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한 몸, 한 뿌리에서 나온 영혼
정혜실((사)안산공동체미디어 단원FM 본부장)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 입구에는 이란인 사디1)가 쓴 시가 있다.

사디책 사디인물사진
12월 10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인권선언의 날이다. 세계인권선언은 1948년 세계 2차 대전을 겪은 후 국제사회가 더 이상의 전쟁을 원치 않으며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뜻에서 제정한 날이다. 잔혹한 인종 청소가 있었던 나치즘을 경험한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전 세계가 확인했다.
나치즘의 해악은 정상성의 기준을 세워 비정상적이라고 규정한 사람들을 눈앞에서 없애고자 한 것이다. 가장 먼저 사라져야 할 대상은 장애인들이었다. 또한 이성애중심의 사고를 하던 이들은 인구를 재생산하지 못하는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기에 성소수자들을 없애려고 했다. 그리고 누구나 익히 아는 끔찍한 말살정책이 유대인을 향해 일어났다. 이와 같이 ‘우리’라는 범주에 포함되지 않거나 비정상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을 죽이는 것을 정당해온 행위에 대하여 ‘증오범죄’라고 명명하며, 그렇게 죽게 된 상태를 일컬어 제노사이드(Genocide)라고 부른다. 차이가 차별의 이유가 되었다. 차별받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을 파괴했으며, 살던 곳으로부터 추방하고, 가두고, 착취하고, 잔인하게 살해하였다.
세계인권선언 1조는“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고 선언한다. 예외 없는 모든 사람이며, 모두가 존엄하고 권리는 평등한 존재가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한 몸이며, 한 뿌리에서 나온 영혼이다. 타인의 고통이 곧 나의 고통이 될 수 있는 것은 선언 때문이 아니라 인류가 같은 사람이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인의 아픔에 공명하지 못한 채 잔인해질 수 있다면 결코 사람일 수 없다고 사디는 시를 통해 말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어떠한가? 제노사이드에 희생되었던 아픔의 역사를 기억하자며 홀로코스트를 잊지 않도록 고통의 장소로 기념하는 이스라엘 민족이 팔레스타인 땅에서 전쟁을 일삼고, 사람들을 격리하고, 살던 곳을 파괴하고, 감시와 통제를 넘어 영토를 장악하고 키우던 올리브나무를 쓰러뜨린 땅위에서 호화로운 호텔과 집을 짓고 그 위에서 이들의 참사를 구경하거나, 동조하거나, 폭력에 뛰어들고 있다.
제노사이드의 피해자들이었던 그 후손들이 이제는 제노사이드를 저지르는 가해자가 되었다. 살던 곳에서 떠나 유랑하던 디아스포라(Diaspora)된 존재였던 그들은 정착의 욕망을 시오니즘(Zionism)이라는 이데올로기로 드러내어 팔레스타인들이 살던 곳을 야금야금 빼앗아 가다가 급기야 모두 차지하겠다는 야욕으로 전쟁을 일삼으며 강탈 중이다. 이러한 행위에 저항하고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이들은 한국주재 이스라엘대사관 앞에서 전쟁을 중단하라는 시위를 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전쟁반대포스터
1945년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대한민국이 전쟁을 겪고 분단이 되어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일본이라는 강대국들 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작년 12월 3일은 남과 북의 대치 상황을 이용하여 전쟁 도발을 통한 권력의 영구 장악을 획책하던 전 대통령이 계엄포고령을 선포하기도 했다. 늘 정권에 따라 평화모드에서 전쟁위기 발발까지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휴전 국가체제인 것이다.
1947년 영국의 지배를 받던 팔레스타인 영토에 두 개의 국가를 허용하는 국제사회의 인정 결과가 2025년 현재의 분쟁을 만든 것이다. 해방되지 못한 팔레스타인 국가는 이스라엘에 의해 점령되어 온 역사인 것이다. 세계인권선언은 있었지만 선언에 쓰인 말처럼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우린 날마다 목격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너무나 잘못이 선명해서 비난하기도 싶고, 저항하기도 싶다. 다만 세계를 움직일 힘이 우리에게 없을 뿐이다. 그래서 우린 쉽게 남의 일로 치부하며 외면할 수 있기도 하다. 왜냐하면 내가 사는 땅위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 전쟁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 팔레스타인 전쟁에 말이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시민사회 긴급행동’은 그래서 한국석유공사가 연류되어 있다며 서명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이 또는 대한민국의 기업이 이 전쟁에 가해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문제는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기도 한다. 일상을 살아가는 이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그저 먼 나라 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사실 여기서 일어난 2014년 세월호참사도, 2022년의 이태원참사도, 그리고 2024년 화성 아리셀참사도 못 본채 하거나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는 자들도 있다. 안산이라는 지역의 권력 없는 부모를 둔 아이들이어서, 또는 놀러가다가 당한 참사여서, 아니면 3D업종인 더럽고 힘들고 어려운 일을 담당해 온 파견·일용직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목숨을 동등하게 대하지 않는다. 진상규명은 더디고 책임자 처벌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고, 남은 자들의 고통은 여전하다.
유학생이라는 신분으로 한국에서 공부를 했지만 취업이 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미등록신분으로 남아 일하다가 단속 추방을 피해 숨어 있다가 25살의 베트남여성 뚜안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 경제에 기여하는 노동자로 필요해서 불러들인 이주노동자들은 어떻게, 왜 죽었는지 조차 밝혀지지 않은 채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한 줌 재가 되어 유골함에 담겨 차가운 밀실에 남겨 있다.
2만 명이 넘는 이주노동자들의 임금 체불액은 2025년 기준으로 1인당 503만원, 전체 1,108억 원이라고 한다.2) 그런가하면 혹한의 날씨에 열악한 기숙사에서 거주하다 사망하는 사례도 있다.3)
일부 시민들과 정치인들은 K-팝과 드라마·영화 산업으로 인해 전 세계의 환호를 받고 있기에 소위 국뽕에 취해 있거나 심한 나르시즘에 빠져 있기도 하다. 그렇다보니 정작 이 나라에 들어와서 살아가며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이주민들을 보이지 않는 존재로 만들거나 착취의 대상으로 삼고 있어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
결혼이민자, 전문가, 유학생, 이주노동자, 난민, 동포 등 체류자격으로 등급을 매겨 차별한다. 우리는 다양성을 말하지만, 실상은 다른 방식의 차별을 만들 뿐이다. 이제 그 차별을 넘어 계엄이후 극우집단들은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혐오하고 증오를 선동하는 가짜뉴스들을 내보내고 있다.
대림동 거리에서는 이들의 혐중시위로 인해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영화적 재미를 위해 중국인들을 범죄자로 그려온 영화들을 보며 사람들은 웃고 즐기고 있다. 그러는 사이 커져 온 편견은 고정관념이 되고 다시 차별을 일으키고, 차별은 혐오로 변하여 그들을 쫒아내라며 추방을 부르짖는 무리들이 되어 나타나게 만들었다.
코로나19 때는 우환에서 발생한 질병이라며 모든 원인을 중국인 탓을 했다. 검증되지 않은 사실은 진실이 되었고, 중국인들과 동포들은 마치 죄인처럼 숨어 지내야만 했던 적도 있다. 그렇게 누적되어 온 사건들이 폭발적으로 계엄 때 계엄의 이유가 또는 원인이 되어 비난의 화살을 고스란히 맞아야 했던 것이다. 외국인혐오는 이방인이나 외국인에 대한 혐오로서 특정 종족이나 민족, 인종 등에 대하여 우월감을 느끼든, 열등감을 느끼든 ‘우리는 너희들과 다르다’라는 정서나 의식과 관련된 개념이다. 다르다는 것은 배제를 해야 한다는 의식을 포함하기에 차별을 정당화한다. 4)그러한 차별은 결국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폭력이 되어 제노사이드로 이어진다.

혐오의 피라미드
혐오의 대상이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 난민 등을 향해 일어난 후에 그 다음은 누구를 향할 것인가. 어린이, 노인, 가난한자, 학력이 낮은 자, 신분이 낮은 자, 그냥 싫은 자인가. 세계인권선언 제2조에는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그 밖의 견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기타의 지위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구별도 없이, 이 선언에 제시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한다.
2018년 스위스 제네바 유엔사무소에서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열렸다. 당시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보고서를 대응하는 팀을 꾸려 함께 활동한 적이 있고, 직접 제네바까지 다녀왔다. 당시 큰 이슈는 제주도로 입국한 난민을 반대하고, 대구 이슬람성원 건축을 반대하고 무슬림을 혐오하는 문제와 단속추방을 피해 달아나다 추락하여 사망한 미얀마 이주노동자 사건 등이 있었던 때였다. “국민이 우선”이라는 말들이 넘치던 때였다. 당시 유엔은 대한민국정부에 다음과 같이 권고했다. 인종혐오발언에 대한 대처에 관한 일반권고 35호(2013)에 비추어, 혐오발언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조치를 취하고, 미디어와 인터넷, 소셜네트워크를 계속 주시하여 인종적 우월성에 기반한 관념을 전파하거나 외국인에 대한 혐오를 선동하는 개인이나 단체를 식별하고 그 행위를 조사하여 유죄판결이 있는 경우 개인이나 단체에 적절한 처벌을 가하라고 했다.
2025년, 유엔은 다시 대한민국 정부에 차별금지법제정과 혐오표현 규제, 미등록이주민보호, 이주구금개선, 난민권리 보장, 시민권 접근성 확대 등 여섯 분야를 “특별히 강조되는 권고”로 지정하였다.
2025년 경기도는 혐오표현을 규제하기 위해 ‘인종차별금지’ 조례를 제정하였다. 너무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다수당인 여당이 포괄적차별금지법제정을 통해 전국적으로 해나가야 할 차별 철폐 과제를 회피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문제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다름이 다양성이 되어 풍성한 삶이 각자에게 주어질 수 있어야 하고, 서로 상호 돌봄 속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완성되고 연결되는 존재여야 한다. 사디의 시처럼 한 몸이자 한 뿌리의 영혼인 우리가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며 살아 낼 때 우리는 비로소 사람인 것이다. 세계인권선언의 날 우리가 다시 곱씹을 것은 모든 사람은 존엄하며 평등한 존재라는 것이다.
1) 사디는 필명으로 본명은 ‘아부모하마드 모슈레포딘 모슬레흐 벤 압돌라 벤 사라지’이다. 중세 페르시아의 실천 도덕의 시인이다. 2) https://www.khan.co.kr/article/202502181500001#ENT 경향신문, 조혜령기자, 2025.02.18
3)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19691.html 한겨레신문, 이나영기자 2025.09.19. “영하 18도 한파에 숨진 이주노동자... 2심서 ‘한국정부 책임’ 판단”
4) 김세균, 김수행 외 (2006), 『유럽의 제노포비아』, 문화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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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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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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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11
올 겨울, 산타는 어디에
경기일보 이연우 기자
지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는 12월입니다. 누군가는 들뜬 마음으로 분주할 테고 누군가는 평소와 다름 없이 차분할 텐데, 모로 가도 행복하기만 하면 되듯 모두에게 보람차고 건강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이번 겨울은 꽤 따뜻할 것 같았습니다. 기후변화로 예년보다 추위가 늦게 찾아오면서 11월 중순까지 낮 최고기온이 20도를 넘었으니 피부로 체감하기엔 '더운 겨울'이었습니다.
하지만 감성적인 측면에선 추위가 빠르게 찾아왔습니다. 우리 사회 그늘진 곳에 여전히 차갑고 외로운 시간을 보내는,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는 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희망찬 연말을 앞두고 '과연 이 시대에 산타가 있는가' 상념하며 조금은 숙연한 이야기를 꺼내 보려 합니다.
#1. 언 손을 녹이는 건 따뜻한 손이 아니라 다른 언 손, “연대”
365일 24시 내내 움직이는 곳이 있습니다. 혹서기건, 혹한기건 돌아갑니다. 우리네 일터입니다. 노동자 입장에서 노동자들의 처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가장 먼저 '현장 이야기'를 꺼냅니다.
최근 건설노동자들이 국회 앞 30m 높이 광고판에 올랐던 것을 아시나요? 당시 건설노동자들은 일용직 임금삭감안을 철회하고 고용 안정을 입법화하라며 30여 일간 고공농성에 돌입했습니다. 10월 31일 비로소 한 달 만에 땅을 딛게 된 이들은 "무도한 정치와 노동 탄압에 고통받는 노동자가 거리에서, 고공에서, 현장에서 지금도 투쟁하고 있다"고 외쳤습니다.
그 말을 방증하기라도 하듯, 얼마 뒤엔 한국철도공사 노조가 인력 충원과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며 준법투쟁을 시작했습니다. 놀랍거나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노동자들이 "임금을 올려달라", "노조 활동을 보장해달라" 등의 이유로 투쟁에 뛰어드는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니까요. 특정 기업이나 특정 지역 사건을 언급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숱하게 벌어집니다.
작년 12월만 해도 CJ대한통운 택배노조가 ▲택배 요금 인상분 공정 분배 ▲서브 터미널 인력 충원 ▲택배 기사 계약 해지 철회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실질 임금 인상 ▲복리후생 수당 지급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했습니다.
곱씹어보면 몇 가지 궁금증이 듭니다.
Q. 노동자들이 태업·파업에 나서는 이유를 명확히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Q. 그래서 현장은 얼마나 개선됐고,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Q. 직종·산업만 달라졌을 뿐 누차 반복되는 상황인데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일까.
답은 미지수입니다만 때때로 곱씹어볼 주제라곤 생각합니다.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들과 함게하는 거리 기도회
이 외 미처 서술하지 못한, 언론에서 다뤄지지도 않은 수많은 일자리 현장에서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먹고 살길을 지켜달라'고 울부짖습니다. 면전에 나서 투쟁까지 불사한다는 건 미래를 건 크나큰 용기입니다. 하지만 '시민 불편 해소'를 위해 결국 멈추기 다반사입니다. 본인들도 시민이긴 마찬가지인데 말입니다. 투쟁에 돌입했던 노(勞)는 사(使)와 악수하며 싸움을 멈추지만 결과적으로는 빈손으로 끝날 때가 많습니다. 각양각색 현장의 노동자들이 사시사철 외로움에 떠는 이유입니다.

고난함께 로고
이러한 노동자들 곁에서 작은 온기나마 나누고자 하는 '산타 같은' 이들도 있습니다. 혼자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어려운 이들의 편에 섭니다.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모임, '고난함께'가 대표적입니다. 전남병 고난함께 사무총장·목사는 “분명한 건 우리는 산타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첫마디를 뗐습니다. “종교인으로서 본분을 다할 뿐 누구를 돕는다는 말은 가당치도 않다.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1989년 군 복무 중 양심선언 한 한 전경을 도우며 시작한 고난함께는 노동인권, 사회적 참사, 평화통일을 위해 달립니다. 다양한 문제로 아픔을 겪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지원하기도 합니다.
활동 원칙은 ▲되도록 연대하는 사람들이 가장 적은 곳,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싸우는 이들을 찾아간다 ▲당사자들 한 걸음 뒤에서 연대하되 끝까지 함께한다 ▲문제가 해결되면 조용히 사라진다 등 3가지입니다. 그런데도 산타는 아니라고 합니다.
전 총장은 “언 손을 녹이는 건 따뜻한 손이 아니라 다른 언 손”이라며 “언 손들이 서로 맞잡을 때 따뜻함이 퍼진다. 그것을 연대라고 부른다. 그 연대야말로 우리 시대의 산타”라고 했습니다. “거대한 자본주의와 권력의 벽 앞에서 가끔 절망감을 느끼지만 내일도, 내년도 계속하겠다. 메리 크리스마스”라고도 덧붙였습니다.
#2. 조금 더 '어우러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안산다문화거리(출처 : 경기일보DB)
노동자만 춥나요? 겨울이 낯설고 쌀쌀한 사람들이 또 있습니다. 이번엔 '이주민'입니다. 특히 전국에서 외국인 주민 수가 가장 많은 안산지역에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에 앞서, 2018년을 회상합니다. 전쟁과 폭력을 피해 고향을 떠나 제주도에 안착한 예멘 난민들을 만났을 때입니다. '제주도 당일치기'를 하며 예멘인을 찾아 나섰습니다. 'A호텔에 머문다더라, B어학원에 있다더라, 새벽 C어선에서 일하고 있다더라' 등을 사전에 듣고 갔지만 실제로는 한 명도 볼 수 없었습니다. "공개되면 영업 못 한다", "알려지면 이미지 나빠진다", "우리는 절대 아니다"라며 막아서더라고요.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난민심사를 요청하는 예맨인들(출처 : 경기일보DB)
행선지를 정하지 못하고 방황하다 출국 시간이 1시간 30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공항을 가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우연히 거리에서 한 예멘인 가족을 만났습니다. 임신한 채 본국을 떠나온 예멘인 어머니는 제주도에서 아이를 출산했고, 아이의 이름을 제주도의 한 지명을 따서 지었다고 합니다. 제주에서의 첫 예멘 아이였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경기도에 오자 곧바로 '난민들이 안산에 몰려든다'는 얘기가 쏟아졌습니다. 지역민이 반발하고, 반발하고, 반발했으나 한 달 여 지나면서 점점 "수용하자"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다문화가정에 가장 친화적인 도시마저 '난민'에 한해서는 예민할 수밖에 없다는 걸 느끼면서, 동시에 다른 지역과 안산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원FM 네팔팀 썸네일
지금도 조금 더 '어우러지는' 안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공동체라디오 단원FM입니다. 올해 3월 정식 개국한 이 채널(88.7MHz)은 자원봉사자 60여 명의 힘으로 움직입니다. 세월호참사유가족협의회를 통한 세월호 이야기, 반월·시화공단을 통한 노동자 이슈, 네팔어·중국어 등을 통한 이주민 다국어방송 등 안산만이 가능한 '안산만의 장점'을 하루 16시간씩 32개의 프로그램으로 방송합니다.

단원FM 캄보디아팀
정혜실 단원FM 본부장은 "여러 프로그램 특성에 맞게 안산 안에 계신 분들이 자발적으로 채워져 활동하고 있다. 예술, 환경, 인문, 페미니즘, 사회적 약자 등 다채로운 이야기와 함께 안산만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며 "결코 빠질 수 없는 '세월호', '노동자', '이주민'이 대표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주민'은 해외에서 건너온 주민뿐 아니라, 본토박이가 아닌 '국내 타향 출신'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정 본부장은 "안산은 조선 대대로 살아온 사람들이 적고, 외부에서 이주해 사는 분들이 많다. 도시 자체가 국내·외 이주민의 도시"라며 "이들이 안산에 정착하고 살면서 아이를 낳고, 청년이 되는 변화상들을 담아내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주류 미디어가 싣지 않는 평범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싶을 때 저희를 찾아오시면 된다"며 "학력, 성별, 피부색 등을 구애받지 않고 문턱 없는 라디오를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3. 우리가 이 시대의 산타가 될 수 있기를.
‘산타’, 필요한 사람 많습니다.
울면 안 된다며 슬픔을 달래주고, 혹시 선물이라도 생길까 기대감도 품게끔 산타가 필요한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우리 각자가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하지 않은 이 시대 산타가 됐으면 합니다.
모두 즐거운 12월, 크리스마스, 연말 맞이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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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