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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글을 대신 쓰지 않았다 : 신한 학이재에서 만난 중장년·시니어 AI 글쓰기 교육의 현실

작성자: 럭비공 / 날짜: 2026-07-27 / 조회수: 14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사이자 공익활동가의 시선으로 본 평생학습 현장 르포

"AI라는 말을 들으면 왜 중장년·시니어들은 어렵게 느낄까?"

"AI(인공지능)입니다." 라는 말을 듣는 순간 많은 중장년과 시니어들은 "그건 젊은 사람들이나 하는 것", "너무 어려운 기술", "컴퓨터 전문가만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부터 떠올린다. 그러나 실제로는 AI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AI를 설명하는 방식이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현재 AI를 소개하는 대부분의 자료에는 프롬프트, 생성형 AI, 머신러닝, 딥러닝, 알고리즘, 챗봇과 같은 낯선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이러한 전문 용어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에게 심리적인 장벽을 만든다. "처음부터 너무 어렵다"는 인식이 생기면 배우려는 의욕도 자연스럽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이유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스마트폰을 잘못 눌러 중요한 정보가 사라질까 걱정하거나, 개인정보가 유출되지는 않을까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 "혹시 잘못되면 어떡하지?"라는 마음이 새로운 기술을 시도하는 것을 망설이게 만든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은 "배워도 금방 바뀐다"는 부담감을 더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많은 중장년과 시니어들은 AI를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다. 스마트폰 음성검색, 사진 자동 보정, 길찾기, 번역, 유튜브 추천 영상, 은행의 금융사기 탐지 서비스 등은 모두 AI 기술을 활용한 기능이다. 다만 그것이 AI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다.

중장년·시니어 대상 AI 교육은 기술을 설명하는 데서 출발하기보다 생활 속 사례를 통해 친숙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AI는 어려운 기술이 아니라 일상을 도와주는 똑똑한 비서"라는 인식을 심어줄 때 학습에 대한 부담은 줄어든다. 교육도 전문 용어보다 "사진 속 글자를 읽어주는 기능", "문장을 대신 써주는 도우미", "여행 일정을 함께 짜주는 친구"처럼 실제 생활과 연결된 예시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때 이해도와 활용도가 크게 높아진다.

결국 중장년과 시니어가 AI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기술 자체보다 낯선 용어, 실패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나와는 거리가 먼 기술'이라는 선입견 때문이다. 이러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것이 AI 교육의 첫걸음이며, AI는 누구나 배워 활용할 수 있는 생활 속 도구라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AI는 글을 대신 쓰지 않았다

"선생님, AI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나요?“

 

/ ⓒ에디터 럭비공

 

수원 신한 학이재 배움터의 오후 강의실, 삼삼오오 모인 수강생들이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7월의 과정은 주제는 '스마트폰 AI를 활용한 글쓰기'였다. AI가 글을 대신 써주는 시대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지만, 정작 수강생들의 첫 질문은 의외로 단순했다.

"선생님, AI한테 무슨 말을 해야 하나요?"

교실 안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누구도 스마트폰을 다루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AI와 어떻게 대화를 시작해야 하는지 몰랐던 것이다그 순간 필자는 이 교육의 진짜 목적이 AI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 ⓒ에디터 럭비공

 

배움터에서 만난 새로운 도전

신한 학이재 배움터에는 은퇴 후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50~60, 손주와 소통하고 싶은 70,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싶은 시민들이 모인다이들의 공통점은 하나였다.

"AI를 배우고 싶다."

그러나 수업이 시작되면 AI보다 먼저 넘어야 할 벽이 나타난다

스마트폰 글자를 크게 만드는 방법

음성 입력 버튼을 찾는 방법.

복사와 붙여넣기를 하는 방법.

앱을 설치하고 로그인하는 과정.

젊은 세대에게는 익숙한 기능이지만, 중장년과 시니어에게는 AI보다 먼저 익혀야 할 또 하나의 언어였다한 수강생은 웃으며 말했다"AI는 어렵지 않은데 스마트폰이 저를 시험하네요." 교실에는 웃음이 번졌지만, 그 말 속에는 디지털 전환 시대를 살아가는 중장년 세대의 현실이 담겨 있었다.

 

프롬프트보다 어려운 것은 '내 이야기를 꺼내는 일'

AI는 질문한 만큼 답한다하지만 대부분의 수강생은 처음에 이렇게 입력한다.

"글 써줘."

AI는 짧고 평범한 글을 보여준다그러자 실망한 표정이 이어진다나는 다시 질문을 바꿔 보자고 제안한다.

"40년 전 첫 직장에서 퇴근하던 겨울 저녁을 떠올리며 따뜻한 에세이를 써 주세요."

"대만 여행에서 만난 친구와의 추억을 감성적으로 정리해 주세요."

"손주에게 들려주고 싶은 어린 시절 이야기를 편지 형식으로 써 주세요."

같은 AI인데도 결과는 전혀 달라진다.

 

수강생들은 놀란다.

"질문이 이렇게 중요했네요."

그 순간 필자는 프롬프트 교육이 단순히 AI를 잘 사용하는 기술이 아니라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훈련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다.

 

AI는 기억을 만들지 않는다

가장 인상 깊었던 시간은 '나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쓰는 시간이었다AI가 아름다운 문장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한 수강생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선생님, 이 글은 잘 썼는데 제 마음은 안 들어 있는 것 같아요."

그 말에 교실이 조용해졌다.

나는 AI에게 글을 맡기기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들려주자고 말했다.

조금씩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싸 주시던 도시락.

첫 월급으로 부모님께 사 드린 내복.

군 복무 시절 전우들과의 추억.

아이를 처음 품에 안았던 날.

AI는 그 기억을 문장으로 다듬어 주었지만, 기억을 꺼내는 일은 결국 사람의 몫이었다.

그날 필자는 AI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삶을 정리해 주는 도구라는 사실을 수강생들과 함께 배웠다교육은 끝났지만 배움은 멈춘다. 강의가 끝난 뒤에도 질문은 계속된다.

"집에 가니까 다시 모르겠어요."

"지난번 대화가 없어졌어요."

"업데이트가 되면서 화면이 바뀌었어요."

AI 기술은 빠르게 변하지만, 교육은 대부분 한두 번의 특강으로 끝난다평생학습 현장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도 바로 여기였다배운 내용을 생활 속에서 반복해 볼 수 있는 환경이 부족했다수료증은 받았지만 혼자 연습하다가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AI 활용 능력은 한 번의 교육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반복해서 사용하고, 질문하고, 서로 알려 주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역량이 된다.

 

배움에서 공익활동으로 이어지는 길

수업이 끝난 뒤 한 수강생이 다가와 말했다.

"저도 나중에 다른 어르신들에게 스마트폰을 알려주고 싶어요."

그 말을 들으며 일본의 공민관에서 운영하는 '디지털 서포터' 제도가 떠올랐다교육을 받은 주민이 다시 지역의 강사가 되고, 새로운 학습자를 돕는 구조다.

평생학습관에서 AI를 배운 시민이 도서관에서 디지털 멘토가 되고, 경로당에서 스마트폰 봉사를 하고, 마을배움터에서 글쓰기 모임을 이끌 수 있다배움은 개인의 성장을 넘어 공동체의 자산이 될 때 더 큰 가치를 만든다.

공익활동은 거창한 일이 아니다내가 배운 것을 이웃과 나누는 순간부터 공익은 시작된다강사가 아니라 함께 배우는 사람으로 필자는 강단에 서 있지만, 매 수업마다 배우는 사람은 오히려 나 자신이라는 생각이 든다AI는 새로운 기술이지만, 사람의 삶을 대신 살아주지는 않는다수강생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어떤 AI도 만들어 낼 수 없는 삶의 기록이다나는 기술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꺼낼 수 있도록 돕는 안내자가 되는 일이다평생학습은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삶을 다시 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현장 취재 기자의 시선

신한 학이재 배움터에서의 AI 글쓰기 교육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시간이 아니었다중장년과 시니어에게 AI는 디지털 기기가 아니라 잊고 지냈던 자신의 삶을 다시 기록하게 만드는 계기였다하지만 현장은 정책보다 한 걸음 앞서 있었다교육 횟수를 늘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학습자가 혼자서도 계속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평생학습관, 도서관, 마을배움터, 공익활동지원센터가 연결되어 교육 이후에도 학습동아리와 디지털 멘토링이 이어진다면 AI 교육은 일회성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공익 활동으로 발전할 수 있다AI 시대에도 결국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배움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다.

 

/ ⓒ에디터 럭비공

 

신한 학이재에서 만난 수강생들의 눈빛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늘도 누군가는 스마트폰 화면 앞에서 첫 질문을 입력한다

그리고 그 질문은 단순히 AI를 향한 질문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향한 첫걸음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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