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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들 추석 잘 보내셨나요? 이번 추석 연휴는 다른 공휴일과 겹쳐 최장 7일간의 쉬는 날이 생겼었는데요. 따라서 가족, 친구, 연인 간 국내외를 놀러 다니며 좋은 추억을 쌓는 분들이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연휴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일터로 향해야 했던 사람들이 있었는데요. 우리의 가족, 친구, 연인에게 커피, 택배, 택시 등을 제공했었던 사람들. 누군가의 황금연휴를 책임졌었던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이웃, 명절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 음식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배달 기사의 모습
    (출처: Pixabay, Surprising_Media 제공)
     
     
    명절 노동자 즉, 공휴일에도 일하는 노동자의 직종은 대표적으로 어떤 업계에 주로 분포되어 있을까요? 관련 통계를 찾아보았습니다. 비농(非農) 전 산업을 기준으로 1인 이상 기업의 상용 총 근로시간(평균 177.9H)을 분석한 결과 숙박/음식점업(183.9H), 사업시설 관리/사업 지원/임대 서비스업(178.5H), 협회·단체/수리·기타 개인 서비스업(182.2H)이 상대적으로 근로 시간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1) 이로 미루어 보아 해당 업종들에서 휴일 근무가 더욱 높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렇다면 대우는 어떨까요? 일부 직업에서는 합당한 보상 체계가 상대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앞서 말한 직종에서 비교를 해볼까요?
     
    상용 임금 총액을 기준으로 숙박/음식점업에서는 약 184시간의 노동에 비해 2,803,179원을 받아 시간당 임금이 약 15,243원으로 최저임금을 약간 상회하는 정도였습니다. 사업시설 관리/사업 지원/임대 서비스업에서는 약 179시간의 근로에 비해 2,988,894원을 받아 시간당 임금이 약 16,745원으로 비슷한 양상을 보였습니다. 또한 협회·단체/수리·기타 개인 서비스업에서도 약 182시간의 노동에 비해 3,322,316의 임금을 받아 시간당 18,234원의 수입을 기록해 산업 평균 임금인 약 25,000원보다 30% 정도의 낮은 금액을 기록하였습니다.2)
     
    나아가 명절 노동자들의 인터뷰에서도 불편한 현실이 드러납니다. 예로 복지와 관련한 불만 사항으로 외국계 화장품 매장 매니저 B 씨(45)는 "대체 휴무를 사용해도 토요일과 일요일을 이어서 쉬는 직장인들처럼 이틀 연속 쉬는 날은 드물다", "특히 매장이 바쁜 주말을 껴서 연속으로 쉬는 경우는 없다"라고 밝혔습니다.3) 또한 성동구 아파트 경비원인 이모 씨(75)는 "휴가가 아예 없다 보니 명절 때 가족들을 제대로 보기도 힘들다", "아무래도 작은 아파트다 보니 내가 빠지면 대신 일할 사람이 없다"라고 털어놨습니다.4)
     
    이와 더불어 휴일 근무의 인식 측면에서도 근로자들은 불편함을 호소했는데요. 예로 노동절 근무와 관련해 2024년 조사(인크루트·응답자 1076명)에서도 출근자 10명 중 4명은 수당이나 대체휴일 없이 근무하였습니다. 특히 상시 근로자 수 5인 미만 기업의 출근율은 41.3%를 기록하였고 근로기준법상 휴일 근로 수당(50% 이상) 지급 의무도 없어 아예 수당이 누락되기도 해 쉬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기도 하였습니다.5)
     
     
    ▶과로에 지친 직장인의 모습
    (출처: Unsplash, 사진가 Vitaly Gariev.)
     
     
    이러한 현상이 생겨나는 이유는 비단 개인만의 문제일까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이면에는 구조적 문제도 있습니다. 이를 세 가지의 주요 내용으로 추려보았습니다.
     
    첫째. 저부가가치·고노동 집약 산업일수록 공휴일 근무를 통해 매출을 올립니다.
     
    서비스업, 운수·물류·배달업, 도·소매업 등은 상대적으로 저부가가치·고노동 집약 산업으로 제품이나 서비스 단가가 낮은 편입니다. 예로 높은 비중의 카페 운영 고정비·인건비, 배달 플랫폼의 배달비 경쟁, 마트의 높은 노동 의존도와 낮은 노동생산성 등의 원인이 해당됩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업장은 명절 특수와 함께 장시간 노동을 통한 카페의 회전율 증가, 배달비 인하와 기사 운임비 삭감(배달 기사의 근로 시간 증가)6), 마트의 단기 인력 간접 고용으로 고정 인건비 절감 등의 방식으로 수익을 얻고자 합니다. 따라서 근로자들은 휴일에도 출근해 매출에 기여하지만 뚜렷한 보상은 받지 못하는 일도 다수 발생하고 있습니다.
     
    둘째.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대기업 vs 중소기업, 정규직 vs 비정규직)가 공휴일 근무와 근무조건에 영향을 줍니다.
     
    2024년 주 52시간 초과 비중은 1∼4인(8.4%)>5∼29인(5.6%)>30∼299인(5.2%)> 300인 이상(4.6%)이었고7) 상용 300인 미만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3,700천 원으로 300인 이상의 6,988천 원과 약 2배 차이를 보였습니다.8) 또한 올해 6~8월 월평균 임금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는 208만 8천 원으로 정규직의 389만 6천 원과 약 181만 원의 차이를 보였습니다.9) 근로복지(시간외수당·휴가)에서도 비정규직은 약 35%(정규직 약 78%)의 수혜를 받았습니다.10) 따라서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는 인력난, 재정 규모, 인사·복지 운영 체계 미흡 등의 이유로 비교적 취약한 근무 환경에 속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올해 노동 시장의 전체 고용 89%는 중소기업에서 이루어지고11) 비정규직 근로자는 38.2%를 기록12)하였으므로 꽤 큰 규모의 노동자들이 이를 겪고 있다.
     
    셋째. 휴식권보다 고객 만족과 운영 편의를 우선시하는 사회문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흔히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사회’여서 편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텐데요. 이처럼 소비자의 고객 편의와 기업과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소비 활성화와 내수 진작 등의 목적으로 명절을 평일처럼 보내는 근무자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유통·돌봄 서비스·관광 산업 등이 해당하는데요. 특수한 예시인 의료의 경우 생명과 직결되기에 공휴일 근무도 필요하지만 누군가의 권리를 위해 누군가의 휴식권을 희생하는 것을 감사할 줄 모르는 시선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 쉼이 필요한 노동자의 뒷모습
    (출처: Pixabay, planet_fox 제공)
     
     
    반면 공휴일 근무에 찬성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를 앞서 언급한 내용을 기반으로 반박하는 세 가지의 주요 입장으로 추려 보았습니다.
     
    첫째. 특정 산업뿐만 아니라 공공안전·사회기반/냉장 체인·연속공정 업종도 공휴일 근무가 필수인 경우가 많습니다.
     
    전력·수도·통신 등의 생활 인프라 산업은 365일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상시 운영 업종입니다. 이는 영업 매출과 별개로 공공안전·기본권 보장의 이유로 근로자들이 명절에도 교대 근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즉석·신선식품을 생산하고 운송하는 냉장 체인과 반도체·정유·화학 등의 연속 공정이 들어가는 산업도 가동을 멈추면 품질 저하·대규모 손실·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명절에도 정상 근무를 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처럼 공휴일 근무가 필수적인 업종 상황의 특수성도 유연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둘째. 법적으로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공휴일 근무와 보상에 대한 지원책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예로 근로기준법 제56조의 연장·야간 및 휴일근로 시 근로자에게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13), 근로기준법 제60조의 1년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 제공14), 근로기준법 제52조의 근로일 종료 후 다음 근로일 시작 전까지 근로자에게 연속하여 11시간 이상의 휴식 시간 제공15), 산업안전보건법 제128조의 2의 사업주는 근로자가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휴식 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설 제공16) 등이 있습니다. 따라서 해당 법을 적용하는 것은 근로자와 사업주 간의 개인적인 문제라고 보는 시선도 존재합니다.
     
    셋째. 소비자의 욕구 만족과 산업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권리도 보장받아야 합니다.
     
    명절을 이용해 소비자들은 여가 생활을 보내며 더 많은 선택폭과 편의를 누리고 소비한 브랜드의 안정감과 만족감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또한 기업에서도 매출 확대, 생산성에 따른 휴일 탄력 운영, 충성 소비자의 확보도 노릴 수 있게 됩니다. 예로 「한글날 공휴일 지정에 관한 연구」에서는 대체 공휴일 지정으로 1.5일의 관광이 증가할 경우 2조 8,239억 원의 관광 지출로 4조 9,178억 원의 생산유발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17) 따라서 소비자 욕구와 기업체의 자유의지를 억제하는 행동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보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크리스마스에도 영업하는 백화점
    (출처: Pixabay, Peggy_Marco 제공)
     
     
    그렇다면 이처럼 상반되는 여론을 합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노·사·정의 입장에서 마련할 수 있는 주요 해결책을 세 가지로 추려보았습니다.
     
    첫째. 노동계에서는 노동자의 합당한 휴식권 보장과 보상의 표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노동계에서는 1.5배 공휴일 수당의 법적 최소 보장과 함께 근로환경과 산업 특성을 반영한 합리적 수당 상향 논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에서의 공휴일 근무 유급휴일·가산수당·보상휴가제 등의 적절한 임금과 복지를 확실히 명시하는 노동 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생활 필수 서비스업 등의 공휴일 의무 근무에서는 근로자들의 업무 일정 조정 참여·누적 보상휴가제 부여·추가 건강 검진 등의 기준안을 마련하는 요구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비정규직 근로자의 공휴일 근무에 대한 동일노동·동일 임금, 휴일 근무자 위로금·명절 수당 지급, 식대와 교통비 제공 등의 개선안도 제안할 수 있습니다.
     
    둘째. 경영계에서는 복리후생/워라밸/생산성 등을 고려하며 효율적인 기업 운영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예로 경영진은 AI를 활용해 공휴일 전후의 생산·소비 등을 예측 후 공휴일 인력을 조절해 인건비 등의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휴일 주간에 휴일 근무 대신 평일 근무 시간을 조정하되 복지포인트·휴가비를 보상으로 지급하는 탄력근무제를 확대해 생산성과 직원 만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반면 공휴일 근무자에게는 성과연동 휴일 근무 인센티브·선택형 보상휴가제(수당 or 휴가)·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 등의 제도를 마련해 법적 리스크 완화와 장기근속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모여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함께 사람 중심 경영의 CSR을 실천하는 회사 브랜드 선호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셋째. 정부는 노동자들의 휴식권과 보상, 기업의 운영 안정성을 마련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정부는 기업이 노동자의 공휴일 근무에 대한 수당·휴가·근로 시간 등의 법을 지키지 않을 시 처벌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에 정부에서는 국가/자치단체 등의 지원금 신청 제한, 국가·지방 계약법상 입찰 참여 시 불이익, 금융기관의 대출·이자율 산정 불이익 등의 제재를 가한다고 밝힌 만큼18) 법의 강제가 더욱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근로자의 휴식권과 기업의 운영 안정성도 보장할 의무가 있는데요. 예로 노사정 협의체를 통해 업종별 공휴일 근무 표준 모델 협약, 중소기업 세제지원·보조금 인센티브, 지역 공휴일 상생 협약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나아가 공휴일 근로자들의 노동을 하찮게 여기거나 필수적으로 여기는 사회 인식을 경계하는 캠페인도 진행해야 합니다.
     
     
    ▶광주광역시의 제135주년 노동절 기념행사에 참석한 광주 노사민정 대표들
    (출처: 광주광역시청, 「광주 노사민정 대표들, 135주년 노동절 맞아…」, 공공누리 제1유형 출처표시.)
     
     
    즐거운 황금연휴를 보내면서 마주쳤었던 수많은 명절 근로자들. 그들은 누군가의 재밌는 윷놀이와 맛있는 송편 시식을 위해 마치 보름달처럼 묵묵히 추석 명절을 풍요롭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스스로도 모르게 그들의 노동을 일종의 미덕으로 치부하며 당연시 여기고 있진 않았을까요? 이제는 복잡한 이해관계 속 한 사람의 노동 가치가 빛을 잃지 않는 사회를 조심스레 바라도 되지 않을까요? 모든 주체들과 공평하게 어우러지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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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누리 제1유형 (원문 PDF는 해당 페이지의 첨부파일 참조)
    공공누리 제2유형: 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 (원문 PDF는 해당 페이지의 첨부파일 참조)
    공공누리 제 제4유형: 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 금지 (원문 PDF는 해당 페이지의 첨부파일 참조)
    공공누리 제4유형: 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황금연휴는 딴 세상 일 아닌가요?_명절 노동자 이야기
    초스코스

    조회수 265

    2025-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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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 리터러시, 시민의 언어를 찾아가는 여정
    2025년 10월 27일, 경기도의회 중회의실
     
    '시민역량 강화를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방향 연구
    - 시민참여 기반 미디어 활동을 중심으로’
     
     
    행사 웹자보 /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행사 제목을 보고 한참을 멍하니 쳐다봤다. 분명 한글인데, 무슨 말인지 잘 와닿지 않았다. 미디어 리터러시가 뭐길래 시민 역량을 강화한다는 걸까? 어려운 단어들의 총집합 같은 이 제목 앞에서 나는 문득, 옛 기억 하나를 떠올렸다.
     
     
    # 읽을 수 없었던 공고문들
    90년대 초, 직장 생활을 막 시작하던 때였다. 회사 공문은 한문 일색이었다. 현장직 사원들을 위해 중요한 공고문을 식당 입구에 붙여놓곤 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공고문을 읽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세월이 흘러 IMF가 끝나고 21세기가 시작될 무렵, 이번엔 회사 공문이 영어 일색으로 바뀌었다. 여전히 식당 입구의 공고문 앞을 지나가는 현장직 사원들의 눈길은 그냥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한문과 영어를 모르는 현장 사원들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일까? 아니면 정보를 감추려는 사람들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일까? 나는 가끔 사무직 사원들조차 그 공문을 다 읽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디어는 어쩌면 그런 것 같다. 숨기고자 하는 사람과 숨긴 것을 밝히려는 사람 사이의 끝없는 싸움. 그리고 미디어 리터러시는 밝히려는 사람들을 돕는 교육이 아닐까?
     
     
    포럼이 진행되고 있는 현장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 조금씩 채워지는 자리들
    시작 30분 전, 회의실은 행사 진행자 외에는 텅 비어있었다. '과연 사람들이 올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14시가 가까워지자 조금씩 자리가 채워지기 시작했다.
     
    유명화 공익활동지원센터 센터장과 전자영 도의원의 간단한 인사말로 행사가 시작되었다. 유명화 센터장님은 인사말 중에 은근슬쩍 화두 하나를 던지셨다. "어디까지가 공익일까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공익은 어디까지일까? 공공의 이익이라는 말의 줄임말인 공익. 쉽게 말하면 사회 전체의 이익인데, 그렇다면 그동안 소외되어 온 소수자의 이익까지 포함해야 진정한 공익이 아닐까? 그런데 지금의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일들이 정말 소외된 소수자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을까? 때로 나에게 공익이란 단어는 그저 공무원들의 이익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유명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장(왼), 전자영 경기도의원(오)의 인사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 50년 앞서간 나라들의 이야기
    첫 번째 주제발표는 정혜실 연구책임자(단원 FM 공동체 라디오 본부장)의 '국내외 미디어 리터러시 현황과 사례'였다.
     
    '탈진실의 시대'라는 키워드로 시작된 발표는 유럽평의회가 제시한 '모두를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의 주요 특징들을 차근차근 풀어놓았다. 미디어 리터러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의 나침반 같았다.
     
    - 정부나 상업적, 교육적 기관 및 정당으로부터의 독립
    - 비영리적 지향
    -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에 시민사회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
    - 사회적 이익과 공동체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활동
    - 공동체에 대한 책무성과 그들에 의한 소유
    - 포용적이고 상호 문화적인 실천에 대한 헌신
     
    해외 사례를 정리하며 가장 놀라웠던 것은 핀란드였다. 무려 1950년대부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시작했고, 2014년부터는 정규 교육과정의 필수 과목이 되었다고 한다. 미국, 프랑스, 영국, 캐나다, 호주, 스페인, 아일랜드도 아무리 늦어도 1980년대에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교육과정에 포함시켰다.
     
    우리보다 50년, 적어도 40년은 앞서간 셈이다. 해외 사례들을 관통하는 핵심은 명확했다.
    - 시민의 정보 접근권과 표현권 보장
    - 지역 미디어와 학교 교육의 연결
    - 지역적 연대 구조 강화
    - 소수자를 위한 미디어 교육 실시
     
     
    # 우리의 현주소
    반면 국내 사례 발표는 법과 기관의 역할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작년에 들었던 교육을 올해 또 듣는 형식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반복. 그것이 지금 우리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한계처럼 느껴졌다.
     
    국내외 사례를 비교하며 깨달은 것이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의 방향은 '교육'이 아닌 '참여'로, '일방'이 아닌 '소통'으로, '기관' 중심이 아닌 '건강한 풀뿌리'로 설정되어야 한다는 것.
     
     
     
    정혜실 단원FM 본부장(왼), 천원석 공동연구자(오)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 삶을 바꾸는 미디어 교육
    두 번째 발제는 천원석 박사(공동연구자)의 '시민역량 강화를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방향'이었다. 18명의 전문가와 교육자를 인터뷰한 결과를 바탕으로 한 발표였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
    - 팩트체크 → 사실과 의견 구분 → 내용 분석 → 비판적 사고
    - 삶의 변화 주도
    - 주변 인식의 변화
     
    여기서 지역 미디어 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남녀노소 모든 세대가 문턱 없이 미디어 활동에 참여하고, 자유로운 공론장을 만들어가야 한다. 시민이 주체로서 공론장에 참여하는 것,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구현이다.
     
    옥천신문 이현경 님의 말이 가슴 깊이 새겨졌다.
    "저희가 미디어 리터러시를 해야 되는 본질적인 이유는 결국에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말하고, 소통하고, 그게 사람이 살아가는 가장 기본이고 그게 민주 사회 아닙니까?"
     
     
    # 현장의 목소리들
    10분의 정리 시간 후, 세 분의 토론이 이어졌다.
     
     
    정선욱(성남FM 공동체 라디오 본부장)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정선욱(성남FM 공동체 라디오 본부장)
    "과거에는 미디어 사용법이나 정보 검색법에 초점을 맞춘 교육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정보가 왜 만들어졌는가?', '누구의 관점이 담겨있는가?'를 스스로 묻는 비판적 사고 훈련이 필요합니다."
     
     
    서현정(성서FM 공동체 라디오 전문강사)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서현정(성서 FM 공동체 라디오 미디어 전문강사)
    "저는 참여형 미디어 교육이 사람을 바꾼다고 믿습니다.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옮겨가는 순간, 책임이 생기고 검증이 시작됩니다."
     
     
    전자영(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전자영(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
    "학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의무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자유토론에서는 더 많은 목소리들이 쏟아졌다. 요약하면 이렇다.
     
    - 진실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은? (사실과 주장을 구분하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운가?)
    - 넘치는 정보와 뉴스의 세상에서 정보나 뉴스를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농인, 이주민 등)
     
     
    단체 사진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 모두의 언어로
    3시간에 걸친 긴 여정을 마치며, 오늘의 토론을 한 줄로 정리해 봤다.
     
    **미디어는 모두에게 공유되어야 한다. 그래서 모두가 잘 읽고, 잘 쓰고, 잘 표현해야 한다. 이것이 미디어 리터러시가 가야 할 길이며 방향이다.**
     
    90년대 식당 입구의 한문 공고문을 지나치던 현장직 사원들의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 그들이 읽을 수 없었던 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었다. 읽을 수 없게 만든 언어로 써놓은 것이 문제였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결국 '모두의 언어'를 찾아가는 여정이 아닐까. 식당 입구의 공고문처럼 모든 사람이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그래서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 언어를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오늘 내가 배운, 미디어 리터러시의 본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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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의 햇살이 회의실 창문으로 비스듬히 들어왔다. 텅 비었던 회의실이 사람들로 가득 찼다가 다시 조용해졌다. 하지만 그 빈자리에는 무언가 남아있는 것 같았다. 우리가 나눈 이야기들, 우리가 함께 고민한 질문들, 그리고 우리가 함께 찾아가야 할 길에 대한 희미한 지도 같은 것들이 남았을 것이다.
    

     

     

    [현장스케치] 미디어 리터러시, 시민의 언어를 찾아가는 여정
    윤작가

    조회수 243

    202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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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산 다문화도서관, 박서연 관장 인터뷰
     
    안산역 지하보도 2번 출구에서 다문화 거리로 향하는 길. 이곳은 분명 한국임에도 한국어보다 외국어가 더 많이 들리는 골목이었다. 그 길 끝에 마주하는 '모두 어린이도서관'. 몇 번 방문한 경험이 있는 도서관이었다. 이제는 간판만 남은 텅 빈 건물이 되었다. 왼쪽으로 접어들면 새로 지은 공영 주차장이 보인다. 주차장 옆 작은 공원에는 계절에 상관없이 사시사철 외국인들이 모여 카드게임을 즐기는 평범한 일상이 펼쳐진다. 외국인 상담 지원센터 옆에 있는 계단을 내려가면, 지하 1층에 안산 다문화 도서관이 조용히 문을 열고 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더위 탓인가 도서관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24개국의 책들이 빼곡히 꽂힌 서가 사이로 스며드는 오후의 햇살처럼, 이곳에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들이 모여들었다. 문 바로 앞 작은 원형 테이블에 아이를 안은 엄마부터 다섯 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영어 공부를 하고 있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 2008년부터 시작된 따뜻한 여정
     
    박서연 관장과의 인터뷰는 도서관 한편에 마련된 작은 책상에서 이루어졌다. "2008년 문을 열고 2015년부터 한양대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첫 마디에서 다문화 작은 도서관의 17년이라는 세월의 무게가 느껴졌다. 박서연 관장은 이곳에서 3년째 관장을 하고 있었다.
     
    “24개국 책들이 있어요. 중국, 러시아 책들이 제일 많고, 또한 그 두 나라 분이 제일 많이 찾아온답니다.” 책은 일 년에 두 번씩 들어오고, 기증받은 책들도 있다. 희망 도서를 추천하면 구매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자기 계발서가 베스트셀러를 차지하는 것과 달리, 이곳에서는 어린이책과 문학 관련 책이 인기다.
     
    "근처에 있던 모두 어린이도서관이 문을 닫으면서 어린이책 비중이 늘어났죠." 그 이야기 속에는 씁쓸함이 묻어났다. 표면적인 이유는 건물 리모델링이었지만, 도서관이 문을 닫은 지 3년이 넘도록 공사는 시작되지 않았다. "도서관 관장으로서 3년이라는 시간이 조금 아쉬운 대목이죠."
     
    인터뷰 도중 곁에서 지켜보던 중국인 어머니가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아이와 저는 모두 어린이도서관에서 한국어를 배웠어요. 아침 문 열 때 가서 사서 분들과 같이 퇴근했죠." 외국에서 온 엄마들은 아이와 함께 동화책을 읽으면서 한국어를 익혔다. 하지만 근처에 있는 원곡 도서관 안에 있는 어린이도서관은 '어린이만 출입 가능'이라는 규정 때문에 엄마들이 들어갈 수 없어 이곳으로 온다고 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 모국어로 찾은 자존감과 안정감
     
    다문화 도서관 이용자들은 여성만 있는 게 아니었다.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에는 중장년 남성 이용자들도 제법 눈에 띈다. 그들은 고단한 노동의 삶 속에서 작은 틈을 내어 책을 읽는다. “밤늦게까지 운영된다면 더 많은 분이 오시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낮에만 운영되고 있어서 노동 현장에 계신 분들이 자주 오시진 못해요.”
     
    나는 궁금했다. 힘든 노동에 지친 그들이 잠을 쪼개가며, 왜 책을 읽는 걸까? 박 관장은 되묻듯 말한다. “만약에 우리가 외국에서 지낸다면 삶이 어떨까요? 뜻 모를 언어 속에서 몸과 마음이 지쳐있을 때, 어딘가에서 한국어를 보거나 들으면 얼마나 반가울까요? 그분들도 마찬가지예요. 한국에서 몸과 마음이 지친 삶 속에서 익숙한 글자, 모국어로 된 책을 보면서 때로는 위안을 얻고, 때로는 자기 자신을 다시 찾는 거죠. 다시 말하면 그분들은 모국어로 된 책을 읽으면서 안정감을 느끼고, 무너진 자존감을 채우는 것 같아요." 그들은 타국 생활에서 겪은 수많은 좌절감을 모국어로 된 책을 읽으면서 달래는 것이다. "글이 때로는 힘이 되는 법이니까요." 박서연 관장은 나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 책 이상의 것을 품은 사랑방
     
    ‘도서관 자랑 좀 해주세요’라는 말에 박서연 관장은 잠시 눈을 깜박이며 생각에 잠겼다. "우리 도서관은 사랑방이에요." 책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 생활에서 어려운 점이 생기면 그들은 이곳으로 온다. 특히 관공서에 갈 일이 생기면 먼저 도서관에서 직원이나 먼저 입국한 동포들을 만나 정보를 얻는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관공서에 가는 일은 저희도 쉽지 않잖아요. 더구나 말도 잘 못한다면 더욱 힘들겠죠."
     
    매일 진행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이곳의 자랑이지만, 공간의 한계는 아쉬운 부분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더 많은 프로그램을 하고 싶은데 한계가 있어요. 이 작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프로그램을 진행하니 많이 앉아도 5명이면 꽉 차요."
     
    나는 개인적으로 10년 전부터 다문화 도서관을 드나들었다. 때로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제가 다녔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공간은 한 뼘도 늘지 않았어요. 대신 책은 많이 늘어 보입니다.” 박서연 관장은 책장에 빼곡히 채워진 책들과 늘어난 책장들이 오히려 공간을 더 좁게 만들었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 지원 부족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
     
    도서관 이용자는 계속 늘고 있지만 확장은 요원했다. "지원 부족이죠. 요 몇 년 예산이 늘기는커녕 삭감만 되고 있어요." 친구가 근무하는 외국인 복지센터에서도 예산 삭감으로 상담사들을 줄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나의 말에 박 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문화, 다문화 이야기는 많이 하는데 다문화 특성이나 외국인들에 관하여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실이죠. 현재 등록된 외국인 수만 봐도 매년 늘면 늘었지, 줄지 않고 있어요."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최근 공개한 '2023년 12월 통계 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체류 외국인은 250만 7천584명으로, 전년보다는 11.7% 늘어났다. 이 수치는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4.89%에 해당한다. 역대 최다 외국인 수를 기록한 2019년(252만 4천656명) 보다 1만 7천72명 적지만, 비율로는 2019년(4.86%)을 넘어선다.
     
    통상 한 나라의 외국인 비율이 5%를 넘는 경우 다문화사회로 본다는 것을 참고하면 저출생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 절벽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한국이 이제 본격적인 다문화사회로의 진입을 앞둔 셈이다. 2021년 기준 총인구 대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비율을 보면 충북 음성군(15.9%), 경기 안산시(14.2%), 전남 영암군(14.2%) 등 일부 지역에서는 10%를 넘어서기도 했다.
     
    국내 외국인 251만 명…전체 인구 4.9%로 '다문화사회' 목전(종합)
    체류 외국인 수는 2016년 200만 명, 2019년 252만 명을 각각 돌파하다가 코로나19로 주춤했다.
    (출처 한국경제신문. www.hankyung.com/article/202401167927Y)
     
     
     
    - 더 많은 것을 품고 싶은 마음
     
    다문화 도서관이 앞으로 어떻게 운영되어야 할까요? 나의 마지막 질문에 대한 박 관장의 답변에는 간절함이 묻어났다. 안산보다 더 큰 건물에 장서도 많은 다문화 도서관이 있지만, 운영하는 주체들이 다문화에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일반적인 작은 도서관처럼 생각하고 운영한다는 것이다.
     
    "다문화 도서관은 도서관 이전에 많은 것을 품어야 하고 품고 있어요. 사라진 모두 어린이도서관 이야기할 때 중국인 어머니가 말씀하신 것처럼 아이뿐만이 아니라 어머니도 동화책으로 한글을 배웠다고 했잖아요. 이 모습이 대표적인 다문화 도서관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덧붙였다. "직장에 다니는 외국인들을 위해 저녁에도 운영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중간중간 도서관에 들어오는 이용자들과 눈을 맞추며 인사하는 박 관장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도서관 입구 한쪽에 마련된 두 개의 책상이 관장과 사서의 자리였다. 책상 둘 곳도 변변치 않은 작은 공간에서, 그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치며 웃고 있었다.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어 하는 따뜻한 마음이 그 미소에서 느껴졌다.
     
    좁지만 따뜻한 이 도서관에서, 오늘도 누군가는 모국어로 된 책 한 권을 통해 하루의 위로를 얻고 있다. 모국어로 된 책 한 권이 건네는 위로, 작은 원형 테이블에서 나누는 배움의 기쁨, 그리고 무엇보다 따뜻한 관심으로 맞아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 안산 다문화 도서관은 그저 책을 빌려주는 곳이 아니라,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마음의 고향을 선사하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오른쪽 박서연 관장. 왼쪽 사서 최유경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안산 다문화도서관, 모국어가 건네는 따뜻한 위로.
    윤작가

    조회수 698

    2025-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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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어 통역사는 손으로 말하는 사람들과 입으로 말하는 사람들 사이의 다리가 된다. 한국수어를 제1 언어로 사용하는 농인들과, 한국어를 제1 언어로 사용하는 청인 사이에서 그들은 단어와 표정, 침묵마저 언어로 바꾸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 다리 위에 또 다른 다리가 존재한다면? 바로 ‘농(聾) 통역사’이다. 공식 명칭은 ‘청각장애인 통역사’이지만, 현장에서는 농 통역사라 불린다. 이들은 청인 통역사조차 채 다 담아내지 못하는 농인의 삶과 언어, 그 미묘한 숨결을 대신 읽고, 대신 전한다.
     
    농 통역사는 모든 농인을 위한 통역자이다. 왜냐하면 모든 농인이 수어를 완전하게 구사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글로 대화하고, 어떤 이는 입 모양으로 말하고, 또 어떤 이는 오직 눈빛으로 세상을 받아들인다. 농인의 언어는 하나로 묶을 수 없다. 유년기의 언어 환경, 교육, 가족, 그리고 농 사회와의 연결 여부에 따라 언어의 형태도, 깊이도 달라진다. 그래서 농 통역사는 단순한 ‘전달자’가 아니라, 마음의 결을 어루만지는 소통의 안내자다.
     
    그런 길을 걷는 한 사람, 박수진. 그는 두 아이의 엄마이고, 안산농아인협회 간사이며, 무엇보다도 자신의 이야기를 잃지 않은 한 명의 ‘나’다. 이 글은 장애에 대한 담론이 아니라,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고, 성장의 기록이며, ‘엄마’라는 말이 품고 있는 깊이에 대한 증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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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산농아인협회 간사 박수진 / 출처: 박수진 님 제공
     
     
    
    나는 농아인입니다.
    나는 손으로 말하고, 눈으로 듣는 사람입니다. 세상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입술로 소리를 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은 내 삶을 고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 고요 속에서 너무나도 분명한 울림을 들으며 살아왔습니다. 그 울림은 언제나 '사랑'이었습니다. 그리고 사랑은 언제나 ‘엄마’라는 이름으로 다가왔습니다.
     
    나는 한 번도 혼자라고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누군가의 딸이었고, 누군가의 동생이었고, 누군가의 엄마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오빠의 손 편지, 아빠의 눈물, 그리고 엄마의 수많은 메모. 말 대신 건네받은 글자들은 내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스며들었고, 내 삶을 꿰뚫는 선이 되었습니다.
     
    내가 두 살 무렵이었을 거예요. 말을 좀 늦게 배운다는 것 외에는 그저 귀엽고 예쁜 막내딸이었어요. 어느 평범한 날, 나는 거실에서 놀고 있었고, 그 뒤에서 컵이 떨어졌습니다. 집 안은 순간 정적이 흘렀고, 모두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습니다. 그런데 나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어요. 소리를 듣지 못했던 것이죠.
     
    그날 이후, 부모님은 병원을 전전하며 검사를 받으셨고, 결국 의사의 입에서 ‘청각장애’라는 단어가 나왔습니다. 그 순간, 부모님은 눈앞이 깜깜했다고 해요. 저는 변한 게 없었지만, 세상이 저를 다르게 보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습니다.
     
     
    
    두 살 박수진 님 / 출처: 박수진 님 제공
     
    
    내 고향은 부산입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방파제에 갔던 기억이 또렷이 남아있어요. 바다를 바라보던 아버지의 손이 내 쪽으로 뻗어왔고, 나는 그 손을 잡았어요. 아버지는 나를 번쩍 들어 올려 안으시고, 이마를 맞대며 웃으셨어요. 그리고 천천히 방파제 아래로 걸어 내려갔죠. 나는 아빠 품에 있어도 넘실거리는 파도가, 얼굴에 날리는 바닷물이 무서웠어요. 그 순간, 나는 입을 열어 처음으로 소리를 냈어요.
     
    “아빠.”
     
    아버지는 저의 목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추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어요.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 앞에서 펑펑 울었습니다. 훗날 아버지에게 물었어요. 그날, 방파제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아버지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네가 살아갈 앞날이 너무 걱정돼서… 바보처럼 같이 죽으러 간 거였다. 그런데 네가 '아빠'라고 불러서… 정신이 번쩍 들었지.”
     
    아버지는 어린 내게 세상의 소리를 들려주고 싶어 하셨어요. 그래서 병원에 보내 구화 훈련을 시켰습니다. 휴지를 입에 대고 불어 찢는 연습을 매일 같이했어요. 휴지가 찢어지지 않으면, 집에 돌아갈 수 없었죠. 나는 그 시간이 괴로웠고, 슬펐어요. 무언가를 말해야 했지만, 무슨 뜻인지 몰랐고, 들리지 않는 소리를 흉내 내야만 했어요. 입술은 움직였지만, 마음은 굳게 닫혔어요.
     
    * 구화인
    모든 청각장애인이 농인은 아닙니다.
    유년기에 청각장애가 생긴 사람 중
    ①보청기·인공와우 등 청각 보조 장치를 사용하거나, 대화 상대방 입술의 움직임을 읽어서 상대방의 발화를 파악하고
    ②발성 훈련을 하여 음성언어로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을 구화인이라고 합니다.
     
    구화인은 청능훈련·구화법·발성 훈련 등을 통해 한국어를 제1 언어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
    
    그러던 어느 날, 부모님은 이혼하셨고, 나는 생모의 손을 잡고 서울로 이사했어요. 이유는 몰랐지만, 오빠와 함께 낯선 도시에 전학을 가게 되었죠. 학교에서는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고, 수업 시간은 고통이었어요. 청인들과 함께하는 수업 시간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저는 바보처럼 앉아만 있어야 했죠. 하지만 쉬는 시간에는 달랐어요. 친구들과 뛰어다니며 재미있게 놀았죠. 쉬는 시간만 기다리는 무의미한 학교생활, 초등학교 3학년 때였어요. 선생님이 장래 희망을 적어 내라는 것에요. 저는 장래 희망이라는 단어의 뜻도 몰랐죠. 가만히 앉아 있는 저에게 선생님은 직접 저의 장래 희망을 적었어요.
     
    ‘왕자님과 결혼하기.’
     
    저도 모르는 저의 장래 희망은 왕자님과 결혼이 되었죠. 한글도 모르는 저는 멍청히 앉아서 쉬는 시간만을 기다리는 학교가 그래도 좋았어요. 나는 그저 조용히 앉아 있다가, 쉬는 시간이 되면 친구들과 뛰어놀고, 청소하고, 다시 조용히 앉아 있는 그런 아이였습니다. 공부는 못했지만, 청소는 누구보다 잘했죠. 그래서일까요? 선생님은 나를 안쓰럽게 여기셨고, 생모와 상의해 나를 농아학교로 전학 보냈어요.
     
     
    서울 농아학교 운동장에서 / 출처: 박수진 님 제공
    
    
    농아학교는 내게 새로운 세상이었습니다. 나처럼 손으로 말하고, 눈으로 듣는 친구들이 이렇게 많다니! 처음으로 ‘같다’라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기숙사 생활도 즐거웠어요. 밤늦도록 속닥속닥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수어로 수다를 떨었죠. 나도 평범한 아이였다는 것을 그곳에서 처음 알았습니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다 주말이면 집으로 갔어요. 보통 오빠가 데리러 왔죠. 어느 날 오빠가 저에게 묻더군요.
     
    “수진아, 돈 있니?”
     
    저는 많지 않지만, 학교에서 주는 용돈이 있었어요. 가끔 용돈을 모아서 오빠에게 주곤 했죠. 나에게 돈이 있냐고 물었던 그날, 오빠는 며칠을 굶은 상태였어요. 생모의 방임으로 오빠는 혼자 지내는 날이 많았어요. 저는 생모에게 부산 할아버지가 보고 싶다고 떼를 썼어요. 아버지가 보고 싶다고 하면 보내주지 않겠죠. 그래서 할아버지가 보고 싶다고 꾀를 썼죠. 생모는 마지못해 오빠와 저를 부산에 다녀오라고 허락을 해줬죠.
    부산에서 만난 아빠는 우리를 보고 눈물을 흘렸어요. 그날 이후, 지루한 소송 끝에 오빠와 저는 아빠와 함께 살기로 했죠. 그때 제 나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어요. 그 당시 아빠는 대전에서 생활하고 있었어요. 대전 아빠 집에는 처음 보는 언니가 있었어요.
     
    “이제부터 언니가 아니라 엄마라고 불러.”
     
    나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닫았어요. 나에게는 이미 생모가 있었으니까요. 그녀를 무시했고, 눈도 마주치지 않았어요. 심지어 아빠에게 거짓말을 했어요.
     
    “그 언니가 날 괴롭혀.”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생리가 터졌어요. 너무나 무서웠죠. 화장실에 숨어 울고 있는 저에게 언니는 달려왔어요. 회사에서 집까지 한달음에 달려와 저를 구해주셨죠. 생리대 사용법부터 모든 것을 알려주신 언니는 그날부터 저에게 엄마가 되었답니다.
    
     
    중학생 박수진 가족 사진 / 출처: 박수진 님 제공
     
    
    아이를 낳고 병원 침대에 누워 있을 때, 나는 엄마에게 조심스럽게 물었어요.
    “엄마는 왜, 아이를 낳지 않았어?”
    엄마는 내 곁에 누워 잠든 아기를 바라보며 말했어요.
    “너희들을 본 순간 알았어.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선물이라고. 하나님이 이미 두 명이나 아이를 주셨는데, 또 아이를 낳을 필요가 있을까?”
     
    제가 고등학생 무렵이었을까요? 버스 정류장에서 엄마와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죠. 그때, 곁에 앉아 있던 아주머니가 나에게 물었죠. “너는 어느 나라에서 왔니?” 제가 어눌하게 말하는 것을 보고 외국인인 줄 알았나 봐요? 엄마는 정색하며 아주머니에게 말했죠. “제 딸이에요.” 저는 분명 엄마의 입술에서 나오는 ‘제 딸이에요’라는 말을 읽었어요. 그때 저도 “우리 엄마예요.”라고 이야기해야 했는데 못 했어요. 죄송해요. 하지만 엄마의 ‘제 딸이에요’라는 말은 저에게 힘이 되었어요. 내가 엄마의 딸이구나. 그때부터 엄마는 나에게 하나밖에 없는 나의 엄마 그리고 서울 엄마는 생모가 되었어요.
     
    엄마는 수많은 메모와 편지를 내게 남겨주셨습니다. 학교에 다녀오면 냉장고에 붙은 메모가 반겨주었고, 서랍 안에는 언제나 손 편지가 기다리고 있었죠. 내가 힘들 때마다, 외로울 때마다, 엄마는 어떻게 알았는지 편지를 남겼어요. 그 글들은 내가 버리지 못한 사랑의 기록입니다.
     
     
    
    가족들이 남긴 메모와 편지 /  출처: 박수진 님 제공
     
     
    내가 생각이 짧아서 엄마가 수어를 배우겠다고 했을 때, 저는 싫다고 했죠. 엄마가 수어를 알면 간섭과 잔소리가 더 심해질까 봐 그랬어요. 지금 생각하면 제가 철이 없었어요. 엄마와 수어를 함께 배웠다면 지금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을 텐데요. 그리고 엄마, 나는 한 번도 엄마가 나를 낳지 않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엄마는 언제나 나의 엄마였고, 엄마의 메모 한 장, 편지 한 줄이 나를 살아가게 했어요. 내가 흔들릴 때마다, 엄마의 글이 나를 붙잡아줬어요. 그러니까 저에게 미안해하지 말아요. 엄마,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마지막으로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로 글을 마칠까 합니다.
     
     
    20살 박수진 가족 사진 / 출처: 박수진 님 제공

     

     

    사랑하는 엄마에게

    엄마를 처음 만난 건 아마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였을 거예요. 그 시절 나는 엄마를 “언니”라고 불렀지요. 상봉 국민학교에 다니던 나는 종종 아빠 회사를 찾았고, 그때마다 엄마는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시원한 물도 건네주셨어요. 그런 순간들이 너무 좋아서, 나는 매번 엄마가 있는 그 공간을 향해 들떴던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기곤 했어요. 그때의 나는 몰랐어요. 그 ‘언니’가 내 인생에서 가장 따뜻한 존재가 될 거라는걸.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내가 아빠와 함께 지내게 되면서 그 ‘언니’가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되었을 때, 어린 마음에는 그 변화가 너무 낯설고 어색했어요. 좋아했던 만큼 당황스러웠고, 그만큼 거리를 두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몰라도, 엄마는 단 한 번도 내게서 멀어지지 않았어요. 언제나 다정했고, 꾸준했고, 따뜻했어요. 나를 기다려주고, 말없이 품어줬어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정말 자연스럽게 엄마를 사랑하게 되었어요.

     

    기억나요? 내가 흰 바지를 입고 학교에 갔다가, 월경 자국이 묻은 줄도 모르고 당황하며 집에 돌아왔던 날. 그날 엄마는 회사 일을 잠시 미뤄두고 나를 향해 달려와 주셨어요.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다정하게, 월경에 관해 이야기해 주고, 나를 부드럽게 감싸안아 줬어요. 처음 겪는 몸의 변화에 놀란 나에게 엄마는, 생리보다 더 큰 따뜻함을 가르쳐 주셨죠.

     

    감기로 앓아누웠을 때도, 몸살로 말 한마디 못 할 때도, 엄마는 언제나 내 곁에 있었어요. 병원도 함께 가고, 약도 챙겨주고, 말없이 손을 잡아줬어요. 내가 엄마 껌딱지처럼 들러붙었던 시절, 엄마는 아마 많이 피곤했을 거예요. 그런데도 엄마는 지친 내색 한번 없이 나를 안아줬어요. 그 모든 순간에, 지금이라도 늦게나마 말하고 싶어요. 정말 고맙고, 정말 미안해요.

     

    요즘 나는 다시 출근을 시작했어요. 아침마다 전쟁처럼 바쁜 하루가 시작되고, 나도 정신없이 준비하면서 준혁이와 하나까지 챙겨야 하니 숨 돌릴 틈이 없어요. 그런데 그런 어느 날, 문득 엄마가 떠올랐어요. 엄마도 예전에 출근 준비하며, 오빠와 나를 챙기고, 매일 아침 도시락까지 싸셨잖아요. 그 모든 걸 해내면서도 내 앞에서는 늘 웃어주셨던 엄마. 그때는 왜 몰랐을까요? 왜 나만 힘들다고 여겼을까요?

     

    요즘의 나는 많이 지쳐 있어요. 준혁이는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생이고, 하나는 초등학교 1학년이라 여전히 손이 많이 가요. 남편은 직장을 옮겨 정신이 없고, 나는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하며 모든 것이 낯설고 버겁기만 해요. 그런데 그런 순간마다, 이상하게 엄마가 떠올라요. 엄마를 떠올리면 이상하게 마음이 놓이고, ‘그래, 나도 할 수 있어’ 하는 용기가 생겨요. 그건 아마, 내 안에 엄마가 주신 힘이 아직도 살아 있기 때문이겠죠.

     

    엄마, 나를 그렇게 사랑해 줘서 고마워요. 내가 엄마에게 벽을 세울 때도, 뒤돌아설 때도, 엄마는 한결같이 다가와 줬어요. 그 사랑이 나를 사람으로 키우고, 지금의 엄마로 만들었어요. 그래서 나도 이젠, 엄마처럼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요. 할머니가 하늘나라로 떠나시던 날, 내가 할머니 앞에서 약속했었죠.

     

    “할머니, 엄마는 제가 꼭 잘 챙길 테니까 걱정 마시고 편하게 쉬세요.”

     

    그 약속, 변하지 않을 거예요. 어떤 순간에도 나는 그 약속을 지킬 거예요.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아가는 동안 엄마는 내게 늘 멘토가 되어주었고, 따뜻한 위로가 되어주었어요. 준혁이 키우며 막막했던 때, 조언해 주고 힘이 되어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우리 아빠요. 성격이 쉽지 않잖아요. 그런 아빠 옆에서 묵묵히 함께해 줘서, 아빠의 빈틈을 채워줘서, 정말 감사해요. 앞으로는 엄마께 더 자주 안부 전화도 드리고, 더 자주 웃게 해드릴게요. 말로만이 아닌 마음으로, 삶으로 효도할게요.

    2025. 04. 05.

    사랑합니다. 우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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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붙이며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 조심스레 바라봅니다. 혹시라도 농아인을 향한 낯선 시선이 있었다면, 이 글을 통해 마음이 조금은 바뀌었기를 바랍니다. 농아인도 여러분과 다르지 않은 딸이고, 엄마이고, 아내입니다. 우리는 ‘소리 없이’ 살아가지만, 그 안에는 세상의 어떤 언어보다 깊고 진한 사랑이 있습니다. 제 글에서 그 사랑을 느끼셨나요?
    
     

     

     

    엄마의 메모가 들려주는 말 – 농 통역사 박수진의 이야기
    윤작가

    조회수 1728

    2025-04-17
  • 98주년 점자의 날을 맞이하며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권 현실

    ()경기도시각장애인연합회

     

    - 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만나보는 우리가 몰랐던 시각장애인의 삶

    현대인의 삶과 미디어 콘텐츠는 분리하여 생각하기 어려운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이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취득함은 물론 감정적 즐거움까지 얻는다. 많은 사람 들이 정보 검색 시 기존의 검색엔진처럼 유튜브 등의 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타인이 업로드한 동영상을 시청하며 정보를 취득하고 전통적인 영상매체인 TV에서 방영하는 방송은 물론 여러 OTT에서 생산되는 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즐거움을 얻는다.

     

    이러한 미디어 콘텐츠활용에 대한 욕구는 시각장애인들도 다르지 않다. 유튜브에 업로드되는 최신 영상에 접근하여 시청하길 원하며 중증 시각장애인이라도 시각적인 정보는 얻지 못하지만 청취함으로써 콘텐츠를 즐기기를 원한다.

    실제로 시각장애인 대상 모바일 교육을 수강하는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첫번째로 원하는 기능이 바로 유튜브의 활용이다. 심하지 않은 시각장애인은 화면을 확대 하여 스마트폰을 조작해서 유튜브 앱에 접속하고 콘텐츠에 접근해서 시청하며, 심한 장애를 가진 시각장애인은 화면 정보를 들으면서 파악하는 스크린리더 환경에서의 조작법을 익혀 유튜브에 업로드된 수많은 미디어 콘텐츠를 즐기기를 원한다.

     

    드라마는 물론 영화와 각종 오락 프로그램까지 생산하는 OTT의 존재는 시각 장애인에게 하나의 즐거움을 늘려준다. 가장 대표적인 OTT인 넷플릭스의 콘텐츠는 시각장애인의 내용 파악을 돕는 화면해설을 기본적으로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다수이고, 모바일 스크린리더 환경에서 자막까지 읽어줌으로써 해외에서 제작된 수많은 미디어도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어느정도 화면 내용의 파악이 가능한 심하지 않은 시각장애인의 경우 TV시청을 즐기는 경우가 많지만 심한 장애를 가진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는 음성정보로도 쉽게 파악이 가능한 뉴스 등의 방송을 제외하고는 TV 시청을 즐기기 어려운데 이때 큰 도움을 주는 서비스가 바로 시각장애인 화면해설 방송이다. 현재 각종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등이 화면해설 방송으로 제작되고 있으며 이 서비스를 통해 시각장애인들도 타인의 도움 없이 TV 프로그램의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본방송에는 사전에 제작되어야 하는 화면해설이 포함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에 TV에 방송되고 일정 시간이 지나서 화면해설이 추가된다는 부분이다.

     

    전통적인 영상매체인 영화에서도 화면해설 제작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기존 작품이 아닌 최신 개봉 영화 화면해설 제작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장애인방송 편성 및 제공 등 장애인 방송접근권 보장에 관한 고시에 따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제작하여 매달 상영되고 있어서 최신 영화 콘텐츠에 대한 시각장애인의 욕구해소를 돕고 있으며, 미디어 접근센터 사이트 운영을 통해 TV와 영화를 포함한 다양한 화면해설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PC와 모바일환경에서 시각장애인들도 손쉽게 이러한 콘텐츠를 즐기고 있다. 

     

    다만 시각장애인은 정보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콘텐츠 사용법에 대한 사전 교육이 필수적이며, 교육을 받지 못한 시각장애인의 경우 스마트기기 조작에 어려움을 겪으므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정보화 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시각장애인 정보화교육기관의 확충을 위한 경기도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 시각장애인을 위한 우수 정책 및 제도 사례 

    시각장애인들은 한글 점자로 글을 읽고 쓴다. 차고 넘치는 정보 세상에서 시각장애인들은 점자로 정보를 습득하고 세상과 소통한다. 정보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점자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점자법이 2016년에 제정되어 점자 및 점자 문화의 발전과 보전의 기반을 마련하여 시각장애인의 점자 사용 권리를 신장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점자란 시각장애인이 촉각을 활용하여 스스로 읽고 쓸 수 있도록 튀어나온 점을 일정한 방식으로 조합한 표기문자로, 이 경우 도형·그림 등을 촉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제작된 촉각 자료를 포함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생활용품 등에 점자정보가 필요하나 현실은 그렇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여러 기업들이 자사의 제품에 점자를 표시하고, 점자 표시를 위해 기술을 개발한 선도적인 사례도 있다.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권과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함이 그 목적이다.

     

    최근에는 식품업체가 시각장애인의 편의 증진을 위해 컵라면 최초로 점자 표기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기업 경영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한 ESG(환경사회지배 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사회적 약자인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성과 취식 편의성을 높임으로써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적극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국내 대표적 주류업체 중 자사에서 출시되는 맥주에 점자표기가 되어 있다. 맥주에 브랜드 점자를 넣음으로써 시각장애인에게 명확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또한 다른 맥주 브랜드에 대해서는 점자 표기를 검토 중이라고 하며, "비장애인·장애인 구분 없이 맥주를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보다 다양한 방안을 연구 중" 이라고 전했다.

     

    점자 표시는 단순히 무늬를 표기한 것이 아니다. 점자를 사용하는 시각장애인은 손상된 기능을 향상시킴과 동시에 동등한 존엄성을 지닌 인격체로서 자신을 받아들이게 하고 자기 결정권에 의해 자립생활을 가능하게 함과 아울러 직업훈련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점자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문자 이상의 의미로, 시각장애인 에게 자신감과 독립성 그리고 동등권을 주며 정보를 수용함에 있어서 주로 촉각과 청각을 이용하는데 촉각은 시각을 보완할 수 있는 중요한 감각이며 독서의 수단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을 위한 필수이자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점자의 활용은 장애인의 정보접근성을 높이고 재활자원을 구축할 수 있다.

      

    - 시각장애인의 시각에서 현황 및 개선되어야 할 점

    의약품의 경우 의사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과 안전상비약품에 점자 표시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시각장애인들이 오·남용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소비자연맹이 58개 의약품의 점자 표시 실태를 조사한 결과 27.6%16개에만 점자 표시가 있었다. 조사 대상 일반의약품 45개 중 73.3%33개가 점자 표시가 없었고 안전상비의약품은 13개 중 9(69.2%)가 점자 표시가 없었다. 게다가 점자 표시가 돼 있는 의약품들도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큰 문제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상비약의 경우, 약명과 회사명은 점자표시가 되어 있으나, 무엇에 복용해야 하는 약인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없어 시각장애인의 경우 잘못 복용 할 수도 있다.

     

    또한 누구나 쉽게 접하고 먹는 식품인 음료의 경우에도 점자 표기가 미흡해 시각장애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점자를 표기해 식품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자는 의견이 이전에도 나왔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특히 일부에는 유통기한이 표기된 제품이 없어 자칫하다간 시각장애인들이 변질된 식품을 섭취할 수 있다는 위험도 제기된다

     

    점자가 표시된 제품의 경우에도 가독성이 낮았다. 특히 페트병의 경우 점자의 촉감이 약하고 점의 간격이 넓어 점자를 읽기 어려워 가독성이 가장 낮았다

    캔 음료 역시 모든 제품의 명칭이 '음료''탄산'으로 되어 있어 시각장애인이 원하는 음료를 선택하기가 어려웠다. 이에 모든 제품에 점자 설명서 및 바코드 정보를 제공하여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 강화와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 점자의 날을 맞아 도민에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

    점자법은 시각장애인의 점자 사용 권리를 신장하고 점자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 매년 114일을 한글 점자의 날로 정하고 있으며, 올해로 98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한글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 점자는 아직 공적 문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시각장애인은 필요한 자료와 문서를 점자로 즉시 제공받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권 향상과 소비자로서의 권리가 완벽하게 향유되도록 정부와 경기도 및 지차체, 공공기관 그리고 모든 기업과 경기도민이 점자 사용 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제도개선 및 인식개선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기획]제98주년 점자의 날을 맞이하며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권 현실
    (사)경기도시각장애인연합회

    조회수 3436

    2024-10-28
  • 82년간 선감도 바다에 잠들은 소년의 꿈-노인이 된 소년은 시간이 없다. 

    이향림 상담실장(경기도 선감학원사건 피해자지원센터)

     

     

    -선감학원 아동인권침해사건 82주기

      선감학원 사건은 1942년 조선총독부가 제국주의 전쟁을 위한 노역자와 전사로 동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안산의 선감도 전체를 50만원에 매입함으로 시작되었다. 해방 직후인 1946 2월 경기도에 넘겨주었고 폐원이 되는 1982년까지 40년간 지속적이고 심각한 아동 인권침해가 일어났다

     

    선감학원생 교육내용

    116일 토요일 맑음 (1943)

    천황폐하의 감사한 호의로 우리들도 군민이 될 수 있게 되었다.

    명예로운 일본의 군인이 된다는 일은 더 없는 행복이다.

    나는 몸을 단련하고 마음을 닦아서 훌륭한 청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지원병이 되어 천황폐하의 고마운 은혜에 보답할 것이다.

     

    사회 최약자층그 중에서도 10대 안팎 아동 수천 명을 외딴섬 선감도로 납치해와 감금하고 굶기고 때리고 강제노동을 시켰고죽으면 암매장했다. 834명의 아이들이 바다로 뛰어들어 탈출했고 탈출하다가 시체조차 건지지 못한 소년들의 기록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근현대사를 통틀어 가장  악랄한 아동 착취는 은폐되었고 시설 폐쇄 뒤에도 30년 가까이 전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24326일 두번째로 낸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문을 보면선감학원이 명목상 부랑아 수용보호 및 직업보도를 위해 설립됐지만 실제로는  선감도 도유지 등 도유재산 관리를 위해 운영된 것으로 규정했다.  아동 보호시설이 아니라 도유지 관리를 위해 가장 힘없는 빈민층 아이들을 무단 수집수거하여 (당시 신문의 표현) 부모와 생이별시켰고 서울의 수용시설의 아이들을 외딴섬 시설로 데려다가 감금한 것이다.

    김장하는 모습:수용된 소년들은 농사기술 습득과 자급자족이라는 미명하에 종일 노동에 시달렸고 공동작업에서 제 몫을 못하거나 실수하면 가혹한 매타작을 받았다.

     

    국가폭력에 의한 아동인권침해가 40년 동안이나 지속된 것도 놀랍지만 폐원이후 40년간 대한민국이 민주화되는 과정에서도 전혀 세상에 드러나지 못하고 은폐된 과정도 반드시 밝혀져야 할 것이다. 경기도 5급 공무원들이 돌아가며 원장을 역임했고 선감학원에서 40년간 근무했던 공무원들과 아동수용시설을 지도감독하는 국가시스템에 참여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을텐데 어떻게 80년간 선감학원 아동들의 인권침해가 침묵 속에 있을 수 있는지 진상규명이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

     

    -선감학원 피해자 지원대책 현황과 앞으로의 방향

    선감학원 피해신고자는 246월 현재 320여명이다. 5759명의 피해자 수에 비하면 너무 적은 숫자이다. 이는 선감학원이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것도 있지만 신고피해자들의 실태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학업과 직업교육을 받지 못한 채 문맹, 도시빈민, 대인관계 기피증 등의 트라우마 증상이 있고, 수급자 1인 가정이 60%가 되는 것으로 보아 뉴스시청이나 사회적 연결이 어려운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다.

     

    경기도의 피해자 개인지원은 20233월부터 시작되었고 경기도청 구청사에 선감학원사건 피해자지원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며 트라우마 심리상담과 자조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개인지원으로는 경기도민 피해자 193명에게만 1회 위로금 500만원과 매월 생활지원금 20만원, 700만원의 의료지원비가 지급되고 있다. 선감학원피해자는 전국에 있고 23년 경기도에 홍보를 하여서 피해자 신고가 증가되었듯이 선감학원 피해지원에 대한 홍보가 전국적으로 확대되어서 피해자 간에 차등지원이 되는 2차가해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국가적인 행정력이 동원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선감학원 옛터(현 경기창작센터)2017년부터 선감역사박물관과 추모문화제가 운영되고 있다. 역사박물관의 해설사는 피해자들이 직접하고 있으며 추모문화제는 선감학원의 폐원일을 기념하여 매해 10월 첫째주 토요일에 진행되고 있다. 옛터 보존·활용 연구, 추모비 설치, 암매장 묘역 유해 발굴 등의 사업이 계획되어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장판사 정회일)는 지난 20일 선감학원 피해자 13명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와 경기도가 1인당 2500만 원에서 4억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가 선감학원 피해자에 대한 행정기관 책임을 공식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도는 김동연 도지사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였을 정도로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피해보상에 대한 실천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는 사과는커녕 어떤 관심도 안 보였으며 국가와 경기도 책임이라는 판결에 대해서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과거사의 가해자는 정부의 행정기관이다. 과거사에 대한 조사는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묻거나 피해사실을 스스로 증명해 내는 과정이 되어서는 안된다. 기록에 없는 과거사 피해자들은 가해기관인 행정의 무책임과 산업화시대 국가권력의 비리에 의해 의도적으로 기록이 은닉되었으므로 가해기관에 책임을 물기 위해서 해당 사건에 대한 관련 전문가를 섭외하고 위원회를 만들어 위원회가 피해자들을 조사하고 검증하는 방식이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피해자들은 당시 경험을 얘기하는 정도일 뿐, 행정이 이들과 관련한 입증자료들을 찾고 검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력과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국가폭력에 대한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하고 이것의 근거가 되는 지자제의 조례제정이 매우 중요하다. 선감학원 사건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조례는 2016년에 개정되어 2018년에 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선감학원 사건 관련 시민사회단체 등의 활동 내용

    2016년부터 안산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의 선감학원사건을 지지하고 알리는 연합모임이 시작되었고 시의원과 국회의원의 도움으로 선감학원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선감학원은 안산지역의 사건이 아니다. 운영 주체인 경기도의 사건이고 사건의 주체인 중앙정부 시절에 자행된 명백한 국가폭력 아동인권침해사건이다.

     

    80년간이나 보상없이, 피해자인줄도 모르고 살아온 노인이 된 선감할배들이 원하는 노후의 삶은 무엇일까? 이제부터라도 사람답게 살아보는 것이다.

    사람답게 사는 것의 의미의 첫 번째는 명예회복이다. 평생을 선감학원 출신이라는 것을 가족들에게 숨기고 살아온 분들이 대부분이다. 신고과정을 통해서 처음으로 알리고 선감옛터를 50~60년만에 방문하셨다. 심지어 한글을 모르는 것도 알리지 못하고 평생을 긴장 속에 여러 비밀을 갖고 살아오신 것이다. 옷이 남루하다는 이유로 납치되고 부모의 이름을 대면 맞았던 소년들은 자신의 신분을 속여서 생존하는 법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다. 국가와 경기도는 사과는 물론 평생을 국가폭력의 그늘에서 살아온 시간을 보상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지옥도의 기억을 씻고 희생자 친구들에 대한 추모를 통해 살아남은 자의 미안함과 죽음으로 부터의 기억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매맞아 죽은 친구와 탈출에 실패해서 바닷물에 되돌아 온 시체의 매장을 여러차례 해온 악몽으로 인해 약물과다복용, 알콜중독, 대인기피, 공황장애, 지식에 대한 열등감 등 발달장애와 신체폭력으로 인한 복합 트라우마 증상은 전문적인 치료 뿐만 아니라 노인발달단계에 맞춘 다각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세 번째는 편안하고 따뜻한 일상이다. 선감할배들이 꿈꾸는 따뜻한 일상은 소박하기 그지없다. 자신들이 일군 논밭과 고사리 손으로 심었던 나무들이 있는 선감옛터에서 단칸방에서 못해봤던 텃밭을 가꾸고 개와 닭을 키우며, 피해자동료들과 함께 서로 돌보며 소년시절에 못해봤던 자유롭고 편안한 일상을 보낼 수 있고 고독사에 대한 두려움없이 따뜻한 배웅을 받으며 작별할 수 있는 실버타운을 꿈꾸고 있다.

     

    선감학원 폐원 이후에 돌아갈 가정이나 고향을 잊은 채로 살아오신 분들이 많으시기에 지옥도였던 선감도에서 존중받고 따뜻한 추억을 쌓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힐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선감옛터에서 먹거리를 나누고 선감역사박물관과 건립될 평화인권공원에서 대한민국 국민을 아동인권활동가로서 맞이할 선감할배들을 응원한다.

     

    과거의 상처를 딛고 사회에 작은 기여를 하고 싶은 꿈이 실현되기 위해서 시민사회단체의 동행을 부탁드립니다.

     

     

     

     
     
     
    [기획] 82년간 선감도 바다에 잠들은 소년의 꿈-노인이 된 소년은 시간이 없다.
    경기도 선감학원사건 피해자지원센터 상담실장 이향림

    조회수 4206

    2024-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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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이 : 오가음 / 인터뷰어 : 이경엽, 이민지, 황수산나, 윤지현, 배은희, 이도순

     

    1. 이름이 너무 예뻐요. 어떤 뜻인가요?

    오가음이요. 순 한글인데 저희 친지분 중에 국문학 박사님이 있으셔서 제 태어난 날에 맞춰 이름을 지어주셨는데 모든 것의 바탕이 되다라는 뜻이에요. 너무 과분한 이름을 가지고 있어요. 몇 주 전에 만나 뵈었는데 이름값을 내놓으라는 얘기를 하시더라구요.(웃음)

     

    2. 기획자 오가음은 어떤 사람인가요?

    이상한 일을 많이 하는데요.(웃음) 오늘은 세션 발표자로 왔어요. 화성에서 기획자이자 기록도 하고 조사연구도 하고 있어요. 이것저것 그릇에 담아보려고 문화를 담다라는 의미로 컬쳐플레이트라는 회사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3. 오가음의 문화기획은 어떤 것인가요?

    제가 하는 문화기획은 약간 거창한데, 이루고 싶은 마음이니까 일단 이야기해 볼게요.(웃음) 사회 안에서 법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많죠. 하지만 문화로는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처음에 시작했던 게 ‘CCTV 없는 마을을 만들어 보자라고 해서 마을 활동을 시작했어요. 마을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의 아이를 알아봐 주고 인사를 나누고 지내다 보면, 층간소음이나 주차 문제에서 얼굴 붉히는 일들이 줄어 들더라구요. 한번은 동네 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동네 어른들이 나서서 일사천리로 해결되기도 했었거든요.

    지금 하고 있는 기획들도 마찬가지에요. 시민아카이브 사업에서는 다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화성시가 좀 더 다정한 도시가 될 수 없을까. 서로 온기를 나누고 다정한 마음들이 곳곳으로 퍼져갈 수는 없을까. 그런 고민을 담아 시민들과 함께 기록하고 있습니다.

     

     

    4. 요즘은 어떤 일상을 보내고 계신가요?

    엄상미 님과 함께 남양읍 마을조사를 같이하고 있고요. 최근에는 증평 전시를 다녀왔어요. 기록이 도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증평군청에서 시작된 전시는 마을을 돌아 전시실에서 이야기를 끝맺는데요. 마을을 살아있는 전시실로 만들었어요. 가는 길목 길목마다 전시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나와계시니까 그분들에게도 굉장히 의미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시를 준비하면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더라고요. 삶을 전시의 무대로 삼기에 탄탄한 준비가 빛나는 순간이었어요. 정말 삶의 전시였어요. 그리고 기록자들에 대한 환대를 느꼈어요. 전시가 시작되는 곳부터 마을 곳곳에서 눈 마주친 분들 모두요. 많이 배운 전시였어요.

     

    5. 올해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추억거리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소중했던 올해, 너무 많은데 하나만 꼽으려니 힘드네요. 올해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록콘텐츠 크리에이터 양성과정을 만들어 운영했어요. 아이들에게도 기억에 남고 기록물로서도 가치 있는 걸 해보자 해서 기획하게 됐는데, 정말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죠.

    사실 막막했거든요. 간척으로 만들어진 신도시여서 기존의 마을 기록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했어요. 무얼 기록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마을의 과거를 아이들에게 보여주자 해서 일단 모형부터 만들었어요. 기록사업인데 별걸 다 만들었죠. 근처 공룡알화석산지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공룡시대, 간척되기 전 마을의 모형을 만들어서 아이들의 머릿속에 우리 마을의 모습을 심어주고 그 안에 있었을 법한 이야기를 상상하게 했어요. 아이들이 살고 있는 신도시의 모형도 만들어서 현재의 이야기 또한 담았어요. 마을 로고도 만들어 보고, 마을어린이축제를 만든 어른들과 인터뷰도 해보고, 마을에 대한 아이들의 마음이 기록으로 담겼어요. 곧 기록집이 나올 텐데 많이 기대됩니다.

     

    출처 : 송린이음터

    출처 : 송린이음터

     

    6. 오가음에게 기록이란 무엇인가요?

    기록이란 귀가 트이는 경험이에요. 한 해에 여러 사람을 만나요. 아무리 못해도 기록사업으로만 150명 이상을 만나는 것 같아요. 그렇게 만나고 듣다 보니까 내가 가지고 있는 시선이 얼마나 편협한 시선이었는지를 깨닫게 되는 지점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귀가 트이는 경험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록활동가 인터뷰 : "마음으로 기록하는 문화기획"_오가음
    바람자전거, 참비움

    조회수 2827

    202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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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홈페이지 공익웹진에 올라오는 글들은 아카이브 에디터가 기록한 글이라는 거. 다들 알고 계시죠? 이 글을 쓴 저 역시 에디터이구요ㅎㅎ.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에디터는 1년 단위로 활동하는데요. 벌써 1년의 에디터 활동을 마무리할 시기가 왔습니다. 제가 올해 3월에 아카이브 발대식 현장스케치를 올렸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지막 현장스케치를 작성하고 있다니 기분이 이상하네요.

    (3기 아카이브 에디터 발대식 https://gggongik.or.kr/page/archive/archiveinfo_detail.php?board_idx=3383 )

     

    3기 에디터의 시작과 끝을 제가 기록할 수 있어서, 수미상관으로 끝낼 수 있어서 굉장히 뿌듯하고 기쁘답니다:) 그럼 마지막 회의 현장 속으로 떠나보겠습니다~!

     

     

    2023122일 토요일.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북부지부에서 3기 아카이브 에디터 4차 정기회의 및 활동인증서 수여식이 열렸습니다. 작년에 북부지부가 개소한 이후, 발대식은 남부지부에서, 마지막 수여식은 북부지부에서 열리고 있어요. 이렇게 포근한 소파가 마련된 북부지부를 오랜만에 가니 너무나도 반갑더라구요:)

     

    3기 아카이브 에디터 15명과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남부(수원) 및 북부(의정부) 지부의 여러 직원분들이 함께 모여 연말 파티 분위기 가득한 마지막 정기회의 겸 활동 마무리를 하고 왔습니다. 본 정기회의는 3기 아카이브 에디터 활동실적 및 콘텐츠 운영성과 보고, 에디터 활동 소감 공유, 우수콘텐츠 시상 및 운영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에디터 활동을 항상 응원해주고 지원해주신 최고 멋있는 송원찬 센터장님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마지막 피날레를 시작했습니다!

     

     

    다음으로는 한 해 동안 에디터 활동을 도와주신 최고의 귀염둥이 강민진 대리님의 에디터 활동 운영성과 보고가 있었습니다. 올해 업로드된 공익웹진은 ’23. 11. 28. 기준 153, 총 조회수 약 200,000, 콘텐츠별 평균 조회수 500회 이상으로 작년보다 더 좋아진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모두 웹진을 읽어주신 여러분들 덕분입니다...(하트) 공익활동지원센터는 아카이브 에디터를 통해 센터에 대한 도민들의 관심을 높이고 아카이브 콘텐츠를 통해 홍보 효과 역시 증대시키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에디터를 대상으로 경기도 공익활동 시민기록자 양성교육 [심화] 과정을 실시했는데요, 5강에 걸친 심화 과정의 교육입니다. 정보통신 교육(저작권), 아카이빙 계획 세우기, GPT와 성향테스트를 활용한 상호작용 콘텐츠, 아카이빙 작업에 대한 모든 것, 기록이 세상을 바꾼 사례에 대한 공부 등 다양하고 흥미롭고 인사이트 넘치는 주제로 꽉꽉 채워진 교육들이었어요. 에디터가 되어 이런 교육들을 무료로 받을 수 있음에 너무나도 감사했습니다. 혹시! 이 교육이 부러우신가요? 받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내년 4기 에디터 모집에 꼭! 참여해 주세요:)

     

     

    다음 순서는 바로바로 나의 대표콘텐츠 소개하기였습니다. 올해 썼던 웹진들 중 자신의 대표콘텐츠를 뽑아 그것에 대해 100초로 말하는 활동이었어요. 여러분들도 에디터별 대표콘텐츠가 무엇인지 궁금하시죠?! 밑에 링크 남겨놓을게요!

     

    [에디터명, 제목]

    - 주야, 남 일이 아닌 내 일, 환경문제 https://www.gggongik.or.kr/page/archive/archiveinfo_detail.php?board_idx=3800

    - 소소, [기획]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초능력 백신은? (우수 콘텐츠https://www.gggongik.or.kr/page/archive/archiveinfo_detail.php?board_idx=4001

    - 라이언, [기획]우리의 삶이 안전하기를 (우수 콘텐츠https://www.gggongik.or.kr/page/archive/archiveinfo_detail.php?board_idx=4100

    - 심지, 한국의 성평등 수준이 세계 100위 밖? (최우수 콘텐츠https://www.gggongik.or.kr/page/archive/archiveinfo_detail.php?board_idx=3853

    - 생강, 한 달 교통비가 만원이라면https://www.gggongik.or.kr/page/archive/archiveinfo_detail.php?board_idx=3678

    - 바람자전거, 평택 새내기의 평택 사람탐구 1_통미마을 공장, 통미작은도서관 박명진 대표를 만나다https://www.gggongik.or.kr/page/archive/archiveinfo_detail.php?board_idx=3646

    - 알랜, [현장스케치]시민중심 참여교육 화성형 민주시민교육 강사양성 기본과정” https://www.gggongik.or.kr/page/archive/archiveinfo_detail.php?board_idx=3568

    -유유당, [현장스케치]2023년 비영리 스타트업 지원사업 참여단체를 만나다!_펭귄의 날갯짓 https://www.gggongik.or.kr/page/archive/archiveinfo_detail.php?board_idx=4063

    - 럭비공, 한국의 고독사, 이에 대한 정책을 고민해보자https://www.gggongik.or.kr/page/archive/archiveinfo_detail.php?board_idx=3656

    - 라라, 근로자의 날 톺아보기 : 역사 & 노동 필수 상식 https://www.gggongik.or.kr/page/archive/archiveinfo_detail.php?board_idx=3592

    - 목소리 해결사, 우당 이회영으로 인해 우리는 대한민국이 되었습니다https://www.gggongik.or.kr/page/archive/archiveinfo_detail.php?board_idx=3572

    - 해피런, [현장스케치]3기 아카이브 에디터 2차 정기회의 및 공익활동 시민기록자 양성교육 심화과정 https://www.gggongik.or.kr/page/archive/archiveinfo_detail.php?board_idx=3636

    - 수수꽃다리, 알이랑 한글학교 with 우크라이나 https://www.gggongik.or.kr/page/archive/archiveinfo_detail.php?board_idx=3474

    - 다름, 공공의 사유, 공동체 상영에 대하여 https://www.gggongik.or.kr/page/archive/archiveinfo_detail.php?board_idx=3696

    - 봉봉맘, 일본에서 식민지 조선인의 삶을 쫓다https://www.gggongik.or.kr/page/archive/archiveinfo_detail.php?board_idx=3926

    - 밤하늘, 함께 삽시다! 더 큰 이웃 아시아https://www.gggongik.or.kr/page/archive/archiveinfo_detail.php?board_idx=3558

    - 참비움, [현장스케치]2023 공익활동단체 지원사업 참여단체를 만나다!_국제인성평생교육원  https://www.gggongik.or.kr/page/archive/archiveinfo_detail.php?board_idx=4023

    - 옐로 구피, [현장스케치]공익활동 활성화를 위한 공공시설 공유공간 활용방안 2023 토론회 https://www.gggongik.or.kr/page/archive/archiveinfo_detail.php?board_idx=3653

    - 공익인간, [현장스케치]2023년 비영리 스타트업 지원사업 참여단체를 만나다!_슈필라우미 https://www.gggongik.or.kr/page/archive/archiveinfo_detail.php?board_idx=3997

     

    이 중 최우수 컨텐츠는 심지 에디터님의 웹진, 우수 컨텐츠는 소소 에디터님과 라이언 에디터님입니다! 3기 에디터와 공익활동지원센터 직원분들이 뽑은 베스트3 웹진은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해요!

    대표콘텐츠 소개를 한 후, 활동인증서 수여식을 진행했습니다.

     

     

    이렇게 준비해 주신 예쁜 꽃과 함께 활동인증서, 교육수료증을 받으니 정말로 3기 에디터 활동이 끝났다는 것이 실감이 나서 좀 먹먹하더라구요. 에디터 활동 덕분에 정말 의미 있는 경험도 많이 하고, 여러 단체도 만나고, 나도 공익활동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기고! 정말 많은 걸 얻어갈 수 있는 활동이었어요. 2기에 이어서 이렇게 3기까지 무사히 완주했다니 너무나도 행복합니다ㅎㅎ.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꼭 4기도 지원해야겠어요!!

     

     

    3회 업로드되는 아카이브 에디터들의 공익웹진. 여러분에게 큰 도움이 되었나요? 저희의 글이 여러분들이 공익활동을 궁금하게 하고, 공익활동에 대해 알게 하고, 공익활동을 해보고 싶게끔 만들었다면, 저희의 올해의 몫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것 같습니다:)

     

    공익활동. 정말 어렵지도, 거창하지도 않아요! 우리 사회를 생각하며 하는 모든 행동들이 자그마한 공익활동의 첫 걸음이랍니다:) 공익활동을 시작해보고 싶은 분들! 공익활동지원센터가 예비 공익활동가들을 경기도의 남부(수원)와 북부(의정부)에서, 항상 제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 꼭 기억해주세요! 그동안 3기 에디터 공익웹진에 많은 관심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 돌아올 4기 에디터들의 활동도 많이 많이 기대해주세요. 지금까지 3기 에디터 라라였습니다. 모두 행복한 연말 되세요. 미리 메리크리스마스! 미리 해피뉴이어!

     
    [현장스케치]3기 아카이브 에디터 4차 정기회의 및 활동인증서 수여식
    라라

    조회수 2979

    2023-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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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꼽이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오래된 골목이 살아있는 이야기 곳간 '마을인생박물관' 꼽이마을"에 다녀왔습니다. 마을활동 소개, 체험프로그램, 점심, 간식까지 제공하는 탐방으로 2023년 경기마을주간 "경기마을, 여행이 되다" 프로그램 중 하나였습니다. #경기마을주간 #마을공동체사례탐방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기획된 프로그램으로 68일과 9일 양일간 총 5개 경기도 마을을 탐방할 수 있었는데, 마을별 30명 선착순이어서 서둘러 신청했답니다.

     

    마을 전체가 배움터이다.

     

    부천 꼽이마을(약대동)의 소개는 이원돈 목사님이 해주셨습니다. 30여년 전, 약대동의 모습을 보여주셨어요. 마을과 함께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끝없이 펼쳐졌습니다. 부천 최초 전일 아동돌봄, 그로 인해 확장된 청소년 돌봄, 공부방에서 지역아동센터로, 또 다른 시작은 작은 움직임으로 계속되면서, 확장되고, 그로 인해 함께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서 마을 곳곳에서 만나는 꼽이마을 생태계가 만들어졌습니다.

     

    약댓말 '세대공감' 입구 마당

     

    '애들아, 꼽이청소년심야식당으로 놀러와!' 라고 크게 적혀있는 배너와 현수막이 눈에 들어옵니다. '밤에 밥을 준다고?' 이 궁금증은 마지막 시간이었던 꼽이마을 공동체 활동 모아 듣기에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결론은 정말 밥을 함께 먹습니다. 보통 6시부터 10까지 운영된다고 합니다. 꼽이마을에서 밥은 정말 중요한 주제 같아요. 어르신 대상 프로그램도 마지막은 항상 밥이라고 합니다. 따뜻한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 따뜻한 밥을 함께하는 의미 아닐까요? 작은 꽃밭과 텃밭이 있는 마당이 있습니다. 꼽이마을의 활동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현수막이 있어, 그간의 활동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약댓말 역사문화공간 세대공감 2

     

    경기문화재단에서 지원받아 유치원공간으로 사용되었던 1,2층 공간을 마을문화공간으로 재정비했습니다. 지하공간은 일요일에 예배공간으로 활용하고, 평상시에는 몸을 쓰는 체육, 댄스 교실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색색의 장바구니 들고 약대마을을 누비는 마을여행가들

     

    원래 약대마을이 이렇게 북적였을까요? 다양한 색의 장바구니를 들고 여행지를 이동하고 있는 마을여행가들입니다. 가까운 시흥부터 일산, 인천 등 다양한 지역의 마을활동가들이 참여했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달나라토끼 카페

     

    달나라토끼 카페 협동조합은 코로나를 거치면서 결국 문을 닫게 되었는데, 다양한 문예활동이 펼쳐졌던 곳으로, 활동가를 탄생시키는 장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유리에 붙어 있는 스티커만 남아있지만, 사람들이 북적였던 공간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카페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이곳을 기반으로 모임을 갖는 20여 개의 동아리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며, 또 다른 공간이 만들어지길 기대해봅니다.

     

    새롬지역아동센터

     

    새롬지역아동센터에 도착했습니다. 교회의 작은 공부방에서 시작한 돌봄이 이어져 지금의 새롬지역아동센터가 된 것인데, 이곳의 책임자로 아동돌봄의 생생한 현장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습니다. 97IMF로 인해 살 곳을 잃은 가정의 결식아동에게 밥을 제공하는 활동이 시작이었습니다. 2004년부터 아동복지시설로 인정받아 지원되고 있습니다.

     

    약대신나는가족도서관

     

    신나는 가족도서관은 민간위탁을 받아서 운영하는 작은 도서관으로 관장님은 이원돈 목사님입니다. 광명의 만화박물관과 연계하여 꾸준히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는 등, 시의 문화자원과 연계된 도서관 프로그램이 부러웠습니다.

     

    새단장한 약새신나는가족도서관

     

    얼마 전 새단장한 도서관의 모습입니다. 도서관 테이블에서 뛰어놀기도 하는 모습을 소개받았던 지라, 지금은 비어있지만,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도서관 동아리로 10년 된 동아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와인파티가 저녁에 이어지기도 하는데, 질문으로 다양한 복합문화공간이 된 느낌입니다.

     

     

    마을활동가이기도 한 이번 광명 약대 마을여행가들은 모두 자기 동네 마을도서관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요? 작년 20주년 행사 때 만들어 놓은 영상과 이어지는 질문시간에도 높은 관심이 이어졌습니다. 20년의 시간은 약대마을 아이들을 키워냈습니다. 도서관에서 프로그램하던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도서관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마을인생박물관

     

    이곳이 바로 이야기 곳간 '마을인생박물관' 이 곳에서 꼽이마을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그동안 진행되었던 프로그램 브로셔와 포스터 등이 아카이빙되어 있습니다.

     

    꼽이우주로 가는길

     

    꼽이우주로 가는길을 올라가면 꼽이마을 꼽사리영화제를 만날 수 있습니다. 영화제는 10분 내외의 짧은 영상이 출품되는데, 동네 어르신, 동네 학생들이 주인공이 되고 감독, 촬영감독이 되어 진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꼽이마을 공동체 활동 모아 듣기 _ 청소년 심야식당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에 어른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끼셨다고 합니다. 손이 닿고, 눈이 닿는 청소년에게 필요한 대응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활동이 심야식당이라고 해요. 늘 보던 동네 어른이 밥을 먹이는 활동이 될 텐데요. , 금 저녁에 9시부터 24시까지 열어 누구에게든 접점이 될 수 있었던 곳이지만 현재는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운영되고 있습니다.

     

    꼽이마을 공동체 활동 모아 듣기 _ 어르신 돌봄

     

    새롬 가정지원센터와 의료사회협동조합이 협력하여 약대동 마을건강리더 교육이 만들어졌어요. 건강 리더는 일자리 연계 사업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돌봄 수업이 끝나고 나면 식사를 계속했다고 해요. 코로나 때는 도시락 배달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한글 교실, 노래 교실이 끝나면 식사를 함께 합니다.

     

    꼽이마을 공동체 활동 모아 듣기 _ 세대공감&문예학당

     

    세대공감 어울림 마을합창단은 2017, 약대마을 작은 음악회, 꼽이마을 작은음악회로 이어져 오던 중, 코로나로 인해 멈추었다고 해요. 처음에 소개했던 달토끼는 작은음악회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었다고 합니다.

     

    호랑이와 팥죽할멈

     

    원예힐링

     

    사례 나눔에 이어 꼽이마을에서 고무나무를 심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튼튼하게 자라는 고무나무가 마을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고무나무를 골랐다고 해요.

     

    꼽이마을캐릭터

    예쁜 조약돌로 꾸미고 있었는데, 캐릭터도 나누어주었어요. 마을에서 만들어낸 꼽이 캐릭터라고 해요.

     

    새롬

     

    입구에서도 만났던 캐릭터, 알고 보니, 찍은 사진 곳곳에서도 꼽이 캐릭터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들도 함께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아이들을 돌보고, 어른들을 돌보는 활동이 시작되어, 마을전체 돌봄으로 확장된 것이 아닐까요? 약댓말 '세대공감'에서 활동하는 많은 자원봉사자분들에게 환대를 받고 떠나는 마을여행자들은 마을에서 또 어떤 마을활동을 이어갈까요?

     

     
    [현장스케치]마을인생박물관 꼽이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유유당

    조회수 3440

    2023-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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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마을에 축제가 있다고? 난 들어본 적 없는데...” 하는 분들이 있을 텐데요. 의왕시에는 시청에서 준비하는 축제가 아닌, 시민이 주도하는 축제, 갈미문화마을 책축제가 있습니다. ‘갈미는 내손1동에 속하는 옛 지명으로 여러 길로 갈라지는 곳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일상과 예술이 어우러져 문화가 되는 마을생태계를 만들고자 주민과 지역단체가 참여하고 경기도와 의왕시가 지원하여 운영되는 갈미문화마을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으로 올해 3년차가 되었습니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문화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데, 중심공간으로 모두의 엘리스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책축제 워크숍이 열리는 현장의 분위기를 전해봅니다.

     

    2023년 책축제 워크숍 현장스케치 책축제 워크숍 웹포스터

     

    2021년부터 이어진 책축제 워크숍에서는 각 단체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을 직접 소개하고 관련 책을 전시하고 강의가 진행됩니다. 단체 대표들이 모여 준비회의를 하고 단체별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축제에 기대감이 더해지는 시간이 지속적으로 있었습니다.

    워크숍 머리말에 어유선님이 어떻게 처음을 열까 고민하다가, 어제 책장에서 찾은 두 권의 책을 가져왔다고 했습니다. 그중 하나는 이태준의 문장강화였는데, 한 구절을 소리 내어 읽은 후, 준비한 워크숍 소개를 해주었습니다.

     

    갈미문화마을사람들 대표 백승연

     

    갈미문화마을사람들 대표를 맡고 있는 백승연님은 [조금 다른 운동회]를 소개했습니다. 3년의 [갈미문화마을]사업이 마무리되는 올해 우리에게 무엇이 남을 것인가 고민한 결과, 결국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해요. 문화마켓, 책축제, 주민문화활동 지원사업과 같은 단위 사업이 진행되면서 모두 모일 기회를 가지지 못한 것이 아쉬워, 함께 하는 운동회를 준비했다고 합니다.

     

     

    [동양고전 이야기-맹자와 양혜왕] 이야기 _ 박재휘 관장

     

    본격적인 워크숍 [이야기! 옛이야기!! 손글씨!!!]가 시작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이야기를 나눠주신 분은 사통이네 도서관 박재휘 관장님이었어요. [동양고전 이야기-맹자와 양혜왕]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맹자가 원래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은 도서관은 함께 고전읽기를 할 때 이야기를 충분히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나에게 있어 옛이야기는-!] 옛이야기 강사인 이경옥님

     

    동화모임 옛날옛날에창립 멤버이자, 옛이야기 강사인 이경옥님의 [나에게 있어 옛이야기는-!]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손에 무언가를 들고 나오셨는데, 자리에 앉아 불을 꺼달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성냥으로 불을 밝히고, 초를 켜셨어요. 그리고 노래를 부르셨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 ‘주먹이였어요. 갑자기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이야기에 흠뻑 빠져서 정신없이 들었답니다. 우연히 듣게 된 다른 나라 사람들이 들려주는 우리나라의 옛이야기를 듣고, 우리 이야기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이야기도 나눠주셨습니다. 평안북도판 주먹이 이야기인 주머구는 참여자가 사투리가 그대로 살아있게 읽어주셨는데,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후에 옛이야기에 빠지게 된 계기를 들려주었는데, 옛이야기만큼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나눠주신 밀랍을 손으로 꼼지락거리며 체온으로 녹여 사람 모양으로 만들면서 들었습니다.

     

     

    워크숍에서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 눈치채셨나요? 이번 책축제의 주제는 이야기입니다. 2022년의 주제는 였어요. 각 참여단체에서 올해 북토크 계획안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뒷동네도서관 언니들의 이야기

    모락산아이들 : 나의 꿈이야기. 연극대본만들기

    사통이네 도서관 : 신화, 모녀관계, 예술활동으로 발견하는 여성의 삶과 여성들의 이야기

    진달래 작은도서관 나의 인생, 나의 취미

    들고지 작은도서관 : 아이들과 어른들이 북토크에 참여하여 한글과 책 이야기를 나누고 도자조형작품으로 남겨본다.

    글누리 작은도서관 : 전래동요야, 놀자!

    백합 작은도서관 : 음식에 관한 옛이야기 

     

    이번 발표를 통해 책축제를 하면서 책을 주제로 어떻게 주민들과 만날까? 고민하는 이들이 서로 이어져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주제로 각 단체마다 3번의 작은 강좌와 콜라보 강좌가 있을 예정입니다.

     

     

    이하루의 손글씨 학교의 이하루님은 손글씨 쓰기 캘리 체험

     

    이하루님은 2021, 2022년 갈미한글축제의 포스터를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캘리체험이 진행될 줄 알았는데, 한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가져와서 들려주었습니다. 한글이 예술이 되는 순간의 예시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어진 캘리수업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즐거웠던 후기를 참여자들을 통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각 단체에서 가져 온 책축제 관련책 / 갈미문화마을 홍보지

     

    갈미문화마을은 내손동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주민들과 단체(갈미문화마을사람들)가 함께 만들어 가는 사업입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총 3년의 기획 하에 마을 주민과 지자체가 협력하여, 주민들의 자발적인 문화활동을 지원하고 문화역량을 개발하여, 일상과 예술이 어우러져 문화가 되는 마을생태계를 만들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갈미문화마을 책축제 참여단체>로는 글누리작은도서관, 들고지도서관, 뒷동네도서관, 백합작은도서관, 사통이네작은도서관, 진달래작은도서관, 모락산아이들사회적협동조합, 의왕마을생태연구회가 있습니다.

     

    2023 북토크를 응원합니다.

     

    2023 북토크로 재미있는 이야기들의 작은 축제가 곳곳에서 이어지길 바랍니다. 의왕 갈미문화마을 공식블로그에서는 2021년부터의 기록과 앞으로 진행될 책축제 프로그램을 비롯한 갈미문화마을 사업 전체에 대한 소개가 담겨있으니, 구경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올해도 경기도의 작은 도시 의왕, 내손 1동 곳곳에서 벌어지는 주민들이 만들어 가는 일상적이고 예술적인 문화 활동을 응원하겠습니다.

     
     
    시민이 만드는 축제, 갈미문화마을 책축제
    유유당

    조회수 3512

    2023-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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