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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산 다문화도서관, 박서연 관장 인터뷰
     
    안산역 지하보도 2번 출구에서 다문화 거리로 향하는 길. 이곳은 분명 한국임에도 한국어보다 외국어가 더 많이 들리는 골목이었다. 그 길 끝에 마주하는 '모두 어린이도서관'. 몇 번 방문한 경험이 있는 도서관이었다. 이제는 간판만 남은 텅 빈 건물이 되었다. 왼쪽으로 접어들면 새로 지은 공영 주차장이 보인다. 주차장 옆 작은 공원에는 계절에 상관없이 사시사철 외국인들이 모여 카드게임을 즐기는 평범한 일상이 펼쳐진다. 외국인 상담 지원센터 옆에 있는 계단을 내려가면, 지하 1층에 안산 다문화 도서관이 조용히 문을 열고 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더위 탓인가 도서관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24개국의 책들이 빼곡히 꽂힌 서가 사이로 스며드는 오후의 햇살처럼, 이곳에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들이 모여들었다. 문 바로 앞 작은 원형 테이블에 아이를 안은 엄마부터 다섯 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영어 공부를 하고 있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 2008년부터 시작된 따뜻한 여정
     
    박서연 관장과의 인터뷰는 도서관 한편에 마련된 작은 책상에서 이루어졌다. "2008년 문을 열고 2015년부터 한양대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첫 마디에서 다문화 작은 도서관의 17년이라는 세월의 무게가 느껴졌다. 박서연 관장은 이곳에서 3년째 관장을 하고 있었다.
     
    “24개국 책들이 있어요. 중국, 러시아 책들이 제일 많고, 또한 그 두 나라 분이 제일 많이 찾아온답니다.” 책은 일 년에 두 번씩 들어오고, 기증받은 책들도 있다. 희망 도서를 추천하면 구매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자기 계발서가 베스트셀러를 차지하는 것과 달리, 이곳에서는 어린이책과 문학 관련 책이 인기다.
     
    "근처에 있던 모두 어린이도서관이 문을 닫으면서 어린이책 비중이 늘어났죠." 그 이야기 속에는 씁쓸함이 묻어났다. 표면적인 이유는 건물 리모델링이었지만, 도서관이 문을 닫은 지 3년이 넘도록 공사는 시작되지 않았다. "도서관 관장으로서 3년이라는 시간이 조금 아쉬운 대목이죠."
     
    인터뷰 도중 곁에서 지켜보던 중국인 어머니가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아이와 저는 모두 어린이도서관에서 한국어를 배웠어요. 아침 문 열 때 가서 사서 분들과 같이 퇴근했죠." 외국에서 온 엄마들은 아이와 함께 동화책을 읽으면서 한국어를 익혔다. 하지만 근처에 있는 원곡 도서관 안에 있는 어린이도서관은 '어린이만 출입 가능'이라는 규정 때문에 엄마들이 들어갈 수 없어 이곳으로 온다고 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 모국어로 찾은 자존감과 안정감
     
    다문화 도서관 이용자들은 여성만 있는 게 아니었다.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에는 중장년 남성 이용자들도 제법 눈에 띈다. 그들은 고단한 노동의 삶 속에서 작은 틈을 내어 책을 읽는다. “밤늦게까지 운영된다면 더 많은 분이 오시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낮에만 운영되고 있어서 노동 현장에 계신 분들이 자주 오시진 못해요.”
     
    나는 궁금했다. 힘든 노동에 지친 그들이 잠을 쪼개가며, 왜 책을 읽는 걸까? 박 관장은 되묻듯 말한다. “만약에 우리가 외국에서 지낸다면 삶이 어떨까요? 뜻 모를 언어 속에서 몸과 마음이 지쳐있을 때, 어딘가에서 한국어를 보거나 들으면 얼마나 반가울까요? 그분들도 마찬가지예요. 한국에서 몸과 마음이 지친 삶 속에서 익숙한 글자, 모국어로 된 책을 보면서 때로는 위안을 얻고, 때로는 자기 자신을 다시 찾는 거죠. 다시 말하면 그분들은 모국어로 된 책을 읽으면서 안정감을 느끼고, 무너진 자존감을 채우는 것 같아요." 그들은 타국 생활에서 겪은 수많은 좌절감을 모국어로 된 책을 읽으면서 달래는 것이다. "글이 때로는 힘이 되는 법이니까요." 박서연 관장은 나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 책 이상의 것을 품은 사랑방
     
    ‘도서관 자랑 좀 해주세요’라는 말에 박서연 관장은 잠시 눈을 깜박이며 생각에 잠겼다. "우리 도서관은 사랑방이에요." 책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 생활에서 어려운 점이 생기면 그들은 이곳으로 온다. 특히 관공서에 갈 일이 생기면 먼저 도서관에서 직원이나 먼저 입국한 동포들을 만나 정보를 얻는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관공서에 가는 일은 저희도 쉽지 않잖아요. 더구나 말도 잘 못한다면 더욱 힘들겠죠."
     
    매일 진행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이곳의 자랑이지만, 공간의 한계는 아쉬운 부분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더 많은 프로그램을 하고 싶은데 한계가 있어요. 이 작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프로그램을 진행하니 많이 앉아도 5명이면 꽉 차요."
     
    나는 개인적으로 10년 전부터 다문화 도서관을 드나들었다. 때로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제가 다녔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공간은 한 뼘도 늘지 않았어요. 대신 책은 많이 늘어 보입니다.” 박서연 관장은 책장에 빼곡히 채워진 책들과 늘어난 책장들이 오히려 공간을 더 좁게 만들었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 지원 부족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
     
    도서관 이용자는 계속 늘고 있지만 확장은 요원했다. "지원 부족이죠. 요 몇 년 예산이 늘기는커녕 삭감만 되고 있어요." 친구가 근무하는 외국인 복지센터에서도 예산 삭감으로 상담사들을 줄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나의 말에 박 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문화, 다문화 이야기는 많이 하는데 다문화 특성이나 외국인들에 관하여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실이죠. 현재 등록된 외국인 수만 봐도 매년 늘면 늘었지, 줄지 않고 있어요."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최근 공개한 '2023년 12월 통계 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체류 외국인은 250만 7천584명으로, 전년보다는 11.7% 늘어났다. 이 수치는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4.89%에 해당한다. 역대 최다 외국인 수를 기록한 2019년(252만 4천656명) 보다 1만 7천72명 적지만, 비율로는 2019년(4.86%)을 넘어선다.
     
    통상 한 나라의 외국인 비율이 5%를 넘는 경우 다문화사회로 본다는 것을 참고하면 저출생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 절벽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한국이 이제 본격적인 다문화사회로의 진입을 앞둔 셈이다. 2021년 기준 총인구 대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비율을 보면 충북 음성군(15.9%), 경기 안산시(14.2%), 전남 영암군(14.2%) 등 일부 지역에서는 10%를 넘어서기도 했다.
     
    국내 외국인 251만 명…전체 인구 4.9%로 '다문화사회' 목전(종합)
    체류 외국인 수는 2016년 200만 명, 2019년 252만 명을 각각 돌파하다가 코로나19로 주춤했다.
    (출처 한국경제신문. www.hankyung.com/article/202401167927Y)
     
     
     
    - 더 많은 것을 품고 싶은 마음
     
    다문화 도서관이 앞으로 어떻게 운영되어야 할까요? 나의 마지막 질문에 대한 박 관장의 답변에는 간절함이 묻어났다. 안산보다 더 큰 건물에 장서도 많은 다문화 도서관이 있지만, 운영하는 주체들이 다문화에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일반적인 작은 도서관처럼 생각하고 운영한다는 것이다.
     
    "다문화 도서관은 도서관 이전에 많은 것을 품어야 하고 품고 있어요. 사라진 모두 어린이도서관 이야기할 때 중국인 어머니가 말씀하신 것처럼 아이뿐만이 아니라 어머니도 동화책으로 한글을 배웠다고 했잖아요. 이 모습이 대표적인 다문화 도서관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덧붙였다. "직장에 다니는 외국인들을 위해 저녁에도 운영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중간중간 도서관에 들어오는 이용자들과 눈을 맞추며 인사하는 박 관장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도서관 입구 한쪽에 마련된 두 개의 책상이 관장과 사서의 자리였다. 책상 둘 곳도 변변치 않은 작은 공간에서, 그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치며 웃고 있었다.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어 하는 따뜻한 마음이 그 미소에서 느껴졌다.
     
    좁지만 따뜻한 이 도서관에서, 오늘도 누군가는 모국어로 된 책 한 권을 통해 하루의 위로를 얻고 있다. 모국어로 된 책 한 권이 건네는 위로, 작은 원형 테이블에서 나누는 배움의 기쁨, 그리고 무엇보다 따뜻한 관심으로 맞아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 안산 다문화 도서관은 그저 책을 빌려주는 곳이 아니라,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마음의 고향을 선사하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오른쪽 박서연 관장. 왼쪽 사서 최유경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안산 다문화도서관, 모국어가 건네는 따뜻한 위로.
    윤작가

    조회수 274

    2025-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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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의 ‘2025 경기도 우수조례 선정사업을 소개합니다

     

    경기도는 지난 수십 년간 다양한 사회재난과 자연재난을 반복적으로 경험해 왔습니다. 1996년 연천댐 붕괴, 2005년 이천 물류센터 공사장 붕괴, 2014년 세월호 침몰, 2015년 의정부 아파트 화재, 2019년 코로나19, 그리고 2024년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에 이르기까지, 이 재난들은 우리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기본권을 심각하게 위협해 왔습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극한 기상 현상과 도시화로 인한 복합재난의 빈도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는 지방정부의 역할 또한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단순한 피해 복구를 넘어 도민의 생명과 권리, 안전한 일상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장치, 조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습니다.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이하 경기연대회의)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2024년부터 경기도 재난피해자 인권보장 조례()제정을 위해 도의원과 협력해 입법 추진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2025년에는 민선 8기 경기도의회가 제·개정한 조례 중에서 도민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킨 우수조례들을 발굴하고 평가하는 ‘2025 경기도 우수조례 선정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합니다.

     


     

    . 조례를 주목해야 하나요?

    우리는 중앙정부의 정책 변화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정작 우리 삶에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는 지방정부의 제도 변화에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상의 변화를 만드는 힘은 중앙이 아닌 지역에서 실현되는 제도, 즉 조례로부터 시작됩니다.

    조례는 지방의회가 지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정하는 자치입법으로, 지역 특성과 주민의 요구를 반영하는 법입니다. 특히 경기도처럼 인구와 정책 수요가 방대한 지역에서는 조례 하나가 수백만 명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좋은 조례는 단순히 형식적인 완성도를 넘어서, 주민의 삶의 질 향상, 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 제고, 주민 참여 확대, 그리고 지방자치 역량 강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경기연대회의는 이러한 인식에 기반하여, 조례의 실질적 효과와 실행력을 중심으로 우수조례를 시민과 함께 찾아내고,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고자 합니다.

     

     

    . ‘우수조례 선정사업의 목적과 방향은 무엇인가요?

    이번 ‘2025 경기도 우수조례 선정 사업은 다음의 두 가지 목적을 중심으로 추진됩니다.

    첫째, 경기도의회의 자치입법 역량을 강화하고, 사회적 가치 실현과 지역 발전에 기여한 우수 조례를 선정 및 시상함으로써 입법 품질 향상과 모범 사례 확산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둘째, 도민과 시민사회의 입법 감시와 참여를 제도적으로 확대하여, 조례의 제정·이행 과정을 투명하게 점검하고 정책 생태계의 숙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공공의 이익 실현과 지역 현안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정책 기반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 조례 평가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본 사업의 평가 대상은 제11대 경기도의회(20227~ 20256월까지) 기간 동안 발의되거나 제·개정된 모든 조례입니다. 1차부터 3차까지 총 세 단계의 모니터링을 거쳐 최종적으로 우수조례 13(최대)을 선정할 예정입니다.

    1차 모니터링(8월 말까지)

    경기도 내 19개 시민단체가 13개 상임위원회를 나누어 맡고, 경기연대회의가 합의한 평가지표에 따라 평가를 실시합니다.

    2차 모니터링(9월 중)

    경기연대회의 산하 입법모니터링 TF’1차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위원회별로 2건의 후보를 심화 평가합니다.

    3차 모니터링(9월 중)

    조례가 실제 정책과 제도로 연결되었는지, 즉 실효성(기구 설치 여부, 예산 반영, 사업 진행 등)을 중심으로 점검하여 위원회별 최종 1건의 우수조례를 선정합니다. , 우수 조례가 없는 위원회는 선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평가 시, 체크리스트는 어떻게 구성되나요?

    우수조례 선정을 위한 체크리스트는 조례의 혁신성, 지역 적합성, 실효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다음 여섯 가지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창의성: 조례가 전국 최초로 시도된 제도이거나, 기존에 없던 정책적 내용을 담고 있는가?

    지역성: 상위법 없이 경기도의 특수성을 반영한 자치조례인가? 주민 참여(공청회, 토론회 등)가 반영되었는가?

    구체성: 조례의 목적, 적용 범위, 시행 절차, 지원 대상 등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는가?

    시기의 적절성: 조례 제·개정 시점이 사회적 요구나 정책 환경 변화에 적절히 부합하는가?

    가치성: 조례가 사회적 약자 보호, 다양성 존중, 공동체 가치 실현 등 공공성을 내포하고 있는가?

    지속가능성: 조례가 일회성 정책에 머물지 않고, 장기적으로 제도화·정책화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었는가?

     

    이 체크리스트는 조례가 실제 도민의 삶을 바꾸는 힘을 가졌는지, 또한 향후 발전 가능성과 사회적 가치를 내포하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조례, 종이 위의 법이 아닌 삶의 도구

    경기연대회의가 추진하는 우수조례 선정 사업은 단순한 행정 평가 작업이 아닙니다. 이 사업은 지방의회와 도민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시민의 요구가 법과 제도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확인하는 실천의 과정입니다.

    조례는 도민의 삶 가까이에서 작동하는 가장 직접적인 제도입니다. 그 조례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제정 이후의 지속적인 감시와 평가, 그리고 무엇보다 도민의 참여와 연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경기연대회의는 이번 사업을 통해 조례가 종이 위의 법이 아니라 도민의 삶을 지탱하는 제도적 기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좋은 조례를 함께 발견하고, 널리 알리고, 지켜나가는 이 여정에 도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2025527일 경기도 조례 우수선정 작업을 위한 경기 지역 활동가 실무교육 모습

     
    [기획]종이 위 법이 아닌, 삶을 움직이는 조례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김현정 운영위원장

    조회수 362

    2025-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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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615일은 6·15남북공동선언 25주년이었습니다. 지난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나 발표한 6·15남북공동선언은 한반도 분단 장벽을 허물고, 전쟁 없는 한반도 평화의 시대를 열어나갈 수 있는 이정표라 불려 왔습니다.
     
    6·15공동선언이 발표된 후, 민간 차원에서 통일운동을 펼쳐나가기 위해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북해외 위원회가 구성되었고, 그 흐름에 발맞추어 2005년 안산에도 지역본부가 꾸려졌습니다. 그 이듬해부터 코로나19 등 특별한 일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 매년 꾸준히 안산에서 시민이 함께하는 통일걷기대회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16회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 참여 부스 / 출처: 안산평화연대
     
    16회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 무대행사 / 출처: 안산평화연대
     
     
    올해에도 25주년을 맞아 614() 안산문화광장 물의광장에서 '16회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가 열렸습니다. 무더위가 시작된 날씨에도 8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성황리에 진행되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시민들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는 안산평화연대가 주최하고 안산희망재단의 후원으로 열렸습니다.
     
    전쟁, 분단, 내란을 넘어! 평화로, 통일로, 새로운 세상으로!’라는 기조로 진행된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는 준비 과정에서부터 시민들의 참여가 이어졌는데요. 대회 준비 과정에 <문턱 캠페인 OO넘어 OO으로>를 열어 각자의 삶에 어떤 문턱이 있는지 문장으로 공모 받았습니다. 또 일상에서 평화글씨를 발견해 사진으로 찍어 보낼 수 있도록 해 행사 당일 현장에 전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통일걷기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모금도 진행해 시민들의 힘으로 만들어가기도 했습니다.
     
     
    16회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 사전행사(풍물패 길놀이) / 출처: 안산평화연대
     
    16회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 행진 / 출처: 안산평화연대
     
     
    '16회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는 사전 기념식과 행진, 문화제로 이어졌는데 먼저 기념식에서 대회를 주최한 안산평화연대 강신하 상임공동대표(한겨레평화통일포럼 이사장)가 무대에 올라 대회사로 시민들을 맞이했습니다.
     
    최근 새 정부가 들어서며 남쪽의 대북 적대정책의 일환이었던 대북 확성기를 멈추었고 이에 북이 바로 호응하며 대남 확성기를 멈췄습니다.”
    평화는 힘과 적대가 아니라, 먼저 내미는 손과 상대에 대한 존중에서 나오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분단 80년의 세월을 극복하고,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지향하는 관계로 복원되길 바랍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마음을 모아 힘차게 행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강신하 상임공동대표는 현재 상황이 쉽지 않지만, 평화의 의미를 강조하며 새로운 세상을 향해 함께 하자고 호소했습니다.
     
     
    16회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 행진 / 출처: 안산평화연대
     
    16회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 행진 / 출처: 안산평화연대
     
     
    800여 명의 시민들은 기념식에 참여한 후 안산문화광장에서 중앙역 인근과 고잔동 일부 약 3km를 행진하며 남북 대결이 아닌 대화, 전쟁이 아닌 평화가 필요함을 외쳤습니다, 1시간 정도 행진 과정에서 시민들이 신청한 음악을 틀고, 단일기와 다양한 메시지가 담긴 부채 등을 흔들며 함께 걸었습니다.
     
    행진을 마치고 다시 안산문화광장 물의광장에서 모인 시민들은 문화제에 참여했습니다. 6·15공동선언의 의미를 담은 다양한 공연이 이어지고,평화통일의 제시어로 쓴 시민들의 4행시 시상이 이어졌습니다. 또 통일걷기대회에 참여한 시민들과 함께 나누는 경품 추첨도 이어져 즐거운 시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평 화로운 우리나라
    화 사한 우리나라
    통 일까지 되면
    일 등 우리나라
     
    평 생 싸우지 말자
    화 해하면서 살자
    통 일이 빨리 되었으면 해요
    일 년 중 아이들과 오늘 다 걸은거 같아요
     
     
    16회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 행진 / 출처: 안산평화연대
     
    16회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 행진 / 출처: 안산평화연대
     
     
    다시 광장으로 돌아온 시민들을 격려하기 위해 안산평화연대 김미숙 상임공동대표(안산YWCA 회장)가 무대에 올라 환영사를 했습니다.
     
    우리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염원하는 수많은 시민들의 열망과 이를 이루기 위한 각계각층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분단 체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도한 세력에 의해 자행된 불법계엄과 내란에 맞섰던 시민들의 빛의 혁명을 보며 우리 사회가 더 나은 사회, 더 평화로운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내란을 이겨낸 시민들의 힘으로 분단 세력, 내란 세력을 청산하고 평화로운 사회, 자주로운 사회, 우리 시민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사회로 나아갑시다.”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 현장에서 만난 한 참가자(안산시 반월동)가 소감을 전해줬는데요.
     
    비상계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남북 긴장 상태를 악용해 무력 충돌을 유도했다는 것을 보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빌미로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하며 분노했어요.”
    그래서 더더욱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로운 한반도 통일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렇게 시민들이 참여하는 통일행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16회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 행진 / 출처: 안산평화연대
     
    16회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 무대행사 / 출처: 안산평화연대
     
     
    한편, 이번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안산평화연대가 주최했는데요. 지난 20년 동안 안산 지역에서 평화와 통일, 남북의 교류와 협력을 위한 다양한 사업과 평화통일 실천을 전개해 온 6.15안산본부가 안산평화연대로 조직 전환을 한 것입니다. 안산평화연대는 ‘6.15안산본부의 성과를 계승하고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는 포부로 지난 411일 출범했습니다. 출범 후 두 달 만에 '16회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를 추진한 것입니다.
     
    안산평화연대 김현주 사무국장은 이번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를 통해 한반도의 자주와 평화, 통일을 위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아내고 평화 행진을 함께 만들어 나가고자 준비했습니다. 또 분단 80년을 맞는 올해 시민들과 함께 분단의 시대를 넘어 평화의 시대, 새로운 시대를 상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취지를 밝혔습니다.
     
    우리는 분단을 역사적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지만, 분단은 현재까지 우리 사회의 제도, 사고방식, 언론, 교육 속에 여전히 작동하고 있습니다.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듯 일상에서의 평화 실천이야말로 변화의 동력이 될 것입니다. 이번 16회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의 제목인 전쟁, 분단, 내란을 넘어! 평화로, 통일로, 새로운 세상으로!”를 다시금 되뇌어 봅니다.
     
     

     
     
     
    전쟁 넘어 평화로, "안산시민 통일걷기대회"
    레지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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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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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1대 대통령선거 개요와 특징
     
    2025년 6월 3일,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선거가 전국적으로 실시되었습니다. 이번 선거는 정권 재창출 여부와 주요 정책 방향의 향방을 가늠하는 중요한 정치적 분기점이었습니다. 2022년 대선 이후 3년 만에 치러진 이번 선거는 국내외 정치·경제적 불안 요소 속에서 치러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특히 청년 실업, 부동산 문제, 기후 위기 대응, 인공지능 및 신기술 정책 등 미래지향적 아젠다가 선거 쟁점으로 부각되었습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정상화된 형태의 전국 단위 선거였다는 점에서, 유권자의 투표 참여 양상과 선거운동 방식에서도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이번 대선은 역대 두 번째 수준의 사전투표율인 34.74%을 기록했으며, 다양한 연령층에서 높은 참여율을 보였습니다. 특히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고, 정당과 후보들은 각종 공약과 메시지 전략을 총동원해 유권자의 표심을 공략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노인·청년·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장과 정치 참여 확대 방안에 대한 논의도 주요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그중 발달장애인의 투표권 문제는 단지 소수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선거제도의 포용성과 공정성을 점검할 수 있는 기준으로 작용하였습니다. 제21대 대선은 결과 그 자체뿐만 아니라,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제도적 한계와 인권의식 수준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법원의 임시 조치 결정: 투표 보조 허용의 전환점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25년 5월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50부(재판장 김상훈)는 발달장애인 A 씨와 B 씨가 제기한 임시 조치 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단지 두 명의 장애 유권자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 선거 시스템에서 발달장애인의 투표권이 어떻게 보호받고 있는지를 근본적으로 성찰하게 만든 판결로 평가됩니다. 신청인들은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실제로 투표소에서 투표보조를 요청했지만, 선거 사무원으로부터 거절당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이에 이들은 국가를 상대로 투표권 침해 및 차별에 대한 구제를 요구하는 본안 소송과 함께, 다가오는 2025년 대선에 적용될 임시 조치도 함께 신청한 것입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현행 공직선거법상 보조 허용 대상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은 발달장애인의 경우라도, 그들의 인지적 특성과 실질적인 투표 수행 능력에 따라 적절한 보조가 필수적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재판부는 “발달장애인의 경우 스스로 기표를 하기 어렵거나 투표 절차를 이해하는 데 상당한 제한이 있을 수 있으며, 이를 방치하면 선거권의 실질적 박탈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비장애인과 동등한 조건에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조를 제공하는 것은 단순한 편의 제공이 아닌 헌법상 권리 보장의 연장선상에 있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재판부가 이 사건을 ‘간접차별’의 시각에서 접근했다는 점입니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상 보조 허용 범위를 시각·신체장애로 한정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보조가 필요한 발달장애인을 제외하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간접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판단은 기존의 법률 해석이 갖는 형식적 평등주의의 한계를 넘어, 실질적 평등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선거권 해석을 확장한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또한 이 결정은 본안 판결이 나기 전까지 치러질 모든 공직 선거와 국민투표에서 적용되는 ‘임시 조치’이므로, 단순한 일회성 허용이 아니라 향후 반복될 수 있는 선거 절차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조치입니다. 이는 국가가 장애인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 장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국제 인권법의 흐름과도 궤를 같이합니다. 실제로 UN 장애인권리협약 제29조는 각국 정부가 모든 장애인이 자율적으로 투표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 특히 투표 방식, 절차, 보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판결은 행정 편의나 법률 해석의 틀 안에서 제외되어 왔던 발달장애인의 선거권 보장을, 헌법상 기본권의 시각에서 재구성한 판결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향후 공직선거법 개정 논의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장애인의 정치 참여 확대에 기초적인 법적 기반을 제공한 사례로 기록될 것입니다. 나아가 이 임시 조치는 선거관리위원회를 비롯한 모든 공공기관이 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함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 공직선거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충돌
     
    현행 「공직선거법」 제157조 제6항은 투표 보조의 대상 범위를 “시각 또는 신체장애로 인해 스스로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투표권 보장을 위해 일정한 범위의 장애인에게 한 해 가족 또는 지명한 두 명을 동반하여 기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육체적 제약으로 인해 실제로 투표용지를 작성하는 데 물리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한 제도로, 그 취지 자체는 타당합니다.
     
    그러나 이 조항의 문제점은 발달장애와 같은 인지적·정신적 장애 유형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은 감각기관이나 근육의 운동 능력에는 이상이 없을 수 있으나, 정보 이해와 처리, 의사소통, 복잡한 절차 수행 등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그들은 신체적 기표는 가능할지라도 투표 방식, 후보자에 대한 정보 해석, 절차 진행 등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공직선거법은 발달장애를 명시하지 않고 있어, 법 적용에서 이들이 배제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반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약칭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의 권리를 보다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법 제20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 선거 등 공적 절차에서 장애인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편의 제공을 의무로 정하고 있으며, 특히 장애 유형에 따라 맞춤형 ‘합리적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발달장애인이 투표 과정을 온전히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보조는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필수적 조치로 간주됩니다.
     
    이처럼 공직선거법은 제한적으로 해석되고 있는 반면,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보다 넓은 해석을 통해 실질적 평등을 지향하고 있어 양자 간 충돌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선거 현장에서는 이러한 법적 충돌로 인해 선거 사무원의 재량이 확대되며, 보조 허용 여부가 지역과 개인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같은 장애를 지닌 유권자라도 어떤 투표소에 가느냐에 따라, 혹은 어떤 담당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헌법상 보장된 참정권과 평등권의 침해로 연결될 수 있으며, 법률 체계 내의 모순이 국민의 기본권 실현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한 현장 대응의 문제가 아니라, 공직선거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 간의 적용 기준을 정비하고 양자 간 정합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공직선거법상 투표 보조 대상에 인지·정신적 장애 유형을 명시적으로 포함시켜, 법률적으로도 발달장애인의 참정권이 실질적으로 보호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투표소마다 다른 기준: 인권의 자의적 운용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진행된 2025년 5월 29일, 발달장애 유권자들의 투표소 이용 과정에서 현저한 혼선과 불일치가 발생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투표 보조 허용 여부가 전국적으로 통일되지 않은 채 각 투표소의 해석과 판단에 맡겨졌기 때문입니다. 이는 단순한 행정 혼선이 아니라, 장애인의 참정권이라는 헌법적 기본권이 현장에서 자의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인권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사례를 보면, 서울 종로구 사직동과 마포구 공덕동 주민센터에서는 발달장애 유권자의 보호자가 보조인으로 기표소에 함께 입장하려 하자 이를 거부하였습니다. 현장 선거 사무원들은 “비밀 투표 원칙상, 보호자가 동행하여 투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라며 입장을 제지했습니다. 이들은 공직선거법상 보조 허용 기준을 엄격히 해석하여, 시각 또는 신체장애가 아닌 발달장애의 경우에는 투표 보조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같은 날 서울 청운효자동과 북아현동 주민센터에서는 전혀 다른 접근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들 투표소에서는 선거 사무원이 유권자에게 “혼자서 기표할 수 있느냐"라고 직접 물었고, 유권자가 어렵다고 답하자 현장에서 본인 지명에 따라 보조인 두 명을 지정하여 기표소 입장을 허용했습니다. 이 같은 대응은 법원의 임시 조치 결정을 반영하고 장애인차별금지법상 ‘합리적 편의 제공’ 원칙에 부합하는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동일한 법률과 동일한 선거 절차 하에서 유사한 장애 유형을 지닌 유권자에 대해, 투표소마다 전혀 다른 판단이 내려졌다는 점은 국가의 권리 보장 시스템이 얼마나 불안정하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법의 해석과 적용이 일관되지 않으면, 국민의 권리는 사실상 운에 의해 결정되는 셈이며, 이는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과 법치주의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합니다.
     
    또한 현장 선거 사무원의 권한이 모호하고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각 투표소에 제공한 매뉴얼 내용이 지역별로 다르게 해석되었고, 구체적 판단이 사무원의 재량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일부 주민센터는 “중앙선관위 매뉴얼에 따르면, 손을 사용할 수 없을 정도의 장애가 없는 한 동행이 어렵다"라고 했고, 다른 주민센터는 “발달장애도 등급에 따라 보조가 가능하다"라고 안내했습니다. 이런 편차는 표준화된 지침 부재와 행정 혼선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결국 이러한 구조는 장애 유권자가 어느 지역에 거주하느냐, 어느 투표소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헌법상 참정권이 침해될 수도 있다는 현실을 뜻합니다. 이는 평등권 침해이자 행정의 자의적 권한 행사로 인한 구조적 차별입니다. 장애인 참정권 보장의 핵심은 보편성과 일관성에 있으며, 동일한 법적 기준이 전국 모든 유권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매뉴얼 재정비와 함께, 명확한 법률 개정이 필수적입니다. 법률은 실효성 있는 권리 보장의 수단이어야 합니다.
     
     
    ● 자기결정권 vs 대리투표 우려: 선관위의 입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발달장애인의 투표 보조 허용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 주된 이유는 발달장애가 시각·신체장애와는 달리 장애의 범위와 표현 방식이 매우 다양하여, 일률적으로 투표 보조를 허용할 경우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에 반하는 대리투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선관위는 ‘비밀 투표’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타인이 기표소에 동행할 경우 당사자의 의사를 온전히 반영한 투표인지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려를 제기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입장은 ‘보호주의’에 기반한 전통적 장애관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보호주의적 시각은 장애인을 무능력한 존재로 간주하고, 권리 보장보다는 제한과 통제를 우선시합니다. 이러한 접근은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과소평가하고, 장애인의 정치적 주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발달장애인은 일정한 조건 하에서 충분한 설명과 보조가 주어질 경우,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와 정책에 대해 의사를 표현할 수 있으며, 이는 다양한 연구와 현장 사례를 통해 입증된 바 있습니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UN CRPD) 제29조는 모든 장애인이 정치 및 공적 삶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며, 국가가 이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실질적 조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투표의 비밀성과 더불어, 장애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자유 또한 핵심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즉, 보조 없이 투표할 자유와 함께, 보조를 요청할 자유 또한 평등하게 보장되어야 합니다.
     
     
    ● 결론: 참정권은 선택적 권리가 아니다
     
    발달장애인의 투표권 보장 문제는 소수자의 권리에 국한된 논점이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가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정의와 평등의 문제입니다. 선거란 단지 표를 던지는 행위가 아니라, 국민이 국가 운영에 참여하는 가장 본질적인 방식이며, 이 권리는 누구에게도 차별 없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발달장애인이 기표소에서 보조인을 둘 수 있는 권리, 자신의 방식으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자유는 민주주의의 필수 조건 중 하나입니다.
     
    지금의 제도는 발달장애인의 참여를 제한하거나 그 권리의 행사 여부를 ‘현장의 재량’에 맡기는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의 선거제도가 진정한 보편성과 평등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모든 시민이 동등하게 투표할 수 있을 때, 모든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모두를 위한 민주주의’를 말할 수 있습니다. 참정권은 선택적 권리가 아닙니다. 그것은 모든 시민에게 보장되어야 할, 양도할 수 없는 기본권입니다.
     
     

     
     

     

    같은 장애, 다른 대우… 발달장애인 투표는 복불복?
    주야

    조회수 802

    2025-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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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5월, 안산의 다문화작은도서관에서 조용한 만남이 시작됐습니다. 서로 다른 여섯 나라에서 온 이주민 여성들이 '수어'를 배우기 위해 모였습니다. 말이 아닌 손짓으로, 목소리가 아닌 표정과 마음으로 이어지는 이 특별한 언어는 곧 그들의 삶을 바꾸는 연결고리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지구인 수어 합창단은 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활기차게 활동 중입니다. 처음에는 엄마들만의 모임이었지만, 곧 아이들이 합류하며 그 세계는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코스모스 활짝'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어린이 수어 팀으로 성장했습니다. 손끝으로 노래하고, 표정으로 감정을 전하는 과정은 단지 공연을 넘어서, 정체성과 자존감을 키우는 특별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첫 번째 회의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낯선 땅에서 만난 또 다른 '낯섦'과의 교감
    합창단의 구성원 대부분은 제2 언어로 한국어를 사용하는 이주민 여성들입니다. 한국에 오기 전, 그들은 자국에서 당당한 한 명의 시민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 와서는 '이방인'이 되었고, 언어 장벽으로 인해 자신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는 답답함과 소외감을 경험했습니다. 식당에서 메뉴를 주문할 때, 아이의 학교 알림장을 읽을 때, 병원에서 자신의 아픔을 설명할 때마다 느끼는 불안과 무력감은 그들의 일상이었습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버스 타는 것조차 두려웠어요. 잘못 내리면 길을 잃을까 봐, 질문해도 못 알아들을까 봐…." 합창단의 한 회원은 회상합니다.
     
    다른 회원은 "아이 학교에서 엄마들 모임이 있을 때마다 가기 싫었어요. 대화에 끼지 못하고, 때로는 다른 엄마들이 수군거리는 것 같아서…."라고 말합니다.
     
     
    도서관에서 수어연습 중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이러한 경험들이 그들이 수어를 배우며 농인들과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소리의 언어' 안에서 느꼈던 소외감, 낯선 문화에 적응하며 겪는 불안은 농인의 세계와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언어는 다르지만, 감정은 닿아 있었고, 그 연대의 토대 위에 손으로 만드는 아름다운 노래가 피어났습니다.
     
     
    드디어 초청 무대에 오르다.
    코로나 시기에도 합창단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온라인 수어 경연 대회, 뮤직비디오 제작, 찾아가는 수어 교실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을 이어갔고, 2024년에는 경기도 농문화제 수어 경연 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수상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서로 다른 세계가 손짓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인정이었기 때문입니다.
     
     
    2024년 경기도 농문화제 수어경연대회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2021년, 2022년 경기도 수어경연대회 참가사진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올해 4월 18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시흥시 초청으로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일은 합창단에게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농인을 포함한 관객 앞에서 손으로 노래하며, 이주민과 장애, 언어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서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 회원은 이렇게 말합니다. 무대에 섰을 때, 내가 더는 '외국인'이 아니라 '전달자'가 된 느낌이었어요. 우리의 손짓이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습니다.
     
     
    시흥시 장애인의 날 기념식 초청 공연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마을행사(깐 영화제(왼쪽), 마켓포레스트(오른쪽)) 초청 공연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차별을 넘어, 다름을 존중하는 공동체로
    이주민 여성들이 한국 사회에서 겪는 차별과 편견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언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지적 능력을 의심받기도 하고, 문화적 차이로 인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기도 합니다. 직장에서는 동등한 노동에도 불구하고 더 적은 임금을 받거나, 승진에서 배제되는 일도 흔합니다. 심지어 공공장소에서 무시당하거나, 아이들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아픔도 겪습니다.
     
    "한번은 마트에서 계산할 때 직원이 나를 보지 않고 한국인 남편에게만 말을 걸더라고요. 마치 내가 없는 사람처럼요." 합창단의 한 회원이 털어놓습니다.
     
    또 다른 회원은 "아이 학교 상담 때 선생님이 나에게는 말하지 않고 통역해 준 한국인 친구에게만 이야기했어요. 내가 엄마인데도…."라고 말합니다.
     
    이런 경험들이 지구인 수어 합창단 구성원들에게는 농인들의 감정을 더 깊이 이해하는 바탕이 되었습니다. 차별과 소외의 경험이 오히려 더 강한 연대 의식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수어라는 매개체를 통해 그들은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공통된 경험을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 성장하는 값진 시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시립합창단과 콜라보 공연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손짓으로 키워낸 다음 세대의 감수성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 되며 지금은 함께하지 못하지만, 그 아이들이 보여주는 높아진 장애인 감수성과 또렷해진 자존감은 코스모스 활짝 합창단이 남긴 가장 큰 선물입니다. 어떤 아이는 수어를 통해 친구들과 더 깊은 관계를 만들었고, 어떤 아이는 "장애인 친구가 생겼어요"라며 밝게 말합니다.
     
    이주민 가정의 아이들은 종종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합니다. 한국에서 태어났거나 어릴 때 한국에 왔지만, 외모나 부모의 출신으로 인해 '한국인이 아닌' 취급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수어 활동을 통해 이 아이들은 새로운 정체성과 자부심을 발견했습니다. 언어와 문화의 다양성이 약점이 아닌 강점이 될 수 있음을 몸소 체험한 것입니다.
     
    지구인 수어 합창단은 단순한 예술 단체가 아닙니다. 이들의 활동은 공감 교육이자, 문화 다양성과 장애 감수성을 일깨우는 살아 있는 실천입니다. 각종 수어 축제와 행사에 참여하며 수어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무엇보다 '다름'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2025년 1월 소년원에서의 봉사 공연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는 청소년들에게도 연대와 이해의 메시지를 전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정심학교(소년원) 공연사진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이들이 손으로 노래하는 그 모습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인가. 같은 언어를 쓴다고 다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닿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지구인 수어 합창단의 손짓은 오늘도 우리 사회에 조용하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말이 아닌 마음으로, 손끝으로 이어지는 이 노래가 더 많은 사람의 가슴에 닿기를 바랍니다. 그들의 손짓 속에는 차별과 편견을 넘어, 더 포용적이고 따뜻한 세상을 향한 꿈이 담겨 있습니다.
     
     

     

     
    지구인 수어 합창단 전연 회장의 글
     
    전연 회장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제가 한국에 처음 온 날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2013년 2월, 추운 겨울이었어요. 바람이 차갑고 마음도 외로웠습니다. 모든 소리가 낯설고, 모든 글자는 마치 암호처럼 느껴졌어요. 한국어를 배우려고 외국인 지원본부에 다녔지만, 마음속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외로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다문화 작은 도서관’을 알게 됐어요. 지하 1층에 있는 그 도서관 문을 열었을 때, 전 세계 언어로 된 책들이 저를 반겨줬어요. 특히 중국어 책이 많은 책장을 봤을 때, 저는 처음으로 이곳이 조금 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여기 자주 와요?”
     
    도서관에서 일하던 중국인 언니가 물었을 때, 저는 웃기만 했어요. 같은 말을 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따뜻했습니다. 그 도서관은 저에게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저는 도서관에서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고, 2018년 5월 29일, 한국 수어 수업도 시작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시작했는데, 그 수업은 제 인생을 많이 바꿔줬어요.
     
    수업에는 저처럼 다른 나라에서 온 엄마들, 또 한국 엄마들도 있었어요. 모두 책과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았고, 무언가 배우고 싶은 마음도 같았어요. 그리고 또 하나 공통점이 있었는데요, 바로 언어 때문에 어려움을 느꼈던 경험이었습니다. 매일 저녁, 도서관에 아이들 손을 잡고 엄마들이 들어왔어요. 피부색도 다르고 말도 달랐지만, 인사를 주고받는 손짓에는 차별이 없었어요. 손끝으로 “안녕하세요”를 처음 배운 날, 저는 마음속으로 울었습니다. 말로는 잘 못해도, 손으로는 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감동이었어요.
     
     
    2018년 경기도 농문화제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수어를 배우면서 저는 농인들과 제가 비슷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수 언어 바깥에 서 있는 사람들이었어요. 소외되고 외로운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몇 달 뒤, 우리는 ‘지구인 수어 합창단’을 만들어 대회에 나가게 되었어요. 2018년 10월 6일, 경기도 농문화제에서 우리는 수어로 노래를 했습니다. 여섯 나라에서 온 엄마들이 한국 수어로 하나의 노래를 표현한 거예요. 무대에 설 때는 많이 떨렸지만, 손으로 노래하기 시작하자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 순간, 저는 더 이상 외국인도, 이방인도 아니었어요. 그냥 감정을 전하는 사람, 그 자체였습니다.
     
     
    안산시 수어제 대상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노래가 끝나고 관객들이 손박수를 보내줄 때, 저는 눈물이 났어요. 정말 처음으로 이 땅에서 ‘나도 이곳의 일부다’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2018년 11월에는 안산 수어제에서 아이들과 같이 무대에 올라 대상을 받았어요. 아이들의 얼굴에 자랑스러움이 가득했고, 저도 정말 기뻤습니다. 이주민 아이들은 종종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런데 수어를 통해 아이들은 ‘다름’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 특별한 것이라는 걸 배웠어요. 아이들의 눈빛이 부드러워졌고, 친구들을 더 따뜻하게 대하게 되었어요.
     
    여섯 나라에서 온 엄마들과 함께한 이 경험은 정말 특별했습니다. 수어는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언어였고, 누구도 먼저 잘하지 않았어요. 그저 같은 지구인으로, 손끝의 언어로 서로를 이해하고 응원했어요. 우리는 ‘우리’와 ‘함께’라는 말을 손끝으로 배웠습니다. 지구인 수어 합창단은 올해도 계속됩니다. 다른 피부, 다른 언어를 가진 우리가 손짓으로 사랑을 전합니다. 말이 없다고 해서 마음이 없진 않다는 것, 우리는 알게 되었습니다. 가장 깊은 소통은,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걸요.
     
     
    2025.05.08. 지구인 수어 합창단 회장 전연
    

     
     
     
    손으로 노래하는 지구인들 - 언어의 경계를 넘는 연대와 감수성의 힘
    윤작가

    조회수 539

    2025-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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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가끔 힘이 드는 날이면, 정글짐 꼭대기에 올라 모래바람 휘몰아치던 구름사다리 너머로 세상을 내려다보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곤 합니다. 하지만 요즘 우리 동네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네모난 철봉과 미끄럼틀, 모래 대신 깔린 고무매트, CCTV 아래 놓인 그네... 어쩌면 이건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어른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만든 공간’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사라진 놀이권, 아이들은 도시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뛰면 혼나는 세상, 누구를 위한 놀이터인가요?”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5년 4월 기준 우리나라의 관리 대상 놀이터는 총 83,810개입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53.7%가 주택단지 내에 있으며, 이는 많은 놀이터가 해당 단지 주민만 이용 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도시공원 내 놀이터는 전체의 14.5%로, 아파트 외 거주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놀이터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출처 : 행정안전부. (2025). 『전국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시스템(2024년 4월 기준)』. https://www.cpf.go.kr/cpf/ko/nori/0001/index.jsp
    공원은 또 다른 인간의 동반자인 반려견 산책로로 바뀌고, 방과 후 시간은 학원으로 향하는 아이들의 스케줄에 밀려 놀이 시간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저출생으로 아이 수가 줄어들었다는 말은 자주 들리지만, 그렇다고 놀이공간까지 줄어드는 것이 당연한 일일까요?
     
     
    
    출처: 챗GPT활용 ai생성 이미지
     
     
    놀이가 사라진 아이들, 성장에도 틈이 생긴다
     
    놀이는 단순한 시간이 아닌 감정 조절, 사회성, 창의성을 키우는 아이들의 필수 활동입니다. WHO와 유니세프는 놀이를 아동의 기본권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31조에서도 “모든 아동은 적절하고 균등하게 여가와 놀이를 누릴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여전히 놀이를 ‘사치’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초등 입학 전부터 시작되는 사교육, 방과 후 시간을 채우는 학원 스케줄, 그리고 놀이를 위한 공간은 점점 유료화되고 있습니다. 더하여, 관리 주체가 불분명한 놀이터는 민원이나 안전의 이유로 통제되는 시설도 많습니다. 미끄럼틀에서 넘어졌다고 민원이 들어오면 그 시설을 없애는 경우나 공원에서 ‘아이들 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놀이터를 폐쇄한 사례도 흔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안전’을 이유로 아이들의 모험과 자율은 통제되고, 놀이터는 규칙 속의 공간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심리학자 김태형은 “아이들은 자유의사에 따라 놀이를 선택하고, 그 과정에서 기쁨과 행복 같은 감정을 체험합니다. 이 자유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만큼, 이를 박탈당하면 무력감에 빠지고 맙니다.”라고 말합니다. (출처: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161006051800805)
     
    놀이에 대한 어른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놀이가 단지 여유가 아닌 권리로 받아들여질 때, 우리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바로 이 ‘놀이의 자유’입니다.
     
     
    사라진 놀이권을 되찾기 위한 노력들 – 국내외 사례로 본 실천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실제 지역사회에서는 어떤 실천이 이루어지고 있을까요? 제도적 한계를 넘어 아이들의 놀이권을 회복하고자 했던 국내외의 시도들을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살펴봅시다.
     
    [경기도] 놀이 활동가 파견 사업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은 2022년부터 경기도 내 아동 돌봄 시설과 놀이공간에 놀이 활동가를 파견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였습니다. 이 사업은 전문 놀이 활동가가 각 기관에 상주하거나 정기적으로 방문해 아동의 발달 단계에 맞는 놀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정서적 안정감을 회복하고 놀이를 통해 또래와의 상호작용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었으며, 기관 내 돌봄 교사의 부담을 줄이고 놀이의 질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위축된 아동의 놀이 경험을 회복하는 데 기여한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출처: 경기도여성가족재단, 2022)
     
     
    출처: 경기도여성가족재단 홈페이지
     
     
    [전북 완주군] 이동형 플레이버스
    완주군은 교통이 불편하거나 놀이터가 없는 농촌 마을을 중심으로 ‘이동형 플레이버스’를 운영하였습니다. 전문 놀이 강사가 장착된 차량을 타고 마을을 순회하며 놀이 프로그램을 제공해 아이들이 매주 규칙적인 놀이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사업은 놀이권 사각지대 해소와 더불어 지역 공동체 회복에도 기여했습니다. (출처: 완주군청 아동청소년과, 2022)
     
    [독일 프라이부르크] 자연 그대로의 놀이터 조성
    독일 프라이부르크시는 기존의 인공적인 시설물 대신 자연지형을 그대로 활용한 ‘자연 놀이터’를 조성했습니다. 이곳에서는 흙, 나무, 돌 등을 활용해 아이들이 자유롭게 탐색하고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위험 요소도 최소화하지 않고 아이 스스로 통제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부모들의 높은 만족도와 지역 아동의 정서 안정에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출처: Freiburg City Council, 2021)
     
     
    출처: 챗GPT활용 ai생성 이미지
     
     
    놀이터는 단지 미끄럼틀이 아닙니다. 그곳은 아이들이 사회를 배우고 자신을 시험해 보는 실험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공간을 줄이고, 통제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다시 놀이터로 돌아오게 하려면, 단지 공간만이 아닌 ‘놀이할 권리’ 자체를 돌려주어야 합니다. 놀이권은 단순한 문화가 아닌, 아이들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조건이자 사회가 지켜야 할 약속입니다. 어른들의 작은 변화가 아이들의 큰 세상을 만들어 갑니다. 놀이터 옆 벤치에 앉기보다, 아이 옆에서 한 번쯤 그네를 밀어주는 사회, 그게 우리가 시작할 수 있는 첫걸음 아닐까요?
     
     
    [참고 자료]
    경기도여성가족재단. (2024). 『아동 놀 권리 보장을 위한 연구』. https://www.gwff.kr/storage/board/privacy/2024/11/11/PRIVACY_ATTACH_1731304910929.pdf
    행정안전부. (2025). 『전국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시스템(2024년 4월 기준)』. https://www.cpf.go.kr/cpf/ko/nori/0001/index.jsp
    연합뉴스. (2016). 『놀이의 박탈이 만드는 감정의 상처』. https://www.yna.co.kr/view/AKR20161006051800805
    
     

     
     
     
    놀이터엔 왜 아이가 없을까?
    또봉

    조회수 938

    2025-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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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4, 안산은 노란빛으로 물든다. 세월호 참사의 중심에 있는 안산에서는 매년 4, 무대를 노란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아 경기도 안산에서는 202545()부터 427()까지 <4월 연극제>가 진행된다.

     

    4월 연극제는 2017, 지역 연극인들과 시민사회가 함께 힘을 모아 처음 시작했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2년간 총 11개의 작품을 선보였고, 2019년에는 ‘4월 예술제라는 이름으로 안산문화재단이 주최하며 확장되었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잠시 중단되었다가 그 의미를 소중하게 지켜보던 4.16재단이 2022년부터 공식 주최를 맡으며 지금까지 <4월 연극제>를 이끌어가고 있다.

    이제 4월 연극제는 매년 안산에서 열리는 기억과 예술의 장이 되었다. 그리고 올해,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아 일곱 번째 연극제가 열린다. 4월 연극제는 무대 위에서 기억을 말하고, 추모를 노래하며, 우리가 아직 말하지 못한 질문들을 꺼내는 시간이다.

     

     

    세월호 참사 11, 서로를 마주 보는 두 숫자처럼.

    2025년은 세월호 참사 11주기이다. ‘11’은 마치 두 개의 숫자가 서로를 바라보는 형상이다. 올해 4월 연극제는 바로 그 바라 봄에 주목한다. 11년이 지난 지금까지 진상규명이 되지 못한 세상에 진실을 바라, 지쳤을지도 모를 서로를 바라보며, 연극이라는 예술을 통해 서로를 위로하고 치유하기를 바란. 올해 4월 연극제의 부제인 <바라, >은 단순한 기억이나 추모를 넘어, 지금 이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고, 세상을 바라보고, 진실을 바라본다는 다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올해 4, 우리는 무대라는 또 다른 세상에서 서로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올해 4월 연극제는 단지 더 많은 공연이 아니라 더 가까워진 연극을 지향한다. 기존에 진행되었던 보노마루 소극장과 별무리 극장을 넘어, 경기도 미술관까지 공연무대가 확장된다. 미술관의 전시실과 로비, 야외정원이 무대가 되면서 연극은 일상 속으로 더 깊이 들어오게 되고, 관객은 객석이 아니라 전시장을 거닐다 연극을 만나고, 야외정원에서 배우를 만나게 된다. 이는 전시되는세월호에서 곁에 있는세월호로 바뀌어가는 새로운 흐름이 될 것이다.
    또한 올해는 처음으로 시민이 직접 무대에 선다. 전문배우나 예술인이 아닌 시민이 직접 창작한 작품이 본격적으로 4월 연극제에서 소개된다. 이는 시민이 주체가 되어 함께 예술하고, 함께 세월호를 기억하는 가치 공동체 예술로 앞으로도 4월 연극제의 중요한 의미를 가져다줄 것이다.

     

    <20254월 연극제 참여작 소개>

    - 노란빛의 무대를 채워주는 의미 있는 작품들

    1. 별망엄마_4.16가족극단 노란리본

    매년 4월 연극제의 개막을 책임지는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작품으로, 세월호 어머니들이 직접 무대에 선다. 안산의 별망산 설화를 바탕으로, 대복이라는 아이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어머니의 끝없는 사랑과 그리움을 담아냈다.

     

     

     

    2. 쌈 구경 가자_ 발광 엔터테인먼트
    전통 마당극의 형식을 빌려 두 마을이 생명안전을 주제로 유쾌하게 경쟁한다. ‘겸손한 승자, 당당한 패자의 이야기를 경기도 미술관 야외마당에서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수준급의 택견 묘기와 흥겨운 음악으로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3. 우리의 아름다웠던 날들에 관하여_극단 창세
    작년 4월 연극제에 소개되었던 작품으로 올해 다시 보고 싶은 작품에 선정되어 올해에도 4월 연극제를 찾아온다. 무대를 벗어난 열린 공간에서 관객과 배우가 함께 무대를 만들어가는 작품으로, 기억과 일상의 아름다움, 함께 살아가는 의미를 감각적으로 풀어낸다.


     

     

    4. 갈매기가 건져올린 소문_수원 영통시민뮤지컬단
    시민이 직접 창작하고 선보이는 공연으로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세월호 문화예술계에 시민 참여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5. 환생굿_지정남 커뮤니케이션즈
    전라도 씻김굿을 모티브로 광주 5.18 민주화운동과 여성의 서사를 담아낸 작품. 1인 극으로, 억울한 죽음과 망자의 환생을 통해 잊힌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6. 33색 몸짓_ 프로젝트 팀 바라,
    인형극, 마임, 무용을 결합한 다원예술 공연으로 전시관 곳곳에서 진행되며 다양한 예술 장르가 세월호를 담아내는 퍼포먼스를 볼 수 있다.


     

     

    7. 이어도 사나_극단 새나
    신비의 섬 이어도를 배경으로 상실과 치유, 연대를 다룬 창작 초연작이다. 바다에서 소중한 사람을 잃은 세 인물이 희망호에 올라 환상의 섬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위로와 연대의 힘을 발견하게 된다.

     

     

     

    8. 늙은 소년들의 왕국_극단 걸판
    2014년 당시 세월호 참사 직후 초연된 작품으로 당시에 세월호와 연극계에 큰 울림을 주었던 작품이다. 리어와 돈키호테가 서울역 광장에서 버림받은 소년을 백성으로서 지키는 이야기를 통해 국가와 공동체의 책임을 유쾌하게 성찰한다.

     

     

    세월호 엄마들이 무대에 서는 이유

    -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

    무대 위에 유독 특별한 배우들이 있다. 웃어야 할지 울어할지 모르게 난감하게 하는 배우들이 있다. 바로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이다.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은 세월호 피해자 어머니들이 결성한 극단이다. 201510월 집 밖을 나오지 않던, 어쩌면 집 밖을 나오지 못하던 어머니들을 집 밖으로 나오게 하기 위해 희곡읽기 모임으로 시작되었다. 그 후, 2016<그와 그녀의 옷장>을 첫 공연으로 정식 창단되었으며 현재는 세월호를 알리고 희생된 아이들을 기억하기 위한 공연을 전국에서 진행하고 있다.

    4.16가족극단의 예술감독 김태현은 어머니들이 합법적으로 웃을 수 있는 기회를 연극을 통해 만들고자 했다. 참사 이후, 웃는 것조차 최잭감이던 시간 속에서 연극은 그들에게 슬픔을 웃음으로 말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되었다. 그래서 4.16가족극단의 연극은 대부분 코미디 연극이다. 이들의 무대는 관객을 울리지 않는다. 대신 관객과 함께 웃고, 허를 찌르듯 현실을 되짚고, 오히려 우리의 마음을 위로해준다. 고통을 강요하지 않고, 슬픔을 전시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의 무대는 언제나 나눌 수 있는 사랑이 있음을 보여준다.

    무대 위에서 마음껏 웃고, 마음껏 울고, 마음껏 말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유를 연극이라는 형식을 통해 얻게 된 엄마들이 있다. 세월호 엄마이기에 가능한 연극, 세월호 엄마이기에 전할 수 있는 위로가 있다. 바로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이다.

     

    <세월호 참사 11주기, 4월 연극제 바라, ’>

    .올해 <4월 연극제 바라, ’>45일 개막작 <별망엄마>를 시작으로, 27일 폐막작 <늙은 소년들의 왕국>까지 총 8개의 작품이 안산 전역에서 펼쳐진다

    .경기도 미술관, 별무리극장, 보노마루 소극장에서 열리는 이번 연극제는 모두 무료로 관람 가능하며, 네이버 ‘4월 연극제를 검색해 예매할 수 있다

    4, 우리가 또다시 연극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세월호 참사 11주기, 4월 연극제 바라,

    예매링크 :  https://booking.naver.com/booking/12/bizes/667423
     

    문의 : 010-5894-6249

     
    [기획]세월호 참사 11주기_연극으로 기억하기, 4월연극제 <바라, 봄>
    4월연극제 기획팀 김지우

    조회수 1108

    202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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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통계청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주노동자 규모가 975,000명이다. 추산되고 있는 미등록자 수 419,000명을 합하면 130만 명 규모이다. 기타 이주민들의 인력까지 합치면 2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3년간 산업재해로 사망한 이주노동자는 272명에 달한다. 4년간 한국에서 산재사고로 사망한 노동자 100명 중 10명은 이주노동자였다.

    지난 118일 전북 김제에 위치한 특장차 제조업체에서 일을 하던 '강태완(TAIVAN 타이왕)'님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국사회에서 이주노동자의 사망은 한 해 100건이 넘게 발생하고 있다 보니, '강태완'님 사건 초기에도 언론에서는 '김제 이주노동자 사망'으로 얘기했다. 수십 건의 이주노동자 산재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주노동자의 삶 이전 '미등록 아동'의 삶을 산 강태완님의 사연은 '미등록 이주아동'의 문제를 한국사회에 다시금 깨우치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미등록 이주아동'

     

    한국은 현재 미등록 이주아동을 약 2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등록 이주아동은 이주민 부모를 따라 한국으로 이주했거나 한국에서 태어난 아동 중 부모의 체류자격 상실, 난민 신청 실패 등 다양한 이유로 법적 체류 자격이 없는 아이들을 말한다.

    미등록 이주아동은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학습권이 보장돼 한국에서 고등학교까지는 다닐 수 있다. 하지만 미등록이란 신분으로 인해 졸업 후 대학과 취업은 할 수 없다. 또한 보호막이 되어주던 학생 신분이 사라졌기에 언제든 강제출국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 살게 된다.

     

    은유 작가 '있지만 없는 아이들'(창비)에서 "미등록 이주아동은 공부할 권리는 있지만 살아갈 자격은 없는 모순된 현실에서 '있지만 없는 아이들'로 자라나는 것"이라 얘기한다.

     

     

     

     

     

     

    2만 명이 넘는 이주 아동들이 '있지만 없는 아이들'로 살아간다. 그리고 40만 명의 미등록 이주민 중 한명이 된다...

     

    '호준(한국 가명)과 호이준(몽골 가명) 사이'

     

    '강태완'씨도 2만 명이 넘는 미등록 이주아동 중 한명이었다. '강태완'씨는 다섯 살의 나이에 부모님을 따라 한국으로 왔다. 다른 한국 아이들처럼 학교에 갔고 본명 '타이왕' 대신 '태완이'로 자랐다.

     

    "중학교 때 친구랑 싸우게 됐는데 친구 부모님이 경찰을 부른다고 하셔가지고 담임 선생님께서 이제 경찰까지 오게 되면 한국에서 쫓겨나게 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말씀을 하셨고 그래서 그때 처음으로 인지를 하게 됐어요. 제가 체류 자격이 없다는 것을" - 지금 여기서 꿈을 키우는 이주아동(이주와인권연구소) - 고 강태완님 인터뷰

     

    남들과는 '다른' 존재라는 것은 눈치를 보는 삶을 살게 만들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태완님은 학교라는 보호막이 사라지면서 강제 출국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이삿짐을 나르고 공장을 전전했다. '미등록'이라는 신분은 내가 하고 싶은 일도, 배우고 싶은 것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처음 구한 일이 이삿짐 일이었는데. 처음에 일을 구해서 엄청 기뻤고 일하게 해주셔서 너무 고마워가지고 근데 막상 일해 보니까. 거기 아저씨들은 이사 한 건 하면 8만원, 경력 많은 아저씨들은 15만원 이렇게 주는데 저는 하루에 막 두세 건씩 이사하고 5만 원 주더라고요." - 미등록 이주아동과 함께사는 세상을 꿈꾸다.(국가인권위원회 유튜브) - 고 강태완님 인터뷰

     

    20여 년을 한국에서 살았고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고 스스로를 '한국인'이라 말했지만 법적으로 '미등록'이 되어 사회에서는 가려진 존재가 되었다.

     

     

    기회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정신이 없던 20217. 법무부는 자진 출국 신고를 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미등록 이주민들에게 다시 입국할 기회를 준다고 발표했다. '미등록' 신분으로 살던 태완님은 체류자격을 받기 위해 몽골로 자진 출국했다. 5살에 떠나온 몽골은 '본국'이 아닌 다른 나라였다. 태완님에게 '본국'은 몽골이 아닌 한국이었다.

     

    "말도 안 통하고 모르는 말을 쓰고 모르는 데 와가지고 항상 뭔가 불안하고 여기도. 여기 도착한 순간부터 (한국이) 항상 그리웠어요. '집에 가고 싶다' 이런 느낌" - 국가인권위원회 [미등록 이주아동과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다] - 고 강태완님 인터뷰], 미등록 이주아동과 함께사는 세상을 꿈꾸다.(국가인권위원회 유튜브)

     

    같은 해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노력으로 법무부가 미등록 이주아동 구제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태완님은 구제대책 대상이 되지 못했다. 한국에서 20년이 넘게 살았고, 본국에 대한 기억보다 한국에서의 추억이 더 많았지만 '국내 출생'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상에 들지 못했다.

     

    국내에서 출생하고 15년 이상 국내에서 체류하고 국내 중·고교에 재학 중이거나 고교를 졸업한 불법 체류 외국인(아동)의 경우 임시 체류자격(G-1)으로 2025년까지만 체류할 수 있다.

    나수진 기자 이주 인권 단체들 법무부 미등록 이주 아동 조건부 구제 대책, 90% 이상 적용 안돼... 아동권리 보정해야”, NEWS&JOY

     

     

    높은 자격요건을 갖고 있는 법무부의 '구제대책'은 수많은 시민단체로부터 비판받았다. 그 결과 20221월 구제 대상 요건이 완화된 개선안이 나왔다. 아동의 체류 기간을 15년 이상에서 6년 이상으로 줄이고, 국내 출생 및 영유아기(6세 미만)에 입국한 사람들을 포함했다. 또한 범칙금 납부 능력이 없는 부모에게는 범칙금을 감면받을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태완님도 구제대책을 신청했고 마침내 유학(D-2) 체류자격을 받게 되었다. 대학 졸업 이후 태완님은 전북 김제에 있는 전기 특장차 회사에 연구원으로 취직했다. 사는 곳이 아닌 전북 김제로 간 이유는 법무부가 추진하는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 때문이었다. 이 사업은 인구소멸 지역에서 취업하는 외국인에게 거주(F-2)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사업이다.

     

    그렇게 지난 6월 체류자격을 받았지만, '영주권'을 갖지 못하고 태완님은 떠났다.

     

    태완님의 사망 소식에 한국 언론에서는 '이주노동자 사망'으로 나왔다.

     

     

     

    곁에 있지만 없는 사람들

      

    지금 여기서 꿈을 키우는 이주아동(이주와인권연구소) - 고 강태완님 인터뷰

     

    구제대책을 통해 체류자격을 얻은 강태완님은 자신과 같은 '미등록 이주아동' 들을 지지하는 캠페인 영상을 촬영했다. 또한 한겨레와 인터뷰를 통해 험난했던 구제대책 과정을 보여줬다. 구제대책의 필요성을 알리고 미등록 이주아동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태완님이 할 수 있는 '움직임'이었을 것이다.

     

    법무부의 구제대책은 장벽을 낮췄다고 하지만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한계가 명확한 대책도 2025331일에 종료가 된다.

     

    꼭 외국인들과 더불어 살 수 있는 한국이 됐으면 좋겠다는 강태완님의 소망은 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로 남았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사회는 결코 살만한 세상이 아닐 것이다.

     

    끝으로 12월 강태완님의 장례식이 진행되었다. 118일 사고가 발생한지 36일 만에 진행 된 장례였다. 태완님 발인과 동시에 태완님이 인터뷰로 응원했던 ‘Let us dream: 지금 여기서 꿈을 키우는 이주아동캠페인의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태완님이 떠나간 한국이 이주민과 더불어 살 수 있는 곳이 되기 위해 많은 연대와 정부의 변화를 바란다.

     

    링크 : https://letusdream.campaignus.me/

     

     

    곁에 있지만 없는 사람들
    라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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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1-17
  • 도시를 장소로 살아가기: ()

    전형민(동그랑)

     

    [공간에서 장소로]

    엄연히 도시로 분류되는 경기도 군포시에 6년째 살고 있다. 그보다 오래전부터 도시에 살았고 거기서 자랐다. 그러니까 내게 도시는 익숙한 공간이다. 군포시도 마찬가지다. 지하철역과 버스 정거장이 가까워 이동이 편리하고 멀지 않은 곳에 대형 쇼핑몰이 있으며 한밤중 잠옷 바람에 슬리퍼 신고 다녀올 수 있는 편의점도 여러 군데 있다. 물론 외식할 수 있는 식당도 많다. 배달앱으로 검색만 해봐도 근처에 음식점은 넘쳐난다. 각종 편의시설과 인프라에 둘러싸여 있는 이 도시는, 그리고 도시인들은 그러나 단절되어 있기도 하다. 땅과 먹거리, 그리고 이웃들과. 도시인들이 그들이 살아가는 도시를 그렇게 감각하고 경험한다면, 그 도시는 장소가 아닌 공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 출신의 인류학자 마르크 오제는 장소와 그렇지 않은 공간으로서 비장소(non-place)를 구분한다. 오제가 말하는 비장소는, 이를테면 여행자의 공간이다. 기차역, 고속도로, 주유소, 대형 쇼핑몰과 같은 곳에서 우리가 느끼듯이 그저 통과하는 곳, 소비하는 곳, 서로를 소외시키는 곳이다. 반면 장소는 정체성과 관련되며 관계적이고 역사적인 곳으로 규정될 수 있겠다. 비슷한 맥락에서 중국계 미국인 지리학자 이-푸 투안은 장소를 정지(pause)가 일어나는 곳으로, ‘안전’, ‘안정’, ‘안식처를 상징하고 일상적이고 실제적이며 평범한 행위들이 발생하는 구체적인 곳으로, 고유한 정체성을 지닌 애정과 애착의 대상이 되는 가치의 중심지이며 의미로 가득 찬 곳으로 설명한다.

    다분히 도구적 개념이자 구분일 뿐이지만, 6년째 살고 있는 이 군포시를 어느 순간 공간에서 장소로 감각하고 경험한 바 공간은 언제, 어떻게 장소로 발전되었는지 톺아볼 일이다.

     

    [농사로 장소 되찾기]

    공간으로 전락한 도시를 장소로 새롭게 감각하고 경험한 데에는 내가 사는 지금-여기에서 농사를 배우고 짓기 시작한 것이 주효했다.

    코로나19 팬데믹 3년째 되던 2022년 초에 지역 이주를 고민하던 옆지기와 나는 당장 거처를 옮길 수 있는 형편이 안되니 지금 있는 곳에서 뭐라도 배우면서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살고 싶은 지역은 시골, 그러니까 농촌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전업농으로 일할 생각은 없었으나 시골에서 텃밭 농사 정도는 짓고 살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렇게 지역 이주 전에 농사를 배워보자는 목표가 정해졌고, 이어서 그럼 농사를 어디서 배우지?’ 질문이 생겨났다. 주말 텃밭을 분양받아서 바로 실전에 돌입할 수도 있지만 우린 한 해 농사를 배워보는 것에 방점이 있었기에 교육과정 내지는 학교를 다니는 게 적절했다. 그러다 찾은 곳이 <자립하는 소농학교>이다.

    <자립하는 소농학교>(이하 소농학교)사단법인 전국귀농운동본부라는 시민단체에서 진행하는 농사 실습 학교로, 한 해 동안 직접 몸으로 부딪치고 실천하며 자립하는 소농으로 살아가는 길을 모색하는 과정이다. 지역의 농업기술센터나 여러 민간기관에서도 다양한 농사 관련 교육을 제공하는 와중에 <소농학교>를 선택한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 <소농학교>에선 화학비료나 비닐멀칭처럼 환경에 유해한 재료나 농법을 쓰지 않고 최소한의 농기구를 사용하면서 자신의 몸을 땅과 가까이하고 이 시대의 대안으로 소농철학을 가슴에 새기는 과정으로 자신들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로 우리가 사는 군포시에서 <소농학교>가 열린다는 점이다. 이 점이 사실은 가장 결정적이었다.

     

     

    <문화유산국민 신탁>으로 기증된 약 930평 규모의 땅으로 <자립하는 소농학교>의 실습장으로 쓰이고 있다.

     

    그렇게 옆지기와 나는 20223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토요일 종일 그리고 평일 하루 잠깐씩 <소농학교>를 다니며 한 해 농사를 배우고 지었다. 고작 일주일에 하루임에도 토요일마다 아침 일찍부터 해질 무렵까지 농사짓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하고 주말의 시작인 토요일에도 아침 일찍 일어나 농사지으러 간다는 건, 6일 근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것.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도 버겁지만 안 써 본 근육을 쓰니 벅적지근하고, 계절과 절기마다 해야 되는 농사일의 강도도 낯설었다. 질퍽거리는 땅과 한여름의 무더위, 수확철의 온갖 곤충들, 11월의 이른 한파 또한 어설픈 소농이 되는 데 필요한 고난이었을까. 버겁고 힘들기도 했지만 맛난 새참과 점심을 함께 만들어 먹으며 땀을 들이고 다시 호미 자루 들어 밭에 나갈 때면 비온 뒤 자라는 풀과 작물들처럼 나 또한 생기로워졌다. 싱싱하고 힘찬 기운을 온갖 데서 얻곤 했다.

    땀을 식히는 산들바람에서, 맑게 갠 하늘에서, 초록의 풀과 작물과 나무들에서, 알차게 맺은 열매들에서, 가을 햇살에서, 그리고 함께 소농의 길에 들어선 초보 농부들과의 정다운 대화에서. 내가 사는 지금-여기’, 이 도시가 장소가 되는 순간들이었다.

     

    가을 햇살 아래  <자립하는 소농학교>에서

     

    [도시 텃밭에서 새로이 관계 맺기]

    20189월 지금의 옆지기와 혼인하고 군포로 이사 와 살면서 내게 이웃이란 존재는 없었다. <소농학교>를 만나기 전까지는. 당시 내가 사는 지금-여기는 고립된 도시-이었다. 그러니까 <소농학교>는 이웃이 생겨난 기점이었고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인 도시에서 만난, 그래서 더없이 반가운 흙과 땅이었으며 마트에서나 돈으로 사 먹던 채소를 직접 길러 캐서 요리해 먹은 자급하는 삶의 실험장이었다. 도시에 살면서 단절되었던 땅과 먹거리, 그리고 이웃을 도시 생활 37년 차였던 2022년의 도시 텃밭에서 이제야 만난 것이다.

    <소농학교>에서 한 해 농사를 지어봤다지만 농사는 여전히 잘 몰랐고 그래서 더 배우고 지어보고도 싶었다. 마침 <소농학교> 담당 활동가가 내게 일자리를 제안했다. 본인의 후임으로 <소농학교> 담당 활동가 자리를 제안한 것이다. 적은 임금과 고된 노동 강도, 열악한 근무 환경은 이미 <소농학교> 학생으로 있을 때 보아왔던 터다. 그럼에도 제안을 받아들여 2023년 한 해만이라도 해 보자 싶었다. 일단 집과 멀지 않았고 농사를 더 배우며 짓고 싶었던 만큼 기회라고도 여겼다. ‘공익활동가라는 직업정체성도 결정하는 데 이유가 되었다. 학생에 이어 활동가로서 경험한 <소농학교>는 거기서 관계 맺은 이웃, 동식물을 포함한 자연, 작물들과 그들이 뿌리내린 땅까지 친밀해지는 시간이었다. 단절되었던 것들과 연결된 것에 이어서 관계의 깊이가 더해지는 시간이었다. 물론 불편과 갈등이 없던 것은 아니나 그것마저 깊이를 더하는 과정으로 다가왔다.

     

    <소농학교> 실습장은 군포시의 대야미라는 동네에 있다. 군포시의 다른 법정동·행정동과 비교했을 때 수리산과 접해 있어 녹지가 많고 농지도 꽤 있는 편이다. 물론 여느 농촌과 비교했을 땐 농지라고도 할 수 없는 면적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도시의 소농들이 함께 농사짓는 텃밭으로는 적절한 면적이기도 하다. 한편 대야미를 터전 삼아 살아가는 소농들은 도시 농부들로, 전업농도 있는 반면 다른 일을 병행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시간 날 때마다 소농학교에 들러 논밭을 일구고 고장난 시설을 함께 고치고 직접 담근 막걸리 한 잔 걸치며 밭에 난 작물들로 요리해 먹는다. 많이 먹고, 싸게 먹고, 멀리서 가져다 먹는 시대를 거슬러 적당히, 돈 안 내고, 밭에서 직접 기른 작물들을 가져다 요리해 먹는다. 도시 텃밭은 이웃, 자연, 작물, 땅과도 새로이 관계 맺지만 시대와도 새로이 관계 맺는 곳이기도 하다.

     

    도시 텃밭에서 새로이 관계 맺기

     

    [도시 텃밭에서 퇴비주의자 되기]

    페미니즘 이론가이자 생물학자이기도 한 도나 J. 해러웨이는 나는 포스트휴머니스트(posthumanist)가 아니라 퇴비주의자(compost-ist)”라고 선언한다. 해러웨이의 이 선언은 물론 인문학(humanities)보다 퇴비학(humusities)이 더 중요하다는 언어유희이고 은유적 표현에 불과할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은 인권과 기후의 위기가 중첩된 시대에 그가 말하는 퇴비주의가 무엇을 은유하는지 살펴볼 이유는 차고 넘친다. 여기서 퇴비(compost)는 혼합물을 뜻하는 라틴어 composita(또는 compositum)에서 유래한 단어로 최유미에 따르면 원래 퇴비는 농작물을 키우기 위해 만드는 거름으로 박테리아들이 죽은 유기체를 먹고 만든 배설물이다. 죽은 유기체가 박테리아의 먹이가 되고 박테리아의 배설물은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서 농작물을 키우는 식으로 퇴비는 삶과 죽음의 계속성을 만들어낸다. 이는 퇴비 속에 서로 연결되어 실뜨기하고 있는 미생물, 동물, 식물과 같은 크리터들(critters)의 미시생태계를 떠올리게 한다.

     

    <소농학교>에서는 이 퇴비를 언어유희나 은유가 아닌 실제로 만든다. 소농들의 배설물과 잔반, 밭에서 나오는 부산물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어느 정도 발효되면 퇴비장에 한데 모아 얽히고설키는 과정을 거친 끝에 퇴비로 만들어진다. 특히 소농들의 똥과 오줌은 퇴비의 귀한 재료가 되는데, 좌변기에 앉아 배설하고 물을 내려 버리는 과정으로는 당연히 모을 수가 없다. 농장엔 좌변기를 설치할 수도, 작동할 수도 없는 조건이므로 생태뒷간이 필요한 이유다. 쭈그려 앉아 볼일을 본 뒤 똥엔 왕겨를 덮어 모으고 오줌은 오줌통에 따로 모아지는 구조다.

     

    이미 <소농학교>엔 이런 구조의 생태뒷간이 두 채 있는데 지은 지 모두 오래되고 낡아 새로 지을 필요가 있었고 활동가로서 생태뒷간을 짓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기에 이른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을 나는 <똥지순례>라고 지었다. 먼저 생태화장실을 손수 지어 본 사람들을 만나 보면 좋겠다 싶어 정말 성지순례 하듯 귀한 똥을 모으는 생태뒷간, 이른바 똥지를 순례했다. ‘똥지순례를 통해 이런저런 영감과 조언을 얻은 대야미의 소농들은 안 쓰는 창고를 허물고 함께 생태뒷간을 지었다. 1년이 지난 지금, 생태뒷간은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퇴비 재료가 될 똥은 꽤나 많이 모였고 또 그만큼 발효도 되어 한데 모여 얽히고설킬 날을 기다리고 있다. 오줌은 오줌대로 따로 모아 액비로 잘 쓰고 있다. 이렇게 분해되어 서로 얽혀 분간하기 어려워지는 퇴비들처럼, 해러웨이의 우리는 퇴비다!”라는 선언도 이 생태뒷간에서 똥오줌을 싸는 순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의 선언대로 우리가 정말 퇴비주의자이며 퇴비 그 자체임을. 도시 텃밭에서 퇴비주의자가 되는 건 이렇듯 어렵지 않은 일이다.

     

    <똥지순례>의 결과물, 생태뒷간 1

     

    [도시를 장소로 살아가기: ()]

    줄곧 군포라는 도시에서 농사 짓는 이야기를 했지만 정작 도시농업이란 단어를 쓰지 않았다. 심지어 농업이란 말도 쓰지 않았다. 접미사 ‘-이 지니는 산업, 사업이란 뜻이 다소 무겁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당장 내가 짓는 농사만 봐도 농업이라 하기엔 초라할 정도이고 고로 사업성 역시 당연히 없다. 기른 작물을 돈을 받고 거래한 적 역시 없으니 내가 짓는 농사는 자급과 선물을 위한 것이며 일종의 장소성 형성(또는 공간에서 장소로의 전환)을 위한 수행이면서 공익활동이자 예술적 실천이 되기도 하다.

     

    예술적 실천으로서의 농(農)

     

    그럼에도 흔히 얘기되는 도시농업의 기능을 일부 공유한다. 전술했듯 경제적 가치를 논외로 하면 공익적 가치가 남는다. 공익적 가치도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도시의 열섬현상을 줄이는 효과만 언급한다. 도시는 다른 지역보다 온도가 높다. 도시가 내뿜는 뜨거운 열기를 식혀주지 못 하기 때문이다. 도시를 뒤덮고 있는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는 수분을 포함한 흙보다 더 많은 태양열을 흡수하면서도 열기는 식혀주지 못 한다. 그런데 이 도시의 한 뙈기 땅에라도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대신 증산작용을 하는 식물을 심는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도시의 온도를 떨어뜨려주는 데 분명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군포의 한 빌라촌에 살고 있는 나는, 한여름 대야미 소농학교에만 가도 조금은 선선한 기운을 느끼며 다시 생기를 얻곤 한다. 물론 이내 허리를 굽혀 밭일을 하노라면 어느새 땀범벅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어떤 기능의 차원을 넘어서 거듭 말하고 싶었던, 땀 흘리는 농()의 가치는 이렇다. 도시인들이 허리를 굽혀 땅과 가까이하며 땀 흘리며 농사지을 때 지금-여기의 공간은 다양한 관계 맺음 안에서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웃과 자연, 작물과 땅, 그리고 내 몸과 시대와도 새로이 관계 맺는 장소로 도시 텃밭을 다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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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도시를 ‘장소’로 살아가기: 농(農)
    전형민(동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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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0-30
  •  

    "활발한 공익활동가학교 회원활동을 위한 온기우편함탐방"

     

    온기우편함은 손편지로 일상의 위로를 전하는 비영리단체에요.

    누구나 익명으로 고민을 보내주시면 손편지로 답장을 전해드리는 정서지원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에 따뜻한 온기를 전하고 있어요.

     

    온기우편함서울 서초구 방배동 810-9 4

     

    온기우편함탐방: 공익활동의 온기를 나누는 시간

    지난 926,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온기우편함을 방문했습니다. 이번 탐방은 활발한 공익활동가학교 학습공동체의 일환으로 공익활동가학교가 끝나고 자발적으로 모여 공부하는 학습동아리입니다. 활동의 후속으로,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이상화 전략사업팀장님이 마련해주신 자리였습니다. 이상화 팀장은 "우리 공익활동가학교의 활동가 교육생들의 성장을 위한 역량 학습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든든한 약속을 하며, 공익활동가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특히 2023년 공익활동가학교의 단톡방에 이번 탐방 정보를 공유해주신 덕분에, 새싹과정에서 공익활동을 시작한 저도 이번 온기우편함 방문에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방문에는 나란히 대표 유병훈, 스무살이 협동조합의 선수림 활동가, 부천시 마을공동체 활동가 박선희, 그리고 공익웹진 시민기록자인 저, 황수산나(에디터명: 공익인간)까지 네 명의 공익활동가들이 함께 참여했는데요.

    탐방의 목적은 온기우편함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과 공익활동의 다양한 방식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각자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며, 온기우편함의 활동이 어떻게 구성되고 운영되는지를 알아보고, 비영리 스타트업을 시작하려는 공익활동가들에게 실질적인 성공 사례를 탐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온기우편함대표와 탐방 참여자 나란히 봉사단 유병훈 단장, 스무살이협동조합의 선수림 활동가, 부천시 마을공동체 박선희 지원활동가, 공익웹진 아카이브 에디터 황수산나(에디터명: 공익인간)소개와 인사

     

    탐방의 시작은 참여자들의 동기와 소개를 나누는 시간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먼저 유병훈 단장은 "나란히 손잡고 성장하는 봉사, 경기도 광명시 나란히 봉사단"의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24 공익활동가학교 전문가과정에서 활발한 회원활동이라는 주제로 온기우편함대표님의 강의와 신념에 감명을 받아 다시 듣고 싶다는 소감을 전해 이번 탐방의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유 단장은 군 복무 중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했던 경험이 나란히 봉사단을 창단하게 된 계기라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취사병으로 근무하며 하루 100끼의 도시락을 만들어 격리자들에게 전달했던 경험이 그의 결심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비영리 활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기로 결심한 유 단장은 3개월간 기획안을 작성하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운영자를 모집하여 나란히 봉사단을 창단했습니다. 현재 이 단체는 독거노인들에게 미식 도시락을 조리하고 포장하여 배달하는 봉사 단체로 성장하였습니다.

    선수림 활동가는 '유퀴즈'에도 출연한 유명한 조현식 온기우편함대표를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전에 마을 프로젝트로 어르신들과 추억의 편지를 쓰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온기우편함을 참고 사례로 삼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부천시 마을공동체 활동가인 박선희 활동가는 627일 전문가 과정 강의를 듣고 난 후 "공익적인 활동을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참여 동기를 밝혔습니다. 그녀는 과거에 주먹구구식으로 활동을 진행해 온 경험이 있어, 온기우편함에서 진행하는 활동들이 새로운 관점으로 다가왔다고 말했습니다. 박 활동가는 "어르신 세대는 공익활동을 단순히 좋은 일로 생각하고, 시간과 힘을 쏟아붓는 방식으로 해왔지만, 온기우편함의 접근은 체계적이고 전략적"이라며 감명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온기우편함 공간에 들어오자마자 손글씨로 장식된 따뜻한 분위기와 성장이 온기답게 이루어지는 흔적이 인상 깊었다고 말하며, 이러한 분위기가 그녀에게 용기를 주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광명시 나란히 봉사단 유병훈 단장

     

     

    부천시 마을공동체 박선희 활동가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온기우편함과 같은 공간과 운영이 공익활동가들의 지속 가능한 활동에 얼마나 큰 멘토링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공익활동가들은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며,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궁금한 것들이 많았는데요 저는 온기우편함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어 온기우편함이 무엇인지부터 궁금했습니다.

     

    온기우편함온기우체부 봉사자들이 온기 편지를 쓰는 공간

     

    Q. 온기우편함은 어떤 곳인가요?

    A. 현대 사회에서 정신 건강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우울감과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공간과 활동의 필요성이 절실해졌습니다. 온기우편함은 사회 구성원들의 정신 건강을 회복하고 우울감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 조직입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내면 이야기를 털어놓을 공간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유 우편함이라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온기우편함에 익명으로 고민을 적어 보내면, 자원봉사자들이 손편지로 답장을 작성해주는 형식입니다. 이 자원봉사자들은 온기우체부로 불리며, 현재 약 750명이 활동 중입니다. 온기우편함은 전국 73곳에 설치되어 있으며, 매달 평균 1,500통에서 2,000통의 답장이 오고 갑니다.

    또한 이 편지들을 바탕으로 온기레터라는 뉴스레터도 발행하며, 이를 통해 고민을 보내지 않은 사람들도 일상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현재 11,000여 명이 이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온기우체국이라는 팝업스토어도 운영하여, 사람들이 직접 방문해 손편지를 쓰고 위로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 팝업스토어는 지역을 이동하며 한 달에 한두 번씩 꾸준히 열리고 있습니다.

     
     

    온기레터에 실린 고민편지와 손편지 답장을 담은 책을 활동가들에게 선물로 주신 온기모음집책

     

    온기우체부를 통해 받은 따듯함

    내 고민에 대한 답장 편지를 온기우체부 활동가가 일일이 손편지로 답장을 쓴 편지를 받고 다시 한번 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는 후기글들이 많다고 합니다.

     

    Q.온기우편함은 어떤 사람들이 운영할까요?

    A.온기우편함은 비영리 단체로, 자원봉사자와 직원들이 함께 운영하는 구조입니다. 대표인 저를 포함해 7명의 직원이 있으며, 이들은 모두 자원봉사자 출신입니다. 직원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 2년 이상 자원봉사로 활동한 경험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조직의 가치와 본질을 이해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익활동가들에게 조언을 아낌없이 나누고 있는 사단법인 온기 온기우편함조현식 대표

     

    운영 구조 및 역할

    자원봉사자 관리: 750명의 자원봉사자를 관리하는 것이 주요 업무 중 하나입니다. 자원봉사자들은 편지 쓰기와 같은 활동을 하며, 이를 통해 서로의 심리적 안전망을 형성하는 역할을 합니다.

    전문성 확보: 현재 비영리 활동에 있어 전문가가 필요한 시점이 오겠지만, 우리 단체의 경우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이해가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자원봉사를 경함한 분들이 직원으로 채용이 되고 있습니다.

     

    후원금 사용 및 사내 복지

    보통 단체에 후원하는 후원자들은 사업비에 쓰는 것을 선호하는데, 조대표는 후원금이 인건비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후원자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후원자들을 설득을 하고 후원금이 인건비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후원자들에게 이를 명시하고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비영리 조직에서도 직원들이 생활할 수 있는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사내 복지 측면에서는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특정 교육이나 책 구매에 제한을 두지 않고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조직 문화도 중요하게 여기며, 직원들이 서로에게 심리적 안전망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원봉사자와의 소통

    온기우편함은 자원봉사자와의 소통을 위해 두 달에 한 번 전체 모임을 개최합니다. 이 모임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필요한 교육을 받으며,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커뮤니티 유지 노력이 자원봉사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온기우편함은 자원봉사자와 직원 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공익활동을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며,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조현식 대표는 이처럼 온기우편함은 자원봉사자와 직원 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공익활동을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며,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온기우편함은 단순히 편지를 주고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 간의 정서적 연결을 증진시키고 사회적 지지를 확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조직은 공익활동가들에게 지속 가능한 활동을 위한 멘토링의 장을 제공하며,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플랫폼으로서의 의의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처럼 온기우편함은 지역 사회와 공익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사람들의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위로의 공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온기를 지키는중 온기우편함사무실

     

    유퀴즈 유재석님이 온기우체부들게 남긴 응원의 메시지 사인

     

    유병훈 단장은 MZ세대답게 질문 리스트를 스마트폰 메모장에 기록하며, 전략적인 활동에 대한 궁금증을 하나씩 물어보는 열정을 보였습니다. 그는 비영리 스타트업 단체 활동가로서의 고민과 경험을 나누고, 온기우편함의 운영 전략을 배우고 싶다는 질문을 했습니다.

     

    Q.온기우편함의 비영리스타트업 성공 노하우는?

    A. “온기우편함은 비영리 스타트업으로서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두 가지 주요 방향성을 설정했습니다. 첫째는 개인 후원자 개발, 둘째는 기업 및 기관과의 파트너십입니다.”

    조대표는 비영리 단체가 생존하기 위해 후원자의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후원자와의 관계를 전략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하며, 개인 환자들에게 직접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습니다.

    온기우편함의 핵심 활동 중 하나는 고민 편지와 답장을 통해 후원자와의 연결 고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용자들이 고민을 보내고 이에 대한 답변을 받을 때, 그 과정에서 후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예를 들어, 답장에 감사 카드를 포함시켜 QR코드를 통해 후원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이처럼 즉각적인 감동을 통해 후원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기업들과의 협력도 중요한 전략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최근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향에 맞춰, 기업들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영리 단체와 협력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온기우편함은 정신 건강이라는 사회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비영리 단체로서의 포지셔닝을 통해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편함 설치와 같은 사업을 진행하며, 이를 통해 발생한 수익으로 지속 가능한 운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온기우편함은 다양한 후원 캠페인을 운영하며, 청년 고립 문제와 같은 특정 이슈에 대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사회적 가치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함께 실현하는 모델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청년주택과 같은 특정 지역에 우편함을 설치하여 정서 지원을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온기우편함은 비영리 단체로서 생존과 성장을 위해 개인 후원자와 기업 파트너십을 통해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다양한 홍보 및 후원 전략을 통해 더 많은 후원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성공적인 비영리스타트업이 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선희 활동가는 최근 AI의 발전에 대해 요즘 누구에게 털어놓는지가 중요한 시대라, 인공지능이 온기우편함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AI가 인간의 감정과 소통을 대신할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질문했습니다.

     

    Q. AI와 인간의 연결: 온기우편함의 고민

    A. “정신 건강 문제는 복잡한 감정이 얽힌 분야이기 때문에 AI가 이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특히, 외로움은 관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고, AI가 사람 사이의 관계를 대체할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했습니다. 이러한 질문들은 인간의 복잡한 정서를 AI가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한계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조대표는 최근 AI서비스에 대해 언급하며, 정신 건강 문제는 정말로 AI로 해결될 수 있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는 외로움과 같은 감정이 AI에 의해 해결되기 어렵다고 생각하며, “결국 사람과 사람이 직접 연결되어야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이 있습니다. AI는 답장을 해줄 수는 있지만, 그 감정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AI는 공감이 결여된 존재이기 때문에, 결국 인간이 느끼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온기우편함은 사람의 따뜻함으로 탄생해야 한다는 신념을 밝혔습니다. 이러한 대화는 AI의 발전 속에서도 인간의 정서적 지지와 관계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비영리 활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질문으로 '나란히' 봉사단체의 유단장은 최근 고령화 사회에서 시니어들이 겪고 있는 무위와 가치 상실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데 어르신들이 대부분 초고령화 사회에서 여러 가지 사회적 이슈에 직면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에 대해 조언을 듣고 싶다고 했습니다.

     

     

    Q. 청년활동가 '나란히' 스타트업 봉사단체에 대한 조언이 있다면?

    A. “어르신들의 무위를 해결하기 위해 일자리와 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현재의 정책적 연결이 쉽지 않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으며, “급여 지급이나 지속 가능한 사업 운영이 어려운 현실에서, 어떻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시니어들이 삶의 지혜를 활용하여 청년들의 고민을 듣고 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라고 말하며, 이는 어르신들에게도 가치 있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시니어들은 청년들과의 소통을 통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고 만족감을 얻고 있다는 사례를 제시했습니다.

    조대표는 어르신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더 이상 가치가 없는 존재라고 느끼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청년들은 삶을 살아본 사람들의 경험과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이러한 연결 고리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따라서 그는 시니어 분들이 교육을 통해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무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원봉사를 제안하며, 이 활동이 시니어의 자기 효능감을 높일 수 있을 것이를 통해 '나란히' 봉사단체는 시니어들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소속감을 느끼고, 자신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온기우편함탐방 단체 사진

    이번 탐방을 통해 온기우편함이 개인을 넘어 온 국민에게 어떻게 따뜻한 소통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는지를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연결하는 온기가 가득한 곳임을 확인했던 시간으로 앞으로도 온기우편함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위로를 전하는 공간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우리 공익활동가들에게도 이와 같은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한 전략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시키며, 공익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기를 응원합니다. 여러분, 따뜻한 온기가 가득한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온기가득했던 온기우편함

     
     
     
    [현장스케치]활발한 공익활동가학교 회원활동 [온기우편함] 탐방기
    공익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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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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