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한 몸, 한 뿌리에서 나온 영혼
정혜실((사)안산공동체미디어 단원FM 본부장)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 입구에는 이란인 사디1)가 쓴 시가 있다.

사디책 사디인물사진
12월 10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인권선언의 날이다. 세계인권선언은 1948년 세계 2차 대전을 겪은 후 국제사회가 더 이상의 전쟁을 원치 않으며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뜻에서 제정한 날이다. 잔혹한 인종 청소가 있었던 나치즘을 경험한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전 세계가 확인했다.
나치즘의 해악은 정상성의 기준을 세워 비정상적이라고 규정한 사람들을 눈앞에서 없애고자 한 것이다. 가장 먼저 사라져야 할 대상은 장애인들이었다. 또한 이성애중심의 사고를 하던 이들은 인구를 재생산하지 못하는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기에 성소수자들을 없애려고 했다. 그리고 누구나 익히 아는 끔찍한 말살정책이 유대인을 향해 일어났다. 이와 같이 ‘우리’라는 범주에 포함되지 않거나 비정상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을 죽이는 것을 정당해온 행위에 대하여 ‘증오범죄’라고 명명하며, 그렇게 죽게 된 상태를 일컬어 제노사이드(Genocide)라고 부른다. 차이가 차별의 이유가 되었다. 차별받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을 파괴했으며, 살던 곳으로부터 추방하고, 가두고, 착취하고, 잔인하게 살해하였다.
세계인권선언 1조는“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고 선언한다. 예외 없는 모든 사람이며, 모두가 존엄하고 권리는 평등한 존재가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한 몸이며, 한 뿌리에서 나온 영혼이다. 타인의 고통이 곧 나의 고통이 될 수 있는 것은 선언 때문이 아니라 인류가 같은 사람이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인의 아픔에 공명하지 못한 채 잔인해질 수 있다면 결코 사람일 수 없다고 사디는 시를 통해 말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어떠한가? 제노사이드에 희생되었던 아픔의 역사를 기억하자며 홀로코스트를 잊지 않도록 고통의 장소로 기념하는 이스라엘 민족이 팔레스타인 땅에서 전쟁을 일삼고, 사람들을 격리하고, 살던 곳을 파괴하고, 감시와 통제를 넘어 영토를 장악하고 키우던 올리브나무를 쓰러뜨린 땅위에서 호화로운 호텔과 집을 짓고 그 위에서 이들의 참사를 구경하거나, 동조하거나, 폭력에 뛰어들고 있다.
제노사이드의 피해자들이었던 그 후손들이 이제는 제노사이드를 저지르는 가해자가 되었다. 살던 곳에서 떠나 유랑하던 디아스포라(Diaspora)된 존재였던 그들은 정착의 욕망을 시오니즘(Zionism)이라는 이데올로기로 드러내어 팔레스타인들이 살던 곳을 야금야금 빼앗아 가다가 급기야 모두 차지하겠다는 야욕으로 전쟁을 일삼으며 강탈 중이다. 이러한 행위에 저항하고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이들은 한국주재 이스라엘대사관 앞에서 전쟁을 중단하라는 시위를 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전쟁반대포스터
1945년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대한민국이 전쟁을 겪고 분단이 되어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일본이라는 강대국들 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작년 12월 3일은 남과 북의 대치 상황을 이용하여 전쟁 도발을 통한 권력의 영구 장악을 획책하던 전 대통령이 계엄포고령을 선포하기도 했다. 늘 정권에 따라 평화모드에서 전쟁위기 발발까지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휴전 국가체제인 것이다.
1947년 영국의 지배를 받던 팔레스타인 영토에 두 개의 국가를 허용하는 국제사회의 인정 결과가 2025년 현재의 분쟁을 만든 것이다. 해방되지 못한 팔레스타인 국가는 이스라엘에 의해 점령되어 온 역사인 것이다. 세계인권선언은 있었지만 선언에 쓰인 말처럼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우린 날마다 목격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너무나 잘못이 선명해서 비난하기도 싶고, 저항하기도 싶다. 다만 세계를 움직일 힘이 우리에게 없을 뿐이다. 그래서 우린 쉽게 남의 일로 치부하며 외면할 수 있기도 하다. 왜냐하면 내가 사는 땅위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 전쟁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 팔레스타인 전쟁에 말이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시민사회 긴급행동’은 그래서 한국석유공사가 연류되어 있다며 서명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이 또는 대한민국의 기업이 이 전쟁에 가해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문제는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기도 한다. 일상을 살아가는 이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그저 먼 나라 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사실 여기서 일어난 2014년 세월호참사도, 2022년의 이태원참사도, 그리고 2024년 화성 아리셀참사도 못 본채 하거나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는 자들도 있다. 안산이라는 지역의 권력 없는 부모를 둔 아이들이어서, 또는 놀러가다가 당한 참사여서, 아니면 3D업종인 더럽고 힘들고 어려운 일을 담당해 온 파견·일용직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목숨을 동등하게 대하지 않는다. 진상규명은 더디고 책임자 처벌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고, 남은 자들의 고통은 여전하다.
유학생이라는 신분으로 한국에서 공부를 했지만 취업이 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미등록신분으로 남아 일하다가 단속 추방을 피해 숨어 있다가 25살의 베트남여성 뚜안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 경제에 기여하는 노동자로 필요해서 불러들인 이주노동자들은 어떻게, 왜 죽었는지 조차 밝혀지지 않은 채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한 줌 재가 되어 유골함에 담겨 차가운 밀실에 남겨 있다.
2만 명이 넘는 이주노동자들의 임금 체불액은 2025년 기준으로 1인당 503만원, 전체 1,108억 원이라고 한다.2) 그런가하면 혹한의 날씨에 열악한 기숙사에서 거주하다 사망하는 사례도 있다.3)
일부 시민들과 정치인들은 K-팝과 드라마·영화 산업으로 인해 전 세계의 환호를 받고 있기에 소위 국뽕에 취해 있거나 심한 나르시즘에 빠져 있기도 하다. 그렇다보니 정작 이 나라에 들어와서 살아가며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이주민들을 보이지 않는 존재로 만들거나 착취의 대상으로 삼고 있어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
결혼이민자, 전문가, 유학생, 이주노동자, 난민, 동포 등 체류자격으로 등급을 매겨 차별한다. 우리는 다양성을 말하지만, 실상은 다른 방식의 차별을 만들 뿐이다. 이제 그 차별을 넘어 계엄이후 극우집단들은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혐오하고 증오를 선동하는 가짜뉴스들을 내보내고 있다.
대림동 거리에서는 이들의 혐중시위로 인해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영화적 재미를 위해 중국인들을 범죄자로 그려온 영화들을 보며 사람들은 웃고 즐기고 있다. 그러는 사이 커져 온 편견은 고정관념이 되고 다시 차별을 일으키고, 차별은 혐오로 변하여 그들을 쫒아내라며 추방을 부르짖는 무리들이 되어 나타나게 만들었다.
코로나19 때는 우환에서 발생한 질병이라며 모든 원인을 중국인 탓을 했다. 검증되지 않은 사실은 진실이 되었고, 중국인들과 동포들은 마치 죄인처럼 숨어 지내야만 했던 적도 있다. 그렇게 누적되어 온 사건들이 폭발적으로 계엄 때 계엄의 이유가 또는 원인이 되어 비난의 화살을 고스란히 맞아야 했던 것이다. 외국인혐오는 이방인이나 외국인에 대한 혐오로서 특정 종족이나 민족, 인종 등에 대하여 우월감을 느끼든, 열등감을 느끼든 ‘우리는 너희들과 다르다’라는 정서나 의식과 관련된 개념이다. 다르다는 것은 배제를 해야 한다는 의식을 포함하기에 차별을 정당화한다. 4)그러한 차별은 결국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폭력이 되어 제노사이드로 이어진다.

혐오의 피라미드
혐오의 대상이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 난민 등을 향해 일어난 후에 그 다음은 누구를 향할 것인가. 어린이, 노인, 가난한자, 학력이 낮은 자, 신분이 낮은 자, 그냥 싫은 자인가. 세계인권선언 제2조에는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그 밖의 견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기타의 지위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구별도 없이, 이 선언에 제시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한다.
2018년 스위스 제네바 유엔사무소에서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열렸다. 당시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보고서를 대응하는 팀을 꾸려 함께 활동한 적이 있고, 직접 제네바까지 다녀왔다. 당시 큰 이슈는 제주도로 입국한 난민을 반대하고, 대구 이슬람성원 건축을 반대하고 무슬림을 혐오하는 문제와 단속추방을 피해 달아나다 추락하여 사망한 미얀마 이주노동자 사건 등이 있었던 때였다. “국민이 우선”이라는 말들이 넘치던 때였다. 당시 유엔은 대한민국정부에 다음과 같이 권고했다. 인종혐오발언에 대한 대처에 관한 일반권고 35호(2013)에 비추어, 혐오발언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조치를 취하고, 미디어와 인터넷, 소셜네트워크를 계속 주시하여 인종적 우월성에 기반한 관념을 전파하거나 외국인에 대한 혐오를 선동하는 개인이나 단체를 식별하고 그 행위를 조사하여 유죄판결이 있는 경우 개인이나 단체에 적절한 처벌을 가하라고 했다.
2025년, 유엔은 다시 대한민국 정부에 차별금지법제정과 혐오표현 규제, 미등록이주민보호, 이주구금개선, 난민권리 보장, 시민권 접근성 확대 등 여섯 분야를 “특별히 강조되는 권고”로 지정하였다.
2025년 경기도는 혐오표현을 규제하기 위해 ‘인종차별금지’ 조례를 제정하였다. 너무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다수당인 여당이 포괄적차별금지법제정을 통해 전국적으로 해나가야 할 차별 철폐 과제를 회피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문제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다름이 다양성이 되어 풍성한 삶이 각자에게 주어질 수 있어야 하고, 서로 상호 돌봄 속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완성되고 연결되는 존재여야 한다. 사디의 시처럼 한 몸이자 한 뿌리의 영혼인 우리가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며 살아 낼 때 우리는 비로소 사람인 것이다. 세계인권선언의 날 우리가 다시 곱씹을 것은 모든 사람은 존엄하며 평등한 존재라는 것이다.
1) 사디는 필명으로 본명은 ‘아부모하마드 모슈레포딘 모슬레흐 벤 압돌라 벤 사라지’이다. 중세 페르시아의 실천 도덕의 시인이다. 2) https://www.khan.co.kr/article/202502181500001#ENT 경향신문, 조혜령기자, 2025.02.18
3)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19691.html 한겨레신문, 이나영기자 2025.09.19. “영하 18도 한파에 숨진 이주노동자... 2심서 ‘한국정부 책임’ 판단”
4) 김세균, 김수행 외 (2006), 『유럽의 제노포비아』, 문화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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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4

우리의 온도는 1℃ 올라갔습니다
김정현(청년플로우 2기 위원장)
2025년 센터와 함께한 저의 공익의 온도는 36.5 ℃입니다. 이 온도는 '공익활동'이라는 몸을 안전히 유지합니다.
경기도에서 활동하면서, 동료 청년활동가가 주변에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매번 느끼고 있었다. 기성활동가들과 추구하는 것 그리고 이를 얻어가는 방식도 너무 다른 상황에서, 지역에서 혼자인 것 같다는 생각을 꽤 오래전부터 했었다. 운 좋게 지역에서 청년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내가 꿈꾸는 공익활동을 속 터놓고 이야기하기에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청년플로우(이하 ’청플‘)는 이러한 갈증 속에서 하나의 오아시스처럼 ‘발견’되었다. 내가 활동하는 지역의 공익활동지원센터가 폐쇄된 상황 속에서, 광역센터는 나에게 존재감이 없었다. 알았다고해도 타지역에 있는 공간이, 나의 활동에 도움을 줄 거라 생각을 못 했을 것이다. 그런 나의 이목을 끌고 생각의 전환을 만든 건 청플이었다.
「경기도 청년활동가 네트워크 위원회 ‘청년플로우’」 청플의 공식 명칭이다. 나는 종종 이 이름에 담긴 함의를 생각해 보곤 하였다. ‘청년활동가’인 우리가 ‘교류’하며 만들어낼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이번 청플 2기 활동은 우리 조직의 존재 의의를 돌아보며, 활동을 전개한 것 같다.
위원들은 경기도 내 공익활동센터와 활동공간을 방문하며, 각자의 활동을 공유하고 앞으로 같이 할 내용을 채워나갔다.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서로를 알아가는 내부 간담회를 거쳐, 지속 가능한 공익활동을 탐색하는 외부 간담회를 지나, 한 발짝 쉬며 앞으로의 도약을 준비하는 캠프를 진행하게 되었다.
내부 간담회에서는 서로의 인생을 탐색하면서 공익활동을 하게 된 계기, 앞으로의 목표 등을 나누었다. 모호하게만 알았던 서로의 활동을 구체적으로 볼 수 있었고, 위원회에서 어떠한 공동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확인하였다. 외부 간담회에서는 ‘앞으로도 공익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까?’는 문제 인식 속에서, 다양한 지수를 매개로 청년의 목소리를 녹아내는 행사를 마련하였다. 현장에 참여한 이들은 각자의 처한 공익활동의 어려움, 주변의 시선 그리고 미래에 대한 걱정 등을 편하게 나누었고, 이를 통해 서로를 응원하고 자신의 지속 가능함을 확인하였다.
네트워크 캠프에서는 바인딩북 제작 및 방탈출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면서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가졌으며, 그동안 나누지 못한 깊은 이야기들을 주고받은 날이 되었다. 청플 위원이 참여한 공익활동 페스타 ’세계시민대회‘에서는 공동주관 단체로서 우리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청년 중심의 목소리를 공식적인 공론장에서 표현할 수 있었다.
모든 행사 준비 과정에서 위원들이 직접 참여하여, 프로그램의 주역으로 나섰다는 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청년 활동가는 언제든 현장의 앞에서 그리고 핵심으로 드러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계기들이었고, 나는 그러한 당당함이 마음에 들었다.
운영 과정에서 센터의 지지와 담당자의 헌신이 우리의 자리를 더 빛나게 만들었다. 업무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없다고 하면 거짓이겠지만, 이는 청년활동가를 동등한 동료로 대하는 마음이 변치 않는다면 충분히 해결될 일들이다.
인간은 몸이 침투한 바이러스를 처리하기 위해 체온을 올리곤 한다. 특히 겨울철 체온이 1℃ 상승하면 면역 세포의 활동이 활발해져 여러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듯 체온이 조금만 올라가더라도 우리에게는 많은 변화가 생긴다.
나는 사람의 신체 반응이 공익활동의 체계와 매우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가끔 활동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럼에도 일련의 과정들이 유의미한 건, 효율과 사익만을 추구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 사회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는 면역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세상을 유지하고 또 좋은 방향으로 바꾸어가기 때문이다.
15명의 위원들은 서로를 알아가고 최종적으로 나를 알아가는 한 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온도를 다시 정상적으로 올리기 위한 힘을 얻었다. 각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우리는 경기도라는 몸에서 지역을 구하기 위한 지킴이로 살아갈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안정감은 지속 가능한 활동의 원동력이다. 이렇게 살아가다 ’공익의 온도‘가 1℃ 올랐을 때, 청플 활동이 우리에게 크나큰 부분이었음을 인지할 것이다.
청플 위원들과 함께, 정상 체온이 된 사회를 즐길 날을 고대한다.

담당자와 청플 위원들 1차 간담회
우리의 세계를 열자
노민주(수원환경운동연합 활동가)
2025년 센터와 함께한 저의 공익의 온도는 80 ℃입니다. 나와 닮은 누군가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우리의 세계를 열었어요.
안녕하세요, 수원환경운동연합 노민주입니다. 수원환경운동연합은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2025 공익활동가 역량강화 지원사업」을 통해 2030 여성 활동가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교육의 주제는 여성 청년이 일상을 살아가는 데에 꼭 필요한 연애, 주거, 상담, 노동으로 선정했습니다.
지난 해 12월 윤석열 퇴진 광장은 ‘응원봉 광장‘이라고 불릴 만큼, 응원봉을 든 2030 여성이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2030 여성 활동가 교육」은 ‘광장에 모인 여성들의 목소리와 응원봉의 불빛이 서울을 넘어 우리의 일상까지 연결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지난 10월에는 노동을 주제로 교육했습니다. 강사로 노무사사무소 씨앗의 이지혜 노무사님이 애써 주셨습니다. 이날은 청년 노동 경험을 톺아보고, 근로계약서 작성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교육 참여자들은 노동자로서 권리와 의무 등의 정보가 부족하고, 부당한 상황을 판단하는 근거와 대처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습니다. 또한 자신의 노동 경험을 공유하며 2030 여성으로서, 활동가로서 처한 상황과 고민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한국 사회가 2030 여성의 불안을 개인의 것으로 축소하고, 예민하다는 이미지를 재생산한다는 사실에 공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위로받고,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2030 여성 활동가 교육」을 톺아보니, 단순한 교육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나와 닮은 누군가에게 “너의 하루는 어때? 오늘도 안녕해?”라고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우리의 세계를 여는 자리였습니다.

2강 사진
경기도 공익활동지원센터, 공익활동가들의 진정한 동반자 모델로 우뚝 서다!
이바다(평화누리 상임대표)
2025년 센터와 함께한 저의 공익의 온도는 100 ℃(펄펄 끓음)입니다. 단순한 학습을 넘어 네트워크가 이루어지는 시간이었어요.
이번 2025년 경기북부 공익의제 해결형 프로젝트 1권역 사업은, DMZ 인접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임진각, 덕진산성, 해마루촌 등을 둘러보는 평화·생태·역사 탐방과 ‘DMZ접경지역 시민사회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발제와 토론을 내용으로 고양, 파주지역 활동가들이 1박 2일동안 교류와 향후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는데 집중했습니다.
이번 과정에서 가장 큰 성과는, 접경지역 시민사회가 한 공간에 모여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며 서로의 경험을 공유했다는 점입니다. DMZ 일대의 역사·문화 탐방과 발제와 토론이 결합되면서, 단순한 학습을 넘어 네트워크와 교류가 함께 이뤄지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임진각, 덕진산성, 해마루촌 등 현장 탐방과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포함한 남북 문제에 대한 발제와 토론이 적절하게 배치돼 분단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평화와 화해를 위해 시민 활동가들이 담당해야 할 일들을 고민하고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사업에서 돋보였던 것은 활동가들과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스텝들과의 긴밀한 협업이었습니다. 활동가들은 주로 사업의 콘텐츠 발굴과 내용을 공유하는 일에 주력하였고, 센터 스텝들은 활동가들의 사업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제반 환경과 필요한 섭외를 도맡아 주었습니다. 이러한 역할분담과 협력 덕분에 일정과 장소, 먹거리 등에서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았고, 기획 의도에 맞게 프로그램이 잘 추진되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한 제안으로는, 탐방과 주제 토론을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지속적인 구조로 만들자는 데 의견이 모였습니다. 이번에는 활동가들 중심의 사업이었다면 이 경험을 살려 DMZ지역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었습니다.
이번 참여를 통해 느낀 점은, 접경지역이라는 공통된 조건을 가진 단체들이 함께 연결될 때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는 것입니다. 각자 고유의 활동을 넘어, 함께 기획하고 함께 실천할 기반을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 계기를 만들어 준 경기도 공익활동지원센터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활동이 이어져, 지역 시민사회가 더 넓은 연대와 실천으로 나아가길 기대합니다.

DMZ 시민사회 생명 평화 포럼 및 워크숍
모여라, 의정부 기후환경 지킴이
최순덕(의정부풀뿌리시민회의 기후환경분과장)
2025년 센터와 함께한 저의 공익의 온도는 1.5 ℃입니다. 지구 평균 기온을 낮추기 위한 우리 모두의 실천행동 목표 온도입니다.
저는 의정부 지역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실천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주민들과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공익활동가입니다. 공익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노후화된 생활폐기물 소각시설을 인근 마을로 이전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열린 시민공론장에 참여했던 경험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역의 환경 문제는 결국 지역주민들의 삶과 건강, 그리고 미래 세대의 권리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게 되었고 공익활동가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미래 세대인 우리 아이들이 쾌적한 환경을 보장받는 것은 행복권과 건강권과 같은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연대하여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한 감시와 참여에 나서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생활 속 환경문제를 함께 발견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지역 공동체 활동을 통해 친환경적 삶을 실천하는 지역 문화의 확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탄소중립 실천행동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마을 공동체가 쉽고 즐겁게 기후행동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지난해 ‘공익활동지원센터 1기업1단체 지원사업’에 참여했었고 올해 역시 사업에 선정되어 환경 지킴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에너지전환에 대한 이해교육, 에너지절약 캠페인, 기후변화가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학습하는 마을하천 생태체험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주제로 한 기후 음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주민들이 쉽고 즐겁게 환경 지킴이로 성장하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였습니다.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과 사업이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필수적이지만, 시민들의 일상 생활과 밀접하게 연계된 대응책은 여전히 부족한 현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 시민단체가 주민들과 직접 호흡하며 기후 관련 공익 의제를 발굴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실천 행동의 가치는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자연을 보호하며 생명을 존중하는 개인의 노력이 지역사회와 연대한다면, 그 파급 효과는 더욱 크고 넓게 확산될 것입니다. 나의 작은 공익 활동을 숫자로 측정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개인의 작은 실천이 하나하나 모이면 행복의 온도가 되어 우리 사회에 따뜻한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작은 바램이 있다면 지구환경 지킴이로서의 작고 소소한 실천 행동이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온도계가 될 수 있도록 더 활기차게 공익활동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DMZ 기후위기와 에너지전환 교육에 참여한 지역주민들

8월 22일 에너지의 날 불끄기 캠페인 참여 후 주민들이 인증샷과 함께 참여소감을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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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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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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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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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0
전태일재단 사무총장 박미경
지난해 6월, 전주의 한 제지공장에서 일하다 숨진 19세 청년 노동자의 수첩에는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남에 대한 얘기 함부로 하지 않기, 하기 전에 겁먹지 말기, 기록하는 습관 들이기, 운동하기, 구체적인 미래 목표 세우기…”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한 청년의 다짐이었습니다. 그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배워가며 성장하길 바랐습니다. 이 글은 그가 얼마나 성실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사진1. 전주의 한 제지공장에서 일하다 숨진 청년 노동자의 메모장
55년 전, 1970년 11월 13일, 서울 평화시장에서 분신 항거한 스물두 살 청년 노동자 전태일도 그랬습니다. 그가 남긴 대학노트 7권의 일기장에는 “절망은 없다”라는 문장이 적혀있습니다. 배움을 갈망한 나머지 입던 잠바를 팔아 중·고등 수험서를 사고, 평화시장의 여성 노동자들과 함께 근로기준법을 지키며 일하고 싶다고 적었습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자신을 사랑하고, 미래를 구체적으로 꿈꾸던 청년이었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누구보다 진실했으며, 인간답게 일하며 살고 싶었고,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끊임없이 노력했다는 것입니다. 그 바람은 다르지 않습니다.
사진2. 전태일의 일기에 적힌 글씨
인간의 나라를 향한 미완의 여정
전태일은 아무도 소외되지 않고, 인간적인 존중과 대접을 받는 사회를 꿈꾸었습니다. 그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친 지 55년이 지났지만, 그 목소리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 메아리치고 있습니다. 스물두 살 청년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이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습니다. 전태일의 외침은 한 개인의 희생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를 향한 질문이었습니다. ‘인간의 존엄과 노동의 긍지는 무엇인가?’
그로부터 반세기가 흘렀건만, 전태일이 던진 질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경제성장을 이루었지만, 불평등과 양극화는 오히려 깊어졌습니다. 비정규직, 플랫폼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이주노동자, 프리랜서 등 이름은 달라도 불안정한 일자리에 놓인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청년 세대는 미래를 설계하기보다 생존을 걱정해야 하고, 퇴직 후에도 다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간의 나라’는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전태일이 말했던 ‘덩이’, 끝내 목적지까지 굴리지 못한 과업은 지금 우리에게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 덩이를 이어 굴려야 할 책무는 바로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아직도 머나먼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과정’보다 ‘결과’를, ‘사람’보다 ‘이익’을 우선하는 구조에 머물러 있습니다. 불안정한 노동의 확대는 노동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핵심 요인이기도 합니다.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 그리고 사회적 인식이 함께 바뀌어야 합니다. 경기도 곳곳의 산업단지, 물류센터, 봉제공장, 돌봄 현장에는 전태일의 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노동 환경이 남아 있습니다.
하루 10시간이 넘는 노동시간, 산재와 과로의 위험, 불공정한 하도급 구조 속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여전히 “기계 부품처럼” 일하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이러한 문제를 가장 생생하게 품은 지역이기도 합니다. 전국 최대의 산업지대를 품고 있으며, 제조업·운수·돌봄·플랫폼 노동이 함께 얽혀 있습니다. 그만큼 경기도의 변화는 곧 한국 노동 현실의 변화를 상징합니다. 경기도민이 ‘인간의 나라’를 향한 발걸음에 함께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연대와 나눔, 전태일 정신의 다른 이름
전태일 정신의 핵심은 ‘연대’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고통보다 동료의 고통을 먼저 생각했고, 자신이 아닌 ‘우리’를 위해 싸웠습니다. ‘바보회’와 ‘삼동회’라는 이름으로 동료들과 함께 공부하고, 법을 읽고,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그의 행동은 거대한 조직이 아닌 작은 연대로 첫 발을 디뎠습니다. 오늘날 이 연대의 정신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청년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연대하고, 이주노동자들이 지역 시민들과 함께 문화 프로그램을 열며, 돌봄노동자들이 협동조합을 세워 서로의 권리를 보호합니다. 이런 움직임은 거창한 구호보다 훨씬 더 ‘전태일답습니다’. 연대와 나눔은 전태일이 남긴 가장 현실적인 유산입니다.

사진3. 동료 시다, 미싱보조들과 함께 (뒷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전태일)
11월 13일, 국가기념일로 기억해야 하는 이유
왜 ‘11월 13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해야 할까요? 기념일 제정은 과거를 추모하기 위한 절차가 아닙니다. 그것은 국가가 ‘노동의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인간의 존엄’을 제도적으로 천명하는 사회적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휴일이 아니라, 새로운 기억의 방식입니다.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진 ‘노동 존중의 가치’를 시민 모두가 공유하고, 사회가 제도적으로 기리는 일입니다.
11월 13일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된다면 그날은 과거를 기리는 날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내일’을 약속하는 날이 될 것입니다. “노동 없는 성장”이 아니라 “노동이 존중받는 발전”을 향한 대한민국의 선언이 될 것입니다.

사진4. 11월 13일 국가기념일 지정 전태일 시민행동 추진 [전태일과 다시 만난 세계 토론회]
경기도민이 함께 만드는 변화
국가기념일 제정은 중앙정부의 몫이 크지만, 그 출발은 시민에게 있습니다. 특히 경기도는 이 변화의 중심에 설 수 있습니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노동자 수가 가장 많고, 청년과 이주노동자, 플랫폼 종사자 등 다양한 노동 형태가 공존하는 곳입니다.
경기도는 이미 노동권 보호를 위해 여러 정책을 선도해 왔습니다. 노동국 설치, 노동복지센터 운영, 주 4·5일제 시범업체 추진 등은 일하는 사람이 살기 좋은 경기도를 향한 발걸음이었습니다. 여기에 ‘전태일 정신을 기리는 국가기념일 운동’이 더해진다면 주권자인 시민의 자발적 연대는 더욱 단단해질 것입니다.
시민과 지방정부, 학교, 노동단체가 함께 11월 13일의 의미를 알리고, 작은 기념행사를 열며 전태일의 뜻을 오늘의 언어로 되살린다면 기념일 지정은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그의 바람은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사람이 사람답게,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사회를 바랐을 뿐입니다.
‘인간의 나라’는 경제지표로 세워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서로의 존엄을 인정하고, 약한 이웃의 삶을 함께 책임지는 사회 속에서 만들어집니다. 비로소, 전태일이 꿈꾸던 인간의 나라가 완성될 것입니다.
전태일의 죽음이 20세기 한국 사회가 노동 존중 사회로 거듭나는 출발점이었다면, 국가기념일 지정은 노동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경기도민과 함께 전태일이 이루지 못한 덩이를 굴려, 목적지에 닿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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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28
청년의 시선으로 더 나은 미래 정책을 고민하는 경기도 청년활동가 박시우(청년다음랩연구소)
청년 당사자로서 ‘모두의 지속 가능한 다음’을 고민하게 된 계기
어렸을 적부터 ‘장래희망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을 때면, 번듯한 정답을 하나 골라 말하곤 했습니다. 직업명을 듣고 별다른 질문 없이 고개를 끄덕거리는 반응이 익숙해질 무렵, 어느 한 단어로 정의하기 어려운 질문을 마주했습니다.
‘당신이 살고 싶은 사회는 어떤 모습입니까?’
폭우로 반지하 주택이 침수되고 산불로 삶의 터전이 사라졌다는 기사, 즐겁게 떠난 수학여행에서 학생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기사, 이태원 거리에서 또래 친구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기사, 사회초년생 청년 노동자나 실습생들이 일하다가 크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다는 기사, 딥페이크 성착취물 피해가 주변 학교들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기사… 10대에서 20대까지 자라오면서 잊기 어려웠던 기사들의 내용입니다.
나의 교육도, 집도, 일터도, 살아갈 지구마저도 무엇 하나 지속가능하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이대로 정말 괜찮은 것인지 함께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했습니다. 모두의 삶이 더 나아지는 방향으로 한 발 나아가고 싶은데, 도대체 무엇부터 해야 하는 것인지 막막했습니다.
해결되어야 하는 현실의 문제들은 무엇인지 당사자로서 고민하고, 실제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계획하고 시도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상상하고 싶었습니다. <청년다음랩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청년 다음학교’나 ‘청년정책 실험실’에 참여하게 된 계기도, 그 답을 찾아가기 위한 한 걸음이었습니다.
특히, 올해 초에는 수많은 시민이 광장에 모여 제가 진정 바라는 사회의 모습은 무엇인지 외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경쟁과 격차 속에서 무기력해지는 아이들을 방임하지 않는 사회, 포기하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회,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존중하는 차별 없는 사회, 모두가 공동체 속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고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사회, 일터와 집과 거리가 안전한 사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에는 어떤 정부 정책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는지 다함께 고민하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청년미래사회정책을 상상하는 프로젝트에 함께 진행할 수 있어서 더욱 뜻깊은 순간이었습니다.
‘우리 사이’를 멀어지게 하는 우리들의 ‘피로’에도 대안이 필요하다.
저는 대학생 당사자로 구성된 연구팀 ‘우리 사이’의 팀원으로 속하여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대학생의 일상이 된 아르바이트, 학업을 병행하기 위해 휴식과 여가 시간을 줄이며 피로한 대학 생활을 보내고 있는 주변 대학생 친구들을 떠올리며 연구 주제를 발굴하고자 했습니다.
‘공교육’은 공적 주체에 의해, 공적 재원으로, 공적 절차에 따라 운영되는 교육으로 공익을 목적으로 합니다. 헌법 제31조 1항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갖는다’는 헌법에 명시된 가치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는 초·중·고등학교 교육을 공교육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경험한 교육 현실은 ‘입시 전쟁’이었습니다. 청소년들의 삶이 중노동에 가까운 학습 노동과 치열한 입시 경쟁 스트레스에 놓여 있기에 한국의 공교육은 ‘위기’라고 합니다. ‘청소년 자살률 1위’, ‘과도한 사교육비’, 어디서부터 이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막막하지만, 대학생 당사자인 우리 연구팀은 공교육이 된 ‘대학 교육’을 상상해 보는 것부터 출발해 보기로 했습니다.
우리의 대학 교육이 초·중·고등학교 교육처럼 공교육에 포함되어 대학 등록금이 무상화된다면, 대학생들에게 어떤 생활적 변화가 있을지 알아보고자 ‘공교육에 포함된 대학 교육이 주는 생활적 변화에 대한 인식 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나와 관련된 연구 주제를 직접 발굴하고 실현가능한 연구 주제로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팀원들과 정책연구를 지원하는 코치님과 함께 다듬어지지 않은 질문이더라도 하나씩 쌓아가며 길을 찾아나가는 경험 자체를 배우는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인식 조사의 참여 대상은 사립대학교에 다니고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대학생으로 설정하였으며, 연구팀원들 주변의 대학생 12명을 대상으로 1:1 인터뷰를 진행해 시사점을 도출하였습니다.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고 있는 대학생 인터뷰이들과 인터뷰 시간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인터뷰이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하고, 시험공부와 장시간의 알바로 잠을 5시간밖에 못 잔 인터뷰이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충분히 생각하고, 몰입하고, 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적극적으로 나눌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를 팀원들과 종합했을 때, 경제적 어려움으로 등록금 이외의 대학 교육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는 대학생들의 어려운 현실에 대해 학습권 침해에 대한 실태조사와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생에게 익숙한 ‘국가장학금’ 제도를 낯설게 보기
시사점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인터뷰이와 인터뷰 진행자 모두 ‘국가의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등록금 인상을 통제해 왔고, 이미 국가장학금을 통해 공적 자원이 투입되고 있다’는 인식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학 등록금 2천만 원 시대?’, 반값 등록금 운동으로 대학의 등록금 상한제가 도입되지 않았다면 의학 계열뿐만 아니라 2010년대에 이미 모든 계열의 등록금이 천만 원 이상으로 치솟았을지도 모릅니다. 인터뷰를 통해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와 국가장학금 연계 규제, 대학 재정지원으로 등록금 동결을 유도하는 정책적 효과를 통해 대학생과 학부모들의 등록금 부담이 실질적으로 완화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높은 보증금으로 청년으로서 주거 공간 하나 마련하기 어려운 지금의 현실에, 그에 준하는 ‘돈’의 무게가 하나 더 얹어졌을 일상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숨이 막힙니다. 2000년대 초중반의 학생들이 이미 살인적인 등록금을 감당해 내고 있었다는 것조차 이번 연구를 하며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국가에서, 지역의 단체에서, 부모님의 기업에서 다양한 형태로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왜 만들어졌는지 과거의 상황을 통해 비로소 인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부가 ‘국가장학금’을 통해 공적 재원을 투입하지 않았다면, 서울에 내 집 한 채를 대출 없이 마련하겠다는 말처럼 서울에 있는 대학에 대출 없이 다니겠다는 말 역시 절대 닿을 수 없는 꿈으로 여겨졌을 것입니다. 다양한 활동과 학습에 집중해야 할 학생들을 저임금 아르바이트로, 더 착취적으로 일상을 구성하도록 몰아넣어서는 안 되기에 등록금 인상을 막을 수 있는 정책의 필요성이 더욱 느껴졌습니다.
동시에, 인터뷰를 통해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국가장학금 정책은 소득분위별, 계열별 차등을 두고 지원하고 있고, 성적 등의 자격조건을 갖춰야 하는 등 지원을 받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바탕에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 기조가 있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공고한 철학은 저를 포함한 주변 청년들이 대학 교육이 공교육화된다면 어떤 생활적 변화가 있을지 다양한 상상을 펼쳐보기 어려운 배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사립대 비중이 높은 한국에서 대학들이 계속해서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의문스럽게 다가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국가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대학을 운영하는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왜 막대한 등록금이 사립재단의 재산 축적에 사용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가장학금 제도가 우리에게 당연해진 것처럼, 등록금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대학 교육도 우리에게 익숙한 현실이 되어갈 수 있지 않을지 하는 기대와 함께 연구를 마무리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일상이 어떤 변화를 거쳐 구성되었는지 알게 되는 경험은 뜻밖이었습니다.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문제가 이 전에 비해 나아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희망과 위로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민도 연구자가 될 수 있다.
2025년 3월 22일, 청년다음정책실험실의 5개 팀이 최종 연구결과를 시민들과 공유하고 피드백 청취를 진행하는 결과공유회가 진행되었습니다. 5개의 연구 주제는 ‘공교육에 포함된 대학교육이 주는 생활적 변화에 대한 대학생 인식조사’, ‘학교와 지역이 함께하는 미래교육공동체 가능성 탐구’, ‘집 · 주거비부담 완화를 위한 부동산 정책 청년 인식조사’, ‘청소년 · 청년의 사회참여활동 영향 연구’, ‘넷제로 시대 공공교통 활성화를 위한 액션플랜 연구’였습니다.

사진1. 청년다음정책실험실 결과공유회

이미지1. 공교육에 포함된 대학교육이 주는 생활적 변화에 대한 대학생 인식 조사 표지
‘우리 사이’ 팀은 전문가 특강과 자료를 통한 탐색을 바탕으로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 정책의 도입 배경’을 정리하고, 인터뷰이들의 고민과 질문을 참고하여 ‘사립대학 등록금 관련 Q&A’를 제작하여 결과 공유회 보고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첫 번째 발표 순서라 긴장되었지만, 공유회에 초청한 인터뷰이들이 인터뷰 중 들었던 질문들을 해소하고 새로운 관점의 고민을 이어나갈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다른 팀의 발표를 들으며, 5개의 연구 주제들이 서로 연결되는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청년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복합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공유회와 리뷰 모임에서, 1기 청년다음정책실험실에서 고등교육 분야의 주제로 연구를 진행한 참여자들의 소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전 연구 결과 남았던 질문이나 실제 대학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사례를 덧붙여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었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이 스스로 연구하고, 새롭게 알게 된 인사이트를 서로 공유하는 과정 자체가 변화를 만드는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당사자로부터 출발한 상상에는 힘이 있다.
사회의 변화가 너무 거대해 보일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한 걸음은 무엇인지 함께 객관화하고, 실제로 실천해 보는 경험이 또 다른 도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청년 당사자들이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에 몰두하기보다 ‘빠르게 돈을 모아야 이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압박을 받으며 불안해하기도 합니다. 막막한 미래 속에서 작은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청년들의 밀접한 현실에서부터 시작된 상상일 수 있음을 기억하고, 앞으로 자기 문제를 주체적으로 고민해 가는 청년들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그 기회를 만들어가는 일을 계속해 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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