡혔다. 공익 위키, 위스퍼라는 것은 공익적인 지식과 경험을 사람들과 나누고, 그걸 기록하는 활동이었다. 이야기를 나누고, 그 이야기들이 위키라는 형식으로 남겨지는 거였다. 마치 세대와 세대 사이의 다리를 놓는 작업 같았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두 번째 시간은 자기소개와 관심 키워드 나누기였다. 방 안엔 생기 넘치는 20~30대들이 가득했다. 시민단체, 청년 활동, 지역사회 운동.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물살 같았다. 각자의 목소리가 모여 하나의 강을 이루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한쪽 구석에, 나는 있었다. 가장 나이가 많았다. 그 사실이 유난히 크게 느껴졌다. 조용히 눈을 피했다. 그게 내 방식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몇몇 친구들이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줬다. 야구를 좋아한다는 친구. 그리고 "요즘은 우리 아버지 세대만 경실련을 알더라고요"라며 웃던 경실련 소속의 젊은 활동가.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나 그 세대 맞다. 경실련이 전성기였던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 그 순간 세대 사이의 틈이 마음 한편에 깊은 골을 내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는 자격지심이었다.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세 번째 시간은 본격적인 '위키 만들기' 시간이었다. 주제는 두 가지. 하나는 DEI(다양성, 공정성, 포용성), 다른 하나는 Young Carer(영케어러). 나는 망설임 없이 '영케어'를 선택했다. 돌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얼마나 낮은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가 살아오며 본 많은 사례가, 이름도 제대로 붙지 않은 채 흘러갔던 기억이 있어서였을지도 모른다.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솔직히 조금 아쉬웠다. 그들은 '영케어'라는 개념은 알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무게를 체감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내가 아는 사례를 꺼냈다. 소년소녀가장, 코다(CODA), 이주민 자녀, 형제자매 돌봄. 아직 어린 나이에 감당해야 하는 책임들. 다들 놀란 눈으로 내 이야기를 들었다. '아, 이 친구들은 아직 경험은 적지만 그만큼 더 듣고, 배울 준비가 되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눈빛이 좋았다. 열린 눈. 열린 귀. 그들의 눈빛에서 이 세상이 조금씩 변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보였다.
     
     
    ※ 공익위키 구경가기
     - DEI(다양성, 공정성, 포용성)
     - Young Carer(영케어러)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우리는 역할을 나눴다. 내가 맡은 역할은 Young Carer(영케어러) 개념과 정의였다. 유형별 사례는 소랑님, 나기님이 맡았다. 정책 정리는 다영님, 해외 정책과 참고 사례는 동훈님이 맡았다. 팀플레이는 언제나 그렇듯 조별 과제의 향기를 풍기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누구도 리더가 되지 않았지만, 모두가 조금씩 이끌었다. 낯선 사람과 낯선 개념을 함께 다듬어가는 일. 손가락 끝으로 흙을 만지듯 조심스럽게, 하지만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그게 이번 수업의 묘미였다. 마지막으로 팀별로 만든 공익 위키를 발표하며 질문을 받았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수업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버스를 기다리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공익 위키와 나무위키는 뭐가 다를까? 나무위키는 디테일이 살아 있다. 하나 검색하면 열 가지를 알게 되는 마성의 백과사전. 그에 비해 아직 공익위키는 '앱 초안 수준'이랄까. 조심스럽게 태어난 아기 같았다. 공익 위키. 시민들에게 공익은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이 질문이 밤하늘의 별처럼 내 머릿속에 빛났다.
     
    혼란스러운 하루였다. 하지만 그런 혼란이 나쁘지는 않았다. 낯선 세계에 발을 디뎠다는 건, 다시 배울 기회이기도 하니까. 마치 바다에 첫발을 담그는 것처럼,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하는 순간이었다.
     
    나이 들었다고 멈출 이유는 없다. 젊다고, 모른다고 탓할 이유도 없다. 그저 함께 배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다른 나이, 다른 경험, 다른 시선이 모여 하나의 그림을 그리는 것. 그것이 위키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공익 위키는 아직 작고 미약한 속삭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속삭임들이 모여 언젠가 큰 목소리가 된다면, 그 시작점에 내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조금은 자랑스러울지도 모르겠다. 마치 작은 씨앗이 나무가 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본 정원사처럼. 어쩌면 이 모든 과정이, 내 마음속에 잠자고 있던 무언가를 깨우는 작은 속삭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이제, 그 속삭임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공익웹진] 경기도 공익활동 단체가 기대하는 2025년의 모습은? /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현장스케치] 나의 첫 공익위키 체험기
    윤작가

    조회수 302

    2025-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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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출처 : 챗gpt를 활용한 ai제작
     
     
     
    ● 영 케어러란 누구인가?
    영 케어러(Young Carer)란 가족 내에서 질병, 장애, 정신질환, 노화 등으로 인해 자립이 어려운 구성원을 돌보는 역할을 수행하는 아동·청소년 또는 청년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만 18세 이하를 기준으로 하며, 경우에 따라 만 25세 이하의 청년까지 포함되기도 합니다. 이들은 단순히 일상적인 가족의 일원으로서 돕는 수준을 넘어, 실제로 성인이 담당해야 할 간병, 가사노동, 감정적 지지, 생계 보조 등의 책임을 실질적으로 떠맡고 있습니다. 영 케어러가 수행하는 돌봄의 범위는 매우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신체적으로 거동이 어려운 부모나 조부모를 부축하거나, 약을 챙겨주고 병원에 동행하는 일은 물론, 식사 준비, 청소, 세탁 등의 가사노동까지 맡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장애가 있는 동생을 돌보거나, 우울증이나 중독 증세를 앓는 가족 구성원을 정서적으로 지지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처럼 영 케어러는 또래와는 다른 무게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주변에 알리기 어려워하며, 오히려 '가족이니까 당연하다'는 사회적 시선 속에 침묵을 강요받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책임은 아동·청소년기라는 생애 주기의 특성과 맞지 않아 학업을 포기하게 하거나, 또래 관계 형성에 제약을 주고, 자아 정체성 발달을 방해하는 등 다층적인 문제를 야기합니다.
     
     
    ● 한국 내 영 케어러의 실태
     
    한국에서는 아직 영 케어러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정의가 존재하지 않고, 관련 통계 또한 극히 제한적입니다. 공식적인 전수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그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채, 대부분의 영 케어러는 비가시적인 상태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연구에서는 청소년의 약 2~3%가 영 케어러로 추정되고 있으며,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등 돌봄 취약 가정에서 더 높은 비율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보다 구체적인 조사 결과도 나와 있습니다. 2023년 김지선 한국사회보장정보원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가족 돌봄 청년 기초 연구’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만 9세에서 18세 사이의 영 케어러는 총 7만 885명으로, 해당 연령대 인구의 약 3.5%에 해당합니다. 이는 국내 최초로 실시된 영 케어러 규모 추산 결과로, 지금까지 은폐되어 있던 청소년 돌봄자의 존재를 드러낸 중요한 자료로 평가됩니다. 이 추산은 기초생활수급 가구 중 장애인, 중증 질환자, 70세 이상 노인이 있는 가구를 대상으로 하였으며, 생계 책임을 지는 소년·소녀 가장, 알코올 중독자나 치매 환자 가족을 간병하는 경우도 포함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10대 영 케어러는 부모나 조부모의 질환·중독 문제를 대신 떠안고, 생계비 마련부터 간병, 가사노동까지 전방위적인 책임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정작 본인의 학업이나 진로 탐색, 또래 관계 형성 등 청소년기에 반드시 필요한 성장 과정은 희생되기 쉽습니다. 학교생활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중도 포기하게 되는 사례도 적지 않으며, 결국 이들은 사회적 안전망 바깥에서 ‘미래를 저당 잡힌 청소년’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영 케어러라는 용어는 1980년대 영국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부모 등에게 무보수로 돌봄 노동을 제공하는 청소년'으로 정의됩니다. 영국, 호주 등은 이들을 독립된 사회정책 대상으로 인정하고, 생계비 지원, 돌봄 서비스 제공, 교육 지원 등을 통해 국가적 차원의 보호 조치를 시행 중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영 케어러를 위한 정부 차원의 공식 추산이나 체계적인 지원책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실제로 국제 학계에서는 한국의 영 케어러 대응 수준을 총 7단계 중 최하위인 7단계, 즉 ‘무반응 국가’로 분류하고 있어 제도적 공백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국내 영 케어러는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숨겨진 집단’, ‘잊힌 최전선’으로 남아 있으며, 제도적 보호 없이 가족 내 돌봄 부담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들을 사회의 책임으로 인식하고, 실질적 정책 개입과 지원 체계 마련을 논의해야 할 시점입니다. 
     
     
    ● 영 케어러가 겪는 어려움
    영 케어러가 감당해야 하는 부담은 단순히 육체적인 노동에 그치지 않고, 삶의 전반에 걸쳐 복합적인 문제로 나타납니다. 첫째, 이들은 돌봄 책임으로 인해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습니다. 아침 일찍 가족의 간병을 마치고 등교해야 하거나, 병원 동행, 가사노동 등의 이유로 결석과 지각이 반복되며, 심지어는 학업을 포기하게 되는 사례도 발생합니다. 이는 결국 학력 단절, 진로 제한, 취업 기회의 박탈로 이어지며 장기적으로 사회적 계층 고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둘째, 정서적·심리적 부담과 사회적 고립 또한 심각한 문제입니다. 또래와는 다른 책임감과 부담 속에서 성장한 영 케어러는 우울, 불안, 죄책감, 분노 등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에 노출됩니다. 친구와의 관계를 맺을 여유가 없고, 여가 생활 역시 단절되어 고립감을 느끼기 쉬우며,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조차 ‘가족을 배신하는 행위’로 여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더불어 가족의 생계를 돕기 위해 아르바이트나 부업을 병행하는 등 경제적 책임까지 떠맡는 경우도 있어, 청소년이 감당하기에는 과도한 짐을 지고 살아가는 현실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영 케어러는 교육, 정서, 사회, 경제 등 전 영역에서 다층적인 어려움을 경험하며, 그에 따른 종합적 지원이 절실합니다.
     
     
    ● 국내 제도적 변화와 정책 동향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영 케어러와 같은 위기 청년·아동에 대한 제도적 대응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국가 차원의 입법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2025년 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가족돌봄 등 위기 아동·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의결하였으며, 이는 위기 상황에 놓인 아동과 청년에 대한 종합적 지원 체계를 법제화한 최초의 시도입니다. 이 법안의 제정 목적은 사회적 고립이나 돌봄 과부하 등으로 삶의 질이 저하된 청년과 아동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의 보장과 사회참여를 가능하게 하고 궁극적으로 사회 전체의 활력을 높이기 위한 것입니다.
     
    이 법안은 우선 ‘가족돌봄 아동·청년’을 34세 이하로서 돌봄이 필요한 가족에게 간호, 간병, 일상생활 지원 등의 무보수 도움을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병역의무 이행자에 대해서는 그 기간을 연령에 가산하여 포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립·은둔 아동·청년’은 타인과의 교류가 극히 제한되거나 상당 기간 동안 좁은 거주공간에 머물며 일상생활이 어려운 사람으로 정의함으로써, 다양한 위기 양상을 포괄하려는 의도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제도적 운영 측면에서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아동정책조정위원회 및 청년정책조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5년마다 ‘위기 아동·청년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며, 3년마다 전국 단위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단발적 지원이 아닌, 중장기적 정책 설계와 집행이 가능해집니다. 지원 체계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위탁·지정한 기관·단체가 전담하며, 실태조사나 본인 신청을 통해 발굴된 위기 청년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각각의 사례에 맞춘 맞춤형 사례관리 계획을 수립하여 사회보장급여를 연계·지원합니다. 사례관리 종료 시까지 지속적인 관리가 의무화된 점은 큰 특징입니다. 구체적인 지원 항목으로는 심리상담, 건강관리, 학업 연계, 취업 준비, 주거 안정 지원뿐 아니라, ‘가족돌봄 아동·청년 특별지원’, ‘고립·은둔 청년 맞춤형 프로그램’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자기 돌봄을 위한 시간과 비용까지 국가가 지원할 수 있도록 근거가 마련된 점은 기존 복지 정책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보건복지부장관이 위기아동·청년 정책센터를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며, 모범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을 ‘전문지원기관’으로 인증하는 체계도 함께 도입됩니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는 정책의 실효성과 현장성과를 동시에 확보하려는 것으로, 향후 실행 과정에서의 평가와 개선이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법안은 단순한 복지 확장의 의미를 넘어, 그동안 ‘가정 내 문제’로 은폐되어 온 영 케어러의 삶을 사회의 책임으로 전환시키는 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향후 실제 법 집행 시 충분한 예산 확보, 전문 인력 배치, 지역 간 형평성 등의 문제가 뒷받침되어야만 제도의 목적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 해외의 영 케어러 지원 사례
    영 케어러 문제는 이미 해외 여러 나라에서 사회적 이슈로 다루어지고 있으며, 각국은 제도적 대응과 복지 지원을 통해 체계적인 보호에 나서고 있습니다. 영국은 2014년 ‘아동 및 가족법(Children and Families Act)’을 제정하여 영 케어러를 공식적으로 법에 명시하고, 지방정부에 실태 파악 및 지원 의무를 부여하였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영국 내 많은 학교에서는 ‘Young Carers in Schools’라는 전국 단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교사가 영 케어러를 조기에 인지하고 학업·정서·생활지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훈련을 받습니다. 또한 ‘Care Advice Line’과 같은 전용 상담 창구를 통해 이들에게 심리적 상담과 정보 제공을 하고 있습니다. 호주는 ‘Carer Gateway’라는 국가 차원의 온라인 플랫폼과 ‘Young Carers Network’를 구축하여, 영 케어러가 본인의 상황을 자발적으로 공유하고, 필요한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호주는 이 외에도 청소년 돌봄자를 대상으로 한 수당과 학업 보조금,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 학교와의 협력 서비스 등 다양한 재정적·교육적 지원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2020년부터 후생노동성과 문부과학성이 공동으로 영 케어러 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보건·복지·의료·교육을 아우르는 연계 시스템을 바탕으로 학교 교직원, 지역 복지 담당자, 병원 등이 협력하여 조기 발굴과 사례 관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은 지방자치단체별 전담창구를 설치하고, 영 케어러를 위한 상담, 지역 사회 자원 연계, 단기 돌봄 지원 등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지역 실정에 맞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영국, 호주, 일본은 제도적 정의뿐 아니라 교육, 상담, 경제 지원, 지역 기반 연계에 이르기까지 다층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이 향후 영 케어러 정책을 설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참고 사례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영 케어러는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보이지 않는 돌봄 노동자’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운 가족의 간병과 가사노동, 정서적 지원까지 맡으며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이들은, 공식적인 복지 체계나 제도에서조차 인식되지 못한 채 긴 시간 침묵 속에서 고립되어 왔습니다.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돌봄의 책임을 가족, 특히 여성과 아동에게 전가해왔고, 영 케어러 문제 또한 그 연장선상에서 개인의 책임이나 ‘효(孝)’의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돌봄이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책임이라는 인식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이들의 인권은 계속해서 침해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 케어러는 단지 가족을 돕는 아이들이 아니라, 국가의 공적 돌봄 시스템이 부재하거나 작동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구조적 취약계층입니다. 이들은 학업, 진로, 친구 관계, 자기 돌봄 등 청소년기에 보장되어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빼앗기고 있으며, 그로 인해 성인이 되어도 교육·고용·건강 등 다방면에서 장기적인 손실을 겪을 위험이 큽니다. 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이들을 위한 조기 발견 시스템, 정서적·경제적 지원, 교육 연계, 법적 보호 체계가 마련되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돌봄의 공공성을 확대하여 아동·청소년이 가족의 돌봄 공백을 메우는 일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국가와 사회는 이제라도 영 케어러의 존재를 분명히 인식하고, 그들의 권리 회복과 자립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나서야 할 시점입니다. 아동과 청소년은 미래의 주체이기 이전에 현재의 권리 주체이며, 이들의 삶을 책임지는 것은 복지국가로서의 최소한의 의무입니다. 지금 이들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우리 사회가 얼마나 포용적이고 책임 있는 공동체인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입니다.
     
    
     

     
     
     
     
    내가 엄마를 돌본다고요?… 교복 입은 간병인들의 비밀
    주야

    조회수 391

    2025-05-19
  •  
    그림출처 : 챗gpt 활용한 ai제작
     
     
    
    여러분, “도서관의 날”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도서관의 날은 책을 통해 누구나 지식과 문화를 자유롭게 접하고, 사람들과 함께하는 공동체 정신을 키우자는 뜻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날입니다. 이날은 도서관의 소중한 가치를 알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이용하여 다양한 사회·문화적 가치를 확산시키도록 응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도서관법 개정(2022년 12월 8일 시행)에 따라 매월 4월 12일로 지정되었으며, 2023년 첫 법정기념일을 맞이하였습니다. 도서관법 시행령에 따르면, 도서관의 날부터 1주간을 도서관 주간으로 정하여 도서관들은 해당 기간에 취지에 적합한 도서관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할 수 있습니다. 도서관 이용 활성화를 위해 이번 해인 2025년에도 전국 도서관에서 강연, 체험행사, 기념식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안양시의 도서관들에서 어떻게 도서관의 날을 기념하였는지 살펴볼까요?
     
     
    안양시 곳곳에서 펼쳐진 문화축제, 다양한 ‘도서관의 날’ 행사
     
    출처: 안양시
     
     
    지난 4월, 경기도 안양시의 관내 10개 공공도서관은 도서관의 날 및 도서관의 주간을 맞이하여 ‘꿈을 키우는 씨앗, 도서관에 묻다.’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다양한 독서문화 행사를 개최하였습니다. 책과 사람, 상상력과 현실이 만나는 특별한 한 주. 시민들은 도서관이라는 지식과 문화의 공간에서 작지만 큰 힘을 지닌 여러 가지 꿈들을 키우며 소중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관양, 비산, 호계, 안양어린이, 벌말 도서관 등에서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전 연령층을 위한 다채로운 행사들이 열렸습니다.
     
     
    관양도서관
    관양도서관에서는 4월 14일, ‘업사이클링 팝업북 만들기’ 프로그램이 진행되었고, 4월 19일에는 ‘윤정선 작가와의 만남 <퇴근 후, 그림책 한 권>’ 강연이 진행되었습니다. 같은 날 안양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과년도 잡지를 선착순으로 무료 배부하기도 하였습니다.
    출처: 관양도서관 홈페이지
     
     
    호계도서관
    호계도서관에서는 4월 4일부터 5월 9일까지 성인을 대상으로 ‘도서관 속 비주얼 씽킹’ 프로그램을 진행하였고, 같은 기간에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처음 접하는 비주얼 씽킹’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4월 26일에는 ‘최정은 작가와의 만남 <비주얼씽킹, 스토리로 말하라>’ 강연을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안양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책 속 그림 전시 <꽁꽁꽁 피자>’를 열었습니다.
     
     
    안양어린이도서관
    안양어린이도서관은 그 이름에 걸맞게 어린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였습니다. 4월 12일, ‘반짝반짝 빛나는 자개 책갈피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하였고 4월 19일, ‘장희정 작가와의 만남 <놀이터의 비밀>’ 강연을 열었습니다. 4월 15일과 17일에는 ‘이야기와 함께하는 영어 그림책 읽기’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아이들에게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였습니다.
     
     
    벌말도서관
    벌말도서관에서는 안양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4월 12일부터 30일까지 과년도 잡지를 선착순으로 배부하였으며, 4월 12일에는 ‘이윤정 작가와의 만남 <문해력 뛰어난 아이는 이렇게 읽습니다>’ 강연을 진행하였습니다. 또한, 초등학교 3~4학년을 위한 ‘보드게임으로 즐기는 세계사’ 프로그램을 열기도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안양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4월 19일과 30일 각각의 날에 ‘향기로 떠나는 마음 여행’, ‘특별 영화 상영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행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출처: 벌말도서관 홈페이지
     
     
    비산도서관
    비산도서관에서는 4월 19일, 안양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과년도 잡지를 배부하였으며, 4월 한 달간 ‘시민 창작 그림책 원화 전시 <말풍선 키우기>’를 진행하였습니다. 또한 4월 11일~5월 2일까지 ‘천미진 작가의 <그림책 글쓰기 워크숍>’ 프로그램을 주최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초등학생들을 위한 ‘복슬복슬 모루인형 만들기’ 체험을 4월 19일에 진행하였습니다.
     
    출처: 비산도서관 홈페이지
     
     
    특히, 4월 한 달 동안 비산도서관 2층 로비에서 진행되었던 ‘시민 창작 그림책 원화 전시 <말풍선 키우기>’는 도서관을 찾은 시민들에게 따뜻한 영감을 불어넣었습니다. 2024년 비산도서관 시민 그림책 작가 특성화 프로그램 『내 꿈을 칠하다: 청년 그림책 작가』우수작 5종 원화를 전시하는 행사로, 새파란(김예인) 작가의 <말풍선 키우기> 원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도서관에서 피어난 작은 꿈들
     
    ‘도서관의 날’은 단순히 하루를 기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책 한 권, 한 번의 강연, 한 번의 체험 활동이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 작은 씨앗처럼 심어지고, 그 씨앗이 성장 과정을 거쳐 희망찬 꿈으로 자라나게 됩니다. 이번 안양시의 다양한 도서관 행사들은 사람들에게 문화의 빛을 비춰주고, 꿈의 씨앗을 심어준 뜻깊은 것들이었습니다. 어린아이부터 성인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강연과 체험, 다양한 전시를 통해 책과 사람이 연결되고,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도서관은 단순한 지식 저장소의 역할을 넘어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위한 중요한 문화 공간으로 기능할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다양한 지역의 도서관에서 진행되는 다채로운 ‘도서관의 날’ 행사에 참여하여 책과 함께, 또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리고 따뜻한 이야기와 함께 성장하는 소중한 경험을 해보시면 어떨까요? 책과 이야기, 그리고 타인과의 소통이 주는 감동은 여러분의 마음속 깊이, 오랜 시간 동안 자리할 것입니다.
     
    또한, 반드시 도서관의 날 행사가 아니더라도 안양시를 비롯하여 다양한 시의 도서관에서 매달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살고 계신 지역의 도서관의 홈페이지에 방문하여 여러 가지 색다른 프로그램들과 강연들, 전시회들을 직접 체험해 보시는 것은 어떤가요? 이제 도서관은 점점 더 진정한 문화의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이 문화의 공간을 통해 세상을 넓히고 더 많은 꿈을 키워가기를 소망합니다.
     
    '도서관의 날'은 책을 넘어, 삶을 풍요롭게 하는 공간의 가치를 다시 새기는 날입니다. 도서관들은 지식과 문화, 꿈이 자라는 터전이 되어주었습니다. 오늘 심은 작은 꿈은 책과 함께 자라며, 우리의 미래를 더욱 밝히게 될 것입니다.
     
    

     

     

    “꿈을 키우는 작은 시작”, 2025 안양시 도서관의 날 행사
    코코볼

    조회수 333

    2025-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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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연합뉴스
     
    
    2025년 5월 1일, 숭례문에서 세계 노동절 대회가 있었습니다. 이번 노동절 대회에는 다양한 분야의 노동자들이 참여하여 자리를 빛내주셨는데요. 그 현장의 열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2025 세계노동절대회 메인 포스터 / 출처: 민주노총
     
     
    11시 50분부터 시작된 행사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여는 마당에서는 노동자 풍물패의 힘찬 공연이 펼쳐졌고, 12시 30분부터는 참여자들이 즐길 수 있는 OX 퀴즈가 진행되었습니다. 이어서 1시 20분부터 약 30분간 본무대에서 보이는 라디오 “할 말 잇수다”가 진행되었는데, 이 프로그램은 다양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사연을 소개하며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필자는 2시 30분부터 열린 “2025 세계노동절대회” 본 행사에 참여하였고, 이후 오후 4시까지 이어진 부스 부대행사와 전시에도 참여하며 뜻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민주노총 세계노동절 포스터전, 매 해 노동절이 돌아올 때마다 다른 디자인의 포스터들이 전시되어있었다. / 출처: 에디터 직접촬영
     
     
    오후 2시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도착한 광화문에서, 숭례문까지 한참을 걷고 있는데 자신의 소속을 밝히는 깃발을 들고 이동하는 노조원들을 보며 저도 같이 행진에 참여하는 것 같아 연대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노조 깃발이 외에도 각자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은 오색찬란한 깃발들을 보며 존경심이 들었습니다.
     
    필자는 우선 이번 대회에 함께한 다양한 부스들을 구경했습니다. 민주노총, 성 소수자 노조, 출판노조 등 여러 조합원들이 모여, 다양한 의제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굿즈 판매와 체험 부스 등을 운영했습니다. 깃발 제작 체험, 민주노총의 노동 상담, 성평등 관련 부스, ‘무지개 수호대’(성 소수자를 지키는 민주주의), 전봉준 투쟁단 등 수도권 대회에서만 무려 40여 개의 투쟁 및 의제 부스가 운영되었습니다. 부스들은 서명운동, 퀴즈,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되었지만, 그들이 바라는 것은 결국 하나로 느껴졌습니다. 모두가 부당한 대우와 차별 없이 동등하게 일하며,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고자 하는 바람은 공통적이었습니다.
    
     
    2025 세계노동절대회 참여부스 / 출처: 에디터 직접촬영
     
     
    예전에도 이런저런 부스를 체험해 볼 기회가 많았지만, 노동조합이나 인권과 관련된 부스를 접한 것은 처음이라 더욱 의미 있게 느껴졌습니다.
     
    오후 2시 30분이 되자, 노동절 대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하루 종일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데도 불구하고, 우의를 입고 각자의 목소리를 담은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온 사람들이 주최 측 추산 약 3만 명이라고 합니다. 노동자 처우 개선 등 다양한 문제들로 지금도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분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고, 공공운수노조가 ‘주 7일 배송’ 문제에 대해 발언하는 장면도 인상 깊었습니다.
     
    
    다양한 노조 깃발을 들고 비를 맞으며 함께하는 사람들 /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비록 작은 변화일지라도 점차 인식이 달라지고, 회사나 사회도 노동자의 이야기에 조금씩 더 귀 기울이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지만, 모든 노동자가 부당한 대우 없이, 안전하고 존중받는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그날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이들의 걸음에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 투쟁!
     
     
     

     

     

     

     

    모든 노동자가 정당한 대우를 받고 일하는 날까지, 투쟁!
    덕배

    조회수 435

    2025-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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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의 달, 변화하는 가족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한국 사회의 가족 구성 변화와 경기도의 흐름을 함께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입니다. 과연 지금, 우리는 어떤 가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을까요?

    통계에 따르면, 2020년과 2023년을 비교했을 때 전통적인 2세대 가구(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정)는 점차 줄어드는 반면, 1세대 가구와 1인 가구의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한국 사회가 더 이상 ‘전통적 가족’을 기준으로만 구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다양한 생활양식이 확산되며, 가족의 형태 역시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이제 가족은 ‘혈연 중심의 집단’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관계의 방식’으로 재정의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경기도 역시 변화하는 가족 형태를 반영한 정책과 지원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가정의 달은 그저 기념의 시간이 아니라, 변화하는 가족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라며 글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출처 : 2023년 한눈에보는 가족실태조사(여성가족부)

     

     

    아래 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의 가족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음을 보여줍니다. 결혼 후 반드시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전통적 가치관은 점차 약해지고 있으며,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수용성은 40~50%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는 개인의 선택과 삶의 방식이 존중받는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가족 형태가 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에 대한 정서적 유대와 본질적 기능은 여전히 견고하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가족은 서로 돕고 의지하는 편이다”(81.9%), “있는 그대로를 인정한다”(75.0%), “모두의 의견을 존중한다”(72.5%), “상당히 친한 편이다”(71.0%) 등 모든 항목에서 70% 이상의 공감대를 보였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결국, 가족은 어떤 모습이든 ‘서로를 존중하고 지지하는 관계’라는 본질을 중심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출처 : 2023년 한눈에보는 가족실태조사(여성가족부)

     

    앞서 세대구성의 변화에서도 살펴 보았듯이 1인 가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새로운 문제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1인 가구 여성은 아플 때나 위급한 상황에서 적절한 도움을 받기 어렵고, 남성의 경우는 균형 잡힌 식사와 같은 일상적인 건강 관리에서 큰 불편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려되는 점은 사회적 고립의 위험입니다. 관련 조사에 따르면, 사회적 고립 위험군 중 여성의 비율이 62.3%로 남성(37.7%)보다 높았으며,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그 비중이 더욱 크게 나타났습니다.이제 우리는 ‘혼자 사는 삶’에 대한 지원을 단순한 주거 차원을 넘어 정서적·사회적 돌봄의 문제로 확장해 바라보아야 합니다. 1인 가구에 있는 구성원들이 외로움 속에 방치되지 않도록 사회적 연결망과 맞춤형 지원이 강화되어야 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경기도, 가장 '다문화적인' 가족이 살아가는 곳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다양한 가족 형태가 공존하는 지역입니다. 특히 눈에 띄는 특징은 다문화가구 비율이 전국 1위라는 점입니다. 전체 다문화가구원 중 약 30.7%가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을 만큼, 경기도는 다문화가족의 삶의 터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곧 경기도가 ‘다양성의 일상화’를 가장 앞서 경험하고 있는 지역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문화가족이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정책과 제도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경기도에서 진행하고 있는 다문화관련 정책과 지원사업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 2023년 경기도 다문화가족 실태조사(경기도여성가족재단)

     

    경기도 내 다문화가족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이제 이들의 삶은 일시적인 정착이 아닌 ‘장기적 정착’의 형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책도 단순한 초기 적응을 넘어, 양육 지원, 고용 안정, 노후 준비까지 아우르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특히 자녀 교육과 사회 적응을 위한 통합 서비스, 그리고 경제적 자립을 위한 한국어 교육 및 취업 지원은 다문화가족의 안정적 정착에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들이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이 꾸준히 이어져야 합니다. 경기도는 이러한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관련 정보는 경기도청 누리집에서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경기도청누리집

     

    경기도는 도내 31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업무를 지원하며, 지역 사회와의 네트워크 강화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이는 각 지역의 특성과 필요를 반영한 맞춤형 지원을 가능하게 하고, 다문화가족이 보다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수원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누리집에서는 경기도 31개 시·군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직접 연결되는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필요한 서비스를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수원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누리집

     

     

     

    한부모가족, 더 이상 혼자만의 책임이어서는 안 됩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족 형태 중 하나는 바로 한부모가족입니다. 여성가족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양육비와 교육비 부담’입니다. 한부모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전체 가구의 60.3% 수준에 불과하며, 특히 84.2%가 이혼으로 인한 가정으로, 평균 1.5명의 자녀를 양육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양육비를 제때 받지 못하는 현실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어 이들의 삶은 늘 불안정한 경계에 놓여 있습니다. 이에 경기도는 ‘한부모가족 지원 거점기관’을 통해 양육비 청구 소송 지원, 위기 임산부 지원사업 등 실질적인 정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3년 10월 개설된 ‘위기 임산부 안심상담 핫라인’(010-4257-7722)은 출산과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에게 긴급한 도움을 제공하는 창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관련한 자세한 정책은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복지포털 ‘복지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경기도 한부모가족 지원 거점기관

    복지로 사이트

    출처 : 2024년 한부모가족실태조사(여성가족부)

     

    가정의 달,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며

    경기도의 가족 형태는 전통적인 구성에서 벗어나 점차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1인 가구, 다문화가정, 한부모가정 등 새로운 가족 형태가 일상이 된 지금, 우리 사회의 인식 또한 함께 변화해야 할 때입니다. 2025년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의 의미를 획일화된 틀로 바라보는 시선을 넘어서야 합니다. 다양한 가족이 존중받고, 책임있는 연대가 있는 사회. 이것이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방향이길 바랍니다.

    [기획]그림으로 보는 경기도 가족의 변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이수정

    조회수 483

    2025-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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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가끔 힘이 드는 날이면, 정글짐 꼭대기에 올라 모래바람 휘몰아치던 구름사다리 너머로 세상을 내려다보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곤 합니다. 하지만 요즘 우리 동네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네모난 철봉과 미끄럼틀, 모래 대신 깔린 고무매트, CCTV 아래 놓인 그네... 어쩌면 이건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어른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만든 공간’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사라진 놀이권, 아이들은 도시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뛰면 혼나는 세상, 누구를 위한 놀이터인가요?”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5년 4월 기준 우리나라의 관리 대상 놀이터는 총 83,810개입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53.7%가 주택단지 내에 있으며, 이는 많은 놀이터가 해당 단지 주민만 이용 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도시공원 내 놀이터는 전체의 14.5%로, 아파트 외 거주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놀이터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출처 : 행정안전부. (2025). 『전국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시스템(2024년 4월 기준)』. https://www.cpf.go.kr/cpf/ko/nori/0001/index.jsp
    공원은 또 다른 인간의 동반자인 반려견 산책로로 바뀌고, 방과 후 시간은 학원으로 향하는 아이들의 스케줄에 밀려 놀이 시간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저출생으로 아이 수가 줄어들었다는 말은 자주 들리지만, 그렇다고 놀이공간까지 줄어드는 것이 당연한 일일까요?
     
     
    
    출처: 챗GPT활용 ai생성 이미지
     
     
    놀이가 사라진 아이들, 성장에도 틈이 생긴다
     
    놀이는 단순한 시간이 아닌 감정 조절, 사회성, 창의성을 키우는 아이들의 필수 활동입니다. WHO와 유니세프는 놀이를 아동의 기본권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31조에서도 “모든 아동은 적절하고 균등하게 여가와 놀이를 누릴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여전히 놀이를 ‘사치’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초등 입학 전부터 시작되는 사교육, 방과 후 시간을 채우는 학원 스케줄, 그리고 놀이를 위한 공간은 점점 유료화되고 있습니다. 더하여, 관리 주체가 불분명한 놀이터는 민원이나 안전의 이유로 통제되는 시설도 많습니다. 미끄럼틀에서 넘어졌다고 민원이 들어오면 그 시설을 없애는 경우나 공원에서 ‘아이들 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놀이터를 폐쇄한 사례도 흔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안전’을 이유로 아이들의 모험과 자율은 통제되고, 놀이터는 규칙 속의 공간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심리학자 김태형은 “아이들은 자유의사에 따라 놀이를 선택하고, 그 과정에서 기쁨과 행복 같은 감정을 체험합니다. 이 자유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만큼, 이를 박탈당하면 무력감에 빠지고 맙니다.”라고 말합니다. (출처: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161006051800805)
     
    놀이에 대한 어른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놀이가 단지 여유가 아닌 권리로 받아들여질 때, 우리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바로 이 ‘놀이의 자유’입니다.
     
     
    사라진 놀이권을 되찾기 위한 노력들 – 국내외 사례로 본 실천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실제 지역사회에서는 어떤 실천이 이루어지고 있을까요? 제도적 한계를 넘어 아이들의 놀이권을 회복하고자 했던 국내외의 시도들을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살펴봅시다.
     
    [경기도] 놀이 활동가 파견 사업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은 2022년부터 경기도 내 아동 돌봄 시설과 놀이공간에 놀이 활동가를 파견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였습니다. 이 사업은 전문 놀이 활동가가 각 기관에 상주하거나 정기적으로 방문해 아동의 발달 단계에 맞는 놀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정서적 안정감을 회복하고 놀이를 통해 또래와의 상호작용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었으며, 기관 내 돌봄 교사의 부담을 줄이고 놀이의 질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위축된 아동의 놀이 경험을 회복하는 데 기여한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출처: 경기도여성가족재단, 2022)
     
     
    출처: 경기도여성가족재단 홈페이지
     
     
    [전북 완주군] 이동형 플레이버스
    완주군은 교통이 불편하거나 놀이터가 없는 농촌 마을을 중심으로 ‘이동형 플레이버스’를 운영하였습니다. 전문 놀이 강사가 장착된 차량을 타고 마을을 순회하며 놀이 프로그램을 제공해 아이들이 매주 규칙적인 놀이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사업은 놀이권 사각지대 해소와 더불어 지역 공동체 회복에도 기여했습니다. (출처: 완주군청 아동청소년과, 2022)
     
    [독일 프라이부르크] 자연 그대로의 놀이터 조성
    독일 프라이부르크시는 기존의 인공적인 시설물 대신 자연지형을 그대로 활용한 ‘자연 놀이터’를 조성했습니다. 이곳에서는 흙, 나무, 돌 등을 활용해 아이들이 자유롭게 탐색하고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위험 요소도 최소화하지 않고 아이 스스로 통제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부모들의 높은 만족도와 지역 아동의 정서 안정에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출처: Freiburg City Council, 2021)
     
     
    출처: 챗GPT활용 ai생성 이미지
     
     
    놀이터는 단지 미끄럼틀이 아닙니다. 그곳은 아이들이 사회를 배우고 자신을 시험해 보는 실험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공간을 줄이고, 통제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다시 놀이터로 돌아오게 하려면, 단지 공간만이 아닌 ‘놀이할 권리’ 자체를 돌려주어야 합니다. 놀이권은 단순한 문화가 아닌, 아이들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조건이자 사회가 지켜야 할 약속입니다. 어른들의 작은 변화가 아이들의 큰 세상을 만들어 갑니다. 놀이터 옆 벤치에 앉기보다, 아이 옆에서 한 번쯤 그네를 밀어주는 사회, 그게 우리가 시작할 수 있는 첫걸음 아닐까요?
     
     
    [참고 자료]
    경기도여성가족재단. (2024). 『아동 놀 권리 보장을 위한 연구』. https://www.gwff.kr/storage/board/privacy/2024/11/11/PRIVACY_ATTACH_1731304910929.pdf
    행정안전부. (2025). 『전국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시스템(2024년 4월 기준)』. https://www.cpf.go.kr/cpf/ko/nori/0001/index.jsp
    연합뉴스. (2016). 『놀이의 박탈이 만드는 감정의 상처』. https://www.yna.co.kr/view/AKR20161006051800805
    
     

     
     
     
    놀이터엔 왜 아이가 없을까?
    또봉

    조회수 634

    2025-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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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입니다. 지난 4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는 조금 특별한 여정을 다녀왔습니다. 바로 일본 요코하마와의 공익활동 국제 교류 방문 이야기인데요. 2024년부터 이어진 인연이 2025년 봄, 드디어 ‘실천’이라는 이름으로 결실을 맺었습니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와 (사)경기시민연구소 울림은 2025년 4월, 일본 요코하마시를 찾아 국제공익활동 교류의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오랜 준비 끝에 이루어진 이번 방문은 단순한 연수가 아닌, 서로 다른 지역의 공익활동가들이 만나 공통의 고민을 나누고, 함께할 미래를 설계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함께 준비하고 협력하고 진심 어린 마음을 나눠주신 요코하마시 시민협동추진센터 '한창의 센터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와 연대의 마음을 전합니다!
     
    자, 그럼 어떤 사람들과 어떤 현장을 만나고, 어떤 배움을 나눴을지 함께 차근차근 살펴볼까요?
     
     
     
     
    2박 3일의 여정, 드디어 요코하마로!
    이번 교류는 2024년부터 이어져 온 인연을 바탕으로 성사되었습니다.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일대를 중심으로, 센터 관계자 5명과 울림 소속 2명으로 구성된 7인의 방문단은 2박 3일간 다채로운 일정을 소화하며 공익활동의 가능성과 과제를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그간 온라인으로만 이어지던 관계를 직접 얼굴 보며 이어가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죠.
     
     
     
     
    1일차 – 공익 공간을 걷고, 만지고, 배우다
    요코하마 시청에 위치한 시민협동 추진센터부터 시작해, AGORA 공유공간, 그리고 복지·문화·도시재생의 거점인 커뮤니티 디자인 랩 라보까지! 혁신적인 공익 공간을 직접 탐방하며 그 안에서 어떻게 시민들과 관계를 맺고, 공익을 실천해나가는지를 피부로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더불어 일본의 공간 거버넌스 구조와 운영 철학을 엿보며 공간 그 자체보다 중요한 건 그 안에 담긴 ‘사람과의 관계’임을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와, 여기서도 우리랑 똑같은 고민을 하네?” "그런데 이 부분은 우리랑 좀 많이 다르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갔던 일정이었습니다.
     
     
     
     
    2일차 – 협약 체결과 깊이 있는 교류
    드디어, 국제 교류의 중심! 요코하마 시민협동 추진센터와의 업무협약식이 열리는 둘째 날이 밝았습니다. 둘째 날은 공식적인 협약식과 함께 양국의 공익활동 사례를 공유하는 세미나, 그리고 식사를 겸한 교류회까지 이어졌습니다. 언어가 달라도, 도시가 달라도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만큼은 같았습니다. 그 마음이 고스란히 오간 시간, 진정한 국제 네트워크가 시작된 순간이었습니다. 
     
    협약식 후 오후부터 이어진 사례 발표 세미나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공익활동 사례를 나누었습니다. 지역 데뷔, 시민강좌, 활동가 재생산, 주민참여예산 등 양국의 사례를 함께 공유했어요. 요코하마 시민분들도 어떻게 소식을 듣고 많이 찾아주셨습니다. 해당 주제는 사전 간담회에서 서로 듣고 싶은 주제를 직접 선정해서 공유하고 준비한 내용이랍니다!
     
    세미나가 끝난 뒤엔 따뜻한 저녁식사 교류회! 언어는 달라도 웃음과 제스처는 통하더라고요. 식탁 위에서 오간 대화가 가장 진심이었던 순간, 다들 기억하시죠?
     
     
     
     
    3일차 – 실천, 그리고 함께하는 감동
    마지막 날은 환경단체 ‘우미노모리·야마노모리’와 함께하는 미세플라스틱 줍기 활동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자연을 지키기 위한 작은 행동이 얼마나 큰 울림이 될 수 있는지를 몸으로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오후에는 그리고 이어진 아카렌가 창고군 탐방, 그리고 일정에 없던 ‘뜻밖의 방문’, Earth Day 도쿄 2025 행사까지! 공익활동가로서의 연대와 실천, 그리고 환경과 생명의 가치를 몸소 체감한 하루였습니다. 계획보다 더 멋진 하루가 만들어졌죠.
     
     

     
     
    참여자들의 생생한 후기도 궁금하시죠?
     
     
     
    짧았지만 깊게 울렸던 감동. 참여자 한 분 한 분 모두가 의미 있는 성찰과 기대를 안고 돌아왔습니다.
     
    "지역과 지역을 잇는 연대, 그 중심에서 우리가 있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어요." – 박은주 정책협력팀장
    "몸으로 부딪히며 소통한 시간이 언어보다 더 진하게 기억에 남아요." – 이선주 주임
    "시민사회라는 무대를 더 넓히기 위한 첫 연습 같았어요." – 이상화 전략사업팀장
     
    참여자들은 입을 모아 말합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평생 기억에 남을 여정이었다"라고. 각자의 언어로, 각자의 위치에서 느낀 감동과 배움을 진심 담아 나누었습니다. 이번 교류가 단발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익활동가들이 서로의 길을 응원하며 나아갈 수 있는 연결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합니다.
     
     
     
     
    공익이라는 언어로 연결되는 서로 다른 길
    경기도와 요코하마의 공익활동은 제도와 방식에서 차이가 있었지만, ‘사람 중심’이라는 점에서 닮아 있었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장점을 배우고, 제도를 비교하며,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이 교류가 더 큰 협력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며, 한일 공동 포럼, 세대 간 교류캠프, 기업-단체 국제 매칭 등의 아이디어가 함께 제안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출발선에 서며
    서로 다른 언어, 나이, 문화 속에서도 우리는 분명히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공익활동'이라는 공통의 언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국경을 넘는 공익활동의 실천, 이제 막 시작된 이 네트워크는 우리가 함께 이어가야 할 새로운 길입니다.

     


     
     
    [인터뷰 미리 보기] 남권길현 운영위원의 이야기
    더 생생한 여정과 의미가 궁금하시다고요? 이어서 남권길현 운영위원님이 전하는 요코하마에서 얻은 인사이트와 앞으로의 방향, 아래에서 더 깊이 들어보도록 할게요! 이번 교류에서 누구보다 깊은 인상을 받은 분 중 한 분, (사)경기시민연구소 울림 남권길현 운영위원님의 이야기를 전달드립니다.
     
     
    요코하마에서 찾은 우리 시민사회의 내일 - (사)경기시민연구소 울림 운영위원 남권길현
     
    2025년 4월, 우리는 일본 요코하마를 찾았습니다. 이번 방문은 단순한 견학을 넘어, 시민사회 조직 간의 협력을 모색하고, 공익활동의 실천 경험을 깊이 있게 나누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사)경기시민연구소 울림(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운영기관)과 인정특정비영리법인 시민섹터요코하마(요코하마시민협동추진센터 운영기관) 간의 공식 업무협약을 통해, 두 지역의 시민사회를 이어주는 든든한 다리를 놓고 왔습니다.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이번 방문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보고, 느끼고, 배웠을까요?
     
     
     
     
     
    [첫째 날] 시민활동 공간 디자인, 그리고 관계
     
    ◯ 요코하마시 시민협동추진센터
    첫 일정은 요코하마시 시민협동추진센터를 방문하여 우리의 일정에 통역을 겸해주실 한창희 센터장을 만났습니다. 이곳은 요코하마시와 시민이 협력하여 설계한 중간 지원조직으로, 공익활동에 참여하는 시민과 단체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연결하는 핵심 허브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갔을 당시에도 몇 개의 회의가 진행 중이었으며 몇 분의 시민들이 찾아와 상담을 원하기도 하셨습니다. 시민과 행정 간의 ‘다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 Kannai Campus AGORA 공유공간
    다음으로 방문한 AGORA는 요코하마시와 Knannai 대학이 협력하여 조성한 공유형 활동 공간입니다. 이곳은 유료와 무료의 시설 공간을 시민들에게 대여하고 있으며 로비 공간은 주로 프리랜서 활동가들이 자유롭게 작업하고 또 교류하는 장으로 활용되고, 유료 공간은 기업이나 개인이 매월 계약하는 형식으로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이 공간의 특징은 요코하마시가 대학 인가의 조건으로 커뮤니티 공간 조성을 요구하고 대학이 이행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또한 이런 공유 공간의 역할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시민 실천의 마중물이 되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행정은 공유 공간을 조성하고 대학은 지역사회에 책임을 다하는 민관학 협력 모델로서 대학이 많은 경기도에서 눈여겨볼 만한 사례였습니다.
     
     
     
     
     
    ◯ 디자인 랩 라보 (Yokohama Community Design LAB)
    이날의 핵심 일정은 ‘NPO 법인 요코하마 커뮤니티 디자인 라보’ 방문과 활동 발표였습니다. 사례 발표를 맡은 스키우라유우키 대표는 “NPO 법인은 시민의 참여로 도시를 다시 설계하는, 즉 지역자원(사람/조직/거점/제도/프로젝트)을 활용해, 가치 있는 정보를 공공재로써 마을 만들기에 활용하는 실험이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설계하는 것”이라는 철학으로 다양한 디자인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 사쿠라WORKS<칸나이>, 카합, 사쿠라하우스, FRONT, 고토부키 협동 공간, 로컬 Good, 요코하마 경제신문 등-
    특히, 이날 발표에 함께한 ‘고토부키 협동 스페이스’ 활동가의 사례는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고토부키 지역은 요코하마 내에서도 빈곤과 고립 문제가 집중된 지역으로, 고령 노숙인, 일용직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라고 합니다. 이 지역을 거점으로 다양한 주체와 협동하여 지역과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UNSDGs 의 핵심 가치인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목표로 활동한다고 합니다. 공간은 누구나 편하게 사용하는 장소로 정보 공유, 창작활동, 전시 등으로 활용, 지역 내외 단체들과 협력할 수 있도록 연결하고, 자원봉사 그룹 활동의 장, 지역 생활정보, 방재 정보 등 실용 정보를 제공, 조사연구 사업 등의 다양한 사업을 공간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작은 협동이 큰 변화를 만들고 지역과 연결되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공간”이라는 활동가님의 마지막 말씀이 이 공간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보여주는 말이었습니다.
     
    ‘디자인 랩 라보’의 활동은 디자인을 통해 시민의 관점을 바꾸고, 사람과 사람을 잇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일을 통해 결국 도시가 다시 설계되는 것이며 고토부키 협동 스페이스의 활동은 그 철학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스키우라님과의 대화는 좋은 선배와 지역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조언을 듣고 나오는 듯한 뿌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둘째 날] 서로를 듣고, 함께 그리는 미래
     
    ◯ 업무협약 체결식
    이날은 ‘경기시민연구소 울림(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과 ‘인정특정 비영리법인 시민섹터 요코하마(요코하마시 시민협동추진센터)’ 간의 공식 업무협약식이 진행되었습니다. 두 기관은 앞으로 공익활동의 제도화, 활동가 교류, 중간 지원조직 운영 노하우 공유 등 다양한 협력을 추진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서로 다른 제도와 환경 속에서 시민사회가 어떻게 성장해왔는지를 공유하며, 공통의 문제의식을 확인하고, 연대의 가능성을 새롭게 다졌습니다.
     
     
     
     
     
     
    ◯ 시민 활동 사례 발표
     
    일본 사례 1 – 요코하마 시니어칼리지
    고령화가 심화되는 일본 사회에서, 요코하마 시니어칼리지는 은퇴 세대의 ‘사회적 복귀’를 돕는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 사회참여형 강좌 운영 (지역 복지, 청소년 멘토링, 환경보호 등)
    - 참여 시니어가 실제 지역 NPO 활동에 참여하거나 자체 프로젝트를 기획
    - 세대 간 연결을 위한 커뮤니티 기반 활동 지원
     
    일본 사례 2 – 전원 참가 형 지역 미래 창조기구
    이 기구는 행정, 주민, 기업, NPO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동등하게 참여하여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조직입니다.
    - 분기별 ‘공동 설계 워크숍’을 통해 의제 설정 및 예산 제안
    - 의사결정 과정에 시민 참여를 제도화
    - 실행 이후에도 시민 검토단이 지속적인 피드백을 제공
     
    한국 사례
    - 공익활동가 재충전 프로그램: 장기 활동가들의 번아웃 예방 및 회복을 위한 워크숍, 심리 지원, 휴식 지원
    - 경기도 주민참여예산제: 도민의 제안이 실제 예산 편성으로 이어지는 참여형 예산 제도, 도민의 정책 영향력 강화 사례
     
     
     
     
     
    [셋째 날] 자연과 공존하는 삶 – 생태 현장에서 만난 공동체
     
    ◯ NPO 법인 ‘바다의 숲·산의 숲’
    마지막 날 우리는 요코하마 외곽의 노지마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이곳은 NPO 법인 ‘바다의 숲·산의 숲의 주요 활동 현장입니다. 활동 현장을 안내해 준 분은 이사장 ’토요타 나오유키‘씨였습니다. 이 단체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 산림과 해양 생태계를 복원하고, 도시 아이들에게 자연을 가르치는 생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도시 속 생태적 공존을 실천하는 이들의 활동은 ‘지속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현장이었습니다. 토요타님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 일행은 직접 해안에 미세플라스틱을 수거하는 활동을 함께 했습니다. 우리 삶의 편리함을 위해 쓰고 있는 플라스틱이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 Tokyo Earthday 2025 방문 (4월 20일, 요요기 공원)
    노지마공원에서의 묵직한 감동을 안고, 도쿄로 이동해 요요기 공원에서 열린 “Earthday Tokyo 2025” 축제를 방문했습니다. Earthday Tokyo는 매년 4월 22일 ‘지구의 날’을 기념하여 열리는 일본 최대 규모의 시민환경축제로, 2025년에는 4월 19~20일 이틀간 열린다고 합니다. 우리 방문과 겹치다니 뜻하지 않은 행운이었습니다. 행사장은 130여 개의 시민단체와 NPO, 기업, 노동조합, 청년그룹이 참여한 전시부스, 친환경, 플라스틱 제로, 생협, 인권, 평화, 탈핵, 난민 이슈 등 다양한 캠페인과 각종 공연, 퍼포먼스들로 꽉 채워져 있었습니다. 환경 이슈로 지구의 날을 기념하는 한국과 달리 지구의 문제는 인류 미래의 문제라는 문제의식으로 다양한 주제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참여단체는 몇 달 전부터 참가 신청을 받는데 참가비가 33만 엔이라고 합니다. 돈을 내고 참여하는 그야말로 민간중심의 자발적 행사라는 것이 큰 감동이었습니다.
    현장을 거닐며 일본 시민사회가 지속가능성과 평화, 다양성과 연대를 어떻게 일상 속에서 축제처럼 실천하고 있는지를 직접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실천이 모여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가는 에너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방문을 마치며
     
    이번 방문을 통해 우리는 다시금 확신했습니다. 공익활동은 제도와 공간이 아니라, 결국 사람과 관계의 이야기라는 것을. 시민이 주체가 되는 사회, 서로를 존중하고 협력하는 구조, 그리고 삶의 공간을 함께 만드는 디자인으로 공동체를 회복하는 일이라는 것을.......
     
    이번 방문의 핵심 성과는 양 법인이 앞으로 지속적인 협력을 약속하며 연대를 확인하고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제 한발 더 나아가 각각의 의제별 주체들이 만나 서로의 사례를 나누고 서로에게 좋은 영향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늘려 나아가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왔습니다. 경기도에서도 시민이 중심이 되는 공익활동 생태계가 더 건강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이번 방문의 경험을 밑거름 삼아 더 나아가길 희망합니다.
     
    마지막으로 방문 일정 꼼꼼히 챙겨주신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활동가님들과 통역사 없는 방문에 기꺼이 통역사 역할을 자청해주신 요코하마시민협동추진센터 한창희센터장님께 감사드립니다.
     
     
     
     
     
     

     
     
    공익이라는 이름 아래 국경을 넘은 이야기, 이제 막 첫 페이지를 넘긴 요코하마 국제 교류.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일본 요코하마로 떠난 2박 3일, 지역을 넘는 연대, 공익을 잇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강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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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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