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메뉴열기

공익웹진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다시 교실로 향하는 중장년들, 그러나 질문은 남아 있다

    최근 지역 곳곳에서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평생학습관, 도서관, 대학, 복지관, 주민자치센터는 물론이고 경기도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중장년 지원사업도 확대되고 있다.

     

    스마트폰 교육, 인문학 강좌, 취미활동, 재취업 교육, 자격증 과정, 창업 교육, 디지털 교육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사진 속 경기 중장년 행복캠퍼스교육과정 역시 이러한 흐름을 보여준다. 40세 이상 65세 미만의 중장년을 대상으로 새로운 배움과 커뮤니티 활동, 사회참여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강좌에는 AI, 스마트폰, 글쓰기, 영상, 인문학, 관계 형성, 사회활동 등 중장년의 관심사가 폭넓게 담겨 있다.

    그러나 교육 현장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면 한 가지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 교육을 받은 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많은 중장년에게 교육은 더 이상 단순한 취미생활이 아니다.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사회와 연결되기 위한 생존 전략에 가깝다. 특히 50대와 60대에게 교육은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도 어떤 역할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 연결된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배움과 일자리 사이에 깊은 간극이 존재한다.

    교육은 많아졌지만 지속적인 활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제한적이다.

    교육 수료증은 남지만 실제 사회참여나 경제활동으로 연결되는 구조는 약하다. 스마트폰을 배우고, AI를 배우고, 영상 제작을 배우지만 이를 통해 지역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안내는 부족하다.

    중장년 교육이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이제는 단순히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넘어 배운 것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 “누구와 연결할 것인가”, “어떤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어떻게 새로운 일과 소득으로 연결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중장년 교육의 목적은 더 많은 강좌를 개설하는 데 있지 않다. 진짜 과제는 배움이 개인의 역량을 넘어 지역사회와 연결되고, 다시 사회적 역할과 경제적 활동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중장년 교육의 현실, ‘배움은 많고 출구는 적다

    현재 중장년을 위한 교육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해졌다.

    평생학습관에서는 외국어와 인문학,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배울 수 있다.

    도서관에서는 글쓰기와 독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대학과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중장년 캠퍼스와 생애전환 교육을 제공한다. 복지기관에서는 사회공헌과 재취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의 양만 놓고 보면 중장년은 과거 어느 세대보다 많은 배움의 기회를 갖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교육의 이후.

    예를 들어 한 중장년이 스마트폰 교육을 수료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는 카카오톡 사용법, 사진 촬영, 모바일 결제, 지도 검색 등을 배운다. 최근에는 생성형 AI를 이용해 글을 쓰고 이미지를 만들며 영상을 제작하는 교육도 받고 있다. 하지만 교육이 끝난 뒤에는 다시 개인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배운 기술을 활용할 공간도 부족하고, 함께 활동할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다. 강사나 교육기관과의 연결도 대부분 수료와 동시에 끊어진다. 결국 교육은 좋은 경험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교육과 활동의 단절, 그리고 교육과 일자리의 단절이다.

    중장년 교육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는 수료 이후의 공백이다. 교육기관은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운영했다. 참여자 역시 만족도가 높다. 사진도 찍고 수료식도 한다. 하지만 3개월, 6개월이 지나면 참여자들의 상당수는 더 이상 관련 활동을 하지 않는다.

    배운 것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현장이 없기 때문이다교육은 교실에서 이루어지지만 사회참여는 지역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교육이 지역의 실제 문제와 연결되지 않는다면 배움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중장년에게 교육은 두 번째 인생의 준비다. 청년에게 교육이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이라면, 중장년에게 교육은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진다.

    중장년은 이미 오랜 직업 경험과 사회 경험을 가지고 있다. 회사에서 일했고, 사업을 했고, 자녀를 키웠으며, 다양한 인간관계를 경험했다. 어떤 사람은 기술을 가지고 있고, 어떤 사람은 영업과 경영 경험을 가지고 있다. 또 어떤 사람은 요리, 돌봄, 교육, 안전, 행정, 상담 등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경험이 은퇴와 함께 사라진다는 것이다.

    사회는 종종 중장년을 은퇴한 사람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중장년은 능력을 잃은 세대가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축적한 세대다필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을 처음부터 다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경험과 새로운 기술을 연결하는 일이다중요한 것은 중장년을 새로운 것을 배우기만 하는 사람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지역공동체는 중장년의 두 번째 직장이 될 수 있다

    중장년 교육과 지역공동체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학교와 교육기관은 지식을 제공하지만 지역사회는 그 지식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예를 들어 지역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 1인 가구 증가, 독거 어르신의 안전 문제, 지역 환경 문제, 마을 기록의 부재, 소상공인의 홍보 부족, 지역축제 운영 인력 부족, 어린이와 청소년의 돌봄 문제 등 다양한 과제가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는 반드시 거대한 기업이나 전문기관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봉사일자리사이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한다

    지역사회 활동에서 중장년이 가장 많이 겪는 문제 중 하나는 무급 활동의 한계다. 처음에는 봉사활동으로 시작한다. 사람을 만나고 지역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보람도 있다. 하지만 활동이 길어질수록 현실적인 문제가 나타난다.

    교통비가 든다. 식비가 든다. 시간이 필요하다.

    전문적인 기술을 요구하는 활동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활동은 봉사라는 이름으로 진행된다.

    중장년에게 사회참여는 중요하다. 그러나 모든 활동을 무급 노동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특히 은퇴 이후 새로운 소득이 필요한 사람에게 사회활동과 경제활동은 분리된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중장년 정책은 봉사와 취업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만 제시해서는 안 된다.

    그 사이에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일자리가 필요하다.

     

    AI가 중장년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이유

    AI는 일부 일자리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일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크다. 특히 중장년에게 중요한 것은 AI 개발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AI를 활용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역의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은 SNS 홍보가 필요하지만 직접 글을 쓰고 사진을 편집할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이때 AI와 콘텐츠 제작 기술을 배운 중장년이 도움을 줄 수 있다.

    지역의 비영리단체 역시 행사 홍보문, 카드뉴스, 보도자료, SNS 콘텐츠가 필요하다. 하지만 전문 인력을 고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AI를 활용할 수 있는 중장년 콘텐츠 활동가는 이러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

    또한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AI 교육 수요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60대가 70대와 80대에게 스마트폰과 AI를 가르치는 구조도 가능하다이는 매우 중요한 변화다.

    AI는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한 번의 교육으로 끝낼 수 없다결국 AI 교육은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계속 배우는 습관을 만드는 교육이어야 한다.

     

    AI 교육, 이제는 기술 교육에서 생활과 일의 도구

    최근 중장년 교육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AI.

    하지만 많은 중장년은 AI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어려움을 느낀다.

     

    나는 컴퓨터도 잘 못하는데 AI를 배울 수 있을까?”

    젊은 사람들만 사용하는 것 아닌가?”

    영어를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AI가 너무 빨리 변해서 따라갈 수 없다.”

     

    이러한 반응은 매우 자연스럽다문제는 AI 교육이 지나치게 기술 중심으로 진행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원리’, ‘생성형 AI의 구조’, ‘프롬프트 엔지니어링과 같은 전문 용어부터 시작하면 많은 학습자가 첫 단계에서 포기한다.

    중장년 AI 교육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AI가 무엇인가를 설명하기보다 AI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AI에 가장 필요한 것을 중장년은 가지고 있다.

    AI 교육에서 자주 강조되는 것이 프롬프트다.

    하지만 중장년에게 프롬프트를 잘 써야 한다고 설명하는 것부터 부담이 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질문하는 능력이다. 좋은 AI 활용은 결국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능력에서 출발한다.

    AI 시대에 인간의 역할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달라지고 있다. 정보를 직접 찾는 시간은 줄어들 수 있지만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하는 능력은 더욱 중요해진다. 중장년의 인생 경험은 바로 이 판단력과 연결될 수 있다.

     

    지역공동체와 AI가 만나면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앞으로 지역공동체는 AI 시대에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다.

    지역의 문제를 발견하는 것은 결국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AI는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 대학, 평생교육기관, 기업이 함께 참여하면 더 큰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구조가 만들어질 때 교육은 단순한 복지서비스를 넘어 지역 발전의 중요한 자원이 된다.

     

    중장년은 지역사회의 남는 인력이 아니라 새로운 자원이다

    우리 사회는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그러나 고령사회가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문제는 중장년과 시니어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달려 있다.

    그들을 복지의 대상으로만 바라본다면 사회적 비용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하지만 그들이 가진 경험과 능력을 지역사회와 연결한다면 새로운 사회적 자원이 될 수 있다중장년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더 배우세요라는 말이 아니다당신이 배운 것을 사회에서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이 필요하다.

    교육은 출발점이다.

    그러나 배움이 활동으로 이어지고, 활동이 사회적 역할로 이어지며, 다시 작은 일자리와 경제활동으로 연결될 때 교육의 진정한 가치가 만들어진다AI 역시 마찬가지다.

    AI는 중장년을 대체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경험을 정리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다른 세대와 소통하며, 지역사회에서 새로운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도구가 될 수 있다앞으로의 중장년 교육은 강의실 안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교실에서 배운 AI가 마을회관으로 가고, 도서관으로 가고, 시장으로 가고, 소상공인의 가게로 가고, 독거 어르신의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글쓰기 교육을 받은 사람이 지역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스마트폰 교육을 받은 사람이 또 다른 어르신의 디지털 길잡이가 되며, AI를 배운 사람이 지역공동체의 홍보와 콘텐츠 제작을 돕는 구조.

    바로 그 지점에서 중장년 교육은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다.

     

    배움은 개인의 만족에서 끝나지 않는다.

    배움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지역을 변화시키며, 새로운 일을 만들어낼 수 있다.

    경기 중장년 행복캠퍼스와 같은 교육사업이 앞으로 강좌를 제공하는 공간을 넘어 중장년의 경험을 지역의 문제 해결과 새로운 일자리로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장년 교육은 '배움'을 넘어 '지역의 일'로 연결될 수 있는가
    럭비공

    조회수 165

    2026-08-25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공동체 안전강사, 그들이 지키는 우리 동네 

    큰 사고는 늘 제도의 허점을 드러냅니다. 세월호 참사도 그랬습니다. 국가 재난 대응 체계에 대한 반성과 함께,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위기의 순간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사회 전반에 던져졌습니다.

    그 질문은 법과 제도를 바꾸자는 큰 목소리로도 이어졌지만,
    동시에 아주 작은 단위인 마을에서부터 답을 찾으려는 조용한 움직임도 이어졌습니다.
     
     / 공동체 안전강사 화재안전교육 하는모습-복지관 ⓒ에디터 안산사라

     

    그 움직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이 바로 '공동체 안전강사'입니다. 이들은 관공서가 주도하는 일회성 캠페인이 아니라, 주민들이 늘 오가는 도서관, 협동조합 강의실, 경로당 같은 생활 공간을 직접 찾아가 교육합니다. 크고 화려한 행사가 아니라, 작지만 꾸준한 만남을 통해 마을의 안전 감수성을 조금씩 높여가는 방식입니다.

    올해로 이 활동은 4년째를 맞이했습니다. 한 번의 교육으로 끝나지 않고 해마다 이어지는 이 활동이 어떤 사람들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그리고 마을에 어떤 변화를 남기고 있는지를 이번 호에서 짚어보고자 합니다.

     
      / 공동체 안전강사 화재안전교육 하는모습 -학교 ⓒ에디터 안산사라

     

    1. 공동체 안전강사,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공동체 안전강사는 특별한 국가자격을 가진 외부 전문가가 아닙니다. 마을에 오래 살아온 주민이 직접 자격과정을 이수하고, 스스로 마을의 강사가 되는 구조입니다. 이 과정을 운영하는 곳은 청소년이꿈꾸는사월 공동체이며, ()4·16재단과 사랑의열매(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후원을 바탕으로 진행됩니다.

     
      / 공동체 안전강사 화재안전교육 하는모습-가치키움터 ⓒ에디터 안산사라
     

    4·16재단은 세월호 가족과 국민이 함께 세운 비영리 민간 재단으로, "아이들이 마음껏 꿈꾸는, 일상이 안전한 사회"라는 비전 아래 생명과 안전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4·16생명안전공원 조성이 대표적인 사업 중 하나입니다. 사랑의열매(사회복지공동모금회)1998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에 따라 설립된, 국내에서 유일하게 법으로 정해진 모금·배분기관입니다. 아동과 청소년, 장애인, 노인, 여성, 지역사회 등 도움이 필요한 곳에 국민의 성금을 공정하게 나누는 일을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이처럼 신뢰할 수 있는 두 기관의 후원을 받는다는 사실은, 공동체 안전강사 활동이 특정 개인의 의욕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검증된 체계 위에서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자격과정을 마쳤다고 곧바로 혼자 강의에 나서는 것도 아닙니다. 먼저 경험 많은 선배 강사의 수업에 동행하며 실제 현장을 참관하고,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인 뒤에야 독립적으로 교육을 맡게 됩니다. 이런 단계적인 양성 방식은 강사에 따라 교육 품질이 들쭉날쭉해지는 것을 막고, 어느 마을에서든 일정한 수준의 교육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 공동체 안전강사 지진안전 실습교육 ⓒ에디터 안산사라
     
     
    2. 무엇을, 누구에게 가르치는가

    공동체 안전강사가 다루는 내용은 시간이 흐르며 점점 넓어졌습니다. 처음에는 화재 발생 시 대처 요령, 비상구를 찾는 법 같은 기본적인 생활 안전 지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여기에 지진이 났을 때의 행동 수칙, 화재 발생 인명피해 자료 같은 근거 자료를 곁들여, 막연한 두려움이 아니라 구체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안전 수칙의 필요성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교육 범위는 민주시민교육까지 확장됐습니다. 재난 상황에서의 행동 요령만이 아니라, 평소 이웃을 살피고 서로를 돌보는 태도 역시 넓은 의미의 안전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화재 대피 상황에서 거동이 불편한 이웃을 먼저 챙기는 태도, 낯선 이웃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작은 습관까지도 이제는 이들의 교육 안에 포함됩니다.

    2026년부터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강의실에서의 이론 수업을 넘어 실외에서 진행하는 대피훈련도 본격적으로 도입되었습니다. 머리를 감싸고 몸을 낮추는 동작을 실제로 반복해서 몸에 익히는 방식입니다. 지식으로만 알고 있는 것과, 몸이 먼저 반응할 정도로 익힌 것 사이에는 실제 위기 상황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이 그동안 현장에서 확인된 사실입니다.

    교육을 듣는 대상 역시 폭이 넓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부터 성인, 시니어, 장애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한 자리에서 교육을 받습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참여자가 있으면 대피 동선을 미리 점검하고, 참여자 구성에 따라 설명 속도나 용어, 실습 강도를 매번 다르게 조정합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나란히 앉아 같은 내용을 배우는 풍경은, 이 활동이 지향하는 '안전은 예외 없이 모두의 몫'이라는 가치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 공동체 안전강사 화재안전 대피훈련하는 모습 ⓒ에디터 안산사라

     

    3. 매년 반복되는 배움, 강사들의 보수교육

    공동체 안전강사에게는 한 번의 자격취득으로 끝나지 않는 배움의 과정이 있습니다. 해마다 진행되는 전문 보수교육이 그것입니다. 새롭게 알려진 재난 대응 지침이나 실제 사고 사례를 분석해 교안에 반영하고, 강사들끼리 서로의 수업 방식을 참관하며 의견을 나누는 시간도 마련됩니다. 한 강사가 현장에서 얻은 노하우가 다른 강사들에게 공유되면서, 전체적인 교육의 질이 함께 높아지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보수교육 체계 덕분에 공동체 안전강사는 한때의 캠페인성 활동이 아니라, 지역사회 안전망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강사가 해마다 같은 마을을 다시 찾는 경우가 많다 보니, 교육이 거듭될수록 강사와 주민 사이의 신뢰도 함께 두터워지고 있습니다. 4년이라는 기간은 한 사람의 강사가 초보에서 숙련자로 성장하기에도, 마을 주민들에게 익숙한 얼굴로 받아들여지기에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입니다.

     


     

    4. 안전누리교육원 진임순 대표에게 듣다

    이 활동을 현장에서 이끌어 온 안전누리교육원 진임순 대표에게 그간의 이야기를 물었습니다.

     

    Q. 처음 이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마을 단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처음에는 화재나 지진 같은 기본적인 생활 안전교육에서 출발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안전이라는 게 단순히 대처 요령을 아는 것 이상이라는 걸 느꼈어요."

     

    Q. 교육 내용이 민주시민교육까지 넓어진 배경이 궁금합니다.

    "평소에 서로를 돌아보는 태도가 쌓여야 정작 위급한 순간에도 서로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재난 대응만이 아니라, 일상에서 이웃을 돌보는 마음까지도 안전교육의 범위로 넣게 됐습니다."

     

    Q.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싶으신가요?

    "마을에서 시작한 작은 교육이 지역 전체의 안전망으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을 계속 기록하고 싶습니다. 대피훈련처럼 몸으로 익히는 교육도 앞으로 더 늘려나갈 생각입니다."

     
      / 공동체 안전강사 지진안전교육 하는모습-장애인시설 ⓒ에디터 안산사라
     
     

     

    공동체 안전강사 활동이 마을에 남기는 의미는 교육 그 자체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이 과정은 경력단절여성이 다시 전문 활동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을 열어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육아나 가사로 오랫동안 일을 쉬었던 여성들이 자격과정을 거쳐,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안전교육 전문가로 다시 서게 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력단절여성에게 재취업의 문턱은 여전히 높습니다. 오랜 공백 기간과 낯선 업무 환경에 대한 부담, 자녀 돌봄과 병행해야 하는 현실적인 제약까지 겹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공동체 안전강사 과정은 학력이나 이전 경력보다 마을에 대한 이해와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교육 일정도 마을 단위로 비교적 유동적으로 편성되는 경우가 많아, 가사나 돌봄과 병행하며 활동을 이어가기에도 수월한 편입니다.

     
     / 공동체 안전강사 지진안전교육 실습하는 모습 ⓒ에디터 안산사라

     

    이는 한 개인의 재취업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습니다. 마을 공동체가 스스로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고, 그렇게 길러진 인재가 다시 마을을 돌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이 과정을 거쳐 또 다른 진임순 대표가 마을 곳곳에서 나올 수 있다는 기대도 여기에서 비롯됩니다.

    세월호 참사가 남긴 물음은 여전히 완전히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물음을 잊지 않고 마을에서부터 답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하나의 희망입니다. 생활 속 재난 대응 교육에서 출발해 시민의 태도를 가르치는 일로, 그리고 경력단절여성의 새로운 진로로까지 뻗어가는 공동체 안전강사의 걸음은 이제 4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 공동체 안전강사 지진안전 대피훈련 ⓒ에디터 안산사라
     

    거창한 구호보다 반복되는 실습이, 일방적인 강의보다 눈높이를 맞춘 대화가 마을을 더 안전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이들은 지난 4년간 몸으로 보여줬습니다. 이들이 남긴 것은 단지 화재 대피 요령이나 지진 발생 시 행동 수칙 같은 지식만이 아닙니다. 위기 앞에서 이웃을 먼저 살피는 마음, 낯선 이에게도 손을 내밀 수 있는 용기, 그리고 그것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려는 꾸준함이야말로 이들이 마을에 남긴 진짜 자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부터 시니어까지,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배우는 이 교실이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갈지, 그리고 그 배움이 실제 위기의 순간 얼마나 많은 이웃을 지켜낼지는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이 걸음이 5, 10년으로 이어지며 더 많은 마을에 안전의 씨앗을 심어가기를 기대합니다.

     

     

    마을에서 피어난 안전의 씨앗
    안산사라

    조회수 144

    2026-08-25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사이자 공익활동가의 시선으로 본 평생학습 현장 르포

    "AI라는 말을 들으면 왜 중장년·시니어들은 어렵게 느낄까?"

    "AI(인공지능)입니다." 라는 말을 듣는 순간 많은 중장년과 시니어들은 "그건 젊은 사람들이나 하는 것", "너무 어려운 기술", "컴퓨터 전문가만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부터 떠올린다. 그러나 실제로는 AI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AI를 설명하는 방식이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현재 AI를 소개하는 대부분의 자료에는 프롬프트, 생성형 AI, 머신러닝, 딥러닝, 알고리즘, 챗봇과 같은 낯선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이러한 전문 용어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에게 심리적인 장벽을 만든다. "처음부터 너무 어렵다"는 인식이 생기면 배우려는 의욕도 자연스럽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이유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스마트폰을 잘못 눌러 중요한 정보가 사라질까 걱정하거나, 개인정보가 유출되지는 않을까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 "혹시 잘못되면 어떡하지?"라는 마음이 새로운 기술을 시도하는 것을 망설이게 만든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은 "배워도 금방 바뀐다"는 부담감을 더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많은 중장년과 시니어들은 AI를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다. 스마트폰 음성검색, 사진 자동 보정, 길찾기, 번역, 유튜브 추천 영상, 은행의 금융사기 탐지 서비스 등은 모두 AI 기술을 활용한 기능이다. 다만 그것이 AI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다.

    중장년·시니어 대상 AI 교육은 기술을 설명하는 데서 출발하기보다 생활 속 사례를 통해 친숙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AI는 어려운 기술이 아니라 일상을 도와주는 똑똑한 비서"라는 인식을 심어줄 때 학습에 대한 부담은 줄어든다. 교육도 전문 용어보다 "사진 속 글자를 읽어주는 기능", "문장을 대신 써주는 도우미", "여행 일정을 함께 짜주는 친구"처럼 실제 생활과 연결된 예시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때 이해도와 활용도가 크게 높아진다.

    결국 중장년과 시니어가 AI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기술 자체보다 낯선 용어, 실패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나와는 거리가 먼 기술'이라는 선입견 때문이다. 이러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것이 AI 교육의 첫걸음이며, AI는 누구나 배워 활용할 수 있는 생활 속 도구라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AI는 글을 대신 쓰지 않았다

    "선생님, AI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나요?"

     
      / ⓒ에디터 럭비공

     

    수원 신한 학이재 배움터의 오후 강의실, 삼삼오오 모인 수강생들이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7월의 과정은 주제는 '스마트폰 AI를 활용한 글쓰기'였다. AI가 글을 대신 써주는 시대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지만, 정작 수강생들의 첫 질문은 의외로 단순했다.

    "선생님, AI한테 무슨 말을 해야 하나요?"

    교실 안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누구도 스마트폰을 다루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AI와 어떻게 대화를 시작해야 하는지 몰랐던 것이다. 그 순간 필자는 이 교육의 진짜 목적이 AI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 ⓒ에디터 럭비공

     

    배움터에서 만난 새로운 도전

    신한 학이재 배움터에는 은퇴 후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50~60대, 손주와 소통하고 싶은 70대,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싶은 시민들이 모인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였다.

    "AI를 배우고 싶다."

    그러나 수업이 시작되면 AI보다 먼저 넘어야 할 벽이 나타난다. 

    스마트폰 글자를 크게 만드는 방법. 

    음성 입력 버튼을 찾는 방법.

    복사와 붙여넣기를 하는 방법.

    앱을 설치하고 로그인하는 과정.

    젊은 세대에게는 익숙한 기능이지만, 중장년과 시니어에게는 AI보다 먼저 익혀야 할 또 하나의 언어였다. 

    한 수강생은 웃으며 말했다. 

    "AI는 어렵지 않은데 스마트폰이 저를 시험하네요." 

    교실에는 웃음이 번졌지만, 그 말 속에는 디지털 전환 시대를 살아가는 중장년 세대의 현실이 담겨 있었다.

     

    프롬프트보다 어려운 것은 '내 이야기를 꺼내는 일'

    AI는 질문한 만큼 답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수강생은 처음에 이렇게 입력한다.

    "글 써줘."

    AI는 짧고 평범한 글을 보여준다. 그러자 실망한 표정이 이어진다. 나는 다시 질문을 바꿔 보자고 제안한다.

    "40년 전 첫 직장에서 퇴근하던 겨울 저녁을 떠올리며 따뜻한 에세이를 써 주세요."

    "대만 여행에서 만난 친구와의 추억을 감성적으로 정리해 주세요."

    "손주에게 들려주고 싶은 어린 시절 이야기를 편지 형식으로 써 주세요."

    같은 AI인데도 결과는 전혀 달라진다.

     

    수강생들은 놀란다.

    "질문이 이렇게 중요했네요."

    그 순간 필자는 프롬프트 교육이 단순히 AI를 잘 사용하는 기술이 아니라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훈련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다.

     

    AI는 기억을 만들지 않는다

    가장 인상 깊었던 시간은 '나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쓰는 시간이었다. AI가 아름다운 문장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한 수강생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선생님, 이 글은 잘 썼는데 제 마음은 안 들어 있는 것 같아요."

    그 말에 교실이 조용해졌다.

    나는 AI에게 글을 맡기기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들려주자고 말했다.

    조금씩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싸 주시던 도시락.

    첫 월급으로 부모님께 사 드린 내복.

    군 복무 시절 전우들과의 추억.

    아이를 처음 품에 안았던 날.

    AI는 그 기억을 문장으로 다듬어 주었지만, 기억을 꺼내는 일은 결국 사람의 몫이었다.

    그날 필자는 AI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삶을 정리해 주는 도구라는 사실을 수강생들과 함께 배웠다. 교육은 끝났지만 배움은 멈춘다. 강의가 끝난 뒤에도 질문은 계속된다.

    "집에 가니까 다시 모르겠어요."

    "지난번 대화가 없어졌어요."

    "업데이트가 되면서 화면이 바뀌었어요."

    AI 기술은 빠르게 변하지만, 교육은 대부분 한두 번의 특강으로 끝난다. 평생학습 현장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도 바로 여기였다. 배운 내용을 생활 속에서 반복해 볼 수 있는 환경이 부족했다. 수료증은 받았지만 혼자 연습하다가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AI 활용 능력은 한 번의 교육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반복해서 사용하고, 질문하고, 서로 알려 주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역량이 된다.

     

    배움에서 공익활동으로 이어지는 길

    수업이 끝난 뒤 한 수강생이 다가와 말했다.

    "저도 나중에 다른 어르신들에게 스마트폰을 알려주고 싶어요."

    그 말을 들으며 일본의 공민관에서 운영하는 '디지털 서포터' 제도가 떠올랐다. 교육을 받은 주민이 다시 지역의 강사가 되고, 새로운 학습자를 돕는 구조다.

    평생학습관에서 AI를 배운 시민이 도서관에서 디지털 멘토가 되고, 경로당에서 스마트폰 봉사를 하고, 마을배움터에서 글쓰기 모임을 이끌 수 있다. 배움은 개인의 성장을 넘어 공동체의 자산이 될 때 더 큰 가치를 만든다.

    공익활동은 거창한 일이 아니다. 내가 배운 것을 이웃과 나누는 순간부터 공익은 시작된다. 강사가 아니라 함께 배우는 사람으로 필자는 강단에 서 있지만, 매 수업마다 배우는 사람은 오히려 나 자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AI는 새로운 기술이지만, 사람의 삶을 대신 살아주지는 않는다. 수강생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어떤 AI도 만들어 낼 수 없는 삶의 기록이다. 나는 기술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꺼낼 수 있도록 돕는 안내자가 되는 일이다. 평생학습은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삶을 다시 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현장 취재 기자의 시선

    신한 학이재 배움터에서의 AI 글쓰기 교육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시간이 아니었다. 중장년과 시니어에게 AI는 디지털 기기가 아니라 잊고 지냈던 자신의 삶을 다시 기록하게 만드는 계기였다. 하지만 현장은 정책보다 한 걸음 앞서 있었다. 교육 횟수를 늘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학습자가 혼자서도 계속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평생학습관, 도서관, 마을배움터, 공익활동지원센터가 연결되어 교육 이후에도 학습동아리와 디지털 멘토링이 이어진다면 AI 교육은 일회성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공익 활동으로 발전할 수 있다. AI 시대에도 결국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배움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다.

     
      / ⓒ에디터 럭비공

     

    신한 학이재에서 만난 수강생들의 눈빛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늘도 누군가는 스마트폰 화면 앞에서 첫 질문을 입력한다. 

    그리고 그 질문은 단순히 AI를 향한 질문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향한 첫걸음이 되고 있다.

     

    AI는 글을 대신 쓰지 않았다 : 신한 학이재에서 만난 중장년·시니어 AI 글쓰기 교육의 현실
    럭비공

    조회수 215

    2026-07-27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안전과 돌봄으로 마을을 잇는 소안지 이야기

    "우리 동네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한번 해볼 수 있을까요?“


     / 봉사활동 후 독서토론 책들고 인증사진 ⓒ에디터 안산사라

     

    처음 그 말을 꺼냈을 때, 솔직히 저도 반신반의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바쁘게 살아온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 그것도 국적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살아온 배경도 전혀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팀이 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모임 구성원들은 안산에서 오랫동안 문화예술 교육을 해온 사람들입니다. 여러 봉사모임과 시민활동에 참여해왔지만, 이번 모임은 조금 달랐어요. 그 모임의 이름은 '소안지'소소한 일상 속 안전지킴이의 줄임말입니다.

    처음 이 이름을 들었을 때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거창한 구호도 아니고, 화려한 슬로건도 아닌데, 이 짧은 이름 안에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았거든요. 소소하게, 그러나 꾸준하게. 일상 속에서, 그러나 진심으로. 안전을 지키는 사람들.

     

    소안지란 무엇인가요?

    소안지는 '소소한 일상 속 안전지킴이'라는 뜻을 담은 지역사회봉사단입니다. 안전교육을 핵심 주제로 삼아 2023년부터 활동을 시작했고, 올해로 벌써 3년째 안산 지역에서 꾸준히 이어오고 있어요.

    안전교육이라는 말을 들으면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소안지의 안전교육은 다릅니다. 어렵고 전문적인 내용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 속에서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위험 상황들을 함께 배우고, 서로 알려주는 방식이에요. 이웃과 이웃이 서로를 지켜주는 안전망, 그것이 소안지가 꿈꾸는 마을의 모습입니다.

    소안지는 안전교육 외에도 환경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마을의 공기와 골목길이 더 안전하고 깨끗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역 행사에 참여하고 캠페인 부스를 운영하며 이웃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왔어요.

     

    서로 다르기 때문에 더 단단해졌습니다

    소안지 팀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모임이 아니었습니다. 각자 다른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와 연결되어 있던 분들이 '의미 있는 봉사를 함께 해보자'는 뜻으로 모였어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분들, 결혼이나 일을 이유로 한국에 정착한 이주 배경 분들, 안산에 오래 살아온 분들, 비교적 최근에 이 지역에 자리 잡은 분들까지. 40대도 있고 50대도 있어요. 언어도, 국적도, 살아온 배경도 다 달랐습니다.

    처음 몇 번의 만남은 솔직히 조심스러웠습니다. 문화가 다르니 대화가 막히는 순간이 있었고, 비슷한 주제를 이야기해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서 어색한 침묵이 흐르기도 했어요. 그런데 한 가지 신기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우리가 사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게 보이기 시작한 거예요.

    아이들 교육 걱정. 부모님 건강 걱정. 그리고 '나도 뭔가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 선주민이든 이주민이든, 40대든 50대든, 이 세 가지 고민은 정말 똑같았습니다. 표현하는 언어는 달라도, 그 마음의 무게는 같았어요. 그 공통점이 우리를 이어주는 첫 번째 다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이어준 두 번째 다리는, 바로 각자가 가진 재능이었습니다.

    손뜨개질을 잘하는 분은 그 솜씨를 팀에 나눠주고, 요리를 잘하는 분은 프로그램에 활용하고, 그림을 그리는 분은 교육 자료를 만들고, 여러 언어를 하는 분은 통역을 맡았습니다. 각자의 재능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이 되는 순간, 팀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안전, 함께 배웁니다

    소안지의 핵심 활동은 안전교육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안전교육은 단순히 소화기 사용법이나 대피 요령을 알려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아요.

    팀원들이 처음 안전교육을 기획하면서 가장 먼저 고민했던 건 이거였어요. '선주민 아이에게도, 이주민 아이에게도 모두 도움이 되는 교육을 우리가 직접 만들어볼 수 없을까?' 그 질문에서 소안지 교육 프로그램의 방향이 잡혔습니다.

    언어가 달라도, 나이가 달라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교육 내용. 함께 웃으면서 참여할 수 있는 활동. 배운 내용을 일상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내용. 이 세 가지 원칙이 소안지 안전교육의 뼈대가 되었습니다.지역 행사에서 부스를 운영하며 주민들과 직접 만나기도 하고, 환경 캠페인에서는 우리가 직접 만든 자료와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들이 환경 문제를 조금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안산은 이런 활동이 자라기에 참 특별한 땅입니다. 안산 원곡동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이주민 밀집 거주 지역 중 하나예요. 2002, 원곡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국경없는 마을'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 지역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이주민과의 공존을 만들어왔습니다. 그 오랜 역사가 오늘날 안산을 '한국의 다문화 으뜸 도시'로 불리게 했어요. 하지만 제도와 정책만으로는 진짜 공동체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진짜 이웃은 서류나 프로그램이 아니라, 같이 밥 먹고, 같이 일하고, 서로의 걱정을 들어주는 일상에서 만들어지니까요. 소안지는 바로 그 일상을 함께 만들어가는 팀입니다.

     

    어르신 곁에 앉아, 마음을 잇다 시니어 인지케어 봉사


     / 와동종합사회복지관에서 자역사회봉사단 활동전 인사 ⓒ에디터 안산사라

     

    소안지의 활동에 새로운 챕터가 열린 건 작년 일이었어요.

    팀원들 중 몇 분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어요. "저희 부모님이 요즘 많이 힘드시더라고요. 예전 같지 않으신 것 같고... 뭔가 도움이 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 말을 꺼내는 순간, 자리에 있던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우리 나이가 되면 피할 수 없이 마주하게 되는 현실이 있습니다. 내 부모님이 나이가 드신다는 것. 그리고 언젠가는 우리도 그 자리에 서게 된다는 것. 그 마음이 소안지를 시니어 인지케어 봉사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시니어 인지케어 봉사는 단순히 어르신들을 '돌봐주는' 활동이 아니에요. 함께 시간을 보내며, 어르신들이 스스로 움직이고 생각하고 웃을 수 있도록 곁에서 함께하는 활동입니다. 소안지의 시니어 봉사 프로그램은 총 3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한 회기 1시간 동안 알차게 구성되어 있어요.


    / 지역사회 봉사단 신체활동중 ⓒ에디터 안산사라

     

    첫 번째는 신체 활동입니다.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간단한 스트레칭과 체조예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몸을 움직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이 동작이 이렇게 시원한지 몰랐어요" 하며 활짝 웃으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팀원들 마음도 덩달아 가벼워진답니다.

    두 번째는 인지 케어입니다. 두뇌를 자극하는 퀴즈, 속담 게임, 낱말 맞추기 등 다양한 인지 프로그램을 진행해요. 정답을 맞히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함께 생각하고 이야기 나누는 과정 자체가 즐거울 수 있도록 합니다. 기억 속 옛날이야기를 꺼내시는 어르신들의 눈빛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느끼기 어려운 감동이에요.

    세 번째는 소근육 활동입니다. 손을 쓰는 만들기 활동인데요, 에코 소품 만들기, 손뜨개, 종이접기 등 다양하게 진행해왔어요. 작은 손 동작들이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내가 이걸 만들었어요!" 하며 완성품을 들어 보이시는 어르신들의 표정이 가장 큰 보람이었습니다.

    매달 한 번 와동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진행되는 이 봉사는 11월까지 이어질 예정이에요. 한 달에 한 번이지만, 그 한 번이 어르신들에게, 그리고 우리 팀원들에게도 한 달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됩니다.


    / 지역사회 봉사단 소근육활동 만들기 ⓒ에디터 안산사라

     

    '낀 세대'가 마을의 중심이 됩니다

    흔히 40~50대를 '낀 세대'라고 부릅니다. 윗세대와 아랫세대 사이에서 양쪽을 다 챙겨야 하는 세대. 자녀를 키우면서 동시에 부모님을 돌보는 세대. 아직 한창 일해야 하는데 체력은 예전 같지 않은 세대.

     

    그런데 저는 이 '낀 세대'가 사실 마을에서 가장 중요한 연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르신들의 언어를 이해하면서도 아이들과도 소통할 수 있고, 지역의 변화를 오래 지켜봐온 눈이 있으면서도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일 유연함도 있거든요. 선주민과 이주민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오랜 경험과 삶의 무게를 가진 중장년층이 함께 앉으면, 이야기는 깊어지고 관계는 단단해집니다. 소안지가 3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힘도 바로 그 단단함에서 왔다고 저는 믿어요.

    전국 곳곳에서 중장년 여성들이 중심이 된 마을 공동체들이 지역 돌봄과 교육, 문화 활동을 이끌고 있어요. 경기도 역시 이주민과 선주민이 함께하는 통합 프로그램을 확대하며, 단순한 지원을 넘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정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소안지의 활동은 그 정책의 바깥이 아니라, 바로 그 안에서 자라고 있는 작은 씨앗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 독서토론하는 모습 ⓒ에디터 안산사라
     

    다음 한 걸음을 함께 내딛기를

    소안지의 이야기가 거창하거나 특별한 이야기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봉사가 끝난 후 잠깐 앉아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테이블 하나, 책 몇 권, 서로의 재능을 나눌 수 있는 작은 프로그램 하나면 충분합니다. 그 소소한 것들이 모여서 소안지가 되었고, 소안지가 3년을 이어왔습니다.

    선주민도 이주민도, 40대도 50대도, 각자의 언어도 각자의 재능도 다 달라도 괜찮아요. 오히려 다르기 때문에 더 풍성해지는 게 공동체니까요.

    100세 시대라고 하잖아요. 2의 삶, 어쩌면 제3의 삶까지 준비해야 하는 시대. 그 긴 시간을 혼자 버텨내는 것보다, 함께 돌보고 함께 나누고 함께 연결되는 것이 훨씬 더 잘 살아가는 길이라는 걸 저는 이 팀을 통해 배웠습니다.

    당신의 동네에도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아직 만나지 못했을 뿐이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웃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소안지는 그 첫 걸음을 이미 내딛었습니다. 그 시작은 거창하지 않았어요. '그냥 한번 나와보자, 한번 해보자'그 작은 용기 하나였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 한 걸음을 내딛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소소한 일상이 이웃을 살립니다
    안산사라

    조회수 306

    2026-06-30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아파트는 어떻게 마을이 될 수 있었을까?

     

    30여 년 전인 1990년대 후반부터 시민사회에서는 아파트를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닌 '생활 공동체'로 바라보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특히 1998년 한 시민단체가 아파트공동체연구소를 설립해 아파트 분쟁 중재, 임대아파트 주민 권리 확대, 주민자치조직 활성화, 공동체 프로그램 개발 등에 나서며 이웃 간 단절을 넘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모델을 모색했다. 당시만 해도 아파트는 관리와 소유의 대상일 뿐 '마을'로 인식되지 않았지만, 시민사회는 꾸준히 아파트 공동체의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특히 임대아파트 주민들은 임차인이라는 이유로 관리비 내역조차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고, 입주자대표회의와 같은 주민자치조직을 구성할 권리도 보장받지 못했다. 그러나 시민사회와 주민들의 노력 끝에 2000년 1월 임대주택법이 개정되면서 임차인대표회의를 구성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관리규약의 제·개정, 관리비 운영, 공용시설 유지·보수 등에 대해 임대사업자와 협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위스테이별내

    경기도 남양주에 조성된 국내 최초의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현재 491세대 약 1,400명의 주민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단순한 아파트를 넘어 주민들이 직접 공동체를 만들고 운영하는 ‘마을형 주거 모델’을 실현하며 주목받아 왔다.

    단지 내에는 6개의 협동조합과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운영되고 있으며, 30여 개 동아리에서 300여 명의 주민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또한 주민들의 재능과 시간을 나누는 활동화폐 ‘별’을 운영하며 공동체 경제를 실험하고 있다.

    위스테이별내는 공동육아와 돌봄, 주민자치와 사회적경제가 어우러진 새로운 주거 공동체 모델로 평가받으며 한국 사회의 대안적 주거 문화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 6월 8일, 서울 명동의 커뮤니티 공간 '동네마실'에서 열린 『아파트는 어떻게 마을이 되었나』 북토크 현장을 찾으며 자연스럽게 30여 년 전 아파트 공동체를 꿈꾸던 사람들의 고민이 떠올랐다. 그들이 상상했던 공동체의 모습이 오늘날 위스테이별내라는 구체적인 형태로 구현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궁금증 때문이었다.

     

    당시의 문제의식과 실천들이 20여 년의 시간을 거쳐 협동조합형 주거 모델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 위스테이별내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주거 실험이 아니라, 오랫동안 이어져 온 아파트 공동체 운동과 주민자치의 흐름 위에서 탄생한 결과물처럼 보였다. 과연 위스테이별내 주민들과 협동조합은 어떻게 아파트를 공동체로, 마을로 만들어 왔을까?

     

    "8년 임대 아파트인데 의무 임대 종료 기간이 28년까지 2년 정도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조합이 만들어지고 입주하기 전까지 약 3년, 그리고 입주해서 지금까지 약 6년. 그 9년의 시간 동안 아파트 곳곳에서 마을을 만들며 살아왔습니다. 그 기억과 기록들을 이제 한 권의 책으로 묶어 세상에 내놓습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인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이 그간의 공동체 활동을 기록한 단행본 『아파트는 어떻게 마을이 되었나』 출간을 기념하는 북토크의 시작이다.

    이날 사회를 맡은 이상우 상임이사는 "이 자리는 엄숙한 자리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왔는지 편하게 대화하며 나누는 축제"라며 행사의 문을 열었다.

     

     

    이날 행사는 단순한 출판 기념회를 넘어, 수직적이고 단절된 공간으로 여겨지던 아파트가 어떻게 수평적이고 연결된 '마을'로 거듭날 수 있었는지를 증명하는 자리였다. 40여 명의 주민 작가들이 직접 써 내려간 360페이지 분량의 생생한 기록은, 주거 불안 시대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공동체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었다.

     


     

    절박함과 자부심이 빚어낸 10년의 기록

     

    위스테이별내 사회적협동조합 김경환 이사장은 환영사를 통해 책을 출간하게 된 두 가지 이유를 밝혔다.

    첫째는 '절박함'이었다.

    "우리는 의무 임대 기간 8년 종료를 2년 정도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토록 많은 성과를 내고 수직적 구조의 아파트에서도 수평적 마을 공동체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음에도, 이런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절박감이 있었습니다. 이런 아파트를 시장에 내다 파는 것이 과연 잘하는 일인지 세상에 알리고 싶었습니다."

     

    둘째는 '자부심'과 '책임감'이었다.

    김 이사장은 "우리는 대한민국 최초의 협동조합 공동체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로서 많은 시행착오와 모범 사례를 갖고 있다"며, "이 사회적 자산을 묻혀두기 아까워 또 다른 위스테이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지침서이자 매뉴얼로 이 책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책은 기획부터 원고 작성, 편집까지 모든 과정이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졌다. 491세대 1,400여 명의 주민 중 300여명이 다양한 분야의 활동가로 참여하고 있으며, 그중 40여 명이 기꺼이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냈다.

     


     

    변호사에서 주거 혁신가로, 양동수 대표가 말하는 '시작’

     

     

    이날 북토크의 첫 번째 토크 세션 '시작의 이야기'에는 위스테이 모델을 설계한 사회혁신기업 '더함'의 양동수 대표가 무대에 올랐다. 그는 로펌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한국 사회의 가장 구조적인 문제인 금융과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겠다는 절박함에서 이 사업을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난민, 이주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돕다 보니, 한국 사회가 점점 각자도생의 사회로 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 전체가 점점 더 어려워지겠구나 싶었죠. 해외 사례를 보니 공동체 토지 신탁(CLT) 같은 좋은 제도가 많았지만 한국 법체계에서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임대주택 관련 법이 바뀌는 것을 보고, 일반 건설사가 아닌 사회적 경제 주체가 관여하면 훨씬 좋은 방안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양 대표는 위스테이별내 부지를 처음 마주했을 때를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당시엔 허허벌판이었지만 뒤로 보이는 불암산과 청명한 날씨가 너무 좋았습니다. 여기서 뭔가를 하면 정말 좋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그는 이후 국토부, LH와 협의하며 사회적 협동조합 방식, 지분 구조 설계, 커뮤니티 공간 확보 등 위스테이만의 독특한 시스템을 구축해 나갔다.


     

    형제 아파트의 연대, 그리고 주거 중립성의 실현

     

    이날 자리에는 위스테이별내의 '형제 아파트'라 불리는 고양시 위스테이지축 사회적협동조합의 전승욱 이사장도 참석해 축하를 전했다. 전 이사장은 "별내가 2년 먼저 시작하며 겪은 어려움과 시행착오, 이를 풀어가는 방법들이 책에 잘 정리되어 있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된다"며, "집이 돈이 아니라 삶을 지켜주는 공간이자 이웃과 연결되는 플랫폼으로서 어떻게 기능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행사의 깊이를 더한 것은 주거중립성연구소 '수처작주(隨處作住)'의 최경호 소장의 미니 강연이었다. 최 소장은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한 주거 문제, 특히 청년 세대의 '임대 세대화' 현상을 지적하며 위스테이 모델의 사회적 의미를 짚었다. 그는 현재 한국 사회의 주거 사다리가 끊어진 상황에서, 임대와 자가 사이의 이분법을 깨는 '주거 중립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0년, 40년을 저축해도 살 수 없는 집값을 빚내서 사게 하는 구조는 결국 다음 세대의 진입 장벽만 높일 뿐입니다. 임대와 자가 사이에 큰 구분이 없는 상황, 즉 '주거 중립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협동조합을 통해 간접 소유하면서도 임대차 관계를 맺는 위스테이가 바로 그 대안적 영역입니다."

    "협동조합을 통해 간접 소유하면서도 임대차 관계를 맺는 위스테이는 소유이면서도 소유가 아니고, 임대인이면서도 임대가 아닌 제3의 영역입니다. 이런 모델이 많아져야 임대로 살든 자가로 살든 큰 차이가 없는 사회가 됩니다. 또한, 위스테이처럼 다양한 평형이 섞여 있어야 노후에도 평생 살던 동네를 떠나지 않고 그 안에서 이사하며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가 가능해집니다.”

     

    최 소장은 특히 '커뮤니티 시행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건축물만 짓는 시행사가 아니라, 갈등을 조율하고 공동체를 활성화할 수 있는 마을 활동가와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위스테이별내가 보여준 9년의 기록은 바로 그 커뮤니티 시행의 성공적인 사례입니다.”라며 위스테이별내가 커뮤니티 공간을 단지 외부와 나누고, 다양한 평형을 섞어 세대 간, 계층 간 어울림을 만들어낸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는 아파트가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지역 사회와 호흡하는 진정한 의미의 마을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파트, 다시 마을을 꿈꾸다

     

     

    북토크 현장은 주민 작가들이 자신들의 얼굴이 새겨진 도장을 찍어주며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는 따뜻한 풍경으로 가득 찼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등 다양한 주거 공동체 관계자들도 참석해 연대의 뜻을 밝혔다.

     

    행사를 진행한 이상우 상임이사는 "위스테이별내의 아파트 공동체가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만의 섬으로 고립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청년과 시니어가 함께 어우러지고, 지역 사회와 소통하며 계속해서 흐르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때로는 서툴고 때로는 치열했던 우리들의 이야기, 그 속에는 내 집을 넘어서 우리 마을을 고민했던 진심이 녹아 있습니다."

     

    김경환 이사장의 말처럼, 『아파트는 어떻게 마을이 되었나』는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다. 이웃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콘크리트 숲 속에서도 온기 넘치는 마을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다.

     

    의무 임대 기간 종료라는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도, 위스테이별내 주민들은 여전히 함께 밥을 먹고, 신문을 만들고, 책을 펴내며 마을을 가꾸고 있다. 이들의 치열하고도 따뜻한 기록이 앞으로 대한민국 주거 문화에 어떤 변화의 씨앗을 틔울지 기대해 본다.

     

    『아파트는 어떻게 마을이 되었나』는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다. 이웃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콘크리트 숲 속에서도 온기 넘치는 마을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다. 의무 임대 기간 종료라는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도, 위스테이별내 주민들은 여전히 함께 밥을 먹고, 신문을 만들고, 책을 펴내며 마을을 가꾸고 있다. 이들의 치열하고도 따뜻한 기록이 대한민국 주거 문화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아파트는 어떻게 마을이 되었나: 위스테이별내 북토크 현장을 가다
    두근

    조회수 330

    2026-06-26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인생의 절반을 살고 나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지금까지는 가족을 위해, 직장을 위해 달려왔는데, 이제 남은 시간은 어떻게 채워야 할까. 은퇴를 앞두거나 이미 새로운 일상을 맞이한 중장년층에게 이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저 역시 그런 분들을 만나러 화성으로 향했습니다.

    4월 한 달 동안 화성 중장년 행복캠퍼스를 두 차례 직접 방문해 수업 현장을 취재했는데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처음부터 차근차근 풀어보려 합니다. 캠퍼스가 어떤 곳인지, 어떤 프로그램들이 운영되는지, 그리고 제가 직접 들어가 본 향기로운 인생 향수 수업이 수강생들에게 어떤 의미인지까지 함께 나눠볼게요.

     

     
      / 사진1. 화성시 베이비부머 행복캠퍼스 강의장소 입구 배너 ⓒ에디터 안산사라

     

    1. 화성 중장년 행복캠퍼스, 어떤 곳인가요?

    화성 중장년 행복캠퍼스는 말 그대로 중장년층을 위한 전용 배움터입니다. 단순한 문화센터나 취미 교실과는 결이 다릅니다. 이곳은 은퇴 전후의 중장년이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성공적인 노후 생활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공간이에요.

     

    캠퍼스가 내세우는 비전은 이렇습니다.

    중장년과 함께 건강한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기 위해, 위기를 행복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

    이 한 문장에 이곳의 철학이 담겨 있어요. 중장년기를 위기나 쇠퇴의 시간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출발점으로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실제로 캠퍼스는 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세 가지 전략적 추진 과제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첫째는 인생 2막의 새 출발, 둘째는 평생 배움, 셋째는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지원 인프라 구축입니다.

     

     
      / 사진2. 화성시 베이비부머 행복캠퍼스 강의장 곳곳에 붙여있는 홍보지 ⓒ에디터 안산사라

     

    구체적인 사업 구조를 보면 더 명확하게 이해가 됩니다. 캠퍼스는 크게 네 가지 축으로 운영되는데요, 교육과정 동아리 활동 사회공헌팀 일자리 연계 및 인큐베이팅 순으로 이어집니다. 처음에는 교육으로 시작하지만, 배움이 끝나도 관계와 활동은 계속 이어지는 구조예요. 이 흐름 속에서 개인의 성장이 지역사회 기여로 자연스럽게 확장됩니다.

     

    공간도 중장년 전용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동아리실과 휴게실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어서, 수업이 끝난 후에도 수강생들이 자유롭게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활동을 이어갈 수 있어요. 재취업 및 창업 지원, 공유 사무실 운영, 코칭·심리 검사·집단 상담 등의 종합 상담 서비스도 함께 운영되고 있습니다.

     

      / 사진3. 화성 베이비부머 행복캠퍼스 홈페이지 포토갤러리 ⓒ화성 베이비부머 해피캠퍼스

     

    2025년 한 해 동안의 운영 성과를 보면 이 캠퍼스가 얼마나 활발하게 움직이는 곳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정규 교육과정 31개를 운영했고, 인문·교육 특강과 야간 과정도 운영했습니다. 커뮤니티 동아리 활동은 19개 팀에서 94, 사회공헌팀은 18개 팀에서 193회의 활동을 수행했어요. 이 숫자들은 단순한 실적이 아닙니다. 그 뒤에는 각자의 이유로 이곳 문을 두드린 수백 명의 중장년이 있습니다.

     

    2. 2026년 상반기 17개 프로그램과 사회공헌 활동

    2026년에는 경기도와 화성 특례시의 지원이 더욱 확대되면서 상반기에만 17개 교육과정이 개설되었습니다. 정원 262명으로 계획했지만 신청자가 넘쳐 317명으로 확정되었을 만큼 관심이 뜨거웠어요. 이 중 처음 참여하는 신규 수강생이 179명으로, 전체의 절반이 넘습니다. 그만큼 새롭게 문을 두드리는 분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분들 한 명 한 명이 새로운 출발을 결심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 사진4. 화성시 베이비부머 행복캠퍼스 개강식 당일 프로그램 소개 시간 ⓒ에디터 안산사라

     

    17개 과정의 이름을 보면 그 다양함에 먼저 놀라게 됩니다. 행복 육아 영상, 웰라이프 플래너, 예비 부모를 위한 행복 지수, 행복한 옷·가구 만들기, AI로 말하는 직장인의 비밀, 아는 만큼 보이는 현대미술, 부스트 자격 과정, AI로 여는 디지털 추억 앨범, 코치 인증 자격 과정, 사주 명리, 시니어 브레인 음악 놀이 지도사(2), 어반 스케치, 꽃차 소믈리에 양성 과정, 향기로운 인생 향수, 화성형 혁신 통합 돌봄 리더 양성 과정, 목조각 예술, 그리고 시민 전문가 소양 과정까지입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예술과 기술, 자격증과 취미가 고루 섞여 있어요. 어느 분야에 관심이 있든, 어떤 삶을 꿈꾸든 자신에게 맞는 문을 찾을 수 있는 구성입니다.

     

    교육과정이 끝난 후에는 동아리 활동으로 이어집니다. 같은 과정을 함께 들은 수강생들이 자연스럽게 모임을 만들고, 캠퍼스에서는 활동비와 전용 공간을 지원해줍니다. 그리고 이 동아리 활동이 사회공헌팀으로 발전하는 구조예요. 취미에서 시작해 이웃을 돕는 활동가로 성장하는 과정, 그것이 이 캠퍼스가 설계한 흐름입니다.

     

     

      / 사진5. 화성 베이비부머 행복캠퍼스 홈페이지 사회공헌 소개 영상자료 ⓒ화성 베이비부머 행복캠퍼스

     

    2025년 기준으로 운영된 18개 사회공헌팀의 활동 분야는 정말 폭넓습니다. 돌봄 및 복지 분야에서는 화성형 혁신 통합 돌봄 리더 양성 과정 수료자들이 지역사회 돌봄 체계 강화를 위해 활동합니다. 생명 존중 분야에서는 생명지킴이(게이트키퍼) 교육을 수료한 분들이 화성시 자살예방센터와 협력해 이웃의 위험 신호를 파악하고 전문 서비스와 연결하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시니어 교육 지도 분야에서는 시니어 브레인 음악 놀이 지도사, 꽃차 소믈리에, 웰라이프 플래너 등 전문 자격을 취득한 분들이 지역사회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사진6. 화성시 베이비부머 강의장 내부에 걸린 사회공헌 소개 액자 ⓒ에디터 안산사라

     

    디지털 및 AI 활용 분야에서는 AI로 여는 디지털 추억 앨범 수료자들이 디지털 역량을 활용한 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고, 문화 예술 및 공예 분야에서는 어반 스케치, 목조각 예술, 향기로운 인생 향수 수료자들이 재능을 지역사회와 나눕니다. 특히 반려견 관련 공모사업인 '가치로운 비'처럼 독특한 사회공헌 모델이 발굴되어 운영되기도 한다는 이야기는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배움이 멈추는 게 아니라, 배운 것이 이웃에게 흘러가는 구조. 화성 중장년 행복캠퍼스가 추구하는 진짜 목표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3. "향기로운 인생 향수" 수업 현장 속으로

    제가 직접 참여해 취재한 과정은 17개 중 향기로운 인생 향수입니다. 이름만 들으면 향수를 만드는 수업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천연 성분을 활용한 비누와 입욕제를 만들며 내 몸을 직접 돌보는 법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그 기술이 나중에 사회공헌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취미 수업을 넘어서는 의미가 있었어요.

     

     
      / 사진7. 화성시 베이비부머 향기로운인생수업 강의장 내부 입욕제실습 ⓒ에디터 안산사라

     

    첫 번째 방문 입욕제 만들기

    강의실 문을 여니 책상 위에 파란 그릇, 유리 비커, 작은 저울, 투명한 비닐봉지 가득 담긴 흰 가루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습니다. 수강생들은 이미 자리를 잡고 강사의 설명에 집중하고 있었어요.

    이날의 주제는 천연 입욕제, 흔히 배쓰봄이라고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수업은 만들기 전에 입욕의 효능부터 짚어주는 것으로 시작됐어요. 반신욕은 15, 족욕은 42도 이하의 물에 발을 담그며 15분이 적당합니다. 핵심은 뜨거운 온도 자체가 아니라 온도 차를 이용해 몸의 순환을 돕는 원리예요. 하부와 말단 부위를 따뜻하게 하면 따뜻한 기운이 위로 올라가 순환이 일어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꾸준히 반복하면 3주쯤 지나면서 등 쪽으로 온기가 퍼지는 걸 느낄 수 있다고 하셨어요. 운동하기 어려운 분들에게 특히 권장하는 방법이고, 일주일에 두세 번이면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재료는 베이킹 소다, 구연산, 옥수수 전분을 기본으로, 호호바 오일, 글리세린·비타민히알루론산 혼합 보습제, 정수기 물이 들어갑니다. 여기에 한방 약재를 선택해 더할 수 있어요. 황금(黃芩)은 항균·미백 효능이, 정향(丁香)은 강력한 항균·살균력이, 감초(甘草)는 피부를 진정시키는 효능이 있습니다. 수강생들은 본인의 피부 상태와 목적에 맞는 약재를 직접 골랐어요. 자신을 위해, 또는 가족을 위해 고르는 그 선택 하나하나가 이미 배움의 과정이었습니다.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강의실 안에는 은은한 아로마 향이 퍼졌습니다. 페퍼민트, 라벤더, 레몬, 유칼립투스 등 각기 다른 향을 직접 맡아보고, 오늘 만들 입욕제에 넣을 향을 고르는 시간도 있었어요. 같은 재료라도 어떤 향을 고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느낌의 제품이 완성된다는 것, 그리고 그 선택이 내 취향이자 내 몸의 필요를 반영한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 사진8. 화성시 베이비부머 향기로운인생수업 강의장 내부 천연비누 실습 ⓒ에디터 안산사라

     

    두 번째 방문 MP 비누 만들기

    두 번째 방문에서는 MP(Melt & Pour) 비누 만들기가 진행됐습니다. 비누 베이스를 녹여 색과 향, 기능성 성분을 더해 굳히는 방식으로, 비누 제조법 중 가장 접근성이 높은 방법입니다. 유치원생도 도전할 수 있다는 강사님의 말에 수강생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어요.

    이날 배운 재료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노란색의 핵심 성분인 토코트리에놀은 파의 씨눈에서 추출한 천연 항산화제로, 피부 재생과 여드름 케어에 효과적입니다. 화이트 비누 베이스에는 동백기름과 시어버터가 혼합되어 보습 효과가 뛰어나고, 파란색 계열에는 쪽(藍草)에서 추출한 인디고 색소가, 빨간색 계열에는 선인장에 기생하는 연지충(Cochineal)의 천연 색소가 활용됩니다. 자연에서 이렇게 다양한 색과 효능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졌어요.

     

     
      / 사진9. 화성시 베이비부머 향기로운인생수업 강의장 내부 강사님 강의중 ⓒ에디터 안산사라

     

    수업 중간에 강사님이 꺼낸 이야기가 강의실을 잠시 조용하게 만들었습니다. 조개는 몸속에 들어온 이물질로 진주를 만들어낸다는 이야기였어요. "우리도 삶에서 받은 상처를 어떤 보석으로 만들어갈 것인지 생각해 보세요." 비누를 만들면서 나온 말이었지만, 그 자리에 있던 누구에게나 다르게 가닿았을 것 같은 문장이었습니다. 인생을 오래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더 특별하게 울렸겠죠.

     

    4.수업 이후, 이들이 꿈꾸는 활동들

    수강생들과 짧게 이야기를 나눠보니 등록 이유가 저마다 달랐습니다. 오래전부터 천연 제품에 관심이 있었던 분, 건강이 안 좋아진 뒤 내 몸을 직접 챙겨보고 싶어진 분, 은퇴 후 무기력하게 지내다가 뭔가 새로운 걸 해보고 싶었던 분, 자녀에게 직접 만든 것을 주고 싶었던 분까지요. 시작은 각자 달랐지만, 몇 주를 함께 배우다 보니 공통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제 건강을 위해 시작했는데, 이제는 요양원 어르신들께 직접 만든 비누를 드리고 싶어졌어요. 그게 진짜 사회공헌인 것 같아요."

    "내가 이걸 배워서 가족한테 더 나아가 지역에 도움이 되는 활동가가 되고 싶어요. 그게 제 꿈이에요."

     

    앞으로 동아리를 결성해 정기적인 사회공헌 활동으로 발전시키는 것도 논의 중이라고 했어요. 개인의 관심으로 시작한 배움이 지역사회를 향한 나눔으로 확장되는 과정, 그것이 이 캠퍼스가 처음부터 그려온 그림이기도 합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강의실 게시판에 붙어 있던 포스트잇 문구가 자꾸 떠올랐습니다.

    "함께 따뜻한 나눔으로 발전해 나가자!"

     

     

      / 사진10. 화성시 베이비부머 행복캠퍼스 강의장 외부 벽면에 액자 ⓒ에디터 안산사라

     

    화성 중장년 행복캠퍼스는 그 문장을 매일 조금씩 실현해가는 공간이었어요. 배움이 동아리로, 동아리가 사회공헌으로, 사회공헌이 일자리로 이어지는 이 선순환 구조가 중장년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고 있었습니다.

     

    은퇴 이후가 막막하게 느껴지신다면, 혹은 뭔가 새롭게 시작하고 싶으신 분이라면 화성 중장년 행복캠퍼스의 17개 문 중 하나를 두드려보세요.
    향기는 이미 그 안에서 시작되고 있으니까요.

     

    화성 중장년 행복캠퍼스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사람들”
    안산사라

    조회수 470

    2026-05-20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안산초지종합사회복지관 온마을 네트워크 자원봉사단 이야기

     

    1. '온마을'이라는 이름에 담긴 뜻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자리한 안산초지종합사회복지관은 지역 주민의 삶과 오랫동안 함께해온 복지기관입니다. 어르신 돌봄, 아동·청소년 교육, 가족 상담 등 다양한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지역사회 안에서 사람과 사람이 서로 연결되는 마을 공동체를 만드는 데 꾸준히 힘을 쏟아온 곳이기도 합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초지복지관은 2026년 봄, 지역 주민 스스로가 기획자이자 실행자가 되어 시니어를 위한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는 자원봉사 모델을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바로 '온마을 네트워크'입니다.

    '온마을'이라는 이름 안에는 두 가지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온 마을 사람이 함께한다는 뜻, 그리고 온기로 가득 찬 마을을 만들겠다는 뜻. 이 두 가지가 겹쳐진 이름처럼, 온마을 네트워크는 마을 안의 사람들이 서로를 살피고 돌보는 공동체의 모습을 꿈꾸며 출발했습니다.

    이 글은 그 온마을 네트워크의 주민기획단 다섯 명이 어떻게 모였고, 어떤 마음으로 어르신 곁에 서 있는지를 기록한 현장 이야기입니다.

     

    2. 20263, 다섯 명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초지복지관은 20262~3, 시니어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분을 찾는 주민기획단모집을 시작했습니다. 나이도, 직업도, 살아온 방식도 서로 다른 다섯 명의 사람이 이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습니다.

    이들은 대학생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성인 봉사자까지 연령대가 폭넓습니다. 복지 관련 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 지역사회 활동 경험이 풍부한 중장년 봉사자, 아이를 키우는 주부, 재능을 나누고 싶은 직장인까지. 서로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순간부터 이들은 단순한 봉사자 모임이 아닌, 하나의 팀으로 뭉치기 시작했습니다.

    초지복지관과 함께 준비 기간을 거치면서, 각자의 강점을 나누고 역할을 분담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기획을 담당하는 사람, 홍보를 맡는 사람, 현장 진행을 이끄는 사람, 물품 준비와 기록을 책임지는 사람. 각자가 맡은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기로 약속했습니다.

    이것이 온마을 네트워크가 단순한 봉사 모임을 넘어 체계적인 팀 운영 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입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역할을 찾고 채워나가는 방식. 그 안에서 봉사자들은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빠르게 신뢰를 쌓아갔습니다.

     

    3. 어르신을 위한 세 가지 선물 음악, 두뇌, 손끝

    온마을 네트워크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됩니다. 단순히 시간을 채우는 활동이 아니라, 어르신의 몸과 마음과 손끝을 모두 살피는 통합적인 돌봄 프로그램입니다.

    첫 번째는 음악을 활용한 신체활동 시간입니다.

    노래에 맞춰 몸을 움직이고, 리듬에 맞게 박수를 치거나 간단한 동작을 따라 하는 이 시간은, 어르신들이 가장 즐겁게 참여하는 순서이기도 합니다. 음악은 기억을 깨우고, 감정을 움직이며, 몸을 자연스럽게 활성화시킵니다. 치매 예방과 우울감 해소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도 확인된 바 있습니다. 봉사자들은 어르신들이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동작의 난이도를 조율하고, 친숙한 옛 노래와 트로트 곡을 함께 선정하는 등 매번 세심하게 준비합니다.

    어르신들은 음악이 흐르는 순간부터 표정이 달라집니다. 쑥스럽게 앉아 계시던 분도 노래가 시작되면 어느새 몸을 흔들고 손을 두드리십니다. 이 짧은 순간이 쌓여 활동의 즐거움이 되고, 다음 시간을 기다리게 하는 힘이 됩니다.

     

    두 번째는 두뇌를 자극하는 퀴즈 타임입니다.

    상식 퀴즈, 단어 맞추기, 그림 연상 퀴즈, 간단한 계산 문제 등 다양한 형식의 문제들을 통해 어르신들이 두뇌를 활발히 사용하도록 돕는 시간입니다. 뇌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는 경험이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의학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봉사자들은 너무 어렵지도, 너무 단순하지도 않은 적절한 난이도의 퀴즈를 매 회 새롭게 준비하며 어르신들의 집중력과 성취감을 동시에 높이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소근육을 활용하는 만들기 시간입니다.

    손을 사용해 무언가를 직접 만드는 활동은 소근육 발달과 집중력 향상에 효과적이며, 완성된 작품을 보는 성취감은 어르신들의 정서적 안정에도 크게 기여합니다. 봉사자들은 재료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꼼꼼하게 챙기며, 어르신이 손을 움직이기 어려운 부분에서는 나란히 앉아 함께 작업합니다. 이 시간이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 어르신과 봉사자가 나란히 앉아 손을 맞대는 교감의 시간이 되도록 늘 신경 씁니다.

     

    이 세 가지 프로그램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몸을 깨우고, 두뇌를 자극하고, 손끝으로 표현하는 흐름이 하나의 활동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어르신들은 한 시간 남짓의 프로그램 안에서 몸과 마음이 함께 활기를 찾게 됩니다.

     

    4. 스승의 날, 양말목 카네이션으로 전한 마음

    스승의 날을 앞두고 진행된 양말목 카네이션 만들기 시간이었습니다.

    양말목 공예는 버려지는 양말 자투리 천, '양말목'을 활용하여 꽃이나 소품 등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공예입니다. 버리는 것에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친환경 활동으로, 만들기가 어렵지 않으면서도 결과물이 아름다워 어르신들에게도 인기가 높습니다.

    봉사자들은 어르신들을 생각하며 함께 양말목으로 카네이션을 직접 만들고, 그것을 인생의 선배님이자 인생의 스승님인 어르신들께 선물로 드리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꽃 한 송이를 두 손으로 받아 드신 어르신 몇 분은 눈시울을 붉히셨습니다. 이 카네이션 하나가 단순한 공예 작품이 아니라, 곁에 있어줘서 감사하다는 마음의 표현이었기 때문입니다.

    "이게 나한테 주는 거예요? 참 예쁘다... 고마워요."

    꽃을 받아 드신 어르신의 눈가가 촉촉해졌습니다.

    어르신들은 그저 받기만 하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직접 손으로 행운을 뜻하는 네잎클로바를 만들며세대와 세대가 마음을 나누는 진짜 공동체의 모습이었습니다.

    양말목 클로바만들기는 만들기 프로그램이기도 했지만, 환경 상식을 전하는 에코 활동이기도 했습니다. 버려지는 것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업사이클링의 의미를 어르신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면서, 환경에 대한 인식을 일상의 언어로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5. 활동을 넘어 환경 상식과 따뜻한 안부 인사

    온마을 네트워크 활동이 다른 봉사 프로그램과 구별되는 지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매 회 활동 안에 환경 관련 상식을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분리배출 방법, 일상 속 에너지 절약 습관, 친환경 소재 이야기 등 생활 밀착형 환경 정보를 짧은 코너로 구성해 어르신들과 함께 나눕니다. 어렵고 딱딱한 환경 교육이 아니라, 우리 동네 이야기처럼 친근하게 전달하는 방식이어서 어르신들의 반응도 좋습니다. 환경이라는 주제가 봉사 활동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방식, 온마을 네트워크만의 특색 있는 접근입니다.

    또한 봉사자들은 활동 시간 안에서 어르신들의 건강 상태와 일상을 자연스럽게 살핍니다. "요즘 잘 주무세요?", "어디 불편하신 데는 없으세요?", "지난주엔 외출도 하셨어요?" 이런 일상적인 말 한마디가 어르신들에게는 진심 어린 돌봄으로 느껴집니다.

    사회적으로 고립될 위험이 높은 노인 1인 가구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봉사자의 존재 자체가 안심의 이유가 됩니다. 온마을 네트워크는 그런 의미에서 단순한 프로그램 운영을 넘어, 지역사회 내 시니어 돌봄의 촘촘한 연결망 역할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6. 2회 만에 느낀 감동 만족도와 보람

    온마을 네트워크는 한 달에 걸친 준비 기간을 거쳐 202년 봄, 첫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 글을 쓰는 현재까지 총 2회의 정규 활동이 진행되었습니다. 아직 시작 단계임에도 활동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높습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기다려지는 날이 생겼다"고 하십니다. 봉사자들은 "이런 보람은 처음"이라고 말합니다. 준비하고, 진행하고, 마무리하고, 다음 회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봉사자들 사이의 팀워크도 눈에 띄게 탄탄해졌습니다.

    참여 어르신들의 반응도 대단했습니다. 조심스럽게 앉아 계시던 분이 시간이 지날수록 먼저 손을 들어 답을 외치시고, 옆 어르신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만들기 작업에 열중하시는 모습. 그 변화가 봉사자들에게 가장 큰 보람이 됩니다.

    온마을 네트워크는 20211월까지 월 2회 정기 활동을 이어갑니다. 앞으로 더 많은 어르신들을 만나고, 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마을의 온기를 더해나갈 예정입니다.

    봉사자들은 한목소리로 이야기합니다. 이 활동이 어르신들에게만 선물이 아니라, 자신들에게도 삶을 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고 있다고. 봉사란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받는 것임을 온마을 네트워크는 매 회 스스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7. 다섯 명의 이야기 각자의 자리에서 빛나는 사람들

    온마을 네트워크를 이끄는 다섯 명의 봉사자는 저마다의 이유로,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 활동에 임하고 있습니다.

    이 다섯 명의 이야기는 서로 다르지만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모두가 받는 봉사가 아닌, 함께 성장하는 봉사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삶의 지혜를 배우고, 팀원들과 기획하며 협력하는 법을 익히고, 낯선 어르신께 먼저 말을 건네며 용기를 키웁니다. 어르신들의 인생 이야기가 이 젊은 봉사자들에게는 살아있는 교과서가 됩니다.

     

    8. 공익의 관점에서 온마을 네트워크가 중요한 이유

    초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지역사회 기반의 시니어 돌봄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국가와 지방정부의 공식 복지 서비스만으로는 모든 어르신의 일상적 필요를 채우기 어렵습니다. 이웃이 이웃을 살피고, 마을이 마을의 구성원을 돌보는 공동체 돌봄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온마을 네트워크는 바로 그 빈자리를 채우는 실천입니다. 시설이나 제도가 아닌, 사람과 사람의 연결로 만들어지는 돌봄. 전문 복지사가 아닌 마을 주민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프로그램. 이것이 가진 힘은 친숙함과 지속성에 있습니다.

    어르신들은 낯선 전문가보다 익숙한 이웃에게 더 마음을 엽니다. 그리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에서 봉사자 자신도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성장합니다. 온마을 네트워크는 어르신과 봉사자 모두에게 "내가 이 마을의 주인이자 구성원"임을 실감하게 해주는 공익적 실천입니다.

    화려한 인프라나 큰 예산 없이도, 사람의 마음과 시간이 모이면 지역사회가 달라진다는 것을 온마을 네트워크는 매 회 직접 증명하고 있습니다.

    따뜻한 마음이 모여 따뜻한 마을이 됩니다

    안산초지종합사회복지관 온마을 네트워크의 이야기는 아직 현재진행형입니다. 202611, 마지막 회 활동이 끝나는 날까지 다섯 명의 봉사자들은 매달 두 번씩 어르신들의 곁에 설 것입니다. 음악과 함께 몸을 움직이고, 퀴즈로 두뇌를 깨우고, 손끝으로 무언가를 함께 만들며, 그 안에서 삶의 이야기를 나눌 것입니다.

    어르신들의 웃음 속에, 눈가의 눈물 속에, 그리고 "다음에 또 오지요?" 라는 한 마디 속에 이 활동의 모든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들의 마음이 모여 더 따뜻한 마을이 되길 바랍니다.“

     

    마을은 결국 사람으로 이루어집니다. 그 사람들의 마음이 모이는 곳에 공동체가 생깁니다.

    안산초지종합복지관에서 시작된 온마을 네트워크의 이야기가, 경기도 곳곳의 더 많은 마을로 퍼져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마음이 모이면 마을이 따뜻해집니다
    안산사라

    조회수 288

    2026-05-18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마이크 앞에 선 사람들

    수요일 오후, 수원공동체라디오 스튜디오 안에 시민 한 명이 앉아 있다. 방송 경력도 없고, 유명인도 아니다. 그냥 이 동네에 사는 사람이다. 마이크 앞에서 잠깐 숨을 고르더니,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래된 수원 통닭거리 이야기, 어릴 적 팔달문 근처를 뛰어다니던 기억, 요즘 장사가 예전 같지 않다는 골목 가게 사장님의 말. 그 목소리가 96.3MHz를 타고 수원 전역으로 흘러나간다.

    스마트폰과 유튜브, 짧은 영상 콘텐츠가 일상이 된 시대다.

    정보는 빠르게 소비되고 사람들의 관심은 끊임없이 이동한다. 그 속에서 라디오는 오래된 매체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힘이 있다. 얼굴을 보지 않아도 마음을 전할 수 있고, 화려한 영상이 없어도 사람의 일상과 감정을 연결할 수 있다. 특히 지역의 이야기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전할 수 있는 매체가 바로 공동체라디오다.

    경기도 수원시에 시민이 직접 참여해 지역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방송국이 있다.

    수원공동체라디오 SoneFM. 어린이와 청소년, 시니어, 마을활동가, 자영업자, 문화예술인 등 다양한 시민이 방송 제작에 참여한다. 누군가는 직접 원고를 쓰고, 누군가는 인터뷰를 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음악을 선곡하고 오디오 편집을 배운다. 시민의 삶이 그대로 방송 콘텐츠가 되는 곳이다.

    이번 취재에서는 수원공동체라디오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그리고 시민들에게 어떤 의미를 주고 있는지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수원의 첫 공동체라디오, SoneFM의 시작

     수원공동체라디오 SoneFM은 수원의 첫 공동체라디오 방송이다. 2021년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FM 96.3MHz 주파수 허가를 받으면서 본격적인 준비가 시작됐다. 같은 해 수원마을공동체미디어사회적협동조합이 설립되었고, 시민이 참여하는 지역 미디어 플랫폼 구축이 추진됐다.

    공동체라디오는 상업성과 청취율 중심의 일반 방송과는 방향이 다르다. 지역 주민이 직접 방송을 제작하고 지역 현안을 이야기하며, 마을의 문화와 삶을 기록하는 데 목적이 있다. , 시민이 단순한 청취자가 아니라 콘텐츠 생산자로 참여하는 방송이다.

    수원공동체라디오 역시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출발했다. 초기에는 방송 장비 구축과 스튜디오 마련, 방송 제작 교육 등 기반을 만드는 과정과 함께 시민을 대상으로 한 방송 교육 프로그램과 미디어 교육도 함께 진행되며 공동체 미디어의 토대를 다져나갔다.

    2022년에는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다. FM 개국 이전 단계였지만 시민들은 인터넷 스트리밍을 통해 방송에 참여할 수 있었다. 마을 소식, 지역 인터뷰, 음악 프로그램, 생활 정보 등이 하나둘 만들어지면서 지역 주민과의 연결도 점차 확대됐다.

    그리고 2023714, 수원공동체라디오는 FM 96.3MHz 정식 개국을 알렸다. 시민들이 직접 만든 목소리가 실제 전파를 통해 수원 전역에 송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방송 개국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지역 주민 스스로 지역의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공공미디어가 등장한 순간이기도 했다.

    현재 수원공동체라디오는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방송 내용은 지역 정보와 생활문화, 음악, 상권 홍보, 재난방송, 마을 소식 등 시민 생활과 밀접한 주제로 구성된다.

     

     

    마이크 앞에 서는 법을 가르친다 방송활동가 양성 교육

    수원공동체라디오는 단순히 방송만 송출하는 공간이 아니라 시민 미디어 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사진 속 방송활동가 10기 모집포스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정기적으로 시민 대상 방송 제작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방송활동가 과정은 56일부터 617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2시부터 4시까지 운영되며, 방송 기획부터 대본 작성, 라이브 방송 실습, 오디오 편집까지 실제 방송 제작 과정을 체계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교육 과정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1차시 방송 기획, 2차시 방송 대본 작성, 3·4차시 라이브 방송 실습, 5차시 오디오 편집, 6차시 콘텐츠 제작과 수료식. 6주 동안 시민이 실제 방송을 만들어 내보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교육은 단순한 기술 전달이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를 중심에 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방송 제작을 배우는 과정 속에서 시민들은 자신의 일상과 경험을 콘텐츠로 바라보게 된다. 평범한 골목길 이야기, 오래된 시장의 풍경, 지역의 작은 가게, 주민들의 삶과 추억이 방송 소재가 된다. 거창한 뉴스보다 더 깊은 공감과 지역 정체성을 만들어낸다.

    공동체라디오의 교육은 단순한 기술 전달이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를 중심에 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방송 제작을 배우는 과정 속에서 시민들은 자신의 일상과 경험을 콘텐츠로 바라보게 된다.

    실제로 방송활동가 교육에 참여한 시민들 가운데는 이후 시민PD로 활동하거나 지역 행사와 마을 기록 활동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마이크 앞에 처음 앉던 날의 긴장이, 어느새 지역을 기록하는 힘이 된다.

     

    목소리- 지역을 기록하는 또 하나의 방식

    수원공동체라디오는 단순한 오디오 방송이 아니다. 지역을 기록하는 또 하나의 아카이브 역할을 하고 있다.

    대도시에서는 빠른 개발과 변화 속에서 오래된 마을의 기억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쉽게 사라지곤 한다. 그러나 공동체라디오는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기록으로 남긴다.

    누군가는 동네 오래된 시장 이야기를 전하고, 누군가는 어린 시절 수원의 모습을 기억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현재의 마을 문제와 변화를 이야기한다. 이러한 콘텐츠는 시간이 지나면 지역의 역사 자료이자 공동체 기록으로 남는다.

    특히 수원은 화성과 전통시장, 오래된 주거지와 신도시가 공존하는 도시다. 전통과 현대가 함께 존재하는 만큼 다양한 세대와 문화가 섞여 있다. 공동체라디오는 이러한 수원의 복합적인 모습을 시민의 목소리로 담아낸다.

    지역 예술인과 소상공인들에게도 방송은 중요한 홍보 창구가 된다. 공연 정보와 지역 문화행사, 작은 가게 이야기 등이 방송을 통해 소개되면서 지역경제와 문화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이는 상업 방송에서 쉽게 다루지 않는 지역 밀착형 콘텐츠라는 점에서 공동체라디오만의 가치다.

     

    사람 냄새 나는 방송이 필요하다.

    오늘날 미디어 환경은 거대 플랫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사람들은 전국 단위, 글로벌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소비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 정작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 이야기와 이웃의 목소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공동체라디오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역성과 공공성을 회복하려는 시도라고 볼수 있다.

    수원공동체라디오 역시 시민이 직접 지역 이야기를 만들고 공유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단순한 취미 방송이 아니라 주민 참여 민주주의와 공동체 문화 형성의 과정이기도 하다.

    세대별 의미도 다르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 소외되기 쉬운 시니어 세대에게 공동체라디오는 새로운 소통 공간이 되고 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활용이 익숙하지 않은 세대도 라디오라는 친숙한 매체를 통해 지역사회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에게도 공동체라디오는 중요한 경험이 된다.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콘텐츠로 만들고 사람들과 공유하는 과정은 표현력과 소통 능력을 키워준다.

    무엇보다 공동체라디오는 사람을 중심에 둔 방송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빠르고 자극적인 콘텐츠보다 사람의 일상과 삶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방송이기 때문이다.

     

     

    96.3MHz ‘누구나 함께하는 라디오를 향하여

    수원공동체라디오 SoneFM‘96.3MHz, 누구나 함께하는 라디오를 지향하고 있다.

    이 문장에는 공동체라디오의 철학이 그대로 담겨 있다. 방송은 특정 전문가나 유명인만의 영역이 아니라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공의 공간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수원공동체라디오는 지역 주민들에게 열린 공간이 되고 있다. 시민들은 방송 교육을 받고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지역사회에 전하고 있다.

    또한 공동체라디오는 지역 네트워크 형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마을공동체 활동가와 시민단체, 문화예술인, 소상공인 등이 방송을 통해 연결되며 새로운 협력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앞으로 공동체라디오는 단순한 FM 방송을 넘어 팟캐스트와 유튜브, 온라인 스트리밍 등 다양한 플랫폼과 연계될 가능성도 크다. 지역 기반 콘텐츠가 디지털 플랫폼과 결합하면 더 많은 시민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을공동체 활동가와 시민단체, 문화예술인, 소상공인 등이 방송을 통해 연결되며 새로운 협력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동체라디오가 단순한 기술이나 플랫폼이 아니라 지역 주민이 직접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공감하는 과정 자체가 공동체라디오의 가장 큰 가치라는 것이다.

     

    모두의 목소리를 담아, 연결하는 소리

    수원공동체라디오 SoneFM은 단순한 지역 방송국이 아니다. 시민의 일상과 지역의 이야기를 연결하는 공동체 플랫폼이다.

    특히 시민이 직접 방송 제작에 참여하고, 다양한 세대가 함께 콘텐츠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공동체라디오는 지역사회 소통의 중요한 모델이 되고 있다.

    수원공동체라디오 SoneFM96.3MHz 전파에는 단순한 방송 신호만이 아니라 수원 시민들의 삶과 기억,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사람의 목소리는 여전히 따뜻한 힘을 가진다. 그 목소리가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전파가 닿는곳 마다 공동체는 조금 더 가까워진다.

     

     

    시민이 만드는 방송, 수원공동체라디오 SoneFM
    럭비공

    조회수 293

    2026-05-17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혼자 남겨진 사회, 세대별 사례 탐구를 중심으로 본 현대사회의 외로움 보고서

     

    아무도 몰랐다

    냉장고 안에는 오래된 음식이 있었다. 현관 앞에는 며칠치 우유가 쌓여 있었다. 택배 기사가 초인종을 눌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그렇게 발견됐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고독사라는 단어는 특별한 사건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뉴스와 지역사회 현장에서 흔히 접하는 사회문제가 되었다. 혼자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 연락이 끊긴 뒤 며칠 혹은 몇 달이 지나서야 발견되는 죽음은 이제 특정 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에는 노년층의 문제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청년과 중장년층에서도 고독사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1인가구 증가, 경제적 불안, 인간관계 단절, 디지털 중심 사회 변화는 사람들을 점점 사회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고독사는 단순히 혼자 죽는 현상이 아니다. 살아 있는 동안 관계가 끊어졌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래서 최근에는 고립사라는 표현도 함께 사용된다.

     

    고독사와 고립사,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고독사란 무엇인가,

    고독사는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상태에서 혼자 사망한 뒤 일정 시간이 지나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1인가구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반드시 혼자 사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가족이 있어도 관계가 단절되어 있다면 고독사의 위험은 존재한다.

    고독사의 핵심은 단순한 혼자 죽음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의 부재다. 즉 살아 있는 동안 누구와도 연결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문제로 다뤄진다.

     

    고립사란 무엇인가,

    고립사는 사회적 관계와 교류가 거의 없는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다가 발생하는 죽음을 의미한다. 고독사가 결과 중심의 개념이라면 고립사는 그 과정에 초점을 둔 표현이다.

    직장을 잃고 사람들과의 연락이 끊기며 사회활동이 중단되고, 결국 건강관리와 생활 유지가 어려워지는 과정 자체가 사회적 고립이다.

    즉 고립은 삶의 과정이고, 고독사는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숫자가 말하는 현실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 자료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고독사 위험군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장년 1인가구의 증가 속도가 매우 가파르다. 2023년 기준 국내 1인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약 35%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는 세 가구 중 한 가구 이상이 혼자 사는 시대라는 의미다.

    고독사 사망자는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남성 비율이 높으며 50~60대 중장년층 비중이 가장 크다. 최근에는 경제적 불안정과 취업난 속에서 청년층 고립 문제도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초고령사회가 본격화되면 노년층 고독사는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왜 사람들은 고립되는가

    1) 관계 단절의 시대

    과거에는 동네 공동체와 대가족 문화가 존재했다. 이웃 간 왕래가 있었고 서로의 안부를 자연스럽게 확인했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개인 중심 구조로 변화했다. 아파트 생활은 익명성이 강해졌고, 사람들은 서로의 삶에 개입하지 않는다. 편리함은 늘었지만 관계는 줄어들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인간관계 단절은 더욱 심화됐다.

     

    2) 경제적 불안

    실직과 빈곤 역시 중요한 원인이다. 경제적 어려움은 사람들을 사회관계 밖으로 밀어낸다.

    직장을 잃으면 인간관계도 함께 끊기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 실패에 대한 자존감 하락은 스스로 사회와 거리를 두게 만든다.

    특히 중장년 남성층은 은퇴 이후 관계망이 급격히 줄어드는 특징이 있다.

     

    3) 디지털 사회의 역설

    스마트폰과 SNS는 연결의 도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깊은 외로움을 만들기도 한다.

    온라인에서는 수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지만 정작 실제로 대화할 사람은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노년층은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사회적 소외를 경험하기도 한다.

     

    4) 가족 구조의 변화

    비혼 증가와 이혼, 1인가구 확대 역시 중요한 요인이다.

    예전에는 가족이 최소한의 안전망 역할을 했지만 현재는 가족 내부에서도 관계 단절이 늘어나고 있다.

    연락하지 않는 가족은 존재하지만 실질적인 돌봄 관계는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고독사의 현장 사례(출처.한국장례협회)

     

    사례 1 은퇴 후 혼자가 된 중년 남성

    수도권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6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수개월 전 직장을 잃은 뒤 사람들과 연락을 끊었다. 가족과의 왕래도 거의 없었다.

    주민들은 조용한 사람이었다고 기억했지만 정작 그의 일상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발견 당시 집 안에는 배달 음식 용기와 약봉지가 쌓여 있었다.

     

    사례 2 청년 고립의 그림자

    취업 준비를 하던 20대 청년은 장기간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며 은둔 생활을 이어갔다. 원룸생활을 하였으며, 체납고지서와 이력서, 빈통장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숨진 뒤 2주가 경과한 후에 발견되었다..

    청년 고립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불안과 우울, 사회적 단절이 지속되면 심각한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례 3 혼자 남겨진 노년 여성

    남편 사별 이후 홀로 생활하던 80대 여성은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외출이 줄었다. 동네 복지사의 방문이 끊긴 뒤 점차 사회와 단절됐다.

    이웃들은 가끔 보던 모습이 사라졌지만 크게 신경 쓰지 못했다.

    몇 주 뒤 관리비 연체 문제로 집을 찾은 관계자에 의해 발견됐다. 마지막으로 그의 이름을 부른 사람은 누구였을까..

     

    고독력혼자 견디는 힘이 아니라 연결을 유지하는 힘.

    세 사람의 이야기에서 공통점이 있다. 고립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라 조금씩, 천천히, 아무도 모르게 진행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수 있을까. 최근 심리학과 사회학에서는 고독력이라는 표현이 주목받고 있다. 고독력은 단순히 혼자 견디는 힘이 아니다. 외로움을 건강하게 받아들이고, 혼자 있는 시간을 삶의 균형 속에서 활용하는 능력이다. 현대사회에서 혼자 사는 것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고립되지 않는 것이다.

    혼자 살아도 사회와 연결되어 있고, 자신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세대별 고독력 키우기

    1. 청소년·청년 세대 - 디지털 관계를 넘어 실제 관계 만들기

    청년층은 온라인 소통에 익숙하지만 실제 인간관계 경험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청년 고립은 "혼자 있기 좋아서"가 아니라 "관계를 시작하기 어려워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 모임 참여, 독서모임 및 동호회 활동, 봉사활동 참여, 공동체 프로젝트 경험 등 만나고, 자신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2. 중장년 세대 - 일 외의 관계망 만들기

    중장년층은 직장을 중심으로 인간관계를 형성해온 경우가 많다하지만 은퇴 이후 관계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고립 위험이 커진다따라서 다음과 같은 준비가 필요하다취미 공동체 만들기, 지역 활동 참여, 평생학습 프로그램 참여걷기 모임, 문화모임 참여 등 특히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혼자 버티려는 태도는 오히려 위험을 키울 수 있다.

     

    3. 노년 세대 작은 연결을 꾸준히 유지하기

    노년층은 건강 악화와 이동 제한으로 인해 쉽게 고립된다매일 한 번 전화하기, 경로당 및 복지관 이용, 마을 프로그램 참여라디오와 공동체 활동 참여, 디지털 교육 받기처럼 작은 연결이라도 꾸준히 유지하는 습관이 중요하다노년층에게는 누군가 자신의 안부를 기억하고 있다는 감각이 매우 중요하다.

     

    공동체 회복이 필요한 시대

    고독사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하는 공동체 과제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은 안부 확인 서비스와 AI 돌봄, 반려식물 사업, 주민 관계망 사업 등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결국 사람을 살리는 것은 사람의 관심과 연결이다엘리베이터에서 인사하는 일, 동네 가게에서 안부를 묻는 일, 오랜만에 친구에게 전화하는 작은 행동들이 관계를 이어주는 시작이 된다.

     

    최근 공동체라디오와 마을미디어 활동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의 목소리는 관계를 만든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과정 속에서 사람들은 다시 사회와 연결된다.

    특히 시니어와 1인가구에게 공동체 미디어 활동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삶의 활력과 사회적 관계 회복의 통로가 되기도 한다.

     

    혼자 살아도 혼자 남지 않기 위해

    현대사회에서 외로움은 특별한 감정이 아니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상의 감정이다.

    하지만 외로움이 단절이 되고, 단절이 고립이 되며, 결국 삶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

    고독력을 키운다는 것은 혼자 견디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오히려 자신을 돌보고, 타인과 연결되며,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힘을 기르는 과정이다혼자 살아가는 시대일수록 더 필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작은 연결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연결은 제도가 아니라 잘 지내세요?”라는 짧은 안부 한마디에서 시작될 수 있다.

     

    고독사와 고립사, 그리고 ‘고독력’이라는 새로운 삶의 힘
    럭비공

    조회수 314

    2026-05-17
  • [마을활동도 공익이다 시리즈1]
    “마을에서 일 벌이는 여자, 오현정”
    ᅳ도서관부터 ESG 네트워크까지, 그녀가 만드는 연결의 지도

    “책을 좋아했어요. 술 마시는 대신, 책 읽는 놀이터 하나쯤은 있었으면 했죠.”
    서울살이를 접고 화성으로 내려왔을 때, 그는 낯설고도 허전한 마을에 살기 시작
    했다. 놀이터도, 사람도, 책도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만들기로 했다. 작은 도
    서관 ‘만세도서관’.

    처음엔 ‘내 아이를 위한 공간’을 만들었는데, 정작 아이는 사춘기여서 오지 않았
    다. 대신 동네 아이들이 왔다. 엄마들이 따라왔다. 그렇게 오현정의 마을살이는 시
    작됐다.

    “처음엔 아무도 안 왔어요. 프로그램을 준비해도... 그래서 책을 들고 나갔어요. 상
    인들에게, 주민들에게, 길 위의 사람들에게.”
    에코백 하나로 시작한 책배달은 책수레가 되었고, 이웃과의 대화가 되었고, 결국
    엔 마을의 얼굴을 바꾸는 손길이 되었다. 벽화도 그렸다. 각국의 국기를 함께 그
    리고, 쓰레기가 넘치던 길목에 맥문동을 심었다. “남의 나라 국기 아래엔 쓰레기
    를 못 버릴 테니까요.” 농담 같지만, 깊은 배려가 깃든 전략이었다. 그렇게 쌓인 이야기는 마을을 바꾸고, 활동가들을 모았고, 네트워크가 되었다. 오
    현정은 화성 마을만들기네트워크의 사무국장을 거쳐 운영위원장을 지냈고, 지금은
    경기도 마을만들기네트워크의 상임대표로 활동 중이다.

    “어떤 정권이 바뀌었고, 갑자기 마을공동체센터를 직영하겠다고 했어요. 그때 우
    리 활동가들이 직접 시장실에 들어가 담판을 지었죠. 성명서에 주민들의 이름을
    담아.”
    시민이 행정을 견인한 순간이었다.

    그녀는 공모사업을 ‘포기’한 적도 있다. “사업비를 위해 하려던 일을 거꾸로 맞추
    고 있는 나를 보게 되면, 우리는 방향을 잃어요. 그래서 기꺼이 포기했어요. 우리
    가 갑이에요. 활동가들이요.”
    그 말에선 단호함과 자유가 동시에 들렸다. 화성은 도농복합 도시다. 아파트 단지의 촘촘한 네트워크와 농촌의 오랜 단연차들

    이 교차한다. 그는 이 복합성 안에서 마을마다의 고유한 결을 존중하며, 소외되지
    않도록 손을 뻗는다. 그리고 지금, 그는 ESG 시민네트워크를 구상하고 있다. 행정과 기업, 시민사회가
    함께 테이블에 앉는 구조다. “기업의 사회공헌과 시민단체의 실천이 연결되면, 활
    동가에게도 인건비가 생기고, 시민기금도 자라나요. 우리가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있어요.”

    오현정의 활동엔 늘 ‘사람’이 있다. 상처도, 회복도, 시작도, 모두 사람에서 온다. 유방암 수술 이후, 활동을 쉬었을 때도 “동료들이 매일 집에 와서 밥을 먹여줬어
    요. 그 덕에 금방 나았죠.”
    번아웃이 오기도 한다.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곁에서 “같이 하자”고 말해주는 동
    료가 있어 다시 일어난다. 마을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그는 말한다. “회의할 땐 다들 고래고래 소리 지르지만, 끝나면 ‘밥 먹자’고 해요. 그게 마을이
    에요.”
    갈등을 모른 척하지 않고, 회의실에서 풀고, 안 되면 내려놓는다. “우리가 돈 벌려고 하는 일 아니잖아요. 안 하면 그만이죠.”

    그가 꿈꾸는 건, 서로 돌보는 마을. “셰어하우스요. 각자 방은 있지만, 공유 부엌에서 함께 밥 먹고, 안 오면 ‘왜 안
    와?’ 하고 연락해주는. 그런 곳을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평생교육협동조합도 준비 중이다. 나이와 경력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배

    4

    움으로 성취를 느끼게 하는 곳. “시니어가 아이들을 돌보고, 아이들이 마을을 배
    우는 곳.”

    작은 도서관에서 시작해, 평생교육대상 수상자이자 마을정책 기획자까지. 하지만 그는 말한다. “처음엔, 그냥 내가 놀 수 있는 공간이었어요. 고민은 안 해도 돼요. 그냥 시작하
    면 돼요. 실패하면 포기해도 돼요. 그걸로 충분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친 활동가들에게 말한다. “쉬어도 돼요. 마을은 혼자 지키는 게 아니에요. 내가 없어도 누군가는 지켜줄 거
    예요. 이미 만들어놓았으니까, 그걸로 충분해요.”

    마을에서 일 벌이는 여자, 오현정
    나미

    조회수 107

    2025-07-31
<< 1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