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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웹진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길을 따라온 게 아니라 휠체어와 함께 길을 만들며 여기까지 왔어요.” 

    그의 이야기는 이 한 문장에서 시작한다. 늦게 시작한 공부와 일, 아이를 키우며 멈춰야 했던 시간, 그리고 다시 장애인 활동가로 살기까지, 그는 휠체어로 스스로 길을 내며 살아왔다. 상록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 총괄팀장이자 동료상담가 조은상 활동가를 소개한다.


    = ‘동료상담가’라는 말이 생소한 분들을 위해 소개부터 부탁해요.

    - 저는 안산 상록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IL’)에서 동료상담가로 활동하고 있어요. 장애인이라고 하면 도움과 서비스를 ‘받는 사람’을 상상하잖아요. 자립생활센터 동료상담의 정신은 장애인을 세상을 바꾸는 주체로 바라보는데요, 장애인 당사자가 또 다른 장애인 동료와 하는 상담이죠. 단순히 ‘비슷한 처지끼리 하는 대화’가 아니라, 기존의 전문가 중심 상담 모델로부터 해방된 고도의 정치·사회적 치유와 임파워먼트
    Empowerment 과정이라 할 수 있어요.

    정신과 의사나 사회복지사가 장애인을 진단과 치료의 대상으로 보는 게 일반적인 상담이죠. 동료상담은 그런 전문가주의Professionalism로부터의 해방된 평등한 관계 모델이라 할 수 있어요. 장애인 스스로가 자기 삶의 전문가라고 선언하는 거죠. 자격증의 권위가 아니라 장애를 안고 살아온 ‘생존의 역사’ 자체가 상담의 강력한 도구죠. 상담의 목표 역시 상담가가 아니라 내담자 스스로 ‘자기결정권’으로 설정하고요.

    동료상담은 상담자와 내담자가 대등한 관계로 진행해요. 한쪽이 가르치거나 답을 주는 게 아니라, “나도 그랬다”는 공감을 서로 나누는 거죠. 이 모든 과정이 자립생활 모델과 결합해요. 내면의 힘을 길러서 결국 시설이나 집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스스로 살아가게 하는 힘. 더 나아가 개인의 변화를 넘어, 사회의 책임과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동력이 되고요.


    = 와~ 자립생활센터가 어떤 곳인지도 소개해 주셔야겠어요.
     

    장애인복지관과 비교해 볼게요. 이전엔 서비스를 받거나 이용하러, 즉 이용자로서 장애인복지관을 드나들었어요. IL센터에서는 장애인이 행동의 주체가 돼요. 이용 시설이 아니라 장애인이 직접 일하고 활동하고 사회를 바꾸기 위해 움직이는 단체죠. 환경과 사회를 장애물이 없는 방향으로 바꾸는 것, 그것이 사회 변혁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을 돕는 것을 넘어서 사회를 바꾸는 일이에요. 그래서 제가 하는 일은 삶의 운동이자 삶의 일부예요.

    IL의 가장 기본 정신이 권리옹호, 자기결정권과 자기선택권인데요. 어디서 살지, 무엇을 먹을지, 누구를 만날지와 같은 일상의 아주 작은 부분부터 인생의 큰 항로까지,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선택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고자 해요. 거기엔 실패할 권리도 포함돼 있고요. ‘장애인을 위한 의사결정 과정에 장애인이 없어서는 안 된다’라는 당사자주의고요. 소장부터 내부의 주요 의사결정자들까지 센터 인력의 과반수가 장애 당사자인 것도 그 때문이고요.

    장애가 있다고 사회와 격리된 시설에서 살아야 할까요? IL은 비장애인과 똑같이 지역사회 안에서 어우러져 사는 것을 지향해요. 물리적 건물만이 아니라 교육·노동·문화생활 등 모든 사회적 기회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죠. 장애인이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을 문제로 보는 사회적 장벽Social Barrier’이 문제라고 보는 겁니다. 이 운동의 핵심은 개인의 재활이나 극복이 아니라 사회의 변화에 있는 거죠.


    = 어쩌다 이렇게 엄청난 곳에 발을 들이게 되었을까요?

    - 처음엔 아는 언니 따라왔죠. 사진 동아리 ‘포커스휠’에 나가면서도 별로 적극적인 회원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센터에서 동료상담을 해보라는 제안을 받았고 동료상담을 진행해본 게 첫 출발이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센터활동도 하게 되고 그러다가 집단동료상담 리더 교육을 받으면서 생각이 크게 바뀌었어요. 제 자신과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죠. 내가 ‘불쌍하고 불행한’ 장애인이 아니라, 사회적 차별과 구조적 모순이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 거죠. 장애인 동료상담가들이 당당하게 사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러면서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그전에는 직업을 갖기 위해 자격증도 따고 사회가 원하는 기준에 나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면 센터 활동과 동료상담을 하면서 왜 자립생활 운동을 해야 하는지, 왜 이 일을 하는지를 고민하게 되었어요. 그때부터는 직업이 아니라 삶의 방향이 바뀌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지금까지 센터에서 간사부터 팀장, 센터장까지 경험했고, 지금은 상록수IL센터 총괄팀장으로 활동을 하고 있어요. IL센터이지만 일에 집중하다 보면 가끔 장애 당사자의 목소리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갈등이 생길 때도 있어요. 그래서 현장의 동료들을 만나면서,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를 계속 스스로 돌아보게 돼요. 

     


    상록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 업무 회의 사진제공 조은상


    상록수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사무실 책상 앞에서 사진제공 조은상


    IL센터 활동 동료상담 사진제공 조은상



    = 공부를 늦게 시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 장녀로 태어나 돌 무렵에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걷지 못하게 됐어요. 동생이 셋이었으니 넉넉지 않은 형편에 부모님은 저만 집중해서 돌보기 어려웠을 거예요. 입학할 나이가 됐지만 학교까지 이동하는 것도 어려웠고, 동생들을 희생시킬 순 없지 않냐는 말을 듣고 자랐어요. 그럴 때마다 부모님 힘들게 하지 않으려고 아무 말 못 하고 그렇게 생각했어요. 집에서 가정교사를 통해 조금씩 공부했지만 늘 공부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책을 읽었어요. 

    20대에 직업 훈련원에서 옷 만드는 기술을 배워 취업을 하고 보니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20대 후반에 검정고시를 시작했어요. 결혼하고 보니 아이를 키우면서 공부하는 건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힘들다는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느낌이 더 컸어요. 방송대 교육학과를 계속 장학금 받으며 졸업했어요.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가능했어요. 서로 과제를 알려주고 시험 정보를 나누면서 함께했던 경험이 컸어요. 그때 공부는 혼자보다 공동체 안에서 함께 하는 것이라는 걸 느꼈어요. 
     

    = 장애 여성으로서 전에 하신 일과 사회생활에 대해 들려주실 수 있어요?

    - 장애인이라고 하면 부모가 희생하거나 당사자가 희생하거나 그런 구조잖아요. 공부 기회를 놓치고 사회에 나갔기 때문에 저는 더 열심히 배우고 일했어요. 장애인기능대회가 있었는데 나가서 금메달을 땄어요. 이제 세계 대회를 나갈 수가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열심히 연습했고 프라하 세계 장애인 기능대회 나갈 티켓도 땄어요. 그런데 저한테 기술 가르쳐준 선생님들이 그렇게까지 할 거 있냐고 반대하시더라고요. 처음부터 하지 말라고 하든지, 장애인에 대한 기대가 아예 없구나, 상처를 많이 받았죠. 튀지 않고 착한 장애인이길 원했던 것 같아요.

    제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도 그랬어요.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작업장이었는데, 수녀님들이 제 결혼을 걱정하고 반대했어요. 부모님도 심하게 반대해서 5년을 미루다 결혼했어요. 동료상담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도 비슷했어요. 장애 여성은 교육, 결혼, 출산, 일 등 여러 선택에서 뒤로 밀리고 편견의 대상이에요. 직장에 다닌다고 하면 놀라고, 집이 깨끗하다고 놀라고, 아이를 키운다고 해도 놀라요. 장애인은 돌봄을 받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해요. 저는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은데 그 평범함이 오히려 특별한 일이 되는 느낌이 있어요.


    = 비장애인 여성도 두려워하는 결혼인데 참 씩씩하게 사셨어요. 아이 낳고 키우며, 또 워킹맘으로 살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 30대 후반에 아이를 가졌을 때도 일을 쉬지 않았어요. 배가 불러서 운전하기 힘든데 사장님이 나와서 같이 밥이라도 먹자며 부르셨어요. 당시엔 생소했던 강아지 옷 만드는 일이었는데 일이 많아서 새벽 7시에 출근해서 야근까지 하는 날이 많았어요. 한번은 폭설이 내려 청계 터널에서 2시간을 갇혀 있었는데, 다음 날 보니 타이어가 터져 있더라고요. 저는 천주교 신자인데 아이랑 저랑 정말 주님이 살려주셨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었어요.

    결혼할 때도 그랬어요. 장애인이 어떻게 살 거냐, 아이는 어떻게 키울 거냐. 저도 아이는 낳지 말자 생각했었죠. 일을 계속하고 싶었고 양육에 자신도 없었죠. 어느 날 밤늦게 퇴근하면서, 일만 하는 삶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를 갖기로 했어요. 임신과 출산 과정은 쉽지 않았어요. 이동도 어렵고 병원 가는 것도 힘들었어요. 아이를 키우는 동안에는 일을 할 수 없었어요. 맡길 곳이 없어서 제가 아이를 돌보게 되었어요.


    안산의 리프트 택시 사진제공 조은상


    상록수 센터에서 진행된 안산장애인인권영화제에서 사진제공 조은상


     

    = ‘착한 장애인’이라는 기대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 가족 안에서 화목하게 살기 위해서는 많이 참아야 했어요. 장애인이기도 하고 여성이라는 점이 겹치면 어떨까요? 장애인 여성은 더 많이 참고 더 많이 양보해야 한다는 기대가 있어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존엄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자존감은 많이 낮아져 있었죠.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남들보다 사회생활도 그렇고 뭐든 다 늦었으니까 나는 더 빨리 잘해야 할 것 같은 그런 생각이었어요. 이걸 ‘맏딸 콤플렉스’라고 하죠? 부모님한테 걱정을 끼쳐드리고 싶지 않고, 장애인이라 못한다는 소리 듣고 싶지 않아서, 딱딱 다 잘 해내려고 했어요. 하지만 10년 IL 활동을 하며 조금씩 달라졌어요. 착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서로 힘들게 하잖아요. 이제는 못 하는 건 못 한다고 말해요. 어머니에게도 이번에는 못 간다고 말하게 되었어요. 그럴 힘이 생겼죠. 


    = 다시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 아이를 키우다가 어느 순간 다시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친한 언니가 등록금을 내줄 테니 공부를 꼭 하라고 말했어요. 누군가가 나를 믿어준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버지도 응원해 주셨어요. 마흔 넘어 다시 공부할 때 아버지가 정말 좋아하셨어요. 엄마가 보내준 김치 통 사이에 아버지가 학비에 보태라고 몰래 30만 원이 든 봉투를 넣어두셨는데, 김칫국물에 젖은 그 봉투를 보고 마음이 짠했던 기억이 지금도 나요.


    =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시기나 삶의 전환점이 있었나요?
     

    - 2014년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저를 많이 도와주던 언니도 돌아가시고 개인적으로 굉장히 힘든 시기였어요. 그 시기에 세월호 참사도 있었고요. 솔직히 우울함도 있었어요. 제가 사는 곳에서 일어난 일이고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그 사건이 너무 크게 다가왔어요. 그냥 뉴스에 나오는 사건이 아니라 내 아이의 일처럼 느껴졌죠. 앞으로 우리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이래도 되는가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힘든 시기를 통과하며 지역에서 하는 집회나 활동에 더 많이 참여하게 됐어요. 큰 역할은 아니지만 그냥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되자고 생각했어요. 연대하고 같이 있는 사람,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4.16시민대학 사진제공 조은상


    세월호참사 10주기 4160인 합창에 참여하고 사진제공 조은상


    안산시민연대 촛불문화제에서 사진제공 조은상



    = 장애인에게 일이란 어떤 의미라고 보십니까?

    - 일은 삶을 바꾸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센터에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일자리에 참여하는 분이 “내가 번 돈으로 가족들에게 짜장면 한 그릇을 사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라던 말을 잊을 수 없어요. 큰 변화라고 느꼈어요. 일하고 돈을 벌고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이게 장애인의 삶의 위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주체로 살게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중증 장애인에게 일자리는 단순한 수입 이상의 의미를 가져요. 사회의 구성원으로 지역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가 더 커요.

    그래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이 아니라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이라 불러요. 시혜적 성격을 거부하고, 이동권, 탈시설, 교육 등 장애인 권리 쟁취를 위해 투쟁하는 날이죠. 올해도 3월 26일에 청와대 앞에서 <22회 3.26 전국장애인대회 및 4.20 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출범식>을 열었어요. 최옥란 열사 기일에 열린 22회 3.26 대회였죠. 효자동 복지센터 인근에서 출발해서 광화문 광장까지 행진하고 집회와 열사들을 기리는 추모제도 진행했어요. 많은 활동가들이 각자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전국에서 모여요. 



    3.26 전국장애인대회 사진제공 비마이너



    장애인 권리 보장 다이인(
    die-in) 행동 사진제공 조은상


    장애인 접근권 보장 기자회견 참여 중 발언 사진제공 조은상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삭발 투쟁 사진제공 조은상 


    = 앞으로의 삶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 지금까지 활동하고 또 아이를 기르면서 앞만 보고 살아온 것 같아요. 그런데 작년부터인가 앞으론 어떻게 살지? 이런 고민이 들었어요. 앞만 보고 가지 말고 소소하게 대화가 통하는 사람들과 차도 마시고 서로를 지지하고 나누면서 사는 삶도 소중하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어요. IL센터의 활동가로, 동료상담가로 목소리를 내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면서 살아야죠.

    돌아보면 누가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온 게 아니라 그때그때 부딪히며 길을 만들어 온 것 같아요. 앞으로도 큰 계획보다는 지금처럼 살 것 같아요. 필요한 자리에 가 있고 연대하며 살고 싶어요.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열심히 살았다 싶어요. 앞으로도 휠체어와 함께 제가 길을 만들며 살아갈 것 같아요.
     


    “휠체어와 함께 길을 만들며 여기까지 왔어요.”
    꿀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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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16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2026년 3월 24일 화요일 오후 2시,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4.16생명안전교육원 미래희망관 4층 민주홀을 찾았습니다. 이날 열린 ‘4.16생명안전 웨비나 4차’는 <기후 위기와 재난, 모두의 안전을 묻다>라는 주제로 오후 2시부터 4시 30분까지 현장과 4.16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동시에 진행되었습니다.

    안산에서 오랫동안 안전교육 활동을 해온 사람으로서, 이 웨비나에 참여하는 것은 단순한 공부가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질문 앞에 다시 서는 일이었습니다. 기후 위기가 만들어내는 재난은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바로 우리 동네, 우리 이웃의 이야기가 되고 있었습니다.

     


    416생명안전교육원에 부착된 안내포스터

     

    기후 위기로 인한 한국 사회의 재난 경험 

    첫 번째 발표는 녹색전환연구소 황정화 연구원이 맡아주셨습니다. 스크린 가득 펼쳐진 자료에는 충격적인 통계가 담겨 있었습니다. 기상특보 발령 현황을 보면 2010년과 2024년을 비교할 때 경보와 주의보 모두 급격히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온열 환자 수는 2024년 3,704명에서 2025년 4,460명으로 1년 만에 크게 늘었습니다.

    또한 1910년부터 100년간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은 1.9도 상승했지만, 최근 10년 만에 0.9도 오르면서 기온 상승이 빠르게 가속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제기되었습니다. 2025년 여름 평균 기온은 25.7도, 평균 최고 기온은 30.7도로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한 해로 기록되었습니다.



    '기후 위기로 인한 한국 사회의 재난 경험'을 주제로 발제하는 황정화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황정화 연구원은 지금의 재난은 단지 불운이 아니라 기후 변화가 원인이며, 이는 이미 확정적인 사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목표로 해야 할 방향을 이렇게 제시했습니다.

    “재난을 운 좋게 피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 재난을 당하고도 회복할 수 있는 사회를 목표로 해야 합니다.”

    재난 이후 심리 회복과 관계 회복, 두 가지 모두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말도 인상 깊었습니다. 강릉의 산불 피해 사례를 인용하며, 보상과 재기를 이뤄냈어도 마을과 이웃이 사라진 상실감이 회복을 가로막는다는 이야기는 자리에 앉은 모든 이의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연대하고 연결될 수 있다는 경험, 피해자를 수동적인 지원 대상이 아닌 회복의 주체로 세우는 것이 기후 재난 대응의 핵심 원칙이라는 발표였습니다.


    폭염과 재난, 더위 속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 

    두 번째 발표는 환경정의 활동가 김명철 선생님이 맡아주셨습니다. 기후 위기 당사자들을 직접 취재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발표였습니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온열 질환 추정 사망자 29명 중 70%가 어르신과 장애 당사자였습니다. 신체적, 생물학적 취약성뿐 아니라 경제적 취약성과 주거 취약성이 복합적으로 겹칠수록 피해가 커진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폭염과 재난, 더위 속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주제로 발표하는 김명철 환경정의 활동가
     

    발표에서 소개된 사례들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실제 삶의 이야기였습니다. 고시원 거주자는 복도에 에어컨이 한 대 있지만 온도 조절 권한은 관리자에게만 있었습니다. 시원한 공기를 쐬려면 방문을 열어야 하는데, 그러면 사생활이 침해되기 때문에 결국 더위에 그대로 노출된 채 지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발달장애 당사자는 낮에는 지하철에서, 밤에는 공원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었습니다. 이분에게 가장 필요한 대책이 무엇이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옥상 탈출’이었습니다.

    동자동 쪽방에 거주하는 어르신은 에어컨도 없이 여름을 버티면서, 공공임대주택 신청 대기 번호가 260번 대였다고 하셨습니다. 2년이 지났어도 겨우 몇 십번 대로 내려갔을 뿐이었습니다. 어르신이 바라는 집은 “욕실이 있는 집”이었습니다. 결코 과한 바람이 아닌데도 현실에서는 너무 멀었습니다.

    쪽방촌 주민들의 연간 탄소 발자국은 3.98톤으로 한국인 평균 12.7톤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기후 위기를 만든 책임은 훨씬 작은데, 피해는 훨씬 크게 받는 불균형이 숫자로 드러나는 장면이었습니다.

    에너지 바우처 정책, 무더위 쉼터 정책 등의 한계도 짚었습니다. 지원 제도가 있어도 모르거나, 지원금이 초과될까봐 에어컨을 켜지 않고, 대피소까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은 이용조차 어렵습니다. 또한 관련 정보가 발달장애 당사자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형식으로 전달되어 실질적으로 무용지물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알아보는 '재난 속 지역공동체' 

    세 번째는 2023년 7월 15일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현장에서 활동해온 김혜란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의 발표였습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극한 호우 속에서 미호강 인근 제방이 무너지며 약 6톤의 강물이 430미터 지하차도로 유입되어 14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부상당한 참사였습니다.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음에도 발생한 명백한 인재였습니다.

    충북도의 지하차도 침수 통제 기준은 50cm, 청주시는 30cm였는데 서울·부산의 10~15cm와 비교하면 매우 느슨한 기준이었습니다. 미호강 폭 확장 계획이 오랫동안 지연되다 급하게 추진되면서 안전을 무시하고 제방 절개가 먼저 이루어진 점도 원인으로 밝혀졌습니다. 충북도와 청주시의 재난안전본부가 각자 따로 대응하며 정보 공유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드러났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충북도는 당시 3년 연속 재난안전 평가 우수 기관이었습니다. 형식적인 훈련과 현실 대응 사이의 괴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실이었습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알아보는 재난 속 지역 공동체 구축 방안'에 대해 발표 중인 김혜란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참사 4일 만에 충북 시민사회, 노동단체, 진보 정당이 결집해 시민대책위원회를 꾸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4.16재단이 피해자 권리 교육을 지원했고,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위와도 연대했습니다. 시민 주도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지역 자원을 총동원해 사고 경위를 밝혔고, 이는 2025년 국회 국정조사로 이어졌습니다. 국정조사 결과보고서에는 재난 대응 체계 전면 개편, 피해자 중심의 회복과 배상이라는 대안이 담겼습니다.

    그러나 3년이 지나도록 최고 책임자인 충북도지사는 불기소 처분 상태이며, 충북도의회는 추모 조형물 예산을 삭감하고 ‘혐오 시설’이라는 말로 2차 가해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합동 분향소는 아직도 청주시청 좁은 별관에 머물러 있습니다. 


    경북 산불로 알아보는 재난 속 시민사회의 역할


    마지막으로 4.16재단 부설 재난피해자권리센터의 김서린 활동의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2025년 3월 20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무려 10일간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과 경남 산청·하동·울산 등 10개 시군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총 10만 3,879헥타르의 산림이 소실되어 1987년 산불 피해 통계 작성 이래 단일 산불 중 최대 규모로 기록되었습니다. 사망자 31명, 총 이재민 3,509명, 피해액 1조 818억 원으로 2022년 동해안 산불의 4.51배에 달하는 규모였습니다. 온실가스 배출량만 약 366만 톤 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추정됩니다.

    이에 재난피해자권리센터는 산불 직후 성명을 내고, 피해 실태 조사, 시민사회 간담회, 주민 간담회, 언론 보도 모니터링, 토론회를 체계적으로 이어나갔습니다. 임시 대피소에서 원불교 단체가 식사를 배급하고, ‘덕 프라미스’라는 단체가 비누 받침대를 제공하는 등 국가가 채우지 못한 빈틈을 시민사회가 채우는 모습이 현장 곳곳에서 확인되었습니다.

    안동에서 열린 주민 간담회에는 5개 피해 지역 주민 40명이 모였습니다. 지역별 주민대책위원회는 있었지만 서로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이 자리가 서로를 연결하는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실태 조사 결과에서는 고령 피해자 지원 체계 미비, 임시 주택의 사생활 침해, 재난 심리 회복 체계 부족, 피해 주민의 권리 보장 부재 등이 핵심 과제로 도출되었습니다.

    새로 조성될 마을에 대해 피해 주민들이 바라는 모습을 물었을 때, “에너지 자립 마을”, “공동체가 활발한 마을”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더 나은 공동체를 꿈꾸는 목소리가 남아 있다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경북 산불로 알아보는 재난 속 시민사회의 역할'에 대해 발제한 김서린 4.16재단 부설 재난피해자권리센터 활동가


    이날 웨비나에서 네 명의 발표가 가리키는 방향은 모두 하나였습니다. 기후 재난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오지 않습니다. 가난하고, 아프고, 홀로인 사람에게 더 깊이, 더 오래 남습니다. 그래서 재난 앞에 서는 일은 곧 불평등의 문제를 마주하는 일입니다.

    4.16 이후 안산에서 안전교육을 시작한 사람으로서, 이 자리에서 다시 다짐하게 됩니다. 안전은 지식이 아니라 관계입니다. 혼자 아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이웃이 안전한지, 내 마을이 괜찮은지, 함께 묻고 함께 행동하는 것이 진짜 안전의 시작이라는 것을 오늘 이 자리가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습니다.
     

     


    기후 위기와 재난, 모두의 안전을 묻다
    안산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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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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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들의 목소리로 변화를 꿈꾸다

     

    안은정 다산인권센터 활동가 /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함께 책임을 지는 일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이하, 경기연대회의)는 경기지역의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모인 연대체입니다. ‘연대’, 익숙하기도 하지만 또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이 단어는 여럿이 함께 무슨 일을 하거나 함께 책임을 지는 것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습니다. 경기연대회의는 그 사전적 의미처럼 지역의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모여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변화를 도모합니다.

    경기연대회의의 활동은 굉장히 폭이 넓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큰 31개 시군구가 있는 경기도의 다양한 사안에 대해 시민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기도 정책을 감시하는 활동부터 도민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문제에 대해 대응합니다. 지역을 넘어 우리 사회를 뒤흔드는 사건에 대해서도 개입합니다. 예를 들어,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았던 내란 사건에서도, 미국의 전쟁 범죄에 대해서도, 남북한의 평화통일 문제에서도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전하고, 변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렇게 폭넓은 활동을 해나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해야 할 이 많기 때문이죠. 그 모든 일을 어느 단체, 또는 특정 개인이 해나갈 수 없기에 함께 하는 단체들이 나누어 책임을 집니다. 말 그대로 연대가 이루어집니다. 때로는 촘촘하게, 때로는 느슨하게. 서로에게 의지하고 기대면서 조금씩 경기연대회의는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운영위원장은 경기연대회의의 연대가 조금 더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매년 연대회의를 구성하는 단체가 돌아가며 책임을 나눠왔는데 2026년에는 다산인권센터에서 그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지역사회에는 인권의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다산인권센터는 인권에는 양보가 없다는 마음으로 오랫동안 인권 현장에서 활동해 온 단체입니다. 국가폭력의 피해자, 직업병 산업재해 노동자, 공장에서 쫓겨난 노동자, 재난피해자 등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고 배제된 약자의 곁을 지켜왔습니다. 법과 제도를 바꾸는 일,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에도 함께였습니다. ‘인권이 있는 곳이 다산인권센터의 현장이었습니다. 그 현장은 전국 곳곳이기도 했고, 지역사회 어딘가이기도 했습니다.

    경기연대회의와 다산이 연결된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지역민의 일상,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경기연대회의의 활동과 방향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올해는 연대를 이어가는 책임으로 운영위원장이라는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과연 잘 할 수 있을까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대의 마음을 나누고 다산이 만들어왔던 활동이 연대회의에 긍정적 영향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고민으로 운영위원장 단체를 결심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때보다 살아가기 팍팍한 요즘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전쟁의 폭음에 평화로운 일상과 생명이 위협당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를 흔드는 전쟁의 광기는 우리 일상까지 스미고 있습니다. 전쟁 위기와 파병 문제는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었습니다. 당면한 전쟁 문제 외에도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문제는 수두룩 합니다. 더 깊어지는 사회적 불평등, 차별과 혐오의 문제 등 그 어느 때보다 인권과 변화의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지역사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지역사회는 지역민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더욱 인권에 기반한 정책과 제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경기연대회의가 만들어가야 할 활동에, 다산인권센터의 인권에 대한 고민이 더해져 조금 더 힘 있게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라 상상해봅니다.

     
     

    2026년 여럿이 천천히, 힘을 북돋우며 나아가기

    올해 경기연대회의는 여러 가지 사업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대응입니다. 지방선거는 지역사회의 주요한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가는 정치인을 뽑는 중요한 시공간입니다. 정당, 인물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정책과 공약이 판단의 근거가 되어야 합니다. 경기연대회의는 지난해부터 경기지역에 필요한 정책을 정리하여 각 정당과 후보에게 제안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도민들의 의견과 참여로 만든 정책이야말로 모든 이들에게 실효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행정감사 모니터링입니다. 우리가 제안한 정책들이 잘 반영되고 있는지, 또 도의회의 제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그 결과를 사회적으로 알릴 예정입니다. 선거 때만 도민들의 편에서 표를 달라 읍소하지만 당선된 이후에는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지난해 발생한 도의원 성희롱 사건, 뇌물수수 사건 등만 보더라도 경기도의회에 비리와 부정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고 도의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시민들의 감시와 행동이 필요합니다.

    세 번째는 활동가들의 지속가능성과 성장을 위한 활동입니다. 더 많은 활동가가 시민사회운동에 함께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현재 시민사회운동을 하는 활동가가 지치지 않고 지속가능하게 활동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늘 시민사회단체에 던져진 중요한 질문입니다. 그 질문을 답을 찾기 위해 방향을 모색해보려 합니다. 저연차 활동가들이 시민사회 활동을 좀 더 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 활동가들의 네트워크와 쉼을 위한 활동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좋은 담론도 필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그것을 실현해 나갈 사람입니다. 시민사회운동의 저변을 확장할 수 있도록 방향을 만들어 갈 예정입니다.

    이 모든 계획이 지역사회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계획대로 천천히 밀고 나가다 보면 무엇이라도 하나 단단한 토대가 만들어질 것이라 믿습니다. 그 길을 경기연대회의의 동료 활동가들과 힘을 북돋우며 나아가보려 합니다.

     

    2026년 경기시민사회연대회의 목표

    지방선거 대응

    정당·인물이 아닌 정책 중심의 선거 문화를 만들기 위해, 도민 의견을 모아 각 정당과 후보에게 경기 지역에 필요한 정책을 제안합니다.

    행정감사 모니터링

    제안한 정책이 제대로 반영되는지, 도의회가 역할을 다하는지 시민의 눈으로 감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합니다.

    활동가 지속가능성 지원

    시민사회운동을 이어갈 사람을 키우기 위해, 저연차 활동가 교육과 활동가 간 네트워크·휴식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궁상맞지 않게 풍요의 마음으로


     

    최근 읽은 책 커먼즈의 재생에서 읽은 인상 깊은 구절이 있습니다.

    가난한 것과 궁상맞은 것은 다르다가난한 것은 경제적인 어려움의 상태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정신 상태를 표현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난하지만 풍요로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불과 몇 십년 전 우리 사회는 가난했습니다. 비록 가난했지만, 주변의 이웃과 지역사회 공동체에서 서로 연결하며 그래도 마음만은 풍요로울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급격한 경제성장, 편리와 편의가 최우선이 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물질적 풍요의 격차는 극심해지고 편리와 편의를 유지하기 위해 환경이 파괴되고 누군가는 밤새도록 일을 합니다. 나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를 미워하고 경쟁하고 밀어냅니다. 마음이 참으로 궁상맞아졌습니다. ‘궁상맞다는 것은 경제적인 상황이 아니라 마음이 가난하다는 의미입니다.

    우리의 마음이 너무도 궁상맞아지고 있습니다. 이 궁상맞은 마음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요? 마음의 빈곤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의 답을 만들어가는 것이 앞으로 시민사회 운동이 해야 할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지역사회 공공의 영역을 확장하고, 시민들의 단단한 연대를 만들어가는 것. 그래서 우리 사회 민주주의와 인권이 폭넓어지는 것. 우리 지역사회가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시민들을 연결하고 변화를 모색하겠습니다. 경기연대회의가 내는 길에 함께 발맞춰 동행해주시길...

     
    시민들의 목소리로 변화를 꿈꾸다
    안은정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조회수 249

    202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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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이 지나고 비대해진 몸뚱이를 바라보다 동네 산책에 나섰다. 피부에 와닿는 바람이 묘하게 따뜻해진 걸 보니 겨울의 끝자락인가 보다. 동네의 둥그런 잔디밭을 세 바퀴 돌면 1km. 때로는 걷고 때로는 뛰는 나의 러닝 트랙이기도 하다. ‘동네’라고 부르는 이곳은 나의 집이자 일터인 ‘위스테이 별내’ 아파트다. 어느덧 이곳에서 여섯 번째 봄을 기다리고 있다.
     

    달력 대신 흐르는 ‘공동체력’

    정기총회가 열리는 3월이 오기 전, 비교적 조용한 2월을 보내는 중에 입주민 카페에 새 글이 올라온다. 정월대보름을 맞아 쥐불놀이를 하고 나물을 나눠 먹자는 돌봄소위원회의 글이다. 글을 보니 비로소 또 다른 계절이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한다.
     

     

    불과 6년 전만 해도 나는 절기니 풍습이니 하는 것들에 무심했다. 골목 놀이의 기억을 간직한 나름 ‘끼인 세대’였지만 각자도생의 시대를 살아내느라 공동체적 감각은 점점 흐려졌다. 그나마 아이 숙제를 핑계로 큰 명절에 한복을 입히고 귀여운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SNS에 기록하는 날이 내게는 절기였다.

    하지만 이곳에는 일반적인 달력 대신 계절의 흐름에 삶을 맡기는 ‘공동체력’이 흐른다. 봄이 오면 길 건너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을 위한 새 학기 등교 봉사를 시작으로, 여린 잔디가 돋기 전 큰 돌과 잡초를 골라내는 ‘울력’을 위해 중앙 잔디밭에 모인다. 놀이터 옆 동네 텃밭에는 당첨된 가구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느라 여념이 없을 것이다. 8월이 되면 개인 텃밭을 거두고 배추, 무, 갓 등을 심어 김장 거리를 준비하고, 첫서리가 내리고 나면 그 밭에서 난 식재료로 다 함께 모여 김장을 한다. 중간중간 단오에 멱을 감거나 물놀이를 즐기고, 삼복 행사를 챙기는 것도 빠지면 섭섭하다.

     


    근본이 아파트인 만큼 여름 무렵 열리는 라인별 반상회도 빠질 수 없는 한 해 숙제다. 새로 이사 온 이가 있다면 이때 얼굴을 익히고 밥을 나눠 먹으며 식구가 되는 시간이다. 반상회에서 주거 관련 갈등 문제는 단골 소재다.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다 감정이 격해질 때는 각 동에서 활동하는 갈등조정소위원회 위원들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낯섦과 긴장감을 나누고 서로 돕고 묻는 과정에서 공동체는 다시금 생명력을 얻는다.

     

    '누구 엄마'가 아닌 자기 이름으로 서는 곳

    한 해의 마지막 행사로 12월에 열리는 마을 잔치가 있다. 공동체 화폐인 ‘별’을 사용하는 행사로 다양한 체험과 먹거리, 공연이 차려진다. 큰 행사라 하더라도 조금은 어설프고 촌스러움도 묻어난다. 전문 업체의 손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이 전부 주민이라 그렇다.
     


    일하러 가보면 특히 ‘누구 엄마’들이 많은데, 다들 자녀의 이름이 아니라 다양한 별명으로 불리며 주체적으로 활동한다. 특별히 엄마들이 많은 이유는 단순히 시간적 여유 때문만은 아니다. 공동체를 향한 돌봄의 감수성이 보다 풍부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별한 시간에 머물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며 누군가의 성장을 기원하는 일, 공동체와 돌봄의 철학은 맞닿아있다.

    조합에서 진행하는 양성평등, 돌봄 교육은 가족의 범위를 해체하고 확장하는 일을 한다. 교육에는 주로 타인의 안녕을 기민하게 살피고, 언제 어떻게 쓰일지 알 수 없으나 누군가를 위해 재능을 단련하고 싶은 사람들이 함께한다. 돌봄의 대상을 내 아이에서 이웃으로, 온 동네로 넓힌 이들은 이제 집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거실에서 나와 마을의 여러 무대에서 마주하는 그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깊은 울림을 준다.

     

    사는(Buy) 집이 아닌 살기(Live) 위한 집

    이렇게 자연스럽게 흐름에 따라 연결된 마을 활동을 하나하나 쌓다 보면 어느새 삶의 자리가 달라지는 경험을 한다. 누군가는 환경 운동가로, 누군가는 정원사나 요리사로, 혹은 에디터로 마을에 필요한 활동가가 되어 다시 태어난다. 따로 배우지 않아도 온기를 느끼며 해낸 경험들이 강렬한 자극이 되는 것이다. 안전한 공동체 안에서 자유롭게 역량을 펼쳐본 이들이라면 ‘아이를 낳지 않았더라면…’, ‘그때 주식을 샀더라면…’과 같은 과거의 후회보다 현재의 온기에 집중한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이곳이 더할 나위 없는 배움의 장이다.
     


    위스테이 별내는 입주 전 협동조합원으로 가입한 무주택자에게 입주 자격이 주어진다. 내 집이 아닌 8년 임대주택으로, ‘사는(Buy) 집’이 아니라 ‘살기(Live) 위한 집’을 찾은 사람들이 모였다. 아파트를 운영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은 주거 문제의 대안적 해결과 지속적인 공동체 운영을 미션으로 삼고 491세대를 이끌어간다. 이웃들과 언제든 얼굴을 마주할 수 있도록 법정 기준 대비 2.5배에 달하는 면적을 공용 커뮤니티 시설로 조성했다.
     


    각종 동아리와 육아 모임 등 장르와 나이를 뛰어넘는 다양한 일상 모임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까닭은, 아파트 설계 단계에서 600명이 넘는 조합원이 공간 디자인에 직접 참여한 덕분이다. 당시에는 직접 살아보지 않았기에 실제 생활하며 생기는 구체적인 문제까지 다루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1년간 46번이나 의견을 조율하며 훈련한 경험은 앞으로의 갈등을 견디는 힘이 될 것이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사진을 뒤적이다 작년 5월 ‘꽁날(공동체의 날)’에 있었던 김밥 말이 행사 사진에 눈이 머물렀다. 각자 집에서 가져온 속재료를 길게 늘어놓고 일렬로 서서 하나로 연결된 ‘김밥 기차’를 만드는 행사로, 10m로 시작해 매년 조금씩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사진 속 이웃들이 김밥 옆구리가 터질세라 소중하게 들어 올리는 모습이 벅차다. 서로를 맞잡은 그 손들이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마을의 모습이 아닐까.

     


     

     

    새해, 달력 대신 ‘공동체력’이 흐르는 마을
    미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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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2-26
  • 성장을 넘어 성숙으로, 경기도민의 삶을 바꾸는 경기도만들기 위한 경기시민사회의 대장정이 시작되다!

    2026년 지방선거 경기도 12대 정책과제 발표 -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 16일 오전 11시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2026년 지방선거 경기도 12대 정책과제기자회견을 갖고 63일 지방선거 대응의 대장정에 나섰다.

     

    이번 12대 정책과제 선정 배경은,

    - 헌정질서를 위협한 계엄 시도와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위기 속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는 중앙정치의 문제를 넘어 지방정부의 책임성과 민주성, 일상적 행정과 정책의 문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 그리고 이번 2026년 지방선거는 단순한 인물 선택과 성장 위주 정책이 아니라 도민주권 회복과 도민의 삶을 바꾸는 성숙한 정책 선택의 선거가 요구된다.

    - 또한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개별 의제를 넘어, 시민참여·인권·성평등·돌봄·기후·교육·평화가 연결된 종합적 경기도정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그동안의 경과는 아래와 같다.

    - 2025225() 정기총회 : 2026년 지방선거 대응 결의

    - 2025910() 운영위원회 : 2026년 지방선거 대응 TF 구성 결정

    - 2025929() 2026년 지방선거 대응 TF 1차회의 : TF 구성 및

    방향 수립과 정책과제 선정 추진 일정 확정

    - 2025115() 각 영역별 정책과제 제안 취합 및 정리

    - 20251210() 운영위원회 및 1차 정책워크숍 : 제안 정책 총정리

    - 20251223() 2차 정책워크숍 : 각 정책과제 발표 및 핵심정책과제 선정 논의

    - 20251229() 2026년 지방선거 대응 TF 2차회의 : 12대 핵심정책과제 선정 및 기자회견 준비 논의

     

     

    또한 이번 12대 정책과제 선정의 원칙은,

    - 민주주의·기본권 중심 원칙으로 시민 참여 확대와 행정의 투명성·책임성 강화, 차별 없는 도민의 존엄과 권리 보장, 일상에서 체감 가능한 정책을 핵심 기준으로 설정했다.

    - 위기 대응과 사회전환 원칙으로 기후위기, 사회적 양극화, 성차별, 돌봄 위기에 대응하는 구조적 전환 과제를 우선 반영했다.

    - 실행·협치 기반 원칙으로 지방정부의 조례 등의 제도화가 가능하며, 시민사회·도민·의회가 함께하는 거버넌스 방식으로 추진 가능한 정책 중심으로 선정했다.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성장을 넘어 성숙으로, 도민의 삶을 바꾸는 경기도라는 슬로건 아래 내세운 경기도 12대 정책과제는 아래와 같다.

     

    ① 시민참여 : < (가칭)경기도민주권 시민참여위원회(또는 경기도시민참여위원회) 설치를 통한 경기도정의 민주성·개방성·책임성·혁신성 강화 >

    - (가칭)경기도민주권 시민참여위원회(또는 경기도시민참여위원회) 설치

    - 경기도 시민참여 플랫폼 및 정책환류 시스템 구축

    ② 성평등 : < 경기도 성평등 추진체계 강화 >

    - 포괄적 성평등 기준의 도입을 반영한 「경기도 성평등 기본 조례」 개정

    - 여성 노동환경 개선 정책 확대를 위한 추진체계 강화

    - 「경기도 여성 평화 정책 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

    - 성평등 기후 정책 추진을 위한 전담 부서 신설

    - 젠더 정의 실현을 위한 노동·돌봄 정책 추진체계 구축

    ③ 기후환경 : < 경기도 물관리 일원화 정책 시행 – 수자원관리국(가칭) 신설 및 물순환·하천복원 전략 구축 >

    - 경기도 물관리 일원화 및 수자원관리국’(가칭) 신설

    - 경기도 물순환 촉진 종합계획 수립

    - 경기도 하천 복원 및 재자연화 전면 추진

    - 물순환 취약성 개선형 인프라 구축

    ④ 교육 : < 경기도-·군 공동 교육격차 해소 종합전략수립 >

    - 경기도 차원의 교육격차 해소 종합계획 수립 및 지역 맞춤형 예산 배분

    - 원도심·농촌 교육력 회복을 위한 별도 교육·문화·진로 인프라 집중 투자

    ⑤ 문화·예술 : < 예술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생애주기별 맞춤형 사회보장 확대 >

    - 청년 예술인 기본소득 도입

    - 예술인 참여소득 도입

    - 예술인 기회소득 대상 및 금액 확대

    ⑥ 복지 : < 모든 경기도민이 누리는 돌봄 보장 – 경기도형 통합돌봄 구축 >

    - 경기도통합돌봄지원 체계 확대 및 강화

    - 경기도형 단기회복형 지원주택(중간집) 모형 개발 및 확산

    - 경기도형 지역사회 재활모델 개발

    ⑦ 사회적경제 : <행정-당사자조직-NGO-의회가 함께하는 정책결정 거버넌스 제도화>

    - 「경기도사회적경제 4자 협치 위원회」 설치 및 실질적 권한 부여

    - ‘기본사회핵심 공급 주체 지정

    - ·군별 '균형발전 로드맵' 추진

    - 다자간 합동 정책 평가 및 환류

    ⑧ 언론미디어 : <지역신문 공적 지원 체계 구축>

    ⑨ 인권 : <경기도 차별금지 조례 제정>

    ⑩ 장애인 : <장애인의 권리가 권리답게 보장되는 경기도>

    -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 인건비 별도 편성 및 도비 지원 확대를 통한

    도입대수당 운전원 2.5인 보장 계획 수립

    - UN탈시설가이드라인에 기반한 경기도 장애인 탈시설 5개년 계획 수립 및 탈시설 지원 강화

    ⑪ 주거·도시계획 : 공사 완전 후분양제 도입 및 정착 방안>

    - GH 공급 주택 '100% 사용 승인 후 분양' 의무화

    - 후분양 재원 안정화 기금 조성 및 재무 구조 개혁

    - 무주택자 맞춤형 '경기도형 후분양 브릿지론' 도입

    ⑫ 평화통일 : <경기도의 평화정책 사업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참여·협력 제도화>

    - (가칭)경기도 평화센터 신설 및 (가칭)경기평화회의 구성

    - (가칭)경기도 평화.통일.민주시민교육위원회 구성

     

     

     

     

    함께 참여한 단체는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소속 단체와 연대단체들인 경기교육희망네트워크,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경기복지시민연대, 경기시민사회포럼, 경기여성단체연합, 경기여성연대,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경기환경운동연합, 경기민예총, 경실련경기도협의회, 다산인권센터, 참교육학부모회 경기지부, 평화비경기연대, YMCA경기도협의회, YWCA경기도협의회, 경기시민연구소 울림, 사회적경제활성화 경기네트워크, 경기자주통일평화연대, 경기평화교육센터 등 경기도 내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했다.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1월 말까지 경기도 소재 각 정당을 찾아 12대 정책과제를 전달하고 경기도지사 공약반영을 요구하였다.

     

    앞으로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출마예정자, 후보자들 대상으로 정책간담회와 정책제안서를 공식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또한 언론 홍보(보도자료, 기자회견, 언론 정책과제 공론 및 인터뷰) 그리고 대도민 대상 정책과제 온오프라인 홍보(카드뉴스, SNS 캠페인 등)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리고 각 정당의 후보자들이 선정이 되면 후보자별 정책협약식 추진(공개적 서명·사진 공개)과 지방선거 이후에는 후보자별 공약 및 정책 반영 현황을 분석하고 정책선거 대응 평가 및 향후 과제 토론회 개최할 예정이다. 향후에는 당선자 공약 이행 점검 시스템 가동하여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할 계획이다.

     

    “성장을 넘어 성숙으로, 경기도민의 삶을 바꾸는 경기도” 만들기 위한 경기시민사회의 대장정이 시작되다!
    송원찬 경기시민연구소 울림 (전)소장

    조회수 619

    2026-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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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미리캔버스 PIXABAY 
     
    
    ●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증가하는 위험
     
    2024년 현재, 한국의 성인 여성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전·현 파트너로부터 신체적, 성적, 정서적, 경제적 폭력 또는 통제와 같은 피해를 최소 한 번 이상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21년 대비 증가한 수치로, 단순히 일회적인 문제가 아닌 구조화된 폭력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해당 폭력은 법적으로 '가정'이라는 틀 안에 포함되지 않는 관계에서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법의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상황입니다. 전통적인 혼인 관계뿐 아니라 사실혼, 동거, 연애 등의 관계에서도 폭력이 발생하지만,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은 이러한 다양한 관계 유형을 충분히 규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피해자가 법적 보호를 받는 데 한계를 만들고 있으며, ‘사적 관계’라는 이유로 사회와 제도가 폭력을 방임하고 있는 현실을 방증합니다. 문제는 이처럼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이 단순한 우발적 사건이 아닌 반복성과 지속성을 지닌다는 데 있습니다. 피해자는 관계의 친밀함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경제적·정서적 요인들로 인해 쉽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만큼 제도적 개입과 보호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친밀관계 폭력을 독립적 범주로 인식하고 다루는 법·제도적 전환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 통계로 드러난 현실: 폭력의 일상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여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친밀한 관계에 있는 파트너로부터 한 번 이상 폭력을 경험한 여성의 비율은 19.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지난 2021년 조사에서 기록된 16.1%보다 3.1% 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짧은 기간 동안 피해 경험률이 유의미하게 상승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신체적·성적 폭력 유형에 한정해도 피해를 경험한 비율은 같은 기간 10.6%에서 14.0%로 증가해, 여성들이 단순히 말로 그치지 않는 폭력에 노출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는 친밀한 관계가 오히려 여성에게 가장 큰 위험 공간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입니다.
     
    연령별로는 피해 양상이 차이를 보입니다. 전·현 배우자 등과 같이 오랜 기간 관계를 유지한 중장년층 여성의 피해율이 전반적으로 높은 반면, 연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교제 폭력의 경우는 20대 여성층에서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20대 여성 중 최근 1년 이내 5개 유형의 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2.3%로, 이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젊은 세대일수록 폭력에 대한 인식이 비교적 높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여전히 연인이라는 이름 아래 정서적·신체적 폭력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피해를 당한 횟수에 머무르지 않고, 폭력이 젊은 여성의 일상에 어떤 방식으로 스며들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폭력은 특정 연령이나 관계에 국한되지 않으며, 친밀한 관계라는 특성상 외부에 드러나기 어렵고, 그만큼 구조적인 대응이 절실하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 피해자의 침묵을 강요하는 문화적 요인
     
    ‘왜 도망치지 않았느냐’, ‘왜 그동안 참고 살았느냐’는 질문은 폭력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되묻는 행위로, 명백한 2차 가해입니다. 특히 한국 사회는 가족을 유지하는 것을 여성의 책임으로 여기는 관념이 강하게 작동하며, 이로 인해 피해자는 스스로를 비난하게 되거나 침묵을 택하게 됩니다. 주변의 시선과 비난, 피해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가족이나 지인의 반응도 피해자의 말 하기를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문화는 피해자에게 ‘참는 것이 미덕’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며, 폭력을 견디는 것이 도리라는 착각 속에 갇히게 만듭니다. 결국 사회 전체가 피해자의 침묵을 조장하는 구조를 재생산하고 있는 것입니다.
     
     
    ● 관계성 범죄로서의 재정의 필요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단순히 ‘사랑이 엇나간 결과’나 ‘사적인 다툼’으로 축소되어서는 안 됩니다. 가해자는 피해자와의 정서적 연결을 이용해 폭력을 반복하고, 그 속에서 피해자는 쉽게 고립됩니다. 관계 안에서 지속적이고 은폐된 폭력이 발생하는 특성을 감안한다면, 기존의 형사법체계처럼 사건을 단편적으로 나눠서 다루는 방식으로는 실효성 있는 대응이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을 ‘관계성 범죄’라는 독립된 개념으로 재정립하고, 이에 걸맞은 법적 틀과 처벌 기준을 새롭게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는 단지 법률 개정의 문제가 아니라, 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 예방 중심 정책으로의 전환
     
    그동안의 여성폭력 대응 정책은 주로 폭력이 발생한 이후의 사후 처리에 집중되어 왔습니다.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은 분명히 중요하지만, 이를 넘어 폭력을 사전에 막기 위한 예방 중심의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선 교육현장에서의 성인지 감수성 교육 강화와 더불어, 직장과 지역사회에서도 일상적인 성평등 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합니다. 특히 대중매체와 SNS에서 반복 재생산되는 성차별적 콘텐츠에 대한 규제와 감시 또한 필요합니다. 나아가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폭력 예방 교육을 제도화하고,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을 개선하는 캠페인 등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합니다.
     
     
    ● 피해자 지원 체계의 현실과 과제
     
    현재 존재하는 피해자 지원 시스템은 상담, 법률 자문, 긴급 쉼터 등 다양한 서비스를 포함하고 있지만, 실제 피해자에게 닿는 데에는 여러 장벽이 존재합니다. 특히 지방 거주자나 청년층, 이주여성처럼 제도적 정보 접근이 어려운 집단의 경우, 지원을 받는 데 한계가 큽니다. 더불어 일회성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삶을 재건할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연속적인 지원 체계가 필요합니다. 의료, 심리, 경제 자립, 주거 지원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각각의 피해자 상황에 맞춘 맞춤형 대응이 가능하도록 전문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기관과 민간단체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예산과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노력이 동반돼야 합니다.
     
     
    ● 법의 사각지대: 제도는 여전히 ‘가정’ 안에 머물러
     
    우리나라에서 친밀한 관계 내 폭력을 제도적으로 다루고 있는 주요 법령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입니다. 그러나 이 법은 법적 혼인 관계나 혈연 중심의 전통적 가족 구성을 전제로 하고 있어, 사실혼 관계나 연인, 동거 파트너 간의 폭력은 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제도는 여전히 ‘가정’이라는 고정된 틀 안에 갇혀 있으며, 변화하는 사회적 관계의 다양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법적 한계로 인해, 혼인 관계 외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피해자들은 제대로 된 보호 체계에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연인 또는 동거인에게 지속적인 폭력이나 통제를 당한 경우에도, 피해자는 개별 범죄로만 접근해야 하며, 스토킹, 협박, 상해 등 각기 다른 범죄 항목에 따라 분리된 법적 대응이 요구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피해가 반복적이며 관계 속 권력 구조와 밀접하게 얽혀 있다는 점을 제대로 드러내기 어렵습니다.
     
    결국 피해자는 구조적 맥락이 무시된 채, 일회적 사건으로만 처리되는 한계 속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현대 사회에서 친밀한 관계의 형태는 매우 다양해졌습니다. 제도 역시 이에 발맞추어 변화해야 하며, 관계성 폭력을 독립적인 범주로 인정하고, 포괄적 대응이 가능한 법적 틀을 새롭게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 반복되는 비극과 사회적 구조의 책임
     
    최근 연이어 발생한 교제 살인 사건들은 친밀한 관계 내 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부평에서는 접근금지 명령이 해제된 지 불과 며칠 만에 여성이 전 남편에게 살해당했고, 의정부에서는 보호 조치가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일터에서 가해자에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외에도 울산, 동탄 등지에서 연인 간 폭력이 극단적 범죄로 이어진 사건들이 잇따랐습니다. 이는 단순한 개인 간의 불행한 사건이 아니라, 법과 제도가 친밀한 관계에서의 반복적 폭력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가해자들은 종종 “사랑해서 그랬다"라는 말로 폭력을 정당화하려 하지만, 이 같은 언행은 실제로는 상대를 통제하고 지배하려는 권력의 표현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권력의 행사가 개인의 심리적 일탈이 아닌, 가부장제를 기반으로 한 사회 구조 속에서 정당화되고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여성에게 부여된 전통적인 성역할, 예를 들어 양육 책임이나 가정 유지에 대한 도덕적 의무는 피해자가 관계에서 벗어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어려운 상황이나 주변 시선에 대한 두려움 또한 피해를 외부에 알리는 것을 주저하게 만듭니다.
     
    결국 이 문제는 개인의 선택이나 성격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불평등이 빚어낸 결과입니다. 반복되는 폭력의 이면에는 여성에게 침묵과 인내를 요구해온 사회의 오래된 문화와 시선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를 변화시키지 않는 한 참극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 제도 개선의 방향: 친밀관계 폭력을 ‘사회적 폭력’으로 인식해야
     
    친밀한 관계 내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을 더 이상 사적인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또는 혼인이라는 제도적 틀 밖에서 벌어지는 폭력 역시 본질적으로는 성별 권력에 기반한 사회적 폭력이며, 국가와 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해결해야 할 공적 사안입니다. 이에 따라 국내외 여성 인권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관련 제도 개편을 촉구해 왔습니다. 특히 가정폭력처벌법의 목적 조항을 기존의 ‘가정 보호’에서 ‘피해자 인권 보호’ 중심으로 개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으며,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이 가능한 반의사불벌죄의 폐지, 상담을 조건으로 형사 처벌을 유예하는 기소유예 제도의 폐지도 중요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또한 반복적으로 한국 정부에 위와 같은 제도 개선을 권고했으나, 실질적인 입법 변화는 아직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친밀관계 폭력을 독립된 범주로 인정하고 관계성 범죄로 규정하는 새로운 법적 틀 마련이 시급합니다. 단순히 전통적인 ‘가정’ 개념에 의존하지 않고, 동거, 교제, 비혼 동반자 등 다양한 관계 유형을 포함할 수 있도록 법률의 정의와 적용 범위를 넓혀야 합니다. 또한 실태를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피해자의 연령, 성별, 관계 유형 등을 세분화한 통계 시스템 구축과 정기적인 통합 실태조사 또한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는 제도 개선의 출발점이며, 여성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데 필수적인 기반이 될 것입니다.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단순히 개인 간의 갈등이나 일탈 행위로 보기 어렵습니다. 이는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성별 위계와 불평등한 권력 구조가 일상 속에서 작동한 결과이며, 사회 전체가 공유해온 왜곡된 성 역할 인식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성평등 수준이 높은 지역일수록 여성폭력 발생률이 낮다는 연구 결과는, 제도와 문화적 환경이 여성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결정적 요소임을 보여줍니다. 단지 법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성인지 교육과 문화적 변화가 병행되어야만 진정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반복되는 통제와 희생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상대를 소유하거나 지배하려는 감정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고 평등하게 대하는 관계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나누는 말투, 책임을 나누는 방식, 돌봄의 균형 등 작은 실천들이 곧 관계의 권력 구도를 바꾸는 시작이 됩니다. 더 이상 ‘사적인 일’이라는 이유로 관계 내 폭력이 용인되는 사회가 아니라, 친밀한 관계일수록 인권과 안전이 더 우선시되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 사회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새로운 상식’입니다.
    

     
    사랑이라 불린 폭력, 사회는 왜 눈 감았나
    주야

    조회수 759

    2026-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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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산평화영화제 '감독과의 대화' - <애국소녀> 남아름 감독 / 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제공
     
     
    영화로 묻고, 응답한 3일간의 축제
     
    올가을, 경기도 안산에 평화의 깊은 물결이 번졌습니다. 작년 첫 장을 연 데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안산평화영화제가 20251030일부터 111일까지 롯데시네마 안산고잔점에서 관객과 마주했습니다. 3일 동안 영화는 질문이 되었고, 또 대답이 되었으며, 관객들은 스크린을 통해 평화를 다시 생각하고 느끼고 나누었습니다.
     
    이번 영화제는 경기도 평화통일교육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평등평화세상 온다가 주관했습니다. 무엇보다 의미 깊었던 것은, 이 축제에 총 800여 명의 관객이 함께했다는 사실입니다. 수치 이상의 무게를 가진 함께라는 존재감, 그것은 이 도시가 평화라는 이름의 고민과 상상을 분명 품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행사의 슬로건은 평화는 O하다”. 명확히 답을 내리지 않은 채 빈칸을 남겨둔 문장은, 어쩌면 선언보다 더 강한 질문이었습니다. 평화는 과연 무엇일까? 따뜻하다? 필요하다? 멀다? 혹은 이미 가까이 있을까? 우리 각자의 삶 속에서 발견되는 평화의 형태를, 영화는 열린 결말처럼 관객에게 맡겨둔 채 우리는 만났습니다.
     
    올해 영화제의 주제 , , 우리는 그 질문에 또 다른 질문을 더했습니다. 영화 속 인물들, 상영장을 채운 이웃들, 그리고 우리 자신까지 평화라는 단어는 누군가의 입장에서만 말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잇고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관객은 그저 영화를 바라보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주체가 되어 있었습니다.
     
    안산평화영화제 '감독과의 대화' - <3학년 2학기> 이란희 감독 / 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제공
     
    <3학년 2학기> 이란희 감독과 함께 단체사진 / 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제공
     
     
    7편의 영화로 엮은, 평화의 얼굴들
     
    이번 영화제의 스크린에는 총 7편의 작품이 올랐습니다. 각자의 언어와 색으로 평화를 말하는 작품들이 이어지며, 관객들은 서로 다른 경험과 질문들을 마음에 담아갈 수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관객을 만난 개막작은 다큐멘터리 애국소녀였는데요. 민주화 세대 부모에게서 자라난 한 청년(감독 남아름 본인)이 세월호 참사 이후 민주주의의 진짜 의미를 다시 묻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세대 간의 온도 차이, 사회가 겪는 상처와 질문, 그리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고민들이 스크린 위에 차곡히 쌓였습니다.
     
    이 작품은 4·16재단 문화콘텐츠 공모전 대상 수상작으로 제작되었고, 이후 제15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한국경쟁 장편 대상을 거머쥐며 주목받았습니다. <애국소녀>가 전하는 힘 있고 진솔한 질문들은 영화제를 연 첫 작품으로 충분히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영화제의 마지막 장을 닫은 폐막작은 다큐멘터리 노 어더 랜드 : No Other Land였습니다. 2024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작이자,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작인 이 작품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감독들이 함께 전쟁의 참상을 기록한 영화입니다. 전쟁의 현실을, 피해와 시선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카메라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선 평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되었습니다.
     
    스크린 너머로 전해지는 울림은 관객의 숨결까지도 잠시 멈추게 했습니다. 국경을 넘고, 언어를 건너며 던진 질문 평화란 과연 무엇인가?’, 그 물음은 상영이 끝난 뒤에도 마음속에서 오래 머물렀습니다.
     
    또한 젠더·노동·장애·공동체·청년세대의 삶을 담은 다양한 작품들도 함께 했습니다.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신인남우상 후보에 오르며 주목받은 영화 3670, 불안정한 사회 속에서도 자신만의 진로와 내일을 찾아가는 열아홉 살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담은 〈3학년 2학기〉는 극장 상영의 기회가 많지 않았던 만큼 이번 영화제에서 더욱 빛났습니다.
     
    더불어 단편 음어오아, 산행, 코끼리 뒷다리 더듬기역시 저마다의 속도로 관객과 만나며 평화의 또 다른 결을 보여주었습니다. 7편의 영화들을 건너며 관객은 나와는 다른 삶속에서 오히려 나와 닿아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낯설지만 익숙하고, 멀지만 가까운 공감의 순간들. 우리는 그 속에서 평화라는 이름의 다양한 얼굴을 마주했습니다.
     
    상영은 그 자체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감독과의 대화(GV), 관객 토크, 참여 프로그램들이 이어지며 스크린 밖으로 확장된 평화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천천히 연결했습니다. 극장을 나선 뒤에도 이야기는 이어졌고, 영화는 삶 속에서 다시 자라났습니다.
     
    이 영화제는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함께 사유하고 경험하는 평화의 시간이었습니다. 영화 속의 이야기들이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드는, 아주 조용하지만 확실한 방식으로 말입니다.
     
     
    안산평화영화제 현장 - 티켓 배부 / 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제공
     
    안산평화영화제 현장 - 포토존 / 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제공
     
     
    영화와 마주한 목소리 우리의 이야기가 되다
     
    안산평화영화제의 객석은 단순히 영화를 보는 공간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관객을 넘어 참여자가 되었고, 자신이 품고 온 기억과 감정을 꺼내며 서로의 이야기를 이어 붙였습니다. 영화는 서사의 시작이었고, 그 끝은 관객의 마음에서 다시 쓰였습니다.
     
    영화제에 참가한 한 청년은 상영 후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습니다.
    민주주의가 제도가 아니라 기억이고 책임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또 다른 관객은 영화가 끝난 후 깊은숨을 내쉬며 말했다고 합니다.
    전쟁, 폭력, 차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이렇게 진솔하게 마주한 건 처음이었어요.”
     
    그리고 많은 이들이 말했습니다.
    평화는 완성된 것이 아니라 계속 쓰는 이야기 같다.”
     
    오랫동안 안산에서 삶을 이어온 한 시민은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안산에서 열린 행사 중 가장 좋았어요. 앞으로 꾸준히 이어져 거리극 축제처럼 이 도시의 대표적인 축제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 말을 남긴 목소리에는 기대와 응원의 온도가 선명히 묻혀 있었습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스크린 속 타인의 삶을 바라보며 결국 나의 일상, 너의 경험,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떠올렸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이 모여 서로의 마음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가는 순간, 평화는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피부에 닿는 감각이 되었습니다.
     
    이번 안산평화영화제는 그래서 더욱 특별했습니다. 영화는 스크린 안에 머물지 않았고, 관객의 마음에서 다시 숨쉬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평화는 그렇게 찾아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영화 한 편, 서로에게 건넨 한마디, 그리고 스쳐 지나간 시선 한 번으로도 우리는 이미 평화를 쓰고 있었다는 것을.
     
     
    안산평화영화제 현장 - 이모지 퀴즈 이벤트(왼), 안산평화영화제 현장 - 평화 사진찍기(오) / 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제공
     
    안산평화영화제 기획단 / 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제공
     
     
    왜 지금 평화영화제를? 영화제가 남긴 울림
     
    우리는 종종 평화를 거대한 선언문 속에서, 정치적 언어 속에서만 떠올립니다. 그러나 안산평화영화제는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말합니다. 평화는 멀리 있는 이상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 곳곳에 흐르고 있는 감각이라고.
     
    내가 건네는 말 한마디에,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 관계를 이어주는 작은 행동에 이미 평화는 존재다고. 그래서 우리는 계속해서 평화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영화제는 스크린 너머에서 속삭였습니다.
     
    영화는 단지 감동을 위한 예술이 아닙니다. 때론 질문이 되고, 상처를 들여다보는 거울이 되며, 서로의 삶을 잇는 접점이 됩니다. 이번 영화제의 슬로건 평화는 O하다는 반드시 고민해 봐야 할 빈 칸을 우리에게 남겼습니다.
     
    당신의 평화는 어떤 모양인가요? 영화는 답을 주지 않았지만, 질문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그 물음표는 영화제가 끝난 뒤에도 오래 마음속에 머물러, 삶 속에서 천천히 자라날 것입니다. 친구와 나누는 짧은 대화, 낯선 사람에게 내미는 작은 배려, 부당함에 고개를 드는 용기. 그 모든 순간이 평화를 키우는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평화는 언제나 삶의 온도와 닮아 있으니까요.
     
    영화제를 주관한 평등평화세상 온다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영화를 통해 많은 시민들이 같은 공간에서 평화를 나눌 수 있어 감동적이었습니다. 일상에서 평화를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준비한 자리였는데, 관객들이 함께 울고 공감하고 생각을 나눠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슬로건처럼 , , 우리의 마음이 이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영화제가 남긴 흔적은 3일간의 상영 일정이 아닙니다. 평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 그 첫 장을 함께 넘겼다는 감각. 그것이 우리에게 돌아온 가장 큰 선물이었습니다.
     

    평화는 O하다 : ‘나’, ‘너’ 그리고 ‘우리’에게 평화는 무엇인가요?
    레지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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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2-01
  • 인류는 한 몸, 한 뿌리에서 나온 영혼

     

     

    정혜실((사)안산공동체미디어 단원FM 본부장)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 입구에는 이란인 사디1)가 쓴 시가 있다.

                              사디책                                                                                                                                                   사디인물사진

    1210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인권선언의 날이다. 세계인권선언은 1948년 세계 2차 대전을 겪은 후 국제사회가 더 이상의 전쟁을 원치 않으며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뜻에서 제정한 날이다. 잔혹한 인종 청소가 있었던 나치즘을 경험한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전 세계가 확인했다.

    나치즘의 해악은 정상성의 기준을 세워 비정상적이라고 규정한 사람들을 눈앞에서 없애고자 한 것이다. 가장 먼저 사라져야 할 대상은 장애인들이었다. 또한 이성애중심의 사고를 하던 이들은 인구를 재생산하지 못하는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기에 성소수자들을 없애려고 했다. 그리고 누구나 익히 아는 끔찍한 말살정책이 유대인을 향해 일어났다. 이와 같이 우리라는 범주에 포함되지 않거나 비정상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을 죽이는 것을 정당해온 행위에 대하여 증오범죄라고 명명하며, 그렇게 죽게 된 상태를 일컬어 제노사이드(Genocide)라고 부른다. 차이가 차별의 이유가 되었다. 차별받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을 파괴했으며, 살던 곳으로부터 추방하고, 가두고, 착취하고, 잔인하게 살해하였다.

    세계인권선언 1조는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고 선언한다. 예외 없는 모든 사람이며, 모두가 존엄하고 권리는 평등한 존재가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한 몸이며, 한 뿌리에서 나온 영혼이다. 타인의 고통이 곧 나의 고통이 될 수 있는 것은 선언 때문이 아니라 인류가 같은 사람이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인의 아픔에 공명하지 못한 채 잔인해질 수 있다면 결코 사람일 수 없다고 사디는 시를 통해 말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어떠한가? 제노사이드에 희생되었던 아픔의 역사를 기억하자며 홀로코스트를 잊지 않도록 고통의 장소로 기념하는 이스라엘 민족이 팔레스타인 땅에서 전쟁을 일삼고, 사람들을 격리하고, 살던 곳을 파괴하고, 감시와 통제를 넘어 영토를 장악하고 키우던 올리브나무를 쓰러뜨린 땅위에서 호화로운 호텔과 집을 짓고 그 위에서 이들의 참사를 구경하거나, 동조하거나, 폭력에 뛰어들고 있다.

    제노사이드의 피해자들이었던 그 후손들이 이제는 제노사이드를 저지르는 가해자가 되었다. 살던 곳에서 떠나 유랑하던 디아스포라(Diaspora)된 존재였던 그들은 정착의 욕망을 시오니즘(Zionism)이라는 이데올로기로 드러내어 팔레스타인들이 살던 곳을 야금야금 빼앗아 가다가 급기야 모두 차지하겠다는 야욕으로 전쟁을 일삼으며 강탈 중이다. 이러한 행위에 저항하고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이들은 한국주재 이스라엘대사관 앞에서 전쟁을 중단하라는 시위를 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전쟁반대포스터

    1945년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대한민국이 전쟁을 겪고 분단이 되어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일본이라는 강대국들 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작년 123일은 남과 북의 대치 상황을 이용하여 전쟁 도발을 통한 권력의 영구 장악을 획책하던 전 대통령이 계엄포고령을 선포하기도 했다. 늘 정권에 따라 평화모드에서 전쟁위기 발발까지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휴전 국가체제인 것이다.

    1947년 영국의 지배를 받던 팔레스타인 영토에 두 개의 국가를 허용하는 국제사회의 인정 결과가 2025년 현재의 분쟁을 만든 것이다. 해방되지 못한 팔레스타인 국가는 이스라엘에 의해 점령되어 온 역사인 것이다. 세계인권선언은 있었지만 선언에 쓰인 말처럼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우린 날마다 목격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너무나 잘못이 선명해서 비난하기도 싶고, 저항하기도 싶다. 다만 세계를 움직일 힘이 우리에게 없을 뿐이다. 그래서 우린 쉽게 남의 일로 치부하며 외면할 수 있기도 하다. 왜냐하면 내가 사는 땅위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 전쟁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 팔레스타인 전쟁에 말이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시민사회 긴급행동은 그래서 한국석유공사가 연류되어 있다며 서명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이 또는 대한민국의 기업이 이 전쟁에 가해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문제는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기도 한다. 일상을 살아가는 이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그저 먼 나라 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사실 여기서 일어난 2014년 세월호참사도, 2022년의 이태원참사도, 그리고 2024년 화성 아리셀참사도 못 본채 하거나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는 자들도 있다. 안산이라는 지역의 권력 없는 부모를 둔 아이들이어서, 또는 놀러가다가 당한 참사여서, 아니면 3D업종인 더럽고 힘들고 어려운 일을 담당해 온 파견·일용직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목숨을 동등하게 대하지 않는다. 진상규명은 더디고 책임자 처벌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고, 남은 자들의 고통은 여전하다.

    유학생이라는 신분으로 한국에서 공부를 했지만 취업이 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미등록신분으로 남아 일하다가 단속 추방을 피해 숨어 있다가 25살의 베트남여성 뚜안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 경제에 기여하는 노동자로 필요해서 불러들인 이주노동자들은 어떻게, 왜 죽었는지 조차 밝혀지지 않은 채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한 줌 재가 되어 유골함에 담겨 차가운 밀실에 남겨 있다.

    2만 명이 넘는 이주노동자들의 임금 체불액2025년 기준으로 1인당 503만원, 전체 1,108억 원이라고 한다.2) 그런가하면 혹한의 날씨에 열악한 기숙사에서 거주하다 사망하는 사례도 있다.3)

    일부 시민들과 정치인들은 K-팝과 드라마·영화 산업으로 인해 전 세계의 환호를 받고 있기에 소위 국뽕에 취해 있거나 심한 나르시즘에 빠져 있기도 하다. 그렇다보니 정작 이 나라에 들어와서 살아가며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이주민들을 보이지 않는 존재로 만들거나 착취의 대상으로 삼고 있어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

    결혼이민자, 전문가, 유학생, 이주노동자, 난민, 동포 등 체류자격으로 등급을 매겨 차별한다. 우리는 다양성을 말하지만, 실상은 다른 방식의 차별을 만들 뿐이다. 이제 그 차별을 넘어 계엄이후 극우집단들은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혐오하고 증오를 선동하는 가짜뉴스들을 내보내고 있다.

    대림동 거리에서는 이들의 혐중시위로 인해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영화적 재미를 위해 중국인들을 범죄자로 그려온 영화들을 보며 사람들은 웃고 즐기고 있다. 그러는 사이 커져 온 편견은 고정관념이 되고 다시 차별을 일으키고, 차별은 혐오로 변하여 그들을 쫒아내라며 추방을 부르짖는 무리들이 되어 나타나게 만들었다.

    코로나19 때는 우환에서 발생한 질병이라며 모든 원인을 중국인 탓을 했다. 검증되지 않은 사실은 진실이 되었고, 중국인들과 동포들은 마치 죄인처럼 숨어 지내야만 했던 적도 있다. 그렇게 누적되어 온 사건들이 폭발적으로 계엄 때 계엄의 이유가 또는 원인이 되어 비난의 화살을 고스란히 맞아야 했던 것이다. 외국인혐오는 이방인이나 외국인에 대한 혐오로서 특정 종족이나 민족, 인종 등에 대하여 우월감을 느끼든, 열등감을 느끼든 우리는 너희들과 다르다라는 정서나 의식과 관련된 개념이다. 다르다는 것은 배제를 해야 한다는 의식을 포함하기에 차별을 정당화한다. 4)그러한 차별은 결국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폭력이 되어 제노사이드로 이어진다.

                                                         혐오의 피라미드

    혐오의 대상이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 난민 등을 향해 일어난 후에 그 다음은 누구를 향할 것인가. 어린이, 노인, 가난한자, 학력이 낮은 자, 신분이 낮은 자, 그냥 싫은 자인가. 세계인권선언 제2조에는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그 밖의 견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기타의 지위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구별도 없이, 이 선언에 제시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한다.

    2018년 스위스 제네바 유엔사무소에서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열렸다. 당시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보고서를 대응하는 팀을 꾸려 함께 활동한 적이 있고, 직접 제네바까지 다녀왔다. 당시 큰 이슈는 제주도로 입국한 난민을 반대하고, 대구 이슬람성원 건축을 반대하고 무슬림을 혐오하는 문제와 단속추방을 피해 달아나다 추락하여 사망한 미얀마 이주노동자 사건 등이 있었던 때였다. “국민이 우선이라는 말들이 넘치던 때였다. 당시 유엔은 대한민국정부에 다음과 같이 권고했다. 인종혐오발언에 대한 대처에 관한 일반권고 35(2013)에 비추어, 혐오발언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조치를 취하고, 미디어와 인터넷, 소셜네트워크를 계속 주시하여 인종적 우월성에 기반한 관념을 전파하거나 외국인에 대한 혐오를 선동하는 개인이나 단체를 식별하고 그 행위를 조사하여 유죄판결이 있는 경우 개인이나 단체에 적절한 처벌을 가하라고 했다.

    2025, 유엔은 다시 대한민국 정부에 차별금지법제정과 혐오표현 규제, 미등록이주민보호, 이주구금개선, 난민권리 보장, 시민권 접근성 확대 등 여섯 분야를 특별히 강조되는 권고로 지정하였다.

    2025년 경기도는 혐오표현을 규제하기 위해 인종차별금지조례를 제정하였다. 너무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다수당인 여당이 포괄적차별금지법제정을 통해 전국적으로 해나가야 할 차별 철폐 과제를 회피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문제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다름이 다양성이 되어 풍성한 삶이 각자에게 주어질 수 있어야 하고, 서로 상호 돌봄 속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완성되고 연결되는 존재여야 한다. 사디의 시처럼 한 몸이자 한 뿌리의 영혼인 우리가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며 살아 낼 때 우리는 비로소 사람인 것이다. 세계인권선언의 날 우리가 다시 곱씹을 것은 모든 사람은 존엄하며 평등한 존재라는 것이다.

    1) 
    사디는 필명으로 본명은 아부모하마드 모슈레포딘 모슬레흐 벤 압돌라 벤 사라지이다. 중세 페르시아의 실천 도덕의 시인이다. 2) https://www.khan.co.kr/article/202502181500001#ENT 경향신문, 조혜령기자, 2025.02.18
    3)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19691.html 한겨레신문, 이나영기자 2025.09.19. “영하 18도 한파에 숨진 이주노동자... 2심서 한국정부 책임판단
    4) 김세균, 김수행 외 (2006), 유럽의 제노포비아, 문화과학

     
     
    인류는 한 몸, 한 뿌리에서 나온 영혼 - 세계인권의 날을 맞이하여
    정혜실((사)안산공동체미디어 단원FM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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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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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미리캔버스 @kikokiko
     
     
    
    ● 특수학교 설립의 현실과 과제
     
    장애를 지닌 학생들에게 특화된 교육과 자립 역량을 키워주는 특수학교는 교육적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설립 과정에서는 지역 주민의 반대와 정치적 이해관계 충돌로 인해 수차례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방의회의 심의 절차를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현행 제도는 구조적인 한계로 작용하여, 학부모들이 지속적으로 간절한 호소를 해야만 하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 수는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내 25개 자치구 중 8곳은 아직까지 단 한 곳의 특수학교도 없는 실정입니다. 모든 아동이 평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정치적 걸림돌을 제거하고 법과 제도의 정비가 시급합니다. 특수학교 설립은 단순히 교육 시설을 확충하는 문제가 아니라, 장애 학생의 교육권이라는 기본권 실현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사안입니다. 서진학교의 사례에서 보듯, 특수학교는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주민들의 인식 변화도 가능하다는 점이 입증되었습니다. 그러므로 향후에는 지방의회의 동의 없이도 교육청의 인가만으로 특수학교 설립이 가능하도록 법률 개정이 이루어져야 하며, 동시에 특수교사 인력 확보와 학급당 학생 수 기준 준수 등 교육 환경의 질을 높이는 조치도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장애 학생이 지역사회 안에서 어떤 차별도 없이 교육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포용적 교육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 특수학교는 왜 부족한가
     
    장애 아동에게 개별 맞춤형 교육과 실생활에 필요한 기능 습득을 지원하는 특수학교는 매우 중요한 교육 인프라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러한 특수학교가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며, 그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지역 주민의 반대입니다. 특수학교 설립이 추진될 때마다 일부 주민들은 부동산 가격 하락이나 교통 혼잡을 우려하며 반발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2016년 교육부가 의뢰한 조사에서는 특수학교가 위치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곳 사이의 부동산 시세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확인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서진학교가 개교한 이후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지 않았고, 오히려 학생과 주민 간의 교류가 늘어나면서 지역사회와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해 나가고 있습니다.
     
    두 번째 요인은 정치적 셈법입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특수학교 설립은 교육청의 승인 외에도 지방의회의 공유재산관리계획 심의 절차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지역 정치인이 주민의 표심을 의식해 반대하거나 심의를 지연시키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서울 중랑구의 동진학교는 14년이 넘도록 문을 열지 못하고 있으며, 성동구의 성진학교 또한 주민설명회 이후 정치적 갈등에 휘말린 바 있습니다. 때로는 교육 시설로 지정된 부지를 다른 용도와 병합하는 방식으로 우회 제안을 하며 사실상 설립을 좌절시키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세 번째는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 부족입니다. 과거보다 나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많은 이들이 장애인을 도움이 필요한 주체가 아닌 사회적 부담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는 이웃에 특수학교가 세워지는 것조차 꺼리는 님비(NIMBY) 반응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서진학교 사례처럼, 장애 학생들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편견이 줄어드는 경우도 많아, 인식 전환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특수교육이 필요한 아동의 수는 계속해서 늘고 있지만,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학교는 턱없이 부족하며, 서울시만 보더라도 25개 자치구 중 8곳은 아직 특수학교가 전무한 상태입니다. 이로 인해 특수학교 입학 경쟁률이 16 대 1을 넘는 등 장애 아동의 교육 선택권은 크게 제한받고 있습니다. 특수학교는 단순한 교육 공간이 아니라 장애 아동의 삶에 중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소중한 기회이기 때문에, 지역 주민의 인식 변화와 정치권의 책임 있는 자세, 그리고 제도의 실질적 개선이 함께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 정치권 개입이 만든 '무릎 꿇기'의 악순환
     
    특수학교 설립 과정에서 가장 가슴 아픈 장면 중 하나는 장애 아동의 부모들이 지방의회나 정치인들 앞에서 학교 설립을 애원하며 무릎을 꿇는 모습입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마저 내려놓아야 하는 이러한 현실 이면에는 지방의회 중심의 결정을 요구하는 현재의 법적 구조와 정치권의 소극적인 태도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공립 특수학교를 신설하기 위해서는 교육청의 승인을 받은 뒤, 지방의회의 공유재산관리계획 심의를 거쳐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민원이 발생하면 정치인들은 지역 유권자들의 반응을 의식해 적극적인 결단을 내리기보다는 책임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특수학교 설치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도, “일반 고등학교도 필요하다”거나 “주민 의견을 추가로 수렴하겠다"라는 등의 이유로 심의 결정을 미루며, 사실상 추진을 중단시키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2017년 서진학교 설립 당시에도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으며 국민적 관심을 촉발시킨 끝에 겨우 학교 설립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수년이 흐른 지금, 성동구 성진학교 설립을 둘러싼 상황에서 다시금 학부모들이 같은 방식으로 호소해야 하는 현실은 구조적인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음을 방증합니다. 특히 정치권이 지역 개발이나 재개발과 관련된 이해관계에 얽히면서, 특수학교 설립을 조건부로 추진하거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대안을 제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성진학교 사례에서는 장애 아동의 교육 공간 확보가 목적이었음에도 일부 시의원들이 향후 대단위 아파트 입주를 이유로 일반 고등학교를 병설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이는 공간과 수요 측면에서 현실성이 낮은 방안이었으나, ‘주민 의견을 반영했다’는 외피를 씌워 본래의 설립 취지를 흐리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더 나아가 정치권은 특수학교 신설 문제를 갈등 소지가 큰 사안으로 분류해 정당 차원에서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제로 성진학교 안건을 심의할 당시, 어느 정당도 뚜렷한 당론을 내놓지 않았으며, 일부 의원들은 찬성이나 반대 여부조차 밝히지 않고 표결 보류를 제안하며 사실상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이는 교육 정책에 있어 정치권이 그 책임을 회피하는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특수학교 신설이 학부모의 절박함과 대중 여론에만 의존하는 구조로 반복되어서는 안 됩니다. 교육은 권리이며, 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부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정치인은 지역사회 갈등을 조정하고,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에는 교육청의 인가만으로 특수학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정비하고, 정치적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향이 장애 학생과 가족이 더 이상 고개 숙이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 특수교육 대상자 증가
     
    최근 몇 년간 특수교육 대상 학생 수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4년 특수교육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등록된 특수교육 대상자는 총 11만 5610명으로, 전년도 대비 약 5%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는 2019년 약 9만 명 수준에서 5년 만에 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전체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흐름과는 반대로 특수교육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장애 아동 수의 증가에 기인하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에는 자녀의 장애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사회적 부담이나 낙인 우려로 인해 진단을 회피하는 부모들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와 미디어의 긍정적 영향으로 조기 진단 및 교육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같은 콘텐츠가 자폐성 장애를 자연스럽게 조명하면서, 장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일부 해소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실제로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발달장애 정밀검사 건수는 2013년 2만 건 수준에서 2022년에는 18만 건을 넘어서는 등 진단의 접근성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특수교육 대상자로 등록되는 아동도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자폐성 장애와 지적장애를 가진 아동 수가 두드러지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폐성 장애 학생은 2020년 1만 3917명에서 올해 2만 2194명으로 약 59% 증가했으며, 지적장애 학생도 같은 기간 5만 693명에서 5만 7883명으로 증가하였습니다. 현재 전체 특수교육 대상자의 약 70%가 이 두 유형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이처럼 특수교육 수요가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 특수학교는 195개에 불과하며, 10년 전보다 29개가 늘어났지만 여전히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특수학교 입학 경쟁률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으며, 일부 학부모들은 입학 면접에서 자녀가 인사를 했다는 이유로 탈락했다는 이야기까지 접하게 되면서, 자신의 자녀가 얼마나 중증의 장애를 갖고 있는지를 부각시켜야 하는 현실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교육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장애의 중증도’를 기준으로 한 왜곡된 경쟁이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결국 특수교육 대상자의 증가는 단순한 통계적 현상이 아니라, 우리 교육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한 절박한 과제를 의미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수학교의 수적 확대뿐만 아니라, 특수학급의 질적 강화, 전문 교원 확충, 학부모에 대한 지원 체계 구축 등 다방면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하며, 장애 학생들이 각자의 속도에 맞춰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포용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핵심적인 기반이 될 것입니다.
     
     
    ● 서진학교가 보여준 가능성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서진학교는 특수학교가 지역사회와 갈등 없이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학교는 2014년 설립이 처음 추진되었지만, 주민 반대와 정치적 지연으로 6년 가까이 표류하다가, 2017년 학부모들의 ‘무릎 호소’ 이후 여론이 변화하며 결국 2020년에 개교하게 되었습니다. 서진학교는 단순히 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 공간을 넘어, 지역 주민과의 상생 모델을 실현한 상징적 공간이기도 합니다. 개교 당시만 해도 ‘소음 민원’ 등의 우려가 있었지만, 현재는 학생들과 주민이 함께 플로깅(산책하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에 참여하고, 학교 인근에 위치한 공공도서관도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되는 등 지역사회와의 협력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서진학교는 초등 1학년부터 직업 교육까지 총 14년간 지속되는 체계적인 교육 과정을 갖추고 있으며, 교과 내용 역시 일상생활 중심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국어나 수학 대신 ‘머리 감기’, ‘빨래 널기’, ‘용모 단정하기’ 등의 실생활 교육이 중심입니다. 이는 자립을 위한 기초 능력을 기르는 데 집중하고자 하는 특수교육의 취지를 잘 반영한 것입니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카페 실습에서는 실제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 졸업생들이 취업에 성공하기도 했으며, 일부는 지역 내 스마트팜 등지에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장년층 취업 연계 프로그램인 '강서50플러스센터'와의 협업을 통해 보조 인력을 확보하는 등 지역사회 전체가 특수교육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서진학교의 성공 사례는 단순히 시설 하나를 설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가 장애 학생을 포용하고,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본보기입니다. 이는 특수학교가 ‘우리 동네에 있어서는 안 될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지역을 풍요롭게 만드는 자원이 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입증한 사례입니다. 이러한 사례는 앞으로의 특수학교 설립 논의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서진학교가 만들어낸 변화를 참고한다면, 특수학교 설립은 주민 반발과 정치적 갈등의 대상이 아닌,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공의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 제도 개선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
     
    특수학교 설립 과정에서 반복되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지방의회 의결 없이 교육청 인가만으로 학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법적 예외 조항을 도입해야 합니다. 또한, 특수교사 정원 충원, 교육 환경 개선, 지역사회와의 협력 강화가 병행돼야 합니다. 더불어 특수학교가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도록 주민 편의시설과의 복합 개발을 추진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민들에게 실질적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거부감을 낮추고, 장애 학생과의 자연스러운 교류를 통해 인식 개선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또한 특수학교 입학 기준과 절차에 대한 투명성을 강화하고, 학부모에 대한 상담 및 정보 제공 체계를 확대해 중증화 경쟁과 같은 왜곡된 현상을 막아야 합니다. 교육 기회의 형평성을 보장하기 위해선 행정의 결단력과 정치권의 책임 있는 태도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특수교육은 일부 학생만의 문제가 아닌,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위한 기본 토대입니다.
     
     
    ● 경기도의 특수학교 현황 및 특징
     
    경기도교육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3월 1일 기준 경기도 내 특수학교 설립 현황이 공시되어 있습니다. 또한, 경기도 통계포털에서는 특수학교의 학교 유형별 집계 현황이 제공되어 있어 국립·공립·사립 특수학교의 분포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경기도 내에서는 초·중·고 및 유치원 특수학급이 비교적 많이 설치되어 있으며, 특수학교 수 자체는 증가 추세이나 전체 수요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예컨대 관내 일부 교육지원청 홈페이지에서는 “2025학년도 10 월 1일 자 특수학교(급) 현황” 공지를 통해 여전히 신설·확장이 필요한 학교가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경기도는 특수학교 설립뿐 아니라 특수학급 확대, 순회 및 복합 특수학급 운영, 장애학생 배치 및 지원 체계 강화 등 다양한 접근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특수학급이 설치되어 있고, 특수학교가 없는 지역에서는 일반학교 내 특수학급 또는 순회 특수교육 형태가 지원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제도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경기도 지역에서도 ‘특수학교 수는 늘어나지만 수요 증가 속도·지역 격차·시설·교사 확보 등’ 여러 과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이는 수도권‑광역 지역임에도 여전히 ‘근거리 통학’이 어려운 장애학생이 존재하며, 특수학교 설립 과정에서의 주민 반발 및 의사결정 절차 지연 문제도 대체로 표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확인됩니다. 따라서 경기도 사례는 특수학교 설립이 단순히 양적으로 늘어나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지역 간 균형 배치, 특수교사 확보, 설립 절차 간소화, 주민 인식 개선 등이 함께 논의되어야 함을 보여줍니다. 앞으로 경기도가 장애학생에게 ‘가까이서 배울 수 있는 특수학교’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현안임을 알 수 있습니다.
     
    특수학교는 단순히 건물을 짓는 문제가 아니라, 장애 학생이 존중받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권리를 실현하는 일입니다. 교육의 기회는 모든 아이들에게 평등하게 주어져야 하며, 이를 위한 물리적·제도적 기반 마련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이제는 특수학교 설립을 '선심성 정책'이 아닌, 국가와 지역사회가 당연히 해야 할 의무로 인식해야 할 때입니다.
    
     

     
    집값 떨어진다고요? 특수학교 설립에 붙은 가짜 뉴스
    주야

    조회수 1502

    2025-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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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엔 2025 공익활동 페스타의 주제세션4 이야기를 해볼까요? 세션 4의 제목은 공익활동의 혁신과 전환. 데이터가 시민사회의 공유 자산으로 활용되는 디지털 민주주의 실험 사례들이 소개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고 있는 환경을 시민사회가 어떻게 대응하고 준비할지 그 인사이트를 얻는 시간이었지요.
    참여단체들이 공동주관한 본 세션은 비영리IT지원센터 정지훈 이사의 사회로 진행되었고, 온 오프라인의 다양한 목소리를 모으고자 특별히 타운홀에 접속해 자유롭게 의견 남기는 타운홀 미팅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세션 4 사회: 정지훈 이사(비영리IT지원센터)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발표 1. ‘코팩츠 타일랜드 사례’로 보는 태국 시민들의 가짜뉴스 대응활동
     
    첫 번째 순서는 온라인과 동시통역으로 진행한 해외사례 발표인데요. 멀리 태국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발표자는 방콕의 사회적기업 ‘오픈드림’을 설립하고 팩트체킹 플랫폼 ‘코팩츠 타일랜드’에서 활동하는 파티팟 수숨파오(Patipat Susumpao)님입니다.
     
     
    발표 1: 온라인 동시통역으로 진행한 해외사례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발표자는 2021년 태국에서 <가짜뉴스 수사게임 606>이라는 모바일 게임을 출시했습니다. 플레이어들이 스토리를 따라 미션에 도전하면서 에코챔버 효과를 인지하게 되는 게임이라고 해요. ‘에코챔버 효과’란 반향실, 즉 닫힌 공간에서 메아리를 듣듯이, 기존 관점의 정보만을 반복적으로 수용함으로써 확증편향을 점점 더 강화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내가 받아들이고 싶은 정보만 계속 받아들이는 현상이라니, 유튜브 알고리즘에 조종당하는 우리의 모습이 떠오르죠?
     
    606게임은 캐릭터와 채팅도 하고 정보의 진실/허위 여부를 체크해가면서 진행됩니다. 이 과정에서 올바른 종합정보를 입력해야만 미션이 완료돼요. 흥미로운 게임 요소 때문에 20만 명 이상이 다운을 받았다는데요. 사후 테스트 결과, 무려 플레이어의 95%가 이 게임을 통해 에코챔버 효과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고, 10~15%가 가짜정보 조사능력을 향상시켰습니다. 가짜뉴스 대응에도 재미있는 게임을 활용해야 할 이유를 보여주네요. 코팩츠 타일랜드는 앞으로 여러 지역에서 팩트체커를 양성해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온라인 플랫폼에 이 인력들을 활용할 예정입니다.
     
     
    발표 2. AI와 함께한 2년
     
    두 번째로 구구컬리지 박용 대표의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구구컬리지는 ‘99%를 위한 교육’이라는 모토 아래, 교육 불평등 해소에 힘쓰는 비영리단체입니다. 검정고시 온라인 학습사이트를 개발·운영하면서 여기에 AI를 활용한 경험을 나눴습니다.
    재작년에 DO MAT이라는 수학 검정고시 앱을 새로 개발할 때는 10년 치 기출문제 풀이를 작성하다 보니 콘텐츠 제작에만 4개월이 소요됐다고 해요. 그런데 인공지능 비서를 활용한 이후 제작 기간이 1주일로 단축되었습니다. 물론 콘텐츠 전담자의 고충도 크게 덜었죠. 그 덕에 수학뿐 아니라 전 과목 5년 치를 업로드할 수 있었습니다.
     
     
    발표 2: 박용 대표(구구컬리지)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구구컬리지의 다른 한 축은, 비영리단체가 사용하면 좋을 도구들을 모아놓은 TOOLS99입니다. 지출결의서, 결과보고서 등 각종 서식을 공유합니다.
    열심히 작성해 봤자 아무도 읽지 않는 비영리단체의 회의록도 이제는 AI로 분석합니다. 내용 요약 및 화자별 분석으로 회의록의 가독성을 높였더니 회의의 밀도가 같이 높아졌다고 해요. 구구컬리지 사이트에 들어가면 무료 분석이 가능합니다. 적용 범위를 시의회 자료까지 넓혀서 AI를 활용한 회의록 분석과 예산안 시각화 등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구구컬리지의 최근 행보는 ‘1%를 위한 앱’입니다. 비영리단체들을 컨설팅하면서 시장 논리와는 반대로 소수자를 위한 앱을 개발하고 있죠. 구구컬리지의 바람대로 거대 IT기업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고 온라인 공간도 시민자산화되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발표 3. 변화가 모이는 내 손안의 광장, 빠띠
     
    세 번째 발표자는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의 권오현 대표입니다. 연결된 시민들이 함께 협력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 이것이 빠띠가 던지는 질문입니다. 빠띠는 시민들이 대화하고 행동하는 디지털 광장을 만들고자 합니다. 매월 10~20만 명의 시민들이 빠띠 플랫폼의 온라인 캠페인과 공론장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발표 3: 권오현 대표(빠띠)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그 밖에도 1 대 1 오프라인 대화실험 ‘별별대화’, 주제별 이슈 글쓰기 ‘쓰다 프로젝트’, 코로나 때 공익 마스크 앱으로 잘 알려진 공익 데이터랩 등 다양한 디지털 민주주의 실험이 빠띠에서 펼쳐집니다. 얼마 전에는 이태원 참사 포스트잇 메시지를 시민들이 함께 디지털로 옮기는 작업도 했다는군요.
    빠띠의 발표를 듣자니 기술력보다 중요한 건 역시 기술의 방향이었습니다. IT분야 발표가 이렇게 따뜻할 수도 있다니! 누군가는 연결이 세상을 망친다고 하는데요.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는 연결 대신 우리에게는 안전, 신뢰, 존중 같은 좋은 연결이 필요합니다. 주요 테크기업의 목표가 단순히 축적과 연결이라면 빠띠의 목표는 더 나아가 공유와 협력입니다. 빠띠처럼 공공선에 기여하는 시민협력 플랫폼을 통해 일상의 민주주의가 뿌리내리기를 바랍니다.
     
     
    참여업체 안내판: 구구컬리지(좌) & 빠띠(우)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끝으로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온라인 자료관 ‘톺’과 ‘공익위키 프로젝트’에 대한 짧은 소개가 있었고, 빠띠의 타운홀 미팅에 남긴 질문들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좋은 앱을 개발해도 이용자가 너무 늘면 도리어 서버 비용 때문에 중단해야 하는 현실, 그래서 친환경 전기를 사용하고 전기 절약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데이터센터를 직접 운영하고 싶다는 구구컬리지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네요. 아예 서버를 덜 쓰는 방향으로도 해법을 모색 중이라고 합니다.
    팩트체크 교육이나 팩트체크 컨텐츠 제작을 미디어 리터러시와 연계해서 지역의 공익활동 단체가 지속적으로 해나가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주제세션4 강연장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이제는 공익 캠페인도 인플루언서가 참여해야 반응이 뜨겁다네요. 공익단체가 해온 고유한 활동을 인플루언서나 AI에게 알려서 일반 시민들의 핫한 관심과 만나게 하는 것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입니다. 기술이 그 만남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도 2025 공익활동 페스타 4세션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우리의 미래는 한층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흘러가는데요. 그럴수록 기술의 변화를 위기 아닌 기회로 여기면서 적극적인 도전으로 새로운 세계를 맞이하자고, 60초 영상 시대에 긴 글 남겨봅니다.
    
     

     
    [현장스케치] 2025 공익활동 페스타 주제세션4: 공익활동의 혁신과 전환
    참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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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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