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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션 2 공익활동의 지속가능성 수다회
    : 비영리(공익) 활동과 조직운영 활동의 변화, 세대의 전환
     
     
    사회 이인신(수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패널 허밍슈(국립대만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최승환(청년플로우 위원)
    김재순(유스보이스 대표)
    김별(다산인권센터 자원활동가)
    이광호(펭귄의 날갯짓 공동대표)
     
     
     
    2025 공익활동 페스타 세계시민대회, 세션 2의 주제는 공익활동의 지속가능성입니다. 이인신 수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의 사회로, 오전 행사 기조강연자였던 국립 대만대학교 허밍슈 교수와 4명의 공익활동가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공익 활동을 하며 현장에서 경험한 활동의 부침과 의미를 되짚어보았는데요. 공익활동을 계속 이어나갈 방법을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간략한 단체 소개로 시작한 두 번째 세션 이야기의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세션 2 공익활동의 지속가능성 수다회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 각자의 활동을 소개해 주세요.
     
    김재순(유스보이스 대표): 학교 밖 청소년을 잇고 나답게 성장하는 청소년 단체 ‘유스보이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별(다산인권센터 자원활동가): 수원 지역 2030 여성 청년 커뮤니티인 ‘허밍버드클럽’을 기획,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광호(펭귄의 날갯짓 공동대표): 정신질환과 고립, 은둔 당사자 청년들과 동행하는 단체로, 수원에서 동료 지원 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승환(청년플로우 위원):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청년 활동가 네트워크 ‘청년플로우’ 2기 위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 단체 활동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얘기해 주시겠어요?
     
    김재순: 2002년 다음 세대 재단이라는 재단 법인의 청소년 사업이 있었는데 그때 제가 청소년이었어요. 제 청소년기에 아주 큰 울림을 준 활동이라 청년 활동가로도 계속 활동하다가 어느 날 '유스보이스'를 담당하는 직원이 되었습니다. 2020년도에 좀 더 제가 하고 싶은 활동에 집중하는 지금의 유스보이스를 분사 형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별: 다산인권센터 자원봉사 활동을 하다 자연스럽게 커뮤니티를 운영하게 되었어요. 계엄령과 탄핵 광장 이후에 주목받았던 2030 여성 청년들의 목소리가 응원봉 불빛에 국한되어 끝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우리 일상과 연결 지을 수 있을까 고민을 바탕으로 시작한 커뮤니티가 허밍버드클럽이고, 연애, 노동, 주거, 상담 4개 주제를 정해 수다회와 강연을 열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이광호 활동가, 김별 활동가, 김재순 활동가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이광호: 저희는 정신 질환과 고립을 경험했던 당사자 청년들이 모여 있는 단체입니다. 우리가 더 이상 돌봄의 주체 혹은 서비스 받는 대상으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우리도 똑같은 시민으로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혹은 돌봄을 주고받는 존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추석 때 가족들이랑 있는 걸 힘들어하거나 혹은 다들 친구들이랑 놀러 가는 데 나만 혼자인 것 같은 박탈감을 느낄 때가 있거든요. 저희 쉼터에 와서 명절 음식도 먹고 간단하게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왼쪽부터 허밍슈 교수, 최승환 활동가, 이광호 활동가, 김별 활동가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최승환: 청년 플로우는 경기도 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청년들의 정책 의견을 듣고 정책의 과정에 반영하기 위한 작은 위원회이고요, 16명이 참여하고 있고, 최근에는 오늘 자리와 비슷한 공익활동의 지속 가능성에 관한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 단체 안에서 세대 간 소통에 어려움이 있나요? 어떻게 해결하나요?
     
    최승환: 제가 신입 활동가일 때 저랑 제 사수는 15년 이상 활동에 차이가 있었어요. 보도 자료 하나 써봐 이러는데 보도 자료가 일단 뭔지도 모르겠는 거예요. 그 소통이 그 간극이 너무 큰 거죠. 그분은 저한테 어디까지 알려줘야 되지?라는 생각을 하는 거고 저는 내가 어디서부터 물어봐야 하는 거지?라는 그 간극이 너무 컸던 경험이 있습니다.
     
    김별: 세대 간 소통의 어려움보다 2030 여성과 청년을 시민사회에서도 이럴 것이라는 약간 도상으로 여기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김재순: 저는 젊은 분들과 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어쨌든 비영리 단체로서 사실 많은 급여를 줄 수 없는 거는 대부분 알잖아요. 그럼에도 이곳에서 일하는 이유는 어쨌든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인정이 저는 너무 중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요즘에는 어떤 일을 했을 때 그 일을 왜 잘했는지 또 어떤 성과를 냈는지를 운영하는 담당자나 대표가 알아주고 인정해 주는 자리가 굉장히 중요하더라고요.
     
    이광호: 일단 저희 조직은 다 20~30대거든요. 이게 장점이면서 단점인데 어느 정도 수평적인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희는 수평어를 원래 사용했었어요. 이게 서로에 대한 존중이 기반으로 돼야 하는데 이게 처음부터 이 조직에 있던 사람들은 이걸 이해하고 있는데, 중간에 들어오는 사람은 이걸 반말로 인식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야기하다 보면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이게 굉장히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은 수평어를 사용하지 않아요. 그리고 또 다른 문제의식은 공익 활동 자체의 중간 소통 구조가 없지 않나 하는 건데요. 저희만 그런 건가 싶고, 직업으로 이 활동을 하는 분들과 자원활동으로 하는 분들 사이 생각의 갭도 상당히 커서 이 부분도 소통이 필요한 것 같아요.
     
     
    ● 허밍슈 교수님께 질문드립니다. 선배들 세대는 사실은 활동에서 자원봉사의 개념이 컸어요. 권위주의 정권이랑 싸우기 위해서 나의 일상은 당연히 버리고 활동하는 돈도 받지 않고요. 근데 민주화가 진행되었고 이제 공익활동이 하나의 직업이 되었거든요. 여기로 취업하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고 여기에서 오는 혼란도 있습니다. 혹시 대만은 상황이 어떤지요?
     
    허밍슈: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한국 사회가 대만보다 선후배 관계에 있어서 더 혼란스럽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대만에도 이러한 세대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젊은 사람들이 제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익단체가 의사 결정을 민주적으로 하고 젊은 세대의 기여를 무시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대격차를 해소해야 공익활동도 생존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단체마다 조직의 의사 결정 구조를 평가하는 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재순: 저희는 프로젝트 매니저분들이 다 계세요. 프로젝트마다 담당자가 따로 있어서 의사결정 구조는 충분히 여러 토의나 회고를 해서 진행하고요. 그래서 저희 동료들은 의사결정 부분은 많이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최승환: 5인 이하 사업장에서 조직 문화 점검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저히 모르겠었었어요. 그리고 선배도 모르고 나도 모르고 아무도 모르더라고요. 그래서 조직 문화 점검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다는 결론이었어요. 하지만 지리산 이음이라는 단체는 3명인데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조직 문화 점검이 유의미한 결과를 낳는다고 해서 작은 단체는 조직 문화 점검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입니다.
     
    이광호: 조직 문화에 대해 점검하는 것도 노동입니다. 그렇죠. 이게 가장 큰 문제인데요. 저는 너무나 고민인데 아까 말씀드린 직업으로서의 활동가로 살고 있는 분들에게 이런 것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그리고 너무나 제한적인 자원이 우리에게 있는데 그 자원 안에서 이것들에 기여한 것들을 어떻게 보상을 만들 것인가도 고민입니다.
     
    허밍슈: 공익활동이라는 단어를 여기서 처음 들었습니다. 대만에서는 시민사회 NGO나 에드보커시라는 단어를 씁니다. 대만의 NGO도 소규모고 보수도 적습니다. 안정적인 펀딩이 중요하다고 보고요. 이 길을 선택한 젊은이들의 희생은 막아야 합니다. 사회적 기업을 통해 기금을 조성하는 실험이 공익 활동을 활성화하는데 기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안정적인 재원을 바탕으로 더 전문성을 갖춘 활동을 한다면 대중으로부터 존중받을 것이고 공익 활동 영역도 자격과 권한이 더 커지리라 기대합니다.
     
    김별: 지금 이 세션에서 되게 중요한 키워드 두 개가 지속 가능성과 세대 전환이었는데 사실 지속 가능성과 세대 전환을 원하는 이유 그리고 이걸 중요한 가치로 삼는 이유가 이 활동이 지속되기 위해서고 그러기 위해서 조금 더 새로운 얼굴들을 만나고 싶다고 저는 해석을 했거든요. 근데 우리가 만나길 바라는 2030에게는 조직과 단체라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선이고 벽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새로운 얼굴을 만나기 위해 준비되지는 못한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려 봅니다.
     
     
    ● 시민사회단체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활동가로 키워낼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고민을 요즘은 좀 하고 있거든요.
     
    이광호: 저는 사실 벌어놨던 돈을 쓰면서 그냥 거의 자원봉사 활동을 했는데 보통 사람들이 자기의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면서 이 활동판의 언어를 익혀가면서 활동을 할 수 없을 것 같거든요. 우리는 다른 언어를 쓰고 있고요. 통역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 판에 들어오면요. 그게 익숙해지는 것 같아요.
     
     
    ● 홍보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데요. 홍보할 때 신경 쓰는 지점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김재순: 예전에 했던 방식의 공익 활동보다는 요즘 청년들이 저 활동이 되게 참신하고 재밌다 즐겁다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고 느낄 수 있게끔 홍보합니다. 10대나 20대 분들이 가장 많이 보는 게 인스타그램이더라고요. 템플릿 만들어서 나름 좀 예쁘게 올리고 네이밍 같은 경우도 그냥 지원 사업 이렇게 올리는 게 아니라 요즘 분들이 궁금해할 만한 정도로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최승환: 대상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20대에서 40대까지는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그에 맞는 포스터를 만들고, 전 시민을 대상으로는 하는 건 욕심이 아닌가 합니다.
     
    박별: 홍보 자체도 고민이지만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해요. 연애, 노동, 주거 이런 것들을 이야기한다고 했을 때, 노동이나 주거 이런 단어들에 대해서 오는 어떤 편견 같은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이게 굉장히 허밍버드 클럽이 좀 오픈되어 있다고 느끼지만, 막상 이렇게 활동을 하지 않는 분들에게는 인권 센터에서 하니까 뭔가 딱딱한 걸까 편견을 가지는 분들이 좀 계시더라고요.
     
    이광훈: 저희 홍보의 기준은 재미입니다. 우리가 봤을 때 재미없으면 홍보안을 다 고쳐야 합니다. 근데 요즘에는 점점 더 정형화되고 있긴 합니다. 인스타에 아무래도 청년분들이 가장 많다고 느껴서 주로 인스타에 홍보합니다.
     
     
     
    플로어 토론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 대만에서는 각 단체가 안정적인 재정 확보를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허밍슈: 대만도 안정적인 재정 확보는 되고 있지 않습니다.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NGO나 다른 커리어를 갖고 일을 하면서 공익 프로젝트를 만들어 크라우드 펀딩을 받기도 합니다. 이건 상업적인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NGO는 대만에도 없습니다.
     
     
    ● 시민단체가 새로운 공익 활동가를 맞기 위해서 어떤 조직 문화와 고민이 함께 되어야 할지 듣고 싶습니다.
     
    김별: 활동가가 학생 운동을 거쳐서 노동 운동을 거쳐서 너무 자연스럽게 투입되는 이런 스타일은 이제 조금 올드 스쿨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일을 시작할 때 예전처럼 뭔가 이 조직에 충성해야 하고 어떤 운동이 내 하나의 삶과 일치시키는 거는 요즘 2030에게는 통하지 않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허밍슈 교수님께 궁금한 점인데요. 대만은 최근에는 일상에서 어떤 공익활동을 하고 있나요?
     
    허밍슈: 대만도 시민운동에 관심을 가졌던 시대가 지나 열의가 식었습니다. 2014년 대만의 해바라기 운동1) 이후 시민운동은 제도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사회적 기업을 만들거나, 시골 서점이나 지역 신문을 운영하거나, 다른 커리어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사회활동과 연계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어요. 지금은 전반적으로 사회복지 아웃소싱 영역에서 서비스 제공 위주의 활동이 많습니다.
     
     
    세션2 단체사진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 마지막으로 오늘 참여한 소감을 나눠주세요.
     
    최승환: 공익활동의 지속가능성, 이런 얘기를 되게 mpo 지원센터부터 오랫동안 얘기를 해왔고 조금 조금씩 변화를 느끼고 있습니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광훈: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연대와 환대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너무 각자 살기가 너무 바쁘고 각자 눈앞의 이익이나 자본에 대한 것들을 축적하는 것들이 너무 중요한 가치가 돼버렸는데 그거에 투쟁해야 하는 것 같아요.
     
    김별: 우리가 지속할 수 있고 세대 전환을 정말 원한다면 지금 어딘가에 떠돌고 있을 어떤 단체에 가입하지 않아서 또는 조직 안에 없어서 그렇게 발화하지 못한 채 떠도는 말과 얼굴을 떠올려 본다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저와 같은 사람이 또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요?
     
    김재순: 최소한 유스 보이스라는 곳에서 일할 때만큼은, 더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을 정도의 급여나 나름의 문화와 복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기업하고 파트너십을 할 때 비용을 당당하게 제시도 하기도 합니다. 공익 활동을 할 때 돈에 대한 부분들도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그런 사회나 문화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젊은 청년분들이 더 일하고 싶어 하고 더 가치 있게 활동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허밍슈: 대만에서는 NGO 패널 토론은 이렇게 흥미롭지 않습니다. 창의적인 의견 교환이 인상적입니다. 공익 활동의 생명성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고요. 한국 공익활동의 미래를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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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만 해바라기 운동은 2014318일부터 410일까지 23일 동안 대만의 대학생과 사회운동세력이 대만의 국회인 입법원을 점령한 사건으로, 졸속처리한 양안서비스무역협정에 대해 항의 활동을 벌였다.
     
     

     

     

    [현장스케치] 2025 공익활동 페스타 주제세션2: 공익활동의 지속가능성 수다회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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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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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수·행복·건강·평안이 깃든 곳
    시흥 미얀마 법당에서 피어난 마음의 공동체
    
    
    -. 작가 노트
     
    시흥의 한 건물 5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미얀마어로 벽에 붙은 문장 하나가 내 발을 멈추게 했다. "장수·행복·건강·평안이 깃든 곳." 내전과 군부, 불안정한 체류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만들어낸 이들의 공동체는 종교를 넘어선 연대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방인들이 스스로 세운 이 법당에서, 나는 '공동체'의 새로운 얼굴을 보았다. 국경을 넘어선 마음의 안식처, 그곳에서 들려온 이야기를 기록한다.
     
     
    1. 다섯 층 위, 새로운 고향이 피어나다.
     
    시흥시 정왕대로 233번길 32. 국민체육센터 맞은편 다섯 층짜리 건물. 겉으로 보면 평범한 상가 건물이지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 오르는 순간 공기가 달라진다. 복도엔 시큼한 땀 냄새와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감돈다. 법당 입구엔 신발들이 빽빽하게 놓여 있었다. 작은 슬리퍼, 해진 운동화, 먼지 묻은 작업화. 그 신발마다 한 사람의 하루가, 삶의 무게가 묻어 있었다.
     
     
     
    시흥시 정왕동에 위치한 미얀마 법당 / 사진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안으로 들어서니 황금빛 부처님이 중심에 앉아 계셨다. 그 앞에는 네 분의 스님이, 그 주위로 미얀마 사람들이 빙 둘러앉아 있었다. 오늘은 시흥 미얀마 법당의 낙성식. 이곳은 단순한 법당이 아니었다. 타지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이 모여 세운 하나의 집이었다.
     
     
     
    시흥시 정왕동에 위치한 미얀마 법당 내부(왼), 네 분의 스님(오). / 사진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미얀마는 인구의 85% 이상이 불교를 믿는 나라다. 절은 그들에게 단순한 신앙의 장소가 아니라 삶의 중심이자 공동체의 심장이다. 시흥과 안산에는 약 500명 이상의 미얀마 노동자와 이주민이 산다. 그들이 조금씩 모은 돈으로, 그들의 손길로, 그들의 기도로 세워진 이 법당은 이방의 땅 위에서 피어난 또 하나의 연꽃이었다.
     
     
    2. 300개의 마음이 모여 세운 집
     
    "작년 여름에 기획한 일이 오늘 이루어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어요."
     
    인눼소 선생님이 보여준 기부 명단에는 300명의 이름이 빼곡했다. 한국 각지에서 일하는 미얀마 사람들이 조금씩 모은 돈, 3,300만 원. 그 돈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다. 300명의 손, 300명의 월급, 300명의 간절한 마음이었다.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한 달에 몇만 원씩, 농촌에서 일하는 이들은 팁을 조금씩 모았다. 어떤 이는 고향에 보낼 돈을 아꼈고, 어떤 이는 명절 보너스를 통째로 내놓았다. 그렇게 모인 마음들이 벽돌이 되고, 창문이 되고, 부처님을 모시는 법당이 되었다.
    
     
    미얀마 법당 건립을 위한 미얀마 신도 300명의 기부자 명단 게시판 / 사진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예불이 시작되었다. 낯선 리듬의 염불이 공기를 흔들며 법당 안을 채웠다. 나는 언어를 알지 못했지만, 소리 자체가 기도였다. 그때 스님이 설법 중 나를 향해 바라보며 천천히, 한국어로 말했다.
     
    "첫째, 세상 마지막 날에 우리가 가져갈 것은 무엇입니까?"
    "둘째, 선하게 살아야 선한 것이 옵니다."
    "셋째, 날마다 선행을 쌓으며 기도해야 합니다."
     
    낯선 나라의 스님이 내 모국어로 건넨 세 문장. 그 짧은 순간, 마음 한켠이 뜨겁게 흔들렸다. 이곳이 단지 미얀마 사람들만의 법당이 아니라, 서로의 언어로 마음을 건네는 자리임을 알았다.
     
    예불이 끝날 즈음, 항아리에서 사탕이 흩뿌려졌다. 아이들이 웃고, 어른들이 손을 내밀었다. 사탕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축복 같았다. 그 단순한 장면에 나는 문득 울컥했다.
     
     
     
    예불이 진행되고 있다.(왼), 항아리에서 사탕을 뿌리는 모습(오) / 사진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3. 돌아갈 수 없는 고향, 머물 수 없는 타향
     
    예불이 끝난 뒤, 나는 두 사람을 만났다. 탄진과 줄라이. 탄진은 서른한 살의 미얀마 노동자다. 한국 생활 6년째, 지난해 고향으로 돌아가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예식이 끝나자마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여유 있게 사진 한 장 찍을 시간도 없었어요. 예식장 문밖 거리에 군인들이 있었으니까요."
     
    내전 중인 미얀마에서는 젊은 남자가 거리로 나서다 군대에 끌려갈 수도 있다. 그의 말에는 두려움보다도, 살아남기 위해 떠나야 했던 아픔과 무게가 실려 있었다. 무술을 좋아하는 그는 일하는 틈틈이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
     
    "언젠가 미얀마로 돌아가 태권도 학원을 차리고 싶어요."
     
    그의 눈빛엔 꿈이 있었다. 하지만 그 꿈이 언제 이루어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줄라이는 한국어 통역사 출신의 결혼 이주민이다. 미얀마에서 통역을 하다 만난 남편과 함께 시흥에서 살며 아이를 키운다.
     
    "아이가 내년이면 초등학교 들어가요. 아이를 보면…, 부모님이 그리워요. 제가 외동딸이라서요."
     
    그녀의 미소는 조용했지만, 그 안에는 긴 그리움의 강이 흘렀다.
     
     
    줄라이(왼)와 탄진(오) / 사진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4. 2.7%의 벽 -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
     
    내전이 길어지며 미얀마를 떠난 사람들은 세계 곳곳으로 흩어졌다. 한국에도 수천 명의 미얀마 난민이 있다. 하지만 그들이 난민으로 인정받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다.
     
    1994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의 난민 신청은 12만 2천 건. 그러나 난민으로 인정된 비율은 2.7%. 백 명 중 두세 명에 불과하다. 심사 기간은 평균 4년. 그 긴 시간 동안, 많은 이들이 불안정한 신분으로 공장과 농촌, 건설 현장에서 하루를 버틴다.
     
    "내전 초기에 반대 시위를 했던 사람들은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미얀마에 갈 수 없어요. 그래서 한국에 미얀마 난민들이 많아요. 하지만 난민 신청이 어려워서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죠. 약속된 기간은 끝나가고, 그렇다고 고국으로 돌아가기에는 위험하고…, 진퇴양난이에요."
     
    줄라이의 말이 가슴에 박혔다. 돌아갈 수도 없고, 머물 수도 없는 사람들. 그들에게 시흥의 이 법당은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법당의 스님이 말했다.
     
    "여기는 기도하는 곳이자, 회복하는 곳입니다. 숙소가 없는 분들에게는 잠자리도 되어주지요. 미얀마 사람들에게는 절은 마음의 고향이에요."
     
    그 말은 단순한 종교적 언어가 아니었다. 이곳은 서로의 상처를 감싸주는 마음의 집이었다. 그 말속에는 신앙보다 더 깊은 인간의 사랑이 있었다.
    
     
    스님과 미얀마 사람들 / 사진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5. 지역을 넘어, 마음의 공동체로
     
    밖으로 나서며 다시 엘리베이터 안 5층 버튼 옆 문장을 바라보았다.
     
    "장수, 행복, 건강, 평안이 깃든 곳."
     
    그것은 단지 스티커가 아니었다. 이 땅의 이주민들이 자신들의 삶으로 새겨 넣은 존재의 문장이었다.
     
     
     
    법당 건물 엘리베이터 5층 버튼 스티커(왼), 예불을 마친 뒤 함께 식사하는 미얀마 사람들의 모습(오). / 사진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한국에서 '공동체'는 여전히 지역 단위로 정의된다. 같은 동네, 같은 학교, 같은 아파트 단지. 하지만 이 작은 법당은 그 경계를 넘는다. 언어도, 국적도, 종교도 다르지만, 이곳에서는 서로의 안녕을 빌고, 함께 기도하며, 함께 살아간다.
     
    진정한 공동체는 이제 더 이상 같은 동네, 같은 국적의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타인의 고통에 귀 기울이는 마음, 이방인을 환대하는 감수성, 그리고 국경을 넘어선 연대의 온기로 이루어진다.
     
    법당 문 앞에 놓인 여러 켤레의 신발을 다시 보았다. 작은 슬리퍼, 해진 운동화, 먼지 묻은 작업화. 그 신발들이 이제는 단순한 신발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로 보였다.
     
    하늘은 비 온 뒤의 햇살로 정왕동 거리를 환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 빛 속에서 나는 문득, 새로운 공동체의 얼굴을 보았다. 탄진의 바람이 시흥의 하늘 아래 오래 머물기를, 줄라이의 그리움이 언젠가 고향의 하늘에 닿기를 빌었다.
     
    "모두가 평안하기를. 모두가 행복하기를."
     
    그 소리는 멀리서 흘러온 염불 같기도, 가만히 내 마음속에서 울리는 기도 같기도 했다.
     
     
    2025년 10월, 시흥 정왕동의 한 법당에서 윤작가 에디터(가장 왼쪽) / 사진 출처: 에디터
    
     

     
     
     
    시흥 미얀마 법당에서 피어난 마음의 "공동체행기"
    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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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0-10
  • 학교급식의 끝은 어디인가? 2003년, 아이 3살 때 시작한 학교급식운동을

    아직도 끝내지 못하고 있는 원로 먹거리 활동가, 박미진(경기먹거리연대 공동대표)

     

    추석의 풍성한 밥상, 우리 아이들의 급식에도 이어져야 합니다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다가오면, 우리는 자연스레 풍성한 밥상을 떠올립니다. 햅쌀로 빚은 송편, 달콤한 햇과일, 정성스럽게 장만한 나물과 전, 그리고 온 가족이 함께 나누는 따뜻한 웃음소리까지... 한 자리에 모인 가족과 함께 나누는 추석 밥상은 단순한 음식의 나열이 아니라, 오랜 세월 이어져온 건강과 사랑의 상징이자 세대를 잇는 약속입니다.

     

    특히 먹거리에는 단순한 포만감을 넘어 삶의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좋은 재료를 정성스럽게 준비해 나누는 밥상은 곧 공동체 정신을 확인하는 자리입니다. 우리는 그 밥상에서 건강하게 살아가라’, ‘함께 어울려 살아가라는 조상의 뜻을 전해 받습니다. 추석 밥상에 담긴 풍성함은 단순한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생명과 안전, 그리고 미래를 향한 배려의 표현입니다.

     

    이러한 먹거리의 가치는 학교급식에도 고스란히 이어져야 합니다. 하루 세 끼 중 최소 한 끼 이상을 책임지는 학교급식은 단순히 아이들의 배를 채우는 제도가 아닙니다. 급식은 곧 교육이며,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는 방패이자 지역사회와 농업을 연결하는 다리입니다.

     

    친환경무상급식은 민··정이 함께 20여 년간 쌓아온 경기도의 성과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친환경 무상급식을 도입하고 확산시켰습니다. 2004년 경기도 최초 주민발의로 학교급식지원조례를 제정하고 20여 년간 친환경 무상급식을 선도하며 전국적 모범이 되어 왔습니다. 이는 학부모, 시민사회단체, 생산자, 그리고 지자체와 교육청이 함께 만들어온 협치의 결실이었습니다.

     

    친환경·무상급식은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아이들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고, 지역 농민의 친환경 농업을 지지하며, 먹거리의 공공성을 지켜내는 사회적 약속이었습니다.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친환경 농산물은 농민에게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했고, 학부모에게는 아이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신뢰를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건강한 먹거리가 무엇인지 배우며 자라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기도교육청은 단순한 행정기관이 아니라 협치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제도를 만들고 보완하며 오늘의 성과를 일궈낸 것입니다. 경기도의 사례는 전국으로 확산되었고, 지금은 국가 정책으로도 자리 잡았습니다.

     

    2024년 경기도 학교급식지원조례 주민발의 청구인 접수 기자회견

     

    흔들리는 아이들의 밥상, 왜 다시 과거로 돌아가려 하는가?

    그런데, ‘학교급식은 갑자기 왜? 친환경무상급식 언제적 일인데...’ 하는 분들도 계실 테지만 최근 경기도에서 친환경무상급식을 지키기 위해 학부모들이 다시 거리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유는 지난 724일 경기도교육청이 발송한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방식 개선 지침때문입니다. 방학을 앞두고 갑자기 내린 이 지침의 핵심은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시 품질보다는 가격을 중심으로 한 경쟁입찰 확대입니다. 이는 지난 20년간 만들어 온 친환경무상급식의 성과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투명성과 효율성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가격 중심의 저가 경쟁을 유도하는 구조입니다. 저가 입찰은 필연적으로 식재료의 질을 떨어뜨립니다. 지금까지 지켜온 안전성·친환경성·공공성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대형 유통업체난 수입농산물이 학교 급식 시장을 잠식할 우려가 큽니다. 결국 아이들의 건강이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학교급식을 통해 유지되던 지역 농산물과 친환경 농업 생산 기반도 약화 될 가능성이 커져서 지속가능성이 후퇴될 것입니다.

    참고

     

    현장의 목소리는 분명합니다.

    영양선생님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급식은 단순히 가격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 몸에 들어가는 음식인데, 질 좋은 식재료를 고르는 것이 가장 우선이지요. 저가 경쟁은 결국 우리 아이들에게 값싼 식재료를 먹게 할 겁니다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호소합니다. “학교급식이 비용 절감 대상이 된다면, 우리 아이들의 밥상은 누가 지켜 줍니까?”

     

    지역 생산자들 또한 깊은 우려를 드러내며 고통스러워 합니다 학교급식이 있어야 농민들이 친환경 농사를 이어갈수 있습니. 그런데 이번 교육청 지침이 시행되면 안정적인 판로가 무너지고 더 이상 친환경 농업을 이어가기 어렵습니다. 결국 농민도 아이들도 다 피해를 보게 됩니다

     

    현장의 목소리는 분명합니다. 학교급식은 단순히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의 건강과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지켜내는 공공정책이라는 것입니다.

     

    추석 밥상과 학교급식의 교훈

    추석 명절, 우리가 차리는 밥상을 떠올려 봅니다. 만약 우리의 명절 밥상이 값싼 수입쌀 송편, 제철도 아닌 장거리 운송된 수입 과일,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채소로 채워진다면 그 밥상을 과연 진정한 풍성함이라 할 수 있을까요?

     

    추석의 의미는 값싼 먹거리의 양적 풍성함이 아니라 정성으로 지켜온 건강한 밥상에 있습니다. 학교 급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의 급식은 예산 효율성으로만 따질 수 없는, 미래 세대를 위한 약속입니다. 때문에 비용 절감이 아니라, 학생 건강과 먹거리 안전, 지역 농업과 환경 보전이라는 가치를 중심에 두어야 합니다.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는 지침은 단순히 조달방식을 바꾸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아이들의 식탁을 값싼 경쟁의 장으로 내몰고, 지난 20년간 우리 사회가 힘들게 일궈온 공공성과 협치의 성과를 무너뜨리는 결정입니다.

     

    친환경무상급식 지키기! 10만 서명운동에 함께 해 주세요

    지난 724일 경기도교육청 공문 시행 이후 725일에 경기먹거리연대 활동가 워크숍에서 상황을 공유하고 경기지역 주요시민사회단체와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지난 85일에는 59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학생 먹거리 안전 위협, 친환경 급식 공공성 훼손하는 경기도교육청 식재료 저가 경쟁입찰 체제 도입 저지 시민사회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하였습니다.

     

    그동안 경기도의회 의장을 비롯한 교육기획위원회, 농정해양위원회 위원을 비롯한 수 많은 도의원들과 면담을 통해 도교육청 구매방식 개선 지침 문제점을 지적하였고, 87일 도교육청 규탄 기자회견 및 김동연 경기도지사 면담, 이후 813일에는 도지사와 함께 친환경농산물 생산-소비 소통프로그램 현장 방문도 진행했습니다.

     

    87일 도교육청 규탄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도중에 도교육청 임태희 교육감은 지침 보류를 발표했으나, 이후 공대위 공식 면담 요구와 지침 완전 철회 요구에는 묵묵부답입니다. 때문에 821일 도교육청앞에서 1,300여명이 모여 대규모 도민대회를 개최하였으며 917일 기자회견을 통해 10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1031일까지 학교급식 식재료 저가 경쟁 부추기는 경기도교육청 지침 완전 철회, 친환경무상학교급식 안정적 운영을 위한 10만인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11월 서명 결과를 모아 경기도교육청과 관계기관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친환경무상급식을 지키는 작은 실천, 10만 서명운동에 함께 해 주세요

    8월 21일 도교육청규탄 도민대회

    8월 7일 경기도지사 면담

     

    풍성한 명절 밥상의 행복을 학교급식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다가오는 추석, 우리는 다시 묻습니다. “아이들의 밥상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 풍성한 명절 밥상에서 느끼는 행복이 아이들의 학교급식에도 이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미래 세대이자 우리 사회의 희망입니다. 그들의 밥상이 곧 우리의 내일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번 지침을 완전히 철회해야 합니다. 급식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아이들의 성장과 배움을 위한 조건입니다. 때문에 단순히 절차적 효율성이나 예산 절감이 아니라, 학생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에 두어야 합니다. 교육청이 진정으로 교육기관이라면, 아이들의 성장과 배움을 위한 조건을 지켜내는 것이 우선입니다.

    9월 7일 10만인 서명운동 선포 기자회견

     

    올 추석, 우리 밥상에 차려지는 풍성한 먹거리처럼, 아이들의 급식에도 건강과 안전, 그리고 지속가능한 미래가 담기기를 소망합니다. 안전하고 건강한 밥상을 지키는 일은 곧 공동체를 지키는 일입니다. 경기도교육청이 이 교훈을 다시 새겨, 학생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미래 세대와의 약속을 지켜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켜내는 길에, 우리 모두가 함께하길 바랍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모두에게 희망과 웃음이 가득한, 보름달처럼 풍성한 한가위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함께해요] 경기도교육청 지침 완전 철회, 친환경학교무상급식 안정적 운영을 위한 10만인 서명운동

    https://answer.moaform.com/answers/WaLp2Q

    *경기도민이 아니어도 누구나 서명 참여할 수 있습니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앞장서 친환경무상급식을 추진해왔고, 이는 학생과 학부모•농민•지역사회가 함께 일궈온 소중한 성과입니다. 

    모두의 노력으로 발전 시켜온 친환경학교무상급식의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을 무너뜨리는 경기도교육청의 독단적 결정이 완전 철회되고,

    학생들의 안전한 밥상이 공고히 지켜질 수 있도록 함께 촉구해주세요.

     

    ▶️10만 서명용지 전달: 11월. 경기도교육청,경기도청,경기도의회에 공개 전달

    ▶️서명운동 후속: 11월. 2026년 친환경학교무상급식 안정적 운영 방안 공개토론회

     

     
    [기획] 친환경 무상급식, 함께 지켜요!!
    경기먹거리연대 박미진 공동대표

    조회수 459

    2025-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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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션별 토론 '세션1' <공익활동 기록, '재미'와 '의미' 모두 잡을 수 있을까?>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저는 최근 2024년의 연말을 맞이하면서 매우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왔는데요. 바로 11월 9일 ‘2024 경기도 공익활동 시민기록컨퍼런스 [너와 나의 연결, 공익 기록]’에 참여했답니다~ 이번 시민기록컨퍼런스는 파주 지혜의 숲 ‘지지향’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이번 웹진을 통해 세션 토론 [“공익활동 기록, ‘재미’와 ‘의미’ 모두 잡을 수 있을까?”]와 ‘참여자 네트워크’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하는데요! 경기도 공익 기록활동가를 비롯한 다양한 분들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계속 집중해 주세요!

     

     

    세션 1은 고승혁 좌장(소프트콘 컴퍼니 대표)님의 진행으로 윤명희 교수님(前 파주중앙도서관장), 임민아 대표님(미디어랩 ‘이유’ 대표) 그리고 심지 님(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3, 4기 아카이브 에디터) 총 네 분과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파주’는 남북 경계의 지역으로 분단과 동시에 종전과 평화를 상징하는 지리적 특성이 있는데요. 윤명희 교수님은 이러한 특성을 담아내 파주의 역사적인 기록들을 후대에 잘 전수하는 것이 도서관의 역할이라 생각하셨다 합니다. 따라서 파주 중앙도서관에서 지역기록화 사업을 시작했는데요.

     

    처음 시작은 도서관 서비스 ‘휴먼 in Paju’ 였습니다. 파주에서 40년 이상 살아온 분들의 기록을 ‘시민채록단’이 발굴 및 출판하여, 도서관에 코너를 마련해 전시했는데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민간 기록을 공공 기록으로 남길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업을 더 체계화했습니다. 현재는 파주의 기억을 기록하는 조직 및 아카이브 시스템이 구축되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파주중앙도서관은 시민과 함께 하는 풀뿌리 기록화 사업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날 윤명희 교수님께서는 기록화 사업에 참여했던 시민분들이 자신만 알고 있던 기록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며 기쁨과 사회적 유대감을 느낀다고 얘기해주셨습니다. 이같이 공익활동 기록의 ‘재미’와 ‘의미’ 둘 다 잡을 수 있는 지점은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임민아 대표님은 아마추어리즘을 통한 시민기록에 대해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전문 장비가 필요한 전통적 미디어와 달리 오늘날 우리는 손 안의 스마트폰만으로도 많은 걸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습니다. 시민기록은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순간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날 것’입니다. 임 대표님은 유튜브 채널(커뮤니티플랫폼 이유TV)의 ‘임사장이 간다!’ 코너를 통해 아마추어리즘 시민 기록을 실천 중이신데요. 오직 스마트폰과 셀카봉만으로 지역의 역사, 시민사회 활동 등 현장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시민 기록에서만 나올 수 있는 유머도 있는데요. 부천 협동조합 지역신문사인 ‘콩나물 신문사’는 종합 언론사 신문에 실리지 않는 ‘지역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독자들에게 쉽고 재밌게 다가가기 위해 신문 1면을 백지로 내어 아이들의 낙서장으로 활용되거나, 명절 기간에는 윳놀이 판을 인쇄해 배부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이 전문적이지 않아도 시민기록을 통해서 지역과 사회를 위해 누가 어떻게 힘쓰고 있는지를 ‘재밌게 전달할 수 있는데요. 재미와 의미에 더불어 지속성을 위해 ‘성취감’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따라서 바람직한 공익 기록 활동의 지원은 기획된 사업에 시민들을 참여시키는 방식보다 그들이 직접 기획 및 주도하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윤명희 교수님과 임민아 대표님의 유익한 발제를 들어보았는데요! 아카이브 에디터로서 저도 ‘공익활동 기록이 재미있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 많이 던져보곤 했었는데, 두 분의 발제 내용을 들으며 많은 해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는 두 분과 심지 에디터님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는데요. 그 내용은 심지 에디터님의 웹진에서 확인해 주세요!

     

     

     

    참여자 네트워크 "당신에게 공익기록이란?"

     

     

     

    세션 토론이 끝나고 시민기록컨퍼런스 참가자 모두가 이렇게 한자리에 모였는데요! 모두 돌아가며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공익기록은 무엇이며, 그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정책협력팀 이수정 과장님은 “공익기록이란 ‘4기 아카이브’이다”라는 감동적인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이 밖에도 참가자분들이 너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답니다. 이렇게 각자 사는 지역, 나이, 직업 등은 다를지 몰라도 공익 기록에 관심과 열정으로 모여 교류하는 자리가 정말 의미 있었는데요. 준비된 시간이 길지 않아 내심 아쉬웠답니다,,(다음엔 더 많은 활동을 길게 했으면..!)

     

     

     

    이렇게 ‘2024 경기도 공익활동 시민기록컨퍼런스 [너와 나의 연결, 공익 기록]’을 성황리에 마쳤는데요! 공익기록의 가치와 우리가 지향해야 할 기록의 방향성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너무나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이번 시민기록컨퍼런스가 출판단지가 위치한 파주에서 개최된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요. 책은 정보 전달의 역할도 하지만 사회 구성원들이 교류하도록 돕는 중요한 매개체이기도 합니다. 공익 기록도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의 공익 발자취를 기록하고, 사회 구성원들을 연결하며 더 나은 사회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두 가지가 매우 닮아있지 않나요? 앞으로도 공익 기록에 대해 고민하는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되길 바라며 이번 웹진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장스케치]2024 경기도 공익활동 시민기록컨퍼런스_공익기록이 재미없다는 편견은 버려!
    채쿄

    조회수 2285

    202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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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용소방대는 시민이 좀 더 편안하고 안전한 삶을 추구하도록 봉사하는 순수 민간 단체이다.

    화재 현장등에서 불철주야 애쓰는 소방 공무원 곁에서 보조역할을 수행하며, 재난이 없는 사회구현을 위하여 지역사회에서 봉사하고 있으며, 일반시민들로 구성되어 있다.

    의용소방대 조직은 전국의 각 지자체마다 구성, 편재되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의용소방대 탄생의 역사적 배경과 현재 지역시회에서의 활동]

    의용소방대의 역사는 15세기 세종대왕 재위때 의용금화(禁火)조직이 형성된 것이 그 시초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소방관청인 금화도감(禁火都監)은 세종8(1426) 대화재 속에서 탄생 되었다고 한다.

    이후 1940년경 의용소방대 법령으로 정비되었고 의용소방대는 12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의용소방대 활동 영역은 소방업무 (화재,구조,구급) 보조, 자연재해 (집중호우 등)피해복구 및 지역 안전사고 예방, 순찰등의 봉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의용소방대는 일반 시민들의 주체적인 참여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활동이다.

    또한 정기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으로 소방이론과 심폐소생술 실습 등 의용소방대원으로서 기본적인 구급법을 익혀 현장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교육을 정례화 하고 있어 그 기량이 날로 향상되고 있다.

    의용소방대의 날을 319일로 정한 배경에는 1958311(의용소방대의 설치 근거를 담은 소방법 제정일)과 소방의 119를 조합하여 319로 정하였다.

    20214의용소방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개정과 함께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어 달력에 표기 되어 왔다.

     

     

    [의용소방대의 美談(미담) 사례]

    아파트 상층부에서 화재가 발생, 마침 출근하던 박OO 의용소방대원이 목격하고 아파트 상층부로 질주하여 큰 불길을 막음 (인천시 계양구 동양동 K APT 12, 2023112)

    하임리히(음식이나 이물질로 인하여 기도가 막혀, 질식할 위험이 있을 때,흉부에 강한 압력을 주어 토해내게 하는 방법)을 실시하여 이웃집 아이를 소생시킴 (강화도 의용소방대원, 2021115)

    부평 의용소방대원이 야간 순찰실시 중 전선의 스파크로 작은 불꽃 발견, 부평시장 화재 초기 대응 진압 (2022106)

    경기도 양주시 사패산 터널 자동차 엔진오일 과열로 인한 자동차 화재를 목격하고, 운행중이던 의용소방대원 본인의 차에 비치한 소화기로 자동차 화재를 진압한 의용소방대원 (202321)

    산불잡은 의용소방대원 이제라도 귀한 대접 (202393)

     

     

    [의용소방대원 활동 근거 및 지원자격]

    - 활동근거 : 의용소방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및 경기도 의용소방대 실시 조례

    - 지원절차 및 자격 : 서류심사와 면접심사가 있으며, 지자체에 거주 또는 상주하는 주민 중 연령이 20~50대로 봉사정신이 투철한 시민

    - 지원서 교부 및 접수처 : 해당 거주지 지자체 소방서 재난 대응과

    - 지원서 접수기간 : 연중 수시

     

    [안양의용소방대 활동 이야기]

    나는 202211일 안양의용소방대 남성대에 지원하여 현재까지 화재안전 순찰활동, 행사장소 질서유지, 안전유도 실시등 봉사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안양의용소방대에 지원하여 봉사활동을 수행하게 된 계기는 그간 지역사회에서 받은 공공의 혜택을 지역사회에 봉사로 환원하고 싶은 욕망이 강하였고, 평소 의용소방대에 대한 좋은 인식도 작용하였다.

    지난 추석명절 연휴때는 안양소재 재래시장 3(안양중앙시장, 박달시장, 석수시장)의 화재안전 순찰과 시장내 비치된 소화기 점검등을 실시하였다.

    시장 상인분들의 수고하신다는 정감어린 진정성있는 격려의 인사를 받고, 내가 살아 존재하고 있다는 자존감을 강하게 느꼈다.

    앞으로 2년 후면 나는 정든 의용소방대 활동도 정년이 도래하여 종료하게된다.

    남은 2년간의 의용소방대의 봉사활동도 잘 해낼 것이라 스스로 다짐해 본다.

     

     

    [안양의용소방 연합대 소개]

    안양의용소방 연합대는 남성의용소방대, 여성의용소방대, 만안의용소방대, 동안의용소방대, 안양중앙시장 의용소방대, 호평의용소방대, 대학생 전문 의용소방대의 7개 대로 구성 되어있다.

    업무분장은 서무반, 보급반, 대응반, 구조.구급반, 예방홍보반, 현장관리반으로 6개 반으로 구성되었으며, 반장을 필두로 반원들이 편재되어 있으며, 유사시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비상연락망 체계가 구축되어 있다.

    안양시 의용소방 연합대원들은 관내 전통시장에서 화재예방 안전순찰, 소화기 점검, 각종 행사 시 안전순찰, 질서유지, 벌집제거 등의 봉사활동을 한다.

    안양남성의용소방대 K대원(안양시 동안구 거주)은 화재진압 훈련에 집중하고 있었으며, 훈련 종료후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취재에 응하여 주었다.

    K의용소방대원은 내 지역사회의 화재안전은 내가 지킨다는 마음가짐으로 훈련도 실제 상황처럼 임하고 있다고 피력하였다.

     

     
    지역의 파수꾼 의용 소방대를 찾아가다!
    아모스

    조회수 2633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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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민기록 전문가 특강 <공익활동으로서의 기록>

    작성자 : 4기 에디터 다름

     

    올해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가 소설을 쓰기 위해 <광주오월민중항쟁사료전집>, <4.3과 여성, 그 살아낸 날들의 기록> 등 국가 폭력을 증언하는 피해자들의 구술 기록을 수없이 살폈다는 인터뷰를 본 적 있습니다. 구술기록이 작가로 하여금 당시 사람들의 고통을 감각하도록 도왔다는 지점이 인상 깊었는데요, 이처럼 기록의 끌림을 느낄 수 있는 행사가 있습니다. 지난 11월 9일 파주 ‘지지향’에서 열린 ‘너와 나의 연결, 공익기록_2024 경기도공익활동 시민기록컨퍼런스’(이하 컨퍼런스)에 다녀왔는데요, 공익웹진에 기록을 쌓는 에디터로서 의미가 남달랐던 이번 행사 특강 소식 자세히 전해드릴게요.

     

     

     

    컨퍼런스 오전 시간에는 박희정 작가의 특강 ‘공익활동으로서의 기록’이 마련됐습니다. 박희정 작가는 장애인 탈시설 문제와 세월호, 이태원 참사 등에 관심을 두고 기록을 통해 사회의 변화를 만드는 인권 활동가입니다. ‘당신의 말이 역사가 되도록’, ‘금요일엔 돌아오렴’ 등의 공동 저자이기도 합니다.

    책이미지 사진출처: 교보문고

     

    박희정 작가는 자신의 활동을 인권 기록활동이라고 말합니다. 기록활동 앞에 ‘인권’이란 말을 앞세운 이유는 모든 기록을 인권의 관점으로, 인권적으로, 인권운동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인터뷰하고 기록으로 만드는 과정 자체에서 인권 침해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는데요, 이 원칙이 그냥 어떤 윤리일 뿐만 아니라 그것 자체가 좋은 기록을 만드는 중요한 방법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권운동으로서 기록의 의미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기록이라는 수단 혹은 매개를 통해서 연대를 하고 그것을 통해서 현장의 어떤 언어들을 같이 빚어내고 또 그걸 사회에 같이 전하는 그런 활동으로서의 기록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런 활동을 통해서 우리 사회 전반에 인권의 가치가 확산하기를 바라면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현장의 언어를 기록을 통해 함께 빚어내는 사람들, 지금까지 작가의 기록은 혼자만의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공동의 기록 작업을 시작한 계기는 2008년 ‘밀양 송전탑 사건’이었는데요, 기록노동자, 작가, 인권활동가 등이 모여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밀양 주민의 삶을 기록하고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이 작업의 결과물이 ‘밀양을 살다’입니다.

     

    ‘밀양을 살다’가 출간될 무렵 4.16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을 경험한 기록활동가들이 세월호 참사 현장에 귀를 기울인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인권이 심각하게 훼손된 현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성을 붙들려는 분투가 치열한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4.16 세월호 참사 작가기록단’을 구성하고 세월호 참사 1주기였던 2015년부터 10주기인 올해까지 6권의 기록집을 발간했습니다. 유가족, 생존 학생으로 불리는 이들, 희생자의 형제자매 등의 목소리를 담았고, 세월호 참사 가족 협의회의 투쟁을 기록하고 세월호 참사 10주기 백서를 제작했습니다. 글로 참사의 증거를 남기고 흩어지는 고통을 사회적 기억으로 만들 방법을 모색하며 안산과 국회, 청운동, 광화문과 팽목항 등지에서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듣고 기록한 결과입니다. 박희정 작가는 기록의 의미는 사회를 바꿔내는 것에 있다고 거듭 말합니다.

     

    “참사 희생자들의 회복은 불가능하다는 그 전제에서, 이분들의 회복이 삶의 재구성으로 출발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이 바로 그 ‘애도 가능한 조건’을 만들어내는 것 다시 말해서 사회를 조금이라도 바꿔내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우리의 기록의 의미라는 것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길을 좀 찾아보는 것이라는 거였고요. 그중에 이 고통이라는 것이 항상 어떤 사회의 시선 어떻게 보면 좀 가해자의 시선에서 빠르게 정리되고 덮어버려졌다면 피해자들이 느끼고 있는 이 고통이라는 것이 무엇이냐 상실이라는 것이 무엇이냐를 좀 제대로 듣고 이해해 나가자는 것이 저희 기록의 또 하나의 목적이었습니다.”

     

     

    함께 언어를 짓는 공동기록의 성과는 개인을 넘어, 한 현장을 넘어 공유되고 확장되어야 하는데요, 밀양에서 세월호 참사로 그리고 2022년 10.29 이태원 참사에까지 확장되고 연결됩니다. 더 이상 참사가 일어나지 않는 안전한 세상을 우리 모두 바라지만 세상의 변화는 생각보다 더딥니다. 반면 참사의 기억은 순식간에 잊힙니다. 참사에 대한 공동의 기억을 다지고 쌓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공통감각을 가진 이들이 결국 더디더라도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작가기록단’은 유가족과 생존자의 이야기를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 2권의 책에 담았습니다. 어느 날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출간 소식을 담은 기사를 읽은 호주인 희생자 ‘그레이스’의 어머니 ‘조안 라쉐드’씨가 출판사로 연락해 영문판이 있는지 문의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이태원 참사 당시 잊힌 외국인 희생자의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태원 참사를 빠르게 지우고 잊으려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외국인 희생자의 존재는 너무나 작아 목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었는데요, 올해 이태원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 때 라쉐드 씨는 한국을 방문해 딸에게 추모의 편지를 써 낭독했습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참조)

    출처 : 뉴스타파

    기록은 글과 책으로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전국에서 북토크를 열거나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를 읽는 행동독서회(참고자료 참조)를 펼치기도 합니다. 행동독서회는 ‘땡땡책협동조합’이 처음 시작 했는데요 오후 6시 34분에 이태원에 모여 책 읽기 퍼포먼스를 합니다. 오후 6시 34분은 이태원 참사 당시 112에 첫 신고전화가 닿은 시간입니다. 여러 방식으로 책을 함께 읽고 참사의 기억을 나누는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록은 참사 희생자와 더 많은 시민을 연결하는 통로가 됩니다.

    끝으로 박희정 작가는 인권 기록활동을 하며 알게 된 것들, 배운 것에 대해

    들려줬습니다.

     

    “근데 우리가 얼굴을 마주하고서 같이 애도할 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구나

    라는 걸 이런 활동을 통해서 제가 배웠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이 애도의 공동체가 이제 기록 활동의 공동체가 되었다고 말씀드렸고, 이러한 일들이 애도

    가능한 조건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시도했던 일들이고 그렇게 해서 함께 연결된 이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제가 앞서 인권 기록 활동이라는 말을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 설명하면서 처음에는 저희도 그냥 기록이라는 말을 썼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기록이라는 거는 결국 활동이 될 수밖에 없겠구나. 우리가 지향하는

    기록이라는 거 사람과 사람을 잃고서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 여기에 연결이라는 말씀드렸잖아요. 누군가를 위하는 일인 줄 알았던 이 활동이 실은 내게 가장 이로운 일임을 깨달은 뒤 이 기록 활동을 놓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수록 내가 바라는 삶이 무엇인지 더 잘 알게 되거든요.”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 더욱이 고통스러운 목소리일수록 민감하게 감각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명징한 설명입니다. 그동안 나의 기록은 어땠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너와 나의 연결을 넘어 사회적 기억을 빚어내는 기록, 기록

    활동을 위해 더 바지런히 세상의 소리를 듣는 연습부터 계속해보겠습니다.

     

     

    [참고자료]

    1) 유튜브 “밀양을 살다 - 밀양이 전하는 열다섯 편의 아리랑” https://youtu.be/-9IXn81k53M?si=Yx_TP_79vb0N-n6j

    2) 뉴스타파 기획취재

    [이태원 참사 2주기] ① 우리는 아직, 보내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그레이스 라쉐드 씨의 어머니 조안 라쉐드 씨 인터뷰 https://newstapa.org/article/CCThY

    3) 행동독서회_‘땡땡책협동조합’ 김민희 대표 인터뷰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26057178&memberNo=43688391

     

     

     

    #2 세션별 토론 '세션1' <공익활동 기록, '재미'와 '의미' 모두 잡을 수 있을까?>

     

    작성자 : 4기 에디터 채쿄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저는 최근 2024년의 연말을 맞이하면서 매우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왔는데요. 바로 11월 9일 ‘2024 경기도 공익활동 시민기록컨퍼런스 [너와 나의 연결, 공익 기록]’에 참여했답니다~ 이번 시민기록컨퍼런스는 파주 지혜의 숲 ‘지지향’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이번 웹진을 통해 세션 토론 [“공익활동 기록, ‘재미’와 ‘의미’ 모두 잡을 수 있을까?”]와 ‘참여자 네트워크’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하는데요! 경기도 공익 기록활동가를 비롯한 다양한 분들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계속 집중해 주세요!

     

     

    세션 1은 고승혁 좌장(소프트콘 컴퍼니 대표)님의 진행으로 윤명희 교수님(前 파주중앙도서관장), 임민아 대표님(미디어랩 ‘이유’ 대표) 그리고 심지 님(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3, 4기 아카이브 에디터) 총 네 분과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파주’는 남북 경계의 지역으로 분단과 동시에 종전과 평화를 상징하는 지리적 특성이 있는데요. 윤명희 교수님은 이러한 특성을 담아내 파주의 역사적인 기록들을 후대에 잘 전수하는 것이 도서관의 역할이라 생각하셨다 합니다. 따라서 파주 중앙도서관에서 지역기록화 사업을 시작했는데요.

     

    처음 시작은 도서관 서비스 ‘휴먼 in Paju’ 였습니다. 파주에서 40년 이상 살아온 분들의 기록을 ‘시민채록단’이 발굴 및 출판하여, 도서관에 코너를 마련해 전시했는데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민간 기록을 공공 기록으로 남길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업을 더 체계화했습니다. 현재는 파주의 기억을 기록하는 조직 및 아카이브 시스템이 구축되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파주중앙도서관은 시민과 함께 하는 풀뿌리 기록화 사업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날 윤명희 교수님께서는 기록화 사업에 참여했던 시민분들이 자신만 알고 있던 기록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며 기쁨과 사회적 유대감을 느낀다고 얘기해주셨습니다. 이같이 공익활동 기록의 ‘재미’와 ‘의미’ 둘 다 잡을 수 있는 지점은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임민아 대표님은 아마추어리즘을 통한 시민기록에 대해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전문 장비가 필요한 전통적 미디어와 달리 오늘날 우리는 손 안의 스마트폰만으로도 많은 걸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습니다. 시민기록은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순간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날 것’입니다. 임 대표님은 유튜브 채널(커뮤니티플랫폼 이유TV)의 ‘임사장이 간다!’ 코너를 통해 아마추어리즘 시민 기록을 실천 중이신데요. 오직 스마트폰과 셀카봉만으로 지역의 역사, 시민사회 활동 등 현장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시민 기록에서만 나올 수 있는 유머도 있는데요. 부천 협동조합 지역신문사인 ‘콩나물 신문사’는 종합 언론사 신문에 실리지 않는 ‘지역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독자들에게 쉽고 재밌게 다가가기 위해 신문 1면을 백지로 내어 아이들의 낙서장으로 활용되거나, 명절 기간에는 윳놀이 판을 인쇄해 배부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이 전문적이지 않아도 시민기록을 통해서 ‘지역과 사회를 위해 누가 어떻게 힘쓰고 있는지’를 ‘재밌게’ 전달할 수 있는데요. 재미와 의미에 더불어 지속성을 위해 ‘성취감’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따라서 바람직한 공익 기록 활동의 지원은 기획된 사업에 시민들을 참여시키는 방식보다 그들이 직접 기획 및 주도하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윤명희 교수님과 임민아 대표님의 유익한 발제를 들어보았는데요! 아카이브 에디터로서 저도 ‘공익활동 기록이 재미있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 많이 던져보곤 했었는데, 두 분의 발제 내용을 들으며 많은 해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는 두 분과 심지 에디터님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는데요. 그 내용은 심지 에디터님의 웹진에서 확인해 주세요!

     

     

    [기획]시민기록컨퍼런스_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서의 기록(에디터 심지)

     

     

     

     

     

    #3 세션별 토론 '세션2' <공익 기록활동, 어디까지 왔니?>

    작성자 : 4기 에디터 다름

    2024경기도공익활동 시민기록컨퍼런스 ‘너와 나의 연결, 공익기록’ 오후 주요 일정은 세션별 토론입니다. 공익활동을 기록하는 웹진에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공익 기록은 개인적인 끄적임과 무엇이 다르고 어떤 지향점을 갖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공익 기록 활동의 시작점부터 지금은 얼마나 어떻게 변화했고 또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궁금합니다. 잠시 후 만나 볼 세션 토론 2에서 이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공익 기록 활동, 어디까지 왔니?”

     

    토론이 열리는 ‘지지향’ 5층 회의실로 함께 가보시죠.

     

    오늘의 좌장은 엄상미 전 화성시 정책아카이빙 전문관 (컬쳐플레이트 선임연구원)이 맡았습니다. 시원시원한 입담으로 초반 어색한 회의실 공기를 활기차게 만듭니다. 패널 소개가 이어졌는데요. 2002년 시민의 알권리 운동을 시작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알권리연구소’ 전진한 소장, 충북 옥천에서 남다른 지역 생활을 일구고 지역 소식을 전하는 ‘월간 옥이네’ 박누리 편집장 그리고 경기도 공익활동지원센터 4기 아카이브 에디터 (참비움) 한수연 활동가가 함께합니다. 공익 기록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며 잔뼈가 굵어진 패널분들이라서 공익 기록 활동에 대한 짙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다는 기대가 큽니다.

     

    전진한 소장님의 발표로 세션2의 문을 엽니다. ‘공공기록물법 제정부터, 민간 기록 확대까지’라는 발표 제목만 봤을 때는 행정과 학술 용어로 가득한 내용이지 않을까 했는데, 그냥 툭!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나라 공익 기록 활동의 역사가 되었다는 게, 그러니까 ‘전진한’이라는 개인의 역사가 공공의 역사가 된 경우인데 이런 걸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듣다니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이야기는 소장님이 2002년 참여연대에 취업하며 겪은 시행착오로부터 시작합니다.

     

    “2002년도에 제가 참여연대에 취업했습니다. 근데 이상한 부서에 배치를 받았어요. 정보공개 사업단이라는 곳에···정보 공개 소송을 너무 많이 하다 보니까 변호사님들이 힘들어가지고 다 그만두겠다고 막 그런 식이었어요. 98년부터 요즘 검찰 특수 활동비 공개로 유명한 하승수 변호사하고 같이 일을 했는데 소송을 너무 많이 하시니까 다들 힘드신 거예요. 그래서 정보 공개 운동 그만해야 되는 거 아닌가라고 하다가 명지대에 이렇게 기록관리 대학원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저희 전문위원들이 거기서 공부하는 분들이 있었거든요. 그분들이 저한테 정보공개 운동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정보공개 운동을 하더라도 그 안에 기록이 없는데 무슨 운동을 하냐···기록 관리 운동을 하자. 이렇게 회의를 해서 옳다구나 내가 드디어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열겠다고 해서 기록 관리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이게 우리나라의 시민운동 역사상 처음입니다. 우리나라가 공공기록물법을 만든 게 1999년입니다. 놀랍게도 해방 이후에 45년부터 1999년까지 기록이 없어요.”

     

    전진한 소장은 국가기록물 관리가 실제 얼마나 부실한지 실태를 고발하고 대안을 찾기 위해 언론사와 협업, ‘기록이 없는 나라’라는 탐사보도를 했습니다. (참고자료 참조) 창고에 곰팡이가 잔뜩 낀 채 방치된 국가 기록물을 찾아내고, 국가 기관의 무차별 기록물 폐기 실태를 고발했습니다. 국가 기록물 관리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온 이 같은 활동은 실제 2004년 국가 기록관리 총괄부서로 ‘국가기록원’이 자리매김하는 변화를 불러옵니다. 전진한 소장은 공익 활동 단체마다 홈페이지 제작에 신경 쓸 것을 주문했는데요, 단체의 주요 자료를 효율적으로 보관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 센터’ 홈페이지를 참조해 볼 것을 제안합니다.

     

    사진출처: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 센터 홈페이지

     

    전진한 소장이 손꼽는 참고할 만한 최근 기록 활동 사례에는 부산의 기록 공동체 ‘빨간집’, ‘10.29 이태원 참사 작가 기록단’, ‘완주 화정 마을 할머니들의 사진 기록집’, 정치인과 같은 주요 인사의 발언 빅데이터를 분석해 통찰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스피치로그’ 등이 있습니다.

    사진출처: 완주미디어센터

     

     

    사진출처: 스피치로그 홈페이지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준 재난이나 온 국민이 즐거울 때 축제들도 기록해야 하고 체계적으로 본인의 알 권리를 실현해야 합니다. 근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너무 정치적인 일만 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큰 사회적 사건도 중요하지만

    우리 마을의 기록들도 그만큼 중요하잖아요···.

    여러분 기록이라는 게 어떤 건물일 수도 있고 글자일 수도 있고 사진일 수도 있고 목소리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기록들이 앞으로 여러 분야를 통해 확대되는 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충북 옥천에서 평범한 이웃을 취재하고 농촌의 일상과 변화를 담는 ‘월간 옥이네’ 박누리 편집장의 발표입니다. 박누리 편집장은 경북 구미에서 태어나 2010년 ‘옥천신문사’ 취재 기자가 되었고 지금은 어엿한 15년차 충북 옥천 주민입니다. 대학에서 언론정보학을 전공했는데 교수님께서 지나가는 말로 풀뿌리 언론 중에 옥천신문이라는 훌륭한 신문사가 있다고 했는데 그게 인상에 오래 남았고, 때맞춰 옥천신문 취재기자 공고가 떠서 운명 같은 옥천 살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흔히 서울이 우위에 있고 지역은 서울을 따라가야 할 것처럼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구조 속에서 그리고 지역에 사는 사람들조차도 그냥 서울에 있는 게 여긴 없어 로만 인식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게 대등한 존재 혹은 어떻게 본다면 어떤 지점에서는 훨씬 더 앞선 공간의 역할들을 지역사회가 이미 계속해서 해나가고 있는데 그런 것들이 보이지 않는 거예요.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한테는 그런 이야기들을 어렵지 않게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고 만드는 일들을 계속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이 옥천 신문 같은 비판 저널리즘의 역할이 다 해내지 못한다면 이외에 다른 형태의 기록 활동들 그리고 또 기록을 기반으로 다른 활동들을 통해서 그걸 지역사회에 계속 전파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계속했어요.”

     

    서울의 눈과 욕망과 입이 아닌 지역의 눈으로 지역의 모습을 지역의 입으로 말하는 매체, 그렇게 탄생한 것이 ‘월간 옥이네’ 입니다. ‘월간 옥이네’는 서울이 아니라 지역, 내가 살고 있는 우리 동네를 보게 하는 기록을 담습니다. 군수, 군의원 얘기가 나오는 게 아니고 지역에서 사업 잘해서 돈 많이 버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고 그냥 우리 옆집에 사는 청년, 우리 동네 작은 학교 다니는 어린이, 그리고 시장에 나와서 나물 파시는 할머니들 이런 분들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할머니들은 언제나 나는 뭐 별것도 없는데 뭐 하러 인터뷰하러 왔냐며 얘기하시지만, 사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다 밑줄 칠만한 것들입니다. 역사에 남은 1%가 아닌 역사를 만든 99%의 사람들의 삶을 담는 월간 옥이네는 단 한 차례 휴간 없이 통권 89호까지 발행했습니다.

    사진출처: 지역문화활력소 고래실 홈페이지

     

    지역문화창작 공간인 ‘둠벙’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매체에 다 담지 못한 여러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많은 청소년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싶은데 실제 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둠벙에 있는 커피 머신을 활용해 지역 청소년들이 직접 커피 만들어 팔고 이날 생긴 수익금을 나눠 가지도록 하는 ‘자립카페’를 운영하거나 골목 축제도 기획하고 영화제도 열고 재밌는 일들을 지속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생리대를 사기 어려운 청소년들이 있어서 지역 교회와 협업해 공공 생리대 함을 설치하거나 기본소득과 유사한 실험을 하며 지자체에 기본소득 조례를 제안하기도 했는데, 완성형 조례를 만드는 것까지는 달성 못 했지만 ‘꿈키움 바우처라’는 이름으로 해서 1년에 3번, 10만 원이나 7만 원씩 연령대를 나눠서 지역 청소년에게 지원을 해주는 바우처 조례를 만들었습니다. 서울에서 대규모로 진행하는 기후정의 행진을 옥천에서도 작지만 알차게 함께하기도 하고요. 지역에 활력이 돌도록 여러 변화를 이끄는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인 활동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저희 독자분이 해주셨던 말씀 중에 월간 옥이네를 구독하며 우리 사회를 지탱해 온 개개인의 소중한 삶을 돌아보게 됐다고 하셨어요. 내가 그동안 그냥 스쳐 지나왔던 사람들의 얼굴을 좀 다시 보게 됐다고요. 예를 들어 슈퍼에 가서 내가 두부를 샀는데 두부 파는 직원이 되게 불친절했다. 그러면 예전에는 내가 이 집 앞으로는 절대 안 온다. 난 이 집에서 두부 안 사 먹는다. 마음이 그렇게 됐는데 지금은 오늘 날씨가 너무 추워서 뭔가 좀 힘드셨나 봐 이렇게 생각하게 되더래요. 근데 본인이 이렇게 생각이 바뀌게 됐던 거는 월간 옥이네를 보면서 동네 할머니들이 이런 이야기를 갖고 계시는구나! 동네 장터에 나오시는 분들이 이런 이야기가 있으시구나 라는 거를 배우면서 본인이 그렇게 생각이 바뀌었다는 이런 이야기를 해 주셨거든요.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가 많아질수록 사람들이 서로를 더 이해하고 세상이 좀 더 너그러워지지 않을지 저희에게 이런 피드백을 주신 적이 있어서 이렇게 가지고 와서 자랑삼아서 공유합니다.”

     

    어떤 자랑을 해도 모자라지 않는 김누리 편집장의 월간 옥이네 이야기였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옥천 주민들, 매체에 등장하는 할머니, 청소년, 이주여성, 어린이, 고양이 등이 한눈에 그려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전진한, 김누리 두 분 패널의 발표 이후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4기 아카이브 에디터 참비움 님과 세션 참여자들이 함께한 토론이 이어졌는데요, 이 소식은 다른 웹진 에서 참비움 에디터님이 더 자세히 전해 드리겠습니다.

     

     

     

    [참고자료]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기록이 없는 나라> 연재 https://www.peoplepower21.org/?cat=19&p=551516&paged=2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 센터 홈페이지 https://cfoi.or.kr

    유튜브: 완주 화정마을 할머니 사진기록단 | 2023 여름 https://youtu.be/qbdfZ_lpuIk?si=jMek0-oE4ptY_2C_

    스피치로그 홈페이지 https://speechlog.co.kr/

    지역문화 활력소 고래실 | 월간 옥이네 홈페이지 http://goraesil.co.kr/

    유튜브: 나비스 TV ‘지역 활성화 노하우를 찾아서’ 충북 옥천 지역문화 활력소 고래실 https://youtu.be/09letUG9Sm4?si=Y-nm5Vi8pbt3eXx7

     

     

     

     

     

     

    #4 참여자 네트워크 "당신에게 공익기록이란?"

    작성자 : 4기 에디터 채쿄

     

     

    세션 토론이 끝나고 시민기록컨퍼런스 참가자 모두가 이렇게 한자리에 모였는데요! 모두 돌아가며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공익기록은 무엇이며, 그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정책협력팀 이수정 과장님은 “공익기록이란 ‘4기 아카이브’이다”라는 감동적인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이 밖에도 참가자분들이 너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답니다. 이렇게 각자 사는 지역, 나이, 직업 등은 다를지 몰라도 공익 기록에 관심과 열정으로 모여 교류하는 자리가 정말 의미 있었는데요. 준비된 시간이 길지 않아 내심 아쉬웠답니다,,(다음엔 더 많은 활동을 길게 했으면..!)

     

     

     

    이렇게 ‘2024 경기도 공익활동 시민기록컨퍼런스 [너와 나의 연결, 공익 기록]’을 성황리에 마쳤는데요! 공익기록의 가치와 우리가 지향해야 할 기록의 방향성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너무나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이번 시민기록컨퍼런스가 출판단지가 위치한 파주에서 개최된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요. 책은 정보 전달의 역할도 하지만 사회 구성원들이 교류하도록 돕는 중요한 매개체이기도 합니다. 공익 기록도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의 공익 발자취를 기록하고, 사회 구성원들을 연결하며 더 나은 사회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두 가지가 매우 닮아있지 않나요? 앞으로도 공익 기록에 대해 고민하는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되길 바라며 이번 웹진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장스케치]2024 경기도 공익활동 시민기록컨퍼런스 「너와 나의 연결, 공익기록」
    채쿄, 다름

    조회수 2013

    2024-11-20
  • 함께하는 다양한 추석을 보내려면

    강성혁(한국다문화뉴스 대표)

     

    명절은 시대에 따라 방법이 변화했어도 함께 축하하고 감사한다는 의미는 변하지 않은 것 같아요.

    인도에도 대한민국의 추석과 비슷한 퐁갈축제(Pongal(Harvest) Festival)가 있습니다.

    태양과 대자연 그리고 풍부한 수확에 기여하는 다양한 농장, 동물들에게 감사하는 행사로 3~4일 동안 기념돼요.

    명절은 개인뿐 아니라 가족, 친구들과 함께 축하합니다. 모임들은 함께 축하할 때 더 행복합니다.”

    -인도 삼파트-

     

    캐나다는 ‘Thanksgiving’, 한국어로는 추수감사절이라 불리는 날이 있습니다.

    매년 113번째 목요일인 미국과 다르게 캐나다는 매년 10월 두 번째 월요일이 추수감사절이고요.

    다음 날이 유명한 블랙 프라이데이죠. 옛날엔 여자분들이 추수감사절에 집안일을 다 하셨던 것 같은데,

    최근에는 온 가족이 모여 함께 집안을 꾸미거나, 가을 분위기 나는 장식을 달고 칠면조 요리와 호박 파이를 먹는 것 같네요.”

    -캐나다 Mr. shin-

     

    대한민국의 명절 추석은 음력 팔월 보름으로 연중 으뜸인 명절이다.1)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도 비슷한 풍습이 있다. 인도의 삼파트씨가 소개한 퐁갈 축제는 함께 모여 축하하는 날그리고 함께 모여 감사하는 날이다. 캐나다의 Thanksgiving을 소개한 Mr. shin은 추수감사절이 온 가족이 모여 함께하는 날이라고 설명한다.

     

    우리 주변 국가는 어떨까? 중국 하얼빈시 출신 저우신천(邹昕辰)씨는 한국 추석과 비슷한 명절로 중추절(中秋節)’을 소개했다. 음력 815일에 해당하며, 가족들이 함께 모여 보름달을 감상하고, 월병(月饼)을 먹으며 행복과 단결을 기원하는 날이다. 한국은 수확을 감사하는 의미로 조상님께 제사를 지내지만, 중국에서는 달을 향해 제사를 지낸다. 전통적으로 중국에서 명절에는 여성이 주로 집안일을 맡았으나, 최근에는 이러한 역할 분담이 점점 바뀌고 있다이제는 남성들도 적극적으로 요리나 청소를 하는 경우가 많으며, 가족 전체가 함께 명절 준비를 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전하며 명절은 더 이상 여성만의 책임이 아닌, 모두가 함께하는 행사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여름에 진행하는 전통 행사 오봉이 있다. 조상님을 맞이하여 감사를 드리고 공양하기 위한 여름 행사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고향으로 귀성하여 친척과 함께 지내는 날이다. 보통 가족과 지내거나 성묘하러 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다만, 현대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 따라 그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핵가족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는 일본 역시 고향에 귀성하기 어려운 가정도 늘었다. 이에 도시 지역에서 오봉 행사를 하는 사람이 늘어 각지 사원이나 공공시설에서 합동 공양을 하거나, 행사를 간단히 기념한 뒤 업무를 보거나 여행을 가는 사람들도 늘었다.

     

    다양한 나라에서 가족과 함께 감사함을 갖고 지내는 명절. 대한민국 명절 추석은 전통에 따라 송편을 먹거나 강강술래 같은 놀이, 행사를 즐긴다. 베트남에서 온 이수연씨는 며느리로서 명절에 집안일을 하지만 남편과 식구들이 함께하고 있어 힘들지 않다고 전했다. 한국 며느리 이수연씨처럼 현재 대한민국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외국인도 많이 살고 있으며, 다문화가족도 많다.

     

    <공익광고협의회 다문화 캠페인 중 이주배경 청소년편>

     

    공익광고에서 말하는 우리는 모두 우리는 이제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다문화사회라는 말도 이제는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OECD에서 외국인 비율이 5% 가 넘어가는 사회를 다문화사회로 구분한다. 우리나라의 총 인구 대비 외국인의 비율은 4.1% 지만, 미등록된 외국인을 생각하면 5%를 넘었다고 보는 사람들도 많다. 5%라는 수치는 20명 중 1명은 외국인이라는 소리다.

     

    대한민국 다문화사회에 대한 물음에 주변인들은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 노동자를 떠올렸다. 한국에서 가정을 이룬 결혼이주여성은 문화에 적응하며 가족끼리 명절을 지내고 상황에 따라 모국을 방문하기도 한다.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개인 이유로 한국에 들어와 일하고 있지만, 대부분 청년층으로 경제적인 이유로 한국에 왔다. 몽골 청년 Tserendejid씨의 경우 몽골 대학생들은 한국에 굉장히 친근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한국 드라마와 제품들이 몽골에 많은 인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열심히 일하면 꿈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전했다.

     

    노동을 목적으로 온 청년들은 명절마다 모국으로 돌아가긴 힘들다. 본인이 속한 지역사회에 모국인 커뮤니티나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 소속되어 서로 의지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공동체 부재, 거주 지역이 도농복합시(都農複合市)로 지역 면적이 커다란 경우 서로 만나기도 어렵다.

    <화성네팔공동체 () SAGAR DHAKAL, () DIPAK BANJARA>

     

    화성시 네팔공동체 회장 DIPAK화성 네팔공동체가 형성되기 전 많은 청년이 힘든 까닭에 스스로 떠나는 경우가 있었다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하는 이른 바 ‘Nine to Six2)가 적응하기 힘든 청년들이 많다. 어릴 적 학교 다닐 때도 그런 문화는 없었는데, 언어장벽과 더불어 단순 노동 후 혼자 있는 외로운 시간이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DIPAK은 공동체를 만들었고 주말에 혼자 외롭게 있지 말고 서로 만나서 자전거, 등산 등 활동을 통해 소통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이렇게 서로 모인 공동체를 지원하는 기관도 있다. 화성시 문화더함공간 서로는 모임을 통해 서로 모여 소통하자는 취지를 선주민까지 확장했다. 지역 주민에게 공동체를 소개하고 봉사활동을 하며 부딪혀 보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지역에서 필요한 일감이 있으면 공동체에 제안했고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마을 주민은 피부색이 다른 건장한 청년들이 와서 처음엔 불편했지만, 이야기하며 편해지고 새로운 친구들을 알아 좋았다고 말했다.

     

    본인은 함께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함께하는 모두를 좋아하진 않는다. 권리만 주장하는 사람이 아닌, 의무를 다하며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느 외국인 관련 지원센터장이 인터뷰 중 했던 말이다. 박수도 양 손뼉이 맞아야 소리가 나듯 함께 한다는 것은 일방적인 한 손바닥의 움직임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본인의 역할을 알고 의무를 다하며 권리를 주장할 때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렇게 본인은 센터를 함께 이끌고 있다고 했다. ‘권리의무는 함께해야 한다.

     

    다문화사회도 그렇다. 대한민국이 다문화사회로 접어들기 전부터 국내에서도 여러 의견이 있었다. 청년실업률은 올라가고 일자리 부족이 심각한데 남은 일자리마저 외국인들에게 줄 것인가, 자국민이 낸 세금을 외국인에게 무분별하게 투입할 것인가, 의료 혜택을 받으러 오는 자들을 막지 않을 것인가, 한국문화와 제도를 따르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는 어떠한가 등 자국민의 기회를 박탈하거나, 자국민의 세금으로 외국인에게 일방적인 혜택을 주는 등 사실과 다른 이야기 또는 부정적 의견들이 있었다. 반면, 시대적 흐름 속에 태어난 국가나 인종, 언어 등이 차별의 이유가 될 수 없다는 평등의 시각도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대한민국 정부는 다문화가족지원법에 따라 전국 시, 도에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설립하여 다문화가족을 지원하고 있다. 대상자의 생애주기에 맞는 사업과 선주민과 이주민 간의 인식개선 등 여러 사업을 지원한다. 더불어 여러 단체도 함께 이들의 한국 사회 정착에 도움을 주고 있다.

     

    기관과 단체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은 선주민과 이주민이 자연스럽게 만나며 교류할 때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우리는 이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접 만나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추석 같은 명절, 모국을 다녀오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각 나라의 명절 행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행사 때 그 나라의 이주민만 참여하는 것이 아닌 마을 주민들이 함께 참여함으로써 서로의 명절 문화를 체험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

     

    명절 같은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여성가족부는 지역사회와 교류를 위한 프로그램, 다문화 가족 소통 공간 조성 사업인 다가온(ON)’을 운영하고 있다. 자녀 성장 지원과 더불어 자조모임을 통해 취미를 공유하며 정보를 나누는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천시에서 다가온 자조모임 참여자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 같이 취미활동을 배우고 지역 정보와 학교 소식 등을 전해 들을 수 있어서 좋아요라며 어울림의 의미를 설명했다.

     

    다만, 한 활동가는 모든 분이 이러한 행사를 좋게 보시진 않는다우리 세금으로 왜 외국인을 위한 행사를 진행하느냐와 같은 질문도 받은 적 있다고 전했다. 특히 외국인을 대상으로 혜택을 제공하는 행사 후 문의가 잦았다고 한다. 행사를 함께 준비한 단체들의 후원과 봉사로 진행한 행사라고 답변해도 탐탁지 않아 하는 분들도 있다고 한다. 또 언론과 매체 등에서도 명절 등 일부 행사에 다문화가족과 함께하는 모습을 담기도 하나, 평소 질문은 사회문제와 연결 짓는 경우가 많다는 말도 전했다.

     

    다문화 뉴스 제작 관련 논문3)에 따르면, ‘한국 공영방송에서 문화적 집단을 공정하게 재현할 의무가 있음에도 그러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취재 기자들은 다문화와 이주민에 대한 정형화된 스테레오 타입을 갖고 관련 기사를 생산함에 내부 취재 관행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문화의 비교에 있어 대한민국의 문화 우월성을 보여주며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가 좋아요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 관행이라 꼬집었다.

     

    또 다문화 비판론자는 이야기한다. 대한민국의 감성적 다문화주의가 다문화 실패를 이끌 것이라고. 정책은 감성적이면 안 된다. 많은 이들이 혜택을 볼 수 있어야 하고 차별받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다문화 사회를 이야기하던 프랑스도 결국 다문화주의의 실패를 이야기하지 않았는가? 감성적 다문화 정책과 무분별한 다양성 수용은 이주민과 선주민의 갈등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으며, 여러 문제가 파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같은 이웃이라 감성에 서로가 호소하는 것보다 어떻게 함께할지 직접 부딪쳐 보아야 한다.

     

    경기도에도 다문화주의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직접 부딪히는 다양한 노력들이 있다. 모든 사례를 소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발행한 몇가지 공익웹진들을 담아보고자 한다.

     

    우리와 다르지만 같은 사람들/에디터 이오

    외국인이 살기 좋은 경기도가 되려면?/에디터 소소

    라마단 무바락! - 라마단을 축하합니다!/에디터 조이

    이주배경청소년과의 동행, 경기한국어랭기지스쿨/사단법인 더큰이웃아시아 상임이사 이용근

     

    경기도의 다문화와 관련된 일부 사례들을 소개해봤지만 무엇보다고 다양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 다양한 주체들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사회에서 다양한 고민과 이야기는 항상 있다. 그러나 명절에 모여 함께하는 문화가 바뀌고 있는 것처럼 문화적 우월성을 갖고 접근하지 않기, 감성적 다문화주의가 아닌 공생 정책 찾기, 일방의 노력이 아닌 양방의 노력으로 전환하기 등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많이 만들며 맞추어 나아가면 좋겠다.


    1) 한국민속대백과사전

    2) nine to six : 9(nine)부터 오후 6(six)까지 일하는 문화를 말한다.

    3) 다문화 뉴스 제작 관행과 게이트키핑의 문화정치학(주재원, 2014)

    [기획] 함께하는 다양한 추석을 보내려면
    한국다문화뉴스 대표 강성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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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9-04
  • 여권통문이 만든 양성평등주간에 다시 생각해보는 성평등한 명절

     

    안태윤(젠더와평화연구소 대표, ()지속가능경영재단 전문위원)

     

     

    오는 91일부터 7일은 양성평등기본법에서 정한 양성평등주간이다. 양성평등주간은 71일부터 일주일이었다가 2020922일 동 법을 개정하여 지금과 같은 9월 첫 주로 바뀌었다. 그렇게 바뀌게 된 데에는 189891일에 발표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인권선언문인 여권통문의 역사와 의미를 알리고 양성평등을 촉진한다는 취지가 담겨있다. 2020년부터 91일은 여권통문의 날로 법정기념일이 되었고, 양성평등주간 중 목요일은 양성평등 임금의 날로 정하여 성별 임금 통계 등을 공표하고 있다.

     

    <여권통문 전문을 실은 「황성신문」>  /  박정숙 서예가의 「여권통문」    /     출처 : 여성가족부 보도자료(2018.8.23.)

     
    여권통문1898년에 서울 북촌 여성들을 중심으로 쓰여져 발표된 여성의 권리선언문으로, 190838일 미국 여성노동자들의 궐기로 시작된 세계 여성의 날보다 10년이나 앞서 일어났다. 당시 자료와 여성사 연구자들에 의하면, 300여명의 여성들이 여성의 교육권과 직업권, 참정권을 요구하였다. 그런데 여권통문을 자세히 읽어보면, 이러한 세 가지 권리 요구에 앞서 당대 사회에서의 여성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에 대한 여성들의 신랄한 비판과 문제의식이 담겨있음을 놓칠 수 없다.
     

    그 내용을 필자 나름대로 현재의 언어로 바꾸어 보면 이렇다. ‘이천만 동포가 구습을 버리고 개명한 신식을 따라 새롭게 바뀌고 있는데 왜 여전히 여성들은 남자가 벌어다 주는 것만 먹고 평생을 집안에 머물러 밥만 하면서 남성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가? 일찍이 문명개화한 나라들은 남녀가 평등하다. 여성도 어려서부터 남성과 다름없이 교육을 받고 능력을 키우기 때문에 결혼 후에는 오히려 남편의 존경을 받는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남편들은 위력으로 아내를 누르기 위하여 여자는 자고로 집안에 머물면서 밖의 일에는 참여하지 않고 밥하고 집안일만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구습을 주장하고 있다. 우리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몸을 갖고 태어났지 않은가? 그러니 나라에서는 여학교를 세워 여성들도 배울 수 있도록 하고, 동포들도 뜻을 같이 하여 여학교 설립에 참여해주기를 바란다.’

     

    통문의 내용을 읽어볼수록 19세기 말 개화의 물결을 타고 우리의 선배 여성들이 여성에 대한 불합리한 대우와 제한된 기회를 비판하고 적극적으로 성평등한 권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 가슴에 와닿는다. 여성들은 교육의 기회가 제한되었지만 글을 읽고 세계 정세를 파악하였으며, 젠더불평등을 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남녀 모두가 참여하는 시민운동으로 발전시켜 마침내 순성여학교 설립에까지 이른 것은 개화기 사회개혁운동의 하나로서도 그 역사적 의의가 자리매김되어야 한다.

     

    그러면 여권통문이 발표되고 난 지 126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 여성들의 권리상황은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매년 교육과 정치, 경제, 건강에서의 성별 격차를 조사·발표하는 세계경제포럼의 Global Gender Gap Report 2024자료를 통해 먼저 여권통문에서 가장 강조되었던 교육권부터 살펴보자.

     

    우리 사회가 교육에 있어서는 여성에게 동등한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여성의 교육달성도는 조사대상 146개국 중 100위로 의외로 하위권에 속해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조사방식이 상대평가이고, 교육달성에 있어서 여성과 남성이 완전한 평등을 이룬 나라가 33개국이나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요인은 실질적 사회참여활동과 관련되는 직업교육에서는 여성비율이 낮고, 대학과 대학원 진학률에서 성별 격차가 크다는 점이다. 여성의 대학원 석·박사과정 진학률이 낮은 이유는 박사학위를 받아도 여성의 교수임용률이 남성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현상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여성의 정치적 권한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72위로 중위권에 머물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은 서구와 달리 참정권을 얻기 위한 투쟁의 과정 없이 남성과 동등하게 참정권이 부여되었다. 그러나 국회의원 중 여성비율은 19.2%로 여성 국회의원은 여전히 소수집단이어서 의사관철에 상대적으로 불리하며, 무엇보다 성평등 이슈를 의제화하는 것이 쉽지 않다.

     

    경제참여와 기회에 있어서는 112위로 조사대상인 네 분야에서 가장 낮다. 여성의 평균임금은 남성의 31.24%, 여성임원 비율은 12.8%에 불과하다. 여권통문이 공표되고 126년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와 산업은 세계가 주목할 만큼 급속도로 성장하였지만, 여성들은 경제성장의 단열매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126년전 여성들이 신랄하게 비판했던 밥하고 집안일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구습에서는 얼마나 탈피해있을까? 같은 세계경제포럼의 보고서는 무급의 가사와 돌봄노동에 보내는 시간의 비율이 남성은 4.38%이나 여성은 14.1%로 남성의 세 배에 달한다는 통계를 제시하고 있어, 126년의 시간이 무색하게 집안일은 여전히 여성의 일임을 나타내고 있다.

     

    마침 올해는 양성평등주간 일주일 후에는 추석명절연휴가 시작된다. 명절이면 항상 명절 스트레스가 화제가 되곤 한다. 2020년 사람인의 성인남녀 3,50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8.3%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그런데 이 조사결과를 성별과 결혼 여부에 따라 구분하여 보면, 기혼여성의 응답은 70.9%, 기혼남성(53.6%)이나 미혼여성(59%)에 비해 크게 높았다.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한 응답으로 기혼여성은 시부모 등 시댁 식구68.4%로 압도적으로 많은 반면, ‘처부모 등 처가 식구라고 한 기혼 남성은 15.8%에 불과하여 성별간 격차가 매우 컸다(복수응답). 이러한 명절 스트레스는 이혼으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설과 추석 명절 이후인 2~3, 9~10월의 협의이혼 건수가 명절이 아닌 시기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재혼 전문 결혼정보업체(온리유와 비에나래)의 재혼 희망 남녀를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서도 전 배우자와의 결혼생활에서 부부갈등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했을 때를 명절이라고 답했다(남성 35.8%, 여성 36.2%). 갈등의 요소로 남성은 양가 체류시간(32.1%), 여성은 차례준비 역할분담(34.3%)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 조사결과를 보면, 명절스트레스와 부부갈등의 원인은 여성에게 치중되는 가사노동뿐만 아니라 가부장적 전통에서 비롯된 여러 가지 가족제도의 구습이 명절에 증폭되어 나타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한 예를 들면, 남편의 본가는 시댁이라고 높여 부르지만 아내의 본가에 대하여 동등하게 부르는 처댁이라는 언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남편의 형제자매에 대한 호칭은 도련님, 아가씨로 존칭하지만, 남편이 아내의 형제자매를 도련님, 아가씨로 부르는 관습은 없다. 또한 아버지의 원가족은 가깝다는 친가, 어머니의 원가족은 바깥이라는 외가로 부른다.

     

    이와 같이 가족제도와 관련된 우리의 가부장적 관습과 문화는 현재까지 우리의 일상에 지속되고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주로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성평등한 명절만들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여성가족부도 성평등한 명절만들기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보도자료(2020.1.21.) 출처: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https://www.mogef.go.kr

     

    그렇다면 우리의 명절은 얼마나 성평등해졌을까? 2019년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의 조사 결과 서울시민들의 43.2%는 명절이 전보다 성평등해졌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그러나 똑같다는 응답도 39.3%를 차지하여 성평등 변화의 속도가 기대만큼 진전되고 있지 않다는 시민들의 체감도를 읽을 수 있다.

     

    올해 추석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궁금하다. 명절이 성평등해지기 위해서는 캠페인이나 일회성 행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부 차원에서 간소한 차례상의 예시를 제시해 확산을 도모하는 방안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평소 우리 사회가 꾸준하게 성평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성평등 의식과 문화 확산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때 성평등한 명절도 따라오는 것이 아닐까? 추석을 앞두고 126년전 우리 선배 여성들의 외침을 되새기며 드는 생각이다.

     

     

     

     
     
     
    [기획]「여권통문」이 만든 양성평등주간에 다시 생각해보는 성평등한 명절
    젠더와평화연구소 안태윤 대표

    조회수 2391

    2024-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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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들은 양주 별산대놀이에 대해서 아시나요? 별산대놀이는 경기도 양주의 무형문화재이자 국가무형문화재 제2호로 등록돼있는 중요한 대한민국의 문화유산인데요. 양주에서는 별산대놀이로부터 비롯된 별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시의 대표 마스코트가 있으며 이외 서울, 경기 지역에도 전승되어올 만큼 별산대놀이는 뼈대 있는 민속문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K-문화콘텐츠의 힘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만큼 우리 전통문화에 관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따라서 이번 웹진에서는 양주 별산대놀이의 가치와 보전을 위한 노력에 관해 고찰해 보면서 대한민국의 문화유산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양주 별산대놀이는 서울, 경기 중심의 애오개, 녹번, 사직골 등에서 연희가 되어 온 본() 산대놀이의 한 분파입니다. 원래 산대란 말은 잡희1)를 노는 일종의 높은 무대배경이나 무대를 가리키는 말인데요. 이에 비롯된 산대놀이란 명칭은 중부지방의 탈춤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2) 본 산대놀이가 사라진 오늘날, 산대놀이라 하면 대표적으로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는 양주 별산대놀이를 뜻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3)

     

    별산대놀이는 대동놀이4)의 형식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에 관한 흥미로운 배경이 숨어있답니다. 200년 전부터 해마다 주로 사월 초파일과 단오에 한양의 사직골 딱딱이패를 양주에 초청해 놀았으나 그들이 지방공연 관계로 일정을 취소하는 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에 대처하기 위해 양주골에서 신명이 많은 사람이 모여 탈을 만들고 연희를 시작했다는 재밌는 뒷이야기가 있습니다.5) 지금도 양주에서는 명절 혹은 공휴일마다 별산대놀이 공연을 진행하며 시민들에게 재밌는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별산대놀이는 어떤 내용과 구성을 하고 있을까요?

    우선 32명의 등장인물이 길놀이 가면과 의상을 갖추어 입고 꽹과리, , 장구 등의 풍물을 치면서 공연 시작을 알리고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공연 장소까지 행렬합니다. 이후 고사 놀이를 시작하기에 앞서 탈을 배열하고 그 앞에 제상을 마련하여 소지6)와 함께 고사를 지냅니다. 이미 고인이 된 연희자들의 영혼과 탈에 깃든 신령이 공연이 무사히 마무리될 수 있게끔 도와달라고 빕니다.7)

     

    다음은 별산대놀이의 본격적인 마당별 놀이 내용 중 일부를 요약해보았습니다.

    * 2과장(옴중, 상좌마당): 옴중이 어린 상좌에게 희롱당함

    * 3과장(옴중, 목중마당): 자기 지체를 높이려 하나 옴이 오른 중으로 탄로가 나는 파계승을 풍자함. 또 목중들이 놀이판에서 옴중에게 매를 맞고 수선을 피움 * 4과장(연잎, 눈끔쩍이마당): 초월적인 능력을 갖춘 고승이 파계승을 벌하는 내용. 얼굴의 흠으로 과거 보러 가지 못하는 연잎과 눈끔쩍이가 놀이판에 나왔다가 춤을 춤

    이외 총 8과장으로 구성돼있습니다. 각 마당별로 파계승에 대한 풍자, 양반에 대한 모욕, 남녀 간의 대립과 갈등 등으로 민생에 관한 얘기들을 다채롭게 담아 흥미를 끌어내고 있습니다.9)

    그렇다면 별산대놀이의 특징은 무엇이 있을까요? 크게 3가지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첫째. 별산대놀이의 춤사위는 부드럽고 우아합니다.

    한국 민속가면극에서 가장 분화하고 발전된 춤사위는 크게 몸의 마디마디 속에 멋을 집어넣는 염불장단의 거드름춤, 그리고 타령장단의 멋을 풀어내는 깨끼춤으로 구분됩니다. 특히 양주 별산대놀이의 춤사위는 이를 포함하면서도 대표적인 봉산탈춤, 강령탈춤하고는 달리 동작의 선이 굵지도 않고, 능청거리지도 않아 춤사위가 깔끔하고 우아해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10)

     

    둘째. 별산대놀이의 대사는 일상회화조입니다.

    별산대놀이의 등장인물 중 옴과 취발이의 대사는 극의 가장 흥미로운 요소입니다. 특히 취발이의 대사는 상당히 노골적이라 관객들을 물러가게 해 불편함을 없애는 것이 관례였습니다.11)이처럼 일상회화조의 대사를 쓴 이유는 민중들의 가감 없는 생활을 흉내 내며 큰 공감과 인상을 주기 위함으로 추정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몰락한 양반, 무당, 늙고 젊은 민중들이 극의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12)

     

    셋째. 별산대놀이는 가무적 부분과 연극적인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우리나라의 다른 전통문화인 탈춤과 같이 음악 반주에 춤이 추가되고 노래가 따르는 가무적 부분과 대사가 따르는 연극적인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 음악/무용/드라마를 적절히 조화시켜 구성돼있는 단원적 앙상블의 형식을 통합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13) 이러한 유기성을 통해 관객들의 몰입도와 흥분을 높이고 무대와의 일체감을 느끼게 하는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민중들의 문화유산이었던 별산대놀이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지역의 시민들은 꾸준히 노력을 해왔는데요. 몇 가지 대표적인 활동들을 소개하며 이를 통해 알리고자 했던 가치는 무엇인지 소개해보겠습니다.

     
     

    첫째. 양주시민 서포터즈는 적극적으로 별산대놀이를 홍보해왔습니다.

    양주시민 서포터즈는 별산대놀이를 소재로 한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해왔습니다. 이를 위해 별산대놀이를 관람하고 공부하며 내포된 역사와 문화의 중요성을 홍보하는 활동을 해왔습니다. 궁극적으로 별산대놀이의 공동체 가치와 민속놀이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앞장서 왔습니다.

     

    둘째. 별산대놀이 공연자들도 별산대놀이를 지킨 시민입니다.

    별산대놀이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던 1964년 이래로 기능보유자와 예능보유자를 비롯해 현재 활동하고 있는 공연단은 약 55명입니다.14) 55명의 별산대놀이의 전승자들이야말로 문화유산의 명맥을 이어준 잊지 말아야 할 시민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공연을 통해 하나의 문화를 향유하고 있다는 우리의 정체성이라는 가치를 보여주는 중요한 시민들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셋째. 시민 자원봉사를 통해 축제를 원활하게 진행해왔습니다.

    다양한 지역의 시민 자원봉사단은 별산대놀이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보이지 않는 지원을 해왔습니다. 예로 공연 장소의 깨끗한 환경을 위한 노력, 진행 안내 등의 활동에 협조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지역 사회의 결속력과 나아가 환경 보존의 가치를 실현해왔습니다.

     

    별산대놀이의 고유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많은 시민이 노력해왔는데요. 이들이 있었기에 양주 별산대놀이가 존재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별산대놀이에 대해서 더 알고 싶으신 분은 산대닷컴을 방문해보세요! 감사합니다:)

     

    산대닷컴: )양주별산대놀이보존회 (sandae.com)

     

     

    [각주]

    1) 시사적인 사건을 우스갯소리와 우스갯짓으로 표현하여 연출한 풍자적인 연극출처: 네이버 표준국어대사전/

    2) 3문단 1~3문장 출처: 전통문화포털 

    3)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4) 전통적인 농민의 단체 놀이. 대동(大同)'차별 없음'을 의미하여 대동놀이는 대체로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놀이함을 뜻함.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사진 대한민국

    5)  1문단 3~4문장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6) 부정(不淨)을 없애고 신에게 소원을 빌기 위하여 흰 종이를 태워 공중으로 올리는 일. 또는 그런 종이출처: 네이버 표준국어대사전

    7) 문단 전체 출처: 문화포털

    8) 문단 전체 출처: 문화포털

    9) 문단 전체 출처: 문화포털

    10) 문단 전체 출처: 전통문화포털

    11) 4문단 1~2문장 출처: 경기도메모리

    12) 출처: 문화포털

    13)1문단 1~2문장 출처: 경기도메모리

    14) 출처: 문화포털+양주별산대놀이보존회

     

     

     
     

     

     

     

     

     

     

     

     

     

     

     

     
     
     
     

     

     

     

     

     

     

     

     

     

     

     

     

     
    양주의 별산대놀이를 잊지 말아 주세요!
    초스코스

    조회수 4222

    2024-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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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명, 그리고 27..

    13명은 2019~2021년 홀로 삶의 무게를 지며 살아가다가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스스로 세상을 등진 자립준비청년이고, 27명은 생사조차 모르는 연락 두절 상태의 청년(202112월 기준)이라고 합니다(강선우 더불어민주당, 2022).

    지난해 8, 윤석열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국가가 책임지고 자립준비청년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부모의 심정으로 챙겨 달라고 한 말이 무색하게 지난 11월엔 자립준비청년 이모씨(당시 21)가 빚과 실직에 따른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부산시 금정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보육원을 나온지 2년 만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숨진 이씨를 관리한 부산시 보호아동자립센터 한 관계자는 이씨처럼 성인이 된 청년들이 연락을 거부하면 1회 연락 의무규정을 지키는 것 말고는 강제로 접근할 권한이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자립준비 청년도 사회초년생입니다. 믿을 만한 어른과의 소통과 연결점이 가장 필요합니다.

     

    출처 : 픽사베이

     

     자립준비청년이란?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은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가정위탁 등의 보호를 받다가 만 18세 이후 보호가 종료되어 홀로서기에 나서는 청년을 말합니다. 자립준비청년이 사회에 진출할 때, 안정적으로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기존의 자립수당, 자립정착금 등을 인상하는 등 올해부터 국가 지원이 더욱 강화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자립준비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복지금이 아닙니다. 자립준비청년은 집을 구하기가 어려워 주거불안을 겪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2021년부터 LH 임대주택의 공급을 확대할 것이며, 역세권이나 대학가 등에 신축 임대주택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정부 공식 발표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 자립수당'은 이들의 자립을 위해 5년간 매월 지급되는 수당을 말합니다. 이는 생활고를 겪는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국가 책임성 확보 및 안정적 자립을 위해 국가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면서 추진되었습니다.

     

    이처럼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적인 지원이 있기는 하지만, 20대 초반의 청년이 홀로서기에는 충분하지 않아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이 계속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자립을 준비 중인 청년 4명 중 1명은 생활비, 주거비 때문에 빚만 약 600만원이다.”, “18세라도 아직 민법상 미성년자에 속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혼자 통장도 못 만들고, 휴대폰도 개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 자립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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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자립준비청년 지원 보완대책

    2023년부터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자립수당, 자립정착금 등을 인상하면서 경제적인 걱정 없이 자립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할 예정입니다. 자립수당은 기존의 월 35만 원에서 월 40만 원으로 상향 조정되었습니다. 또한 자립정착금은 기존에 800만 원 이상을 지급하던 것에서 1,000만 원 이상 지급으로 또한 상향되었습니다. 게다가 자립정착금 지급과 금융교육 이수를 연계하였습니다. 의료비 지원의 경우 의료급여 2종 수준에서 자립준비청년 본인 부담금이 경감됩니다. 게다가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소득·재산 공제 수준이 확대되어 기존의 60만 원에서 30% 정도 추가 지급이 될 수 있습니다.

     

    자립 수당에다가 자립준비청년이 자립 기반을 갖출 수 있도록 주거, 교육, 일자리 지원 등을 지원합니다. 0세 이하 자립준비청년에게 무상 지원했으나, 2023년부터는 공공임대 연간 2,000호를 자립준비청년에게 우선 공급하고, 전세임대주택도 만 22세 이하의 자립준비청년에게 무상으로 지원합니다. 교육의 경우 기존에는 커리어넷 보호아동 전용 온라인 진로 창구를 운영하고, 대학생인 경우 국가장학금 II유형, 근로장학금에 있어 우선 지원을 하였습니다. 올해부터는 커리어넷 진로상담사가 맞춤형으로 자립준비청년에게 맞는 진로지도를 실시하고, 학자금(생활비) 대출을 무이자로 지원합니다. 또한, 거의 경우 기존에는 공공임대(전세·매입·건설)를 지원하고, 대학생 해외연수의 기회도 제공합니다. 일자리의 경우에 기존에는 청년일경험지원사업, 국민취업지원제도 등을 지원했으나, 올해부터는 고용센터 내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전담자를 두고, 그들에게 맞는 맞춤형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이 외에도 사회적지지 체계에서 자조모임을 지원하고 자립지원 전담인력을 확충하는 등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지원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많은 자립준비청년들이 만 18세 이후 보호가 종료되어 갑작스럽게 사회에 나오게 되면서 금전, 주거, 일자리 등이 준비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해결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자립준비청년이 사회에 진출하기 전에 미리 자립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보호 및 보호 연장 단계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였습니다. 보호 단계에서는 시설·가정위탁지원센터 자립지원 종사자를 확충하고, 체험형 자립준비 프로그램·자립캠프를 확대하였습니다. 보호 연장 단계에서는 기존 자립준비청년 지원을 보호 연장 기간에도 지원(맞춤형 사례관리, 청년마음건강바우처 등)합니다. 또한, 연장 기간에는 사회 진출 준비를 위해 특화된 자립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경기도자립지원전담기관홈페이지 링크 : http://www.ggjarip.or.kr/index.html

     

     

     

    경기도의 자립준비청년 지원 시설

    정부만이 아니라 지자체별로 자립준비청년의 사회 진출과 안정적인 삶을 지원하려는 움직임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경기도의 경우에도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시설이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경기도자립지원전담기관이 있습니다. 경기도자립지원전담기관에서는 보호종료 후 아동의 자립정착을 위한 의무교육 및 자립컨설팅을 지원합니다. 이와 더불어 자립지원준비청년을 위한 공공 및 민간의 서비스를 연계 및 정보 제공을 통해 자립 이후에도 지속적인 상담과 모니터링으로 자립의 안정을 돕는 맞춤형 사례관리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경기도자립지원전담기관, 2023, “자립준비청년 지원

     

    경기도에서는 자립준비청년 주거기반 자립지원 참여자를 매월 15일에 상시모집하고 있습니다. 이는 보증금 100만원에 입주할 수 있게 해주고, 월임대료를 무상으로 지원(거주에 따른 공과금, 관리비 본인 부담)하는 정책으로, 최초 입주기간 1년 뒤 최대 2년까지 재계약이 가능합니다. 입주에게 서비스도 지원합니다. TV, 냉장고, 세탁기 등의 가전제품이나, 가구, 주방식기 등을 제공하고, 자격증 취득 및 교육비, 생필품, 생일 및 명절지원 이벤트도 실시합니다. 자립준비청년 주거기반 자립지원 지원대상은 경기도 내 아동복지시설 보호종료 5년이내 또는 종료예정인 자립준비청년입니다.

     

    20대가 되어 홀로 자립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처음이고 버거운 일입니다. 당장 자신을 도울 수 있는 가족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더욱 힘들 것입니다. 자립준비청년에게 우리 사회가 부모처럼, 가족처럼 든든한 기둥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자립준비청년, 우리 사회가 ‘부모’가 되어야 합니다.
    주야

    조회수 8818

    202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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