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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웹진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2026년 3월 24일 화요일 오후 2시,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4.16생명안전교육원 미래희망관 4층 민주홀을 찾았습니다. 이날 열린 ‘4.16생명안전 웨비나 4차’는 <기후 위기와 재난, 모두의 안전을 묻다>라는 주제로 오후 2시부터 4시 30분까지 현장과 4.16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동시에 진행되었습니다.

    안산에서 오랫동안 안전교육 활동을 해온 사람으로서, 이 웨비나에 참여하는 것은 단순한 공부가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질문 앞에 다시 서는 일이었습니다. 기후 위기가 만들어내는 재난은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바로 우리 동네, 우리 이웃의 이야기가 되고 있었습니다.

     


    416생명안전교육원에 부착된 안내포스터

     

    기후 위기로 인한 한국 사회의 재난 경험 

    첫 번째 발표는 녹색전환연구소 황정화 연구원이 맡아주셨습니다. 스크린 가득 펼쳐진 자료에는 충격적인 통계가 담겨 있었습니다. 기상특보 발령 현황을 보면 2010년과 2024년을 비교할 때 경보와 주의보 모두 급격히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온열 환자 수는 2024년 3,704명에서 2025년 4,460명으로 1년 만에 크게 늘었습니다.

    또한 1910년부터 100년간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은 1.9도 상승했지만, 최근 10년 만에 0.9도 오르면서 기온 상승이 빠르게 가속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제기되었습니다. 2025년 여름 평균 기온은 25.7도, 평균 최고 기온은 30.7도로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한 해로 기록되었습니다.



    '기후 위기로 인한 한국 사회의 재난 경험'을 주제로 발제하는 황정화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황정화 연구원은 지금의 재난은 단지 불운이 아니라 기후 변화가 원인이며, 이는 이미 확정적인 사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목표로 해야 할 방향을 이렇게 제시했습니다.

    “재난을 운 좋게 피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 재난을 당하고도 회복할 수 있는 사회를 목표로 해야 합니다.”

    재난 이후 심리 회복과 관계 회복, 두 가지 모두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말도 인상 깊었습니다. 강릉의 산불 피해 사례를 인용하며, 보상과 재기를 이뤄냈어도 마을과 이웃이 사라진 상실감이 회복을 가로막는다는 이야기는 자리에 앉은 모든 이의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연대하고 연결될 수 있다는 경험, 피해자를 수동적인 지원 대상이 아닌 회복의 주체로 세우는 것이 기후 재난 대응의 핵심 원칙이라는 발표였습니다.


    폭염과 재난, 더위 속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 

    두 번째 발표는 환경정의 활동가 김명철 선생님이 맡아주셨습니다. 기후 위기 당사자들을 직접 취재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발표였습니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온열 질환 추정 사망자 29명 중 70%가 어르신과 장애 당사자였습니다. 신체적, 생물학적 취약성뿐 아니라 경제적 취약성과 주거 취약성이 복합적으로 겹칠수록 피해가 커진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폭염과 재난, 더위 속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주제로 발표하는 김명철 환경정의 활동가
     

    발표에서 소개된 사례들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실제 삶의 이야기였습니다. 고시원 거주자는 복도에 에어컨이 한 대 있지만 온도 조절 권한은 관리자에게만 있었습니다. 시원한 공기를 쐬려면 방문을 열어야 하는데, 그러면 사생활이 침해되기 때문에 결국 더위에 그대로 노출된 채 지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발달장애 당사자는 낮에는 지하철에서, 밤에는 공원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었습니다. 이분에게 가장 필요한 대책이 무엇이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옥상 탈출’이었습니다.

    동자동 쪽방에 거주하는 어르신은 에어컨도 없이 여름을 버티면서, 공공임대주택 신청 대기 번호가 260번 대였다고 하셨습니다. 2년이 지났어도 겨우 몇 십번 대로 내려갔을 뿐이었습니다. 어르신이 바라는 집은 “욕실이 있는 집”이었습니다. 결코 과한 바람이 아닌데도 현실에서는 너무 멀었습니다.

    쪽방촌 주민들의 연간 탄소 발자국은 3.98톤으로 한국인 평균 12.7톤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기후 위기를 만든 책임은 훨씬 작은데, 피해는 훨씬 크게 받는 불균형이 숫자로 드러나는 장면이었습니다.

    에너지 바우처 정책, 무더위 쉼터 정책 등의 한계도 짚었습니다. 지원 제도가 있어도 모르거나, 지원금이 초과될까봐 에어컨을 켜지 않고, 대피소까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은 이용조차 어렵습니다. 또한 관련 정보가 발달장애 당사자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형식으로 전달되어 실질적으로 무용지물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알아보는 '재난 속 지역공동체' 

    세 번째는 2023년 7월 15일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현장에서 활동해온 김혜란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의 발표였습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극한 호우 속에서 미호강 인근 제방이 무너지며 약 6톤의 강물이 430미터 지하차도로 유입되어 14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부상당한 참사였습니다.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음에도 발생한 명백한 인재였습니다.

    충북도의 지하차도 침수 통제 기준은 50cm, 청주시는 30cm였는데 서울·부산의 10~15cm와 비교하면 매우 느슨한 기준이었습니다. 미호강 폭 확장 계획이 오랫동안 지연되다 급하게 추진되면서 안전을 무시하고 제방 절개가 먼저 이루어진 점도 원인으로 밝혀졌습니다. 충북도와 청주시의 재난안전본부가 각자 따로 대응하며 정보 공유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드러났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충북도는 당시 3년 연속 재난안전 평가 우수 기관이었습니다. 형식적인 훈련과 현실 대응 사이의 괴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실이었습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알아보는 재난 속 지역 공동체 구축 방안'에 대해 발표 중인 김혜란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참사 4일 만에 충북 시민사회, 노동단체, 진보 정당이 결집해 시민대책위원회를 꾸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4.16재단이 피해자 권리 교육을 지원했고,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위와도 연대했습니다. 시민 주도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지역 자원을 총동원해 사고 경위를 밝혔고, 이는 2025년 국회 국정조사로 이어졌습니다. 국정조사 결과보고서에는 재난 대응 체계 전면 개편, 피해자 중심의 회복과 배상이라는 대안이 담겼습니다.

    그러나 3년이 지나도록 최고 책임자인 충북도지사는 불기소 처분 상태이며, 충북도의회는 추모 조형물 예산을 삭감하고 ‘혐오 시설’이라는 말로 2차 가해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합동 분향소는 아직도 청주시청 좁은 별관에 머물러 있습니다. 


    경북 산불로 알아보는 재난 속 시민사회의 역할


    마지막으로 4.16재단 부설 재난피해자권리센터의 김서린 활동의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2025년 3월 20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무려 10일간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과 경남 산청·하동·울산 등 10개 시군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총 10만 3,879헥타르의 산림이 소실되어 1987년 산불 피해 통계 작성 이래 단일 산불 중 최대 규모로 기록되었습니다. 사망자 31명, 총 이재민 3,509명, 피해액 1조 818억 원으로 2022년 동해안 산불의 4.51배에 달하는 규모였습니다. 온실가스 배출량만 약 366만 톤 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추정됩니다.

    이에 재난피해자권리센터는 산불 직후 성명을 내고, 피해 실태 조사, 시민사회 간담회, 주민 간담회, 언론 보도 모니터링, 토론회를 체계적으로 이어나갔습니다. 임시 대피소에서 원불교 단체가 식사를 배급하고, ‘덕 프라미스’라는 단체가 비누 받침대를 제공하는 등 국가가 채우지 못한 빈틈을 시민사회가 채우는 모습이 현장 곳곳에서 확인되었습니다.

    안동에서 열린 주민 간담회에는 5개 피해 지역 주민 40명이 모였습니다. 지역별 주민대책위원회는 있었지만 서로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이 자리가 서로를 연결하는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실태 조사 결과에서는 고령 피해자 지원 체계 미비, 임시 주택의 사생활 침해, 재난 심리 회복 체계 부족, 피해 주민의 권리 보장 부재 등이 핵심 과제로 도출되었습니다.

    새로 조성될 마을에 대해 피해 주민들이 바라는 모습을 물었을 때, “에너지 자립 마을”, “공동체가 활발한 마을”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더 나은 공동체를 꿈꾸는 목소리가 남아 있다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경북 산불로 알아보는 재난 속 시민사회의 역할'에 대해 발제한 김서린 4.16재단 부설 재난피해자권리센터 활동가


    이날 웨비나에서 네 명의 발표가 가리키는 방향은 모두 하나였습니다. 기후 재난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오지 않습니다. 가난하고, 아프고, 홀로인 사람에게 더 깊이, 더 오래 남습니다. 그래서 재난 앞에 서는 일은 곧 불평등의 문제를 마주하는 일입니다.

    4.16 이후 안산에서 안전교육을 시작한 사람으로서, 이 자리에서 다시 다짐하게 됩니다. 안전은 지식이 아니라 관계입니다. 혼자 아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이웃이 안전한지, 내 마을이 괜찮은지, 함께 묻고 함께 행동하는 것이 진짜 안전의 시작이라는 것을 오늘 이 자리가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습니다.
     

     


    기후 위기와 재난, 모두의 안전을 묻다
    안산사라

    조회수 325

    202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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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이하 센터) 에디터로 3년을 보냈습니다. 그동안 에디터 활동 자체를 기록할 생각은 못 했지만, 한 해의 마침표를 찍는 시점이 되니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2025년은 1월 1일이 아니라 2024년 12월 3일부터 시작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날은 북부 센터가 있는 의정부에서 4기 에디터 수료식이 있었습니다. 수료식과 함께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애도하며 유가족과 기록 활동가분들을 만나 뵐 기회도 가졌습니다. 참사 이후 산산이 부서진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는 이런 고통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는데요. 그날 밤 무슨 날벼락처럼 12.3 비상계엄이 선포되었습니다. 믿을 수 없는 비상계엄이었습니다. 한 해가 저무는지 밝아오는지, 감각을 잃어버린 채 2025년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마 저와 같은 분들이 많았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2024년 12월 8일 여의도국회앞 / 출처: 에디터 다름
     
     
    영영 안 올 것만 같던 봄이 왔습니다. 5기 에디터로 제가 처음 찾아간 곳은 봄을 닮은 풋풋한 청년들의 발대식 현장이었습니다. 경기도에서 공익활동을 하는 청년들의 네트워크 ‘청플’이 2기를 맞아 한 해 활동 계획과 다짐을 나누는 자리였죠. 이주민, 주거, 에너지, 환경 등 관심 의제도 참 다양했습니다. 활동을 하며 생긴 질문과 의미를 ‘청플’에서 나눌 수 있기를, 연결되는 감각에 울림이 있기를 함께 바라보았습니다.
     
     
    2025년 3월 12일 청플2기 발대식 / 출처: 에디터 다름
     
     
    무척 더울 거라는 올여름에 대한 소문이 무성할 즈음, 5월에는 기후 위기를 고민하는 수원시 세류동 ‘가치가게’를 찾았습니다. ‘옷장 해방일지’라는 행사가 열렸기 때문인데요. 각자의 옷장에 좀비처럼 숨어있는 멋있지만 안 입는 옷들을 꺼내 필요한 사람에게 판매하는 장터였습니다.
     
    “나의 소비와 취향이 더 이상 지구를 해치지 않도록,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 공유하고 실천할 때입니다.”
     
    이 말이 절로 떠오르는 현장이었어요. 5기 에디터 참비움 님도 장터에서 만났는데요. 그날 구입한 중고 체크무늬 셔츠가 최애 옷이 되었다는 후문을 TMI(Too Much Information)지만 덧붙입니다.
     
     
    2025년 5월 25일 세류동 가치가게 / 출처: 에디터 다름
     
     
    소문대로 쨍쨍하고 일렁이는 무더운 여름이 왔습니다. 5기 에디터들이 수원 행궁동에서 사진 실습을 한 날입니다. 에디터 활동을 하며 제가 가장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사진 촬영인데요. 이날 포토이즘 대표 최중명 작가님이 알려준 촬영 비법 중 ‘그림자를 담으라’는 부분에 무릎을 탁 쳤습니다. 7월 한낮, 행궁동 골목을 누비며 사진을 찍었는데요. 빛이 강할수록 짙은 그림자가 또 다른 매력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한 번의 실습으로 사진을 갑자기 잘 찍게 되지는 않았지만, “사물의 그림자를 담으라”는 말은 우리가 어떤 현장에 가서도 기록을 할 때 통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빛나기 위해 오랫동안 드리웠을 그림자에 대해 생각해 보기, 무엇이든 단면만 보지 말고 여러 각도로 조명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촬영 후 식사 시간, 냉면과 함께 맛본 뜨끈한 단팥 옹심이는 정말 별미였습니다. 옆자리 5기 에디터 나미 님이 권해주지 않았다면 몰랐을 맛입니다.
     
     
    2025년 7월 12일 수원행궁동 with 포토이즘 최명중 작가 /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발 빠른 은행잎이 살짝 노란 기운을 띠기 시작하는 초가을입니다. 노란색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안전한 사회를 염원하는 상징색이기도 합니다. 마침 5기 에디터들은 시민기록자 양성교육으로 4.16생명안전교육원이 있는 안산으로 기행을 가게 되었는데요, 그날의 감상을 메모로 남겨두었기에 공유합니다.
     
    “2025년 9월 13일 토요일, 안산 단원고 4.16기억교실에 다녀왔다.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서른의 청년일 이들은 여전히 고등학교 2학년 학생으로 남아있다. 아침 8시부터 밤 10시 야간 자율학습까지 아이들이 일상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교실에는 이들이 품었던 장래 희망, 좋아한 음식, 노래 등을 기록한 명패가 책상마다 놓였다. 생전의 메모와 교실에 다녀간 추모객들의 인사가 고스란히 남아있어 언제라도 이승을 떠난 이들이 교실로 돌아와 살아 숨 쉴 것만 같다. 최근 읽은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생각난다. 제주 4.3으로부터 세월호, 이태원, 최근 아리셀 참사까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되지 못한 숱한 이별들에 숨이 차다. 공동체를 훼손하는 부정의 뿌리가 뽑힐 때까지 죽은 이와 산자는 고단하지만, 함께 부둥켜안아야 한다.”
     
     
    2025년 9월 13일 4.16기억전시관 / 출처: 에디터 다름
     
     
    9월의 마지막 날엔 ‘공익활동 페스타 세계시민대회’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초대 손님으로 지난봄 ‘청플’ 2기 발대식 때 만났던 최승환 위원의 모습이 보여 반가웠고요. 기조 강연을 맡은 국립대만대학교 사회학과 허밍슈 교수의 발언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내란 정국에 저항하는 대한민국 시민들의 모습을 외신들은 역동적이라고 표현하는데요. 허밍슈 교수가 이날 시민대회에 참여한 소감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대만에서 NGO 패널 토론은 이렇게 흥미롭지 않습니다. 창의적인 의견 교환이 인상적입니다. 공익 활동의 생명성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고요. 한국 공익활동의 미래를 보았습니다.”
     
    이날 함께한 활동가들 모두 공감하며 힘을 내는 시간이었습니다.
     
     
    2025년 9월 30일 세계시민대회 / 출처: 에디터 다름
     
     
    다시 돌아온 겨울, 이 글을 쓰며 되돌아본 에디터의 사계절이 어제 일처럼 생생한 것은 남아있는 기록의 힘 덕분입니다. 센터 공익웹진 아카이브와 휴대전화에 저장된 파편적인 메모와 사진들을 다시 조립하며 새삼 깨닫습니다. 다양한 사람과 몰랐던 공익 활동과 연결되었던 순간들이 참 소중하며, 별로 한 일 없다고 생각했던 한 해가 실은 이렇게 풍성했구나를 말입니다.
     
    저는 에디터 활동을 통해 세상을 빛나게 하는 공익활동의 빛뿐만 아니라, 그 빛이 있기 위해 오랫동안 드리웠던 그림자의 깊이까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부둥켜안아야 할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기록은 멈추지 않고 연결은 이어집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공익 활동가분들의 걸음과 다음 계절을 기대하게 됩니다.
     
     

     
    에디터의 사계절
    다름

    조회수 773

    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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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9월 13일 토요일, 시민기록자 양성교육 심화과정 5강 <기억을 걷다>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날의 프로그램은 경기도교육청 4.16생명안전교육원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기억이 아름다운 추억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고통스러운 기억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때론 기억을 기록하는 것이 아주 잔인하게 느껴질 때도 있죠. 심지어 인간의 정신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너무 고통스러운 기억은 왜곡하여 기억하거나 아예 잊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체 왜 이런 고통스러운 기억과 마주해야 하는 걸까요? 이것은 공익활동 아카이브 에디터인 제가 마음 깊숙한 곳에 품고 있던 질문이자 고민입니다. 물론 한 번에 답을 찾을 수는 없겠지만, 이런 제 큰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얻은 기회였습니다.
     
    이미 시간이 꽤 흘렀지만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분명 4.16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이 가슴 아픈 참사는 분명 아프고 잔인한 기억이지만 분명히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린 사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4.16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유족과 그들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이들의 이야기를 기록 및 보존하고 있습니다.
     
    아픈 역사의 상처를 담고 있는 장소를 ‘다크 헤리티지(Dark Heritage)’라고 하는데요. 잘 알려진 것으로는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5.18 기념 공원이나 제주 4·3 평화공원 등이 이런 다크 헤리티지에 속합니다. 그리고 ‘단원고4.16기억교실’도 그중 하나입니다. 이곳의 운영은 4.16기억저장소 활동의 일부인데요. 4.16기억저장소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기록하며 행동하기 위해 유가족과 전문가, 시민이 만드는 기억 공동체입니다. 이곳에서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기억과 기록을 수집, 관리, 전시 및 보존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목표는 ‘기억하고, 기록하며 행동하라’라는 것입니다. 기억을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것으로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연결 짓기 위한 활동인 것이죠. 그리고 이 행동은 세월호 참사의 기억과 기록을 미래세대에 전달해 지속 가능한 안전사회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4.16 기억 저장소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4.16기억저장소는 차가운 바다에서 세월호 참사 유족들을 위로했던 노란 리본과 바람개비로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기억과 기록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배우기 전에 4.16 세월호 참사를 왜 기억해야 하는지에 대한 영상을 먼저 시청했습니다.
     
    영상을 시청하고 있는 모습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다크 헤리티지의 개념과 우리가 왜 이런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기록해야 하는지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포함된 영상이었습니다. 이후에는 함께 희생자들이 머물던 학교 현장을 그대로 재현해 둔 교실로 이동했습니다.
     
     
    4.16 참사 이전에 희생자 중 선생님들이 생활했던 교무실을 방문한 모습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4.16 참사 희생자들과 생존자들이 머물렀던 교실의 기록을 살피는 모습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4.16 참사 희생자들을 향한 방문자의 메시지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2층은 7반부터 10반까지, 3층은 1반부터 6반까지 있었습니다. 이 교실은 원래 있던 건물을 허물고 다시 증축한 건물인데요. 본래 단원고 학생들이 머물던 공간이 10개 반 형태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복원하고자 건물을 다시 짓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사물함, 교과서, 급식 표, 출석부 등 학교생활할 때 사용했었던 모든 것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교무실도 건물의 벽, 뼈대, 바닥, 소모품인 형광등을 제외하고는 모두 그대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사실 4.16기억교실에 있는 모든 것은 국가기록원에 국가 기록물 제14호로 등재 되어 있고 단원고 생존자, 희생자 학생들의 개인 기록물과 세월호 선체 인양 후, 배에서 나온 기록물 역시 제14-1호로 등재되어 보존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의 물건을 함부로 훼손하거나 위치를 바꾸는 등의 일을 하면 절대 안 됩니다.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머물렀던 공간을 돌아보면서 이 기록물들에 관해서 설명해 주신 분은 4.16 세월호 참사 희생자 학생의 어머님이셨습니다. 당시를 누구보다 처절한 심정으로 겪어온 분의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기억과 기록이라는 것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아주 고통스러운 기억이지만, 그 기억을 나눔으로써 더 많은 사람이 이 참사에 대해 알고, 기억하고, 기록하게 되니 말입니다. 이곳에서는 매월 셋째 주 토요일에 생일인 희생자들의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 행사가 진행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직 부재를 인정하기 힘들어서 사망 신고를 하지 않은 부모님들도 계십니다. 누군가에게는 과거의 기억이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여전히 현재처럼 이어지고 있는 일들도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것 역시 기록의 힘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억 교실을 돌아본 후, 임시 분향소가 있었던 곳과 세월호 참사 이후 단원고에 전해진 많은 이들의 위로와 응원, 애도의 흔적들을 찾아갔습니다.
     
     
    소생길(소중한 생명길)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단원고등학교를 방문하고 있는 모습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단원고등학교를 오가는 길에는 ‘소중한 생명길’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마을의 슬픔을 기억하고 희망을 찾기 위해서 2015년부터 고잔동 마을 주민과 단원고등학교 학생의 이야기를 모아서 겹치는 부분을 벽화에 담은 것입니다. 소중한 생명을 잃은 고잔동 마을에 작은 희망의 씨앗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만든 이 길을 걸으며 다시 한번 기록의 중요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방한 당시 추모와 애도의 마음을 담아 전달한 목련 나무(왼), 4.16 세월호 참사 추모 조형물(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단체사진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단원고등학교에는 4.16 세월호 참사 추모 조형물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당시 단원고에 애도의 뜻으로 전달한 목련 나무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런 기록들은 단원고등학교 학생들뿐만 아니라 기록을 접하는 모든 이들이 안전한 사회를 향한 의지와 희생된 이들에 대한 애도를 잊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4.16 기억 전시관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다음으로는 4.16 기억 전시관으로 향했습니다. 4.16 기억 전시관에는 하늘의 별이 되어버린 희생자들을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4.16 기억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는 수강생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4.16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작품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이곳에는 자식들을 향한 부모들의 절절한 마음과,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켜주지 못한 어른들의 아픔 그리고 떠나간 이들을 추억하는 모든 사람의 마음이 차곡차곡 기록되고 있었습니다.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마음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는 수강생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마음이 담긴 기록들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기억을 걷다> 프로그램을 수강하는 수강생들도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기록에 동참하였습니다.
     
    <기억을 걷다> 프로그램은 수강생들 모두에게 왜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아픈 기억을 되돌아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었습니다. 그 기록은 계속해서 퍼지고 퍼져서 우리의 슬펐던 마음을,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발버둥 쳤던 용기를, 그리고 슬픔에 공감하며 눈물 흘렸던 서러움을 전달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기록을 통해서 희생자들은 잊히지 않고 우리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슬픈 역사의 희생자들과 생존자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슬퍼했던 이들을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지키는 것이 공익활동 기록의 소명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그 기록은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기록의 소명은 비로소 기록을 열람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자리 잡았을 때 마무리되는 것이니까요. 노란 민들레가 흰 홀씨가 되어 퍼져가듯, 여러분의 마음에도 이 기록이, 그리고 4.16 참사 희생자와 생존자들의 이야기가 닿기를 바랍니다.
    
     

     

     

    [현장스케치] 시민기록자 양성교육 심화과정 <기억을 걷다>
    옐로 구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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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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