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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챗gpt 활용 ai제작
     
    
    최근 인공지능(AI)은 과제물 작성, 디자인, 음악, 글쓰기 등 다양한 창작 활동 영역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대학생들의 리포트 작성이나 기업의 마케팅 콘텐츠 제작, 예술 창작 분야까지 그 영향력이 확장되면서, AI는 더 이상 단순한 기술이 아닌 창작 주체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저작권 체계가 전제로 했던 ‘인간 중심 창작’ 개념에 의문을 제기하며, 법적·윤리적 논쟁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창작이라는 행위가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으로 간주되었으나, 이제는 AI가 수백만 개의 데이터를 학습하여 새로운 콘텐츠를 자동 생성함으로써 인간의 창작을 보조하거나 심지어 대체하기까지 합니다. 이는 단지 기술적 진보에 그치지 않고, 저작물의 정의, 창작자의 범위, 저작권의 귀속과 같은 근본적인 법적 개념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AI가 생성한 콘텐츠의 법적 보호 여부와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창작자와 플랫폼, 이용자 간의 권리 충돌과 법적 분쟁이 계속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AI 창작물과 저작권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논의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 AI란?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는 인간의 인지 능력을 모방하거나 이를 능가할 수 있도록 설계된 알고리즘 기반 기술입니다. 이 중에서도 최근 주목받고 있는 생성형 AI(Generative AI)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한 후, 인간의 개입 없이도 새로운 이미지, 텍스트, 음악, 영상 등을 자동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텍스트 생성 기능을 제공하는 OpenAI의 ChatGPT, 이미지 생성 도구인 Midjourney, 그리고 음악 제작 플랫폼 Suno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생성형 AI는 기존의 단순 자동화 기술을 넘어서 창작의 영역까지 진입함으로써, 기존의 창작 개념과 저작권 체계에 새로운 도전과 과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 AI 창작물의 저작권 인정 여부
    AI 창작물이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는 오늘날 AI 시대의 저작권법에서 가장 핵심적인 쟁점 중 하나입니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의 등장에 따른 법적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창작의 본질에 대한 재정의를 요구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현재의 저작권법은 ‘인간의 창작행위’를 보호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AI가 스스로 생성한 이미지, 텍스트, 음악 등 결과물이 아무리 창의적이고 독창적이라 하더라도, 인간이 창작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현행 법체계 하에서는 이를 ‘저작물’로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실제 창작 과정에서는 대부분 인간이 AI에게 특정한 지시를 내리거나, 생성된 결과물 중 일부를 선택하고 편집·수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처럼 인간의 창작적 개입이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저작권 보호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단순히 “고양이 사진을 그려줘”라는 명령을 AI에게 내린 경우, 창작에 기여한 부분이 거의 없으므로 인간의 창작물로 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사용자가 수십 개의 프롬프트를 실험하고, 그중에서 창의성이 드러나는 결과물을 선별해 세부적으로 편집하거나 다른 이미지와 조합하여 최종 작품을 완성했다면, 이러한 행위는 창작성 있는 창작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사용자가 AI 도구를 마치 디자인 소프트웨어처럼 활용해 이미지의 구조, 색상, 구도, 스타일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드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인간의 창작적 개입이 얼마나 이루어졌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며, 이는 저작권 인정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됩니다.
     
    또한 AI가 생성한 창작물의 저작권 귀속 주체에 대한 문제도 중요한 논점입니다. AI 자체는 법적 인격체가 아니므로, 창작물의 권리를 AI에게 귀속시킬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그 권리를 누구에게 부여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크게 세 가지 입장이 존재합니다. 첫째는 AI를 활용한 이용자에게 저작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는 인간이 AI를 도구로 활용해 창작에 실질적으로 기여했음을 강조하는 시각입니다. 둘째는 AI 개발자나 플랫폼 운영자에게 귀속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생성된 결과물이 AI의 설계 구조와 알고리즘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기술적 기반을 제공한 자에게 일정한 권리를 부여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셋째는 AI가 완전 자율적으로 생성한 결과물은 무저작물로 간주하고 공공의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는 창작물 이용의 자유와 기술의 개방성을 중시하는 주장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저작권청(US Copyright Office)은 2023년 기준, 인간의 개입 없이 AI가 생성한 작품에 대해 저작권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이 생성 과정에 실질적으로 개입했음을 입증할 수 있다면, 예외적으로 해당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이 인정될 수 있다는 입장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인간의 창작 기여도에 따라 AI 결과물에 대한 권리 귀속을 유연하게 판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이와 관련한 명확한 법적 기준이나 판례가 없는 상황이며, 이에 따라 법 해석의 통일성과 입법적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AI 기술 발전 속도에 발맞추어 인간의 창작 개입 범위를 어떻게 정의할지, 그 경계를 법적으로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 생성형 AI 플랫폼의 법적 책임
    생성형 AI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매우 강력한 창작 도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간단한 명령어 몇 줄만으로 문학 작품, 이미지, 음악, 영상 등을 손쉽게 생성할 수 있으며, 이러한 기능은 콘텐츠 제작의 효율성을 크게 높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생성형 AI 플랫폼은 저작권 침해, 명예훼손, 허위정보 생성 등의 잠재적인 법적 위험성을 함께 내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플랫폼의 책임 범위와 한계를 둘러싼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플랫폼 사업자는 자신이 직접 창작에 관여하지 않으며, 단지 기술적 도구를 제공하는 중립적인 입장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즉, 이용자가 입력한 프롬프트와 그 결과물에 대해서는 플랫폼이 직접적인 통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는 과거 인터넷 포털이나 동영상 공유 사이트처럼 플랫폼의 기술적 중립성을 인정받는 논리와 유사합니다.
     
    그러나 반대 입장에서는 플랫폼이 생성형 AI의 작동 방식을 설계하고, 학습 데이터를 선택하며, 결과물의 특성과 품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일정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저작권 침해나 명예훼손과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할 경우, 플랫폼이 이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나 정책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면 ‘방조’ 혹은 ‘과실’에 따른 법적 책임이 성립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사례로는 2023년 게티이미지(Getty Images)가 생성형 AI 기업 스태빌리티 AI(Stability AI)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는 자사의 저작권 이미지 수천만 장이 Stability AI의 학습 데이터로 무단 사용되었다며, 이는 명백한 저작권 침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특히 AI가 생성한 이미지에 게티이미지의 워터마크가 그대로 나타나는 경우도 포착되면서, AI가 원본 저작물을 단순히 학습하는 수준을 넘어 ‘재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AI 플랫폼이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생성물이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할 경우, 플랫폼에도 일정한 법적 책임이 귀속될 수 있음을 보여준 중요한 판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미국에서 코미디 작가 사라 실버먼(Sarah Silverman)을 포함한 작가들이 메타(Meta)와 오픈AI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책과 텍스트가 사전 동의 없이 AI 학습에 사용되었다고 주장하며, AI 플랫폼이 타인의 저작물을 학습한 결과를 이용자에게 제공함으로써 간접적인 침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단순한 ‘도구 제공자’로서의 책임을 넘어서, AI 플랫폼이 결과물의 법적 문제에 대해 일정 수준의 감시 및 통제 의무를 지닌다는 주장으로 해석됩니다.
     
    이처럼 생성형 AI 플랫폼의 법적 책임을 둘러싼 논의는 단순히 기술적 기능의 제공을 넘어, AI의 작동 방식과 결과물에 대한 사회적 책임, 나아가 윤리적 기준 수립과도 연결됩니다. 앞으로 플랫폼 사업자는 저작권 침해나 권리 침해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기술적 조치를 강화해야 하며, 이용자가 생성한 콘텐츠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공, 신고 시스템 운영, 침해 시 신속한 삭제 조치 등을 통해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시에 입법기관은 플랫폼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기술 발전과 권리 보호의 균형을 도모해야 합니다.
     
     
    ● 향후 과제와 정책적 제언
    AI의 발전과 함께 창작 환경은 과거와 전혀 다른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생성형 AI는 인간의 창작 활동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으며, 이는 저작권 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향후 저작권법은 기술의 발전을 수용하면서도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균형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첫째, AI 창작물에 대한 창작성 기준을 법적으로 명확히 정립해야 합니다. 현재는 인간의 개입 정도에 따라 저작권 인정 여부를 판단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실무에서 혼란이 큽니다. 프롬프트 제공, 결과물 선택, 편집 및 조합 등의 창작 행위 중 어떤 수준 이상이 되어야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지를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AI 학습 데이터의 수집과 이용에 대한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AI가 무단으로 타인의 저작물을 학습해 생성한 콘텐츠가 원 저작물과 유사하거나 이를 침해할 경우, 이는 심각한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AI 개발자는 학습 데이터의 출처를 명확히 밝히고, 저작자의 동의를 받거나 정당한 절차에 따라 이용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원 저작자에게 일정한 보상이나 수익 배분이 가능한 시스템 도입도 고려해야 합니다.
     
    셋째, AI 플랫폼에 대한 책임 기준도 제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생성형 AI 플랫폼이 생성한 결과물이 법적 문제를 일으킬 경우, 단순한 도구 제공자라는 입장에서 벗어나 일정 수준의 주의 의무를 지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신고 시스템 강화, 사전 필터링 기술 도입, 침해 콘텐츠에 대한 신속한 삭제 조치 등의 기술적·정책적 방안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넷째, 저작권 보호와 기술 혁신 사이의 균형을 고려한 입법이 필요합니다. 무분별한 규제는 AI 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으며, 반대로 무제한적 자유는 창작자의 권리를 훼손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정 범위 내에서의 공정 이용을 인정하면서도, 창작자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유연한 제도 설계가 요구됩니다.
     
    마지막으로, 국제적 기준 마련과 협력이 중요합니다. AI는 국경을 초월하여 작동하기 때문에, 개별 국가의 법제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습니다. 국제 저작권 협약과 AI 기술 규범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차원의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수적입니다. 한국 역시 이에 적극 참여하여, 국제적 기준 형성과 국내 입법 간의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이처럼 AI 시대의 저작권 문제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창작과 소유, 공정성과 책임, 법과 윤리의 복합적인 요소가 얽혀 있는 중요한 사회적 의제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제도의 정비와 함께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공론화, 교육, 그리고 국제적 연대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AI와 저작권법: 현실과 쟁점 
    주야

    조회수 564

    2025-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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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가 현재를 구할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에서 한 말이다. 5.18민주화운동 이야기인 《소년이 온다》를 쓸 때 그와 함께 한 질문이라 했다. 그 책을 쓰는 동안만의 질문이었을까. 지난 5월 17일(토) 광주의 5.18전야제를 다녀오는 동안 내게도 살아 있는 질문이었다. 과거가 현재를,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하는 현장을 보았기 때문이다. 45년 전의 광주가 오늘 대한민국을 구하고 있었다. 총칼이 아니라 노래와 시로, 춤과 연극으로 연대하는 민주주의 대축제였다.
     
    부끄러운 고백으로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1980년 5월에 나는 대구에 사는 여고 2학년이었다. 당시 TV 화면에 나오는 광주는 ‘폭도’와 ‘빨갱이’의 도시였다. 대학생이 된 후에도 광주는 두려운 ‘벽’이었다. 독재와 냉전 시대 교육에 길든 아이가 광주의 진실을 마주하기까지는 20년이 더 걸려야 했다.
     
    제45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로 올해도 광주를 다녀오는 복을 누렸다.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4.16합창단으로서 ‘민주주의 대합창’ 공연에 서는 덕분이었다. 구묘역 신묘역을 방문하고 5.18민중항쟁기념행사의 꽃이라 일컬어지는 전야제도 즐길 수 있었다. 올해는 18일 밤까지 1박 2일로 확대 진행된 전야제를 하루만 보고 돌아온 게 아쉽다. 5.18 민주 광장, 동구 금남로 1~3가 차 없는 거리, 동구 중앙로 일대는 시민 참여 부스 물결이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질 때마다 누구라도 목청껏 함께 부르는 축제였다.
     
     
    행사장 일대 사진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다시 만난 소년, 아! 오월이여
    17일(토) 오전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된 추모식부터 소개하고 싶다. 안산에서 아침 7시에 출발해 구묘역을 들르고 신묘역에 도착했을 땐 5·18민주유공자유족회가 주최 주관하는 추모식은 끝나고 있었다. 식전 공연으로 놀이패와 장애인 예술단의 공연이 있었고 5.18민주화운동 희생자에 대한 전통 제례 의식을 마친 전통 한복을 입은 분들을 볼 수 있었다. 2부 순서인 국민의례로 시작하는 추모식(10시 30분)은 내빈 소개, 추모사, 유가족 대표의 인사가 있었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과 헌화와 분향이 있었다.
     
    추모식에서 가장 소개하고 싶은 순서는 ‘다시 만난 소년, 아 오월이여!’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5·18민주화운동 추모 시 낭송 퍼포먼스’였다. 광주시낭송협회 사람들이 5·18 광주 추모 시를 모아서 한 편 한 편 낭송하는 공연이었다. 오월 광주를 추모하되 시와 음악으로, 피로 쓴 민중항쟁의 역사가 노래와 시로 살아나는 시간이었다.
     
    이창병의 ‘망월동에서’ 첫 자락을 보자. “광주 금남로에서/ 이 나라 최후의 거리마다 쓰러진 넋들의 통곡은/ 우리들의 침묵 속에 깊이 가라앉아 있습니다.” 고정희는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라고 읊었다. 김준태의 ‘오 광주여! 우리나라 십자가여!’는 광주일보(구 전남일보) 1980년 6월 2일 자 조간 1면에 실렸던 시다. 계엄 당국의 검열에 기자들이 사표로 저항한 그 시였다.
     
     

     
     
    “우리는 사람이 개처럼 끌려가 죽어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하지만 신문에는 한 줄도 실리지 않았다.” 45년 전 전남일보 기자들의 그 절규가 시로 다시 살아나는 시간이었다. “끝나지 않는 오월 다시 찾은 민주주의 당신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80년 오월을 기억하겠습니다. 그날을 잊지 않겠습니다.” 시와 노래로 하는 기억의 다짐이었다.
     
     
    민주주의 대축제 대합창
    3부로 구성된 민주주의 대축제 5·18전야제는 지정남 배우가 진행했다. 1부 ‘오월광주 환영대회’는 오월길맞이굿을 시작으로 금남로에 집결하는 수만 명의 민주 평화 대행진 대열을 노래와 춤으로 환영하는 행사였다. 2부는 ‘민주주의 축제’로 뮤지컬과 노래로 꾸며지고 3부는 ‘빛의 콘서트’로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비롯한 노래 밴드들의 무대였다. 전야제 중앙무대는 금남로 4가역 교차로에 설치되고 양방향으로 여러 개의 대형 스크린이 있었다.
    내가 416합창단으로 참여하는 ‘민주주의 대합창’ 공연은 17일(토) 오후 3시 반에 시작했다.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였다. 서울 부산 안산 광주 등에서 온 7개 시민합창단이 개별 공연으로 두 곡씩 부른 후 대합창단으로 함께 두 곡을 불렀다. 광주는 광주였다. 7개 합창단 중 푸른솔합창단, 1987합창단, 광주흥사단합창단 3개가 광주 소재 합창단이었다.
     
     
    박종철 합창단(부산) /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1987합창단(광주) /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7개 민주주의 합창단이 함께 대합창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과 '광주출전가'를 불렀다. / 사진출처: 4.16합창단
     
     
    푸른솔합창단(광주): 2015년 6월 ‘합창’을 통해 민주 인권 평화로 상징되는 ‘광주정신’을 전달하고, ‘광주공동체’의 희망을 노래하고자 창단했다. 2017년, 2018년 창작 뮤지컬 ‘빛의 결혼식-임을 위한 행진곡’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615시민합창단(서울): 2009년 8.15행사 공연을 시작으로, 민족의 역사와 겨레의 삶에 수많은 아픔을 안긴 분단 장벽을 허물고 남북 화해와 평화통일의 새 세상을 열어가기 위해 창단했다.
    1987합창단(광주): 광주 전남의 1980년 5.18민중항쟁의 불꽃을 1987년 6월 항쟁의 횃불로 군부독재를 종식시키고 민주헌법을 쟁취한 그 뜻을 노래와 합창으로 계승하고자 2018년 창단했다.
    광주흥사단합창단(광주): 1913년 도산 안창호 선생이 창립한 민족운동 단체 흥사단. 독립운동, 대한민국의 민주화, 청소년 계몽, 육성 운동으로 2017년 3월 창단, 형화와 자유를 노래한다.
    박종철합창단(부산): 19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열사와 6월 항쟁의 정신을 기리고, 시민문화운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자 2016년 8월 16일 창단했다.
    416합창단(경기 안산):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 일반 시민으로 2014년 창단됐다. 소외와 불의, 불평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에 함께 한다.
    이소선합창단(서울):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의 영결식을 계기로 2011년 결성된 노동자 합창단이다. 서울시로부터 2020년 전문예술 단체로 지정받았다.
     
     
     
    민주주의 대합창에서 불린 노래 제목을 소개해 본다. 아, 민주정부/ 무궁화/ 다시 만난 세계/ 타는 목마름으로/ 죽창가/ 깍지손 평화/ 그날이 오면/ 죽순밭에서/ 바람에 지는 풀잎으로 오월을 노래하지 말아라/ 개벽/ 껍데기는 가라/ 인간의 노래/ 돌덩이/ 오월의 노래2/ 단결한 민중은 패배하지 않는다. 그리고 전체 합창단이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과 ‘광주출전가’를 불렀다.
     
     
    <봄의 겨울, 겨울의 봄> 뮤지컬이 진행되고 있다. / 사진출처: 뉴시스
     
     
     
    전야제 2부 순서를 연 뮤지컬 <봄의 겨울, 겨울의 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80년 봄과 2025년의 겨울이 중첩되는 판타지 스토리의 뮤지컬. 공연은 “계엄이 계엄이 계엄이 계엄이 계엄이 선포됐다.”를 반복해 부르면서 시작했다. 이어서 “2024년 12월 3일 도시를 통제하고 국회를 해산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붙잡아 가두겠다고 계엄령이 선포됐다.”라는 가사는 45년 광주와 현재의 서울을 관통하는 ‘계엄’을 보여 주었다.
     
    “응 엄마, 나? 여의도 가는 길.”
    “응 여보. 걱정 말게. 서울 다 와 부렀어. 아 어치게 가만히 있나. 국회 앞에 탱크가 처들어와부렀다는디!”
     
    이어서 노래한다.
     
    “하늘에는 헬리콥터가 거리에는 탱크부대가. 상상해 본 적 없어. 이런 세상이 다시 올 거란 걸.”
     
    그랬다. 45년 전의 그 계엄령 세상이 21세기에 다시 올 줄은 나도 상상하지 못했다. “추운 겨울이 더욱 추워질지도 모른다”라고 노래하면 “안 돼! 우리가 만든 나라야”라고 화답했다. “어떻게 가만히 있어. 학교에서 배웠는데. 나도 다 알아. 이거 5·18 때랑 똑같은 거잖아. 우리도 광주 사람들처럼 나서야 되는 거잖아.”라고 젊은 여성이 외치면 “어쩌면 다시 봄이 오지 않을지 모른다”라고 노래했다. 현재와 과거를 노래와 춤으로 연결해 주었다. 1980년 오월은 2024년 12월이 되었고, 광주의 영령이 오늘의 우리를 구했음을 알렸다.
     
    가수 이은미가 작곡가 김형석이 해석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광주에서 사람들과 같이 부르고 싶었단다. ‘서른 즈음에’, ‘가슴이 뛴다’ 그리고 ‘애인 있어요’를 열창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라서 일까, 시종 가슴 뭉클하고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작곡가 김종률은 임을 위한 행진곡은 “희생하신 분들에 대한 존경, 죽음을 뛰어넘는 사랑의 찬사 그리고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를 담아” 작곡했다고 했다. 5·18전야제 브로슈어의 글을 옮겨 본다.
     
     
    민주항쟁의 연원 오월광주로 연어처럼 몰려오는 민주시민들. 고향 집 부모의 마음으로 뜨겁게 환영하는 오월 광주 공동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금남로에서 새로운 세계를 전망하다.
    항쟁의 연원 5·18: 계엄의 밤, 장갑차 앞을 맨몸으로 가로막은 시민들의 용기는 광주 시민군의 헌신이었습니다. 남태령의 새벽, 고립된 농민들을 끝내 지켜낸 연대의 마음은 오월 어머니들의 사랑이었습니다. 한남동의 눈보라를 맞으며 새로운 세계를 꿈꾸던 낭만은 민주대성회의 횃불이었습니다.
    승리의 약속 5·18: 오월의 기억으로 내란과 맞서 싸우고 있는 국민들이 민주주의 승리의 염원을 안고 광주로 달려올 것이며, 광주 공동체가 고향 집 부모의 마음으로 뜨겁게 환영할 것입니다. 서로에게 감사를 표하고, 서로를 응원하며, 내란 청산과 민주 승리를 약속하는 축제를 펼칩니다.
    미래의 표상 5·18: 5·18은 미래의 표상으로 승화할 것입니다. 국민주권이 실현되는 민주국가, 국가 주권이 실현되는 자주 국가는 오월 광주가 꿈꾸었던 대한민국입니다. 계급과 계층, 성별과 세대를 넘어 누구나 서로를 귀하게 여기며 존중하는 대동세상을 오월 광주가 먼저 체험했던 미래입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 그리고 ‘5.18헌법’
    5·18전야제 시민참여 부스의 인상을 정리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올해도 45년 전 오월의 ‘주먹밥’이 있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연대와 사랑의 밥을 3개나 받아먹었다. 영화 <택시운전사>의 모델인 독일 기자 한스 패터를 기리는 초록 택시와 운전자가 있었다. 그 앞에서 인증 사진을 찍어 보여주면 광주의 소주 ‘잎새주’ 샘플 한 병 받을 수 있었다. 소주 병 라벨에는 “1980년 5월, 광주로 간 택시운전사”라는 문구와 초록 택시가 새겨져 있었다.
     
     
    주먹밥 나눔, 택시운전사x잎새주 인증사진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아시아의 노벨평화상’이라 불리는 광주인권상을 아는가? 5·18기념재단이 2000년부터 인권과 평화를 위해 기여한 민주화 운동가들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올해 수상자는 동남아시아에서 군사 폭력과 인권침해에 맞서 생존자 보호, 진실 규명, 평화 구축 활동을 펼쳐온 인권 단체 ‘아시아 정의와 권리(Asia Justice and Rights, AJAR)’다. 특별상은 필리핀 코르딜레라 지역에서 34년간 예술을 통해 인권과 공동체 권리를 옹호해 온 ‘DKK문화동맹’이 받았다.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실제 주인공인 고 문재학 열사를 비롯한 민주유공자들의 묘비를 찾아보자. 구묘역에도 신묘역에도 너무나 어리고 젊은 얼굴들을 보라. “5·18정신 계승 민주유공자법 제정하라”는 목소리가 있었다. 유족과 가족들을 위한 교육 지원, 취업 지원, 의료 지원, 대부와 양로 지원, 양육 지원 등 다양한 지원뿐 아니라, 국가와 지자체가 각종 기념·추모 사업을 실시하고 민주화 운동 관련 시설과 교양 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라는 내용이다.
     
     
    5·18정신 계승 민주유공자법 제정 손피켓(왼쪽),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부채(오른쪽)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이라 적힌 부채를 보았다. 홍보 부스에서는 “청원 참여”를 유도하는 유인물이 배포되고 있었다. 5·18정신을 국가가 책임지고 헌법에 새겨야 한다는 요지였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광주의 희생과 단호한 투쟁이 있었기에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지켜졌다. 12·3 불법 계엄의 국민 승리가 바로 오월광주의 승리”라며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통해 대한민국을 지켜온 힘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새기겠다"라고 말했다.
     
     
     
     '아 오월, 다시 만난 오월'를 주제로 5·18민주화운동 45주기 기념행사 진행 / 사진출처: 아시아경제
     
     
     

     
     

     

    민주주의 대축제 5.18 전야제를 다녀와서
    꿀벌

    조회수 680

    2025-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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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꾸는 느림보 사회적협동조합은 발달 장애인의 특성을 인정하고 지원하며, 장애를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닌 사회적 과제로 바라본다. 장애 당사자와 가족, 지역 공동체가 함께하는 이 협동조합은 발달 장애인이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러한 장애인 문화예술 교육사업의 일환으로 꿈꾸는 느림보는 단원 FM을 찾아왔다. 단원 FM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소통하는 장을 마련하며,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이다. 라디오 부스에서 함께한 이 작은 경험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장애인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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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리다는 것은 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천천히 배우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꿈꾸는 느림보다. 나는 이들과 함께한 첫 라디오 수업을 잊을 수 없다. 발달 장애인과 만난 경험이 없던 나에게 이 도전은 흥미롭고도 긴장되는 일이었다.
     
    발달 장애인이란? 
    발달 장애인은 지적 장애나 자폐 스펙트럼 장애 등을 포함하며, 학습과 의사소통, 사회적 상호작용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학습 방식과 속도의 차이일 뿐, 그들만의 개성과 감정을 가진 소중한 존재들이다. 우리는 장애인을 특별한 존재로 바라볼 필요가 없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동료이며, 함께 어울리며 지낼 때 비로소 사회는 더 따뜻해질 수 있다.
     
     
    출처: 에디터 윤작가
     
     
    라디오 부스를 가득 채운 에너지
     
    수업이 시작되자, 8명의 아이들과 5명의 활동보조 선생님들이 라디오 부스로 몰려들었다.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부스에 들어오자 나는 순간 당황했다. 활동보조 선생님들까지 따라올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그만큼 내가 발달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음을 깨달았다. 아이들은 마이크 앞에 앉아 헤드폰을 끼자마자 환호성을 질렀다. 어떤 친구는 박수를 치고, 어떤 친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했다. 어색함도 잠시, 나는 그들과 같이 춤을 추며 말했다.
     
    "제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러는 건 아니겠죠?”
    "네에에!”
    아이들의 반응은 조금은 느리지만 즉각적이고 뜨거웠다. 활동보조 선생님들이 다급히 진정시키려 했지만, 나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오늘의 주인공이잖아요!"
     
     
    출처: 에디터 윤작가
     
     
    나도 DJ.
     
    나는 아이들에게 제일 좋아하는 노래를 소개해 보라고 했다. 아이들은 아주 천천히 유튜브에서 직접 음악을 찾았고, 한 명씩 마이크 앞에서 곡을 소개했다.
    "이 노래는요, 기분이 안 좋을 때 들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엄마랑 차 타고 갈 때 자주 들었어요!"
    "저는 전국노래자랑이 제일 좋아요!"
    그들의 말이 끝날 때마다 나는 흥을 돋우며 추임새를 넣었다.
    ", 대단한데!"
    "목소리가 정말 멋있어!"
    "너무 잘했어!"
     
    그 작은 칭찬 한마디에도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 주먹 인사와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콘솔의 볼륨 버튼을 직접 올려보는 작은 경험조차 그들에게는 큰 설렘이었다.
     
    장애인 감수성이란?
    장애인 감수성이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들의 삶을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태도를 의미한다. 나는 이론적으로 장애인 감수성을 공부한 적은 없지만, 그저 자연스럽게 이들과 어울리고 싶었다. 아이들은 단순히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개성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주체였다.
     
     
    출처: 에디터 윤작가
     
     
    우리가 만든 특별한 순간
     
    1시간의 수업이 끝나자, 아이들은 아쉬운 얼굴로 외투를 챙겼다. 하지만 흥이 식지 않은 몇몇 아이들은 문 앞에서 머뭇거리며 말했다.
    "윤작가님! 다음 주에도 와요?"
    "그럼! 우리 다음 주에도 신나게 놀아야지!"
    활동보조 선생님들과 함께 발걸음을 맞추며 떠나던 아이들은 문 앞에서 다시 돌아서서 손을 흔들며 외쳤다.
    "윤작가님, 다음 주에 또 만나요!"
    그들의 목소리가 부스에 울려 퍼지는 순간, 나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수업이 끝난 후, 활동 보조 선생님이 내게 다가와 말했다.
    "오늘 정말 수고하셨어요. 보통 마지막 수업이 되면 아이들이 지쳐서 텐션이 떨어지는데, 오늘은 오히려 에너지가 더 넘쳤어요! 아이들이 선생님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아요."
    곁에서 듣고 있던 단원 FM 본부장도 거들었다.
    "윤작가님이 우리 라디오에서 장애인 감수성이 제일 높은 선생님이세요."
    "어쩐지,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빛이 따뜻했어요."
    나는 장난스럽게 답했다.
    "제가 감수성 하면 누구에게도 안 져요. 하품만 해도 눈에 눈물이 고이는 감수성을 지니고 있답니다.”
     
    출처: 에디터 윤작가
     
     
    사실 나는 장애인 감수성이 특별히 높은 사람이 아니다. 다만, 그들이 가족처럼, 친구처럼 느껴졌을 뿐이었다. 그렇게 나의 첫 발달 장애인 라디오 수업은 예상보다 훨씬 더 유쾌하게 마무리되었다. 장애인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며,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이며, 우리와 같은 감정을 느끼고,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이 곁에 오면 두렵다.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어떤 말이 그들을 불편하게 할지 잘 모른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피하는 것이 아닐까? 이제는 피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물어보자.
     
     
    내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우리가 함께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지낼 때, 장애인 감수성은 저절로 자라난다. 그리고 그렇게 함께 살아갈 때, 우리 사회는 더 따뜻해질 것이다.
     
     
     

     
     
     
    장애인 감수성이란?
    윤작가

    조회수 666

    2025-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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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이 있다고 분명 있다고
    믿었던 길마저 흐릿해져 점점 더 날
     
    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수고했어 오늘도
     
    (‘수고했어, 오늘도’ - 옥상달빛 노래 가사 중)
     
     
    오늘따라 수고했어 오늘도라는 말이 제 질문에 답처럼 들립니다. 에디터 두 번째 글쓰기에서, 질문에 멈춰 섰거든요. “공익 에디터 글쓰기는 평소의 내 글쓰기랑 뭐가 다르지?”에서 공익과 공익 아닌 것의 경계는 뭐지?로 갔다가 내가 이걸 쓰는 게 맞나?”까지. 4.16합창단 이야기라서 더 어려운가 봅니다. 제가 별 존재감은 없지만 4.16합창단원이라고 밝히기로 했습니다. “수고했어 오늘도노래의 힘에 기대어 글을 마감할 수 있었습니다.
     
     
    416합창단 연습 사진(출처: 416합창단)
     
    출처: 안산마음건강센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 대책위원회,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4.16가족협의회 강당 벽면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잊지 않을게, 4.16합창단 연습실 스케치
     
    “46, S12, A15, T8, B7” 이건 무슨 암호일까요? 324() 저녁 7:30-10:00, 4.16합창단의 정기연습 기록입니다. 안산에 있는 4.16가족협의회 강당에서, 소프라노12, 알토15, 테너8, 베이스7, 지휘자, 반주자, 영상 담당 그리고 사회복지사, 참여자가 46명이란 뜻이죠. 한쪽 벽면 가득 250명의 별이 된 아이들사진이 노란 걸개로 걸린 컨테이너 강당 연습실입니다.
     
    4.16합창단은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아이를 떠나보낸 유가족과 생존한 아이들의 가족 그리고 시민 단원으로 구성된 합창단입니다. 201412월 작은 노래모임을 시작할 때, “자식 잃고 뭐가 좋다고 노래하냐던 분들이 11년 차 합창단이 되었습니다. 3월 말 현재 통산 456회 공연으로. 세월호 아이들을 기억하고 알리며, 사회적 참사와 아픔이 있는 사람들과 연대하며 노래하고 있습니다. 정기연습 시간은 매주 월요일 저녁입니다.
     
    합창 연습은 먹방후에 시작합니다. 준비된 저녁밥은 김밥과 라면이지만, 오늘은 단원의 모친상 답례떡, 신입단원이 쏜 곱창 순대볶음과 어묵 그리고 준우 맘의 쌀 과자 등이 더해집니다. 박미리 지휘자가 연습 시작을 알리네요.
    맛있게 드셨죠? 떡 두 봉지씩 챙기신 거죠? 하나만 드시면 안 된대요.”
    키득키득 누군가는 떡 한 봉지 더 챙겨 오고, 지휘자는 덧붙입니다.
    오늘 연습으로 4회 공연이 이어지는 거 아시죠? 대구 공연 주최 측 요청곡이 <돌덩이>인데 아직 신청 인원이 좀... 계속 더 힘 모아 주세요. 그리고 공연 때 원하는 신입단원은 악보 들고 하셔도 된다고 다시 말씀드려요.”
     
    첫 곡은 <수고했어 오늘도>입니다.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는 유가족들과 시민들을 따뜻하게 토닥이는 노래입니다. 이어서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기쁨에게>, <포카레카레아나>, <돌덩이>, <조율>을 부릅니다.
     
     
    416합창단 공연 모습 (출처: 416합창단)
     
     

    <별 기억식>
    326: 독학으로 배운 피아노로 교회에서 거의 모든 예배 때 반주를 한, 음악 심리치료사가 꿈인 양온유(2반)
    328: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걸 좋아하고 마술사가 되고 싶은 김용진(4)/ 책임감이 강하고 친구들의 고민을 잘 들어주고, 치즈케이크를 좋아하는 구태민(6)/ 기타도 잘 치고 손재주가 좋아 프라모델도 능숙하게 조립하고, 자동차 공학박사를 꿈꾸는 안주현(8)
    329: 엄마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모든 것이었던 외동딸, 웃으면 입술 끝에 주름이 생겨서 별명이 '주름'인 김주희(10)
    331: "음악은 소울이 가장 중요하지!"라며 언제나 음악과 함께하는 '츤데레' 강승묵(4)
    42: 성당에 갈 때나 시장을 볼 때, 언제 어디서나 엄마랑 다니고 무엇이든 엄마와 함께하는 엄마의 동반자 '반자' 권지혜(10)
    43: 섬세하고 다정하면서도 듬직한 성품으로 엄마의 마음을 잘 이해해 주는 아들, 자동차 디자이너가 꿈인 정휘범(4)/ 직장 다니는 엄마를 늘 걱정하고 위로하는 아들, 작가, 만화가, 기타리스트, 천문학자 등 꿈이 많은 이준우(7)
    44: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위로와 행복을 주는 아들, 부모님이 하시는 음식점에서 모든 음식의 간을 도맡아 볼 정도라 별명이 간쟁이인 강혁(4)
    45: 엄마와 걸음걸이까지 닮은 일 번 친구, ‘태권 소년’, ‘단원구 장동건조봉석(8)
    46: 잔소리 할 일 없이 키운 실거운(슬거운)’, 단 한 번도 엄마를 힘들게 하지 않는 딸, 간호사가 되는 것이 꿈인 권민경(9)

     
     
    연습 1부와 2부 사이엔 중간 휴식이 있고 별 기억식이 있습니다. 다음 월요일에 연습이 없으니 324~46일 사이에 생일이 든 아이들의 이름을 알토 뿅뿅이 하나하나 호명합니다. “326일입니다. 독학으로 배운 피아노로 교회에서 거의 모든 예배 때 반주를 한, 음악 심리치료사가 꿈인 2반 양온유에서 시작해 “9반 권민경까지. 지휘 없이 피아노 반주와 함께 잊지 않을게를 부를 때 오늘도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납니다.
     
     
    출처: 4.16연대, 4.16재단
     
    416합창단 두 번째 앨범 기획공연 사진 (출처: 416합창단)
     
     
    길 위의 합창단
     
    5년 전 제가 4.16합창단에 처음 들어온 그날도 잊지 않을게를 불렀습니다. 별이 된 아이들 이름을 부를 때, 부모님과 인사할 때, 목소리가 자꾸 막히고 눈앞이 흐려졌습니다. 그런 목으로 계속 노래하는 신기한 합창단이었습니다.
     
    326() 3시 안산마음건강센터 개소식 장소는 햇빛 부신 마당입니다. 합창단은 2시 현장 리허설 후 대기실에서 오색 스카프를 두르고 또 연습합니다. 수없이 부르고 월요일에 연습했지만 오늘은 29(S5, A11, T4, B7)이 호흡을 맞춥니다. “수고했어 오늘도기쁨에게4.16합창단은 마음을 전합니다. 지난 10년간 세월호 참사 피해 가족들과 안산 지역사회의 치유를 위해 수고한 안산마음건강센터와 거기 모인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공연 후 합창단은 서둘러 자리를 뜹니다. 저녁 630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 공간에서 4.16기억문화제를 합니다. 리허설 시간 530분까지 차로 전철로, 속속 모여든 단원은 낮 공연보다 많은 37명입니다. 초연곡인 포카레카레아나Pocarecareana’, ‘기쁨에게그리고 돌덩이를 잘 불렀습니다. 여기서 331()엔 스텔라데이지호 8주기 추모로 또 모일 겁니다.
     
    4월의 5개 공연 중 저는 대구 여정남 열사 50주기 대동한마당에 마음이 쓰입니다. 장거리에다 3월 말 현재 갈 수 있는 단원이 22명인데 알토가 저를 포함해 4명입니다. 평소 가장 수가 많은 알토가 무슨 일일까요? 행사 주최 측에서 요청한 곡이 <돌덩이>. 길고 에너지 넘치는, 알토가 특히 어려운 곡입니다. 잘하는 동료들에게 기대어 가기엔 4명이 너무 적지 않나요? 후엔 9() 연세대 채플, 12() 11주기 서울집중문화제, 그리고 16()에 안산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식에서 노래합니다. 멀리 실상사로 가 선지식과 함께 걷는 순례길에서 노래하면 4월이 갑니다.길 위의 합창단입니다.
     
     
    출처: 에디터 직접촬영
     
    출처: 416합창단

     

    너의 별에 닿을 때까지, 오색 스카프를 두르고

     
    “10년 동안 길 위에서 노래를 불렀다. 아픈 사람들과 손잡고 걸어가는 동행이었고 모난 세상을 향한 우리의 외침이었다.”
     
    작년 104.16합창단 두 번째 앨범 기획공연 너의 별에 닿을 때까지 노래할게를 여는 프롤로그였습니다. ‘길 위의 합창단의 목에 5색 스카프가 처음 등장한 무대였습니다. 세월호 참사에서 시작됐지만 아픈 마음과 연대해서 온 세상을 향해 노래하는 합창단이니까요. 재난 참사가 반복되니 마음 아픈 사람들이 늘어나고 리본 색깔도 늘어나는 현실. 연대와 동행의 5색 스카프를 제작해 두르게 되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노랑,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의 주황,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초록, 이태원 참사의 보라 그리고 아리셀 참사의 하늘색. 너의 별에 닿을 때까지 노래할게, 오색 스카프를 두르고.
     
    416합창단 두 번째 앨범 기획공연 [너의 볕에 닿을 때까지 노래할게] / 출처: 416합창단 유튜브
     
    두 번째 앨범은 4.16합창단을 위한 창작곡을 포함한 CD와 음원으로 나와 있습니다. 창작곡 <>는 태어나던 날부터 18살 수학여행 가는 날까지의 아이 인생을 노래합니다. 봄날, 두 개의 세계, 푸르다고 말하지 마세요, 종이연, 노래여 우리의 삶이여, 그날처럼 오늘도, 돌덩이,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그리움을 담은 노래 사이에 부모님들의 육성 편지 -하늘로 가는 우체통도 담겨있습니다. 첫 앨범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2020)4.16합창단 6년의 이야기는 책으로, 노래는 CD, 북 CD란 거 아시죠?
     
    예은아, '노래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고 싶어요.' 1학년 일기장 속 너의 꿈,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너의 마음을 담아서 외칠게, 노래할게, 바꿔낼게, 멈추지 않을게. 그리고 안산으로 꼭 데려올게. 사랑해, 예은아.”
    별이 된 단원고 2학년 3반 유예은 양의 엄마, 소프라노 단원 박은희 님의 육성 편지입니다. 한 매체 인터뷰에서 예은 엄마는 이렇게도 말했습니다.
    아이들이 못한 말을 하려고, 궁금해하는 질문에 답을 찾으려고 걸어온 길 같아요. 그래서 애들이 원하는 게 뭘까 늘 궁리하면서 살았어요. 세월호는 한국 사회에 선명한 선으로 남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전과 다른 세상을 만드는 기준점이 되어야 해요.”
    너의 별에 닿을 때까지”, 오색 스카프를 두르고 노래하는 합창단입니다.
     
     
    출처: 4.16합창단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
     
    제게 세월호 참사는 침몰하는 배에서 먼저 탈출하는 선장과 선원들의 이미지로 각인돼 있습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방송으로 들립니다. 그해에 우리 집 셋째가 세월호 아이들과 학교만 다른 고2였거든요. 그 봄에 저는 몸이 심하게 아팠고 큰 수술을 받았습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소리가 저를 따라다녔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병이 도져서 죽을 거 같았습니다.
     
    몸이 더 아플까 봐, 살고 싶어서 세월호 기억활동에 참여하다 4.16합창단에 들어왔습니다. 짝꿍과 함께 활동하며 늙어가자 했습니다. 노래는 존재감 없지만, 가만히 있진 말자, 곁에 있는 건 할 수 있을 거 같았습니다. 합창단 활동 5년이 됐지만 여전히 노래는 자신이 없어서 동료들에게 묻어가는 알토입니다. 참사 11주기를 맞으며, “수고했어 오늘도가 특별하게 와닿습니다.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을 위해 싸워온 분들의 실망을 알기 때문입니다. 땀과 눈물 어린 얼굴들이 떠오르고 별이 된 아이들이 떠오릅니다. 그래서 수고했어 오늘도, 노래합니다.
     
     
    작게 열어둔 문틈 사이로/ 슬픔보다 더 큰 외로움이 다가와 더 날/
    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
    빛이 있다고 분명 있다고/ 믿었던 길마저 흐릿해져 점점 더 날/
    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수고했어 수고했어 오늘도/
    라라 라 라 라 라 라 라라 라....
     
    (‘수고했어, 오늘도’ - 옥상달빛 노래 가사 중)
     
     
    '4.16생명안전공원' 함께 하는 노래! [다함께 만들어요] 뮤직비디오 / 출처: 4.16재단

     


     

    “수고했어 오늘도”, 4.16합창단 이야기
    꿀벌

    조회수 961

    2025-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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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4, 안산은 노란빛으로 물든다. 세월호 참사의 중심에 있는 안산에서는 매년 4, 무대를 노란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아 경기도 안산에서는 202545()부터 427()까지 <4월 연극제>가 진행된다.

     

    4월 연극제는 2017, 지역 연극인들과 시민사회가 함께 힘을 모아 처음 시작했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2년간 총 11개의 작품을 선보였고, 2019년에는 ‘4월 예술제라는 이름으로 안산문화재단이 주최하며 확장되었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잠시 중단되었다가 그 의미를 소중하게 지켜보던 4.16재단이 2022년부터 공식 주최를 맡으며 지금까지 <4월 연극제>를 이끌어가고 있다.

    이제 4월 연극제는 매년 안산에서 열리는 기억과 예술의 장이 되었다. 그리고 올해,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아 일곱 번째 연극제가 열린다. 4월 연극제는 무대 위에서 기억을 말하고, 추모를 노래하며, 우리가 아직 말하지 못한 질문들을 꺼내는 시간이다.

     

     

    세월호 참사 11, 서로를 마주 보는 두 숫자처럼.

    2025년은 세월호 참사 11주기이다. ‘11’은 마치 두 개의 숫자가 서로를 바라보는 형상이다. 올해 4월 연극제는 바로 그 바라 봄에 주목한다. 11년이 지난 지금까지 진상규명이 되지 못한 세상에 진실을 바라, 지쳤을지도 모를 서로를 바라보며, 연극이라는 예술을 통해 서로를 위로하고 치유하기를 바란. 올해 4월 연극제의 부제인 <바라, >은 단순한 기억이나 추모를 넘어, 지금 이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고, 세상을 바라보고, 진실을 바라본다는 다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올해 4, 우리는 무대라는 또 다른 세상에서 서로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올해 4월 연극제는 단지 더 많은 공연이 아니라 더 가까워진 연극을 지향한다. 기존에 진행되었던 보노마루 소극장과 별무리 극장을 넘어, 경기도 미술관까지 공연무대가 확장된다. 미술관의 전시실과 로비, 야외정원이 무대가 되면서 연극은 일상 속으로 더 깊이 들어오게 되고, 관객은 객석이 아니라 전시장을 거닐다 연극을 만나고, 야외정원에서 배우를 만나게 된다. 이는 전시되는세월호에서 곁에 있는세월호로 바뀌어가는 새로운 흐름이 될 것이다.
    또한 올해는 처음으로 시민이 직접 무대에 선다. 전문배우나 예술인이 아닌 시민이 직접 창작한 작품이 본격적으로 4월 연극제에서 소개된다. 이는 시민이 주체가 되어 함께 예술하고, 함께 세월호를 기억하는 가치 공동체 예술로 앞으로도 4월 연극제의 중요한 의미를 가져다줄 것이다.

     

    <20254월 연극제 참여작 소개>

    - 노란빛의 무대를 채워주는 의미 있는 작품들

    1. 별망엄마_4.16가족극단 노란리본

    매년 4월 연극제의 개막을 책임지는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작품으로, 세월호 어머니들이 직접 무대에 선다. 안산의 별망산 설화를 바탕으로, 대복이라는 아이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어머니의 끝없는 사랑과 그리움을 담아냈다.

     

     

     

    2. 쌈 구경 가자_ 발광 엔터테인먼트
    전통 마당극의 형식을 빌려 두 마을이 생명안전을 주제로 유쾌하게 경쟁한다. ‘겸손한 승자, 당당한 패자의 이야기를 경기도 미술관 야외마당에서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수준급의 택견 묘기와 흥겨운 음악으로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3. 우리의 아름다웠던 날들에 관하여_극단 창세
    작년 4월 연극제에 소개되었던 작품으로 올해 다시 보고 싶은 작품에 선정되어 올해에도 4월 연극제를 찾아온다. 무대를 벗어난 열린 공간에서 관객과 배우가 함께 무대를 만들어가는 작품으로, 기억과 일상의 아름다움, 함께 살아가는 의미를 감각적으로 풀어낸다.


     

     

    4. 갈매기가 건져올린 소문_수원 영통시민뮤지컬단
    시민이 직접 창작하고 선보이는 공연으로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세월호 문화예술계에 시민 참여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5. 환생굿_지정남 커뮤니케이션즈
    전라도 씻김굿을 모티브로 광주 5.18 민주화운동과 여성의 서사를 담아낸 작품. 1인 극으로, 억울한 죽음과 망자의 환생을 통해 잊힌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6. 33색 몸짓_ 프로젝트 팀 바라,
    인형극, 마임, 무용을 결합한 다원예술 공연으로 전시관 곳곳에서 진행되며 다양한 예술 장르가 세월호를 담아내는 퍼포먼스를 볼 수 있다.


     

     

    7. 이어도 사나_극단 새나
    신비의 섬 이어도를 배경으로 상실과 치유, 연대를 다룬 창작 초연작이다. 바다에서 소중한 사람을 잃은 세 인물이 희망호에 올라 환상의 섬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위로와 연대의 힘을 발견하게 된다.

     

     

     

    8. 늙은 소년들의 왕국_극단 걸판
    2014년 당시 세월호 참사 직후 초연된 작품으로 당시에 세월호와 연극계에 큰 울림을 주었던 작품이다. 리어와 돈키호테가 서울역 광장에서 버림받은 소년을 백성으로서 지키는 이야기를 통해 국가와 공동체의 책임을 유쾌하게 성찰한다.

     

     

    세월호 엄마들이 무대에 서는 이유

    -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

    무대 위에 유독 특별한 배우들이 있다. 웃어야 할지 울어할지 모르게 난감하게 하는 배우들이 있다. 바로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이다.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은 세월호 피해자 어머니들이 결성한 극단이다. 201510월 집 밖을 나오지 않던, 어쩌면 집 밖을 나오지 못하던 어머니들을 집 밖으로 나오게 하기 위해 희곡읽기 모임으로 시작되었다. 그 후, 2016<그와 그녀의 옷장>을 첫 공연으로 정식 창단되었으며 현재는 세월호를 알리고 희생된 아이들을 기억하기 위한 공연을 전국에서 진행하고 있다.

    4.16가족극단의 예술감독 김태현은 어머니들이 합법적으로 웃을 수 있는 기회를 연극을 통해 만들고자 했다. 참사 이후, 웃는 것조차 최잭감이던 시간 속에서 연극은 그들에게 슬픔을 웃음으로 말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되었다. 그래서 4.16가족극단의 연극은 대부분 코미디 연극이다. 이들의 무대는 관객을 울리지 않는다. 대신 관객과 함께 웃고, 허를 찌르듯 현실을 되짚고, 오히려 우리의 마음을 위로해준다. 고통을 강요하지 않고, 슬픔을 전시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의 무대는 언제나 나눌 수 있는 사랑이 있음을 보여준다.

    무대 위에서 마음껏 웃고, 마음껏 울고, 마음껏 말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유를 연극이라는 형식을 통해 얻게 된 엄마들이 있다. 세월호 엄마이기에 가능한 연극, 세월호 엄마이기에 전할 수 있는 위로가 있다. 바로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이다.

     

    <세월호 참사 11주기, 4월 연극제 바라, ’>

    .올해 <4월 연극제 바라, ’>45일 개막작 <별망엄마>를 시작으로, 27일 폐막작 <늙은 소년들의 왕국>까지 총 8개의 작품이 안산 전역에서 펼쳐진다

    .경기도 미술관, 별무리극장, 보노마루 소극장에서 열리는 이번 연극제는 모두 무료로 관람 가능하며, 네이버 ‘4월 연극제를 검색해 예매할 수 있다

    4, 우리가 또다시 연극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세월호 참사 11주기, 4월 연극제 바라,

    예매링크 :  https://booking.naver.com/booking/12/bizes/667423
     

    문의 : 010-5894-6249

     
    [기획]세월호 참사 11주기_연극으로 기억하기, 4월연극제 <바라, 봄>
    4월연극제 기획팀 김지우

    조회수 785

    202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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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당 원고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정유리' 인권교육센터 온다 활동회원>

     응원봉의 불빛 너머, 새로운 세상으로

     

    2024년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뜬금없는 비상계엄 발표 이후 거의 석 달 정도가 지났다. 다행히 국회의 신속한 대응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면서 비상계엄은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도대체 2024년에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도대체 대통령은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한 건지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분노한 시민들은 윤석열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고, 한마음 한목소리로 대통령 탄핵을 외쳤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는 보았다. 분노를 넘어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과 염원을 담은 불빛들을.

    사방을 가득 메운 형형색색의 응원봉,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몸을 흔드는 사람들, 모르는 사람과도 스스럼없이 눈빛을 나누는 다정한 얼굴들. 언뜻 인기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이 모습은 12월 3일 이후 윤석열 탄핵 집회의 상징적 풍경이 되었다. 집회에는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지만 가장 눈에 띄는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바로 여성들, 그중에서도 2030 여성들이었다. 단상 앞에 주로 자리 잡은 이들도 2030 여성들이었고, 자신의 최애 아이돌 응원봉을 가지고 와 K-pop 음악에 맞춰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탄핵 집회 분위기를 이전과 다르게 만드는 데 가장 크게 일조한 이들도 바로 2030 여성들이었다.

     

     

    이와 함께 주목해야 할 일군의 집단이 있다. 바로 페미니스트와 퀴어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광장에 나선 이들이다. 여성인권단체들의 연대체인 '민주주의 구하는 페미-퀴어-네트워크’는 온라인에서 그리고 집회가 열리는 오프라인 광장에서 “이게 바로 안티페미니스트 정치의 말로” “윤석열은 뒤로, 차별·폭력 없는 나라 앞으로” 등의 구호를 외치면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페미니스트들이 광장에서 변화와 변혁을 외친 역사는 생각보다 유구하다. 페미니스트들은 남성성이 지배하는 정치·경제·사회 영역 전반에서 성차별과 약자에 대한 혐오를 일상적인 것으로 만드는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오랜 시간 치열하게 투쟁해 왔다.

    그런 이들에게도 ‘여성가족부 폐지’, ‘성폭력 무고죄 강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내세우며, 안티페미니즘을 세력화해 당선된 윤석열 정부의 지난 시간은 무척 가혹했다. 당선 이후에도 성교육 도서 검열, 피해자 지원 기관 예산 대폭 삭감,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국가 책임 부정 등 반페미니즘 행보는 계속되었다. 윤석열 정부하에서 페미니스트를 포함한 사회적 소수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국가와 사회체제로부터,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로부터 쫓겨나고 배제당했다. 아마도 그들은 대통령 윤석열이 끊임없이 호명했던 ‘국민 여러분’에 자신의 존재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소수자들을 이 사회에서 지워버리고자 한 윤석열의 퇴진을 가장 먼저 바랐던 것은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정체하는 시민들이었을 것이고, 그런 페미니스트들이 계엄 사태 이후 탄핵을 외치며 즉각적으로 광장에 등장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페미니스트들이 외치는 “폭주하는 남성성의 시대는 끝났다”라는 구호에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통해 우리는 사회적 소수자들의 권리를 억압하고, ‘우리’와 ‘그들’을 나누어 갈라치기 함으로써 정치적 권력을 얻은 세력이 어떻게 우리 사회의 보루인 민주주의를, 어렵게 만들어온 사회적 체계와 협의를 하룻밤 사이에 망가뜨릴 수 있는지 똑똑히 목격하였다. 어찌 보면 그런 식으로 권력을 얻은 자가 군사 권력을 통해 정치생명을 연장하려 한 것은 그리 놀랍지 않은 결말이라고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해로운 남성성’의 발로였던 것이다. 그렇기에 비상계엄으로 인한 정치적·사회적 혼란의 해결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 다가올 ‘새로운 세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에 제대로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사족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혹시라도 페미니즘이 오직 ‘여성’만을 위한 사상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계실까 싶어 덧붙이자면 페미니즘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사회는 ‘여성’의 평등성만이 확보되는 사회가 아니다. 제대로 된 사상이라면 애초에 누구‘만’을 위한다는 것이 성립될 수 없지 않을까? 페미니즘의 출발점은 ‘여성’이라는 젠더 문제이지만 그 도착점은 인종, 계층, 장애, 성적 지향 등 다양한 이유로 차별받고 소외되는 소수자들이 동등한 인간으로 대우받고, 사적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도 완전한 권리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페미니즘을 표방하면서 다른 종류의 차별에 무관심하거나 심지어 다른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선동한다면 그러한 페미니즘은 인간을 ‘남성-여성’이라는 아주 단순한 구도로만 본다는 치명적인 한계를 지니게 된다. 오늘날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억압의 문제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다층적으로 교차되어 있기 때문에 ‘남성 vs 여성’이라는 관점만으로는 문제를 제대로 인식할 수도, 해결할 수도 없다.

    남태령 시위는 단순한 ‘젠더 렌즈’를 넘어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정체하는 여성들이 오랜 시간 보이지 않는 존재였던 또 다른 소수자인 농민과 함께한 뜨거운 연대의 현장이었다. 우리는 응원봉 광장과 남태령 시위 현장에서 윤석열 정권 ‘이후’ 우리가 만들고 싶은 세상을 보았다. 그곳에서 우리는 윤석열 ‘이후’를 밝힐 등불을 서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광장이 아닌 일상에서 우리가 외쳤던 구호를 실천으로 옮겨야 할 때다. 그 과정은 결코 쉽지도, 단 한 번에 이뤄지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광장을 가득 채웠던 형형색색의 응원봉과 눈 내리는 겨울밤 서로를 배려하며 길거리를 지켰던 연대의 경험이 있다. 이 경험을 통해 우리는 느리더라도 확실히,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인신' 수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나는 페미니즘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걸까?

     

    최근 나의 가슴을 때린 세 문장이 있다. 첫 번째는 엑스(구 트위터)에서 본 문장이었다. 당신이 페미니스트인 것보다 페미니즘으로 무엇을 하려는지가 더 궁금하다는 취지의 트윗이었다. 어딜 가든 내가 페미니스트임을 밝히며 살아왔지만, 그 이외에 내가 페미니스트로서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 돌이켜 봤다. 글쎄, 집회 몇 번 따라가고, 발언 한 번 한 게 전부인 것 같다. 결국 나는 페미니스트로의 평가는 원하지만, 페미니즘으로 사회에 기여는 하지 않는 패션 페미니스트가 아닌가 싶다.

    두 번째 문장은 회의 자리에서 여성단체 활동가의 입에서 나왔다. 여성단체 활동가들은 연대체 회의나 행사에 올 때 갑옷을 입는 심정으로 참여한다는 말이었다. 활동가사회 안에도 존재하는 안티페미니스트 혹은, 젠더에 기반한 권력관계에 무감각한 활동가가 있기에 여성활동가들의 불안감이 만연할 수밖에 없다. 특히 여성운동을 하는 활동가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차별적, 혐오성 발언을 듣는 순간 그 자리에서 어떤 반응을 취해야 올바른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고민을 누군가는 해야 하고, 누군가는 하지 않아도 되는 것. 그것 역시 권력의 문제고, 차별이다.

    세 번째 문장은 좀 오래 됐지만 예전에 경기도교육감 선거를 위한 후보자 토론회에서 송주명후보가 이재정후보에게 질의하며 했던 문장이었다.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것과, 민주주의자로 살아온 것은 다른 문제라는 취지의 질의였다. 전자는 존중받아 마땅한 대승적, 희생적, 역사적 프로젝트에 가깝다. 후자는 일상의 민주주의가 사회의 민주주의의 근간이 된다는 말로 이해된다. 여성 인권, 성평등을 위한다는 나의 말은 내 일상이 얼마나 평등한지 돌아보는 순간 초라해졌다.

    나는 남성이고, 비장애인이고, 한국인이고, 청년이다. 내가 갖고 있는 권력은 나에게 큰 고민을 요구하지 않고, 갖은 것에 비해 후한 평가를 준다. 나는 태어나 의사로부터 남성이라는 성별을 부여받은 순간 갖지 말아야 할 권력까지 보장받았다. 결국 내가 이뤄야 할 일상의 민주주의는 내가 갖은 권력을 돌아보고, 반납하고, 그 과정을 내가 속한 조직에 구현하는 것이다. 내가 최근에 영향받은 세 문장은 나에게 페미니스트로서, 민주주의자로서, 지역 활동가로서 내가 몸담고 있는 일상과 조직을 평등하게 하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알려준다.

    계엄이라는 폭풍이 정국을 빠르게 요동친다. 그 와중에 가장 돋보이는 것은 언제나 그랬듯 여성들의 정치다. 무지갯빛 연대로 다른 이들의 저항에 동참하는 여성들의 정치가 그것이다. 남태령에서 나온 , 다음엔 누구를 위해 싸워볼까요?”라는 말은 교차페미니즘이 도달하려고 하는 연대의 미학을 광장의 언어로 구현했다. 한 중년 남성이 광장에서 누군가에게 들은 비판적 조언에 알겠다. 알아두겠다.”라고 답한 모습은 광장이 페미니즘으로 결속한다 말해준다. 페미니즘은 내란이라는 위기를 건강하고 안전하게 건너도록 해주고 있다.

    폭력적 수단으로 시민을 억압하려 했던 안티페미니스트 대통령을 페미니스트들이 저지하고 있다. 최근에 열리는 광장은 오랜 시간 대부분의 사회를 지배했던 남성 정치의 종언을 요구한다.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발언하는 윤석열 정부는 무책임한 태도와 고압적인 모습으로 평등한 조직문화에 정방향으로 역행하는 남성성을 표상한다. 결국 페미니스트들은 페미니즘이 민주주의를 더 완전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계엄정국에서 가장 정확하게 갈파하고 있다.

    우리는 서부지법 폭동과 극우단체들의 대학 난입 난동 사태를 보며 여성혐오정치가 어떻게 발화하는지 확인하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 여성혐오를 기반으로 성장한 유튜버들이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쏟아낸 혐오를 현실 세계에서 난동과 폭력으로 외화하고 있다. 판사의 이름을 욕설과 함께 입에 올리는가 하면, 둔기로 집기를 부수며 법원에 난입하는 모습은 온라인에서 보여주던 그들의 모습과 일치한다. 유구한 역사를 갖는 이대에 대한 고대 남성들의 모욕을 이제는 아저씨가 된 극우 유튜버들이 재현하고 있다. 교내에 난입해 학생들의 멱살을 잡고, 욕설을 퍼부으며, 피켓을 부수는 모습은 그들의 성장기반이 여성혐오였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윤석열 정부의 내란이 남성정치의 외화였다면, 서부지법 폭동과 극우유튜버 이대 난입은 여성혐오 정치의 외화다. 그 과정에서 불행 중 다행이라면 여성혐오를 자양분삼아 중앙정치에 끊임없이 기생하던 이준석 국회의원은 동덕여대 학생들을 상대로 또다시 혐오장사를 시도했지만 기대했던 흥행은 없었다. 한국사회는 남성성 정치, 여성혐오 정치로 얼룩져 있다. 이에 대응해온 건 두말할 것 없이 페미니스트들의 정치였다.

    작금의 한국사회 문제들은 왜 페미니즘이 대안인지 충분히 설명한다. 이제 남은 것은 나의 삶과 일상에 어떻게 페미니즘을 녹일 것인지다. 극우 혐오 정치를 진단하고 비판하는 것을 넘어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어떻게 페미니즘과 마주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은 얼마나 평등한지 돌아봐야 한다. 얼마나 다양한 주체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지 진단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얼마나 정의롭게 해결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내가 갖은 권력은 무엇인지 돌아보고 내려놔야 한다.

    서울과 전국을 지역 기반으로 하는 단체와 노동조합들은 정관과 규칙에 평등과 회복적 정의를 명시한 사례가 다수 있다. 내가 알기론 경기권역에는 명문화된 평등을 확인할 수 있는 단체가 적다. 명문화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진 않지만, 그마저도 준비할 수 없다면 그다음을 도모하기는 더 어렵다.

    나는 기후운동가다. 기후위기가 가속화되는 원인을 불평등으로 꼽는 전문가가 많다. 나 역시 이에 동의하며 페미니스트들의 운동에서 많이 배운다. 동덕여대 학생들의 투쟁은 왜 여성들에게 안전한 경험과 학습공간이 중요한지 알려줬다. 박정혜 소현숙의 고공농성은 자본의 먹튀 습성과 그 속에서 지워지는 여성들의 노동을 알려줬다. 서울교육청 앞의 지혜복 선생님은 공교육 안에서조차 안전하지 않은 모든 여성들의 현실을 알려줬다. 추적단 불꽃의 박지현, 원은지 활동가의 오랜 투쟁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교묘하고 악랄해지는 성착취의 현실을 알려줬다. 그리고 지역의 여성단체들은 이런 큰 흐름 속에서 결속하는 여성들의 끈질긴 싸움을 알려줬다. 결국 페미니스트들이 세상을 바꾸고 있었다. 배운 만큼 나 역시 내가 속한 단체와 커뮤니티의 평등을 위해 더 치열한 고민이 되는 요즘이다. 그 과정에서 내가 갖은 권력과 모순을 짚어주는 동료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지적은 결국 함께 가고 싶다는 신호이기에 나는 당신들의 지적이 더 많이 필요하다.

     
    [기획]3. 8 여성의 날 - 시대를 잇는 우리의 연대 “페미니스트가 민주주의를 구한다”
    인권교육센터 온다 활동회원 정유리, 수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이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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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3-03
  • 2024,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18명의 아카이브 에디터는 꽤 바쁜 한 해를 보냈습니다. 누군가는 환경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는 동물의 안전을, 또 다른 누군가는 장애인의 더 나은 삶을 위해 글을 쓰거나 카메라를 켰습니다. 3월부터 호기롭게 시작된 공익을 위한 헌신은 사회의 구석구석을 살피고 치유하고자 하였습니다. 특히 현장취재를 통해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하거나 메시지가 담긴 행사를 알리고자 했던 노력은 행동하는 시민의 힘이 얼마나 단단한지 느낄 수 있게 하였습니다.

    4기 에디터 활동을 하며 신규 기록자들에게는 새출발의 두려움, 기존 기록자들에게는 연장의 부담감이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5차 정기회의 및 수료식에서 만난 활동가들에게는 이웃을 위해 뜨겁게 고민하고 불태웠던 심장이 느껴져 따뜻함만이 감돌았습니다. 이럴 수 있기에 우리는 올해 사시사철 사람들의 공감과 격려에 둘러싸여 그리 춥지 않았던 세월을 보낼 수 있었는데요. 미래의 에디터, 독자분들과도 우리들의 숭고했던 시간 안에서 닿길 바라며 마지막 종착지의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운영 성과 보고

     

    5차 정기회의 및 수료식의 첫 번째 순서는 4기 아카이브 에디터 운영 성과 보고였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올해의 활동 내용과 성과를 돌아보며 서로를 칭찬하고 스스로 반성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 4기 시민 기록자는 도내 공익활동의 활성화와 홍보를 기반으로 사회에 이바지함과 동시에 개인 기록활동가로서의 역량도 강화할 수 있는 역할을 담당하였는데요. 발대식 기준으로 총 20명의 아카이브 에디터가 선정되었고 사례발굴팀에서는 6, 현장취재 팀에서는 14명이 활동하게 됐습니다. 이 중에서 총 15명의 에디터가 시민 기록자 양성 과정을 수료하였고 최종적으로 14명의 아카이브 에디터가 활동 인증서를 받았습니다. 또한 에디터 양성이 포함된 정보 아카이브 및 홍보 사업 내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유명화 센터장님을 비롯한 13명의 직원분이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셨습니다.

     

    특히 그동안 활동가들이 질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활발한 교류를 할 수 있도록 시민 기록자 양성교육과 정기 회의가 주기적으로 열렸는데요. 5강의 시민 기록자 양성교육과 5차례의 정기 회의가 주최됐습니다. 시민 기록자 교육에서는 정보통신 윤리교육, 인터뷰 실습, 숏폼 제작, 공익활동의 개념과 기록 특강 등을 주제로 소양과 기술을 함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고 정기 회의에서는 활동에 필요한 조언과 미래를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이를 통해 기록자로서의 전문성과 올바른 시민 의식을 가지게 된 활동가들은 38일부터 123일까지 162건의 원고(공익 웹진)를 출고하였고 총 누적 조회수는 92,524, 평균 조회수는 571회 이상을 기록하며 큰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기분 좋은 소식과 지나온 시간의 뿌듯함을 느끼며 같은 마음으로 박수가 터져 나왔답니다:)

     

    2. 활동인증서 수여식 및 시상식

     

    그동안 고생했던 과정의 결실로 참석자 모두가 활동 인증서를 받게 됐습니다. 동시에 최우수 콘텐츠와 우수 콘텐츠 시상식도 진행됐는데요. 최우수 콘텐츠 1명과 우수콘텐츠 2명이 수상했습니다.

    먼저 우수 콘텐츠는 44표 중의 12표를 받은 유자 님의 “[기획]공익순 할머니의 특별한 동화시간-여우와 두루미가 선정됐는데요. 이 글은 공익순 할머니가 동화책을 읽어주는 컨셉의 웹진으로 여우와 두루미라는 동화를 오마주하였습니다. 궁극적으로 배리어프리를 주제로 장애인의 이동권 제약에 대해 화두를 던지는 글을 작성하여 이들의 접근권과 삶의 질에 대해서 고민해 보게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습니다.

     

    [기획]공익순 할머니의 특별한 동화시간-여우와 두루미

    https://www.gggongik.or.kr/page/archive/archiveinfo_detail.php?board_idx=4989

     

     

    다음 우수 콘텐츠는 44표 중의 13표를 받은 다름 님의 “[기획]세월호 참사 10주기_‘연대와 실천의 기억회억, 회억 정원을 거닐다.”가 선정됐는데요. 안산에서 열린 희생자들의 기억 물품을 모은 특별전 회억 정원에 직접 방문하여 세월호 사건의 흔적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하고 사회 안전망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깨달음을 주며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기획]세월호 참사 10주기_‘연대와 실천의 기억회억, 회억 정원을 거닐다

    https://www.gggongik.or.kr/page/archive/archiveinfo_detail.php?board_idx=4644

     

     

    마지막으로 최우수 콘텐츠는 44표 중의 19표를 받은 심지 님의 뭐라 설명할 수 없던 그 노동의 이름은 기획 노동’”에 돌아갔습니다. 심지 에디터는 평소 젠더 문제에 관해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데요. 따라서 이와 관련한 기획 노동(가족생활 전반에 대한 계획/구상/정보를 모으는 기획과 관련된 노동)과 여성들의 가사(家事) 현실을 되돌아보고 의문을 던지는 글을 작성하여 종종 집안일이라 치부되는 노동의 가치와 인식을 바꾸고자 노력하였습니다.

     

    뭐라 설명할 수 없던 그 노동의 이름은 기획 노동

    https://www.gggongik.or.kr/page/archive/archiveinfo_detail.php?board_idx=4850

    수료식과 시상식을 거치며 모든 에디터가 큰 배움과 연대를 느낄 수 있었는데요. 특히 몇몇 활동가들은 이번 활동 외에도 공익 기록 활동을 추가로 하시는 분들이 꽤 계십니다. 따라서 이분들에게는 오늘의 시간을 통해 얻는 영감 하나하나가 큰 소재가 되고 궁극적으로 우리는 기록문자의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3. 에디터 5차 정기회의

     

     

    다음은 5차 정기 회의가 진행됐는데요! 회의에서는 에디터들의 2024년 활동 소감을 나누고 만족도 조사가 실시됐습니다. 모두가 열심히 소감을 기록해 발표하였는데요. 나온 의견 중 인상 깊었던 몇 문장을 발췌해 보았습니다:)

     

     

    1. 4기 아카이브 활동을 통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이었나요?

     

    아모스: 담당자의 조언과 에디터들의 뛰어난 글을 보며 큰 영감을 받았고 글쓰기와 독서를 꾸준히 이어가겠다는 결심이 생겼습니다.

    초스코스: 현장취재를 통해 방문했던 라운지플러스 국제개발 협력 간담회에서 여성 지도자들의 열정과 포부에 감동하였습니다. 또한 공익활동가학교 성과공유회에서 청년 리더들의 리더십과 유능함을 보며 큰 자극제가 됐습니다. 특히 성과공유회에서는 공익 활동을 축제처럼 생각하고 음악회를 열어 행복함을 느꼈던 장면이 기억에 남네요!

    연연: 다른 에디터분들이 활동을 잘해주셔서 신기하다고 느꼈습니다. 1년간의 활동이 단순한 회의 의상의 의미 있는 만남으로 이어졌고 에디터들과 함께한 모든 순간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2. 4기 아카이브 활동 중 겪었던 어려움은 무엇이었나요?

     

    채쿄: 학업과 에디터 활동을 병행하면서 글을 쓰고 싶은 주제를 주체적으로 정하지 못했습니다. 여성, 인권, 배리어프리의 주제 중에서 어느 하나도 한 게 없어서 다음에는 관심 있는 주제에 관해 적극적으로 집필하겠습니다.

    옐로 구피: 영상은 평생에 남는 거다.”라는 생각을 하니 홍보 인터뷰 영상 촬영에 대한 긴장을 센터장님들이 많이 하셨습니다. 긴장이 전염되다 보니 저도 같이 긴장했었네요.

    럭비공: 에디터 글을 홍보하고 알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한 콘텐츠 기획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3. 에디터 활동이 에디터님에게 어떠한 긍정적인 변화를 주었나요?

     

    라이언: 내가 글을 쓰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너무 긴장하거나 걱정을 앞세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였습니다.

    바람자전거: 기록은 지나간 이후의 것들을 남기는 자산임과 동시에 나의 삶을 기록해 주려는 존재가 있구나!” 하는 위로를 건넬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올 한 해 기록에 대한 필요성과 고민을 좀 더 깊이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참비움: 올해 두 번째 활동인데요. 작년에는 뭣 모르고 지나갔으나 2년째 만나 뵙는 분을 중심으로 해서 조금 더 네트워킹이 형성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기록활동에서 만나는 분들과 자주 겹치며 화합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고 3월 초에 짝꿍으로 활동했던 채쿄님이 공익활동가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4. 향후 아카이브 에디터로서 더욱 성장하기 위해 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라이언: 시간여유’. 글에 집중하기 위한 시간이 없어서 많이 작성하지 못했습니다. 시간과 여유를 갖춰 더 작성하고 싶어요!

    럭비공: 적극적인 현장취재와 탐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참비움: 넉살, 유연성, 변화에 대해 열린 태도, 사진 기술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초스코스: 일에 대한 적극성과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도를 더욱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기발한 콘텐츠 소재를 발굴하기 위한 공부도 병행해야겠어요!

     

     

    5. 활동을 통해 기대하는 것을 얻었나요?

    채쿄: 공익활동이 어렵고 추상적인 활동이라고 막연하게만 생각했었는데 활동을 통해 기록 또한 공익활동이 될 수 있고 꼭 필요한 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모스: 공익 활동을 주위 분들과 지인에게 공유하였으며 반응이 좋았습니다. 자아실현의 계기가 됐어요.

    연연: 공익활동의 다양한 분야를 접했고 여러 에디터의 열정을 배웠습니다. 기록할 수 있는 기회와 의미를 재인식할 수 있어 좋았어요.

    다름: 공익활동의 영역과 의미에 대해 탐구하고 싶었으나 잘하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매번 시설이 잘 구비된 행사 공간과 체계적으로 기획된 회의에 참여하다 보니 정기 모임이 있는 날은 신났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특히 이번 회의는 한 해를 격려하는 배려까지 담긴 시간 속에서 서로 활발히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야속했습니다:( 에디터의 마음과 같은지 총회의 만족도 평점은 4.5 만점의 4.93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드네요:)

     

     

    4. 폐회식

     

    폐회식에 앞서 유명화 센터장님이 축사를 해주셨는데요. 1년간 공익활동가분들이 성장하고 서로 교류하며 만든 결과물들이 또 다른 사람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또한 기록역사이기때문에 개인의 역사물을 만들고 그 안에서 행복과 의미를 찾아왔다는 점에서 센터장님도 행복감을 느끼셨다고 밝혔는데요. 끝으로 에디터분들을 통해 공익활동의 향기가 널리 퍼지길 바라고 한 해 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덕담을 건네주셨습니다.

     

    에디터들의 모든 영광은 센터장님과 직원분들의 노고와 지원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는데요. 그렇기에 우리 활동가들 모두가 감사함을 가지고 있답니다. 오래 같이 나아가며 밝은 미래를 만들어 가길 기원합니다:)

     

    모든 과정을 마치고 단체 사진 촬영과 함께 졸업식이 마무리됐는데요! 시원섭섭함과 또 다른 출발의 희망을 느끼며 길었던 근 1년간 여정의 마침표가 드디어 지어졌습니다. 사진을 다시 보니 모두 빛나는 눈빛을 자랑하고 있어 좋습니다:)

     

     

    저는 늘 사람이 사람을 마주하기 어려운 사회의 흐름 속에서, 쉽게 읽을 수 없는 세계의 변화 속에서, 사유와 글자가 힘을 잃는 세상 속에서 혼돈과 무력함을 느끼며 소멸하는 존재였습니다. 차마 떨쳐낼 수도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 옆에 계신 동료와 관계자분들의 연대와 순수한 열정에 조심스레 적셔질 때마다 그야말로 생명을 얻게 됐습니다. 또한 총 92,524번의 공익 웹진을 읽어주신 이름 모르는 독자분들 덕분에 제 글도 살아남았습니다. 빚진 마음과 함께 지금의 저는 어제의 저보다 열 발걸음은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 모두에게 다시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깊은 울림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올해는 꽤 오랫동안 꺼내보고 싶은 인생의 한 페이지가 될 것 같네요.

     

    같이 꿈을 꾸고 같은 이상향을 쫓았던 사람들. 우리의 글과 센터를 사랑해 주셨던 독자분들. 마음속에 널리 이로운 마음을 품었던 모두가 공익활동가였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어둡고 위태로운 세상을 마주하는 것이 괴로울 때도 있었습니다. 흔들림 앞에 누구는 말합니다. “사람의 마음만큼 약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또 다른 이는 말합니다. 약한 만큼 강해지는 것이 마음, 그것은 연민과 사랑입니다.” 청룡의 기운과 함께 씩씩하게 출발하였던 18명의 에디터 심장에는 늘 애틋함이 있었습니다. 세상을 용기 있게 마주하고 품고자 했던 진심들은 따뜻한 봄을 불러일으키기 마땅할 것입니다. 이제는 새해의 싹을 피울 준비를 하며 아쉬운 여정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꽃이 무사히 피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현장스케치]4기 에디터 활동인증서 수여식_에디터 덕분에 올해는 따뜻했습니다
    초스코스

    조회수 1447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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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한 해가 지나가고 을사년 새해를 맞이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왔는데요. 무언가 설레기도 하면서 시원섭섭한 마음을 감추기 힘든 것 같습니다:) 특히 연말에는 올해의 활동을 정리하고 내년을 어떻게 보낼지 계획을 세우는 시점인 만큼 송년회가 열리기 마련이죠! 따라서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도 많은 연말 행사를 주최하였는데요. 특히 공익활동가를 양성했던 공익활동가학교 성과공유회에서는 연말 결산과 초청 강의 이외에도 음악과 놀이가 함께 하는 축제를 열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에디터도 취재하면서 같이 즐길 수 있었던 만큼 매우 HOT 했던 학습 축제였는데요. 여러분들에게 그 뜨거웠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공익활동가학교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공익활동가학교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2023년에 처음 시작한 교육 사업으로, 공익활동가의 소양과 지식, 기술을 가르쳐주는 학습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크게 공익활동 기초 과정과 심화 과정으로 나뉘어 있어 수준 별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고 활동가들의 소통 창구의 역할도 제공했다고 하는데요. 추가로 공익활동 상담소를 통해 자문과 컨설팅도 제공해 왔기에 반응이 매우 좋았다고 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을 위해 링크 남겨놓도록 하겠습니다.

     

    (추후 신청 바랍니다)

    공익활동가학교

     

     

     

    1. 초청 강의

    성과공유회의 첫 순서로 초청 강의가 있었는데요. 바로 환경운동연합의 이형섭 모금팀장께서 환경운동연합의 모금은 어떻게 기획/운영될까?”라는 주제로 시민단체의 예산을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전략에 대해 심층적인 정보를 제공해 주셨습니다.

    당시 자리해 주신 활동가분들 중에서 시민단체를 이끄는 분들이 많으셨기 때문에 아주 유용한 시간이었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2023년 기준 서울환경운동연합 등 전국 51개 지역 조직을 운영하며, 한때 회원 수가 6만 명에 이르렀고 지속해서 회비를 내는 회원을 25000여 명까지 유치한 영향력 있는 단체인 만큼 효율적인 모금 전략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이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보았습니다.

     

    첫째. 후원자들에게 단체 활동을 지속적으로 노출합니다.

    기본적인 홍보 전략이라고 볼 수 있는 양적 노출을 시도합니다. 예로 나무 심기라는 시민 참여 캠페인을 기획한다면 SNS와 알림톡에 반복적으로 이를 노출합니다. 단체의 운동이 있을 때마다 받았던 서명에 포함된 개인정보 동의서를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미래 후원자가 정기후원자로 변모할 수 있는 데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쉽게 소비할 수 있는 모금 소재를 발굴합니다.

    후원 주제를 어렵게 정하지 말고 쉬운 모금 소재를 사용해야 합니다. 예로 자원 순환을 위한 낙동강 보호 활동보다 낙동강 수달 살리기와 같은 소비하기 친근한 이야기를 담아야 합니다. 대표적인 활동으로 바다의 시작이라는 시민참여 캠페인을 통해 하수구에 고래를 그려 담배꽁초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가지 않도록 함과 동시에 상당수의 회원을 유치했다고 합니다. 특히 아기/동물/아름다움(단순 제외)과 같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소재를 활용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셋째. 소셜펀딩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소셜펀딩은 간단한 절차에 비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특히 플랫폼에서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 주는 경우 사용 증빙을 위한 기록사진과 후기만 필요한 경우가 많아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또한 자유로운 후원 주제를 기반으로 활동 소개만 해도 모금이 이루어지기에 시민단체 입장에서는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 큰 이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해피빈 사이트를 추천해 주셨는데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링크 참고하시기를 바랍니다!

     

    해피빈- https://happybean.naver.com/

     

     

     

     

     

    2. 토크쇼

    두 번째 순서로 공익활동가 학교에 관해 얘기하는 토크쇼가 진행됐는데요. 구구컬리지의 박용(A), 스무살이협동조합의 하누리(B), 가평지역사회협의체 권현미(C), 원더풀고강마을사업 박선희(D) 활동가들께서 패널로 참석해 주셨습니다:) 직접 양성 과정에 참여하셨던 만큼 미래 공익활동가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이 넘쳐났는데요! 대표적으로 5가지의 질문을 추려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Q. 공익활동가 학교 교육과정을 신청하신 계기가 어떻게 될까요?

    A) 서울에서 남양주로 활동 기반을 옮겼는데요. 경기도 활동가들의 네트워크가 구축된다는 점에서 기대가 돼 신청하였습니다.

    B) 제가 하고 있는 활동이 공익 활동과는 거리가 멀다고 의심이 들 때가 있었는데요. 여러 활동과 이번 교육을 통해 공익에 대해 알고 체험하고자 신청하게 됐습니다.

    C) 지역 복지 사각지대와 관련된 활동을 하고 있어 연관 지식을 얻는 걸 바랐기에 신청하게 됐습니다.

    D) 마을을 기반으로 사회적협동조합에서 활동하고 있는데요. 공익에 대해서 알고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신청하게 됐습니다.

     

    Q. 공익활동가 학교 새싹/전문가 과정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일까요?

    강점

    A) 전문가 과정을 통해 전반적인 단체의 실무를 담당할 시 필요한 역량을 기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B) 이론/실습 과정의 균형이 좋았습니다. 실습은 재밌어서 좋았고 이론은 초보자에게 유용한 내용들이 많아 도움이 됐습니다.

    C) 교육을 통해 많은 혜택을 받아서 좋았습니다.

    D) 모든 과정이 좋았습니다. 특히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온라인 교육이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약점

    A) 경기도 공익 활동의 사례가 더 많았으면 참고하기에 좋았겠다고 생각합니다.

    C) 교육생들이랑 대면할 수 있는 시간이 더욱 많으면 편하게 교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D) 교육을 듣는 장소에 따라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할 경우가 힘들었습니다.

     

     

    Q. 내년 공익활동가 양성 과정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A) 연대를 강화한 모임이 많아져서 활발히 소통하면 좋겠습니다.

    B) 협업 툴 교육의 종류가 더욱 다양해졌으면 좋겠습니다.

    D) 자본주의/리더십 같은 경영 과목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회복탄력성’, ‘외상 후 성장이라는 심리적인 과목과 함께 치유 모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Q. 공익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기쁨과 슬픔은 무엇인가요?

    기쁨

    A) 교육 취약계층에 IT 교육을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학생들에게 취직하거나 승진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반갑습니다.

    B) 활동하면서 칭찬을 들었을 때 행복했습니다.

    C) 단체의 프로그램 운영이 잘 진행되면 좋았습니다.

    D) 동료들과 연대하고 내가 하는 공익 활동에 대해 사람들이 알아봐 주면 기쁨을 느꼈습니다.

     

    슬픔

    A) 7~8년을 활동하면서 7년 전 동기들은 이제 보기 힘들다는 것이 슬펐습니다.

    B) 열심히 활동했는데 정책적인 반영이 안 될 때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C) 여건이 안 돼서 활동을 지속할 수 없을 때 안타까웠습니다.

    D) 동료를 잃거나 갈등 상황이 생기면 슬펐습니다.

     

    Q. 공익 활동에 있어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소통이 필요합니다. 공대 개발자 출신으로서 비영리단체를 설립한다는 것에 대한 정보가 전무하다 보니 힘들었습니다. 따라서 활동가들의 노하우를 알려주거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만남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B) 오지랖입니다. 주변의 관심과 사랑, 요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C) 왜 이 일을 하는가? 라는 물음에 열정이라고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D) 학교라는 공간은 학습이 중요하죠. 따라서 학습공동체에서 공부하는 것과 동시에 책을 통해 영감을 얻고 나의 가치관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사례 발표

     

    다음 순서로는 공익활동가들의 학습공동체사례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학습공동체란, 활동가들이 서로의 단체를 방문해 친목을 쌓고 배우는 학습동아리를 얘기하는데요. 해당 모임에 참여한 녹양공방 김태승, 나란히봉사단 유병훈, 경기북부시민자치연구소 고경환, 미리네야 박정은 활동가께서 자리해 주셨습니다. 특히 같은 청년의 입장으로 청년 대표께서 자리해 주신 게 반가웠는데요! 또한 세대 갈등에 민감한 요즘, 노년층과의 소통과 공존에 대해서 고민하는 단체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인상깊었습니다. 따라서 유병훈 대표의 온기종기학습공동체와 나란히봉사단에 대해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온기종기는 우편함에 담긴 사람들의 고민마다 따뜻한 손 편지를 제공하는 활동을 하는 사단법인 온기의 성공 사례를 탐방하고 공익 활동에 대해서 토의해 보는 모임입니다. 이에 유병훈 대표, 스무살이협동조합의 선수림 활동가, 부천시마을공동체 박선희 활동가,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시민 기록자 공익인간(에디터 활동명)께서 참여해 주셨습니다.

     

    소통하며 공통으로 좋았던 점은 대면 질문을 통해 해결하기 어려웠던 고민이 풀렸다는 것이었는데요. 예로 후원금 사용 및 사내 복지, AI와 인간의 연결, 자원봉사자와의 소통 방식 등 핵심 질문들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됐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온기우편함을 통해 따뜻함이라는 가치의 의미를 공유하고 이를 구현하는 활동가들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에서 큰 소득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특히 비영리 스타트업을 시작하려는 활동가들에게 방향성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잊지 못할 경험이 되지 않았을까요?:)

     

    끝으로 유병훈 대표는 나란히봉사단의 정체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전략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돼 기뻤다고 발표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봉사단이 점차 규모가 커져 광명시의 대표 공익 단체로 자리 잡고 출범 2년 만에 약 1,000만원의 예산을 확보하며 높은 가능성을 보여 사단법인’, ‘사회적기업에 관한 공부가 필요했기 때문인데요. 실제 나란히봉사단은 독거노인분들에게 고급 식재료를 활용한 도시락을 제공하고 말 동무가 되어주는 사업을 진행하며 올해 연말 초 총 956시간의 봉사를 통해 청년들의 봉사 정신을 함양했습니다. 나아가 어르신들과 교류하며 세대 통합을 이루는 등 사회·복지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발전의 이면에는 성실함꾸준함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유 대표는 봉사활동의 진입 문턱을 낮춘 재미와 행복이 담긴 요리라는 봉사 인식 개선 활동, 어르신의 그림을 넣은 달력 제작 사업, 정책 제안 등 다양한 행보를 시도하며 나란히봉사단을 번창시켰습니다. 향후 자체 예산 확보 사업인 사무용품 판매 사업, 식품 관련 기업들과의 협업, 어르신과 가정에서 같이 요리하고 지인들을 초대하는 일종의 마을회관 사업 등을 구상하고 있는데요. 최종적으로 이 모든 것들이 이라면 물의 흐름이 모여 유대하고 공감하는 사회라는 바다를 꿈꾸고 있습니다.

     

    학습공동체의 깨달음처럼 한 청년의 성실함과 꾸준함에 에디터 또한 많은 걸 배웠는데요:) 희망찬 날갯짓을 만들어가는 젊은 리더의 열정과 꿈꾸는 세상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라며 공식 채널 링크 첨부하도록 하겠습니다.

     

    ※ 나란히봉사단

     

     

     

     

     

    4. 음악회

     

    HOT 한 행사였다고 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음악회가 열렸던 건데요:)그동안 참석한 공익 행사에서 활동가들의 노래를 감상할 수 있었던 건 처음이었습니다. 너무 인상 깊어서 아직도 여운이 많이 남는데요. 노래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행운이었답니다. 특히 젊은 활동가들께서 K-POP이 아닌 오랜 시간 동안 불러왔던 민중의 노래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호응이 좋았는데요. 단합한 시민들의 힘을 느낄 수 있어 감명 깊었습니다. 아름다웠던 목소리가 오랫동안 생각날 것 같네요:)

     

     

     

     

     

    5. 인터뷰 

    공익활동가학교 성과공유회의 모든 식순이 마무리됐는데요. 오늘의 성과를 만드신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북부 전략사업팀 이상화 팀장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하루를 돌아보았습니다!

     

    Q. 오늘 행사의 소감은 어떤가요?

    올해 공부하면서 만났던 분들과 함께 맛있는 것도 먹으며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다만 거리가 멀거나 다른 연말 행사의 참여 때문에 더 많은 분이 오지 못한 점은 아쉽네요.

     

    Q. 올해 진행한 공익활동가 학교 사업에 대해 전반적으로 평가해 주시길 바랍니다.

    새싹/전문가 과정 포함 약 100명이 넘는 분들이 신청하셨고 이후 학습공동체까지 참여하며 공부를 해오셨습니다. 이분들이 모임을 통해 교류하고 지역의 변화를 일으키려 노력해 왔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사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추가로 올해 학생분들을 토대로 내년에도 새로운 분들이 영감을 받고 활동을 시작했으면 좋겠네요.

     

    Q. 혹시 공익활동가들이 참여할 만한 센터의 다른 사업도 있을까요?

    경기북부전략사업으로 경기북부의제해결프로젝트, 온라인자료관, 1기업·1단체 공익캠페인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Q.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스스로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중간 지원조직으로써 민·관을 연결하기에 많은 신뢰를 얻고 시민단체의 활성화를 위한 지원 기반을 튼튼하게 하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Q. 활동가와 시민사회단체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오늘 활동가들이 말했던 것처럼 열정과 오지랖 혹은 소통이 제일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를 통해 공익활동이 시작되고 유지되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시민단체가 신뢰를 얻고 시민들의 회원가입을 형성할 수 있도록 센터가 더 관심을 갖고 노력하겠습니다.

     

    Q. 내년에는 어떤 사업을 계획 중이신가요? 없다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실 건가요?

    지역 변화는 주기적인 선거에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는데요. 따라서 새로 배출되는 정치인들에게 시민단체들이 지역의 문제를 의제화하고 제도화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번 졸업식에서 한 해를 열심히 달려온 활동가들끼리 격려를 나누고 새출발을 다짐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저도 큰 동기부여가 됐는데요. 무엇보다 때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익을 위해 묵묵히 헌신해 온 분들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이 아직 살만한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 공익활동가들의 반경을 넓히기 위한 공간대여, 시간 확보, 커뮤니티 구축 등 우리 센터의 노력이 더욱 필요한 변곡점이 된 하루라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모두가 발전해 더 살고 싶은 우리나라가 도래하기를 기대하며 여러분들도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현장스케치]2024 공익활동가학교 성과공유회_HOT 공익연말파티, 안 보면 후회합니다!
    초스코스

    조회수 1594

    2024-12-16
  •  

     

     

    안녕하세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4기 아카이브 에디터 심지입니다. 지난 119, 2024 경기도 공익활동 시민기록컨퍼런스너와 나의 연결, 공익기록의 세션토론1: “공익활동기록, ‘재미의미모두 잡을 수 있을까?에서 함께 나눈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해요~!

    저는 작년부터 에디터 활동을 시작한 아마추어 기록활동가인데요. 기록의 대가이신 윤명희 교수님(파주 중앙도서관 관장), 임민아 대표님(미디어랩 이유)과 함께 세션토론 패널로 참여하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저는 'MZ 공익기록 활동가'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공익기록이 어떻게 의미를 가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즐거움도 담아낼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였습니다. ‘의미 있는 기록이라 하면 약간 진지하고 무거운 느낌이 들지 않나요? 그래서 공익기록이 모든 세대에게 재미있는 경험이 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첫 번째 주제는 지역 기록이 세대 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까?’입니다. 두 분의 발제를 들으면서 저는 한국의 장수 드라마였던 전원일기가 떠올랐어요. 비록 제가 방송이 한창이던 시대에 살지는 않았지만, 80-90년대 농촌 사회를 그대로 담아낸 이 드라마를 통해 과거 세대의 삶과 고민이나 농약 사용 논쟁, 식량 자급 문제 등 사회적 이슈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전원일기처럼, 지역 기록도 특정 시대 사람들과 공동체의 삶과 고민을 반영하는 역사적 작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지역 기록화 프로젝트는 지역의 역사적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윤명희 교수님께서 소개해주신 휴먼 인 파주나 임민아 대표님의 파주 법원읍 백년상점콘텐츠와 같이, 지역에 오래 거주하신 분들이 참여하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젊은 세대가 다가가기에 아직 다소 거리감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지역 기록이 어떻게 세대 간 공감대를 형성하며 소통의 다리가 될 수 있을까요? 기록화 과정에서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있으신지, 두 분의 의견을 들어보았습니다.

     

     

    - 윤명희 교수님: 공간, 만남, 주체적 참여

    도서관은 엄숙함, 정숙함과 같이 경직된 이미지가 있는데요. 벽을 트고 턱을 낮추는 등 도서관 공간을 개방적으로 바꾸고 나니 젊은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어린이, 청소년, 어르신, 다문화 등 각각 따로 마련된 도서관에 갔는데, 공간 자체를 일단 확장을 해서 누구나 왔다 갔다 할 수 있게끔 하는 노력들을 하고 있습니다.

     

    또 어르신들을 주체로 하여 마을기록을 담아냈다면 그 자제분이나 젊은 사람들도 참여할 수 있는 만남의 시간을 마련하여 세대 간 만남이 일어나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시민들이 기획하여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청소년들이 그 지역에서 구전되는 얘기들을 어른들로부터 들으면서 이야기를 모아 내는 작업도 있었고요. 법원읍에서 마을 다큐를 만들 때는, 어른은 갈등이 있을 때 중재하는 역할처럼 어른의 역할을 하시고, 매체를 다루는 것에 있어서는 젊은 사람들이 더 주도성을 가지면서 서로의 장점이 어우러지기도 하였습니다.

     

     

    - 임민아 대표님: 소통의 창구 마련

    2020년 당시 파주읍의 마을방송국은 노인분들과 젊은 세대가 교류 없이 갈등이 커져가던 때에, 직접 만나서 소통이 어렵다면 라디오로 소통해보자!’라는 아이디어로 시작되었습니다. 마을회관 2층에 방송국을 만들어서 라떼는 말이야콘텐츠를 제작하였는데요. 옛날에 마을회관의 건축위원장으로서 돈을 모으고 사람들이 일할 수 있게 만들었던 이야기, 마을회관을 지을 당시 버스기사 한 달 월급을 통으로 기부하셨던 이야기 등을 담았습니다.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라디오로 들으며 세대 간 갈등이 완화되고 서로 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주제는 지역의 재미 요소를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입니다. 윤명희 관장님께서는 도서관의 역할 중 하나를 지역 기록화라고 정의하셨고, 임민아 대표님께서도 지역 기반의 콘텐츠를 많이 제작하고 계시는데요. 두 분의 발제를 들으면서 지역 주민이 기록의 주체가 되고, 혼자가 아니라 공동체로서 기록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지역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또 시민채록단이 남긴 기록을 기반으로 한 전시와 강연을 통해 주인공과 관계있는 가족, 마을 분들이 도서관을 방문하면서 기록이 지역사회에서 새로운 도서관 이용자층을 발굴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역 기록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염려가 듭니다. 사실 우리 마을의 역사나 이웃 이야기까지는 재미있어도, 다른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을 수도 있잖아요? 또 채록된 기록들이 전시와 강연 이후 어떻게 지속적으로 활용될지에 대한 의문도 들었습니다. 오랫동안 읽을거리, 볼 거리, 말할 거리가 되는 지역의 재미 요소를 어떻게 발굴하고 계시는지, 지역 소재를 찾는 노하우를 들어보았습니다.

     

    - 윤명희 교수님: 첫째도 둘째도 시민 참여!

    시민 참여가 많다는 것은 곧 시민이 하고자 하는 것들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관과 시민 간 상호 신뢰가 이루어지면 기관은 시민 의견을 적극 수용할 수 있는 포용력이 생기고, 시민들도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면 흥미로운 주제 찾기는 시민과 함께 하면 되는 것입니다. ‘시민이 제안하는 걸 해드리면 된다!’라고 생각합니다.

     

    - 임민아 대표님: 평범한 사람들 속 보석알아보기

    제가 만나는 사람들은 진짜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한테 관심을 가지고 진짜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면, 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보석이 하나씩 튀어나와요. 기록하는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볼 줄 아는 눈이 있어야 되거든요. 어떤 사람의 인생에서는 스스로 보잘것없고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느끼고 있었는데, 누군가로 인해서 내가 보석같이 빛난다고 하면 그 사람 인생에 정말 엄청난 선물이거든요. 저는 현장에서 그런 감동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그게 재미가 되고 지속 가능한 활동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제가 만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분들에게 선물한다는 마음으로 콘텐츠를 만듭니다. 소재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정말 널렸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 한 분 한 분 만나서 이야기 나누면 책 한 권이 또 나올 거예요. 저는 그런 마음으로 다니고 있고요.

     

    세 번째 토론거리를 말씀드리기 전에, 에디터로서 재미와 의미를 잡는 기록에 대해 고민해온 이야기를 조금 하려고 합니다. 작년부터 아카이브 에디터로 활동하면서 가장 고민되는 지점은 공익에 관심 없는 사람들과 공익활동이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공익 기록이 공공의 의미를 넘어서,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는 일상의 일부로 다가가게 할 방법을 찾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공익과 일상 속에서 맞닿아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공익은 재미없고 주제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센터에서도 이 부분을 함께 고민하며 다양한 접근 방식을 시도하였는데요. 공익활동 성향테스트 같은 형식으로 공익을 가볍고 재미있게 소개하기도 하였고요. 에디터로 공익웹진의 원고를 작성할 때, 공익 주제와 맞닿은 OTT 콘텐츠를 소개해 보기도 했고, 조금 딱딱한 내용을 전달할 때는 숏폼영상까지는 만들지 못하더라도 카드뉴스와 같은 이미지 중심의 전달 방식을 도입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의미 있는 기록에 더 많은 사람들이 접근하게 하기 위해서 우리도 좀 더 팬시하고 파격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할까?’라는 고민이 들었는데요. 두 분 발제를 통해 이 고민을 지역 기록과 연결지어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주제로 저는 ‘MZ세대의 일상 콘텐츠가 공익 기록의 일부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우리 주변을 보면 MZ 세대는 자신의 일상을 SNS에 자연스럽게 기록하고 공유하며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곤 하죠. 인스타그램을 예로 들면, 인스타그램에는 스토리라는 기능이 있는데요. 사진이나 짧은 영상을 바로 찍어서, 그 위에 텍스트를 넣을 수도 있고, 음악을 입힐 수도 있고, 링크를 연결할 수도 있고,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처럼 아무 질문이나 받아서 답해줄 수도 있고, ‘앞머리 자를까/말까?’와 같은 투표를 올릴 수도 있어요. 어떻게 보면 수시로 기록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공익 기록도 이렇게 더 쉽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면 젊은 세대에게 훨씬 더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MZ 세대의 일상 콘텐츠가 지역 기록의 일부가 되려면 어떤 접근이 필요할까요? 더 많은 사람들이 의미 있는 기록에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두 분의 생각을 들어보았습니다.

     

    - 윤명희 교수님: 시도해 보고 실패해도 괜찮은 공간

    젊은이들이 다양하게 참여하는 기회들을 많이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요. 도서관에서 짜놓은 기획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아닌, 젊은이들이 직접 기획을 해서 가지고 오는 것들을 시도해 볼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할 수 있겠죠. 그럼 처음에는 봉사활동 차원으로 시작을 했다가도 그 활동의 의미와 가치가 주변으로부터 지지를 많이 받게 되면 예산 확보로 이어질 수도 있고요. 약간 테스트 베드처럼 여러 가지 실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어디냐? 지역의 도서관이다! 지역의 도서관들이 그런 열린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게 필요합니다. 시도해 보고 실패해도 괜찮은 공간이 우리 사회에 많이 주어지지 않는데 파주 중앙도서관 5층의 메이커 스페이스는 도서관이라는 공공 공간을 시민의 실험실로서 열어주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경로를 통해, 경직되어 보이는 공공조직에 틈을 내주시는 역할을 MZ세대들이 해주시기를 바라봅니다.

     

    - 임민아 대표님: 알아서 잘 하는 청년들! 공간과 장비를 지원하자

    파주 중앙도서관 2층에 장비가 아주 잘 갖춰진 스튜디오가 있습니다. 특히 청년분들은 모일 공간이 없다고 말씀을 하시거든요. 그래서 그 스튜디오를 미디어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모임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창작이 가능한 공간으로 사실은 열어주면 되는 겁니다. 그렇게만 되어도 청년들은 알아서들 하세요. 청년들의 제안이 들어왔다 그 공간을 잘 활용할 수 있게 한번 논의해 보자 이런 걸 좀 해주시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말씀을 좀 드립니다.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서의 공익 기록>

    이번 세션토론을 통해 공익 기록이 그 자체로 충분히 재미와 의미를 모두 담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특히 파주중앙도서관의 라키비움 형태가 흥미로웠습니다.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이 결합된 이 공간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되어, 방문자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또 커뮤니티플랫폼 이유TV의 콘텐츠 역시 기록을 보는 사람도, 기록을 하는 사람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방식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콘텐츠를 통해 기록이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공감과 재미를 담은 생생한 스토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분이 소개해 주신 사례들을 보면서 기록의 재미란 기록의 결과물로서만이 아니라, 기록이 보관된 장소, 그 기록을 공유하는 플랫폼, 기록을 진행하는 과정들로부터 나올 수 있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션 토론을 통해 여러 자극을 받으며 공익 기록이 단지 보존의 의미를 넘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게 되어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기획] 시민기록컨퍼런스_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서의 기록
    심지

    조회수 1535

    2024-12-09
  • 당신의 19살은 어땠나요?

    뉴스레터 편집위원회 이민지 위원

     

    - 수능 끝! 행복 시작?

    20241114,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났습니다. 이번 수능은 기온이 비교적 온화하여 "패딩 없는 수능"으로 기억될 만큼 날씨가 달랐습니다. 저의 수능날은 두꺼운 목도리와 잠바, 그리고 보온 도시락으로 채웠던 하루였습니다. 당시 초콜릿과 엿, 찹쌀떡을 받으며 응원을 받았던 소소한 기쁨도 떠오릅니다.

     

    수능이 끝난 뒤, 놀이공원, 영화관, 통신사, 미용실 등에서는 수험생을 대상으로 하는 파격적인 할인 이벤트가 시작됩니다. 학생들은 수능 끝!”을 외치며 자유를 만끽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나 수능만 끝나면 자유라는 말과 달리, 입시의 압박은 수능 이후에도 계속됩니다. 수시 결과와 정시 지원, 대학 입학과 진로 선택이라는 또 다른 관문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을 안고 다시 새로운 경쟁으로 뛰어듭니다.

     

    출처 : News1
     

    수능을 지나온 이들은 그날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요이를 알아보기 위해 여러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았습니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입시를 경험했습니다.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입시 중심의 교육을 받은 이들도 있었고, 대안학교를 병행하며 자기 주도적 배움을 경험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또 어떤 이는 예술 입시라는 특수한 환경을 거쳤고,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로 꿈을 좇아간 이도 있었습니다.

     

    입시라는 거대한 관문을 지나온 이들은 지금 각자의 자리에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전공과는 다른 길에서 적성을 찾아 공익활동 중간지원조직에서 활약 중인 청년도 있고, 공익 관련 분야에서 일하며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청년도 있습니다. 또 어떤 이는 대안학교 경험을 바탕으로, 대안학교 교사로 일하며 새로운 세대를 만나고 있습니다. 치열한 예술 입시를 통과해 현재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도 있으며, 요리를 통해 봉사를 실천하는 봉사단을 운영하는 이도 있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이들이 기억하는 19살과, 그 시절이 현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그리고 그 경험들을 통해 우리 교육 시스템의 현실을 짚어보고,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해보는 기회를 가져보려 합니다.

     

    - 19, 성적 중심의 차별과 소외

    인터뷰 참여자 A는 학창시절 교내 토론회에서 소외감을 느낀 경험을 들려줬습니다.

     

    토론회가 있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했는데, 어느 날 보니 교내 토론회가 열리고 있더라고요. 방청석에 앉고 보니,

    최상위권 학생들끼리 미리 준비해온 토론을 하고, 갑자기 상을 받더라고요. 그때 나는 완전히 들러리구나싶었어요.”

     

    많은 학생은 학교에서 성적에 따라 차별적 대우를 경험합니다. 성적이 좋은 학생은 선생님의 관심을 독차지하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은 방치되거나 배제되곤 합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2022년 조사자료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들이 학업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나 자신에 대한 실망과 자신감 상실이었습니다. 이처럼 성적이 학생의 자기 평가 기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많은 학생이 자신을 상위권 학생들의 들러리나 실패자로 정체화하는 문제를 겪습니다.

     

    - 19, 교육적 우울로 내몰리다

    출처 : 미리캔버스 AI

     

    교육학자 이수광(2023)교육적 우울"교육 주체 각자가 존재를 부정당하고, 교육 활동 과정에서 소외감, 체념, 무기력을 경험하는 현상"이라고 정의합니다. 이는 단순히 성적이 낮은 학생들만 겪는 문제가 아닙니다. 학생이니까 당연히 겪어야 할 관문같은 것도 아닙니다. 인터뷰 참여자 B교육적 우울은 학생들이 이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것은 오로지 내 탓이라고 느끼는 구조에서 기인한다고 비판합니다.

     

    C는 토요일 그물코학교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을 만나며, 학생들에게 감정을 다루고 진심이 통하는 경험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현재 입시제도는 청소년들을 마음과 관계로부터 고립시키고,

    서로 진심이 통하는, 감정이 다루어지는 경험을 할 기회조차 빼앗아 가는 것 같아요.”

     

    입시 스트레스는 초중고생의 정신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자료에 따르면, 초중고생의 약 47.3%가 학업과 성적 때문에 불안과 우울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25.9%는 자해나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 초중고생 4명 중 1명은 성적 스트레스로 인해 자해나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해봤다는 것입니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5년간 10대 우울증·불안장애 환자 수는 약 56.4% 증가했고 특히 수능이 있는 11월에 환자 수가 급증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인터뷰 참여자 C요즘은 중학교를 어디 가는지가 대학교까지 결정한다는 말을 하더라고요.”라며, 교육 시스템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조기 압박을 지적했습니다.

     

    19살, 전략을 강요받다

     

    출처 : 네이버 '입시컨설팅' 검색 결과

     

    "3이 되니 부모님께서 조바심을 내시며, '입시 컨설팅도 받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씀하셨어요. 요즘 입시는 정보 싸움이라면서요.“

     

    현재 입시에서는 단순히 공부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입시 정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는지가 성패를 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시 전략과 정보의 차이는 학생들 간에 또 다른 격차를 만들어냅니다. 요즘 학생들은 본인의 수시 성적, 모의고사 성적을 입력하면 적절한 대학과 학과를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 모의지원 프로그램을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복잡한 환산 내신 점수를 자동으로 산출해주는 점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으나, 모든 학생들을 입시 전략가로 전락시켰습니다.

     

    예술계 입시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뷰 참여자 F대학마다 선호하는 연주 스타일이 달라서, 선곡부터 연습 방향까지 맞추려면 사교육 없이는 불가능해요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평소 실력이 뛰어난 친구가 운 나쁘게 떨어지고, 기대하지 않았던 친구가 합격한 사례를 여러 번 봤어요.”라며 예술계 입시의 불확실성을 지적했습니다.

     

     19, 대학에 가면 저는 무얼 배우죠?

     

    A: “고등학생 때는 대학 커리큘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학과를 선택해야 했어요.

    3 때 대학 홈페이지에서 아무리 커리큘럼을 봐도 사실 뭘 배우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현재 입시제도의 속도를 따른다면, 학생들에게는 진지한 자기탐색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적성, 흥미, 가치관 등을 고려하며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대학에 가서야 그 기회가 주어지고 있습니다. 또 운 좋게 고3 때 하고 싶은 분야를 찾았다고 해도 구체적으로 어떤 전공을 선택해야 할지 학생들은 혼란스럽습니다.

     

    D: “가령 요리를 하고 싶어서 학과를 찾아보면, 호텔조리학과, 호텔경영학과, 식품공학과, 식품영양학과 등이 있잖아요.

    이것들이 완전히 다른 분야인데 학생들은 정확하게 뭐가 다른지 모르는 거예요.

    그래서 그중에서 제일 경쟁률이 낮은 학과를 선생님들이 추천해주셔서 가게 되면, 하고 싶었던 공부와 전혀 다른 걸 배우는 거예요.”

     

    수능 이후, 방치된 수험생이라는 표현도 나왔습니다. 수능이 끝난 고3 학생들은 사회적 관심이 예비 고3에게로 옮겨가면서 자신들이 방치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수능만 지나면 모든 고민이 해결될 줄 알았는데, 그 후에는 혼자서 모든 문제를 헤쳐 나가야 하는 현실을 마주하면서 더 큰 불안을 느꼈다고 회상했습니다. 현재 입시제도는 학생들의 입학 결과에만 관심을 가지게 하고, 입학 이후의 삶을 섬세하게 돕는 것에는 관심을 끄게 만듭니다.

     

    - 19, 가치와 의미를 배우고 싶어요.

    방과후 청소년 대안학교인 그물코학교를 경험한 인터뷰참여자 C는 그물코학교를 통해 배운 것이 자신의 삶을 지탱해주었다고 말합니다.

     

    입시를 성공하냐, 실패하냐에 포인트를 맞추는 게 아니라 떨어지더라도 계속해서 삶을 어떻게 이어서 살 건지,

    어떤 공부를 해가면서 살 건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의연함, 씩씩함을 기본적으로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출처 : 그물코학교 네이버카페

     

    대학입시의 결과가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 내가 공부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입시와 상관없이 이어나갈 수 있고 다른 길을 열어가면 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압박감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그물코학교의 교육은 관계의 중요성을 길러주었는데, C공부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과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 배움이 지금도 공익활동을 이어가게 하는 원동력이 됐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현재의 입시 중심 교육은 학생들에게 가치와 의미에 대해 탐색해보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지 못합니다. 청년 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는 인터뷰 참여자 B는 학창 시절 봉사 활동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학창시절 때 봉사 활동을 생각해보면 사실 진정한 봉사는 아니잖아요.

    왜냐하면 봉사 시간을 채우기 위한 게 크고, 봉사 시스템이 너무 획일화된 느낌이 있어요.”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인터뷰 참여자 D는 학생들이 사회문제를 체감하고 공익적 가치를 배우는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D잡월드 같은 직업 체험 장소를 가보면 경찰관, 소방관, 영화감독 같은 직업만 소개하잖아요. 공익활동가나 사회적 리더의 직업 체험은 절대 찾아볼 수 없어요.”라고 전했습니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공통적으로, 우리나라 교육이 학생들에게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구조를 생각하는 경험을 거의 제공하지 못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인터뷰 참여자 F 고등학교, 대학교 때는 저희는 진짜 음악만 하기 때문에 그런 사회적 문제에 대한 시각은 배운 적도 없다"고 회상하였고, 인터뷰 참여자 E저는 청소년학을 전공했는데 대학생 때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거든요. 그런데 교수님이나 학교 선배 아무도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 해석해주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어요.”라고 전했습니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청소년 때는 잘 알지 못했지만 청년이 된 지금 19살을 돌이켜 보면, 우리에게는 공익적 가치와 의미를 체득하고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입술을 모았습니다.

     

    - 우리가 꿈꾸는 19살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현재의 입시 중심 교육은 학생들에게 끝없는 경쟁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안깁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경쟁의 틀에서 벗어나 더 다양한 경험과 배움을 통해 자신의 삶을 설계하는 기회가 필요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19살을 회상해보며, 우리가 꿈꾸는 19살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함께 고민해보는 겨울이 되면 좋겠습니다.

     


    <참고자료>

    사교육걱정없는세상(2022.07.07.). 경쟁교육고통지표 설문조사 결과발표 보도자료.

    임혜정(2024.11.21.). 입시 스트레스가 부른 병, '청소년 우울증'...10대 우울증·불안장애 환자 5년새 56.4% 급증. 헬스인뉴스.

    https://www.healthinnews.co.kr/view.php?ud=2024111817584335826aa9cc43d0_48

     
     
     
     
    [기획] 당신의 19살은 어땠나요?
    뉴스레터 편집위원회 이민지 위원

    조회수 1768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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