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변화하는 가족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한국 사회의 가족 구성 변화와 경기도의 흐름을 함께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입니다. 과연 지금, 우리는 어떤 가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을까요?
통계에 따르면, 2020년과 2023년을 비교했을 때 전통적인 2세대 가구(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정)는 점차 줄어드는 반면, 1세대 가구와 1인 가구의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한국 사회가 더 이상 ‘전통적 가족’을 기준으로만 구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다양한 생활양식이 확산되며, 가족의 형태 역시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이제 가족은 ‘혈연 중심의 집단’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관계의 방식’으로 재정의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경기도 역시 변화하는 가족 형태를 반영한 정책과 지원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가정의 달은 그저 기념의 시간이 아니라, 변화하는 가족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라며 글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출처 : 2023년 한눈에보는 가족실태조사(여성가족부)
아래 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의 가족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음을 보여줍니다. 결혼 후 반드시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전통적 가치관은 점차 약해지고 있으며,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수용성은 40~50%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는 개인의 선택과 삶의 방식이 존중받는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가족 형태가 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에 대한 정서적 유대와 본질적 기능은 여전히 견고하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가족은 서로 돕고 의지하는 편이다”(81.9%), “있는 그대로를 인정한다”(75.0%), “모두의 의견을 존중한다”(72.5%), “상당히 친한 편이다”(71.0%) 등 모든 항목에서 70% 이상의 공감대를 보였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결국, 가족은 어떤 모습이든 ‘서로를 존중하고 지지하는 관계’라는 본질을 중심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출처 : 2023년 한눈에보는 가족실태조사(여성가족부)
앞서 세대구성의 변화에서도 살펴 보았듯이 1인 가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새로운 문제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1인 가구 여성은 아플 때나 위급한 상황에서 적절한 도움을 받기 어렵고, 남성의 경우는 균형 잡힌 식사와 같은 일상적인 건강 관리에서 큰 불편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려되는 점은 사회적 고립의 위험입니다. 관련 조사에 따르면, 사회적 고립 위험군 중 여성의 비율이 62.3%로 남성(37.7%)보다 높았으며,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그 비중이 더욱 크게 나타났습니다.이제 우리는 ‘혼자 사는 삶’에 대한 지원을 단순한 주거 차원을 넘어 정서적·사회적 돌봄의 문제로 확장해 바라보아야 합니다. 1인 가구에 있는 구성원들이 외로움 속에 방치되지 않도록 사회적 연결망과 맞춤형 지원이 강화되어야 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경기도, 가장 '다문화적인' 가족이 살아가는 곳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다양한 가족 형태가 공존하는 지역입니다. 특히 눈에 띄는 특징은 다문화가구 비율이 전국 1위라는 점입니다. 전체 다문화가구원 중 약 30.7%가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을 만큼, 경기도는 다문화가족의 삶의 터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곧 경기도가 ‘다양성의 일상화’를 가장 앞서 경험하고 있는 지역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문화가족이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정책과 제도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경기도에서 진행하고 있는 다문화관련 정책과 지원사업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 2023년 경기도 다문화가족 실태조사(경기도여성가족재단)
경기도 내 다문화가족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이제 이들의 삶은 일시적인 정착이 아닌 ‘장기적 정착’의 형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책도 단순한 초기 적응을 넘어, 양육 지원, 고용 안정, 노후 준비까지 아우르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특히 자녀 교육과 사회 적응을 위한 통합 서비스, 그리고 경제적 자립을 위한 한국어 교육 및 취업 지원은 다문화가족의 안정적 정착에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들이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이 꾸준히 이어져야 합니다. 경기도는 이러한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관련 정보는 경기도청 누리집에서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경기도는 도내 31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업무를 지원하며, 지역 사회와의 네트워크 강화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이는 각 지역의 특성과 필요를 반영한 맞춤형 지원을 가능하게 하고, 다문화가족이 보다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수원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누리집에서는 경기도 31개 시·군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직접 연결되는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필요한 서비스를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한부모가족, 더 이상 혼자만의 책임이어서는 안 됩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족 형태 중 하나는 바로 한부모가족입니다. 여성가족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양육비와 교육비 부담’입니다. 한부모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전체 가구의 60.3% 수준에 불과하며, 특히 84.2%가 이혼으로 인한 가정으로, 평균 1.5명의 자녀를 양육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양육비를 제때 받지 못하는 현실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어 이들의 삶은 늘 불안정한 경계에 놓여 있습니다. 이에 경기도는 ‘한부모가족 지원 거점기관’을 통해 양육비 청구 소송 지원, 위기 임산부 지원사업 등 실질적인 정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3년 10월 개설된 ‘위기 임산부 안심상담 핫라인’(010-4257-7722)은 출산과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에게 긴급한 도움을 제공하는 창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관련한 자세한 정책은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복지포털 ‘복지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2024년 한부모가족실태조사(여성가족부)
가정의 달,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며
경기도의 가족 형태는 전통적인 구성에서 벗어나 점차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1인 가구, 다문화가정, 한부모가정 등 새로운 가족 형태가 일상이 된 지금, 우리 사회의 인식 또한 함께 변화해야 할 때입니다. 2025년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의 의미를 획일화된 틀로 바라보는 시선을 넘어서야 합니다. 다양한 가족이 존중받고, 책임있는 연대가 있는 사회. 이것이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방향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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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2영화 '비밀의 언덕'은 경기도콘텐츠진흥원의 지원으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헤아려 봅니다
영화 '비밀의언덕' 감독 이지은
해마다 어버이날이 되면, 꽃집마다 예쁘게 단장한 카네이션들이 방긋 미소 지으며 손님을 기다립니다. 꽃 아래 리본에는 ‘사랑합니다’ 혹은 ‘감사합니다’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지요. 부모님 하면 당연하게 연상되는 단어가 사랑이기에, 어느 날 문득 ‘사랑은 어떤 모양이지?’라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글쎄요, 저로서는 부모님에 대한 사랑이 솜처럼 몽글몽글하다라고만 표현하기엔 다소 성긴 감이 있습니다. 그 솜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모님께 서운했던 마음, 차별받았던 마음과 같이 제때 해소되지 못한 뾰족한 가시들이 촘촘히 박혀있기 때문입니다. 한두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때의 부모님도 참 젊으셨구나. 나를 키워주신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다’라고 뒤늦게야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을 깨달았음에, 남들처럼 철든 어른이 되었음에 어깨를 으쓱하며, 그 못난 가시들을 싹둑 잘라버리거나, 설령 보여도 안 보이는 척하며 살았지만, 마음속 한편에선 ‘언젠가 한 번쯤은 그 가시들을 골똘히 들여다봐야지’하는 창작자로서의 욕망을 조심스럽게 품어왔습니다. 왜냐하면 그 못난 가시는 성장의 토양 위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나는 귀한 마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다 한 번씩 부모님은 “기억나니? 너 옛날에 그랬다~”로 시작되는 저의 어릴 적 이야기를 꺼내십니다. 제가 기억하든 못하든 가족 구성원 모두가 공유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공식 인증된 추억 속 명장면이겠지요? 그렇게 가족의 역사에 당당히 등극한 부모님이 알고 있는 기특한 성장담도 있겠지만, 떳떳하게 공개하지 못하고 혼자서만 끙끙 앓다가 조용히 묻어야 했던, 부모님이 알지 못하는 저만의 성장통도 있을 것입니다. 영화 <비밀의 언덕>은 ‘넌 가족의 역사가 될 자격이 없어’라고 스스로 결론지어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게 했던, 비밀스러운 성장통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이명은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말입니다.
1996년, 12살의 명은이는 친구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가정환경조사 면담을 하는 것이 꺼려집니다. 그래서 담임선생님께 교실에서 공개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선생님 연구실에서 개인 면담을 하는 것이 어떨는지 정성을 다해 편지를 쓰는데요, 하필이면 선생님이 그날 지각을 하는 바람에 명은이의 편지를 읽지 못하고,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공개적인 면담을 하게 됩니다. 자신의 차례가 다가올수록 명은이의 심장은 콩닥콩닥 뛰고, 온 신경은 선생님의 책상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드디어 명은이는 선생님을 마주합니다. 친구들이 떠들어서 자신과 선생님의 대화가 제발 좀 묻혔으면 좋겠는데, 그날따라 유난히 조용하게만 느껴지는 것은 명은이의 기분 탓일까요?
<비밀의 언덕>의 시작은 초중고 시절에 행해지던 가정환경조사서였습니다. 학기 초만 되면 예외 없이 작성해야만 했던 표 서식 안에는 사는 곳, 부모님의 직업과 학력, 더 나아가 저희 부모님 세대에선 집은 자가인지, 집에 자가용이 있는지, 피아노가 있는지의 유무를 적게 되어 있었는데, 당시 저는 이것을 작성하는 것이 좀 불편한 학생이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였겠지요. 왜 의식하느냐고 묻는다면, ‘정말 왜 그럴까? 언제부터 그랬을까?’라고 자문하게 됩니다. 아마도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차이를 발견하고 비교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와 타인을 비교하기 시작한 최초의 순간이 언제였지?’하고 돌이켜보니, 초등학교 시절이었습니다. 엄마만 아는 출처가 불분명한 운동화가 아니라 광고에도 나오고 친구들도 모두 신는 메이커 운동화를 나도 신고 싶고, 우리 집만 아는 유별난 가훈이 아니라 세상 모두가 아는 유명한 가훈을 우리 집도 갖고 싶었던 그 시기 말입니다. 가정환경조사서를 쓸 때면 우리 가족이 남들과 똑같은 평범한 가족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단어를 깎고 또 깎았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의 직업이 뭐냐고 묻는 선생님의 질문에 명은이는 답합니다. 아빠는 회사원이고, 엄마는 아주 평범한 가정주부라고요. 이것은 명은이가 영화 속에서 하는 최초의 거짓말입니다. 사실 명은이의 부모님은 시장에서 젓갈 장사를 하시기 때문입니다. 명은이의 부모님의 직업이 정말 객관적으로 창피한 직업이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습니다. 세상에 창피한 직업은 있을 수 없으며, 모든 직업은 숭고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명은이가 부끄러움을 느꼈던 까닭은 자신의 부모님이 당시에 사회가 관습적으로 그리는 표준적인 가족의 예시 - 대개는 양복을 입고 회사에 다니는 아빠, 앞치마를 두른 가정주부로서의 엄마 – 에서 벗어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명은이가 부모님의 직업만 창피해 하느냐고 묻는다면,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매우 복합적이기 때문입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만 있던 명은이는 학교에 다니면서 부모님이 모르는 자신만의 사회가 생겼습니다. 명은이가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새롭게 맺은 관계들 속에서 대부분의 경험들이 최초일 것이며, 사회에서 보이고 싶은 자신의 모습이 있을 것입니다. 부모님 역시 수많은 인간관계와 시행착오들을 통해서 삶에서 정작 중요한 게 무엇인지 확고한 신념이 생겼을 것입니다. 한 가족이지만 구성원들은 서로 다른 감수성의 시간대를 통과하고 있는 것입니다. 명은이에게는 중요한 일이 부모님에게는 하등 쓸모없는 일일 수 있으며, 부모님의 쿨함이 명은이에게는 창피함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명은이와 부모님은 감수성에 있어 그 격차가 현저히 벌어져 있습니다. 명은이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인정 많은 사람이고 싶지만, 부모님은 자신들의 고생을 강조하며 돈 한 푼 기부하는 것을 아까워합니다. 명은이는 반장이 되어 의욕적으로 반을 이끌고 싶지만, 부모님은 반장보다 반장 엄마가 하는 일이 더 많다며 반장직을 무르라고 합니다. 사소하게는 도시락 반찬과 옷 스타일, 크게는 환경, 종교, 인간관계까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극과 극입니다. 명은이의 진정한 스트레스는 부모님의 직업만이 아닌, 총체적으로 부모님과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함에 있습니다.
평소 명은이의 섬세한 감수성을 눈여겨보던 선생님이 명은이에게 글쓰기를 제안합니다. 글쓰기를 통해 세상을 탐구해 나가면서 명은이의 인식이 멀리 나아갈수록, 부모님과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부모님과의 갈등은 더더욱 커집니다. 그렇게 가족과 멀리 벌어져 있던 명은이는 시 주최의 글짓기 대회에서 가족이라는 주제를 마주하고, 비로소 자신의 가족에 대해서 깊이 사유할 기회를 가지게 됩니다.
영화 속에서는 명은이가 보는 가족의 모습이 나오고, 명은이가 보지 못하는 가족의 모습이 나옵니다. 그리고 관객은 이 모두를 보게 됩니다. 영화 상영이 끝난 뒤, 명은이의 아빠 역할을 맡았던 강길우 배우가 한 말이 유독 기억에 남습니다. 명은이가 학교에서 저렇게 열심히 사는 줄 몰랐다고 말입니다. 명은이는 집에서는 원하는 걸 해달라고 떼쓰고 투쟁하는 철부지처럼 보일지 몰라도, 학교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프로페셔널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명은이 역시 부모님이 직장에서 어떤 모습일지는 잘 알 수 없을 것입니다. 명은이 눈에는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억척스러운 사람처럼 보일지 몰라도, 사실 엄마도 새벽시장의 문을 혼자서 여는 것이 무서운 연약한 사람일 뿐입니다. 영화라는 도구를 통해서 어른과 아이가 혹은 부모와 자녀가 서로의 다른 감수성을 확인하고, 이해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명은이가 가족 모르게 숨긴 성장통이 있듯, 아빠, 엄마, 오빠도 명은이 모르게 숨긴 저마다의 성장통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나면, 다 안다고 생각했던 가족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특별하게 다가오고, 예시에 없기 때문에 맨땅에서 일구어나갔던 식구들의 궁상맞은 시행착오가 오히려 굉장히 드라마틱한 가족 대서사시로 여겨질지도 모릅니다.
글짓기 대회를 준비하며 명은이가 삼촌에게 묻습니다. “삼촌, 가정의 달은 왜 있는 거야?” 삼촌은 말합니다. “사람도 1년에 한 번씩은 생일을 축하해주잖아. 가족도 그런 거지. 가족이 나이를 먹어나간다는 건 대단한 거니까”. 삼촌의 말처럼 가족이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결코 자연스러운 일도, 쉬운 일도 아닙니다. 서로 다른 감수성의 시간대를 통과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이해하고자 하는 가족 구성원 모두의 시간과 노력의 공들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문득, 가족이 함께 그려나간 영광의 주름을 헤아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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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1조회수 248
2025-04-25
* 구화인
모든 청각장애인이 농인은 아닙니다.
유년기에 청각장애가 생긴 사람 중
①보청기·인공와우 등 청각 보조 장치를 사용하거나, 대화 상대방 입술의 움직임을 읽어서 상대방의 발화를 파악하고
②발성 훈련을 하여 음성언어로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을 구화인이라고 합니다.
구화인은 청능훈련·구화법·발성 훈련 등을 통해 한국어를 제1 언어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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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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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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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0조회수 394
202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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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2
안녕하세요. 화성미디어센터에서 무공이(무지개빛 공동체 이야기)라디오를 진행하고 있고, 경기공익지원센터에 에디터로 활동하면서 화성에서 의미있는 시민활동을 하고 계시는 시민단체와 활동가를 소개하고 있는 바람자전거 입니다.
여러분은 아프면 어떻게 하시나요? 처음은 병원을 찾으실 겁니다. 그러고 나면 여러분을 사랑하는 가족의 애정 어린 간병을 받을 실 겁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간병 해줄 수 있는 가족이 옆에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지금 이 글을 쓰는 저 역시도 나이가 들어 혼자가 되는 시간이 오면 저를 간병 해주는 건 누가 될지? 약간은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도 아프고 병든 몸으로 외로운 시간을 보내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런 분들을 지역에서 만나고 그분들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이웃과 연결해주는 커뮤니티케어의 최전선에 노력하고 계시는 화성에서 의료복지를 하고 계시는 화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이란 이사장님을 모시고,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의료사협)은 어떤 일을 하고, 지역 공동체에서 역할은 어떤지 여러 가지 궁금증을 해소해보고자 합니다. 좀 더 실감나고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의 링크로 들어가서 라디오를 청취하시면 좀 더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화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협력적으로 만드는 경제조직이 협동조합이라는 형태입니다. 협동조합에 사회적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사회적이고 공익적인 활동을 하기 위한 사람들이 협동을 통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형태의 사회경제적 조직이 사회적협동조합입니다.
화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그런 자율과 협동의 기반 위에 의료와 복지를 지역사회에서 해결해보자 하는 목적에서 활동하고자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그래서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시민들이 주치의가 되고 싶다.
화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2018년에 창립하면서 창립총회에서 우리는 조현병이거나 장기요양 등급이 안되는 65세 미만에 몸이 불편하지만 의료복지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이웃들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창립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공공기관에서 하지 못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노인뿐 아니라 장애인분들에게 찾아가는 의료 서비스와 더불어 가사 간병이 필요하신 분들에게 찾아가는 가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보통 간병이라고 하면 병원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집에 거주하시면서도 전문 간병사의 도움이 있으면 집에서 얼마든지 일상생활을 하실 수 있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저희는 정신질환자분들을 집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고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청소, 말벗, 요리 등의 서비스를 화성시 정신건강센터와 협업하여 5년째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노인이 아니더라도 이동이 어려운 교통 취약계층이 많습니다. 특히 화성시는 굉장히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는 지자체이다 보니 화성시 동쪽과 서쪽 간의 지역 교류도 교통으로 제약이 많은 도시입니다. 화성시 서남부 지역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거리가 멀고 대중교통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저희가 찾아가는 의료복지서비스에 사명감으로 방문 의료복지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저희가 1차 의료기관으로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는 주치의 병원이 되자라는게 저희의 가장 큰 방향입니다. 1차 의료기관을 만들었지만, 찾아가야만 보이는 취약계층이라든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주로 하고 있어요. 장애학생 특별 건강관리, 가사간병 서비스와 같은 재택의료서비스가 그런 역할입니다.
화성시 방문 의료복지서비스의 환경
화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설립되던 2108년도에 우리나라에서 통합돌봄이라는 복지서비스가 시행되었습니다. 통합돌봄 안에는 노인 분야와 정신장애인 분야가 있었는데 그 당시 화성시가 정신장애인 분야에서 전국에서 최초로 조현병 환자에 대한 통합 돌봄을 시작했습니다. 저희 조합은 그 부분에 역할을 할 수 있는 조합원들이 계셨기에 직접 인력을 투입해서 가사노동과 말벗을 제공해 드릴 수 있었습니다.
복지시설이나 병원의 경우는 시설 위주이기 때문에 시설에 오셔서 이용하셔야 하는 시스템이고 저희는 500여명의 조합원들이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 가능했습니다. 지금은 700여명의 조합원분이 활동하고 계시고, 지역사회에 어려운 분들을 돕는다는 봉사 정신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화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조합원
전국에 30여개 정도의 의료사협이 있는데, 모든 의료사협은 어려운 분들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사명감으로 만들어졌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희 같이 700명 정도의 규모도 있고 만명~ 3만명인데도 있어요. 지역마다 조합원의 규모가 다릅니다.
조합원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해주고, 의료 전문가와 만나야되는 협동조합이 의료사협입니다.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사업인데, 그런 전문가분들께서 저희 협동조합에 들어와 주셔서 활동하면 시너지가 크게 일어납니다.
의료사협은 배당금도 없고 수입이 많지 않아 탈퇴 시 출자금을 되돌려드리느 정도 밖에 안되지만, 많은 조합원께서 응원하고 나에게 직접적인 서비스는 없지만, 지역에 기여하고 이웃에 기여하는 걸 보고 출하해주시기 때문에 조합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조현병 환자들을 돕는 일
화성시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는 병원에 장기입원하시고 퇴원하시는 분들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투약은 잘하고 계시는지 지역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고 계시는지 사회복지사가 관리하고 계시는데요. 그 분 중에서 가사노동이 필요한 분들이 계십니다. 저희는 그런 분들에게 가사서비스와 말벗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소액의 활동비를 드리지만, 봉사 정신도 있어야 하고 조현병이라는 장애에 대한 지식도 굉장히 높은 수준에 있어야하기 때문에 장애인식 개선과 안전에 대한 교육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활동가 교육이 상당이 많이 진행됩니다. 아무리 좋고 의미있는 일이라도 순수봉사로 지속가능하기에는 불가능합니다. 최소한의 교통비와 인건비가 제공되어야 지속할 수 있습니다. 적은 예산으로 대상자와 활동가를 매칭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봉사 정신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조현병 환자들이 위험하다는 오해가 일반적으로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의 도움으로 그분들이 다시 재입원하지 않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일반인들이 무심코 일상에서 하는 간단한 청소, 설거지와 같은 일상의 일도 기술이 필요한 일입니다. 배우지 않으면 할 수 없습니다. 저희는 그런 일상의 기술들을 그분들에게 알려주고 코칭해드립니다.
저희가 5년 동안 일상생활 수행능력 코칭과 더불어 말벗과 동행 외출 등을 한 결과, 그분들 중에는 혼자서 청소도 하시고 설기지 식사도 준비하시는 등 일상에서 본인들이 해야 되는 것들을 익히셨어요. 그분들이 자립적으로 생활하시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업을 통해서 저 개인적으로도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조현병 환자들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는데, 그분들을 계속 만나고 교류하면서 저와 다르지 않다는 것과 그분들과 공감해야만 모두가 안전한 세상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8년의 성장 동안 어려움과 극복의 스토리
우리나라에서 협동조합이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아직도 판단이 안서지만, 저희가 의료와 복지를 목적으로 협동조합을 하다 보니 사무장 병원이 아니냐는 그런 인식이 저희한테는 항상 위기입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현재 진행형인데, 좋은 의도로 의료생협을 만들었는데 의료생협을 사무장 병원으로 악용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사무장 병원과 차별화시키기 위해 사회적이라는 말을 붙였습니다. 주민들과 같이 움직이고 실질적으로 지역사회를 위한 단체가 되고 싶고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생협 의원이 아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형태로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했습니다.
화성시에서 의료사협을 만든 것 자체가 굉장히 큰 도전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작은마을 단위에서 시작했다고 했다고 생각을 하시겠지만, 면적이 넓고 교통이 불편한 화성시 전체를 커버해야 하는 협동조합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컷습니다. 또한 생협병원이 아니라는 인식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도 계속 남이 있고요.
화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주력하고 있는 일
화성에서 의료와 복지를 담당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듯이 저희는 시민들이 아플때 가장 처음 만나는 1차 의료기관입니다.
화성도 노인인구가 많아지다 보니 의료와 복지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 보건복지부와 협력관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드리면 의료사업과 보건복지부의 복지서비스 관계에서 주민들과 어떻게 연결하고 만나게 하는 역할을 저희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노인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어떻게 노인들에게 의료와 복지를 서비스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2023년 12월에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로 지정을 받았습니다.
장기요양 등급이 있는 대부분은 가정에서 생활하고 계십니다. 장기요양 등급을 받았다는 것은 이동이 어려운 분들이라는 건데 약을 처방받거나 수액을 맞아야 하는 상황에서 병원에 가야만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다양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환자의 집을 방문했을 때 파악되는 부분도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의사와 간호사가 찾아가는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시범사업인데요.
재택의료센터를 이용하실 수 있는 등급이 있으신 분 중에서 이동이 굉장히 힘드신 분들에게 저희 병원장님과 간호사님 사회복지사가 방문해서 자원도 연결해 드리고 간호서비스를 제공해드립니다. 의료과정 전반을 병원장의 처방에 의해서 이뤄지는 보건복지부와 의료기관의 협업사업입니다. 그 중간에 화성시가 저희와 협약관계를 맺어서 장기요양 등급이 있으신 분들에게 찾아가는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이 사업의 목적은 재택에 계신 분이 지역에서 돌아가실 때까지 집에서 생활하실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입니다.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
재택의료센터를 하려면 서비스를 필요한 분들이 만나야 하는데요. 저희가 협동조합이다 보니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는 거예요. 저희 건물을 청소해주시는 아주머니와 친분이 있으신 미용실 아주머니의 제보가 있었어요. 모든 돌봄은 일상이 무너지는 순간부터 들어가야 됩니다.
어느날 부터 1달에 한 번은 미용실에 오시던 할아버지가 안오신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지역에 살던 할아버지가 안 보이신다고 하면 저희는 우선 찾아갑니다. 저희에게는 서류나 자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돌봄이 필요한 것 같다는 게 포착이 되면 찾아가요.
저희가 전화를 드렸던니 안 받고, 혼자 살고 계신다는 제보만 듣고 찾아갔는데 굉장히 안타까운 상황이시더라구요. 경비 생활을 하셨는데, 갑자기 쓰러지신 거예요.
쇼크가 와서 혼자 어떻게 할 줄을 모르시고 병원에 입원하셨는데, 병원비가 너무 아까워서 조기 퇴원하고 집에 혼자 계신거였어요. 식사도 거의 안 되고 계셨고, 호수가 매달린 채로 퇴원을 하신 상태라 저희 원장님과 간호사님이 방문하셔서 간단한 의료처치와 호수도 새로 교체해드렸어요. 영양이 시급한 문제라고 판단해서 닭을 사다가 백숙을 끓여드리고 한 이틀 정도 저희가 밥을 해드렸어요. 그렇게 했더니 자체적으로 살아나시는 거죠.
저희가 밥을 해드린다는 것은 그 어르신의 삶에 깊이 들어가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듣게 됩니다.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너무 가족 관계망에 같혀있지 않고, 단체와 개인, 지역의 모든 공동체와 연결을 해야 되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 어르신이 잘못 사신 게 아니잖아요. 너무 열심히 사신 분인데 결국 혼자되어 위험에 빠지신 이유는 공동체와 연결이 안 되어있었던 거예요.
이 사례를 경험하면서, 돌봄에 대해 응급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려면 제보에 대한 민감성도 있어야 되고 아주 극한 상황에 처하기 전에 돌봄을 해드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만남은 저희가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 특히 보람 있는 경험이 있습니다.
협동조합이라는 게 참 소중하게 느껴졌는데 어떤 공동체든 내가 가입을 해놓는 게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가족도 중요하지만, 제발 1인 1협동조합, 1인 1공동체에 가입해 놓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런 네트워크 안에 있을 때 어떻게든 연결되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살던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주는 팁
요즘 대부분 사람은 생의 마지막 순간을 병원에서 마감합니다. 사망진단서를 받아서 장례를 치루기 위해 마지막 병원에서 맞이하는데요. 어떤 분들은 내가 살던 집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은 분들도 계실 겁니다.
집에서 생활하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많이 막막하시죠. 제가 좋은 팁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전제는 집에서 노환으로 자연사를 하신 경우에 해당됩니다.
집에서 노환으로 어르신이 돌아가시면 장례식장에 연락합니다. 장례식장에 계약되어 있는 의사분이 방문하셔서 사망진단서를 써주십니다. 그 후에 장례식장으로 바로 가면 됩니다. 다른 방법은 저희한테 연락을 주시면 저희가 사채 검안의를 연결해 드립니다. 저희 원장님이 사채 검안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저희에게 연락을 주시면 경찰이 와서 번거롭게 수사 과정을 통해 사인을 밝혀야 하는 부분이 생략될 수 있습니다.
사채 검안의는 전문가이시기 때문에 자연사가 아닐 경우는 당연히 그분이 경찰과 연결되어 있어서 경찰의 개입이 진행됩니다. 그렇지 않고 자연사일 경우 사채 검안의가 사망진단서를 써주시면 바로 집에서 장례식장으로 가실 수 있어요.
그걸 모르시고, 어르신이 갑자기 돌아가시면 당황해서 112나 119에 신고를 하시는데 경찰과 소방서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어르신이 돌아가셨는데 경찰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과정을 조사 해야하기 때문에 가족들이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집에서 돌아가셨을 때는 장례식장 아니면 저희 같은 재택의료를 하는 센터를 통해 사채 검안의를 연결하시면 평안하게 장례를 치를 수 있습니다.
화성의료사협의 앞으로 바램
3등급을 받아서 재택의료 서비스를 받고 계시는 장기요양 환자분들이 저희 원장님과 간호사님의 처치와 요양보호사님의 돌봄으로 3등급 4등급이 되는 게 저희의 가장 큰 바램입니다.
집에서 등급을 계속 유지하시면서 건강한 일상생활을 계속하실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의 목적입니다.
화성에서 장기요양 등급이 있으시거나 등급이 없으셔도 거동이 불편하셔서 도움이 필요한 분들은 저희가 찾아갈 수 있으니까 꼭 연락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주변에 어려움에 처한 분들이 계신다면 저희에게 연락주세요. 연락은 화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홈페이지를 확인하고 연락하시거나 가까운 보건소에 연락하시면 저희에게 연결됩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이웃들과 어울려 같이 살아야 인간으로서 느끼는 기본적 삶의 질을 충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분절되고 개인화되는 현상에서 이웃과의 관계망을 형성하고 서로를 돌보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키고 살아갈 수 있고, 사회의 1차 안전망인 가족공동체가 질병과 돌봄의 부담에서 해체되지 않도록 가족과 이웃이 모두 함께 돌보는 사회가 되길, 가족에서 손 내밀듯 이웃들에게도 손 내밀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기를 희망하면서 내 이웃들에게 적극적으로 손 내밀고 계시는 화성의료사회적협동조합의 힘찬 내일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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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4
기록이 들려주는 외침
존엄, 공감, 연결, 기억, 아픔, 외면, 윤리, 동료시민, 유가족, 트라우마, 심리적 외상, 회복, 정의, 고립, 개인, 추모, 이별, 의혹, 국가, 소명, 한계, 불안, 부조리, 상실, 모욕, 연대의 힘... 이런 숱한 단어들이 붙었다, 떨어졌다, 이어졌다, 튕겨나갔다 하며 머릿속을 맴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소위 참사라 이름 붙일 수밖에 없는 재난들을 떠올리면 도덕적, 윤리적으로는 물론이고 합리적, 상식적으로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기 힘든 일들이 버젓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세월호 참사가 앗아간 앳된 학생들 세대가 청년세대가 되어 이제 막 그들의 꿈을 펼쳐나가려고 하는 시점에 다시 한번 그 세대의 많은 생명을 일시에 잃게 한 이태원 참사는 그래서 더 가혹하다. 세월호 참사 때는 자신의 목숨만 앞세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 했고, 이태원 참사 때는 그 좁고 짧은 골목으로 젊은이들이 몰려 생때같은 목숨을 잃게 만들었다. 이는 어처구니없이 비현실적이나 상징적으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잘라내 보여주는 듯하여 섬뜩하다. 상황과 원인은 달랐으나 마치 세월호의 데자뷰인듯 참사 이후 보인 정부와 대통령의 대응, 그리고 그 이후 일어난 일들은 구석구석 비도덕적이고 비겁하고 잔인했다. 생명을 잃은 희생자들과 그 가족, 친지, 친구들의 존엄은 그 어디에서도 존중되지 않았다. 그래서 시작된 싸움이 730일을 넘기고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작가기록단은 참사 2주기를 맞아 “참사라는 이름 앞에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들 곁에서 우리 역시 서로에게 기대어 우리가 듣고 목격한 것을 세상에 알리고자 한다”라며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 – 이태원 참사 가족들이 길 위에 새겨온 70일의 이야기’를 펴냈다.
이태원 참사 1주기에 나왔던 기록집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 생존자와 유가족이 증언하는 10.29 이태원 참사’가 주로 그 자리에 함께 있거나 희생자들의 곁에서 삶을 나눈 그들의 형제, 자매, 친구들의 목소리를 담았다면, 2주기 기록집은 그들의 부모, 친지들의 뼈아픈 외침을 실었다. 또한 멀리서도 들려오는 외국인 희생자의 부모, 친지의 외침도 함께 실렸다. 참사의 문제, 참사를 보는 관점,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 대한 면밀한 고민을 바탕으로 기획된 순서였음을 두 책을 다 접하면 비로소 알게 된다.
이태원참사 2주기 이후 유가족협의회는 작가기록단과 함께 전국을 돌며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 진실을 찾기 위해 북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2월 3일 오후 3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북부 대회의실에서도 북토크가 열렸다. 이날은 특히 경기도 공익 기록활동가들과 함께 하는 자리였고 그만큼 기록의 의미가 깊이 각인되고, 기록이 들려주는 외침이 시공간을 꽉 채워 공명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나 싶다.
12월3일 북토크 현장 모습
이 자리에는 희생자 이주영님의 어머니와 아버지이시자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시기도 한 이정민님과 작가기록단의 박내현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4기 에디터인 라이언(이경엽)님이 함께 하였다. 라이언님의 사회로 1부에서는 기록활동가 및 참여자 네분이 유가족의 목소리를 대신하여 책 속의 발언을 낭독해주었고 2부에서는 이정민님의 목소리로 궁금한 이야기,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들어야 할 이야기들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이 분의 굵직한 음성 저 아래 가슴 깊이 지난 2년간 끊임없이 반복되었던 무너짐과 일어섬, 절망과 각오, 분노와 삭힘, 냉대와 위로, 투쟁과 극복의 날들을 버텨올 수 있었던 힘이 느껴졌는데, 그 원천은 딸에 대한 절절한 사랑과 손잡은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함께 외친 정의에 대한 갈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깊이를 감히 누가 알랴?
작가기록단이 책의 여는 말에 쓴 다음의 소제목들은 각기 다른 유가족들이 들려준 이야기의 핵심을 잘 묶어 표현하고 있다. 낭독을 통해서도, 이주영님의 아버지 이정민님을 통해서도 공통적으로 아픔과 호소, 그리고 그것을 넘는 결기의 외침들을 들을 수 있었지만 아울러 그 안에는 우리 사회에 대한 경고도 담겨있었다.
‘유가족, 슬픔을 껴안고 책임을 걸머진 이들의 연대’
‘유가족, 그 이름 너머’
‘뜻밖의 삶이 우리를 기다린다’
1주기에 나온 책이 주로 이태원, 할로윈을 왜곡하며 편견과 혐오, 의혹을 부추겼던 프레임에 저항하는 이야기였다면, 2주기에 나온 책은 2년의 투쟁 기록의 타임라인을 따라 유가족들이 그야말로 ‘길’위에 서있던 기록이라는 작가기록단의 박내현님 설명대로,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 이 기록집에는 혼자 슬픔으로 무너졌다가 유가족들을 만나며 살아야 할 이유, 싸워야 할 이유를 찾아 힘을 얻어 가는 부모들의 한결같은 고백이 실려 있다. 이들의 물음은 정당하다 못해 뼈저리게 정확하다. 왜 애도하기만도 버거운 유가족들이 국민을 지키고 보살피는 게 책임인 국가의 무능과 무책임을 떠안아야 하는지, 왜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고 회피하기 위해 편법과 무뢰한을 일삼는지, 왜 알 권리, 안전할 권리,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주장하는 피해자들의 존엄을 짓밟고 왜곡하는지, 그것이 무엇을 누구를 위함인지, 피해자가 당연한 조치를 요구하는 과정이 왜 이리 험난해야만 하는지 등등.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자 이주영 아버지 이정민님의 마무리 말씀은 ‘우리는 포기할 수 없다’였다. 희생된 딸, 아들들을 위해서도, 남은 자식들과 앞으로 살아갈 이 땅의 온전한 미래를 위해서도. 그 싸움이 지난할지라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어 용기를 얻고 힘을 내어 갈 수 있다고, 그런 공감의 확산과 실천에 동참해 주는 분들에게 고맙다고.
북토크만으로는 부족하다. 기록집을 읽으면 좀 더 가까이, 깊이 유가족들의 마음과 상황, 문제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혼자 살 수 없는 세상,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잘 사랑하며 살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 ‘고통과 슬픔에도 그치지 않았던 730일의 걸음’을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통해 들으며 답을 찾는다. ‘재난참사 피해자’라는 이름 그 안에는 어떤 아픔과 부당함이 있는지 ‘참사가 물었다, 어디로 나아갈 테냐고’라는 질문에 함께 대답할 용기를 가짐으로써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작가기록단이 유가족들을 인터뷰하여 이런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면 우리는 몰랐을 것이다. 참사가 무엇을 뜻하는지, 희생자들이 어떻게 애도되고 기억되어야 마땅한지, 피해자들은 과연 누구인지, 피해자들의 권리는 무엇인지, 누가 무엇을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지, 우리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투사가 될 수 있는지, 누가 누구를 어떻게 도우며 살 수 있는지, 인간이 얼마나 존엄한 존재인지, 그 존엄은 어떻게 지켜져야 하는지, 공감이 얼마나 필요한지, 기록이 어떤 힘을 갖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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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