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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글은 에디터가 5월에 작성한 글입니다.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웃어른부터 아이들까지 어우러져 가족의 가치를 실현하며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는 시기인데요. 따라서 이번 달은 작은 공동체인 가정의 모습부터 나아가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룬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떠한지 돌아보고 싶었습니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된 이른바 ‘7세 고시’에 주목하며 가정에서의 조기 교육과 아동의 정신 건강에 관해 관심을 갖게 됐는데요. 따라서 이번 웹진에서는 과도한 사교육 문화와 아동 인권에 대한 문제점을 살펴보며 어린이들이 건강한 유년 시절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그려보고자 합니다.
     
     
    본 이미지는 OpenAI를 활용해 제작된 창작 이미지로, 특정 인물이나 상황과 관련이 없습니다.
     
     
    7세 고시가 무엇이죠?
    7세 고시. 빠르면 4세 고시도 등장하였습니다. 어린 나이에서부터 영어, 수학 등의 입시 공부를 과도하게 시키는 문화가 심해지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한 현황을 살펴보겠습니다. 예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약 81만 명이었던 초·중·고등학생 수는 2010년 약 73만 명, 2020년에는 54만 명으로 감소했고, 2024년에는 52만 명 수준으로 예측되는데요.1) 학생들은 줄었지만 오히려 작년 초·중·고교생 사교육비는 총 27조 1천억 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면서2) 극단적인 사교육 행태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7세 고시를 왜 시키는 거죠?
    이른 조기 교육에 몰두하는 원인에는 여러 사회 요인들이 작용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다양한 관점에서 세 가지의 이유로 추려보았습니다.
     
    첫째. 과도한 경쟁 사회와 보편적으로 획일화된 성공 전략
    현재 우리 사회는 IMF, 취업난, N포 세대에 이르는 불안정성과 양극화로 인해 “생존을 위해 경쟁한다!”라는 위기의식이 굳게 자리 잡아 과잉 사교육과 조기 경쟁이라는 부작용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예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개인의 소득은 임금구조뿐 아니라 개인이 처한 생애 주기적, 가족적 상황에 의해 빈곤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영향력의 자기장 속에 놓여있다.”3)라고 지적합니다. 즉, 조기 교육 열풍이 경제적 빈곤과 계층 하락에 대한 위기감에서 비롯한다고 볼 수 있고 부모 세대가 겪은 성공 방향=생존 전략으로 자식에게 대물림돼 획일화된 성공 로드맵을 제공할 확률이 높을 것입니다.
     
    둘째. 공교육의 기능 상실과 소통 부재
    ‘공교육의 비효율성’은 학교 교육의 기능 상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예로 매일경제와 모노리서치가 2023년 10월 18일 실시한 전국 단위 여론조사(성인 1,000명 대상)에 따르면, 응답자 중 45.6%는 한국 공교육을 미흡하다고 평가했습니다.4) 개선 방안으로는 기초학력 보장과 자기주도 학습 확대가 가장 많이 꼽혔고(23.1%), 이어 대입 제도 변화(18.7%), 교사 역량 강화(15.3%), 다양한 학교 유형 확대(12.7%) 등이 제안돼 공교육 질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드러났습니다.5) 또한 교육 당국의 소통 부재도 원인이 될 수 있는데요. 예로 최근 몇 년간 입시 제도는 해마다 변화해 정시 40% 확대(2021학년도), 통합 수능 도입(2022학년도), 킬러 문항 배제(2024학년도), 의대 정원 및 무전공 전형 확대(2025학년도)로 이어졌습니다.6) 이렇듯 잦은 교육 정책 변화와 학교 현장과의 소통 부족은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는 요소로 지적됩니다.
     
    셋째. 공격적인 사교육 시장의 마케팅 전략과 규제 미흡
    사교육 시장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의 문제점을 논의하기 위해 최근 한국교육정책연구원과 국회의원들이 공동 주최한 ‘7세 고시: 유아부터 시작되는 사교육 전쟁’ 정책 간담회에서 김경년 교수는 “유아 조기교육은 실질적인 필요보다 또래 집단에 뒤처질까 하는 불안을 이용한 학원의 마케팅에 의해 일반적인 선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7) 따라서 서울시 교육청 같은 경우, 사교육 과열 억제를 위해 교습비와 선행학습 광고에 대한 특별 점검을 벌였으며, 특히 의대 입시반 광고나 교습비 초과 징수 등 불법 사항 5가지를 중점 단속했는데요.8) 하지만 사교육 시장을 규제하기 위한 단일 법률은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본 이미지는 OpenAI를 활용해 제작된 창작 이미지로, 특정 인물이나 상황과 관련이 없습니다.
     
     
    7세 고시를 받은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그렇다면 7세 고시를 받은 아이들은 어떠한 문제점을 가지고 살아가게 될지 아동 인권(UN 아동권리협약) 측면에서 세 가지의 악영향을 추려보았습니다.
     
     
    첫째. 아이의 발달권 침해
    UN 아동권리협약 제6조는 “당사국은 가능한 최대한도로 아동의 생존과 발달을 보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제29조는 “아동의 인격·재능 및 정신적·신체적 능력의 최대한의 계발”을 목표로 규정하고 있습니다.9)  또한 최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천근아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실제 논리적 추론 등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발달하기도 전에 중·고교에서 배우는 수준의 문제를 아이에게 풀라고 시키는 건 학대이며 불안‧우울 증세로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될 가능성도 높다."10)라고 우려했습니다. 따라서 과잉 조기 교육을 받을 경우 아이의 정상적인 발달에 따른 성장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둘째. 아이의 놀이와 휴식권 침해
    UN 아동권리협약 31조는 “당사국은 문화적·예술적 생활에 완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고 촉진하며 문화·예술·오락 및 여가 활동을 위한 적절하고 균등한 기회의 제공을 장려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11) 예로 2018년 아동 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하루 평균 여가 시간은 49분, 학습 시간은 6시간 49분에 달합니다.12) 국제아동복지기관협의회(ISCI)가 주관한 'Children’s Worlds' 조사에서는, 한국 8세 아동 삶의 만족도는 조사 대상 22개국 중 하위권인 평균 3.30 점이며, 9.4%가 자기 삶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응답했습니다.13) 이는 학습 중심의 환경이 아동의 놀이와 휴식권을 제약해 비만, 면역력 약화, 성장호르몬 분비를 방해해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셋째. 아이의 심리적 안정권 침해
    지속적인 시험과 경쟁은 아동에게 큰 스트레스입니다. 강남·서초·송파 등 사교육 밀집 지역의 9세 이하 아동은 정신건강 문제로 진단받는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14)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이들 지역의 우울증 및 불안장애 관련 건강 보험 청구 건수는 서울 평균(291건)을 크게 웃돌며 송파구 1442건, 강남구 1045건, 서초구 822건으로 집계되었습니다.15) 상대적으로 아이들은 주체적인 감정 조절과 균형을 잡는 능력이 덜 발달됐기 때문에 더욱 심적으로 타격이 클 수 있는데요. 이는 아동의 심리적 안정성을 저해하고 분노를 키우며 이후 성인이 돼서도 사회성과 자존감을 갖추는 데 큰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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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7세를 보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행복한 7세를 보내게 하려면 교육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해 보아야 하는데요. 주요 해결책을 세 가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째. 기회의 평등과 폭넓은 직업 교육 장려
    누구나 평등한 기회를 받고 자라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예로 경기도 교육청의 ‘꿈의 학교’ 프로젝트는 지역사회가 주도해 학생들이 다양한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진로 탐색 활동을 제공하고 있습니다.16) 제과제빵, 농업, 1인 미디어 등 학생 주도 참여형 프로그램이 이루어지고 있는데요.17) 이러한 사업이 성행한다면 기회의 다양성과 실질적 진로를 보상해 사교육 과열을 낮출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또한 독일의 이원화 직업 교육제도(Dual System)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독일의 고등학교 졸업생 중 약 절반은 2년에서 3년 반 정도 회사와 직업 학교의 두 곳에서 실습과 이론을 통해 300개 이상의 (기술 분야) 직업 훈련을 받고18) 사회에 진출합니다. 이는 청년 실업률을 낮추고 산업 경쟁력을 높여 왔는데요. 우리 사회도 민관 협의체의 일자리 개혁을 시도한다면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 위한 경쟁을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인문학 교육과 교육 주체들의 공동체 설립
    인문학을 통해 비판적 사고와 자아 성찰 등의 정신적 가치에 대해 교육해야 합니다. 예로 올해 태국에서는 유네스코와 함께 ‘아동 및 청소년과 함께하는 철학(PwCY)’을 통해 이야기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윤리적, 철학적 질문을 토의하기 시작했는데요.19) 실제 영국의 48개 학교를 대상으로 한 한 연구에서 철학 교육에 참여한 초등학생들은 또래보다 읽기와 수학에서 더 높은 점수를 보였으며 불우한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큰 향상이 관찰됐다20)고 하니 국·영·수 능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교육 주체들이 활발히 소통하는 기구가 필요합니다. 예로 지리산에 위치한 토지 달빛 놀이터(토지 마을 학교)와 토지 초등학교는 드물게 교사, 학생, 학부모, 교직원 모두가 함께 하는 운동회를 기획하며 교류하였습니다.21) 이렇듯 공동체 문화를 교육계에서 장려하면 당사자 간의 요구를 절충하고 수용해 균형 있는 교육 개혁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본 이미지는 OpenAI를 활용해 제작된 창작 이미지로, 특정 인물이나 상황과 관련이 없습니다.
     
     
    셋째. 사교육 시장에 대한 규제 기준 확립
    현재 우리나라는 사교육과 관련한 법률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예로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공정거래법,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법령에 걸쳐 규제가 이루어져 일관성이 없고 온라인 강의 콘텐츠와 같은 신종 사교육 형태에 대한 규제가 미비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기존 법령의 집행이 느슨하여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단일화된 법률과 강화된 규제 원칙을 마련해야 합니다. 최근 정부에서는 사교육 업체와 문항 거래가 적발된 교원에 대해 시·도 교육청 엄정 조치, 수능 출제 업무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퇴직 입학 사정관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등의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였는데요.22) 실효성이 있길 바라며 무엇보다 교육청 중심의 정기적 실태조사 및 제재 방안이 보완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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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세. 나이만으로도 너무 사랑스러운 시기인데요. 마냥 행복하고 신나게 건강한 유년 시절을 누리는 것이 권리인 시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꼬마들에게 포근한 둥지를 제공해 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비단 부모만의 문제도 아닌 사회의 압박이 아이들을 병들게 한 것 아닌가 싶은 씁쓸함이 몰려왔습니다.
     
    유년 시절의 기억은 평생을 간다죠? 에디터에게도 어렸을 적 가족, 친구들, 동네 사람들과 놀았던 기억이 오래 남아있는데요. 때로는 추억을 떠올리며 힘든 날의 위로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죠. 아이들이 뛰노는 웃음소리가 널리 퍼져도 불편하지 않을 세상이 오길 바랍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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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소윤·이우연,“9살 손잡고 떨어지면 편입대치동 그 학원 1800명 북새통”,한겨레, 2024.11.05.
    2) 신소윤·이우연,“9살 손잡고 떨어지면 편입대치동 그 학원 1800명 북새통”,한겨레, 2024.11.05.
    4) 박나은,“점수 줄세우기가 무너뜨린 공교육수능 이걸로 바꾸면 된다는데”,매일경제,2023.10.18.
    5) 박나은,“점수 줄세우기가 무너뜨린 공교육수능 이걸로 바꾸면 된다는데”,매일경제,2023.10.18.
    6) 구무서, “경제불황·저출생 다 뚫어버린 사교육비'잦은 제도 변경이 불안감 키워'”,뉴시스,2025.03.14.
    7) 이영일,“부모 불안 이용한 돈벌이, ‘7세고시’...쏟아진 전문가들 우려”,교육언론[],2025.04.30.
    8) 김성웅 ,“의대 증원에 '초등 의대반'까지 과열 조짐… 政, 강남 주요학원 단속”,뉴데일리경제,2024.02.23.
    9) 구리시립도서관. (n.d.). UN 아동권리협약 전문 [PDF 파일]. 구리시립도서관. (접근일: 2025.05.20.)
     

     
     

     

     

    엄마아빠가 시키는대로 하면 저 성공해요?
    초스코스

    조회수 168

    2025-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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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20대 여성이 있습니다. 그녀의 하루는 조용한 방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종일 스마트폰 속 영상이나 커뮤니티 게시판을 보고 덧없이 잠에 듭니다. 움직임이 적어 식사는 하루에 한 끼로 때웁니다. 간간이 마주치는 어머니만이 유일한 대화 상대입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잠시 채용 공고를 찾아보지만 멀어져 버린 공백 기간이 발목을 잡습니다. 익숙한 듯 다시 문고리를 걸어 잠급니다. 다음날의 똑같은 해가 뜬다는 것이 왠지 모르게 두렵습니다.
     
    ※이 글은 단비뉴스 「은둔 청년의 하루」(2021.12.04)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사례형 서술입니다.1)
     
     
    과연 은둔형 외톨이는 이 청년에게만 일어난 특이한 사례일까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국무조정실의 ‘2022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와 통계청 ‘사회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고립·은둔 청년 규모를 최대 약 54만 명으로 추정했습니다.2)
    또한 2023년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은둔 시작 시기는 20대(60.5%), 10대(23.8%)를 기록하였으며 삶의 만족도는 전체 청년 평균(6.7점)에 비해 고립·은둔 청년(3.7점)으로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3)
     
    최근에는 ‘중년 은둔’이 주목받으면서 전 세대에 걸쳐 발생할 수 있는 생애 문제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커지고 있는데요. 따라서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행보로 2025년 ‘나봄나눔 교육’을 통해 남양주 지역의 심리적 안전망을 제공하는 공익활동가를 양성하면서 고립·은둔생활인도 지원하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였습니다.
     
    따라서 이번 웹진에서는 나봄나눔 교육 제3강. “공익 활동을 통한 지역사회 심리적 안전망 구축 사례: 고립은둔생활인지원센터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고립은둔생활인지원센터(모세종 센터장)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모세종 센터장은 13년 동안 고립·은둔생활인을 위한 지원 활동을 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특히 고립과 은둔에 대해 우리 사회가 무지한 경우가 많은 것이 큰 문제 중 하나라고 손꼽았는데요. 예로 확실한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거나 정신질환으로 치부하는 편견과 혐오가 과잉 대응과 감시, 격리 등의 차별 정책을 낳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잘못된 통념으로 일자리, 1인 가구 문제로 오해해 해당 대상의 지원 정책으로 국한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나아가 자살, 고독사 관련 데이터가 실증되지 않았는데 실증된 것처럼 단정하는 태도도 경계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고립·은둔의 이해에 있어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정체성’입니다. 정체성은 자아성과 사회성으로 나뉩니다. 자아성은 나를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것이고 사회성은 두렵고 낯선 타인일지라도 받아들이는 자세를 말합니다. 이러한 정체성은 청소년·청년기에 형성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회화의 좌절이 일어나게 됩니다. 예로 삶의 변화, 사회문화, 공동체 등의 환경 속 적절한 조력의 부족과 트라우마, 좌절, 양육 등의 특정 계기와 함께 청(소)년기 특성이 합쳐져 사회화가 좌절되고 정체성의 위기가 생기면 결과로써 저 활력, 고립, 은둔의 현상을 겪게 됩니다.
     
    실제 통계를 봐볼까요? 고립·은둔의 원인 1순위 자아성(29.8%), 2순위 사회성(28.8%), 3순위 관계 자본(19.3%) 등의 수치로 보아 정체성이 주요 원인임을 증명합니다.4) 안타깝게도 지금의 청(소)년기에는 정체성을 형성하기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현대 사회가 너무 복잡해졌기 때문입니다. 예로 이에 맞춰 배우고 투자해야 할 자본(시간, 돈, 경험…)이 과도하게 많아지며 개인적인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발생하고 이를 보조하는 사회화 조력 기관(학교, 일터, 대중매체…)은 공동체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과도한 집단/권위주의, 인문학 부재, 경쟁주의…)가 많아졌습니다. 향후 AI시대와 GMO시대가 다가오면 인간의 근본적인 생산력과 존재 가치에 관한 의문이 들며 정체성 형성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문제의 본질을 찾고 궁극적으로 도와줄 누군가가 있다는 신뢰와 인류애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체적으로 은둔·고립인들 삶의 주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1. 믿고 포기하지 않기 2. 일희일비하지 않고 인내하기 3. 주도성을 주며 기다리기 4. 긍정적으로 인정하기의 도움책을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필요에 따라 심리 치유와 활동 서비스를 융합해 제공할 수 있고 지역사회, 활동가(단체)와 협업하며 도움책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그렇다면 고립은둔생활인지원센터의 예시를 들어볼까요? 지속가능경영재단의 고·은·인 지원센터는 고립·은둔 생활인의 ‘회복·사회 이행·자립’을 지원합니다. 또한 부모 등 가족의 ‘마음·생활’도 지원하는데요. 대표적인 활동으로 관련 도서를 출간하였습니다. 예로 “초기 상담 이렇게!” 책에서는 고립·은둔 생활인 상담을 위한 활동가용 실용 안내서를 제공하였습니다. 또한 교육 활동을 진행하며 경상남도 고립 은둔 청소년 서포터즈 양성 과정을 통해 지역 고립·은둔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였습니다.
     
    나아가 경기도의회와 함께 고립·은둔 관련 조례 비교 연구 등 연구 활동도 진행하였고 네트워크 활동을 통해 고립·은둔 지원 민간 기관 간담회, 고립·은둔 포럼 등을 운영하였습니다. 올해에는 경기주택도시공사와 함께 2025 경기도 고립·은둔 청·중장년 지원 사업을 통해 중장년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또한 의정부의 ‘내비두’ 조합단체에도 참가해 실제 은둔형 외톨이를 경험한 사람들 및 전문가들과 함께 폭넓은 활동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특히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1기업 1단체 공익 파트너십에 선정된 만큼 활발한 북부 네트워크를 마련하는 데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모든 교육이 끝났는데요. 오늘의 뜻깊은 사례들이 남양주시의 마음 건강에 큰 밑거름이 되겠죠?:)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Q&A
    -고립은둔생활인지원센터 모세종 센터장-
     
     
    다음은 모세종 센터장과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1. 고립·은둔생활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스스로 ‘자립 지원가’로 정의합니다. 우리 사회가 많이 발전하고 난 후 생기는 사각지대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은둔형 외톨이를 2012년부터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관심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2. 고립은둔생활인지원센터만의 지원 방식과 특히 주목하는 세대가 있나요? 이들의 심리적, 사회적 특성은 어떻게 되나요?
    센터는 제도 개선, 활동가 양성, 활동 단체와 기관들을 돕는 것을 중심으로 움직여왔는데요. 나아가 기존 지자체 지원 사업의 경우에 참여했다가 일시적인 사업 종료를 겪으신 분들에게 재접근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방송 출연 후 센터가 더욱 알려져서 그런지 연락이 자주 오고 있어요.
     
    주목하는 세대는 중장년입니다. 사실 청년층은 복지부나 지자체에서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중장년은 관심이 거의 없어요. 경기도 기준으로 매년 1만 명씩 중장년 고립·은둔 생활인이 생기는데 대책이 미비하고 39세가 지나면 지원이 끊긴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중장년도 원인은 비슷합니다. ‘정체성의 위기’로 볼 수 있죠. 청소년/청년기의 자기혐오와 타인을 두려워하는 문제가 해결이 안 돼서 계속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규범화된 정체성을 추구하면서 겪는 ‘자아 격차’, 특히 실패를 매우 힘들어합니다. 성격적으로는 매우 여리고 섬세하신 분들이 많아요.
     
    3. 지자체와 정부 혹은 민간 센터의 문제점과 개선점에 대한 자세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기본적으로 청소년, 청년, 중장년 시기의 과정 속 지원이 단절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청소년과, 청년기획과, 복지정책과 등 관련 부처들도 각자 정책을 정하면서도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상자 가족의 지원도 당사자 못지않게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고립·은둔 문제의 원인을 사회화의 좌절로 인한 위기로 좁혀서 접근하는 핵심적인 조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민간센터와 관련해서는 고립·은둔 관련 민간협의체와 민관 거버넌스를 형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죠.
     
    4. 사회적 인식에서 제일 큰 문제는 뭐라고 보시나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언론은 자극적인 보도와 잘못된 정보를 지양하고 실증적인 걸 얘기해야 해요.
     
    5. 향후 센터의 발전 방향은 어떻게 되나요?
    기존에는 제도 마련에 초점을 맞추기도 하였는데 이제는 크게 세 가지로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1. 중장년 집중 2. 일 경험 집중 3. 공동생활 집중입니다.
    특히 일 경험의 경우 고용노동부에서 고립·은둔 청년에 맞춘 일터 현장 체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우리 센터도 기존의 모델을 기반으로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6. 센터장으로 활동하며 느낀 가장 큰 보람과 아쉬운 점은 무엇일까요?
    보람은 당사자와 부모님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입니다.
    아쉬운 점은 고립·은둔에 대한 정의가 미흡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사회화 좌절’이라는 용어는 어려운 얘기긴 하거든요. 또한 청년 위주가 아니라 청소년, 중장년까지 통합한 문제 해결이 아직 필요하다고 생각하네요.
     
    7. 고립·은둔 생활인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이분들을 만나면 생각이 깊으신 분들이 많아서 제가 발견하지 못한 것들을 보는 경우가 많아요. 예로 직장 문화에서 오는 괴로움을 들자면 깊은 근본에는 기성세대의 수직적 직장 문화를 청년들에게 물려주고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당신들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너무 자책하지 말고, 힘들 땐 도와달라고 말했으면 좋겠어요. 한 국민과 인간으로서 행복할 권리를 누릴 수 있고 사회는 이를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즉, 도와달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은 사회가 진정 행복한 사회가 아닐지 생각해요.
     
    Q&A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전략사업팀 차장 정동호-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다음은 이번 행사를 담당한 정동호 차장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1. 교육 과정에서 고립·은둔 생활인 문제를 특별히 기획한 이유가 있을까요?
    작년 ‘나봄나눔’ 교육 과정은 기초적인 이론 및 사례를 소개하여 건강한 지역 사회를 위한 공익활동의 필요성을 공감해 보자는 것이 목표였는데요. 올해는 구체적인 상담 방법과 실제 사례를 통해 실행 단계로 가보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따라서 ‘고립은둔생활인지원센터’가 지역 구성원의 심리적 안전망을 위해 활동한 사례를 학습하고 남양주 지역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자 계획하였습니다.
     
    2. 올해 교육 과정의 핵심 과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경기도의회의 ‘고립·은둔 관련 조례 비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는 전국 지자체 중 인구가 많아 고립·은둔 당사자와 가족 규모도 전국에서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관련 조례 제정과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나 아직 지원 규모나 대상의 범위가 제한적입니다.
     
    따라서 지역사회 심리적 안전망을 폭넓게 확보하기 위해 소규모 단위에서부터 사회 구성원의 마음 돌봄이 필요합니다. 이번 교육생들이 고립/은둔 문제뿐만 아니라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구성원들을 찾아내 지원하는 공익활동가로 거듭나는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3. 향후 실제 현장에서 고립·은둔 생활인들을 돕는 사업도 구체적으로 계획하시나요? 지역 센터들과의 협업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교육생들은 지역 구성원으로서 어려움에 대한 공감과 경청, 기초적인 지원 역할을 하고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한 경우 전문기관과 연계를 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번 과정에서 남양주 지역의 전문 상담 기관 2곳(남양주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남양주정신건강복지센터)의 관계자분들께서 강의를 해주실 예정입니다. 상담 이론과 기관 소개와 함께 향후 지역 전문 기관과 협력 방안을 고민해 볼 예정입니다. 해당 계획을 구체화할 간담회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4. 은둔·고립 문제가 심각한 만큼 관련 지원과 공익활동가 양성 등 특별 사업으로 분리해서 운영할 계획이 있을까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는 경기지역 공익활동 활성화를 지원하는 기관인 만큼 하나의 주제에 대한 직접 사업보다는 관련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단체/지역사회의 활동 조직, 역량 강화, 사업 추진 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강의를 수강하며 현장에 계신 다양한 시민분들의 목소리를 들었는데요. 한 수강생분은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이해를 못 했었는데 밥을 먹는 것 자체도 엄청난 노력이라는 것을 알았다며 오해와 편견에 대한 미안함을 내비쳤습니다. 다른 한 분은 타고난 거라는 편견과 그들의 조용한 발버둥에 대한 진심을 느꼈다고 밝혔으며 마지막 한 분은 본인의 은둔·고립에 대한 경험을 솔직히 밝히면서 공감과 벗어난 경험을 통한 희망을 제시하기도 하며 의미 있는 하루를 마무리하였습니다.
     
    현대병으로 불리는 ‘고립·은둔 문제’는 이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가 되었습니다. 어지러운 세상과 혼란스러운 내면에 예상치 못하게 잠식되는 홀로됨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 되어가고 있는 시대가 등장하였습니다. 한 생명에게 ‘나’를 잃어버리는 고통의 익숙함은 조용하지만 분명 극심한 통증이지 않을까요? 이들의 후유증을 외면하지 않고 기꺼이 보살피는 오늘의 교육생들은 누군가의 문지방을 모래성으로 만들 것입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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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스케치]나봄나눔교육 3강_철옹성인 문지방을 허물 수만 있다면
    초스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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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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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헌법이 살아있다는 의미

    헌법이 살아있다는 의미는 헌법에 정한 규범대로 헌법이 잘 지켜지고 있는가의 문제다. 헌법 자체가 주인이 아니라 헌법의 주인은 따로 있다. 헌법에 규범을 정한 주체는 주권자 국민이다. 헌법은 전문(前文)에서 그 주체가 대한 국민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헌법을 잘 지켜야 하는 대상은 모든 권력이다. 헌법 제1조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은 모든 권력이 주권자 국민의 뜻을 좇아 권력을 행사하도록 정한 법이다.

    모든 나라의 헌법이 잘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유신 헌법 체제에서는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없어요.”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은 일이 있었다. 물론 한참 전인 1974년 유신 헌법 체제에서의 일이다. 이른바 대통령 긴급조치 제1(1974. 1. 8.)는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 반대, 왜곡 또는 비하하는 행위와 헌법의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 발의, 제안, 또는 청원하는 행위를 일절 금지했다. 대법원은 이 긴급조치 제1호에 따라 위와 같은 형을 확정한 것이다.

    그런데, 당시 헌법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표현의 자유, 그리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할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었다. 대한 국민이 주권자임이 헌법에 또렷이 새겨져 있음은 물론이다. 헌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하고 다른 내용의 헌법을 모색하는 일은 주권자인 국민이 보유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로서 가장 강력하게 보호되어야 할 권리 중의 권리다. 그러나, 이러한 당연한 권리를 인정한 것은 2013830일 헌법재판소가 긴급조치 제1호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한, 39년이 흐른 뒤였다.

    유신 헌법에서 대통령은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가 중대한 위협을 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 국정 전반에 걸쳐 필요한 긴급조치를 할 수 있었고, 이러한 긴급조치는 사법부가 심사할 수 없다는 내용이 헌법에 있었다. 이렇게 보면, 헌법이 당연하게 주권자 국민의 관점에서 권력자를 통제하는 법이라는 말도 그 자체로 성립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뭔가 다른 것이 헌법을 뒷받침해야 함을 알 수 있다. 그것은 헌법을 제대로 만드는 일 그리고 헌법이 지켜지도록 하는 일의 이면에는 또 다른 버팀목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2. 123 비상계엄과 헌법

    한국 사회는 1987년 이후 자타가 인정하는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 민주주의 체제 위에 그리고 그 민주주의 체제의 최고법이 현행 헌법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123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 헌법에 따르면 계엄은 군사상 필요가 있어 군대를 동원하거나 경찰력만으로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어려워 군대가 필요할 때 발동하는 국가긴급권이다. 2024123일 그 누구도 계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 윤석열은 국회의 탄핵소추 발의 또는 예산 삭감 등을 계엄 발령 이유로 삼았다. 뜬금없이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계엄을 선포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리고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에 국회와 정당 활동 그리고 정치활동 일절 금지, 모든 언론과 출판에 대한 계엄사 통제 등을 담았다. 국회 활동 금지의 조치로서 국회의사당에 군대를 투입했다.

    윤석열이 오로지 국회를 겨냥한 것은 틀림없다. 바로 이 점이 123 비상계엄의 본질이 내란임을 드러낸다. 이러한 판단은 윤석열에 대한 형사처벌이 재판으로 확정되기 전이라고 하더라도 주권자인 국민이 결정할 몫이다. 국회는 대통령이 계엄이라는 국가긴급권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계엄 해제를 요구함을 비롯하여 대통령이 선전포고 등 군사적인 조치 전에 동의를 얻도록 할 정도로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 유력한 헌법기관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는 행위를 할 때 헌법재판소에 탄핵을 소추하는 권한 또한 대통령을 견제하는 국회의 권한이다.

    대통령이 국회 활동을 정지시키는 일은 국회의 견제 없는 독재를 하겠다는 것의 노골적인 의사 표시다. 박정희의 유신 독재도 국회해산권의 헌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국회를 해산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많은 시민이 국회의사당으로 달려간 까닭이다. 그런데도 당시 여당인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추경호는 자당 소속 국회의원을 국회가 아닌 자당 당사로 소집했다. 국회의사당으로 달려가지 않은 국회의원들이 헌법적인 책임, 특히 일부는 형사 책임을 져야 하는 이유다.

    1997417일의 대법원판결(963376)123 내란 판단에서 매우 중요한 기준을 제공한다. 이 사건은 전두환노태우 등이 19791212 군사반란과 1980517 내란을 일으킨 사건에 대한 판결이다.

    대법원은 헌법이 정한 민주적 절차에 따르지 않고 헌법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일은 어떤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권능 행사 불가능은 사실상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을 포함한다. 내란죄가 성립되려면 폭동이 있어야 하는데, 비상계엄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위협을 주는 것이어서 폭동이 되는 협박 행위라고 확인했다.

    대법원은 내란범을 넓게 인정한다. 내란에 관여한 가담자들이 비상계엄을 모의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내란집단의 구성원으로서 내란에 포함되는 개별 행위에 부분적으로라도 참여하거나 이바지했다면 내란죄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123 비상계엄이 내란인 점은 분명하므로, 이에 대한 엄격한 처벌과 함께 국가기구 내에서 비상계엄을 막지 못한 제도적 취약점이 무엇인지를 분석평가하여 그 개선안을 도출해야 한다. 그것이 123 내란으로 질식사할 뻔한 87년 헌법을 다시 살리는 길이다.

     


     

    3. 헌법을 살리는 방법

    123 비상계엄 전후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른바 ‘7공화국 개헌을 말한다. 헌법에 공화국 표현의 등장은 517 내란 이후 80년 개정헌법에서 제5공화국이라고 규정한 것이 유일한 사례다. 누가 봐도 공화국이 아니었기에 그것을 가리기 위한 장식이었다. 그 이전 72년 헌법의 유신 체제 또한 공화국이라 할 수 없다. 516 내란 이후 62년 헌법 체제 또한 공화국이라 할 수 없다. ‘7공화국표현은 대법원이 확고하게 부정했던, 민주적 절차를 따르지 않은 내란을 정당화하는 일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한편 제왕적 대통령제를 문제 삼아 정부형태를 바꾸는 개헌이 헌법을 살리는 일인지 들여다봐야 한다. 칼 뢰벤슈타인이라는 학자는 헌법이 살아있는지를 옷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어떤 헌법은 몸에 꼭 맞는 옷처럼 잘 지켜지지만, 어떤 헌법은 몸에 비해 너무 큰 경우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헌법에 비해 몸이 자라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 몸은 그 나라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체제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헌법 그 자체에 있지 않다. 의원내각제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으로 안정된 복수정당제, 언론과 정치적 자유의 완전한 보장, 지방자치제의 확립, 정치인과 국민의 정치의식 수준의 고도화 등을 말한다. 대통령제의 성공 조건으로는 정치인과 시민의 사회적 동질성, 권력 분산, 여론의 자유와 여론에 대한 존중 등을 꼽는다. 이러한 전제조건이 충족된다면, 대통령제든 의원내각제든 성공할 수 있다.

    헌법이 위기에 빠졌을 때 주권자가 등장했다. 31혁명을 비롯한 항일독립운동, 제주 43항쟁, 419혁명, ()유신 항쟁, 518 광주민중항쟁, 806월항쟁과 789월의 노동자투쟁 등 많은 투쟁과 항쟁이 있었다. 문제는 다음의 일이다. 48년 제헌헌법은 반민족행위를 처벌하도록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60년 헌법은 반민주행위를 한 자를 처벌하도록 했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87년 헌법은 627280년 내란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지 않았다. 개헌한다면 진실 규명, 내란 행위에 대한 책임 추궁, 피해자에 대한 명예 회복과 배보상, 사회적 기억, 재발방지책 마련 등 민주화를 확장하고 심화하며 공고히 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개헌 이전에 국회에서 법률의 제정개정폐지를 통해 헌법을 살리는 법도 있다. 가장 쉬운 법률 폐지는 한 줄의 법률 제정으로 가능하다. 몇 가지 예를 들면, “국가보안법은 이를 폐지한다.”라는 국가보안법 폐지에 관한 법률’, “사형제도는 이를 폐지한다.”라는 사형 폐지에 관한 법률등이다. 다음으로 헌법을 고치기 전에 기본권을 강화하는 법률 개정도 할 수 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국가인권위원회법등을 개정하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차별금지법’, ‘생명 안전 기본법’, ‘블랙리스트 특별법’, ‘아동청소년 및 학생 인권법등을 제정하는 일이다.

    헌법을 살리기 위해 그 누구보다 앞장섰던 사람들은 한국 사회의 다수이면서 약자 또는 소수자인 사람들이다. 이들이 곧 주권자고 헌법이다. 국회가 국회답게 일을 하려면 이들 주권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소리 없는 함성을 들어야 한다. 매일 공청회와 청문회를 열어 입법 작업을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굳이 헌법을 고칠 필요도 없이 헌법은 오래오래 잘 살아갈 수 있다. 헌법은 문자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이다.

     
    [기획]헌법은 살아있는가, 비상계엄 전후의 대한민국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오동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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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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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교육비 증가 현황
     
    2024년 기준, 우리나라 초·중·고등학생의 사교육비 총액은 약 29조 2천억 원으로, 1년 전보다 7.7% 증가하였습니다. 이는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수치로, 실질적인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는 현실과 대비되는 결과입니다. 전체 학생 중 사교육에 참여한 비율은 80.0%로 나타났으며, 주당 평균 사교육 참여 시간도 7.6시간에 달해 과거보다 뚜렷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초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이 89.1%로 가장 높았으며, 고등학생은 학년이 높아질수록 사교육비 지출도 함께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처럼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현상은 공교육 시스템에 대한 불신, 입시 제도의 불확실성, 그리고 학부모들의 불안 심리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특히 의대, 약대 등 고소득 전문직 진출을 목표로 하는 학생과 학부모는 조기부터 입시 준비에 뛰어들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사교육은 필수가 아닌 '생존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 8학군을 중심으로 한 학군 프리미엄은 여전히 유효하며, 특정 학원을 다니기 위해 전세를 옮기거나 거주지를 이전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또한, 학부모 커뮤니티나 SNS를 통한 정보 공유가 활발해지면서 사교육의 수요는 더욱 정교하고 조기화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사교육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많은 학부모는 여전히 "공교육만으로는 대학 입시에 부족하다"라고 인식하고 있어 사교육 시장의 팽창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입니다. 이는 결국 교육의 사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사회 전반의 교육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 소득에 따른 사교육비 격차
     
    가구의 소득 수준에 따라 사교육비 지출 규모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교육 기회의 불평등을 구조적으로 고착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월평균 소득이 800만 원 이상인 고소득 가구의 학생은 1인당 월평균 67만 6천 원을 사교육에 지출한 반면, 300만 원 미만의 저소득 가구 학생은 20만 5천 원을 지출하는 데 그쳐 약 3.3배에 달하는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사교육비의 부담이 단순히 가계의 선택 문제가 아닌, 소득 수준에 따라 자녀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는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줍니다.
     
    고소득 가구는 자녀의 교육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사교육-예컨대 1:1 과외, 프리미엄 학원, 국제 학교 준비반 등-을 선택할 수 있으며, 필요시 거주지를 옮겨 ‘명문 학군’으로 이동하는 전략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저소득층 가구는 경제적 제약으로 인해 사교육 참여 자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참여하더라도 주로 저비용 단과 위주의 한정된 선택지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곧 학생의 학업 성취도, 진학률,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직업 선택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계층 간 교육 격차를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더욱이 이와 같은 사교육비 격차는 지역 간 격차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고소득층이 주로 거주하는 대도시와 교육 특화 지역은 다양한 사교육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농어촌이나 저소득층 밀집 지역은 기본적인 학원조차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학업 성취는 물론, 사회적 이동 가능성 자체를 결정짓는 결정적 요소가 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교육이 더 이상 공정한 기회의 장이 아닌, 자본의 대물림 도구가 되어가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 지역 간 사교육비 차이
     
    우리나라의 사교육비는 지역별로도 뚜렷한 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교육 기회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2024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전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67만 3천 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약 15만 원가량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 소재 고등학생 중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의 경우,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무려 102만 9천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지방 소재 고등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차이 나는 금액입니다.
     
    이 같은 격차는 단순히 경제적 여건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을 넘어, 교육 인프라와 정보 접근성, 지역 내 학부모들의 교육열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수도권, 특히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는 고소득층이 밀집해 있을 뿐 아니라, ‘명문 학군’과 대형 입시학원이 집결된 지역입니다. 이러한 환경은 학생들에게 양질의 사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더욱 치열한 경쟁을 조장하여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는 구조를 형성합니다. 반면, 지방 중소도시나 농어촌 지역의 경우 학원 선택지가 제한적이며, 입시 전문 인력이나 프로그램이 부족하여 상대적으로 사교육의 질과 양 모두 열악한 실정입니다.
     
    또한, 정보의 비대칭성도 지역 간 격차를 키우는 요소입니다. 수도권 학부모들은 입시 관련 정보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반면, 비수도권 학부모들은 동일한 정보를 얻는 데 한계가 있어 사교육 전략 수립 자체에 불리한 조건에 놓여 있습니다. 특히 교육과 관련된 SNS 커뮤니티나 사교육 컨설팅 서비스는 수도권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정보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수도권 학생들은 양질의 사교육을 통해 상위권 대학 진학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장기적으로 더 나은 직업 선택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반면, 비수도권 학생들은 동일한 노력을 하더라도 구조적 한계로 인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지역 간 교육 격차는 결국 사회 전체의 계층 간 이동성을 제한하고, 교육이 계층 재생산의 수단으로 전락하게 되는 악순환을 초래합니다.
     
    이처럼 사교육비의 지역 간 차이는 단순한 경제적 수치의 문제가 아닌, 교육 자원의 편중과 구조적 불균형을 반영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입니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지역 간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접근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 사교육비 증가의 사회적 영향
     
    사교육비의 증가는 단순히 교육 영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문제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가장 두드러지는 영향은 교육 기회의 불균형 심화입니다. 고소득 가구의 자녀는 1:1 과외, 프리미엄 학원, 입시 컨설팅 등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사교육 참여를 통해 높은 수준의 학습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는 반면, 저소득 가구의 자녀는 사교육비 부담으로 인해 이러한 기회를 갖기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동일한 교육 과정을 이수하더라도 결과는 현격히 달라지며, 결과적으로는 대학 입시, 취업, 소득 등 인생 전반에 걸쳐 격차가 확대되는 구조가 형성됩니다.
     
    특히 사교육은 ‘사전 준비된 경쟁력’을 요구하는 대학 입시와 맞물리며, 공교육으로만 대학에 진학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는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미래를 결정짓는 현실을 고착화시키며,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다시 말해, 교육이 더 이상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수단이 아니라, 오히려 계층 간 격차를 재생산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사교육비의 증가는 저출생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자녀를 양육하는 데 드는 비용 중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면서, 많은 가구는 자녀 수를 줄이거나 아예 출산을 포기하는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에 따르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1% 상승할 경우, 합계출산율은 0.192%에서 0.262%까지 감소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교육비 부담이 가족계획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더 나아가 사교육비 증가는 사회 전반의 소비 구조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중산층 이하 가구의 경우 소득의 상당 부분이 자녀 교육비로 지출되면서 주거, 노후, 건강 등의 필수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게 되고, 이는 가계의 경제적 안정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이로 인해 교육비가 사회적 스트레스로 작용하며, 학부모의 정신 건강 문제나 가족 갈등으로까지 이어지는 사례도 존재합니다.
     
    결과적으로 사교육비의 증가는 단순한 가계 지출 확대를 넘어 교육 격차 심화, 출산율 저하, 가계 불안정, 사회적 위화감 조성 등 다방면에서 부정적인 파급 효과를 낳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국가의 사회통합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따라서 사교육비 증가 문제를 단순한 개인의 선택으로 보아서는 안 되며, 국가 차원의 제도적 대응이 필수적입니다.
     
     
    ● 사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적 노력
     
    사교육 격차 문제는 단순한 교육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불평등과 직결되므로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우선 공교육 강화를 통해 학교 교육만으로도 충분한 학습 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줄이고, 다양한 수준의 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교육복지를 확대해야 합니다. 저소득층 가정을 대상으로 방과 후 학교, 온라인 튜터링, 학습 멘토링 등의 공공 사교육 서비스를 제공하여 교육 기회의 불균형을 해소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 교육청의 ‘서울런’과 같은 무료 교육 콘텐츠 플랫폼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습니다. 또한, 입시제도의 공정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현재의 대학입시는 다양한 전형이 존재하지만, 이를 준비하는 데 있어 사교육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고소득층에 유리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평가 항목을 단순화하고 공교육 내에서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구조로 개편해야 합니다. 더불어 지역 간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도 필요합니다. 수도권에 집중된 교육 자원과 학원을 지방으로 분산시키고, 지역 교육청에 자율성을 부여하여 지역 특성에 맞는 교육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지방대학과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 마을 교육 공동체의 활성화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학부모와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과도한 사교육 의존은 '뒤처지지 않기 위한 경쟁'이라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으며, 다양한 성장 경로와 학습 방식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교육 문화가 조성돼야 합니다. 이러한 정책적 노력들은 단기적으로는 제한적인 효과에 그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교육 불평등을 완화하고 사회의 통합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 결론 및 시사점
     
    사교육비의 지속적인 증가는 단순한 가계 부담을 넘어 사회 전반의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문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교육의 질을 향상시켜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저소득 가구를 위한 교육 지원 정책을 강화하여 교육 기회의 형평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지역 간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접근이 요구되며,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교육 자원 배분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교육의 기회가 부모의 경제력이나 거주 지역에 따라 좌우되지 않는 공정한 교육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입니다.
    
     

     

     

    사교육비 29조 시대, 교육은 부모의 지갑 크기 따라 결정된다
    주야

    조회수 1333

    2025-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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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가 현재를 구할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에서 한 말이다. 5.18민주화운동 이야기인 《소년이 온다》를 쓸 때 그와 함께 한 질문이라 했다. 그 책을 쓰는 동안만의 질문이었을까. 지난 5월 17일(토) 광주의 5.18전야제를 다녀오는 동안 내게도 살아 있는 질문이었다. 과거가 현재를,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하는 현장을 보았기 때문이다. 45년 전의 광주가 오늘 대한민국을 구하고 있었다. 총칼이 아니라 노래와 시로, 춤과 연극으로 연대하는 민주주의 대축제였다.
     
    부끄러운 고백으로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1980년 5월에 나는 대구에 사는 여고 2학년이었다. 당시 TV 화면에 나오는 광주는 ‘폭도’와 ‘빨갱이’의 도시였다. 대학생이 된 후에도 광주는 두려운 ‘벽’이었다. 독재와 냉전 시대 교육에 길든 아이가 광주의 진실을 마주하기까지는 20년이 더 걸려야 했다.
     
    제45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로 올해도 광주를 다녀오는 복을 누렸다.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4.16합창단으로서 ‘민주주의 대합창’ 공연에 서는 덕분이었다. 구묘역 신묘역을 방문하고 5.18민중항쟁기념행사의 꽃이라 일컬어지는 전야제도 즐길 수 있었다. 올해는 18일 밤까지 1박 2일로 확대 진행된 전야제를 하루만 보고 돌아온 게 아쉽다. 5.18 민주 광장, 동구 금남로 1~3가 차 없는 거리, 동구 중앙로 일대는 시민 참여 부스 물결이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질 때마다 누구라도 목청껏 함께 부르는 축제였다.
     
     
    행사장 일대 사진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다시 만난 소년, 아! 오월이여
    17일(토) 오전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된 추모식부터 소개하고 싶다. 안산에서 아침 7시에 출발해 구묘역을 들르고 신묘역에 도착했을 땐 5·18민주유공자유족회가 주최 주관하는 추모식은 끝나고 있었다. 식전 공연으로 놀이패와 장애인 예술단의 공연이 있었고 5.18민주화운동 희생자에 대한 전통 제례 의식을 마친 전통 한복을 입은 분들을 볼 수 있었다. 2부 순서인 국민의례로 시작하는 추모식(10시 30분)은 내빈 소개, 추모사, 유가족 대표의 인사가 있었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과 헌화와 분향이 있었다.
     
    추모식에서 가장 소개하고 싶은 순서는 ‘다시 만난 소년, 아 오월이여!’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5·18민주화운동 추모 시 낭송 퍼포먼스’였다. 광주시낭송협회 사람들이 5·18 광주 추모 시를 모아서 한 편 한 편 낭송하는 공연이었다. 오월 광주를 추모하되 시와 음악으로, 피로 쓴 민중항쟁의 역사가 노래와 시로 살아나는 시간이었다.
     
    이창병의 ‘망월동에서’ 첫 자락을 보자. “광주 금남로에서/ 이 나라 최후의 거리마다 쓰러진 넋들의 통곡은/ 우리들의 침묵 속에 깊이 가라앉아 있습니다.” 고정희는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라고 읊었다. 김준태의 ‘오 광주여! 우리나라 십자가여!’는 광주일보(구 전남일보) 1980년 6월 2일 자 조간 1면에 실렸던 시다. 계엄 당국의 검열에 기자들이 사표로 저항한 그 시였다.
     
     

     
     
    “우리는 사람이 개처럼 끌려가 죽어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하지만 신문에는 한 줄도 실리지 않았다.” 45년 전 전남일보 기자들의 그 절규가 시로 다시 살아나는 시간이었다. “끝나지 않는 오월 다시 찾은 민주주의 당신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80년 오월을 기억하겠습니다. 그날을 잊지 않겠습니다.” 시와 노래로 하는 기억의 다짐이었다.
     
     
    민주주의 대축제 대합창
    3부로 구성된 민주주의 대축제 5·18전야제는 지정남 배우가 진행했다. 1부 ‘오월광주 환영대회’는 오월길맞이굿을 시작으로 금남로에 집결하는 수만 명의 민주 평화 대행진 대열을 노래와 춤으로 환영하는 행사였다. 2부는 ‘민주주의 축제’로 뮤지컬과 노래로 꾸며지고 3부는 ‘빛의 콘서트’로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비롯한 노래 밴드들의 무대였다. 전야제 중앙무대는 금남로 4가역 교차로에 설치되고 양방향으로 여러 개의 대형 스크린이 있었다.
    내가 416합창단으로 참여하는 ‘민주주의 대합창’ 공연은 17일(토) 오후 3시 반에 시작했다.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였다. 서울 부산 안산 광주 등에서 온 7개 시민합창단이 개별 공연으로 두 곡씩 부른 후 대합창단으로 함께 두 곡을 불렀다. 광주는 광주였다. 7개 합창단 중 푸른솔합창단, 1987합창단, 광주흥사단합창단 3개가 광주 소재 합창단이었다.
     
     
    박종철 합창단(부산) /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1987합창단(광주) /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7개 민주주의 합창단이 함께 대합창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과 '광주출전가'를 불렀다. / 사진출처: 4.16합창단
     
     
    푸른솔합창단(광주): 2015년 6월 ‘합창’을 통해 민주 인권 평화로 상징되는 ‘광주정신’을 전달하고, ‘광주공동체’의 희망을 노래하고자 창단했다. 2017년, 2018년 창작 뮤지컬 ‘빛의 결혼식-임을 위한 행진곡’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615시민합창단(서울): 2009년 8.15행사 공연을 시작으로, 민족의 역사와 겨레의 삶에 수많은 아픔을 안긴 분단 장벽을 허물고 남북 화해와 평화통일의 새 세상을 열어가기 위해 창단했다.
    1987합창단(광주): 광주 전남의 1980년 5.18민중항쟁의 불꽃을 1987년 6월 항쟁의 횃불로 군부독재를 종식시키고 민주헌법을 쟁취한 그 뜻을 노래와 합창으로 계승하고자 2018년 창단했다.
    광주흥사단합창단(광주): 1913년 도산 안창호 선생이 창립한 민족운동 단체 흥사단. 독립운동, 대한민국의 민주화, 청소년 계몽, 육성 운동으로 2017년 3월 창단, 형화와 자유를 노래한다.
    박종철합창단(부산): 19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열사와 6월 항쟁의 정신을 기리고, 시민문화운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자 2016년 8월 16일 창단했다.
    416합창단(경기 안산):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 일반 시민으로 2014년 창단됐다. 소외와 불의, 불평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에 함께 한다.
    이소선합창단(서울):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의 영결식을 계기로 2011년 결성된 노동자 합창단이다. 서울시로부터 2020년 전문예술 단체로 지정받았다.
     
     
     
    민주주의 대합창에서 불린 노래 제목을 소개해 본다. 아, 민주정부/ 무궁화/ 다시 만난 세계/ 타는 목마름으로/ 죽창가/ 깍지손 평화/ 그날이 오면/ 죽순밭에서/ 바람에 지는 풀잎으로 오월을 노래하지 말아라/ 개벽/ 껍데기는 가라/ 인간의 노래/ 돌덩이/ 오월의 노래2/ 단결한 민중은 패배하지 않는다. 그리고 전체 합창단이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과 ‘광주출전가’를 불렀다.
     
     
    <봄의 겨울, 겨울의 봄> 뮤지컬이 진행되고 있다. / 사진출처: 뉴시스
     
     
     
    전야제 2부 순서를 연 뮤지컬 <봄의 겨울, 겨울의 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80년 봄과 2025년의 겨울이 중첩되는 판타지 스토리의 뮤지컬. 공연은 “계엄이 계엄이 계엄이 계엄이 계엄이 선포됐다.”를 반복해 부르면서 시작했다. 이어서 “2024년 12월 3일 도시를 통제하고 국회를 해산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붙잡아 가두겠다고 계엄령이 선포됐다.”라는 가사는 45년 광주와 현재의 서울을 관통하는 ‘계엄’을 보여 주었다.
     
    “응 엄마, 나? 여의도 가는 길.”
    “응 여보. 걱정 말게. 서울 다 와 부렀어. 아 어치게 가만히 있나. 국회 앞에 탱크가 처들어와부렀다는디!”
     
    이어서 노래한다.
     
    “하늘에는 헬리콥터가 거리에는 탱크부대가. 상상해 본 적 없어. 이런 세상이 다시 올 거란 걸.”
     
    그랬다. 45년 전의 그 계엄령 세상이 21세기에 다시 올 줄은 나도 상상하지 못했다. “추운 겨울이 더욱 추워질지도 모른다”라고 노래하면 “안 돼! 우리가 만든 나라야”라고 화답했다. “어떻게 가만히 있어. 학교에서 배웠는데. 나도 다 알아. 이거 5·18 때랑 똑같은 거잖아. 우리도 광주 사람들처럼 나서야 되는 거잖아.”라고 젊은 여성이 외치면 “어쩌면 다시 봄이 오지 않을지 모른다”라고 노래했다. 현재와 과거를 노래와 춤으로 연결해 주었다. 1980년 오월은 2024년 12월이 되었고, 광주의 영령이 오늘의 우리를 구했음을 알렸다.
     
    가수 이은미가 작곡가 김형석이 해석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광주에서 사람들과 같이 부르고 싶었단다. ‘서른 즈음에’, ‘가슴이 뛴다’ 그리고 ‘애인 있어요’를 열창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라서 일까, 시종 가슴 뭉클하고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작곡가 김종률은 임을 위한 행진곡은 “희생하신 분들에 대한 존경, 죽음을 뛰어넘는 사랑의 찬사 그리고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를 담아” 작곡했다고 했다. 5·18전야제 브로슈어의 글을 옮겨 본다.
     
     
    민주항쟁의 연원 오월광주로 연어처럼 몰려오는 민주시민들. 고향 집 부모의 마음으로 뜨겁게 환영하는 오월 광주 공동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금남로에서 새로운 세계를 전망하다.
    항쟁의 연원 5·18: 계엄의 밤, 장갑차 앞을 맨몸으로 가로막은 시민들의 용기는 광주 시민군의 헌신이었습니다. 남태령의 새벽, 고립된 농민들을 끝내 지켜낸 연대의 마음은 오월 어머니들의 사랑이었습니다. 한남동의 눈보라를 맞으며 새로운 세계를 꿈꾸던 낭만은 민주대성회의 횃불이었습니다.
    승리의 약속 5·18: 오월의 기억으로 내란과 맞서 싸우고 있는 국민들이 민주주의 승리의 염원을 안고 광주로 달려올 것이며, 광주 공동체가 고향 집 부모의 마음으로 뜨겁게 환영할 것입니다. 서로에게 감사를 표하고, 서로를 응원하며, 내란 청산과 민주 승리를 약속하는 축제를 펼칩니다.
    미래의 표상 5·18: 5·18은 미래의 표상으로 승화할 것입니다. 국민주권이 실현되는 민주국가, 국가 주권이 실현되는 자주 국가는 오월 광주가 꿈꾸었던 대한민국입니다. 계급과 계층, 성별과 세대를 넘어 누구나 서로를 귀하게 여기며 존중하는 대동세상을 오월 광주가 먼저 체험했던 미래입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 그리고 ‘5.18헌법’
    5·18전야제 시민참여 부스의 인상을 정리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올해도 45년 전 오월의 ‘주먹밥’이 있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연대와 사랑의 밥을 3개나 받아먹었다. 영화 <택시운전사>의 모델인 독일 기자 한스 패터를 기리는 초록 택시와 운전자가 있었다. 그 앞에서 인증 사진을 찍어 보여주면 광주의 소주 ‘잎새주’ 샘플 한 병 받을 수 있었다. 소주 병 라벨에는 “1980년 5월, 광주로 간 택시운전사”라는 문구와 초록 택시가 새겨져 있었다.
     
     
    주먹밥 나눔, 택시운전사x잎새주 인증사진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아시아의 노벨평화상’이라 불리는 광주인권상을 아는가? 5·18기념재단이 2000년부터 인권과 평화를 위해 기여한 민주화 운동가들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올해 수상자는 동남아시아에서 군사 폭력과 인권침해에 맞서 생존자 보호, 진실 규명, 평화 구축 활동을 펼쳐온 인권 단체 ‘아시아 정의와 권리(Asia Justice and Rights, AJAR)’다. 특별상은 필리핀 코르딜레라 지역에서 34년간 예술을 통해 인권과 공동체 권리를 옹호해 온 ‘DKK문화동맹’이 받았다.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실제 주인공인 고 문재학 열사를 비롯한 민주유공자들의 묘비를 찾아보자. 구묘역에도 신묘역에도 너무나 어리고 젊은 얼굴들을 보라. “5·18정신 계승 민주유공자법 제정하라”는 목소리가 있었다. 유족과 가족들을 위한 교육 지원, 취업 지원, 의료 지원, 대부와 양로 지원, 양육 지원 등 다양한 지원뿐 아니라, 국가와 지자체가 각종 기념·추모 사업을 실시하고 민주화 운동 관련 시설과 교양 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라는 내용이다.
     
     
    5·18정신 계승 민주유공자법 제정 손피켓(왼쪽),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부채(오른쪽)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이라 적힌 부채를 보았다. 홍보 부스에서는 “청원 참여”를 유도하는 유인물이 배포되고 있었다. 5·18정신을 국가가 책임지고 헌법에 새겨야 한다는 요지였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광주의 희생과 단호한 투쟁이 있었기에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지켜졌다. 12·3 불법 계엄의 국민 승리가 바로 오월광주의 승리”라며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통해 대한민국을 지켜온 힘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새기겠다"라고 말했다.
     
     
     
     '아 오월, 다시 만난 오월'를 주제로 5·18민주화운동 45주기 기념행사 진행 / 사진출처: 아시아경제
     
     
     

     
     

     

    민주주의 대축제 5.18 전야제를 다녀와서
    꿀벌

    조회수 829

    2025-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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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출처 : 챗gpt를 활용한 ai제작
     
     
     
    ● 영 케어러란 누구인가?
    영 케어러(Young Carer)란 가족 내에서 질병, 장애, 정신질환, 노화 등으로 인해 자립이 어려운 구성원을 돌보는 역할을 수행하는 아동·청소년 또는 청년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만 18세 이하를 기준으로 하며, 경우에 따라 만 25세 이하의 청년까지 포함되기도 합니다. 이들은 단순히 일상적인 가족의 일원으로서 돕는 수준을 넘어, 실제로 성인이 담당해야 할 간병, 가사노동, 감정적 지지, 생계 보조 등의 책임을 실질적으로 떠맡고 있습니다. 영 케어러가 수행하는 돌봄의 범위는 매우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신체적으로 거동이 어려운 부모나 조부모를 부축하거나, 약을 챙겨주고 병원에 동행하는 일은 물론, 식사 준비, 청소, 세탁 등의 가사노동까지 맡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장애가 있는 동생을 돌보거나, 우울증이나 중독 증세를 앓는 가족 구성원을 정서적으로 지지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처럼 영 케어러는 또래와는 다른 무게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주변에 알리기 어려워하며, 오히려 '가족이니까 당연하다'는 사회적 시선 속에 침묵을 강요받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책임은 아동·청소년기라는 생애 주기의 특성과 맞지 않아 학업을 포기하게 하거나, 또래 관계 형성에 제약을 주고, 자아 정체성 발달을 방해하는 등 다층적인 문제를 야기합니다.
     
     
    ● 한국 내 영 케어러의 실태
     
    한국에서는 아직 영 케어러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정의가 존재하지 않고, 관련 통계 또한 극히 제한적입니다. 공식적인 전수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그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채, 대부분의 영 케어러는 비가시적인 상태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연구에서는 청소년의 약 2~3%가 영 케어러로 추정되고 있으며,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등 돌봄 취약 가정에서 더 높은 비율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보다 구체적인 조사 결과도 나와 있습니다. 2023년 김지선 한국사회보장정보원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가족 돌봄 청년 기초 연구’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만 9세에서 18세 사이의 영 케어러는 총 7만 885명으로, 해당 연령대 인구의 약 3.5%에 해당합니다. 이는 국내 최초로 실시된 영 케어러 규모 추산 결과로, 지금까지 은폐되어 있던 청소년 돌봄자의 존재를 드러낸 중요한 자료로 평가됩니다. 이 추산은 기초생활수급 가구 중 장애인, 중증 질환자, 70세 이상 노인이 있는 가구를 대상으로 하였으며, 생계 책임을 지는 소년·소녀 가장, 알코올 중독자나 치매 환자 가족을 간병하는 경우도 포함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10대 영 케어러는 부모나 조부모의 질환·중독 문제를 대신 떠안고, 생계비 마련부터 간병, 가사노동까지 전방위적인 책임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정작 본인의 학업이나 진로 탐색, 또래 관계 형성 등 청소년기에 반드시 필요한 성장 과정은 희생되기 쉽습니다. 학교생활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중도 포기하게 되는 사례도 적지 않으며, 결국 이들은 사회적 안전망 바깥에서 ‘미래를 저당 잡힌 청소년’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영 케어러라는 용어는 1980년대 영국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부모 등에게 무보수로 돌봄 노동을 제공하는 청소년'으로 정의됩니다. 영국, 호주 등은 이들을 독립된 사회정책 대상으로 인정하고, 생계비 지원, 돌봄 서비스 제공, 교육 지원 등을 통해 국가적 차원의 보호 조치를 시행 중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영 케어러를 위한 정부 차원의 공식 추산이나 체계적인 지원책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실제로 국제 학계에서는 한국의 영 케어러 대응 수준을 총 7단계 중 최하위인 7단계, 즉 ‘무반응 국가’로 분류하고 있어 제도적 공백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국내 영 케어러는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숨겨진 집단’, ‘잊힌 최전선’으로 남아 있으며, 제도적 보호 없이 가족 내 돌봄 부담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들을 사회의 책임으로 인식하고, 실질적 정책 개입과 지원 체계 마련을 논의해야 할 시점입니다. 
     
     
    ● 영 케어러가 겪는 어려움
    영 케어러가 감당해야 하는 부담은 단순히 육체적인 노동에 그치지 않고, 삶의 전반에 걸쳐 복합적인 문제로 나타납니다. 첫째, 이들은 돌봄 책임으로 인해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습니다. 아침 일찍 가족의 간병을 마치고 등교해야 하거나, 병원 동행, 가사노동 등의 이유로 결석과 지각이 반복되며, 심지어는 학업을 포기하게 되는 사례도 발생합니다. 이는 결국 학력 단절, 진로 제한, 취업 기회의 박탈로 이어지며 장기적으로 사회적 계층 고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둘째, 정서적·심리적 부담과 사회적 고립 또한 심각한 문제입니다. 또래와는 다른 책임감과 부담 속에서 성장한 영 케어러는 우울, 불안, 죄책감, 분노 등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에 노출됩니다. 친구와의 관계를 맺을 여유가 없고, 여가 생활 역시 단절되어 고립감을 느끼기 쉬우며,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조차 ‘가족을 배신하는 행위’로 여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더불어 가족의 생계를 돕기 위해 아르바이트나 부업을 병행하는 등 경제적 책임까지 떠맡는 경우도 있어, 청소년이 감당하기에는 과도한 짐을 지고 살아가는 현실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영 케어러는 교육, 정서, 사회, 경제 등 전 영역에서 다층적인 어려움을 경험하며, 그에 따른 종합적 지원이 절실합니다.
     
     
    ● 국내 제도적 변화와 정책 동향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영 케어러와 같은 위기 청년·아동에 대한 제도적 대응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국가 차원의 입법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2025년 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가족돌봄 등 위기 아동·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의결하였으며, 이는 위기 상황에 놓인 아동과 청년에 대한 종합적 지원 체계를 법제화한 최초의 시도입니다. 이 법안의 제정 목적은 사회적 고립이나 돌봄 과부하 등으로 삶의 질이 저하된 청년과 아동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의 보장과 사회참여를 가능하게 하고 궁극적으로 사회 전체의 활력을 높이기 위한 것입니다.
     
    이 법안은 우선 ‘가족돌봄 아동·청년’을 34세 이하로서 돌봄이 필요한 가족에게 간호, 간병, 일상생활 지원 등의 무보수 도움을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병역의무 이행자에 대해서는 그 기간을 연령에 가산하여 포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립·은둔 아동·청년’은 타인과의 교류가 극히 제한되거나 상당 기간 동안 좁은 거주공간에 머물며 일상생활이 어려운 사람으로 정의함으로써, 다양한 위기 양상을 포괄하려는 의도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제도적 운영 측면에서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아동정책조정위원회 및 청년정책조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5년마다 ‘위기 아동·청년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며, 3년마다 전국 단위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단발적 지원이 아닌, 중장기적 정책 설계와 집행이 가능해집니다. 지원 체계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위탁·지정한 기관·단체가 전담하며, 실태조사나 본인 신청을 통해 발굴된 위기 청년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각각의 사례에 맞춘 맞춤형 사례관리 계획을 수립하여 사회보장급여를 연계·지원합니다. 사례관리 종료 시까지 지속적인 관리가 의무화된 점은 큰 특징입니다. 구체적인 지원 항목으로는 심리상담, 건강관리, 학업 연계, 취업 준비, 주거 안정 지원뿐 아니라, ‘가족돌봄 아동·청년 특별지원’, ‘고립·은둔 청년 맞춤형 프로그램’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자기 돌봄을 위한 시간과 비용까지 국가가 지원할 수 있도록 근거가 마련된 점은 기존 복지 정책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보건복지부장관이 위기아동·청년 정책센터를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며, 모범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을 ‘전문지원기관’으로 인증하는 체계도 함께 도입됩니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는 정책의 실효성과 현장성과를 동시에 확보하려는 것으로, 향후 실행 과정에서의 평가와 개선이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법안은 단순한 복지 확장의 의미를 넘어, 그동안 ‘가정 내 문제’로 은폐되어 온 영 케어러의 삶을 사회의 책임으로 전환시키는 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향후 실제 법 집행 시 충분한 예산 확보, 전문 인력 배치, 지역 간 형평성 등의 문제가 뒷받침되어야만 제도의 목적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 해외의 영 케어러 지원 사례
    영 케어러 문제는 이미 해외 여러 나라에서 사회적 이슈로 다루어지고 있으며, 각국은 제도적 대응과 복지 지원을 통해 체계적인 보호에 나서고 있습니다. 영국은 2014년 ‘아동 및 가족법(Children and Families Act)’을 제정하여 영 케어러를 공식적으로 법에 명시하고, 지방정부에 실태 파악 및 지원 의무를 부여하였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영국 내 많은 학교에서는 ‘Young Carers in Schools’라는 전국 단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교사가 영 케어러를 조기에 인지하고 학업·정서·생활지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훈련을 받습니다. 또한 ‘Care Advice Line’과 같은 전용 상담 창구를 통해 이들에게 심리적 상담과 정보 제공을 하고 있습니다. 호주는 ‘Carer Gateway’라는 국가 차원의 온라인 플랫폼과 ‘Young Carers Network’를 구축하여, 영 케어러가 본인의 상황을 자발적으로 공유하고, 필요한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호주는 이 외에도 청소년 돌봄자를 대상으로 한 수당과 학업 보조금,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 학교와의 협력 서비스 등 다양한 재정적·교육적 지원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2020년부터 후생노동성과 문부과학성이 공동으로 영 케어러 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보건·복지·의료·교육을 아우르는 연계 시스템을 바탕으로 학교 교직원, 지역 복지 담당자, 병원 등이 협력하여 조기 발굴과 사례 관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은 지방자치단체별 전담창구를 설치하고, 영 케어러를 위한 상담, 지역 사회 자원 연계, 단기 돌봄 지원 등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지역 실정에 맞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영국, 호주, 일본은 제도적 정의뿐 아니라 교육, 상담, 경제 지원, 지역 기반 연계에 이르기까지 다층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이 향후 영 케어러 정책을 설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참고 사례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영 케어러는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보이지 않는 돌봄 노동자’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운 가족의 간병과 가사노동, 정서적 지원까지 맡으며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이들은, 공식적인 복지 체계나 제도에서조차 인식되지 못한 채 긴 시간 침묵 속에서 고립되어 왔습니다.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돌봄의 책임을 가족, 특히 여성과 아동에게 전가해왔고, 영 케어러 문제 또한 그 연장선상에서 개인의 책임이나 ‘효(孝)’의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돌봄이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책임이라는 인식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이들의 인권은 계속해서 침해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 케어러는 단지 가족을 돕는 아이들이 아니라, 국가의 공적 돌봄 시스템이 부재하거나 작동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구조적 취약계층입니다. 이들은 학업, 진로, 친구 관계, 자기 돌봄 등 청소년기에 보장되어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빼앗기고 있으며, 그로 인해 성인이 되어도 교육·고용·건강 등 다방면에서 장기적인 손실을 겪을 위험이 큽니다. 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이들을 위한 조기 발견 시스템, 정서적·경제적 지원, 교육 연계, 법적 보호 체계가 마련되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돌봄의 공공성을 확대하여 아동·청소년이 가족의 돌봄 공백을 메우는 일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국가와 사회는 이제라도 영 케어러의 존재를 분명히 인식하고, 그들의 권리 회복과 자립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나서야 할 시점입니다. 아동과 청소년은 미래의 주체이기 이전에 현재의 권리 주체이며, 이들의 삶을 책임지는 것은 복지국가로서의 최소한의 의무입니다. 지금 이들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우리 사회가 얼마나 포용적이고 책임 있는 공동체인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입니다.
     
    
     

     
     
     
     
    내가 엄마를 돌본다고요?… 교복 입은 간병인들의 비밀
    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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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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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28일은 무슨 날일까요?
     
    노동자의 날, 근로자의 날, 메이데이…
    많은 사람들이 5월 1일을 ‘노동자들의 날’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4월 28일이 어떤 날이고,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날은 일터에서 일하다가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을 기억하고, 다시는 같은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다짐하는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입니다. 이 글은 4월 28일이 어떤 날인지, 한국에서는 이날을 어떻게 기억해왔는지, 그리고 왜 우리가 이날을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한 인형 공장에서 시작된 추모의 날
     
     
    태국 방콕 장난감 공장 화재 사진 /출처: KBS
     
     
    1993년 5월, 태국 방콕 외곽의 케이더(Kader) 장난감 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무려 188명의 노동자가 숨지고, 469명이 다쳤습니다. 그들은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의 인형을 만들던 노동자들이었습니다. 참사는 안전장치 부재와 기업의 탐욕이 낳은 결과였습니다. 공장에 화재경보기와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직원들의 목숨보다 비싼 인형의 도난을 막는다는 이유로 문을 잠그고 작업을 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불이 난 순간 노동자들은 빠져나올 수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1996년, 유엔 뉴욕 본부에서 열린 지속가능발전위원회 회의에서 국제자유노련(ICFTU)의 대표들이 이 사건을 추모하며 촛불을 들었습니다. “선진국 아이들의 장난감에는 개발도상국 노동자의 피와 죽음이 묻어 있다.” 이러한 각성이 국제 사회를 흔들었고, 이후 국제노동기구(ILO)는 4월 28일을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로 공식 지정했습니다. 현재 미국, 영국, 캐나다 등 19개국은 이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해 추모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전 세계 110개국 이상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날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의 달
     
     
    '4.28 산재사망 추모 건강한 노동, 안전한 사회 민주노총 투쟁 결의대회'에서 세운 안전화 탑 / 출처: 오마이뉴스
     
     
    한국에서 4월 28일은 민주노총과 노동조합 그리고 산재노동자 단체, 노동안전보건운동 단체 등 시민사회가 안전과 건강을 담은 한 해의 요구를 발표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4월을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의 달'로 지정하며, 정부의 산재사망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살인기업'을 선정 및 발표하는 '살인기업 선정식'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행동들은 전 세계적으로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노동자들을 시민사회에서 추모하고, 한국 사회가 더 이상 일하다 죽지 않는 일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행동들이었습니다.
     
    시민사회가 주도하여 진행되었던 4월 28일이, 올해부터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바로 작년 9월 국회 본회의에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4.28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이 법정 기념일이 된 것입니다. 개정안에는 제9조의 2(산업재해 근로자의 날)을 신설하였고, 이로 인해 매년 4월 28일을 '산업재해 근로자의 날'로 지정하고, 4월 28일부터 1주간을 추모주간으로 정했습니다.
     
     
    법정 기념일 그 이상의 의미가 되길
     
     
    23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 민주노총 결의대회 / 출처: 뉴시스
     
     
    산재사망 노동자를 추모하는 것은 법정 기념일이 되었지만, 여전히 매년 2,400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죽고, 부상과 질병으로 15만 명의 노동자가 고통받고 있습니다. 한국은 슬프게도 OECD 가입 국가 중 산재사망이 가장 많은 국가입니다. 특히 작년 경기도 화성에서 발생한 '아리셀 중대산업재해 참사'를 생각하면, 일터에서의 안전은 아직 먼 이야기로 느껴집니다.
     
    안전하지 않은 사회, 건강하지 않은 일터에 대한 사회구성원의 공감대가 모여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등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일터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망사고를 통해, 여전히 우리 사회제도의 부족함을 알려줍니다.
     
     
    추모를 넘어서, 더 이상 죽지 않는 사회로
     
    4월 28일은 더 이상 몇몇 활동가들만의 기억이 아닙니다.
    국가가 인정한 공식적인 추모의 날이 되었고, 우리는 그 의미를 더 깊게 되새겨야 합니다. 산재로 목숨을 잃은 수많은 노동자를 추모하는 것, 그리고 다시는 그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를 바꾸는 것. 그 두 가지가 함께 갈 때, 4월 28일은 진정한 ‘기억의 날’이 될 수 있습니다.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사회.
    위험을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일터.
    추모를 넘어서,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가 4월 28일을 기억해야 합니다.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권리, 4월 28일을 아시나요?
    라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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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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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챗gpt 제작
     
    
    A씨는 수도권의 한 신축 빌라를 전세 2억 원에 계약했습니다. 계약 당시 공인중개사는 "집값이 상승 중이니 걱정할 필요 없다"라고 했고, 집주인 역시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2년 후 만기가 되자,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며 시간을 끌었습니다. 이후 해당 주택이 경매로 넘어갔지만, 낙찰가는 1억 5천만 원에 불과했고, 선순위 근저당이 있어 A씨는 보증금 중 일부만 돌려받을 수 있었습니다. A씨는 대표적인 전세 사기 수법인 깡통전세 사기에 당한 것인데요.
     
    이처럼 전세 사기는 한국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으며, 특히 사회 경험이 적고 경제적으로 취약한 20~30대 청년층이 주요 피해자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높은 전세 보증금이 오가는 주택 시장에서 사기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피해 금액도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전세 사기의 주요 유형과 피해 사례, 피해자 연령대 및 피해 금액 현황, 그리고 이를 예방하고 대응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전세 사기의 심각성과 사회적 문제
     
    1. 경제적 피해
    전세 사기는 단순한 금전적 손실을 넘어, 피해자의 삶 전체를 흔드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전세 보증금은 서민들에게 있어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기를 당할 경우 재산을 한순간에 잃고 경제적으로 파산할 위험이 큽니다. 특히, 청년층과 신혼부부 같은 사회적 약자들은 전세금을 모으기 위해 오랜 기간 저축을 하거나 대출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세 사기를 당하면 대출금을 갚을 능력이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 장기간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게 됩니다.
     
    2. 주거 불안과 정신적 피해
    전세 사기의 또 다른 문제는 피해자들이 거주할 곳을 잃게 된다는 점입니다. 전세 사기를 당하면 갑자기 집을 비워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며, 새로운 거처를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피해자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보증금을 잃은 것뿐만 아니라, 주거지를 잃었다는 절망감과 법적 대응에 대한 부담이 겹쳐 심리적 고통이 가중됩니다.
     
    3. 부동산 시장 불신 증가
    전세 사기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세입자와 임대인 간의 신뢰가 무너지고 부동산 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이 커지게 됩니다. 세입자들은 임대인과의 계약 자체를 두려워하게 되고, 전세 거래를 기피하는 경향이 생깁니다. 이는 부동산 시장의 위축을 초래하며, 결국 임대 시장의 건전성을 해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 전세 사기 피해 현황
     
    1. 전세 사기 피해자 연령대
    전세 사기의 주요 피해자는 20~30대 청년층입니다. 사회 경험이 많지 않은 이들은 상대적으로 부동산 계약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신축 빌라나 저렴한 전세 매물에 대한 유혹이 크기 때문에 사기에 취약한 편입니다. 2024년 기준 전세 사기 피해 연령대는 다음과 같습니다. 30대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며, 20대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가 주된 피해자로, 이들은 전 재산이나 대출금으로 전세 계약을 맺었다가 보증금을 잃는 사례가 많습니다.1)
     
    2. 전세 사기 피해 금액
    전세 사기 피해 금액은 대체로 1억 원 초과~2억 원 이하의 구간에서 가장 많았습니다. 피해 금액 1억~2억 원이 전체 피해자의 34%를 차지하며, 이는 5,545명에 해당합니다. 전체 피해 금액에서 1억 원 초과~2억 원 이하가 42%로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습니다.2) 이는 청년층이 전세 자금 대출을 활용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전세 사기에 당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대출금을 상환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됩니다.
     
    3. 전세 사기 피해자 수 증가
    전세 사기 피해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4년 9월 기준, 단속 기간 동안 적발된 전세 사기 피해자는 16,314명으로 확인되었습니다. 2024년 3월 기준, 피해자는 27,000명에 달하며, 점점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전세 사기의 피해 규모가 커지는 이유는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과 깡통전세 증가, 사기 조직의 조직적 개입 등이 꼽힙니다.
     
    4. 전세 사기 피의자 가담 형태
    전세 사기는 개별적인 범죄가 아니라,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기범들은 역할을 나누어 계획적으로 움직이며, 피해자를 속입니다.
    전세 사기에 가담한 피의자들의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출처: 국토교통부 보도자료: 범정부 전세사기 특별단속 결과
     
    
    전세 사기는 단순한 개인 사기가 아니라 중개업자, 브로커, 허위 임대인 등이 조직적으로 결탁하여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들이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 전세 사기의 단계별 유형 및 피해 사례
     
    전세 사기는 계약 과정에서 여러 단계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발생합니다. 이에 따라 전세 계약을 진행하는 모든 단계에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1. 집을 고르는 단계에서 발생하는 사기 유형
     
    (1) 깡통전세 사기
    깡통전세는 주택의 시세보다 전세 보증금이 더 높은 상태를 의미합니다. 임대인은 허위로 높은 감정가를 책정하여 높은 전세금을 책정한 뒤, 보증금을 받아 챙기고 잠적합니다. 이후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세입자는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가 큽니다.
     
    (2) 허위 매물 사기
    중개업자가 존재하지 않는 매물을 광고하거나, 실제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제시한 후 계약 직전에 다른 매물로 유도하는 방식의 사기입니다.
     
    2. 임대인을 확인하는 단계에서 발생하는 사기 유형
     
    (1) 가짜 임대인과 계약
    임대인의 신분을 위조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입니다. 계약 이후 임대인이 사라지면 세입자는 보증금을 돌려받을 방법이 없습니다
     
    (2) 신탁회사의 동의 없는 계약
    소유권이 신탁회사에 있는 주택의 경우, 신탁회사의 동의 없이 계약하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
     
    3.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 발생하는 사기 유형
     
    (1) 월세를 전세로 둔갑
    월세로 계약해야 하는 집을 전세 계약으로 바꿔 중개하는 방식의 사기입니다.
     
    (2) 이중 계약
    이중 계약 사기는 임대인이 동일한 전세 주택에 대해 여러 명과 중복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계약을 맺은 세입자들은 자신이 정상적인 계약을 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같은 집에 여러 명의 세입자가 존재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결국, 집주인이 전세금을 들고 도망가거나 경매가 진행되면서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를 입게 됩니다.
     
    4. 계약 직후 발생하는 사기 유형
     
    (1) 계약 당일 임대인 변경 및 대출 실행
    일부 악덕 임대인은 세입자와 정상적으로 전세 계약을 체결한 후, 해당 주택을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아 돈을 빼돌리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지릅니다. 이후 임대인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세입자는 보증금을 잃게 됩니다.
     
    (2) 기존 세입자가 거주 중인 상태에서의 계약
    이사 당일 가보니 이미 다른 세입자가 살고 있는 경우입니다.
     
     
    ● 전세 사기 예방 및 안전한 전세 계약 방법
     
    1. 등기부등본 및 국세 체납 여부 확인
    전세 계약을 체결하기 전, 반드시 해당 주택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해당 건물의 실제 소유주가 누구인지, 대출이 설정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만약 해당 주택에 이미 많은 채무가 설정되어 있다면, 전세 계약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2. 전세보증보험 가입
    전세보증보험은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할 경우, 보증 기관이 이를 대신 보장해 주는 제도입니다. 전세 계약을 체결할 때 반드시 보증보험에 가입하면, 사기 피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3. 믿을 수 있는 공인중개사를 통한 계약
    공인중개사를 통해 계약을 진행하면 사기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중개업소의 정식 등록 여부를 확인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업체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4. 계약서 작성 시 특약 명확히 하기
    전세 계약을 체결할 때는 계약서에 근저당 말소, 보증금 반환 조건 등을 명확히 기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계약 종료 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을 예방하고, 세입자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습니다. 근저당이 설정된 주택의 경우, 계약서에 "임대인은 계약 기간 만료 전까지 해당 주택의 근저당을 모두 말소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라는 내용을 명시해야 합니다.
     
    또한, 말소 기한을 구체적으로 정하여 계약 종료 직전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만약 계약 체결 당시 이미 높은 근저당이 설정되어 있다면, 해당 주택을 계약하는 것을 신중히 고려해야 하며, 임대인에게 근저당 말소를 요구할 수 있도록 특약 사항을 추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전세 계약이 종료될 때, 보증금을 반환하는 시점과 절차를 계약서에 명확히 기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임대인은 계약 만료일 전까지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반환해야 하며, 반환이 지연될 경우 일정 기간 이후부터 지연 이자(연 12% 이상)를 지급해야 한다"라는 내용을 명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을 위해 신규 세입자를 구해야 하는 경우, 보증금 반환을 신규 계약 체결 여부와 연계하지 않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해야 합니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을 경우, 세입자가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반환 기한을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전세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임대인이 근저당 말소 및 보증금 반환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위약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계약서에 기재해야 합니다. 세입자는 전세 계약을 체결한 후, 반드시 동사무소에서 확정일자를 받아야 하며, 계약서에 이를 기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계약 체결 시 전세보증보험(HUG, SGI 등)에 가입하는 것을 조건으로 명시하여, 임대인이 보증보험 가입을 거부할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전세 사기 피해 발생 시 대처 방법
     
    1. 경찰 및 법적 대응
    전세 사기를 당했다면 가장 먼저 경찰서(112)에 신고하여 수사 절차를 진행해야 합니다. 보이스피싱이나 금융 사기와 달리, 전세 사기는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속한 수사가 필요합니다. 경찰에 신고하면 임대인의 사기 행위가 입증될 경우 형사처벌이 가능하며, 추가적인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도 있습니다. 경찰에 신고한 후에는 사건 접수 번호를 받아두고, 담당 수사관과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진행 상황을 체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및 정부 지원 활용
    전세 사기 피해를 입었다면, 정부 및 공공기관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방자치단체(지자체)는 전세 사기 피해자를 위한 다양한 긴급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임시 거주지 제공, 법률 상담, 금융 지원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LH의 긴급 주거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국토교통부 및 LH 고객센터(1600-1004)에 문의하여 지원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각 지자체에서도 전세 사기 피해자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 전세 사기 피해가 많이 발생함에 따라, 각 지역별 긴급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세 사기를 당했을 경우, 단순히 경찰 신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LH 및 정부의 지원을 적극 활용하여 거주지를 확보하고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해가 발생한 즉시 LH 고객센터(1600-1004) 또는 국토교통부 전세사기 피해 지원센터(국토부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 연락하여 도움 및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전세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은 경찰, 검찰, 국토교통부 등 여러 기관에 신고를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증금을 돌려받기가 어렵고, 법적 대응에도 한계가 많습니다. 신고 후에도 피해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법적, 행정적, 금융적 문제들이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전세 사기를 저지른 임대인이나 공인중개사가 형사 처벌을 받더라도, 피해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기범이 처벌을 받아도 보증금 반환 의무가 자동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법적으로 강제할 방법이 부족합니다. 형사 처벌은 임대인의 범죄 행위에 대한 것일 뿐, 피해자의 재산을 되찾아주는 과정이 아닌 데다가, 피해자는 별도로 민사 소송을 제기해야 하지만, 임대인이 재산을 숨긴 경우 실질적인 보상받기가 어렵습니다. 또, 전세 사기범들은 보증금을 가로챈 후 재산을 미리 처분하거나, 차명 계좌로 빼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는 경찰서나 검찰에 신고를 하지만, 사건 수사와 법적 절차가 지연되면서 수개월에서 수년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해당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길 기다려야 하지만, 세입자의 보증금이 최우선 변제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세 사기는 개인의 재산을 빼앗을 뿐만 아니라 주거 불안정을 초래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입니다. 정부는 강력한 법적 조치를 마련해야 하며, 국민들도 철저한 사전 조사와 신중한 계약을 통해 스스로를 보호해야 합니다. 특히 20~30대 청년층은 전세 계약 전 반드시 주택의 소유권 및 대출 여부를 확인하고, 보증보험 가입 등을 통해 피해를 예방해야 합니다. 사기범들이 점점 교묘한 수법을 사용하는 만큼, 계약 과정에서의 신중한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출처>
    1) 국토교통부가 2024년 6월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보고한 전세사기 피해 지원 현황 자료
    2) 2025.3.10.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이 공개한 전세 사기 피해자 수 자료
     
     

     

    2030 울리는 전세 사기, 어떻게 대응하나요?
    주야

    조회수 2468

    202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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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를 기억한다는 것은 단순히 그날의 아픔만을 떠올리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사회를 만들어가야 하는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묻고 행동으로 옮기는 일입니다.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 안전이 기본이 되는 사회, 믿고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 기억 편지 낭독 중(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 장애진 씨)
     
     
    출처: 4.16재단
     
     
    매년 4월이 되면 전국 곳곳에서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 다양한 자리를 만듭니다. 2025416일은 세월호 참사 이후 열한 번째 맞는 416일이었습니다. 16일 오후 3시부터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식이 열렸습니다.
     
    노란 옷을 입은 세월호 참사 피해 가족들, 노란 팔찌를 끼고 노란 리본 배지를 가슴에 단 많은 시민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또 참사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하고자 해양수산부 장관, 국회의장, 안산시장, 각 정당의 대통령 선거 후보 및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의 참여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기억식 행사는 304명 희생자에 대한 묵념, 각 분야를 대표하는 분들의 추도사, 영상 상영과 뮤지컬 공연, 생존 학생의 편지 낭독, 4.16합창단의 합창 공연으로 이어졌는데요. 현장에 참석한 3,000여 명의 시민들을 비롯해 언론사의 생중계로 수많은 시민이 기억식을 지켜봤습니다.
     
     
    출처: 4.16재단
     
     
    기억식을 함께 준비한 4·16재단의 박승렬 이사장은 무대에 올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1년이 지나고 있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사회적 참사와 자연 재난으로 사랑하는 이들을 잃는 슬픔을 겪고 있습니다.”라며 생명의 소중함과 일상의 안전이 최우선시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 모두 세월호 참사를 평생 잊지 않고 꼭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생명존중과 안전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 될 ‘4.16생명안전공원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피해 가족들을 대표해 무대에 오른 단원고 2학년 1김수진 학생의 아버지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참사 이후 11년이 지나도록 아직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왜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했는지 우리 가족들은 알고 있지 못합니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라고 호소했습니다.
     
    이어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는 참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국민이 의무를 성실히 지키면서 국가를 믿고 의지하듯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책무임을 명심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4.16재단
     
     
    추도사에 이어 상영된 <10년의 세월, 그리고 다시 첫 시작>이라는 제목의 영상은 참가자들의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는데요.
     
     
    절대 변할 수 없는,
    그래서 결국 그 무엇도 이겨내는
    엄마의 약속
     
    (중략)
     
    10년 하고도 다시 1년 이제 아이들을 맞을 준비를 시작했다.
    이제서야 아이들이 돌아올 보금자리의 첫 삽을 떴다.
    아이들이 우리 품으로 온전히 돌아오면 그때는 진짜 봄이 올까?
     
    진짜 진실이, 진짜 사죄가, 진짜 새 세상이 올까?
    10년 하고도 다시 1년 오늘도 다시 약속한다.
    꼭 밝히겠다고, 꼭 밝혀내고 말겠다고
     
    - 영상 <10년의 세월, 그리고 다시 첫 시작>
     
    [영상] 세월호참사 11주기 기억영상 <10년의 세월, 그리고 다시 첫 시작> / 출처: 4·16재단 
     
     
    참사 이후 10년이 넘도록 아이들이 왜 희생되어야만 했는지 그 진실을 밝히고자, 나아가 안전사회를 만들고 재난 참사 피해자의 권리를 지켜내고자 걸어온 세월호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이었습니다. 반드시 약속을 지켜내겠다는 엄마들의 굳건한 의지가 숭고하게 느껴졌습니다.
     
     
    출처: 4.16재단
     
     
    영상을 다 같이 본 후 희생된 단원고 학생과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공연 , 여기 있어요가 펼쳐졌습니다. 지난해 10주기 기억식 무대에서 시 낭송을 했던, 그리고 세월호 참사 10주기 프로젝트로 제작된 영화 <목화솜 피는 날>의 주연으로 출연하기도 했던 박원상 배우가 열연을 펼쳐, 참가한 시민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다음 순서로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인 장애진 씨가 무대에 올라 기억의 편지글을 낭독했는데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과 시민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믿고 언젠가는 괜찮아지리라 생각했지만, 봄이 올 때마다 아직 마음 한편은 차가워지고 봄은 여전히 멀기만 합니다.”, 두 번 다시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그대들과 같은 희생자가 생기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하고 다짐했지만, 또 다른 비극들이 반복되는 것을 보며 우리가 아직 멈춰서 있는 것은 아닌가 자책도 하게 됩니다. 그날의 봄은 멈춰있지만 언젠가는 영원히 따뜻한 봄이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라며 진심을 눌러쓴 편지글을 전했습니다.
     
    기억식의 마지막 순서는 세월호 참사 피해 가족들과 시민들이 함께 만든 4.16합창단의 공연이었습니다. 4.16합창단의 노래는 기억하고 행동하는 모든 시민들의 마음을 울리는 빛나는 무대였습니다. 그리고 기억식이 진행되는 도중 오후 416, 1분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304명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추모 사이렌이 안산시 전역에 울려 모두가 함께 마음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은 416일에는 오후 3시 안산에서 열린 기억식 뿐만 아니라 오전 1030분에는 참사가 벌어진 해역에서 선상 추모식, 오전 11시에는 인천에 위치한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 광장에서 일반인 희생자 추모식, 오후 416분에는 서울에 위치한 세월호 기억 공간에서 시민 기억식을 진행해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물결이 이어졌습니다.
     
     
    [영상] 세월호참사 11주기 기억식 본행사(full 영상) / 출처: 4·16재단 
     
     

     
     
     
    세월호 참사 11주기, “다시 봄이 온다”
    레지스타

    조회수 578

    202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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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4월 16일(수) 오늘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1년이 되는 날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 그동안 우리는, 그리고 우리 사회는 무엇이 변했을까? 세월호는 사람들의 기억에 희미해졌을까? 4월 12일(토), 광화문의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약속 시민대회’ 현장에 가서 확인해 보자.
     
     
    
    출처: 4.16연대
     
     
    기억하는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
    2025년 4월 12일, 기억·약속 시민대회장은 “기억하는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라는 목소리가 가득했다. 기억은 무엇이며 우리는 누구일까? 세상을 바꾸는 주체가 “기억하는 우리”라고? 과연 서십자각에서부터 광화문 앞까지 행사장엔 ‘기억하는 우리들’이 가득했다. 비가 오고 점점 바람이 세찬 날씨 속에도 기억하는 사람들 5천여 명이 다녀갔다(집회 측 추산).
     
    10년이 더 흘렀다고 세월호 참사를 잊는 게 아니라고 사람들은 보여주고 있었다. 윤석열 한 사람 파면으로 사회 대개혁이 보장되는 게 아님을 똑똑히 아는 사람들이었다. 어떻게 생명 안전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갈까? 어떻게 사회 대개혁을 이룰까? 탄핵 집회장에 나갔던 그 깃발들이 펄럭였다. “기억하는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라는 슬로건은 ‘애도’와 ‘기억’과 ‘연대’의 힘이었다.
     
     
    출처: 4.16연대
     
     
    ‘기억하는 우리’ 중에 ‘세월호와 이태원 세대’가 돋보였다. 시민참여 마당 활동 속에도 자유 발언대 마이크에도, 우산 속에 듣고 박수 치는 청중에도 젊은이들이 많았다. 노래하고 춤추고 행사 진행하고 자원봉사하고, 모두 세월호와 이태원 세대 청년들이 했다. 아니, 세월호 참사는 나이와 세대를 통합해 이루는, 평범한 사람들이 주체가 되는 시민운동임을 볼 수 있었다.
     
     
    시민참여 마당, 놀며 체험하며 기억하며
     
    출처: 4.16연대
     
    시민들은 오후 2시부터 25개의 노란 ‘시민참여 마당’ 천막을 자유롭게 방문하며 즐길 수 있었다. 구경하고 체험하고 질문하고 대화하고 만들며 노는 공간이었다. 노란 리본을 만드는 사람, ‘기억 엽서’를 쓰고 ‘리본 리폼’을 하고 ‘기억의 벽’에 포스트잇을 붙이는 사람. 노란 옷을 입은 4.16 가족협의회 부모님들의 공방과 기억 상점에서 기억 물품을 만들며 함께할 수 있었다.
     
    눈에 띄는 건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를 비롯한, ‘재난 참사 피해자 연대’라는 이름의 연대체였다. 사회적 참사는 결코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는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었다. 기간제교사노동조합원들은 “김초원 선생님~ 당신을 기억합니다”라는 배지를 나눠주었다. 어린이도서연구회 천막에서는 아이들이 세월호 책을 보고 있었다. ‘비건 감자튀김’ 푸드트럭은 이 광장의 다양성과 포용성의 상징처럼 보였다.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대한민국 재난 참사 연대기, 재난 참사 피해자 연대
    2023년 12월 16일 발족한 재난 참사 피해자 단체들의 연대체다. “누구도 우리처럼 오래, 우리만큼 깊이 고통받지 않기를 바란다.”라는 마음으로 활동한다. 재난 참사 피해자 연대 소속 9개 단체는 다음과 같다.
    1) 2.18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2003. 2. 18): 대구 중앙로역 방화 화재로 최소 192명이 희생된 사건. 전동차 내장재, 1인 승무원제, 대구시와 대구지하철공사의 미흡한 초기 대처가 피해와 고통을 키웠다. 추모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2) 4.16 세월호 참사(2014. 4. 16): 인천발 제주행 여객선이 진도 해상에서 침몰, 국가의 구조 방임으로 단원고 학생 250명을 비롯한 승객 등 304명이 희생된 재난 참사이자 국가 폭력 사건.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생명 안전 공원 건립 등의 문제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3) 7.18 공주 사대부고 병영 체험학습 참사(구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 참사/2013. 7. 18): 학교 체험학습으로 참가한 사설 해병대 캠프에서 공주 사대부고 2학년 5명이 희생된 참사. 학교의 관리 감독 미흡, 무자격 교관 운영, 태안군의 관리 감독 소홀, 복종의 문화 역시 참사의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4) 가습기 살균제 참사: 1994년부터 17년 동안 판매된 가습기 살균제로 수많은 시민이 심각한 건강 손해를 입은 한국 최초의 생화학 제품 재난. 2023년 12월 31일 현재 공식 사망자 1,843명, 피해 인정자 6,048명으로 현재도 매일 피해가 드러나는 중이며, 피해 인정 싸움이 진행 중이다.
    5) 광주 학동 참사(2021. 06. 09.): 학동 4구역 재개발을 위해 HDC현대산업개발의 하도급 업체가 철거를 진행 중 빌딩이 붕괴하면서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한 사건. 안전조치 미흡 무리한 철거 등이 주요 원인. 현재까지도 피해 보상과 추모 문제가 남아 있다.
    6)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1999. 06. 29.): 백화점이 무너져 502명이 사망하고 937명이 부상한 사건. 단일 재난으로 최대 피해자 발생. 사주의 탐욕적 이윤 추구와 관계 공무원들의 결탁이 원인으로 지적되었으나 처벌은 미흡. 현재까지도 추모의 문제가 남아 있다.
    7)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2017. 03. 31.): 남대서양을 항해하던 철광석 운반 화물선 스텔라데이지호가 선사 폴라리스의 과실로 침몰해 22명이 희생된 사건. 원인 규명과 미수습자 수습이 해결되지 않았다.
    8)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 참사(1999. 06. 30.): 유치원생 등 23명이 사망한 화재 사건. 모기향에 의한 발화로 결론지었지만, 유가족들은 누전과 관리 소홀, 비리 결탁 주장.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요구가 있다.
    9) 인천 인현동 화재 참사(인천 학생 화재 참사, 1999. 10. 30.): 상가 화재로 청소년 등 57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다친 사건. 불법영업과 공무원 간의 유착 비리가 원인을 제공했으나 피해자들(평균연령은 17세)의 호프집 출입에 대한 비난으로 2차 가해가 심각했다. 일부 피해자의 피해 보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출처: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영상]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하는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 / 출처: 4.16연대
     
     
    [영상] 누가 이태원 참사 159번째 희생자를 만들었나 / 출처: 뉴스타파
     
    
    통합과 연대의 민주시민 발언대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2시 반부터 65분간 시민 10명이 자유발언대에 올랐다. 4.16 약속 지킴이 도봉 모임의 이경숙, 4.16 해외 연대의 유준조, 불꽃페미액션 활동가 선물, 개인 시민 로라, 민주노총 노동안전 보건실장 최명선, A 학교 사안 공대위 교사 지혜복, 녹색연합 활동가 이다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박경석, 동물해방물결 소장 김도희, 전국 불안정노동 철폐연대 상임활동가 김혜진. 가려졌던 목소리가 드러나는 자리이자 통합과 연대의 발언대였다.
     
    첫 발언자인 이경숙 님은 12.3 이후 첫 탄핵소추안이 부결되던 날 실망하고 집에 왔는데, 응원봉을 든 청년들은 그 추운 날 저녁에도 여의도를 지켰다는 걸 알게 돼서 부끄러웠다며 고백했다. “그때부터 각성한, 아니 계몽된 도봉 엄마들 카톡 방은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따듯한 차랑 주먹밥 만들어 학생들한테 주고 싶다. 그래, 좋아요, 주먹밥 만들까? 카톡 방에 있던 네 명 모두의 뜨거운 찬성으로 주먹밥 연대를 결의하였습니다.”
     
    불꽃페미액션 활동가 선물은 “모든 죽어간 이들에게 깊은 애도를 보내며” 세월호 세대의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2014년 4월 16일, 고등학생 2학년이었던 저는 희생자의 대다수인 단원고 학생들과 동갑입니다. 같은 경험을 했는데 저는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죄스러웠습니다. 그때 사회운동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참사 피해자들과 함께 서겠다는 마음으로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세월호 참사 유가족 간담회에 참가했습니다.”
     
    동물해방물결의 김도희 활동가는 며칠 전 충북에서 조류인플루엔자로 살처분되는 닭들 “17만 9천 명(命)”을 소환했다. 더 이상 죽여서 지키는 사회에 익숙해져선 안 된다고. “지워진 생명을 다시 불러내는 일, 안전의 기준을 새롭게 다시 쓰는 일, 그리고 그 기준에 인간과 비인간, 모든 생명이 함께하는 일, 그 일을 하겠다”라고 다짐하며 호소했다. “세월호를 기억한다는 것은 단지 과거를 되새기는 일이 아닙니다. 기억은 외침이 되어야 하고, 외침은 전환이 되어야 합니다.”
     
     
    세월호와 이태원 세대의 목소리
    본 행사는 비상 행동 활동가이자 군 인권센터 김형남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단원고 2학년 9반 고 진윤희 양의 어머니 가족협의회 김순길 사무처장은 “10년하고 1년, 기억·약속 시민대회에 함께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로 시작해 “가만히 있지 않겠다, 다짐하며 서로의 버팀목이 돼 온 시민들”에 대해 일일이 감사했다. “우리의 발걸음이 우리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로 지난해 12월 3일부터 이 광장에 응원봉을 들고나온 2030 세월호 이태원 세대라고 스스로 이야기하는 청년들이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라고.
     
     
    출처: 4.16연대
     
     
    발언대에는 박세희 4.16연대 공동대표, 송해진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이호림 내란청산사회대개혁비상행동 공동의장, 남아름 영화 <애국 소녀> 감독이 차례로 올랐다.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재현 군의 어머니 송해진 님의 목소리는 봄비에 젖어 있었다. “소중한 자녀를 잃은 아픔을 안고, 세월호 부모님들이 지난 11년간 감내해 오신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을 마음에 새기며 오늘 이 자리에 섰습니다.” 박근혜와 윤석열, 이 두 대통령의 재임 기간에 일어난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는 결코 우연한 사고가 아닌, 국민의 생명보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우선시한 결과라 지적했다. “두 정권 모두 참사 이후 희생자와 유가족을 향한 비난과 혐오를 제어하지 않았고, 오히려 진상 규명과 책임 소재 파악을 방해했다"라는 사실을 말할 때 “비통한 마음”을 고백했다.
     
     
    세월호 참사와 마찬가지로, 이태원 참사의 진실도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되어 공개되지 않고 봉인될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참사가 발생한 지 2년 반이 되었음에도, 이태원 참사 특조위는 아직 진상조사를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유가족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참사의 모든 진실을 밝히고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그날까지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습니다. 사랑하는 아이들을 다시 만날 순 없지만, 우리는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시민 여러분, 부디 우리 아이들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그리고 이 긴 여정에 저희와 함께해 주십시오. 이 땅의 아이들이 안전한 일상을 누리며 각자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모든 재난 참사 피해자들과 연대하여 한 걸음씩 나아가겠습니다.
    - 고 이재현 군 어머니 송해진 님 발언문 중
     
    16살 고등학생 고 이재현 군(2006. 4. 17.~ 2023. 12. 12.)은 이태원 참사의 159번째 희생자로 세상을 떠났다. 참사로 가장 가까운 친구 2명을 잃고 극심한 죄책감과 2차 가해로 고통받았다. “이태원에 놀러 간 게 잘못”이라는 말을 비롯해, 확인되지 않은 루머나 허위 정보 유포, '순수한 유가족다움' 강요, 노골적인 조롱·혐오 표현, 성희롱 및 욕설 등이었다. 정부는 2차 가해에 적절한 대처 대신 ‘상처를 딛고 일어나려는 본인의 노력과 의지가 문제’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세심한 참사 생존자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계속 지적하고 있지만 달라진 게 없다.
     
     
    남아름 님은 세월호 세대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 다큐멘터리 <애국 소녀>를 만든 감독이다. 자신을 4.16 청년 세대라고 소개하면서도, 세월호에 대한 부채감과 복잡한 감정에 도망치기 바빴던 20대를 다룬 고백이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그러나 세월호가 가르쳐 준 가장 큰 것은 ‘연대’하는 데에 어떤 ‘자격’도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었고, ‘참사’란 그저 지나칠 남의 일이 아니라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할 ‘우리’의 일이라는 것을 배웠기에 용기를 냈단다.
     
     
    20살의 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많은 또래가 세월호를 계기로 처음 광장에 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때 어른들은 저희 세대에게 “미안하다”라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세월호 세대’, 4.16 세대라 명명된 저희 또래는 “그러면 나는 어떤 어른이자 시민이 되어야 할까?”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나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풀리지 않은 질문을 20대 내내 품고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세월호가 청년 세대에게 던졌던 그 질문들이 우리를 2024년 계엄의 광장으로 불러들였다고 믿습니다. 아무리 무장한 군인들이 총을 들고 우리를 위협하더라도, 이제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라는 약속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세월호의 노란 리본은 우리를 엮어주는 연대의 끈이자 신뢰의 안전망이 되었고, 세월호는 우리가 다양한 색깔의 깃발과 응원봉을 들고 광장에서 춤출 수 있게 해 준 프리즘이었습니다. 20살의 세월호가, 30살의 계엄령을 막아주었습니다. 윤석열 탄핵 결정문에는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라는 문장이 있었습니다. 저는 여기에 덧붙이고 싶습니다. 세월호 이후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애썼던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다고.
    - 남아름 님 발언문 중
     
     
    
    출처: 4.16연대
     
    기억하는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
    기억하는 사람들은 행사 영상에도 있었다. 현장에도 참가한 《저주 토끼》의 정보라 작가는 영상에서 세월호가 “시민운동의 문화를 바꾸었다”라고 정리했다. 11년 전 고3이던 세월호 세대 가수 ‘버둥’에 이어 나온 3인조 가수 ‘브로콜리 너마저’는 노래 ‘졸업’을 부르기 전에 이렇게 말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이 노래를 만들면서 이 시기 지나면 이 노래 부를 기회 많이 없겠다고 생각했다”라고. 그런데 세상이 더 어렵고 복잡해지는 일들이 많다며 노래를 시작했다.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넌 행복해야 해.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잊지 않을게. 널 잊지 않을게.”
     
     
    청계 광장에서 집회 있다는 얘기를 들었고 엄마의노란손수건분들이 거기서 서명 받으니까 저도 그냥 껴서 서명 받고. 그러다 장마잖아요, 7월이면. 서명지가 젖어요. 그러면 몸으로 가리고 이렇게 밑에 집어넣고 그랬었는데 지나가던 분이 편의점 앞에 파라솔 있잖아요. 그걸 사 오셨더라고요. 10만 원 줬대요. 그런 돌봄의 형태로 표현하는 분이 되게 많았고. 남의 일 같지 않아서, 나도 애 키우는 엄마라서, 나도 아빠라서, 나도 선생님이라서, 그냥 지나가던 사람 아무나 가서 연대하고. 모두가 환영받고 모두가 평등하게 고생하고. 시민운동의 문화를 바꾼 굉장히 결정적인 계기가 세월호 부모님들의 활동이었다고 생각해요. 지금 현재의 광장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평등인 거 같아요, 평등. 안전.”
    - 정보라 작가
     
     
    출처: 416합창단
     
     
    “기억하는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라는 기억·약속 시민대회는 4.16 합창단의 노래와 함께 마무리됐다. 비가 잦아든 덕분에 합창단 순서 직전에 무대의 천막이 치워졌다. 노란 단복을 입은 30명의 목소리로 ‘돌덩이’와 ‘봄날’이 울려 퍼졌다. 마지막 노래 '화인'과 함께 “반드시 진상 규명” “끝까지 책임자 처벌” 등이 적힌 작은 현수막이 단원들 손에 손에 펼쳐졌다. “눈물을 털고 일어서자고 쉽게 말하지 마라. 하늘도 알고 바다도 아는 슬픔이었다. 이제 4월은 내게 옛날의 4월이 아니다. 이제 바다는 내게 지난날의 바다가 아니다.”
     
    

     
     

     

    기억하는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세월호참사 11주기 기억·약속 시민대회
    꿀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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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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