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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명절을 지키는 일 - 공익의 시선으로 보는 명절 노동

작성자: 경기비정규직지원센터 박현준 대표 / 날짜: 2026-08-25 / 조회수: 25

 

명절 아침의 도시는 조금 낯설다. 골목의 셔터는 많이 내려와 있지만 도시 전체가 잠든 것은 아니다. 새벽 첫차는 역을 떠나고, 고속도로 전광판에는 정체 구간이 뜬다. 구급차는 신호를 가르며 달리고, 요양시설의 주방에서는 아침밥이 올라간다. 공항의 출국장은 일찍부터 붐비고 호텔의 세탁실과 음식점 주방에는 불이 켜진다.

 

우리는 이 풍경 속에서 쉬고 있고 누군가는 그 풍경을 만들고 있다

우리는 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가거나 연휴를 이용해 여행을 떠난다. 휴게소에서 밥을 먹고 늦은 밤에는 택시를 부른다. 식사 준비가 힘들면 배달앱을 열고, 집을 비울 때는 반려동물을 돌봐줄 사람을 찾는다. 차가 멈추면 보험회사에 전화하고 갑자기 아프면 연휴에도 문을 여는 병원을 검색한다. 이 모든 편리함 뒤에 명절에도 일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명절 노동을 공익의 시선으로 본다는 것은 일하는 사람을 가엾게 여기자는 뜻이 아니다. ‘고생하십니다라는 인사에 머물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계속되어야 할 노동이 무엇인지 함께 살피고, 그 일을 맡은 사람에게 안전과 휴식,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는지를 묻는 일이다.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 결국 시민의 생명과 안전, 서비스의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일임을 이해하는 것이다.

 

길 위에는 먼저 출근한 사람들이 있다.

한 가족이 이른 아침 열차에 오른다. 기관사는 앞을 살피고 관제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열차의 움직임을 통제한다. 역무원은 승객을안내한다. 시민이 잠든 밤 차량과 선로, 신호 설비를 점검한 정비 노동자와 객차를 청소한 사람의 손길도 있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노동일수록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철도가 닿지 않는 곳에서는 버스와 택시가 사람을 이어준다. 자가용을 이용해도 혼자 길을 만든 것은 아니다. 도로관리 노동자는 사고와 낙하물에 대응하고, 톨게이트 노동자는 하이패스 오류를 처리한다. 휴게소에서는 조리·판매·청소 노동자가 몰려드는 사람들을 맞는다. 사고가 나면 경찰과 소방·구급대원이 출동한다.

차량이 고장 났을 때 전화를 받는 상담사, 갓길로 달려가는 긴급출동 기사, 견인 노동자도 있다. ‘조금만 빨리 와 달라는 말은 쉽게 나오지만 이들이 서 있는 갓길은 2차 사고 위험이 큰 일터다. 재촉하지 않는 몇 분은 단순한 친절이 아니라 한 사람의 안전을 지키는 시간이 된다.

명절 교통 대책은 증편 횟수와 정체시간뿐 아니라 그 이동을 만드는 사람의 노동도 살펴야 한다. 운행을 늘릴 때 인력도 함께 늘리고, 교통정체로 운전 시간이 길어져도 식사와 휴게가 사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명절에 일한 사람에게는 정당한 보상과 대체 휴식이 필요하다.

 
명절에도 시민의 이동과 안전을 유지하는 교통·공공서비스 노동 현장 ⓒ AI 생성 이미지

 

누군가의 휴가는 누군가의 성수기다

공항에서는 발권·보안·수하물·정비·청소 노동이 맞물려 움직인다. 호텔에서는 프런트 직원이 문의를 처리하는 동안 객실 정비 노동자가 짧은 시간 안에 침구를 바꾸고 욕실을 청소한다. 음식점에서는 조리와 서빙, 설거지가 동시에 바빠지고 문화시설에서는 안내·보안·시설관리·청소 노동자가 관람객의 하루를 지킨다.

지연과 결항, 객실 준비와 음식점 대기, 예약 오류가 생기면 해결 권한이 없는 현장 직원과 상담사가 고객의 분노를 먼저 받아낸다. 여행을 줄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안전을 위한 지연을 받아들이고, 기다릴 시간을 조금 넉넉히 잡고, 눈앞의 노동자에게 폭언하지 않는 여행을 하자는 것이다. 기업도 성수기 인력과 순환 휴식, 폭언 고객 응대를 중단시킬 권리와 대체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

 

돌봄에는 휴일이 없지만, 사람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

명절날 요양시설에도 아침 햇살이 든다. 요양보호사는 어르신이 몸을 일으키도록 돕고 식사와 약을 챙긴다. 장애인 거주시설과 공동생활 가정, 방문요양, 장애인 활동지원, 아이돌봄 서비스도 이용자의 생활에 따라 계속 된다.

명절은 누군가에게 더 외로운 날이다. 찾아오는 가족이 없는 시설 거주자, 혼자 사는 고령자, 익숙한 지원이 끊기면 일상을 유지하기 어려운 장애인이 있다. 이들에게 돌봄은 호의가 아니라 권리다.

동시에 돌봄 노동자도 가족과 명절을 보내고 싶은 사람이다. 이용자의 권리를 노동자의 끝없는 희생으로 지킬 수는 없다. 충분한 인력과 순환근무, 휴일 보상과 대체 휴식이 있어야 두 사람의 권리가 함께 지켜진다.

지역단체와 자원봉사자는 혼자 지내는 이웃에게 음식을 전하고 안부를 묻는다. 영국 일부 지역의 크리스마스 공동식사와 방문 활동처럼, 한 끼보다 오래 남는 것은 당신을 잊지 않았다는 관계다. 다만 자원봉사가 전문적인 돌봄과 상담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봉사는 이웃을 발견해 공공서비스로 연결하는 활동이어야 하며, 봉사자에게도 교육과 보험, 적정한 활동시간과 휴식이 필요하다.


연휴에도 계속되는 복지시설·돌봄 또는 반려동물 돌봄 현장 ⓒ AI 생성 이미지
 

반려동물과 명절 식탁에서 발견하는 노동

여행을 떠난 집에는 펫시터가 들어와 사료와 물을 채우고 건강과 행동을 살핀다. 반려동물 호텔과 동물병원, 유기 동물 보호시설도 명절 동안 운영된다. 반려동물 돌봄은 먹이를 주는 단순 서비스가 아니라 생명 상태를 관찰하고 질병과 사고에 대응하는 노동이다. 그러나 소규모 업체와 플랫폼·프리랜서가 많아 이동시간과 야간 돌봄의 보상, 사고 책임과 보험이 불분명한 경우가 있다. 적정 수용 기준과 표준 계약, 교육·보험체계를 갖추어야 하며 소비자도 미리 안전한 돌봄 환경을 확인하고 준비해야 한다.

집 안에도 보이지 않는 노동이 있다. 명절 식탁은 장보기, 재료 손질, 조리, 상차림, 설거지와 청소, 아이와 부모 돌봄을 거쳐 만들어진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가계생산 위성계정에 따르면 국내 무급 가사 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약 582조 원으로 추산했다. 여성의 1인당 가사노동 가치는 여전히 남성의 약 2.7배였다.

도와준다는 말에는 원래 담당자가 따로 있다는 생각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장보기부터 설거지까지 필요한 일을 가족이 함께 나누고 음식의 종류와 양을 줄이면 명절은 한 사람의 수고가 아니라 모두가 만든 시간이 된다. 외식과 배달로 가사 노동을 줄일 때도 한 사람의 휴식이 음식점 노동자와 라이더의 과로로 옮겨가지 않도록 주문을 재촉하지 않고 지연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명절 선물을 미리 주문해 물량을 분산하는 일도 작은 공익적 실천이다.

 

편리함 뒤의 사람을 발견하는 공익

같은 역사와 병원, 고속도로와 복지시설에서 일해도 공공기관 직원과 자회사·용역 노동자, 기간제·단시간 노동자, 플랫폼·프리랜서의 보호 수준은 다를 수 있다. 공익의 시선은 노동의 가치를 회사 이름과 계약 형태로 차별하지 않는 데서 시작한다.

노동자의 휴식은 노동자만의 이익이 아니다. 충분히 쉰 운전자는 승객을 안전하게 데려가고, 적정 인력으로 일하는 요양보호사는 이용자를 더 세심하게 돌본다. 출동 기사의 충분한 작업시간은 2차 사고를 막고, 객실정비 노동자의 적정 작업시간은 이용자의 위생 안전으로 돌아온다.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지키는 일은 시민이 받는 서비스의 안전과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공익이다.

 

 

서로의 명절을 지키는 공익활동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는 임금과 근무표를 직접 정하는 기관은 아니지만, 보이지 않던 노동을 시민의 언어로 드러내고 노동자·시민단체·노동단체·기업·지방정부를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시민기록자가 교통·안전·돌봄·관광·외식·배송 등 현장을 찾아 명절을 만드는 사람들을 기록하면 어떨까? 힘든 사연뿐 아니라 무엇이 바뀌면 안전하게 일하고 쉴 수 있는지를 묻고, 그 답을 온라인 명절 노동 지도와 사진전, 시민 대화로 이어가는 것이다.

서로의 명절을 지키는 시민 약속도 만들 수 있다. 명절 안부 인사와 선물, 명절준비 물품을 미리 보내고 천천히 받기, 안전을 위한 기다림 받아들이기, 현장 직원에게 폭언하지 않기, 음식과 돌봄을 함께 나누기, 혼자인 이웃에게 안부 묻기 같은 약속이다. 나의 선택이 다른 사람의 노동시간과 안전에 연결되어 있음을 함께 배우는 활동이다.

시민의 배려가 기업과 정부의 책임을 대신할 수는 없다. 이 캠페인이 지방정부·공공기관·기업·플랫폼·노동단체·공익단체가 적정 인력, 휴일 보상과 대체휴식, 감정노동 보호와 공통 안전기준을 약속하고 이행을 점검하는 명절 노동·휴식 지역협약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모두의 명절은 서로의 휴식에서 시작된다

밤이 깊어져도 응급실과 소방서, 철도 관제실과 복지시설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심야버스와 택시는 늦게 도착한 사람을 집으로 데려가고 누군가는 호텔의 다음 아침을 준비한다. 오늘 일한 사람도 다른 어느 날에는 가족과 웃으며 쉴 수 있어야 한다.

좋은 명절은 아무도 일하지 않는 날만을 뜻하지 않는다. 생명과 안전, 이동과 돌봄을 위해 계속되어야 할 일이 있다. 그 일을 특정한 사람의 희생에 맡기지 않고 공정하게 나누고 보상하며 충분한 회복과 휴식을 돌려주어야 한다.

공익은 당연하게 누린 편리함 뒤의 사람을 발견하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지금 누가 나의 하루를 지켜주고 있을까? 그 사람의 안전과 휴식은 누가 지켜주고 있을까?시민과 기업,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답할 때 명절은 쉬는 사람과 일하는 사람 모두가 존중받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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