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함께 걷는 우리, 더 나은 세상을 그리다"
지난 7월 2일 목요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에 위치한 한양대학교 에리카 컨벤션 3층에서 「2026 경기도공익활동가대회」가 열렸습니다. 오후 1시부터 저녁 6시 30분까지 이어진 이번 행사는 도내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공익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활동을 소개하고, 그동안의 고민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뜻깊은 자리로 마련되었습니다.
행사는 사전부스 체험, 특강, 공연, 평등문화약속문 낭독, 그리고 대화테이블 순서로 진행되었으며, 저는 6기 에디터로서 이 모든 과정을 직접 참여하고 기록했습니다.

1. 다양한 체험이 가득했던 사전부스
행사장에 도착하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여러 단체가 마련한 사전부스였습니다. 각 단체별로 부스를 운영하며 자신들의 활동을 소개하고, 참가자들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두고 있었습니다. 행사 시작 전부터 많은 활동가들이 부스를 돌며 서로 인사를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각 단체의 활동을 짧은 시간 안에 접할 수 있었던 사전부스는, 본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활동가들 간의 자연스러운 교류의 장이 되어주었습니다.





2. 한양대 에리카 학생 발표 - "공익잇다"
한양대학교 에리카 학생들이 인공지능기초 수업의 IC-PBL 프로젝트로,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홍보 업무에 AI를 접목한 결과물을 발표했습니다. 대표 서비스 '공익잇다'는 관심 분야나 지역을 입력하면 맞춤형 공익활동을 추천해주는 AI 챗봇입니다. 이 외에도 조별로 콘텐츠 자동생성, 다국어 확산, 숏폼 제작 자동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포스터로 소개했습니다.

본격적인 식은 사회자의 평등문화약속문 소개로 시작되었습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평등한 관계 속에서 활동해나가겠다는 다짐을 나누는 순서였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오늘 하루 행사가 단순한 프로그램의 나열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식은 사회자의 평등문화약속문 소개로 시작되었습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평등한 관계 속에서 활동해나가겠다는 다짐을 나누는 순서였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오늘 하루 행사가 단순한 프로그램의 나열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4. 지구인수어합창단의 감동적인 무대
강연에 이어 지구인수어합창단의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이주민과 농인 가족이 함께 어우러진 이 합창단은 무대 위에서 수어와 노래를 함께 담아내며 깊은 울림을 전해주었습니다. 여러 수어 경연대회에서 수상 경력을 쌓아온 만큼, 무대 구성과 완성도 모두 남달랐고, 객석에서는 뜨거운 박수가 이어졌습니다. 서로 다른 언어와 배경을 가진 이들이 하나의 무대에서 마음을 모으는 모습은 이번 행사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 중 하나였습니다.

5. 존중과 연결이 있는 대화테이블
이어서 대화테이블 시간이 진행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원형으로 둘러앉아 서클(둘러앉기) 방식으로 대화를 나누었으며, 진행요원(가디언)의 안내에 따라 짧은 발언으로 돌아가며 이야기를 공유했습니다. 각 테이블에는 대화를 이끄는 질문지가 마련되어 있었고, 참가자들은 경청을 바탕으로 안전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습니다.



6. 나의 테이블 이야기 - "활동가 번아웃과 소진"
저는 이날 여러 대화테이블 중 '활동가 번아웃과 소진'이라는 주제의 테이블에 참여했습니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활동가분들은 각자의 현장에서 겪은 번아웃 경험을 솔직하게 나누어주셨습니다. 기력 저하, 갑작스러운 의욕 상승 후 찾아오는 급격한 침체, 과도한 피로감, 수면 과다 등 다양한 형태의 소진 증상이 공유되었고, 그 원인으로는 과중한 업무량과 행정·회계·공모사업 등 여러 역할을 동시에 맡아야 하는 구조, 낮은 임금과 고용 불안정성 등이 공통적으로 언급되었습니다.

각자의 대응 방법도 다양했습니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거나, 사진 촬영과 같은 취미 활동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거나, 일부러 외부 활동을 만들어 숨 돌릴 틈을 마련하거나, 퇴근 후에는 집에서 일을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는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소진은 스스로 인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동료들의 세심한 관심과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는 공감대였습니다.
대화 말미에는 조직 차원의 개선 방안도 함께 논의되었습니다. 인원 확충을 통한 업무 부담 완화,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연월차 문화 조성, 개인 상담 비용 지원 확대, 주 4일제 도입(인원 보충 및 급여 유지·인상 포함) 등 실질적인 제안들이 나왔습니다. 특히 한 참가자는 자신이 속한 기관에서 활동가 재충전 사업의 명칭을 바꾸고 개인 상담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는 사례를 소개하며, 이러한 지원이 실제로 활동가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저는 저 혼자만 겪는 어려움이 아니라, 많은 활동가들이 비슷한 고민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함께 고민을 나누는 것 자체가 소진을 예방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다양한 체험이 있는 사전부스부터 시작해 강연, 공연, 그리고 가장 의미 있었던 대화테이블까지,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알찬 시간이었기에 참여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 공익활동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많은 활동가들 덕분에 우리가 사는 세상이 조금씩 더 따뜻하고, 더 살기 좋게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을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 역시 이번 대회를 계기로, 앞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보탬이 되는 활동가로 거듭나야겠다는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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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0손으로 노래하는 지구인들
언어의 경계를 넘는 연대와 감수성의 힘

2018년 5월, 안산의 작은 다문화도서관에서 조용한 만남이 시작됐습니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여섯 명의 이주민 여성들이 '수어'를 배우기 위해 모였습니다. 말이 아닌 손짓으로, 목소리가 아닌 표정과 마음으로 이어지는 이 특별한 언어는
곧 그들의 삶을 바꾸는 연결고리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지구인 수어합창단은 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활기차게 활동
중입니다. 처음에는 엄마들만의 모임이었지만, 곧 아이들이 합류하며 그 세계는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코스모스 활짝'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어
린이 수어 팀으로 성장했습니다. 손끝으로 노래하고, 표정으로 감정을 전하는 과
정은 단지 공연을 넘어서, 정체성과 자존감을 키우는 특별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낯선 땅에서 만난 또 다른 '낯섦'과의 교감
합창단의 구성원 대부분은 제2 언어로 한국어를 사용하는 이주민 여성들입니다. 한국에 오기 전, 그들은 자국에서 당당한 한 명의 시민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
와서는 '이방인'이 되었고, 언어 장벽으로 인해 자신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는 답
답함과 소외감을 경험했습니다. 식당에서 메뉴를 주문할 때, 아이의 학교 알림장
을 읽을 때, 병원에서 자신의 아픔을 설명할 때마다 느끼는 불안과 무력감은 그들
의 일상이었습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버스 타는 것조차 두려웠어요. 잘못 내리면 길을 잃을까
봐, 질문해도 못 알아들을까 봐...." 합창단의 한 회원은 회상합니다. 다른 회원은 "아이 학교에서 엄마들 모임이 있을 때마다 가기 싫었어요. 대화에
끼지 못하고, 때로는 다른 엄마들이 수군거리는 것 같아서...."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그들이 수어를 배우며 농인들과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소리의 언어' 안에서 느꼈던 소외감, 낯선 문화에 적응하며 겪는 불안은 농인의
세계와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언어는 다르지만, 감정은 닿아 있었고, 그 연대의
토대 위에 손으로 만드는 아름다운 노래가 피어났습니다.
드디어 초청 무대에 오르다. 코로나 시기에도 합창단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온라인 수어 경연대회, 뮤직비디
오 제작, 찾아가는 수어 교실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을 이어갔고, 2024년에는
경기도농문화제 수어 경연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수
상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서로 다른 세계가 손짓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인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올해 4월 18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시흥시 초청으로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일
은 합창단에게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농인을 포함한 관객 앞에서 손으로 노래하
며, 이주민과 장애, 언어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서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기 때
문입니다. 한 회원은 이렇게 말합니다. 무대에 섰을 때, 내가 더는 '외국인'이 아
니라 '전달자'가 된 느낌이었어요. 우리의 손짓이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습니다.
차별을 넘어, 다름을 존중하는 공동체로
이주민 여성들이 한국 사회에서 겪는 차별과 편견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언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지적 능력을 의심받기도 하고, 문화적 차이로 인해 '이상
한 사람'으로 취급받기도 합니다. 직장에서는 동등한 노동에도 불구하고 더 적은
임금을 받거나, 승진에서 배제되는 일도 흔합니다. 심지어 공공장소에서 무시당하
거나, 아이들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아픔도 겪습니다.
"한번은 마트에서 계산할 때 직원이 나를 보지 않고 한국인 남편에게만 말을 걸
더라고요. 마치 내가 없는 사람처럼요." 합창단의 한 회원이 털어놓습니다. 또 다른 회원은 "아이 학교 상담 때 선생님이 나에게는 말하지 않고 통역해 준
한국인 친구에게만 이야기했어요. 내가 엄마인데도...."라고 말합니다. 이런 경험들이 지구인 수어합창단 구성원들에게는 농인들의 감정을 더 깊이 이
해하는 바탕이 되었습니다. 차별과 소외의 경험이 오히려 더 강한 연대 의식을 만
들어낸 것입니다. 수어라는 매개체를 통해 그들은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공통된 경
험을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 성장하는 값진 시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손짓으로 키워낸 다음 세대의 감수성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 되며 지금은 함께하지 못하지만, 그 아이들이
보여주는 높아진 장애인 감수성과 또렷해진 자존감은 코스모스 활짝 합창단이 남
긴 가장 큰 선물입니다. 어떤 아이는 수어를 통해 친구들과 더 깊은 관계를 만들
었고, 어떤 아이는 "장애인 친구가 생겼어요"라며 밝게 말합니다. 이주민 가정의 아이들은 종종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합니다. 한국에서 태어났거나
어릴 때 한국에 왔지만, 외모나 부모의 출신으로 인해 '한국인이 아닌' 취급을 받
기도 합니다. 그러나 수어 활동을 통해 이 아이들은 새로운 정체성과 자부심을 발
견했습니다. 언어와 문화의 다양성이 약점이 아닌 강점이 될 수 있음을 몸소 체험
한 것입니다.
지구인 수어합창단은 단순한 예술 단체가 아닙니다. 이들의 활동은 공감 교육이
자, 문화 다양성과 장애 감수성을 일깨우는 살아 있는 실천입니다. 각종 수어 축
제와 행사에 참여하며 수어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무엇보다 '다름'을 존중하는 문
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2025년 1월 소년원에서의 봉사 공연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는 청소년들에게도 연대와 이해의 메시지를 전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
니다. 이들이 손으로 노래하는 그 모습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인
가. 같은 언어를 쓴다고 다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다름을 이
해하고, 닿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지구인 수어합창단의 손짓은 오늘도 우리 사회
에 조용하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말이 아닌 마음으로, 손끝으로 이어지
는 이 노래가 더 많은 사람의 가슴에 닿기를 바랍니다. 그들의 손짓 속에는 차별
과 편견을 넘어, 더 포용적이고 따뜻한 세상을 향한 꿈이 담겨 있습니다. ------------------------------------------------------------------ 지구인 수어 합창단 전연 회장의 글

제가 한국에 처음 온 날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2013년 2월, 추운 겨울이었어요. 바람이 차갑고 마음도 외로웠습니다. 모든 소리가 낯설고, 모든 글자는 마치 암호
처럼 느껴졌어요. 한국어를 배우려고 외국인지원본부에 다녔지만, 마음속에는 말
로 표현할 수 없는 외로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다문화 작은 도서관’을
알게 됐어요. 지하 1층에 있는 그 도서관 문을 열었을 때, 전 세계 언어로 된 책
들이 저를 반겨줬어요. 특히 중국어 책이 많은 책장을 봤을 때, 저는 처음으로 이
곳이 조금 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여기 자주 와요?”
도서관에서 일하던 중국인 언니가 물었을 때, 저는 웃기만 했어요. 같은 말을 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따뜻했습니다. 그 도서관은 저에게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저는 도서관에서 여러 프로
그램에 참여하게 됐고, 2018년 5월 29일, 한국 수어 수업도 시작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시작했는데, 그 수업은 제 인생을 많이 바꿔줬
어요. 수업에는 저처럼 다른 나라에서 온 엄마들, 또 한국 엄마들도 있었어요. 모두 책
과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았고, 무언가 배우고 싶은 마음도 같았어요. 그리고
또 하나 공통점이 있었는데요, 바로 언어 때문에 어려움을 느꼈던 경험이었습니
다. 매일 저녁, 도서관에 아이들 손을 잡고 엄마들이 들어왔어요. 피부색도 다르고
말도 달랐지만, 인사를 주고받는 손짓에는 차별이 없었어요. 손끝으로 “안녕하세
요”를 처음 배운 날, 저는 마음속으로 울었습니다. 말로는 잘 못해도, 손으로는 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감동이었어요. 수어를 배우면서 저는 농인들과 제가 비슷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
수 언어 바깥에 서 있는 사람들이었어요. 소외되고 외로운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몇 달 뒤, 우리는 ‘지구인 수어 합창
단’을 만들어 대회에 나가게 되었어요. 2018년 10월 6일, 경기도 농문화제에서 우
리는 수어로 노래를 했습니다. 여섯 나라에서 온 엄마들이 한국 수어로 하나의 노
래를 표현한 거예요. 무대에 설 때는 많이 떨렸지만, 손으로 노래하기 시작하자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 순간, 저는 더 이상 외국인도, 이방인도 아니었어요. 그냥
감정을 전하는 사람, 그 자체였습니다. 노래가 끝나고 관객들이 손박수를 보내줄 때, 저는 눈물이 났어요. 정말 처음으
로 이 땅에서 ‘나도 이곳의 일부다’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11월에는 안산 수어
제에서 아이들과 같이 무대에 올라 대상을 받았어요. 아이들의 얼굴에 자랑스러움
이 가득했고, 저도 정말 기뻤습니다. 이주민 아이들은 종종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런데 수어를 통해 아이들은 ‘다름’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
특별한 것이라는 걸 배웠어요. 아이들의 눈빛이 부드러워졌고, 친구들을 더 따뜻
하게 대하게 되었어요. 여섯 나라에서 온 엄마들과 함께한 이 경험은 정말 특별했습니다. 수어는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언어였고, 누구도 먼저 잘하지 않았어요. 그저 같은 지구인으로, 손끝의 언어로 서로를 이해하고 응원했어요. 우리는 ‘우리’와 ‘함께’라는 말을 손끝
으로 배웠습니다. 지구인 수어 합창단은 올해도 계속됩니다. 다른 피부, 다른 언어
를 가진 우리가 손짓으로 사랑을 전합니다. 말이 없다고 해서 마음이 없진 않다는
것, 우리는 알게 되었습니다. 가장 깊은 소통은,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걸요.
2025.05.08. 지구인 수어 합창단 회장 전연
조회수 31
2025-05-09손으로 노래하는 지구인들
언어의 경계를 넘는 연대와 감수성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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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안산의 작은 다문화도서관에서 조용한 만남이 시작됐습니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여섯 명의 이주민 여성들이 '수어'를 배우기 위해 모였습니다. 말이 아닌 손짓으로, 목소리가 아닌 표정과 마음으로 이어지는 이 특별한 언어는
곧 그들의 삶을 바꾸는 연결고리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지구인 수어합창단은 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활기차게 활동
중입니다. 처음에는 엄마들만의 모임이었지만, 곧 아이들이 합류하며 그 세계는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코스모스 활짝'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어
린이 수어 팀으로 성장했습니다. 손끝으로 노래하고, 표정으로 감정을 전하는 과
정은 단지 공연을 넘어서, 정체성과 자존감을 키우는 특별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낯선 땅에서 만난 또 다른 '낯섦'과의 교감
합창단의 구성원 대부분은 제2 언어로 한국어를 사용하는 이주민 여성들입니다. 한국에 오기 전, 그들은 자국에서 당당한 한 명의 시민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
와서는 '이방인'이 되었고, 언어 장벽으로 인해 자신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는 답
답함과 소외감을 경험했습니다. 식당에서 메뉴를 주문할 때, 아이의 학교 알림장
을 읽을 때, 병원에서 자신의 아픔을 설명할 때마다 느끼는 불안과 무력감은 그들
의 일상이었습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버스 타는 것조차 두려웠어요. 잘못 내리면 길을 잃을까
봐, 질문해도 못 알아들을까 봐...." 합창단의 한 회원은 회상합니다. 다른 회원은 "아이 학교에서 엄마들 모임이 있을 때마다 가기 싫었어요. 대화에
끼지 못하고, 때로는 다른 엄마들이 수군거리는 것 같아서...."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그들이 수어를 배우며 농인들과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소리의 언어' 안에서 느꼈던 소외감, 낯선 문화에 적응하며 겪는 불안은 농인의
세계와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언어는 다르지만, 감정은 닿아 있었고, 그 연대의
토대 위에 손으로 만드는 아름다운 노래가 피어났습니다.
드디어 초청 무대에 오르다. 코로나 시기에도 합창단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온라인 수어 경연대회, 뮤직비디
오 제작, 찾아가는 수어 교실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을 이어갔고, 2024년에는
경기도농문화제 수어 경연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수
상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서로 다른 세계가 손짓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인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올해 4월 18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시흥시 초청으로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일
은 합창단에게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농인을 포함한 관객 앞에서 손으로 노래하
며, 이주민과 장애, 언어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서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기 때
문입니다. 한 회원은 이렇게 말합니다. 무대에 섰을 때, 내가 더는 '외국인'이 아
니라 '전달자'가 된 느낌이었어요. 우리의 손짓이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습니다.
차별을 넘어, 다름을 존중하는 공동체로
이주민 여성들이 한국 사회에서 겪는 차별과 편견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언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지적 능력을 의심받기도 하고, 문화적 차이로 인해 '이상
한 사람'으로 취급받기도 합니다. 직장에서는 동등한 노동에도 불구하고 더 적은
임금을 받거나, 승진에서 배제되는 일도 흔합니다. 심지어 공공장소에서 무시당하
거나, 아이들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아픔도 겪습니다.
"한번은 마트에서 계산할 때 직원이 나를 보지 않고 한국인 남편에게만 말을 걸
더라고요. 마치 내가 없는 사람처럼요." 합창단의 한 회원이 털어놓습니다. 또 다른 회원은 "아이 학교 상담 때 선생님이 나에게는 말하지 않고 통역해 준
한국인 친구에게만 이야기했어요. 내가 엄마인데도...."라고 말합니다. 이런 경험들이 지구인 수어합창단 구성원들에게는 농인들의 감정을 더 깊이 이
해하는 바탕이 되었습니다. 차별과 소외의 경험이 오히려 더 강한 연대 의식을 만
들어낸 것입니다. 수어라는 매개체를 통해 그들은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공통된 경
험을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 성장하는 값진 시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손짓으로 키워낸 다음 세대의 감수성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 되며 지금은 함께하지 못하지만, 그 아이들이
보여주는 높아진 장애인 감수성과 또렷해진 자존감은 코스모스 활짝 합창단이 남
긴 가장 큰 선물입니다. 어떤 아이는 수어를 통해 친구들과 더 깊은 관계를 만들
었고, 어떤 아이는 "장애인 친구가 생겼어요"라며 밝게 말합니다. 이주민 가정의 아이들은 종종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합니다. 한국에서 태어났거나
어릴 때 한국에 왔지만, 외모나 부모의 출신으로 인해 '한국인이 아닌' 취급을 받
기도 합니다. 그러나 수어 활동을 통해 이 아이들은 새로운 정체성과 자부심을 발
견했습니다. 언어와 문화의 다양성이 약점이 아닌 강점이 될 수 있음을 몸소 체험
한 것입니다.
지구인 수어합창단은 단순한 예술 단체가 아닙니다. 이들의 활동은 공감 교육이
자, 문화 다양성과 장애 감수성을 일깨우는 살아 있는 실천입니다. 각종 수어 축
제와 행사에 참여하며 수어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무엇보다 '다름'을 존중하는 문
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2025년 1월 소년원에서의 봉사 공연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는 청소년들에게도 연대와 이해의 메시지를 전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
니다. 이들이 손으로 노래하는 그 모습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인
가. 같은 언어를 쓴다고 다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다름을 이
해하고, 닿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지구인 수어합창단의 손짓은 오늘도 우리 사회
에 조용하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말이 아닌 마음으로, 손끝으로 이어지
는 이 노래가 더 많은 사람의 가슴에 닿기를 바랍니다. 그들의 손짓 속에는 차별
과 편견을 넘어, 더 포용적이고 따뜻한 세상을 향한 꿈이 담겨 있습니다. ------------------------------------------------------------------ 지구인 수어 합창단 전연 회장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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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한국에 처음 온 날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2013년 2월, 추운 겨울이었어요. 바람이 차갑고 마음도 외로웠습니다. 모든 소리가 낯설고, 모든 글자는 마치 암호
처럼 느껴졌어요. 한국어를 배우려고 외국인지원본부에 다녔지만, 마음속에는 말
로 표현할 수 없는 외로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다문화 작은 도서관’을
알게 됐어요. 지하 1층에 있는 그 도서관 문을 열었을 때, 전 세계 언어로 된 책
들이 저를 반겨줬어요. 특히 중국어 책이 많은 책장을 봤을 때, 저는 처음으로 이
곳이 조금 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여기 자주 와요?”
도서관에서 일하던 중국인 언니가 물었을 때, 저는 웃기만 했어요. 같은 말을 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따뜻했습니다. 그 도서관은 저에게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저는 도서관에서 여러 프로
그램에 참여하게 됐고, 2018년 5월 29일, 한국 수어 수업도 시작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시작했는데, 그 수업은 제 인생을 많이 바꿔줬
어요. 수업에는 저처럼 다른 나라에서 온 엄마들, 또 한국 엄마들도 있었어요. 모두 책
과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았고, 무언가 배우고 싶은 마음도 같았어요. 그리고
또 하나 공통점이 있었는데요, 바로 언어 때문에 어려움을 느꼈던 경험이었습니
다. 매일 저녁, 도서관에 아이들 손을 잡고 엄마들이 들어왔어요. 피부색도 다르고
말도 달랐지만, 인사를 주고받는 손짓에는 차별이 없었어요. 손끝으로 “안녕하세
요”를 처음 배운 날, 저는 마음속으로 울었습니다. 말로는 잘 못해도, 손으로는 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감동이었어요. 수어를 배우면서 저는 농인들과 제가 비슷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
수 언어 바깥에 서 있는 사람들이었어요. 소외되고 외로운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몇 달 뒤, 우리는 ‘지구인 수어 합창
단’을 만들어 대회에 나가게 되었어요. 2018년 10월 6일, 경기도 농문화제에서 우
리는 수어로 노래를 했습니다. 여섯 나라에서 온 엄마들이 한국 수어로 하나의 노
래를 표현한 거예요. 무대에 설 때는 많이 떨렸지만, 손으로 노래하기 시작하자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 순간, 저는 더 이상 외국인도, 이방인도 아니었어요. 그냥
감정을 전하는 사람, 그 자체였습니다. 노래가 끝나고 관객들이 손박수를 보내줄 때, 저는 눈물이 났어요. 정말 처음으
로 이 땅에서 ‘나도 이곳의 일부다’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11월에는 안산 수어
제에서 아이들과 같이 무대에 올라 대상을 받았어요. 아이들의 얼굴에 자랑스러움
이 가득했고, 저도 정말 기뻤습니다. 이주민 아이들은 종종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런데 수어를 통해 아이들은 ‘다름’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
특별한 것이라는 걸 배웠어요. 아이들의 눈빛이 부드러워졌고, 친구들을 더 따뜻
하게 대하게 되었어요. 여섯 나라에서 온 엄마들과 함께한 이 경험은 정말 특별했습니다. 수어는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언어였고, 누구도 먼저 잘하지 않았어요. 그저 같은 지구인으로, 손끝의 언어로 서로를 이해하고 응원했어요. 우리는 ‘우리’와 ‘함께’라는 말을 손끝
으로 배웠습니다. 지구인 수어 합창단은 올해도 계속됩니다. 다른 피부, 다른 언어
를 가진 우리가 손짓으로 사랑을 전합니다. 말이 없다고 해서 마음이 없진 않다는
것, 우리는 알게 되었습니다. 가장 깊은 소통은,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걸요.
2025.05.08. 지구인 수어 합창단 회장 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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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