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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활동가 인터뷰 : "기록과 여성학의 만남"_이민지

작성자: 바람자전거, 참비움 / 날짜: 2024-02-08 / 조회수: 328

 

 

인터뷰이 : 이민지 / 인터뷰어 : 오가음, 황수산나, 이득규

 

1. 기록활동가 이민지(심지)는 어떤 사람인가요?

저는 여성학 공부하고 있는 대학원생이에요. 그래서 수원 여성의 전화에서 성폭력 상담교육 이런 거 받고 공익에 항상 관심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가만히 있는 거 말고 내가 뭐라도 활동해 볼 수 있는 게 있을까, 이렇게 찾아보다가 우연히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에디터 활동을 만났어요. ‘그래, 글 쓰는 거 어차피 많이 하니까 해봐야겠다하고 들어왔는데 너무 대단하신 에디터분들이 계시더라구요.

 

2. 지금 여성학을 연구하고 계시잖아요. 수원의 여성분들 중에 혹시 연구하는 분이 있는지 아니면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수원 지역을 바탕으로는 아직 연구를 못 해봤고, 지금은 개신교 남성이 페미니즘을 받아들인 경험에 대해서 하고 있어요. 올해 진행하는 인터뷰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분들은 물론 잘해주시지만, 주제가 약간 풀어내기 어렵기도 하고요. 한 교회 안에서도 찾기 힘들고 예전에 다니던 교회는 아예 없기도 하고. 그분들에게 성소수자 지지 여부까지 물어보면서 여성들과 다른 점이 있는지, 페미니즘 지지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있어요.

수원에 발붙이고 살고 있으니 그다음에 하고 싶은 연구는 수원에 (특히 수원보다는 서울에) 여성 1인샵이 많잖아요. 그런 곳에서 남성 고객과 1 1로 좁은 공간에 있을 때, 사실 독립서점 같은 경우에도 굉장히 좁고 아늑한데 남성 고객 한 분이 와서 뭔가 계속 사적인 대화를 이끌어가려 한다거나 아니면 피부관리샵 같은 경우는 진짜 밀착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때 공포감을 느끼는 여성들의 경험을 몇 번 들었고, 네일샵에서도 들었어요. 실제로 성폭행 위험이 있는 경우가 많기도 한데 그런 연구를 좀 하고 싶어요. 어디 연구원에 잘 들어가게 되면은 그 주제로 해보고 싶습니다.

 

 

3. 올해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추억거리는 무엇인가요?

고양이를 키우게 된 지 곧 1년이 돼요. 길에서 굶어가는 아기 고양이 두 마리를 작년에 입양했거든요. 고양이들과 함께 살다 보니 제 생활패턴이나 집 구조, 그리고 소비에 엄청난 변화가 있더라고요. 고양이들 때문에 여행을 멀리 가는 건 생각도 못 하고, 집밖에 좀 오래 나와 있는 날이면 미안해서 빨리 들어가게 돼요. 집 구조도 변화가 엄청 컸는데, 캣타워도 그렇지만 아이들이 냉장고 위로 자꾸 위험하게 올라가서 책장을 눕혀 중간 다리를 만들어주기도 했고요. 집에 디퓨저나 인센스향을 주로 두었었는데 고양이에게 좋지 않다고 해서 다 포기하기도 했어요. 고양이 친화적인 공간을 만들게 되었달까? 그래서 유니버셜 디자인으로 생각이 이어졌어요. 저희 집을 사람과 고양이가 함께 편하게 살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민 것처럼 공공시설물이나 생활도구들도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편하게 이용 가능 하도록 디자인하는 게 정말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4. 그렇다면 올해 기록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콘텐츠기획단에 들어가서 공익활동 성향테스트 제작을 함께 했는데요, 기록이라고 하면 줄글로 된 긴 텍스트만 생각했었거든요. 테스트 형식으로 기록을 한다는 게 정말 신선했어요. 이렇게 재밌는 건 또 빠질 수 없지 싶어서 참여하게 됐는데, 사람들이 사실 공익이라고 해도 관심 있는 분야가 좀 한정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테스트에 다양한 주제들을 다 다뤄서 넣으니까 평소에 생각 안 하던 사회현상에 대해서도 질문을 받게 되고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제작 회의 때마다 수다 떨 듯이 너무 즐겁게 해서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지만 기억에 남아요. 다음에도 센터에서 이런 시도들을 계속했으면 좋겠어요.

   

 

5. 이민지에게 기록이란 무엇인가요?

제가 원래 기록을 너무 안 하는 스타일이어서 사실은 되게 어려워요. 사진도 잘 안 찍는 스타일이라. ‘내가 정말 기록활동가의 정체성을 어떻게 가지지?’ 그랬는데 요즘 생각은 기록은 사람이다. 내가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 사람을 알아가는 것 자체가 나한테 아예 없던 비어 있는 공간에 새로운 존재가 또 생기는 거니까! 제 안에 쌓이는 기록이 조금은 느껴지고 있어요. 물론 그걸 풀어내야 진짜 기록이지만요. 코로나 지나고 연구하다 보니까 사실 사람 만날 일이 너무 없었는데 사람 만나는 게 진짜 기록의 시작이다그냥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오늘 여기도 사실 대화가 약간 떨리는데 지금 이렇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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