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학교와 마을을 잇다”…경기마을교육공동체, 31개 시군 연대로 새로운 출발

/경기도 31개 시군 연대 경기마을교육공동체가 7월 11일 공식 출범했다 ⓒ에디터 다참
저출생, 학교 통폐합, 지역 소멸, AI시대…. 급변하는 교육 환경 속에서 학교 교육만으로는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다시 경기도 곳곳의 마을을 연결했다.
코로나19 이후 사실상 멈췄던 경기도 마을교육 네트워크가 31개 시군을 아우르는 ‘경기마을교육공동체’로 다시 출범했다. 학교와 마을, 행정과 시민이 함께 교육을 책임지는 새로운 교육자치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7월 11일 화성시 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열린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출범식에는 교육활동가와 교사, 학생, 학부모, 정치권, 교육청 관계자들이 참석해 교육자치 플랫폼의 새로운 출발을 함께했다.


/31개 시군 지부는 각자의 마을교육 영역에서 홍보 피케팅을 준비해 와 알리고 있다. ⓒ에디터 다참
멈췄던 연대, 다시 하나로…경기도 31개 시군 광역교육네트워크 출범
이번 출범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었다.
이는 구명옥 추진위원장이 소개한 경기마을교육공동체가 출범하기까지의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경기마을교육공동체협의회가 활동했지만, 이후 중단됐다”라며, “그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활동가들이 다시 힘을 모아 광역 네트워크를 준비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6년 3월 경기마을교육공동체가 공식 출범한 이후 14개 분과를 중심으로 활동했고, 지금은 경기도 31개 시군으로 조직을 확대했다”라며, “오늘 창립총회는 그동안 준비해 온 결실”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마을교육공동체는 그동안 정책 협약과 교육정책 제안, 회원 조직 정비, 네트워크대회 개최 등을 추진하며 광역 조직의 기반을 다져왔다.

/이영식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초대 이사장이 출범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에디터 다참
“더 큰 조직보다 더 단단한 교육공동체를 만들겠습니다”
출범식 직전 대의원총회에서 선출된 이영식 초대 이사장은 “31개 시군이 함께하는 광역 네트워크가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을 수없이 들었고, 누군가는 제 생각을 망상이라고도 했지만, 오늘 이 자리는 기적처럼 만들어졌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풀뿌리 교육운동을 넘어 교육자치 플랫폼으로 사람을 잇고, 마을을 잇고, 미래를 잇는 새로운 역사를 31개 시군이 함께 만들어 가겠다”라고 선언했다.
경기도 31개 시군 전체를 하나의 학습공동체로 연결해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가 교육의 주체가 되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다.
이영식 이사장은 “지역을 돌며 가장 많이 들은 말은 ‘함께할 사람이 줄어 들었다’, ‘모일 공간이 없다’, ‘혼자 버텨 왔다’라는 이야기였다”라며, “마을교육 활동가들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사업이 아니라 언제든 다시 찾아갈 수 있는 공동체와 함께 기댈 수 있는 동료”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조직이 아니라 가치의 연결”이라며, “학교와 마을, 교육청과 지방정부, 대학과 기업, 주민과 시민이 함께하는 교육자치 플랫폼으로 성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더 큰 조직이 아닌 서로 기대고 도와 줄 수 있는 더 단단한 공동체를 지향하겠다는 의미이며, 교육이 지역을 살리고 지역이 다시 교육을 살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다짐이었다.
“학교와 마을의 벽을 허물겠습니다”
교육청의 역할도 분명했다. 마을교육 활동가들이 지역에서 교육을 실천할 수 있도록 행정의 문턱을 낮추고, 학교와 지방정부를 연결하는 지원 체계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은 마을교육공동체를 ‘벽 깨기 교육’의 연장선으로 소개했다.
안 교육감은 “학교와 지역, 교육청과 시청의 벽을 허무는 것이 우리 교육을 살리는 방법이라고 20년 넘게 이야기해 왔다”라며 “마을교육공동체 시즌2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즌2의 핵심 과제로 ▲31개 시군 전체가 참여하는 조직 ▲읽기(R)·문화예술(A)·스포츠(S)를 중심으로 한 ‘RAS 교육’ ▲교육청과 지방정부가 함께하는 협력체계를 제시했다.
이어 “학교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라며, “시설이 필요하면 시설을 지원하고, 예산이 필요하면 예산을 지원해 마을교육공동체가 날개를 달 수 있도록 돕겠다”라고 밝혔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이 마을교육공동체 시즌2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에디터 다참
“마을이 우리들의 교실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날 무대의 주인공은 마을교육 활동가들만이 아니었다. 학생과 학부모의 목소리는 마을교육이 정책을 넘어 일상 속 교육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안성 공도초등학교 4학년 박지후 학생은 “예전에는 학교 안에서만 배우는 것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마을 곳곳이 교실이 된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라며, “어린이들의 꿈이 마을 안에서 더 크게 자랄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달라”고 제안했다.


/김아리 학생과 이슬기 학부모가 마을교육의 필요성을 제안하고 있다. ⓒ에디터 다참
김포 양곡고등학교 2학년 김아리 학생도 “학교와 학원만 오가던 마을이 이제는 배움과 놀이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설렜다”라며 “마을 어른들과 함께 새로운 시도를 해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학부모 이슬기 씨는 “학부모는 단순한 교육의 소비자가 아니라 마을의 자원이 아이들에게 잘 연결되도록 돕는 조력자가 되고 싶다”라며 “학교 담장을 넘어 교육의 동반자로 함께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학교도 문을 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현장에서 마을학교를 운영해 온 김봉수 남창초등학교 교장은 학교와 마을의 협력이 가져온 변화를 소개했다.
그는 “마을은 열심히 노력했지만 학교가 함께하지 못해 허공의 메아리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학교장과 마을학교장을 함께 맡으면서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졌다”라며, “학교도 문을 열 준비가 되어 있다. 앞으로 시즌2에서는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명옥 추진위원장이 경기마을교육공동체가 추진해야 할 6대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에디터 다참
지속가능한 교육생태계 구축을 위한 6대 과제
이날 출범식에서는 경기마을교육공동체가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도 발표됐다.
구명옥 추진위원장은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 조례 제정 추진 ▲마을교육공동체 기본법 제정 추진 ▲경기도 31개 시군 거점 마을학교 운영 ▲마을교육공동체지원센터와 마을교육대학 설립 추진 및 마을교육사 양성 ▲주민 참여형 교육자치 실현 ▲돌봄과 배움이 연결되는 지역 교육공동체 구축 등 여섯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현장의 실천에 머무르지 않고 정책과 제도를 함께 만들겠다”라며, “혼자서는 만들 수 없는 변화도 함께라면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출범식은 단순히 새로운 단체의 시작을 알리는 자리가 아니었다. 학교와 마을이 따로 존재하던 교육에서 벗어나 지역 전체가 아이들의 배움을 책임지는 새로운 교육자치 모델을 함께 선언한 자리였다.
그리고 이날 제시한 경기마을교육공동체가 풀어가야 할 숙제는 결코 녹록지 않아 보인다. 구명옥 추진위원장의 말처럼 현장의 실천을 반드시 법적·제도적으로 연결해야 가능할 것이다.
앞으로 경기마을교육공동체가 31개 시군을 연결하는 광역 네트워크를 넘어 교육정책을 제안하고 현장을 잇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조회수 51
2026-07-23
어린이 식당, 관계 회복을 위한 가장 따뜻한 초대
환대받는 한 끼가 만드는 아이들의 ‘이바쇼’
‘어린이 식당’ 운동은 도쿄 외곽의 작은 동네 골목에서 시작되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큰 재난으로 일본사회는 어두워졌고, 아동 빈곤율은 치솟았다. 방학에도 돌봐줄 사람이 없이 배회하는 동네 아이들의 모습은 누구나 안쓰러웠다. 하지만 ‘나 혼자서는 어떤 것도 바꿀 수 없다.’는 좌절감이 사람들 사이에 스며있었다. 그 때 도쿄의 한 채소가게 주인 『곤도히로시』는 달랐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했고, 시작했다. 2012년 여름. 히로시는 동네 아이들 몇몇을 자신의 채소가게로 불러 모아서 식사를 대접하고, 어린이식당이라고 명명했다. 이 작은 실천에서 비롯된 움직임은 2026년 일본 전역에 1만 2천개가 넘는 거점으로 확산되었다. 어린이식당은 빈곤 아동만을 위한 급식소가 아니다. 어린이식당은 아이와 어른, 이웃과 이웃이 밥상 공동체를 통해 무너진 지역 사회의 관계를 회복하는 ‘마을의 거실’이다.
이 운동의 핵심 키워드는 ‘이바쇼(居場所)’다. 이바쇼는 한국어로는 단번에 해석하기 어려운 단어다. 장소를 뜻하면서도 ‘자신 모습 그대로 있어도 되는 곳, 평가받지 않는 곳, 기댈 사람과 믿을 만한 사람이 있는 곳’을 의미한다. 또한 ‘이바쇼’는 장소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람에게도 “당신은 나의 이바쇼입니다”라는 식으로 쓸 수 있다고 한다. 우리말로는 충분하지 않지만 ‘안식처’, ‘비빌 언덕’, ‘안전한 사람과 장소’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코로나19, 환경위기, 연속된 사회적 대참사 등 우리사회 또한 재난의 시대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남긴 가장 아픈 상흔은 ‘고립’과 ‘단절’이다. 특히 아이들에게 세상은 부모 외에는 믿을 사람도, 기댈 곳도 부족한 각박한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닥친 위기는 특별한 사람만을 구제하고, 치유할 수준이 아니다. 잠재되어 있지만 모두가 아프다. 일본에서는 지금의 사회를 이렇게 표현한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의 상처를 나무 의사가 치유하고, 비료를 줄 때가 아니고, 전체 토양과 공기를 바꿔야 할 때다.” 학교 문을 나서면 돌봄 시설과 학원을 전전하며 저녁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영양분과 최고의 서비스만이 아니다. 자신을 온전하게 반겨주는 사람, 그리고 내가 이곳에 존재해도 좋다는 안도감, 즉 ‘이바쇼(내 자리가 있는 곳)’의 경험이다.
공릉동 ‘어릔이식당 작은숲’, 마을의 느슨한 연대가 차려낸 식탁
서울 공릉동에서도 이 따뜻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어릔이식당 작은숲’은 2011년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 개설 이후 15년간 다져온 ‘꿈마을공동체’(다양한 사람과 단체가 느슨하게 연결된 지역 네트워크이며, 마을교육공동체)의 자발적인 에너지가 응축된 결과물이다. 이곳의 식탁은 어느 한 기관의 힘으로만 차려지지 않는다. 지역의 작은 교회와 성당, 주민자치회와 작은 도서관, 학교와 복지관, 마을협동조합 등에서 활동하는 주민들이 돌아가면서 식당을 열고 있다. “작은숲”은 2024년 11월부터 지금까지 매달 열리고 있다. 여러 단체가 힘을 모으고 있고, 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돌아가며 책임을 나누니, 음식을 만드는 일은 각 단체가 1년에 한두번 정도만 담당하면 된다. 음식은 단순하고, 소박한 한 끼를 지향한다. 영양균형이 완벽한 급식 서비스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어린이와 이웃이 만나 이야기를 꽃피우는 관계의 식탁이다. 그래서 이곳의 이름은 ‘어릔이식당’이라고 표기한다. 오타가 아니라 ‘어린이’와 ‘어른’의 만남을 중의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어린이식당 작은숲의 일상은 이렇다.
마을 기업 ‘나눔과이음’은 알록달록한 비빔밥을 준비하고, ‘한살림 북서울노원지구’는 생명의 가치를 담은 정성 어린 주먹밥을 만든다. 시간을 내어서 일부러 방문한 주민자치회장님은 달콤한 디저트를 선물한다. 여기에 수공예 작가 모임인 ‘마디상회’는 라탄 바구니와 꽃병으로 식탁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소박한 한 끼지만 대접받는 느낌이 들어서인지 아이들의 얼굴은 싱글벙글 즐겁다. 친구와 함께, 부모님과 같이 온 아이도 있고, 가끔 혼자 온 아이도 식당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외롭게 서 있다. 어른들은 즐겁게 음식을 준비하고 아이들에게 다가가, 밝은 얼굴로 “어린이식당에 왔구나! 어서 오렴, 밥 먹고 가라”고 다정한 말을 건 낸다. 중고생 청소년들은 손님으로도 오지만 역할을 가지고 함께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곳에서 동네 형, 누나들은 테이블 메니저가 된다. 동생들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맵기는 어떻게 해줄까?”, “요즘 학교에서 재밌는 일은 뭐야?”라 물으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내는 유능한 일꾼이다.
지속 가능한 어린이식당 운동을 위한 다섯 가지 원칙
우리는 식당을 운영하며 일본 어린이식당 운동본부인 ‘무스비에’가 정한 다섯 가지 원칙을 가슴에 새긴다. 첫 번째는 ‘자발성’이다. 어린이 곁에서는 일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아이를 아끼는 마음과 베푸는 즐거움에서 스스로 시작하는 일이다. 두 번째는 ‘다양성’이다. 어린이식당은 운영주체에 따라서 모두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펼쳐진다. 모든 아이의 개성이 다르듯, 식당 또한 엄격한 매뉴얼로 정형화되지 않고 운영 주체의 형편에 맞게 저마다의 색깔을 담고 있다. 세 번째는 ‘포용성’이다. 어린이식당은 특정 대상만을 위한 선별적 서비스가 아니다. 이용하는 어린이는 저소득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 자원봉사로 참여할 기회도 마을 어른들뿐 아니라 청소년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네 번째는 ‘공익성’이다. 어린이식당이 영업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판촉행사와 연계하여 사익 추구의 수단이 되거나, 정치적·종교적 강요가 있어서도 안 된다. 마지막은 ‘지역성’이다. 어린이식당은 아이들의 삶과 가까운 곳에서 펼쳐져야 한다. 아이들이 돌봄 시설과 서비스를 찾아 멀리 가지 않아도 골목에서 친구와 이웃을 만날 수 있을 때, 마을은 비로소 살맛나는 공동체가 된다. 이러한 다섯 가지 원칙은 어린이식당이 단순히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복지나 교육 서비스를 넘어, 평범한 시민들이 주체가 되는 작은 변혁(무브먼트)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한다. 실제로 이 원칙들은 식탁에 앉은 아이들과 식탁을 여는 이웃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공동체 식탁에서 만난 사람들은 아파트 층간소음 갈등의 대상에서 반가운 ‘이웃’으로 전환된다. 제 자녀의 양육에만 집중하다 빈둥지증후군으로 상실감에 빠져있는 중년의 이웃들에게는 ‘사회적 양육자’라는 새로운 자리를 만들어준다. 어린이식당에서 시민들은 연결된다. 아이들의 미소로 동네사람들이 연결될 때 아동친화도시라는 행정의 선언은 살아 숨 쉬게 된다.
어린이식당이 만들어내는 변화의 에너지는 공릉동을 넘어서 전국으로 번져가고 있다. 그 열기를 확인한 자리가 바로 2025년 10월 16일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에서 열린 ‘어린이 식당 활동가 대회’였다. 서울, 경기 뿐 아니라 제주, 부산, 대구, 광주, 충북 전국에서 어린이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 어린이식당을 해본 사람들, 어린이식당운동이 지역에서 펼쳐지길 희망하는 사람들 85명이 모였다. 그 사람들은 복지관 사회복지사, 청소년센터 직원, 협동조합 구성원, 일반시민과 학부모들로 다양했다. 우리는 이 운동의 확산 가능성을 실감했다. 이후 내가 일하는 노원구 지역에도 어린이식당이 퍼져나가고 있다. 상계동에 위치한 청소년센터로, 경춘선숲길 작은 도서관으로, 중계동 어린이도서관 근처 작은 공간으로 점점 확산되고 있다. 타 지역에서 어린이식당 사례를 듣고자 찾아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문턱을 낮추면 마을 곳곳이 식당이 된다.
어린이식당은 거창한 전용 건물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엄청나게 많은 아이들에게 매일같이 최고의 음식을 제공할 필요도 없다.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 역시 작은 싱크대 하나로 식당을 운영한다. 한 달에 한번만 2층 로비를 장식해서 어린이식당으로 변신시킨다. 마을의 문턱을 조금만 낮추면 우리 곁의 모든 공간이 아이들의 식탁이 될 수 있다. 낮 시간에 비어있는 주민센터 회의실, 마을회관, 작은 도서관, 동네 작은 교회나 성당, 심지어 학부모들이 모이는 작은 카페 공간도 훌륭한 식당이 된다.
어린이식당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묻는다. “어린이식당을 하려면 돈도 많이 들고, 준비가 많이 필요하지 않나요?” 나는 이렇게 답한다. “어렵지 않아요. 하고 싶은 사람들이, 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게 어린이식당인 걸요. 일 년에 한번만 해도 좋고, 힘들면 중간에 포기해도 돼요. 안하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그렇게 쉽다고요. 에이 그래도 막상 시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도통 모르겠는 걸요” 일본에서는 어린이식당운동에 참여하려는 시민들의 걱정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펼쳐진다. 많은 지자체가 어린이식당운동에 참여하려는 시민들이 간단한 양식으로 의향서를 제출 할 수 있게 만들어두었다. 어린이식당을 하겠다는 신고 단체에게는 약간의 식재료비를 지원한다. 장소가 필요하면 공공시설 사용 가능 여부를 알아봐주고, 지역의 어린이와 가정에 어린이식당이 어디에서 언제 열리는지 홍보를 돕는다. 지자체 뿐 아니라 어린이식당과 어린이식당을 연결하고, 여러 어려움 해결을 돕는 중간지원조직(비영리 단체)도 운영되고 있다.
마을 곳곳에서 어린이식당이 펼쳐질 때, 아이들과 양육자는 작은 사회적 신뢰를 경험하게 된다. 또 어린이식당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재난의 시대, 삭막한 이 도시를 함께 돌보는 법을 다시 배우게 된다. 우리가 사는 모든 동네에 이 ‘관계 회복의 식탁’이 차려지기를 소망한다.


그림 숲길도서관에서 어린이식당 운영을 준비하는 도서관봉사자들의 모습

그림 어릔이식당 작은숲 운영을 위해 20여개의 마을 단체가 운영위원회를 만들어 둘러앉는다.

조회수 201
2026-04-02
[제목: 경기교육에 바란다. - 다시 ‘신뢰’와 ‘연대’의 학교공동체를 향하여]
두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이자 교육의 현장을 지켜봐 온 시민으로서, 저는 문득 스스로에게 묻곤 합니다. “과연 학교는 아이들에게 어떤 공간이어야 하는가.” 처음 큰아이가 초등학교 문턱을 넘을 무렵, 저의 고민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현실적이었습니다. 내성적인 아이가 낯선 환경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혹여나 학교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상처받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했습니다. 당시의 저에게 교육이란 ‘이미 정해진 환경’이었고, 저는 그저 우리 아이가 그곳에 잘 ‘적응’하기만을 바라는 평범한 학부모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참여하게 된 참교육학부모회의 강의에서 제 인생을 바꾼 한 문장을 만났습니다. “좋은 학교는 학부모가 함께 만들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제게 신선한 충격이자 새로운 가능성이었습니다. 학교를 주어진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가꾸고 변화시킬 수 있는 유기적인 공동체로 바라보게 된 시발점이었습니다. 이후 저는 교육 정책에 관심을 두고 학부모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우리 아이가 이런 교육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바람은 “우리가 직접 그런 환경을 만들어보자”는 구체적인 실천으로 변모했습니다.
그 실천의 결과물 중 하나가 바로 ‘와글와글 놀이터’였습니다. 큰아이가 저학년이던 시절, 매주 월요일 오후면 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만났습니다. 거창한 프로그램이나 교구는 없었습니다. 그저 두 시간 동안 마음껏 뛰어노는 것,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처음엔 네 명으로 시작했던 모임이 어느덧 수십 명의 아이로 북적였습니다. 아이들은 놀이 속에서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갈등을 해결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저는 그 천진난만한 모습들을 지켜보며 교육의 진정한 주체는 아이들이며, 어른의 역할은 그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이후 ‘꿈의학교’와 독서 모임으로 이어지며 저와 아이들 모두를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당시 경기교육이 지향했던 ‘혁신교육’의 흐름과 마을교육공동체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습니다. 학교의 문턱이 낮아지고 학부모가 교육의 주체로 당당히 설 수 있었던 그 시절, 우리는 학교 안팎이 연결되는 소중한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물론 모든 시도가 완벽했던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시행착오도 있었고 형식적인 운영에 그친 사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학교를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교육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문법이 바뀌었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목격한 가장 경이로운 장면은 사회적 실천의 현장에서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아이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의 생각을 정립하고,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장으로 나선 아이들은 이미 완성된 ‘시민’이었습니다. 저는 그들을 보며 교육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결국 ‘스스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주체적인 시민’을 길러내는 데 있어야 함을 다시 한번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경기교육의 현실을 바라보는 마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과거 우리가 쌓아온 신뢰와 협력의 가치들이 조금씩 흐릿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이 다시 보수적이고 관리 중심적인 방향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특히 가장 안타까운 변화는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때 혁신학교를 함께 일구던 파트너였던 두 주체는, 이제 ‘민원인’과 ‘대응 주체’라는 차가운 관계로 멀어지고 있습니다.
아이의 성장은 결코 가정이나 학교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교사와 부모가 서로를 신뢰하며 아이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때 비로소 올바른 성장의 길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세대가 바뀌고 시대가 변해도 교육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관계가 단절된 지금이야말로 ‘신뢰와 협력’이라는 교육의 원형을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2026년, 우리는 다시 중요한 선택의 시점에 서 있습니다. 이번 선택은 단순히 한 명의 교육 행정가를 뽑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의 교육 철학을 결정하는 과정입니다. 저는 경기교육이 경쟁의 언어가 아닌 ‘협력’의 언어로, 관리의 시스템이 아닌 ‘성장’의 시스템으로 다시 설계되기를 바랍니다. 학부모를 교육의 ‘동료’로, 교사를 존중받는 ‘파트너’로 대우하는 문화가 회복되어야 합니다.
교육은 효율성이나 단기적인 성과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숭고한 영역입니다. 아이들의 삶과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진심으로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숙의하고 토론하며 만들어가야 합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이 성적의 굴레에서 벗어나 조금 덜 경쟁하고, 조금 더 서로를 배려하며 어울릴 수 있는 학교를 꿈꿉니다. 배움이 교과서에 머물지 않고 삶과 연결되며, 아이들 개개인이 이미 한 사람의 존엄한 시민으로 존중받는 현장을 소망합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얻은 결론은 분명합니다. 교육은 바뀔 수 있고, 그 변화의 시작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2026년의 경기교육이 다시 한번 그 가능성의 힘을 믿고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의 삶을 중심에 둔 방향, 조금 더 따뜻하고 공정하며,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는 교육을 향해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조회수 112
2026-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