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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공익활동가 학교 전문가 과정 입학식 “인권 감응성으로 세상을 읽다” 

작성자: 마시베어 / 날짜: 2025-07-22 / 조회수: 27
 
 
 
 

6월 12일 목요일 오전 10시. 더함 파크에서 열린 공익활동가 학교 전문가 과정 입학식에 다녀왔습니다. ‘공익 활동’이라는 단어는 익숙했지만, 뒤에 붙는 ‘전문가’라는 말에 저는 개인적으로 호기심이 생겼는데요. 공익 활동의 전문가 과정이란 어떤 프로그램일지,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분들은 어떤 분들일지 궁금한 마음을 안고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들어가자마자 눈에 띄었던 것은 ‘공교히’라는 단어였습니다. 우리에게는 보통 ‘공교롭다’라는 말로 익숙한데요. ‘공교히’는 이번 공익활동가 전문과정의 메인 키워드이자 익활동가 육에서 망 찾자”의 줄임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밑에 적혀있는 말풀이가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가 아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우연히 일어나다.’는 뜻 외에 ‘솜씨 있고, 실력 있다.’라는 또 다른 뜻이 있다는 건데요. 여기서는 이 두 가지 의미를 중의적으로 사용하여, ‘성실한 노력으로 솜씨 있고 실력 있는 수준에 올라서면, 생각지도 못했던 (바라던) 일이 우연히 일어난다.’라는 뜻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마음속으로 잔잔한 울림을 느끼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도 떠올랐는데요. 전문가 과정을 앞두고 공익활동가로서의 마음가짐을 새로이 한다는 의미에서 정말 좋은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환대의 말을 전하는 유명화 센터장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곧 입학식이 시작되었는데요. 먼저 경기도 공익활동 지원센터 유명화 센터장님이 따스한 환대의 말로 활동가들을 맞이하여 주었습니다. ‘그토록 염원했던 새로운 세상을 함께 맞이할 수 있어서 기쁘지만, 그동안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던 문제들이 수면으로 올라오는 것 같다.’며, 공익활동가들의 앞으로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당부와 기대도 잊지 않았습니다.
 
 
 
아이스브레이킹 시간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이어 참여자 간의 아이스브레이킹 시간이 이어졌는데요. 각자 오면서 이 자리에 가지고 온 ‘마음’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물음표, 느낌표, 졸지 않겠다는 마음, 아파도 꼭 참여하겠다는 굳은 의지 등등 저절로 웃음이 새어나면서도, 한편으로는 교육에 임하는 각자만의 진지한 각오가 엿보여, ‘공익활동 전문가’라는 말에 어울리는 분들이 이곳에 모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날 강의 주제는 <공익활동 조직 내에서 만나는 인권 감응성>에 대한 것이었는데요. 인권교육센터 '들'의 배경내 강사님은 먼저 ‘인권’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는 화두를 던졌습니다. 대체 인권이 무엇이기에 우리가 배워야 하는가에 대해서요.
 
 
 
<공익활동 조직 내에서 만나는 인권 감응성>이라는 주제로 배경내 강사의 강연이 진행되고 있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공익활동이란 세상의 문제를 발견하고 개인이 아닌 모두에게 도움이 될 변화를 시도하는 활동입니다. 여기서 필요한 세상의 문제를 발견하는 것, 즉 세상을 읽기 위한 필수적인 문법이 바로 인권입니다”
 
배경내 강사님은 먼저 재난 참사를 대표적인 예로 들었습니다. 우리가 재난 참사에 대해 생각할 때 단순하게 ‘우연히 발생한 사고’,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자연재해’, ‘불가항력’ 정도로 알고 있지 않냐고, 그리고 바로 그러한 생각에는 ‘재난 인권 감수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재난 인권 감수성’이란 재난이 왜 발생할 수밖에 없었는지, 재난이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위협하는지, 재난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 어떤 것들이 변화해야 하는지를 읽는 역량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모든 재난 참사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사회적 참사이기에, 재난은 ‘인재’라고 불러야 하지만, 더 나아가서 그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는 용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인재 대신 ‘관이 만든 재난’, ‘기업 재난’ 등 그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는 용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배경내 강사님이 제시한 두 번째 예시는 한때 세상을 뜨겁게 달구었던 주호민 작가의 이야기였습니다. 단순하게 자폐아의 부모와 특수학교 선생의 갈등과 대립으로만 보면, 이 문제는 결국 서로를 향한 혐오, 그리고 상처와 2차 피해만이 남겨지게 될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볼 때 그 너머의 문제를 바라봐야 하며, 그것은 환경과 구조의 문제. 개개인이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갈등 상황에서 마주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시스템의 문제임을 읽어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문제의 근원을 읽어내는 힘, 그것이 바로 ‘인권 감응성’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두 가지 이야기는 인권교육을 처음 듣는 저에게도 너무나 깊이 와닿았습니다. 어느새 취재를 왔다는 사실을 잊은 채로 강의에 몰두하게 되었죠. 그동안 자극적인 뉴스로만 스쳐 지나갔던 수많은 사건들이 떠오르며, 그 이면에 있을 각자의 사연들이 제 사고의 문을 두드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인권 감응성'으로 살펴보는 조별 활동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2부는 각자의 조직 안의 문제를 ‘인권 감응성’이라는 시각으로 살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조별 활동으로 커다란 전지 위에 자신이 생각하는 조직 내의 문제를 떠올려 적어보는 그런 시간이었죠. 1부를 통해서 평소에는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 약간의 불편함으로 잊고 넘겨버렸던 것들을 떠올려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활동가들 모두가 비슷한 환경에서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들이었기에 이야기들은 술술 흘러나왔습니다.
 
 
조직의 문제 찾기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이어 조별로 각자 적었던 조직 내의 문제들을 발표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두드러졌던 것은 ‘ 고쳐지지 않는 서열 기반 문화’, ‘업무와 비업무시간의 구분되지 않음’ 등이었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공감했던 것은 ‘대표자 혹은 핵심 인물에게 모든 정보가 집중되는 현상’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정보는 권력으로 이어지기에, 정보의 독점은 곧 권력의 독점과 같은 이야기였고, 그런 사람에게 반대 의견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 이어졌습니다. 또한 만약 그 사람이 나가기라도 하면 그 사람에게 집중되던 자원들이 모조리 사라져서 조직의 존속 자체가 어려워지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조별 발표 및 토론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모두가 이곳에서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그동안 활동하면서 쌓아왔던 이야기들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열띤 토론의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그저 당연하고 자연스럽다고만 생각했던 것들,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그것이 문제인 줄 몰랐던 일들이 ‘인권 감응성’이란 틀로 바라보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제대로 된 공익 활동을 위해서는 우리 내면의 문제부터 다시 들여다보아야겠다’는 마음이 말이 되고 다짐이 되어 오갔고. 활동가들의 얼굴에서는 후련함과 비장함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습니다.
 
취재원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가 어느새 저도 모르게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도 몰랐던 공익활동가 전문가 과정 입학식. 솔직히 앞으로 수업을 듣게 될 활동가분들이 너무 부러워지는 시간이었는데요. 앞으로의 탄탄한 강의 그리고 토론과 소통을 통해 졸업식을 맞이할 활동가분들이 얼마나 성장하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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