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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미리캔버스 PIXABAY 
     
    
    ●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증가하는 위험
     
    2024년 현재, 한국의 성인 여성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전·현 파트너로부터 신체적, 성적, 정서적, 경제적 폭력 또는 통제와 같은 피해를 최소 한 번 이상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21년 대비 증가한 수치로, 단순히 일회적인 문제가 아닌 구조화된 폭력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해당 폭력은 법적으로 '가정'이라는 틀 안에 포함되지 않는 관계에서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법의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상황입니다. 전통적인 혼인 관계뿐 아니라 사실혼, 동거, 연애 등의 관계에서도 폭력이 발생하지만,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은 이러한 다양한 관계 유형을 충분히 규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피해자가 법적 보호를 받는 데 한계를 만들고 있으며, ‘사적 관계’라는 이유로 사회와 제도가 폭력을 방임하고 있는 현실을 방증합니다. 문제는 이처럼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이 단순한 우발적 사건이 아닌 반복성과 지속성을 지닌다는 데 있습니다. 피해자는 관계의 친밀함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경제적·정서적 요인들로 인해 쉽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만큼 제도적 개입과 보호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친밀관계 폭력을 독립적 범주로 인식하고 다루는 법·제도적 전환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 통계로 드러난 현실: 폭력의 일상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여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친밀한 관계에 있는 파트너로부터 한 번 이상 폭력을 경험한 여성의 비율은 19.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지난 2021년 조사에서 기록된 16.1%보다 3.1% 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짧은 기간 동안 피해 경험률이 유의미하게 상승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신체적·성적 폭력 유형에 한정해도 피해를 경험한 비율은 같은 기간 10.6%에서 14.0%로 증가해, 여성들이 단순히 말로 그치지 않는 폭력에 노출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는 친밀한 관계가 오히려 여성에게 가장 큰 위험 공간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입니다.
     
    연령별로는 피해 양상이 차이를 보입니다. 전·현 배우자 등과 같이 오랜 기간 관계를 유지한 중장년층 여성의 피해율이 전반적으로 높은 반면, 연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교제 폭력의 경우는 20대 여성층에서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20대 여성 중 최근 1년 이내 5개 유형의 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2.3%로, 이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젊은 세대일수록 폭력에 대한 인식이 비교적 높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여전히 연인이라는 이름 아래 정서적·신체적 폭력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피해를 당한 횟수에 머무르지 않고, 폭력이 젊은 여성의 일상에 어떤 방식으로 스며들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폭력은 특정 연령이나 관계에 국한되지 않으며, 친밀한 관계라는 특성상 외부에 드러나기 어렵고, 그만큼 구조적인 대응이 절실하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 피해자의 침묵을 강요하는 문화적 요인
     
    ‘왜 도망치지 않았느냐’, ‘왜 그동안 참고 살았느냐’는 질문은 폭력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되묻는 행위로, 명백한 2차 가해입니다. 특히 한국 사회는 가족을 유지하는 것을 여성의 책임으로 여기는 관념이 강하게 작동하며, 이로 인해 피해자는 스스로를 비난하게 되거나 침묵을 택하게 됩니다. 주변의 시선과 비난, 피해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가족이나 지인의 반응도 피해자의 말 하기를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문화는 피해자에게 ‘참는 것이 미덕’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며, 폭력을 견디는 것이 도리라는 착각 속에 갇히게 만듭니다. 결국 사회 전체가 피해자의 침묵을 조장하는 구조를 재생산하고 있는 것입니다.
     
     
    ● 관계성 범죄로서의 재정의 필요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단순히 ‘사랑이 엇나간 결과’나 ‘사적인 다툼’으로 축소되어서는 안 됩니다. 가해자는 피해자와의 정서적 연결을 이용해 폭력을 반복하고, 그 속에서 피해자는 쉽게 고립됩니다. 관계 안에서 지속적이고 은폐된 폭력이 발생하는 특성을 감안한다면, 기존의 형사법체계처럼 사건을 단편적으로 나눠서 다루는 방식으로는 실효성 있는 대응이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을 ‘관계성 범죄’라는 독립된 개념으로 재정립하고, 이에 걸맞은 법적 틀과 처벌 기준을 새롭게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는 단지 법률 개정의 문제가 아니라, 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 예방 중심 정책으로의 전환
     
    그동안의 여성폭력 대응 정책은 주로 폭력이 발생한 이후의 사후 처리에 집중되어 왔습니다.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은 분명히 중요하지만, 이를 넘어 폭력을 사전에 막기 위한 예방 중심의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선 교육현장에서의 성인지 감수성 교육 강화와 더불어, 직장과 지역사회에서도 일상적인 성평등 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합니다. 특히 대중매체와 SNS에서 반복 재생산되는 성차별적 콘텐츠에 대한 규제와 감시 또한 필요합니다. 나아가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폭력 예방 교육을 제도화하고,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을 개선하는 캠페인 등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합니다.
     
     
    ● 피해자 지원 체계의 현실과 과제
     
    현재 존재하는 피해자 지원 시스템은 상담, 법률 자문, 긴급 쉼터 등 다양한 서비스를 포함하고 있지만, 실제 피해자에게 닿는 데에는 여러 장벽이 존재합니다. 특히 지방 거주자나 청년층, 이주여성처럼 제도적 정보 접근이 어려운 집단의 경우, 지원을 받는 데 한계가 큽니다. 더불어 일회성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삶을 재건할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연속적인 지원 체계가 필요합니다. 의료, 심리, 경제 자립, 주거 지원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각각의 피해자 상황에 맞춘 맞춤형 대응이 가능하도록 전문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기관과 민간단체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예산과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노력이 동반돼야 합니다.
     
     
    ● 법의 사각지대: 제도는 여전히 ‘가정’ 안에 머물러
     
    우리나라에서 친밀한 관계 내 폭력을 제도적으로 다루고 있는 주요 법령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입니다. 그러나 이 법은 법적 혼인 관계나 혈연 중심의 전통적 가족 구성을 전제로 하고 있어, 사실혼 관계나 연인, 동거 파트너 간의 폭력은 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제도는 여전히 ‘가정’이라는 고정된 틀 안에 갇혀 있으며, 변화하는 사회적 관계의 다양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법적 한계로 인해, 혼인 관계 외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피해자들은 제대로 된 보호 체계에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연인 또는 동거인에게 지속적인 폭력이나 통제를 당한 경우에도, 피해자는 개별 범죄로만 접근해야 하며, 스토킹, 협박, 상해 등 각기 다른 범죄 항목에 따라 분리된 법적 대응이 요구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피해가 반복적이며 관계 속 권력 구조와 밀접하게 얽혀 있다는 점을 제대로 드러내기 어렵습니다.
     
    결국 피해자는 구조적 맥락이 무시된 채, 일회적 사건으로만 처리되는 한계 속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현대 사회에서 친밀한 관계의 형태는 매우 다양해졌습니다. 제도 역시 이에 발맞추어 변화해야 하며, 관계성 폭력을 독립적인 범주로 인정하고, 포괄적 대응이 가능한 법적 틀을 새롭게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 반복되는 비극과 사회적 구조의 책임
     
    최근 연이어 발생한 교제 살인 사건들은 친밀한 관계 내 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부평에서는 접근금지 명령이 해제된 지 불과 며칠 만에 여성이 전 남편에게 살해당했고, 의정부에서는 보호 조치가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일터에서 가해자에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외에도 울산, 동탄 등지에서 연인 간 폭력이 극단적 범죄로 이어진 사건들이 잇따랐습니다. 이는 단순한 개인 간의 불행한 사건이 아니라, 법과 제도가 친밀한 관계에서의 반복적 폭력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가해자들은 종종 “사랑해서 그랬다"라는 말로 폭력을 정당화하려 하지만, 이 같은 언행은 실제로는 상대를 통제하고 지배하려는 권력의 표현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권력의 행사가 개인의 심리적 일탈이 아닌, 가부장제를 기반으로 한 사회 구조 속에서 정당화되고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여성에게 부여된 전통적인 성역할, 예를 들어 양육 책임이나 가정 유지에 대한 도덕적 의무는 피해자가 관계에서 벗어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어려운 상황이나 주변 시선에 대한 두려움 또한 피해를 외부에 알리는 것을 주저하게 만듭니다.
     
    결국 이 문제는 개인의 선택이나 성격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불평등이 빚어낸 결과입니다. 반복되는 폭력의 이면에는 여성에게 침묵과 인내를 요구해온 사회의 오래된 문화와 시선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를 변화시키지 않는 한 참극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 제도 개선의 방향: 친밀관계 폭력을 ‘사회적 폭력’으로 인식해야
     
    친밀한 관계 내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을 더 이상 사적인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또는 혼인이라는 제도적 틀 밖에서 벌어지는 폭력 역시 본질적으로는 성별 권력에 기반한 사회적 폭력이며, 국가와 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해결해야 할 공적 사안입니다. 이에 따라 국내외 여성 인권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관련 제도 개편을 촉구해 왔습니다. 특히 가정폭력처벌법의 목적 조항을 기존의 ‘가정 보호’에서 ‘피해자 인권 보호’ 중심으로 개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으며,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이 가능한 반의사불벌죄의 폐지, 상담을 조건으로 형사 처벌을 유예하는 기소유예 제도의 폐지도 중요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또한 반복적으로 한국 정부에 위와 같은 제도 개선을 권고했으나, 실질적인 입법 변화는 아직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친밀관계 폭력을 독립된 범주로 인정하고 관계성 범죄로 규정하는 새로운 법적 틀 마련이 시급합니다. 단순히 전통적인 ‘가정’ 개념에 의존하지 않고, 동거, 교제, 비혼 동반자 등 다양한 관계 유형을 포함할 수 있도록 법률의 정의와 적용 범위를 넓혀야 합니다. 또한 실태를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피해자의 연령, 성별, 관계 유형 등을 세분화한 통계 시스템 구축과 정기적인 통합 실태조사 또한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는 제도 개선의 출발점이며, 여성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데 필수적인 기반이 될 것입니다.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단순히 개인 간의 갈등이나 일탈 행위로 보기 어렵습니다. 이는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성별 위계와 불평등한 권력 구조가 일상 속에서 작동한 결과이며, 사회 전체가 공유해온 왜곡된 성 역할 인식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성평등 수준이 높은 지역일수록 여성폭력 발생률이 낮다는 연구 결과는, 제도와 문화적 환경이 여성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결정적 요소임을 보여줍니다. 단지 법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성인지 교육과 문화적 변화가 병행되어야만 진정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반복되는 통제와 희생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상대를 소유하거나 지배하려는 감정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고 평등하게 대하는 관계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나누는 말투, 책임을 나누는 방식, 돌봄의 균형 등 작은 실천들이 곧 관계의 권력 구도를 바꾸는 시작이 됩니다. 더 이상 ‘사적인 일’이라는 이유로 관계 내 폭력이 용인되는 사회가 아니라, 친밀한 관계일수록 인권과 안전이 더 우선시되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 사회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새로운 상식’입니다.
    

     
    사랑이라 불린 폭력, 사회는 왜 눈 감았나
    주야

    조회수 186

    2026-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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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미리캔버스 creator: kimup
     
     
    ● 10대 중심으로 확산되는 디지털 성범죄의 실태와 구조적 문제
     
    최근 대한민국 사회는 청소년 사이에서 급격히 확산되는 디지털 성범죄 문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찰청의 사이버 성폭력 집중 단속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검거된 피의자 3,557명 중 절반에 가까운 1,761명이 10대로 확인되었으며, 딥페이크 범죄에 한정할 경우 그 비율은 61.8%에 달합니다. 이는 단순히 청소년 일부가 범죄에 연루되었다는 수준을 넘어, 디지털 성범죄가 10대 문화 내부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합니다.
     
    더욱이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 중 96% 이상이 여성으로 나타났으며, 피해자의 대다수가 10대 및 20대 청년층이라는 점은 이 문제가 단순한 일탈 행위를 넘어서 구조적 젠더 폭력임을 시사합니다. 특히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으며,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434명이었던 디지털 성폭력 피해 학생 수는 2023년에는 1,898명으로 4배 넘게 늘었습니다. 이는 단기간 내에 급증한 수치로, 범죄의 양상과 파급력이 학교 커뮤니티 내에서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줍니다. 또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는 단순히 영상물 유포에 그치지 않고, 피해자의 일상과 정신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끼칩니다. 피해 사실을 인지한 피해자들은 불안감과 수치심, 사회적 낙인 우려로 인해 신고를 주저하거나, 결국 학교를 자퇴하거나 전학을 택하는 등 2차 피해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청소년 피해자들은 범죄의 특성상 ‘장난’ 또는 ‘실수’로 치부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충분한 보호 조치를 받지 못하고 방치되기 쉽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디지털 성범죄가 단지 기술적 악용의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를 둘러싼 사회적 인식과 대응 체계의 미비에서 비롯된 구조적 폭력임을 다시금 드러냅니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가 10대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지금 우리 사회는 단순한 범죄 처벌을 넘어, 예방과 회복을 위한 통합적 대응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 실태로 드러난 구체적 범죄 사례
     
    디지털 성범죄는 단순히 온라인 공간에서 음란물을 주고받는 수준을 이미 훨씬 넘어섰습니다. AI 기반 딥페이크 기술, 메시징 플랫폼을 이용한 접근, 아동·청소년 대상 성 착취 유도, 지인·교사 등 가까운 관계를 악용한 범죄까지 그 양상은 점점 교묘하고 잔혹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범죄는 피해자가 직접 찍지 않은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피해로 이어지며, 주변 인간관계·학교생활·정서 발달 등에 심각한 파장을 낳습니다.
     
    최근 송치된 1인 2역 신종 접근 사건은 디지털 범죄가 현실의 성범죄와 결합할 때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입니다. 가해자는 중고거래로 접근해 연락처를 확보한 뒤, ‘전 여자친구’라는 가계정을 활용해 피해자의 신뢰를 얻고, 결국 나체 영상을 전송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이후 피해자들에게 “경찰에 신고하겠다"라고 협박하며 모텔로 유인해 성폭행까지 저지른 이 사건은 디지털 범죄가 물리적 범죄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부산 지하철 불법 촬영 사건 역시 현행 대응 체계의 허점을 보여줍니다. 가해자는 이전에도 동일 범죄로 처벌받았음에도 재범을 반복했고, 심지어 검찰 조사를 받는 기간에도 범행을 이어갔습니다. 이는 디지털 성범죄자에게 재범 위험성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며, 현행 처벌 수위로는 범행 억제가 어렵다는 지적을 더욱 강화합니다.
     
    아동 대상 성착취물 요구 사건은 특히 심각합니다. 19세 대학생이 10세 아동에게 게임 아이템을 미끼로 성착취물을 요구하고 이를 유포하려 한 사건은, 청소년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얼마나 취약한지, 그리고 디지털 공간에서의 성적 착취가 얼마나 손쉽게 이뤄지는지를 명확히 드러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집행유예를 선고해 “범죄의 심각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라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이처럼 여러 사건들은 디지털 성범죄가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인식의 부족, 미흡한 처벌, 불완전한 피해자 보호 체계가 결합된 복합적 문제임을 보여주며, 청소년 가해·피해가 빠르게 증가하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경고 신호이기도 합니다.
     
     
    ● 왜 10대가 중심인가?
     
    전문가들은 10대 청소년들이 디지털 성범죄의 주요 가해자 및 피해자로 등장하게 된 배경에 대해 다양한 구조적 요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기술의 대중화 및 접근성의 문제입니다. 과거에는 전문가만이 활용할 수 있었던 딥페이크 기술이 이제는 무료 애플리케이션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사진 한 장만으로도 실제처럼 보이는 음란 합성 영상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재미’나 ‘호기심’ 수준에서 범죄에 접근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디지털 리터러시와 윤리 교육의 부재입니다. 성교육 자체는 연간 15시간으로 의무화되어 있지만, 현실에서는 체육·과학·도덕 등의 수업 중에 일부 내용으로만 다뤄지거나, 추상적인 개념 위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디지털 공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성범죄 유형이나, 불법 촬영물·딥페이크 영상의 법적 책임, 피해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교육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학생들이 이러한 행위를 단순한 장난이나 놀이로 오인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청소년 범죄에 대한 제재가 약하다는 점입니다. 촉법소년 제도와 소년법에 따라 일정 연령 이하 청소년은 형사처벌이 어렵거나 경미한 처벌만 받는 구조 속에서, 범죄에 대한 죄책감이나 두려움 없이 범행을 반복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실제로 불법 촬영이나 딥페이크 제작·유포로 적발된 청소년들 중 일부는 적발 이후에도 같은 방식의 범죄를 되풀이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으며, 이는 예방적 차원의 처벌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전면화된 사회 구조도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SNS, 오픈 채팅방, 온라인 게임 등을 통해 익명으로 타인과 소통하고 이미지를 공유하는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가 흐려지고, 친구나 교사의 얼굴을 합성하거나 장난처럼 음란물을 유포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결국 디지털 성범죄를 단순한 ‘놀이 문화’로 받아들이게 만들며, 청소년들이 스스로 범죄임을 인식하지 못한 채 심각한 피해를 양산하는 주체가 되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 피해자 지원 시스템의 현실과 한계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급증함에 따라 정부는 피해자 보호와 지원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확대해 왔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제도적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큽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2023년 기준 약 30만 건에 달하는 성착취물 삭제 요청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은 단 13명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한 명의 직원이 하루 평균 50건 이상의 삭제 요청을 처리해야 하는 비현실적인 구조가 유지되고 있으며, 긴급한 삭제가 필요한 피해자의 경우에도 즉각적인 조치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피해 영상이 온라인에서 단 몇 시간 내에 수백만 건 이상 유포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인력 부족은 심각한 2차 피해를 유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내년도 예산안을 통해 인력을 기존 13명에서 23명으로 증원하고, 24시간 상담 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미 과부하 상태에 있는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피해자의 요청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플랫폼과 즉시 협력하여 삭제를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인력 증원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습니다.
     
    또한, 피해자 지원 범위 역시 제한적입니다. 심리상담, 법률지원, 영상 삭제 지원 등이 제공되고 있으나, 피해자의 회복을 위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지원 체계는 아직 미흡한 편입니다. 특히 청소년 피해자의 경우, 가족이나 교사에게조차 피해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혼자 고통을 감내하는 사례가 많아, 익명성 보장과 접근성 높은 상담 시스템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요컨대, 현재의 피해자 지원 체계는 폭증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감당하기에 구조적으로 한계에 직면하고 있으며, 보다 실질적이고 촘촘한 대응 시스템 마련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 온라인 플랫폼의 책임과 방심위의 한계
     
    디지털 성범죄 대응에서 온라인 플랫폼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기능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로 지적됩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딥페이크 영상, 불법 촬영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등을 심의하고 차단하는 법적 권한을 갖고 있으나, 이를 실질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인력과 자원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2008년 21명이던 통신심의 인력은 2024년 43명으로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처리 건수는 무려 12배 이상 증가해 1인당 연간 수만 건의 심의를 담당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는 인력 1명당 하루 수백 건에 달하는 불법 콘텐츠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미로, 사실상 심층적인 검토는커녕 단순 필터링 수준에 그치는 부실 심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플랫폼 측의 책임 문제도 심각합니다. 유튜브, X(구 트위터), 메타 등 글로벌 플랫폼에 접수되는 불법 촬영물 및 성착취물 신고는 2023~2024년 한 해에만 39만 건을 넘어섰지만, 실제 삭제까지 이어지는 비율은 낮고, 대부분 자체 내부 기준에 따라 처리 여부가 결정됩니다. 특히 신고 이후 심의 착수까지 수 주 이상이 소요되는 경우가 흔해, 영상이 인터넷상에서 수천, 수만 건으로 복제·확산된 뒤에야 뒤늦은 삭제 조치가 이루어지는 구조적 문제점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 플랫폼은 국내법보다는 본사 정책을 우선시하여 삭제 요청에 미온적으로 대응하거나,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으로 문제 영상을 방치하기도 해 피해자 보호에 심각한 공백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디지털 성범죄의 확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현재 제도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 제도적·사회적 개선 방안
     
    디지털 성범죄의 확산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제도적, 교육적, 기술적, 사회적 차원의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첫째로, 디지털 성범죄 예방 교육의 실질적인 강화가 필요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학교에서 성교육은 추상적이고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실제 사례 기반의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딥페이크 제작이나 불법 촬영, 음란물 공유가 명백한 범죄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합니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젠더 감수성, 디지털 시민의식, 책임감 등을 포함하는 커리큘럼을 마련하고, 교사에 대한 전문 연수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둘째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법적 책임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단순한 ‘자율 규제’에만 의존하지 않고, 삭제 지연 시 과징금 또는 벌칙을 부과하는 강제력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하며, 해시 기반 불법 콘텐츠 자동 탐지 시스템, AI 기반 모니터링 툴 등 기술적 대응 시스템의 도입을 의무화하여 실시간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셋째,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인력과 기능도 대폭 확대되어야 합니다. 현재는 수도권 중심의 집중 구조로 인해 지역 피해자는 접근조차 어려운 실정이며, 삭제 요청부터 심리상담, 법률 지원까지 아우르는 원스톱 시스템의 전국적 확대가 필요합니다. 또한 24시간 긴급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특히 청소년 피해자를 위한 익명 기반 상담, 트라우마 치료, 학교 복귀 지원 등 세분화된 프로그램이 운영되어야 합니다. 넷째로, 청소년 가해자에 대한 대응 역시 형벌 중심이 아닌 교정·교육 중심의 처벌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단순히 ‘처벌을 강화하자’는 접근보다는, 범죄에 대한 인식 개선과 재범 방지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보호관찰 제도 등을 통해 가해자 스스로 책임을 인식하고 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와 동시에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접근금지, 영상 유포 방지 조치, 2차 피해 예방 장치 등의 제도적 보완도 필수적입니다.
     
    이처럼 다층적 대응이 수반되어야만, 기술을 앞질러 진화하는 디지털 성범죄에 실효적으로 대응하고,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포함한 사회 전체의 인식을 전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편리함과 연결성을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그 그늘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범죄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이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얽히는 디지털 성범죄는 이제 단순한 청소년 일탈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와 제도의 허점을 드러내는 심각한 문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기술의 진보를 따라가는 단속만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켜낼 수 있는 윤리적 기준과 교육, 그리고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망입니다. 딥페이크나 불법 촬영물 같은 디지털 성범죄는 한 사람의 인격을 송두리째 파괴할 수 있는 ‘현대의 폭력’이며, 이를 예방하고 대응하는 데 있어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됩니다. 청소년들이 무지와 호기심 속에서 범죄자가 되지 않도록, 피해자들이 침묵 속에서 고통받지 않도록, 우리는 지금보다 더 빠르고 깊은 고민과 실천이 필요합니다. 디지털 성범죄 없는 안전한 온라인 환경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모두가 지켜야 할 필수적인 권리입니다.
    

     
    딥페이크 영상 590개 만든 15살…아이들은 왜 괴물이 되었나
    주야

    조회수 288

    2026-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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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산평화영화제 '감독과의 대화' - <애국소녀> 남아름 감독 / 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제공
     
     
    영화로 묻고, 응답한 3일간의 축제
     
    올가을, 경기도 안산에 평화의 깊은 물결이 번졌습니다. 작년 첫 장을 연 데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안산평화영화제가 20251030일부터 111일까지 롯데시네마 안산고잔점에서 관객과 마주했습니다. 3일 동안 영화는 질문이 되었고, 또 대답이 되었으며, 관객들은 스크린을 통해 평화를 다시 생각하고 느끼고 나누었습니다.
     
    이번 영화제는 경기도 평화통일교육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평등평화세상 온다가 주관했습니다. 무엇보다 의미 깊었던 것은, 이 축제에 총 800여 명의 관객이 함께했다는 사실입니다. 수치 이상의 무게를 가진 함께라는 존재감, 그것은 이 도시가 평화라는 이름의 고민과 상상을 분명 품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행사의 슬로건은 평화는 O하다”. 명확히 답을 내리지 않은 채 빈칸을 남겨둔 문장은, 어쩌면 선언보다 더 강한 질문이었습니다. 평화는 과연 무엇일까? 따뜻하다? 필요하다? 멀다? 혹은 이미 가까이 있을까? 우리 각자의 삶 속에서 발견되는 평화의 형태를, 영화는 열린 결말처럼 관객에게 맡겨둔 채 우리는 만났습니다.
     
    올해 영화제의 주제 , , 우리는 그 질문에 또 다른 질문을 더했습니다. 영화 속 인물들, 상영장을 채운 이웃들, 그리고 우리 자신까지 평화라는 단어는 누군가의 입장에서만 말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잇고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관객은 그저 영화를 바라보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주체가 되어 있었습니다.
     
    안산평화영화제 '감독과의 대화' - <3학년 2학기> 이란희 감독 / 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제공
     
    <3학년 2학기> 이란희 감독과 함께 단체사진 / 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제공
     
     
    7편의 영화로 엮은, 평화의 얼굴들
     
    이번 영화제의 스크린에는 총 7편의 작품이 올랐습니다. 각자의 언어와 색으로 평화를 말하는 작품들이 이어지며, 관객들은 서로 다른 경험과 질문들을 마음에 담아갈 수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관객을 만난 개막작은 다큐멘터리 애국소녀였는데요. 민주화 세대 부모에게서 자라난 한 청년(감독 남아름 본인)이 세월호 참사 이후 민주주의의 진짜 의미를 다시 묻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세대 간의 온도 차이, 사회가 겪는 상처와 질문, 그리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고민들이 스크린 위에 차곡히 쌓였습니다.
     
    이 작품은 4·16재단 문화콘텐츠 공모전 대상 수상작으로 제작되었고, 이후 제15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한국경쟁 장편 대상을 거머쥐며 주목받았습니다. <애국소녀>가 전하는 힘 있고 진솔한 질문들은 영화제를 연 첫 작품으로 충분히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영화제의 마지막 장을 닫은 폐막작은 다큐멘터리 노 어더 랜드 : No Other Land였습니다. 2024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작이자,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작인 이 작품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감독들이 함께 전쟁의 참상을 기록한 영화입니다. 전쟁의 현실을, 피해와 시선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카메라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선 평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되었습니다.
     
    스크린 너머로 전해지는 울림은 관객의 숨결까지도 잠시 멈추게 했습니다. 국경을 넘고, 언어를 건너며 던진 질문 평화란 과연 무엇인가?’, 그 물음은 상영이 끝난 뒤에도 마음속에서 오래 머물렀습니다.
     
    또한 젠더·노동·장애·공동체·청년세대의 삶을 담은 다양한 작품들도 함께 했습니다.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신인남우상 후보에 오르며 주목받은 영화 3670, 불안정한 사회 속에서도 자신만의 진로와 내일을 찾아가는 열아홉 살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담은 〈3학년 2학기〉는 극장 상영의 기회가 많지 않았던 만큼 이번 영화제에서 더욱 빛났습니다.
     
    더불어 단편 음어오아, 산행, 코끼리 뒷다리 더듬기역시 저마다의 속도로 관객과 만나며 평화의 또 다른 결을 보여주었습니다. 7편의 영화들을 건너며 관객은 나와는 다른 삶속에서 오히려 나와 닿아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낯설지만 익숙하고, 멀지만 가까운 공감의 순간들. 우리는 그 속에서 평화라는 이름의 다양한 얼굴을 마주했습니다.
     
    상영은 그 자체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감독과의 대화(GV), 관객 토크, 참여 프로그램들이 이어지며 스크린 밖으로 확장된 평화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천천히 연결했습니다. 극장을 나선 뒤에도 이야기는 이어졌고, 영화는 삶 속에서 다시 자라났습니다.
     
    이 영화제는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함께 사유하고 경험하는 평화의 시간이었습니다. 영화 속의 이야기들이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드는, 아주 조용하지만 확실한 방식으로 말입니다.
     
     
    안산평화영화제 현장 - 티켓 배부 / 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제공
     
    안산평화영화제 현장 - 포토존 / 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제공
     
     
    영화와 마주한 목소리 우리의 이야기가 되다
     
    안산평화영화제의 객석은 단순히 영화를 보는 공간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관객을 넘어 참여자가 되었고, 자신이 품고 온 기억과 감정을 꺼내며 서로의 이야기를 이어 붙였습니다. 영화는 서사의 시작이었고, 그 끝은 관객의 마음에서 다시 쓰였습니다.
     
    영화제에 참가한 한 청년은 상영 후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습니다.
    민주주의가 제도가 아니라 기억이고 책임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또 다른 관객은 영화가 끝난 후 깊은숨을 내쉬며 말했다고 합니다.
    전쟁, 폭력, 차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이렇게 진솔하게 마주한 건 처음이었어요.”
     
    그리고 많은 이들이 말했습니다.
    평화는 완성된 것이 아니라 계속 쓰는 이야기 같다.”
     
    오랫동안 안산에서 삶을 이어온 한 시민은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안산에서 열린 행사 중 가장 좋았어요. 앞으로 꾸준히 이어져 거리극 축제처럼 이 도시의 대표적인 축제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 말을 남긴 목소리에는 기대와 응원의 온도가 선명히 묻혀 있었습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스크린 속 타인의 삶을 바라보며 결국 나의 일상, 너의 경험,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떠올렸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이 모여 서로의 마음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가는 순간, 평화는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피부에 닿는 감각이 되었습니다.
     
    이번 안산평화영화제는 그래서 더욱 특별했습니다. 영화는 스크린 안에 머물지 않았고, 관객의 마음에서 다시 숨쉬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평화는 그렇게 찾아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영화 한 편, 서로에게 건넨 한마디, 그리고 스쳐 지나간 시선 한 번으로도 우리는 이미 평화를 쓰고 있었다는 것을.
     
     
    안산평화영화제 현장 - 이모지 퀴즈 이벤트(왼), 안산평화영화제 현장 - 평화 사진찍기(오) / 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제공
     
    안산평화영화제 기획단 / 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제공
     
     
    왜 지금 평화영화제를? 영화제가 남긴 울림
     
    우리는 종종 평화를 거대한 선언문 속에서, 정치적 언어 속에서만 떠올립니다. 그러나 안산평화영화제는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말합니다. 평화는 멀리 있는 이상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 곳곳에 흐르고 있는 감각이라고.
     
    내가 건네는 말 한마디에,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 관계를 이어주는 작은 행동에 이미 평화는 존재다고. 그래서 우리는 계속해서 평화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영화제는 스크린 너머에서 속삭였습니다.
     
    영화는 단지 감동을 위한 예술이 아닙니다. 때론 질문이 되고, 상처를 들여다보는 거울이 되며, 서로의 삶을 잇는 접점이 됩니다. 이번 영화제의 슬로건 평화는 O하다는 반드시 고민해 봐야 할 빈 칸을 우리에게 남겼습니다.
     
    당신의 평화는 어떤 모양인가요? 영화는 답을 주지 않았지만, 질문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그 물음표는 영화제가 끝난 뒤에도 오래 마음속에 머물러, 삶 속에서 천천히 자라날 것입니다. 친구와 나누는 짧은 대화, 낯선 사람에게 내미는 작은 배려, 부당함에 고개를 드는 용기. 그 모든 순간이 평화를 키우는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평화는 언제나 삶의 온도와 닮아 있으니까요.
     
    영화제를 주관한 평등평화세상 온다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영화를 통해 많은 시민들이 같은 공간에서 평화를 나눌 수 있어 감동적이었습니다. 일상에서 평화를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준비한 자리였는데, 관객들이 함께 울고 공감하고 생각을 나눠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슬로건처럼 , , 우리의 마음이 이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영화제가 남긴 흔적은 3일간의 상영 일정이 아닙니다. 평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 그 첫 장을 함께 넘겼다는 감각. 그것이 우리에게 돌아온 가장 큰 선물이었습니다.
     

    평화는 O하다 : ‘나’, ‘너’ 그리고 ‘우리’에게 평화는 무엇인가요?
    레지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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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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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이 반이라는 말, 들어보셨죠? 너무나 흔히들 하는 말인데 대부분은 그냥 의미 없는 새해 인사로 넘기거나 지루한 위로 정도로 여기곤 하죠. 하지만 우리가 아카이브 에디터로서 발을 내디뎠던 순간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그 말의 의미를 문득 알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시작’이라는 출발점을 찍지 않는다면, 결코 끝을 맺을 수 없습니다. 심지어 포기조차도 할 수 없죠. 시작점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그저 무의미하게 표류하며 흘러가는 배와 같아질지도 모르겠네요. 시작이 반이라는 말의 의미가 새삼스레 중요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저는 지금으로부터 석 달 전, 봄바람과 함께 출발한 우리의 모습을 여러분께 전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1) 그 사이 우리 에디터들은 공익 웹진을 통해 여러분을 만나며 공익활동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려 노력해 왔습니다. 불도저처럼 돌진하는, 여름과도 같은 열정도 물론 중요하지만, 때론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고 나아갈 힘을 보충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아카이브 에디터들의 정기 회의는 서로 공익활동의 확산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달려 나가던 에디터들이 잠시 한 공간에 모여 서로를 보듬기도 하고, 때로는 조언을 주고받기도 하면서 다시 나아갈 힘을 얻는 시간입니다. 거기에 우리의 역량을 더 끌어올리기 위한 배움의 시간도 있었습니다. 우리와 공익활동의 여러 면모를 함께 지켜보셨던 여러분도 우리의 모임에 글로나마 초청하고자 합니다. 에디터들이 남은 하반기를 위해 배우고 고민하면서도 연대하는 현장으로 함께 가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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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기 아카이브 에디터 2차 정기 회의
     
     
    아카이브 에디터 2차 정기 회의 및 교육 장소는 안양시공익활동지원센터! / 사진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날씨가 서서히 무더워지는 6월, 안양시공익활동지원센터가 새롭게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임시 개관이고 7월에 정식으로 문을 열게 된다고 합니다. 안양시공익활동지원센터는 안양역 지하상가에 위치하고 있어서 접근성이 아주 좋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안양시민뿐만 아니라 5기 아카이브 에디터들 사이에서도 기대가 큰 만큼 관심 또한 많았습니다. 안양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6월 2차 정기 회의가 열린다는 소식에 에디터들이 속속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무더운 여름 오후 공기에 연신 굵은 땀방울을 흘렸지만 모두들 기대되는 표정으로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반가운 인사를 나눈 에디터들의 2차 정기 회의가 곧 시작되었습니다. 우선 그간 발행되었던 공익 웹진을 비롯한 콘텐츠 제작 현황을 공유했습니다.
     
     
    5기 아카이브 에디터 2차 정기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고무적이었던 것은 콘텐츠별 평균 조회 수가 크게 상승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콘텐츠 조회수는 작년 대비 15,300회 이상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콘텐츠별 평균 조회 수가 약 470회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데요. 공익 웹진의 운영을 꾸준히 이어오면서 에디터들의 관심사도 점차 다양해지고 웹진을 작성하는 방식도 다채로워지다 보니 얻은 수확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의 덕이 가장 크겠지요?
     
     
    한 걸음 카드와 회의자료 / 사진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한 걸음 카드를 작성하며 지난 1분기 활동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간단한 성과 보고를 마치고 에디터들은 ‘한 걸음 카드’ 피드백을 진행하면서 1분기 활동을 점검하고 2분기 계획을 세웠습니다. 지난 1차 회의 때 자신이 에디터 활동을 하면서 이루고자 생각했던 목표를 적고 지금까지 목표를 향해 한 자신의 노력과 변화한 점을 작성하면서 지난 활동을 돌아보았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이 작성한 내용을 다른 에디터들과 공유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정말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한 걸음 카드를 작성한 뒤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아카이브 에디터들 / 사진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한 걸음 카드를 작성한 뒤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아카이브 에디터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바쁜 현실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 에디터로 임명이 되고 나니 공익활동 행사나 활동가분들을 만날 때 훨씬 집중하게 되는 것을 느꼈어요. 책임감도 생겼고요. 다른 에디터들이 작성한 글을 보면서 공익활동 현장에서 치열하게 논의되고 있는 현안과 관련한 내용이나 공익활동에 대한 인식을 넓힐 수 있는 내용 등 다채로운 주제를 다룰 수 있다는 것을 배웠어요. 저도 이 부분을 제 글에 적용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현장 스케치를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천하지 못했어요. 그래도 첫 원고는 작성해 보았으니 이제 원래 제가 세웠던 목표에도 도전해 보고 싶어요.”
     
    “관심 있었던 분야에 대한 글을 작성하겠다고 마음먹었고 실천했지만, 여기에서 더 나아가서 확장된 시각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공익활동 현실, 정책을 다루고 사례 발굴까지 시도해 보고 싶어요.”
     
    이 밖에도 자신이 글을 쓰는 형식이 지나치게 단조로운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의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기 위해 독서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는 노력, 다른 공익활동가들의 행사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 자신이 작성한 공익 웹진을 본 공익활동가들의 반응 등을 함께 공유했습니다. 공익활동에 참여한 경험을 진솔하게 공유하니 공감되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했습니다. 속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와 경험을 명료하게 정리하고 넘어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시민기록자 양성교육 3강 - 나의 기록이 사회적 기록으로, 기록이 바꾼 세상 (은유 작가)
     
     
    <나의 기록이 사회적 기록으로-기록이 바꾼 세상> 강연 현장 / 사진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2부에서는 경기도 공익활동 시민기록자 양성교육 심화 과정 세 번째 순서로 은유 작가님이 <나의 기록이 사회적 기록으로-기록이 바꾼 세상>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해주셨습니다. 은유 작가님이 자신이 글을 쓰게 된 과정부터 시작해서 글을 쓰면서 했던 고민까지 자연스럽게 이어나가면서 강연을 진행해 주신 덕분에 아주 많은 부분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작가님의 강연을 들으며 저는 작가님이 우리에게 전달해 주고 싶었던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을 쓰고 공익활동을 기록하고 있는 주체 역시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곧잘 잊곤 하죠. 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를 간과하면 진솔한 글쓰기도 어렵고 글쓰기의 원동력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은유 작가님의 자기소개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은유 작가님은 여러 권의 책을 통해 사회의 모순과 폭력을 조명하신 분이지만 처음부터 사회적 기록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글을 쓰는 것과 관련한 전공을 하거나 따로 배운 것은 아니지만 많은 독서를 통해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늘 글을 쓰고 글쓰기를 배우면서도 특별한 자격이 있어야 글을 쓸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에 내심 불안했던 적도 있었던 저 역시 은유 작가님의 경험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은유 작가님의 강연이 진행되고 있는 현장 / 사진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이후 은유 작가님이 책을 쓰신 경험을 공유해 주셨는데 그 과정을 너무 흥미롭게 풀어주셔서 단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폭력과 존엄 사이』라는 책을 쓰는 과정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이 책은 국가폭력 피해자 어르신들의 인터뷰를 담고 있는데요. 작가님은 처음에 국가폭력 피해자 어르신들의 증언 녹취를 윤문하는 정도의 작업으로 알고 시작했지만, 녹취록에 의존하지 않고 다시 국가폭력 피해자 어르신들을 하나하나 찾아 인터뷰하러 전국을 누비면서 사람이 지닌 사연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국가폭력 피해 어르신들의 사연을 들으면서 빈곤, 노동, 젠더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경험을 진솔하게 전달해 주셨습니다. 작가님의 글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는 폭력, 권력의 불균형 상황을 포착해 내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개인과 사회는 분리될 수 없으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나 저도 은연중에 이런 사회의 폭력에 노출이 되어 있는 것이겠죠. 작가님은 바로 우리가 아직 모르는 상처, 폭력 혹은 사회가 내게 강요하는 모습을 인지하는 것으로부터 글쓰기가 시작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자기 생각과 감정을 궁금해하지 않고 자신의 욕망과 능력에 대한 객관화가 되지 않으면 겉도는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게 되니까요. 무엇보다 사회가 강요하고 있는 모습이나 관습적 역할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는 더더욱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겠죠. 작가님은 “자신이 외면하는 곳에 글을 쓸 주제가 있다.”라는 말을 전해주기도 하셨습니다. 저는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늘 글쓰기 기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제가 그동안 아카이빙의 기본기를 제대로 다지면서 글을 쓰고 있었는지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번 강연은 제가 공익활동 아카이빙을 하면서 늘 마음 깊숙이 품고 있던 질문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는 기회가 되기도 했는데요. 공익활동 아카이빙이 즉각적인 효과나 영향력을 지니지는 않는 활동이다 보니 “늘 무엇인가 적극적인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는 활동이 아닌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활동이 정말로 도움이 되는 것일까?”, “내가 맞는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늘 자신에게 하게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작가님은 이렇게 사회의 고통을,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을 말하는 것이 고통을 통해 우리가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작가님의 책을 인용하자면 “고통이 고통을 알아보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이 바로 이런 공익활동 아카이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나니 제가 하고 있는 활동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활동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사실 공익활동 현장에서는 정말 행복하고 보람찬 감정을 느끼게 되기도 하지만 씁쓸하고 우울한 장면을 마주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들은 한 번에 해결되는 게 아니다 보니 같은 문제가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작가님의 강연을 듣다 보니 작가님은 더욱 어두운 사회의 단면들을 마주하면서도 사람들에게 이런 상황을 호소력 있게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지만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아이, 간첩으로 몰렸지만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아 딸마저 가난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만 주부 등 수많은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발견했던 작가님의 여정을 함께 돌아보면서 이 모든 이야기의 끝에서 ‘글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강연 내용에 대해 질의하면서 열정적으로 수강 중인 아카이브 에디터 / 사진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강의가 끝나고 에디터와 시민들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한 질문자는 글쓰기를 하면서 생기는 힘든 일이나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이겨내는지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습니다.
    “글쓰기도 결국은 노동이잖아요. 그렇다 보니 혹시 글쓰기를 하면서 불행했던 경험이나 글쓰기 때문에 너무 괴로울 때가 생기면 무라카미 하루키가 한다고 했던 것처럼 규칙적으로 글을 쓰시는지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어쨌든 부자가 아닐까요? 그리고 배우자도 있고 아이가 없고 별장도 있고 그런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루틴을 지키는 삶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저처럼 양육자인 경우에는 아이들의 시간에 맞춰서 제 시간표가 결정되는 경우가 되게 많았어요. 그래서 저처럼 활동가형 혹은 생계형 작가인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마감일이 언제다 하면 그 일주일 전까지는 글쓰기를 미리 마감하자는 식으로 시간표를 짰습니다. 글을 쓰면 육체가 많이 소진돼요. 하지만 그만큼 고통스러워도 좋은 것도 그만큼이니까 계속 글을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 에디터는 평소 인터뷰를 하면서 갖고 있었던 애로사항에 관해 묻기도 했습니다.
     
    “작가님은 인터뷰 글도 쓰셨잖아요. 저희가 인터뷰를 많이 하는데 인터뷰는 그냥 적어 놓으면 너무 재미가 없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혹시 인터뷰 원고를 작성하는 팁이 있을까요?”
     
    작가님은 평소 인터뷰 원고를 쓰는 자신만의 철학을 공유하면서 에디터들의 고민에 조언해 주기 위해 애써주셨습니다.
     
    “저는 모든 예술은 뺄셈이라고 생각해요. 잘 덜어내는 게 너무 중요합니다. 인터뷰를 녹취한 게 곧 글은 아니거든요. 작가는 마치 영화감독처럼 편집을 해주는 사람이에요. 이 사람이 쏟아낸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 심는 게 아니라 읽을만한 글로 주제를 담아서 그 주제를 향해 가는 거죠. 나중에 인터뷰를 다 읽고 나면 그 사람의 매력이 보여야 좋은 인터뷰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글쓰기 강사인 저를 인터뷰하면서 글쓰기 노하우만 잔뜩 적어놓는다면 굳이 인터뷰여야 할 필요가 없는 거죠. 그래서 이때는 글쓰기 노하우보다는 은유라는 사람 자체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은유 작가님은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진솔하게 나누며, 에디터들의 고민에도 깊이 공감하고 함께 고민해 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작가님이 글쓰기의 힘에 관해 이야기 한 부분도 매우 기억에 남았습니다.
     
    “제가 항상 주장하는 건 글을 쓰면서 내가 바뀐다는 거예요. 글 쓰는 사람은 적어도 바뀌어요. 나도 세상의 일부니까, 내가 바뀐 만큼은 세상이 바뀝니다.”
    누구나 하게 되는 자기 자신에 대한 회의감을 이토록 명료하게 극복해 나가는 모습에 많은 에디터들이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열심히 강연을 듣고 질문하는 시민 기록자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자신의 독서 경험 혹은 글쓰기 경험을 바탕으로 평소에 갖고 있던 고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정말 특별한 순간이었습니다. 은유 작가님의 팬이라며 감명 깊이 읽은 책을 들고 온 시민, 수업을 들었던 학생이라며 수원에서 오느라 조금 늦었다며 조용히 맨 뒤에서 듣던 시민까지 한자리에 모여 강의실이 가득 찼습니다. 강연은 에디터들을 비롯한 시민들의 참여로 인해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습니다.
     
    무더운 여름의 더위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익활동에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늘 애쓰고 있는 아카이브 에디터들은 함께 모여서 서로의 활동에 영감을 받고, 다음 활동을 구상하기도 하면서 남은 날 동안 더 활기찬 활동을 다짐했습니다.
     
    공익활동은 한 집단 혹은 한 사람만의 영향력만으로는 절대 이어질 수 없습니다. 우리가 품은 열정의 씨앗은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를 만나야 비로소 피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남은 기간 동안 이어질 우리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기대해 주세요!
     
     
    단체사진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현장스케치] 아카이브 에디터들의 열정이 여름의 태양처럼 공익활동을 무르익게 한 날
    옐로 구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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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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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개 분야 활동가 및 당사자들이 바라는 우리 사회의 모습

    계엄으로 인해 치러진 조기 대선을 맞이하여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이하 경기공익센터)에서는 도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이주민, 장애인, 청소년, 청년, 퀴어, 풀뿌리단체 등 6개 분야의 활동가와 당사자 약 60명을 대상으로 515~ 26일까지 '내가 바라는 우리사회의 모습'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이주민 분야: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핵심 키워드: 결혼이민자, 일자리 확대, 교육, 한국생활 적응

     

    이주민 분야에서는 특히 결혼이민자를 위한 실질적 지원이 가장 많이 언급되었습니다. 일자리 확대와 교육 기회 제공, 한국생활 적응을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의 이중언어 교육환경 조성과 지역별 다문화 커뮤니티 운영을 통한 정보 공유도 중요한 요구사항이었습니다.

     

    "시혜의 대상이 아닌 변화의 주체로 서고 싶다"는 목소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장애인 분야: "당연한 일상을 꿈꾸며"

    핵심 키워드: 장애, 평등, 평화, 소망, 희망, 배리어프리, 장애인이동권, 함께

     

    장애인 분야에서는 **'평등''장애인이동권'**이 가장 강조되었습니다. 차별 없이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웃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회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습니다. 휠체어를 타고도 비 오는 날 자유롭게 외출할 수 있는 사회, 계단 때문에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배리어프리 환경이 절실합니다.

     

    "많은 걸 바라지 않아요. 아주 작은 관심"이라는 한 마디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청소년 분야: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핵심 키워드: 공정한 세상, 정의, 행복한 사회, 청소년 권리, 인권, 양심, 안전

     

    청소년들은 무엇보다 '공정한 세상''정의'를 강조했습니다. 나이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공정한 대가를 받으며 지낼 수 있는 사회, 돈과 권력이 아닌 정의와 양심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원했습니다. 행복하고 안전한 사회에서 청소년의 권리와 인권이 보장되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주세요. 청소년이 행복한 나라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듭니다"라는 메시지가 울림을 줍니다.

     

     

     

     

     

     청년 분야: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핵심 키워드: 다양성, 청년, 민주주의 회복, 사회적 불평등 해소, 차별 없는 세상, 존중, 기후위기 대응, 협치, 청년일자리, 노동권

     

    청년들은 '다양성''민주주의 회복',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가장 많이 언급했습니다. 차별 없는 세상에서 서로 존중받으며 살아가기를 원하고, 경력이 없어도 도전할 수 있는 청년일자리와 노동권 보장을 바랐습니다. 또한 서로 비난하기보다 국민을 위해 협력하는 협치 정부를 원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과 지역 균형발전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습니다.

     

     

     

     

     

     

     

    퀴어 분야: "사랑하는 권리, 존재하는 권리"

    핵심 키워드: 차별금지법, 혼인평등, 성소수자 인권, 혐오 반대, 동성혼 법제화, 성별정정법, 트랜스젠더·퀴어, HIV/AIDS 감염인

     

    성소수자들은 '차별금지법''혼인평등'을 가장 절실하게 요구했습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동성혼 법제화를 통해 법적 보호와 사회적 인정을 받고 싶다고 했습니다. 성소수자 인권 보장과 혐오 반대, 성별정정법 개선 등을 통해 직장과 학교에서 더 이상 숨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원했습니다.

    소수자 안에서도 더욱 소외되기 쉬운 트랜스젠더나 HIV/AIDS 감염인에 대한 관심도 컸습니다.

     

    "모두가 서로를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이라는 표현이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풀뿌리단체 분야: "지역에서 시작하는 변화

    핵심 키워드: 풀뿌리단체, 지속가능성, 연대, NGO 자생력, 공존사회, 청소년, 이주민, 성평등, 평화

     

    풀뿌리단체 활동가들은 '풀뿌리단체'의 역할과 '지속가능성', '연대'를 가장 강조했습니다. 지역사회가 변화의 출발점이며, NGO의 자생력을 키워 공존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청소년과 이주민이 배제되지 않는 사회, 성평등이 실현되는 사회, 평화를 중심으로 한 사회를 바랐습니다.

     

    "평화는 노력과 연대로 만들어집니다"라는 메시지가 인상 깊습니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세상

    6개 분야 모든 응답자들의 목소리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키워드는 '존중', '평등', '공정', '함께'였습니다.

     

    이들이 바라는 사회는 특별히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차별받지 않고, 각자의 목소리가 존중받으며, 함께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갈 수 있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입니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세상", "모두의 공익이 실현되는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도민 여러분의 참여와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관심과 배려로 시작하는 변화가 모여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다시 한번 6개 분야(이주민, 장애인, 청소년, 청년, 퀴어, 풀뿌리단체) 설문에 참여해주신 모든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기획]모두의 공익으로 공존의 길을 묻다
    6개분야 관련 활동가 및 당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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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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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21일 안산에는 아주 특별한 생일잔치가 있었다. 풀뿌리 여성 단체이자 전국에 하나뿐인 ‘함께크는여성울림’의 창립 10주년을 축하하는 좌담회였다. 안산 고잔동의 울림 교육장이 “세상을 향한 큰 울림 함께 걸어온 10년 이야기” 꽃으로 가득했다. 김혜정(우공) 전 대표와 조창아(짱아) 신임 대표의 육성으로 여성 단체 ‘울림’을 들어보자
     
     
    자기소개부터 부탁한다.
     
    김혜정(우공, 왼쪽), 조창아(짱아, 오른쪽) / 사진출처: 함께크는여성울림
     
     
    우공: 10년간 울림 활동가이자 2년의 전임 대표 자리를 벗어나서 회원으로 살기 시작한 지 3개월째인 우공이라고 한다. 아직 정리해야 할 일이 남아 있어서 완전히 활동가의 탈을 벗지 못했지만 어쨌든 마음은 자유로운 개인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짱아: 나는 지난 2년간 울림의 이사였다가 올해 대표이사까지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내가 대표를 맡기 전후로 내란 불법 계엄 사태가 일어났기 때문에 덕분에 활동가로 갑자기 성장한 대표라고 소개하겠다.
     
     
    울림이 뭐지? ‘함께크는여성울림’을 소개해 달라.
     
    함께크는여성'울림' 깃발을 들고 광장에 참여한 회원들 / 사진출처: 함께크는여성울림
     
     
    우공: 사무실은 안산에 있지만 회원이 다른 지역과 해외에도 있는 전국구 여성 단체다. 일상의 차별과 성 역할에 갇혀 살던 여성들이 모여 떠들고 설치고 자유롭게 말하는 안전한 공간이자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지역의 작은 배움터다. 이름 그대로 나만 잘나가는 게 아니라 함께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곳이고 더 큰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다.
     
    짱아: 온 오프라인으로 모이는 13개의 회원 소모임이 활발하다. 성 평등 가치를 담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 지역사회의 인권 관련 현안, 세월호 참사 등 안산의 민주시민 단체와 연대 활동도 한다. 12.3 계엄의 밤 이후 123일 동안 ‘비상행동’과 함께 윤석열 파면을 끌어냈다. 올해 4월 울림 10주년 기념 자료집을 펴내고 좌담회를 비롯한 기념사업을 진행했다.
     
     
    10년 전 ‘함께크는여성울림’의 창립 과정이 궁금하다.
    우공: 여성 단체 활동 경험이 있는 세 사람이 주축이 되어 만들었다. 2014년부터 사회적 기업 등 여성 공동체 설립을 위한 공부를 했다. 지인들과 발기인을 모으고 돈을 모아 2015년 2월에 안산에서 74명으로 창립총회를 하고 4월에 법인설립을 완료했다. 돈이 없어서 페인트칠, 벽지 등 실내장식을 회원들이 손으로 다 했다. 목재로 된 글자 하나까지 발로 뛰어 찾아서 ‘함께크는여성울림’ 현판을 달았다.
     
     
    당시 안산에 여성노동자회와 YWCA 두 여성 단체가 있었다. 차별점이 뭔가?
    우공: 여성노동자회는 일하는 여성들이 중심에 있고 YWCA는 기독교적 이념에 기초해 평화운동, 청년운동을 함께하는 좀 더 포괄적인 여성공익 운동 단체다. 각각 엄청난 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생활 중심형 여성 단체”를 만들고자 했다. 여성 취업률이 꾸준히 늘어나고는 있지만 단시간 시간제 노동과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는 전업주부도 많은 것이 현실이었다. 지역을 기반으로 사적 공간에 있는 여성들이 사회에 목소리를 내고 공적 활동과 연결되는 통로가 필요했다. 한마디로 울림은 일상에 밀착된 여성운동 단체다.
     
     
    지금은 회원이 얼마나 되나? 많이 가입하고 또 탈퇴했을 것 같은데.
    우공: 현재 200명쯤 된다. 한 해 보통 30명씩은 들어왔지만 나가는 사람도 많아 생각보다 증가 속도가 느렸다. 그리고 초창기에 “도와주세요”, 읍소해서 100명 채워준 이들이 시간이 가면서 떠나갔다. 사돈의 팔촌 회원들 빼면 한 50명으로 시작해 10주년에 200명까지 왔다. 상당수 회원들이 기존 회원의 소개로 오니, 울림은 회원들이 함께 키운 단체가 맞다.
     
     
    두 분 삶에 울림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또는 울림의 장점을 자랑해 달라.
     
    울림은 다양한 소모임과 여성연대의 장이다. / 사진출처: 함께크는여성울림
     
     
    짱아: 가장 든든하고 신뢰하는 여성들의 집합체다. 울림을 빼면 나를 설명할 수 없을 거 같다. 울림 활동 7년을 통해 인간에 대한 신뢰가 커졌다. ‘성 평등한 민주 사회 실현을 위해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생활 중심형 여성운동’이라는 모토 그대로였다. “울림이 뭐 하는 곳인 줄도 모르고 좋은 사람 따라왔다가 배우게 되고 실천으로 연결됐다.” 이런 고백 많이 들었다. 나도 그랬다.
     
    13개 회원 소모임을 자랑하고 싶다. 페미니즘 모임, 4.16세월호 참사 기억 모임, 걷기 인증 모임, 산행모임, 글쓰기 및 합평 모임, 영어 모임, 그림 모임, 우쿨렐레 모임, 환경모임 등 여성의 관심사만큼이나 다양하다. 홈페이지 제작 모임, 코딩 모임 등 IT 관련 교육도 늘고 있다. 정치 성향 상관없이 관심 분야로 모여 놀며 배우며 활동한다. 소모임에서 어울려 회의나 여성대회 등 큰 행사에 참여하기도 하고 연대 집회로도 연결된다. 나도 처음 울림에 발을 들인 건 활동가들의 인성이 좋아 보여서였다. 글쓰기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다가 ‘별을 품은 사람들’에서 세월호 기억 활동을 하며 내적 외적으로 성장을 경험했다.
     
    우공: 개성 넘치고 재능 있고 멋진 여성들이 울림의 자랑이다. 울림은 여성들이 서로 연결되는 만남의 장이자 사랑방이다. 사람이 연결되면 거기에 재미난 이야기와 다양한 정보가 오가고 활동을 만들어내고 참여와 연대도 이루어진다. 아쉬움은 내가 이슈 파이팅 활동에 많이 참여하지 못한 점이다. 연대체들과 좀 더 적극적으로 했으면 울림도 나도 더 확장될 수 있었을 텐데, 조금 아쉽다. 이제 새 대표가 잘해줄 거라 믿는다.
     
     
    각자 여성운동에 몸을 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우공: 나는 좀 늦게 발을 들인 편이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의 세 딸 중 둘째로 남자가 없는 집에서 자라 그런지 여자라고 차별받은 경험은 많지 않았다. 대학에서 학생운동에 몸담았지만, 당시 여성운동에는 별 매력을 못 느껴 안타깝게도 페미니즘 세계를 모르고 20대를 지나쳤다. 그런데 결혼한 지 일주일도 안 돼 가부장의 세계에 들어왔다는 걸 바로 느끼게 되면서 성차별에 대한 감각이 살아났다. 아이 낳고 바로 일을 시작했는데 재미가 없고 무의미해 “이렇게는 못 살겠다” 싶더라.
     
    직업상담사 자격을 따고 1년간 봉사했다. 경력 중단 여성들을 위해 뭔가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과 현실의 괴리가 컸고, 여성들과 상담하다 보니 직장 내 성희롱과 가정폭력 얘기를 많이 듣게 되더라. 야, 여성에게는 취업보다 폭력 문제가 더 심각하구나, 깨닫고 관련 공부를 하게 됐다. 30대 후반 본격적으로 여성운동 판에 들어간 게 안양여성의전화였다. 젠더 폭력에 대응하는 상담도 중요하지만, 성차별 세상을 바꾸는데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고 싶어 사무국 일을 주로 했다. 그때 처음으로 안산에도 이런 단체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고 결국 뜻 맞는 활동가들과 울림을 만들 수 있었다.
     
    짱아: 2018년에 김혜정 사무국장을 만나게 되면서 울림에 가입했지만 별 활동은 없었다. 순천에서 대학원 생활을 마치고 안산으로 돌아오면서 글쓰기 소모임을 만들어서 울림 활동가들과 더 가까워졌다. 울림 3년 차에 이혼했다. 이혼 후, 울림 회원들이 자주 찾아와, 걷고 차 마시고 밥 먹고 가끔 술도 마시며 '함께'라는 걸 실감했다. 그러다 소모임 ‘별을 품은 사람들’에 들어가면서 이전에 피하던 세월호 참사에 대해 마주하게 됐다. 그때까진 내 슬픔이 가장 컸는데 생각의 전환이 오더라. 외로워서 슬프고 남편이 떠나서 슬프고, 그런 슬픔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지더라. 그러니까 내 슬픔에 매몰됐을 땐 해결되지 않더니 다른 아픔에 동참하니까 내 슬픔이 작아지고 연대가 주는 위로가 아주 크게 다가왔다. 도망치지 않고 슬픔의 한가운데에 서는 법을 배운 거 같다. 그러다 울림 이사 제안도 수락했고 대표이사 제의도 수락하지 않았나, 지금 생각하니 그렇다.
     
    계엄 사태 한 달쯤 지났을 때 대표이사 투표가 있었다. 시국이 내가 빨리 대답하게 했다. 우리 사회 어떡하지, 울림 어떡하지, 모두 내 문제로 다가왔다. 새로 시작한 생업을 하며 대표이사를 맡고 매주 광화문 집회에도 나갔다. 그때 절박하게 느꼈다. 정치와 내 삶이 따로 있지 않구나. 내 삶을 뒤흔드는 게 정치구나, 내란 시기에 날마다 그런 각성을 했다. 내가 실천을 조금이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우리나라 전체 이 선박이 좌초되는 건데, 내가 지금까지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든 내가 할게 없다 생각하고 내버려뒀구나, 부끄러웠다. 개인적인 상황 국가적인 상황 울림의 상황이 다 하나로 연결됐다.
     
     
    울림의 신임 대표로서 취임 3개월의 소회가 궁금하다.
     
    조창아(짱아) 신임 대표 / 사진출처: 함께크는여성울림
     
     
    짱아: 2월 6일에 취임했지만, 작년 12월에 이미 대표이사 투표가 있었고 내 마음의 결정은 우리 아버지 돌아가신 1월 중순에 했던 걸로 기억한다. 돌봄으로부터 자유로워서 가능했다. 그때 활동가들이 10주년 기념 자료집을 준비하고 쓰고 있었다. 그 작업을 도우면서 이 힘든 일을 왜 하느냐고 조심스레 문제를 제기했다. 울림 10년 역사를 네 명의 활동가가 책으로 엮기엔 역부족이라 생각했다. 그만큼 부담이 컸다. 그러나 자료집 초고를 읽다 보니 지난 10년의 사람들과 역사를 다시 보게 됐다. 그 수고 덕에 내가 안정적으로 5대 대표로 이어받을 수 있었다.
     
    책임을 맡고 보니 전에 안 보이던 게 많이 보여서 정말 정신없이 바쁘게 보냈다. 일단 대외적으로는 연대 활동에 대표가 나가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활동가 풀이 크지 않아서 지속적으로 나갈 사람이 적은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항상 시의적절하게 매듭 할 거 매듭짓고 자료 정리 잘해준 활동가들이 새삼 고맙더라. 며칠 전 꿈을 꿀 정도였다. 내가 앞으로 2년간 일을 하고도 흩어놓고 쓸려가게 만들지 않을지 걱정돼서였다. 생업과 울림 활동을 병행하며 일상을 살아내려니 마음 관리도 잘하려 하고 있다.
     
    2015~2025 함께크는여성울림 발간 자료 모음(왼쪽)과 10주년 기념 자료집(오른쪽) / 사진출처: 함께크는여성울림
     
     
    파면 전전주에 한 회원이 처음으로 집회 참여를 한 후 들려준 소감이 생각난다. 원래 “저는 광장 그런 데는 안 나가요.”라던 분인데 내가 지나는 말로 같이 가자 그랬다. 울림은 누구도 강요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분이 탄핵 광장에 다녀온 후엔 “민주주의를 바라는 이들이 그렇게 많다는 것, 함께한 시민들의 모습에 감동했다. 역사의 현장에 있게 해 줘서 감사하다”라고 고백했다. 이게 함께하는 재미다.
     
     
    창립 멤버로서 전임 대표직을 마치는 소감은 어떤가?
     
    광장에서 울림 회원과 김혜정(우공, 왼쪽) 전 대표와 조창아(짱아, 가운데) 신임 대표 / 사진출처: 함께크는여성울림 
     
     
    우공: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성 평등 수준이 높다고 할 수 없다. 울림도 마찬가지다. 갈 길이 멀고 할 일이 많다. 그래서 책임을 내려놓는 게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그러나 나는 믿음이 있었다. 내가 물러나도 계속 함께 하는 활동가들이 있고 임원을 비롯해 적극적인 회원들이 있다. 또 새 대표가 엄청 적극적으로 해 나갈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언젠가 넘어야 하고 이제는 넘어가는 걸 시도해 봐도 좋겠다 생각했는데 적기였다. 내 선택이 옳았고 울림도 잘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창립 위원들이 돌아가며 대표를 해 왔는데 이제 다음 세대로 대표 이전이 되고 임원진들이 바뀌고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10년을 탈 없이 잘 왔다. “울림이 있어 좋다”라고 말하는 사람들 보면 보람을 느낀다. 10주년 앞두고 몇 차례 비전 워크숍을 하며 우리 단체의 미래를 걱정하는 임원들이 많아진 걸 보았다. 이사진 중심으로 역할 배분도 되고 공동 운영 마인드도 생겼다. 조창아 대표가 사람을 포용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모두가 마음을 모아주고 있는 게 느껴진다. 성공적으로 잘 가고 있는 것 같다.
     
    향후 10년 울림의 비전과 과제가 있다면?
     
    함께크는여성울림 10주년 좌담회 / 사진출처: 함께크는여성울림
     
     
    짱아: 탄핵 광장에 나온 2030 여성들에게서 감동과 자극을 많이 받았다. 그분들과 연대하는 페미니스트 단체 울림으로 계속 성장하고 싶다. 근데 내가 어떤 목표를 가지고 한다고 가다 보면 사람들을 놓칠 수 있더라. 오히려 사람들과 하루하루 함께 걷다 보면 길이 만들어진다고 본다. 지금까지 그랬듯 함께 이야기 나누고 함께 공부하고 글 쓰고 하는 그 자체가 울림의 존재 이유가 되지 않을까. 앞으로의 도전과 과제는 교육과 홍보, 재정 확충, 세대 간 연대 등이 있다. 운영진과 회원들의 페미니스트 역량 강화도 과제겠다. 현재로선 울림 자체가 내 꿈이다. 울림이 있다는 자체가 내 기쁨이다.
    
     

     
     
     
    생활 밀착형 여성 단체 ‘함께크는여성울림’ 이야기
    꿀벌

    조회수 1524

    2025-05-16
  • *해당 원고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5기 아카이브 에디터 꿀벌입니다. 동십자각에서 열린 1173.8세계여성의 날 기념 40회 한국여성대회스케치로 첫 인사합니다. 38() 11:30-17:0043개 시민난장부스에 사람들이 북적댔습니다.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선 12시 반부터 여성노동자대회가 열렸고요. 14:20-16:00 기념식은 안국역 야5당 집회팀이 합류해 깃발 퍼포먼스를 한 후 17:00부터는 윤석열 탄핵 범시민대행진으로 이어졌습니다. 자 함께 구경해 볼까요?

     

    ※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이번 한국여성대회의 절정인 깃발 퍼포먼스부터 소개하겠습니다. 기념식이 이소선 합창단 공연으로 마무리될 즈음 광장의 모든 깃발이 입장하는 순서였어요. 하늘을 가득 채우며 펄럭이는 깃발들이 끝도 없이 등장하는 거예요. 깃발들 속에 보라색 작은 깃발들이 보이나요? 한 깃대에 크고 작은 깃발이 두 개씩인데요. 비상계엄과 내란으로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를 페미니스트가 구한다며 나부낍니다. 세계 여성대회 구호 더 빠르게 행동하라!”에 호응하는 제40회 한국여성대회 슬로건 페미니스트가 민주주의를 구한다깃발입니다. 장엄한 깃발의 바다였습니다. 깃발 퍼포먼스는 함께하는 몸짓 댄싱퀸으로 이어진 후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윤석열 파면! 차별과 혐오를 넘어 평등으로범시민대행진으로 이어졌습니다.

     

    3.8세계여성의날 기념 시민참여부스에서 난장을!

     

    ※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43개 시민참여 부스는 동십자각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길게 두 줄로 자리했습니다. 행사 안내 부스에서 페미니스트가 민주주의를 구한다깃발을 받아 머리에 두건으로도 쓰고 깃발에도 묶었습니다. 올해도 변함없이 노회찬 재단은 장미꽃 한 송이를 나누며 여성의 날을 축하했고요. 씩씩하게 긴 싸움을 버텨내는 동덕여대 학생들에게, 페미니스트 간호사들에게 응원을 보냈습니다. “교수님 저 페미예요라 말하는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멋집니다. 모두의 결혼을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다양성과 포용성을 위해 싸우고 페미니스트들과 연대합니다. “Abortion is a human right” 맞습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부스 앞이 가장 유쾌한 난장이었어요. 뿌셔뿌셔 과자 아시나요? 힘차게 뿌셔버리라고 한 봉지씩 주더군요. 활동가의 사이버성폭력 뿌셔!”라는 구호에 맞춰 저는 과자를 든 오른손으로 높이 들고 오른쪽 무릎을 꺾어 올리며 힘차게 내리쳤죠. 제 손과 무릎 사이에 낀 뿌셔뿌셔 과자 봉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가루로 부서졌답니다. 함께 한 딸은 얼마나 세게 뿌셔버렸는지 봉지가 터지고 과자 입자가 쏟아졌지 뭡니까. 가장 뿌셔버리고 싶은 가부장제와 여성혐오를 그렇게 뿌셔버렸답니다!

     
    ※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2025 3.8세계여성의날: 차별없는 일터, 평등한 미래!

     

    해마다 그랬듯 한국여성대회 기념식에 앞서 12시 반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선 3.8여성노동자대회가 열렸습니다. 전국에서 1천여명 여성노동자들이 모여 차별없는 일터와 평등한 미래를 위해 발언하고 노래하는 자리죠. 여성의 날은 1908년 뉴욕 루트커스 광장 여성노동자대회에서 시작되었잖아요. 작업장에서 화재로 숨진 여성노동자들을 추모하고 저임금·장시간 노동 등 노동환경 개선과 참정권을 요구하고 시위하던 117년 전과 오늘 한국의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은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전국에 여성노동연대회의 소속 여성노동자들을 대표해 정연실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최순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 권수정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대회사를 했습니다. 차별없는 일터, 평등한 미래 실현을 위한 5가지 의제로 현장 발언이 있었습니다. 성평등 노동을 실현하는 정부, 돌봄중심사회로의 전환, 성별 임금 격차 없는 일터, 모두에게 평등한 일터, 성폭력 없는 안전한 일터. 여성노동자들은 동덕여대의 채용성차별, 학교 비정규직의 최저임금과 성별임금격차, 돌봄문, 고용평등상담실 폐지, 리랜서 노동자 권익, 승진과 보상 차별(유리천장)도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차별없는 일터, 평등한 미래!” 5대 요구안을 발표했습니다. 하나, 정부는 성평등 노동 정책 수립하고 집행력 강화하라! 하나, 돌봄 공공성 강화하여 돌봄중심 사회로 전환하라! 하나, 성별임금격차 해소하라! 하나, 차별금지법 제정하고 모두에게 평등한 일터 만들어라! 하나, 성폭력 없는 안전한 일터 만들어라! 그리곤 모두 동십자각까지 행진해서 기념식에 참여했습니다.

     

    ※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올해의 여성운동상, 성평등 디딤돌, 성평등 걸림돌

     

    한국여성대회의 꽃은 우리 사회의 성평등과 여성운동 발전에 공헌한 분들을 위한 시상식이었습니다. 올해의 여성운동상은 56년 만의 미투, ‘정당방위재심 개시결정으로 60년 만의 정의를 이끈 최말자님과 국내 최초로 여성혐오를 범행동기로 인정한 판례를 이끈 온지구 님이 받았죠. 성평등 디딤돌 수상자는 외국 먹튀 자본 착취와 성별화된 노동에 맞선 민주노총 박정혜 소현숙 님들, 동성 배우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 판결 이끌어낸 김용민 소성욱 부부와 변호인단 그리고 공교육 속에 구조화된 젠더폭력에 맞선 지혜복 교사였습니다.

     

    ※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올해의 여성인권상 수상자 최말자님은 1964년 자신을 강간하려는 가해자에 저항하다 가해자의 혀를 깨물어 상해를 입혔습니다.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는 검찰과 법원에 의해 피의자가 되어 6개월여 구속되어 수사와 재판을 받고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받았습니다. 가해자는 고작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받았죠. 최말자 님은 60세가 넘어 방송대학에서 공부하며 여성의 삶과 역사, 인권에 대한 수업을 듣게 됩니다. 미투운동이 한창이던 2018년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를 찾게 되고 202056일 사건 발생 56년 만에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재심을 청구합니다. “내 사건을 바로잡아야 후배 여성들에게도 억울한 일이 없겠다라며 투쟁한 결과 20241218, 대법원이 재심 청구를 기각한 고등법원의 판결을 파기 환송했습니다. “물방울이 바위를 뚫은용기로 반성폭력 운동의 큰 이정표를 세운 최말자 님. 노란 한복 차림이 눈부시게 아름다웠습니다.
     

    온지구 님은 일명 진주 편의점 여성혐오 폭행 사건의 피해자입니다.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너는 페미니스트니까 맞아도 된다라며 폭행을 하고 기물을 부수고 난동을 부렸죠. 사건 직후 온지구 님은 스스로 페미니스트가 아니고 머리가 짧았을 뿐인데 불운한 일에 휘말렸다고 생각했다는데요. 그런데 숏컷 인증 릴레이로 연대하는 사람들이 이어졌습니다. 서울에서 다른 지역에서 연대로 함께 하는 여성들을 통해 그는 이게 여성의 일임을 깨닫고 싸우기로 하는데요. 마침내 20241015일 국내 최초로 가해자의 범행 동기는 여성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라는 판시와 함께 여성혐오를 비난할 만한 동기로 인정하는 판결을 이끌어낸 후 꾸준히 연대하고 있습니다.

     

    40회 한국여성대회 <3.8여성선언>

     

    한국여성대회에서 다양한 여성들이 함께 3.8여성선언을 돌아가며 낭독했습니다. “우리들은 시대를 이어 페미니스트이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구할 것이다라는 제목으로 시작해 같은 문장으로 끝나는 글이었습니다. 역사 속에서도, 현재도 여성들은 가장 먼저 투쟁해 왔고 여성들의 연대는 시대와 세대를 이어 연결되어왔음을 천명했습니다. “여성과 소수자가 일상에서 차별과 폭력을 당하지 않고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요구하며 여성선언은 다음과 같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우리는 모든 사람이 성별, 성적 지향, 연령, 지역, 국적, 인종, 장애 여부 등의 조건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시민의 기본권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요구한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모든 차별과 폭력, 부정의에 적극적으로 대항하며 한국 사회 민주주의의 기반을 구축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성평등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사회를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대한민국 사회에서 배제되고 차별받아 온 모든 소수자들과 손을 잡고 더욱 넓게 연결될 것이며, 더욱 단단하게 연대할 것이다. 우리는 시대를 이어 페미니스트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구할 것이다.”

     

    ※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3.8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40회 한국여성대회 스케치
    꿀벌

    조회수 1957

    2025-03-13
  •  

    ※ 해당 원고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정유리' 인권교육센터 온다 활동회원>

     응원봉의 불빛 너머, 새로운 세상으로

     

    2024년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뜬금없는 비상계엄 발표 이후 거의 석 달 정도가 지났다. 다행히 국회의 신속한 대응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면서 비상계엄은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도대체 2024년에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도대체 대통령은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한 건지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분노한 시민들은 윤석열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고, 한마음 한목소리로 대통령 탄핵을 외쳤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는 보았다. 분노를 넘어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과 염원을 담은 불빛들을.

    사방을 가득 메운 형형색색의 응원봉,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몸을 흔드는 사람들, 모르는 사람과도 스스럼없이 눈빛을 나누는 다정한 얼굴들. 언뜻 인기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이 모습은 12월 3일 이후 윤석열 탄핵 집회의 상징적 풍경이 되었다. 집회에는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지만 가장 눈에 띄는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바로 여성들, 그중에서도 2030 여성들이었다. 단상 앞에 주로 자리 잡은 이들도 2030 여성들이었고, 자신의 최애 아이돌 응원봉을 가지고 와 K-pop 음악에 맞춰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탄핵 집회 분위기를 이전과 다르게 만드는 데 가장 크게 일조한 이들도 바로 2030 여성들이었다.

     

     

    이와 함께 주목해야 할 일군의 집단이 있다. 바로 페미니스트와 퀴어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광장에 나선 이들이다. 여성인권단체들의 연대체인 '민주주의 구하는 페미-퀴어-네트워크’는 온라인에서 그리고 집회가 열리는 오프라인 광장에서 “이게 바로 안티페미니스트 정치의 말로” “윤석열은 뒤로, 차별·폭력 없는 나라 앞으로” 등의 구호를 외치면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페미니스트들이 광장에서 변화와 변혁을 외친 역사는 생각보다 유구하다. 페미니스트들은 남성성이 지배하는 정치·경제·사회 영역 전반에서 성차별과 약자에 대한 혐오를 일상적인 것으로 만드는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오랜 시간 치열하게 투쟁해 왔다.

    그런 이들에게도 ‘여성가족부 폐지’, ‘성폭력 무고죄 강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내세우며, 안티페미니즘을 세력화해 당선된 윤석열 정부의 지난 시간은 무척 가혹했다. 당선 이후에도 성교육 도서 검열, 피해자 지원 기관 예산 대폭 삭감,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국가 책임 부정 등 반페미니즘 행보는 계속되었다. 윤석열 정부하에서 페미니스트를 포함한 사회적 소수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국가와 사회체제로부터,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로부터 쫓겨나고 배제당했다. 아마도 그들은 대통령 윤석열이 끊임없이 호명했던 ‘국민 여러분’에 자신의 존재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소수자들을 이 사회에서 지워버리고자 한 윤석열의 퇴진을 가장 먼저 바랐던 것은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정체하는 시민들이었을 것이고, 그런 페미니스트들이 계엄 사태 이후 탄핵을 외치며 즉각적으로 광장에 등장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페미니스트들이 외치는 “폭주하는 남성성의 시대는 끝났다”라는 구호에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통해 우리는 사회적 소수자들의 권리를 억압하고, ‘우리’와 ‘그들’을 나누어 갈라치기 함으로써 정치적 권력을 얻은 세력이 어떻게 우리 사회의 보루인 민주주의를, 어렵게 만들어온 사회적 체계와 협의를 하룻밤 사이에 망가뜨릴 수 있는지 똑똑히 목격하였다. 어찌 보면 그런 식으로 권력을 얻은 자가 군사 권력을 통해 정치생명을 연장하려 한 것은 그리 놀랍지 않은 결말이라고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해로운 남성성’의 발로였던 것이다. 그렇기에 비상계엄으로 인한 정치적·사회적 혼란의 해결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 다가올 ‘새로운 세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에 제대로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사족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혹시라도 페미니즘이 오직 ‘여성’만을 위한 사상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계실까 싶어 덧붙이자면 페미니즘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사회는 ‘여성’의 평등성만이 확보되는 사회가 아니다. 제대로 된 사상이라면 애초에 누구‘만’을 위한다는 것이 성립될 수 없지 않을까? 페미니즘의 출발점은 ‘여성’이라는 젠더 문제이지만 그 도착점은 인종, 계층, 장애, 성적 지향 등 다양한 이유로 차별받고 소외되는 소수자들이 동등한 인간으로 대우받고, 사적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도 완전한 권리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페미니즘을 표방하면서 다른 종류의 차별에 무관심하거나 심지어 다른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선동한다면 그러한 페미니즘은 인간을 ‘남성-여성’이라는 아주 단순한 구도로만 본다는 치명적인 한계를 지니게 된다. 오늘날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억압의 문제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다층적으로 교차되어 있기 때문에 ‘남성 vs 여성’이라는 관점만으로는 문제를 제대로 인식할 수도, 해결할 수도 없다.

    남태령 시위는 단순한 ‘젠더 렌즈’를 넘어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정체하는 여성들이 오랜 시간 보이지 않는 존재였던 또 다른 소수자인 농민과 함께한 뜨거운 연대의 현장이었다. 우리는 응원봉 광장과 남태령 시위 현장에서 윤석열 정권 ‘이후’ 우리가 만들고 싶은 세상을 보았다. 그곳에서 우리는 윤석열 ‘이후’를 밝힐 등불을 서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광장이 아닌 일상에서 우리가 외쳤던 구호를 실천으로 옮겨야 할 때다. 그 과정은 결코 쉽지도, 단 한 번에 이뤄지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광장을 가득 채웠던 형형색색의 응원봉과 눈 내리는 겨울밤 서로를 배려하며 길거리를 지켰던 연대의 경험이 있다. 이 경험을 통해 우리는 느리더라도 확실히,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인신' 수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나는 페미니즘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걸까?

     

    최근 나의 가슴을 때린 세 문장이 있다. 첫 번째는 엑스(구 트위터)에서 본 문장이었다. 당신이 페미니스트인 것보다 페미니즘으로 무엇을 하려는지가 더 궁금하다는 취지의 트윗이었다. 어딜 가든 내가 페미니스트임을 밝히며 살아왔지만, 그 이외에 내가 페미니스트로서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 돌이켜 봤다. 글쎄, 집회 몇 번 따라가고, 발언 한 번 한 게 전부인 것 같다. 결국 나는 페미니스트로의 평가는 원하지만, 페미니즘으로 사회에 기여는 하지 않는 패션 페미니스트가 아닌가 싶다.

    두 번째 문장은 회의 자리에서 여성단체 활동가의 입에서 나왔다. 여성단체 활동가들은 연대체 회의나 행사에 올 때 갑옷을 입는 심정으로 참여한다는 말이었다. 활동가사회 안에도 존재하는 안티페미니스트 혹은, 젠더에 기반한 권력관계에 무감각한 활동가가 있기에 여성활동가들의 불안감이 만연할 수밖에 없다. 특히 여성운동을 하는 활동가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차별적, 혐오성 발언을 듣는 순간 그 자리에서 어떤 반응을 취해야 올바른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고민을 누군가는 해야 하고, 누군가는 하지 않아도 되는 것. 그것 역시 권력의 문제고, 차별이다.

    세 번째 문장은 좀 오래 됐지만 예전에 경기도교육감 선거를 위한 후보자 토론회에서 송주명후보가 이재정후보에게 질의하며 했던 문장이었다.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것과, 민주주의자로 살아온 것은 다른 문제라는 취지의 질의였다. 전자는 존중받아 마땅한 대승적, 희생적, 역사적 프로젝트에 가깝다. 후자는 일상의 민주주의가 사회의 민주주의의 근간이 된다는 말로 이해된다. 여성 인권, 성평등을 위한다는 나의 말은 내 일상이 얼마나 평등한지 돌아보는 순간 초라해졌다.

    나는 남성이고, 비장애인이고, 한국인이고, 청년이다. 내가 갖고 있는 권력은 나에게 큰 고민을 요구하지 않고, 갖은 것에 비해 후한 평가를 준다. 나는 태어나 의사로부터 남성이라는 성별을 부여받은 순간 갖지 말아야 할 권력까지 보장받았다. 결국 내가 이뤄야 할 일상의 민주주의는 내가 갖은 권력을 돌아보고, 반납하고, 그 과정을 내가 속한 조직에 구현하는 것이다. 내가 최근에 영향받은 세 문장은 나에게 페미니스트로서, 민주주의자로서, 지역 활동가로서 내가 몸담고 있는 일상과 조직을 평등하게 하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알려준다.

    계엄이라는 폭풍이 정국을 빠르게 요동친다. 그 와중에 가장 돋보이는 것은 언제나 그랬듯 여성들의 정치다. 무지갯빛 연대로 다른 이들의 저항에 동참하는 여성들의 정치가 그것이다. 남태령에서 나온 , 다음엔 누구를 위해 싸워볼까요?”라는 말은 교차페미니즘이 도달하려고 하는 연대의 미학을 광장의 언어로 구현했다. 한 중년 남성이 광장에서 누군가에게 들은 비판적 조언에 알겠다. 알아두겠다.”라고 답한 모습은 광장이 페미니즘으로 결속한다 말해준다. 페미니즘은 내란이라는 위기를 건강하고 안전하게 건너도록 해주고 있다.

    폭력적 수단으로 시민을 억압하려 했던 안티페미니스트 대통령을 페미니스트들이 저지하고 있다. 최근에 열리는 광장은 오랜 시간 대부분의 사회를 지배했던 남성 정치의 종언을 요구한다.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발언하는 윤석열 정부는 무책임한 태도와 고압적인 모습으로 평등한 조직문화에 정방향으로 역행하는 남성성을 표상한다. 결국 페미니스트들은 페미니즘이 민주주의를 더 완전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계엄정국에서 가장 정확하게 갈파하고 있다.

    우리는 서부지법 폭동과 극우단체들의 대학 난입 난동 사태를 보며 여성혐오정치가 어떻게 발화하는지 확인하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 여성혐오를 기반으로 성장한 유튜버들이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쏟아낸 혐오를 현실 세계에서 난동과 폭력으로 외화하고 있다. 판사의 이름을 욕설과 함께 입에 올리는가 하면, 둔기로 집기를 부수며 법원에 난입하는 모습은 온라인에서 보여주던 그들의 모습과 일치한다. 유구한 역사를 갖는 이대에 대한 고대 남성들의 모욕을 이제는 아저씨가 된 극우 유튜버들이 재현하고 있다. 교내에 난입해 학생들의 멱살을 잡고, 욕설을 퍼부으며, 피켓을 부수는 모습은 그들의 성장기반이 여성혐오였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윤석열 정부의 내란이 남성정치의 외화였다면, 서부지법 폭동과 극우유튜버 이대 난입은 여성혐오 정치의 외화다. 그 과정에서 불행 중 다행이라면 여성혐오를 자양분삼아 중앙정치에 끊임없이 기생하던 이준석 국회의원은 동덕여대 학생들을 상대로 또다시 혐오장사를 시도했지만 기대했던 흥행은 없었다. 한국사회는 남성성 정치, 여성혐오 정치로 얼룩져 있다. 이에 대응해온 건 두말할 것 없이 페미니스트들의 정치였다.

    작금의 한국사회 문제들은 왜 페미니즘이 대안인지 충분히 설명한다. 이제 남은 것은 나의 삶과 일상에 어떻게 페미니즘을 녹일 것인지다. 극우 혐오 정치를 진단하고 비판하는 것을 넘어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어떻게 페미니즘과 마주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은 얼마나 평등한지 돌아봐야 한다. 얼마나 다양한 주체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지 진단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얼마나 정의롭게 해결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내가 갖은 권력은 무엇인지 돌아보고 내려놔야 한다.

    서울과 전국을 지역 기반으로 하는 단체와 노동조합들은 정관과 규칙에 평등과 회복적 정의를 명시한 사례가 다수 있다. 내가 알기론 경기권역에는 명문화된 평등을 확인할 수 있는 단체가 적다. 명문화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진 않지만, 그마저도 준비할 수 없다면 그다음을 도모하기는 더 어렵다.

    나는 기후운동가다. 기후위기가 가속화되는 원인을 불평등으로 꼽는 전문가가 많다. 나 역시 이에 동의하며 페미니스트들의 운동에서 많이 배운다. 동덕여대 학생들의 투쟁은 왜 여성들에게 안전한 경험과 학습공간이 중요한지 알려줬다. 박정혜 소현숙의 고공농성은 자본의 먹튀 습성과 그 속에서 지워지는 여성들의 노동을 알려줬다. 서울교육청 앞의 지혜복 선생님은 공교육 안에서조차 안전하지 않은 모든 여성들의 현실을 알려줬다. 추적단 불꽃의 박지현, 원은지 활동가의 오랜 투쟁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교묘하고 악랄해지는 성착취의 현실을 알려줬다. 그리고 지역의 여성단체들은 이런 큰 흐름 속에서 결속하는 여성들의 끈질긴 싸움을 알려줬다. 결국 페미니스트들이 세상을 바꾸고 있었다. 배운 만큼 나 역시 내가 속한 단체와 커뮤니티의 평등을 위해 더 치열한 고민이 되는 요즘이다. 그 과정에서 내가 갖은 권력과 모순을 짚어주는 동료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지적은 결국 함께 가고 싶다는 신호이기에 나는 당신들의 지적이 더 많이 필요하다.

     
    [기획]3. 8 여성의 날 - 시대를 잇는 우리의 연대 “페미니스트가 민주주의를 구한다”
    인권교육센터 온다 활동회원 정유리, 수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이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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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3-03

  •  

    안녕하세요~ 4기 아카이브 에디터 심지입니다. 여러분은 하루 동안 화장실을 몇 번 정도 이용하시나요? 보통 깨어 있는 시간 동안 3~4시간마다 한 번씩 화장실을 간다고 합니다. 외출 시에도 한 번 이상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죠. 공중화장실은 우리 일상에 깊이 스며든 공간입니다. 오늘은 이 화장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화장실 앞에서 고민하다>

     

     

    출처 : 인하프레스(https://www.inhapress.com)

     

    2016년 성공회대학교의 화장실 사이에 한 포스터가 붙었습니다. 당신은 이 사이에서 고민한 적이 있습니까?” 이 문장은 겉모습과 성별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 성소수자들이 겪는 불편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성소수자들이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 겪는 문제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선 심각한 차별과 건강 문제로 이어집니다. 2015년 발표한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 결과발표 토론회> 자료집에 따르면, 트랜스젠더퀴어가 화장실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차별을 겪는 비율은 절반가량이며, 48.1%는 공중화장실 이용 자체를 포기했다고 답했습니다. 심지어 매일 화장실 이용을 참다가 방광염이나 신장 문제를 겪는 경우도 흔합니다. 또한 화장실은 자유롭게 외출하여 사람들을 만나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방식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화장실이 단순한 편의시설을 넘어 건강권과 기본 인권의 문제로 직결되는 이유입니다. 성소수자를 공적 공간에서 배제하게 되는 결과로도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성별 구분 화장실의 또 다른 불편: 장애인, 돌봄자, 보호자의 이야기>

    성별 구분 화장실, 성중립화장실 이슈는 성소수자만의 주제가 아닙니다. 현재의 성별 구분 화장실은 장애인, 양육자, 보호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겪는 불편함을 반영하지 못합니다. 한 예로 장애인과 활동지원사의 성별이 다를 경우, 성별이 구분된 화장실을 이용하게 될 때 활동지원사가 성추행 혐의로 오해 받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성별이 다른 어린 자녀와 외출할 때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성별이 다른 어린 자녀와 외출하였을 때도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요.

     

     

    <그래서 모장실이 뭐죠?>

    성별 이분법에 구분 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성중립화장실로 시작된 논의는 더 확대되어 모두를 위한 화장실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는데요. ‘모두를 위한 화장실’(모장실)은 성별, 나이, 신체 조건을 뛰어넘어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목표로 합니다. 이는 단순히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공공 공간에서의 차별을 줄이고 모두의 권리를 보장하려는 시도입니다. 박한희(2020)는 모두를 위한 화장실을 화장실이 응당 갖추어야 할 쾌적함, 안전함, 편리함 등의 요소를 갖추면서 성별, 장애, 성별정체성, 성별표현 등에 따른 차별 없이 공적 공간을 재구성하기 위한 기획이라고 설명합니다.

     

     

    <모두를 위한 화장실 설치 사례>

    모두를 위한 화장실은 유럽의 공공기관, 대학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미국, 일본 등에서도 활발히 설치되고 있습니다. 한국다양성연구소 홈페이지에서 소개하고 있는 사례들을 열거해보면, 오키나와 우라소에시 파르코 쇼핑몰, 영국 이스트미들랜드 공항, 영국 나인웰스병원, 영국 서튼역, 영국 브래드퍼드 일리레저센터, 인천국제공항 화장실 등이 있습니다. 영국 서튼역은 체인징 플레이스 화장실(모두를 위한 화장실)이 설치된 최초의 기차역인데요. 서던철도 접근성 담당관 커스티 몽크는 체인징 플레이스 화장실(모두를 위한 화장실)이 있으면 더 많은 지역 주민들이 기차를 탈 수 있습니다. 특히 장애인들은 서튼역에 자신의 필요에 맞는 화장실이 있다는 것을 알고 기차를 탈 수 있죠.”라고 말했습니다.

     

    오키나와 우라소에시, 파르코 쇼핑몰 화장실 (출처: 한국다양성연구소 홈페이지)

     

     

     

    체인징 플레이스 화장실(모두를 위한 화장실) 지도(출처: 체인징 플레이스 토일렛 홈페이지)

     

    <모장실, 모두에게 더 안전한 공간>

    - “다른 소수자들을 위해서 여성의 안전을 위험하게 만든다?” NO!

    모두를 위한 화장실(모장실)을 상상했을 때 어딘가 불안함을 느끼는 분들의 궁금증이 아닐까 싶은데요. 현재의 남녀 공용화장실과 모두를 위한 화장실은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모장실은 오히려 모두에게 안전한 화장실입니다. 모장실 설치 해외사례를 보면, 접근성이 좋은 1층 중앙현관이나 중앙복도가 가장 가까운 곳에 화장실을 설치합니다. 그리고 다른 층에는 성별 구분으로 되어 있는 화장실을 설치합니다. 모장실은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 성별 구분이 불편한 사람, 양육자/보호자와 함께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사람, 활동지원사와 함께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장애인 등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화장실 공간을 구성합니다. 이렇게 가장 환하고 넓고 사람들이 이용을 가장 많이 하는 곳에 화장실을 설치하다 보니 범죄를 실행할 공간이 아예 아니게 되고 안전한 화장실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항상 화장실은 외진 곳, 사람들이 잘 안 다니는 건물의 구석에 많이 위치해 있잖아요? 건축에 있어서 화장실을 중심에 두고 안전한 위치에 구성할 수만 있다면 모두를 위한 화장실은 오히려 모두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공간이 될 수 있겠습니다.

    여성이 화장실에서 안전하지 못한 이유는 화장실이라는 공간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습니다. 여성이 안전하지 못한 사회이기 때문에 화장실에서도 안전하지 못한 것이지요. 성별 구분되어 있는 지금의 공중화장실에서도 여성 대상 범죄는 일어나고 있는데, 과연 이것이 화장실에서의 문제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모두를 위한 화장실 전시회>

    20248~9, 서울·울산·공주를 순회하며 진행된 모두를 위한 화장실전시회는 이러한 논의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 전시는 아름다운재단이 지원하고, 한국다양성연구소가 주최하였으며 이충열 작가님이 협업하였습니다. 이충열 작가님은 충청매일 기사 인터뷰에서 성별이분법 규범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이 자신이 갖고 있는 모습 그대로 살아가도 된다는 사회구성원리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이충열 작가(@artist hwasa) 인스타그램

     

    화장실은 단순히 개인적인 공간이 아닙니다. 모두가 동등하게 존중받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입니다. 한국에서도 이미 가족화장실이 마트, 백화점 등에서 마케팅 전략으로 설치되고 있습니다. 시민의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국가와 지자체가 더욱 적극적으로 공공기관, 학교 등에 모두를 위한 화장실을 설치해야 할 것입니다. 점차 각 건물마다 모장실이 생기기를 기대해 봅니다!

     

     

     

     

    <참고자료>

    국가인권위원회(2015).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 결과발표 토론회 자료집.

    길상훈(2024.08.27.). '공주시, ‘모두를 위한 화장실 전시회개최”. 충남일보.

    박상혁(2024.02.28.). “모두의 화장실,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요”. 여성신문.

    박소은(2022.10.02.). “[기획] 손 씻으며 차별도 함께 씻어 내리는 곳, ‘모두의 화장실’”. 인하프레스.

    박한희(2020.). 모두를 위한 화장실, 화장실의 평등. /성이론, 42, 63-77.

    한국다양성연구소(2024.03.06.). “모두를위한화장실에 대한 오해와 진실!”.

     

     

     
    모두를 위한 화장실(모장실)이 모징?
    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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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1-10
  • 2024,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18명의 아카이브 에디터는 꽤 바쁜 한 해를 보냈습니다. 누군가는 환경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는 동물의 안전을, 또 다른 누군가는 장애인의 더 나은 삶을 위해 글을 쓰거나 카메라를 켰습니다. 3월부터 호기롭게 시작된 공익을 위한 헌신은 사회의 구석구석을 살피고 치유하고자 하였습니다. 특히 현장취재를 통해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하거나 메시지가 담긴 행사를 알리고자 했던 노력은 행동하는 시민의 힘이 얼마나 단단한지 느낄 수 있게 하였습니다.

    4기 에디터 활동을 하며 신규 기록자들에게는 새출발의 두려움, 기존 기록자들에게는 연장의 부담감이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5차 정기회의 및 수료식에서 만난 활동가들에게는 이웃을 위해 뜨겁게 고민하고 불태웠던 심장이 느껴져 따뜻함만이 감돌았습니다. 이럴 수 있기에 우리는 올해 사시사철 사람들의 공감과 격려에 둘러싸여 그리 춥지 않았던 세월을 보낼 수 있었는데요. 미래의 에디터, 독자분들과도 우리들의 숭고했던 시간 안에서 닿길 바라며 마지막 종착지의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운영 성과 보고

     

    5차 정기회의 및 수료식의 첫 번째 순서는 4기 아카이브 에디터 운영 성과 보고였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올해의 활동 내용과 성과를 돌아보며 서로를 칭찬하고 스스로 반성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 4기 시민 기록자는 도내 공익활동의 활성화와 홍보를 기반으로 사회에 이바지함과 동시에 개인 기록활동가로서의 역량도 강화할 수 있는 역할을 담당하였는데요. 발대식 기준으로 총 20명의 아카이브 에디터가 선정되었고 사례발굴팀에서는 6, 현장취재 팀에서는 14명이 활동하게 됐습니다. 이 중에서 총 15명의 에디터가 시민 기록자 양성 과정을 수료하였고 최종적으로 14명의 아카이브 에디터가 활동 인증서를 받았습니다. 또한 에디터 양성이 포함된 정보 아카이브 및 홍보 사업 내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유명화 센터장님을 비롯한 13명의 직원분이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셨습니다.

     

    특히 그동안 활동가들이 질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활발한 교류를 할 수 있도록 시민 기록자 양성교육과 정기 회의가 주기적으로 열렸는데요. 5강의 시민 기록자 양성교육과 5차례의 정기 회의가 주최됐습니다. 시민 기록자 교육에서는 정보통신 윤리교육, 인터뷰 실습, 숏폼 제작, 공익활동의 개념과 기록 특강 등을 주제로 소양과 기술을 함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고 정기 회의에서는 활동에 필요한 조언과 미래를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이를 통해 기록자로서의 전문성과 올바른 시민 의식을 가지게 된 활동가들은 38일부터 123일까지 162건의 원고(공익 웹진)를 출고하였고 총 누적 조회수는 92,524, 평균 조회수는 571회 이상을 기록하며 큰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기분 좋은 소식과 지나온 시간의 뿌듯함을 느끼며 같은 마음으로 박수가 터져 나왔답니다:)

     

    2. 활동인증서 수여식 및 시상식

     

    그동안 고생했던 과정의 결실로 참석자 모두가 활동 인증서를 받게 됐습니다. 동시에 최우수 콘텐츠와 우수 콘텐츠 시상식도 진행됐는데요. 최우수 콘텐츠 1명과 우수콘텐츠 2명이 수상했습니다.

    먼저 우수 콘텐츠는 44표 중의 12표를 받은 유자 님의 “[기획]공익순 할머니의 특별한 동화시간-여우와 두루미가 선정됐는데요. 이 글은 공익순 할머니가 동화책을 읽어주는 컨셉의 웹진으로 여우와 두루미라는 동화를 오마주하였습니다. 궁극적으로 배리어프리를 주제로 장애인의 이동권 제약에 대해 화두를 던지는 글을 작성하여 이들의 접근권과 삶의 질에 대해서 고민해 보게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습니다.

     

    [기획]공익순 할머니의 특별한 동화시간-여우와 두루미

    https://www.gggongik.or.kr/page/archive/archiveinfo_detail.php?board_idx=4989

     

     

    다음 우수 콘텐츠는 44표 중의 13표를 받은 다름 님의 “[기획]세월호 참사 10주기_‘연대와 실천의 기억회억, 회억 정원을 거닐다.”가 선정됐는데요. 안산에서 열린 희생자들의 기억 물품을 모은 특별전 회억 정원에 직접 방문하여 세월호 사건의 흔적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하고 사회 안전망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깨달음을 주며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기획]세월호 참사 10주기_‘연대와 실천의 기억회억, 회억 정원을 거닐다

    https://www.gggongik.or.kr/page/archive/archiveinfo_detail.php?board_idx=4644

     

     

    마지막으로 최우수 콘텐츠는 44표 중의 19표를 받은 심지 님의 뭐라 설명할 수 없던 그 노동의 이름은 기획 노동’”에 돌아갔습니다. 심지 에디터는 평소 젠더 문제에 관해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데요. 따라서 이와 관련한 기획 노동(가족생활 전반에 대한 계획/구상/정보를 모으는 기획과 관련된 노동)과 여성들의 가사(家事) 현실을 되돌아보고 의문을 던지는 글을 작성하여 종종 집안일이라 치부되는 노동의 가치와 인식을 바꾸고자 노력하였습니다.

     

    뭐라 설명할 수 없던 그 노동의 이름은 기획 노동

    https://www.gggongik.or.kr/page/archive/archiveinfo_detail.php?board_idx=4850

    수료식과 시상식을 거치며 모든 에디터가 큰 배움과 연대를 느낄 수 있었는데요. 특히 몇몇 활동가들은 이번 활동 외에도 공익 기록 활동을 추가로 하시는 분들이 꽤 계십니다. 따라서 이분들에게는 오늘의 시간을 통해 얻는 영감 하나하나가 큰 소재가 되고 궁극적으로 우리는 기록문자의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3. 에디터 5차 정기회의

     

     

    다음은 5차 정기 회의가 진행됐는데요! 회의에서는 에디터들의 2024년 활동 소감을 나누고 만족도 조사가 실시됐습니다. 모두가 열심히 소감을 기록해 발표하였는데요. 나온 의견 중 인상 깊었던 몇 문장을 발췌해 보았습니다:)

     

     

    1. 4기 아카이브 활동을 통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이었나요?

     

    아모스: 담당자의 조언과 에디터들의 뛰어난 글을 보며 큰 영감을 받았고 글쓰기와 독서를 꾸준히 이어가겠다는 결심이 생겼습니다.

    초스코스: 현장취재를 통해 방문했던 라운지플러스 국제개발 협력 간담회에서 여성 지도자들의 열정과 포부에 감동하였습니다. 또한 공익활동가학교 성과공유회에서 청년 리더들의 리더십과 유능함을 보며 큰 자극제가 됐습니다. 특히 성과공유회에서는 공익 활동을 축제처럼 생각하고 음악회를 열어 행복함을 느꼈던 장면이 기억에 남네요!

    연연: 다른 에디터분들이 활동을 잘해주셔서 신기하다고 느꼈습니다. 1년간의 활동이 단순한 회의 의상의 의미 있는 만남으로 이어졌고 에디터들과 함께한 모든 순간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2. 4기 아카이브 활동 중 겪었던 어려움은 무엇이었나요?

     

    채쿄: 학업과 에디터 활동을 병행하면서 글을 쓰고 싶은 주제를 주체적으로 정하지 못했습니다. 여성, 인권, 배리어프리의 주제 중에서 어느 하나도 한 게 없어서 다음에는 관심 있는 주제에 관해 적극적으로 집필하겠습니다.

    옐로 구피: 영상은 평생에 남는 거다.”라는 생각을 하니 홍보 인터뷰 영상 촬영에 대한 긴장을 센터장님들이 많이 하셨습니다. 긴장이 전염되다 보니 저도 같이 긴장했었네요.

    럭비공: 에디터 글을 홍보하고 알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한 콘텐츠 기획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3. 에디터 활동이 에디터님에게 어떠한 긍정적인 변화를 주었나요?

     

    라이언: 내가 글을 쓰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너무 긴장하거나 걱정을 앞세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였습니다.

    바람자전거: 기록은 지나간 이후의 것들을 남기는 자산임과 동시에 나의 삶을 기록해 주려는 존재가 있구나!” 하는 위로를 건넬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올 한 해 기록에 대한 필요성과 고민을 좀 더 깊이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참비움: 올해 두 번째 활동인데요. 작년에는 뭣 모르고 지나갔으나 2년째 만나 뵙는 분을 중심으로 해서 조금 더 네트워킹이 형성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기록활동에서 만나는 분들과 자주 겹치며 화합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고 3월 초에 짝꿍으로 활동했던 채쿄님이 공익활동가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4. 향후 아카이브 에디터로서 더욱 성장하기 위해 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라이언: 시간여유’. 글에 집중하기 위한 시간이 없어서 많이 작성하지 못했습니다. 시간과 여유를 갖춰 더 작성하고 싶어요!

    럭비공: 적극적인 현장취재와 탐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참비움: 넉살, 유연성, 변화에 대해 열린 태도, 사진 기술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초스코스: 일에 대한 적극성과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도를 더욱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기발한 콘텐츠 소재를 발굴하기 위한 공부도 병행해야겠어요!

     

     

    5. 활동을 통해 기대하는 것을 얻었나요?

    채쿄: 공익활동이 어렵고 추상적인 활동이라고 막연하게만 생각했었는데 활동을 통해 기록 또한 공익활동이 될 수 있고 꼭 필요한 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모스: 공익 활동을 주위 분들과 지인에게 공유하였으며 반응이 좋았습니다. 자아실현의 계기가 됐어요.

    연연: 공익활동의 다양한 분야를 접했고 여러 에디터의 열정을 배웠습니다. 기록할 수 있는 기회와 의미를 재인식할 수 있어 좋았어요.

    다름: 공익활동의 영역과 의미에 대해 탐구하고 싶었으나 잘하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매번 시설이 잘 구비된 행사 공간과 체계적으로 기획된 회의에 참여하다 보니 정기 모임이 있는 날은 신났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특히 이번 회의는 한 해를 격려하는 배려까지 담긴 시간 속에서 서로 활발히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야속했습니다:( 에디터의 마음과 같은지 총회의 만족도 평점은 4.5 만점의 4.93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드네요:)

     

     

    4. 폐회식

     

    폐회식에 앞서 유명화 센터장님이 축사를 해주셨는데요. 1년간 공익활동가분들이 성장하고 서로 교류하며 만든 결과물들이 또 다른 사람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또한 기록역사이기때문에 개인의 역사물을 만들고 그 안에서 행복과 의미를 찾아왔다는 점에서 센터장님도 행복감을 느끼셨다고 밝혔는데요. 끝으로 에디터분들을 통해 공익활동의 향기가 널리 퍼지길 바라고 한 해 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덕담을 건네주셨습니다.

     

    에디터들의 모든 영광은 센터장님과 직원분들의 노고와 지원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는데요. 그렇기에 우리 활동가들 모두가 감사함을 가지고 있답니다. 오래 같이 나아가며 밝은 미래를 만들어 가길 기원합니다:)

     

    모든 과정을 마치고 단체 사진 촬영과 함께 졸업식이 마무리됐는데요! 시원섭섭함과 또 다른 출발의 희망을 느끼며 길었던 근 1년간 여정의 마침표가 드디어 지어졌습니다. 사진을 다시 보니 모두 빛나는 눈빛을 자랑하고 있어 좋습니다:)

     

     

    저는 늘 사람이 사람을 마주하기 어려운 사회의 흐름 속에서, 쉽게 읽을 수 없는 세계의 변화 속에서, 사유와 글자가 힘을 잃는 세상 속에서 혼돈과 무력함을 느끼며 소멸하는 존재였습니다. 차마 떨쳐낼 수도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 옆에 계신 동료와 관계자분들의 연대와 순수한 열정에 조심스레 적셔질 때마다 그야말로 생명을 얻게 됐습니다. 또한 총 92,524번의 공익 웹진을 읽어주신 이름 모르는 독자분들 덕분에 제 글도 살아남았습니다. 빚진 마음과 함께 지금의 저는 어제의 저보다 열 발걸음은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 모두에게 다시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깊은 울림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올해는 꽤 오랫동안 꺼내보고 싶은 인생의 한 페이지가 될 것 같네요.

     

    같이 꿈을 꾸고 같은 이상향을 쫓았던 사람들. 우리의 글과 센터를 사랑해 주셨던 독자분들. 마음속에 널리 이로운 마음을 품었던 모두가 공익활동가였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어둡고 위태로운 세상을 마주하는 것이 괴로울 때도 있었습니다. 흔들림 앞에 누구는 말합니다. “사람의 마음만큼 약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또 다른 이는 말합니다. 약한 만큼 강해지는 것이 마음, 그것은 연민과 사랑입니다.” 청룡의 기운과 함께 씩씩하게 출발하였던 18명의 에디터 심장에는 늘 애틋함이 있었습니다. 세상을 용기 있게 마주하고 품고자 했던 진심들은 따뜻한 봄을 불러일으키기 마땅할 것입니다. 이제는 새해의 싹을 피울 준비를 하며 아쉬운 여정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꽃이 무사히 피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현장스케치]4기 에디터 활동인증서 수여식_에디터 덕분에 올해는 따뜻했습니다
    초스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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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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