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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결되는 세계, 변화와 도전의 시민사회.”
    어디선가 본 것 같고 들은 것 같은 말인가요?
    네, ‘2025년 공익활동페스타 세계시민대회’ 슬로건입니다. 그럼 이런 노래는 아실까요?
    “그대가 걸어온 길은 외롭고 힘겨웠지만 우리 함께 걸어가는 이 길은 이젠 외롭지 않아요…”
    네, 거기서 불린 노래 ‘함께’의 가사죠. 한달 전 일이라 시의성도 현장감도 모자라는 뒷북 소리가 될까 조심스럽지만, ‘기록’과 ‘약속’의 힘을 의지하려 합니다. 지난 9월 30일(화) 수원 컨벤션센터 4층에서 보고 듣고 만나며 경험한 ‘연결된 우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행사 웹자보 /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연결되는 세계, 변화와 도전의 시민사회”라는 슬로건처럼 국내외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만나고 연결되는 축제였습니다. 기조강연과 4개의 주제 세션에서 토론하며 공익활동의 주제를 찾아가는 탐구의 기회이자, 경기도의 공익단체와 활동가들, 그리고 시민이 교류하는 기회였습니다. 더불어 시민사회가 직면한 도전과 변화를 고민하고 연결과 협력을 모색하는 자리도 됐겠죠?
     
     
     
    '공익광장'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왼),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오)
     
     
    사회적 경제의 베이스 캠프 경기도, 기념식
    수원 컨벤션센터 4층 계단을 오르면 바로 앞에 ‘공익광장’이 방문객을 맞았습니다. 넓은 로비 천장엔 알록달록 풍선이 떠 있고 바닥엔 말랑말랑한 컬러 소파가 가득하죠. 세계시민대회를 알리는 현수막과 지역의 공익활동을 보여주는 사진을 둘러보며 방문객은 안내데스크로 연결될 수 있었습니다. 넓은 창가엔 차탁과 의자 그리고 다과가 준비돼 있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죠. ‘공익광장’을 걸어 컨퍼런스 홀로 가는 길목에서 대형 현수막이 말을 걸었습니다.
     
    “2025년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와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깊은 연대로 더 넓은 협력으로 나아가겠습니다.”
     
    경기도 공익단체 이름들과 5기 아카이브 에디터 이름이 빼곡이 적힌 걸개였습니다. DMZ스테이, 느린이웃, (사)경기시민연구소울림, 경기평화교육센터, 그물코평화연구소, 구구컬리지, 생생아쿠아, 라운지플러스… 120여개 공익단체들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5기 아카이브 에디터 21명의 이름도 있었으니 제 이름 ‘꿀벌’도 일별하고 갔겠죠?
     
    경기도가 사회적 경제의 베이스 캠프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컨퍼런스 홀에서 있었던 공익활동페스타 기념식에서 들었답니다. 여느 공식 행사처럼 국민의례, 내빈소개, 그리고 축사와 공익활동가들에 대한 시상식이 있었는데요. 고영인 부지사가 대독한 김동연 지사의 축사가 인상적이었어요, 경기도가 다양한 공익활동들을 뒷받침하는 ‘사회적 경제의 베이스 캠프’라고 했거든요. 지난 정부가 사회적 재정을 계속 삭감한 거 아시잖아요. 그럴 때 경기도는 도리어 예산을 늘리고 공익활동의 가치를 확산했다네요. 인상적인 한 대목만 옮겨보겠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익활동 단체 간 협력을 공고히 하는 ‘1기업 1단체 공익 파트너십 캠페인’. 청년들 스스로 자신의 공익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공익해봄 프로젝트’를 비롯해 다양한 공익 활동의 토대를 다져왔습니다. 경기도는 또한 ‘사회적경제’의 베이스캠프이기도 합니다. 전국 최초로 도청에 ‘사회적경제국’을 신설했고, ‘경기도 사회적경제원’을 만들었습니다. 지난 정부가 사회적경제 예산을 감축할 때 경기도는 오히려 예산과 재정 지원을 확대했습니다. 기업과 기관이 협업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컬렉티브 임팩트’도 강화했습니다.”
     
     
     
    정윤경 경기도의회 부의장(왼), 고영인 경기도 경제부지사(오)의 축사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공익광장에 마련된 포토존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평화가 미래다”, 공익활동박람회
    기조강연장 건너편 공간에서는 ‘공익활동박람회’가 열렸습니다. 공익활동단체, 사회적경제조직, 비영리법인, 기업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교류의 장이었습니다. 공익활동가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경험을 나누고자 하는 단체들로 구성된 부스가 방문자들을 기다리는 곳이죠. 공익활동단체 운영을 위한 전문가들의 현장 상담과 컨설팅과 홍보, 조합원 모집, 즉석 미팅도 이루어졌습니다. 공익활동가들은 좋은 정보를 얻고 공익 주체들간의 연대의 장이 되었습니다.
     
    공익활동가사회적협동조합 동행, 공동체IT사회적협동조합, 비영리IT지원센터,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주) 더한다, (주) 리맨, (주)아이퀘스트,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찾아가는 공익활동 상담소"가 보입니다. 이중에 ‘동행’은 이름처럼 ‘공익활동가의 비빌 언덕’이 되어 동행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입니다. 전문직종에 협의회가 있고 사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사회보험이 있듯, 공익활동가들에게 제대로 된 사회 안전망이 되고자 한다는데요. 공익활동가들이 회원으로 조합비를 내고 연대하고 상호부조하는 곳이랄까요. 공익활동가들이 신뢰받는 사회를 만드는 게 동행의 꿈이요 공익활동가의 지속가능한 활동과 존중받는 삶을 위한 안전망을 만드는 게 사명이라고 하네요.
     
    복도에 책상 하나 놓고 홍보하는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보존운동’ 활동가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성병관리소 홍보 자료와 함께 크고 무거운 책 『동두천을 찾고, 잇다,』(36,000원)와 “평화가 미래다” 손수건(10,000원)을 팔고 있었습니다. 활동가님들과 인사하고 이야기한 후 “평화가 미래다”에 연대하는 맘으로 책과 손수건을 샀습니다. 이 무거운 책을 펴낸 ‘동두천역사문화연구회’는 2020년 5월에 설립된 작은 동아리라네요. 동두천에서 태어났거나 오래 살고 있는 5명의 동두천 사람들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사랑하고 공부하며 탐방한 결과물이랍니다.
     
    『동두천을 찾고, 잇다,』가 소개하는 ‘성병관리소’를 옮겨 적어 봅니다.
    “1971년부터 추진된 ”기지촌 대책사업- 기지촌정화사업“의 일환으로 1973년 기지촌성매매여성들의 성병을 관리하기 위해 세운 기관이 있던 건물이다. ‘양주군성병관리소’로 동두천 상봉암2리인 소요산에 6천766㎡ 부지에 2층 규모로 세워졌다. 흔히 ‘낙검자수용소’, ‘몽키하우스’, ‘언덕위의 하얀 집’으로 불리웠다. 1996년 3월 폐쇄되었고 현재 건물만 남아 있다.” (22쪽)
     
     
     
    공익활동박람회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다양한 센터 및 네트워크 소개 전시(왼),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보존운동을 위한 후원물품 판매 부스(오)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왼), 에디터(오)
     
     
    “연결되는 세계, 변화와 도전의 시민사회”, 기조강연
    이번 세계시민대회의 주제는 기조강연을 통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국립타이완대학교 사회학과 허밍슈 교수가 “대만의 최근 시민운동 : 블루버드액션에서 the great recall 까지(Taiwan's Recent Citizen Movements : From the Bluebird Action to the Great Recall)”를, 이어서 “한국 시민사회의 변화와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도전들”이라는 제목으로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 서복경 교수의 강연이 있었습니다. 모든 강연에는 수어통역이 있었습니다. 허밍슈 교수의 영어 강연은 통역기를 통해 동시통역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허밍슈 교수는 한국의 민주화 운동과 시민사회의 변화를 짚으며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시민사회의 흐름과 비교하여 공통점과 차이점을 이야기한 후 이런 결론으로 정리하였습니다.
    “대만의 시민사회 운동은 민주주의 발전과 긴밀히 연결되어 왔다. 야생백합운동(Wild Lily Movement)은 반독재 투쟁의 상징이 됐고, 해바라기운동(Sunflower Movement)은 권위주의의 확장에 저항했다. 밀크티연대(#MilkTeaAlliance)로 국제적 민주주의 위기에 적극 대응했다.
    한편, 학생 중심이던 시민사회 주체가 여성과 K-팝 팬 같은 집단으로 확장되고 있다.”
     
    서복경 교수는 국내의 내란과 탄핵 집회의 양상을 중심으로 분석한 후 연결과 협력, 통합을 위한 과제로 “광장과 일상을 잇자’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광장에 대한 통계가 전부가 아니라며 한국사회가 나야가야 할 구체적인 시민운동의 방향과 활동 과제를 이렇게 제시했습니다.
     
    “2050년 이후 급격한 인구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저출생 추세의 반전 가능성이 낮은 만큼 인구 감소 사회에 적응하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을 위해 평생교육과 기술 습득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초고령사회에 대응할 지역 의료·요양·돌봄 체계와 교통·주거 등 사회 전반의 고령 친화적 재설계가 요구된다. 또한 고령화로 인해 소수자로 전환되는 아동·청소년·청년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세대 간 공존을 위한 사회적 기획이 필수적이다.”
     
     
     
    국립타이완대학교 사회학과 허밍슈 교수(왼),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 서복경 교수(오)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공익활동가 싱어송라이터 퍼플민이 노래하다
    기조강연 후 그 자리에 도시락 점심이 제공되더니 무대에서 한 사람이 노래를 하더군요. 특별공연이라네요. 수수한 셔츠 차림의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참 맑았습니다. 공익활동가들을 지지하고 위로하는 가사가 들렸어요. 그러고 보니 어디선가 공익활동 행사에서 본 듯해서 저는 눈과 귀를 뗄 수 없었습니다. 3곡을 부르고 자리를 뜨는 그분을 알고 싶어서 후다닥 따라갔죠. 인사하고 다짜고짜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연결되는 세계, 변화와 도전의 시민사회”, 그런 연결이자 특별한 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 싱어송라이터 퍼플민 이도영 님과의 일문일답입니다.
     
    Q. 노래를 3곡 불렀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음향 장치도 별로 같던데, 목소리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은 알겠는데 다른 2곡은 잘 몰라서 죄송하다.
    ‘우리 가는 길’과 ‘함께’를 불렀다. 같은 노랫말인데 ‘우리 가는 길’은 발라드 버전이고 ‘함께’는 행진 버전이다. 그 두 곡을 우리 집 식탁에서 1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 만들었다. ‘우리 가는 길’ 노랫말을 써서 곡을 붙이고 보니 마음에 들었다. ‘이거 행진 버전도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행진 버전으로 또 곡을 썼다. 그렇게 같은 노랫말에 두 노래가 함께 만들어졌다.
     
    Q. 노래 두 곡을 어떻게 한 시간 동안 만들 수 있나. 노랫말은 어디서 영감을 얻었나?
    2018년 서지현 검사를 시작으로 미투가 있을 때였다. 성폭력 피해자들과 함께하는 마음,‘위드유 With you’의 마음으로 노랫말을 썼다. 이후에 불러보니 두 노래가 연대의 자리에 다 잘 어울리더라. 연대 활동 나갈 때마다 부르는 애창곡이 됐다. 오늘도 이렇게 시민사회 공익활동가들이 함께하는 자리에 어울리는 곡으로 선곡했다. 이런 자리에 ‘우리 가는 길’하고 ‘함께’가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부른 건데, 괜찮았나?
     
    Q. 물론이다. 노래에 이끌려 말 걸게 됐다. 도저히 지나칠 수가 없었다. 시간 내 주심에 감사한다. 이런 자리에서 만났으니, 노래하는 활동가? 이게 꿈이었는지, 소개 좀 해 달라.
    어릴 때부터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고 음악 듣기를 좋아했다. 13살 여름에 엄청 충격적인 일을 겪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왔다. 그전에는 책 읽기와 공부를 좋아했는데 책도 못 읽고 사람들이 말하는 것도 잘 안 들리는 등 집중력이 떨어지는 병이었다. 근데 음악은 다르더라. 학습 장애에 난독증인데 음악은 들렸다. 그래서 음악에 미치다시피 빠져 살게 되었다. 평생 음악만 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중학교 때부터 꿈이 음악인이었지만 그시절엔 집안 형편이 어려운 내가 실현할 수 없는 꿈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인문학 전공으로 뒤늦게 대학에 진학했는데 음악에 대한 꿈은 접어지지 않더라. 대학 노래 동아리라도 들어가야지 했는데 대통령이 전두환인 시대였다. 노래 부르고 있을 때가 아닌 거라. 언더서클에서 학생운동하며 음악인으로 사는 꿈은 접었다. 대학 졸업 이후에도 계속 음악은 듣고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지만 음악과 상관없는 직업으로 살았다.
     
     
     
    공익활동 페스타 퍼플민 특별공연(왼), 퍼플민 인터뷰 사진(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Q.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게 살다 보면 일치하기 쉽지 않은데, 참 좋겠다. 무슨 일을 하며 살다 어떻게 이런 노래하는 활동가가 되었는지 말해 달라.
    학원에서 고등학생 입시 강사하며 시민단체 활동을 했다. 서울 살다가 고양시로 이사했는데 대학 때 학생운동 같이 한 선배가 고양시민회 사무국장이더라. 회원이 됐는데 당시 이런저런 사정으로 내가 경제적 가장으로 살던 시기인지라 전업활동가는 못하고 적극적 후원회원으로 살았다. 그시절 나의 꿈은 하루라도 빨리 전업 시민사회활동가로 사는 거였다.
     
    경제적 가장 역할에서 어느정도 벗어난 즈음에 고양 여성민우회에서 진행하는 성폭력 예방 상담원 양성 과정에 참여하게 되면서 고양여성민우회 회원이 됐다. 비상근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다가 2021년 1월 총회에서 고양여성민우회 대표로 선출되어 4년간 상임대표로 활동했다.
     
    민우회 활동 시작 시점보다 조금은 전에 친하게 지내던 동네 음악 친구들과 밴드를 결성했는데, 밴드활동은 멤버들 사정으로 중단되었지만 내가 창작이 가능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이후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게 되었다.
     
    와~ 유능하다. 싱어송라이터라니 정말 멋지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어도 음악을 워낙 많이 듣다 보니 멜로디도 쓸 수 있더라. 어릴 때부터 글 쓰기를 많이 해서 노랫말은 쓸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작곡을 할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걸 알게 되니까 멜로디가 막 떠오르고 일주일에 한 곡씩 쓰고 그랬다. 나도 스스로한테 놀랐다. 작곡하는 사람이 제일 신기했는데 내가 그런 사람이 된 거다.
     
    노래를 만들고 나니 부르고 싶더라. 그래서 ‘퍼플민’이라는 노래팀을 민우회 안에서 사람을 모아서 만들었다. 고양여성민우회 송년회에서 처음으로 내가 만든 노래를 불렀고 주변인들이 음원으로 발표하면 좋겠다고 해서 이후 다섯 곡의 음원을 발표하고 고양 지역을 중심을 싱어송라이터로 활동을 지속하게 되었다.
     
    Q. 퍼플민은 같은 사람들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나?
    구성원은 바뀌며 이어져 왔다. 음악적으로 서로 잘 맞아야지 그냥 친하다고 같이 노래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 그게 가장 힘들다. 공연은 상황에 따라서 혼자도 하고 같이도 하는 식이다.
     
     
     
    퍼플민 앨범 및 유튜브 계정 / 출처: 퍼플민
     
     
    Q. 퍼플민을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노래는 어디서 들을 수 있는지 알려 달라.
    멜론과 지니 등 음원 사이트에서 들을 수 있고, 네이버에 퍼플민을 치면 노래 정보가 나온다. 유튜브 채널도 있다. 퍼플민 유튜브에 공연 영상도 올리고 좋아하는 커버곡도 한 달에 한 곡 정도 올리고 있다.

     

     
    공익활동 페스타 퍼즐 세레모니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지속-공존-지역-연결, 지속가능한 공익활동 생태계로
    이제 다시 컨프런스홀로 가 볼까요? 오후 5시부터는 페스타의 마지막 순서인 폐회식이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4개의 세션에서 오간 이야기를 서로 발표하며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경기도 청년활동가 네트워크 청플2기 최승환 위원은 세션2가 “공익활동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수다회”였다며, “공익단체의 조직문화와 재정문제 등 공통의 어려움들을 나누는 유익한 자리”였다고 보고했습니다.
    이어서 허밍슈 교수와 일본의 한창희 센터장의 소감 발표가 있었고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유명화 센터장이 마무리 인사했습니다.
    “특히 대만과 일본과 태국의 연사를 초대해 한국 사회와 아시아의 생생한 경험을 듣고, 도전할 과제를 논의하는 장이었습니다. 지속, 공존, 지역, 연결로 지속가능한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를 만들고 우리의 현안을 씩씩하게 해결해 갑시다.”
     
    마지막 순서는 네 개의 핵심 키워드를 대표자들이 하나씩 들고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무대 앞 퍼즐판에 맞추는 세레모니였는데요. 모두의 박수 속에 이번 세계시민대회의 정신이 “지속, 공존, 지역, 연결”로 둥글게 완성되었습니다.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 각자의 자리에서 이어온 공익활동이 다시 서로를 만나 하나로 연결되는 느낌이 현장 전체를 따뜻하게 감쌌습니다. 그렇게 2025 세계시민페스타는 서로의 이야기가 모여 만들어낸 울림 속에서,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막을 내렸습니다.
    
     

     

     

    [현장스케치] 2025 공익활동 페스타 “그대가 걸어온 길은 외롭고 힘겨웠지만”
    꿀벌

    조회수 276

    2025-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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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세션에서 공익활동을 지속하는 데 활동가들이 마주한 현실적인 고민을 들었습니다. ‘공익활동과 로컬리티 집담회’가 주제인 세션 3에서는 또 어떤 생각을 나누고 과제를 지니게 될지 궁금합니다. 어느 지역이나 풀어야 할 고유한 사회 문제가 있게 마련인데, 이들 문제에 어떻게 맞서고 해법을 찾는지 지혜를 모으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2025 공익활동 페스타 배너(왼), 세션3이 진행되고 있는 현장(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세션3 공익활동과 로컬리티 집담회
    경기도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시도와 과제
     
     
    사회 이상우(공유공존공공을 위한 연구소 이사)
    해외 사례 한창희(일본 요코하마시민협동추진센터 센터장)
    발표 김동윤(사)세움 공동체이사)
    김남주(일동청소년공간 그늘 대표)
    김성길(경기 중북부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권예성(광명시공익활동지원센터장)
     
     
    사회 이상우(공유공존공공을 위한 연구소 이사)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공유공존공공을 위한 연구소’ 이상우 이사의 사회로 일본 요코하마 사례와 경기 북부와 남부에서 4개 단체가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시도와 관련한 발표를 준비했습니다.
     
     
    한창희(일본 요코하마시민협동추진센터) 센터장의 사례 발표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한창희(일본 요코하마시민협동추진센터 센터장)
     
    ‘일본 요코하마시민협동추진센터’는 요코하마 시청사 1층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루 방문객만 2만 4천 명이 넘을 정도로 시청의 민원 창구 기능을 톡톡히 합니다. 생활하기 쉬운 요코하마를 만들기 위해 행정, 시민, 기업, 대학 등의 협력체를 구축해 도시 문제를 지속가능한 형태로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단체입니다. 
     
    발표자인 한창희 센터장은 건축 설계를 전공했고, '다기능 커뮤니티 공간과 마을을 어떻게 연결하고 만들어 나갈까'라는 주제로 박사 논문을 쓴 것을 계기로 센터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센터에는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16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각자 다른 도시 정책과 의제를 고민합니다. 한 센터장은 직원의 나이 구성이 다양한 만큼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주요 사업으로는 최근 공모사업으로 보이스 피싱 예방 사업을 했고, 발달 장애 치료 센터와 협업해서 발달 장애아를 키우는 부모들의 양육 부담을 줄이는 활동을 합니다. 상담 활동 지원으로 최근에는 기립성 조절 장애로 학교생활이 힘든 청소년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빈집을 학교 밖 청소년들의 커뮤니티 공간과 연결하는 문제도 고민 중이에요. 협동적 학습과 공동 창조와 관련한 세미나와 워크숍을 열고 지역 사회 구성원들에게 맞는 의제를 발굴합니다.
     
    “한국을 비롯한 국내외 여러분이 저희 센터를 방문하는데요. 센터에 와서 보시는 사업들은 대부분 성공한 사례들이고 사실 실패한 사업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이런 부분을 항상 생각하면서 저희 사례를 참고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김동윤(사)세움 공동체) 이사의 사례 발표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김동윤(사) 세움 공동체 이사)
     
    저희 ‘세움 공동체’의 슬로건은 ‘다 함께 세우는 세상이 든든하고 아름답습니다.’입니다. 경기 북부 지역에 있는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 ‘왜’라는 질문을 갖고 활동을 시작했는데요. '왜 우리 아이는 학교로 가지 못하지?', '왜 우리 아이는 다른 지역에 가서 교육받아야 할까?'라는 고민이 있었고, 이를 함께 고민하는 시민단체와 함께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집을 시작으로 발달장애인 방과 후 교실, 재활 보장구 무료 수리 사업 등을 했고, 발달장애인 주간 활동센터와 공용 카페까지, 당사자들의 생애 주기로 세움은 성장했습니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징검다리 축제’는 비장애인과 발달장애인 학생들이 서로 교류하는 축제인데, 의정부에서 최초로 시작했습니다. 장애인 운동으로 확대하는 성과도 있었습니다. 동두천에 야학을 설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포천에는 장애인 자립생활센터를 설립해 이동권 개선과 관련된 활동들을 함께 하였고 특수학교 설립까지 함께하였습니다.
     
    김남주(일동청소년공간 그늘) 대표의 사례발표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김남주(일동청소년공간 그늘 대표)
     
    저희 동네는 안산시 상록구 일동입니다. 일동의 지역아동센터를 다녔던 보호자들이 모임을 시작해 지역아동센터에서 겪었던 다양한 놀이 문화를 나누고 사춘기에 동네 친구 간에 관계가 깨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활동을 했습니다. 안산에는 '울타리너머'라는 오래된 마을공동체가 있는데요. 여기를 주축으로 세월호 참사 때는 마을에 '카페 마실'을 함께 만들기도 했어요. 마을 공동체가 좀 오래 활동하고 이런 분위기가 있는 동네였기 때문에 저희도 용기를 내서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 동네 특성이 아파트가 없고 다가구들만 있습니다. 바로 옆에 산과 식물원이 있고 그래서 이런 자연 속에서 아이들이 많이 놀아서 동네 동생들에게 놀이지도를 만들어 배포하거나 동네 플로깅 활동도 하고 연결 지어 환경을 주제로 한 다양한 체험 활동을 했습니다.
     
    마을 만들기 지원 사업을 받아 본격적으로 청소년 공간 마련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 성남 등 다양한 청소년을 위한 공간이 있는 지역에 탐방을 가기도 했고요. 청소년 공간을 어떻게 디자인해 볼지 워크숍을 하면서 저희의 공간을 꿈꾸었습니다. 그렇게 ‘그늘’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늘’은 ‘그들은 늘’의 줄임말입니다. 아이들이 지은 이름이에요. 청소년들은 그늘에서 뭘 더 하고 싶다기보다, 동네에서 청소년의 얘기를 더 잘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청소년이 더 주도적으로 그늘의 활동을 계획하고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런 청소년들과 함께 지속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 재정 마련과 관계 기관과의 협력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있습니다.
     
     
    김성길(경기 중북부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의 사례 발표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김성길(경기 중북부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먼저 경기 북부 10개 시군 시민활동가들과 함께 10대 의제를 선정한 경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고양, 파주 권역에서는 DMZ 접경 지역과 관련한 공익활동 방안을 찾고, 동두천, 의정부 권역에서는 생활 폐기물 문제 해결이 시급한 과제로 선정되었습니다. 가평과 구리 권역에서는 공익활동에 시민이 참여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과제를 선정하였고요. 각 의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요. 예를 들어 동두천에서는 1회 용품 없는 축제를 운영한다거나, 의정부의 경우는 1회 용품 줄이기를 활성화하는 지원 조례를 개정하기도 했습니다. 지역에 있는 마을과 마을 간에 자매결연을 하여 저희 단체가 빠지더라도 지속적으로 관련한 사업을 마을 사업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권예성(광명시공익활동지원센터) 센터장의 사례 발표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권예성(광명시공익활동지원센터장)
     
    저희가 소개해 드릴 사업은 광명 시민과 교육 활동가가 함께 만들어간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공론장 ‘의제의 시간’입니다. 이 사업을 하게 된 데는 되게 슬픈 사연이 하나 있습니다. 저희가 23년도에 센터 위탁을 받았는데 24년도에 사업비가 60%가 삭감됐습니다. 주어진 보조금만으로는 사업을 진행할 수 없어 저희가 외부 공모 사업을 추가로 받아서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광명 시민이 제안하고 해결을 바라는 현안을 3개의 큰 대주제로 나눴고, 세 차례의 공론장을 통해서 각각의 대 주제별 의제 15개를 선정했습니다.
     
     
    광명센터에서 추진한 의제사업 / 출처: 광명시공익활동지원센터 홈페이지
     
     
    광명 시민이 주축인 의제 발굴단과 함께 총 2천 명의 시민이 의제 선정에 참석했습니다. 행정과 협업을 함으로써 민간 협치가 원활히 이루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광명시의 여덟 번째 의제 중에서 청소년 부모의 건강한 자립을 위한 올케어 지원이라는 의제가 발굴됐는데 이 청소년 부모에 관한 조례가 광명시에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공론장을 통해서 광명시 청소년 부모 지원 관련 조례가 만들어지는 성과도 거두었습니다. 대부분 그 토론장이 어떤 제도화나 실천이 되게 제한적인데 저희는 10개월 동안 시민들과 함께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의미 있었다는 피드백을 받아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종합토론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플로어 질문과 종합 토론
     
    ● 요코하마 센터는 대단히 많은 일을 하고 계시는데, 센터 직원 수는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아서 어떻게 엄청난 규모의 일을 그 적은 수의 사람들과 하실 수 있는지 비결이 궁금합니다.
     
    한창희: 업무를 나눌 때 신경을 많이 씁니다. 일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근무자들의 특성이라든가 근무자들의 시간 이런 거를 잘 배려해서 업무가 연속성 있게 하고, 저희 직원 중에서 시의 공무원 출신들이 5명 정도 있어서 관과 원활하게 협력하는 구조로 돼 있는 점도 성과를 내는 요인입니다.
     
    ● 처음엔 개별적인 문제를 해결하던 당사자의 움직임이 제도적인 지원을 받으며 공익적인 모습으로 확장된 단체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김동윤: 저희 단체에서 어려웠었던 점은 발달장애인과 관련한 제도가 부재한 상태에서 단기성과 위주로 활동할 수밖에 없었던 점이 있고요. 재정이 안정적이지 못하니까 공모에 의존하다 보니 거기에 노력과 에너지를 쏟게 됩니다. 기관의 유지나 연속성이 좀 위협받았었던 경험도 있고요. 참여하시는 분들만 계속 참여하니까 공동체에 피로감이 쌓이고 분열을 하는 아픈 경험도 했습니다.
     
    김남주: 민관이 같이 협력할 때 저는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저희가 공간이 생긴 지 3년 차인데 아직도 동이든 시든 저희를 파트너로서 여기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자존감이 무너지는 상황도 대단히 많았습니다. 관계 기관과의 관계는 숙제인 것 같습니다.
     
    권예성: 저희 센터는 개관한 지가 2년 조금 지났거든요. 광명 지역 주민들에게 저희 센터를 알리는 것 자체가 되게 어려웠습니다. 제가 명함을 600장을 찍었는데 600장이 이제 거의 다 소진 상태예요. 그 정도로 시민들을 많이 만나고 명함을 나눴고요. 제가 시민들과의 관계 확장을 위해서 노력했던 것 중의 하나는 시민이 있는 곳을 저희가 찾아갔습니다. 지역의 많은 축제나 동마다 하는 주민자치회에도 갔는데, 심지어 잡상인으로 오해를 받고 쫓겨난 적도 있습니다. 시민들이 저희 센터에 쉽게 접근하실 수 있도록 가까워지려고 노력했습니다. 또한 센터의 지원 영역을 단체에서 동아리와 개인한테까지도 확대하고 있기도 합니다.
     
    김성길: 저는 아직도 구시대적 활동가라서 당사자 운동을 하는 분들을 찾아가 협의하고 파악을 하는 편입니다. 환경운동뿐만 아니라 이제는 시민들하고 접촉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요즘도 환경운동연합에서 어디 집회 가자고 그러면 아무도 안 나오시는데, 물고기 조사하러 가자 그러면 한 30~40명 모이시거든요. 그러니까 저희 회원이 아니더라도 지역에서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해야 합니다. 실제적인 요구가 많이 바뀐 것 같아요. 당사자 운동을 넘어서 실제로 나에게 필요한 흥미 있는 활동을 했으면 하는데 아직 길을 잘 못 찾아서 그걸 개발하려고 노력합니다.
     
    한창희: 거점을 만들고 창구를 365일 열면서 운영하고 있는 건 저희 센터밖에 없습니다. 이게 많은 업무가 몰리니까 장단점이 있는데요. 저도 한계가 있긴 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이 사람과 저 사람을 연결하면 좋겠다’는 식의 협업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곤 합니다.
     
    ● 끝으로 보람을 느낄 때나 요즘 중점적으로 고민하는 부분을 나눠주세요.
     
    한창희: 저희 활동을 다음 세대에 연결해 줘야 하는데, 예산이라든가 임금과 처우 부분에서는 그리 좋지가 않으니까, 활동을 권장하고 그러지 못합니다. 그래도 젊은 분들이 한두 명씩 간간이 활동가로 들어오면 그분들을 성장시키는 것이 과제이고 성장한 면을 보는 것이 보람입니다.
     
    권예성: 저희가 예산을 안 줘도 결국에는 해낸다는 점을 보여줘 자긍심이 크고요. 그만큼 광명시 의제 선정 활동이 저희 센터에 굉장히 중요한 사업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남주: 가정사가 굉장히 복잡한 청소년들이 어디 의논할 어른도 마땅치 않고 근데 가끔 저희 공간에 와서 한 번씩 수다를 떨고 갑니다. 그럴 때마다 이 친구들이 마음 편히 터놓을 누군가가 있구나! 느껴질 때 우리 공간이 지속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늘’ 활동을 하며 자란 청소년들이 주체적으로 공간 운영을 하려고 할 때 보람을 느낍니다.
     
    김동윤: 장애인 내 병변 뇌출혈로 쓰러진 분이 계셨는데 누구도 이분은 자립을 못 하고 혼자 못 살 거라고 했는데, 단체에서 이분을 모셔 와서 한 4년에 걸쳐서 지역에서 자립하도록 지원했습니다. 그분이 하실 수 있는 말은 ‘바보야’, ‘멍청아’ 이거밖에 없으셨는데 자립하시고 나더니 ‘최고야’, ‘천재야’ 이렇게 하시고 그렇게 수십 년을 생활 시설에 사시다가 한 7년간 자유를 누리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이렇게 사람이 중심이 되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으면, 이 맛에 활동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성길: 지역에 쓰레기 소각 시설이 들어온다고 하면 그럴 때 막으러 가자! 그래서 주민들하고 가서 막고 싸움에서 이기고 이런 과정이 다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것은 결국 시민들이 하신 거고, 저는 다만 환경에 대해서 조금 더 먼저 공부를 했으니까, 이렇게 가면 어떨지 제안할 뿐이거든요. 시민들과 뭐든 함께해야 한다는 걸 깨달은 것이 활동의 의미 아닌가 합니다.
     
     
    패널 단체사진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마무리
     
    이상우: “지역사회 안에서 아주 개별적인 문제지만 굉장히 비슷한 경로로 서로 모이고 모아져서 그것이 어떤 조례라든지 제도화의 경로로 갈 수도 있고 당사자들의 어떤 힘에 나머지 역량들이 또 붙어서 계속 자생적인 모양을 갖춰 가기도 하는 다양한 모습들의 사례를 오늘 보았습니다. 이 다섯 지역의 사례 가운데 하나라도 인사이트가 있어서 각 지역에서 원하시는 활동을 유익하고 재미있게 진행하시기를 바랍니다.”
     
     
    각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활동가들의 노고가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본 듯 묵직하게 느껴지는 세션 3이었습니다. 활동의 기쁨과 슬픔을 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공익활동가들의 모습이 든든하고 자랑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현장스케치] 2025 공익활동 페스타 주제세션3: 공익활동과 로컬리티 집담회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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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0-29
  •                                                 

     

    청년의 시선으로 더 나은 미래 정책을 고민하는 경기도 청년활동가 박시우(청년다음랩연구소)

     

    청년 당사자로서 모두의 지속 가능한 다음을 고민하게 된 계기

    어렸을 적부터 장래희망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을 때면, 번듯한 정답을 하나 골라 말하곤 했습니다. 직업명을 듣고 별다른 질문 없이 고개를 끄덕거리는 반응이 익숙해질 무렵, 어느 한 단어로 정의하기 어려운 질문을 마주했습니다.

     당신이 살고 싶은 사회는 어떤 모습입니까?’

    폭우로 반지하 주택이 침수되고 산불로 삶의 터전이 사라졌다는 기사, 즐겁게 떠난 수학여행에서 학생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기사, 이태원 거리에서 또래 친구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기사, 사회초년생 청년 노동자나 실습생들이 일하다가 크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다는 기사, 딥페이크 성착취물 피해가 주변 학교들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기사10대에서 20대까지 자라오면서 잊기 어려웠던 기사들의 내용입니다.

    나의 교육도, 집도, 일터도, 살아갈 지구마저도 무엇 하나 지속가능하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이대로 정말 괜찮은 것인지 함께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했습니다. 모두의 삶이 더 나아지는 방향으로 한 발 나아가고 싶은데, 도대체 무엇부터 해야 하는 것인지 막막했습니다.

    해결되어야 하는 현실의 문제들은 무엇인지 당사자로서 고민하고, 실제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계획하고 시도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상상하고 싶었습니다. <청년다음랩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청년 다음학교청년정책 실험실에 참여하게 된 계기도, 그 답을 찾아가기 위한 한 걸음이었습니다.

    특히, 올해 초에는 수많은 시민이 광장에 모여 제가 진정 바라는 사회의 모습은 무엇인지 외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경쟁과 격차 속에서 무기력해지는 아이들을 방임하지 않는 사회, 포기하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회,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존중하는 차별 없는 사회, 모두가 공동체 속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고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사회, 일터와 집과 거리가 안전한 사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에는 어떤 정부 정책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는지 다함께 고민하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청년미래사회정책을 상상하는 프로젝트에 함께 진행할 수 있어서 더욱 뜻깊은 순간이었습니다.

     

     

    우리 사이를 멀어지게 하는 우리들의 피로에도 대안이 필요하다.

     저는 대학생 당사자로 구성된 연구팀 우리 사이의 팀원으로 속하여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대학생의 일상이 된 아르바이트, 학업을 병행하기 위해 휴식과 여가 시간을 줄이며 피로한 대학 생활을 보내고 있는 주변 대학생 친구들을 떠올리며 연구 주제를 발굴하고자 했습니다.

      공교육은 공적 주체에 의해, 공적 재원으로, 공적 절차에 따라 운영되는 교육으로 공익을 목적으로 합니다. 헌법 제311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갖는다는 헌법에 명시된 가치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는 초··고등학교 교육을 공교육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경험한 교육 현실은 입시 전쟁이었습니다. 청소년들의 삶이 중노동에 가까운 학습 노동과 치열한 입시 경쟁 스트레스에 놓여 있기에 한국의 공교육은 위기라고 합니다. ‘청소년 자살률 1’, ‘과도한 사교육비’, 어디서부터 이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막막하지만, 대학생 당사자인 우리 연구팀은 공교육이 된 대학 교육을 상상해 보는 것부터 출발해 보기로 했습니다.

      우리의 대학 교육이 초··고등학교 교육처럼 공교육에 포함되어 대학 등록금이 무상화된다면, 대학생들에게 어떤 생활적 변화가 있을지 알아보고자 공교육에 포함된 대학 교육이 주는 생활적 변화에 대한 인식 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나와 관련된 연구 주제를 직접 발굴하고 실현가능한 연구 주제로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팀원들과 정책연구를 지원하는 코치님과 함께 다듬어지지 않은 질문이더라도 하나씩 쌓아가며 길을 찾아나가는 경험 자체를 배우는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인식 조사의 참여 대상은 사립대학교에 다니고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대학생으로 설정하였으며, 연구팀원들 주변의 대학생 12명을 대상으로 1:1 인터뷰를 진행해 시사점을 도출하였습니다.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고 있는 대학생 인터뷰이들과 인터뷰 시간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인터뷰이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하고, 시험공부와 장시간의 알바로 잠을 5시간밖에 못 잔 인터뷰이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충분히 생각하고, 몰입하고, 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적극적으로 나눌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를 팀원들과 종합했을 때, 경제적 어려움으로 등록금 이외의 대학 교육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는 대학생들의 어려운 현실에 대해 학습권 침해에 대한 실태조사와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생에게 익숙한 국가장학금제도를 낯설게 보기

      시사점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인터뷰이와 인터뷰 진행자 모두 국가의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등록금 인상을 통제해 왔고, 이미 국가장학금을 통해 공적 자원이 투입되고 있다는 인식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학 등록금 2천만 원 시대?’, 반값 등록금 운동으로 대학의 등록금 상한제가 도입되지 않았다면 의학 계열뿐만 아니라 2010년대에 이미 모든 계열의 등록금이 천만 원 이상으로 치솟았을지도 모릅니다. 인터뷰를 통해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와 국가장학금 연계 규제, 대학 재정지원으로 등록금 동결을 유도하는 정책적 효과를 통해 대학생과 학부모들의 등록금 부담이 실질적으로 완화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높은 보증금으로 청년으로서 주거 공간 하나 마련하기 어려운 지금의 현실에, 그에 준하는 의 무게가 하나 더 얹어졌을 일상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숨이 막힙니다. 2000년대 초중반의 학생들이 이미 살인적인 등록금을 감당해 내고 있었다는 것조차 이번 연구를 하며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국가에서, 지역의 단체에서, 부모님의 기업에서 다양한 형태로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왜 만들어졌는지 과거의 상황을 통해 비로소 인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부가 국가장학금을 통해 공적 재원을 투입하지 않았다면, 서울에 내 집 한 채를 대출 없이 마련하겠다는 말처럼 서울에 있는 대학에 대출 없이 다니겠다는 말 역시 절대 닿을 수 없는 꿈으로 여겨졌을 것입니다. 다양한 활동과 학습에 집중해야 할 학생들을 저임금 아르바이트로, 더 착취적으로 일상을 구성하도록 몰아넣어서는 안 되기에 등록금 인상을 막을 수 있는 정책의 필요성이 더욱 느껴졌습니다.

      동시에, 인터뷰를 통해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국가장학금 정책은 소득분위별, 계열별 차등을 두고 지원하고 있고, 성적 등의 자격조건을 갖춰야 하는 등 지원을 받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바탕에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기조가 있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공고한 철학은 저를 포함한 주변 청년들이 대학 교육이 공교육화된다면 어떤 생활적 변화가 있을지 다양한 상상을 펼쳐보기 어려운 배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사립대 비중이 높은 한국에서 대학들이 계속해서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의문스럽게 다가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국가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대학을 운영하는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왜 막대한 등록금이 사립재단의 재산 축적에 사용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가장학금 제도가 우리에게 당연해진 것처럼, 등록금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대학 교육도 우리에게 익숙한 현실이 되어갈 수 있지 않을지 하는 기대와 함께 연구를 마무리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일상이 어떤 변화를 거쳐 구성되었는지 알게 되는 경험은 뜻밖이었습니다.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문제가 이 전에 비해 나아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희망과 위로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민도 연구자가 될 수 있다.

      2025322, 청년다음정책실험실의 5개 팀이 최종 연구결과를 시민들과 공유하고 피드백 청취를 진행하는 결과공유회가 진행되었습니다. 5개의 연구 주제는 공교육에 포함된 대학교육이 주는 생활적 변화에 대한 대학생 인식조사’, ‘학교와 지역이 함께하는 미래교육공동체 가능성 탐구’, ‘· 주거비부담 완화를 위한 부동산 정책 청년 인식조사’, ‘청소년 · 청년의 사회참여활동 영향 연구’, ‘넷제로 시대 공공교통 활성화를 위한 액션플랜 연구였습니다.

    사진1. 청년다음정책실험실 결과공유회

    이미지1. 공교육에 포함된 대학교육이 주는 생활적 변화에 대한 대학생 인식 조사 표지

     

      우리 사이팀은 전문가 특강과 자료를 통한 탐색을 바탕으로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 정책의 도입 배경을 정리하고, 인터뷰이들의 고민과 질문을 참고하여 사립대학 등록금 관련 Q&A’를 제작하여 결과 공유회 보고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첫 번째 발표 순서라 긴장되었지만, 공유회에 초청한 인터뷰이들이 인터뷰 중 들었던 질문들을 해소하고 새로운 관점의 고민을 이어나갈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다른 팀의 발표를 들으며, 5개의 연구 주제들이 서로 연결되는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청년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복합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공유회와 리뷰 모임에서, 1기 청년다음정책실험실에서 고등교육 분야의 주제로 연구를 진행한 참여자들의 소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전 연구 결과 남았던 질문이나 실제 대학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사례를 덧붙여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었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이 스스로 연구하고, 새롭게 알게 된 인사이트를 서로 공유하는 과정 자체가 변화를 만드는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당사자로부터 출발한 상상에는 힘이 있다.

      사회의 변화가 너무 거대해 보일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한 걸음은 무엇인지 함께 객관화하고, 실제로 실천해 보는 경험이 또 다른 도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청년 당사자들이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에 몰두하기보다 빠르게 돈을 모아야 이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압박을 받으며 불안해하기도 합니다. 막막한 미래 속에서 작은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청년들의 밀접한 현실에서부터 시작된 상상일 수 있음을 기억하고, 앞으로 자기 문제를 주체적으로 고민해 가는 청년들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그 기회를 만들어가는 일을 계속해 나가고 싶습니다.

     

    [기획]청년당사자로서 나의 삶을 바꾸기 위한 한걸음
    박지우(청년다음랩연구소)

    조회수 283

    202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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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션 2 공익활동의 지속가능성 수다회
    : 비영리(공익) 활동과 조직운영 활동의 변화, 세대의 전환
     
     
    사회 이인신(수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패널 허밍슈(국립대만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최승환(청년플로우 위원)
    김재순(유스보이스 대표)
    김별(다산인권센터 자원활동가)
    이광호(펭귄의 날갯짓 공동대표)
     
     
     
    2025 공익활동 페스타 세계시민대회, 세션 2의 주제는 공익활동의 지속가능성입니다. 이인신 수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의 사회로, 오전 행사 기조강연자였던 국립 대만대학교 허밍슈 교수와 4명의 공익활동가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공익 활동을 하며 현장에서 경험한 활동의 부침과 의미를 되짚어보았는데요. 공익활동을 계속 이어나갈 방법을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간략한 단체 소개로 시작한 두 번째 세션 이야기의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세션 2 공익활동의 지속가능성 수다회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 각자의 활동을 소개해 주세요.
     
    김재순(유스보이스 대표): 학교 밖 청소년을 잇고 나답게 성장하는 청소년 단체 ‘유스보이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별(다산인권센터 자원활동가): 수원 지역 2030 여성 청년 커뮤니티인 ‘허밍버드클럽’을 기획,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광호(펭귄의 날갯짓 공동대표): 정신질환과 고립, 은둔 당사자 청년들과 동행하는 단체로, 수원에서 동료 지원 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승환(청년플로우 위원):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청년 활동가 네트워크 ‘청년플로우’ 2기 위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 단체 활동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얘기해 주시겠어요?
     
    김재순: 2002년 다음 세대 재단이라는 재단 법인의 청소년 사업이 있었는데 그때 제가 청소년이었어요. 제 청소년기에 아주 큰 울림을 준 활동이라 청년 활동가로도 계속 활동하다가 어느 날 '유스보이스'를 담당하는 직원이 되었습니다. 2020년도에 좀 더 제가 하고 싶은 활동에 집중하는 지금의 유스보이스를 분사 형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별: 다산인권센터 자원봉사 활동을 하다 자연스럽게 커뮤니티를 운영하게 되었어요. 계엄령과 탄핵 광장 이후에 주목받았던 2030 여성 청년들의 목소리가 응원봉 불빛에 국한되어 끝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우리 일상과 연결 지을 수 있을까 고민을 바탕으로 시작한 커뮤니티가 허밍버드클럽이고, 연애, 노동, 주거, 상담 4개 주제를 정해 수다회와 강연을 열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이광호 활동가, 김별 활동가, 김재순 활동가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이광호: 저희는 정신 질환과 고립을 경험했던 당사자 청년들이 모여 있는 단체입니다. 우리가 더 이상 돌봄의 주체 혹은 서비스 받는 대상으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우리도 똑같은 시민으로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혹은 돌봄을 주고받는 존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추석 때 가족들이랑 있는 걸 힘들어하거나 혹은 다들 친구들이랑 놀러 가는 데 나만 혼자인 것 같은 박탈감을 느낄 때가 있거든요. 저희 쉼터에 와서 명절 음식도 먹고 간단하게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왼쪽부터 허밍슈 교수, 최승환 활동가, 이광호 활동가, 김별 활동가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최승환: 청년 플로우는 경기도 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청년들의 정책 의견을 듣고 정책의 과정에 반영하기 위한 작은 위원회이고요, 16명이 참여하고 있고, 최근에는 오늘 자리와 비슷한 공익활동의 지속 가능성에 관한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 단체 안에서 세대 간 소통에 어려움이 있나요? 어떻게 해결하나요?
     
    최승환: 제가 신입 활동가일 때 저랑 제 사수는 15년 이상 활동에 차이가 있었어요. 보도 자료 하나 써봐 이러는데 보도 자료가 일단 뭔지도 모르겠는 거예요. 그 소통이 그 간극이 너무 큰 거죠. 그분은 저한테 어디까지 알려줘야 되지?라는 생각을 하는 거고 저는 내가 어디서부터 물어봐야 하는 거지?라는 그 간극이 너무 컸던 경험이 있습니다.
     
    김별: 세대 간 소통의 어려움보다 2030 여성과 청년을 시민사회에서도 이럴 것이라는 약간 도상으로 여기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김재순: 저는 젊은 분들과 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어쨌든 비영리 단체로서 사실 많은 급여를 줄 수 없는 거는 대부분 알잖아요. 그럼에도 이곳에서 일하는 이유는 어쨌든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인정이 저는 너무 중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요즘에는 어떤 일을 했을 때 그 일을 왜 잘했는지 또 어떤 성과를 냈는지를 운영하는 담당자나 대표가 알아주고 인정해 주는 자리가 굉장히 중요하더라고요.
     
    이광호: 일단 저희 조직은 다 20~30대거든요. 이게 장점이면서 단점인데 어느 정도 수평적인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희는 수평어를 원래 사용했었어요. 이게 서로에 대한 존중이 기반으로 돼야 하는데 이게 처음부터 이 조직에 있던 사람들은 이걸 이해하고 있는데, 중간에 들어오는 사람은 이걸 반말로 인식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야기하다 보면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이게 굉장히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은 수평어를 사용하지 않아요. 그리고 또 다른 문제의식은 공익 활동 자체의 중간 소통 구조가 없지 않나 하는 건데요. 저희만 그런 건가 싶고, 직업으로 이 활동을 하는 분들과 자원활동으로 하는 분들 사이 생각의 갭도 상당히 커서 이 부분도 소통이 필요한 것 같아요.
     
     
    ● 허밍슈 교수님께 질문드립니다. 선배들 세대는 사실은 활동에서 자원봉사의 개념이 컸어요. 권위주의 정권이랑 싸우기 위해서 나의 일상은 당연히 버리고 활동하는 돈도 받지 않고요. 근데 민주화가 진행되었고 이제 공익활동이 하나의 직업이 되었거든요. 여기로 취업하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고 여기에서 오는 혼란도 있습니다. 혹시 대만은 상황이 어떤지요?
     
    허밍슈: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한국 사회가 대만보다 선후배 관계에 있어서 더 혼란스럽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대만에도 이러한 세대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젊은 사람들이 제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익단체가 의사 결정을 민주적으로 하고 젊은 세대의 기여를 무시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대격차를 해소해야 공익활동도 생존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단체마다 조직의 의사 결정 구조를 평가하는 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재순: 저희는 프로젝트 매니저분들이 다 계세요. 프로젝트마다 담당자가 따로 있어서 의사결정 구조는 충분히 여러 토의나 회고를 해서 진행하고요. 그래서 저희 동료들은 의사결정 부분은 많이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최승환: 5인 이하 사업장에서 조직 문화 점검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저히 모르겠었었어요. 그리고 선배도 모르고 나도 모르고 아무도 모르더라고요. 그래서 조직 문화 점검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다는 결론이었어요. 하지만 지리산 이음이라는 단체는 3명인데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조직 문화 점검이 유의미한 결과를 낳는다고 해서 작은 단체는 조직 문화 점검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입니다.
     
    이광호: 조직 문화에 대해 점검하는 것도 노동입니다. 그렇죠. 이게 가장 큰 문제인데요. 저는 너무나 고민인데 아까 말씀드린 직업으로서의 활동가로 살고 있는 분들에게 이런 것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그리고 너무나 제한적인 자원이 우리에게 있는데 그 자원 안에서 이것들에 기여한 것들을 어떻게 보상을 만들 것인가도 고민입니다.
     
    허밍슈: 공익활동이라는 단어를 여기서 처음 들었습니다. 대만에서는 시민사회 NGO나 에드보커시라는 단어를 씁니다. 대만의 NGO도 소규모고 보수도 적습니다. 안정적인 펀딩이 중요하다고 보고요. 이 길을 선택한 젊은이들의 희생은 막아야 합니다. 사회적 기업을 통해 기금을 조성하는 실험이 공익 활동을 활성화하는데 기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안정적인 재원을 바탕으로 더 전문성을 갖춘 활동을 한다면 대중으로부터 존중받을 것이고 공익 활동 영역도 자격과 권한이 더 커지리라 기대합니다.
     
    김별: 지금 이 세션에서 되게 중요한 키워드 두 개가 지속 가능성과 세대 전환이었는데 사실 지속 가능성과 세대 전환을 원하는 이유 그리고 이걸 중요한 가치로 삼는 이유가 이 활동이 지속되기 위해서고 그러기 위해서 조금 더 새로운 얼굴들을 만나고 싶다고 저는 해석을 했거든요. 근데 우리가 만나길 바라는 2030에게는 조직과 단체라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선이고 벽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새로운 얼굴을 만나기 위해 준비되지는 못한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려 봅니다.
     
     
    ● 시민사회단체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활동가로 키워낼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고민을 요즘은 좀 하고 있거든요.
     
    이광호: 저는 사실 벌어놨던 돈을 쓰면서 그냥 거의 자원봉사 활동을 했는데 보통 사람들이 자기의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면서 이 활동판의 언어를 익혀가면서 활동을 할 수 없을 것 같거든요. 우리는 다른 언어를 쓰고 있고요. 통역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 판에 들어오면요. 그게 익숙해지는 것 같아요.
     
     
    ● 홍보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데요. 홍보할 때 신경 쓰는 지점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김재순: 예전에 했던 방식의 공익 활동보다는 요즘 청년들이 저 활동이 되게 참신하고 재밌다 즐겁다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고 느낄 수 있게끔 홍보합니다. 10대나 20대 분들이 가장 많이 보는 게 인스타그램이더라고요. 템플릿 만들어서 나름 좀 예쁘게 올리고 네이밍 같은 경우도 그냥 지원 사업 이렇게 올리는 게 아니라 요즘 분들이 궁금해할 만한 정도로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최승환: 대상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20대에서 40대까지는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그에 맞는 포스터를 만들고, 전 시민을 대상으로는 하는 건 욕심이 아닌가 합니다.
     
    박별: 홍보 자체도 고민이지만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해요. 연애, 노동, 주거 이런 것들을 이야기한다고 했을 때, 노동이나 주거 이런 단어들에 대해서 오는 어떤 편견 같은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이게 굉장히 허밍버드 클럽이 좀 오픈되어 있다고 느끼지만, 막상 이렇게 활동을 하지 않는 분들에게는 인권 센터에서 하니까 뭔가 딱딱한 걸까 편견을 가지는 분들이 좀 계시더라고요.
     
    이광훈: 저희 홍보의 기준은 재미입니다. 우리가 봤을 때 재미없으면 홍보안을 다 고쳐야 합니다. 근데 요즘에는 점점 더 정형화되고 있긴 합니다. 인스타에 아무래도 청년분들이 가장 많다고 느껴서 주로 인스타에 홍보합니다.
     
     
     
    플로어 토론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 대만에서는 각 단체가 안정적인 재정 확보를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허밍슈: 대만도 안정적인 재정 확보는 되고 있지 않습니다.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NGO나 다른 커리어를 갖고 일을 하면서 공익 프로젝트를 만들어 크라우드 펀딩을 받기도 합니다. 이건 상업적인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NGO는 대만에도 없습니다.
     
     
    ● 시민단체가 새로운 공익 활동가를 맞기 위해서 어떤 조직 문화와 고민이 함께 되어야 할지 듣고 싶습니다.
     
    김별: 활동가가 학생 운동을 거쳐서 노동 운동을 거쳐서 너무 자연스럽게 투입되는 이런 스타일은 이제 조금 올드 스쿨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일을 시작할 때 예전처럼 뭔가 이 조직에 충성해야 하고 어떤 운동이 내 하나의 삶과 일치시키는 거는 요즘 2030에게는 통하지 않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허밍슈 교수님께 궁금한 점인데요. 대만은 최근에는 일상에서 어떤 공익활동을 하고 있나요?
     
    허밍슈: 대만도 시민운동에 관심을 가졌던 시대가 지나 열의가 식었습니다. 2014년 대만의 해바라기 운동1) 이후 시민운동은 제도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사회적 기업을 만들거나, 시골 서점이나 지역 신문을 운영하거나, 다른 커리어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사회활동과 연계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어요. 지금은 전반적으로 사회복지 아웃소싱 영역에서 서비스 제공 위주의 활동이 많습니다.
     
     
    세션2 단체사진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 마지막으로 오늘 참여한 소감을 나눠주세요.
     
    최승환: 공익활동의 지속가능성, 이런 얘기를 되게 mpo 지원센터부터 오랫동안 얘기를 해왔고 조금 조금씩 변화를 느끼고 있습니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광훈: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연대와 환대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너무 각자 살기가 너무 바쁘고 각자 눈앞의 이익이나 자본에 대한 것들을 축적하는 것들이 너무 중요한 가치가 돼버렸는데 그거에 투쟁해야 하는 것 같아요.
     
    김별: 우리가 지속할 수 있고 세대 전환을 정말 원한다면 지금 어딘가에 떠돌고 있을 어떤 단체에 가입하지 않아서 또는 조직 안에 없어서 그렇게 발화하지 못한 채 떠도는 말과 얼굴을 떠올려 본다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저와 같은 사람이 또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요?
     
    김재순: 최소한 유스 보이스라는 곳에서 일할 때만큼은, 더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을 정도의 급여나 나름의 문화와 복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기업하고 파트너십을 할 때 비용을 당당하게 제시도 하기도 합니다. 공익 활동을 할 때 돈에 대한 부분들도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그런 사회나 문화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젊은 청년분들이 더 일하고 싶어 하고 더 가치 있게 활동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허밍슈: 대만에서는 NGO 패널 토론은 이렇게 흥미롭지 않습니다. 창의적인 의견 교환이 인상적입니다. 공익 활동의 생명성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고요. 한국 공익활동의 미래를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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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만 해바라기 운동은 2014318일부터 410일까지 23일 동안 대만의 대학생과 사회운동세력이 대만의 국회인 입법원을 점령한 사건으로, 졸속처리한 양안서비스무역협정에 대해 항의 활동을 벌였다.
     
     

     

     

    [현장스케치] 2025 공익활동 페스타 주제세션2: 공익활동의 지속가능성 수다회
    다름

    조회수 257

    2025-10-28
  •  
    *해당 원고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글에는 에디터 개인의 경험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민주주의, 기후위기, 불평등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어.
    존엄하게, 평등하게, 모두를 위해서
    세상을 바꿔나가자
     
    기후정의를 외치자
    불평등을 끝내자
    우리 삶을 바꾸자
    기후정의로 광장을 잇자
     
     
     
    927기후정의행진 웹자보 / 출처: 기후정의행진
     
     
    ‘기후정의송’의 노랫말 일부입니다. 추석 연휴에 무료로 공개된 다큐멘터리 영화 〈추적〉을 다시 보다가 이 노랫말이 훅 떠올랐습니다.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 17년 추적기인 영화 속 녹조 강물에 기후위기로 고통받는 존재들이 함께 보였거든요. 불평등 세상은 서로 연결돼 신음하고 있었어요. 존엄하게, 평등하게, 모두를 위해서, 세상을 바꾸자. 그래, “기후정의로 광장을 잇자”, 9월 27일 동십자각 앞, 기후정의 행진 스케치입니다.
     
     
     
    927기후정의행진 현장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노래하는 기후정의(왼), 다이인(die-in)퍼포먼스(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왼), 경향신문(오)
     
     
    광장을 잇자, 모두를 위한 기후정의
     
    네팔어, 따갈로그어, 러시아어, 몽골어, 미얀마어, 방글라데시어, 베트남어, 스리랑카어, 아랍어, 영어, 우즈베크어, 인도네시아어, 일본어, 중국어-간체, 중국어-번체, 캄보디아어, 태국어.
     
    9.27기후정의 행진 포스터와 6대 요구안이 이렇게 많은 다국어로 만들어졌다는군요. 기후 위기와 민주주의 불평등이 연결된 문제이듯 이 땅에 사는 사람들도 언어와 국적을 넘어 서로 연결돼 있으니까요. 9월 27일(토) 12시 반, 동십자각 앞에서부터 시청 앞까지 대로는 다양한 부스와 사전 대회 장소로 열렸습니다. 청년, 노동자, 농민이 기후정의에 목소리를 보탰고, 650단체 3만여 명이 함께 행진했습니다.
     
    생수 제공은 없고 수어 통역은 있었습니다. 시민들의 손엔 개인 텀블러와 헌 상자 종이로 만든 손피켓이 들려 있었고요. 416합창단을 비롯한 8개 시민합창단이 연합으로 합창했습니다. 12.3 내란을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내던 광장의 노래 ‘다시 만난 세계’와 미얀마의 민중가요를 번안한 노래 “우리의 하루”였습니다. 미얀마와 대한민국 시민들을 이어주는 노래죠. 음악에 맞춰 행진하던 시민들은 사이렌이 울릴 때 종각역에서 ‘다이인(die-in)’으로 드러누웠습니다. 지구 위 모든 존재가 고통받는다는 의미의 퍼포먼스였습니다.
     
     
    올해(2025)의 기후정의 걸림돌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고통을 가중시키는 ‘올해의 기후정의 걸림돌’이 선정되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안전위원회, 국토교통부, 오세훈 서울시장, 몬산토 바이엘, 이스라엘 정부 등입니다. 탄소중립기본계획 후퇴, 탈화석연료 전환 지연, AI·반도체 산업 확대, 기후재난 불평등 심화 등의 이유였습니다. 2025년은 2035년 국가 탄소 배출 감축 목표(NDC) 설정의 '기후 골든타임'이지만,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후퇴하고 있는 대한민국 정부는 기후정의에 걸림돌이 되고 말았네요.
     
     
    비건은 기후정의다, 부스 스케치
     
    “동물 해방 없이 기후정의 없다.”
    “No! 어업 No! 육식, 물살이도 살고 싶어요.”
    “No! 축산업, 동물은 우리의 친구.”
    “Go Vegan, 우리를 먹지 말아요.”
    “육식=기후 위기, 전체 온실가스의 51%. STOP!”
     
     
     
    기후위기와 비건 부스(왼), 비건은 사랑입니다 홍보물(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927 기후정의 행진 참여 단체 중 ‘기후위기 비건행동’이 내는 목소리입니다. “비건(Vegan)- 건강, 동물, 지구를 구한다!”는 외침이 간판 현수막이네요. 포스터마다 물살이 그림에, 돼지도 보이고 닭도 있습니다. 그 뒤 탁자 위엔 “비건은 사랑입니다”라는 홍보물이 놓여 있고 활동가들이 미소 띤 얼굴로 기념품도 나눠줍니다. 조금 더 살펴볼까요?
     
    비건(Vegan, Veganism)이란 유동적인 채식주의도 있지만 완전한 채식주의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뜻합니다. 환경이나 동물권 등 신념을 동기로 육식을 거부하며 동물 유래 성분이 쓰인 제품 사용을 거부하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동물을 착취하지도 잡아먹지도 말자, 채식은 건강이고 경제요 생태요 자비요 평화라고 봅니다. 마음을 바꾸고 음식도 삶도 바꾸는 “대안적인 삶”이죠. 생명을 죽이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단백질 때문에 동물을 죽인다고요? 비건은 채식이 단백질과 비타민 미네랄 섬유소의 보고라고 합니다. 육식과 축산업은 탄소 배출과 지구온난화, 물 부족 식량부족의 주범이고요.
     
     
     
    채소먹는 기후정의(왼), 기후정의 책들(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비건은 사랑입니다” 홍보물엔 비건인들의 고백이 담겨 있습니다. 올림픽 육상 4관왕 칼 루이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운동선수로 성공하는 데 육류 단백질이 불필요함을 깨달았다. 사실을 말하자면, 내가 비건 채식을 시작한 그해에 육상 선수로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었다.” 티베트 인권 운동가 달라이 라마는 조용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삶은 인간만큼이나 말 없는 생명체들에게도 소중한 것이다. 사람이 행복을 원하고 고통을 두려워하며, 죽음이 아닌 생명을 원하는 것처럼 그들 역시 그러하다.”
     
    저도 고백해 봅니다. 올해 10년 차 비건이거든요. 기후정의 때문에 시작한 건 아니고, 11년 전 암 수술이 계기가 됐어요. 단식 등 자연치유를 하다가 채식이 좋아진 경우였습니다. 동물성 식품을 끊고 채식만 하니 제 몸이 점점 가볍고 건강해졌습니다. 평생 가족력 B형간염 보유자였는데 항체가 생겼습니다. 감기몸살을 달고 살던 몸이 지난 10년간 피곤을 모르는, 감기도 안 걸리는 몸이 되었고요. 기후위기 대안적 삶으로 비건만 한 게 있을까요?
     
     
     
    도롱뇽과 동물들이 함께 행진(왼), 지구는 시원하게 마음은 따뜻하게 행진 물품(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기후정의 광장에서 제 마음이 자꾸만 동물들에게 향했겠죠? 동물 머리 탈을 쓰고 동물 인형의 몸으로 행진하는 사람들. 사람들 사이에서 행진하는 노란 도롱뇽. 커다란 검은 머리의 곰과 말도 여러 명 있고 부리가 길고 다리가 긴 새들도 멋졌습니다. 광장 곳곳에서 만나는 돼지 소 닭 물살이들 그림도 계속 말을 걸더군요. 기후정의 평등 약속문에도 동물들이 나왔으니까요.
     
    “발언과 대화에서 반말과 비속어를 쓰지 않고. 여성·성소수자·장애인·청소년·이주민 등 사회적 소수자와 비인간동물을 차별하거나 대상화하지 않습니다.”
    기후정의란 결국 비인간동물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달려있어 보입니다.
     
     
    결국 민주주의, 결국 정치다
     
    9월 24일 제80차 유엔총회에서 한 이재명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기억합니다. “내란의 어둠에 맞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뤄낸 빛의 혁명”을 언급하며 민주주의 회복과 국제 평화와 공존을 강조했습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통해 에너지 대전환도 언급되었죠. “올해 안으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출하겠다”라며 2040년 탈 석탄을 공약했지만 기후 당사자들의 참여와 논의가 배제되었다는 지적도 받았습니다.
     
    “민주주의와 평화 없이 기후 위기 해결은 불가능하다.”
    광장의 목소리를 한마디로 요약해 보았습니다. 국제적 기준에 못 미치는 재생에너지 전환, 민영화로 이어질 가능성, 정의로운 공공재생에너지 전환, 이 모든 건 정치를 빼곤 이야기할 수 없겠죠. 모든 불평등이 연결돼 있다고 기후송이 아무리 노래한들, 정치가 일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일까요? 정치하는 엄마들이 내건 현수막은 그래서 더 따끔하게 정곡을 찌르고 있었습니다.
     
    “학생들도 벼락치기 안 하는데 정부가 돼서 지금 뭐 하는 거야! 빵점.”
     
    하늘에 펄럭이는 깃발도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기후위기는 인권침해다!”
     
     
    기후는 정치다 현수막(왼), 기후위기는 인권위기 현수막(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3주기를 맞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도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기후위기가 심해질수록 재난참사도 늘어납니다.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광장이 아니면 들을 수 없는 삼성반도체 희생자들과 팔레스타인 긴급행동도 말했습니다.
    “반노동 반환경 재벌특혜 반도체 법 OUT. 노동권과 기후정의 보장하라!”
    “팔레스타인 해방 없이 기후정의 없다!”
    기후정의는 결국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책임질 정치의 일입니다.
     
     
     
    이태원참사 3주기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참여 부스(왼), 노동권과 기후정의 보장 현수막(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홍보물(왼), 팔레스타인 해방과 기후정의 홍보 부스(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UN 연설이 말잔치가 안 되도록 정부가 기후시민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길 바란다. 기후정의 행진에서 나온 기후시민의 6대 요구안을 들어보자.
     
    1. 탈핵·탈화석연료, 공공 재생에너지 확대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실행하라.
    2. 성장과 대기업 위한 반도체·AI 산업 육성 재검토, 생태계 파괴 사업 중단하라.
    3. 모든 생명의 존엄과 기본권 보장, 사회 공공성 강화하라.
    4. 농업·농민의 지속가능성 보장, 먹거리 기본권 수립하라
    5. 전쟁과 학살 종식, 방위산업 육성과 무기 수출 중단하라
    6. 농업·농민의 지속가능성 보장, 먹거리 기본권 수립하라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927기후정의 행진 광장은 삶에 이어져 있었습니다. 행진 대열에서 만난 검은 망토를 입고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이동하던 거대한 인형을 잊을 수 없더군요. 죽은 사람을 저승으로 나르는 신화 속 뱃사공 카론입니다. 기후재난과 생태 파괴로 죽어간 존재들과 사회적 참사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퍼포먼스였죠. 여성환경연대 간판 현수막의 질문도 잊히지 않더군요. “그런데 누가 기후 정책을 결정하나요?” 행진 트럭에 붙은 현수막은 “장애인, 여성, 성소수자, 이주민, 모두의 존엄을 보장하라!”라고 외치고 있었고요.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퍼포먼스(왼), 여성환경연대 현수막(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모두의 존엄 보장 현수막(왼),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기후정의행진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요? 탄소 감축 목표를 세웠다면서도 원전을 늘리고 공공 재생에너지는 손 놓고 있는 정부. 기업은 막대한 이윤을 챙기고 책임은 사회에 떠넘기니, 피해는 노동자, 농민, 서민에게 전가되는 현실. 신공항 건설, 대규모 개발, 군비 확충에 몰두하는 현실.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4대강의 거짓말은 과거의 일이기만 할까요?
     
    이스라엘의 집단 학살로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6만여 명에 달한다죠. 미국과 NATO가 국방비를 계속 늘리니 온실가스 배출량은 더 증가하겠죠. 이재명 정부는 방위산업을 세계 4위로 성장시키고 무기 수출을 확대하려네요. 무기 수출은 생명에 가해잖아요. 신공항 건설은 군사력 확대 아닌가요? 반전과 군축이 기후정의인데,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죠?
     
     
    바로 그 밤 한강 불꽃축제라니
     
    기후정의송을 부른 몇 시간 후였습니다. “민주주의, 기후위기, 불평등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어.”라는 노래가 무색하게도 그 밤에 서울 하늘에 불꽃축제가 있었습니다. 종로구 혜화동에 있던 저는 설마 전쟁이 났나 했어요. 대포 소리 총소리 같은 굉음이 계속 들렸거든요. 60대인 제가 이 정도 공포로 느낀다면, 어린아이들과 노약자들은 어쩌죠? 고요히 잠자던 동물들은요? 아기들이 깨서 자지러지게 울고 잠들지 못하고 보채지 않았을까요?
     
     
     
    불꽃놀이 폐지 서명(왼), 60+기후행동 부스(오) / 사진출처: 빠띠(왼), 에디터 직접 촬영(오)
     
     
    누구 좋으라고 하는 불꽃축제일까요? 기후정의와 멀어도 너무 멀리 먼 길 아닌가요? 불꽃용 화약을 제조하고 팔아 이득을 얻는 사람들 말고 괴로운 이들은 어쩌죠? 인터넷에 “불꽃축제 폐지 서명과 요구안”이 반가웠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요구합니다. 동물과 자연, 그리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어 주세요. 생태와 건강을 고려한 지속 가능한 축제로 전환해 주세요. 지자체와 기업이 책임 있는 문화 조성을 위해, 불꽃놀이를 포함한 축제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와 실태조사를 의무화하는 조례를 제정해 주세요. 주요 행사에서 불꽃놀이를 전면 중단해 주세요.”
     
     
    

     

     

    #1. 927기후정의 행진 스케치 -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꿀벌

    조회수 384

    2025-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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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 100. 세계의 기업이 무한한 재생에너지에 주목하는 것처럼, 우리는 ‘지속가능성’이라는 공공의 가치가 주목받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 다양한 청년 공익활동가들의 지속 가능한 활동의 중요성도 대두되고 있는데요. 따라서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는 청년 활동가들의 현실과 미래 가능성을 들여다보기 위한 2025 청년활동가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이른바 “N년 뒤, 나는 여전히 활동가일까?” 간담회였는데요. 그 활기찼던 현장으로 같이 떠나보시죠!
     
     
    청년 활동가 간담회 <지속가능한 공익활동을 위한 질문 - N 년 뒤, 나는 여전히 활동가일까?>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유명화 센터장의 개회사로 문을 열었다.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이번 행사는 청년 플로우 2기가 주관하였고 지속 가능한 공익활동에 관심 있는 30여 명의 청년들이 자리해 주셨습니다. 오늘을 통해 모두가 청년 공익활동 실태와 주요 과제를 도출하고 정서적 교류를 하길 희망하였습니다. 또한 청년 네트워크 구축과 청년 플로우 위원회의 활동도 내실화하기를 목표하였습니다.
     
     
     
    발제
    ● 강필준(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강필준 활동가(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가 "<공익활동가 지수>로 보는 청년 공익활동가의 현실"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이번 간담회는 두 가지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기획되었습니다. 먼저 사단법인 시민이 2023년에 연구한 「한국 청년층의 시민사회 공익활동 현황조사」를 통해 청년들이 공익활동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또한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에서 진행한 「2025 공익활동가 지속 가능지수 연구」의 '공익활동가 지수' 항목을 바탕으로 청년 공익활동의 문제점들을 추려 이야기해 보는 토크 자료를 만들었고 청년 플로우 2기 논의의 주요 의제로도 채택하기로 하였습니다.
    발제는 강필준 활동가가 준비한 “<공익활동가 지수>로 보는 청년 공익활동가의 현실”이었는데요. 우선 청년 공익활동가 지표를 통해 우리들의 삶을 돌아보았습니다. 경제적 여건(평균 값)에서 급여는 2,170,000원(세전/2025), 부채는 18,270,000원(일반청년x1.5), 주거비용은 월 574,350원이었습니다. 최저임금 미만 활동가는 5명 중 1명, 기대출 평균 이율은 11.7%(시중은행 평균 4%)를 기록하였습니다. 사회적 여건에서 1인 가구 활동가는 65.2%(평균 56.9%), 평균 관계망은 6명(평균 3.7명), 활동 중점 업무는 의제 41%/서비스 58%를 기록하였습니다.
     
    나아가 공익활동가 지수를 토대로 청년 공익활동의 현실을 수치화하여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공익활동가 지속 가능지수는 2020년에서 2025년까지 60점대로 낮은 점수에 머물러있고 특히 청년 활동가는 올해 60.7점(전체 65.4)으로 활동 만족도/동료 관계/역량 등에서 비교적 낮은 점수를 기록하였습니다.
     
     
    플로어 중 한 명이 공익활동가 지수 측정 항목을 살펴보며 공감 가는 부분을 선별하고 있다.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특히 조직 문화(자율성/의사소통/민주적 의사결정)에서 평균 약 3.65로 전체 집단 중 제일 크게 낮은 점수를 보였습니다. 활동가 정체성/만족도도 가장 많이 하락하고 있는데요. 정체성(사명감/비전/자부심)과 만족도(적극성/지원/발전) 평균 수치는 3.58, 3.64로 전체 집단 중 제일 큰 점수 차이를 보였습니다. 반면 Z세대에 이를수록 급여 만족이 약 3.2점을 기록하며 전체 집단 중 제일 큰 점수 차의 만족도를 보였는데요.
    이를 통해 청년 활동가들의 경제적·사회적·심리적 어려움과 조직문화 과제를 고민하게 됐고 장기적 가능성이 있는 시민운동의 방향성을 마련하는 것에 크게 공감하게 됐습니다. 더 깊은 이야기는 패널토크를 통해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패널토크
    ● 사회자: 최승환(의정부 자연에너지 협동조합)
    ● 패널
    1) 김누리(사회적협동조합 지리산 이음)
    2) 강필준(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3) 유보희(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정책협력팀)
     
     
    “N 년 뒤, 나는 여전히 활동가일까?”라는 주제로 패널토크 중 김누리 패널이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이어진 패널/플로어 토크에서는 “N 년 뒤, 나는 여전히 활동가일까?”라는 주제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을 진행하기로 하였는데요. 앞서 살펴본 공익활동가 지수를 바탕으로 큰 공감대를 형성한 문항들을 선별해 토의하기로 하였습니다. 주요 내용을 Q&A로 정리하였습니다.
     
     
     
    1. 급여 액수는 적절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유보희) 연구 결과에서 만족도가 높아졌어도, 3.0점 대는 여전히 낮은 점수라고 생각해요. 시민운동이 돈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고, 최저임금 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단체 회원의 회비로 운영되는 비영리단체의 특성상 회원이 줄어들면 운영비 부족이라는 한계는 늘 존재해왔어요. 혼자 활동할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결혼이나 출산과 같은 삶의 변화를 겪으면서는 적은 급여가 점점 더 크게 다가왔어요.
     
    김누리) 급여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 의아했어요. 한편 이해가 되는 건 비영리사업이고 청년의 낮은 연차로 볼 때 만족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 플로어) 노동 인식이 개선되면서 최저임금법을 준수하는 단체가 많아져 급여 만족도가 상승하지 않았을까요?
     
     
    2. 업무의 전체 흐름을 알고 계십니까?
     
    김누리) 일종의 잘 갖춰진 플랫폼이 없어 인수인계가 잘 안되는 경우가 많아요. 조직문화 워크숍을 진행할 수 있지만 보편적인 시민 단체의 문화는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주먹구구식의 일을 지양하고 공통의 목표를 확실히 성립해 장기적으로 조율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강필준) 부서를 자주 옮겨 다녀서 업무 전체의 흐름을 익히기 힘든 경우가 많아요. 해결책으로는 서울시NPO지원센터 당시의 ‘활동가 도구상점' 같은 플랫폼이나 다른 중간지원조직의 체계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유보희) 소규모 조직에서는 모든 일을 함께 하고 있어서 전체 업무의 흐름을 파악하기는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인원이 적은 거에 비해 1년 치 기존 사업도 많고, 시민단체 특성상 매번 발생하는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이 추가되면서 예측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어요.
     
    최승환) 제가 있는 곳은 2명이 속한 단체라 홍보부터 결산까지 업무의 전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힘에 부칠 때가 있어요.
     
    김누리) 활동 초반에는 또래 동료들과 왠지 비교되거나 특히 피드백을 받지 못할 때 잘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어요. 특히 중간관리자의 애매한 업무 지시 등으로 내 업무 방향과 목표를 상실했을 때 힘들었던 경험이 있었어요. 사수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N 년 뒤, 나는 여전히 활동가일까?”라는 주제로 패널토크 중 유보희 패널(왼), 최승환 사회자(오)가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3. 조직문화를 점검하는 공식적인 시간이 있습니까?
     
    강필준) 동행은 3명에서 14명의 조직으로 커진 상태인데요. 최근에 리더십 강의를 내부에서 진행하였는데 담당자도 잘 모르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외부 전문 코치나 단체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승환) 보통 5인 이하의 단체들이 많아서 조직 문화가 생략되는 경향이 있는 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플로어 1) 재단법인 아름다운 가게에서는 워크숍 등을 통해 미션/비전/핵심가치 등을 점검하고 각 부서/사업처/국 별로 일의 방식을 만듭니다. 컴퓨터 바탕화면 개선 등 아직은 초기지만 시작하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 플로어 2) 일 터질 때만 조직 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패널토크와 플로어 토크를 자유발언+오픈채팅방을 통해 이어가고 있다.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4. 활동가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계시나요?
     
    강필준) 최소한의 환경 보장이 된다면 청년 활동가들은 자부심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공익 활동은 내가 선택해서 참여하는 거잖아요.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최승환) 개인적으로 활동 단체에 후원금을 낼 때 자부심이 생겨요.
     
    5. 꾸준한 공익 활동을 하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최승환) 8년 동안 공익 활동을 하면서 좋은 환경에서 좋은 동료들과 같이 일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강필준) 활동가도 부자가 될 수 있을까요?(웃음) 국정기획 회의 등에서 청년 공익활동가의 이슈가 나와야 하고 사회적으로 관심받고 인정받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누리) 지리산 이음의 ‘변화를 만드는 사람’을 통해 청년 활동가들의 인터뷰를 진행했던 것처럼 시민들에게 우리를 알리는 인터뷰나 사례들을 많이 모집하고 싶습니다.
     
    유보희) 공익 활동가도 이제는 직업으로 인정받는 시대에요. 그렇기에 우리의 활동이 노동으로 존중받고 그에 걸맞은 임금을 받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이를 위한 사회적 제도가 마련되어야 해요. 따라서 청년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도 중요하지만 더 나아가 관련 정책을 청년이 주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N 년 뒤, 나는 여전히 활동가일까?”라는 주제로 패널토크 중 강필준 패널이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 플로어 1) 같은 활동가라는 소속감과 정체성을 가진 네트워크에 참여해 무언가 만들어 냈으면 좋겠어요. 특별법 제정 등의 즉각적인 효능감보다는 작은 변화로부터 시작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플로어 2) 세상에 대한 슬픔, 분노와 같은 감정이 동기부여가 돼 공익 활동을 시작했지만 쓸모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일 때 공익 활동을 기획하는 등에 도움이 되었고 직업으로써의 자부심도 생기게 됐습니다.
     
    + 플로어 3) 사실 공익을 잘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관련 대외활동을 하면서 나가는 친구들을 보면 왠지 모르게 실망감이 들기도 하였고요. 이젠 방향성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익 활동을 스펙, 단기 성과물, 급여 등의 수단으로 생각하지 말고 행동의 본질에 집중해 장기적인 효과를 거뒀으면 좋겠어요.
     
    + 플로어 4) 현실적으로 여전히 남아 있는 시민 단체의 근로계약서 미작성, 임금 미보장, 근로 인식 후퇴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일에 대한 자부심과 소속감은 있지만 오히려 활동 후 단체보다는 외부에서 더욱 챙겨줄 때 섭섭함이 생기는 것 같아요.
     
    + 플로어 5) 세대가 다른 활동가들하고도 소통해야 서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각자 주장만 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공익활동을 위해서는 멘토와 멘티처럼 서로의 연결을 통해 지지하고 배우고 공감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간담회에 참여한 플로어들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참여자 인터뷰
     
    마지막으로 플로어 세 분과의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서00(녹색연합), 문**(이천청년정책발전소), 이@@(경실련)께서 참여해 주셨습니다.
     
    1. 참여하게 된 계기와 꿈꾸는 사회는 무엇인가요?
     
    이@@) 정책 분야와 관련해 센터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아 오게 됐습니다. 사회 문제에 관심 있는 청년들을 위한 정책이 많아지는 사회가 오길 바랍니다.
    문**) 이천의 청년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좋은 기회가 있어서 참여하게 됐어요. 후세가 살기 좋은 세상을 바랍니다.
    서00) 활동 지속 법을 고민하다가 오게 됐습니다. 모든 생명이 고통 없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을 꿈꿉니다.
     
    2. ‘공익’은 사회적/자아적 관점에서 어떤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하시나요?
     
    서00) 환경 보존의 사회적 가치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자아적으로는 사랑하는 것들과 잘 살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문**) 공익은 청렴, 결백, 봉사의 가치를 지닙니다. 개인적으로는 보람을 느끼기 위함입니다.
    이@@) 공익은 같이 발전하는 공동체 가치가 있습니다. 내면적으로는 스스로 배워간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간담회 현장에서 청년활동가들 간의 열띤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3. 공익 활동에 있어 가장 큰 고민과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서00) 임금 미지급과 같은 현실적 문제가 고민됩니다. 이들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문**) 급여입니다. 활동이 지속되려면 노동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 정치를 하거나 영향력 있는 청년 활동가들이 등장했으면 합니다.
    이@@) 세대가 다른 공익활동가들의 소통입니다. 서로 아우르고 화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4. 청플 위원과 네트워크가 구축된다면 하고 싶은 일이 있을까요?
     
    서00) 청년들이 가볍게 소통하는 네트워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심리 상담도 받아보고 싶어요.
    이@@) 활동가 역량 개발 프로그램이나 다른 단체와 교류하는 기회도 갖고 싶어요.
    문**) 청년이니까 축제 개최와 같은 재밌는 활동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기성세대와 청소년의 중간 역할도 하고 싶어요.
     
    5. 공익활동에 관심이 없는 청년들을 유입시키기 위한 해결책은 무엇이 있을까요?
     
    서00) 따분하고 어려운 것이 아닌 매력적인 활동임을 알려주면 되지 않을까요?
    이@@) 대학생들은 어떠한 가치로 되돌아오는 걸 원할 수 있어요. 사회 문제와 연관 짓는 것도 좋지만 자기 계발 등의 특정한 무언가를 안겨줘야 해요.
    문**) 현실적으로 급여, 재미와 같은 특정한 보상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체사진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희소식은 유명화 센터장께서 내년 지방선거에 맞춰 청년 정책이 더욱 반영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는 자리를 많이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밝히셨다는 점인데요. 이 기회를 통해 청년들의 입지가 강화되고 정치(공익) 활동의 주인이 되는 순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미래세대인 이른바 MZ 활동가들이 오랫동안 꿈을 이어가면서 공익 현장도 발전해 세상의 푸른 봄이 사시사철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현장스케치] RE100 시대, 청년 공익활동도 재생할 수 있어요!
    초스코스

    조회수 515

    202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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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미리캔버스 @PIXABAY
     
     
    
    ● 청소년 마약 문제의 심각성
     
    청소년 마약 문제는 단순한 비행 청소년의 일탈이 아니라,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한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사회 문제입니다. 과거 마약 청정국으로 불리던 대한민국은 이미 그 지위를 상실하였으며,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10대와 20대 사이에서 마약류 범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으로 마약사범은 사상 처음으로 2만 7천 명을 돌파하였고, 이 중 10대 마약사범은 1,477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2013년과 비교하면 무려 34배가 넘는 수치로, 청소년 사이에서 마약 사용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경고 신호입니다.
     
    이 같은 상황은 단순한 호기심이나 비정기적 접촉이 아닌, 일상 속에서 마약이 접촉 가능한 실질적인 위협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SNS와 인터넷을 통해 비대면으로 마약을 구입할 수 있는 구조가 정착되면서, 청소년은 별다른 거리낌 없이 마약을 접하게 됩니다. 실제로 청소년의 84%가 “마음만 먹으면 마약을 구할 수 있다"라고 응답한 사실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냉정하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청소년들이 범죄 집단의 주요 타깃으로 전락했음을 뜻하며, 단순 사용을 넘어 유통에까지 가담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청소년기는 인간의 정신적·신체적 발달이 한창 이루어지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마약에 노출되면 중독성과 회복 불능의 뇌 손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경가소성이 활발한 청소년기의 뇌는 자극에 민감하고 빠르게 변화를 수용하기 때문에, 한 번의 마약 복용만으로도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청소년기의 마약 중독은 이후 성인기까지 단약과 재발을 반복하게 만들며, 삶 전체를 마약에 잠식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마약이란?
     
    마약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일시적인 기분 상승, 환각, 진정 등의 효과를 유발하는 물질로, 반복 사용 시 신체적·정신적 의존을 초래하는 중독성 약물입니다. 일반적으로 마약류에는 필로폰, 코카인, 대마, 헤로인뿐 아니라 펜타닐, 프로포폴, 펜터민 등의 향정신성의약품도 포함됩니다. 이러한 물질은 의료 목적 외의 비의학적 사용 시 심각한 중독, 뇌 기능 손상, 사회적 고립, 범죄 가담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특히 마약은 한 번의 복용으로도 강한 의존성을 유발할 수 있어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청소년의 경우 뇌 발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청소년 마약사범 급증 현황
     
    대검찰청이 발간한 '2023년 마약류 범죄백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10대 마약사범 수는 1,477명으로, 이는 2022년 481명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2013년에는 불과 43명에 불과했으나 10년 만에 약 34배 이상 급증한 것입니다. 특히 전체 마약사범 중 10~20대의 비율은 35.6%에 달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마약 범죄의 중심이 점차 저연령층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과거에는 성인층 중심으로 발생하던 마약 범죄가 이제는 청소년과 청년층을 주요 표적으로 삼고 있으며, 특히 10대 마약사범이 처음으로 1,000명을 넘어선 것은 단순한 일탈이 아닌 구조적인 위험을 시사합니다. 마약에 노출된 청소년들은 단순 투약을 넘어 유통이나 전달책으로 이용되기도 하며, 이는 청소년기 범죄 전력화로 이어질 수 있어 사회적 손실이 매우 큽니다. 더 나아가 이들은 마약 전과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 진입이 어려워지고, 학교 및 직업생활에서도 배제되며 장기적인 사회 부적응 문제로 확대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결국 국가의 인적 자원 손실로 이어지며, 예방과 조기 개입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 온라인 중심 유통 구조의 변화
     
    최근 마약 유통의 구조가 급속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마약 거래가 주로 대면 방식으로 이뤄졌지만, 현재는 SNS, 텔레그램, 다크웹 등을 활용한 비대면 온라인 거래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환경이 일상화되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가속화되었습니다. 마약 판매자들은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의 플랫폼에서 은어와 이모티콘 등을 활용해 홍보하고, 구매자와는 텔레그램, 디스코드 등 익명성이 보장된 앱을 통해 접촉하는 방식으로 진화하였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마약을 찾는 이들에게는 쉽게 접근 가능한 통로가 되고 있으며, 특히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청소년과 청년층에게 큰 유혹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실제 통계를 보면, 온라인 마약 유통 적발 건수는 2018년 1,482건에서 2022년 9,269건으로 약 6배가량 증가했습니다. 이처럼 온라인 기반 마약 유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물리적 접촉 없이도 마약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입니다. 특히 청소년들은 이러한 플랫폼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익명성에 대한 경계심이 낮아 마약 유통 조직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습니다. SNS와 같은 오픈된 공간에서의 마약 광고뿐 아니라, 지인 추천을 위장한 메시지를 통해 접근하는 경우도 많아, 청소년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범죄에 연루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처럼 마약 유통 방식의 디지털화는 단순한 거래 채널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감시 및 단속 체계를 무력화시키며 마약 범죄의 은밀성과 확산성을 동시에 높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디지털 감식 기술의 강화, 청소년 대상의 사이버 범죄 예방 교육이 시급히 요구됩니다.
     
     
    ● 청소년 뇌 발달과 중독의 심각성
     
    청소년기의 뇌는 전전두엽(frontal cortex)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로, 충동 조절과 이성적 판단 기능이 미성숙합니다. 전전두엽은 나이가 차면서 완성되며, 일반적으로 20대 중반 이후에야 성숙해지는데, 이 시기 청소년은 감정 중심 뇌와 이성 중심 뇌의 불균형으로 인해 중독에 취약합니다. 또한, 청소년기는 신경가소성이 매우 활발한 시기로, 뇌 구조를 변화시키기 쉬운 상태입니다. 이 시기에 마약 복용은 시냅스 및 뇌 회로를 영구적으로 손상시켜, 학습, 기억, 감정 조절 기능 등에 장기적·비가역적인 부작용을 남깁니다. 예를 들어, 알코올이나 니코틴 노출은 전두엽 및 보상 경로에 구조적 변화를 초래하고, 이는 성인보다 훨씬 심각하게 나타납니다.
    청소년이 마약에 중독될 경우, 단순 투약에서 그치지 않고 단약과 재발을 반복하며 성인기까지 이어지는 경향이 강합니다. 초기 노출이 중독 회로를 강화해, 반복 복용 시 강박적 사용과 끊기 어려운 의존 상태로 전이됩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개인의 건강, 대인 관계, 학업·직업능력 등 전 생애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합니다.
     
    이처럼 충동 제어가 미흡한 뇌 발달 미성숙기, 신경가소성과 결합된 마약 노출은 청소년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며, 중독과 재발을 통해 삶의 경로를 바꾸는 심각한 사회적·개인적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미디어와 유명인의 영향
     
    최근 연예인의 마약 투약 논란과 영화·드라마 속 반복적인 마약 묘사는 청소년들에게 무의식적으로 마약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유명인의 일탈이 자극적으로 보도되거나, 콘텐츠 속에서 마약이 자극적 소재로 등장할 때, 청소년은 이를 비현실적이거나 남의 일로 인식하기보다는 일종의 유행처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청소년 마약류 범죄 실태 및 대응 방안 연구’에 따르면, 마약을 처음 접한 동기로 ‘호기심’과 ‘지인의 권유’를 꼽은 응답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였습니다. 이는 청소년기 특유의 감정적 불안정성과 더불어, 미디어 환경의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콘텐츠 제작자와 미디어 종사자의 책임 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특히 SNS를 통해 확산되는 유명인의 마약 관련 뉴스와 자극적인 장면들은 청소년들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으며, 이를 모방하거나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 전체의 감시와 교육적 개입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
     
    최근 청소년 사이에서 식욕억제제, 일명 ‘나비약’으로 불리는 펜터민(Phentermine)과 같은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펜터민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원래는 비만 환자의 단기 치료 목적에 한해 사용되도록 허가된 약물이지만, 다이어트 효과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미용 중심 문화의 영향으로 청소년 사이에서 남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특히 청소년들은 SNS나 인터넷을 통해 ‘살 빠지는 약’이라는 식의 왜곡된 정보를 접하며, 의사의 진단 없이 무리한 처방을 받기 위해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는 이른바 ‘약물 쇼핑’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부모 명의로 약을 처방받거나, 지인을 동원해 대리 처방을 받는 등의 불법 행위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펜터민이 단기 복용 시에도 심각한 부작용(불면증, 불안, 우울증, 심박수 증가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장기 복용 시 중독 가능성까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청소년이 가장 많이 처방받은 마약류 약물이 식욕억제제 계열이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드러납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청소년기 외모 중심 가치관과 잘못된 사회적 압력이 빚어낸 구조적 문제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약물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병·의원의 처방 및 관리 시스템 강화와 더불어, 청소년 대상의 바른 몸 이미지 교육과 약물의 위험성에 대한 체계적인 예방 교육이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 사회적 인식 변화와 대응의 필요성
     
    최근 마약 문제가 청소년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되면서, 국민의 인식 또한 급변하고 있습니다.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9%가 현재 한국 사회의 마약 문제가 심각하다고 응답하였으며, 92%는 마약 범죄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약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3년 기준, 전체 마약사범 중 구속된 비율은 12%에 불과하며, 1심 판결에서 집행유예(40.6%)나 3년 미만의 단기 형량(30.7%)에 그친 사례가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이러한 미약한 처벌은 범죄 억지력 확보에 실패하고 있으며, 특히 마약 유통 및 밀매자에 대해서는 보다 강력한 형사적 제재가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국민 48%가 ‘유통·밀매’를, 33%가 ‘제조·생산’을 가장 중하게 처벌해야 할 마약 범죄로 꼽은 것은 이러한 배경을 반영한 것입니다.
     
     
    ● 예방 중심의 접근과 공동체의 역할
     
    마약 문제 해결의 핵심은 사후 처벌이 아닌 ‘사전 예방’입니다. 단속과 처벌이 단기적인 억제책이라면, 예방 교육과 정신건강 지원은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예방 교육은 매우 효과적인 접근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국민 84%가 이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마약의 폐해를 주입식으로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청소년이 자신의 스트레스와 감정을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를 가르치는 ‘마음공부’와 자기조절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는 충동적으로 마약에 손을 대는 청소년들의 심리적 기반을 흔드는 근본적인 예방책입니다.
     
    또한 종교 공동체, 지역사회, 시민단체는 단순한 설교나 규율 중심의 접근을 넘어서, 중독자와 그 가족을 위한 심리 상담과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청소년을 위한 멘토링 및 예방 활동에 적극 참여해야 합니다. 마약 중독은 사회에서 고립되었을 때 더 악화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따뜻한 공동체의 존재는 회복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사회 전체가 함께 연대하여 마약 문제에 대응할 때, 비로소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건강한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무너진 마약 청정국 대한민국
    주야

    조회수 2888

    2025-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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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평화통일교육 활성화 워크숍 현장 취재기
    “통일은 목적지가 아니라 과정이다”
     
     
    파주에서 열린 평화통일교육 워크숍이 2025년 6월 21일부터 22일까지, 경기도 파주 홍원연수원에서 「2025 평화통일교육 활성화를 위한 워크숍」과 DMZ 일대 탐방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워크숍은 경기도평화통일교육단체협의회가 주최하고 평화통일교육 전국 네트워크가 후원했습니다. 전국에서 온 평화통일교육 활동가, 교사, 연구자 약 85명이 모여 광복 80년·분단 80년의 의미를 되새기며 평화와 통일교육의 방향을 논의했습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통일교육의 새로운 전환 과제
     
    첫날은 이창희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외래교수가 발제를 맡았습니다. 주제는 “광복 80주년 대통령 탄핵과 6.3 조기 대선”으로, 통일교육 전환의 필요성을 짚었습니다.
     
    이 교수는 세 가지 과제를 강조했습니다. 민주주의의 회복력, 시민이 참여하는 평화 프로세스, 사회적 합의가 그것입니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병현 공주교육대학교 교수는 “한반도의 위기관리”를 키워드로 국제정세와 연계한 교육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임상순 평택대학교 교수는 대학 내 통일교육의 필요성을 짚으며, 대학이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차승주 강원대학교 통일강원연구원 객원연구원은 공화주의적 관점에서 통일교육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교사들은 현실적인 어려움도 토로했습니다. 교과서 중심 수업 구조, 정치적 민감성, 교사 안전 문제 등이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참가자들은 통일교육을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예비 평화시민 훈련’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습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교실에서 살아 움직이는 평화교육
     
    참가자들은 10개 그룹으로 나눠 모둠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가장 먼저 나온 질문은 “왜 통일교육이 잘 안될까?”였습니다. 원인으로는 청소년 세대의 탈정치화, 낡은 이념 프레임, 교사의 부담이 언급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요?
     
    참가자들은 프로젝트형 수업, 모의 회담, 글쓰기, 시청각 자료 활용, 국내외 비교 학습을 제안했습니다. 현장 교사들은 수업 적용 방안도 나눴습니다. 초등학교는 감성 중심 콘텐츠, 중학교는 DMZ 생태와 전쟁 기억, 고등학교는 민주시민교육과 연계한 체험 수업, 대학은 플랫폼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통일교육은 시험문제가 아니라 생활 속 평화하기다.”라는 말이 많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분단의 땅을 걸으며 느낀 평화
     
    둘째 날은 DMZ 일대를 직접 탐방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됐습니다. 현장에서 참가자들은 전쟁과 분단의 흔적을 몸으로 경험했습니다. 먼저 북한군 묘지를 참관했습니다. 이곳은 6·25 전쟁 당시 전사한 북한군과 중공군의 유해가 안장된 곳입니다. 참가자들은 “적군이 아니라, 누군가의 아들이었다는 사실이 가슴을 울렸다”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오두산 통일전망대에 올랐습니다. 맑은 날씨 덕분에 북한 개풍군 마을이 맨눈으로 보였습니다. 참가자들은 망원경으로 북녘을 관찰하며 “분단된 현실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라는 감정을 나눴습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사람의 이야기로 본 통일
     
    서울 A 중학교 교사는 “통일은 학생들에게 딱딱했는데, 오늘 현장을 걸으며 결국은 사람의 이야기라는 걸 느꼈다”라고 말했습니다. 경북지부 교육 활동 가는 “북한군 묘지를 방문한 경험은 강렬했다. 단순히 적이 아닌 인간의 죽음이 주는 메시지가 컸다”라고 전했습니다. 대학생 봉사단 참가자는 “통일전망대에서 북쪽 마을을 보며 역사적 문제를 본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평화통일교육을 위한 실천 방향
     
    이번 워크숍은 우리들에게 몇 가지 과제를 남겼습니다. 첫째, 교과서 중심을 넘어 경험 기반 학습으로 전환해야 하며, 역사, 지리, 윤리, 시민교육을 융합하는 방식의 필요성입니다. 둘째, 청소년 참여형 콘텐츠를 제작하여 영상, 연극, 프로젝트 수업 등을 통해 학생들이 직접 통일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셋째,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며, 교육부와 교육청의 재정 지원과 연수 강화였습니다. 넷째, 현장과 연계한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을 확대하여, DMZ 탐방을 정규화하고, 평화도서관과 통일마을 같은 지역 자원과 협업하는 대안이었습니다.
     
     
    통일은 과정 속에서 자란다
     
    이번 2025 평화통일교육 활성화 워크숍은 분단을 정치적 언어가 아닌 사람의 언어로 이야기한 자리였습니다. 북한군 무명 묘 앞에 서 있었던 순간, 오두산 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북한 마을을 바라본 순간, 참가자들은 통일이란 결국 사람과 일상에서 출발한다는 메시지를 확인했습니다.
     
    “통일은 목적지가 아니라 과정이다.”
    이 작은 발걸음이 교실 속에서, 또 시민들의 삶 속에서 평화를 키우는 또 다른 전환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2025 평화통일교육 활성화를 위한 워크숍
    럭비공

    조회수 703

    2025-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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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왕시 내손동. 오래된 주택과 신도시 아파트가 공존하는 이 마을에는 ‘골목에서 피어난 예술’이 있다. 그 시작은 한 예술가의 조용한 시도였다. 그리고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골목은 전시장으로, 주민은 예술가로 변해갔다. ‘내손반디불’이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은 이 문화공동체의 시작과 철학을 작가이자 대표인 박준하님에게 직접 들어보았다.
     
     
    박준하 작가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Q. ‘내손반디불’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독일에서 공부할 때 그들이 가진 문화와 예술에 대한 생각이 무척 단단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 자존심과 자긍심을 한국에 돌아와서 제가 하는 예술 활동을 통해서 알리고 전파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나라 근대 문화의 역사를 되살리고 싶었습니다.
     
    Q. 오픈 스튜디오에서 시작된 활동이 공동체 문화 예술로 확장되었네요.
    (‘내손에 반딧불’, 박준하 작가의 오픈 스튜디오 이름이다.)
    아무리 작은 빛이라고 해도 어둠에 삼켜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물리적인 빛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희망을 은유하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2017년 10월, 선선한 토요일 오후에 열린 의왕 <반딧불 축제>와 잘 어울리는 말입니다. 그날 저녁 축제 장소인 ‘내손동 에너지연구원 앞 공터’에서는 400여 개가 넘는 빛 우산과 작은 등불들이 수놓아졌습니다. 작은 빛들이 모여 커다란 빛으로 마을을 비추는 모습이 주민들 간의 정다운 관계를 시각화한 모양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내손동 마을 축제 사진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Q. ‘내손의 반딧불 축제’는 어떤 행사인가요?
    <반딧불 축제>는 의왕시 내손동의 지역 문화공간인 ‘내손의 반딧불’이 경기 생활문화 플랫폼 사업으로 진행한 <내손안의 내손동>의 결실을 맺는 축제입니다. ‘내손의 반딧불’이 추구하는 것은 지역주민들에게 예술적 표현의 기회를 제공하며, 예술이 생활과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눈여겨볼 만한 ‘빛’으로는 주민들이 직접 만든 반딧불이 등만이 끝은 아니었습니다. 마을의 건물들을 미디어 파사드로 이용하여 지역주민들이 그간 일상을 담아 만든 영상과 기록 영상, 작가들의 작품 등을 모아 상영했습니다.
     
     
    갈뫼 작은도서관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Q.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고 계신데 아카이브 활동도 하시나요?
    예술 활동을 하면서 창작하는 일이 굉장히 어려워요. 그리고 그런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을 가까이하고 읽는 습관을 갖는 거죠. 제 딸이 자연스럽게 책을 친구처럼 여기고 자주 들여다보며 친근하게 지낼 수 있는 벗을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이곳은 어르신들에게는 자신 이야기를 포토에세이 책으로 펴낼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청소년들에게는 언제든지 와서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자신의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공간도 되기도 합니다.
     
     
      
    갈뫼 작은도서관에서 청소년들의 활동 모습과 작품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Q. 이 활동이 10년 가까이 지속된 비결은 무엇일까요?
    두 가지예요. 하나는 ‘지속성’, 다른 하나는 ‘주민성’이에요. 매년 조금씩이라도 멈추지 않고 했다는 점. 그리고 늘 주민이 주체였다는 점이 우리 공동체를 지켜준 힘이었어요. 지원이 없던 해도 있었지만 작게라도, 같이, 꾸준히 해왔습니다.
     
    Q. 앞으로 내손반디불이 지향하는 방향이 있다면?
    ‘예술의 생활화’와 ‘생활의 예술화’예요. 예술이 일부 사람들의 일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고, 삶이 예술이 되는 경험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평생학습을 통한 의왕시 동아리들과 연대하여 그 가치가 높은 수준으로 향상되기를 지향합니다. 그게 우리가 지난 10년 동안 해온 일이자, 앞으로도 해나갈 길입니다. 내손반디불이 그걸 보여주는 작지만 확실한 모델이 되기를 바랍니다.
     
     
     
    오는 8월 31일, 갈뫼 작은 도서관에서 청소년들이 직접 창작한 대본으로 꾸미는 AI 활용 청소년연극제가 개최될 예정이다.
     
    반딧불은 작다. 하지만 어두운 밤을 밝힌다. 박준하 작가와 내손반디불이 그려온 10년의 궤적은, 예술이 어떻게 삶을 바꾸고 공동체를 잇는지에 대한 살아있는 기록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손동 골목 어딘가에서 조용히 빛나고 있을 그 반딧불의 불빛을, 우리는 더 많은 지역에서 마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라지는 골목에서 다시 태어난 예술
    럭비공

    조회수 487

    2025-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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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급이 밀려도 그냥 참았어요. 괜히 문제 삼았다가 잘릴 수도 있잖아요.”
    “일하다 다쳤어요. 주변에서 산재라고 알려줬지만, 회사에서 알아서 해준다고 해서 기다렸어요. 결국 보상도 못 받았죠.”
    “팀장님이 이유 없이 업무 외의 일을 시키고 괴롭히는 것 같지만, 그냥 참고 있어요. 어쩔 수 없잖아요.”
     
    일터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었거나, 앞으로 겪게 될지도 모를 상황입니다.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오게 됩니다.
     
     
     
    알면 힘이 되는 노동법률 강좌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대한민국에 ‘노동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헌법에도 명시돼 있죠. 헌법 제32조와 제33조는 노동자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제32조는 근로의 권리와 의무, 근로조건의 기준, 여성과 청소년 보호에 관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33조는 노동 3권, 즉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합니다. 노동자의 권리를 국가가 보장해야 할 사회적 기본권으로 명시한 것입니다.
     
    하지만 법이 존재한다고 해서, 모든 노동자가 법의 보호를 받는 건 아닙니다. 우리는 매일 뉴스에서 노동자의 권리가 침해되는 사례를 접합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이 최저임금과 주휴수당을 받지 못하는 일이 흔했고, 불법 파견으로 일하다가 퇴직금조차 받지 못한 노동자들의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공장에서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아 반복되는 사고, 폭염에 노출된 채 일하다 위험에 처하는 현장 노동자들의 현실 역시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여전히 우리 곁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안산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는 매년 ‘알면 힘이 되는 노동법률 강좌’를 열고 있습니다. 2025년에도 어김없이 강좌가 진행됐습니다. 이번 교육은 법과 제도를 모르면 결국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어렵다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알면 힘이 되는 노동법률 강좌 / 사진출처: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이번 강좌는 5월 28일부터 6월 25일까지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안산시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열렸습니다. 총 5강으로 구성된 이번 교육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일하는 모든 시민을 돕는 실용적인 생활밀착형 강의였습니다.
     
    1강은 “노동법 기초와 임금”이라는 제목으로 유성규 공인노무사가, 2강은 “근로시간과 휴가”를 주제로 정해명 공인노무사, 3강은 “산언 안전과 산재보험”을 주제로 변수지 공인노무사, 4강은 “부당 해고와 대응”을 주제로 김지나 공인노무사, 마지막 5강은 “직장 내 괴롭힘과 직장 민주주의”를 주제로 최한솔 공인노무사가 강의했습니다.
     
    매일 현장에서 노동자들과 상담하고, 노동문제를 해결해 온 노무사들의 생생한 경험과 실용적인 조언이 더해져 강의는 더욱 현실감 있게 진행됐습니다. 강의는 ‘임금’, ‘근로조건’, ‘산업안전’, ‘해고’, ‘직장 내 괴롭힘’ 등 일터에서 꼭 알아야 할 필수적인 내용들로 구성되어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알면 힘이 되는 노동법률 강좌 / 사진출처: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1강에서는 임금에 대한 기본 개념과 원칙부터 ‘통상임금’, ‘임금피크제’, ‘성과연봉제’, ‘포괄임금제’ 등 쟁점이 되고 노동자의 입장에서 궁금할 수 있는 다양한 내용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2강에서는 노동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꼭 알아야 할 근로 시간 개념들인 ‘법정 근로시간’과 ‘연장 근로시간’, ‘휴일 근로’와 ‘야간 근로’, 그리고 ‘휴가 제도’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3강은 “일하다가 아프거나 다치지 않을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을 통해 산재에 대응할 수 있는 과정을 공부했습니다. 이어 4강에서는 ‘부당 해고’와 이에 대처하는 방법을, 5강에서는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직장 내 괴롭힘’과 직장 민주주의의 중요성에 대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5주간의 강의를 마무리하며 수료식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이번 노동법률 강좌에는 총 101명의 시민이 수강 신청을 했고, 강의마다 평균 73명이 꾸준히 참여해 노동법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강좌를 준비한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관계자는 “하루 종일 일하고도 퇴근 후 시간을 내어 노동법을 공부하러 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매주 강의실을 가득 채워주신 수강생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라며 소감을 전했습니다.
     
     
    알면 힘이 되는 노동법률 강좌 / 사진출처: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어느 지역이든 ‘일하는 사람’이 다수지만, 안산은 특히 노동자의 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산의 경제활동인구 중 약 80%가 임금노동자이고, 70만 시민 중 약 30만 명이 안산·시흥스마트허브에서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안산은 대표적인 산업도시이자, 현장 노동자들의 삶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도시입니다.
     
    이런 안산에서 지난 2012년, 노동자들이 스스로 나서 노동권 보호를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를 설립했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지역사회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만들어진 공간인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는 일상적으로 노동 상담을 진행하고, 권리 교육과 노동법 강좌를 꾸준히 열어왔습니다. 이번 ‘2025 알면 힘이 되는 노동법률 강좌’도 그 활동의 일환입니다.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박재철 센터장은 인사말을 통해 “누군가가 대신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켜주지 않기에 우리는 스스로 존엄을 지켜가야 합니다. 헌법은 노동자의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권리를 부여하고 있지만 노동자 스스로 깨치고 행동하지 않으면 그 권리는 잠자게 됩니다.”라며 노동법을 공부하고 권리를 쟁취해야 하는 의미를 전했습니다.
     
    또 “안산에서 노동하고 있는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은 안산시의 역할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만들어 가는 것은 노동자 당신의 상상과 실천이 있기 때문입니다.”라며 참가자들을 환영했습니다.
     
     
    알면 힘이 되는 노동법률 강좌 / 사진출처: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강의 내용 중 머릿속에 가장 또렷하게 남은 말은 “알면 힘이 된다.”라는 강좌 제목이었습니다. 그리고 권리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배우고 함께 외쳐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공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강좌는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노동자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배우고, 지키고, 바꾸는 시작의 자리가 됐습니다.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는 매년 상반기에는 노동법률 강좌를, 하반기에는 ‘안산노동대학’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안산노동대학은 2013년부터 성공회대학교와 함께 만들어 온 안산의 대표적인 시민교육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매년 꾸준히 열리고 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부당한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괜히 문제를 만들기 싫어서”, “어디에 물어봐야 할지 몰라서” 그냥 참고 넘기곤 합니다. 그렇게 참고 넘긴 일들은 결국 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반복되다 보면 나도, 동료도, 그리고 우리 사회도 바뀌지 않습니다. 그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노동법을 배우고, 자신의 권리를 아는 일이 중요합니다.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는 매년 노동법률 강좌와 안산노동대학을 통해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 교육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상담도 언제든 열려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괜찮은 건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일상 속 노동문제를 상담할 수 있는 창구입니다.
     
    안산뿐만 아니라 경기도 각 지역에도 이런 역할을 하는 기관들이 있습니다. 지역마다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교육과 상담을 이어가는 곳들이 있습니다. 나의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우리 사회의 노동환경을 바꾸기 위해, 한 번쯤 노동법을 공부해 보는 걸 권해드립니다. 그 시작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나에게도 ‘노동법’이 필요한가요?
    레지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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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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