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고, 갑작스러운 집중호우와 산불 소식이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됐다. 기후 위기는 이제 뉴스 속 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동네와 일상에서 직접 마주하는 현실이 되고 있다.
하남도 예외는 아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를 체감하는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우리 지역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시민과 시민단체들이 함께 만든 ‘기후위기하남비상행동’은 기후 위기를 특정 단체나 몇몇 활동가만의 문제로 바라보지 않는다. 주민 한 사람의 작은 실천에서 출발해 시민이 함께 목소리를 내고, 지역의 정책과 예산까지 변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활동하고 있다.
하남지역 100여 개 단체가 함께하고 있으며 상임대표와 공동대표, 집행위원 등이 매월 지역의 기후 위기 과제를 논의하고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 현재 약 420명이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2025년에는 18개 사업을 추진하면서 모두 271회의 활동을 펼쳤고, 약 5,200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올해도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 속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거창한 행동보다 오늘 할 수 있는 것부터
기후 위기라고 하면 거대한 산업 구조나 탄소배출량 같은 어려운 이야기를 먼저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기후위기하남비상행동’이 강조하는 것은 의외로 소박하다.
내가 오늘 할 수 있는 작은 행동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고기 없는 월요일’을 실천하고, 사용하지 않는 전등을 끄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가고,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 올바른 분리배출을 실천하고 버려지는 물건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업사이클링에 참여하는 것도 기후 행동이 될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작은 행동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작은 행동이 반복되고 여러 사람의 행동이 모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기후위기하남비상행동’은 기후예산학교와 에너지 정책 교육, 에너지 프로슈머 교육 등을 통해 시민들이 기후와 에너지 문제를 배우고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프로슈머 교육은 시민을 단순히 에너지를 사용하는 소비자에 머물게 하지 않고, 에너지를 생산하고 지역의 에너지 문제에 참여하는 주체로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시민들의 관심은 2021년 에너지협동조합 설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배움이 행동이 되고, 행동이 다시 지역의 변화로 이어진 셈이다.

아이들의 플로깅에서 발견한 기후행동의 의미
기후 행동이 꼭 거창한 캠페인일 필요는 없다.
미사 호수 공원에서 한 초등학생이 친구들과 함께 쓰레기를 줍기 시작한 일이 그 좋은 예다.
처음에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놀이처럼 시작했다. 하지만 한 번, 두 번 쓰레기를 줍다 보니 주변의 쓰레기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떤 쓰레기가 많이 버려지는지, 왜 제대로 분리 배출되지 않는지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
활동은 매주 토요일로 이어졌고 함께하는 친구들도 조금씩 늘어났다. 어른들이 ‘환경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것보다 아이들이 직접 쓰레기를 하나 줍는 행동이 더 큰 울림을 줄 때도 있다. 이처럼 기후 행동은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쓰레기 하나를 줍는 것, 일회용품 하나를 줄이는 것, 나무 한 그루를 심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
‘기후위기하남비상행동’이 매년 진행하는 나무 심기 역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탄소를 줄이고 미래세대를 위한 환경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 사람의 실천을 넘어 시민의 연대로
물론 개인의 실천만으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다.
내가 텀블러를 사용하고 일회용품을 줄이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행동이다. 하지만 한 사람의 실천이 수천 명, 수만 명의 실천으로 이어지고, 시민들의 목소리가 정책과 제도를 움직일 때 더 큰 변화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기후위기하남비상행동’은 생활 속 실천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역 개발사업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 토론회와 간담회 등을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모으며 정책을 제안하는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은 어느 한 주체의 노력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
시민은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문제를 발견하며 목소리를 내야 한다. 시민사회는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 정책으로 제안해야 한다. 지방정부와 정치인은 이를 정책과 예산, 제도로 만들어 실행해야 한다. 기업 역시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탄소와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전문 활동가가 아니어도 작은 활동가가 될 수 있습니다”
기후·환경 활동이 확대되면서 또 하나의 고민도 생긴다. 일부 전문 활동가에게 너무 많은 역할이 집중되면 활동가들이 지치고 결국 활동을 지속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하남비상행동’ H대표는 “모두가 전문적인 활동가가 될 필요는 없다”며 “각자의 여력에 맞게 작은 활동가가 되어 참여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말은 기후 위기 앞에서 느끼는 우리의 무력감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적어 보인다. 하지만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 함께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누군가는 나무를 심고, 누군가는 플로깅을 하고, 누군가는 정책을 공부하고, 또 누군가는 주변 사람에게 기후 위기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수 있다.각자의 작은 행동이 모이면 하나의 커다란 시민의 힘이 된다.
‘나 하나쯤이야’에서 ‘나부터’, 그리고 ‘우리 함께’로
기후 위기는 우리에게 거대한 결심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변화는 언제나 작은 행동에서 시작된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나부터 해보자’고 마음먹는 것.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함께 해보자’고 이웃에게 손을 내미는 것.
그렇게 한 사람의 실천이 두 사람이 되고, 두 사람의 행동이 마을의 움직임이 되고, 마을의 목소리가 정책과 제도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길에 정답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오늘 내가 걸어가는 길에서 쓰레기 하나를 줍는 것부터, 사용하지 않는 전등 하나를 끄는 것부터, 이웃과 기후 위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작은 실천이 시민의 연대가 되고, 시민의 연대가 정책의 변화가 될 때 하남의 내일도 달라질 수 있다. ‘기후위기하남비상행동’의 활동이 단순한 환경 캠페인을 넘어 시민이 주인이 되어 지역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움직임으로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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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5※「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 화요일 저녁 7시, 스페이스오즈에서
화요일 저녁이면 스페이스오즈의 불이 켜진다. 퇴근한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에 앉는다. 누구는 가방을 무릎에 올려둔 채, 누구는 아직 다 식지 않은 커피를 들고. 특별할 것 없는 풍경이다.
그런데 이 평범한 풍경이, 사실은 10년이 걸려 만들어진 것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2. 8,799명의 서명, 그리고 조례 한 장
2017년, 안산 시민 8,799명이 서명을 했다.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었다. 조례 하나를 스스로 만들겠다고, 59개 단체와 400여 명이 손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결과로 남은 건 '4.16정신 계승 및 도시비전 실천 조례'라는, 다소 딱딱한 이름의 문서 한 장. 하지만 그 문서 뒤에는 이런 질문이 있었다. 우리 아이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 질문은 곧 하나의 확신으로 자랐다. 안전은 운이 좋으면 지켜지는 행운이 아니다. 국가가 베푸는 시혜는 더더욱 아니다. 시민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다. 이 확신이야말로 4.16 안산시민대학이 서 있는 자리다. 그러니 이 대학이 시민들에게 건네려는 건 지식 이전에 태도다. 안전을 요구할 자격이 우리에게 있다는, 아주 단순하지만 좀처럼 배운 적 없는 태도.

3. 슬픔에서 시작해 넓어진 강의실
그 질문에서 4.16 안산시민대학이 태어났다. 지금은 벌써 5기째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같은 무거운 단어들만 다루던 강의실은 어느새 AI와 기후위기와 민주주의와 문학까지 끌어안는 자리로 넓어졌다. 안전이라는 게 사고 하나 막는 일이 아니라, 결국 우리가 사는 방식 전체와 맞닿아 있다는 걸 시민들 스스로 배워온 셈이다.
그 배움은 강의실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 노동 현장의 위험을 시민이 직접 살피는 모니터링, 여성과 장애인과 이주민의 일상까지 넓혀간 감시의 눈. 배운 사람이 다시 지키는 사람이 되는 순환. 시민대학이 정말로 의도한 건 아마 이것이었을 것이다. 가르치는 자리가 아니라, 시민을 행동하는 주체로 세우는 자리.
4. 그런데 왜, 아는 사람들만 올까
솔직히 말하면 아쉬운 지점이 있다. 강의실을 채우는 얼굴들이 대체로 낯익다.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해온 분들, 이미 안산의 아픔을 오래 통과해온 분들. 정작 이 강의가 가닿아야 할 '보통의 시민'들은 좀처럼 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는다.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퇴근하고 나서까지 무거운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루치의 피로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무거운데. 하지만 그 무거움을 피해가면, 정작 그 이야기가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영영 닿지 못한다. 시민대학이 진짜 넓히고 싶었던 건 강의 주제만이 아니라, 이 문턱을 넘는 사람들의 폭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야 했다. 무거운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건네는 방법은 없을까.

5. 소설 이야기만 하는 강의
8월 18일, 5기의 문을 연 사람은 김애란 작가였다. 강연 제목은 「소설의 음계, 삶의 사계」. 세월호 이야기는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대신 사계와 음계, 평범한 일상과 시간, 성장과 상실과 애도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람과 세상을 쉽게 단정하지 않고, 떨림과 망설임 속에서 계속 살피고 이해하려는 태도. 그게 강연 내내 흘렀다.
삶이 아름답기만 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난 뒤에도, 사람들은 서로의 숨소리를 듣고 자신의 숨을 보태며 살아간다. 그 말이 유난히 오래 남았다. 4.16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꺼내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았을 것이다. 결국 이것도 같은 이야기라는 걸. 무장하지 않은 채로 슬쩍 들어와, 마음 한켠에 무언가를 놓고 가는 강의. 시민대학이 앞으로 더 많이 시도해야 할 방식은 아마 이런 것일 테다.
6. 다음 화요일, 그리고 그다음
다음 순서는 김혜정 지속가능발전연구센터 대표다. '3대 메가프로젝트'라는, 언뜻 딱딱해 보이는 제목으로 기술의 발전이 우리 삶에 던지는 질문을 다룬다. 이 역시 시민대학이라는 간판을 굳이 앞세우지 않는다. 그저 지금 우리 삶과 맞닿은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놓을 뿐이다.
문학으로 열고, 기술로 잇는다. 그 사이 어딘가에 안전과 생명이라는 말이 조용히 놓여 있다. 굳이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에, 시민대학은 그렇게 스며들 준비를 하고 있다.

7. 결국 남는 건 사람
시민대학이 안산 시민들에게 주는 것은 지식이 아니다. 지식이라면 책 한 권으로도 충분하다. 이곳이 진짜로 주는 건, 화요일 저녁마다 낯선 얼굴들과 나란히 앉아 같은 이야기를 듣는 경험. 그 경험이 쌓이고 쌓이면, 어느 순간 '우리'라는 말이 조금 더 넓어진다. 그리고 그 넓어진 '우리'가, 다음에 무슨 일이 생기든 서로를 먼저 챙기는 도시를 만든다.
10년 전 안산은 슬픔의 도시라 불렸다. 지금의 안산은 그 슬픔을 배움으로, 배움을 다시 일상의 안전으로 옮겨 심고 있는 도시다.
김애란 작가의 문장처럼, 삶은 아름답기만 하지 않다. 그래도 우리는 서로의 숨소리를 들으며 살아간다. 다음 화요일, 스페이스오즈의 불은 또 켜질 것이다. 이번엔 조금 더 낯선 얼굴들이 섞여 앉아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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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4※「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태풍이 지나간 저녁, 수원에 모인 사람들

2026년 7월 14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문화센터 예당마루에서 "시대와 세대를 잇다 — 리영희가 던진 질문을 오늘에 다시 새기다"를 주제로 제11차 경기사회포럼이 열렸다. 궂은 날씨 속에서도 시민과 활동가들이 참여한 이번 포럼은 언론인이자 사상가 리영희(1929~2010)를 청년 세대와 함께 조명하고 그의 질문을 오늘날에 재해석하고자 마련됐다.
경기사회포럼은 2025년 하반기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경기시민연구소 울림, 경기평화교육센터가 출범시킨 경기 지역의 격월제 시민 담론 플랫폼이다. 이날 행사는 개회 인사와 영상 상영에 이어 김효순 리영희재단 이사장의 기조 발제, 김학민 경기사회포럼 자문위원, 모정하 전교조 경기지부 부지부장, 정용준 청년 활동가의 좌담으로 진행됐다.
진행자는 리영희가 평생 던진 질문들이 과거에 머물지 않고 오늘날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에도 유효하다고 밝히며, 시대를 넘어 그의 질문으로 현재의 현실을 돌아보는 것이 이번 포럼의 취지라고 강조했다.
리영희는 누구인가 ㅡ 국경을 넘나든 생애

리영희는 1929년 평안북도 운산에서 태어나 국립해양대학을 졸업했다. 한국전쟁 당시 통역장교로 복무한 뒤 1957년 예편했고, 합동통신과 조선일보 외신부장을 거치며 외신 전문 기자로 활동했다. 1960년에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신문대학원에서 연수했다.
기자로서 그는 두 가지 보도로 큰 이정표를 남겼다. 1964년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검토 안건을 보도해 반공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었고, 1960년대 후반 베트남전쟁 취재를 통해 미국의 개입 성격을 비판 시각으로 전하다 1969년 해직되었다.
1972년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부임한 그는 학계에서 저술 활동을 본격화했다. 1974년 첫 평론집 『전환시대의 논리』를 펴내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1977년 『8억인과의 대화』와 『우상과 이성』을 잇달아 출간했다. 이 세 권은 1980년대 당국이 집계한 '불온서적' 목록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당대 젊은 지식인들의 의식 형성을 이끌었다.
이에 따라 권력의 탄압이 이어졌다. 1976년 한양대에서 해직되었고, 1977년 『우상과 이성』 출간 직후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되어 1980년까지 옥고를 치렀다. 1980년 복직 후에도 시국선언 참여로 재해직되었다가 1984년에야 복직했다. 1988년 한겨레신문 창간에 참여해 논설고문을 맡았으나, 이듬해 방북 취재 기획 혐의로 다섯 번째 구속을 겪었다. 평생 9차례 연행, 5차례 구속, 4차례 해직을 당하며 총 1,012일 동안 옥살이를 했다.
1995년 정년퇴임 후에도 냉전 해체와 한반도 정세 등 첨예한 의제를 지속 연구했고, 1998년 햇볕정책 시기 고향을 방문해 친지와 상봉했다. 2005년 대담집 『대화』를 펴낸 뒤 2010년 12월 5일 8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왜 '사상의 은사'였는가 — 저작이 가진 무게

리영희를 다루는 연구와 평문들은 그를 '사상의 은사' 혹은 '의식화의 원흉'이라는 상반된 별칭으로 부른다. 이 극단적인 평가 자체가 그가 한국 사회에 남긴 충격의 크기를 보여준다.
그의 문제의식 핵심은 '사실'과 '진실'을 향한 집요한 추구였다. 냉전 반공주의가 지배하던 시절, 베트남전쟁, 중국 혁명, 북한, 주한미군 등의 주제는 정해진 답 외의 사고가 허락되지 않았다. 리영희는 이 영역에 정면으로 뛰어들어 베트남 개입의 정당화 과정, 주한미군 기지의 함의, 중국 사회주의 혁명의 실상을 실증적 자료로 파헤쳤다. 『전환시대의 논리』 서문에서 그는 코페르니쿠스의 일화를 인용하며, 자신의 글이 경직된 한국 사회에 조심스러운 '가설'이 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내비쳤다.
1994년 펴낸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의 제목은 그의 문제의식을 압축한 표현으로, 한국 정치 담론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경구가 되었다. 그는 광복 후 한국 사회가 "오른쪽은 신성하고 왼쪽은 악하다는 착각" 속에 살아왔다고 지적하며, 새가 양날개의 균형으로 날듯 사회의 건강한 사고도 한쪽 극단만으로는 지탱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이 표현은 냉전 반공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쓰였으나, 훗날 보수 진영에서 양측의 '균형'을 강조하는 수사로 인용되며 원래 맥락과 다르게 소비되기도 했다. 이는 리영희라는 텍스트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전유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감옥 속의 인연들 — 김학민이 전한 뒷이야기

이날 좌담에서 청중의 몰입을 끌어낸 대목은 리영희와 사적 인연을 맺어온 김학민 자문위원의 회고였다. 연세대 졸업 후 한길사 편집장, 학민사 대표를 지낸 그는 1970년대 학생운동 시절 감옥에서 리영희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다고 전했다. 당시엔 동명이인의 다른 언론인과 혼동할 정도로 정보가 단절된 시절이었으나, 감옥 안에서 『전환시대의 논리』 출간 소식을 들은 뒤 출소 후 그의 책을 직접 편집·출간하는 인연으로 이어졌다고 회고했다.
김학민은 리영희가 감옥 안에서도 결코 수동적이지 않았던 일화를 전했다. 1977년 광주교도소 복역 당시 재판 대응을 위해 밖에서 통계 자료 등을 몰래 들여보내 주었는데, 이를 도운 인물 중에는 말단 교도관 전병용이 있었다. 그는 해직과 구속 위험을 무릅쓰고 양심수들을 도왔으며, 훗날 교정 당국이 그를 표창하는 아이러니도 있었다. 재판 과정에서는 송건호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등이 증인으로 나서 유리한 증언을 하기도 했다.
또한 1977년 나온 『우상과 이성』 초판은 압수되어 남아 있지 않은 반면, 1980년 판본은 도서관에서 확인되는 뒷이야기도 소개됐다. 계엄령 하 서울시청 지하 검열실에서 방대한 분량을 읽어야 했던 검열관들의 고충과 이전 판본과 동일함을 내세워 통과를 받아낸 과정이 전해져 웃음을 자아냈다. 이러한 에피소드들은 표현의 자유가 봉쇄된 시절 지식인의 글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수많은 이의 위험한 조력이 필요했음을 보여준다.
청년 패널들이 처음 만난 리영희

이번 포럼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리영희를 만나본 적 없는 청년 세대 패널들이 그의 방대한 저작을 읽고 소회를 전한 데 있었다.
경기평화교육센터 청년 활동가 패널은 정치외교학 전공자임에도 리영희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다고 솔직히 밝혔다. 대학 도서관에서 『우상과 이성』이 최근 10년간 단 두 차례 대출되었고 그중 하나가 자신이라는 사례를 통해 오늘날 청년 세대와 리영희 간의 단절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는 대담집 『대화』를 읽으며 청년 세대가 잃어가는 것은 인물 자체가 아닌 '질문하는 태도'라고 진단했다. 정답 맞히기엔 익숙하지만 질문엔 주저하는 오늘날, 리영희의 시대가 '국가와 이념'의 우상에 맞섰다면 지금은 '나의 확신'을 성찰할 때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또 다른 청년 패널은 『대화』 속 "사상의 자폐증은 자살이다"라는 문장이 깊이 남았다고 전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비판적으로 정보를 수용하며 사고를 멈춘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700쪽이 넘는 『대화』를 하루 만에 완독했다는 그는 역사를 교과서 속 서술이 아닌 개개인의 고통스러운 삶으로 바라보게 되었다며, 역사 앞에 겸손해야 한다는 소회를 전했다.
전교조 경기지부 패널은 2020년 군포 산본으로 이사하며 지역사회를 통해 리영희를 접한 사연을 전했다. 1988년 한겨레신문 창간 당시 아버지가 구독하던 지면에서 처음 이름을 접했던 기억과 함께, 리영희기념사업회의 '발자취 기행'을 통해 윤영자 여사가 지키는 산본 자택 서재를 방문한 경험을 나눴다. 앉은뱅이책상 위 읽다 만 책과 책장 사이 감춰진 술병 등은 '전설적 지식인'이 아닌 인간적인 리영희를 느끼게 했다.
오늘날 왜 다시 리영희인가
이날 포럼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질문은 '왜 지금, 다시 리영희인가'였다. 패널들은 오늘날 정보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를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과거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정보가 일방적으로 하달되어 부족했던 반면, 오늘날은 정보가 넘쳐나 선호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접하면서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새로운 사회적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는 진단이었다. AI 기술의 확산으로 스스로 사고하는 훈련의 기회가 줄어든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리영희가 평생 강조했던 것은 특정한 이념적 결론이 아니라, 권위나 통념에 안주하지 않고 사실에 근거해 스스로 사고하는 태도, 그리고 그 결과를 감수할 용기였다. 교육 현장의 패널은 이러한 '질문하는 자세'와 '사고하는 힘'이야말로 오늘날 교육이 다시 화두로 삼아야 할 가치라고 강조했다. 리영희가 다룬 개별 사건들은 시대와 함께 지나갔지만, 사건을 대하던 그의 지적 태도와 진실을 향한 집요함은 세대를 넘어 여전히 유효한 질문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 포럼의 잠정적 결론이었다.
맺으며
한 시간 반 남짓 진행된 이날 포럼은 화려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패널들은 리영희의 방대한 사상 세계를 다 이해하지 못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며, 앞으로 더 깊이 읽고 배우겠다는 다짐으로 발언을 마무리했다. 완결된 정답이 아닌 계속되는 질문으로 자리를 마쳤다는 사실 자체가 어쩌면 리영희가 평생 지향했던 지적 태도와 가장 닮아 있는 결말이었다.
경기사회포럼 측은 이날 행사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밝히며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한 후원을 당부하고 마무리했다. 리영희가 감옥과 해직을 오가며 지켜내고자 했던 것이 한 사회가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자유였다면, 그 자유를 다음 세대에게 어떻게 이어줄 것인가라는 질문은 이 조촐한 지역 포럼의 자리에서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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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7※「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소수의 활동가가 255개 위원회를 감시하다
비영리 시민단체에서 일한다는 것은 늘 자원의 부족을 안고 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력은 적고, 예산은 빠듯하며, 분석해야 할 행정 정보는 방대하다. 지방자치단체 하나만 해도 수십에서 수백 개의 위원회가 운영되고, 수조 원 단위의 예산이 집행되며, 수천 건의 행정 결정이 이루어진다. 이 모든 것을 소수의 활동가들이 수작업으로 추적하고 분석해 시민에게 알리는 것은 구조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이하 대전참여연대)는 2026년 5월, 대전시 행정의 불투명성과 선거 공약의 편향성을 고발하는 두 건의 전수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첫째, 대전시 255개 위원회의 운영 실태 분석 결과, 17.3%(44곳)는 최근 4년간 회의를 단 한 번도 열지 않았고, 41.2%(105개)는 연평균 1회 미만에 그쳤다. 특히 개최된 회의(2,489회) 중 63.8%의 결과가 비공개 처리됐으며, 도시계획위원회(87회)와 주택건설사업통합심의위원회(43회) 등 주요 위원회는 위원 구성 및 회의 결과를 단 한 건도 공개하지 않았다.
둘째, 지역 시민단체들과 합동으로 6·3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선거공보물 공약 2,920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89%가 개발·시설 중심 공약에 편중된 반면, 기후정의·성평등·시민참여·평화 공약은 5%에 불과했다.
이 사례들은 소수 활동가들이 어떻게 이처럼 방대한 공익 데이터를 분석해냈는지, 그리고 향후 효과적인 데이터 감시 활동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과제를 남긴다.
공공데이터 감시란 무엇인가 ㅡ 민주주의의 기반으로서의 정보
대전참여연대의 활동을 이해하려면 '공공데이터 감시'라는 개념부터 살펴야 한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시민이 정부의 행위를 알 수 있어야 한다. 어떤 결정이, 누구에 의해, 어떤 과정을 거쳐 내려졌는지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면 시민은 판단할 수도, 개입할 수도 없다. 이 원칙이 제도적으로 표현된 것이 정보공개 제도이고, 시민단체들이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해 행정의 투명성을 추적하는 것이 공공데이터 감시 활동이다.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정보는 지자체 홈페이지와 정보공개포털(open.go.kr)을 통해 일정 수준 공개된다. 하지만 공개된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해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예컨대 255개 위원회의 운영 현황을 일일이 방문해 엑셀로 정리하고 통계를 내는 작업은 수십 시간이 소요되는 단순 반복 업무다. 이는 인적 실수의 위험이 크고 정기적인 재분석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때 기술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웹 크롤링, 데이터 정리 자동화, 시각화 도구는 이러한 작업을 자동화하고 정확성을 높일 수 있으며, 생성형 AI의 등장은 그 가능성을 한층 더 확장시키고 있다.
공공데이터로 행정을 비추다 ㅡ 대전참여연대 활동의 의의
대전참여연대의 255개 위원회 전수 분석과 공약 분석 발표는 다층적인 의미를 지닌다.
첫째, 2021년 이후 5년 만에 수행된 추적 조사다. 위원회 수가 219개에서 255개로 16.4% 늘었음에도 투명성 지표는 개선되지 않거나 후퇴했음을 비교를 통해 입증했다.
둘째, 구체적인 수치로 반박 불가능한 근거를 제시했다. "2,489회 회의 중 63.8% 비공개"라는 명확한 데이터는 당국의 반론을 막고 여론 형성과 정책 변화를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됐다.
셋째, 회의 개최율, 정보 공개율과 함께 성별 균형까지 아우른 다층적 분석이었다. 여성 참여율 법정 기준(40%) 미달 위원회가 61.1%, 여성 위원이 한 명도 없는 곳이 23개에 달함을 파악해냈다.
공약 2,920건 분석 역시 수십 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해 후보들의 공약을 가치 기준으로 분류·재평가한 작업으로, 유권자에게 객관적인 가치 판단의 근거를 제공했다.
자동화가 가져올 변화 ㅡ 산업공학적 시각으로 보는 시민단체

산업공학(IE)의 핵심인 '프로세스 최적화'를 시민단체의 데이터 감시 활동에 적용하면 작업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대전참여연대의 전수 조사 과정을 분해해 각 단계별로 자동화를 도입하면 구체적인 변화가 나타난다. 데이터 수집·정리 단계에서는 255개 페이지를 직접 방문하는 수작업 대신 파이썬 크롤러를 활용해 수집 시간을 수십 분의 일로 단축할 수 있다. 분석 단계에서는 공약 2,920건 분류와 같은 텍스트 범주화를 생성형 AI가 초안 작성하고 사람이 검수하는 방식을 통해 속도를 높인다. 시각화 단계에서는 파이썬 라이브러리나 태블로를 활용해 작성 시간을 줄이고 실시간 대시보드로 주기적 모니터링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자동화는 단순한 시간 절약을 넘어선다. 산업공학의 '린(Lean) 방식'처럼 단순 반복이라는 낭비 공정을 줄임으로써, 활동가가 정책 제언이나 시민 소통 같은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소수 인력으로도 더 넓은 영역을 더 자주, 빠르게 감시하는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다.
시빅테크의 등장 ㅡ 기술이 시민사회의 손에 들어올 때

'시빅테크(Civic Technology)'는 디지털 기술로 시민 참여를 강화하고 공공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과 생태계다. 정부가 아닌 시민이 기술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전자정부 서비스와 구별된다.
한국에서 시빅테크의 잠재력이 드러난 대표적 사건은 2020년 코로나19 공적 마스크 앱 개발이다. 정부가 마스크 재고 데이터를 API로 공개하자 이틀 만에 200여 명의 시빅해커가 앱을 개발했고, 이 경험을 계기로 '코드포코리아(Code for Korea)'가 결성됐다.
코드포코리아는 2020년 2월 빠띠 활동가들이 행정안전부에 제출한 공공데이터 공개 요청 제안서에서 출발했다. 요청 데이터가 공공 API로 제공되며 정부의 재난 시 공공데이터 개방 기조 수립과 14만 건 이상 데이터 공개 방침에 영향을 주었으며, 이후 데이터 품질 평가와 크롤링 활동 등을 이어오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빠띠는 데이터 액티비즘의 철학적 기반을 제공한다. 공공 데이터 공유로 정부 투명성을 높이려는 이 운동에 대해 빠띠는 '인공지능 시대, 데이터 액티비즘과 거버넌스'를 연구하며 시민의 데이터 역량이 민주주의의 기반임을 강조한다. 정부가 놓친 문제를 해결하는 협력적 접근이 이들의 핵심 철학이다.
주목할 점은 기술 전문가만이 주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엔지니어 외에 기획자, 디자이너, 변호사, 시민운동가 등 다양한 인원이 참여하는 만큼, 대전참여연대 같은 시민단체가 데이터 활동을 펼칠 때 시빅테크 생태계와의 연결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시빅테크와 시민단체의 협력 ㅡ 남은 과제

기술의 잠재력이 크다고 해서 모든 시민단체가 당장 파이썬 코드를 짜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현실적인 장벽이 있다.
우선 기술 역량의 문제다. 대부분의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프로그래밍 전문가가 아니다. 파이썬 크롤러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는 최소한의 기술 지식이 필요하고, 이를 내부에서 습득하거나 외부에서 조달해야 한다. 코드포코리아 같은 시빅테크 커뮤니티와의 협력이 이 문제의 현실적인 해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데이터 접근성의 문제도 있다. 한국의 공공데이터 개방 수준은 많이 향상됐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행정 정보는 기계가 읽기 어려운 PDF 형태나 비정형 구조로 제공된다. 크롤링이 기술적으로 가능해도, 실제 데이터가 정형화되어 있지 않으면 후처리 작업이 상당히 필요하다. 공공데이터 개방의 질을 높이는 것은 시민단체뿐 아니라 정부와의 협력이 필요한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향은 분명하다. 대전참여연대가 수작업으로 해낸 일을 기술의 도움으로 더 빠르고 정확하고 자주 반복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면, 행정의 투명성을 감시하는 시민사회의 역량은 비교할 수 없이 강화된다. 결국 공익활동의 자동화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와 협력의 문제다.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에 주는 시사점

대전참여연대의 사례와 한국 시빅테크의 경험에서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가 참고할 수 있는 점은 세 가지다.
첫째, 소규모 단체도 데이터 기반 감시를 수행할 수 있다. 대전참여연대는 거대 조직이 아님에도 255개 위원회 전수 조사와 2,920건의 공약 분류를 해냈다. 이미 공개된 공공데이터와 지자체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하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출발점이다.
둘째, 시빅테크 커뮤니티와의 연결이 역량을 증폭시킨다. 코드포코리아처럼 기술을 나누려는 커뮤니티와 경기도 공익단체가 협력하면 공공데이터 분석과 시각화를 통해 공익 임팩트를 높일 수 있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이 연결을 촉진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셋째, 기록이 장기적 변화의 힘이다. 대전참여연대가 2021년과 2026년 분석을 비교할 수 있었던 것은 이전 기록이 축적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공익활동 결과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공개하는 아카이브 작업은 단기 보고서를 넘어 장기적 추적과 비교 분석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된다.
마무리 ㅡ 투명한 행정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대전시의 255개 위원회 중 절반에 가까운 위원회가 사실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대전참여연대가 그것을 찾아내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 전까지는 데이터는 있었지만, 분석된 적이 없었다. 정보는 존재했지만, 아무도 연결하지 않았다.
민주주의는 투명한 행정 위에서만 작동한다. 그리고 투명한 행정은 누군가 끊임없이 들여다보고 물어보고 기록해야 가능해진다. 대전참여연대가 해온 일이 그것이다. 앞으로 데이터 기술이 그 손을 강화해준다면, 더 적은 힘으로 더 넓은 행정을 감시하고, 더 많은 시민에게 더 빠르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도구다. 그리고 그 도구를 시민의 손에 쥐어주는 것, 그것이 시빅테크가 공익활동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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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