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장애인 노동권 현장에서 만난 ‘권리를 만드는 노동’
“장애인들이 지하철에서 비장애인들로부터 ‘왜 기어 나왔냐’라는 말을 들으면 처음에는 다 울어요. 사람들의 시선을 견디지 못해 고개를 숙이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렇게 말해요. ‘우리도 함께 살아가는 시민입니다.”
매주 화요일, 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 노동자들이 지하철 문턱을 넘는 순간 지하철은 한동안 멈춰 서고, 사람들의 시선은 한곳으로 몰린다. 누군가는 눈살을 찌푸리고, 누군가는 대놓고 혐오의 말을 던진다. 그러나 그들은 매번 지하철에 오르고 서울로 향한다. 그리고 거리에서 외친다.
“이것도 노동이다.”

2025년부터 김포장애인야학 권리중심팀에서 일하고 있는 염은정 활동가는 장애인 노동권 운동을 ‘노동의 개념을 바꾸는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보통 노동을 생산성과 이윤으로 판단하잖아요. 그런데 장애인의 권리를 알리고, 인식을 바꾸고,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것도 노동이라고 생각해요.”
그의 활동은 하루아침에 시작된 것이 아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이어진 인권 감수성이 34년간의 교육개혁 운동을 지나 장애인 노동권 운동으로 이어졌다.
학생 인권운동에서 장애인 노동권 운동까지
1989년 전교조 교사들이 해직되던 시절,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염은정 활동가는 해직 교사들과 함께 교문 앞에 섰다.
“학생들과 소통도 잘되고, 공부도 잘 가르쳐주시던 선생님들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해고를 당한 거예요. 그때 처음에는 왜 그런지는 정확히 몰랐지만, ‘저 선생님들을 지켜야 한다’라는 생각은 강했죠.”
해직 교사들의 출근 투쟁을 돕기 위해 교문을 열어주고, 선생님들과 함께 목소리를 냈다. 그 경험은 곧 학생 인권 문제로 이어졌다.
당시 학교는 두발 규제와 복장 검사, 소지품 검사까지 일상이었다. 그는 “속옷 색깔을 검사하고, 치마를 들쳐 속바지까지 검사하던 시대”였다고 회상했다. 학생회 출마에도 성적 제한이 있었고, 학생들은 학교의 주체가 아니었다.
그래서 염은정 활동가는 ‘학생회 성적 제한 철폐’, ‘두발 자유화’, ‘복장 자율화’ 운동을 시작했다. 학교 안의 작은 문제 제기는 지역 다른 학교와의 연대로 이어졌고, 교육운동으로 이어졌다.
이후 참교육학부모회 활동과 교육 운동으로 30년 넘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학생인권조례 제정, 친환경 학교급식 운동, 고교평준화 운동 등 굵직한 교육 현안 속을 쉼 없이 달려왔다. 하지만 몸이 무너졌다. 이석증으로 쓰러지고, 이에 따라 운전 중 사고까지 겪었다. 활동을 잠시 멈추며 그는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참교육학부모회 경기지부장까지 하면서 정신없이 달려왔는데, 쉬면서 생각해 보니 현장과 조금 멀어진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다른 영역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 무렵 그의 시선이 머문 곳이 김포장애인야학이었다. 평소 장애인 평생교육에도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매주 화요일, 중증장애인과 지하철을 타는 이유
그리고 지금 염은정 활동가는 매주 화요일이면 중증장애인 노동자들과 함께 서울로 향하는 지하철을 탄다. 서울시의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 폐지에 맞서 해고된 장애인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사람들에게 “우리도 여기 함께 살고 있다”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우리가 이동하는 것 자체가 캠페인이에요.”
휠체어가 지하철에 오르려면 열차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지하철이 지연된다고 사람들은 불편해하고, 눈살도 찌푸린다. 하지만 그 불편함 속에서 비로소 장애인의 현실이 드러난다.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안 보이게 만드는 사회였잖아요. 장애인 자식을 둔 부모는 무슨 죄라도 지은 듯 쉬쉬하며 밖에도 나오지 못하게 만들고, 안 보이니까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여겼던 거죠.”

그래서 그들은 계속 거리로 나온다. 축제에서 공연도 하고, 투표소 접근권을 조사한다. 사회 속에 ‘함께 존재한다’라는 사실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권리를 보장하는 것”
염은정 활동가는 처음 장애인 운동을 접하며, “저 자신도 오랫동안 장애인을 ‘도움받아야 하는 존재’로만 바라봤다”라고 털어놓았다.
“우리는 도와주면 착한 줄 알고 살아왔잖아요. 그런데 사실은 먼저 물어봐야 하더라고요. 도움이 필요한지, 무엇을 원하는지. 그동안 우리는 장애인의 선택권 자체를 빼앗아 온 사회였던 거죠.”
그는 결국 중요한 것은 ‘일방적인 시혜나 복지’보다 ‘장애인의 권리’를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운동 현장에 들어와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동권 현실이었다. 비장애인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작은 턱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앞서도 말했지만, 엘리베이터 타면 ‘집에나 있지 왜 돌아다니냐’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요. 그런데 사실 우리가 타고 다니는 지하철 엘리베이터도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결과물이거든요.”
2000년대 초반, 장애인 이동권 운동은 생존의 문제였다. 리프트 추락사고가 이어졌고, 장애인들은 지하철 선로에 내려가며 싸워야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지하철 엘리베이터다. 그리고 이 엘리베이터는 장애인보다 비장애 교통약자들의 이용률이 훨씬 높다. 하지만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더디게 변하고 있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우리가 한다.”… 권리 중심 일자리의 의미
현재 염은정 활동가가 가장 집중하는 것은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 운동이다.
김포장애인야학에는 현재 30명의 중증장애인 노동자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거리에서 권익옹호 캠페인을 하고, 문화예술 공연을 하고, 이동권을 모니터링하고, 시민들에게 장애 인권을 알리는 모든 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 생산’이다.
염은정 활동가는 말했다.
“국가가 UN이 정한 장애인권리협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기 때문에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말해요.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우리가 할 테니 우리의 노동으로 인정해 달라’고. 그런데 현실은 눈에 보이는 생산만 노동이라고 생각하잖아요. 저는 노동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모의 짐인 줄 알았다”… 노동이 바꾼 삶의 감각
‘권리중심 일자리’에서는 다르다. 비록 긴 시간은 일하지 못하지만, 노동자로 인정받는다. 월급을 받고, 지역사회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확인한다.
그 변화는 숫자로 설명되지 않는다. 표정과 태도, 삶의 감각이 달라진 것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한 노동자분이 그러셨어요. ‘나는 평생 부모의 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번 돈으로 어버이날 선물을 사드렸는데, 부모님께서 펑펑 우셔서 둘이 붙잡고 한참을 울었다’라는 거예요. 그분이 자기 존재를 스스로 인정하게 된 순간이잖아요. 내 존재가 쓸모 있다고 느끼는 거죠. 그 변화가 너무 커요.”
생산성이 없다는 이유로 최저임금 밖에 놓인 사람들
하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현재 중증장애인은 최저임금 적용 제외 대상이다.
“생산성이 없으니, 최저임금도 줄 필요 없다는 거잖아요. 결국 인간의 가치를 생산성으로만 판단하는 사회예요”라고 꼬집었다.
염은정 활동가는 “장애인의무고용제 역시 실효성이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일부 공공기관과 기업은 장애인 의무 고용 대신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내고 의무 고용을 회피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는 고용부담금이 최저임금 보다 낮게 산정돼 있어 고용보다 부담금 납부가 ‘경제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처럼 장애인 고용을 돈으로 해결하는 구조로는 안 바뀌어요. 정부도 사실상 묵인하고 있는 거죠. 궁극적으로는 장애인 일자리라는 말 자체가 사라지는 사회가 되어야 해요. 장애인도 떳떳한 노동자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요.”
실제로 서울대병원의 경우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년간 고용부담금으로 148억 700만 원을 내 공공기관 중 최다 납부액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매일 아침 8시 혜화역에서는 장애인 의무 고용을 요구하는 피케팅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2026년 5월 20일 현재 1,079일째를 맞고 있다.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인간 중심 사회로”
인터뷰 말미,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염은정 활동가는 살짝 미소를 띠며 말했다.
“저에게 장애인 노동권 운동은 이제 시작이에요. 10년은 해야죠.”
이석증을 앓고 난 후 몸은 예전 같지 않고, 이제는 밤샘 활동이 두렵기도 하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일에 미쳐 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말을 남겼다.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에서 인간 중심의 사회로 갔으면 좋겠어요. 여기서 인간은 아주 포괄적인 의미예요. 누군가를 배제하지 않는 사회요”라는 말을 남겼다.
그가 말하는 장애인 노동권은 단지 일자리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누군가를 ‘도움받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시민이자 노동자로 인정하는 일. 그리고 인간의 존엄을 다시 배우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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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27※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마이크 앞에 선 사람들
수요일 오후, 수원공동체라디오 스튜디오 안에 시민 한 명이 앉아 있다.
방송 경력도 없고, 유명인도 아니다. 그냥 이 동네에 사는 사람이다. 마이크 앞에서 잠깐 숨을 고르더니,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래된 수원 통닭거리 이야기, 어릴 적 팔달문 근처를 뛰어다니던 기억, 요즘 장사가 예전 같지 않다는 골목 가게 사장님의 말.
그 목소리가 96.3MHz를 타고 수원 전역으로 흘러나간다.
스마트폰과 유튜브, 짧은 영상 콘텐츠가 일상이 된 시대다. 정보는 빠르게 소비되고 사람들의 관심은 끊임없이 이동한다.
그 속에서 라디오는 오래된 매체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힘이 있다.
얼굴을 보지 않아도 마음을 전할 수 있고, 화려한 영상이 없어도 사람의 일상과 감정을 연결할 수 있다.
특히 지역의 이야기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전할 수 있는 매체가 바로 공동체라디오다.
경기도 수원시에 시민이 직접 참여해 지역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방송국이 있다.
수원공동체라디오 SoneFM.
어린이와 청소년, 시니어, 마을활동가, 자영업자, 문화예술인 등 다양한 시민이 방송 제작에 참여한다.
누군가는 직접 원고를 쓰고, 누군가는 인터뷰를 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음악을 선곡하고 오디오 편집을 배운다.
시민의 삶이 그대로 방송 콘텐츠가 되는 곳이다.
이번 취재에서는 수원공동체라디오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그리고 시민들에게 어떤 의미를 주고 있는지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수원의 첫 공동체라디오, SoneFM의 시작
수원공동체라디오 SoneFM은 수원의 첫 공동체라디오 방송이다.
2021년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FM 96.3MHz 주파수 허가를 받으면서 본격적인 준비가 시작됐다.
같은 해 ‘수원마을공동체미디어사회적협동조합’이 설립되었고, 시민이 참여하는 지역 미디어 플랫폼 구축이 추진됐다.
공동체라디오는 상업성과 청취율 중심의 일반 방송과는 방향이 다르다.
지역 주민이 직접 방송을 제작하고 지역 현안을 이야기하며, 마을의 문화와 삶을 기록하는 데 목적이 있다.
즉, 시민이 단순한 청취자가 아니라 콘텐츠 생산자로 참여하는 방송이다.
수원공동체라디오 역시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출발했다. 초기에는 방송 장비 구축과 스튜디오 마련, 방송 제작 교육 등 기반을 만드는 과정과 함께 시민을 대상으로 한 방송 교육 프로그램과 미디어 교육도 함께 진행되며 공동체 미디어의 토대를 다져나갔다.
2022년에는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다. FM 개국 이전 단계였지만 시민들은 인터넷 스트리밍을 통해 방송에 참여할 수 있었다.
마을 소식, 지역 인터뷰, 음악 프로그램, 생활 정보 등이 하나둘 만들어지면서 지역 주민과의 연결도 점차 확대됐다.
그리고 2023년 7월 14일, 수원공동체라디오는 FM 96.3MHz 정식 개국을 알렸다.
시민들이 직접 만든 목소리가 실제 전파를 통해 수원 전역에 송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방송 개국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지역 주민 스스로 지역의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공공미디어가 등장한 순간이기도 했다.
현재 수원공동체라디오는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방송 내용은 지역 정보와 생활문화, 음악, 상권 홍보, 재난방송, 마을 소식 등 시민 생활과 밀접한 주제로 구성된다.

마이크 앞에 서는 법을 가르친다 — 방송활동가 양성 교육
수원공동체라디오는 단순히 방송만 송출하는 공간이 아니라 시민 미디어 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사진 속 ‘방송활동가 10기 모집’ 포스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정기적으로 시민 대상 방송 제작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방송활동가 과정은 5월6일부터 6월17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2시부터 4시까지 운영되며,
방송 기획부터 대본 작성, 라이브 방송 실습, 오디오 편집까지 실제 방송 제작 과정을 체계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교육 과정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1차시 방송 기획, 2차시 방송 대본 작성, 3·4차시 라이브 방송 실습, 5차시 오디오 편집, 6차시 콘텐츠 제작과 수료식. 6주 동안 아무것도 모르던 시민이 실제 방송을 만들어 내보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교육은 단순한 기술 전달이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를 중심에 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방송 제작을 배우는 과정 속에서 시민들은 자신의 일상과 경험을 콘텐츠로 바라보게 된다. 평범한 골목길 이야기, 오래된 시장의 풍경, 지역의 작은 가게, 주민들의 삶과 추억이 방송 소재가 된다. 거창한 뉴스보다 더 깊은 공감과 지역 정체성을 만들어낸다.
공동체라디오의 교육은 단순한 기술 전달이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를 중심에 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방송 제작을 배우는 과정 속에서 시민들은 자신의 일상과 경험을 콘텐츠로 바라보게 된다.
실제로 방송활동가 교육에 참여한 시민들 가운데는 이후 시민PD로 활동하거나 지역 행사와 마을 기록 활동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마이크 앞에 처음 앉던 날의 긴장이, 어느새 지역을 기록하는 힘이 된다.
목소리 - 지역을 기록하는 또 하나의 방식
수원공동체라디오는 단순한 오디오 방송이 아니다. 지역을 기록하는 또 하나의 아카이브 역할을 하고 있다.
대도시에서는 빠른 개발과 변화 속에서 오래된 마을의 기억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쉽게 사라지곤 한다. 그러나 공동체라디오는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기록으로 남긴다.
누군가는 동네 오래된 시장 이야기를 전하고, 누군가는 어린 시절 수원의 모습을 기억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현재의 마을 문제와 변화를 이야기한다. 이러한 콘텐츠는 시간이 지나면 지역의 역사 자료이자 공동체 기록으로 남는다.
특히 수원은 화성과 전통시장, 오래된 주거지와 신도시가 공존하는 도시다. 전통과 현대가 함께 존재하는 만큼 다양한 세대와 문화가 섞여 있다. 공동체라디오는 이러한 수원의 복합적인 모습을 시민의 목소리로 담아낸다.
지역 예술인과 소상공인들에게도 방송은 중요한 홍보 창구가 된다. 공연 정보와 지역 문화행사, 작은 가게 이야기 등이 방송을 통해 소개되면서 지역경제와 문화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이는 상업 방송에서 쉽게 다루지 않는 지역 밀착형 콘텐츠라는 점에서 공동체라디오만의 가치다.
사람 냄새 나는 방송이 필요하다.
오늘날 미디어 환경은 거대 플랫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사람들은 전국 단위, 글로벌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소비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 정작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 이야기와 이웃의 목소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공동체라디오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역성과 공공성을 회복하려는 시도라고 볼수 있다.
수원공동체라디오 역시 시민이 직접 지역 이야기를 만들고 공유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단순한 취미 방송이 아니라 주민 참여 민주주의와 공동체 문화 형성의 과정이기도 하다.
세대별 의미도 다르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 소외되기 쉬운 시니어 세대에게 공동체라디오는 새로운 소통 공간이 되고 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활용이 익숙하지 않은 세대도 라디오라는 친숙한 매체를 통해 지역사회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에게도 공동체라디오는 중요한 경험이 된다.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콘텐츠로 만들고 사람들과 공유하는 과정은 표현력과 소통 능력을 키워준다.
무엇보다 공동체라디오는 사람을 중심에 둔 방송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빠르고 자극적인 콘텐츠보다 사람의 일상과 삶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방송이기 때문이다.


96.3MHz ‘누구나 함께하는 라디오’를 향하여
사진 속 문구처럼 수원공동체라디오 SoneFM은 ‘96.3MHz, 누구나 함께하는 라디오’를 지향하고 있다.
이 문장에는 공동체라디오의 철학이 그대로 담겨 있다. 방송은 특정 전문가나 유명인만의 영역이 아니라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공의 공간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수원공동체라디오는 지역 주민들에게 열린 공간이 되고 있다. 시민들은 방송 교육을 받고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지역사회에 전하고 있다.
또한 공동체라디오는 지역 네트워크 형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마을공동체 활동가와 시민단체, 문화예술인, 소상공인 등이 방송을 통해 연결되며 새로운 협력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앞으로 공동체라디오는 단순한 FM 방송을 넘어 팟캐스트와 유튜브, 온라인 스트리밍 등 다양한 플랫폼과 연계될 가능성도 크다. 지역 기반 콘텐츠가 디지털 플랫폼과 결합하면 더 많은 시민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을공동체 활동가와 시민단체, 문화예술인, 소상공인 등이 방송을 통해 연결되며 새로운 협력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동체라디오가 단순한 기술이나 플랫폼이 아니라 지역 주민이 직접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공감하는 과정 자체가 공동체라디오의 가장 큰 가치라는 것이다.
모두의 목소리를 담아, 연결하는 소리
수원공동체라디오 SoneFM은 단순한 지역 방송국이 아니다. 시민의 일상과 지역의 이야기를 연결하는 공동체 플랫폼이다.
특히 시민이 직접 방송 제작에 참여하고, 다양한 세대가 함께 콘텐츠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공동체라디오는 지역사회 소통의 중요한 모델이 되고 있다.
수원공동체라디오 SoneFM의 96.3MHz 전파에는 단순한 방송 신호만이 아니라 수원 시민들의 삶과 기억,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사람의 목소리는 여전히 따뜻한 힘을 가진다.
그 목소리가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전파가 닿는곳 마다 공동체는 조금 더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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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20※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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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체험 현장인 2026 경기북부 공익위키 콘텐츠 제작 회의에 다녀왔습니다!

우선 ‘공익위키’ 사업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볼까요?
해당 활동은 사회적 협동조합 ‘빠띠’의 협력과 함께 2024년부터 진행됐으며 올해부터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사업으로 이관되며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사업 명칭 그대로 ‘공익’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지역이나 사회의 이슈들을 다루고 여러 공익활동을 기록하며 아카이브한 공익위키를 만들어왔는데요. 이를 통해 시민의 시각으로 지역의 변화를 기록하며 공익활동의 연속성을 다음 세대에게도 넘겨주는 ‘지역 활동 기록의 민주화’, 과거를 저장하는 것만이 아닌 미래를 설계하는 작업인 ‘활동의 연속성’, 누구나 자료를 수정하고 발전시키는 공공 기록 플랫폼인 ‘공유 자산으로서의 정보’의 가치를 창출해왔습니다.
올해 센터가 마련한 목표는 공익위키를 통해 공익활동가의 활동을 기록하고 공익활동을 지식화해 이를 시민과 공유하며 공익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는데요. 예로 ‘경기 공익위키’라는 공간에 시민사회단체들이 경기 지역 기반 공익활동과 이슈를 중심으로 한 기록을 게재하고 경기시민사회 온라인 자료관 ‘톺’과도 연동해 누구나 공익 정보를 읽고 가공할 수 있는 시도를 해보기로 하였습니다.
※링크: 공익위키 https://gongikwiki.mixon.io/pages/1033
이와 관련한 2026 경기북부 공익위키 콘텐츠 제작 회의에서는 경기 공익위키에 게재될 예정인 위키 콘텐츠를 실습을 통해 제작해 보기로 하였는데요. 참석하신 경기중북부환경운동연합, 세움공동체, 의정부풀뿌리시민회의 등의 여러 시민 단체별로 모둠을 이뤄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기본적으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 검증된 자료 출처 사용, 독자 연구의 금지 등의 작성 규칙을 만든 후 공유 문서를 기반으로 공익위키 초안 한 편을 작성해 보고자 하였습니다.
나아가 이를 통해 공동작업을 기반으로 작성한 경험과 정보를 모아 위키 문서를 만들어 공익위키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의정부 지역의 시민사회운동 발자취를 분야별로 정리하는 것을 달성하는 오늘의 목표도 설정하였습니다.


우선 공익 위키의 주제를 정해보기로 하였습니다.
예로 모둠별 각 시민 단체의 역사와 변천사 또는 지역 공익 이슈 현장 기록 중 하나를 선택하기로 하였는데요. 대부분의 모둠들이 단체의 역사 및 변천사가 내포된 단체 소개 주제를 선택하였습니다.
구체적인 제목들의 예시를 살펴보자면
꿈이룸교육공동체는 “지구하자! 기후 위기 프로젝트”,
경기중북부환경운동연합은 “청년이 만들어가는 환경운동”,
세움공동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사회”로 설정하였습니다.
다음으로 주제에 따른 상세 내용을 어떻게 설정할지 고민해 봤는데요.
참고 기준으로 단체별 개요→배경→활동 내용→성과라는 큰 틀을 제시하였습니다.
이를 토대로 작성하게 된다면 어떠한 하위 항목들이 포함될 수 있는지 예시를 들어주었는데요. 개요에는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했는가 등의 요약본이 들어갈 수 있고 배경에는 활동 시작의 이유와 지역 상황 등을 서술하는 방식을 추천하였습니다. 활동 내용과 성과에는 각각 활동 날짜·장소·참여 인원 등의 구체적인 사항이 명시되고 성과를 통해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가 포함되는 것을 추천하였습니다.

이를 참고하여 모둠별로 나름의 방식이 들어간 내용을 전개하여 기록하였는데요.
예로 개요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세움공동체는 장애인이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 되고 지역에서 어울려 사람답게 사는 ‘자립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이라고 밝혔고 경기북부시민자치연구소는 경기북부지역 시민사회 발전과 시민자치를 위한 정책을 연구하고 공익활동을 지원하는 곳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의정부풀뿌리시민회의는 의정부 지역에 거주하거나 사업장이 있는 사람들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가치 실현과 시민이 주인 되는 세상을 지향할 수 있게 만들어진 공간이라고 서술하였습니다.
배경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미군반환공여지 시민참여위원회는 수십년간 국가 안보를 위해 희생해온 미군 기지 지역의 희생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생태·평화·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고 지역 사회에 환원하는 ‘공익적 개발’을 지향한다고 소개했습니다. 꿈이룸교육공동체는 전 세계적 기후 위기 현상에 대한 다각적 탐구를 통한 실천적 해결 역량을 함양한다는 내용을 담았고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은 대한민국의 압축적 성장에 따른 사회적 병폐의 원인을 밝히고 미래를 향한 대안을 제시한다는 정보를 기록하였습니다.


활동 내용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경기중북부환경운동연합은 제56회 지구의 날 행사 부스 진행 및 플로깅 등의 활동을 구체적으로 소개하였습니다. 미군반환공여지 시민참여위원회는 CRC 시민 공론장· CRC 봉사단· 하나로 합창단 등의 활동을 정리하였고 경기북부시민자치연구소는 지역 현안 대응 사업의 예시로 “의정부시 예산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 “주민자치는 어디쯤 와있나?” 주민자치회 긴급 점검 토론회, 다만세의정부(다시 만나는 세상 의정부) 사업 등의 내용을 상세하게 명시하였습니다.
성과 혹은 기대효과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꿈이룸교육공동체는 학생 주도 기후행동 실천 확산, 시민 참여 기반 확장성 확보, 학교·마을 연계 교육 모델 구축 등의 성과를 기록하였습니다. 의정부풀뿌리시민회의는 공익 위키의 역할에도 집중해 시민들이 지역 변화 과정을 기록하면서 ‘지역의 주인’이라는 효능감이 고취되며 지역 민주주의를 강화한다는 관점에서 의의를 두었습니다.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은 지워진 목소리를 수면 위로 올려 공동의 기억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의미에 주목하였습니다.
추가로 자료 관련 사진과 링크를 삽입하고 출처와 참고 자료를 기재한 뒤 재량껏 다른 글에 댓글도 달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실습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이후 일정으로 지속적인 콘텐츠 보완과 소통을 하기로 하였고 사회적 협동조합 ‘빠띠’와도 공익 위키의 방향성에 대해 의논해 보기로 하였는데요. 다가오는 7월 워크숍에서는 추가 토의를 하며 ‘공익 기록’ 방식에 대해 고민해 보고 관련 강의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또한 다른 지역에서도 공익위키를 진행할 계획이니 향후 생성될 양질의 공공 기록물들이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아는 게 힘이다.”라는 말이 더욱 와닿는 것은 갈수록 복잡한 세상에서 정보가 하나의 권력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랜 시간 아카이빙을 하며 자료를 취하면 취할수록 마음은 편해졌지만 막상 나에게 오기까지의 경로에 대한 감사함은 놓치고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이번 만남은 기록보다 공익위키 속 단어 하나하나에 들어가는 수고와 헌신적인 마음가짐의 가치에 더욱 무게중심을 두었습니다. 십시일반으로 모인 이러한 무형 자산들이 지역을 넘어 우리 사회의 공익활동을 열린 지식 창고로 만들어 누구나 공익과 어우러질 수 있는 세상을 형성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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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30※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대한민국 연극제 경기도대회 포스터)
# 대한민국 연극제와 지방 연극 그리고 지방 배우
1. 배우라는 이름을 확인하는 자리
지방의 배우들에게 대한민국 연극제가 무엇이냐고 인터뷰를 했다.
"연극제는 봄입니다. 일 년을 버티게 해주는 봄이요."
"저한테는 꿈의 무대예요. 그 무대에 한 번 더 서고 싶어서, 나머지 시간을 견디는 것 같아요."
"대한민국 연극제가 있어서, 나는 생활인이 아닌 연극배우라는 자존감을 확인합니다."
이 말들을 나란히 놓고 보면, 공통된 구조가 보인다. 연극제는 목적지가 아니라 이유다. 그 무대에 서기 위해 나머지 계절을 견딘다. 카페 앞치마를 두르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고, 낮에는 대사를 외우면서. '생활인'으로 보내는 364일을 버티게 해주는 것이, 단 하루의 그 봄이다.
이 말들이 아름답게 들리면서도 어딘가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은, 그 간절함의 크기가 현실의 열악함과 정확히 비례하기 때문이다. 꿈의 무대라는 말은, 그만큼 평소의 무대가 꿈처럼 멀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글은 대한민국 연극제를 비판하는 글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이 축제가 지방 배우들에게 갖는 의미가 진지하고 무겁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글이다. 사랑하는 것에 대해서만 제대로 된 요구를 할 수 있다.

(연습장면, 비루한 연습실)
2.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무게
1977년 '대한민국 연극제'로 시작해 '전국지방연극제', '전국연극제'를 거쳐 다시 현재의 이름을 되찾은 이 행사는, 국내 연극계에서 가장 큰 규모와 권위를 자랑하는 경연의 장이다. 전국 16개 시·도의 극단들이 예선을 거쳐 한자리에 모인다.
그런데 명칭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흔적이 있다. 한때 이름에 버젓이 들어 있던 '지방'이라는 단어가 어느 순간 사라졌다. 행정적으로는 '전국'이라는 말이 더 포괄적이고 격조 있어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름에서 지방이 지워지는 동안, 지방의 현실도 조금씩 의제에서 멀어진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이름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결정한다.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이 축제가 진정으로 대한민국 전역의 연극인들에게 공평한 무대를 보장하고 있는가. 이 물음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다면, 이름값을 하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뜻이다.


(극단 유혹)
3. 두 달의 연습, 하루의 무대
지방 연극의 현실을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숫자다.
안산의 한 극단은 연극제 참가를 위해 두 달간 주 6일, 하루 최대 10시간씩 연습에 매진했다. 총 300시간이 넘는다. 배우들은 대사를 외우고 동선을 조율하고 감정을 쌓아올렸다. 그리고 단 하루 공연을 마친 뒤 손에 쥔 출연료는 40만 원 남짓. 편의점 아르바이트 일주일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이 숫자가 불편한 이유는, 숫자 자체가 냉정하기 때문이다. 열정을 수치로 환산하면 이렇게 된다. 공연이 끝난 날 밤, 로비에서 관객의 박수를 받으며 웃던 배우가 집에 돌아가 통장 잔고를 확인하는 장면을, 우리는 너무 쉽게 외면해 왔다.
물론 배우들도 안다. 연극이 처음부터 돈이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동의 대가가 없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이유로 정당한 임금을 포기해야 한다는 논리는, 위로처럼 들리지만 실은 구조적 방치의 다른 이름이다. 배우가 무대 위에서 빛나는 것과, 무대 밖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서로 충돌하지 않아야 한다.


(무대연습)
4. 예산표의 구조
공연 예산을 짜다 보면 항목들의 위계가 눈에 보인다.
'극장 대관비, 무대 제작비, 조명·음향 감독비' 이 항목들은 협의의 여지가 적다. 전문 기술직의 노동이고, 그 가치는 이미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예산표의 마지막 줄, 배우 출연료에 이르면 종종 이런 말이 나온다.
"배우들은 이해해 줄 거예요. 다들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요."
무대를 만드는 사람들은 비용으로 계산되고, 무대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사람들은 열정으로 계산된다. 공연 포스터에는 배우의 얼굴이 가장 크게 실리지만, 예산표에서 배우의 몫은 가장 얇다. 이것이 예산 부족의 문제만은 아니다. 배우의 노동을 '조정 가능한 항목'으로 인식해 온 오랜 관행의 문제다.
지방에서는 이 구조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서울이라면 최소한 관객이라도 모인다. 지방에서는 홍보 비용도, 관객 동원도, 극장 대관료도 모두 극단이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지자체마다 문화예술 지원금의 편차가 크고, 어떤 지역은 연극제 참가 자체를 재정 문제로 포기한다. 지원을 받지 못하면 참여할 수 없는 구조에서, '전국' 연극제는 사실상 '여건이 되는 지역의 연극제'가 된다.


(무대연습)
5. 서울이 참여한 이후
대한민국 연극제에 서울과 경기도가 참여하게 된 것은 의미 있는 변화였다. 수도권의 활발한 연극 활동이 이 무대에 합류함으로써 경연의 수준이 높아졌고, '전국'이라는 이름에 실질이 생겼다.
다만 그 과정에서 생긴 새로운 불균형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현재 서울·경기 지역 예선에는 20여 개 이상의 팀이 참가하지만, 본선 진출 티켓은 다른 지방 광역시와 동일하게 1장이다. 수십 개 극단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수도권과, 극단 수 자체가 적어 예선 경쟁이 낮은 지방이 같은 조건으로 출전권을 나눠 갖는 방식이 형평성에 맞는지는 논의해볼 문제다.
이것은 서울을 견제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역의 규모와 여건을 반영한 탄력적인 진출 구조가 오히려 전체적인 경연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공정한 경쟁은 동일한 조건이 아니라 적절한 조건에서 나온다.

(인터뷰: 안산시 연극협회 지부장 성정선)
6. 지방 연극이 말라가면
지방 연극이 위기라는 말은 오래된 이야기라 식상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오래됐다는 것이 덜 심각하다는 뜻은 아니다.
지방 배우들이 무대를 떠나는 것은, 단순히 한 사람의 진로가 바뀌는 일이 아니다. 그 배우가 무대에 올리던 이야기들이 함께 사라진다. 안산 공단 노동자의 이야기, 충청도 어느 마을의 기억, 남해 어촌의 계절들. 이런 이야기들은 서울의 극장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땅의 언어와 속도와 냄새를 가진 사람들이 그 땅에서 살아가야 비로소 만들어지는 것들이다.
연극은 항상 지역에서 자랐다. 그리스의 광장에서, 중세 유럽의 마을 광장에서, 조선 시대의 난장에서. 연극이 지역을 잃으면, 연극은 무언가 근본적인 것을 잃는다. 지방 연극은 한국 연극의 변방이 아니라 토양이다.

(배우, 스텝, 연출)
7. 대한민국 연극제가 할 수 있는 것들
대한민국 연극제가 지방 연극 생태계를 혼자 책임질 수는 없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연극 경연이 무엇을 제도화하느냐는, 업계 전체에 신호를 보내는 일이다.
몇 가지를 제안한다.
출연료의 최저 기준을 만드는 것이 첫걸음이다. 공적 지원금을 받아 올리는 공연이라면, 배우의 노동에 최소한의 대가를 보장하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지원금이 무대 장치에만 쓰이고 배우에게는 돌아오지 않는 구조만큼은 막을 수 있다.
본선 진출 작품의 순회 공연도 검토할 만하다. 단 하루의 공연으로 끝나는 현재 시스템은 두 달의 준비에 비해 너무 짧은 무대를 준다. 본선 작품들이 인근 지역 소도시를 돌며 공연할 수 있다면, 배우들은 더 많은 출연 기회를 얻고 지역 관객들은 좋은 공연을 만날 수 있다.
연습 공간과 공연장 접근성도 빼놓을 수 없다. 대관료가 부담스러워 공연을 못 올리는 상황이 없도록, 공공 극장의 지역 극단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연극제의 지속성을 위해, 지자체 재정이나 단체장의 의지에 좌우되지 않는 국비 지원 비중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행사라면, 국가가 그 이름에 걸맞은 책임을 나눠 져야 한다.

(무대를 기다리며)
8. 연습실 문 앞에서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대한민국 연극제가 있어서 자신이 배우라는 사실을 확인한다고 했던 그 배우. 그 말 속에는 감동이 있지만, 동시에 질문도 있다. 왜 배우는 연극제가 있을 때만 배우일 수 있는가. 연극제가 없는 나머지 364일은 무엇인가.
이 축제가 진정으로 지방 연극인들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자리가 되려면, 그 자존감이 단 하루의 무대에서만 확인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연습실 문을 여는 매일이 배우로서의 하루여야 한다. 오디션을 기다리는 시간도, 아르바이트와 연습을 병행하는 고된 날들도.
그러기 위해서는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열정은 이미 충분하다. 지방의 배우들은 이미 오래, 너무 오래 충분히 헌신해 왔다. 이제는 그 헌신이 지속 가능한 삶과 충돌하지 않도록, 제도가 뒷받침해야 할 차례다.
대한민국 연극제는 그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아니, 되어야 한다. 이 나라 연극의 가장 권위 있는 자리가, 가장 먼저 그 이름에 책임을 지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이 글은 대한민국 연극제 현장 자료와 한겨레신문 비정규직 연극인 윤희웅의 노동 수기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말의 폭력」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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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23“성장을 넘어 성숙으로, 경기도민의 삶을 바꾸는 경기도” 만들기 위한 경기시민사회의 대장정이 시작되다!
2026년 지방선거 경기도 12대 정책과제 발표 -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 1월 6일 오전 11시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2026년 지방선거 경기도 12대 정책과제’ 기자회견을 갖고 6월 3일 지방선거 대응의 대장정에 나섰다.
이번 12대 정책과제 선정 배경은,
- 헌정질서를 위협한 계엄 시도와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위기 속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는 중앙정치의 문제를 넘어 지방정부의 책임성과 민주성, 일상적 행정과 정책의 문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 그리고 이번 2026년 지방선거는 단순한 인물 선택과 성장 위주 정책이 아니라 도민주권 회복과 도민의 삶을 바꾸는 성숙한 정책 선택의 선거가 요구된다.
- 또한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개별 의제를 넘어, 시민참여·인권·성평등·돌봄·기후·교육·평화가 연결된 종합적 경기도정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그동안의 경과는 아래와 같다.
- 2025년 2월 25일(화) 정기총회 : 2026년 지방선거 대응 결의
- 2025년 9월 10일(수) 운영위원회 : 2026년 지방선거 대응 TF 구성 결정
- 2025년 9월 29일(월) 2026년 지방선거 대응 TF 1차회의 : TF 구성 및
방향 수립과 정책과제 선정 추진 일정 확정
- 2025년 11월 5일(금) 각 영역별 정책과제 제안 취합 및 정리
- 2025년 12월 10일(수) 운영위원회 및 1차 정책워크숍 : 제안 정책 총정리
- 2025년 12월 23일(화) 2차 정책워크숍 : 각 정책과제 발표 및 핵심정책과제 선정 논의
- 2025년 12월 29일(월) 2026년 지방선거 대응 TF 2차회의 : 12대 핵심정책과제 선정 및 기자회견 준비 논의
또한 이번 12대 정책과제 선정의 원칙은,
- 민주주의·기본권 중심 원칙으로 시민 참여 확대와 행정의 투명성·책임성 강화, 차별 없는 도민의 존엄과 권리 보장, 일상에서 체감 가능한 정책을 핵심 기준으로 설정했다.
- 위기 대응과 사회전환 원칙으로 기후위기, 사회적 양극화, 성차별, 돌봄 위기에 대응하는 구조적 전환 과제를 우선 반영했다.
- 실행·협치 기반 원칙으로 지방정부의 조례 등의 제도화가 가능하며, 시민사회·도민·의회가 함께하는 거버넌스 방식으로 추진 가능한 정책 중심으로 선정했다.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성장을 넘어 성숙으로, 도민의 삶을 바꾸는 경기도’라는 슬로건 아래 내세운 ‘경기도 12대 정책과제’는 아래와 같다.
① 시민참여 : < (가칭)경기도민주권 시민참여위원회(또는 경기도시민참여위원회) 설치를 통한 경기도정의 민주성·개방성·책임성·혁신성 강화 >
- (가칭)경기도민주권 시민참여위원회(또는 경기도시민참여위원회) 설치
- 경기도 시민참여 플랫폼 및 정책환류 시스템 구축
② 성평등 : < 경기도 성평등 추진체계 강화 >
- 포괄적 성평등 기준의 도입을 반영한 「경기도 성평등 기본 조례」 개정
- 여성 노동환경 개선 정책 확대를 위한 추진체계 강화
- 「경기도 여성 평화 정책 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
- 성평등 기후 정책 추진을 위한 전담 부서 신설
- 젠더 정의 실현을 위한 노동·돌봄 정책 추진체계 구축
③ 기후환경 : < 경기도 물관리 일원화 정책 시행 – 수자원관리국(가칭) 신설 및 물순환·하천복원 전략 구축 >
- 경기도 물관리 일원화 및 ‘수자원관리국’(가칭) 신설
- 경기도 물순환 촉진 종합계획 수립
- 경기도 하천 복원 및 재자연화 전면 추진
- 물순환 취약성 개선형 인프라 구축
④ 교육 : < 경기도-시·군 공동 ‘교육격차 해소 종합전략’ 수립 >
- 경기도 차원의 교육격차 해소 종합계획 수립 및 지역 맞춤형 예산 배분
- 원도심·농촌 교육력 회복을 위한 별도 교육·문화·진로 인프라 집중 투자
⑤ 문화·예술 : < 예술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생애주기별 맞춤형 사회보장 확대 >
- 청년 예술인 기본소득 도입
- 예술인 참여소득 도입
- 예술인 기회소득 대상 및 금액 확대
⑥ 복지 : < 모든 경기도민이 누리는 돌봄 보장 – 경기도형 통합돌봄 구축 >
- 경기도통합돌봄지원 체계 확대 및 강화
- 경기도형 단기회복형 지원주택(중간집) 모형 개발 및 확산
- 경기도형 지역사회 재활모델 개발
⑦ 사회적경제 : <행정-당사자조직-NGO-의회가 함께하는 정책결정 거버넌스 제도화>
- 「경기도사회적경제 4자 협치 위원회」 설치 및 실질적 권한 부여
- ‘기본사회’ 핵심 공급 주체 지정
- 시·군별 '균형발전 로드맵' 추진
- 다자간 합동 정책 평가 및 환류
⑧ 언론미디어 : <지역신문 공적 지원 체계 구축>
⑨ 인권 : <경기도 차별금지 조례 제정>
⑩ 장애인 : <장애인의 권리가 권리답게 보장되는 경기도>
-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 인건비 별도 편성 및 도비 지원 확대를 통한
도입대수당 운전원 2.5인 보장 계획 수립
- UN탈시설가이드라인에 기반한 경기도 장애인 탈시설 5개년 계획 수립 및 탈시설 지원 강화
⑪ 주거·도시계획 :
- GH 공급 주택 '100% 사용 승인 후 분양' 의무화
- 후분양 재원 안정화 기금 조성 및 재무 구조 개혁
- 무주택자 맞춤형 '경기도형 후분양 브릿지론' 도입
⑫ 평화통일 : <경기도의 평화정책 사업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참여·협력 제도화>
- (가칭)경기도 평화센터 신설 및 (가칭)경기평화회의 구성
- (가칭)경기도 평화.통일.민주시민교육위원회 구성

함께 참여한 단체는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소속 단체와 연대단체들인 경기교육희망네트워크,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경기복지시민연대, 경기시민사회포럼, 경기여성단체연합, 경기여성연대,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경기환경운동연합, 경기민예총, 경실련경기도협의회, 다산인권센터, 참교육학부모회 경기지부, 평화비경기연대, YMCA경기도협의회, YWCA경기도협의회, 경기시민연구소 울림, 사회적경제활성화 경기네트워크, 경기자주통일평화연대, 경기평화교육센터 등 경기도 내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했다.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1월 말까지 경기도 소재 각 정당을 찾아 12대 정책과제를 전달하고 경기도지사 공약반영을 요구하였다.



앞으로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출마예정자, 후보자들 대상으로 정책간담회와 정책제안서를 공식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또한 언론 홍보(보도자료, 기자회견, 언론 정책과제 공론 및 인터뷰) 그리고 대도민 대상 정책과제 온오프라인 홍보(카드뉴스, SNS 캠페인 등)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리고 각 정당의 후보자들이 선정이 되면 후보자별 정책협약식 추진(공개적 서명·사진 공개)과 지방선거 이후에는 후보자별 공약 및 정책 반영 현황을 분석하고 정책선거 대응 평가 및 향후 과제 토론회 개최할 예정이다. 향후에는 당선자 공약 이행 점검 시스템 가동하여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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