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공익활동이라고 하면 흔히 돌봄, 기부, 캠페인, 환경정화처럼 눈에 잘 보이는 활동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공익은 반드시 큰 구호나 거대한 사업에서만 시작되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가 가진 재능을 이웃과 나누고, 그 시간을 통해 참여자가 즐거움과 성취감을 얻고,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러운 대화가 생긴다면 그것 역시 중요한 공익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손으로 만드는 체험을 통해 사람을 잇고, 관계를 회복하며, 지역사회 안에서 공익의 의미를 넓혀가는 공익단체 ‘감성누리’를 소개하려 합니다.
감성누리는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와 재능기부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사회공익을 실현하고자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문화예술인의 창작 활동과 행복한 삶을 지향하며, 문화예술을 매개로 한 교육·전시·체험·공익활동을 통해 지역사회 문화 활성화와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목적을 살펴보면 감성누리의 활동이 단순히 공예를 가르치거나 작품을 전시하는 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감성누리에게 공예는 사람을 만나는 방법이고, 문화는 지역사회 안에서 관계를 회복하는 통로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가죽공예가 최승애 대표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감성누리의 활동은 문화를 통한 공익활동의 좋은 사례입니다. 참여자는 단순한 수강생이 아니라 직접 만들고 표현하는 사람이 되고, 작가는 자신의 문화재능을 지역사회와 나누는 공익활동가가 되니까요. 바로 이 지점에서 공예는 문화가 되고, 문화는 공익활동이 됩니다.
감성누리, 공예로 지역을 만나다
감성누리는 2023년 창립 이후 군포시 자원봉사단체로 등록하며 지역사회와의 접점을 넓혀왔습니다.

2025년에는 한국도자재단과 경기도 내 공예문화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2026년에는 군포시송부종합사회복지관과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프로그램 운영 협업을 위해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감성누리는 개인의 취미나 전시 활동에 더해, 지역의 복지와 문화 향유 기회 확대에 기여하면서 문화를 통한 공익활동에 적극적으로참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6년 감성누리의 활동은 ‘문화로 공익을 실천한다’는 방향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자원봉사 단체공모사업인 ‘공예·공연으로 잇는 마음’은 공예와 공연을 결합한 관계 회복형 자원봉사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복지관 4곳에서 총 7회, 140명이 참여하는 사업으로 계획되어 있습니다. 또한 생활문화공동체 지원사업 ‘아름다움 더하기’는 전시와 공예체험, 작가와의 만남을 연계한 프로그램으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 활동들이 중요한 이유는 감성누리가 공예를 ‘보는 문화’에만 머물게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감성누리는 시민이 작품 제작에 직접 참여하고, 작가와 만나고, 자신의 작품을 완성해보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공예가 작품으로만 남지 않고 사람 사이를 오가며 대화와 관계를 만드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는 것이죠.
감성누리는 이러한 방식으로 지역 주민과 소통해 왔습니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가죽공예 체험부스, 장애인 대상 카드지갑 만들기 재능기부 수업, 가족 단위 가죽팔찌 만들기 체험, 마을축제 참여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공예의 문턱을 낮추고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넓혀오고 있답니다.
작가와 함께한 공예 체험이 보여준 것
감성누리는 ‘공예, 아름다움 더하기-작가와 함께하는 공예 체험 프로그램’이나 ‘군포 공예문화 아카이빙 성과 공유회’처럼 문화 활동을 지역 주민들과 공유하는 활동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하지만 감성누리는 단순히 그간 해왔던 결과물을 전시만 하거나, 발표 형식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할 수 있는 자리와 함께 마련하여, 지역문화 활성화의 기능도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왔습니다.
‘공예, 아름다움 더하기Ⅱ’는 이런 감성누리의 활동 방향을 잘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군포시 평생학습마을 상상숲전시실에서 전시와 체험, 작가와의 만남을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시민들은 완성된 공예 작품을 관람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작가의 설명을 듣고 직접 재료를 만지며 공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철쭉 품은 카드 지갑, 원석 팔찌, 라탄접시, 키링, 모루꽃, 심플 키홀더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은 공예가 특정한 전문가의 작업실 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 속으로 들어올 수 있음을 보여주었죠.

특히 작가와 함께한다는 점은 이 프로그램의 중요한 의미였습니다. 시민이 단순히 정해진 결과물을 따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안내를 받으며 재료를 고르고, 색을 맞추고, 자신의 손끝으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보는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최승애 대표님이 준비했던 ‘철쭉 품은 카드 지갑’ 체험은 군포의 지역적 상징을 공예 안에 담아낸 활동이기도 했는데요. 지역의 특색에 맞게, 공동체가 공유하는 문화적 특성을 살려, 지역 주민들이 공예 체험 프로그램을 더욱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 잘 느껴졌습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공예는 단순한 만들기 체험이 아니라, 지역의 이미지를 손끝으로 경험하고 자신만의 결과물로 남기는 문화 활동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겠죠.
지역주민과 함께 만드는 공예문화의 공익적 가치
‘군포 공예문화 아카이빙 성과 공유회’ 역시 같은 맥락의 행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행사는 군포 지역에서 활동하는 공예인들의 작업과 삶을 기록하고, 그 성과를 시민들과 나누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가죽, 도예, 라탄, 목공, 섬유, 글라스 등 다양한 분야의 공예인들을 조명했다는 점에서, 군포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공예문화의 기반을 시민들에게 보여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공예인의 인터뷰 영상, 작업 과정을 담은 아카이빙 영상을 자리에 모인 참가자들과 함께 보면서, 시민들이 공예의 매력을 느끼고 공예가 갖는 공익적 의미를 참가자들이 느낄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답니다.

이후 아카이빙 성과 공유회에서 시민들은 영상 속에서 보았던 공예인들을 현장에서 만나고, 가죽 카드지갑 만들기, 라탄 바구니 만들기, 입욕제 만들기, 비즈 액세서리 만들기, 비누 꽃바구니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에 참여했습니다. 기록된 공예문화가 체험을 통해 다시 시민의 손끝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지역문화는 단순히 지역 안에 문화예술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활성화되지 않죠. 시민이 그 존재를 알고, 직접 만나고, 경험하고, 다시 자신의 일상 안으로 가져갈 수 있을 때 비로소 살아 있는 문화가 됩니다. 감성누리는 공예 작가와 시민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공예를 어렵고 낯선 분야가 아니라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생활문화로 바꾸어가고 있습니다.
‘공예, 아름다움 더하기Ⅱ’와 ‘군포 공예문화 아카이빙 성과 공유회’를 비롯한 감성누리의 공익활동은 문화활동을 통해 공익적 목적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시를 통해 지역 공예인의 작품을 소개하고, 체험을 통해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 내며, 작가와 시민이 직접 만나는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넓혔습니다. 감성누리의 공익활동은 문화가 지역 주민의 일상으로 들어가고, 그 경험이 다시 관계와 참여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데서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고령화 시대, 문화를 통한 공익이 더욱 필요한 시대
감성누리의 활동은 고령화 사회를 맞이한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도 적지 않습니다. 우리는 흔히 100세 시대에 어르신을 위한 지원은 돌봄과 생활지원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생존만을 생애의 목적을 두지 않죠. 자신의 삶을 가치있게 영위하고, 끊임없는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하면서 삶의 활력을 찾습니다. 건강과 안전을 위한 돌봄이 중요하듯, 삶의 활력과 관계를 위한 문화적 경험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오래 사는 사회가 더 풍요로운 사회가 되려면 어르신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배우고, 만들고, 표현하고, 서로 만나는 기회가 함께 마련되어야 합니다.


감성누리는 그 필요성을 인지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 및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르신은 수업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직접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됩니다. 가죽을 손에 쥐고, 바느질을 따라가고, 장식을 붙이며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은 참여자를 능동적인 주체로 만드는 것이죠. 손을 움직이는 동안 집중이 생기고,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가며, 결과물이 완성되면 성취감이 남습니다. 이러한 문화체험은 어르신에게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자신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문화체험은 이웃 간의 연대를 만드는 데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함께 모여 손을 움직이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만들고, 서로의 완성을 응원하게 합니다. “어떻게 하는 거예요?”, “이 색이 더 어울리네요” 같은 가벼운 말들이 오가며 관계가 시작됩니다. 공예가 개인의 손끝에서 출발하지만 공동체의 분위기를 바꾸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고령인구가 늘어나는 사회에서는 어르신의 사회적 고립을 줄이고 지역 안에서 계속 관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이 중요해집니다. 감성누리의 활동은 각자가 가진 문화재능을 활용해 어르신들에게 체험과 성취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문화로 본 공익이 고령화 시대의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답니다.
문화로 실천하는 공익활동의 가능성
가죽 한 조각이 작품이 되기까지는 여러 번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자르고, 맞추고, 꿰고, 다듬는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지역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번의 큰 변화보다 작은 만남과 실천이 반복될 때 더 단단해집니다. 감성누리의 활동은 그 작은 손길의 의미를 보여줍니다. 문화를 통해 어르신의 일상에 활력을 더하고, 이웃 간의 관계를 회복하고, 재능기부를 통해 사회공익을 실천하는 일. 이것이 감성누리가 만들어가는 문화공익의 모습입니다.
문화로 이루어가는 공익활동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내가 가진 재능을 이웃과 나누는 순간, 누군가의 손끝에서 성취감이 피어나는 순간, 함께 웃으며 서로의 작품을 바라보는 순간에 이미 시작되고 있습니다. 감성누리가 보여주는 공익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고, 작지만 오래 남는 문화의 힘입니다. 고령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공익의 한 방향이 그 손끝에서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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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02※「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경기도의 기후위기 대응 전략이 '도민 참여형 RE100'으로 구체화되는 가운데, 지역 주민들이 직접 출자해 신재생에너지를 생산·공급하는 에너지 협동조합 모델이 경기도 곳곳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1. 도민이 주인공 되는 에너지 전환

경기도가 2023년부터 강력하게 추진해 온 '경기 RE100' 정책이 도민 주도의 민간 에너지 협동조합과 결합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RE100(Renewable Energy 100%)은 기업 및 기관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국제적 이니셔티브로, 경기도는 이를 도민 삶의 영역으로 확장한 '지역 참여형 RE100 모델'을 국내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적극적으로 실험하고 있다.
핵심은 도민이 단순한 에너지 소비자에서 벗어나 '생산자'이자 '투자자'로 직접 참여하는 구조다. 주민들이 소액 출자금을 모아 마을 유휴부지나 건물 옥상에 태양광 발전소를 세우고, 여기서 생산된 전력을 한국전력에 판매하거나 지역 내 에너지 취약계층에 환원하는 방식이다. 이른바 '햇빛발전소'로 불리는 이 모델은 에너지 전환과 지역사회 복지를 동시에 실현하는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2. 경기도 협동조합 현황과 성공 사례
* 수원 햇빛발전 협동조합 — 주민 1,200명이 만든 에너지 자립 마을

경기에너지정책연구원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 내 등록된 에너지 협동조합은 현재 47개로 집계됐으며, 이 중 실제 발전 설비를 운영 중인 조합은 29개에 달한다. 총 설비 용량은 약 38.4MW로, 이는 약 1만 3,000가구에 1년간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수원시 권선구에 설립된 '수원 햇빛발전 협동조합'이다. 2021년 조합원 312명, 출자금 4억 7,000만 원으로 출범한 이 조합은 현재 조합원 수 1,200여 명, 누적 출자금 18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수원 도심 내 공공건물 15개소와 아파트 옥상 7개소에 총 2.1MW 규모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운영 중이며, 연간 약 2,600MWh의 전력을 생산해 한전에 판매하고 있다.
조합 측에 따르면 지난해 조합원 배당률은 연 3.8%를 기록해 시중 정기예금 금리 수준을 상회했다. 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박현수 씨는 "처음에는 수익보다 환경에 대한 사명감으로 참여한 분들이 많았는데, 3년이 지나니 수익도 나고 지역도 살아나는 걸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 안산·시흥 광역 협동조합 — 산업단지와 연계한 B2B 에너지 공급
안산시와 시흥시를 아우르는 '경기 서부 햇빛에너지 협동조합'은 인근 반월·시화 산업단지 입주 중소기업과 직접 전력 구매계약(PPA)을 체결한 선진 사례로 꼽힌다. 한국에너지공단 경기지역본부의 2025년 상반기 통계에 따르면, 이 조합은 현재 5.8MW 규모의 설비를 운영하며 23개 중소기업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이 협동조합과의 계약을 통해 연간 탄소배출권 약 2,400톤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의 특징은 '지역 내 RE100 생태계'를 자체적으로 구축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이 협동조합에 후원 출자를 하면, 조합은 해당 기업에 RE100 인증 전력을 우선 공급하는 구조로 자금 순환이 이뤄진다. 경기도 에너지과 관계자는 "산업단지와 지역 협동조합이 연계한 이 모델은 도내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벤치마크 사례"라고 평가했다.
3. 도민 펀딩 참여 방식과 에너지 복지 환원 구조
* 소액 크라우드 펀딩으로 낮아진 진입 장벽

과거 에너지 협동조합의 한계 중 하나는 높은 초기 출자금이었다. 그러나 경기도가 2024년부터 '경기도 햇빛누리 펀딩' 플랫폼을 통해 최소 출자금을 10만 원으로 낮추고 온라인 참여를 가능하게 하면서,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플랫폼 개설 첫해인 2024년 한 해만 1만 7,400여 명이 이 펀딩에 참여해 누적 모집액 142억 원을 달성했다.
참여자 연령대도 다양화됐다. 2025년 경기도 자체 조사에 따르면 20~30대 참여자 비중이 전체의 38%에 달해, 청년층의 기후 행동이 실제 투자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민지(31) 씨는 "주식보다 의미 있고, 은행 이자보다 낫다는 생각에 작년에 50만 원을 넣었다"며 "내가 만든 전기가 이웃에게도 간다는 게 뿌듯하다"고 전했다.
* 수익의 일부, 에너지 취약계층으로 환원
경기도 협동조합 에너지 모델의 또 다른 특징은 수익의 일정 비율을 에너지 복지 사업에 의무적으로 배정하도록 조례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 조례에 따르면 도 지원을 받은 에너지 협동조합은 연간 순수익의 최소 10%를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에 사용해야 한다.
실제로 수원 햇빛발전 협동조합은 지난해 조합 수익의 12.4%에 해당하는 2,800만 원을 권선구 내 기초생활수급자 가구 240세대의 전기요금 지원에 사용했다. 성남시 분당구에서 운영 중인 '분당 에너지자립 협동조합'은 지역 내 노인 단독 가구에 LED 조명 교체와 소형 태양광 패널 설치를 무상으로 지원하는 '에너지 나눔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한국사회적경제연구원은 이러한 환원 구조를 두고 "에너지 협동조합이 단순 전력 사업자를 넘어 지역 사회안전망의 한 축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4. 과제와 전망 — 제도적 뒷받침이 관건
* 규제 완화와 계통 연계 문제, 여전한 숙제

협동조합 모델의 확산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장벽이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전력의 배전망 계통 연계 지연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25년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 내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의 평균 계통 연계 대기 기간은 14.3개월로 전년 대비 2개월 늘어났다. 설비를 다 만들어 놓고도 전력을 팔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협동조합의 법적·세무적 지위와 관련한 불명확성도 지적된다. 협동조합기본법과 전기사업법 사이의 규제 공백으로 인해 PPA 계약 체결 시 법적 해석이 분분한 경우가 있다. 에너지법 전문 변호사 김태성 씨는 "에너지 협동조합을 위한 독자적 법령 체계 혹은 특례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며 "법 해석의 불확실성이 조합 운영진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경기도, 2030년까지 100개 조합 확대 목표
이러한 과제에도 불구하고 경기도는 RE100 협동조합 모델의 확장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경기도는 올해 발표한 '2030 경기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통해 도내 에너지 협동조합을 2030년까지 100개로 늘리고, 도민 참여 조합원 수 10만 명, 총 발전 설비 용량 200MW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조합 창립 초기 단계에 최대 5,000만 원의 설립 지원금과 저리 융자를 지원하는 패키지를 마련할 예정이다.
고려대학교 에너지환경정책학과 정유진 교수는 "경기도 모델의 핵심 경쟁력은 에너지를 공공재이자 지역 자산으로 바라보는 철학"이라며 "중앙 정부 주도의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와 별개로, 지역 분산형 에너지 민주주의가 자리 잡는 것은 에너지 전환의 장기 회복탄력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계통 연계 문제와 법제 정비가 속도를 낸다면, 경기도 모델은 전국 광역 지자체의 표준 사례가 될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고 전망했다.
도민이 직접 발전소를 만들고, 수익을 이웃과 나누며, 기후위기에 맞선다. 경기도의 RE100 실험은 단순한 에너지 정책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복원력을 키우는 새로운 사회 실험으로 진화하고 있다.
<출처>
- 경기도 에너지 협동조합 47개·설비 38.4MW 운영 현황 — 경기에너지정책연구원, 「경기도 에너지 협동조합 현황 분석 보고서」 (2024)
- 수원 햇빛발전 협동조합 조합원 1,200명·출자금 18억·배당률 3.8% — 수원 햇빛발전 협동조합 공식 자료 (2024)
- 경기 서부 햇빛에너지 협동조합 5.8MW·23개 기업 PPA·탄소배출권 2,400톤 절감 — 한국에너지공단 경기지역본부, 「2025년 상반기 재생에너지 보급 현황」 (2025)
- 경기도 햇빛누리 펀딩 1만 7,400명 참여·142억 모집, 20~30대 비중 38% — 경기연구원·경기도 자체 조사 (2024~2025)
- 에너지 취약계층 환원 의무 비율 10% 조례 규정, 수원 협동조합 2,800만 원 지원 240세대 — 경기도 에너지 협동조합 지원 조례 (경기도, 2024)
- 에너지 협동조합의 지역 사회안전망 기능 분석 — 한국사회적경제연구원 (2025)
- 경기도 내 소규모 태양광 평균 계통 연계 대기 14.3개월 — 에너지경제연구원, 「2025년 상반기 재생에너지 계통 연계 현황 보고서」 (2025)
- 2030 경기 에너지 전환 로드맵 — 조합 100개·조합원 10만 명·200MW 목표 — 경기도청 공식 발표 자료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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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8※「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 세계 아이들 셋 중 하나는 배움에서 소외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2.6억 명의 사람들이 여전히 인터넷에 연결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이는 수억 명의 아이들이 질 높은 교육 자료를 접할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 세계에서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은 무려 2억 4천만 명에 달하며, 저소득국가에서는 전체 인구의 85%가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냉혹한 현실 앞에서, "인터넷 없이도 AI가 가르칠 수 있다"는 역발상을 실현해 나가는 단체가 있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본부를 둔 글로벌 비영리단체 러닝이퀄리티(Learning Equality)다.
2. 러닝이퀄리티는 어떤 단체인가

러닝이퀄리티는 2012년 UC 샌디에이고 인지과학 박사과정생이던 제이미 알렉상드르(Jamie Alexandre)가 공동 창립했다. 창립 당시 전 세계 아이들의 3분의 1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인터넷 접속 인구도 전체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그는 "단순히 기술을 갖다 붙이는 방식으로는 진정한 교육 형평성을 달성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들의 핵심 프로젝트는 콜리브리(Kolibri)다. 콜리브리는 오프라인 우선(offline-first) 교수·학습을 위해 설계된 개방형 제품 생태계로, 콜리브리 학습 플랫폼, 커리큘럼 정렬 도구(Kolibri Studio), 공개 교육 자료(OER) 라이브러리, 그리고 다양한 교육 환경을 위한 구현 툴킷으로 구성되어 있다.
콜리브리의 가장 큰 특징은 인터넷 연결 없이도 완전히 작동한다는 점이다. 라즈베리 파이(Raspberry Pi)나 재활용 노트북 같은 저가 기기에 설치해 로컬 서버를 구성하면, 주변 기기들이 이 서버에 접속해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교실 내부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전기와 기기만 있다면 오지의 난민 캠프든, 교도소든, 산간 농촌 학교든 디지털 교육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그 결과는 인상적이다. 2024년 기준으로 콜리브리는 31개 언어로 제공되며, 220개 이상의 국가와 지역에서 사용되고 있고, 2024년 한 해에만 5만 3천여 건의 신규 설치가 이루어졌다. 유엔난민기구(UNHCR), UNICEF, 세계비전(World Vision) 등 국제기구들도 콜리브리를 교육 프로그램에 공식 편입했다.
3. GPT-4를 '변환 AI'로 쓰다 — 커리큘럼 자동 정렬

콜리브리가 제공하는 교육 자료가 아무리 방대해도, 그 자료가 각 나라의 학교 교육과정에 맞춰 정렬되지 않으면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기 어렵다. 케냐 중학교 1학년 수학 시간에 미국식 커리큘럼 기반의 Khan Academy 영상이 그대로 뜬다면, 교사와 학생 모두 당황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러닝이퀄리티는 GPT-4를 핵심 도구로 채택했다. 단순한 채팅 보조 도구가 아니라, 교육 자료를 각국 교육과정 체계에 맞게 자동으로 분류·구조화하는 '변환 AI(Transformative AI)'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케냐 Form I(9학년) ICT 교육과정을 예로 들면, 그 커리큘럼은 열(column), 행(line), 섹션으로 구성된 표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어 인간은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기존 자동화 시스템이 처리하기는 매우 어려운 구조였다. 러닝이퀄리티는 GPT-4를 활용해 이 이미지로부터 교과 주제 트리(topic tree)를 실시간으로 추출하고, 커리큘럼 주제 및 하위 주제를 자동으로 식별하도록 했다. 이 구조는 이후 자동화된 추천 모델과 결합돼 해당 주제 체계에 맞는 콘텐츠를 탐색·정렬하는 데 활용된다.
이는 단순한 기술 실험이 아니다. 커리큘럼 정렬 작업은 단순하다고 해도 지루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이며, 이는 비용과 인력 부담으로 이어진다. 특히 긴급 상황에서 새로운 기준에 맞춰 빠르게 정렬해야 할 때는 더욱 그렇다. UNHCR은 이 과정의 자동화를 강력히 지지해 왔다.
4. 캐글 경진대회로 AI 모델을 고도화하다

러닝이퀄리티는 AI 모델 개선을 내부 개발팀에만 맡기지 않았다. 전 세계 머신러닝 전문가들을 초대해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을 택했다.
이들은 학습 에이전시 랩(The Learning Agency Lab) 및 UNHCR과 파트너십을 맺고 캐글(Kaggle) 머신러닝 경진대회를 개최했다. 이 대회는 교육 콘텐츠가 특정 커리큘럼 주제에 얼마나 잘 맞는지를 예측하는 모델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2,000만 건 이상의 콘텐츠 항목과 1만여 개의 교육자 큐레이션 폴더로 구성된 다언어·다과목 데이터셋(STEM 강조)을 활용해, 참가자들은 수동 정렬 프로세스를 크게 능가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 대회를 통해 발견된 핵심 인사이트는 앙상블 임베딩 모델의 효과였다. 단일 AI 모델이 아닌 여러 특화 임베딩 모델을 결합함으로써, 다양한 교육 자료와 커리큘럼 기준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효과적으로 포착할 수 있었다. 알렉상드르 대표는 비영리 단체가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명확한 목표 설정, 엄밀한 테스트 데이터 기반의 평가, 그리고 이런 경진대회 같은 개방적인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5. 오디오·영상 자료도 AI로 처리한다 — Whisper 연동
텍스트로 된 교육 자료를 커리큘럼에 정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콜리브리 라이브러리에는 방대한 분량의 동영상과 오디오 자료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정렬하려면 내용을 먼저 텍스트로 변환해야 한다.
러닝이퀄리티는 2023년 구글 서머 오브 코드(GSoC)를 통해 기여자와 협력해 OpenAI의 Whisper를 활용한 전사(轉寫) 편집기를 Kolibri Studio에 시범 탑재했다. 이 프로젝트는 모든 멀티미디어 OER 자료를 위한 전처리 파이프라인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UI 기능을 제공했다.
이로써 러닝이퀄리티의 AI 파이프라인은 텍스트 문서는 물론, 동영상·오디오 콘텐츠까지 포괄하는 종합적인 반자동 커리큘럼 정렬 시스템으로 발전하게 됐다. 현재 콜리브리 라이브러리에는 173개 언어의 교육 자료가 수록되어 있으며, STEM, 공중보건, 인터넷 안전, 교사 연수, 코딩, 생활 기술 등 K-12 전 과정을 포괄하는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
6. 한국 교육 현장에 주는 시사점 — 가능성과 한계 사이에서
러닝이퀄리티의 사례는 기술이 교육 자원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를 국내 교육 환경에 적용할 때는 가능성과 함께 뒤따르는 위험과 한계를 균형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교육부와 교육단체, 학부모단체 사이에서 AI·디지털 교육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기술의 도입은 신중한 설계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보조 수단으로서의 가능성. 우선 AI 기반 커리큘럼 정렬 기술은 교육 지원 현장에서 실질적인 효율화 수단이 될 수 있다. 국내 교육 지원 비영리단체들은 교육부 교육과정이나 학년별 성취 기준에 맞는 콘텐츠를 선별하는 데 상당한 인력과 시간을 투입하고 있다. 자동 분류 기술을 보조적으로 활용한다면 이 과정을 단축하고, 절약된 자원을 실제 교육 현장 지원에 집중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AI를 교사나 교육 전문가의 대체재가 아닌 조력자로 위치시키는 것이다. 러닝이퀄리티 역시 자동화된 정렬을 최종 판단은 아니라, 교육자의 검토를 전제한 '반자동' 프로세스로 설계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AI 교육 도구의 혜택은 특정 계층에 한정될 때보다, 보편적 복지의 관점에서 설계될 때 더 넓고 지속 가능한 사회적 효과를 낸다. 그렇기 때문에 도서·산간 지역, 경제적 취약계층, 학습 결손이 누적된 학생 등 교육 접근성이 낮은 다양한 상황을 포괄적으로 고려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오프라인 우선 설계 철학이 이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인터넷 접근성이 불안정한 환경을 전제로 설계된 교육 솔루션은 디지털 격차를 심화시키기보다 오히려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함께 고려해야 할 위험과 한계. 그러나 AI 교육 도구의 도입이 새로운 불평등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우려도 직시해야 한다. AI가 생성하거나 추천하는 콘텐츠에는 편향이 내재될 수 있으며, 자동화된 커리큘럼 정렬이 교육의 다양성이나 지역적 맥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또한 디지털 기기와 AI 도구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교사-학생 관계나 현장 중심의 교육 문화를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학부모와 교사, 교육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도입 논의 과정이 기술 개발 못지않게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러닝이퀄리티의 모델이 남기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기술 자체보다 설계 철학에 있다. 명확한 교육적 목표, 엄밀한 평가, 그리고 교육 주체들이 함께 참여하는 열린 협업. 이 세 가지가 갖춰질 때, AI는 교육 형평성을 높이는 실질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출처>
- 전 세계 2.6억 명 오프라인, 아이들 셋 중 하나 교육 소외 Learning Equality 공식 홈페이지 (learningequality.org)
- 저소득국 인구 85% 인터넷 미접속 GuideStar, Foundation for Learning Equality INC 프로필 (guidestar.org)
- 학교 미취학 아동 2억 4천만 명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unesco.or.kr)
- 콜리브리 220+ 국가·지역 설치, 2024년 5만 3천 건 신규 설치, 31개 언어 제공 GuideStar (guidestar.org, 2024)
- Whisper 연동 전사 기능 (GSoC 2023) Learning Equality Medium 블로그 (medium.com/learning-equality, 2026.04.08)
- 173개 언어 K-12 콘텐츠 제공 About Kolibri (learningequality.org/kolibri/about-kolibri)
- 카메룬 수학 점수 14% 향상, 창의·비판적 사고 36% 향상 AI for Cause (aiforcause.org, 2026.03.15)
- 과테말라 수학 향상, 미국 교정시설 GED 취득 지원 HundrED (hundred.org/en/innovations/kolibri)
- 우간다 난민 교사 훈련 및 콜리브리 활용 사례 UNHCR (unhcr.org, 2021)
- 케냐 카쿠마 난민 캠프 활용 사례 Offline Internet (offlineinternet.org, 2024.09)
- AI와 교육 형평성 — AI 격차(AI divide) 이슈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멀티미디어언어학습 저널, Vol.27 No.4 (2024)
- 제이미 알렉상드르 창립 배경 및 비전 Fast Forward (ffwd.org, 2024.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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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8※「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뉴스레터 필진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필자의 의견과 관점이 담길 수 있으며 일부 내용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명절이라고 모여 제사나 차례를 지내는 느낌은 아니지만, 연휴를 의미 있게 보내고 싶어요.“
얼마 전, 한 청년을 만났다. 아동학대로 원가정을 나와 청소년쉼터에서 자란 그는 , 명절이면 고향 친구들을 자기 집으로 초대한다고 했다. 먼 지방에서 경기도까지 올라와 준 친구들과 한강에서 피크닉을 하고, 집에서 함께 음식을 해 먹으며 하루를 복작복작하게 채운다고 했다. 명절에도 이동이 쉽지 않은 친구들과 그렇게 시간을 함께 할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돌아갈 곳이 서로 다른 모양일 뿐, 그들은 서로가 집이 되어주는 셈이다.
"고향에 언제 내려가?" "가족들이랑 뭐 하기로 했어?“
명절이 다가오면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같은 인사를 나눈다. 별생각 없이 묻는 안부지만, 그 사이에는 하나의 전제가 깔려 있다. 누구에게나 돌아갈 집이 있고, 그 집에는 나를 기다리는 가족이 있다는 것. 그러나 그 전제가 모두에게 해당하지 않는다. 아동학대나 가정 해체등의 사정으로 원가정 대신 보육원(아동양육시절), 그룹홈, 위탁가정, 청소년쉼터, 청소년자립생활관 등에서 보호를 받다가 성인이 되어 독립한 청년들이 있다. 이들은 보호받은 유형에 따라 자립준비청년, 가정 밖 청소년, 무의탁 청소년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명절의 무게는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찾아온다. 또 다른 청년은 오래 살던 시설이 문을 닫으며 낯선 곳으로 옮겨가야 했던 시간을 이야기했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삶의 터전이 바뀌어야 했던 경험은 쉽게 아물지 않는 상처가 되었고, 한동안 누군가의 손길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그 시간이 그를 약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아무도 탓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스스로를 지켜야 했던 시간이었다. 2023년 자립지원 실태조사(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의 고립·은둔 비율은 10.6%로 일반 청년 2.8%의 약 네 배에 달한다. 앞서 소개한 청년들의 경험은 개인의 특수한 사정이 아니다. 실태조사는 이를 수치로 보여준다. 연결될 기회 자체가 구조적으로 좁아져 있다는 뜻이다.
"일반 청년들의 경우에는 일이 있다거나 바쁘다는 이유로 명절에 집에 안 갈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선택의 유무가 아니에요. 그냥 갈 곳이 없는 거예요. 명절이 허전하다는 건 많은 이들이 느끼지만 케이스 바이 케이스죠.“
명절마다 친구를 부르던 그 청년은, 저마다의 빈자리가 모두 같은 모양이 아니라고 말했다. 허전함이 자신의 선택이 아닌 주어진 환경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잘 알기에, 그는 곁에 있는 사람을 불러 그 시간을 함께 채운다. 관계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스스로 만들어 낸다. 그것이 그가 명절을 버티는 방식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10명 중 2명은 연락두절”…자립 전부터 지원 나서야] 기사 캡처 / ⓒ KBS, 2025.05.15
"시설을 퇴소하는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건 사실 돈이 아니라 관계예요. 누군가 나를 지지해 주고 있다는 그 관계요.“
시설에서 오래 아이들을 돌봐 온 한 선생님의 이야기다. 이처럼 현장에서 청년들을 만나다 보면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시작하다가도, 결국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늘 마무리된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관계를 쌓는 것은 개인의 몫으로 남겨두고 있다. 우리는 그 관계 쌓기를 언제까지 개인의 노력에만 맡겨두어야 할까.
지금의 자립지원 제도는 소관 부처와 시설 유형에 따라 대상이 저마다 다르게 나뉘며 지원의 유무가 정해진다. 같은 상황에서 독립을 시작하더라도, 어떤 청년에게는 자립 후에도 오래 곁을 살펴주는 안전망이 있고, 누군가는 그런 연결도 없이 홀로 사회로 나와야 한다. 지원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도움의 언저리나 그 밖에 머물러야하는 청년들이 생겨나는 구조이다.

자립준비청년 인터뷰 사진 / ⓒ 구준선 초록우산 사회복지사(청플 3기)
명절은 갑자기 누군가의 빈자리를 발견하는 날이 아니다. 어쩌면 일 년 내내 존재했지만, 저마다의 가족을 찾아 떠날 때 그 자리가 더 또렷하게 보이는 날인지도 모른다.
돌아오는 추석에도 이 청년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명절을 보낼 것이다. 누군가는 친구들을 불러 모아 북적이는 하루를 채우고, 누군가는 자신이 자란 시설을 찾아가 함께 송편을 빚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방에서 혼자만의 그 시간을 건너고 있을지 모른다. 이번 명절에는 그들의 시간을 한번 떠올려보면 좋겠다. 저마다의 하루를 응원하고, 곁을 지키는 것. 그리고 아직 어디에도 닿지 못한 이가 무관심하지 않고 함께 하는 것처럼 그리 거창하지 않은 일이다. 동시에 그 관계가 개인의 노력에만 기대지 않아도 되도록 제도가 지금보다 더 넓어지기를 바란다.
〔필자 소개〕 구준선씨는 초록우산에서 근무하며, 자립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는 아동·청(소)년을 위한 법·제도 개선 옹호 활동을 하고 있으며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청년위원회의 위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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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7※「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인 가구 교육은 어떻게 ‘혼자가 아닌 삶’을 만들 수 있는가
“1인분만 주문할 수 있나요?”
혼자 사는 사람에게 이 질문은 이제 특별하지 않다. 식당에서도, 마트에서도,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1인 가구’를 위한 상품과 서비스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소포장 식품과 밀키트, 간편식, 1인용 가전제품, 혼밥 식당까지 ‘혼자’라는 생활방식은 어느새 하나의 소비문화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소비시장의 변화와 달리 1인 가구의 실제 삶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특히 중장년 1인 가구에게 혼자 산다는 것은 단순히 가족 구성원이 한 명이라는 의미에 머물지 않는다.
식사를 혼자 해결해야 하고, 아플 때 스스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스마트폰과 각종 디지털 서비스를 직접 이용해야 하며, 집안의 고장부터 금융과 행정 업무, 건강관리와 인간관계까지 생활 속 크고 작은 문제를 스스로 판단하고 해결해야 한다.
혼자 살아가는 삶은 자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생활의 모든 책임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삶이기도 하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 이혼이나 사별을 경험한 사람, 자녀가 독립한 이후 혼자 생활하는 사람, 직장이나 경제적 이유로 가족과 떨어져 사는 사람 등 중장년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이유도 다양하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생활비를 지원하거나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은 아니다.
혼자 살아갈 수 있는 생활 능력, 필요한 순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관계망, 그리고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일자리와 사회적 역할이 함께 필요하다.
최근 의왕시 가족센터가 운영하는 ‘1인가구 아카데미’ 프로그램은 이러한 현실을 생각하게 하는 사례다.
‘1로와 요리하자!’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는 밀키트와 밑반찬 만들기, 집밥과 명절요리 등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과 밀접한 교육과정이 담겨 있다.
겉으로 보면 단순히 요리를 배우는 프로그램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안에는 식생활과 건강, 경제적 자립, 생활기술, 사람과의 관계라는 여러 문제가 함께 들어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교육이 한 번의 프로그램으로 끝나지 않고, 참여자의 실제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키느냐에 있다.


1. 1인 가구의 실제 삶과 ‘혼자’의 한계
1인 가구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혼자 사는 자유’를 떠올린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신의 생활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식사 시간도 자유롭고, 취미와 일상 역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오랜 가족 부양과 직장생활을 경험한 중장년에게 혼자만의 생활은 새로운 해방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혼자 사는 삶은 또 다른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냉장고가 고장 나면 누구에게 연락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몸이 아파도 병원을 함께 가 줄 사람이 없을 수 있다. 스마트폰이 갑자기 작동하지 않거나 금융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이 생겼을 때 도움을 요청할 곳을 찾는 것조차 쉽지 않다.
명절이나 생일처럼 가족의 존재가 크게 느껴지는 날에는 정서적인 외로움이 더 커질 수도 있다.
특히 중장년 1인 가구의 문제는 단순히 ‘외롭다’는 말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생활기술의 부족, 경제적 불안, 건강 문제, 디지털 소외, 사회적 관계의 축소가 서로 얽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필요하다.
왜 우리는 여전히 1인 가구의 생활 문제를 ‘개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바라보고 있는가.
혼자 산다는 것은 개인의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이 지역사회 안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문제는 더 이상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이미 지역사회의 생활환경과 복지, 교육, 일자리, 공동체 정책과 연결된 사회적 변화가 됐다.
따라서 이제는 ‘혼자 사는 사람에게 무엇을 제공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넘어 ‘혼자 살아도 생활이 무너지지 않도록 어떤 지역사회의 연결망을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2. 교육과 지역공동체, 생활을 바꾸는 새로운 연결
최근 지방자치단체와 평생교육기관에서는 중장년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요리와 건강, 운동, 스마트폰, AI, 글쓰기, 영상 제작, 취업과 창업, 인문학까지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교육의 기회가 많아졌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또 다른 질문이 나온다.
“교육은 받았는데, 그래서 내 생활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프로그램이 끝난 뒤 실제 생활에서 활용되지 않는 교육은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사라지기 쉽다. 요리를 한 번 배웠다고 생활 자립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요가와 댄스에 참여했다고 고립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AI 교육을 몇 시간 받았다고 디지털 시대에 완전히 적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교육과 일상이 연결되는가 하는 문제다.
이 점에서 지역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과거에는 가족이 담당하던 역할이 있었다. 아플 때 서로 돌보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도움을 요청하며, 식사를 함께하고 생활 정보를 나누는 역할이다.
하지만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이러한 가족 기능의 일부를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그렇다고 지역공동체가 가족을 대신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혼자 살지만 혼자가 아닌 삶을 가능하게 하는 관계망이다.
예를 들어 요리교육은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기술을 가르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오늘 한 끼를 만드는 방법보다 일주일 동안 어떻게 식사를 계획하고 관리할 것인지까지 연결할 필요가 있다.
1인 가구에게는 소량 구매와 식재료 관리,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생활비와 식비 관리도 중요한 생활기술이다.
따라서 요리교육은 음식 만들기 교육이면서 동시에 건강교육이고, 경제교육이며, 생활 자립교육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함께 만든 음식을 나누고,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참여자들이 작은 모임을 지속한다면 교육은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혼자 배우는 교육이 다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로 이어지는 것이다.


3. 자립과 관계망의 균형, 혼자 살지만 혼자가 아닌 삶
1인 가구 정책과 교육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자립’이다.
그러나 자립을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능력’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사람은 누구나 도움이 필요하다. 아무리 건강하고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도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할 수는 없다.
진정한 자립은 필요한 순간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능력까지 포함한다.
따라서 1인 가구의 자립은 다음과 같이 다시 정의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 생활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과 필요한 순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연결망을 함께 갖추는 것.
혼자 살지만 지역사회 안에서 연결돼 있는 삶이다.
개인의 독립성과 공동체의 관계망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두 가지가 함께 갖춰질 때 생활의 지속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특히 중장년 1인 가구에게 관계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경제적 어려움이나 주거 문제는 정책과 제도를 통해 어느 정도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관계의 단절과 사회적 고립은 단순한 지원금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이때 교육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중요한 통로가 될 수 있다.
스마트폰을 배우는 사람들끼리 서로 질문하고, 요리를 배운 사람들이 식사를 함께하며, 글쓰기를 배우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AI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다시 다른 사람을 돕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지역공동체의 시작은 반드시 거창한 조직일 필요가 없다.
함께 배우는 사람 몇 명이 교육이 끝난 뒤에도 연락을 이어가고, 서로 필요한 정보를 나누며, 지역의 활동에 함께 참여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공동체의 모습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중장년 1인 가구를 단순히 ‘도움을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 것이다.
이들은 오랜 직업 경험과 생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요리를 잘하고, 누군가는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며, 또 다른 사람은 글쓰기나 사진, 행정, 상담, 교육 등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다.
지역사회는 이러한 경험을 다시 사회와 연결할 수 있다.
교육 → 실습 → 지역활동 → 새로운 역할 발견 → 경제활동 → 다시 교육과 공동체 활동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중장년에게 필요한 것은 반드시 하나의 완벽한 직업만은 아니다.
자신의 경험과 기술을 여러 개의 작은 역할과 일로 연결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지역에서 필요한 작은 일을 찾고, 배운 기술을 다른 주민과 나누며, 자신의 경험을 새로운 활동이나 경제적 기회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1인 가구의 자립은 결국 ‘혼자 버티는 능력’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가면서도 사회와 연결되는 능력’으로 발전해야 한다.
4. 교육의 성과는 수료율이 아니라 생활의 변화
현재 많은 교육 프로그램은 참여 인원과 수료율, 만족도를 중심으로 성과를 평가한다.
몇 명이 참여했는가.
몇 명이 수료했는가.
만족도는 몇 점인가.
물론 이러한 지표도 필요하다.
하지만 중장년과 1인 가구를 위한 교육이라면 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필요하다.
교육을 받은 뒤 혼자서 건강한 식사를 준비하게 되었는가.
생활비를 관리하는 습관이 생겼는가.
스마트폰과 디지털 서비스를 이전보다 편리하게 활용하게 되었는가.
새로운 사람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가.
지역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는가.
자신의 경험을 활용해 새로운 역할이나 일을 시작했는가.
도움이 필요할 때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겼는가.
이러한 변화가야말로 실제 교육의 성과가 될 수 있다.
앞으로의 교육은 ‘무엇을 가르쳤는가’에서 ‘교육 이후 참여자의 삶이 무엇이 달라졌는가’로 평가의 기준을 옮겨갈 필요가 있다.
특히 1인 가구 교육은 프로그램이 끝나는 순간 모든 관계와 지원이 끊어지는 구조를 넘어야 한다.
교육 이후에도 참여자들이 다시 만날 수 있는 공간, 온라인 소통망, 지역 활동과의 연결, 후속 프로그램, 작은 프로젝트 등이 이어질 때 교육은 비로소 생활 속에서 지속될 수 있다.
수료증 한 장을 받는 것으로 끝나는 교육이 아니라, 배운 것을 자신의 생활에 적용하고 다시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기관 역시 단순히 ‘수료생’을 배출하는 곳을 넘어 지역의 새로운 관계와 활동을 만들어내는 플랫폼이 될 필요가 있다.
5. ‘1인분의 삶’에서 ‘함께 만드는 지역사회’로
1인 가구의 증가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장년층의 1인 가구 문제는 단순한 주거 문제나 복지 문제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식생활과 건강, 경제와 소비, 디지털 활용, 인간관계, 일자리와 사회참여가 모두 연결된 복합적인 생활 문제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교육과 정책 역시 달라져야 한다.
한 번의 특강으로 끝나는 교육이 아니라 실제 생활을 변화시키는 교육.
수료증을 받는 것으로 끝나는 교육이 아니라 지역 활동으로 이어지는 교육.
취미생활에 머무르는 교육이 아니라 새로운 역할과 작은 일자리로 연결되는 교육이 필요하다.
1인 가구 정책 역시 ‘혼자 사는 사람을 지원하는 정책’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혼자 살아도 지역 안에서 역할을 가지고, 사람들과 연결되며, 자신의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과 복지, 평생교육, 일자리, 지역공동체가 각각 따로 움직이는 방식에서 벗어나 서로 연결되는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1인 가구를 위한 요리교육이 건강과 식생활 관리로 이어지고, 참여자 모임이 지역공동체 활동으로 발전하며, 그 과정에서 발견된 개인의 경험과 능력이 다시 지역의 작은 일자리나 사회적 역할로 연결될 수 있다.
작은 교육 하나가 생활의 변화로 이어지고, 생활의 변화가 관계의 변화로 이어지며, 관계가 다시 지역사회의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내는 구조다.
“1인분만 주문할 수 있나요?”라고 묻는 시대다.
혼자 먹는 사람을 위한 음식은 많아지고, 혼자 사는 사람을 위한 상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삶까지 ‘1인분’으로 축소될 필요는 없다.
혼자 밥을 먹을 수 있지만 함께 밥을 먹을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혼자 생활할 수 있지만 지역사회와 연결될 수 있다.
혼자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지만 그 기술을 다른 사람과 나누면서 새로운 역할과 일자리를 만들 수도 있다.
교육은 자립을 위한 첫걸음이어야 한다.
그러나 자립은 고립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자립은 연결로 이어져야 하고, 지역공동체는 그 연결을 지속시키는 생활의 안전망이 되어야 한다.
‘혼자 먹고, 혼자 배우고,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대.
그러나 지역사회가 해야 할 일은 그들이 혼자 남도록 방치하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의 생활이 무너지기 전에 지역과 연결하고, 한 사람의 경험이 사라지기 전에 사회와 연결하며, 한 사람의 배움이 수료증으로 끝나기 전에 새로운 역할과 일로 연결하는 것.
그것이 앞으로 지역공동체가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다.
그리고 그 변화는 거창한 정책에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요리 한 끼를 만들고, 생활의 어려움을 나누고, 서로의 경험을 배우는 작은 교육 프로그램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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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5※「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다시 교실로 향하는 중장년들, 그러나 질문은 남아 있다
최근 지역 곳곳에서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평생학습관, 도서관, 대학, 복지관, 주민자치센터는 물론이고 경기도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중장년 지원사업도 확대되고 있다.


스마트폰 교육, 인문학 강좌, 취미활동, 재취업 교육, 자격증 과정, 창업 교육, 디지털 교육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사진 속 ‘경기 중장년 행복캠퍼스’ 교육과정 역시 이러한 흐름을 보여준다. 40세 이상 65세 미만의 중장년을 대상으로 새로운 배움과 커뮤니티 활동, 사회참여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강좌에는 AI, 스마트폰, 글쓰기, 영상, 인문학, 관계 형성, 사회활동 등 중장년의 관심사가 폭넓게 담겨 있다.
그러나 교육 현장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면 한 가지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 교육을 받은 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많은 중장년에게 교육은 더 이상 단순한 취미생활이 아니다.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사회와 연결되기 위한 생존 전략에 가깝다. 특히 50대와 60대에게 교육은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도 어떤 역할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 연결된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배움과 일자리 사이에 깊은 간극이 존재한다.
교육은 많아졌지만 지속적인 활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제한적이다.
교육 수료증은 남지만 실제 사회참여나 경제활동으로 연결되는 구조는 약하다. 스마트폰을 배우고, AI를 배우고, 영상 제작을 배우지만 이를 통해 지역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안내는 부족하다.
중장년 교육이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이제는 단순히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넘어 “배운 것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 “누구와 연결할 것인가”, “어떤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어떻게 새로운 일과 소득으로 연결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중장년 교육의 목적은 더 많은 강좌를 개설하는 데 있지 않다. 진짜 과제는 배움이 개인의 역량을 넘어 지역사회와 연결되고, 다시 사회적 역할과 경제적 활동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중장년 교육의 현실, ‘배움은 많고 출구는 적다’
현재 중장년을 위한 교육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해졌다.
평생학습관에서는 외국어와 인문학,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배울 수 있다.
도서관에서는 글쓰기와 독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대학과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중장년 캠퍼스와 생애전환 교육을 제공한다. 복지기관에서는 사회공헌과 재취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의 양만 놓고 보면 중장년은 과거 어느 세대보다 많은 배움의 기회를 갖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교육의 ‘이후’다.
예를 들어 한 중장년이 스마트폰 교육을 수료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는 카카오톡 사용법, 사진 촬영, 모바일 결제, 지도 검색 등을 배운다. 최근에는 생성형 AI를 이용해 글을 쓰고 이미지를 만들며 영상을 제작하는 교육도 받고 있다. 하지만 교육이 끝난 뒤에는 다시 개인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배운 기술을 활용할 공간도 부족하고, 함께 활동할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다. 강사나 교육기관과의 연결도 대부분 수료와 동시에 끊어진다. 결국 교육은 ‘좋은 경험’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교육과 활동의 단절, 그리고 교육과 일자리의 단절이다.
중장년 교육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는 ‘수료 이후의 공백’이다. 교육기관은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운영했다. 참여자 역시 만족도가 높다. 사진도 찍고 수료식도 한다. 하지만 3개월, 6개월이 지나면 참여자들의 상당수는 더 이상 관련 활동을 하지 않는다.
배운 것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현장’이 없기 때문이다. 교육은 교실에서 이루어지지만 사회참여는 지역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교육이 지역의 실제 문제와 연결되지 않는다면 배움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중장년에게 교육은 ‘두 번째 인생의 준비’다. 청년에게 교육이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이라면, 중장년에게 교육은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진다.
중장년은 이미 오랜 직업 경험과 사회 경험을 가지고 있다. 회사에서 일했고, 사업을 했고, 자녀를 키웠으며, 다양한 인간관계를 경험했다. 어떤 사람은 기술을 가지고 있고, 어떤 사람은 영업과 경영 경험을 가지고 있다. 또 어떤 사람은 요리, 돌봄, 교육, 안전, 행정, 상담 등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경험이 은퇴와 함께 사라진다는 것이다.
사회는 종종 중장년을 ‘은퇴한 사람’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중장년은 능력을 잃은 세대가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축적한 세대다. 필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을 처음부터 다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경험과 새로운 기술을 연결하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중장년을 ‘새로운 것을 배우기만 하는 사람’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지역공동체는 중장년의 두 번째 직장이 될 수 있다
중장년 교육과 지역공동체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학교와 교육기관은 지식을 제공하지만 지역사회는 그 지식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지역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 1인 가구 증가, 독거 어르신의 안전 문제, 지역 환경 문제, 마을 기록의 부재, 소상공인의 홍보 부족, 지역축제 운영 인력 부족, 어린이와 청소년의 돌봄 문제 등 다양한 과제가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는 반드시 거대한 기업이나 전문기관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봉사’와 ‘일자리’ 사이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한다
지역사회 활동에서 중장년이 가장 많이 겪는 문제 중 하나는 무급 활동의 한계다. 처음에는 봉사활동으로 시작한다. 사람을 만나고 지역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보람도 있다. 하지만 활동이 길어질수록 현실적인 문제가 나타난다.
교통비가 든다. 식비가 든다. 시간이 필요하다.
전문적인 기술을 요구하는 활동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활동은 ‘봉사’라는 이름으로 진행된다.
중장년에게 사회참여는 중요하다. 그러나 모든 활동을 무급 노동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특히 은퇴 이후 새로운 소득이 필요한 사람에게 사회활동과 경제활동은 분리된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중장년 정책은 봉사와 취업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만 제시해서는 안 된다.
그 사이에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일자리가 필요하다.
AI가 중장년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이유
AI는 일부 일자리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일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크다. 특히 중장년에게 중요한 것은 AI 개발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AI를 활용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역의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은 SNS 홍보가 필요하지만 직접 글을 쓰고 사진을 편집할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 이때 AI와 콘텐츠 제작 기술을 배운 중장년이 도움을 줄 수 있다.
지역의 비영리단체 역시 행사 홍보문, 카드뉴스, 보도자료, SNS 콘텐츠가 필요하다. 하지만 전문 인력을 고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AI를 활용할 수 있는 중장년 콘텐츠 활동가는 이러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
또한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AI 교육 수요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60대가 70대와 80대에게 스마트폰과 AI를 가르치는 구조도 가능하다. 이는 매우 중요한 변화다.
AI는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한 번의 교육으로 끝낼 수 없다. 결국 AI 교육은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계속 배우는 습관을 만드는 교육이어야 한다.
AI 교육, 이제는 ‘기술 교육’에서 ‘생활과 일의 도구’로
최근 중장년 교육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AI다.
하지만 많은 중장년은 AI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어려움을 느낀다.
“나는 컴퓨터도 잘 못하는데 AI를 배울 수 있을까?”
“젊은 사람들만 사용하는 것 아닌가?”
“영어를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AI가 너무 빨리 변해서 따라갈 수 없다.”
이러한 반응은 매우 자연스럽다. 문제는 AI 교육이 지나치게 기술 중심으로 진행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원리’, ‘생성형 AI의 구조’, ‘프롬프트 엔지니어링’과 같은 전문 용어부터 시작하면 많은 학습자가 첫 단계에서 포기한다.
중장년 AI 교육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AI가 무엇인가”를 설명하기보다 AI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AI에 가장 필요한 것을 중장년은 가지고 있다.
AI 교육에서 자주 강조되는 것이 프롬프트다.
하지만 중장년에게 ‘프롬프트를 잘 써야 한다’고 설명하는 것부터 부담이 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질문하는 능력이다. 좋은 AI 활용은 결국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능력에서 출발한다.
AI 시대에 인간의 역할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달라지고 있다. 정보를 직접 찾는 시간은 줄어들 수 있지만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하는 능력은 더욱 중요해진다. 중장년의 인생 경험은 바로 이 판단력과 연결될 수 있다.
지역공동체와 AI가 만나면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앞으로 지역공동체는 AI 시대에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다.
지역의 문제를 발견하는 것은 결국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AI는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 대학, 평생교육기관, 기업이 함께 참여하면 더 큰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구조가 만들어질 때 교육은 단순한 복지서비스를 넘어 지역 발전의 중요한 자원이 된다.
중장년은 지역사회의 ‘남는 인력’이 아니라 새로운 자원이다
우리 사회는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 그러나 고령사회가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문제는 중장년과 시니어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달려 있다.
그들을 복지의 대상으로만 바라본다면 사회적 비용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경험과 능력을 지역사회와 연결한다면 새로운 사회적 자원이 될 수 있다. 중장년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더 배우세요”라는 말이 아니다. “당신이 배운 것을 사회에서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이 필요하다.
교육은 출발점이다.
그러나 배움이 활동으로 이어지고, 활동이 사회적 역할로 이어지며, 다시 작은 일자리와 경제활동으로 연결될 때 교육의 진정한 가치가 만들어진다. AI 역시 마찬가지다.
AI는 중장년을 대체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경험을 정리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다른 세대와 소통하며, 지역사회에서 새로운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앞으로의 중장년 교육은 강의실 안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교실에서 배운 AI가 마을회관으로 가고, 도서관으로 가고, 시장으로 가고, 소상공인의 가게로 가고, 독거 어르신의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글쓰기 교육을 받은 사람이 지역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스마트폰 교육을 받은 사람이 또 다른 어르신의 디지털 길잡이가 되며, AI를 배운 사람이 지역공동체의 홍보와 콘텐츠 제작을 돕는 구조.
바로 그 지점에서 중장년 교육은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다.
배움은 개인의 만족에서 끝나지 않는다.
배움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지역을 변화시키며, 새로운 일을 만들어낼 수 있다.
경기 중장년 행복캠퍼스와 같은 교육사업이 앞으로 ‘강좌를 제공하는 공간’을 넘어 중장년의 경험을 지역의 문제 해결과 새로운 일자리로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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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5※「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뉴스레터 필진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필자의 의견과 관점이 담길 수 있으며 일부 내용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명절 아침의 도시는 조금 낯설다. 골목의 셔터는 많이 내려와 있지만 도시 전체가 잠든 것은 아니다. 새벽 첫차는 역을 떠나고, 고속도로 전광판에는 정체 구간이 뜬다. 구급차는 신호를 가르며 달리고, 요양시설의 주방에서는 아침밥이 올라간다. 공항의 출국장은 일찍부터 붐비고 호텔의 세탁실과 음식점 주방에는 불이 켜진다.
우리는 이 풍경 속에서 쉬고 있고 누군가는 그 풍경을 만들고 있다
우리는 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가거나 연휴를 이용해 여행을 떠난다. 휴게소에서 밥을 먹고 늦은 밤에는 택시를 부른다. 식사 준비가 힘들면 배달앱을 열고, 집을 비울 때는 반려동물을 돌봐줄 사람을 찾는다. 차가 멈추면 보험회사에 전화하고 갑자기 아프면 연휴에도 문을 여는 병원을 검색한다. 이 모든 편리함 뒤에 명절에도 일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명절 노동을 공익의 시선으로 본다는 것은 일하는 사람을 가엾게 여기자는 뜻이 아니다. ‘고생하십니다’라는 인사에 머물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계속되어야 할 노동이 무엇인지 함께 살피고, 그 일을 맡은 사람에게 안전과 휴식,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는지를 묻는 일이다.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 결국 시민의 생명과 안전, 서비스의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일임을 이해하는 것이다.
길 위에는 먼저 출근한 사람들이 있다.
한 가족이 이른 아침 열차에 오른다. 기관사는 앞을 살피고 관제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열차의 움직임을 통제한다. 역무원은 승객을안내한다. 시민이 잠든 밤 차량과 선로, 신호 설비를 점검한 정비 노동자와 객차를 청소한 사람의 손길도 있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노동일수록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철도가 닿지 않는 곳에서는 버스와 택시가 사람을 이어준다. 자가용을 이용해도 혼자 길을 만든 것은 아니다. 도로관리 노동자는 사고와 낙하물에 대응하고, 톨게이트 노동자는 하이패스 오류를 처리한다. 휴게소에서는 조리·판매·청소 노동자가 몰려드는 사람들을 맞는다. 사고가 나면 경찰과 소방·구급대원이 출동한다.
차량이 고장 났을 때 전화를 받는 상담사, 갓길로 달려가는 긴급출동 기사, 견인 노동자도 있다. ‘조금만 빨리 와 달라’는 말은 쉽게 나오지만 이들이 서 있는 갓길은 2차 사고 위험이 큰 일터다. 재촉하지 않는 몇 분은 단순한 친절이 아니라 한 사람의 안전을 지키는 시간이 된다.
명절 교통 대책은 증편 횟수와 정체시간뿐 아니라 그 이동을 만드는 사람의 노동도 살펴야 한다. 운행을 늘릴 때 인력도 함께 늘리고, 교통정체로 운전 시간이 길어져도 식사와 휴게가 사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명절에 일한 사람에게는 정당한 보상과 대체 휴식이 필요하다.

누군가의 휴가는 누군가의 성수기다
공항에서는 발권·보안·수하물·정비·청소 노동이 맞물려 움직인다. 호텔에서는 프런트 직원이 문의를 처리하는 동안 객실 정비 노동자가 짧은 시간 안에 침구를 바꾸고 욕실을 청소한다. 음식점에서는 조리와 서빙, 설거지가 동시에 바빠지고 문화시설에서는 안내·보안·시설관리·청소 노동자가 관람객의 하루를 지킨다.
지연과 결항, 객실 준비와 음식점 대기, 예약 오류가 생기면 해결 권한이 없는 현장 직원과 상담사가 고객의 분노를 먼저 받아낸다. 여행을 줄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안전을 위한 지연을 받아들이고, 기다릴 시간을 조금 넉넉히 잡고, 눈앞의 노동자에게 폭언하지 않는 여행을 하자는 것이다. 기업도 성수기 인력과 순환 휴식, 폭언 고객 응대를 중단시킬 권리와 대체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
돌봄에는 휴일이 없지만, 사람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
명절날 요양시설에도 아침 햇살이 든다. 요양보호사는 어르신이 몸을 일으키도록 돕고 식사와 약을 챙긴다. 장애인 거주시설과 공동생활 가정, 방문요양, 장애인 활동지원, 아이돌봄 서비스도 이용자의 생활에 따라 계속 된다.
명절은 누군가에게 더 외로운 날이다. 찾아오는 가족이 없는 시설 거주자, 혼자 사는 고령자, 익숙한 지원이 끊기면 일상을 유지하기 어려운 장애인이 있다. 이들에게 돌봄은 호의가 아니라 권리다.
동시에 돌봄 노동자도 가족과 명절을 보내고 싶은 사람이다. 이용자의 권리를 노동자의 끝없는 희생으로 지킬 수는 없다. 충분한 인력과 순환근무, 휴일 보상과 대체 휴식이 있어야 두 사람의 권리가 함께 지켜진다.
지역단체와 자원봉사자는 혼자 지내는 이웃에게 음식을 전하고 안부를 묻는다. 영국 일부 지역의 크리스마스 공동식사와 방문 활동처럼, 한 끼보다 오래 남는 것은 ‘당신을 잊지 않았다’ 는 관계다. 다만 자원봉사가 전문적인 돌봄과 상담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봉사는 이웃을 발견해 공공서비스로 연결하는 활동이어야 하며, 봉사자에게도 교육과 보험, 적정한 활동시간과 휴식이 필요하다.

반려동물과 명절 식탁에서 발견하는 노동
여행을 떠난 집에는 펫시터가 들어와 사료와 물을 채우고 건강과 행동을 살핀다. 반려동물 호텔과 동물병원, 유기 동물 보호시설도 명절 동안 운영된다. 반려동물 돌봄은 먹이를 주는 단순 서비스가 아니라 생명 상태를 관찰하고 질병과 사고에 대응하는 노동이다. 그러나 소규모 업체와 플랫폼·프리랜서가 많아 이동시간과 야간 돌봄의 보상, 사고 책임과 보험이 불분명한 경우가 있다. 적정 수용 기준과 표준 계약, 교육·보험체계를 갖추어야 하며 소비자도 미리 안전한 돌봄 환경을 확인하고 준비해야 한다.
집 안에도 보이지 않는 노동이 있다. 명절 식탁은 장보기, 재료 손질, 조리, 상차림, 설거지와 청소, 아이와 부모 돌봄을 거쳐 만들어진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가계생산 위성계정에 따르면 국내 무급 가사 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약 582조 원으로 추산했다. 여성의 1인당 가사노동 가치는 여전히 남성의 약 2.7배였다.
‘도와준다’는 말에는 원래 담당자가 따로 있다는 생각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장보기부터 설거지까지 필요한 일을 가족이 함께 나누고 음식의 종류와 양을 줄이면 명절은 한 사람의 수고가 아니라 모두가 만든 시간이 된다. 외식과 배달로 가사 노동을 줄일 때도 한 사람의 휴식이 음식점 노동자와 라이더의 과로로 옮겨가지 않도록 주문을 재촉하지 않고 지연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명절 선물을 미리 주문해 물량을 분산하는 일도 작은 공익적 실천이다.
편리함 뒤의 사람을 발견하는 공익
같은 역사와 병원, 고속도로와 복지시설에서 일해도 공공기관 직원과 자회사·용역 노동자, 기간제·단시간 노동자, 플랫폼·프리랜서의 보호 수준은 다를 수 있다. 공익의 시선은 노동의 가치를 회사 이름과 계약 형태로 차별하지 않는 데서 시작한다.
노동자의 휴식은 노동자만의 이익이 아니다. 충분히 쉰 운전자는 승객을 안전하게 데려가고, 적정 인력으로 일하는 요양보호사는 이용자를 더 세심하게 돌본다. 출동 기사의 충분한 작업시간은 2차 사고를 막고, 객실정비 노동자의 적정 작업시간은 이용자의 위생 안전으로 돌아온다.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지키는 일은 시민이 받는 서비스의 안전과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공익이다.

서로의 명절을 지키는 공익활동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는 임금과 근무표를 직접 정하는 기관은 아니지만, 보이지 않던 노동을 시민의 언어로 드러내고 노동자·시민단체·노동단체·기업·지방정부를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시민기록자가 교통·안전·돌봄·관광·외식·배송 등 현장을 찾아 ‘명절을 만드는 사람들’을 기록하면 어떨까? 힘든 사연뿐 아니라 무엇이 바뀌면 안전하게 일하고 쉴 수 있는지를 묻고, 그 답을 온라인 명절 노동 지도와 사진전, 시민 대화로 이어가는 것이다.
‘서로의 명절을 지키는 시민 약속’도 만들 수 있다. 명절 안부 인사와 선물, 명절준비 물품을 미리 보내고 천천히 받기, 안전을 위한 기다림 받아들이기, 현장 직원에게 폭언하지 않기, 음식과 돌봄을 함께 나누기, 혼자인 이웃에게 안부 묻기 같은 약속이다. 나의 선택이 다른 사람의 노동시간과 안전에 연결되어 있음을 함께 배우는 활동이다.
시민의 배려가 기업과 정부의 책임을 대신할 수는 없다. 이 캠페인이 지방정부·공공기관·기업·플랫폼·노동단체·공익단체가 적정 인력, 휴일 보상과 대체휴식, 감정노동 보호와 공통 안전기준을 약속하고 이행을 점검하는 ‘명절 노동·휴식 지역협약’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모두의 명절은 서로의 휴식에서 시작된다
밤이 깊어져도 응급실과 소방서, 철도 관제실과 복지시설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심야버스와 택시는 늦게 도착한 사람을 집으로 데려가고 누군가는 호텔의 다음 아침을 준비한다. 오늘 일한 사람도 다른 어느 날에는 가족과 웃으며 쉴 수 있어야 한다.
좋은 명절은 아무도 일하지 않는 날만을 뜻하지 않는다. 생명과 안전, 이동과 돌봄을 위해 계속되어야 할 일이 있다. 그 일을 특정한 사람의 희생에 맡기지 않고 공정하게 나누고 보상하며 충분한 회복과 휴식을 돌려주어야 한다.
공익은 당연하게 누린 편리함 뒤의 사람을 발견하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지금 누가 나의 하루를 지켜주고 있을까? 그 사람의 안전과 휴식은 누가 지켜주고 있을까?’ 시민과 기업,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답할 때 명절은 쉬는 사람과 일하는 사람 모두가 존중받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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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5※「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사무실 앞, 멈춰버린 작은 날갯짓
얼마 전 사무실 유리창 앞에서 죽어 있는 새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그저 고요하게 차가운 바닥에 누워 있는 작은 생명. 처음에는 단순한 사고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작은 새가 유리창이라는 투명한 벽 앞에 맥없이 쓰러져 있던 모습은 좀처럼 잊히지 않았습니다. 왜 하필 그곳에서, 왜 이런 방식으로 생을 마감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자연을 생각할 때 멀리 떨어진 숲이나 깊은 산속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사실 자연은 우리가 매일 머무는 사무실, 집, 길거리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제가 발견한 그 새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건축물들이 새들에게는 얼마나 거대한 위협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비극적인 증거였습니다.

∙ 우리가 미처 몰랐던 유리창의 그림자
우연한 기회에 '새 충돌 방지 교육'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사무실 앞의 새가 남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교육장에서 접한 정보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국내에서 매년 약 800만 마리의 새가 유리창과 투명 방음벽에 충돌해 죽는다는 사실은, 단순히 '불운한 사고'라 치부하기엔 너무나 거대한 수치였습니다.
새들은 인간처럼 '유리'라는 재질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유리에 반사된 하늘과 주변의 나무를 실제 공간으로 착각하고 전속력으로 날아갑니다. 사람에게는 투명한 벽이지만 새에게는 끝없이 펼쳐진 비행 공간인 셈입니다. 특히 연천과 같이 자연생태 자원이 풍부한 곳에서는 더욱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저는 늘 새들이 높은 하늘을 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충돌 사례들을 살펴보니 사람의 허리나 가슴 높이에서도 사고가 빈번했습니다. 이는 높은 빌딩뿐만 아니라 버스정류장, 주택 창문, 작은 상가의 출입문까지도 새들에게는 '죽음의 함정'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 시민과학으로 기록하고 정책으로 응답하다
교육을 통해 제가 깨달은 가장 중요한 것은 '기록의 힘'이었습니다.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이미 새 충돌 문제를 심각한 환경 의제로 다루고 있으며, 시민들이 직접 충돌 사례를 기록하는 '시민과학(Citizen Science)'이 정착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도구로 '네이처링(Naturing)'과 '루카(LUCA)' 앱을 들 수 있습니다. 길을 걷다 충돌 흔적을 발견하면, 앱을 켜고 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위치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생태 지도를 만드는 중요한 연구원이 됩니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는 어디에 방지 시설이 가장 시급한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고, 결국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과 조례를 바꾸는 핵심적인 열쇠가 됩니다.
"나 하나 기록한다고 뭐가 달라질까?"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관심이 모여 기록이 되고, 그 기록이 데이터가 되어 정책을 만들 때, 비로소 생명을 살리는 사회적 시스템이 작동하게 됩니다.

∙ 연천에서 시작하는 공존의 실천
우리 연천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자연생태계가 살아 숨 쉬는 곳입니다. 임진강과 한탄강을 오가는 철새와 텃새들이 계절마다 우리 곁을 찾아옵니다. 저는 이 아름다운 자연을 단순히 관찰하고 즐기는 것에서 나아가, 그들의 삶을 지키는 '보호자'가 되고자 합니다.
저는 앞으로 우리 지역의 '녹색연합'과 함께 연천 관내의 투명 방음벽 실태조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과거에 많이 사용하던 맹금류 모양 스티커는 띄엄띄엄 붙어 있을 경우 새들이 장애물로 인식하지 못해 효과가 미비하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대신 지금은 '5×10 규칙'이 효과적인 대안으로 꼽힙니다. 가로 10cm, 세로 5cm 이하의 간격으로 점이나 선 문양을 촘촘하게 배치하면, 새들이 그 틈을 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해 비행을 멈추게 됩니다.
이러한 실천은 결코 거창한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제가 참여하는 농촌 일손 돕기 활동이나 지역 사회 아카이빙 활동처럼, 일상에서 우리 주변의 시설물을 하나씩 점검하고 개선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 나가는 말: 새와 함께 살아가기 위하여
사무실 앞에서 발견했던 작은 새는 저에게 예상치 못한 질문을 남겼고, 저는 교육과 실천을 통해 그 질문에 답해가고 있습니다. 이제 저는 새를 '보는' 즐거움에 머물지 않고, 새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지키는' 즐거움을 배워가려 합니다.
연천의 탐조 문화는 앞으로 더 깊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 깊이만큼 자연을 보호하려는 노력도 함께 동반되어야 합니다. 더 많은 주민이 새 충돌 문제를 인지하고, 오늘 유리창 앞에 작은 점 문양을 붙이거나 산책길에 발견한 충돌 흔적을 앱에 기록하는 시민과학자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한 마리의 새를 구하는 일은 단순히 그 생명 하나를 살리는 것을 넘어, 우리가 사는 이 공간을 사람과 자연이 진정으로 공존하는 곳으로 바꾸는 일입니다. 작은 관심이 모여 생명을 지키고, 우리 지역사회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오늘 여러분의 일상 속 유리창은 새들에게 어떤 공간으로 기억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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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5※「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공동체 안전강사, 그들이 지키는 우리 동네
큰 사고는 늘 제도의 허점을 드러냅니다. 세월호 참사도 그랬습니다. 국가 재난 대응 체계에 대한 반성과 함께,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위기의 순간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사회 전반에 던져졌습니다.

그 움직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이 바로 '공동체 안전강사'입니다. 이들은 관공서가 주도하는 일회성 캠페인이 아니라, 주민들이 늘 오가는 도서관, 협동조합 강의실, 경로당 같은 생활 공간을 직접 찾아가 교육합니다. 크고 화려한 행사가 아니라, 작지만 꾸준한 만남을 통해 마을의 안전 감수성을 조금씩 높여가는 방식입니다.
올해로 이 활동은 4년째를 맞이했습니다. 한 번의 교육으로 끝나지 않고 해마다 이어지는 이 활동이 어떤 사람들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그리고 마을에 어떤 변화를 남기고 있는지를 이번 호에서 짚어보고자 합니다.

1. 공동체 안전강사,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공동체 안전강사는 특별한 국가자격을 가진 외부 전문가가 아닙니다. 마을에 오래 살아온 주민이 직접 자격과정을 이수하고, 스스로 마을의 강사가 되는 구조입니다. 이 과정을 운영하는 곳은 청소년이꿈꾸는사월 공동체이며, (재)4·16재단과 사랑의열매(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후원을 바탕으로 진행됩니다.

4·16재단은 세월호 가족과 국민이 함께 세운 비영리 민간 재단으로, "아이들이 마음껏 꿈꾸는, 일상이 안전한 사회"라는 비전 아래 생명과 안전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4·16생명안전공원 조성이 대표적인 사업 중 하나입니다. 사랑의열매(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1998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에 따라 설립된, 국내에서 유일하게 법으로 정해진 모금·배분기관입니다. 아동과 청소년, 장애인, 노인, 여성, 지역사회 등 도움이 필요한 곳에 국민의 성금을 공정하게 나누는 일을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이처럼 신뢰할 수 있는 두 기관의 후원을 받는다는 사실은, 공동체 안전강사 활동이 특정 개인의 의욕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검증된 체계 위에서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자격과정을 마쳤다고 곧바로 혼자 강의에 나서는 것도 아닙니다. 먼저 경험 많은 선배 강사의 수업에 동행하며 실제 현장을 참관하고,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인 뒤에야 독립적으로 교육을 맡게 됩니다. 이런 단계적인 양성 방식은 강사에 따라 교육 품질이 들쭉날쭉해지는 것을 막고, 어느 마을에서든 일정한 수준의 교육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공동체 안전강사가 다루는 내용은 시간이 흐르며 점점 넓어졌습니다. 처음에는 화재 발생 시 대처 요령, 비상구를 찾는 법 같은 기본적인 생활 안전 지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여기에 지진이 났을 때의 행동 수칙, 화재 발생 인명피해 자료 같은 근거 자료를 곁들여, 막연한 두려움이 아니라 구체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안전 수칙의 필요성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교육 범위는 민주시민교육까지 확장됐습니다. 재난 상황에서의 행동 요령만이 아니라, 평소 이웃을 살피고 서로를 돌보는 태도 역시 넓은 의미의 안전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화재 대피 상황에서 거동이 불편한 이웃을 먼저 챙기는 태도, 낯선 이웃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작은 습관까지도 이제는 이들의 교육 안에 포함됩니다.
2026년부터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강의실에서의 이론 수업을 넘어 실외에서 진행하는 대피훈련도 본격적으로 도입되었습니다. 머리를 감싸고 몸을 낮추는 동작을 실제로 반복해서 몸에 익히는 방식입니다. 지식으로만 알고 있는 것과, 몸이 먼저 반응할 정도로 익힌 것 사이에는 실제 위기 상황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이 그동안 현장에서 확인된 사실입니다.
교육을 듣는 대상 역시 폭이 넓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부터 성인, 시니어, 장애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한 자리에서 교육을 받습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참여자가 있으면 대피 동선을 미리 점검하고, 참여자 구성에 따라 설명 속도나 용어, 실습 강도를 매번 다르게 조정합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나란히 앉아 같은 내용을 배우는 풍경은, 이 활동이 지향하는 '안전은 예외 없이 모두의 몫'이라는 가치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3. 매년 반복되는 배움, 강사들의 보수교육
공동체 안전강사에게는 한 번의 자격취득으로 끝나지 않는 배움의 과정이 있습니다. 해마다 진행되는 전문 보수교육이 그것입니다. 새롭게 알려진 재난 대응 지침이나 실제 사고 사례를 분석해 교안에 반영하고, 강사들끼리 서로의 수업 방식을 참관하며 의견을 나누는 시간도 마련됩니다. 한 강사가 현장에서 얻은 노하우가 다른 강사들에게 공유되면서, 전체적인 교육의 질이 함께 높아지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보수교육 체계 덕분에 공동체 안전강사는 한때의 캠페인성 활동이 아니라, 지역사회 안전망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강사가 해마다 같은 마을을 다시 찾는 경우가 많다 보니, 교육이 거듭될수록 강사와 주민 사이의 신뢰도 함께 두터워지고 있습니다. 4년이라는 기간은 한 사람의 강사가 초보에서 숙련자로 성장하기에도, 마을 주민들에게 익숙한 얼굴로 받아들여지기에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입니다.
4. 안전누리교육원 진임순 대표에게 듣다
이 활동을 현장에서 이끌어 온 안전누리교육원 진임순 대표에게 그간의 이야기를 물었습니다.
Q. 처음 이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마을 단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처음에는 화재나 지진 같은 기본적인 생활 안전교육에서 출발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안전이라는 게 단순히 대처 요령을 아는 것 이상이라는 걸 느꼈어요."
Q. 교육 내용이 민주시민교육까지 넓어진 배경이 궁금합니다.
"평소에 서로를 돌아보는 태도가 쌓여야 정작 위급한 순간에도 서로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재난 대응만이 아니라, 일상에서 이웃을 돌보는 마음까지도 안전교육의 범위로 넣게 됐습니다."
Q.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싶으신가요?
"마을에서 시작한 작은 교육이 지역 전체의 안전망으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을 계속 기록하고 싶습니다. 대피훈련처럼 몸으로 익히는 교육도 앞으로 더 늘려나갈 생각입니다."

공동체 안전강사 활동이 마을에 남기는 의미는 교육 그 자체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이 과정은 경력단절여성이 다시 전문 활동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을 열어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육아나 가사로 오랫동안 일을 쉬었던 여성들이 자격과정을 거쳐,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안전교육 전문가로 다시 서게 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력단절여성에게 재취업의 문턱은 여전히 높습니다. 오랜 공백 기간과 낯선 업무 환경에 대한 부담, 자녀 돌봄과 병행해야 하는 현실적인 제약까지 겹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공동체 안전강사 과정은 학력이나 이전 경력보다 마을에 대한 이해와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교육 일정도 마을 단위로 비교적 유동적으로 편성되는 경우가 많아, 가사나 돌봄과 병행하며 활동을 이어가기에도 수월한 편입니다.

이는 한 개인의 재취업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습니다. 마을 공동체가 스스로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고, 그렇게 길러진 인재가 다시 마을을 돌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이 과정을 거쳐 또 다른 진임순 대표가 마을 곳곳에서 나올 수 있다는 기대도 여기에서 비롯됩니다.
세월호 참사가 남긴 물음은 여전히 완전히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물음을 잊지 않고 마을에서부터 답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하나의 희망입니다. 생활 속 재난 대응 교육에서 출발해 시민의 태도를 가르치는 일로, 그리고 경력단절여성의 새로운 진로로까지 뻗어가는 공동체 안전강사의 걸음은 이제 4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거창한 구호보다 반복되는 실습이, 일방적인 강의보다 눈높이를 맞춘 대화가 마을을 더 안전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이들은 지난 4년간 몸으로 보여줬습니다. 이들이 남긴 것은 단지 화재 대피 요령이나 지진 발생 시 행동 수칙 같은 지식만이 아닙니다. 위기 앞에서 이웃을 먼저 살피는 마음, 낯선 이에게도 손을 내밀 수 있는 용기, 그리고 그것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려는 꾸준함이야말로 이들이 마을에 남긴 진짜 자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부터 시니어까지,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배우는 이 교실이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갈지, 그리고 그 배움이 실제 위기의 순간 얼마나 많은 이웃을 지켜낼지는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이 걸음이 5년, 10년으로 이어지며 더 많은 마을에 안전의 씨앗을 심어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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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5※「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더위가 절정으로 다다르는 여름방학, 아이들에게 가장 두려운 말은 다름 아닌 "심심해"일지도 모릅니다. 학교라는 일상의 리듬이 잠시 멈추고 나면 하루하루가 늘어지기 쉽고, 부모님들의 걱정도 함께 깊어지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올여름 우리 마을은 조금 달랐습니다.
이 특별한 프로그램은 초지종합사회복지관에서 모집한 '여름방학계획단'을 통해 첫걸음을 뗐습니다. 아이들에게 어떤 여름방학을 선물해줄지 고민하던 마을주민과 마을활동가들이 계획단으로 모이면서, 프로그램의 밑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한 것이죠. 참여한 봉사자들의 면면도 다양했습니다. 복지관과 가까운 곳에 사는 주민들은 물론, 거리가 제법 있는데도 오직 아이들을 위한 봉사라는 이유 하나로 기꺼이 시간을 내주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곳에서 모인 사람들이 마음을 모은 덕분에, 마을주민들과 마을활동가들이 오래전부터 머리를 맞대고 준비해 온 특별한 프로그램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닷새 동안 빼곡히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취재를 위해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현장을 오가며 느낀 것은, 이 프로그램이 단순히 시간을 때우기 위한 이벤트가 아니라 안전, 정서, 공동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촘촘히 엮어 만든 결과물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한 주의 문을 연 것은 보행안전 교육이었습니다.
강의실 스크린에는 "우리가 만들 키링의 이름은?"이라는 질문과 함께 "길을 건널 땐 좌우로 두리번, 두리번! 서다, 보다, 걷다! 약속해요"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떠 있었습니다. 강사님 두 분이 아이들 사이를 오가며 눈높이에 맞춰 설명을 이어갔고, 아이들은 책상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저마다 손끝에 온 신경을 집중한 채 키링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이 키링은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횡단보도를 건널 때 주변을 살피는 습관을 되새기게 해주는 작은 도구였습니다. 등하굣길에서 매일 마주치는 위험을 아이들 스스로 인식하게 만드는 이 활동은, 화려하지는 않아도 실제 생활과 가장 맞닿아 있는 교육이었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습니다. 삐뚤빼뚤 보석십자수를 배치하는데 여념이 없는 아이들의 표정 속에는 진지함과 즐거움이 동시에 묻어났습니다.

두 번째 시간은 보드게임 챌린지였습니다.
전문 보드게임 회사와 함께 마련한 이 시간에는 닭 캐릭터가 그려진 카드게임부터 여러 상자가 준비된 협동형 보드게임까지 다양한 게임이 등장했습니다. 아이들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카드를 뒤집고 순서를 기다리며 눈치싸움을 벌였고, 승부욕과 웃음이 뒤섞인 함성이 교실 곳곳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이 활동을 이끈 것은 평소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보드게임 활동을 이어오던 동아리 회원들이었습니다. 교육이나 보드게임 관련 전문 자격을 갖춘 이들이 재능을 나누어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었고, 그 진심은 마지막 순서에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보드게임 상자를 손에 쥐여주는 장면으로 이어졌습니다. 카메라 앞에서 브이 자를 그리며 활짝 웃는 아이들의 얼굴, 그리고 그 옆을 지키며 함께 웃던 어른들의 모습이 한데 어우러진 단체사진을 찍는 시간은 가장 따뜻한 순간이었습니다.

또 다른 하루는 '반려돌'이라는 다소 생소하지만 흥미로운 소재가 등장했습니다.
유리로 된 둥근 볼 안에 하얗고 분홍빛이 도는 이끼를 색깔별로 정성스레 채워 넣고, 그 사이에 작은 다육식물과 돌 하나를 함께 넣어 나만의 작은 정원을 완성하는 활동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돌멩이에 눈알 스티커를 붙이고 표정을 그려 넣으며 저마다의 개성을 담았고, 완성된 작품 옆에는 '반려돌 등록증'이라는 카드를 놓아 이름과 성별, 분양일, 보호자의 이름까지 적어 넣었습니다. 마치 진짜 반려동물을 입양하듯 정성껏 이름을 짓고 등록증을 채워가는 모습에서, 아이들이 작은 생명이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돌보고 아끼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익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활동지를 펼쳐 놓고 다양한 감정 단어와 표정 그림을 살펴보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팔짱을 낀 채 골똘히 고민하는 아이, 옆 친구와 슬쩍 눈을 맞추며 웃는 아이까지, 저마다의 방식으로 활동지를 채워나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강사님은 테이블 사이를 오가며 아이들이 어떤 단어를 골랐는지, 왜 그 감정을 선택했는지 조곤조곤 물어봐 주었습니다. 이런 시간은 아이들에게 "네 감정은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과정이었고, 생명과 존중이라는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부담스럽지 않게 풀어낸 점이 특히 돋보였습니다.

한 주의 마지막은 몸으로 부대끼며 노는 시간으로 장식했습니다.
복도 한쪽에서는 계란판 위에 놓인 탁구공을 숟가락에 얹고 넘어뜨리지 않은 채 반환점을 돌아오는 이어달리기가 한창이었습니다. 아이들은 공이 떨어질까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기다가도 순서가 다가오면 신이 나서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붉은색 밴드를 팽팽하게 당겨 만든 도구를 두 사람씩 맞잡고 다 함께 폴짝폴짝 뛰어오르는 협동 놀이가 펼쳐졌습니다. 리듬을 맞추지 못해 웃음이 터지는 순간도, 마침내 호흡이 맞아 다 같이 성공했을 때의 환호도 모두 이 프로그램이 남긴 소중한 장면이었습니다. 승패보다 함께 맞추어가는 과정 자체가 목적이었던 이 시간은, 아이들에게 협동이란 결국 서로를 살피는 일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닷새간의 현장을 돌아보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이 모든 시간이 결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안전을 가르치는 손길, 정서를 어루만지는 손길, 몸으로 함께 뛰는 손길, 게임 하나를 준비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고민했을 손길까지,
그 뒤에는 이름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 마을활동가와 자원봉사자들의 시간이 겹겹이 쌓여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그저 즐겁게 뛰어놀았을 뿐이지만, 그 즐거움 하나하나에는 안전하게 자라났으면 하는 바람과 서로를 아끼는 법을 배웠으면 하는 마음이 스며 있었습니다. 가까운 곳에서, 또 멀리서 시간을 내어 여름방학계획단으로 모인 마을주민과 마을활동가, 봉사자분들이 아이들만을 생각하며 프로그램을 준비했던 그 마음도 못지않게 따뜻했을 것입니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던 여름방학의 일주일이 이렇게 채워질 수 있었던 것은,
결국 마을이 아이들을 함께 키운다는 오래된 믿음이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내년 여름에도, 또 그다음 여름에도 이런 시간과 이런 마음이 이어지기를 바라며 취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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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