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3일, 제21대 대통령이 선출됐습니다. 4월 4일 탄핵이 선고된 이후 약 2개월의 짧고도 긴 국정 공백기의 마침표가 찍혔는데요. 무엇보다 45년 만의 비상계엄이라는 정치적 긴장과 혼란 속 이루어진 선거라는 점에서 국민과 정치권의 이목이 쏠렸습니다. 동시에 법사위 청문회,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대선 후보별 유세 발언 등의 중대 국면에 이례적인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기도 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이번 대통령 선거는 최종 투표율 79.4%를 기록하며 15대 대선 이후 28년 만에 최고 투표율을 기록하였습니다.1) 이에 대한민국 정치사의 중요한 분기점에서 뜨겁고도 무거웠던 민심이 표현된 선거 현장을 돌아보며 오늘날 민주주의에 대하여 고찰해 보았습니다.
(왼) 사전 투표소, (오) 본 투표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경기도 양주시 옥정 2동의 5월 30일 사전 투표소와 6월 3일 본 투표소를 방문하였습니다. 먼저 에디터도 투표에 참여한 후 13명의 시민과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20~70대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여 정치에 대한 인식, 민주주의의 의미, 선거의 상징성 등에 대해 여쭤보았는데요. 특히 민주주의를 학습한 세대부터 민주주의를 쟁취한 세대까지의 폭넓고 균형 잡힌 시민의 정치 참여에 대한 시각을 담고자 하였습니다. 이후 2·30, 4·50, 6·70대로 연령층을 묶은 후 선별한 인터뷰 내용을 담아보았습니다.
※ 다음의 인터뷰는 녹음을 기반으로 가명을 사용해 정리하였고, 발언의 취지는 유지한 채 표현 방식만 다듬거나 편집자 판단에 따라 주요 발언을 인용해 재구성했습니다.
1. 이전 선거와 달리 이번 선거를 치르고 느낀 소감은 어떠셨나요?
20대 여성 시민(이공익.25세) - 유권자들이 후보 공약의 중요성을 덜 느낀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로 제 또래들이 생각보다 후보 공약에 집중하지 않고 인터넷 여론에 치중을 많이 하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또한 혐오를 드러내는 행동들이 보일 때마다 안타까웠습니다.
40대 여성 시민(최미연.42세) -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였기에, 무언가를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0대 남성 시민(강민수.60세) - 지금의 정치적 혼란을 투표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2. 매번 선거에 임할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시나요?
20대 여성 시민(이공익.25세) - “민주시민으로서 투표는 필수다.” 투표는 국민의 권리이기에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여성이 참정권을 가지게 된 지 얼마 안 됐기에 여성분들이 투표에 활발히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도 합니다. 내 소중한 한 표가 어떻게 될지 몰라도 무조건 참여한다는 마음을 가집니다.
40대 여성 시민(최미연.42세) - 자식들과 미래를 위한 마음으로 늘 투표에 임했습니다.
60대 남성 시민(강민수.60세) - 이전에는 잘하는 사람이 당선됐으면 좋겠고, 혹여 아니더라도 맞춰가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반면 지금은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에 대한 유권자의 판단이 더욱 중요한 시기라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3. 사전투표 첫날의 투표율이 19.5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였습니다. 그만큼 국민이 간절히 원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어떤 세상을 꿈꾸며 투표에 참여하셨나요?
20대 여성 시민(이공익.25세) - “내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 우리의 친구, 가족, 미래를 위해 투표했습니다. 제가 말한 좋은 세상이란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자유롭게 의사 표현하며 여자나 아이들이 안전하게 사는 세상입니다. 특히 여성이나 아이들에 대한 관심을 많이 두는 세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40대 여성 시민(최미연.42세) - 우리 사회가 가짜 뉴스도 많고 색깔론으로 너무 나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사라지고 정치적 갈등이 해소됐으면 좋겠습니다.
60대 남성 시민(강민수.60세) - 부모 세대보다는 우리 후 세대들이 살만한 세상을 꿈꾸며 투표하였습니다. 저는 87항쟁의 주역이었습니다. 과거의 민주화운동을 통해 사회가 진보한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한편, 12월 3일 이후 우리 사회가 마주한 현실을 깊이 성찰하며 투표에 참여하였습니다.
4.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광장에 시민들이 모였습니다. 이를 보면서 느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에 대해서 평가해 주실 수 있나요?
20대 여성 시민(이공익.25세) -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 집회에 참석한 경험이 있습니다. 광장에 모인 각각의 시민들에게 어려운 결정일 수도 있는데 국민으로서 당연하게 나서야 한다는 태도가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국민이 없으면 나라도 없는 거니까요!
40대 여성 시민(최미연.42세) - 놀랄 정도로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사람에 대한 자긍심이 솟기도 하였습니다.
60대 남성 시민(강민수.60세) - 100점 이상입니다. 뒤에 서서 지켜보는 것이 아닌 누구나 나서서 민의를 전달하는 참여 민주주의를 직접 하고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또한 이를 표현하는 것이 비폭력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며 선진화된 민주주의 의식의 가치가 실현되는 현장이 인상 깊었습니다.
5. 시민의 관점에서 민주주의와 투표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20대 여성 시민(이공익.25세) - 20대는 투표를 처음 하거나 몇 번 경험한 세대입니다. 또한 아직 우리나라에서 오래 살아야 하기에 중요한 세대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 세대들이 좀 더 정치에 관심을 가지길 바랍니다. 나아가 청년들이 목소리를 많이 내고 혐오 없이 모두가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40대 여성 시민(최미연.42세) - 전반적으로 국민을 안 속이고 언행일치가 되는 후보들이 당선되는 것에서 제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투표는 국민이 최대로 행사할 수 있는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60대 남성 시민(강민수.60세) - 상관관계로 따진다면 꼭 1은 아니지만 1에 수렴해 가는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표현 방식은 한계도 존재할 수 있기에 가장 필요한 것이 투표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이런 수단이 작동이 잘 안될 때 광장에 나가서 목소리를 낼 수도 있죠.
6. 민주시민이 되기 위해서 사람들에게 필요한 태도나 행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20대 여성 시민(이공익.25세) - 이분법적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혐오를 접고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40대 여성 시민(최미연.42세) - 지역감정을 버리고 젊은 세대들을 생각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60대 남성 시민(강민수.60세) - 뜻이 다른 상대의 의견도 들어주는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약속입니다. 약속을 어긴다는 것은 정치적 혼란을 만듭니다. 시민과 정치세력 등 모든 사회 구성원이 나라의 시스템을 움직이는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7.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하는 시민단체나 공공기관들도 어떤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20대 여성 시민(이공익.25세) - 민의를 모아서 전달하는 일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단체나 기관을 통해서 개인의 의견을 용기 내서 말할 수 있는 경우가 필요하거든요. 또한 관련 시민운동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줬으면 합니다. 사실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따라서 시민단체가 젊은 세대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인터넷으로 홍보를 많이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40대 여성 시민(최미연.42세) - 국민을 대변하는 역할이 중요합니다. 관련 설문조사도 자주 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매체가 되길 바랍니다.
60대 남성 시민(강민수.60세) - 그들의 취지에 따라 만든 무언가를 적극 수행해야 합니다. 만들어진 목적에 충실해 활동하면 마치 생물처럼 사회가 이를 원할 시 자연스레 융성시키고 원하지 않으면 저절로 쇠퇴하게 할 것입니다.
8. 우리 사회가 국민의 목소리를 잘 반영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20대 여성 시민(이공익.25세) - 나랑 다른 의견이라도 경청하고 수용하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정부, 지자체, 시민사회가 국민의 정치 참여도를 올릴 수 있게 가깝게 다가오길 바랍니다. 특히 학교에서 청소년이나 대학생에게 정부와 지역사회의 좋은 활동을 소개하거나 체험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지역센터에서는 주민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노력을 하길 바랍니다.
40대 여성 시민(최미연.42세) - ‘소통’이 중요합니다. 매일매일 소통한다는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60대 남성 시민(강민수.60세) - 시민의 목소리를 폭넓게 대변하는 세력이 더 존재하길 바랍니다. 예로 과거 공직사회가 국민들의 1-10까지의 기본적인 요구를 해결했다면 현시대는 매우 복잡해 1.5, 3.75 등의 다양하고 세부적인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이러한 사각지대를 소외하지 않고 대변하는 조직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투표하는 시민의 모습 / 출처 : Pixabay © geralt
이번 선거는 단순히 대통령을 선출한다는 절차를 넘어서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체감하고 참여하는지 여실히 보여준 시간이었습니다. 투표에 숨겨진 현장의 목소리는 정치가 특권층의 전유물이 아닌 우리 일상의 선택과 행동에서 비롯됨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나아가 선거를 준비하며 각계각층의 시민들은 스스로 다양한 사회적 의제와 정치적 담론을 형성하는 데 참여하며 온 오프라인에서 활발히 토의하고 연대하였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를 집단적인 퍼포먼스와 상징으로 만들어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승화했다는 것입니다. 바로 약 7개월간 펼쳐진 빛의 물결로 불린 ‘응원봉 집회’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미래를 책임질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등장한 독창적이고 자발적인 집회 형태는 단순히 즐기는 K-POP 문화가 아닌 비폭력·비 대립, 세대 통합, 시민 주체성 등의 가치를 전달하였습니다. 궁극적으로 정치적 위기 상황을 꺼지지 않는 LED와 풍자하는 피켓으로 극복하며 지속적인 주권 의지와 해학적인 면모를 선보였기에 큰 신선함을 주었습니다.
▶ 시민 참여의 여러 모습을 담아낸 일러스트 / 출처: AI 기반 도구를 활용해 제작
기존 시민 주도 활동도 능동적으로 이어졌습니다. 전형적인 소셜 미디어 캠페인, 거리의 발언, 지역 커뮤니티의 활동 등이 이어졌고 우리 사회는 노동, 환경, 예술 등 시민사회의 다양한 요구들이 교류되고 발전하는 공론의 장으로 변모하였습니다. 점차 이를 뛰어넘어 국민 청원과 고발장 제출, 헌법재판소 공개 변론의 국민 참여, 국회의원과 시민단체 토론회 등 실제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습들이 나타나기도 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신·구의 융복합적인 정치·문화적 현상은 일종의 ‘생활 민주주의’의 형태로 오늘날 민주주의를 탄생시켰습니다.
투표함은 닫혔지만 민주주의는 계속됩니다. 제도적 혼란과 불확실성 속에서도 스스로 민주 질서를 판단하고 느끼며 한 표를 행사하는 시민들을 목도하였습니다. 특히 개개인의 적극적 참여와 집단적 표현 문화는 향후 일종의 ‘감각의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정치 지형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몸소 실천하며 체득했던 민주적 경험은 선거 결과를 넘어 온몸의 감각으로 남아 후대에 전해지고 민주주의를 진화시키는 불씨가 돼 다가오는 시대에 깊은 여운을 남길 것입니다.
“민심은 물과 같아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방향을 잃은 배를 가라앉히기도 한다.” 다양한 시민들과 소통했던 2일간의 기록은 직접 대의민주주의를 체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습니다. 무엇보다 극단적인 정치 갈등 속 허무주의를 느끼기보다 작아 보이지만 막강한 힘을 가진 투표용지에 주권을 행사하는 시민들을 보며 민심의 무서움과 민주주의가 생생히 살아있어 작동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1952년 국민 손으로 대통령을 선출하기 시작하였지만 이후 민주주의의 정착 과정은 멀고도 험했는데요. 그만큼 역사는 2024년 12월 3일과 대통령 선거가 던진 헌정질서의 존재와 민주주의의 방향에 대해 오랫동안 질문을 던지지 않을까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1952년부터 국민의 손으로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기 시작했지만, 그 이후 민주주의의 정착 과정은 멀고도 험난했는데요. 이번 2024년 12월 3일과 대통령 선거가, 헌정질서의 의미와 민주주의의 방향에 대해 우리 역사에 어떤 질문을 남기게 될까요?)
▶에디터의 투표 인증샷 /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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