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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웹진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제헌국회 개원식 일동 념사진(출처_위키백과)

     

    다시 쉬는 날이 된 717

    717일 제헌절은 헌법이 제정된 1948년 이듬해부터 국경일공휴일이었다. 국경일(國慶日)은 나라의 경사를 기념하는 날이니 헌법을 제정한 날이 빠질 수 없다. ‘국경일에 관한 법률1949101일 제정되었다. 31,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을 국경일로 삼았다. 2005년에 한글날이 추가되었다. 5일제 도입으로 2008년부터 제헌절과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다가 올해부터 둘 다 다시 공휴일이다.

    공휴일(公休日)은 국가에서 정하여 쉬는 날이다. 특별하게 해야 할 일이 있는 게 아니니 각자가 원하는 대로 쉬면 된다. 설날이나 추석은 전통적으로 하는 의례가 있지만, 제헌절은 그렇지 않다. 어린이날엔 어린이를 위해 뭔가를 하면 좋지만, 그렇다고 그날만 어린이를 존중하고 아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어버이날이 공휴일이 아니라고 어버이를 공경하지 않아도 되는 건 아니다.

    공휴일로 정하는 일은 꼭 그날만이 아니라 늘 함께 그날의 의미를 새기자는 뜻이다. 제헌절에 함께 쉼’(共休) 역시 평소에도 헌법의 의미를 생각하고 실천하자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 1948531일 오후, 중앙청 홀에서 열린 제헌국회 개원식.
    오전 제1차본회의에서 초대 국회의장으로 피선된 이승만이 개원사를 낭독하고 있다(출처_위키백과)

     

    제헌절이 다시 공휴일이 되기까지 헌법의 눈으로 보면

    먼저 제헌절이 다시 공휴일이 되는 과정부터 헌법 관점에서 살피자. ‘공휴일에 관한 법률은 국경일법과 달리 202177일에서야 제정되었다. 그 이전에 공휴일의 법적 근거는 법률이 아니라 194964일 제정된 이래 개정되었던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건으로서 대통령령이다. 엄밀하게는 모든 시민이 함께 쉬는 게 아니라 관공서가 쉬는 것이다. 입법권은 국회에 속하고(헌법 제40),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을 정할 수 있다(헌법 제75). 헌법 제정 이후 한참 동안 공휴일제도는 헌법에 부합하지 않았다. 공휴일인 제헌절을 맞이하면서 우리가 헌법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까닭이다.

     

    헌법은 시민의 법이다

    대개의 법령은 시민의 생활을 규율 대상으로 한다. , 시민은 법령을 준수해야 한다. 헌법은 다르다. 거의 모든 헌법 규정은 시민에게 권리를 보장하고 국가에 의무를 지우는 내용이다. 국민의 기본 의무인 납세의 의무나 국방의 의무조차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라는 헌법적 제한에 따라, 시민에 대한 국가의 의무 부과가 전근대적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법치주의에 따라 통제한다. 헌법은 제정 주체도 법률과는 다르다. 법률은 국회에서 제정한다(헌법 제53조 참조). 헌법은 대한 국민이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헌법전문, 헌법 제130조 제2). 헌법은 명실공히 국민의 법이고 시민의 법이다.

     

    국민은 주권자로서(헌법 제1조 제2) 하나의 의사를 가진 통일체이다. 시민은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을 의미한다. 기본권의 주체인 모든 국민은 시민을 말한다. 어찌 보면 모순이다. 시민의 생각은 다 다른데, 그 의사를 하나로 모아 하나의 국가 의사로 정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순적인 시민과 국민을 이어주는 게 민주주의다. 민주주의에서 정치는 직업 정치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시민의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활동이고, 직업 정치인의 정치는 시민의 정치 활동을 전제로 한다. 시민의 참정권을 비롯하여 탄핵 제도는 다양한 헌법 제도는 시민의 대표를 시민이 통제하는 장치다. 국민은 개헌을 통해 민주주의 제도를 얼마든지 새로이 창설할 수 있다.

    시민은 자신의 개인적 자유를 누리면서 공적인 이익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존재다. 한국 사회에서 민주시민이라는 말은 시민의 공공적 성격을 강조하려고 민주를 덧붙인 것이다. 정치를 정치인에게만 맡겼더니 모든 시민의 권익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서 직접 민주제 또는 협치’(거버넌스)를 통해 시민의 직접 결정 또는 참여가 필요하게 되었다.

     

    함께 쉬어야 함께 결정할 수 있다

    서구의 근대 입헌주의에서 피선거권은 물론 선거권도 돈 없는 사람들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다. 먹고 사는 문제로 골몰하는 사람은 자신의 문제만 돌볼 뿐 함께 살아가는 공적 문제를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오늘날 레저(leisure)는 취미 생활에 한정되는 느낌의 용어지만, 넓은 의미의 은 생계 외에 사적 활동과 함께 공적 활동을 보장하는 전제 조건이다. 혼자 쉬지 않고 함께 쉬어야 함께 결정해야 할 일을 상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제 1호 유진오-제헌헌법 초고 (출처_국가기록원)

     

    제헌헌법이 품은 공익의 정신

    제헌헌법을 들여다보면, “대한민국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자유, 평등과 창의를 존중하고 보장하며 공공복리의 향상을 위하여 이를 보호하고 조정하는 의무를 진다.”라는 제5조가 눈에 띈다. 공공복리(公共福利)는 지금 헌법 제37조 제2항에도 등장한다. 공휴일(公休日)에 함께 쉰다는 공휴(共休) 의미가 담긴 것처럼 공공’(公共)은 국민의 삶과 시민의 삶이 결합한 개념이다. 공공복리는 사회 전체로서 공익(公益)과 공동의 이익으로서 공익(共益)을 함께 말한다.

    제헌헌법은 위의 제5조 외에도 전문(前文)에서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문구는 현재 헌법의 전문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제헌헌법 이래 대한민국헌법이 지향하는 가치는 자유주의적 또는 정치적 민주주의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경제적사회적 민주주의 그리고 문화적 민주주의까지 포괄한다. 제헌헌법의 기초자인 유진오는 경제적사회적 민주주의가 제헌헌법의 기본이념이라고 말한다. 과거 민주주의는 정치적 민주주의 즉 각인의 자유를 정치적으로 확보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대한민국에서는 경제, 사회, 문화의 영역에서도 각인의 자유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인의 자유는 자유방임주의가 아니다.

     

    자유방임주의 체제에서는 우승열패(優勝劣敗)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약자는 도리어 자유를 확보하지 못하는 것이 상례(常例)라는 것이다.

    - 유진오, 제헌헌법의 기초자

     

    제헌헌법 제5조는 제84조로 이어진다. , 대한민국의 경제질서가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기함을 기본으로 삼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각인의 경제상 자유는 이 한계 내에서 보장된다. 시민들이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해야 함께 쉼이 가능해지고 거기에서 민주주의 정치가 활성화한다. 시민들이 연대하여 공공의 복리를 보장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그것을 위해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소수자 또는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앞장선다.

     


     

    경기도 조례와 공익활동 헌법 정신의 구체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로고
     

    경기도에는 경기도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 활동 증진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어 있다. 그 목적은 경기도 시민사회를 활성화하고 공익 활동을 증진함으로써 경기도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다(조례 제1).

     

    시민사회는 시민, 법인 또는 단체 등 공익 활동을 하는 주체와 공익 활동의 영역이다(조례 제2조 제2). 공익 활동은 시민, 법인 또는 단체 등이 자발적으로 행하는 공익성이 있는 활동으로 영리 또는 친목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활동이다(조례 제2조 제4). 이때 시민은 지방자치단체의 구역 안에 주소를 가진 사람이어서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등록한 외국인도 포함한다(조례 제2조 제1).

     

    위 조례의 기본 원칙은 각 주체가 상호 간의 다양성, 자발성 및 창조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다(조례 제3조 제1). 헌법이 지향하는 민주공화국(民主共和國) 정신의 구체화다.

     

    공화국은 군주가 통치하지 않는 국가의 의미에 머무르지 않고 시민들이 함께 결정하는 정치 체제다. 모든 시민이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인 모든 영역에서 동등해야 하므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 또는 계층이 우위에서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지 않는 체제다.

    국민 또는 시민은 주권과 기본적 인권의 주체로서 국가의 명령에 일방적으로 복종하는 신민(臣民)이 절대 아니다. 헌법은 인권의 주체 자격에서 국적을 따지지 않고 외국인에게도 인권을 보장한다.

     

    헌법의 민주공화국은 지금의 현실을 설명하는 개념이 아니라 우리가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실천해야 하는 과제 개념이다. 조례가 제시한 다양성, 자발성, 창조성은 시민으로서의 실천 목표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 인권의 관계는 일차적으로는 시민과 국가의 관계다. 모든 국민, 즉 시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헌법 제10조 제1).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헌법 제10조 제1).

    헌법에서 시민과 시민의 관계는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민주공화국은 시민의 자발성과 창조성에 의존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새로운 공화주의에서는 국가의 공적(公的) 영역에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공동(共同) 결정을 강화한다. 위의 조례에서 시민사회활성화위원회(조례 제7)와 경기도 공익활동지원센터(조례 제15)를 설치한 맥락이다. 위원회와 센터는 시민의 의사와 참여 그리고 활동을 매개한다. 이들 조직은 기존의 선출직 공직자 또는 일반공무원과 나란히 시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중간 조직으로서 공공적 민주 정치를 확장한다.

     

    민주공화국은 시민들을 나누지 않는다

    사실 시민들의 이해관계는 다르다. 때로는 상충한다. 그렇지만 시민들의 이해관계는 제로섬(zero-sum) 게임이 아니다.

    민주공화국은 시민들의 이해관계가 제로섬 게임 상태가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반면, 권위주의 통치 체제는 오히려 시민들을 분리하여 통치(divide & rule)한다. 예를 들어, 남성과 여성, 장애인과 비장애인, 내국인과 외국인 등을 구별한다.

    민주공화국은 서로 다른 집단 사이에 반목이 생기지 않도록 제3의 길을 찾거나 조정과 타협을 끌어내려 한다. 시민들 사이 이해 충돌이 생길 때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일은 민주공화국의 공직자, 정치인, 시민이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헌법은 시민이 직점 써 나가는 혁신의 법이다

    헌법은 종이 위에 글자로 쓰인 법전이 아니다. 헌법은 시민이 매일매일 직접 써나가는 혁신의 법이다. 헌법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증진하는 방향으로 활짝 열려 있다. 오늘날 민주주의에 대한 시민의 고민은 누가 집권하도록 선택할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 민주시민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 때문에 자기 삶만 돌보면서 다른 사람의 고통스러운 삶에 무관심 하다거나 사회의 부정의에 침묵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삶을 스스로 꾸려 가면서도 동료 시민과 함께 끊임없이 말하며 곁에 설 수 있는 사람이다.

     

    개헌은 조문 수정이 아니라 시민의 실천이다

    우리는 제헌 78주년을 지나면서 제헌헌법을 계승하면서도 핵의 위험과 기후 위기의 시대를 헤쳐 나가야 하는 헌법적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제헌헌법은 최초의 헌법인 점에서 헌법을 제정한 후에 그것을 구체화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순서를 밟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의 개헌은 단순히 헌법 조문을 수정하는 일이 아니다. 시민들의 실천을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국회의 법률로써 해결하려 노력하고, 그것만으로 해소할 수 없는 문제를 찾아 국민적 합의를 거쳐 헌법에 담아내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개헌 문제는 시민의 생활을 실질적으로 바꾸지 않는 추상적인 수사(修辭)에 머물거나 시민의 삶과 동떨어진 국가 조직의 변경 사안에만 골몰하게 된다.

    시민의 민주주의적 결정은 의회를 통한 방법 외에도 때로는 유권자 범주를 넘어서는 시민들의 직접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또는 지역에 터 잡은 주민들의 직간접적 의사결정을 통해 다양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의사결정 구조의 재배치야말로 헌법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다.

     

    정치인이 개헌을 말할 때, 시민이 물어야 할 것들

    제헌의 주체가 국민 또는 시민이므로 개헌의 주체 또는 국민 또는 시민이다. 제헌절이 공휴일인 의미는 717일 하루의 휴일에 머물지 않는다. 공휴일이 된 제헌절은 민주시민이 함께 인간다운 삶과 쉼을 누리고 민주 공화주의의 정치를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늘 고민해야 하는 출발점이 되는 날이다.

    누군가 87년 헌법이 문제라고 말한다면, 그 헌법 탓에 국회에서 입법하지 못한 법률이 무엇이 있냐고 되물어야 한다. 특히 정치인이 헌법을 고치자고 말한다면, 다음을 따져 물어야 한다.

    · 그것이 나의 삶에 어떤 변화가 있는 일인지,

    · 그걸 위해 어떤 입법 활동을 했는지,

    · 개헌 이후에는 어떤 과정을 거쳐 목표하는 바를 성취할 것인지

    다양한 시민들의 의사를 결집한 국민의 의사는 선험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다. 누가 대신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바로 곁의 사람들과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묻고 살피며 돌보고 함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삶에 변화가 온다.

     

    내가 곧 헌법이 된다

    인간다운 존엄한 삶을 살 권리의 주체는 각자 시민으로서 다 다르지만, 그리고 인간다운 삶을 위해 필요한 조건이 다를 수 있지만, 어떤 예외도 없이 모든 사람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어야 나의 인간다운 삶이 전적으로 보장될 수 있다. 민주시민으로서 공익을 생각한다고 함은 내가 가장 마지막에 권리를 주장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자리에 서는 일이다. 내가 존엄한 존재임을 스스로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완전무결한 사회가 아니다. 민주공화국의 헌법을 가졌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모든 사람이 존엄하고 행복하게 사는 사회는 아니다. 우리는 늘 국가 또는 사회의 부정의와 마주칠 수밖에 없다. 그때 내가 부정의에 대해 항의하고 소수자 또는 약자 편에 설 때, 내가 그리고 우리가 곧 헌법이 된다.

     

    제헌절, 우리 시대의 '제헌'을 시작하는 날

    1948년 헌법 제정 이후 78년이 지나는 시점임에도 우리는 1945년 해방 이전과 해방 직후 또한 한국전쟁과 권위주의 시대에 있었던 부정의의 문제를 여전히 안고 있다. 더욱이 기후 위기와 같은 지구 차원의 문제 역시 풀어야 한다. 그렇기에 더더욱 헌법의 밑바탕에 인권, 민주주의, 시민, 공익, 지방자치 등의 기초를 다지면서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그래야 공휴일(公休日)이 된 제헌절이 공존과 공생을 위한 시작일이 되어 우리는 우리 시대 제헌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공휴일이 된 제헌절
    아주대학교 법학과 오동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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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6-29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장애인 노동권 현장에서 만난 권리를 만드는 노동

     

    장애인들이 지하철에서 비장애인들로부터 왜 기어 나왔냐라는 말을 들으면 처음에는 다 울어요. 사람들의 시선을 견디지 못해 고개를 숙이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렇게 말해요. ‘우리도 함께 살아가는 시민입니다.”

    매주 화요일, 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 노동자들이 지하철 문턱을 넘는 순간 지하철은 한동안 멈춰 서고, 사람들의 시선은 한곳으로 몰린다. 누군가는 눈살을 찌푸리고, 누군가는 대놓고 혐오의 말을 던진다. 그러나 그들은 매번 지하철에 오르고 서울로 향한다. 그리고 거리에서 외친다.

    이것도 노동이다.”

     

    / ⓒ에디터 다참
     

    2025년부터 김포장애인야학 권리중심팀에서 일하고 있는 염은정 활동가는 장애인 노동권 운동을 노동의 개념을 바꾸는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보통 노동을 생산성과 이윤으로 판단하잖아요. 그런데 장애인의 권리를 알리고, 인식을 바꾸고,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것도 노동이라고 생각해요.”

    그의 활동은 하루아침에 시작된 것이 아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이어진 인권 감수성이 34년간의 교육개혁 운동을 지나 장애인 노동권 운동으로 이어졌다.

     

    학생 인권운동에서 장애인 노동권 운동까지

    1989년 전교조 교사들이 해직되던 시절,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염은정 활동가는 해직 교사들과 함께 교문 앞에 섰다.

    학생들과 소통도 잘되고, 공부도 잘 가르쳐주시던 선생님들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해고를 당한 거예요. 그때 처음에는 왜 그런지는 정확히 몰랐지만, ‘저 선생님들을 지켜야 한다라는 생각은 강했죠.”

    해직 교사들의 출근 투쟁을 돕기 위해 교문을 열어주고, 선생님들과 함께 목소리를 냈다. 그 경험은 곧 학생 인권 문제로 이어졌다.

    당시 학교는 두발 규제와 복장 검사, 소지품 검사까지 일상이었다. 그는 속옷 색깔을 검사하고, 치마를 들쳐 속바지까지 검사하던 시대였다고 회상했다. 학생회 출마에도 성적 제한이 있었고, 학생들은 학교의 주체가 아니었다.

    그래서 염은정 활동가는 학생회 성적 제한 철폐’, ‘두발 자유화’, ‘복장 자율화운동을 시작했다. 학교 안의 작은 문제 제기는 지역 다른 학교와의 연대로 이어졌고, 교육운동으로 이어졌다.

    이후 참교육학부모회 활동과 교육 운동으로 30년 넘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학생인권조례 제정, 친환경 학교급식 운동, 고교평준화 운동 등 굵직한 교육 현안 속을 쉼 없이 달려왔다. 하지만 몸이 무너졌다. 이석증으로 쓰러지고, 이에 따라 운전 중 사고까지 겪었다. 활동을 잠시 멈추며 그는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참교육학부모회 경기지부장까지 하면서 정신없이 달려왔는데, 쉬면서 생각해 보니 현장과 조금 멀어진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다른 영역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 무렵 그의 시선이 머문 곳이 김포장애인야학이었다. 평소 장애인 평생교육에도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매주 화요일, 중증장애인과 지하철을 타는 이유

    그리고 지금 염은정 활동가는 매주 화요일이면 중증장애인 노동자들과 함께 서울로 향하는 지하철을 탄다. 서울시의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 폐지에 맞서 해고된 장애인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사람들에게 우리도 여기 함께 살고 있다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우리가 이동하는 것 자체가 캠페인이에요.”

    휠체어가 지하철에 오르려면 열차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지하철이 지연된다고 사람들은 불편해하고, 눈살도 찌푸린다. 하지만 그 불편함 속에서 비로소 장애인의 현실이 드러난다.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안 보이게 만드는 사회였잖아요. 장애인 자식을 둔 부모는 무슨 죄라도 지은 듯 쉬쉬하며 밖에도 나오지 못하게 만들고, 안 보이니까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여겼던 거죠.”

     / 김포장애인야학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들과 염은정 활동가가 경기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결의대회에서 문화 공연과 거리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계속 거리로 나온다. 축제에서 공연도 하고, 투표소 접근권을 조사한다. 사회 속에 함께 존재한다라는 사실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권리를 보장하는 것

    염은정 활동가는 처음 장애인 운동을 접하며, “저 자신도 오랫동안 장애인을 도움받아야 하는 존재로만 바라봤다라고 털어놓았다.

    우리는 도와주면 착한 줄 알고 살아왔잖아요. 그런데 사실은 먼저 물어봐야 하더라고요. 도움이 필요한지, 무엇을 원하는지. 그동안 우리는 장애인의 선택권 자체를 빼앗아 온 사회였던 거죠.”

    그는 결국 중요한 것은 일방적인 시혜나 복지보다 장애인의 권리를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운동 현장에 들어와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동권 현실이었다. 비장애인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작은 턱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앞서도 말했지만, 엘리베이터 타면 집에나 있지 왜 돌아다니냐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요. 그런데 사실 우리가 타고 다니는 지하철 엘리베이터도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결과물이거든요.”

    2000년대 초반, 장애인 이동권 운동은 생존의 문제였다. 리프트 추락사고가 이어졌고, 장애인들은 지하철 선로에 내려가며 싸워야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지하철 엘리베이터다. 그리고 이 엘리베이터는 장애인보다 비장애 교통약자들의 이용률이 훨씬 높다. 하지만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더디게 변하고 있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우리가 한다.”권리 중심 일자리의 의미

    현재 염은정 활동가가 가장 집중하는 것은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운동이다.

    김포장애인야학에는 현재 30명의 중증장애인 노동자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거리에서 권익옹호 캠페인을 하고, 문화예술 공연을 하고, 이동권을 모니터링하고, 시민들에게 장애 인권을 알리는 모든 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 생산이다.

    염은정 활동가는 말했다.

    국가가 UN이 정한 장애인권리협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기 때문에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말해요.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우리가 할 테니 우리의 노동으로 인정해 달라. 그런데 현실은 눈에 보이는 생산만 노동이라고 생각하잖아요. 저는 노동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모의 짐인 줄 알았다노동이 바꾼 삶의 감각

    권리중심 일자리에서는 다르다. 비록 긴 시간은 일하지 못하지만, 노동자로 인정받는다. 월급을 받고, 지역사회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확인한다.

    그 변화는 숫자로 설명되지 않는다. 표정과 태도, 삶의 감각이 달라진 것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한 노동자분이 그러셨어요. ‘나는 평생 부모의 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번 돈으로 어버이날 선물을 사드렸는데, 부모님께서 펑펑 우셔서 둘이 붙잡고 한참을 울었다라는 거예요. 그분이 자기 존재를 스스로 인정하게 된 순간이잖아요. 내 존재가 쓸모 있다고 느끼는 거죠. 그 변화가 너무 커요.”

     

    생산성이 없다는 이유로 최저임금 밖에 놓인 사람들

    하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현재 중증장애인은 최저임금 적용 제외 대상이다.

    생산성이 없으니, 최저임금도 줄 필요 없다는 거잖아요. 결국 인간의 가치를 생산성으로만 판단하는 사회예요라고 꼬집었다.

    염은정 활동가는 장애인의무고용제 역시 실효성이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일부 공공기관과 기업은 장애인 의무 고용 대신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내고 의무 고용을 회피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는 고용부담금이 최저임금 보다 낮게 산정돼 있어 고용보다 부담금 납부가 경제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처럼 장애인 고용을 돈으로 해결하는 구조로는 안 바뀌어요. 정부도 사실상 묵인하고 있는 거죠. 궁극적으로는 장애인 일자리라는 말 자체가 사라지는 사회가 되어야 해요. 장애인도 떳떳한 노동자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요.”

    실제로 서울대병원의 경우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년간 고용부담금으로 148700만 원을 내 공공기관 중 최다 납부액을 기록했다.

    / 429일 혜화역에서 진행된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 모습이다.

     

    이에 따라 매일 아침 8시 혜화역에서는 장애인 의무 고용을 요구하는 피케팅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2026520일 현재 1,079일째를 맞고 있다.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인간 중심 사회로

    인터뷰 말미,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염은정 활동가는 살짝 미소를 띠며 말했다.

     

    저에게 장애인 노동권 운동은 이제 시작이에요. 10년은 해야죠.”

     

    이석증을 앓고 난 후 몸은 예전 같지 않고, 이제는 밤샘 활동이 두렵기도 하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일에 미쳐 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말을 남겼다.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에서 인간 중심의 사회로 갔으면 좋겠어요. 여기서 인간은 아주 포괄적인 의미예요. 누군가를 배제하지 않는 사회요라는 말을 남겼다.

    그가 말하는 장애인 노동권은 단지 일자리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누군가를 도움받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시민이자 노동자로 인정하는 일. 그리고 인간의 존엄을 다시 배우는 일이었다.

     

     

    “이것도 노동입니다”…34년 교육운동가가 장애인 노동권 현장으로 들어간 이유
    다참

    조회수 295

    2026-05-20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 공익활동의 새로운 흐름

    스마트폰 하나로 은행 업무를 보고, 장을 보고, 심지어 투표 정보를 확인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막상 "우리 동네 가로등이 고장 났을 때 어디에 신고해야 하지?", "내 지역 국회의원에게 의견을 전달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질문에는 선뜻 답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시민들이 자신의 일상과 직결된 문제를 공적 영역에 전달하는 일은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높은 문턱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개념이 바로 '시빅테크(Civic Tech)'. 시빅테크란 시민의 민주적 참여와 공공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분야를 가리킨다. 단순히 정부가 전자민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과는 다르다. 시빅테크의 핵심은 기술이 '정부의 도구'가 아니라 '시민의 도구'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시민이 먼저 문제를 인식하고, 기술을 통해 스스로 목소리를 내며, 그 결과로 공공 기관을 움직이는 방향으로 설계된다.

    이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오랜 역사와 영향력을 가진 단체가 바로 영국의 마이소사이어티(mySociety)’. 2003년 설립 이후 20여 년간 영국 시민들이 지역 문제를 신고하고, 국회의원에게 편지를 보내고, 정부 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일을 기술로 쉽게 만들어온 이 비영리단체의 이야기는, 공익활동 생태계를 키우고자 하는 한국 시민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마이소사이어티의 설립 배경과 철학

    마이소사이어티는 영국 기반의 등록 자선단체로, 원래 이름은 'UK Citizens Online Democracy(영국 시민 온라인 민주주의)'였다. 1996UKCOD(UK Citizens Online Democracy)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이 단체는 2003년 마이소사이어티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온라인 기술을 활용해 시민들이 시민 참여의 첫걸음을 내딛도록 돕는 선구적인 비영리단체로 자리매김했다.

    설립자 톰 스타인버그(Tom Steinberg)는 당시 동거인이었던 제임스 크랩트리(James Crabtree)와의 협업에서 영감을 받았다. 크랩트리가 온라인 민주주의 저널 <OpenDemocracy>에 기고한 글 "시빅 해킹: 전자민주주의를 위한 새로운 의제(Civic Hacking: A New Agenda for E-Democracy)"가 마이소사이어티 설립의 직접적인 씨앗이 되었다. 이 글은 정부 바깥에서 시민 사회를 직접 강화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담고 있었다. 200425만 파운드의 초기 보조금을 받아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마이소사이어티는, 이후 영국을 넘어 전 세계 시빅테크 생태계의 기준점이 되었다.

    마이소사이어티의 비전은 '사람들이 정보를 갖추고, 연결되며, 자신의 공동체와 세상의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는 공정한 사회'이며, 미션은 '민주적 참여의 장벽을 허무는 디지털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마이소사이어티가 '최소한의 기술'을 철학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화려한 인터페이스보다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단순함을 추구했고, 사용자가 우편번호 하나만 입력해도 자신의 지역 의원이 누구인지, 어느 기관에 신고해야 하는지 바로 연결되도록 설계했다. 기술이 목적이 아니라 수단임을 처음부터 분명히 한 것이다. 현재 마이소사이어티는 민주주의, 투명성, 기후, 커뮤니티라는 네 가지 실천 영역에서 40개국 이상의 시민들을 돕고 있다.

     

    픽스마이스트리트(FixMyStreet) : 지역 문제를 지도 위에 올리다

    마이소사이어티의 플랫폼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2007년에 시작된 픽스마이스트리트다. 이름 그대로 '내 거리를 고쳐라'는 뜻이다. 작동 방식은 간단하다. 시민이 스마트폰이나 웹사이트에서 우편번호나 현 위치를 입력하면 지도가 열린다. 거기서 문제가 있는 지점을 핀으로 표시하고, 파손된 도로, 고장 난 가로등, 방치된 쓰레기 등 문제 유형을 선택한 뒤 사진과 설명을 첨부해 제출하면 끝이다. 시스템은 해당 지점이 어느 지방의회 관할인지 자동으로 판단해 담당 기관에 신고를 전달한다. 시민은 자신이 어느 구청에 전화해야 하는지 알 필요도 없다. 신고 이후 처리 과정도 공개적으로 추적할 수 있어, 같은 문제를 공유하는 주민들이 함께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픽스마이스트리트는 2007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로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자신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해왔다. 픽스마이스트리트는 2024~2025년 뉴스픽 하우스 정치기술상에서 '시민들이 지역 인프라 문제를 관련 기관에 직접 신고할 수 있게 해주는 시빅 리포팅 도구'로 평가받으며 실시간 공공 참여를 지원하고 투명성을 높이며 일상적인 지역사회 참여를 강화하는 공로로 인정받았다.

    무엇보다 이 플랫폼의 코드는 오픈소스로 공개되어 있어, 다른 나라의 단체나 개인이 자국 상황에 맞게 변형해 사용할 수 있다. 크로아티아의 NGO Gong(Građani organizirano nadgledaju glasanje)'Popravi.to(고쳐라)'라는 이름으로 자국판 서비스를 만든 것처럼, 현재 픽스마이스트리트 플랫폼은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운영되고 있다. 2018년 한 해에만 마이소사이어티의 영국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이 900만 명을 넘었다.

     

    라이트투뎀(WriteToThem)과 왓두데이노(WhatDoTheyKnow) - 권력에게 말 걸기

    픽스마이스트리트가 지역 환경 문제를 다룬다면, 라이트투뎀과 왓두데이노는 시민과 권력 사이의 소통 방식 자체를 바꾼다.

    라이트투뎀은 시민이 자신의 우편번호를 입력하면 해당 지역구의 하원의원, 상원의원, 지방의회 의원 등을 자동으로 찾아주고, 그 자리에서 바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수신자의 이메일 주소를 찾을 필요도 없고, 어떤 의원이 자신의 지역을 담당하는지 미리 알 필요도 없다. 라이트투뎀은 영국 전역의 시민들이 우편번호를 입력해 자신의 선출직 대표자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하는 서비스로, 많은 구성원과 많은 대표자 사이의 소통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독보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라이트투뎀 이용자의 절반 이상은 선출직 대표에게 처음 연락해본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에 참여 경험이 없던 사람들이 이 플랫폼을 통해 처음으로 민주주의에 참여했다는 의미다. 단순히 기존 참여자를 돕는 것을 넘어, 참여의 문턱 자체를 낮춘 것이다.

    왓두데이노는 영국의 정보공개법(Freedom of Information Act)에 따라 시민이 공공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청구 양식이나 법적 지식 없이도, 원하는 기관을 선택하고 원하는 내용을 입력해 제출하면 된다. 모든 청구 내용과 기관의 답변은 공개적으로 기록되어 누구나 열람할 수 있고, 같은 내용의 청구가 중복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방지된다. 왓두데이노를 통해 이루어지는 정보공개 청구는 영국 중앙정부에 제출되는 전체 청구의 15~20%를 차지하며, 45,000개 이상의 공공기관이 등록되어 있고 80만 건 이상의 청구가 이 서비스를 통해 이루어졌다.

    2023~24년에는 약 12만 건의 정보공개 청구가 왓두데이노를 통해 제출되었으며, 이는 전년 대비 3% 증가한 수치다. 또한, 라이트투뎀 서비스의 한 활용 사례로, 기후 및 생물다양성 입법을 위한 초당적 지지를 끌어내려는 'Zero Hour' 캠페인이 라이트투뎀 도구를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통합해 지지자들이 각자의 지역 대표자에게 직접 연락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두 플랫폼이 공유하는 공통점은 '출발점은 시민'이라는 원칙이다. 정부가 원하는 방식으로 민원을 접수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방식으로 소통을 시작할 수 있다.

     

    한국 현황과 비교 : 정부 주도와 시민 주도의 차이

    한국에도 유사한 시도가 없지는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국민신문고와 청와대 국민청원이다.

    국민신문고는 행정 민원을 온라인으로 접수하는 정부 운영 시스템으로, 전국 어느 기관에나 민원을 넣을 수 있는 단일 창구로 기능한다. 편의성 측면에서는 큰 진전이었지만, 실제 운영에서는 한계도 드러난다. 답변까지 몇 주에서 수개월이 걸리는 경우가 많고, 관료적 검토 과정을 거쳐 나온 답변은 형식적 내용에 그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된 제도로, 30일 안에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에 대해 정부 관계자가 직접 답변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시민의 관심을 정치적 의제로 전환하는 힘을 보여주기도 했으나, 연구자들이 지적한 문제점도 있었다. 법적 근거 결여로 인한 폐쇄적 운영, 권력집중 및 권력남용의 통로로 악용, 일부 세력의 다중 투표 등을 통한 여론 왜곡 가능성, 부실한 답변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결국 20225월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사실상 폐지되었다.

    마이소사이어티의 플랫폼들과 한국의 이러한 시도들 사이에는 구조적인 차이가 있다. 한국의 경우 대부분 '정부가 문을 열면 시민이 들어가는' 방식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폐지된 것이 대표적이다. 플랫폼의 존속 자체가 권력의 결정에 달려 있다. 반면 마이소사이어티의 플랫폼들은 민간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며, 코드를 오픈소스로 공개해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서비스가 지속되고 다른 곳에서 복제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픽스마이스트리트는 시민이 문제를 제기하면 자동으로 해당 기관이 통보되는 구조라, 시민이 '어디에 말해야 하는지'를 알 필요가 없다. 반면 국민신문고는 어느 기관에 민원을 넣어야 하는지 시민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차이도 있다.

    물론 제도적 맥락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시민이 출발점인 설계''지속 가능한 독립적 운영'이라는 두 가지 원칙에서 한국의 공익 디지털 생태계가 배울 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에 주는 시사점

    마이소사이어티의 사례는 공익활동 단체와 활동가들에게도 여러 질문을 던진다.

    첫째, 기술은 낮은 곳에서 시작해야 한다. 마이소사이어티의 성공은 복잡한 기술이 아니라 '누구나 쓸 수 있는 단순함'에서 비롯됐다. 우편번호 하나, 지도 위의 핀 하나로 시작하는 설계는 IT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들도 참여할 수 있게 한다. 경기도의 31개 시·군에서 다양한 공익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 활동들이 시민들에게 어떻게 닿고 있는지, 참여의 첫 문은 얼마나 낮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둘째, 공공 데이터와 오픈소스의 힘을 활용해야 한다. 마이소사이어티는 플랫폼 코드를 공개해 크로아티아, 그리스 등 여러 나라가 자국 버전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경기도의 공익활동 데이터와 자원도 공개적으로 공유될 때 더 큰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아카이브 에디터들이 기록하는 공익활동 콘텐츠가 단순히 홈페이지에 게시되는 것을 넘어 더 넓은 공익 생태계와 연결되는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지속 가능성은 독립성에서 나온다. 마이소사이어티는 보조금과 상업적 서비스를 결합해 재정적 독립성을 유지한다.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한국의 공익활동 지원 구조에서도 이런 지속 가능성의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된다. 단기 프로젝트 방식의 지원을 넘어 공익활동의 생태계 자체를 키우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넷째, 참여의 기록이 곧 민주주의의 기반이다. 왓두데이노가 80만 건 이상의 정보공개 청구를 공개 기록으로 남겨온 것처럼, 시민의 참여와 목소리가 기록되고 축적될 때 그것은 개인의 행위를 넘어 사회적 자원이 된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아카이브 에디터 활동이 추구하는 바도 같은 맥락에 있다. 기록은 단순한 홍보가 아니라, 공익활동이 사회 속에 뿌리를 내리는 방식이다.


    마무리 - 기술보다 중요한 것

    마이소사이어티가 20년 넘게 영향력을 유지해온 비결은 기술이 아니다. 물론 플랫폼은 잘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 바탕에는 "시민은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고, 그 믿음이 설계에 반영되었다.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시민, 의원에게 편지를 보내는 시민, 동네 도로를 사진으로 찍어 신고하는 시민 이 모든 행위가 작은 것처럼 보이지만, 마이소사이어티는 그 작은 행위들이 모이면 세상이 달라진다는 것을 데이터로 증명해왔다.

    경기도에서 공익활동을 이어가는 단체와 활동가들도 마찬가지다. 한 편의 기사가, 한 번의 취재가, 한 장의 사진이 혼자서는 세상을 바꾸지 못하더라도, 쌓이고 연결될 때 그것은 공익활동 생태계의 토양이 된다. 마이소사이어티의 사례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살아있는 증거 중 하나다.

     


     

    참고 자료

    - mySociety 공식 홈페이지 - About : https://www.mysociety.org/about/

    mySociety 공식 홈페이지 - History : https://www.mysociety.org/about/history/

    - mySociety Year in Review 2022 : https://2022.mysociety.org/

    mySociety - New report: WriteToThem Insights (2025.12.11.) : https://www.mysociety.org/2025/12/11/new-report-writetothem-insights/

    - mySociety - Statement from mySociety regarding misuse of FixMyStreet data (2024.02.06.) : https://www.mysociety.org/2024/02/06/statement-from-mysociety-regarding-misuse-of-fixmystreet-data/

    SocietyWorks - FixMyStreet celebrated in Newspeak House Political Technology Awards : https://www.societyworks.org/category/fixmystreet-com/

    Civic Tech Guide - mySociety : https://directory.civictech.guide/listing/mysociety

    Escher, T. (2011). WriteToThem.com Analysis of users and usage for UK Citizens Online Democracy. Oxford Internet Institute. https://www.mysociety.org/files/2011/06/WriteToThem_research_report-2011-Tobias-Escher.pdf
    - 이성우 외 (2021). 새로운 국민소통 플랫폼으로서 청와대 국민청원 ? 현황과 법제도적 개선방안을 중심으로. 법과정책.

     

     

    시민이 정부를 움직인다 : 영국 마이소사이어티 사례로 본 공익활동 플랫폼의 가능성
    디어

    조회수 732

    2026-04-01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 동네 주권, 우리가 찾는다 : 지방 정치개혁과 자치분권 운동본부 출범 

    수원경실련 노건형 사무총장

     

    안녕하세요, 경기도 공익활동가와 도민 여러분 어느덧 만물이 소생하는 4월입니다. 우리 동네 곳곳에도 봄꽃이 피어나듯, 우리가 사는 지역의 민주주의에도 새로운 변화의 싹이 트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지난 319, 전국 20여 개 지역 경실련이 힘을 합쳐 '지방 정치개혁과 자치분권 운동본부'를 공식 출범했습니다. 이들이 왜 모였는지, 그리고 앞으로 경기도와 우리 동네를 위해 어떤 활동을 펼칠지 핵심만 콕콕 집어 소개해 드립니다.

     

    1. 30년 된 지방자치, 왜 아직도 '중앙' 눈치만 보나요?

    1995년 민선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벌써 30년입니다. 강산이 세 번 변할 시간이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지방정치의 현실은 여전히 '중앙정치의 하부조직'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대 양당이 공천권을 독점하면서, 지역의 일꾼들이 주민이 아닌 중앙당과 국회의원의 눈치를 보는 구조가 고착되었기 때문입니다. 주민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린 지방정치, 이제는 진짜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 주민의 품으로 되찾아올 때입니다.

     

    2. "지방 정치, 이대로는 안 됩니다

    > 지난 319일 진행된 '지방 정치개혁과 자치분권 운동본부' 출범식 현장. 활동가들이 주민을 배제한 행정통합 반대와 지방의회 독립을 외치며 힘차게 구호를 외치고 있습니다.

     

    3. 운동본부가 약속하는 '3대 분야 9대 개혁 과제'

    운동본부는 이번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리 동네 정치를 바꿀 세 가지 큰 약속을 준비했습니다.

     

    정치 기득권 타파: "진짜 일꾼을 뽑게 해주세요"

    * 중대선거구제 실질화 : 한 선거구에서 2명만 뽑아 양당이 나눠 먹는 구조를 깨고, 3~5명을 뽑아 다양한 전문가와 소수 정당이 의회에 진입하게 합니다.

    * 무투표 당선 방지 : 후보가 혼자 나와도 그냥 당선되는 건 NO! 유권자가 찬반을 선택하는 '승인투표제'를 도입해 심판권을 복원합니다.

    * 지역정당(로컬파티) 허용 : 우리 동네 문제에만 진심인 '진짜 동네 정당'이 활동할 수 있게 법적 장벽을 허뭅니다.

     

    주민 직접 참여 강화: "우리가 직접 결정합니다"

    * 주민참여 3법 장벽 철폐 : 주민소환, 주민투표 등의 문턱을 낮춰 정치인들이 주민을 무서워하게 만들겠습니다.

    * 주민참여예산제 실질화 : 소소한 민원 해결을 넘어, 주민이 직접 우리 동네 핵심 예산을 짜고 집행할 권한을 가집니다.

     

    자치권 및 재정 분권 확립: "지방의회의 독립성을 지킵니다"

    * 지방의회 독립 보장 : 지자체장을 감시해야 할 의회가 인사권과 예산권을 지자체장에게 구걸하지 않도록, 의회의 독립성을 완전히 확보하겠습니다.

     

    4. 이런 공약은 '절대 사절'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들

    운동본부는 지역을 망치는 '나쁜 의제'들에 대해서도 단호히 맞설 예정입니다.

    * 밀실 행정통합(메가시티) : 주민 동의 없는 단체장들만의 '메가시티' 추진은 멈춰야 합니다.

    * 선심성 특구 유치 : 재원 대책 없는 이름만 거창한 '특례'는 결국 지역의 재정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 묻지마 신도시 개발 : 구도심을 슬럼화시키고 토건 카르텔의 배만 불리는 개발보다 구도심 재생이 우선입니다.

    * 수도권 규제 완화 묵인 : 지역의 대표라면 지방 소멸을 부추기는 중앙의 정책에 침묵해서는 안 됩니다.

     

    5.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나요?

    운동본부는 말로만 외치지 않습니다. 이미 행동을 시작했습니다.

    가. 철저한 모니터링: 최근 전국 17개 광역의회 의원들의 출석률 실태 조사를 발표해 '일 안 하는 의원'들을 가려냈습니다.

    나. 공천 개혁 질의: 각 정당에 질의서를 보내 기득권을 내려놓을 의지가 있는지 묻고, 그 답변을 도민 여러분께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입니다.

    다. 부적격자 명단 발표: 재산, 전과, 이해충돌 등 후보자의 됨됨이를 꼼꼼히 검증해 '이런 후보는 안 된다'는 명단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라. 경기도민 여러분, 함께해 주세요

     

    이번 지방선거는 단순히 누군가를 심판하는 장이 아닙니다. 우리 동네를 위해 누가 가장 열심히 땀 흘릴지 결정하는 자리입니다.

    정당만 보고 뽑는 '묻지마 투표' 대신, 후보자가 공천권자의 심부름꾼인지 아니면 진짜 우리 동네 일꾼인지 꼼꼼하게 살피는 여러분의 '매의 눈'이 필요합니다. 경기도 공익활동가와 도민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이 우리 동네를 바꿉니다

     


     

    [문의 및 참여]

    * 전국경실련 지방 정치개혁과 자치분권 운동본부 031-253-2266

     

     

    우리 동네 주권, 우리가 찾는다 : 지방 정치개혁과 자치분권 운동본부 출범
    수원경실련 노건형 사무총장

    조회수 534

    2026-03-31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겨울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어느덧 3월이 되었죠. 따뜻해지면 보통 다가오는 봄에 대해 이야기하곤 하니, 이번에는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여러분의 겨울은 어땠나요? 차가운 얼음과 눈, 건조한 공기, 잎을 떨군 앙상한 나무가 먼저 떠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소설가 알베르 카뮈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한겨울의 가운데, 나는 마침내 내 안에 꺼지지 않는 여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겨울은 춥고 차가운 계절이지만 누군가는 혹독한 겨울을 견디면서 자신의 마음 안에 있는 뜨거운 열정을 깨닫기도 합니다. 지나간 겨울을 추억하는 봄에, 겨울 동안 공익활동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깨닫고 한자리에 모인 청년들이 있습니다.

    열정적인 청플(청년 플로우) 3기의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 청플 3기 위촉식 및 1차 정기 회의가 열린 안양시공익활동지원센터 ⓒ에디터 옐로 구피

     

    2026319, 안양시공익활동지원센터 대회의실에서 청년 활동가 네트워크 청플(청년 플로우)’ 3기 발대식과 1차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날 자리는 청년 활동가 15명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서로를 소개하고, 앞으로 어떤 흐름을 함께 만들어갈지 이야기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청플 3기를 환영하는 유명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장의 환영사가 있었습니다.

     / 청플 3기 활동가들을 위한 환영사를 하고 있는 유명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장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청플 관련 이야기를 하면 다들 청년들이 모여서 뭘 하냐고 물어봐요.
    그러면 저는 그냥 네트워크를 한다고 답합니다.
    당연히 궁금하니까 구체적으로 무엇을 이야기하는 거냐고 물어보겠죠?
    하지만 저는 그것 외에는 자세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세히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우리의 사업이 협소해지게 될 수 있거든요."
     
    "청플 1기와 2기에서는 사람들이 만나는 자리를 만드는 기회였다면,
    3기에 중점을 둔 부분은 청년 여러분들이 활동하고 있는 분야와 활동에 대한 의제 연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면접을 진행하면서 느낀 부분이지만, 지금 이 자리에 모여 계시는 분들이 정말 다양한 배경을 지니고 계십니다.
    공익활동, 네트워크를 처음 경험하시는 분들도 있고 이미 다양한 경험을 하신 분들도 있고,
    청년 활동의 목표를 찾지 못하신 분들도 있죠.
    그래서 이런 부분을 오히려 잘 살려서 지역 활동들을 더 풍성하게 할 수 있도록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의제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연결을 이루어낼 수 있을지 이런 고민들을 풍성하게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나니 청플 3기가 단순히 모이는 모임은 아니라는 점이 더욱 또렷하게 다가왔습니다. 누군가와 친해지고 연결되는 일도 물론 중요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각자의 활동과 고민, 의제를 서로 이어보는 것. 어쩌면 청플 3기의 핵심은 바로 그 지점에 있는 듯했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그 다름을 어떻게 연결의 언어로 바꿔낼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처럼 느껴졌습니다.

    연결을 통해 더 나은 청플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여정의 출발선에 서 있는 청년들을 환영하는 말 뒤에는 청플 3기의 활동 방향을 공유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것이 핵심이었는데요, 사회의 변화와 공익활동의 미래를 남이 짜 놓은 틀 안에서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의 청년들이 직접 질문을 던지고 길을 내보겠다는 청플의 기획 의도가 느껴졌습니다.

    이어 간단하게 각자 자기 소개 시간을 먼저 가졌습니다. “우리가 직접 흐름을 좀 만들어 가겠다”, “흘러가는 대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런 사회의 흐름을 질문하고 청년 활동가들이 직접 새로운 물줄기도 만들어 보겠다라는 힘 있는 말들이 이어졌습니다. 그 말들을 들으며 회의실 안의 어색한 공기가 조금씩 풀려 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누구나 긴장하기 마련이지만, 각자 비슷한 열기를 품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순간 사람들 사이의 거리도 조금씩 가까워지기 마련이니까요. 기록을 위해 자리에 함께하고 있던 저 역시 그 열정에 자연스럽게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단지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는 감각보다, 어떤 새로운 시작의 현장에 함께 서 있다는 기분이 더 컸습니다.

     / 청플 3기 활동 내용을 공유하고 있는 모습 ⓒ에디터 옐로 구피

     

    청플 3기가 그리는 활동 방향을 뒷받침할 구체적 비전도 공유했습니다. 참여 기반의 네트워크, 지역과 의제의 확장, 청년 활동가 간 연결을 통한 교류와 협업 관계 형성 이 세 가지 비전이 청년들의 목표이자 과제가 될 예정입니다. 짧게 적으면 간단해 보이는 말들이지만, 사실 그 안에는 꽤 많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참여 기반의 네트워크란 소수의 사람이 이끌고 나머지가 따라가는 구조가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조금씩 의견을 내고 방향을 함께 만드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지역과 의제의 확장은 저마다 다른 현장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이 자신의 울타리에만 머무르지 않고, 서로의 관심사와 실천을 넘나드는 경험을 의미할 테고요. 마지막으로 교류와 협업 관계 형성은 서로 아는 사이가 되는 것을 넘어, 실제로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 보자는 제안처럼 들렸습니다. 짧은 말 속에 담겨 있는 막중한 과제와 책임을, 청플 3기 활동가들은 함께라는 힘으로 이겨내겠죠?

    이어 연간 활동 계획도 구체적으로 안내되었습니다. 청플은 월 1회 정기 회의를 통해 서로의 활동과 지역의 활동, 생각하고 있는 의제를 나눌 예정입니다. 하지만 공익활동에 있어 논의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필요하다면 각자가 가진 네트워크를 다른 청플 위원들에게 소개해 주기 위해 방문을 하기도 하고, 함께 경험할 수 있는 활동을 해보면서 청플만의 다채로운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랍니다. 이 밖에도 공동 프로젝트가 계획되어 있었고, 올해는 기록물도 함께 만들어 볼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이 대목이 특히 반가웠습니다. 보통 활동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나 결과물에만 시선이 쏠릴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청플 3기에서는 결과물을 위해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기록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남는 것이 완성된 성과만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웃고 부딪치며 만들어 간 과정 그 자체라면, 그것만으로도 이 네트워크는 오래 기억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앞으로 쌓여갈 청플 3기의 순간들이 벌써부터 궁금해졌습니다.

    / 위촉장 수여 기념사진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이후에는 대망의 위촉장 수여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이름이 불릴 때마다 한 사람씩 앞으로 나와 위촉장을 받아 들었습니다. 그 짧은 순간에 담긴 마음은 제각각이었을 겁니다. 누군가는 기대와 설렘으로, 또 누군가는 책임감과 약간의 긴장감으로 위촉장을 받았을 테지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두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청플 활동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품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어떤 활동이 펼쳐질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이제 정말 시작이구나하는 감각이 회의실 안에 선명하게 퍼지고 있었습니다.

    이후 청플 3기의 첫 번째 정기 회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청플의 활동가로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같은 구성원들을 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이날 청플 활동가들은 이름과 소속만 공유하는 대신, 자신을 설명하는 세 가지 키워드와 지금의 고민, 청플에서 해보고 싶은 이야기를 함께 나눴습니다. 한 활동가는 자신을 낯가림, 고민, 활동가라고 소개하며 내가 지금 이 활동을 해서 어떤 걸 할 수 있을지, 어떤 걸 바꿀 수 있을지, 여기에 미래가 있는지 사실 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시점이라고 자신의 현재 고민을 공유하기도 했고, 다른 활동가는 회의할 때는 점잖고 무거운 분위기보다는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청플 논의의 분위기를 제안하기도 했답니다.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청플에 참여한 청년들이 얼마나 다채로운 배경 속에서 활동하고 있는지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유명화 센터장님이 환영사에서 전했던 기대처럼 다채로운 배경을 바탕으로 새로운 청년 공익활동 네트워크를 넓혀 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슬로건을 정하기 위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에디터 옐로 구피

     

    정기회의의 다음 안건은 청플의 슬로건을 정하는 일이었는데요. 조별로 먼저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다시 합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조별로 이야기를 나누었고, 결과물은 제각각 달랐지만, 막상 모아놓고 보니 존중’, ‘실천’, ‘지속되는 연결이라는 키워드가 자연스럽게 겹쳤습니다. 옆에서 청플의 활동을 지켜보며 인상적이었던 의견은 청년들이 모여서 기특한 활동을 한다가 아니라 동료 시민으로서 우리와 함께 무언가를 한다라는 이미지로 인식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과, “청년은 그냥 미래의 무언가로 그려지지만, 청년의 현재도 강조되었으면 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 슬로건을 정하기 위한 투표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에디터 옐로 구피

     

    이런 의견에 힘입어 청년을 곧 무엇이 될 사람으로만 보지 않고, 이미 지금 여기서 활동하고 있는 현재의 동료 활동가로 자리 잡아 나가기 위한 슬로건을 결정했는데요. 여러 쟁쟁한 슬로건 후보 중 최다 표를 받은 이번 청플 3기의 슬로건은 바로! “이어진 연대, 즐기는 문화, 흔드는 공익이었습니다.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가는 활동을 표방하지만, 누군가 시켜서 하거나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마음으로 활동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익활동의 변화를 이루어 나갈 청플 3기의 목표 의식이 명료하게 드러나는 슬로건이 완성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함께 만들었으니 슬로건이 더욱 의미 있는 것이겠죠?

    /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며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공동 프로젝트 선정을 위한 안건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정답을 찾는 회의라기보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게 무엇일지 고민하고 의견을 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모든 것을 한 번에 완벽하게 하기보다는 먼저 친해지고, 서로의 입장과 배경에 대해 알아가면서 목표를 정해나가려는 이들의 진정성에 몹시 감탄하게 되었답니다. 누군가 몇 명만 이끌어 가는 구조가 아니라 다 같이 조금씩 맡아 활동을 이끄는 운영 방식도 공유됐습니다. 각자 그달의 이끔이를 자율적으로 정하고 이끔이가 역할 분담을 맡아 진행하는 방식으로 활동이 진행된답니다. 1차 회의 진행, 다음 달 회의 진행, 공동 프로젝트, 기록물 역할을 하나씩 나누는 과정도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습니다. 큰 직함보다 함께 책임을 나누는 청플의 모습에 앞으로의 활동이 더욱 기대되었습니다.

    청플 3기 발대식과 1차 회의는 거창한 선언으로 가득한 자리는 아니었습니다. 대신 처음 만난 사람들이 조금씩 말을 붙이고, 고민을 꺼내고, 웃고, 맞장구를 치고, 앞으로 무엇을 함께할 수 있을지 상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좋았습니다. 청년 활동가 간의 교류와 연결, 자율적인 정기회의 운영, 서로의 활동을 더 깊이 알아가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청플 3기의 취지가 그날만큼은 딱딱한 문장보다 실제 장면으로 더 잘 보였기 때문입니다. 아마 청플 3기의 시작은 위촉장을 받던 순간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동료 시민으로서”, “현재를 좀 강조해졌으면”, “자유분방한 분위기”, “어떻게 끝까지 끌고 갈 것인가같은 말들이 회의실 안을 오가던 바로 그 순간들, 그때부터 이미 청플 3기의 흐름은 시작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청플3기 단체사진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이어진 연대, 즐기는 문화, 흔드는 공익 - 청년 활동가 네트워크 ‘청플(청년 플로우)’ 3기 출범
    옐로 구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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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30
  • 2025년 6월 3일, 제21대 대통령이 선출됐습니다. 4월 4일 탄핵이 선고된 이후 약
    2개월의 짧고도 긴 국정 공백기의 마침표가 찍혔는데요. 무엇보다 45년 만의 비
    상계엄이라는 정치적 긴장과 혼란 속 이루어진 선거라는 점에서 국민과 정치권의
    이목이 쏠렸습니다. 동시에 법사위 청문회,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대선 후보별 유
    세 발언 등의 중대 국면에 이례적인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기도 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이번 대통령 선거는 최종 투표율 79.4%를 기록
    하며 15대 대선 이후 28년 만에 최고 투표율을 기록하였습니다.1) 이에 대한민국
    정치사의 중요한 분기점에서 뜨겁고도 무거웠던 민심이 표현된 선거 현장을 돌아
    보며 오늘날 민주주의에 대하여 고찰해 보았습니다.

    1) 조윤하,「28년 만에 최고 투표율..."보수·진보, 다른 이유로 결집"」,SBS뉴스,2025.06.04.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8126707
    에디터 활동명 초스코스 이 름 정호연

    해시태그

    #민주주의 #선거 #21대대통령
    선거 #국민주권 #민주공화국 #
    국민이주인이다 #투표 #유권자
    시민의힘 #정치와우리삶 #선거
    기록 #정치아카이브

    제 출 일 2025년 7월 2일

    제 목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첨부파일명 (없을 경우 생략)

    경기도 양주시 옥정 2동의 5월 30일 사전 투표소와 6월 3일 본 투표소를 방문하
    였습니다. 먼저 에디터도 투표에 참여한 후 13명의 시민과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
    다. 20~70대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여 정치에 대한 인식, 민주주의의 의미, 선
    거의 상징성 등에 대해 여쭤보았는데요. 특히 민주주의를 학습한 세대부터 민주주
    의를 쟁취한 세대까지의 폭 넓고 균형 잡힌 시민의 정치 참여에 대한 시각을 담
    고자 하였습니다. 이후 2·30, 4·50, 6·70대로 연령층을 묶은 후 선별한 인터뷰 내
    용을 담아보았습니다. ※ 다음의 인터뷰는 녹음을 기반으로 가명을 사용해 정리하였고, 발언의 취지는
    유지한 채 표현 방식만 다듬거나 편집자 판단에 따라 주요 발언을 인용해 재구성
    했습니다.

    1. 『20대 여성 시민』
    - 이공익(25세) -

    1. 이전 선거와 달리 이번 선거를 치르고 느낀 소감은 어떠셨나요?
    유권자들이 후보 공약의 중요성을 덜 느낀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로 제 또래들이
    생각보다 후보 공약에 집중하지 않고 인터넷 여론에 치중을 많이 하는 것이 아쉬
    웠습니다. 또한 혐오를 드러내는 행동들이 보일 때마다 안타까웠습니다.

    2. 매번 선거에 임할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시나요?
    “민주시민으로서 투표는 필수다.” 투표는 국민의 권리이기에 행사해야 한다고 생
    각합니다. 특히 여성이 참정권을 가지게 된 지 얼마 안 됐기에 여성분들이 투표에
    활발히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도 합니다. 내 소중한 한 표가 어떻게 될지 몰라도
    무조건 참여한다는 마음을 가집니다.

    3. 사전투표 첫날의 투표율이 19.5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였습니다. 그만큼
    국민이 간절히 원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어
    떤 세상을 꿈꾸며 투표에 참여하셨나요?
    “내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 우리의 친구, 가족, 미래를 위해 투표했습
    니다. 제가 말한 좋은 세상이란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자유롭게 의사 표현하며 여
    자나 아이들이 안전하게 사는 세상입니다. 특히 여성이나 아이들에 대한 관심을

    많이 두는 세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4.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광장에 시민들이 모였습니다. 이를 보면서 느낀 우
    리나라의 민주주의에 대해서 평가해 주실 수 있나요?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 집회에 참석한 경험이 있습니다. 광장에 모인 각각의 시민
    들에게 어려운 결정일 수도 있는데 국민으로서 당연하게 나서야 한다는 태도가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국민이 없으면 나라도 없는 거니까요!

    5. 20대 시민의 관점에서 민주주의와 투표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20대는 투표를 처음 하거나 몇 번 경험한 세대입니다. 또한 아직 우리나라에서
    오래 살아야 하기에 중요한 세대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 세대들이 좀 더 정치에
    관심을 가지길 바랍니다. 나아가 청년들이 목소리를 많이 내고 혐오 없이 모두가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6. 민주시민이 되기 위해서 사람들에게 필요한 태도나 행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
    시나요?
    이분법적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혐오를 접고 서로를 이해하
    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7.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하는 시민단체나 공공기관들도 어떤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민의를 모아서 전달하는 일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단체나 기관
    을 통해서 개인의 의견을 용기 내서 말할 수 있는 경우가 필요하거든요. 또한 관
    련 시민 운동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줬으면 합니다. 사실 어떻게 시
    작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따라서 시민단체가 젊은 세대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인터넷으로 홍보를 많이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8. 우리 사회가 국민의 목소리를 잘 반영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나랑 다른 의견이라도 경청하고 수용하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정부, 지
    자체, 시민사회가 국민의 정치 참여도를 올릴 수 있게 가깝게 다가오길 바랍니다. 특히 학교에서 청소년이나 대학생에게 정부와 지역사회의 좋은 활동을 소개하거
    나 체험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지역센터에서는 주민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노력

    을 하길 바랍니다. 2. 『40대 여성 시민』
    - 최미연(42세) -

    1. 이전 선거와 달리 이번 선거를 치르고 느낀 소감은 어떠셨나요?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였기에, 무언가를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
    다.

    2. 매번 선거에 임할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시나요?
    자식들과 미래를 위한 마음으로 늘 투표에 임했습니다.

    3. 사전투표 첫날의 투표율이 19.5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였습니다. 그만큼
    국민이 간절히 원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어
    떤 세상을 꿈꾸며 투표에 참여하셨나요?
    우리 사회가 가짜뉴스도 많고 색깔론으로 너무 나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사라지고 정치적 갈등이 해소됐으면 좋겠습니다.

    4.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광장에 시민들이 모였습니다. 이를 보면서 느낀 우
    리나라의 민주주의에 대해서 평가해 주실 수 있나요?
    놀랄 정도로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사람에 대한 자긍심이 솟기도 하였
    습니다.

    5. 40대 시민의 관점에서 민주주의와 투표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전반적으로 국민을 안 속이고 언행일치가 되는 후보들이 당선되는 것에서 제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투표는 국민이 최대로 행사할 수 있는 권리라고 생각
    합니다.

    6. 민주시민이 되기 위해서 사람들에게 필요한 태도나 행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
    시나요?
    지역감정을 버리고 젊은 세대들을 생각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7.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하는 시민단체나 공공기관들도 어떤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국민을 대변하는 역할이 중요합니다. 관련 설문조사도 자주 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매체가 되길 바랍니다.

    8. 우리 사회가 국민의 목소리를 잘 반영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소통’이 중요합니다. 매일매일 소통한다는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생
    각합니다.

    3. 『60대 남성 시민』
    - 강민수(60세) -

    1. 이전 선거와 달리 이번 선거를 치르고 느낀 소감은 어떠셨나요?
    지금의 정치적 혼란을 투표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2. 매번 선거에 임할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시나요?
    이전에는 잘하는 사람이 당선됐으면 좋겠고, 혹여 아니더라도 맞춰가야 한다는 입
    장이었습니다. 반면 지금은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에 대한 유권자의 판단이 더욱
    중요한 시기라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3. 사전투표 첫날의 투표율이 19.5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였습니다. 그만큼
    국민이 간절히 원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어
    떤 세상을 꿈꾸며 투표에 참여하셨나요?
    부모 세대보다는 우리 후 세대들이 살만한 세상을 꿈꾸며 투표하였습니다. 저는
    87항쟁의 주역이었습니다. 과거의 민주화운동을 통해 사회가 진보한 것에 자부심
    을 느끼는 한편, 12월 3일 이후 우리 사회가 마주한 현실을 깊이 성찰하며 투표
    에 참여하였습니다.

    4.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광장에 시민들이 모였습니다. 이를 보면서 느낀 우
    리나라의 민주주의에 대해서 평가해 주실 수 있나요?
    100점 이상입니다. 뒤에 서서 지켜보는 것이 아닌 누구나 나서서 민의를 전달하
    는 참여민주주의를 직접 하고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또한 이를 표현하는 것이
    비폭력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며 선진화된 민주주의 의식의 가치가 실현되는

    현장이 인상 깊었습니다.

    5. 60대 시민의 관점에서 민주주의와 투표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상관관계로 따진다면 꼭 1은 아니지만 1에 수렴해 가는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사
    실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표현 방식은 한계도 존재할 수 있기에 가장 필요한 것이
    투표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이런 수단이 작동이 잘 안될 때 광장에 나가서 목소
    리를 낼 수도 있죠.

    6. 민주시민이 되기 위해서 사람들에게 필요한 태도나 행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
    시나요?
    뜻이 다른 상대의 의견도 들어주는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약속입니다. 약속을
    어긴다는 것은 정치적 혼란을 만듭니다. 시민과 정치세력 등 모든 사회 구성원이
    나라의 시스템을 움직이는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7.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하는 시민단체나 공공기관들도 어떤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들의 취지에 따라 만든 무언가를 적극 수행해야 합니다. 만들어진 목적에 충실
    해 활동하면 마치 생물처럼 사회가 이를 원할 시 자연스레 융성시키고 원하지 않
    으면 저절로 쇠퇴하게 할 것입니다.

    8. 우리 사회가 국민의 목소리를 잘 반영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시민의 목소리를 폭넓게 대변하는 세력이 더 존재하길 바랍니다. 예로 과거 공직
    사회가 국민들의 1-10까지의 기본적인 요구를 해결했다면 현시대는 매우 복잡해
    1.5, 3.75 등의 다양하고 세부적인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
    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이러한 사각지대를 소외하지 않고 대변하는 조직을 마련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투표하는 시민의 모습
    (이미지 출처 | Pixabay © geralt)

    이번 선거는 단순히 대통령을 선출한다는 절차를 넘어서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체감하고 참여하는지 여실히 보여준 시간이었습니다. 투표에
    숨겨진 현장의 목소리는 정치가 특권층의 전유물이 아닌 우리 일상의 선택과 행
    동에서 비롯됨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나아가 선거를 준비하며 각계각층의 시민
    들은 스스로 다양한 사회적 의제와 정치적 담론을 형성하는 데 참여하며 온오프
    라인에서 활발히 토의하고 연대하였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를 집단적인 퍼포먼스와 상징으로 만들어 하나의 문화적 현
    상으로 승화했다는 것입니다. 바로 약 7개월간 펼쳐진 빛의 물결로 불린 ‘응원봉
    집회’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미래를 책임질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등장한 독창
    적이고 자발적인 집회 형태는 단순히 즐기는 K-POP 문화가 아닌 비폭력·비 대립, 세대 통합, 시민 주체성 등의 가치를 전달하였습니다. 궁극적으로 정치적 위기 상
    황을 꺼지지 않는 LED와 풍자하는 피켓으로 극복하며 지속적인 주권 의지와 해
    학적인 면모를 선보였기에 큰 신선함을 주었습니다.

    ▶ 시민 참여의 여러 모습을 담아낸 일러스트로, AI 기반 도구를 활용해 제작되
    었습니다. 기존 시민 주도 활동도 능동적으로 이어졌습니다. 전형적인 소셜 미디어 캠페인, 거리의 발언, 지역 커뮤니티의 활동 등이 이어졌고 우리 사회는 노동, 환경, 예술
    등 시민사회의 다양한 요구들이 교류되고 발전하는 공론의 장으로 변모하였습니
    다. 점차 이를 뛰어넘어 국민 청원과 고발장 제출, 헌법재판소 공개 변론의 국민
    참여, 국회의원과 시민단체 토론회 등 실제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습들이
    나타나기도 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신·구의 융복합적인 정치·문화적 현상
    은 일종의 ‘생활민주주의’의 형태로 오늘날 민주주의를 탄생시켰습니다.

    투표함은 닫혔지만 민주주의는 계속됩니다. 제도적 혼란과 불확실성 속에서도 스
    스로 민주 질서를 판단하고 느끼며 한 표를 행사하는 시민들을 목도하였습니다. 특히 개개인의 적극적 참여와 집단적 표현 문화는 향후 일종의 ‘감각의 민주주의’ 라는 새로운 정치 지형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몸소 실천하며 체득
    했던 민주적 경험은 선거 결과를 넘어 온몸의 감각으로 남아 후대에 전해지고 민
    주주의를 진화시키는 불씨가 돼 다가오는 시대에 깊은 여운을 남길 것입니다.

    “민심은 물과 같아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방향을 잃은 배를 가라앉히기도 한다.”
    다양한 시민들과 소통했던 2일간의 기록은 직접 대의민주주의를 체감했다는 점에
    서 의미가 깊었습니다. 무엇보다 극단적인 정치 갈등 속 허무주의를 느끼기보다
    작아 보이지만 막강한 힘을 가진 투표용지에 주권을 행사하는 시민들을 보며 민
    심의 무서움과 민주주의가 생생히 살아있어 작동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1952년 국민 손으로 대통령을 선출하기 시작하였지만 이
    후 민주주의의 정착 과정은 멀고도 험했는데요. 그만큼 역사는 2024년 12월 3일
    과 대통령 선거가 던진 헌정질서의 존재와 민주주의의 방향에 대해 오랫동안 질
    문을 던지지 않을까요?

    ▶에디터의 투표 인증샷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초스코스

    조회수 64

    2025-07-02
  • ● 제21대 대통령선거 개요와 특징
    2025년 6월 3일,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선거가 전국적으로 실시되었습니다. 이
    번 선거는 정권 재창출 여부와 주요 정책 방향의 향방을 가늠하는 중요한 정치적
    분기점이었습니다. 2022년 대선 이후 3년 만에 치러진 이번 선거는 국내외 정치· 경제적 불안 요소 속에서 치러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특히 청년 실업, 부
    동산 문제, 기후위기 대응, 인공지능 및 신기술 정책 등 미래지향적 아젠다가 선
    거 쟁점으로 부각되었습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정상화된 형태의 전국
    단위 선거였다는 점에서, 유권자의 투표 참여 양상과 선거운동 방식에서도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이번 대선은 역대 두 번째 수준의 사전투표율인 34.74%을 기록했으며, 다양한
    연령층에서 높은 참여율을 보였습니다. 특히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고, 정당과 후보들은 각종 공약과 메시지 전략을 총동원해 유권자의 표심을
    공략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노인·청년·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장과 정
    치 참여 확대 방안에 대한 논의도 주요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그중 발달장애인의
    투표권 문제는 단지 소수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선거제도의 포용성과 공정성
    을 점검할 수 있는 기준으로 작용하였습니다. 제21대 대선은 결과 그 자체뿐만
    아니라,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제도적 한계와 인권의식 수준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https://www.m-i.kr/news/articleView.html?idxno=1244868)

    ● 법원의 임시조치 결정: 투표 보조 허용의 전환점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25년 5월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50부(재판
    장 김상훈)는 발달장애인 A씨와 B씨가 제기한 임시조치 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단지 두 명의 장애 유권자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
    국 전체 선거 시스템에서 발달장애인의 투표권이 어떻게 보호받고 있는지를 근본
    적으로 성찰하게 만든 판결로 평가됩니다. 신청인들은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
    서 실제로 투표소에서 투표보조를 요청했지만, 선거사무원으로부터 거절당한 경험

    이 있었습니다. 이에 이들은 국가를 상대로 투표권 침해 및 차별에 대한 구제를
    요구하는 본안 소송과 함께, 다가오는 2025년 대선에 적용될 임시조치도 함께 신
    청한 것입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현행 공직선거법상 보조 허용 대상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은 발달장애인의 경우라도, 그들의 인지적 특성과 실질적인 투표 수행 능력에
    따라 적절한 보조가 필수적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재판부는 “발달장애인의 경
    우 스스로 기표를 하기 어렵거나 투표 절차를 이해하는 데 상당한 제한이 있을
    수 있으며, 이를 방치하면 선거권의 실질적 박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
    다. 이어 “비장애인과 동등한 조건에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조를 제공하
    는 것은 단순한 편의 제공이 아닌 헌법상 권리 보장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판시
    하였습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재판부가 이 사건을 ‘간접차별’의 시각에서 접근했다는 점입
    니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상 보조 허용 범위를 시각·신체장애로 한정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보조가 필요한 발달장애인을 제외하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
    지하는 간접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판단은 기존의 법률 해석
    이 갖는 형식적 평등주의의 한계를 넘어, 실질적 평등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선거
    권 해석을 확장한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또한 이 결정은 본안 판결이 나기 전까지 치러질 모든 공직선거와 국민투표에서
    적용되는 ‘임시조치’이므로, 단순한 일회성 허용이 아니라 향후 반복될 수 있는 선
    거 절차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조치입니다. 이는 국가가 장애인의 참정권을 보
    장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 장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국제 인권법의 흐름과도 궤
    를 같이합니다. 실제로 UN 장애인권리협약 제29조는 각국 정부가 모든 장애인이
    자율적으로 투표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 특히 투표 방식, 절차, 보조를 마련해
    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판결은 행정 편의나 법률 해석의 틀 안에서 제외되어 왔던 발달장애인의
    선거권 보장을, 헌법상 기본권의 시각에서 재구성한 판결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향후 공직선거법 개정 논의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장애인의 정치 참여
    확대에 기초적인 법적 기반을 제공한 사례로 기록될 것입니다. 나아가 이 임시조
    치는 선거관리위원회를 비롯한 모든 공공기관이 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함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 공직선거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충돌

    현행 「공직선거법」 제157조 제6항은 투표 보조의 대상 범위를 “시각 또는 신체
    장애로 인해 스스로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투표권 보장을 위해 일정한 범위의 장애인에게 한해 가족 또는 지명한 두 명을
    동반하여 기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육체적 제약으로 인해 실제
    로 투표용지를 작성하는 데 물리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한 제도로, 그 취지
    자체는 타당합니다. 그러나 이 조항의 문제점은 발달장애와 같은 인지적·정신적 장애 유형을 고려하
    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은 감각기관이나 근육의 운동 능력에는 이상
    이 없을 수 있으나, 정보 이해와 처리, 의사소통, 복잡한 절차 수행 등에 어려움
    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그들은 신체적 기표는 가능할지라도 투표 방식, 후
    보자에 대한 정보 해석, 절차 진행 등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공직선거법은 발달장애를 명시하지 않고 있어, 법 적용
    에서 이들이 배제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반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약칭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
    애인의 권리를 보다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법 제20조는 국가와 지방
    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 선거 등 공적 절차에서 장애인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편의 제공을 의무로 정하고 있으며, 특히 장애 유형에 따라 맞춤형 ‘합리
    적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발달장애인이 투표 과정을 온
    전히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보조는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필수적 조치
    로 간주됩니다. 이처럼 공직선거법은 제한적으로 해석되고 있는 반면,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보다
    넓은 해석을 통해 실질적 평등을 지향하고 있어 양자 간 충돌이 발생하고 있습니
    다. 구체적으로, 선거 현장에서는 이러한 법적 충돌로 인해 선거사무원의 재량이
    확대되며, 보조 허용 여부가 지역과 개인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습
    니다. 같은 장애를 지닌 유권자라도 어떤 투표소에 가느냐에 따라, 혹은 어떤 담
    당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헌법상 보장된 참정권과 평등권의 침해로 연결될 수 있으며, 법률
    체계 내의 모순이 국민의 기본권 실현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
    다. 따라서 단순한 현장 대응의 문제가 아니라, 공직선거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
    간의 적용 기준을 정비하고 양자 간 정합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공직
    선거법상 투표 보조 대상에 인지·정신적 장애 유형을 명시적으로 포함시켜, 법률
    적으로도 발달장애인의 참정권이 실질적으로 보호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투표소마다 다른 기준: 인권의 자의적 운용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진행된 2025년 5월 29일, 발달장애 유권자들의
    투표소 이용 과정에서 현저한 혼선과 불일치가 발생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투표
    보조 허용 여부가 전국적으로 통일되지 않은 채 각 투표소의 해석과 판단에 맡겨
    졌기 때문입니다. 이는 단순한 행정 혼선이 아니라, 장애인의 참정권이라는 헌법
    적 기본권이 현장에서 자의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인권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사례를 보면, 서울 종로구 사직동과 마포구 공덕동 주민센터에서는 발달장애 유
    권자의 보호자가 보조인으로 기표소에 함께 입장하려 하자 이를 거부하였습니다. 현장 선거사무원들은 “비밀 투표 원칙상, 보호자가 동행하여 투표하는 것은 허용
    되지 않는다”며 입장을 제지했습니다. 이들은 공직선거법상 보조 허용 기준을 엄
    격히 해석하여, 시각 또는 신체 장애가 아닌 발달장애의 경우에는 투표 보조를 인
    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같은 날 서울 청운효자동과 북아현동 주민센터에서는 전혀 다른 접근이 이
    루어졌습니다. 이들 투표소에서는 선거사무원이 유권자에게 “혼자서 기표할 수 있
    느냐”고 직접 물었고, 유권자가 어렵다고 답하자 현장에서 본인 지명에 따라 보조
    인 두 명을 지정하여 기표소 입장을 허용했습니다. 이 같은 대응은 법원의 임시조
    치 결정을 반영하고 장애인차별금지법상 ‘합리적 편의 제공’ 원칙에 부합하는 행
    위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동일한 법률과 동일한 선거 절차 하에서 유사한 장애 유형을 지닌 유권
    자에 대해, 투표소마다 전혀 다른 판단이 내려졌다는 점은 국가의 권리 보장 시스
    템이 얼마나 불안정하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법의 해석과 적용이 일관
    되지 않으면, 국민의 권리는 사실상 운에 의해 결정되는 셈이며, 이는 헌법상 보
    장된 평등권과 법치주의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합니다. 또한 현장 선거사무원의 권한이 모호하고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각 투표소에 제공한 매뉴얼 내용이 지역별로 다르게 해석
    되었고, 구체적 판단이 사무원의 재량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
    다. 일부 주민센터는 “중앙선관위 매뉴얼에 따르면, 손을 사용할 수 없을 정도의
    장애가 없는 한 동행이 어렵다”고 했고, 다른 주민센터는 “발달장애도 등급에 따
    라 보조가 가능하다”고 안내했습니다. 이런 편차는 표준화된 지침 부재와 행정 혼

    선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결국 이러한 구조는 장애 유권자가 어느 지역에 거주하느냐, 어느 투표소를 이용
    하느냐에 따라 헌법상 참정권이 침해될 수도 있다는 현실을 뜻합니다. 이는 평등
    권 침해이자 행정의 자의적 권한 행사로 인한 구조적 차별입니다. 장애인 참정권
    보장의 핵심은 보편성과 일관성에 있으며, 동일한 법적 기준이 전국 모든 유권자
    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매뉴얼
    재정비와 함께, 명확한 법률 개정이 필수적입니다. 법률은 실효성 있는 권리 보장
    의 수단이어야 합니다. (https://m.health.chosun.com/svc/news_view.html?contid=2025053001930)

    ● 자기결정권 vs 대리투표 우려: 선관위의 입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발달장애인의 투표 보조 허용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고수
    하고 있습니다. 그 주된 이유는 발달장애가 시각·신체장애와는 달리 장애의 범위
    와 표현 방식이 매우 다양하여, 일률적으로 투표 보조를 허용할 경우 당사자의 진
    정한 의사에 반하는 대리투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선관위는
    ‘비밀 투표’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타인이 기표소에 동행할 경우 당사자의 의
    사를 온전히 반영한 투표인지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려를 제기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입장은 ‘보호주의’에 기반한 전통적 장애관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
    을 받고 있습니다. 보호주의적 시각은 장애인을 무능력한 존재로 간주하고, 권리
    보장보다는 제한과 통제를 우선시합니다. 이러한 접근은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
    을 과소평가하고, 장애인의 정치적 주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 이어질 수 있
    습니다. 실제로 많은 발달장애인은 일정한 조건 하에서 충분한 설명과 보조가 주
    어질 경우,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와 정책에 대해 의사를 표현할 수 있으며, 이는
    다양한 연구와 현장 사례를 통해 입증된 바 있습니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UN CRPD) 제29조는 모든 장애인이 정치 및 공적 삶에 참
    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며, 국가가 이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실질적 조치
    를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투표의 비밀성과 더불어, 장애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자유 또한 핵심 가치로 삼고 있
    습니다. 즉, 보조 없이 투표할 자유와 함께, 보조를 요청할 자유 또한 평등하게
    보장되어야 합니다. ● 결론: 참정권은 선택적 권리가 아니다

    발달장애인의 투표권 보장 문제는 소수자의 권리에 국한된 논점이 아니라, 민주
    주의 사회가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정의와 평등의 문제입니다. 선거란 단지 표
    를 던지는 행위가 아니라, 국민이 국가 운영에 참여하는 가장 본질적인 방식이며, 이 권리는 누구에게도 차별 없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발달장애인이 기표소
    에서 보조인을 둘 수 있는 권리, 자신의 방식으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자유는 민주주의의 필수 조건 중 하나입니다. 지금의 제도는 발달장애인의 참여를 제한하거나 그 권리의 행사 여부를 ‘현장의
    재량’에 맡기는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의 선거제도가 진정한 보편성과 평등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모
    든 시민이 동등하게 투표할 수 있을 때, 모든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모두를 위한 민주주의’를 말할 수 있습니다. 참정권은 선택적
    권리가 아닙니다. 그것은 모든 시민에게 보장되어야 할, 양도할 수 없는 기본권입
    니다.

    같은 장애, 다른 대우... 발달장애인 투표는 복불복?
    주야

    조회수 51

    2025-06-05
  • 지난 4월 21일 안산에는 아주 특별한 생일잔치가 있었다. 풀뿌리 여성단체이
    자 전국에 하나뿐인 ‘함께크는여성울림’의 창립 10주년을 축하하는 좌담회였
    다. 안산 고잔동의 울림 교육장이 “세상을 향한 큰 울림 함께 걸어온 10년
    이야기” 꽃으로 가득했다. 김혜정(우공) 전 대표와 조창아(짱아) 신임 대표의
    육성으로 여성단체 ‘울림’을 들어보자

    자기소개부터 부탁한다. 우공: 10년간 울림 활동가이자 2년의 전임 대표 자리를 벗어나서 회원으로
    살기 시작한 지 2개월째인 우공이라고 한다. 아직 정리해야 할 일이 남아 있
    어서 완전히 활동가의 탈을 벗지 못했지만 어쨌든 마음은 자유로운 개인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짱아: 나는 지난 2년간 울림의 이사였다가 올해 대표이사까지 맡게 돼 막중
    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내가 대표를 맡기 전후로 내란 불법 계엄 사태가
    일어났기 때문에 덕분에 활동가로 갑자기 성장한 대표라고 소개하겠다. 울림이 뭐지? ‘함께크는여성울림’을 소개해 달라. 우공: 안산에만 있지만 회원이 다른 지역과 해외에도 있는 전국구 여성단체
    다. 일상의 차별과 성 역할에 갇혀 살던 여성들이 모여 떠들고 설치고 자유롭
    게 말하는 안전한 공간이자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지역의 작은 배움
    터다. 이름 그대로 나만 잘 나가는 게 아니라 함께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곳
    이고 더 큰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다. 짱아: 온오프라인으로 모이는 13개의 회원 소모임이 활발하다. 성평등 가치를
    담은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운영, 지역사회의 인권 관련 현안, 세월호 참사 등
    안산의 민주시민 단체와 연대 활동한다. 12.3 계엄의 밤 이후 123일 동안 ‘비상행동’과 함께 윤석열 파면을 끌어냈다. 올해 4월 울림 10주년 기념 자료
    집을 펴내고 좌담회를 비롯한 기념 사업을 진행했다.

    - 2 -

    10년 전 ‘함께크는여성울림’의 창립 과정이 궁금하다. 우공: 여성단체 활동 경험이 있는 세 사람이 주축이 되어 만들었다. 2014년
    부터 사회적 기업 등 여성 공동체 설립을 위한 공부를 했다. 지인들과 발기인
    을 모으고 돈을 모아 2015년 2월에 안산에서 74명으로 창립총회를 하고 4월
    에 법인설립을 완료했다. 돈이 없어서 페인트칠 벽지 등 실내장식을 회원들이
    손으로 다 했다. 목재로 된 글자 하나까지 발로 뛰어 찾아서 ‘함께크는여성울
    림’ 현판을 달았다. 당시 안산에 여성노동자회와 YWCA 두 여성단체가 있었다. 차별점이 뭔가?
    우공: 여성노동자회는 일하는 여성들이 중심에 있고 YWCA는 기독교적 이념
    에 기초해 평화운동, 청년운동을 함께하는 좀 더 포괄적인 여성공익 운동단체
    다. 각각 엄청난 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생활 중심형 여성단체”를 만
    들고자 했다. 여성취업률이 꾸준히 늘어나고는 있지만 단시간 시간제 노동과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는 전업주부도 많은 것이 현실이었다. 지역을 기반으로
    사적 공간에 있는 여성들이 사회에 목소리를 내고 공적 활동과 연결되는 통
    로가 필요했다. 한마디로 울림은 일상에 밀착된 여성운동 단체다. 지금은 회원이 얼마나 되나? 많이 들고났을 거 같다. 우공: 현재 200명쯤 된다. 한 해 보통 30명씩은 들어왔지만 나가는 사람도
    많아 생각보다 증가 속도가 느렸다. 그리고 초창기에 “도와주세요”, 읍소해서
    100명 채워준 이들이 시간이 가면서 떠나갔다. 사돈의 팔촌 회원들 빼면 한
    50명으로 시작해 10주년에 200명까지 왔다. 상당수 회원들이 기존 회원의 소
    개로 오니, 울림은 회원들이 함께 키운 단체가 맞다. 두 분 삶에 울림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또는 울림의 장점을 자랑해 달라. 짱아: 가장 든든하고 신뢰하는 여성들의 집합체다. 울림을 빼면 나를 설명할
    수 없을 거 같다. 울림 활동 7년을 통해 인간에 대한 신뢰가 커졌다. ‘성평등
    한 민주사회 실현을 위해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생활 중심형 여성운동’이라는
    모토 그대로였다. “울림이 뭐 하는 곳인 줄도 모르고 좋은 사람 따라왔다가
    배우게 되고 실천으로 연결됐다.” 이런 고백 많이 들었다. 나도 그랬다.

    - 3 -

    13개 회원 소모임을 자랑하고 싶다. 페미니즘모임, 4.16세월호참사기억모임, 걷기인증모임, 산행모임, 글쓰기및합평모임, 영어모임, 그림모임, 우쿨렐레모
    임, 환경모임 등 여성의 관심사만큼이다 다양하다. 홈페이지제작모임, 코딩모
    임 등 IT관련 관심도 늘고 있다. 정치 성향 상관없이 관심 분야로 모여 놀며
    배우며 활동한다. 소모임에서 어울려 회의나 여성대회 등 큰 행사에 참여하기
    도 하고 연대 집회로도 연결된다. 나도 처음 울림에 발을 들인 건 활동가들의
    인성이 좋아 보여서였다. 글쓰기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다가 ‘별을 품은 사람
    들’에서 세월호 기억확동을 하며 내적 외적으로 성장을 경험했다. 우공: 개성 넘치고 재능 있고 멋진 여성들이 울림의 자랑이다. 울림은 여성들
    이 서로 연결되는 만남의 장이자 사랑방이다. 사람이 연결되면 거기에 재미난
    이야기와 다양한 정보가 오가고 활동을 만들어내고 참여와 연대도 이루어진
    다. 아쉬움은 내가 이슈 파이팅 활동에 많이 참여하지 못한 점이다. 연대체들
    과 좀 더 적극적으로 했으면 울림도 나도 더 확장될 수 있었을 텐데, 조금
    아쉽다. 이제 새 대표가 잘해줄 거라 믿는다. 각자 여성운동에 몸을 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우공: 나는 좀 늦게 발을 들인 편이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의
    세 딸 중 둘째로 남자가 없는 집에서 자라 그런지 여자라고 차별받은 경험은
    많지 않았다. 대학에서 학생운동에 몸담았지만, 당시 여성운동에는 별 매력을
    못 느껴 안타깝게도 페미니즘 세계를 모르고 20대를 지나쳤다. 그런데 결혼
    한 지 일주일도 안 돼 가부장의 세계에 들어왔다는 걸 바로 느끼게 되면서
    성차별에 대한 감각이 살아났다. 아이 낳고 바로 일을 시작했는데 재미가 없
    고 무의미해 “이렇게는 못 살겠다” 싶더라. 직업상담사 자격을 따고 1년간 봉사했다. 경력 중단 여성들을 위해 뭔가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과 현실의 괴리가 컸고, 여성들과 상담하다 보니 직
    장 내 성희롱과 가정폭력 얘기를 많이 듣게 되더라. 야, 여성에게는 취업보다
    폭력 문제가 더 심각하구나, 깨닫고 관련 공부를 하게 됐다. 30대 후반 본격
    적으로 여성운동 판에 들어간 게 안양여성의전화였다. 젠더폭력에 대응하는
    상담도 중요하지만, 성차별 세상을 바꾸는데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고
    싶어 사무국 일을 주로 했다. 그때 처음으로 안산에도 이런 단체가 있으면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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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겠다 생각했고 결국 뜻 맞는 활동가들과 울림을 만들 수 있었다. 짱아: 2018년에 김혜정 사무국장을 만나게 되면서 울림에 가입했지만 별 활
    동은 없었다. 순천에서 대학원 생활을 마치고 안산으로 돌아오면서 글쓰기 소
    모임을 만들어서 울림 활동가들과 더 가까워졌다. 울림 3년 차에 이혼했다. 나 혼자 사는 집에 울림 사람들이 수시로 찾아와 차 마시고 밥 먹고 술도 마
    시며 외로움을 덜어 주었다. 그러다 소모임 ‘별을 품은 사람들’에 들어가면서
    이전에 피하던 세월호 참사에 대해 마주하게 됐다. 그때까진 내 슬픔이 가장
    컸는데 생각의 전환이 오더라. 외로워서 슬프고 남편이 떠나서 슬프고, 그런
    슬픔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지더라. 그러니까 내 슬픔에 매몰됐을 땐 해결
    되지 않더니 다른 아픔에 동참하니까 내 슬픔이 작아지고 연대가 주는 위로
    가 아주 크게 다가왔다. 도망치지 않고 슬픔의 한가운데에 서는 법을 배운 거
    같다. 그러다 울림 이사 제안도 수락했고 대표이사 제의도 수락하지 않았나, 지금 생각하니 그렇다. 계엄 사태 한 달쯤 지났을 때 대표이사 투표가 있었다. 시국이 내가 빨리 대
    답하게 했다. 우리 사회 어떡하지, 울림 어떡하지, 모두 내 문제로 다가왔다. 새로 시작한 생업을 하며 대표이사를 맡고 매주 광화문 집회에도 나갔다. 그
    때 절박하게 느꼈다. 정치와 내 삶이 따로 있지 않구나. 내 삶을 뒤흔드는 게
    정치구나, 내란 시기에 날마다 그런 각성을 했다. 내가 실천을 조금이라도 하
    지 않으면 정말 우리나라 전체 이 선박이 좌초되는 건데, 내가 지금까지 사회
    가 어떻게 돌아가든 내가 할 게 없다 생각하고 내버려뒀구나, 부끄러웠다. 개
    인적인 상황 국가적인 상황 울림의 상황이 다 하나로 연결됐다. 울림의 신임 대표로서 취임 2개월의 소회가 궁금하다. 짱아: 2월 6일에 취임했지만, 작년 12월에 이미 대표이사 투표가 있었고 내
    마음의 결정은 아마 우리 아버지 돌아가신 다음에 한 것 같다. 돌봄으로부터
    자유로워서 가능했다. 그때 활동가들이 10주년 기념 자료집을 준비하고 쓰고
    있었다. 그 작업을 도우면서 이 힘든 일을 왜 하느냐고 조심스레 문제를 제기
    했다. 울림 10년 역사를 네 명의 활동가가 책으로 엮기엔 역부족이라 생각했
    다. 그만큼 부담이 컸다. 그러나 자료집 초고를 읽다 보니 지난 10년의 사람
    들과 역사를 다시 보게 됐다. 그 수고 덕에 내가 안정적으로 5대 대표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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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받을 수 있었다. 책임을 맡고 보니 전에 안 보이던 게 많이 보여서 정말 정신없이 바쁘게 보
    냈다. 일단 대외적으로는 연대 활동에 대표가 나가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활
    동가 풀이 크지 않아서 지속적으로 나갈 사람이 적은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항상 시의적절하게 매듭할 거 매듭짓고 자료 정리 잘해준 활동가들이 새삼
    고맙더라. 며칠 전 꿈을 꿀 정도였다. 내가 앞으로 2년간 일을 하고도 흩어놓
    고 쓸려가게 만들지 않을지 걱정돼서였다. 생업과 울림 활동을 병행하며 일상
    을 살아내려니 마음 관리도 잘하려 하고 있다. 파면 전전주에 한 회원이 처음으로 집회 참여를 한 후 들려준 소감이 생각난
    다. 원래 “저는 광장 그런 데는 안 나가요.”라던 분인데 내가 지나는 말로 같
    이 가자 그랬다. 울림은 누구도 강요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분이 탄핵 광
    장에 다녀온 후엔 “민주주의를 바라는 이들이 그렇게 많다는 것, 함께한 시민
    들의 모습에 감동했다. 역사의 현장에 있게 해 줘서 감사하다”라고 고백했다. 이게 함께하는 재미다. 창립 맴버로서 전임 대표직을 마치는 소감은 어떤가?
    우공: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성평등 수준이 높다고 할 수 없다. 울림도
    마찬가지다. 갈 길이 멀고 할 일이 많다. 그래서 책임을 내려놓는 게 마냥 편
    하지만은 않다. 그러나 나는 믿음이 있었다. 내가 물러나도 계속 함께 하는
    활동가들이 있고 임원을 비롯해 적극적인 회원들이 있다. 또 새 대표가 엄청
    적극적으로 해 나갈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언젠가 넘어야 하고 이제는 넘어
    가는 걸 시도해 봐도 좋겠다 생각했는데 적기였다. 내 선택이 옳았고 울림도
    잘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창립 위원들이 돌아가며 대표를 해 왔는데 이제 다음 세대로 대표 이
    전이 되고 임원진들이 바뀌고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10년을 탈
    없이 잘 왔다. “울림이 있어 좋다”라고 말하는 사람들 보면 보람을 느낀다. 10주년 앞두고 몇 차례 비전 워크숍을 하며 우리 단체의 미래를 걱정하는 임
    원들이 많아진 걸 보았다. 이사진 중심으로 역할 배분도 되고 공동 운영 마인
    드도 생겼다. 조창아 대표가 사람을 포용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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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마음을 모아주고 있는 게 느껴진다. 성공적으로 잘 가고 있는 것 같
    다. 향후 10년 울림의 비전과 과제가 있다면?
    짱아: 탄핵 광장에 나온 2030 여성들에게서 감동과 자극을 많이 받았다. 그
    분들과 연대하는 페미니스트 단체 울림으로 계속 성장하고 싶다. 근데 내가
    어떤 목표를 가지고 한다고 가다 보면 사람들을 놓칠 수 있더라. 오히려 사람
    들과 하루하루 함께 걷다 보면 길이 만들어진다고 본다. 지금까지 그랬듯 함
    께 이야기 나누고 함께 공부하고 글 쓰고 하는 그 자체가 울림의 존재 이유
    가 되지 않을까. 앞으로의 도전과 과제는 교육과 홍보, 재정 확충, 세대 간
    연대 등이 있다. 운영진과 회원들의 페미니스트 역량 강화도 과제겠다. 현재
    로선 울림 자체가 내 꿈이다. 울림이 있다는 자체가 내 기쁨이다.

    생활 밀착형 여성단체 ‘함께크는여성울림’ 이야기
    꿀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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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5-07
  • 도종환 시인은 시 ‘화인’에서 4월을 이렇게 말한다. “이제 4월은 내게 옛날의
    4월이 아니다.” 이제 바다도 지난날의 바다가 아니란다. 2014년 4월 16일 그
    날 때문이다. 그게 어디 시인 한 사람만의 고백일까. 11년 전 4월 그날 이후
    삶이 바뀌었노라, 고백하는 한 사람을 소개한다. 4.16 합창단원이자 세월호
    시민 활동가 파주 시민 김서원(도로시) 님과의 일문일답이다. 

    자기소개와 근황 인사 부탁한다
    파주에 있는 여성 위기 청소년 쉼터에서 밥하는 일을 한다. 24시간 생활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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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데 활동가 선생님들과 아이들에게 울타리가 되도록 맛있는 밥을 해 주는
    게 내 일이다. 청소년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게 내 즐거움이다. 예산에 맞게
    좋은 재료 공급 시스템을 만들었다. 매주 월요일 퇴근 후 안산으로 4.16 합
    창단 연습하러 가고, 다양한 공연 활동도 한다. 윤석열 파면 결정 나오는 순간 제일 먼저 4.16가족들이 떠올랐다. 4.16 합창
    단에서 노래한 건 3년이지만 세월호 가족들 곁에 있는 건 11년째다. 세월호
    참사로 나는 정치가 개인의 삶에 얼마나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됐
    다. 정치에 무관심한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투표하는 게 전부가 아니라
    고, 유언으로 남기고 싶을 정도다. 사람들이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자기 인생을 나누는 경우를 종종 본다. 내
    삶도 그렇다. 그날이 나를 깨웠다. 내가 선택하고 책임지며, 다른 삶을 살게
    해줬다. 남태령에 트랙터 몰고 온 농민들 얘기 중에 그곳에 세월호 아이들이
    와 있는 거란 말이 있었다. 맞다. 나도 합창단에서 노래할 때 항상 아이들이
    함께 있음을 느낀다. 20140416 참사 당일의 기억은?
    애들 키우고 닥치는 대로 일하고 아파트 평수랑 좋은 대학 보낼 생각하고 살
    았다. ‘애들은 왜 나를 따라주지 않나, 남편은 왜 이렇게 무식할까, 나는 왜
    이렇게 고생할까’라며 늘 화가 차 있었다. 노는 날도 놀 줄 모르고 신나는 생
    각은 죽어도 못 하는 일 중독자였다. 그런데 수학여행 간 아이들이 돌아오지
    못했다고? 갑자기 내 삶이 다 부질없어 보였다. 당일 제일 먼저 찾은 게 우리 애들이었다. 애들이 어디 있지? 아들하고 연락
    이 돼서, 배고프지, 라며 짜장면을 사줬다. 짜장면을 먹이는데 더 할 말이 없
    었다. 우리 애들은 교복 입고 이러고 다니는데 그 애들은 못 돌아왔잖아. 더
    얘기할 수가 없고 마음이 안 잡혔다.


    4.16 활동으로 연결되는 계기가 있었나?
    갈피를 못 잡다가 지역에서 진실 규명을 위해 서명받는 사람들이 있길래 참
    여하고 그 곁에 있게 됐다. 2015년 들어서 별이 된 아이들의 생일 모임을 한
    다는 말이 들렸다. ‘아, 그럼 내가 음식을 할 수 있겠다’ 싶어 김경환 목사님
    과 네댓이 안산으로 갔다. 가 보니 안산의 ‘치유 공간 이웃’이었다. 우리는 각각 작은 개다리소반에 밥
    상을 받았다. 정말 정성스럽게 차려진, 울컥 뜨거운 눈물이 나는 밥상이었다. 가족들에게 차려지는 밥상이라는 생각에 나는 계속 울면서 밥을 먹었다. 이영
    하 선생님이 그러더라. “이곳은 야전병원”이라고. 투쟁하고 다치고 지치면 잠
    깐 쉬어 가는 곳이라고. 그게 4.16 활동과의 연결이었다. 봉사자 엄마들이 《금요일엔 돌아오렴》(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창비, 2015) 책을 소리 내어 읽는 모임을 만들었다길래 함께 했다. 혼자서는 엄두
    를 못 내던 책을 같이 낭독하며 실컷 울었다. 점차 노란 리본을 만든다든가
    동네에서 세월호 특별법 서명대에도 섰다. 치유공간 이웃(이웃): 2014년 9월~2021년 2월까지 안산에 있었던 치유 공간. 정신과 의사 정혜신·심
    리기획자 이명수 부부가 제안하고 시민단체 활동가 이영하 전 대표(50)가 실무를 맡았다. 수많은 활
    동가와 봉사자들이 4.16 가족들이 안심하고 울고, 편하게 밥 먹고 쉴 수 있게 함께 했다. 별이 된 아
    이들의 생일 모임으로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책 《밥은 먹었어요?》(이영하, 걷는사람, 2022)와 영화
    <생일>(2019, 이종언 감독)에 이웃 이야기가 더 있다. 별이 된 아이들의 생일 모임과 밥 이야기
    첫 생일 상차림을 위해 연 계좌에 80만 원이 모였다. 양을 대중 못해 장 보
    고 나니 딱 만원 남더라. 이 정도로 돈이 든다면 내 카드 긁을 각오까지 했
    다. 그렇게 준비된 영만이 생일 모임에 단원고 아이들과 사람들이 엄청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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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인분이란 음식이 100명 먹고도 남아, 화수분이라며 싸 주었다. -다음 모임은 다음팀이 단톡방을 열어 준비했다. 별이 된 아이 이야기를 공유
    하고 좋아하는 메뉴로 준비했다. 나는 그런 팀을 조직하고 식재료를 연결하고
    음식도 만들었다. 수많은 봉사자들이 ‘함께하는 이웃’ 밴드에 모여들었다. 저
    명한 여성들인 ‘십자매회’를 비롯해 신부님, 선교사님 그리고 시민들의 후원
    과 봉사로, 매달 40만 원 정도로 생일 모임을 할 수 있었다. 2015년 겨울에는 가족들을 위해 김장을 했다. 고양파주 생협과 유기농 식당
    네트워크에서 재료를 댔다. 괴산 농부님들이 연결됐다. 몇백 포기 배추가 트
    럭으로 오고, 성당에서 기도하던 할머니들이 나와서 배추를 절이고 소금, 고
    춧가루, 깨 등을 아낌없이 가져오고, 뒷정리를 도왔다. 가족들께 보내고 쌍용
    차나 투쟁하는 분들에게도 보내고, 이웃에서 먹을 수 있었다. 단원고 2학년 6반 고(故) 이영만(1998.2.19.~2014.4,16.) 군은 형제 중 막내로 약하게 태어났지만 건
    강하게 자라 축구를 좋아하고 5km 마라톤에서 상을 받았다. ‘미소천사’로 밝고 순한 성격에 엄마와 학
    교와 친구들을 좋아하고 공부도 잘해 우주학자를 꿈꾸었다. 2023년 ‘이영만 연극상’이 제정됐다. 사진5, 6
    4.16 활동 이전에도 음식하기 좋아했나?
    나는 4녀 1남 중 막내딸인데, 아버지가 내 밑에 남동생이 난 후로 “서원이가
    제일 예쁘다”라는 얘기를 자주 하셔서 그렇게 알고 컸다. 어깨동무 잡지에서
    나는 요리 칼럼을 제일 먼저 읽는 아이였다. 신문도 잡지도 요리 쪽을 1번으
    로 봤다. 중학교 때 레시피를 보고 낯선 피자를 직접 만들어 봤다. 할라피뇨, 피망 등 없는 건 집에 있는 재료로 대체했다. 엄마가 정육점에서 살이 치렁치렁하게 큰 돼지고기 덩이를 사 온 적이 있는
    데 내가 신문에 나온 레시피를 보고 돈까스를 만들었다. 소금 후추만 쓰란 법
    있냐, 간마늘로도 재고, 양파로, 우리 아버지 좋아하시는 청양고추 양념으로
    도 재어 튀겼다. 온 식구가 얼마나 맛있게 먹겠어. 입 짧은 남동생과 아버지
    가 너무 좋아하니, 우리 엄마는 늘 내게 고마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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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들은 나를 “요리 천재”라고 불렀다. 장사하고 늦게 돌아오는 엄마에게 내
    가 만든 음식으로 밥상을 차려 드리면 “서원이 때문에 내가 한숨 돌린다”라
    며 좋아하셨다. 엄마가 아침에 도시락을 10개 싸던 시절, 내가 만든 반찬 덕
    에 엄마 수고가 줄어드는 게 좋았다. 참사 이후의 달라진 삶 이야기
    돈도 안 벌고 안산과 파주를 오가며 생일상 차리는 일을 한 2년 했다. 아이
    디어로 생각하던 음식을 다 만들어 봤다. 그러나 절대 나 혼자 한 게 아니란
    걸 말하고 싶다. 연대의 힘을 배웠다. 같이 메뉴 짜며 마음을 나눈 유가족들
    과 십시일반 힘 보태 함께 한 활동가들이 있었다. 그런 중에 나는 이혼했다. 2015년 봄, 불교팀 주방에서는 고기 요리를 할 수
    없어서 우리 집으로 장을 봐서 모였다. 남편이 폭발해 소리쳤다. “세월호 참
    사 안 났으면 어찌 살았겠냐, 죽은 아이들 생일상 차리느라 가족들 밥은 안
    차려주냐?” 그는 상을 뒤엎고, 빌려온 큰 팬을 내 쪽으로 던졌다. 남편이 일
    베처럼 보였다. 그날 나는 온 가족을 모아 놓고 이혼을 선언했다. 살아온 날들을 부정해야 했고 다른 일은 눈에 들어오지 않던 때였다. 내 마음
    은 그를 용납할 수 없었다. 이혼이 정리되는 몇 달간 남편이 현관문 열고 들
    어오면 내 몸이 아프고 소화가 안 됐다. 딸이 나서서 이혼 서류를 갖다 줄
    정도였다. 그는 안 하겠다고 버텼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18년의 결혼 생
    활, 연애까지 25년의 관계가 그해 말 허무하게 끝났다. 사진7,7-1, 8,
    이혼 후에도 계속 활동가로
    내가 저질렀으니 더 절실하게 활동했다. 2016년 박근혜 탄핵 시국에 민중총
    궐기 촛불집회가 매주 있었다. 생일 모임 후에 벙커 원 교회 친구들과 토요일
    에 청계천으로 갔다. 매주 집회 광장에서 뭘 해볼까 궁리하다 주먹밥을 만들
    어 팔기로 했다. 잘 안 팔리더라. 그래서 그냥 나눠줬더니 사람들이 돈을 던
    지고 가더라. 그 후 뭐든 나눔으로 했다. 소녀상을 지키는 학생들, 청와대 앞
    법외 노조, 비정규직 집회, 블랙리스트 예술인들. 노숙 농성하는 사람들이 많
    았다. 토요일 새벽에 밥을 해서 싸우는 분들에게 가서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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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진 것 까먹으며 살았다. 고기 안 사 먹고 애들 학원 안 보내고 보험 깨고
    적금 해지하고 연금 없어지고 전세가 월세로 줄었다. 불만 많던 아들이 생일
    모임에 참여해 보고 반항을 끝내더라. 세월호 당시 중2였던 딸도 생일 모임
    에 다녀간 후 엄마를 이해하더라. 박근혜 탄핵 후 지역에서 소수당 진보당에 입당했다. 4.16 활동할 때 제일
    묵묵히 함께한 그분들과 파주에서 4.16과 함께 노래하는 일을 시작했다. 음식
    만들던 사람들과 함께 공모사업으로 파주 4.16 합창단을 3년 하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안산 4.16 합창단까지 하게 됐다. 4년 정도 한 ‘동네
    부엌 천천히’에서 청소년 시설로 올해 직장을 옮겼다. 그동안 소진되는 느낌은 없었나?
    성과 위주의 인간이었는데 왜 없겠나. 파주 시민 합창단 3년 차 공연을 지역
    에 있는 5개 팀 연합으로 잘 올린 후였다. 장애인 가족팀이 40여 명이 참여
    해서 한 100명이 했다. 행복하게 끝나고 손뼉 치고 각계 인사들이 인사하고
    있는데, 김서원 때문에 불편한 일이 많다는 소리가 들렸다. 다음 날 페이스북
    에 관련 내용이 올라왔다. 한 번도 생각 못한 일이었다. 내 욕심대로 활동한
    적 없다고 자신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맡은
    일을 많이 정리하고 직장 일과 4.16 합창단만 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여기저
    기 삐끗대는 몸도 돌보며 자신에게 조금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사진9,9-1, 10
    4.16 참사 11주기를 맞는 소회는?
    11년간 할 만큼 활동하고 나니 속에 화가 많이 풀리고 너그러워졌다. 대규모
    음식을 몇 년 하다 보니 나는 음식 전문가가 돼 있었다. 이제 나는 몸도 마
    음도 이전의 내가 아니었다. 성과 위주의 인간이 즐길 줄 아는 사람으로 변했
    다. 밥하는 일과 파주랑 안산 4.16 합창단 활동이 날로 재미있다. 그런 중에 작년에 엑스 남편하고 재결합하고 혼인신고도 했다. “당신은 활동
    자유롭게 하고 내가 이제 당신한테 은혜 갚게 해 줘”라는 그의 말에 내 마음
    이 열린 거다. 밥이나 사나 했더니 그는 점점 밥을 해 주고 싶다더라.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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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하던 삶을 되찾은 셈이다. 가족밖에 모르는 성실한 남자였으니까. 바꿔 말
    하면 나에게도 완벽주의를 요구하고 자식과 남편만 바라보길 원했더랬다. 그
    집착과 강요와 구속이 내겐 화로 쌓였던 거다. 4.16 참사와 함께 깨졌던 관계가 4.16 활동 덕분에 다시 이어진 거다. 남편
    은 노년에 내 수발을 잘 들려고 자기 몸 관리 열심히 했다는 사람이다. 우리
    관계도 이전의 관계가 아니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나이 든 연인이
    되었다. 내가 4.16 합창단 공연하고 늦게 오는 날 그는 세탁기 돌리고, 냉장
    고 채우고, 맥주 두 캔 먹을 안주 준비해 놓고, 나 데리러 나온다. 돌아보면
    이혼은 ‘신의 한 수’였다. 아니면 우리가 서로의 가치를 몰랐을 거다. 이후의 계획이나 꿈은?
    이 일을 오래 하고 싶다. 이젠 장사하는 곳에서 밥을 상품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 그런 소질이 없다. 내 엄마, 아버지에게 밥해줬던 재미, 우리 엄마가 늦
    게 들어왔을 때 내가 밥 퍼서 김치하고 줘도 “세상에, 서원이 덕분에 엄마가
    이렇게 밥을 맛있게 먹는구나.”라며 내 자존감을 키워준 밥이다. 밥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따뜻한 밥을 해 주는 일이 나는 즐겁다. 매일 출근할 때 일하
    러 가는 마음보다는 아이들을 키우러 가는 마음이다. 먹이고, 입히고, 안전하
    게 재우고, 내 밥을 먹고 애들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더불어 4.16 가족
    곁에서 4.16 합창단을 오래 하는 게 꿈이다.

    이제 나는 이전의 내가 아니다
    꿀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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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4-11
  • [기획] 시민주권시대와 시민사회 — 거대한 무관심의 장막과 차가운 통치의 벽을 넘어, 경기도 골목마다 다정한 주권과 연대의 푸른 숲을 일구어내는 감동의 여정

    일상의 소외와 쉴 새 없는 민주주의의 공백 뒤편에서, 굳건한 시민의 손길로 진정한 주권을 세우고 찬란한 연대의 내일을 빚어내는 눈부신 발자취를 마주하다

    저마다의 자리에서 묵묵히 경기도 구석구석의 민주주의를 지켜내며 풀뿌리 자치의 가치를 일구어온 수많은 시민들과 공익활동가들. 국가나 행정 중심의 낡은 틀을 뛰어넘어 “진정한 시민주권의 시대는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라는 뜨거운 질문 앞에 섰다. 방관과 예속의 장막을 깨부수고, 묵묵히 두 손을 모아 서로의 주권을 보듬으며 촘촘한 연대의 그물망을 엮어 온 ‘시민주권시대와 시민사회’ 기획의 눈부신 발자취를 깊이 들여다보다.

    "우리는 과연 ‘민주주의의 완성은 몇 년에 한 번 치러지는 투표뿐이며, 평범한 시민들은 일상에서 주권자가 될 수 없다’며 마음의 문을 닫아걸었던 차가운 방관의 장막을 걷어내고, 경기도 구석구석의 평범한 이웃들과 시민사회 활동가들, 그리고 공익활동가들이 손을 맞잡으며 저마다의 진심으로 평화와 상생의 품을 엮어내는 ‘시민주권을 통해 꽃피우는 풀뿌리 자치의 품’을 어떻게 활짝 열어갈 수 있을까?" 풀뿌리 시민 자치와 상호 존중적 민주주의의 잠재력을 발굴하고, 경기도 전역에 지속 가능한 상생과 도약의 숲을 깊이 일구어가는 감동의 여정을 깊이 조명한다.

    ‘[기획] 시민주권시대와 시민사회’가 품은 3가지 핵심 과제와 비전

    1. 방관과 예속의 장막을 허무는 ‘풀뿌리 주권 실현 및 자발적 참여 생태계 구축’

      • 행정의 시혜나 권력의 지배에 머무르던 낡한 관행에서 벗어나, 경기도민과 공익활동가들이 동네 골목과 공론의 장에서부터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자발적 생태계 다지기.

      • "진정한 시민주권의 완성은 거창한 정치적 선언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골목 작은 모임방에 모여 앉아 이웃들과 손을 잡고 우리 동네의 문제를 스스로 고민하며 해결해 나가는 소박한 실천에서 시작된다"는 철학 실천.

    2. 고립을 넘어 온기를 잇는 ‘시민 참여형 주권 감수성 및 연대 강화’

      • 일상의 무력감과 정치적 소외를 개인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지역 사회와 공익활동 현장이 함께 머리를 맞대어 지혜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공론장 창출.

      • "혼자서 거대한 권력의 벽과 마주하면 막막하고 버겁지만, 경기도 도민들이 손을 잡고 함께 목소리를 높이면 그 어떤 단절도 따스한 품으로 녹아내린다"라는 통찰.

    3. 경기도 31개 시·군 골목마저 평화와 주권의 그물망으로 잇는 ‘상생 시민 네트워크’

      • 시·군의 경계를 뛰어넘어 경기도 내 시민사회 커뮤니티들과 도민들이 유기적으로 손을 잡고, 모든 이의 주권적 권리가 차별 없이 보장되는 상향식 민주주의와 시민 자치 실현.

      • "모든 도민과 이웃들이 소외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로 오래도록 함께 웃을 수 있는 공정하고 평화로운 공생의 무대" 완성.

    현장의 온기로 채워졌던 뜨거웠던 토론과 교감의 시간들

    도내 각지에서 모인 시민사회 활동가들과 진정한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수많은 도민이 한자리에 모여 '시민주권시대'의 의미를 되새기고, 경기도를 진정한 '모든 도민이 주인이 되는 평화와 자치의 고향'으로 만들기 위한 지혜를 모았던 현장은 깊은 공감과 함께 뜨거운 연대의 온기로 가득 채웠다.

    • 참가자들의 진솔한 고백 및 상생 나눔 세션: "내 목소리 하나로 세상이 바뀔 수 있을까 회의감이 들 때가 많았는데, 오늘 이 자리에 모여 이웃들과 손을 잡고 '우리가 바로 경기도의 진짜 주인'이라며 마음을 모으니 비로소 세상을 바꾸는 진짜 따뜻한 온기가 내 손끝에서 흐르고 있음을 깨닫는 벅찬 감동을 느꼈습니다"라며 눈시울을 붉히던 참가자들의 뭉클한 순간들.

    • 경기도형 시민 자치 도시 확산을 위한 유쾌한 브레인스토밍: "동네마다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함께 모여 지역의 정책을 토론하고 일상의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우리동네 주권 사랑방'을 상설화하자", "시민들의 반짝이는 에너지를 모아 더 큰 자치의 망을 만드는 '경기 시민주권 연대 네트워크'를 튼튼하게 꾸리자"며 쉴 새 없이 아이디어를 쏟아내던 반짝이는 눈빛들.

    • 응원과 다짐의 피날레: "비록 우리가 마주한 현실의 벽과 변화의 파고가 때로는 높고 매섭다 할지라도, 경기도 구석구석에서 피어나는 이 지혜롭고 푸른 주권의 물줄기가 모여 모든 도민이 소외되지 않고 오래도록 함께 웃을 수 있는 공정하고 평화로운 내일을 활짝 열어주기를 바란다"며 환한 미소와 박수로 마무리된 연대.

    정직한 땀방울과 다정한 손길로 그려가는 경기도의 찬란한 내일

    세상을 바꾸고 진정한 시민 자치와 공생의 시대를 여는 위대한 힘은 차가운 통계 데이터나 거창한 정부의 행정 계획 보고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늘 아침 경기도의 좁은 회의실과 골목길에서 이웃들이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우리의 정직한 목소리와 다정한 연대로 경기도의 찬란한 주권 역사를 활짝 밝힌다"며 따스한 온기를 건네는 평범한 시민들과 공익활동가들의 정직한 땀방울과 다정한 연대 위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방관과 예속의 장막을 걷어내고 경기도 구석구석에 평화와 주권의 숲을 영원히 일구어가는 공익활동가들과 도민들, 그리고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경기도 곳곳에서 피어나는 이 지혜롭고 푸른 온기들이, 모든 도민이 소외되지 않고 오래도록 함께 웃을 수 있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경기도의 내일을 활짝 열어주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기획]시민주권시대와 시민사회
    시민사회활성화전국네트워크 운영위원장 류홍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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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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