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메뉴열기

공익웹진

  •  
     
     
     
    
    우리는 살아가며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질문을 떠올립니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이 사회는 왜 이렇게 돌아가는 걸까?”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하지만 바쁜 일상에서 이런 질문들은 쉽게 묻혀버립니다. 혹은 답을 찾기도 전에 “그런 게 뭐가 중요해”라는 말에 스스로 입을 닫아버리기도 하고요. 때로는 이런 고민조차 사치처럼 느껴질 만큼 팍팍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경기도 안산에서 진행된 ‘청년질문학교’는 그런 질문을 마음껏 꺼내놓을 수 있는 곳입니다. 누구도 정답을 강요하지 않고, 함께 고민하며 ‘질문하는 태도’를 배워보는 자리입니다. 정답을 찾기보다 질문을 잊지 않는 것, 그 자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청년질문학교 시즌4 안내 표지판(왼), 굿즈(질문&스티커)(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올해로 4번째를 맞는 ‘청년질문학교 시즌4’는 “내가 만들 다정한 세계에서”라는 부제를 달고 진행됐습니다. 이번 청년질문학교는 ‘평등평화세상 온다’라는 단체가 주최했는데요. 6월 20일부터 7월 4일까지 3주 동안 매주 금요일 저녁, 청년들이 모여 강연을 듣고, 이야기 나누고, 질문을 던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지막 프로그램으로는 7월 12일부터 13일까지, 경기도 화성의 용주사에서 1박 2일 템플스테이도 함께 했습니다.
     
    이번 시즌의 주제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평화”였습니다. ‘평등평화세상 온다’의 임윤희 사무국장은 청년질문학교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전쟁과 혐오, 배제와 고립의 시대에 살고 있어요. 이런 현실 속에서 ‘평화’는 멀리 있는 거창한 이상이 아니라, ‘질문’을 통해 지금 여기서 시작할 수 있는 삶의 ‘방식’입니다. 나의 평화는 타인의 평화와 연결되어 있고, 작은 질문 하나가 함께 살아갈 사회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 “강연을 통해 다양한 평화의 얼굴을 만났는데요. 광장과 연대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배제 없는 사회를 상상해 보기도 하고, 전쟁 없는 일상을 꿈꾸며 일상과 평화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우리 사회 구조 속에 무수히 존재하는 외로움을 직시하고, 그 상황들을 끊어내기 위해 시도하는 새로운 시선을 모색해 보기도 했어요.”라고 청년질문학교에서 준비한 강연들에 관해 설명해 주기도 했습니다.
     
     
     
    청년질문학교 시즌4 1강 '정보라 작가' / 사진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3주 동안 진행된 청년질문학교의 강연도 참 흥미로웠습니다. 첫 번째 시간(6월 20일)에는 소설가 정보라 작가가 함께했습니다. 『다시 만날 세계에서』, 『아무튼 데모』, 『저주 토끼』 등의 여러 작품을 통해 혐오와 차별, 그리고 평화의 감각을 전해온 정보라 작가가, 청년들과 함께 “우리가 만드는 다정한 세계”를 주제로 이야기 나눴습니다.
     
    “이 모든 소수자성과 취약성과 교차성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포용하고 이 모든 다양성을 보호해야 한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남의 인생을 다 이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함께 존재하니까 같이 살아가는 것이다.”
     
    이번 청년질문학교의 특징 중 하나는, 강연이 시작되기 전에 강연자가 직접 쓴 책의 한 구절을 함께 낭독하는 시간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첫 시간에는 정보라 작가의 『다시 만날 세계에서』의 한 부분을 공유했습니다.
     
    정보라 작가는 ‘연대의 질문들’을 던졌습니다. 노동자들의 고공농성, 소수자의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 등 현재 진행 중인 다양한 연대의 모습들을 나누며, ‘연대’라는 것이 멀리 있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참가자들은 강연을 통해 ‘다정한 세계’와 ‘연대’에 대해 새롭게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청년질문학교 시즌4 2강 '이용석 작가' / 사진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두 번째 시간(6월 27일)에는 『전쟁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평화는 처음이라』를 쓴 이용석 작가가 청년들을 만나 “우리의 일상과 전쟁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옥분 할머니가 영어를 배워야 했던 이유는 바로, 전쟁 때 겪은 일을 국제사회에 증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옥분 할머니는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군 ‘위안부’였습니다. 평소 ‘위안부’였던 과거를 숨기고 살아왔지만 절친한 친구이자 아픈 과거를 공유한 정심이 쓰러지자, 정심을 대신해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위안부’로 끌고 간 여성들에게 저지른 끔찍한 전쟁범죄를 증언하기 위해 나섭니다. 미국 의회에서 그동안 갈고닦은 영어로 떳떳하고 당당하게 증언하는 장면은 몇 번을 다시 봐도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감동적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강의를 시작하며 이용석 작가의 『전쟁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의 한 부분을 낭독했습니다. 바로 ‘옥분 할머니’의 이야기였습니다. 이용석 작가는 전쟁과 평화를 거창한 이야기로만 다루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 전쟁들이 우리와 얼마나 가까이 연결되어 있는지를 알려주었습니다. 대한민국이 전쟁에 쓰일 무기들을 지원하고 있고, 우리는 그 무기를 만드는 기업의 제품을 아무렇지 않게 소비하고 있다는 사실도 전해주었습니다. 이날 강연을 통해 참가자들은 평화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문제라는 것을 질문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청년질문학교 시즌4 3강 '턱괴는여자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마지막 세 번째 강연(7월 4일)에는 ‘턱괴는여자들’의 정수경·송근영 대표가 함께했습니다. ‘턱괴는여자들’은 인문학과 공감 능력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믿으며 연구하고, 책을 쓰고, 전시를 기획하는 팀입니다. 이날 강연의 제목은 “서로 마주 보며 오래된 소외 끊기”였습니다
     
    “이제 외로움의 땅을 파헤치는 여정을 시작한다. 외로움의 구조를 읽어내고, 그 원인을 개인에게 전가하던 단편적인 구조를 읽어내고, 그 원인을 개인에게 전가하던 단편적인 관례를 끊어내며, 외로움을 형성하는 단단한 토대에 끼어들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맑은 눈의 연대를 도모한다.”
     
    강연의 시작은 역시 책 낭독으로 열었습니다. ‘턱괴는여자들’의 책, 『외로움을 끊고 끼어들기』의 한 구절을 함께 읽었습니다. 강연은 “과연 외로움은 개인적인 감정일까?”라고 질문을 던지며, 세상의 다양한 외로움을 조명했습니다. ‘턱괴는여자들’은 외로움을 사회구조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나누었습니다. 브라질의 사진가 카로우 셰지아크가 양로시설의 노인들을 찍은 사진을 함께 보며, 외로움이 단순한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 속에서 만들어진 문제라는 사실을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우리 모두는, 특히 이 시대의 청년들은 관계에서도, 일터에서도, 세상에서도 ‘평화’보다는 구조적인 폭력과 소외, 혐오와 차별 속에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이런 일들은 뉴스 속에서만이 아니라, 아주 가까운 곳에서도 발견할 수 있지요. 청년질문학교는 그런 문제들을 그냥 넘기지 않고 누구나 질문하고, 쓰고, 나누는 과정을 통해 자신과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시간을 만들어갔습니다.
     
     
    청년질문학교 시즌4 강사 저서 전시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청년질문학교 시즌4 템플스테이 / 사진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청년질문학교는 앞으로 어떤 질문을 이어가게 될까요? 이에 대해 ‘평등평화세상 온다’의 임윤희 사무국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번 강연을 통해 평화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마주하고, 질문을 통해 나와 사회의 관계를 다시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면, 앞으로는 그 질문을 우리 삶으로 옮겨보려 해요.
     
    참가자들과 함께 템플스테이를 하며 일상의 속도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개인의 평화를 되짚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리고 이제는 그 경험과 질문을 담아 에세이집을 만들 예정입니다. 각각의 에세이는 질문에서 시작된 여정의 기록이 될 거예요. 나의 평화가 사회의 평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글을 통해 그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다가오는 8월 23일(토) 오후 4시, ‘평등평화세상 온다’ 공간에서 ‘청년질문학교 시즌4 에세이집 출판기념회’도 열린다고 하니 함께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정말 필요한 건 정답을 강요하는 사회가 아니라, 질문을 품고 살아도 괜찮은 사회가 아닐까요? 안산에서 매년 이어지고 있는 ‘청년질문학교’는 그 소중한 ‘시작’을 청년들에게 건네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오늘, 나 스스로에게, 그리고 우리 사회에 작은 질문 하나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저도 질문해도 될까요?”
    레지스타

    조회수 377

    2025-08-08
  •  

    걸음으로 기억하다. 광복 80주년 화성시 만세길이 전하는 이야기

     

    한 동 민 (화성시독립운동기념관장)

     

    최근 곳곳에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축소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우리는 더욱 똑바로 기억하고, 분명하게 말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독립은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진 선물이 아니라, 수많은 이름 없는 이들의 치열한 외침과 피의 대가로 이루어진 결과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번 광복절을 맞아, 우리는 다시금 독립운동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합니다. 단순히 기념하는 것에서 나아가, 구체적인 장소와 사람, 사건을 통해 독립운동의 생생한 흔적을 따라가 보고자 합니다.

    특히 오늘 소개하는 글은 경기도 화성 지역의 독립운동을 복원한 화성3.1운동 만세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길은 단순한 탐방로가 아니라, 191943일 화성 우정면·장안면 일대에서 수천 명의 주민들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행진했던 실제 경로를 복원한 길입니다. 이 길을 따라 걷는다는 것은, 그날 그 자리에서 외쳤던 독립의 목소리를 다시 듣는 일이며, 지금 우리가 기억하고 지켜야 할 역사의 의미를 되새기는 일입니다.

    광복의 진정한 의미는 기억 위에 서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독립운동의 현장을 복원하고 계승하려는 지역의 노력에 주목하며, 이 글을 통해 잊지 않는 것이야말로 오늘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저항임을 함께 되새겨보았으면 합니다.                                                                 [편집자 주]

     

    화성3.1운동 만세길이란?

     

    화성3.1운동 만세길은 화성시 우정, 장안지역 3.1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자 당시 마을사람들이 걸으며 만세를 외쳤던 길을 역사적 고증을 통해 정비한 31km의 도보 탐방로를 말한다.

    2000명이 어깨를 걸고 함께 힘차게 걸으며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는 만세소리로 천지가 진동했던 그날, 191943일 우정면 장안면의 삼괴반도 일대의 역사적 감동을 느끼며 걸어보는 길을 다시금 만든 것이 화성3.1운동 만세길이다.

    화성지역은 일제강점기 민중 중심의 독립운동이 활발히 전개된 지역이다. 특히 일본인 경찰 2명을 처단한 것은 전국에서 유일한 사례였다. 1919328일 수원군 송산면 사강리에서 수원경찰서 순사부장 노구찌를 처단한 일과 43일 우정·장안면 사람들이 장안면사무소와 우정면사무소를 파괴하고 화수리 주재소 가와바타 도요타로(川端豊太郞) 순사를 처단 했던 것이다.

    지역민들의 조직적이고 공세적인 독립운동에 대한 탄압이 제암리, 고주리 학살과 마을들을 불태우는 야만적 만행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격렬한 독립만세운동이 펼쳐진 화성지역은 남다른 자부심을 지닌 곳이다.

    특히 우정면·장안면 일대는 삼한시대 상외국(桑外國)’이 있었던 곳으로 이후 상귀, 삼귀, 삼괴로 입말이 바뀌면서 삼괴반도(조암반도)로 불리게 되었다.

    이 지역의 만세시위는 어느 지역보다 격렬하게 전개되었다. 사전계획을 통한 조직적이고 거국적인 연합 만세시위를 진행했다. 이는 종교와 계층을 초월한 대규모, 조직적인 무력항쟁이었다. 일제의 말단통치기구인 면사무소와 경찰관주재소를 불태우고 일본인 순사를 처단하는 공세적 만세운동을 펼치며 삼괴반도(조암반도)를 승리의 기쁨으로 넘치게 만들었다.

    이 지역에서 가장 높은 쌍봉산에 올라 만세 소리 목청껏 외쳤던 그날, 100년 선조들의 우렁찬 만세소리는 독립을 위한 염원과 굽힐 줄 모르는 기상이었다. 가장 치열하고 격렬했던 승리의 항쟁지였던 그곳, 그날은 해방의 날이었다.

     

    만세길을 만들다

     

    191943일 화성의 우정면, 장안면 지역 30여 명의 만세시위 주동자들을 시작으로 인근 마을 주민 2,000명 이상이 참가하여 격렬한 시위가 진행되었다. 주곡리에서 시작해 옆 마을 화수리까지 시계방향으로 삼괴반도를 한 바퀴 돌며 하루동안의 해방구를 만들었던 역사적 사건이었다. 즉 주곡리석포리수촌리어은리(장안면사무소)쌍봉산조암리화산리(우정면사무소)한각리화수리(경찰관주재소)를 돌면서 2,000명의 시위군중들은 대한독립만세를 목청껏 외칠 수 있었다. 이들은 어깨를 걸고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길들을 따라 마을 친구 이름을 부르며 함께 웃으며 힘차게 새로운 역사에 동참하였던 것이다.

    만세시위에 참가한 2,000명은 당시 우정, 장안면에서 집집마다 장정 한 명씩 나온 엄청난 숫자였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과 장소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이는 2019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각 지역마다 3.1운동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시점과 일치하였다. 화성시는 3.1운동을 전국에서 가장 조직적이고 공세적인 만세운동을 펼쳤던 곳이라는 자부심에 더해 이를 기억하고 계승해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

    불행한 일이지만 일제는 야만적 탄압으로 마을을 불태우고 사람들을 폭행하고 잡아갔다. 그리고 이들은 내란죄(內亂罪)’로 처벌하였다. 다른 지역 3.1운동 관계자들이 치안유지법위반이나 출판법위반으로 처벌받은 것에 비해 내란죄라는 중형으로 탄압 받았던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건은 기억과 기록을 남겼다. 구술과 재판 기록을 통해 그날의 만세길을 복원할 수 있었다.

    3.1운동의 의의를 살리고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201711월 독립운동 유허지 정비 및 만세길 조성 연구가 시작 되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20192월에 화성3.1만세길을 조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31km 만세길에는 무엇이 있나

     

    주요한 거점 마을을 따라 그때 그 분들의 마음으로 100년 전의 그 길을 다시 걷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게 직접 걷는 화성3.1운동 만세길을 통하여 화성지역의 독립운동의 의의를 널리 알리고 독립정신을 기리고자 하는 것이다.

     

    화성3·1운동 만세길은 191943일 우정·장안 지역에서 만세를 외치며 걸었던 길과 역사적 현장을 복원한 길이다. 만세길은 총 31km로 이어져 있으며, 100여 년 전 독립운동가들이 걸었던 길을 그대로 복원하고자 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현재 만세길은 당시 길의 약 60% 이상을 복원하여 조성 되었다.

    1919, 만세를 외치며 걸었던 길에는 독립운동가의 집터, 생가, 관공서, 횃불시위 장소 등이 남아있어 그날의 역사를 되새겨 볼 수 있다.

     

                                               <3·1운동 만세길 지도>

    현재 만세길 안내판은 총 204개에 이른다. 종합안내판 6, 구간 이정표 4, 자원해설판 14, 쌍봉산 파노라마 6, 상징안내판 6, 보행주의 안내판 8, 방향안내판(지주형) 33, 방향안내판(부착형) 127개 등이다. 또한 곳곳에 안내 리본을 달아서 이를 따라서 방문객들이 쉽게 길을 찾아서 걷도록 도와주고 있다.

    또한, 13개 스탬프 함을 마련해 주요한 포인트 지점에서 스탬프를 찍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만세길의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드려는 노력이다.

    스탬프는 1)만세길 방문자센터, 2)차병혁생가 3)개죽산 횃불 시위터 4) 백낙열 집터 5)수촌교회 6)옛 장안면사무소터 7)쌍봉산 8)조암리 9)김연방묘소 10)옛우정면사무소터 11)각리,죽리 12)한각리광장터 13)화수리 주재소터에 위치해 있다

    한편 화수리에 방문자센터를 마련하였다. 예전의 보건소 지소를 리모델링하여 새롭게 방문자센터를 운영하여 31km 만세길을 종합적으로 안내할 수 있도록 했다.

    우정읍 화수리의 오래된 옛 보건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조성된 방문자센터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2019년에 문을 열었다. 만세길의 출발점이기도 한 이 곳은 선열들의 치열했던 투쟁을 함축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첨탑 형태의 외벽에는 화성독립운동가의 이름이 새겨진 벽돌을 활용해 추모의 의미를 더했으며, 내부의 오래된 벽 위로 격자 형태의 구멍이 뚫린 새로운 벽을 쌓아올려 방문객들로 하여금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다는 느낌을 심어주고 있다.

     

    <화수리 화성3.1운동 만세길 방문자센터>

     

    만세길 방문자센터는 건물 자체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두 차례의 세계적 어워드에 선정되면서, 전 세계에 일제의 참혹한 만행과 화성3·1운동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만세길 내 주요한 유허지에 안내판을 설치하고 각 마을의 대표적 독립운동가 집터를 정비하는 사업을 진행하였다.

     

     

    향후 과제

    걷고 싶은 만세길이 되어야 한다. 쾌적하고 아름다운 마을길 조성에 마을주민들과 함께 노력해야 한다. 꽃과 나무를 심어 사시사철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이 있는 걷고 싶은 만세길이 되어야 한다.

    화성시는 지역의 독립운동 관련 조사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면서 과거 만세운동이 일어났던 옛길을 복원하고자 했다. 이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고증하는 작업을 통해 만세길 조성을 해나갔다. 이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는 2019년에 완료하여 더욱 뜻깊은 행사를 갖고자 했다. 3.1운동 만세길을 복원함으로써 화성시의 독립운동 정신을 시민과 공유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조성된 화성 3.1운동 만세길은 1919년 만세운동 당시 걸었던 길을 60% 이상 복원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 그러나 코스가 길고 거점 사이 이동 거리 및 시간이 길어 일반 시민들이 탐방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한계가 있다.

    탐방로를 시민들이 이용하기 위해서는 구간별 프로그램 및 콘텐츠의 기획 운영, 홍보, 시설 정비 등 다각적인 운영 및 보완 방안이 필요하다. 이에 단계적인 실행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화성 3.1운동 만세길 전 구간에 대한 현황과 실태 파악을 통해 탐방로 활성화를 위한 단기-중기-장기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우선적으로 구역별 단기 탐방코스를 개발 중이다. 이를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이 화성3.1운동만세길을 탐방하고 체험하면서 3.1운동의 높깊은 역사적 의미를 깨닫는 지역적 명소로 거듭나도록 노력할 것이다.

     

    [기획]걸음으로 기억하다 : 광복 80주년 화성시 만세길이 전하는 이야기
    관리자

    조회수 129

    2025-07-30
  •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이한 「공익활동가 주간」은 전국 곳곳에서 공익활동가들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시간입니다. “공익활동가의 지역, 영역, 세대를 잇는 사회적 지지와 연대의 플랫폼”을 지향하며, 올해도 작년에 이어 6월 30일(월)부터 7월 4일(금)까지 다양한 연대의 장이 5일간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 흐름 속에서,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는 7월 1일 "2025년 경기도공익활동가대회"를 개최하였습니다. 경기도 시민사회가 직접 기획하고 만들어낸 이 자리는, 활동가들에게 진심 어린 응원과 지지를 전하고자 마련되었습니다. 특히 올해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위기 속에서도 불안을 막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애쓴 활동가들의 노고를 떠올리며,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인사를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이번 대회는 경기도 동·서·남·북 4개 권역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집행위원회를 구성해 준비했으며, 무려 경기도 31개 시·군, 98개 단체가 추진위원회로 함께해 주셨습니다.
     
    2025년 경기도공익활동가대회는 '당신의 빛으로 열어낸 새날'이라는 슬로건 아래, 어느 해보다 더 크고 넓고 단단한 연대의 장으로 펼쳐졌습니다. 경기도 시민사회 전체가 함께 만든 이 뜨거운 현장을 함께 만나보실까요?
     
     
     
    개막식
     
    사회자(박범수)가 본 행사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2025년 경기도공익활동가대회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왼쪽: 송성영(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오른쪽: 박혜옥(경기중북부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들의 개회사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사회는 안산에서 반값주거비 안산운동본부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박범수 님이 오전부터 오후 일정까지 진행해 주셨습니다. 꽤나 진행하기 어려운 사회 부탁이었는데도 활동가들의 자리라고 하니 흔쾌히 하겠다고 답해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었답니다.
    사회자의 개회선언을 시작으로 2025년 경기도공익활동가대회를 함께 이끌어준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4분 중에 2분의 개회사가 이어졌습니다. 2023년부터 함께 본 행사를 준비해왔던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의 송성영 공동대표님과 멀리 포천에서 수원까지 달려와주신 경기중북부환경운동연합 박혜옥 공동의장님이 행사에 참여해 준 활동가분들에게 안부를 묻는 이야기로 활기차게 시작되었는데요. 특히 “빛의 광장에서 빛의 연대로 ‘새날’을 열어냈다. ‘새날’은 늘 함께 걷는 경기지역 활동가들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라는 송성영 공동위원장님의 말씀을 들으니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이어 박혜옥 공동위원장님이 포천에서 먼 길을 갈 생각해 막막했는데 그래도 이곳에서 다양한 지역의 활동가들을 만나니 너무 반갑고, 오길 잘 했다는 말에, 모두가 이 자리를 채우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겠지만 그 고민이 무색할 만큼 좋은 자리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과 기대로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연대 장터
     
     
    '연대 장터' 프로그램에서 단체소개를 신청한 하남YMCA, 용인반딧불이시민모임, 수원YWCA 단체의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지역과 함께하는 시민단체들
    공익활동의 중심에는 지역이 있습니다. 하남YMCA, 수원YWCA, 평택YMCA, 하남YWCA, 부천YWCA, 안양YMCA, 오산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안양여성의전화 등은 지역사회 돌봄, 청소년 교육, 양성평등, 장애인 자립 등을 실현하기 위해 매일 현장에서 발로 뛰고 있습니다.
     
    평택안성흥사단, 여주시민주권행동, 여주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여주민예총, 포천시민사회연대, 안성평화네트워크, 수원체육문화센터, 수원여성인력개발센터, 수원YWCA 요양원, 평택시공익활동지원센터, 안성시공익활동지원센터, 광명시공익활동지원센터, 경기복지시민연대 도 각 지역의 다양한 사회 이슈를 기반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생태와 환경을 위한 실천
    용인반딧불이시민모임은 반딧불이 서식지 보존과 생태 복원을 위해 탐사와 포럼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수원환경운동연합, 오산환경운동연합, 경기환경운동연합, 부천기후위기비상행동, 기후위기비상행동 의정부,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경기에너지협동조합, 경기도시민발전협동조합 협의회, 녹색성장국민연합 등은 기후위기와 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해 지역과 연결된 다양한 환경운동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인권과 평등을 향한 연대
    경기여성단체연합, 다산인권센터, 인권교육온다, 경기여성단체연합, 수원615평화연대, 일하는사람들 생활공제회 좋은이웃은 인권, 노동, 평등, 평화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공유했습니다. 특히 장애인 자립,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성평등 조례 보호, 이웃노동자 권익증진 등 다양한 주제가 소개되었습니다.
     
    평화와 통일, 그리고 시민의 힘
    경기평화교육센터, 안성평화네트워크, 안산 평등평화세상 온다, 수원615평화연대, 오산평화의소녀상, 동두천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은 한반도 평화와 역사 보존, 시민 평화기행 등을 주제로 활발한 평화운동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행복한마을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의료사각지대 없는 평등한 복지를 꿈꾸며, 방문진료제도를 실현해 나가고 있습니다.
     
     
    연구·언론·네트워크
    경실련 경기도협의회, 경기민주언론연합, 경기시민연구소 울림,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5기 에디터, 수원마을만들기, 안양 대안학교 단체 등은 제도 개선, 언론 감시, 시민 연구 및 아카이빙, 마을 기반의 대안 교육을 주제로 소개되었으며, 그 다양성과 깊이에서 놀라움을 안겨주었습니다.
     
     
    새로운 시도와 실험
    웨어마이폴은 선거 기간의 탄소 배출량 추적을 통해 공약 전달 방식의 전환을 탐색하고 있으며, 청년 자원봉사팀 TOOL은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개선 봉사와 기술교육을 연계하는 새로운 모델을 실험 중입니다. 충북 충주 마을활동가의 사례 발표는 지역을 넘어 활동가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번아웃, 제도 변화, 지속 가능성 문제에 대해 함께 성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경기도의 연대와 지지
    경기도에서는 경기도 협치 수석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등이 중심이 되어 활동가들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단순한 행정적 지원을 넘어서,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더 지속 가능한 힘을 낼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경기도 내 31개 시군에서 참여한 다양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서로 자리에 일어나 자기소개 및 활동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수원유스호스텔 대강당을 가득 채워준 경기도 공익활동가들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넓은 경기도 전역에서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각자의 바쁜 일상 속에서도 소중한 시간과 마음을 내어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서로를 조금이라도 더 알아가고 연결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참석자 한 분 한 분이 직접 자리에서 일어나 본인과 소속 단체, 그리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양한 지역, 다양한 영역의 활동 이야기가 하나둘 쌓이며, 어느새 1시간이 훌쩍 지나갈 정도로 뜻깊은 교류의 장이 되었습니다.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 쉽지 않기에, 그만큼 이 시간이 더 소중하고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참여한 모두가 한마디씩 나눌 수 있도록 준비한 이 시간을 잘 준비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공동체 밥상
     
    수원유스호스텔 식당에서 마련된 음식을 함께 나누고 있다. 비건용도시락은 안산 카페마실에서 준비해주었다.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된 만큼, 긴 하루를 함께할 활동가분들을 위해 따뜻한 밥 한 끼를 정성껏 준비했습니다. 특별한 메뉴는 아니었지만, 특별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특별한 만남 덕분에 식사 자리는 그 어느 때보다 빛났습니다.
    식사 시간이 되자 이곳저곳에서 웃음꽃이 피어났고, 처음 만난 이들 사이에도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갔습니다. 그런데...식사할 때 가장 환한 얼굴들이었던 건… 혹시 제 기분 탓일까요?^^ㅎㅎㅎ
     
     
     
     
    점심 식사 시간이 진행되는 동안, 행사장 한편에서는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부스 활동도 함께 열렸습니다. 하남YMCA에서는 직접 재배한 목화솜으로 ‘목화새(뭉치새)’를 만들어보는 체험 부스를 운영해 많은 분들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은 동두천의 옛 성병관리소 보존운동을 알리는 자료와 함께 그 의미를 나누었고, 평등평화세상 온다에서는 직접 제작한 배지를 참여자들에게 나눠주며 평등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또한 행사장에는 각 단체별 홍보 리플렛과 책자를 비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경기도 곳곳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들의 다양한 이슈와 활동을 서로 공유하고 알아가는 소중한 교류의 장이 되었습니다.
     
     
    문화공연과 함께하는 빛의 광장 토크쇼
     
    마임이스트 류성국님의 열린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오후 프로그램 "빛의 광장 토크쇼"의 시작은 마임이스트 류성국 님의 깊이 있는 마임 공연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말없이 오직 몸짓 하나로 마음을 움직이는 마임은 때로는 수백 마디 말보다 더 강한 울림을 전해줍니다. 공연의 첫 번째 주제는 ‘벽’이었습니다. 우리 삶 속에는 누구도 쉽게 넘을 수 없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합니다. 공연은 그 벽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부딪히며, 때로는 좌절하고, 다시 일어나 다시금 마주하는 한 사람의 몸짓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 벽은 누군가에게는 제도일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사회의 편견, 혹은 활동가로서의 지침과 피로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류성국 님은 그 벽 앞에서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벽을 두드리던 그의 몸짓은, 마침내 그 벽을 넘어서 희망이 피어나는 새로운 날로 나아갑니다.
    빈손이지만 진심을 담은 위로와 격려가 있었고, 소리 없는 외침 속에서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만의 벽을 떠올리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짧지만 깊은 공연은 오늘 모인 모든 활동가들에게,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벽’이 결코 끝이 아니며, 함께라면 넘어설 수 있다는 믿음을 건네주었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이어진 박수는 그 믿음에 대한 뜨거운 공감이었습니다.
     
    빛의 광장 토크쇼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공연이 끝난 후 이어진 시간은 다섯 명의 활동가가 무대에 올라,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 가지 물건 또는 자료’에 담아 소개하는 토크쇼였습니다. 성남, 수원, 오산, 의정부, 여주, 그리고 안산까지 경기도 곳곳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공익활동을 이어온 이들의 진심 어린 이야기가 무대 위를 따뜻하게 채웠습니다.
     
    한국청년연대 김다은 대표는 매일같이 홍보물과 안내문을 만들며 공익활동의 최전선에 섰던 날들을 떠올렸습니다. 그날그날의 작업이 쌓여, 그 흔적 하나하나가 화려하진 않지만 가장 밀도 있게 삶을 채운 기록이었다는 말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냈습니다.
     
    평등평화세상 온다 김송미 대표는 직접 만든 작은 배지를 소개하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활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곳저곳 다니며 그 배지를 판매했던 날들, 그리고 오늘은 그 배지를 나눔으로 가져왔다는 말에는 연대의 온기와 활동가의 따뜻한 진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의정부자연에너지협동조합 서효숙 활동가는 생협에서 시작해 기후위기 대응까지, 지역과 함께하며 실천해온 시간들을 나눴습니다. 특히 딸에게 용돈을 쥐여주며 응원봉을 사수했던 일화는 유쾌함 속에 가족의 지지와 활동가의 삶이 겹쳐지며 현장에 따뜻한 웃음을 전했습니다.
     
    수원오산화성촛불행동 최승재 사무국장은 오래된 USB 하나를 꺼냈습니다. 수많은 거리의 촛불, 회의록, 발언문이 담긴 이 작은 저장 장치는 활동가로서의 삶, 그리고 공동체와 함께한 역사의 일부이자, 한 사람의 소중한 아카이브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여주시민주권행동 최용기 상임대표는 여주에서 만난 한 고등학생의 말을 전하며 이야기를 풀어갔습니다. “청년이 귀한 여주에서, 광장에서 마주친 한 학생의 말에서 여주의 희망을 보았다"라는 그의 말은 활동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떠올리게 해주었습니다. 거창한 프로그램이나 화려한 수치가 아니라, 함께한 순간 속에서 ‘누군가의 가능성’을 놓치지 않는 것이야말로 활동의 본질이라는 울림을 남긴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토크쇼는 단지 다섯 명의 패널만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무대 아래에서 그 이야기를 듣던 수많은 활동가들의 삶과도 다르지 않았기에, 마치 모두의 이야기가 무대 위로 오르는 듯한 시간이었습니다. 보다 안전하고, 보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차가운 거리와 어두운 길목을 함께 걸어가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조금씩 더 따뜻한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뮤지컬 배우이자 가수 이정열 님의 마무리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토크쇼가 끝난 후, 대회의 마지막을 장식한 시간은 뮤지컬 배우이자 가수 이정열 님의 특별 공연이었습니다. 무대에 올라 공연을 시작하기 전, 이정열 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오기까지 ‘공익’이라는 단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내가 살아오면서 이 단어를 직접 써본 적이 있었던가. 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은 그런 ‘공익’을 삶으로 실천하고 계시는 분들이구나, 싶었습니다.”
    공익이라는 말이 다소 추상적이고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어려운 일을 묵묵히 해내는 활동가들에게 존경과 고마움의 인사를 전하며, 노래로 마음을 전하기 시작했습니다. 공연이 시작되자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세대의 활동가들 가운데 특히 50대 이상의 참가자들에게서 뜨거운 호응이 이어졌습니다.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익숙한 곡들이었지만, 그 가삿말이 전하는 의미는 누구보다 활동가들의 마음에 깊숙이 와닿았습니다.
    이정열 님의 담담하고도 따뜻한 목소리는 그동안 고되고 지친 활동의 시간을 다정히 안아주듯 스며들었고,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노래로 위로받고, 연대로 이어지는 하나의 마음이 되었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이정열 님의 목소리와 따뜻한 말 한마디는 오랫동안 참석자들의 기억 속에 잔잔히 남았습니다. 노래가 전하는 위로가 이토록 따뜻할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함께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특강 - 새 정부와 다시 만날 세계를 위한 시민사회의 과제
     
    2부 강연 "새 정부와 다시 만날 세계를 위한 시민사회의 과제"라는 주제로 시민사회활성화전국네트워크 류홍번 운영위원장님의 강연이 진행되고 있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활동가들의 과거를 돌아보고 서로를 위로한 1부를 마친 뒤, 이어진 2부는 “앞으로 시민사회가 어떠한 과제를 가지고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시간을 위해 시민사회활성화전국네트워크 류홍번 운영위원장을 모시고 특별강연이 진행되었습니다.
     
    강연의 주제는 “시민주권과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시민사회를 강화하자! –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제도·정책 과제”. 류홍번 운영위원장님은 먼저 한국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현 상황을 되짚으며, 해외 각국의 시민사회 정책 사례들을 함께 소개해 주셨습니다. 특히 한국 시민사회가 전환기의 길목에 서 있는 지금, 어떤 제도와 정책이 필요한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알기 쉽게 풀어주셨고,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현장의 활동가들이 평소 품고 있었던 고민과 질문들이 진솔하게 쏟아졌습니다.
     
    질의응답
     
    강연을 마치고 다양한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Q. 보조금에 의지하는 시민사회, 괜찮은가요?
    한 활동가는 시민단체들이 정부 보조금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현실에 대해 우려를 표했습니다. 보조금이 정치적 영향력의 도구가 되는 것은 아닌지, 자생력을 갖춘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이에 대한 답변은 명확했습니다.
    “보조금을 받는 것이 문제는 아닙니다. 시민단체가 공익을 위한 활동을 하는 데 있어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은 정당한 권리입니다. 유럽 등 해외에서는 ‘정부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제도화되어 있습니다.”
    다만, 보조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이를 위한 해법으로 ‘사회적 경제와의 접점 확대’가 언급되었고, 기부문화 확산,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에 대한 실험적 접근도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Q. 제도와 정권, 시민사회는 어떻게 공존해야 할까요?
    시민사회가 법적으로 제도화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만약 정권이 바뀌면 그 제도가 악용되거나 무력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또한 사회적 경제와 NGO의 활동 영역이 섞여 있는 현재 구조 속에서, NGO는 제도적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류홍번 운영위원장은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법은 정권처럼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시민사회는 오히려 협력하고 연대하는 구조를 통해 더 큰 파이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시민사회의 경계를 지나치게 명확히 나누기보다는 서로 다른 조직들이 함께 공익을 향해 연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Q. 시민사회는 사회통합에 기여할 수 있을까?
    새 정부의 사회통합 정책에는 ‘시민사회’라는 단어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과연 시민사회가 사회통합과 갈등 해소의 주체가 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 시민사회야말로 합의를 통해 사회적 통합을 이끌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 조직이며. 특히 시민사회의 독립기구 설립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이어졌습니다.
     
    Q. 기업과 협력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요?
    기업과의 협업이 해법 중 하나로 제시되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시민단체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기업들과는 근본적으로 협력할 수 없고, 구조 자체가 변하지 않는 한 시도조차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류홍번 운영위원장은 다음과 같은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 직접적 후원이 어렵다면, 지역 재단이나 플랫폼을 통해 간접 협업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 기업들이 사회 공헌 활동에 점점 더 관심을 가지는 만큼, 시민사회도 이에 맞는 프로젝트 제안을 기획할 필요가 있다.
    • 지역·중앙단위에서 기업 관심사를 조사하여 매칭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자.
    이처럼 ‘민감한 이슈는 피하면서도 기업과 공익을 잇는 새로운 경로’를 모색하는 방향이 제안되었습니다.
     
    Q. 시민사회 정책도 결국엔 서울 중심 아닌가요?
    마지막으로, 서울 중심 정책의 문제도 언급되었습니다. 많은 시민사회 정책과 자원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고, 실제로 지역 시민단체들은 상근자 1~2명 수준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정책 접근이 어렵다는 문제 제기였습니다.
    이에 대해 류홍번 운영위원장은 서울 중심 구조에 대해 동의하는 한편, 경기도는 산업/기업 중심의 지역이기에 더 기업과 협업하고 자원을 연결한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다며, 더 많은 시민사회 주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말했습니다. 즉, 서울 중심 문제를 비판하는 것에서 멈추기보다는, 지역에서도 능동적인 전략과 구조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습니다.
     
    이번 강연에서의 질의응답 시간은 단순한 질문과 대답을 넘어, 시민사회가 지금 어디쯤 와 있으며,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함께 고민한 시간이었습니다. △공익활동의 재정구조부터 정체성 △제도화의 방향성과 정권과의 관계 △사회적 경제와의 연계 △사회통합에 대한 기여 가능성 △서울과 지역 사이의 불균형 문제까지. 이 모든 질문의 바탕에는, 더 나은 시민사회 생태계를 함께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함께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시민사회는 변화하고 있다는 희망과 믿음이 생겼습니다.
     
     
     
    폐회사
     
    2025년 경기도공익활동가대회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왼쪽: 유명화(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센터장), 오른쪽: 김유철(안양YMCA 사무총장))들의 폐회사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모든 프로그램이 끝난 뒤, 대회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두 분의 폐회사였습니다. 이번 대회를 위해 경기도 전역을 누비며 준비에 힘쓴 두 분,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유명화 센터장과 안양YMCA 김유철 사무총장이 차례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김유철 사무총장은, 이번 대회가 단순히 몇몇 단체의 주도로 열린 자리가 아니라, 경기도 31개 시·군의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추진위원회로 참여해 직접 기획하고 준비한 행사였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유명화 센터장은 “올해보다 더 많은 단체와 활동가들이 내년엔 함께하길 바랍니다. 명실상부한 '경기도 31개 시·군 공익활동가대회'가 될 수 있도록 계속 준비해나가겠습니다”라며 내년 대회를 향한 기대와 의지를 전했습니다.
     
     
     

     
     
    이제 막 2025년 대회를 마무리했지만, 벌써부터 2026년 경기도공익활동가대회가 기다려지는 건… 저뿐만은 아니겠죠?
    함께 준비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경기도공익활동가대회! 내년에는 더 많은 이야기와 얼굴들이 이 자리에 함께하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이 행사를 함께 준비해 주신 스태프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현장스케치] 2025년 경기도공익활동가대회 "당신의 빛으로 열어낸 새날"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유보희

    조회수 290

    2025-07-03
  •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의 ‘2025 경기도 우수조례 선정사업을 소개합니다

     

    경기도는 지난 수십 년간 다양한 사회재난과 자연재난을 반복적으로 경험해 왔습니다. 1996년 연천댐 붕괴, 2005년 이천 물류센터 공사장 붕괴, 2014년 세월호 침몰, 2015년 의정부 아파트 화재, 2019년 코로나19, 그리고 2024년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에 이르기까지, 이 재난들은 우리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기본권을 심각하게 위협해 왔습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극한 기상 현상과 도시화로 인한 복합재난의 빈도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는 지방정부의 역할 또한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단순한 피해 복구를 넘어 도민의 생명과 권리, 안전한 일상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장치, 조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습니다.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이하 경기연대회의)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2024년부터 경기도 재난피해자 인권보장 조례()제정을 위해 도의원과 협력해 입법 추진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2025년에는 민선 8기 경기도의회가 제·개정한 조례 중에서 도민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킨 우수조례들을 발굴하고 평가하는 ‘2025 경기도 우수조례 선정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합니다.

     


     

    . 조례를 주목해야 하나요?

    우리는 중앙정부의 정책 변화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정작 우리 삶에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는 지방정부의 제도 변화에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상의 변화를 만드는 힘은 중앙이 아닌 지역에서 실현되는 제도, 즉 조례로부터 시작됩니다.

    조례는 지방의회가 지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정하는 자치입법으로, 지역 특성과 주민의 요구를 반영하는 법입니다. 특히 경기도처럼 인구와 정책 수요가 방대한 지역에서는 조례 하나가 수백만 명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좋은 조례는 단순히 형식적인 완성도를 넘어서, 주민의 삶의 질 향상, 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 제고, 주민 참여 확대, 그리고 지방자치 역량 강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경기연대회의는 이러한 인식에 기반하여, 조례의 실질적 효과와 실행력을 중심으로 우수조례를 시민과 함께 찾아내고,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고자 합니다.

     

     

    . ‘우수조례 선정사업의 목적과 방향은 무엇인가요?

    이번 ‘2025 경기도 우수조례 선정 사업은 다음의 두 가지 목적을 중심으로 추진됩니다.

    첫째, 경기도의회의 자치입법 역량을 강화하고, 사회적 가치 실현과 지역 발전에 기여한 우수 조례를 선정 및 시상함으로써 입법 품질 향상과 모범 사례 확산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둘째, 도민과 시민사회의 입법 감시와 참여를 제도적으로 확대하여, 조례의 제정·이행 과정을 투명하게 점검하고 정책 생태계의 숙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공공의 이익 실현과 지역 현안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정책 기반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 조례 평가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본 사업의 평가 대상은 제11대 경기도의회(20227~ 20256월까지) 기간 동안 발의되거나 제·개정된 모든 조례입니다. 1차부터 3차까지 총 세 단계의 모니터링을 거쳐 최종적으로 우수조례 13(최대)을 선정할 예정입니다.

    1차 모니터링(8월 말까지)

    경기도 내 19개 시민단체가 13개 상임위원회를 나누어 맡고, 경기연대회의가 합의한 평가지표에 따라 평가를 실시합니다.

    2차 모니터링(9월 중)

    경기연대회의 산하 입법모니터링 TF’1차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위원회별로 2건의 후보를 심화 평가합니다.

    3차 모니터링(9월 중)

    조례가 실제 정책과 제도로 연결되었는지, 즉 실효성(기구 설치 여부, 예산 반영, 사업 진행 등)을 중심으로 점검하여 위원회별 최종 1건의 우수조례를 선정합니다. , 우수 조례가 없는 위원회는 선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평가 시, 체크리스트는 어떻게 구성되나요?

    우수조례 선정을 위한 체크리스트는 조례의 혁신성, 지역 적합성, 실효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다음 여섯 가지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창의성: 조례가 전국 최초로 시도된 제도이거나, 기존에 없던 정책적 내용을 담고 있는가?

    지역성: 상위법 없이 경기도의 특수성을 반영한 자치조례인가? 주민 참여(공청회, 토론회 등)가 반영되었는가?

    구체성: 조례의 목적, 적용 범위, 시행 절차, 지원 대상 등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는가?

    시기의 적절성: 조례 제·개정 시점이 사회적 요구나 정책 환경 변화에 적절히 부합하는가?

    가치성: 조례가 사회적 약자 보호, 다양성 존중, 공동체 가치 실현 등 공공성을 내포하고 있는가?

    지속가능성: 조례가 일회성 정책에 머물지 않고, 장기적으로 제도화·정책화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었는가?

     

    이 체크리스트는 조례가 실제 도민의 삶을 바꾸는 힘을 가졌는지, 또한 향후 발전 가능성과 사회적 가치를 내포하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조례, 종이 위의 법이 아닌 삶의 도구

    경기연대회의가 추진하는 우수조례 선정 사업은 단순한 행정 평가 작업이 아닙니다. 이 사업은 지방의회와 도민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시민의 요구가 법과 제도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확인하는 실천의 과정입니다.

    조례는 도민의 삶 가까이에서 작동하는 가장 직접적인 제도입니다. 그 조례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제정 이후의 지속적인 감시와 평가, 그리고 무엇보다 도민의 참여와 연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경기연대회의는 이번 사업을 통해 조례가 종이 위의 법이 아니라 도민의 삶을 지탱하는 제도적 기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좋은 조례를 함께 발견하고, 널리 알리고, 지켜나가는 이 여정에 도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2025527일 경기도 조례 우수선정 작업을 위한 경기 지역 활동가 실무교육 모습

     
    [기획]종이 위 법이 아닌, 삶을 움직이는 조례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김현정 운영위원장

    조회수 360

    2025-07-03
  • 산불이 삼킨 사과

     

    이효희 소장(경기지속가능농정연구소)

     

    3월에도 간혹 눈이 내리기는 했지만, 올해는 4월 중순에 우박과 눈이 왔다. 서울에서는 118년 만에 벚꽃이 피는 계절에 눈꽃이 흩날렸다고 한다. 나처럼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에게는 요란한 눈비와 때늦은 겨울바람이 단지 당황스러운 하루일 뿐이지만, 변덕스러운 날씨는 농민에게 근심거리다.

     

    밤새도록 내린 폭설로 혼잡해진 출근길을 뚫고 내가 충남 보령에서 열린 연수회에 무사히 참석했던 그 날 역시, 기상 관측 117년 역사상 최악의 11월 폭설이 쏟아졌다. 안성, 평택, 화성, 용인, 이천, 여주 지역의 농민들은 오이, 호박을 키우는 비닐하우스와 축사, 인삼밭, 과수원, 미곡처리장 등이 무너져 내리는 큰 피해를 입었다. 습기를 가득 머금은 눈덩어리는 비닐하우스를 두 개 이상 연결해서 지은 하우스를 무겁게 짓눌렀고, 습설을 견디지 못한 철골 구조물이 주저앉았다. 그러나 도시의 아파트에서 폭설은 일상생활의 불편 정도로 지나간다.

     

    기후재난 시대, 농민들은 일터이자 삶터에서 반복적인 위기를 겪고 있다. 봄철 건조한 날씨 탓에 진화가 어려웠던 영남 산불도 같은 맥락이다. 화재로 인해 산청, 울주, 의성, 하동, 안동, 청송, 영양, 영덕 지역의 산림과 농경지가 초토화되었다. 산림청은 사망자만 30명에 이르는 영남지역 산불의 피해면적이 104ha라고 발표했다. 역대 최악의 산불이다. 흔적도 없이 불타버린 주택만 해도 3천 곳이 넘고, 사찰과 문화재도 화마를 피하지 못하였다.

     

    산불로 망가진 마늘밭과 양파밭은 퇴비를 뿌리고 정비하면 다시 작물을 재배할 수 있지만, 사과 과수원의 사정은 다르다. 운 좋게 산불을 피한 나무에서 설령 연분홍 사과꽃이 피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연기 피해로 뿌리까지 망가져서 제대로 열매를 맺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 과수원에 3년쯤 자란 묘목을 심더라도 정상적인 수확까지는 최소 5년이 걸린다. 게다가 사과 나무를 심으려고 해도 물을 주기 위해서 필요한 전기 설비와 관수 시설까지 모두 소실되어 생산기반 자체가 무너진 상황이다.

     

    영남지역은 전국 사과 재배면적의 25%를 차지하며, 맛좋은 사과로 유명하다. 이미 2년 전에도 금사과현상으로 사과 재배의 어려움이 알려졌다. 봄철 저온 피해, 5월 우박, 여름철 잦은 비로 인한 낙화와 낙과, 기형과, 탄저병 등으로 인해 수확량이 크게 감소했고, 최근 10년 중 최저 생산량을 기록한 바 있다.

     

    기후위기는 먹거리 위기다. 이번 산불로 올해도 금사과현상이 반복 될 거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과수원 붕괴로 인해 단단하고 달콤한 부사(후지), 새콤한 홍옥과 아리수, 향기 좋은 시나노 골드를 맛볼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과를 소비자 물가만을 자극하는 공공의 적으로 보는 인식은 수급 불안정에만 집중하는 단견이다. 반복되는 기후재난 속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폐허가 된 농촌의 아픔을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식량 생산지가 망가진 상황에서는 신속한 피해 복구가 우선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는 온난화를 넘어서 열대화로 접어들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작년에 이어 올여름에도 열대아 일수가 역대 최고치가 될 예정이다. 펄펄 끓는 지구에서 지속가능한 소비를 실현하려면 생산 역시 지속가능한 방식이어야 한다.

     

    유럽연합을 비롯한 세계 국가는 농생태학과 유기농 확대를 통해 2050 넷제로 달성을 추진 중이다. 63일 대통령 선거 이후 출범하는 새로운 정부 또한 기후농정으로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기를 기대한다. 도시에 사는 소비자들도 농업과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해 더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내가 만나는 사과 한 알이 기후재난 시대에 탄소배출 저감과 토양 탄소저장에 기여하는 귀중한 선물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다.

     

     

    [기획]산불이 삼킨 사과
    경기지속가능농정연구소장 이효희

    조회수 546

    2025-04-30
  •  
     
     
    
    4월 28일은 무슨 날일까요?
     
    노동자의 날, 근로자의 날, 메이데이…
    많은 사람들이 5월 1일을 ‘노동자들의 날’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4월 28일이 어떤 날이고,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날은 일터에서 일하다가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을 기억하고, 다시는 같은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다짐하는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입니다. 이 글은 4월 28일이 어떤 날인지, 한국에서는 이날을 어떻게 기억해왔는지, 그리고 왜 우리가 이날을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한 인형 공장에서 시작된 추모의 날
     
     
    태국 방콕 장난감 공장 화재 사진 /출처: KBS
     
     
    1993년 5월, 태국 방콕 외곽의 케이더(Kader) 장난감 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무려 188명의 노동자가 숨지고, 469명이 다쳤습니다. 그들은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의 인형을 만들던 노동자들이었습니다. 참사는 안전장치 부재와 기업의 탐욕이 낳은 결과였습니다. 공장에 화재경보기와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직원들의 목숨보다 비싼 인형의 도난을 막는다는 이유로 문을 잠그고 작업을 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불이 난 순간 노동자들은 빠져나올 수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1996년, 유엔 뉴욕 본부에서 열린 지속가능발전위원회 회의에서 국제자유노련(ICFTU)의 대표들이 이 사건을 추모하며 촛불을 들었습니다. “선진국 아이들의 장난감에는 개발도상국 노동자의 피와 죽음이 묻어 있다.” 이러한 각성이 국제 사회를 흔들었고, 이후 국제노동기구(ILO)는 4월 28일을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로 공식 지정했습니다. 현재 미국, 영국, 캐나다 등 19개국은 이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해 추모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전 세계 110개국 이상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날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의 달
     
     
    '4.28 산재사망 추모 건강한 노동, 안전한 사회 민주노총 투쟁 결의대회'에서 세운 안전화 탑 / 출처: 오마이뉴스
     
     
    한국에서 4월 28일은 민주노총과 노동조합 그리고 산재노동자 단체, 노동안전보건운동 단체 등 시민사회가 안전과 건강을 담은 한 해의 요구를 발표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4월을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의 달'로 지정하며, 정부의 산재사망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살인기업'을 선정 및 발표하는 '살인기업 선정식'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행동들은 전 세계적으로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노동자들을 시민사회에서 추모하고, 한국 사회가 더 이상 일하다 죽지 않는 일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행동들이었습니다.
     
    시민사회가 주도하여 진행되었던 4월 28일이, 올해부터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바로 작년 9월 국회 본회의에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4.28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이 법정 기념일이 된 것입니다. 개정안에는 제9조의 2(산업재해 근로자의 날)을 신설하였고, 이로 인해 매년 4월 28일을 '산업재해 근로자의 날'로 지정하고, 4월 28일부터 1주간을 추모주간으로 정했습니다.
     
     
    법정 기념일 그 이상의 의미가 되길
     
     
    23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 민주노총 결의대회 / 출처: 뉴시스
     
     
    산재사망 노동자를 추모하는 것은 법정 기념일이 되었지만, 여전히 매년 2,400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죽고, 부상과 질병으로 15만 명의 노동자가 고통받고 있습니다. 한국은 슬프게도 OECD 가입 국가 중 산재사망이 가장 많은 국가입니다. 특히 작년 경기도 화성에서 발생한 '아리셀 중대산업재해 참사'를 생각하면, 일터에서의 안전은 아직 먼 이야기로 느껴집니다.
     
    안전하지 않은 사회, 건강하지 않은 일터에 대한 사회구성원의 공감대가 모여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등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일터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망사고를 통해, 여전히 우리 사회제도의 부족함을 알려줍니다.
     
     
    추모를 넘어서, 더 이상 죽지 않는 사회로
     
    4월 28일은 더 이상 몇몇 활동가들만의 기억이 아닙니다.
    국가가 인정한 공식적인 추모의 날이 되었고, 우리는 그 의미를 더 깊게 되새겨야 합니다. 산재로 목숨을 잃은 수많은 노동자를 추모하는 것, 그리고 다시는 그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를 바꾸는 것. 그 두 가지가 함께 갈 때, 4월 28일은 진정한 ‘기억의 날’이 될 수 있습니다.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사회.
    위험을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일터.
    추모를 넘어서,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가 4월 28일을 기억해야 합니다.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권리, 4월 28일을 아시나요?
    라이언

    조회수 616

    2025-04-25
  •  

     

    광장의 노래는 부재(不在)를 향한 열망

     

    경기시민연구소 이사(한신대 국제관계학부 외래교수) 홍용덕

     

     

    어제와 오늘의 시민을 잇는 광장의 노래,

    여의도에서 남태령, 그리고 경기도로 퍼져,

    모순된 세계 속 폭넓은 시민 연대

    K-민주주의의 희망이다

     

    서울 전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관저 인근 농성장에서 시민들이 소시지를 나눠 먹고 있다. <한겨레> 김혜윤 기자

     

    한파주의보가 내려서일까. 여의도의 바람이 차갑다. 몇 달 전 한 후배가 이러다 이번 겨울에 또 촛불을 드는 것은 아니겠죠라고 했을 때 그럴 일은 없을 거야라고 되뇌던 기억이 떠올랐다.

     

    샛강역을 힘들게 빠져나오자 국회의사당 앞에 운집한 시민들이 거대한 강을 이루었다. 국회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표결이 1시간 앞으로 다가왔다. 8년 전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서 대통령 탄핵을 외치던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초와 1회용 컵을 깜빡 잊었네!”라며 당황하던 순간 광장에서 낯선 노래가 흘러나왔다.

    특별한 기적을 기다리지 마. 눈앞에선 우리의 거친 길은 알 수 없는 미래와 벽. 바꾸지 않아 포기할 수 없어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다만세가 광장에 울려 퍼졌다. 광장에서 촛불세대의 민중가요와 젊은 세대의 다만세는 세대를 넘어 하나로 녹아들었다.

     

    갖가지 응원봉 불빛이 반짝이는 광장에서 양초는 기우였다. 걸그룹과 보이그룹, 야구장의 응원봉이 가득했다. 누군가 아이디어네. 불이 꺼질 걱정도 없고라며 감탄하는 사이 광장을 채운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손에 든 10~30대 여성들이 앞에 자리했다. 중간중간 탄핵 가결 ~’을 요구하는 함성은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함께 부른 <아파트>에 담겨 여의도의 하늘로 새 깃털처럼 날아올랐다.

    100만 명의 시민이 유쾌하게 떼창으로 쏟아내는 분노가 커질수록 차가운 광장은 더 따뜻하게 물들었다. 여의도 광장의 노래는 8년 전 광화문에서처럼 희망과 위로의 불빛이었다.

     

    죽을 때까지 부조리한 세계와 타협하지 않은 영국 출신의 미술비평가이며 작가, 사회비평가로도 널리 알려진 존 버거(J. Burger)2017년 자신의 사후에 출판된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에서 이렇게 말한다.

    노래는 어떤 부재(不在, 그곳에 있지 않음) 앞에서 불린다. 노래를 공유하면서 그 부재도 공유되고, 덕분에 덜 아프고, 덜 외롭고, 덜 고요한 것이 된다. 노래를 공유하는 동안 원래의 부재는 줄어들고그건 뭔가 승리와 비슷한 경험이 된다. 종종 차분한 승리이고 또 가끔은 잘 드러나지 않는 승리다

    이보다 나흘 전인 123일 한 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그 부재를 일깨웠다. 전 국민이 잠자리에 드는 한밤중 터진 비상계엄은 먼지 쌓인 관 뚜껑을 열어 봉인된 폭력과 두려움, 공포를 세상으로 끄집어냈다. ‘척결, 처단, 포고문같은 섬뜩한 단어가 튀어나왔고 중무장한 특전사 군인들이 국회 유리창을 깨고 침탈하는 순간을 전 국민은 안방에서 텔레비전을 통해 지켜봤다. 1980년 전두환·노태우의 12·12 군사반란의 악몽이 거의 사반세기 만에 소환된 순간이었다.

     

    대통령은 헌정 질서를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대한민국을 재건하겠다고 핏대를 올렸지만 국민들은 의아해했다. 당시 대한민국의 상황이 헌법상의 계엄 요건인 전시나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였는지 도대체 이해를 못 했다.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엄격한 조건에서 허용되는 군 동원을 놓고도 이거 뭐지?” 했다.

    비상계엄 뒤 첫 주말 집회가 열린 지난해 127일 오후 5시께 탄핵소추안은 국회에서 부결됐다. 하나 둘 시민들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지만 부재를 향한 시민들의 열망마저 사그라진 것은 아니었다. 돌아가는 시민들의 뒤로 슬픔 이제 안녕, 수많은 알 수 없는 길 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 언제까지라도 함께 하는 거야라는 노래가 따라왔다.

     

    1주일 뒤인 1214일 국회에서 야당과 일부 여당 의원이 계엄은 명백한 위헌이며 법률을 위반한 중대한 범죄라며 탄핵 소추안을 통과시키고 비상계엄을 발동한 대통령은 47일 만인 119일 구속됐다. 그 사이 거리에는 충혈된 눈과 악다구니, 거짓과 배반이 휩쓸었고, 일부 극우 유튜버들이 돈방석에 앉는 사이 대다수 시민은 불면의 긴 긴 밤을 보냈다.

    지난해 11<탄핵의 정치학>을 펴 낸 이철희 전 국회의원은 탄핵에서 ‘3개의 방패를 말한다. 첫째는 의회 방패다. 탄핵소추를 국회가 하는데 재적의원 2/3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둘째는 사법부 방패다. 탄핵 심판의 결정을 내리는 곳이 헌재인데 9명의 재판관 중 6명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셋째는 대중 방패다. 대규모 대중동원, 사회운동으로 탄핵을 막는 방패다. 이들 방패를 뚫느냐에 따라 탄핵의 성공이 결정된다.

     

    역사적으로 2명의 대통령이 탄핵 소추됐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과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이다. 둘 다 의회 방패는 뚫었지만 대중 방패에 따라 탄핵의 성패가 갈렸다. 보수적인 일부 야당이 야합해 주도한 노 대통령의 탄핵은 그 부당성을 외친 광장의 시민에 막혀 실패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은 대통령의 권력 남용에 분노한 1,700만 촛불 시민이 탄핵을 주저하는 정치권을 압박하고 헌재의 탄핵 인용을 끌어냈다.

    봉인된 과거의 유령이 세상에 나온 날 시민은 다시 탄핵의 길에 섰다. 21세기에 상상도 못했던 비상군사계엄이 일어날 만큼 폭력적 세계에서 어떻게 이 세계는 또다시 이러한 폭력에 저항하는 게 가능했을까?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을 오마주 한다면 금실(golden threads)’ 때문이었다. 한강에게 금실은 인간의 가슴과 인간의 가슴을 이어주는 빛나는 실이다. 한강에게 어둠을 밝히는 이자 서로를 연결하는 이 빚어낸 결정체가 문학이라면, 비상계엄 이후 광장의 노래는 시대의 어둠을 밝히는 이자 어둠 속에서 서로를 연결하는 이고, 이들의 노래는 금실로 짜인 연대의 정신이었다.

    부재를 향한 열망이 담긴 광장의 노래는 시간이라는 허공을 가로질러 어제의 시민과 오늘의 시민을 하나로 잇는다. 그리고 다시 오늘의 시민과 시민 사이에 그물망으로 직조된 연대를 촘촘히 만들어 낸다.

     

    이번 겨울 여의도에서 시작된 광장의 노래는 광화문으로, 그리고 트랙터를 몰고 남도에서 수백를 달려온 농민들이 있던 남태령으로 퍼져 나갔다. 살을 에이는 날씨에도 전국의 주요 도시는 물론 수원 광명 광주 김포 화성 등 고양에서 평택까지 경기도의 작은 광장에서도 매주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부르는 노래가 이어졌다.

    그 노래는 4·19를 비롯해 유신헌법, 12·12군사반란과 5·18, 박종철과 이한열 열사의 죽음 등이 이어질 때마다 광장에서 불린 노래다. 광장의 노래는 해방 이후 압축적 경제성장 속에서도 한발 한발 더디게 진전되어온 한국의 민주화가 민주적 계기(democratic moment)’라는 위기를 맞을 때마다 이를 돌파하게 한 힘이었다.

    광장의 노래로 이어진 시민연대는 이제 폭넓은 연대로 비상한다.

     

    지난해 123일 밤,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 군의 국회 침탈 과정에서 내란 지휘관의 명령을 받은 젊은 병사들의 눈빛은 흔들렸고 그들의 발길은 느렸다. 대통령에 대한 수사기관의 2차 체포가 이뤄진 지난 15,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은 충성적인 지휘관들과 달리 방호벽이던 버스 안에 열쇠를 놓아 경찰 진입로를 터주며 우려되던 유혈 충돌을 막았다.

    12·12군사반란과 광주민중항쟁을 무대로 한 <소년이 온다>를 쓴 한강은 “24년 만에 되풀이된 계엄에 충격을 받았다라며 이렇게 말한다.

    젊은 경찰분들, 군인분들의 태도도 인상 깊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판단하려고 하고, 내적 충돌을 느끼면서 최대한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명령을 내린 사람들 입장에선 소극적이었겠지만 보편적인 가치의 관점에서 본다면 생각하고 판단하고 고통을 느끼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던 적극적인 행위였다.”(연합뉴스 126)

     

    도둑처럼 들이닥친 비상계엄에서 촉발된 이번 겨울 광장의 노래가 예전과 달리 더 빛난 것은 폭넓은 연대의 희망에서다.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절망 속에서도 연대의 정신은 세대를 넘어 시민들로 이어지고 이제 젊은 군인과 경호원 등 민주공화국 성원들로도 확산되고 있다. 그것은 광장에서 공유된 부재를 향한 열망의 확산이며 보편적 가치의 내재화였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 80년은 경제발전과 민주공화국 내에서 시민이 진정한 주권자가 되는 민주공화국을 향한 여정이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의 명목상 민주주의실질적 민주주의로 온전히 살아내기 위한 시민들의 몸부림의 시간이기도 했다.

    지나온 길 위에는 수많은 피와 눈물이 섞인 광장의 노래가 흩뿌려졌다. 그 긴 길은 더뎠지만 진보와 보수를 넘어 우리 사회가 최소한으로 합의해 성취한 보편적 가치의 관점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다. 세계인은 이를 일러 ‘K-민주주의라고 한다. 폭력 대신 평화, 배제 대신 공존, 차별 대신 차이, 특혜 대신 공정을 향한 희망을 읽었기 때문이다.

    이번 겨울, 한쪽으로는 광기 어린 권력의 폭력과 거짓이 횡행하고 한쪽으로는 부재에 대한 열망이 노래되는 이 모순된 세계의 더 깊은 곳에 자리한 광장의 노래, 시민들의 연대와 마주한다.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조니 캐시(Jonny Cash)의 말을 빌자면 이들은 노래라는 따뜻한 고치로 감싸 어디든 갈 수 있는 이들이고 그러고 나면 어떤 것도 나를 물리칠 수 없는이들의 연대다.

    [기획]광장의 노래는 부재(不在)를 향한 열망
    사단법인 경기시민연구소 울림 (한신대 외래교수) 이사 홍용덕

    조회수 1401

    2025-02-04
  •  

    안녕하세요! 지난 2025년 경기도 공익활동 단체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결과를 공유드리려고 합니다! 

     

    지난 설문조사의 주제는 '경기도 공익활동단체가 기대하는 2025년의 모습은?' 이였습니다. 경기도 공익활동단체가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와, 경기도에 기대하는 또는 바라는 모습이 무엇인지 설문을 받았는데요! 그 결과를 주요 키워드를 중심으로 공유드리려고 합니다! 총 14명(11개 단체)의 참여로 설문조사를 마무리 하였습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다양한 공익활동단체도 소개 드릴 예정이니 끝까지 봐주세요!

     

    먼저, [공익활동단체가 2025년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에 기대하는 점(바라는 점)은?]의 결과를 주요키워드를 중심으로 공유드리겠습니다! 주로 공익활동에 대한 다양한 지원과 더불어 그 대상이 소외된 약자를 위한 활동을 중심으로 활동하길 원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공익활동'이라는 정의와 개념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적극적인 홍보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활동가를 위한 지원으로는 역량강화와 공익활동단체간의 네트워크 협력이 잘 될 수 있도로 자리를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최근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대두됨에 따라 기후위기대응을 위한 센터차원의 행동도 적극적으로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다음으로는 두구두구두구! [2025년 경기도에 기대하는 점(바라는 점)은 무엇인가요?]라는 설문에 대한 답변을 주요키워드를 중심으로 공유드리겠습니다!

    주로, 공익활동 지원을 확대하고 하되 구체적으로는 예산, 인력지원 등의 의견을 많이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또한 앞서 센터에 바라는점과 마찬가지로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보호를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길 요청하였는데요, 특히 '정책'을 활용한 요구들이 있었습니다.  이어서 시민참여와 연대를 위한 자유로운 시민사활동을 지원하고 공동체를 강화할 수 있는 역할을 강조해 주었습니다! 앞서 센터에 바라는바와 같이 도시환경 개선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그리고 '장기 거주 안정정책' 등 개인의 성장보단 공동체를 위한 활동에 대해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기를 바랬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공익활동 인프라 강화인데요 공익활동지원센터 뿐 아니라 공익활동단체를 적극 지원하여 지속가능한 공익활동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구조를 만들것을 기대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공익활동단체를에서 도민들에게 남기고 싶은 한마디를 다음과 같이 다양하게 공유해주었습니다!

     

    공모사업을 추진하여 역량강화에 큰 힘이 됨

    관심과 더불어 참여 및 후원을 부탁드려요.

    다양한 공익활동으로 시민이 주인인 민주공화정의 가치를 공고히해요.

    도민의 참여로 살기좋은 경기도를 만들어 보아요

    지역 주민의 소식과 삶을 통해 연결된 공동체를 만들어가요.

    함께하는 경기도는 작은 관심도 큰 힘이 됩니다. 서로를 아끼는 마음으로 지켜보아요.

    '공익활동' 멀지 않고, 어렵지 않습니다. '시작'은 어려울지라도 함께 하기에 쉬울 것입니다.

    경기마을공동체미디어연대가 공익활동 인식 확산을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 함께, 살기 좋은 경기도를 만들어요!!

    함께 공익활동에 참여해주세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책과 사회변화에 적극 공감히고 함께 해주세요

    파이팅입니다.^^

    시민이 눈을 뜨고, 서로 연대해야 시민주인 되는 사회가 됩니다.

     

    참여해주신 공익활동단체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연번

    단체명

    단체 사업(활동)소개

    1

    수원공유냉장고시민네트워크

    수원지역의 공유냉장고 운영을 통한 먹거리 복지와 공동체 형성 촉진활동 등의 사업 진행

    2

    일동청소년공간 그늘

    평일 청소년 자율 이용 공간, 청소년 주말 활동, 청소년 동아리 활동, 마을 청소년 축제 등

    3

    시민기획단 나침반

    시민참여 인문(약자, 소수자 인권 권익) 강연 진행 및 의뢰, 소규모영화제 상영 등

    4

    화성환경운동연합

    시민 화성시 환경보호활동을 통해 생태계보전 및 환경오염 감시를 위한 다양한 사업운영

    5

    다산인권센터

    인권관련 현안대응(노동, 이주, 재난참사 등), 풀뿌리 인권운동 등

    6

    경기마을공동체미디어연대

    경기도 지역의 공익기록(영상, 출판, SNS) 활동 운영 등

    7

    광명경실련

    권력감시, 지역경제활성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사업(활동) 운영 등

    8

    경기환경운동연합

    - 경기도 및 시군 시민사회와 함께 경기도내에서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다양한 활동

    - 에너지전환 및 재생에너지 생산 확대를 위한 시민인식 확산, 생태전환사회를 위한 생태 보전·보호·재자연화 촉구, 자원순환·순환경제 촉진 등

    9

    경기여성단체연합

    셩평등 의제 확산을 위한 사업 운영 등

    10

    경기복지시민연대

    - 지역사회 시민들의 참여로서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복지권 확장과 복지공동체 실현에 기여 목적

    - 사회복지 관련 각종 참여활동, 지역사회복지 정책과 행정에 대한 감시와 참여 활동 등

    11

    지구인의 소통실험실

    시민소통과 거버넌스 활동 운영 등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참여해주신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서 설문조사 결과를 최대한 반영하여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에 공익활동으로 연결되는 생동하는 경기시민사회를 만들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응원 연대! 부탁드리겠습니다!^^

     

     

     
    [기획]경기도 공익활동 단체가 기대하는 2025년의 모습은?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조회수 1434

    2025-01-21
  •  

     

    2024111, 서울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아시아-태평양 성곽유산 비교연구 접근법(Comparative Approach to Fortification in the sia-Pacific)'을 주제로 국제 학술심포지엄이 개최되었다.

     

     

    서울시, 경기도, 고양시 주최, 세계유산 심사기구인 이코모스 산하 군사성곽유산 전문 위원회인 이코포트(ICOFORT),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이코모스코리아의 후원으로 진행되었다.

    이번 학술회의는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위원회 세계유산분과 송인호위원장(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의 기조 발표를 시작으로, 주원(중국 난징성곽 보호관리센터장), 아시시 트램바디아(인도 보존건축가), 카르멘 블롱 의장(필리핀)의 발표로 이어졌다.

     

    한양의 수도성곽국제학술회의 일정표

     

    주요 발표 내용을 한국과 중국으로 정리해 보면 '한양의 수도성곽'은 세 개의 대규모 성곽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사례, 세계적인 대도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별한 문화유산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성곽 유산으로는 '한양도성-북한산성-탕춘대성' 복합유산을 꼽을 수 있다. 이 성곽군은 18세기 조선 시대 수도 한양의 방어를 위해 완성되었으며, 최근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에 선정되었습니다. 특징으로는 수도를 둘러싼 한양도성, 위급 시 대피용으로 쌓은 북한산성과 두 성을 연결하는 탕춘대성으로 이 성곽군은 고대부터 18세기까지 한반도 수도방어시설의 발전 과정을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송인호 위원장(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의 기조 발표자료

     

     

     

    동아시아 대표 수도성곽인 중국 베이징성과 난징성, 일본 에도성과 교토 오도이 외성, 베트남 탕롱 황성과 후에 성곽을 한양의 수도성곽과 비교로 일본은 봉건 시대 다이묘의 권력을 상징하였고, 중국은 오랜 기간에 걸친 방어 체계의 진화를 나타내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건축 기술로는 한국의 성곽은 표준화된 소성석 축성기술을 적용했으며, 일본은 목조와 석조를 결합한 독특한 건축 양식을 보여주며, 중국은 다양한 지형에 적응한 건축 기술을 선보인다.

    문화적 의미로 각 성곽은 해당 국가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하며, 당시의 정치, 군사, 사회적 상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주원(중국 난징성곽 보호관리센터장) 발표자료

     

    중국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대표적인 성곽 유산으로 만리장성은 1987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긴 방어 구조물로 춘추전국시대부터 명나라까지 2000년 이상에 걸쳐 건설되었고 동서로 약 21,196km에 달하는 길이이다.

    다양한 지형에 적응한 뛰어난 건축 기술을 보유한 핑야오 고성은 1997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중국 산시성에 위치하여 현재까지 완벽하게 보존된 고대 도시 유산이다.

    명청시대의 전형적인 한족 도시 구조로 6km에 달하는 성벽으로 둘러싸여, 전통적인 중국 도시 계획과 방어 시스템을 보여주는 귀중한 사례이다.

    시안 성벽은 2014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가장 완벽하게 보존된 도시 방어 시스템 중 하나이다. 명나라 시대에 건설된 거대한 군사 방어 시설로 13.7km 길이의 직사각형 성벽 98개의 망루와 4개의 주요 성문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원화성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는 매우 특별한 사례로, 일반적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는 원본 그대로의 건축물만 등재가 가능하나 수원화성은 복원된 건축물임에도 불구하고 등재되었다.

     

    등재 이유는 수원화성의 축성 당시 설계도와 내용을 상세히 기록한 '화성성역의궤'라는 문서가 보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화성성역의궤'와 같은 기록물의 중요성은 첫 번째 역사적 가치를 갖고 있다. 과거의 사건, 의사결정, 그리고 문화를 보존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화성성역의궤'는 조선시대 수원 화성 건설 과정을 상세히 기록하여 건축 기술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했으며 문화유산 보존하고 복원하는 데 필수적인 자료. '화성성역의궤'의 상세한 기록 덕분에 6·25 전쟁으로 파괴된 화성의 성곽과 문을 원래의 모습대로 복원할 수 있었다.

     

    이러한 기록은 법적 증거로 활용될 수 있으며 정확하고 상세한 '기록'은 화성과 같은 문화유산의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데 기여했다.

    이 문서를 바탕으로 원형에 매우 가깝게 복원할 수 있었고 조선 정조의 효심과 정치적 포부가 담긴 건축물로 깊은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한 군사적 방어 기능과 상업적 기능을 동시에 갖춘 독특한 평산성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구조를 자랑한다. 그 가치는 건축물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화성성역의궤는 2007년 조선왕조의궤의 일부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도 등재되었다.

    이는 수원화성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더욱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수원화성의 또 다른 특징은 설계도와 작업 진행 기록이 온전히 남아있어 현대에 유지보수를 해도 세계유산 자격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수원화성이 단순한 역사적 유물이 아닌, 지속 가능한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수원화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한국의 문화유산 보존 노력과 그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중요한 사례다. 이는 단순히 건축물의 보존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된 기록물의 중요성도 함께 인정받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팔달문 전경(출처 : 위키디피아)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국가들이 취하는 접근 방식은 포괄적인 연구 및 문서화, 성곽의 역사적, 문화적, 건축적 가치에 대한 심도 있는 학술 연구 수행, 성곽의 현재 상태, 보존 상태, 역사적 중요성 등을 상세히 기록하고 보존 및 관리를 위한 계획을 수립한다.

    또한 다른 국가의 유사한 성곽 유산과의 비교연구를 통해 해당 성곽의 독특성과 보편적 가치를 입증할 수 있다.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참여와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실시함으로써 필요한 경우 성곽의 복원 및 보수 작업을 통해 원래의 건축 기법과 재료를 최대한 원형에 맞혀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더불어, 국제 전문가 자문, 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등 국제 전문가들의 자문 및 평가를 수용하여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명확히 제시하는 준비 과정을 통해 성공적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수 있다.

    특히 상술된 화성성역의궤는 수원 화성의 건설 과정을 상세히 기록한 귀중한 아카이브로 정확한 복원의 기반, 역사적 가치와 정확한 복원 가능성 인정, 기술과 도구들에 대한 기록, 공사에 참여한 1,800여 명의 이름, 주소, 근무일수, 임금 등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 당시의 노동 환경과 사회 구조를 이해와 미복원 시설에 대한 조사와 연구에 적극 활용될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후 발생한 변화는 보존 및 관리 강화, 더욱 체계적이고 엄격한 보존 정책 수립, 정기적인 모니터링 및 보수 작업 실시이다.

    그리고 국내외 관광객 수의 급격한 증가, 관광 인프라 개선 및 확충, 지역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경제적 효과도 가져온다.

     

    이러한 영향으로 연구 및 교육 기회 확대로 이어지며 학술 연구 활동 증가,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으로 국제적 인지도 상승, 문화 교류 기회 확대 및 지역 주민의 인식 변화, 문화유산에 대한 자부심 증가, 보존 활동에 지역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계기가 된다.

    이에 따라 국제 기준에 맞는 관리 시스템 도입되어 전문 인력 양성 및 배치가 되고 지속 가능한 발전 모색을 함과 동시에 문화유산 보존과 지역 발전의 균형 추구, 환경친화적인 관광 정책이 수립된다.

    이러한 변화들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후 점진적으로 나타나고, 이후 더욱 체계적인 보존 관리와 함께 국제적 관심이 크게 증가하게 된다.

    이번 국제회의는 '한양의 수도성곽(한양도성-북한산성-탕춘대성)'의 유네스코 등재 신청서 작성에 앞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성곽 관련 세계유산 전문가들과의 비교유산 연구 진행을 목적으로 하였다.

     

    그리고 '한양도성-북한산성-탕춘대성' 복합유산은 아직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지 않았지만, 그 독특한 가치와 의미를 인정받아 우선등재목록에 선정되었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보존 노력을 통해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꿈을 이룰 수 있다면 등재 후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세계 문화유산 등재 후의 변화
    럭비공

    조회수 2051

    2025-01-13
  •  

    얼마 전 미국에서 대통령선거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선거 만큼이나 언론의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글로벌한 세계환경에서 살고 있기도하고 미국이 한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것을 반증하는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도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등 많은 선거를 치루고 그 선거의 결과로 당선된 정치인들이 국민을 대표해서 국민의 안전과 권익을 결정하는 법과 정책을 집행하게 됩니다.

    국민의 의사결정권을 정치인들에게 권한을 위임해서 대리하는 사회체제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민주주의국가입니다.

    국민의 안전과 권리를 위임하는 중요한 의사결정이 선거인데, 과연 국민은 우리가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으며 민주주의의 책임 주체로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을까요? 우리의 생존과 삶을 결정하는 중요한 일에 우리는 제대로 교육을 받아본 기억이 없으실 겁니다.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있는 분이라면 굉장히 운이 좋으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 국가의 주체로서 국민에게 민주주의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고 교육하고 있는 화성의 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의 김원 간사님을 무지개 빛 공동체 무공이 라디오에서 만났습니다. 무공이화성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방송은 경민마을라디오에 방송되었고, 그물코 라디오 유튜브에 올려져 있습니다. 화성의 민주시민교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김원 간사님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싶은 분은 아래 링크에 들어가시면 아름다운 청년의 목소리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화성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는?

    화성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이하 화성민넷)은 일상 속 민주주의 활성화를 위해 화성의 여러 시민단체가 자발적으로 모여서 2018년도에 출발한 시민네트워크 단체입니다.

    참여하고 있는 단체로는 그물코 평화연구소, 더 큰 이웃 아시아, 화성여성회, 화성 YMCA30여개 협력단체와 60여 명의 개인 회원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오해

    민주시민 교육이라고 하면 이거 좀 정치적인 교육 아니야?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민주시민 교육은 정치적으로 좌(), ()의 입장이 아닙니다. 그리고 시민의 권한이 위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올라간다는 시민 중심의 교육 방향입니다.

    화성시 조례 제2조를 보면 민주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필요한 지식 가치 태도를 기르고 이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제 방식대로 설명을 해보면, 우리 동네 우리 지역에 대해 주인의식을 갖고 사는 걸 배우는 교육입니다. 내 집에 문제가 생기면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하잖아요. 마찬가지로 지역이나 사회의 일도 내 일처럼 생각하고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을 배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시민교육 강사양성

    양성과정은 크게 기본과정 심화과정으로 나뉩니다.

    기본 과정에서는 민주시민교육이란 무엇인가부터 시작해서 기후정의, 공정무역, 성평등 같은 주제에 대핸 강의와 토의로 기초를 다집니다.

    심화 과정에서는 민주적인 의사소통의 다양한 방식을 실습 중심으로 배우게 됩니다.

    심화 과정이 기본 과정보다 훨씬 일상에서 어떤 문화를 만들어가야 하는지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성찰해야 되고, 나의 바운더리가 어디인지 먼저 알아야되고, 나를 이해하는 만큼 당신을 이해하고 당신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우리가 함께 공동의 목표를 향해서 갈 수 있다라는 그런 믿음을 기본으로 강의와 커리큘럼이 구성되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배워가는 과정이 교육을 준비한 저에게도 굉장히 새롭고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저 사람 때문에 내가 이렇게 힘들어또는 저 사람이 내 의견을 받아주지 않아서 힘들어이런 사고방식을 고칠 수 있게 되고, 그럼 어떻게 대안적으로 저 사람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를 연습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민주적 태도를 가르치는 민주시민 교육강사

    기본과정 심화과정을 모두 이수하고 나면 화성의 중학교에 나가서 청소년 교육을 하게 됩니다. 화성민넷에서 2023년에는 화성시 7개 중학교에가서 기후위기, 청소년 참정권을 주제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서 지식뿐 아니라 민주적 태도를 쌓을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었습니다.

    저희의 수업방식은 좀 특이합니다. 다 같이 수업 시작 전에 책상을 교실 밖으로 빼구요. 의자를 원으로 둘러앉아서 수업을 진행합니다. 그렇게 하면 서로의 얼굴을 잘 마주 보게 됩니다. 저희는 아이들에게 지식 뿐 아니라 민주시민 교육에 대한 태도를 가르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렇게 원으로 둘러앉아 친구들의 얼굴도 보고 친구들이 하는 얘기도 듣고 하면서 민주시민의 태도를 자연스럽게 형성할 수 있도록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쉼 워크숍 & 컴온잉 화성인 특례 시민되기

    화성 민넷은 화성에서 활동하는 여러 시민단체가 함께 만든 단체이다 보니 저희의 네트워크 사업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깁니다. 쉼 워크숍이라는 이름으로 관련 기관에 관계자와 시민활동가들과 워크숍을 매년 진행하고 있습니다. 워크숍을 통해 서로의 일과 사람을 알아가는 시간으로 지역사회 연대의 기틀을 맞이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시민포럼이나 토론회도 개최합니다. 올해 하반기 특히 주력한 활동은 컴온잉 화성인 특례 시민되기프로그램입니다.

    컴온잉은 Common(보편적이다)+ing를 붙힌 시조어인데요. 모두가 공유해야 될 것들을 사회 구성원들이 책임지고 실천하자라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용어입니다.

    화성시는 인구 100만을 넘어서 특례시가 되는데요. 시의 위상이 높아지는 만큼 시민들도 그에 걸맞은 민주시민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컴온잉 화성 특례 시민되기를 기획하였습니다.

    화성이 특례시가 되면 행정이 달라지는 건지 시민들의 삶이 달라지는 건지 4번에 걸친 전문가 발표를 듣도, 시민들이 서로 의견을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전문가분의 경우 대학 교수님이 오시기도 하고 시민사회 단체 대표님이 오셔서 시민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는 선거제도를 함께 고민했구요. 특례시가 되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개발과 복지, 환경이 어떻게 균형을 이뤄야 할지도 살펴봤습니다. 특히 의미있는 건 정보공개 청구 교육 이후에 교육에 참여하셨던 선생님들이 그 활동을 실천해보는 후속 모임이 생겼습니다. 마지막으로 화성의 공익활동가들을 좀 더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함께 모색했습니다.

     

     

    화성의 교육활동가로 시작

    제가 이 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처음에 민넷에서 진행하는 민주시민교육 강사 양성과정에 수강생으로 참여했는데 활동가 선생님들을 열심히 따라다니다 보니까 어느새 제가 이 자리에 서있더라구요.

    저의 기본 배경을 조금 설명하면, 화성에는 그물코학교라고 평화교육에 힘쓰는 청소년 방과 후 대안학교가 있습니다. 제가 그 학교 출신이기도 하구요. 원래 교육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동기는 제가 화성에서 만나본 시민단체 활동가분들 중에 좋은 분들이 정말 많으세요. 이분들 옆에 있고 이분들과 함께라면 의미 있는 교육을 만들어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연스럽게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실무자를 하다 보니, 실제로 어려운 점이 많은 것 같아요.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의 첫 경험이다 보니 모든 게 새로운 일이거든요. 부딪히면서 하다 보니 진땀을 뺄 일이 많이 생기더라구요. 그래도 뭔가가 하나 끝나고 나면 축하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분들이 있으셔서 다시 또 일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화성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의 자랑은 훈훈함! 

    다양한 단체들의 모임이라 그런지 그 안에서 정말 많은 정보와 인사이트를 얻는 것과 회원들 간의 훈훈함이 저희 화성민넷의 자랑입니다.

    각자 전문성을 바탕으로 서로 행사에 도움을 주고 받는 협력의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민주적이라는 게 무엇보다 의사표현의 자유 그리고 수평적인 의사결정 구조로 확인이 되는데요.

    저희 운영위원 10분이 계세요. 운영위원회 때 보면 항상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면서 의견 차이도 있지만, 갈등 없이 합의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어떤 사업에 대해서 논의를 드릴 때도 대표님 그리고 다른 모든 분들이 늘 협력적이십니다. 또 만약에 갈등이 발생한다고 해도 화성 민넷 분들이라면 평화롭게 조정해 나가실 것 같아요.

    민넷이 그런 걸 또 가르치고 추구하는 곳이니까요.

     

     

    화성 민넷은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

    작년에 중학교에 가서 진행했던 청소년 교육이 학생들하고 선생님들께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다시 꼭 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는데, 아쉽게도 올해는 도에서 지원하던 예산이 끊겨서 수업이 중단됐거든요.

    강사 양성과정이 잘 이뤄져 훌륭한 강사분들이 배출은 됐는데 이 활동의 장이 없어진 게 참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민주교육 강사분들이 청소년 앞에 나설 기회가 더 늘어야 해요. 중학교가 어렵다면 지역아동센터나 작은 도서관 등 저희가 직접 찾아가는 교육을 통해서라도 더 많은 청소년과 만나고 싶습니다.

    저희가 2019년에 시의회와 협력해서 화성시 민주시민교육에 관한 조례를 만들었는데요. 이 조례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사회 전반에 민주시민교육이 자리 잡으려면 민주시민 교육기본법이 반드시 제정되어야 하고 민넷이 그 일에 적극 기여할 수 있으면 합니다.

     

     

    화성민넷과 함께 하는 방법

    2025년에 더욱 알찬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새롭게 시작될 프로그램에 많은 시민이 함께해 주시면 주시면 좋겠습니다.

    화성 민넷은 단체들의 단체잖아요. 저희 회원단체 중에 한 곳에 들어가셔도 자동적으로 화성 민넷과 연결이 됩니다.

    저에게 연락주시면 친절하게 안내해 드릴께요.

     

    이번 무지개빛 공동체 이야기 무공이에서는 화성 민주시민 네트워크 김원 간사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민주시민이 된다는 건 일사천리의 효율도 아니고 경직된 침묵이 아니라 평화로운 소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시민이 자유롭게 생각을 표현하면서도 서로 배려하고 평화로운 관계를 맺어가는 민주시민 교육을 충분히 만날 수 있다면 하는 바람입니다.

    자기 지역에서 건강한 청소년기를 보내고 어느덧 시민활동가로 성장한 청년을 보니까 청소년기 아들을 둔 엄마인 저로서는 왠지 흐뭇하네요. 우리가 사는 민주사회가 시민이 주체로서 작동하는 좀 더 진일보한 민주사회가 되기 위해 주인이 시민이 민주시민이 되기 위한 민주시민 교육을 필수적으로 받고, 함께 사는 사회를 같이 만들어갈 시민사회의 연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글을 보는 모든 민주시민이 사회의 주인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화성민주시민교육 네트워크 실무자로 기억남는 에피소드

    저는 차가 없는데요. 교육활동가로 활동하다 보면 차가 많이 필요하더라구요. 특히 서울보다 면적이 1.3배 큰 화성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이동에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화성민넷 운영위원분들께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특례시민되기 2차 포럼에서는 어떤 선생님이 많은 짐을 다 날라주시기도 했구요. 또 다른 분은 저 대신 장을 직접 봐서 다과를 준비해 주셨어요. 포럼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는 또 다른 분이 저를 집에까지 태워주시기도 했습니다. 약간 카풀의 느낌, 품앗이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 종일 따뜻한 도움을 받은 날로 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무지개 빛 공동체 이야기 ‘화성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바람자전거

    조회수 1461

    2025-01-08
  • 연번
  • 제목
  • 작성자
  • 날짜
<< 1 2 3 4 5 6 7 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