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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미리캔버스 @midaspil
     
     
    
    ● 무연고자의 정의 및 현황
     
    무연고자는 일반적으로 연고자가 존재하지 않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거나,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경우를 모두 포함하여 정의합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무연고 시신의 범위를 “연고자가 없거나 알 수 없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의 지침에서는 여기에 “연고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경우”를 추가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법과 행정 지침은 현실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는 사망자의 상황을 반영하고자 범위를 확대해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무연고자’라는 단어에 고립되고 외로운 삶을 떠올립니다. 실제로 ‘무연고 사망자’라는 표현은 개인의 삶을 단순히 ‘연결된 사람이 없는 사람’으로 오해하게 만들고, 고인의 복잡하고 다면적인 삶의 맥락을 지워버립니다. 그러나 실제로 무연고 사망자의 다수는 고립된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한 것이 아니라, 가족과 사회적 인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이유로 장례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실제로 무연고 사망자의 약 70% 이상은 ‘연고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기피한 경우’로 분류됩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고립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 가족 간 단절, 법적 책임 회피 등의 현실적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음을 보여줍니다. 2020년 기준으로 시신 인수를 거부한 연고자는 약 2,200명 수준이었지만, 2023년에는 약 4,000명 이상으로 급증하였으며, 그 비율 또한 74.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통계는 단지 숫자에 그치지 않고, 한국 사회에서 고령화와 빈곤, 가족 해체가 죽음의 양상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드러냅니다.
     
     
     
     
    무연고 사망자의 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에는 1,025명이었던 무연고 사망자 수는 2023년 기준으로 5,415명을 넘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불과 10년 만에 약 5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이며, 그 배경에는 고령화 사회의 가속화, 급속한 1인 가구 증가, 전통적인 가족 구조의 해체, 사회적 고립 등의 다양한 요인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연령별 분포를 살펴보면, 무연고 사망자 가운데 70세 이상 고령층이 약 41.5%, 60대가 약 31.5%를 차지하고 있으며, 50대 이하의 중장년층도 상당수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성별로는 남성이 약 74%로 여성을 크게 웃돌고 있습니다. 이러한 통계는 특히 노년기에 이르러 사회적 관계가 끊기고, 경제적 기반이 없는 이들이 쉽게 무연고자로 전락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무연고 사망자 수는 지역별로도 편차가 존재합니다. 경기도는 수도권이라는 지리적 특성과 인구 규모,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무연고 사망자가 많은 지역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8년 경기도의 무연고 사망자 수는 466명, 2019년에는 615명, 2020년에는 681명으로 증가세를 보였으며, 이후에도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처럼 무연고 사망자는 단순히 고립된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복합적인 구조적 문제의 결과이며, 이제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보편적인 삶의 마지막 장면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무연고자의 증가는 단지 장례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복지체계와 공동체의 책임, 그리고 인간 존엄성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는 문제입니다.
     
     
    ● 무연고자의 주요 특징
     
    무연고자의 특징은 단순히 ‘연고자가 없는 사람’이라는 단어로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이들은 연령적, 경제적, 사회적, 제도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무연고’라는 분류에 이르게 된 사람들입니다. 특히 이들의 삶의 배경과 죽음의 과정을 살펴보면,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들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첫 번째로, 무연고자의 연령 분포는 명확히 고령층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전체 무연고 사망자 중 60세 이상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특히 70세 이상 고령자는 4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60대와 70대가 중심을 이루고 있으며, 80대 이상도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이는 한국 사회의 고령화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고령자들은 은퇴 후 정기적인 소득원이 끊기고, 배우자의 사망이나 자녀와의 관계 단절 등으로 인해 돌봄의 범위가 급격히 좁아지게 됩니다. 특히 1인 가구로 노후를 보내는 이들은 육체적·정서적 고립 상태에 놓이기 쉬워 무연고자로 분류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경제적 빈곤은 무연고자가 되는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입니다. 무연고 사망자의 가족이나 연고자가 존재하더라도, 장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가 다수를 차지합니다. 실제로 2023년 기준 무연고 사망자의 약 74%는 가족이 있음에도 경제적 사정 등으로 장례를 포기한 사례였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2015년에 발표한 장례비용 관련 자료에 따르면 평균 장례비는 1,380만 원에 달하며, 이는 중산층 이하 가정에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조의금 등으로 일부 충당이 가능하더라도, 초기 비용과 급작스러운 사망의 경우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은 장례 참여를 포기하게 만드는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세 번째로, 사회적 고립 역시 무연고자 발생의 중대한 배경입니다. 특히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된 이후 공동체 기반이 무너지고, 이웃과의 교류가 줄어든 것이 결정적인 원인 중 하나입니다. 1인 가구로 살아가는 노인들 중에는 가족은 물론 이웃과도 단절된 채 지내는 경우가 많으며, 병원이나 요양 시설, 고시원, 쪽방 등에서 홀로 숨을 거두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은 평소부터 돌봄의 사각지대에 있었고, 사망 이후에도 아무도 그 죽음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고립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와 공동체 전체의 돌봄 시스템이 약화된 결과이기도 합니다.
     
    네 번째로는 법적·제도적 한계가 있습니다. 현행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나 관련 지침에서는 연고자의 범위를 부모, 자녀, 배우자, 형제자매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다양한 가족 형태가 존재하며, 사실혼 배우자, 오랜 친구, 며느리나 사위 등 실질적 관계가 법적 관계를 대신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법적으로 연고자가 아니기 때문에 시신 인수나 장례 주체가 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10년 이상 함께 살아온 사실혼 배우자가 있어도, 그 관계를 증명할 법적 문서가 없다면 장례 절차에 참여조차 하지 못하고, 행정적으로는 ‘무연고자’로 분류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이러한 제도적 제한은 단지 형식적인 문제가 아니라, 고인의 삶과 관계를 부정하고, 남겨진 사람에게 또 다른 상처를 남기는 원인이 됩니다. 결국 무연고자로 분류되는 많은 사례들은 진정한 ‘무연고’가 아닌, 법과 제도의 한계, 사회적 구조의 문제, 경제적 불평등이 만들어낸 행정상의 ‘무연고’일 뿐입니다. 이러한 현실은 무연고자 문제를 단순한 장례 문제로 국한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이는 고령화, 빈곤, 가족 해체, 사회적 단절이라는 사회 구조 전반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으며,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위한 제도적 보완과 공동체적 인식의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영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 경기도의 공영장례 정책
     
    경기도는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장례 절차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이들의 죽음이 외롭고 소외된 방식으로 마무리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의 주요 목적은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통해 사망자의 존엄을 지키고, 위생상 위해 요소를 방지하며,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을 실천하는 데 있습니다. 지원 대상은 경기도 내에서 사망한 무연고자로 한정되며, ‘연고자가 없거나, 알 수 없거나,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기피한 자’가 모두 포함됩니다. 이는 단순히 혈연이 없다는 개념을 넘어, 현실적으로 관계가 단절되었거나, 경제적·법적 사유로 인해 가족이 시신을 인수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포괄하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 절차에 필요한 비용을 시·군 보조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1인당 최대 160만 원까지 장례비를 지원합니다.
     
    이 비용에는 장례식장 사용료, 염습, 수의, 입관, 운구, 화장 또는 매장, 위패 설치, 추모의식 등의 기본적인 장례 절차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일부 시군에서는 여건이 허락되는 경우, 조문객을 위한 간소한 빈소를 마련하거나, 지역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시민참여형 공영장례를 시범적으로 추진하고 있기도 합니다. 공영장례의 신청은 온라인 또는 관계 기관의 협조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일반적으로 병원, 요양기관, 경찰서, 사회복지기관, 장례업체 등에서 무연고 사망자를 확인한 후 관할 지자체에 장례 지원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후 지자체가 대상 여부를 판단하고, 협약을 맺은 장례업체를 통해 장례가 집행됩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몇 가지 실질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유족의 배제’입니다.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되면, 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순간부터 모든 장례 절차의 주체가 장례업체와 지자체로 넘어가게 되며, 유족은 더 이상 장례에 개입할 수 없게 됩니다. 시신 처리 위임서를 제출한 유족에게 장례 일정이나 진행 상황이 통보되지 않아, 고인의 마지막을 지켜볼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인간적인 상실감과 죄책감을 더욱 깊게 만들며,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합니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경기도만의 상황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에서는 ‘나눔과 나눔’이라는 시민단체와 협력하여 무연고 사망자의 공영장례에 일반 시민들이 조문할 수 있도록 빈소를 개방하고 있으며, 고인을 기억하는 기록도 함께 남기고 있습니다. 부산의 경우도 ‘반빈곤센터’와 같은 단체가 공영장례에 참여하고, 사별자를 위한 애도 공간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들 지역은 단순히 행정 절차로서의 장례를 넘어,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공동체적 장례문화’로 발전하고 있는 사례입니다. 반면 경기도는 제도적 토대는 마련되어 있지만, 서울이나 부산처럼 전용 빈소를 운영하거나 시민 참여를 장려하는 구조는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공영장례의 신청과 집행이 대부분 장례업체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장례의 공공성과 인간적 의미가 희석될 위험도 있습니다. 일부 장례업체는 공영장례를 ‘사진만 찍고 곧바로 처리하는 형식적 절차’로 운영하며, 고인을 추모할 최소한의 공간과 시간을 마련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경기도는 앞으로 공영장례 제도의 실질적 의미를 살리기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유족에게 장례 일정을 안내하고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 시민들이 조문할 수 있는 공간 마련, 장례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그리고 공영장례 운영 전담 조직의 설치 등이 필요합니다. 장례는 단순한 시신 처리 과정이 아니라, 고인을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사회적 관계를 회복하는 중요한 의식이라는 점에서, 행정 효율보다 인간 존엄에 무게를 두는 접근이 절실합니다.
     
     
    ● 공영장례의 사회적 의미와 향후 과제
     
    공영장례는 단순히 고인의 장례 절차를 국가나 지자체가 대신해 주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는 사회가 마지막까지 한 개인의 삶과 죽음을 책임지고, 그의 존재를 잊지 않겠다는 공동체의 의지를 보여주는 실천입니다. 무연고 사망자에게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애도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공영장례는 이러한 변화의 출발점이 되고 있습니다.
     
    공영장례의 의미가 온전히 실현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제도적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첫째, 공영장례의 대상자, 절차, 일정 등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되어야 하며, 유족이나 지인, 시민이 장례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보 제공 체계가 강화되어야 합니다. 현재는 시신 처리 위임서를 작성한 유족조차 장례 일정을 알지 못하는 일이 많아, 애도할 기회조차 잃고 있습니다. 둘째, 장례업체 중심의 획일적인 집행 구조를 개선하고, 유족이나 시민사회가 장례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편해야 합니다. 무연고 사망자라고 해도 고인을 애도할 사람이 존재하며, 이들의 참여를 막는 현 체계는 장례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습니다. 셋째, 부고 알림 시스템 구축도 시급합니다. 시민이 자발적으로 조문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장례 일정, 장소, 고인의 기본 정보 등이 공개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별빛버스’나 온라인 추모 공간을 운영하고 있으나, 전국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영장례는 고인을 기억하는 사회적 의식의 장이며, 살아 있는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맞이하게 될 죽음의 형태를 미리 고민하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경기도는 단순히 비용을 지원하는 행정 차원을 넘어, 공영장례를 통해 ‘삶의 마지막을 존중하는 지역사회’라는 가치를 실현해야 합니다. 무연고 사망자라는 단어가 더 이상 외로움의 상징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마지막까지 함께한 존재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전환이야말로 공영장례의 궁극적인 사회적 의미라 할 수 있습니다.
     
     

     
    누가 이들을 ‘무연고자’라 부르는가… 죽음마저 외롭게 만드는 사회
    주야

    조회수 328

    2025-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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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알려진 것 같지만 잘 모를 수 있는 곳 연천. 연천을 보면 대한민국 생태계를 알 수 있다는 말은 과언이 아닐 정도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는데요. 특히 잘 보존된 습지에 많은 동·식물들이 자라고 있어 높은 생물 다양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태 보존 가치에 주목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는 연천 환경 보호를 위한 2차 포럼을 개최하였는데요. 그 현장을 다녀와 봤습니다!
     
     
    지속가능한 연천군 자연 생태계를 위한 포럼이 "연천의 생태 보전 시민과학에서 길을 찾다"라는 주제로 진행되고 있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연천의 생태 보전 시민 과학에서 길을 찾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포럼은 연천희망네트워크와 협력하여 개최됐습니다. 연천 자연 생태 보전에 관심 있는 주민, 공익활동가, 전문가 등이 자리해 주셨고 전문가들의 패널 토크와 시민과 함께하는 플로어 토크로 진행됐습니다. 사회는 강신호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소장께서 담당하셨습니다.
     
     
    패널 토크
     
    1. 오창길 (사단법인 자연의 벗)
     
     
    사단법인 자연의 벗 오창길 이사장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기조 강연으로 오창길 사단법인 자연의 벗 이사장은 “생태 보전을 위한 시민 참여 사례”를 보여주었는데요. 일본과 한국의 예시를 주로 소개하였습니다.
     
    대표적인 일본 사례로 이시카와 현의 '제비 프로젝트'가 있는데요. 매년 5월 10일 ~ 16일에 시행되는 애조(愛鳥) 주간에 초등학생들이 줄어드는 제비를 조사하며 새에 대한 흥미를 일으키는 활동입니다. 또한 이즈미시의 두루미 보호 활동도 있는데요. 이즈미 시립 소우 중학교 '두루미 클럽(두루미 보호단)'이 생겨 1997년부터 28년 연속 1만 마리 이상의 두루미가 도래하는 성과를 냈습니다.1)
     
    우리나라에서는 사단법인 자연의 벗에서 진행하는 '독수리하늘길 지키기' 운동이 있는데요. 독수리는 과도한 방목/도시화, 농약 중독, 송전선 충돌 등으로 인해 멸종 위기종이 됐습니다. 따라서 먹이 주기, 독수리 포럼, 독수리 모니터링 등의 활동을 통해 독수리를 보호하고 있고 1,000마리의 독수리들이 증가해 도래하고 있습니다.
     
    또한 '바다거북 놀당갑서'라는 활동도 하고 있는데요. 제주 해안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인공조명, 사람이 파놓은 모래 등의 원인으로 바다거북이 산란하지 않거나 폐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녀와 에코 다이버의 바다거북 모니터링/수중 청소, 산란지 조사/보호 조례 제정 추진, 빛 공해 저감 등을 통해 바다거북이 돌아오게끔 하고 있습니다.
     
     
     
    2. 이강협 (국립수목원 전문 연구원)
     
    국립수목원 이강협 전문 연구원이 패널로 참여해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다음은 이강협 국립수목원 전문 연구원이 “연천의 습지식물과 습지 생태환경 보전의 중요성”에 관하여 강연해 주었습니다. 습지의 주요 기능인 수질정화, 영양분과 먹이 공급, 기후 조절 등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통현리 습지를 중심으로 연천이 지닌 소중한 자연자산에 주목하였습니다.
     
    연천의 습지는 임진강 주변의 하천형 습지, 산지습지, 은대리 습지 등 생물 다양성이 높은 곳이 많은데요. 특히 통현리 습지는 군 훈련장으로 사용돼 일부 매립되기도 했지만 멸종 위기 생물종이 다수 확인되며 보호 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높은 시민의 관심과 지속적인 관찰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과거 제주 비자림의 경우 50년 된 삼나무를 베고 왕복 4차로 구역으로 확장하면서 생태계 무너짐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과 시민 단체들이 있었는데요. 당시 등장한 문제 중 부실한 환경영향평가, 관련 법의 한계, 개발 위주 정책 등과 함께 시민들의 부족한 생태 지식도 안타까웠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연천에서도 습지 서식 생물종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무엇보다 우선이 돼야 한다고 말씀하였습니다.
     
     
    cf) 연천 자연환경의 높은 가치로 인해 유네스코 다중 지정 지역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 참조 부탁드립니다.
     
     
    플로어 토크
     
    강연 후 플로어 토크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다음은 시민들과 함께하는 플로어 토크가 진행됐습니다. 이강협, 오창길 전문가와 함께 얘기한 주요 질문을 정리해 Q&A 형식으로 요약해 보았습니다.
     
    1. 연천 생태 보존을 위해 지자체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강협) 행정 기관이 보는 자연은 이용 수단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힘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창길)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처럼 중간 조직이나 행정 지원조직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혹은 핵심 지역 주민을 만나 지역 문제, 환경 운동, 특히 행정에 관심이 많은 분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 연천의 관광 유치, 생태 교육, 인식 개선 등의 목표를 총체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까요?
    이강협) 지역 주민들이 제일 사랑하는 종과 지식이 기본적으로 있어야 가능합니다.
    오창길) 연천은 DMZ를 주축으로 생태 관광을 핵심 사업으로 해야 합니다. 특히 어린이들 대상의 환경축제와 같은 생태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숙박 형태를 통해 현장을 느끼게 해야 합니다. 연천만의 한정판 굿즈 사업 등도 좋은 예시가 될 것 같습니다.
     
    3. 임진강 평화습지원과 댑싸리 공원의 가치는 어느 정도 되나요?
    이강협) 생태 관광 효과 면에서 좋지만 주변 경관과 생태계를 해치는 요소가 발생한다면 걱정됩니다. 따라서 지역 구성원이 생태 지식을 쌓고 소통해야 균형적인 발전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4. 일본의 제비 프로젝트를 보면 전체주의적 시각으로 강제적인 환경 교육을 실시하는 거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오창길) 환경 교육은 생존 교육입니다. 우리도 의무 교육인데 교육청/시민 단체/환경부 모두 사업의 전후 평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제비 프로젝트가 지역의 전통이 됐고 일본 학부모들이 희망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오래된 연구에서는 위인들 100명의 유일한 공통점이 도시에 강이 흐른다는 결과를 낸 적도 있습니다. 부정적인 영향은 없을 것입니다.
     
    5. 습지가 있다는 것과 습지로 지정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이강협) 지정 습지는 국가에서 관리합니다. 문제는 습지의 가치가 평가절하돼 전 세계적으로 매립된다는 점입니다. 예로 이탄습지는 온도가 낮아 물이끼가 식물들이 죽을 때 썩지 않고 쌓이게 해 타 생물의 서식지가 되고 이산화탄소를 많이 흡수해 기후 위기를 저해하고 있습니다. 작은 습지의 힘은 어마어마합니다.
     
    6. 연천의 시민 단체에서 지역 생태 자원을 알리고 교육하고자 할 때 어떤 방식으로 시작할까요?
    이강협) 생물 사진전과 같은 문화·예술 활동을 제공해 보세요.
    오창길) 2020년대 이후 성공적인 환경 운동 사례로 ‘제로 웨이스트 숍’, ‘플라스틱 방앗간’ 사업을 들 수 있는데요. 플라스틱 방앗간은 5년간 3,000명의 참여 인원이 늘었습니다. 이처럼 연천도 두루미 사업을 고안해 보고 유료 진행 후 기금 조성을 통해 보존 활동을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인터뷰
     
    현장에 참석하신 공익활동가이자 지역 주민을 인터뷰한 내용을 Q&A 형식으로 요약하였습니다. 김00(새와 생명의 터), 김**(생태 세밀화가)분이 참여해 주었습니다.
     
    1.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00) 몰랐던 생태 교육 활동을 알 수 있어 유익했고 관련 전문가랑 같이 연천의 멸종 위기식물을 탐구해 보는 활동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김**) 다른 사례들을 참고해 연천의 생태 보존의 방향성을 깨달은 것 같아요. 연천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의논을 모아서 뭔가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연천 생태 보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김00)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어 기후 위기 등에 관심이 많다 보니 흥미를 가지게 됐습니다.
    김**) 생태계가 살아있는 연천이 좋고 생물을 그려 보존 활동을 알리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양강(兩江)사계’ 전시도 현재 하고 있습니다.
     
    3. 주민으로서 연천의 생태 보존 현장의 장점과 단점이 있을까요?
    김00) 장점: 좀 더 보존된 환경이 많아서 다양한 생물들을 볼 수 있어 좋습니다.
    단점: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보존 활동과 정책으로 연결되는 점이 부족합니다.
    따라서 연천군과 시민들의 관심이 더 높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김**) 장점: 오늘과 같은 포럼들이 열려 연천 환경에 관심이 많아질 때 좋습니다.
    단점: 쓰레기 매립지, 댐 등의 시설들이 들어올 때 속상합니다.
    따라서 시민들은 힘을 키우고 연천군은 지역 홍보에만 집중하지 말고 본질적인 자연 보존에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4. 오늘 이후로 환경 운동에 대한 관심이 증가됐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렇다면 무엇을 실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김00) 네. 우리 지역에 대한 관심을 더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김**) 우리 주변에 무엇이 살고 있고 문제인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환경의 가치를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5. 향후 연천 환경 보존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싶으신가요?
    김00) 사진을 많이 찍어서 생태계에 대한 지식을 쌓고 싶어요.
    김**) 아무리 사소해도 꾸준히 ‘같이’하는 시민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6. 정부/지자체/시민 사회가 어떻게 연계해야 공익활동이 활성화될까요?
    김00) 토론회가 많아지길 바랍니다. 이후 일방적이지 않고 서로 맞춰가는 정책들이 많아졌으면 해요.
    김**) 정부: 방향성을 올바르게 제시해야 합니다.
    지자체: 개인적으로 철원의 ‘여성 농업인을 위한 생태 세밀학’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처럼 지자체의 공무원들이 주민들에게 열린 환경 사업을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민: 정부의 정책 실현에 관심을 가지고 올바르게 집행될 수 있도록 바탕을 제공해야 합니다.
     
     
    단체사진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포럼이 끝난 후 바라본 강연 무대 위에 설치한 친환경 생분해 현수막은 매우 인상적이었는데요. 사소한 물건 하나까지도 환경 보호 활동으로 승화한 센터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노력처럼 센터는 올해 추가 원탁토론회를 열어 구체적인 연천군 생태 보전 방안을 마련하는 장기 마라톤을 펼칠 예정인데요. 39명의 지속 가능한 연천의 자연을 바라는 소원이 먼발치의 꿈이 아닌 발치의 꿈으로 이뤄지길 바라겠습니다.
    
     
     
     

     
    [현장스케치] 대한민국 생태계의 보고, 연천을 잘 알고 계시나요?
    초스코스

    조회수 354

    202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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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 100. 세계의 기업이 무한한 재생에너지에 주목하는 것처럼, 우리는 ‘지속가능성’이라는 공공의 가치가 주목받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 다양한 청년 공익활동가들의 지속 가능한 활동의 중요성도 대두되고 있는데요. 따라서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는 청년 활동가들의 현실과 미래 가능성을 들여다보기 위한 2025 청년활동가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이른바 “N년 뒤, 나는 여전히 활동가일까?” 간담회였는데요. 그 활기찼던 현장으로 같이 떠나보시죠!
     
     
    청년 활동가 간담회 <지속가능한 공익활동을 위한 질문 - N 년 뒤, 나는 여전히 활동가일까?>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유명화 센터장의 개회사로 문을 열었다.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이번 행사는 청년 플로우 2기가 주관하였고 지속 가능한 공익활동에 관심 있는 30여 명의 청년들이 자리해 주셨습니다. 오늘을 통해 모두가 청년 공익활동 실태와 주요 과제를 도출하고 정서적 교류를 하길 희망하였습니다. 또한 청년 네트워크 구축과 청년 플로우 위원회의 활동도 내실화하기를 목표하였습니다.
     
     
     
    발제
    ● 강필준(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강필준 활동가(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가 "<공익활동가 지수>로 보는 청년 공익활동가의 현실"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이번 간담회는 두 가지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기획되었습니다. 먼저 사단법인 시민이 2023년에 연구한 「한국 청년층의 시민사회 공익활동 현황조사」를 통해 청년들이 공익활동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또한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에서 진행한 「2025 공익활동가 지속 가능지수 연구」의 '공익활동가 지수' 항목을 바탕으로 청년 공익활동의 문제점들을 추려 이야기해 보는 토크 자료를 만들었고 청년 플로우 2기 논의의 주요 의제로도 채택하기로 하였습니다.
    발제는 강필준 활동가가 준비한 “<공익활동가 지수>로 보는 청년 공익활동가의 현실”이었는데요. 우선 청년 공익활동가 지표를 통해 우리들의 삶을 돌아보았습니다. 경제적 여건(평균 값)에서 급여는 2,170,000원(세전/2025), 부채는 18,270,000원(일반청년x1.5), 주거비용은 월 574,350원이었습니다. 최저임금 미만 활동가는 5명 중 1명, 기대출 평균 이율은 11.7%(시중은행 평균 4%)를 기록하였습니다. 사회적 여건에서 1인 가구 활동가는 65.2%(평균 56.9%), 평균 관계망은 6명(평균 3.7명), 활동 중점 업무는 의제 41%/서비스 58%를 기록하였습니다.
     
    나아가 공익활동가 지수를 토대로 청년 공익활동의 현실을 수치화하여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공익활동가 지속 가능지수는 2020년에서 2025년까지 60점대로 낮은 점수에 머물러있고 특히 청년 활동가는 올해 60.7점(전체 65.4)으로 활동 만족도/동료 관계/역량 등에서 비교적 낮은 점수를 기록하였습니다.
     
     
    플로어 중 한 명이 공익활동가 지수 측정 항목을 살펴보며 공감 가는 부분을 선별하고 있다.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특히 조직 문화(자율성/의사소통/민주적 의사결정)에서 평균 약 3.65로 전체 집단 중 제일 크게 낮은 점수를 보였습니다. 활동가 정체성/만족도도 가장 많이 하락하고 있는데요. 정체성(사명감/비전/자부심)과 만족도(적극성/지원/발전) 평균 수치는 3.58, 3.64로 전체 집단 중 제일 큰 점수 차이를 보였습니다. 반면 Z세대에 이를수록 급여 만족이 약 3.2점을 기록하며 전체 집단 중 제일 큰 점수 차의 만족도를 보였는데요.
    이를 통해 청년 활동가들의 경제적·사회적·심리적 어려움과 조직문화 과제를 고민하게 됐고 장기적 가능성이 있는 시민운동의 방향성을 마련하는 것에 크게 공감하게 됐습니다. 더 깊은 이야기는 패널토크를 통해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패널토크
    ● 사회자: 최승환(의정부 자연에너지 협동조합)
    ● 패널
    1) 김누리(사회적협동조합 지리산 이음)
    2) 강필준(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3) 유보희(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정책협력팀)
     
     
    “N 년 뒤, 나는 여전히 활동가일까?”라는 주제로 패널토크 중 김누리 패널이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이어진 패널/플로어 토크에서는 “N 년 뒤, 나는 여전히 활동가일까?”라는 주제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을 진행하기로 하였는데요. 앞서 살펴본 공익활동가 지수를 바탕으로 큰 공감대를 형성한 문항들을 선별해 토의하기로 하였습니다. 주요 내용을 Q&A로 정리하였습니다.
     
     
     
    1. 급여 액수는 적절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유보희) 연구 결과에서 만족도가 높아졌어도, 3.0점 대는 여전히 낮은 점수라고 생각해요. 시민운동이 돈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고, 최저임금 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단체 회원의 회비로 운영되는 비영리단체의 특성상 회원이 줄어들면 운영비 부족이라는 한계는 늘 존재해왔어요. 혼자 활동할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결혼이나 출산과 같은 삶의 변화를 겪으면서는 적은 급여가 점점 더 크게 다가왔어요.
     
    김누리) 급여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 의아했어요. 한편 이해가 되는 건 비영리사업이고 청년의 낮은 연차로 볼 때 만족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 플로어) 노동 인식이 개선되면서 최저임금법을 준수하는 단체가 많아져 급여 만족도가 상승하지 않았을까요?
     
     
    2. 업무의 전체 흐름을 알고 계십니까?
     
    김누리) 일종의 잘 갖춰진 플랫폼이 없어 인수인계가 잘 안되는 경우가 많아요. 조직문화 워크숍을 진행할 수 있지만 보편적인 시민 단체의 문화는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주먹구구식의 일을 지양하고 공통의 목표를 확실히 성립해 장기적으로 조율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강필준) 부서를 자주 옮겨 다녀서 업무 전체의 흐름을 익히기 힘든 경우가 많아요. 해결책으로는 서울시NPO지원센터 당시의 ‘활동가 도구상점' 같은 플랫폼이나 다른 중간지원조직의 체계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유보희) 소규모 조직에서는 모든 일을 함께 하고 있어서 전체 업무의 흐름을 파악하기는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인원이 적은 거에 비해 1년 치 기존 사업도 많고, 시민단체 특성상 매번 발생하는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이 추가되면서 예측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어요.
     
    최승환) 제가 있는 곳은 2명이 속한 단체라 홍보부터 결산까지 업무의 전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힘에 부칠 때가 있어요.
     
    김누리) 활동 초반에는 또래 동료들과 왠지 비교되거나 특히 피드백을 받지 못할 때 잘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어요. 특히 중간관리자의 애매한 업무 지시 등으로 내 업무 방향과 목표를 상실했을 때 힘들었던 경험이 있었어요. 사수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N 년 뒤, 나는 여전히 활동가일까?”라는 주제로 패널토크 중 유보희 패널(왼), 최승환 사회자(오)가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3. 조직문화를 점검하는 공식적인 시간이 있습니까?
     
    강필준) 동행은 3명에서 14명의 조직으로 커진 상태인데요. 최근에 리더십 강의를 내부에서 진행하였는데 담당자도 잘 모르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외부 전문 코치나 단체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승환) 보통 5인 이하의 단체들이 많아서 조직 문화가 생략되는 경향이 있는 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플로어 1) 재단법인 아름다운 가게에서는 워크숍 등을 통해 미션/비전/핵심가치 등을 점검하고 각 부서/사업처/국 별로 일의 방식을 만듭니다. 컴퓨터 바탕화면 개선 등 아직은 초기지만 시작하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 플로어 2) 일 터질 때만 조직 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패널토크와 플로어 토크를 자유발언+오픈채팅방을 통해 이어가고 있다.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4. 활동가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계시나요?
     
    강필준) 최소한의 환경 보장이 된다면 청년 활동가들은 자부심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공익 활동은 내가 선택해서 참여하는 거잖아요.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최승환) 개인적으로 활동 단체에 후원금을 낼 때 자부심이 생겨요.
     
    5. 꾸준한 공익 활동을 하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최승환) 8년 동안 공익 활동을 하면서 좋은 환경에서 좋은 동료들과 같이 일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강필준) 활동가도 부자가 될 수 있을까요?(웃음) 국정기획 회의 등에서 청년 공익활동가의 이슈가 나와야 하고 사회적으로 관심받고 인정받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누리) 지리산 이음의 ‘변화를 만드는 사람’을 통해 청년 활동가들의 인터뷰를 진행했던 것처럼 시민들에게 우리를 알리는 인터뷰나 사례들을 많이 모집하고 싶습니다.
     
    유보희) 공익 활동가도 이제는 직업으로 인정받는 시대에요. 그렇기에 우리의 활동이 노동으로 존중받고 그에 걸맞은 임금을 받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이를 위한 사회적 제도가 마련되어야 해요. 따라서 청년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도 중요하지만 더 나아가 관련 정책을 청년이 주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N 년 뒤, 나는 여전히 활동가일까?”라는 주제로 패널토크 중 강필준 패널이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 플로어 1) 같은 활동가라는 소속감과 정체성을 가진 네트워크에 참여해 무언가 만들어 냈으면 좋겠어요. 특별법 제정 등의 즉각적인 효능감보다는 작은 변화로부터 시작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플로어 2) 세상에 대한 슬픔, 분노와 같은 감정이 동기부여가 돼 공익 활동을 시작했지만 쓸모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일 때 공익 활동을 기획하는 등에 도움이 되었고 직업으로써의 자부심도 생기게 됐습니다.
     
    + 플로어 3) 사실 공익을 잘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관련 대외활동을 하면서 나가는 친구들을 보면 왠지 모르게 실망감이 들기도 하였고요. 이젠 방향성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익 활동을 스펙, 단기 성과물, 급여 등의 수단으로 생각하지 말고 행동의 본질에 집중해 장기적인 효과를 거뒀으면 좋겠어요.
     
    + 플로어 4) 현실적으로 여전히 남아 있는 시민 단체의 근로계약서 미작성, 임금 미보장, 근로 인식 후퇴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일에 대한 자부심과 소속감은 있지만 오히려 활동 후 단체보다는 외부에서 더욱 챙겨줄 때 섭섭함이 생기는 것 같아요.
     
    + 플로어 5) 세대가 다른 활동가들하고도 소통해야 서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각자 주장만 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공익활동을 위해서는 멘토와 멘티처럼 서로의 연결을 통해 지지하고 배우고 공감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간담회에 참여한 플로어들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참여자 인터뷰
     
    마지막으로 플로어 세 분과의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서00(녹색연합), 문**(이천청년정책발전소), 이@@(경실련)께서 참여해 주셨습니다.
     
    1. 참여하게 된 계기와 꿈꾸는 사회는 무엇인가요?
     
    이@@) 정책 분야와 관련해 센터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아 오게 됐습니다. 사회 문제에 관심 있는 청년들을 위한 정책이 많아지는 사회가 오길 바랍니다.
    문**) 이천의 청년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좋은 기회가 있어서 참여하게 됐어요. 후세가 살기 좋은 세상을 바랍니다.
    서00) 활동 지속 법을 고민하다가 오게 됐습니다. 모든 생명이 고통 없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을 꿈꿉니다.
     
    2. ‘공익’은 사회적/자아적 관점에서 어떤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하시나요?
     
    서00) 환경 보존의 사회적 가치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자아적으로는 사랑하는 것들과 잘 살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문**) 공익은 청렴, 결백, 봉사의 가치를 지닙니다. 개인적으로는 보람을 느끼기 위함입니다.
    이@@) 공익은 같이 발전하는 공동체 가치가 있습니다. 내면적으로는 스스로 배워간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간담회 현장에서 청년활동가들 간의 열띤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3. 공익 활동에 있어 가장 큰 고민과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서00) 임금 미지급과 같은 현실적 문제가 고민됩니다. 이들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문**) 급여입니다. 활동이 지속되려면 노동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 정치를 하거나 영향력 있는 청년 활동가들이 등장했으면 합니다.
    이@@) 세대가 다른 공익활동가들의 소통입니다. 서로 아우르고 화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4. 청플 위원과 네트워크가 구축된다면 하고 싶은 일이 있을까요?
     
    서00) 청년들이 가볍게 소통하는 네트워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심리 상담도 받아보고 싶어요.
    이@@) 활동가 역량 개발 프로그램이나 다른 단체와 교류하는 기회도 갖고 싶어요.
    문**) 청년이니까 축제 개최와 같은 재밌는 활동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기성세대와 청소년의 중간 역할도 하고 싶어요.
     
    5. 공익활동에 관심이 없는 청년들을 유입시키기 위한 해결책은 무엇이 있을까요?
     
    서00) 따분하고 어려운 것이 아닌 매력적인 활동임을 알려주면 되지 않을까요?
    이@@) 대학생들은 어떠한 가치로 되돌아오는 걸 원할 수 있어요. 사회 문제와 연관 짓는 것도 좋지만 자기 계발 등의 특정한 무언가를 안겨줘야 해요.
    문**) 현실적으로 급여, 재미와 같은 특정한 보상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체사진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희소식은 유명화 센터장께서 내년 지방선거에 맞춰 청년 정책이 더욱 반영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는 자리를 많이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밝히셨다는 점인데요. 이 기회를 통해 청년들의 입지가 강화되고 정치(공익) 활동의 주인이 되는 순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미래세대인 이른바 MZ 활동가들이 오랫동안 꿈을 이어가면서 공익 현장도 발전해 세상의 푸른 봄이 사시사철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현장스케치] RE100 시대, 청년 공익활동도 재생할 수 있어요!
    초스코스

    조회수 306

    202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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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글은 에디터가 5월에 작성한 글입니다.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웃어른부터 아이들까지 어우러져 가족의 가치를 실현하며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는 시기인데요. 따라서 이번 달은 작은 공동체인 가정의 모습부터 나아가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룬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떠한지 돌아보고 싶었습니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된 이른바 ‘7세 고시’에 주목하며 가정에서의 조기 교육과 아동의 정신 건강에 관해 관심을 갖게 됐는데요. 따라서 이번 웹진에서는 과도한 사교육 문화와 아동 인권에 대한 문제점을 살펴보며 어린이들이 건강한 유년 시절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그려보고자 합니다.
     
     
    본 이미지는 OpenAI를 활용해 제작된 창작 이미지로, 특정 인물이나 상황과 관련이 없습니다.
     
     
    7세 고시가 무엇이죠?
    7세 고시. 빠르면 4세 고시도 등장하였습니다. 어린 나이에서부터 영어, 수학 등의 입시 공부를 과도하게 시키는 문화가 심해지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한 현황을 살펴보겠습니다. 예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약 81만 명이었던 초·중·고등학생 수는 2010년 약 73만 명, 2020년에는 54만 명으로 감소했고, 2024년에는 52만 명 수준으로 예측되는데요.1) 학생들은 줄었지만 오히려 작년 초·중·고교생 사교육비는 총 27조 1천억 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면서2) 극단적인 사교육 행태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7세 고시를 왜 시키는 거죠?
    이른 조기 교육에 몰두하는 원인에는 여러 사회 요인들이 작용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다양한 관점에서 세 가지의 이유로 추려보았습니다.
     
    첫째. 과도한 경쟁 사회와 보편적으로 획일화된 성공 전략
    현재 우리 사회는 IMF, 취업난, N포 세대에 이르는 불안정성과 양극화로 인해 “생존을 위해 경쟁한다!”라는 위기의식이 굳게 자리 잡아 과잉 사교육과 조기 경쟁이라는 부작용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예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개인의 소득은 임금구조뿐 아니라 개인이 처한 생애 주기적, 가족적 상황에 의해 빈곤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영향력의 자기장 속에 놓여있다.”3)라고 지적합니다. 즉, 조기 교육 열풍이 경제적 빈곤과 계층 하락에 대한 위기감에서 비롯한다고 볼 수 있고 부모 세대가 겪은 성공 방향=생존 전략으로 자식에게 대물림돼 획일화된 성공 로드맵을 제공할 확률이 높을 것입니다.
     
    둘째. 공교육의 기능 상실과 소통 부재
    ‘공교육의 비효율성’은 학교 교육의 기능 상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예로 매일경제와 모노리서치가 2023년 10월 18일 실시한 전국 단위 여론조사(성인 1,000명 대상)에 따르면, 응답자 중 45.6%는 한국 공교육을 미흡하다고 평가했습니다.4) 개선 방안으로는 기초학력 보장과 자기주도 학습 확대가 가장 많이 꼽혔고(23.1%), 이어 대입 제도 변화(18.7%), 교사 역량 강화(15.3%), 다양한 학교 유형 확대(12.7%) 등이 제안돼 공교육 질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드러났습니다.5) 또한 교육 당국의 소통 부재도 원인이 될 수 있는데요. 예로 최근 몇 년간 입시 제도는 해마다 변화해 정시 40% 확대(2021학년도), 통합 수능 도입(2022학년도), 킬러 문항 배제(2024학년도), 의대 정원 및 무전공 전형 확대(2025학년도)로 이어졌습니다.6) 이렇듯 잦은 교육 정책 변화와 학교 현장과의 소통 부족은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는 요소로 지적됩니다.
     
    셋째. 공격적인 사교육 시장의 마케팅 전략과 규제 미흡
    사교육 시장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의 문제점을 논의하기 위해 최근 한국교육정책연구원과 국회의원들이 공동 주최한 ‘7세 고시: 유아부터 시작되는 사교육 전쟁’ 정책 간담회에서 김경년 교수는 “유아 조기교육은 실질적인 필요보다 또래 집단에 뒤처질까 하는 불안을 이용한 학원의 마케팅에 의해 일반적인 선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7) 따라서 서울시 교육청 같은 경우, 사교육 과열 억제를 위해 교습비와 선행학습 광고에 대한 특별 점검을 벌였으며, 특히 의대 입시반 광고나 교습비 초과 징수 등 불법 사항 5가지를 중점 단속했는데요.8) 하지만 사교육 시장을 규제하기 위한 단일 법률은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본 이미지는 OpenAI를 활용해 제작된 창작 이미지로, 특정 인물이나 상황과 관련이 없습니다.
     
     
    7세 고시를 받은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그렇다면 7세 고시를 받은 아이들은 어떠한 문제점을 가지고 살아가게 될지 아동 인권(UN 아동권리협약) 측면에서 세 가지의 악영향을 추려보았습니다.
     
     
    첫째. 아이의 발달권 침해
    UN 아동권리협약 제6조는 “당사국은 가능한 최대한도로 아동의 생존과 발달을 보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제29조는 “아동의 인격·재능 및 정신적·신체적 능력의 최대한의 계발”을 목표로 규정하고 있습니다.9)  또한 최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천근아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실제 논리적 추론 등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발달하기도 전에 중·고교에서 배우는 수준의 문제를 아이에게 풀라고 시키는 건 학대이며 불안‧우울 증세로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될 가능성도 높다."10)라고 우려했습니다. 따라서 과잉 조기 교육을 받을 경우 아이의 정상적인 발달에 따른 성장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둘째. 아이의 놀이와 휴식권 침해
    UN 아동권리협약 31조는 “당사국은 문화적·예술적 생활에 완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고 촉진하며 문화·예술·오락 및 여가 활동을 위한 적절하고 균등한 기회의 제공을 장려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11) 예로 2018년 아동 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하루 평균 여가 시간은 49분, 학습 시간은 6시간 49분에 달합니다.12) 국제아동복지기관협의회(ISCI)가 주관한 'Children’s Worlds' 조사에서는, 한국 8세 아동 삶의 만족도는 조사 대상 22개국 중 하위권인 평균 3.30 점이며, 9.4%가 자기 삶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응답했습니다.13) 이는 학습 중심의 환경이 아동의 놀이와 휴식권을 제약해 비만, 면역력 약화, 성장호르몬 분비를 방해해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셋째. 아이의 심리적 안정권 침해
    지속적인 시험과 경쟁은 아동에게 큰 스트레스입니다. 강남·서초·송파 등 사교육 밀집 지역의 9세 이하 아동은 정신건강 문제로 진단받는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14)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이들 지역의 우울증 및 불안장애 관련 건강 보험 청구 건수는 서울 평균(291건)을 크게 웃돌며 송파구 1442건, 강남구 1045건, 서초구 822건으로 집계되었습니다.15) 상대적으로 아이들은 주체적인 감정 조절과 균형을 잡는 능력이 덜 발달됐기 때문에 더욱 심적으로 타격이 클 수 있는데요. 이는 아동의 심리적 안정성을 저해하고 분노를 키우며 이후 성인이 돼서도 사회성과 자존감을 갖추는 데 큰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본 이미지는 OpenAI를 활용해 제작된 창작 이미지로, 특정 인물이나 상황과 관련이 없습니다.
     
     
    행복한 7세를 보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행복한 7세를 보내게 하려면 교육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해 보아야 하는데요. 주요 해결책을 세 가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째. 기회의 평등과 폭넓은 직업 교육 장려
    누구나 평등한 기회를 받고 자라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예로 경기도 교육청의 ‘꿈의 학교’ 프로젝트는 지역사회가 주도해 학생들이 다양한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진로 탐색 활동을 제공하고 있습니다.16) 제과제빵, 농업, 1인 미디어 등 학생 주도 참여형 프로그램이 이루어지고 있는데요.17) 이러한 사업이 성행한다면 기회의 다양성과 실질적 진로를 보상해 사교육 과열을 낮출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또한 독일의 이원화 직업 교육제도(Dual System)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독일의 고등학교 졸업생 중 약 절반은 2년에서 3년 반 정도 회사와 직업 학교의 두 곳에서 실습과 이론을 통해 300개 이상의 (기술 분야) 직업 훈련을 받고18) 사회에 진출합니다. 이는 청년 실업률을 낮추고 산업 경쟁력을 높여 왔는데요. 우리 사회도 민관 협의체의 일자리 개혁을 시도한다면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 위한 경쟁을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인문학 교육과 교육 주체들의 공동체 설립
    인문학을 통해 비판적 사고와 자아 성찰 등의 정신적 가치에 대해 교육해야 합니다. 예로 올해 태국에서는 유네스코와 함께 ‘아동 및 청소년과 함께하는 철학(PwCY)’을 통해 이야기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윤리적, 철학적 질문을 토의하기 시작했는데요.19) 실제 영국의 48개 학교를 대상으로 한 한 연구에서 철학 교육에 참여한 초등학생들은 또래보다 읽기와 수학에서 더 높은 점수를 보였으며 불우한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큰 향상이 관찰됐다20)고 하니 국·영·수 능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교육 주체들이 활발히 소통하는 기구가 필요합니다. 예로 지리산에 위치한 토지 달빛 놀이터(토지 마을 학교)와 토지 초등학교는 드물게 교사, 학생, 학부모, 교직원 모두가 함께 하는 운동회를 기획하며 교류하였습니다.21) 이렇듯 공동체 문화를 교육계에서 장려하면 당사자 간의 요구를 절충하고 수용해 균형 있는 교육 개혁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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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셋째. 사교육 시장에 대한 규제 기준 확립
    현재 우리나라는 사교육과 관련한 법률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예로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공정거래법,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법령에 걸쳐 규제가 이루어져 일관성이 없고 온라인 강의 콘텐츠와 같은 신종 사교육 형태에 대한 규제가 미비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기존 법령의 집행이 느슨하여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단일화된 법률과 강화된 규제 원칙을 마련해야 합니다. 최근 정부에서는 사교육 업체와 문항 거래가 적발된 교원에 대해 시·도 교육청 엄정 조치, 수능 출제 업무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퇴직 입학 사정관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등의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였는데요.22) 실효성이 있길 바라며 무엇보다 교육청 중심의 정기적 실태조사 및 제재 방안이 보완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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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세. 나이만으로도 너무 사랑스러운 시기인데요. 마냥 행복하고 신나게 건강한 유년 시절을 누리는 것이 권리인 시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꼬마들에게 포근한 둥지를 제공해 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비단 부모만의 문제도 아닌 사회의 압박이 아이들을 병들게 한 것 아닌가 싶은 씁쓸함이 몰려왔습니다.
     
    유년 시절의 기억은 평생을 간다죠? 에디터에게도 어렸을 적 가족, 친구들, 동네 사람들과 놀았던 기억이 오래 남아있는데요. 때로는 추억을 떠올리며 힘든 날의 위로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죠. 아이들이 뛰노는 웃음소리가 널리 퍼져도 불편하지 않을 세상이 오길 바랍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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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소윤·이우연,“9살 손잡고 떨어지면 편입대치동 그 학원 1800명 북새통”,한겨레, 2024.11.05.
    2) 신소윤·이우연,“9살 손잡고 떨어지면 편입대치동 그 학원 1800명 북새통”,한겨레, 2024.11.05.
    4) 박나은,“점수 줄세우기가 무너뜨린 공교육수능 이걸로 바꾸면 된다는데”,매일경제,2023.10.18.
    5) 박나은,“점수 줄세우기가 무너뜨린 공교육수능 이걸로 바꾸면 된다는데”,매일경제,2023.10.18.
    6) 구무서, “경제불황·저출생 다 뚫어버린 사교육비'잦은 제도 변경이 불안감 키워'”,뉴시스,2025.03.14.
    7) 이영일,“부모 불안 이용한 돈벌이, ‘7세고시’...쏟아진 전문가들 우려”,교육언론[],2025.04.30.
    8) 김성웅 ,“의대 증원에 '초등 의대반'까지 과열 조짐… 政, 강남 주요학원 단속”,뉴데일리경제,2024.02.23.
    9) 구리시립도서관. (n.d.). UN 아동권리협약 전문 [PDF 파일]. 구리시립도서관. (접근일: 2025.05.20.)
     

     
     

     

     

    엄마아빠가 시키는대로 하면 저 성공해요?
    초스코스

    조회수 611

    2025-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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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키비스트, 이제 우리에게 그리 낯선 단어가 아니죠.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는 6월 한 달간 4회에 걸쳐 경기시민사회 공익활동 아키비스트 양성과정을 마련했습니다. ‘공익활동 아키비스트’란 공익활동 자료 수집 및 보존을 통해 가치를 확산하는 활동가를 말합니다.
     
    경기도 전역의 활동가와 도민 대상이기 때문에 강의는 의정부와 수원을 오가며 진행되었습니다. 센터 북부에서 진행된 1-2차시에는 (협)아카이빙네트워크연구원 손동유 원장을 모시고 공익활동 아카이브의 이해와 방법, 특히 구술 아카이브에 대해 들었습니다. 한국저작권보호원 이선민 변호사를 통해 저작권 관련 내용도 배웠습니다.
    

    아키비스트 양성과정 웹자보 /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공익활동을 위한 아카이브 활용법
     
    저는 경기도여성비전센터 나혜석홀에서 진행된 3차시에 참여했는데, 잠시 그 현장으로 가보실까요? 5번째 강의를 맡은 분은 한국외대 정보기록학연구소 겸임교수이신 김태현 강사님입니다.
     
    ‘우리는 기록의 민족’이라는 얘기로 강의가 시작됐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이 1997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하지만 일제의 역사 말살에 많은 기록이 유실되는 아픔도 겪었습니다. 실제로 아카이브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 두루 쓰이게 된 것은 2000년대 이후라네요.
    
     
    3차시 강연 /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기록과 콘텐츠와 아카이브의 관계
     
    사람들이 직접 만든 역사의 경험을 기억이라 부릅니다. 우리는 기억을 기록함으로써 과거를 수집하고 현재를 생산하여 미래를 준비합니다. 즉, 기록은 역사적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이 만들어낸 액션입니다. 이 기록에 서사를 입혀 사회적 메시지를 담으면 콘텐츠가 됩니다. 기록을 인과관계로 배열한 것이 콘텐츠라면 상관관계로 배열한 것은 아카이브입니다. 아카이브는 논리적인 시스템으로 기록을 데이터베이스화합니다. 이 세 가지는 구분되면서도 서로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기억을 기반으로 세 가지 개념이 상호 연결될 수 있는 게 바로 시민사회의 일상사 영역이라고 교수님은 설명합니다.
     
     
    기록의 수집과 생산
     
    기록의 수집은 ‘사라지는 것에 대한 멈춤 기능’이 있습니다. 멈춤 그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어떤 내용을 수집할 것인가? 어떻게 수집할 것인가? 기록을 모으는 방식도 중요한데 저인망식 무작위 수집보다는 주제를 가지고 수집해야 훨씬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창고에 비유하자면 이렇습니다. 자주 쓰지 않는 물건을 창고에 넣어놓기만 해도 일단 없어지는 일은 막게 되죠. 더 나아가 그것들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어떤 물건이 창고 몇 번째 선반에 있는지 정리해 놓는 게 아카이브이고, 그 노동을 하는 사람이 바로 아키비스트입니다.
     
     
    콘텐츠와 아카이브로 활용된 사례들
     
    강의 후반부에는 기록이 하나의 주제에 따라 콘텐츠로 재탄생한 사례들을 소개했습니다. 모두 교수님이 직접 진행한 프로젝트인데요, 그중 몇 가지만 추려봅니다.
    
     
    6.10민주항쟁 30주년 기념전 <1987, 우리들의 이야기> 포스터와 디지털 콘텐츠 / 출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6.10민주항쟁 30주년 기념 전시회 <1987, 우리들의 이야기>는 박종철 열사 하숙집 아주머니, 시내버스 운전기사 등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캐릭터 작업을 거친 보통 시민 30명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한 것입니다. 수채화로 그려낸 서울시청 일대가 인상적이죠? 전국 순회 전시회와 함께 오마이뉴스를 통한 웹 전시회도 병행했습니다.
    
     
    
    증평기록관 개관 전시 <증평, 첫 번째 기억> 전시실과 주제 아카이브 / 출처: 증평기록관
     
     
    증평은 기록 분야를 줄곧 앞서가는 지자체인데요. 2020년 증평기록관 개관 전시 <증평, 첫 번째 기억> 이래로 훌륭한 기획의 전시가 계속됩니다. ‘주간 증평’이라는 디지털 주제 아카이브도 흥미롭습니다. 기록관의 보수적 풍토를 뒤엎고 힙한 형광색을 메인 컬러로 고집하여 결국 온 마을을 핫핑크로 물들였다는 일화가 재미있네요. 증평기록관 콘텐츠는 유튜브에 다양한 쇼츠로도 업로드되어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JPArchives)
    
     
    
    세월호 참사 1주기 기억 전시 <아이들의 방> 포스터와 디지털 콘텐츠 / 출처: 4.16기억저장소
     
     
    세월호 참사 1주기 기억 전시 <아이들의 방>은 죽은 이의 물건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전통을 깨고 주인 잃은 방을 사진과 글로 남겼습니다. 전시회는 엄청난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오스트리아 시골 라디오에서까지 인터뷰 요청을 해왔습니다. 규모가 어떻든 메시지가 강하면 사람들은 스스로 찾아온다는 걸 확인했지요. 처음에 공개를 거부했던 유족들도 마음을 돌려서 2015년 61개였던 방이 지금은 200개 가까이 열렸습니다. 오마이뉴스 디지털 콘텐츠에서 그 아이들의 방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Event/416memory/index.aspx)
     
     
    아카이브도 브랜드가 되는 시대
     
    한때 외래어 대신 기록은행이라는 말을 사용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아카이브라는 용어가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래도 교수님이 어디 가든 첫 번째 받는 질문은 ‘기록관이 뭐냐’는 질문이랍니다. 누구나 아는 도서관처럼 더 이상 이 질문이 안 나오는 날이 곧 오겠지요.
     
    그러려면 더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아카이브의 주인이 누구인가? 지금껏 역사 콘텐츠에서 스스로 주인이 된 적이 없었던 시민들이 목적의식을 갖고 풀뿌리 방식으로 아카이브의 주권자가 될 때 아카이브는 브랜드가 됩니다. 12.3 비상계엄 아카이브도 그렇게 차곡차곡 쌓여갈 것입니다.
     
     
     
    
    공익활동 아키비스트 양성과정 3차시 단체사진 /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강의를 마치고 수강자 두 분의 소감을 살짝 들어보았는데요.
     
    “저는 다산인권센터 자원활동가이고 지금은 개인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아카이빙 활동을 해보려고 신청했는데, 앞선 강의들에 비해 이번 강의는 조금 어려웠던 것 같기도 해요. 우리가 알고 있는 아카이빙과 실제 아키비스트로서의 아카이빙이 조금 다르다는 걸 알게 됐고, 그래서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다는 욕심도 더 들었어요.” (다산인권센터 듬솔)
     
    “제가 활동하고 있는 단체가 2027년이면 30주년이에요. 선배님들이 그동안 쭉 해오셨던 것들을 정리해 보고 싶어서 온라인 아카이빙을 고민하는데, 오늘 구체적인 예시로 실무 얘기를 해주셔서 가닥이 좀 잡히고 주의할 점들도 도움이 됐습니다. 저희가 몇 년 전 ‘숲과 나눔’ 재단 통해서 기록물을 1천 건 이상 온라인에 올려놓긴 했는데, 단순히 창고여서는 안 되고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잖아요. 이걸 가공해서 뭔가 다른 가치를 창출해 볼까? 그런 아이디어를 오늘 많이 얻게 돼서 30주년 때는 뭔가 좀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안양군포의왕환경운동연합 사무차장 이동현)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생각나네요. 구슬 한 알 한 알이 기록이라면 그 구슬들을 꿰어 만든 목걸이나 팔찌는 콘텐츠, 구슬의 아름답고 일정한 패턴은 아카이브쯤 될까요? 그중 독창적이고 고유한 스타일의 목걸이는 뜨거운 반응을 얻고 하나의 브랜드로 거듭나겠죠. 양성과정을 수강하는 분들 모두 자기 브랜드를 가진 보배 같은 공익활동 아키비스트가 되시기를 응원합니다. 얼마 전 개관한 민주화운동기념관으로 떠나게 될 마지막 4차시 현장 탐방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
    
     

     
     

     

    [현장스케치] 공익활동 아키비스트 양성과정 3차시_기록을 콘텐츠로! 아카이브를 브랜드로!
    참비움

    조회수 681

    2025-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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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가 현재를 구할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에서 한 말이다. 5.18민주화운동 이야기인 《소년이 온다》를 쓸 때 그와 함께 한 질문이라 했다. 그 책을 쓰는 동안만의 질문이었을까. 지난 5월 17일(토) 광주의 5.18전야제를 다녀오는 동안 내게도 살아 있는 질문이었다. 과거가 현재를,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하는 현장을 보았기 때문이다. 45년 전의 광주가 오늘 대한민국을 구하고 있었다. 총칼이 아니라 노래와 시로, 춤과 연극으로 연대하는 민주주의 대축제였다.
     
    부끄러운 고백으로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1980년 5월에 나는 대구에 사는 여고 2학년이었다. 당시 TV 화면에 나오는 광주는 ‘폭도’와 ‘빨갱이’의 도시였다. 대학생이 된 후에도 광주는 두려운 ‘벽’이었다. 독재와 냉전 시대 교육에 길든 아이가 광주의 진실을 마주하기까지는 20년이 더 걸려야 했다.
     
    제45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로 올해도 광주를 다녀오는 복을 누렸다.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4.16합창단으로서 ‘민주주의 대합창’ 공연에 서는 덕분이었다. 구묘역 신묘역을 방문하고 5.18민중항쟁기념행사의 꽃이라 일컬어지는 전야제도 즐길 수 있었다. 올해는 18일 밤까지 1박 2일로 확대 진행된 전야제를 하루만 보고 돌아온 게 아쉽다. 5.18 민주 광장, 동구 금남로 1~3가 차 없는 거리, 동구 중앙로 일대는 시민 참여 부스 물결이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질 때마다 누구라도 목청껏 함께 부르는 축제였다.
     
     
    행사장 일대 사진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다시 만난 소년, 아! 오월이여
    17일(토) 오전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된 추모식부터 소개하고 싶다. 안산에서 아침 7시에 출발해 구묘역을 들르고 신묘역에 도착했을 땐 5·18민주유공자유족회가 주최 주관하는 추모식은 끝나고 있었다. 식전 공연으로 놀이패와 장애인 예술단의 공연이 있었고 5.18민주화운동 희생자에 대한 전통 제례 의식을 마친 전통 한복을 입은 분들을 볼 수 있었다. 2부 순서인 국민의례로 시작하는 추모식(10시 30분)은 내빈 소개, 추모사, 유가족 대표의 인사가 있었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과 헌화와 분향이 있었다.
     
    추모식에서 가장 소개하고 싶은 순서는 ‘다시 만난 소년, 아 오월이여!’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5·18민주화운동 추모 시 낭송 퍼포먼스’였다. 광주시낭송협회 사람들이 5·18 광주 추모 시를 모아서 한 편 한 편 낭송하는 공연이었다. 오월 광주를 추모하되 시와 음악으로, 피로 쓴 민중항쟁의 역사가 노래와 시로 살아나는 시간이었다.
     
    이창병의 ‘망월동에서’ 첫 자락을 보자. “광주 금남로에서/ 이 나라 최후의 거리마다 쓰러진 넋들의 통곡은/ 우리들의 침묵 속에 깊이 가라앉아 있습니다.” 고정희는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라고 읊었다. 김준태의 ‘오 광주여! 우리나라 십자가여!’는 광주일보(구 전남일보) 1980년 6월 2일 자 조간 1면에 실렸던 시다. 계엄 당국의 검열에 기자들이 사표로 저항한 그 시였다.
     
     

     
     
    “우리는 사람이 개처럼 끌려가 죽어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하지만 신문에는 한 줄도 실리지 않았다.” 45년 전 전남일보 기자들의 그 절규가 시로 다시 살아나는 시간이었다. “끝나지 않는 오월 다시 찾은 민주주의 당신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80년 오월을 기억하겠습니다. 그날을 잊지 않겠습니다.” 시와 노래로 하는 기억의 다짐이었다.
     
     
    민주주의 대축제 대합창
    3부로 구성된 민주주의 대축제 5·18전야제는 지정남 배우가 진행했다. 1부 ‘오월광주 환영대회’는 오월길맞이굿을 시작으로 금남로에 집결하는 수만 명의 민주 평화 대행진 대열을 노래와 춤으로 환영하는 행사였다. 2부는 ‘민주주의 축제’로 뮤지컬과 노래로 꾸며지고 3부는 ‘빛의 콘서트’로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비롯한 노래 밴드들의 무대였다. 전야제 중앙무대는 금남로 4가역 교차로에 설치되고 양방향으로 여러 개의 대형 스크린이 있었다.
    내가 416합창단으로 참여하는 ‘민주주의 대합창’ 공연은 17일(토) 오후 3시 반에 시작했다.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였다. 서울 부산 안산 광주 등에서 온 7개 시민합창단이 개별 공연으로 두 곡씩 부른 후 대합창단으로 함께 두 곡을 불렀다. 광주는 광주였다. 7개 합창단 중 푸른솔합창단, 1987합창단, 광주흥사단합창단 3개가 광주 소재 합창단이었다.
     
     
    박종철 합창단(부산) /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1987합창단(광주) /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7개 민주주의 합창단이 함께 대합창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과 '광주출전가'를 불렀다. / 사진출처: 4.16합창단
     
     
    푸른솔합창단(광주): 2015년 6월 ‘합창’을 통해 민주 인권 평화로 상징되는 ‘광주정신’을 전달하고, ‘광주공동체’의 희망을 노래하고자 창단했다. 2017년, 2018년 창작 뮤지컬 ‘빛의 결혼식-임을 위한 행진곡’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615시민합창단(서울): 2009년 8.15행사 공연을 시작으로, 민족의 역사와 겨레의 삶에 수많은 아픔을 안긴 분단 장벽을 허물고 남북 화해와 평화통일의 새 세상을 열어가기 위해 창단했다.
    1987합창단(광주): 광주 전남의 1980년 5.18민중항쟁의 불꽃을 1987년 6월 항쟁의 횃불로 군부독재를 종식시키고 민주헌법을 쟁취한 그 뜻을 노래와 합창으로 계승하고자 2018년 창단했다.
    광주흥사단합창단(광주): 1913년 도산 안창호 선생이 창립한 민족운동 단체 흥사단. 독립운동, 대한민국의 민주화, 청소년 계몽, 육성 운동으로 2017년 3월 창단, 형화와 자유를 노래한다.
    박종철합창단(부산): 19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열사와 6월 항쟁의 정신을 기리고, 시민문화운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자 2016년 8월 16일 창단했다.
    416합창단(경기 안산):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 일반 시민으로 2014년 창단됐다. 소외와 불의, 불평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에 함께 한다.
    이소선합창단(서울):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의 영결식을 계기로 2011년 결성된 노동자 합창단이다. 서울시로부터 2020년 전문예술 단체로 지정받았다.
     
     
     
    민주주의 대합창에서 불린 노래 제목을 소개해 본다. 아, 민주정부/ 무궁화/ 다시 만난 세계/ 타는 목마름으로/ 죽창가/ 깍지손 평화/ 그날이 오면/ 죽순밭에서/ 바람에 지는 풀잎으로 오월을 노래하지 말아라/ 개벽/ 껍데기는 가라/ 인간의 노래/ 돌덩이/ 오월의 노래2/ 단결한 민중은 패배하지 않는다. 그리고 전체 합창단이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과 ‘광주출전가’를 불렀다.
     
     
    <봄의 겨울, 겨울의 봄> 뮤지컬이 진행되고 있다. / 사진출처: 뉴시스
     
     
     
    전야제 2부 순서를 연 뮤지컬 <봄의 겨울, 겨울의 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80년 봄과 2025년의 겨울이 중첩되는 판타지 스토리의 뮤지컬. 공연은 “계엄이 계엄이 계엄이 계엄이 계엄이 선포됐다.”를 반복해 부르면서 시작했다. 이어서 “2024년 12월 3일 도시를 통제하고 국회를 해산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붙잡아 가두겠다고 계엄령이 선포됐다.”라는 가사는 45년 광주와 현재의 서울을 관통하는 ‘계엄’을 보여 주었다.
     
    “응 엄마, 나? 여의도 가는 길.”
    “응 여보. 걱정 말게. 서울 다 와 부렀어. 아 어치게 가만히 있나. 국회 앞에 탱크가 처들어와부렀다는디!”
     
    이어서 노래한다.
     
    “하늘에는 헬리콥터가 거리에는 탱크부대가. 상상해 본 적 없어. 이런 세상이 다시 올 거란 걸.”
     
    그랬다. 45년 전의 그 계엄령 세상이 21세기에 다시 올 줄은 나도 상상하지 못했다. “추운 겨울이 더욱 추워질지도 모른다”라고 노래하면 “안 돼! 우리가 만든 나라야”라고 화답했다. “어떻게 가만히 있어. 학교에서 배웠는데. 나도 다 알아. 이거 5·18 때랑 똑같은 거잖아. 우리도 광주 사람들처럼 나서야 되는 거잖아.”라고 젊은 여성이 외치면 “어쩌면 다시 봄이 오지 않을지 모른다”라고 노래했다. 현재와 과거를 노래와 춤으로 연결해 주었다. 1980년 오월은 2024년 12월이 되었고, 광주의 영령이 오늘의 우리를 구했음을 알렸다.
     
    가수 이은미가 작곡가 김형석이 해석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광주에서 사람들과 같이 부르고 싶었단다. ‘서른 즈음에’, ‘가슴이 뛴다’ 그리고 ‘애인 있어요’를 열창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라서 일까, 시종 가슴 뭉클하고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작곡가 김종률은 임을 위한 행진곡은 “희생하신 분들에 대한 존경, 죽음을 뛰어넘는 사랑의 찬사 그리고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를 담아” 작곡했다고 했다. 5·18전야제 브로슈어의 글을 옮겨 본다.
     
     
    민주항쟁의 연원 오월광주로 연어처럼 몰려오는 민주시민들. 고향 집 부모의 마음으로 뜨겁게 환영하는 오월 광주 공동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금남로에서 새로운 세계를 전망하다.
    항쟁의 연원 5·18: 계엄의 밤, 장갑차 앞을 맨몸으로 가로막은 시민들의 용기는 광주 시민군의 헌신이었습니다. 남태령의 새벽, 고립된 농민들을 끝내 지켜낸 연대의 마음은 오월 어머니들의 사랑이었습니다. 한남동의 눈보라를 맞으며 새로운 세계를 꿈꾸던 낭만은 민주대성회의 횃불이었습니다.
    승리의 약속 5·18: 오월의 기억으로 내란과 맞서 싸우고 있는 국민들이 민주주의 승리의 염원을 안고 광주로 달려올 것이며, 광주 공동체가 고향 집 부모의 마음으로 뜨겁게 환영할 것입니다. 서로에게 감사를 표하고, 서로를 응원하며, 내란 청산과 민주 승리를 약속하는 축제를 펼칩니다.
    미래의 표상 5·18: 5·18은 미래의 표상으로 승화할 것입니다. 국민주권이 실현되는 민주국가, 국가 주권이 실현되는 자주 국가는 오월 광주가 꿈꾸었던 대한민국입니다. 계급과 계층, 성별과 세대를 넘어 누구나 서로를 귀하게 여기며 존중하는 대동세상을 오월 광주가 먼저 체험했던 미래입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 그리고 ‘5.18헌법’
    5·18전야제 시민참여 부스의 인상을 정리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올해도 45년 전 오월의 ‘주먹밥’이 있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연대와 사랑의 밥을 3개나 받아먹었다. 영화 <택시운전사>의 모델인 독일 기자 한스 패터를 기리는 초록 택시와 운전자가 있었다. 그 앞에서 인증 사진을 찍어 보여주면 광주의 소주 ‘잎새주’ 샘플 한 병 받을 수 있었다. 소주 병 라벨에는 “1980년 5월, 광주로 간 택시운전사”라는 문구와 초록 택시가 새겨져 있었다.
     
     
    주먹밥 나눔, 택시운전사x잎새주 인증사진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아시아의 노벨평화상’이라 불리는 광주인권상을 아는가? 5·18기념재단이 2000년부터 인권과 평화를 위해 기여한 민주화 운동가들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올해 수상자는 동남아시아에서 군사 폭력과 인권침해에 맞서 생존자 보호, 진실 규명, 평화 구축 활동을 펼쳐온 인권 단체 ‘아시아 정의와 권리(Asia Justice and Rights, AJAR)’다. 특별상은 필리핀 코르딜레라 지역에서 34년간 예술을 통해 인권과 공동체 권리를 옹호해 온 ‘DKK문화동맹’이 받았다.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실제 주인공인 고 문재학 열사를 비롯한 민주유공자들의 묘비를 찾아보자. 구묘역에도 신묘역에도 너무나 어리고 젊은 얼굴들을 보라. “5·18정신 계승 민주유공자법 제정하라”는 목소리가 있었다. 유족과 가족들을 위한 교육 지원, 취업 지원, 의료 지원, 대부와 양로 지원, 양육 지원 등 다양한 지원뿐 아니라, 국가와 지자체가 각종 기념·추모 사업을 실시하고 민주화 운동 관련 시설과 교양 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라는 내용이다.
     
     
    5·18정신 계승 민주유공자법 제정 손피켓(왼쪽),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부채(오른쪽)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이라 적힌 부채를 보았다. 홍보 부스에서는 “청원 참여”를 유도하는 유인물이 배포되고 있었다. 5·18정신을 국가가 책임지고 헌법에 새겨야 한다는 요지였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광주의 희생과 단호한 투쟁이 있었기에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지켜졌다. 12·3 불법 계엄의 국민 승리가 바로 오월광주의 승리”라며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통해 대한민국을 지켜온 힘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새기겠다"라고 말했다.
     
     
     
     '아 오월, 다시 만난 오월'를 주제로 5·18민주화운동 45주기 기념행사 진행 / 사진출처: 아시아경제
     
     
     

     
     

     

    민주주의 대축제 5.18 전야제를 다녀와서
    꿀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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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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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출처 : 챗gpt를 활용한 ai제작
     
     
     
    ● 영 케어러란 누구인가?
    영 케어러(Young Carer)란 가족 내에서 질병, 장애, 정신질환, 노화 등으로 인해 자립이 어려운 구성원을 돌보는 역할을 수행하는 아동·청소년 또는 청년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만 18세 이하를 기준으로 하며, 경우에 따라 만 25세 이하의 청년까지 포함되기도 합니다. 이들은 단순히 일상적인 가족의 일원으로서 돕는 수준을 넘어, 실제로 성인이 담당해야 할 간병, 가사노동, 감정적 지지, 생계 보조 등의 책임을 실질적으로 떠맡고 있습니다. 영 케어러가 수행하는 돌봄의 범위는 매우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신체적으로 거동이 어려운 부모나 조부모를 부축하거나, 약을 챙겨주고 병원에 동행하는 일은 물론, 식사 준비, 청소, 세탁 등의 가사노동까지 맡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장애가 있는 동생을 돌보거나, 우울증이나 중독 증세를 앓는 가족 구성원을 정서적으로 지지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처럼 영 케어러는 또래와는 다른 무게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주변에 알리기 어려워하며, 오히려 '가족이니까 당연하다'는 사회적 시선 속에 침묵을 강요받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책임은 아동·청소년기라는 생애 주기의 특성과 맞지 않아 학업을 포기하게 하거나, 또래 관계 형성에 제약을 주고, 자아 정체성 발달을 방해하는 등 다층적인 문제를 야기합니다.
     
     
    ● 한국 내 영 케어러의 실태
     
    한국에서는 아직 영 케어러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정의가 존재하지 않고, 관련 통계 또한 극히 제한적입니다. 공식적인 전수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그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채, 대부분의 영 케어러는 비가시적인 상태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연구에서는 청소년의 약 2~3%가 영 케어러로 추정되고 있으며,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등 돌봄 취약 가정에서 더 높은 비율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보다 구체적인 조사 결과도 나와 있습니다. 2023년 김지선 한국사회보장정보원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가족 돌봄 청년 기초 연구’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만 9세에서 18세 사이의 영 케어러는 총 7만 885명으로, 해당 연령대 인구의 약 3.5%에 해당합니다. 이는 국내 최초로 실시된 영 케어러 규모 추산 결과로, 지금까지 은폐되어 있던 청소년 돌봄자의 존재를 드러낸 중요한 자료로 평가됩니다. 이 추산은 기초생활수급 가구 중 장애인, 중증 질환자, 70세 이상 노인이 있는 가구를 대상으로 하였으며, 생계 책임을 지는 소년·소녀 가장, 알코올 중독자나 치매 환자 가족을 간병하는 경우도 포함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10대 영 케어러는 부모나 조부모의 질환·중독 문제를 대신 떠안고, 생계비 마련부터 간병, 가사노동까지 전방위적인 책임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정작 본인의 학업이나 진로 탐색, 또래 관계 형성 등 청소년기에 반드시 필요한 성장 과정은 희생되기 쉽습니다. 학교생활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중도 포기하게 되는 사례도 적지 않으며, 결국 이들은 사회적 안전망 바깥에서 ‘미래를 저당 잡힌 청소년’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영 케어러라는 용어는 1980년대 영국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부모 등에게 무보수로 돌봄 노동을 제공하는 청소년'으로 정의됩니다. 영국, 호주 등은 이들을 독립된 사회정책 대상으로 인정하고, 생계비 지원, 돌봄 서비스 제공, 교육 지원 등을 통해 국가적 차원의 보호 조치를 시행 중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영 케어러를 위한 정부 차원의 공식 추산이나 체계적인 지원책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실제로 국제 학계에서는 한국의 영 케어러 대응 수준을 총 7단계 중 최하위인 7단계, 즉 ‘무반응 국가’로 분류하고 있어 제도적 공백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국내 영 케어러는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숨겨진 집단’, ‘잊힌 최전선’으로 남아 있으며, 제도적 보호 없이 가족 내 돌봄 부담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들을 사회의 책임으로 인식하고, 실질적 정책 개입과 지원 체계 마련을 논의해야 할 시점입니다. 
     
     
    ● 영 케어러가 겪는 어려움
    영 케어러가 감당해야 하는 부담은 단순히 육체적인 노동에 그치지 않고, 삶의 전반에 걸쳐 복합적인 문제로 나타납니다. 첫째, 이들은 돌봄 책임으로 인해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습니다. 아침 일찍 가족의 간병을 마치고 등교해야 하거나, 병원 동행, 가사노동 등의 이유로 결석과 지각이 반복되며, 심지어는 학업을 포기하게 되는 사례도 발생합니다. 이는 결국 학력 단절, 진로 제한, 취업 기회의 박탈로 이어지며 장기적으로 사회적 계층 고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둘째, 정서적·심리적 부담과 사회적 고립 또한 심각한 문제입니다. 또래와는 다른 책임감과 부담 속에서 성장한 영 케어러는 우울, 불안, 죄책감, 분노 등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에 노출됩니다. 친구와의 관계를 맺을 여유가 없고, 여가 생활 역시 단절되어 고립감을 느끼기 쉬우며,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조차 ‘가족을 배신하는 행위’로 여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더불어 가족의 생계를 돕기 위해 아르바이트나 부업을 병행하는 등 경제적 책임까지 떠맡는 경우도 있어, 청소년이 감당하기에는 과도한 짐을 지고 살아가는 현실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영 케어러는 교육, 정서, 사회, 경제 등 전 영역에서 다층적인 어려움을 경험하며, 그에 따른 종합적 지원이 절실합니다.
     
     
    ● 국내 제도적 변화와 정책 동향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영 케어러와 같은 위기 청년·아동에 대한 제도적 대응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국가 차원의 입법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2025년 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가족돌봄 등 위기 아동·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의결하였으며, 이는 위기 상황에 놓인 아동과 청년에 대한 종합적 지원 체계를 법제화한 최초의 시도입니다. 이 법안의 제정 목적은 사회적 고립이나 돌봄 과부하 등으로 삶의 질이 저하된 청년과 아동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의 보장과 사회참여를 가능하게 하고 궁극적으로 사회 전체의 활력을 높이기 위한 것입니다.
     
    이 법안은 우선 ‘가족돌봄 아동·청년’을 34세 이하로서 돌봄이 필요한 가족에게 간호, 간병, 일상생활 지원 등의 무보수 도움을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병역의무 이행자에 대해서는 그 기간을 연령에 가산하여 포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립·은둔 아동·청년’은 타인과의 교류가 극히 제한되거나 상당 기간 동안 좁은 거주공간에 머물며 일상생활이 어려운 사람으로 정의함으로써, 다양한 위기 양상을 포괄하려는 의도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제도적 운영 측면에서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아동정책조정위원회 및 청년정책조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5년마다 ‘위기 아동·청년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며, 3년마다 전국 단위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단발적 지원이 아닌, 중장기적 정책 설계와 집행이 가능해집니다. 지원 체계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위탁·지정한 기관·단체가 전담하며, 실태조사나 본인 신청을 통해 발굴된 위기 청년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각각의 사례에 맞춘 맞춤형 사례관리 계획을 수립하여 사회보장급여를 연계·지원합니다. 사례관리 종료 시까지 지속적인 관리가 의무화된 점은 큰 특징입니다. 구체적인 지원 항목으로는 심리상담, 건강관리, 학업 연계, 취업 준비, 주거 안정 지원뿐 아니라, ‘가족돌봄 아동·청년 특별지원’, ‘고립·은둔 청년 맞춤형 프로그램’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자기 돌봄을 위한 시간과 비용까지 국가가 지원할 수 있도록 근거가 마련된 점은 기존 복지 정책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보건복지부장관이 위기아동·청년 정책센터를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며, 모범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을 ‘전문지원기관’으로 인증하는 체계도 함께 도입됩니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는 정책의 실효성과 현장성과를 동시에 확보하려는 것으로, 향후 실행 과정에서의 평가와 개선이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법안은 단순한 복지 확장의 의미를 넘어, 그동안 ‘가정 내 문제’로 은폐되어 온 영 케어러의 삶을 사회의 책임으로 전환시키는 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향후 실제 법 집행 시 충분한 예산 확보, 전문 인력 배치, 지역 간 형평성 등의 문제가 뒷받침되어야만 제도의 목적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 해외의 영 케어러 지원 사례
    영 케어러 문제는 이미 해외 여러 나라에서 사회적 이슈로 다루어지고 있으며, 각국은 제도적 대응과 복지 지원을 통해 체계적인 보호에 나서고 있습니다. 영국은 2014년 ‘아동 및 가족법(Children and Families Act)’을 제정하여 영 케어러를 공식적으로 법에 명시하고, 지방정부에 실태 파악 및 지원 의무를 부여하였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영국 내 많은 학교에서는 ‘Young Carers in Schools’라는 전국 단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교사가 영 케어러를 조기에 인지하고 학업·정서·생활지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훈련을 받습니다. 또한 ‘Care Advice Line’과 같은 전용 상담 창구를 통해 이들에게 심리적 상담과 정보 제공을 하고 있습니다. 호주는 ‘Carer Gateway’라는 국가 차원의 온라인 플랫폼과 ‘Young Carers Network’를 구축하여, 영 케어러가 본인의 상황을 자발적으로 공유하고, 필요한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호주는 이 외에도 청소년 돌봄자를 대상으로 한 수당과 학업 보조금,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 학교와의 협력 서비스 등 다양한 재정적·교육적 지원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2020년부터 후생노동성과 문부과학성이 공동으로 영 케어러 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보건·복지·의료·교육을 아우르는 연계 시스템을 바탕으로 학교 교직원, 지역 복지 담당자, 병원 등이 협력하여 조기 발굴과 사례 관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은 지방자치단체별 전담창구를 설치하고, 영 케어러를 위한 상담, 지역 사회 자원 연계, 단기 돌봄 지원 등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지역 실정에 맞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영국, 호주, 일본은 제도적 정의뿐 아니라 교육, 상담, 경제 지원, 지역 기반 연계에 이르기까지 다층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이 향후 영 케어러 정책을 설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참고 사례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영 케어러는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보이지 않는 돌봄 노동자’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운 가족의 간병과 가사노동, 정서적 지원까지 맡으며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이들은, 공식적인 복지 체계나 제도에서조차 인식되지 못한 채 긴 시간 침묵 속에서 고립되어 왔습니다.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돌봄의 책임을 가족, 특히 여성과 아동에게 전가해왔고, 영 케어러 문제 또한 그 연장선상에서 개인의 책임이나 ‘효(孝)’의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돌봄이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책임이라는 인식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이들의 인권은 계속해서 침해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 케어러는 단지 가족을 돕는 아이들이 아니라, 국가의 공적 돌봄 시스템이 부재하거나 작동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구조적 취약계층입니다. 이들은 학업, 진로, 친구 관계, 자기 돌봄 등 청소년기에 보장되어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빼앗기고 있으며, 그로 인해 성인이 되어도 교육·고용·건강 등 다방면에서 장기적인 손실을 겪을 위험이 큽니다. 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이들을 위한 조기 발견 시스템, 정서적·경제적 지원, 교육 연계, 법적 보호 체계가 마련되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돌봄의 공공성을 확대하여 아동·청소년이 가족의 돌봄 공백을 메우는 일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국가와 사회는 이제라도 영 케어러의 존재를 분명히 인식하고, 그들의 권리 회복과 자립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나서야 할 시점입니다. 아동과 청소년은 미래의 주체이기 이전에 현재의 권리 주체이며, 이들의 삶을 책임지는 것은 복지국가로서의 최소한의 의무입니다. 지금 이들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우리 사회가 얼마나 포용적이고 책임 있는 공동체인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입니다.
     
    
     

     
     
     
     
    내가 엄마를 돌본다고요?… 교복 입은 간병인들의 비밀
    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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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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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의 달, 변화하는 가족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한국 사회의 가족 구성 변화와 경기도의 흐름을 함께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입니다. 과연 지금, 우리는 어떤 가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을까요?

    통계에 따르면, 2020년과 2023년을 비교했을 때 전통적인 2세대 가구(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정)는 점차 줄어드는 반면, 1세대 가구와 1인 가구의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한국 사회가 더 이상 ‘전통적 가족’을 기준으로만 구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다양한 생활양식이 확산되며, 가족의 형태 역시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이제 가족은 ‘혈연 중심의 집단’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관계의 방식’으로 재정의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경기도 역시 변화하는 가족 형태를 반영한 정책과 지원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가정의 달은 그저 기념의 시간이 아니라, 변화하는 가족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라며 글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출처 : 2023년 한눈에보는 가족실태조사(여성가족부)

     

     

    아래 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의 가족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음을 보여줍니다. 결혼 후 반드시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전통적 가치관은 점차 약해지고 있으며,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수용성은 40~50%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는 개인의 선택과 삶의 방식이 존중받는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가족 형태가 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에 대한 정서적 유대와 본질적 기능은 여전히 견고하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가족은 서로 돕고 의지하는 편이다”(81.9%), “있는 그대로를 인정한다”(75.0%), “모두의 의견을 존중한다”(72.5%), “상당히 친한 편이다”(71.0%) 등 모든 항목에서 70% 이상의 공감대를 보였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결국, 가족은 어떤 모습이든 ‘서로를 존중하고 지지하는 관계’라는 본질을 중심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출처 : 2023년 한눈에보는 가족실태조사(여성가족부)

     

    앞서 세대구성의 변화에서도 살펴 보았듯이 1인 가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새로운 문제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1인 가구 여성은 아플 때나 위급한 상황에서 적절한 도움을 받기 어렵고, 남성의 경우는 균형 잡힌 식사와 같은 일상적인 건강 관리에서 큰 불편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려되는 점은 사회적 고립의 위험입니다. 관련 조사에 따르면, 사회적 고립 위험군 중 여성의 비율이 62.3%로 남성(37.7%)보다 높았으며,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그 비중이 더욱 크게 나타났습니다.이제 우리는 ‘혼자 사는 삶’에 대한 지원을 단순한 주거 차원을 넘어 정서적·사회적 돌봄의 문제로 확장해 바라보아야 합니다. 1인 가구에 있는 구성원들이 외로움 속에 방치되지 않도록 사회적 연결망과 맞춤형 지원이 강화되어야 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경기도, 가장 '다문화적인' 가족이 살아가는 곳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다양한 가족 형태가 공존하는 지역입니다. 특히 눈에 띄는 특징은 다문화가구 비율이 전국 1위라는 점입니다. 전체 다문화가구원 중 약 30.7%가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을 만큼, 경기도는 다문화가족의 삶의 터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곧 경기도가 ‘다양성의 일상화’를 가장 앞서 경험하고 있는 지역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문화가족이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정책과 제도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경기도에서 진행하고 있는 다문화관련 정책과 지원사업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 2023년 경기도 다문화가족 실태조사(경기도여성가족재단)

     

    경기도 내 다문화가족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이제 이들의 삶은 일시적인 정착이 아닌 ‘장기적 정착’의 형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책도 단순한 초기 적응을 넘어, 양육 지원, 고용 안정, 노후 준비까지 아우르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특히 자녀 교육과 사회 적응을 위한 통합 서비스, 그리고 경제적 자립을 위한 한국어 교육 및 취업 지원은 다문화가족의 안정적 정착에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들이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이 꾸준히 이어져야 합니다. 경기도는 이러한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관련 정보는 경기도청 누리집에서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경기도청누리집

     

    경기도는 도내 31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업무를 지원하며, 지역 사회와의 네트워크 강화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이는 각 지역의 특성과 필요를 반영한 맞춤형 지원을 가능하게 하고, 다문화가족이 보다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수원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누리집에서는 경기도 31개 시·군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직접 연결되는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필요한 서비스를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수원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누리집

     

     

     

    한부모가족, 더 이상 혼자만의 책임이어서는 안 됩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족 형태 중 하나는 바로 한부모가족입니다. 여성가족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양육비와 교육비 부담’입니다. 한부모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전체 가구의 60.3% 수준에 불과하며, 특히 84.2%가 이혼으로 인한 가정으로, 평균 1.5명의 자녀를 양육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양육비를 제때 받지 못하는 현실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어 이들의 삶은 늘 불안정한 경계에 놓여 있습니다. 이에 경기도는 ‘한부모가족 지원 거점기관’을 통해 양육비 청구 소송 지원, 위기 임산부 지원사업 등 실질적인 정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3년 10월 개설된 ‘위기 임산부 안심상담 핫라인’(010-4257-7722)은 출산과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에게 긴급한 도움을 제공하는 창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관련한 자세한 정책은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복지포털 ‘복지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경기도 한부모가족 지원 거점기관

    복지로 사이트

    출처 : 2024년 한부모가족실태조사(여성가족부)

     

    가정의 달,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며

    경기도의 가족 형태는 전통적인 구성에서 벗어나 점차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1인 가구, 다문화가정, 한부모가정 등 새로운 가족 형태가 일상이 된 지금, 우리 사회의 인식 또한 함께 변화해야 할 때입니다. 2025년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의 의미를 획일화된 틀로 바라보는 시선을 넘어서야 합니다. 다양한 가족이 존중받고, 책임있는 연대가 있는 사회. 이것이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방향이길 바랍니다.

    [기획]그림으로 보는 경기도 가족의 변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이수정

    조회수 1183

    2025-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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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참여와 마을공동체의 연대 그리고 마을기본법
     
    최근 몇 년간 주민참여 마을공동체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주민들의 목소리가 지역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민참여 제안과 마을공동체의 연대가 어떻게 우리 지역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업들과 기반을 마련할 마을기본법안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출처: 경기도 소통협치관
     
     
    1980년대 브라질의 군부 독재가 붕괴된 이후,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빈부격차 및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습니다. 이에 1989년 브라질 리오그란데두술주의 주도인 포르투알레그레시에서 주민들이 직접 예산편성과정에 참여하는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세계 최초로 시작되었습니다.1)
     
    대한민국은 20037, 행정자치부(_행정안전부)"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을 통해 주민참여형 예산편성제도 권장과 2004325, 광주광역시 북구에서 국내 최초로 "주민참여예산제 운영조례"가 제정되었습니다.
    주민참여예산제도는 2011년 법적 의무화 이후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가제도 도입을 위한 조례 제정 및 운영, 시행되었지만 실질적인 확산은 2006년부터 2008년 사이에 이루어졌으며(지자체별 시행 속도 차이가 있음), 행정자치부가 2006년에 '주민참여예산제도 표준 조례안'을 제시하면서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제정하고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연초(2~3)부터 공모를 시작해 상반기 내(4~6)에 접수를 마감하며, 이후 심사를 거쳐 연말에 예산 반영 여부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주민참여 예산 사업의 주요 유형은 지역단위로 시정참여형, 구정참여형, 동단위사업 있으며, 일방제안형과 주민자치회 연계형이 있습니다. 이외에 교육 및 홍보, 환경개선, 문화 및 체육, 복지 및 안전, 설문조사 및 의견수렴형 사업이 있습니다.
     
    주민참여 예산 사업의 주요 성과로는 대규모 인프라 구축이나 도시재생 프로젝트, 주민 편의를 증진, 동네 내 쓰레기 처리 개선이나 작은 쉼터 조성, 도로 개선, 지역 문화 프로그램, 공동체 활동, 방과 후 교실, 안전한 통학로, 체육 시설 확충, 하천 복원, 에너지 절약 프로그램, 취약계층 지원, 안전시설 설치, 주민 토론회를 통한 예산 반영 등이 있습니다.2)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주민참여예산제도가 구체화되면서 주민들이 직접 예산편성과 배분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여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를 활성화하려는 목적에서 마을공동체 사업이 시작되었습니다.3)
     
    우리나라는 1970년대에 새마을운동을 통해 마을공동체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새마을운동은 농촌 지역의 빈곤 해소와 생활환경 개선을 목표로 하며,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협력을 강조했습니다그리고 1991년 지방자치제가 부활하면서 주민들이 지역 문제 해결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2000년대부터 도시와 농촌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의 마을만들기 운동이 전개되었으며,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여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과 사업이 추진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19876월 민주화운동을 계기로 시민들이 일상생활을 건강하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습니다1990년대 지방자치제도가 마련되어 주민들과 지역 리더, 시민활동가들이 지역공동체 회복을 위해 자발적 노력을 전개하기 시작했습니다1990년대 말 도시 지역 아파트에서의 마을만들기 활동 확산으로 지하공간을 활용한 도서관 또는 사랑방 만들기, 임대아파트에서의 다양한 공동체 활동 등이 나타났습니다1999년 도시 지역 주민자치센터 시범 실시 후 2006년경에는 전국 거의 모든 읍면동에 주민자치센터가 설치되었습니다2000년대 후반 민간 차원의 마을만들기 네트워크 형성과 마을만들기 관련 활동가들이 합류하며 네트워크가 확장되었습니다2010년 이후 중앙 및 지방정부의 마을공동체 관련 정책사업이 가속화되어 주민참여예산제와 도시재생 사업 등이 마을만들기와 연계되기 시작했습니다.
     
    마을공동체 운동은 민관 협력의 성공 사례를 다수 제공하며, 지역사회 문제 해결과 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했습니다. 주요 사례로는 광주광역시 광산구 주민자치회, 경기도 주민자치회 시범사업, 강원도 새농어촌운동, 인천시 동천마을네트워크, 마을관리 협동조합 모델, 강원도 사회적기업지원센터, 충남·제주도 읍면동 협치체계 구축, 균형 발전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한 투자협약, 미얀마 농촌공동체 개발사업 등이 있습니다.
     
    상술한 주민참여와 마을공동체로 시작해서 국가까지 단계별로 계획을 세워 활성화 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요?
     
    202535, 수요일 오후 2.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국회 역할과 과제라는 주제를 가지고 마을기본법 발의 포럼이 진행되었습니다.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마을공동체 활성화 기본법안이란?>
    마을공동체 활성화 기본법안은 2016년에 처음 발의되었습니다. 이후 21대 국회에서도 세 차례 발의되었으며, 20209월에는 이해식 의원 등 41명이 법안을 상정했었습니다. 그러나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들은 잇따라 임기만료로 폐기되었습니다.
    2025227, 박정현 국회의원 등 31명이 '마을공동체 활성화 기본법안'을 다시 발의했습니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으로 목적은 마을공동체 활동을 통해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마을공동체 활동 기반조성과 육성 및 지원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합니다.
    법안의 기본원칙은 주민들의 주도와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마을공동체는 다양성, 독립성, 책임성을 갖추어 활동하며,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공동의 지역사회 문제해결 등 공익성을 지니며, 민주적으로 운영되도록 합니다.
    마을공동체계획은 5년마다 수립·시행하도록 하며, 기초자치단체에서부터 상향식으로 마을계획을 수립하고, ··구 및 시·도에 마을공동체지역위원회를 두고, 행정안전부에 중앙위원회를 두도록 합니다.
    지원 사항은 마을공동체 전문인력 양성 및 지원, 종합정보시스템 구축·운영, 마을공동체 기금 설치운영과 민간기금 설립·운영, 마을공동체 활성화의 날 지정 등을 포함합니다.

    해당 내용은 정부입법지원센터(https://www.lawmaking.go.kr/)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포럼의 첫 번째 발제는 서복경 대표(더가능연구소)왜 지금 마을에 주목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시작해, 두 번째 전대욱 연구위원(한국지방행정연구원)마을기본법 제정 필요성과 주요 내용으로 이어졌습니다. 세 번째 장수찬 명예교수(목원대학교)마을 및 주민활동 관련 통합 정책 환경 조성과 국회협력방안이라는 주제로 발제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이후 박정현 국회의원은 상반기 내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라며 의지를 표명하였습니다.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그리고 이어진 각 지방 마을공동체 대표들은 마을공동체 활성화 기본법의 목적과 기본원칙 소개, 5년마다 마을공동체계획 수립·시행 및 상향식 계획 수립 방식 강조 및 시··, ·, 중앙정부 차원의 마을공동체위원회 설치 제안, 마을공동체 전문인력 양성, 종합정보시스템 구축, 기금 설치 등 지원 방안 논의, 국유·공유 재산의 수의계약 사용 및 사용료 감면 가능성 언급과 2016년부터 지속된 마을기본법 제정 노력과 이번 발의의 의의를 강조하였습니다.
     
    주민참여는 지역 주민들이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여 자신의 욕구와 의견을 정책과 계획에 반영하도록 하는 활동입니다.
     
    마을공동체는 주민들이 함께 마을 환경을 개선하고, 관계를 형성하며,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한 활동입니다.
     
    마을공동체와 주민참여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진정한 의미의 마을공동체가 형성될 수 없고, 마을공동체라는 플랫폼 없이는 주민들의 의견이 체계적으로 모이고 실현되기 어렵습니다.
     
    주민참여와 마을공동체는 지역사회 발전의 핵심 요소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마을기본법은 법적·제도적 기반을 제공합니다. 이 세 가지는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하며,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끝으로, 필자는 이번 포럼을 통해 개인적으로 '우리 마을 디지털 허브' 혹은 전국 디지털 허브를 구축하여 마을의 모든 정보와 소통이 이루어지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고 주민들은 이곳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투표로 참여하는 소통의 공간이 마련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각주>
    2) 출처: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https://ggmaeul.or.kr/)
    3) 출처: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https://ggmaeul.or.kr/)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향한 여정
    럭비공

    조회수 1134

    2025-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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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이 있다고 분명 있다고
    믿었던 길마저 흐릿해져 점점 더 날
     
    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수고했어 오늘도
     
    (‘수고했어, 오늘도’ - 옥상달빛 노래 가사 중)
     
     
    오늘따라 수고했어 오늘도라는 말이 제 질문에 답처럼 들립니다. 에디터 두 번째 글쓰기에서, 질문에 멈춰 섰거든요. “공익 에디터 글쓰기는 평소의 내 글쓰기랑 뭐가 다르지?”에서 공익과 공익 아닌 것의 경계는 뭐지?로 갔다가 내가 이걸 쓰는 게 맞나?”까지. 4.16합창단 이야기라서 더 어려운가 봅니다. 제가 별 존재감은 없지만 4.16합창단원이라고 밝히기로 했습니다. “수고했어 오늘도노래의 힘에 기대어 글을 마감할 수 있었습니다.
     
     
    416합창단 연습 사진(출처: 416합창단)
     
    출처: 안산마음건강센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 대책위원회,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4.16가족협의회 강당 벽면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잊지 않을게, 4.16합창단 연습실 스케치
     
    “46, S12, A15, T8, B7” 이건 무슨 암호일까요? 324() 저녁 7:30-10:00, 4.16합창단의 정기연습 기록입니다. 안산에 있는 4.16가족협의회 강당에서, 소프라노12, 알토15, 테너8, 베이스7, 지휘자, 반주자, 영상 담당 그리고 사회복지사, 참여자가 46명이란 뜻이죠. 한쪽 벽면 가득 250명의 별이 된 아이들사진이 노란 걸개로 걸린 컨테이너 강당 연습실입니다.
     
    4.16합창단은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아이를 떠나보낸 유가족과 생존한 아이들의 가족 그리고 시민 단원으로 구성된 합창단입니다. 201412월 작은 노래모임을 시작할 때, “자식 잃고 뭐가 좋다고 노래하냐던 분들이 11년 차 합창단이 되었습니다. 3월 말 현재 통산 456회 공연으로. 세월호 아이들을 기억하고 알리며, 사회적 참사와 아픔이 있는 사람들과 연대하며 노래하고 있습니다. 정기연습 시간은 매주 월요일 저녁입니다.
     
    합창 연습은 먹방후에 시작합니다. 준비된 저녁밥은 김밥과 라면이지만, 오늘은 단원의 모친상 답례떡, 신입단원이 쏜 곱창 순대볶음과 어묵 그리고 준우 맘의 쌀 과자 등이 더해집니다. 박미리 지휘자가 연습 시작을 알리네요.
    맛있게 드셨죠? 떡 두 봉지씩 챙기신 거죠? 하나만 드시면 안 된대요.”
    키득키득 누군가는 떡 한 봉지 더 챙겨 오고, 지휘자는 덧붙입니다.
    오늘 연습으로 4회 공연이 이어지는 거 아시죠? 대구 공연 주최 측 요청곡이 <돌덩이>인데 아직 신청 인원이 좀... 계속 더 힘 모아 주세요. 그리고 공연 때 원하는 신입단원은 악보 들고 하셔도 된다고 다시 말씀드려요.”
     
    첫 곡은 <수고했어 오늘도>입니다.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는 유가족들과 시민들을 따뜻하게 토닥이는 노래입니다. 이어서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기쁨에게>, <포카레카레아나>, <돌덩이>, <조율>을 부릅니다.
     
     
    416합창단 공연 모습 (출처: 416합창단)
     
     

    <별 기억식>
    326: 독학으로 배운 피아노로 교회에서 거의 모든 예배 때 반주를 한, 음악 심리치료사가 꿈인 양온유(2반)
    328: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걸 좋아하고 마술사가 되고 싶은 김용진(4)/ 책임감이 강하고 친구들의 고민을 잘 들어주고, 치즈케이크를 좋아하는 구태민(6)/ 기타도 잘 치고 손재주가 좋아 프라모델도 능숙하게 조립하고, 자동차 공학박사를 꿈꾸는 안주현(8)
    329: 엄마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모든 것이었던 외동딸, 웃으면 입술 끝에 주름이 생겨서 별명이 '주름'인 김주희(10)
    331: "음악은 소울이 가장 중요하지!"라며 언제나 음악과 함께하는 '츤데레' 강승묵(4)
    42: 성당에 갈 때나 시장을 볼 때, 언제 어디서나 엄마랑 다니고 무엇이든 엄마와 함께하는 엄마의 동반자 '반자' 권지혜(10)
    43: 섬세하고 다정하면서도 듬직한 성품으로 엄마의 마음을 잘 이해해 주는 아들, 자동차 디자이너가 꿈인 정휘범(4)/ 직장 다니는 엄마를 늘 걱정하고 위로하는 아들, 작가, 만화가, 기타리스트, 천문학자 등 꿈이 많은 이준우(7)
    44: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위로와 행복을 주는 아들, 부모님이 하시는 음식점에서 모든 음식의 간을 도맡아 볼 정도라 별명이 간쟁이인 강혁(4)
    45: 엄마와 걸음걸이까지 닮은 일 번 친구, ‘태권 소년’, ‘단원구 장동건조봉석(8)
    46: 잔소리 할 일 없이 키운 실거운(슬거운)’, 단 한 번도 엄마를 힘들게 하지 않는 딸, 간호사가 되는 것이 꿈인 권민경(9)

     
     
    연습 1부와 2부 사이엔 중간 휴식이 있고 별 기억식이 있습니다. 다음 월요일에 연습이 없으니 324~46일 사이에 생일이 든 아이들의 이름을 알토 뿅뿅이 하나하나 호명합니다. “326일입니다. 독학으로 배운 피아노로 교회에서 거의 모든 예배 때 반주를 한, 음악 심리치료사가 꿈인 2반 양온유에서 시작해 “9반 권민경까지. 지휘 없이 피아노 반주와 함께 잊지 않을게를 부를 때 오늘도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납니다.
     
     
    출처: 4.16연대, 4.16재단
     
    416합창단 두 번째 앨범 기획공연 사진 (출처: 416합창단)
     
     
    길 위의 합창단
     
    5년 전 제가 4.16합창단에 처음 들어온 그날도 잊지 않을게를 불렀습니다. 별이 된 아이들 이름을 부를 때, 부모님과 인사할 때, 목소리가 자꾸 막히고 눈앞이 흐려졌습니다. 그런 목으로 계속 노래하는 신기한 합창단이었습니다.
     
    326() 3시 안산마음건강센터 개소식 장소는 햇빛 부신 마당입니다. 합창단은 2시 현장 리허설 후 대기실에서 오색 스카프를 두르고 또 연습합니다. 수없이 부르고 월요일에 연습했지만 오늘은 29(S5, A11, T4, B7)이 호흡을 맞춥니다. “수고했어 오늘도기쁨에게4.16합창단은 마음을 전합니다. 지난 10년간 세월호 참사 피해 가족들과 안산 지역사회의 치유를 위해 수고한 안산마음건강센터와 거기 모인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공연 후 합창단은 서둘러 자리를 뜹니다. 저녁 630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 공간에서 4.16기억문화제를 합니다. 리허설 시간 530분까지 차로 전철로, 속속 모여든 단원은 낮 공연보다 많은 37명입니다. 초연곡인 포카레카레아나Pocarecareana’, ‘기쁨에게그리고 돌덩이를 잘 불렀습니다. 여기서 331()엔 스텔라데이지호 8주기 추모로 또 모일 겁니다.
     
    4월의 5개 공연 중 저는 대구 여정남 열사 50주기 대동한마당에 마음이 쓰입니다. 장거리에다 3월 말 현재 갈 수 있는 단원이 22명인데 알토가 저를 포함해 4명입니다. 평소 가장 수가 많은 알토가 무슨 일일까요? 행사 주최 측에서 요청한 곡이 <돌덩이>. 길고 에너지 넘치는, 알토가 특히 어려운 곡입니다. 잘하는 동료들에게 기대어 가기엔 4명이 너무 적지 않나요? 후엔 9() 연세대 채플, 12() 11주기 서울집중문화제, 그리고 16()에 안산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식에서 노래합니다. 멀리 실상사로 가 선지식과 함께 걷는 순례길에서 노래하면 4월이 갑니다.길 위의 합창단입니다.
     
     
    출처: 에디터 직접촬영
     
    출처: 416합창단

     

    너의 별에 닿을 때까지, 오색 스카프를 두르고

     
    “10년 동안 길 위에서 노래를 불렀다. 아픈 사람들과 손잡고 걸어가는 동행이었고 모난 세상을 향한 우리의 외침이었다.”
     
    작년 104.16합창단 두 번째 앨범 기획공연 너의 별에 닿을 때까지 노래할게를 여는 프롤로그였습니다. ‘길 위의 합창단의 목에 5색 스카프가 처음 등장한 무대였습니다. 세월호 참사에서 시작됐지만 아픈 마음과 연대해서 온 세상을 향해 노래하는 합창단이니까요. 재난 참사가 반복되니 마음 아픈 사람들이 늘어나고 리본 색깔도 늘어나는 현실. 연대와 동행의 5색 스카프를 제작해 두르게 되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노랑,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의 주황,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초록, 이태원 참사의 보라 그리고 아리셀 참사의 하늘색. 너의 별에 닿을 때까지 노래할게, 오색 스카프를 두르고.
     
    416합창단 두 번째 앨범 기획공연 [너의 볕에 닿을 때까지 노래할게] / 출처: 416합창단 유튜브
     
    두 번째 앨범은 4.16합창단을 위한 창작곡을 포함한 CD와 음원으로 나와 있습니다. 창작곡 <>는 태어나던 날부터 18살 수학여행 가는 날까지의 아이 인생을 노래합니다. 봄날, 두 개의 세계, 푸르다고 말하지 마세요, 종이연, 노래여 우리의 삶이여, 그날처럼 오늘도, 돌덩이,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그리움을 담은 노래 사이에 부모님들의 육성 편지 -하늘로 가는 우체통도 담겨있습니다. 첫 앨범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2020)4.16합창단 6년의 이야기는 책으로, 노래는 CD, 북 CD란 거 아시죠?
     
    예은아, '노래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고 싶어요.' 1학년 일기장 속 너의 꿈,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너의 마음을 담아서 외칠게, 노래할게, 바꿔낼게, 멈추지 않을게. 그리고 안산으로 꼭 데려올게. 사랑해, 예은아.”
    별이 된 단원고 2학년 3반 유예은 양의 엄마, 소프라노 단원 박은희 님의 육성 편지입니다. 한 매체 인터뷰에서 예은 엄마는 이렇게도 말했습니다.
    아이들이 못한 말을 하려고, 궁금해하는 질문에 답을 찾으려고 걸어온 길 같아요. 그래서 애들이 원하는 게 뭘까 늘 궁리하면서 살았어요. 세월호는 한국 사회에 선명한 선으로 남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전과 다른 세상을 만드는 기준점이 되어야 해요.”
    너의 별에 닿을 때까지”, 오색 스카프를 두르고 노래하는 합창단입니다.
     
     
    출처: 4.16합창단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
     
    제게 세월호 참사는 침몰하는 배에서 먼저 탈출하는 선장과 선원들의 이미지로 각인돼 있습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방송으로 들립니다. 그해에 우리 집 셋째가 세월호 아이들과 학교만 다른 고2였거든요. 그 봄에 저는 몸이 심하게 아팠고 큰 수술을 받았습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소리가 저를 따라다녔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병이 도져서 죽을 거 같았습니다.
     
    몸이 더 아플까 봐, 살고 싶어서 세월호 기억활동에 참여하다 4.16합창단에 들어왔습니다. 짝꿍과 함께 활동하며 늙어가자 했습니다. 노래는 존재감 없지만, 가만히 있진 말자, 곁에 있는 건 할 수 있을 거 같았습니다. 합창단 활동 5년이 됐지만 여전히 노래는 자신이 없어서 동료들에게 묻어가는 알토입니다. 참사 11주기를 맞으며, “수고했어 오늘도가 특별하게 와닿습니다.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을 위해 싸워온 분들의 실망을 알기 때문입니다. 땀과 눈물 어린 얼굴들이 떠오르고 별이 된 아이들이 떠오릅니다. 그래서 수고했어 오늘도, 노래합니다.
     
     
    작게 열어둔 문틈 사이로/ 슬픔보다 더 큰 외로움이 다가와 더 날/
    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
    빛이 있다고 분명 있다고/ 믿었던 길마저 흐릿해져 점점 더 날/
    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수고했어 수고했어 오늘도/
    라라 라 라 라 라 라 라라 라....
     
    (‘수고했어, 오늘도’ - 옥상달빛 노래 가사 중)
     
     
    '4.16생명안전공원' 함께 하는 노래! [다함께 만들어요] 뮤직비디오 / 출처: 4.16재단

     


     

    “수고했어 오늘도”, 4.16합창단 이야기
    꿀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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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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