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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산평화영화제 '감독과의 대화' - <애국소녀> 남아름 감독 / 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제공
     
     
    영화로 묻고, 응답한 3일간의 축제
     
    올가을, 경기도 안산에 평화의 깊은 물결이 번졌습니다. 작년 첫 장을 연 데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안산평화영화제가 20251030일부터 111일까지 롯데시네마 안산고잔점에서 관객과 마주했습니다. 3일 동안 영화는 질문이 되었고, 또 대답이 되었으며, 관객들은 스크린을 통해 평화를 다시 생각하고 느끼고 나누었습니다.
     
    이번 영화제는 경기도 평화통일교육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평등평화세상 온다가 주관했습니다. 무엇보다 의미 깊었던 것은, 이 축제에 총 800여 명의 관객이 함께했다는 사실입니다. 수치 이상의 무게를 가진 함께라는 존재감, 그것은 이 도시가 평화라는 이름의 고민과 상상을 분명 품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행사의 슬로건은 평화는 O하다”. 명확히 답을 내리지 않은 채 빈칸을 남겨둔 문장은, 어쩌면 선언보다 더 강한 질문이었습니다. 평화는 과연 무엇일까? 따뜻하다? 필요하다? 멀다? 혹은 이미 가까이 있을까? 우리 각자의 삶 속에서 발견되는 평화의 형태를, 영화는 열린 결말처럼 관객에게 맡겨둔 채 우리는 만났습니다.
     
    올해 영화제의 주제 , , 우리는 그 질문에 또 다른 질문을 더했습니다. 영화 속 인물들, 상영장을 채운 이웃들, 그리고 우리 자신까지 평화라는 단어는 누군가의 입장에서만 말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잇고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관객은 그저 영화를 바라보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주체가 되어 있었습니다.
     
    안산평화영화제 '감독과의 대화' - <3학년 2학기> 이란희 감독 / 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제공
     
    <3학년 2학기> 이란희 감독과 함께 단체사진 / 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제공
     
     
    7편의 영화로 엮은, 평화의 얼굴들
     
    이번 영화제의 스크린에는 총 7편의 작품이 올랐습니다. 각자의 언어와 색으로 평화를 말하는 작품들이 이어지며, 관객들은 서로 다른 경험과 질문들을 마음에 담아갈 수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관객을 만난 개막작은 다큐멘터리 애국소녀였는데요. 민주화 세대 부모에게서 자라난 한 청년(감독 남아름 본인)이 세월호 참사 이후 민주주의의 진짜 의미를 다시 묻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세대 간의 온도 차이, 사회가 겪는 상처와 질문, 그리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고민들이 스크린 위에 차곡히 쌓였습니다.
     
    이 작품은 4·16재단 문화콘텐츠 공모전 대상 수상작으로 제작되었고, 이후 제15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한국경쟁 장편 대상을 거머쥐며 주목받았습니다. <애국소녀>가 전하는 힘 있고 진솔한 질문들은 영화제를 연 첫 작품으로 충분히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영화제의 마지막 장을 닫은 폐막작은 다큐멘터리 노 어더 랜드 : No Other Land였습니다. 2024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작이자,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작인 이 작품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감독들이 함께 전쟁의 참상을 기록한 영화입니다. 전쟁의 현실을, 피해와 시선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카메라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선 평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되었습니다.
     
    스크린 너머로 전해지는 울림은 관객의 숨결까지도 잠시 멈추게 했습니다. 국경을 넘고, 언어를 건너며 던진 질문 평화란 과연 무엇인가?’, 그 물음은 상영이 끝난 뒤에도 마음속에서 오래 머물렀습니다.
     
    또한 젠더·노동·장애·공동체·청년세대의 삶을 담은 다양한 작품들도 함께 했습니다.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신인남우상 후보에 오르며 주목받은 영화 3670, 불안정한 사회 속에서도 자신만의 진로와 내일을 찾아가는 열아홉 살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담은 〈3학년 2학기〉는 극장 상영의 기회가 많지 않았던 만큼 이번 영화제에서 더욱 빛났습니다.
     
    더불어 단편 음어오아, 산행, 코끼리 뒷다리 더듬기역시 저마다의 속도로 관객과 만나며 평화의 또 다른 결을 보여주었습니다. 7편의 영화들을 건너며 관객은 나와는 다른 삶속에서 오히려 나와 닿아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낯설지만 익숙하고, 멀지만 가까운 공감의 순간들. 우리는 그 속에서 평화라는 이름의 다양한 얼굴을 마주했습니다.
     
    상영은 그 자체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감독과의 대화(GV), 관객 토크, 참여 프로그램들이 이어지며 스크린 밖으로 확장된 평화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천천히 연결했습니다. 극장을 나선 뒤에도 이야기는 이어졌고, 영화는 삶 속에서 다시 자라났습니다.
     
    이 영화제는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함께 사유하고 경험하는 평화의 시간이었습니다. 영화 속의 이야기들이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드는, 아주 조용하지만 확실한 방식으로 말입니다.
     
     
    안산평화영화제 현장 - 티켓 배부 / 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제공
     
    안산평화영화제 현장 - 포토존 / 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제공
     
     
    영화와 마주한 목소리 우리의 이야기가 되다
     
    안산평화영화제의 객석은 단순히 영화를 보는 공간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관객을 넘어 참여자가 되었고, 자신이 품고 온 기억과 감정을 꺼내며 서로의 이야기를 이어 붙였습니다. 영화는 서사의 시작이었고, 그 끝은 관객의 마음에서 다시 쓰였습니다.
     
    영화제에 참가한 한 청년은 상영 후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습니다.
    민주주의가 제도가 아니라 기억이고 책임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또 다른 관객은 영화가 끝난 후 깊은숨을 내쉬며 말했다고 합니다.
    전쟁, 폭력, 차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이렇게 진솔하게 마주한 건 처음이었어요.”
     
    그리고 많은 이들이 말했습니다.
    평화는 완성된 것이 아니라 계속 쓰는 이야기 같다.”
     
    오랫동안 안산에서 삶을 이어온 한 시민은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안산에서 열린 행사 중 가장 좋았어요. 앞으로 꾸준히 이어져 거리극 축제처럼 이 도시의 대표적인 축제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 말을 남긴 목소리에는 기대와 응원의 온도가 선명히 묻혀 있었습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스크린 속 타인의 삶을 바라보며 결국 나의 일상, 너의 경험,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떠올렸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이 모여 서로의 마음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가는 순간, 평화는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피부에 닿는 감각이 되었습니다.
     
    이번 안산평화영화제는 그래서 더욱 특별했습니다. 영화는 스크린 안에 머물지 않았고, 관객의 마음에서 다시 숨쉬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평화는 그렇게 찾아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영화 한 편, 서로에게 건넨 한마디, 그리고 스쳐 지나간 시선 한 번으로도 우리는 이미 평화를 쓰고 있었다는 것을.
     
     
    안산평화영화제 현장 - 이모지 퀴즈 이벤트(왼), 안산평화영화제 현장 - 평화 사진찍기(오) / 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제공
     
    안산평화영화제 기획단 / 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제공
     
     
    왜 지금 평화영화제를? 영화제가 남긴 울림
     
    우리는 종종 평화를 거대한 선언문 속에서, 정치적 언어 속에서만 떠올립니다. 그러나 안산평화영화제는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말합니다. 평화는 멀리 있는 이상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 곳곳에 흐르고 있는 감각이라고.
     
    내가 건네는 말 한마디에,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 관계를 이어주는 작은 행동에 이미 평화는 존재다고. 그래서 우리는 계속해서 평화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영화제는 스크린 너머에서 속삭였습니다.
     
    영화는 단지 감동을 위한 예술이 아닙니다. 때론 질문이 되고, 상처를 들여다보는 거울이 되며, 서로의 삶을 잇는 접점이 됩니다. 이번 영화제의 슬로건 평화는 O하다는 반드시 고민해 봐야 할 빈 칸을 우리에게 남겼습니다.
     
    당신의 평화는 어떤 모양인가요? 영화는 답을 주지 않았지만, 질문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그 물음표는 영화제가 끝난 뒤에도 오래 마음속에 머물러, 삶 속에서 천천히 자라날 것입니다. 친구와 나누는 짧은 대화, 낯선 사람에게 내미는 작은 배려, 부당함에 고개를 드는 용기. 그 모든 순간이 평화를 키우는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평화는 언제나 삶의 온도와 닮아 있으니까요.
     
    영화제를 주관한 평등평화세상 온다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영화를 통해 많은 시민들이 같은 공간에서 평화를 나눌 수 있어 감동적이었습니다. 일상에서 평화를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준비한 자리였는데, 관객들이 함께 울고 공감하고 생각을 나눠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슬로건처럼 , , 우리의 마음이 이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영화제가 남긴 흔적은 3일간의 상영 일정이 아닙니다. 평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 그 첫 장을 함께 넘겼다는 감각. 그것이 우리에게 돌아온 가장 큰 선물이었습니다.
     

    평화는 O하다 : ‘나’, ‘너’ 그리고 ‘우리’에게 평화는 무엇인가요?
    레지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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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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