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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미리캔버스 @masary78 제공
     
     
    
    나는 머릿속이 굉장히 복잡한 사람이다. 살면서 “멍을 때린다.”라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다. 남들처럼 입을 벌려도 보고 눈자위를 풀어 보기도 하고 “에라 모르겠다!” 하며 大 자로 누워도 봤지만 항상 뇌는 1초도 안 돼 잡생각에 잠식당한다. 몇십 년의 세월 동안 언젠가 내 두(頭)는 과부하에 걸려 폭발해 버릴 것이 틀림없다는 위기감마저 들었다. 그리고 늘 답을 찾기 위해 방황하였다.
     
    이렇다 보니 무교긴 하지만 문득 종교에 호기심이 생기게 됐다. 뜬금없지만 “종교인들은 가르침을 받으며 깨닫고 완성된 인격으로 살아간다는데 인생이 편하지 않을까?” 하는 다소 일차원적인 생각 때문이었다. 주위에 다양한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있어 궁금증이 새어 나오면 설교를 들어보거나 행사에 참여해 보기도 하고 가끔은 동영상으로 교리를 연구해 보는 흉내를 내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나에게 뭔가 큰 영감이 떠오르진 않았다.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다뤄야 하다 보니 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무언가 응어리진 마음이 헤쳐지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 있었다. 바로 나에 대하여 들여다보는 찰나였다.
     
     
    
    ▶ 본 이미지는 OpenAI를 활용해 제작된 창작 이미지로, 특정 인물이나 상황과 관련이 없습니다. 
     
    
    종교에서의 ‘사색’과 ‘명상’의 정의는 각각 다르다. 대표적인 예로 명상을 들자면 불교에서 명상은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번뇌를 없애며 깨달음(해탈)에 이르는 길이고 기독교에서의 명상은 말씀 묵상과 함께 하나님과 교감하여 뜻을 깨닫는 것이다. 천주교에서의 명상은 기도와 묵상을 통해 하느님과 더 깊이 만나는 시간이며 영적 독서를 행하는 것을 말한다.
    ※ 종교에 따라 명상과 사색의 정의는 상이하며, 본문은 그 일반적 특징을 요약한 것입니다.
     
    하지만 의미는 일맥상통한다. 외부 세계가 아닌 나의 세상에 집중한다. 어쩌다 심연까지 내려가게 되면 나조차 무시하던 가냘픈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신 앞에서 혹은 나만의 상상 속 무언가 앞에서 돌아볼 수도 있다. 계속 헤매다 보면 나의 영혼을 마주하게 된다. 침묵과 고요 속에서 진리와 본질에 마주하고자 한다. 마침내 생명과 삶, 지구의 구성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나를 모르면서 남을 알고 세상을 알고자 하는 것. 어쩌면 오만일 수도 있지 않을까.
     
    꽤 복잡한 과정이지만 우리에겐 이 자체가 ‘쉼’으로 다가온다. 혼돈과 불안의 시대 아니던가. 갈피를 못 잡는 마음을 재정비해 심지를 곧게 세울 수 있다면 여간 반가운 일이다. 실제 정신 건강학 관점에서도 사색과 명상은 큰 의미가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지에 따르면, “마음 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감소(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 MBSR)는 암, 류마티스 관절염, 섬유근육통, 건선, 다발성 경화증 등 주로 만성적인 통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에서 전반적인 증상을 줄이고 스트레스와 정신적 문제를 감소시킨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었다"라고 밝혔다.1)
    
    ※사진 출처: 전등사 템플스테이 (공공누리 제1유형)
     
    
    시대의 흐름을 탄 종교계에서도 ‘종교 휴식’을 위한 프로그램을 활발히 만들고 있다. 예로 불교에서는 정부와 협력해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며 시민들의 지친 정신을 회복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최근 대한불교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행복 두 배 템플스테이'를 진행하였다. 내·외국인 1만여 명에게 할인 혜택 제공과 함께 전국 113개 사찰에서 사색을 통한 마음 건강 챙기기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2)
     
    또한 천주교에서도 동참하고 있다. 예로 지난해 서울 명동 대성당에서는 생활성서사가 희망의 순례 희년을 기념해 시민과 함께하는 종교문화 행사를 열었다. 서울특별시와 가톨릭 언론사들의 후원과 함께 ‘행복한 북 콘서트 2024’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홍성남 신부와 박재찬 신부는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에 대해 대한 이해에 관한 이야기를 했으며, 특히 영적 쉼과 관계 개선을 주제로 강연을 이어갔다. 이 자리에 모인 참가자들은 신앙을 통해 삶을 성찰하고 내면의 평화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3)
     
    기독교에서는 어떨까? (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는 올해 청년 상담 센터 위드(WITH) 마음 성장 지원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청년들의 가족 갈등, 취업난과 경제적 어려움, 대인관계 문제 등과 같은 심리 문제를 사역 활동을 통해 해결하는 노력을 시작했다. 예로 상담사와 함께 에니어그램을 하며 기본 성향을 분석해 나를 발견하고 타인과 공존하는 법, 센터장의 주도로 크리스천 욕구 코칭을 하며 나와 공동체의 욕구 파악 등의 수업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우리 세대는 자아 성장과 심신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4)
    
     
    ▶본 이미지는 OpenAI를 활용해 제작된 창작 이미지로, 특정 인물이나 상황과 관련이 없습니다.
     
    
    종교의 내면 치유는 현대인의 정신건강에 큰 특효약을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공공과의 협력도 이러한 필요성을 입증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로 종교가 우리 시대의 현실을 꽤 잘 그린 자화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스스로 깨침은 생각보다 긍정적인 작용을 했다. 퍽 대단한 발견을 한 건 아니었지만 어제보다 오늘의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정신이 개운해지니 몸도 깨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달가움은 잠시. 곧 다가온 6월의 절반은 나에게 잊지 못할 고통을 선사하였다.
     
    일을 끝내고 귀가하는 동안 목이 이상하리만치 아팠다. 집에 도착하며 나는 주체할 수 없는 눈물과 함께 꽥꽥 소리를 지르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그리고 응급실로 향하였다. 목에 심한 담이 온 것이었다. 약물 알레르기가 있어 진통제 효과가 덜 해 쉽사리 나아지지 않았지만 “담인데 뭐…” 하는 안일한 마음은 끝내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다. 하루 뒤 극심한 통증으로 실신해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을 재방문 했기 때문이다. 이후 혼자 침대에서 일어나 무리 없이 일상생활을 하기까지 어언 2주가 걸렸다.
     
    이후 내 인생의 방향이 달라졌다. 나에게 건강보다 중요한 것은 없게 됐다. 스스로 씻으며 밥을 먹고 걷게 된 회복의 힘에 감사하였다. 나아가 의료진의 돌봄과 종교적 실천이 한 사람을 살렸다는 것에서 깊은 울림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치료받은 병원이 가톨릭 재단에서 운영하는 대학병원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종교계에서는 ‘신체 건강권’에 주목한다. 왜냐하면 대부분 종교에서 생명 보존과 인도주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노력하기 때문이다. 예로 인간 존엄성과 생명 존중의 가치, 돌봄, 공동체 유지와 치유의 일환 등의 신념을 통해 단순한 개인적 자선이나 봉사에서 오는 윤리적 행동을 넘어 교리 실천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 이를 치료, 생활 교육, 활동 보조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며 사회복지 증진에 도움을 주고 있다.
     
    ※ 종교에 따라 신체 건강권에 대한 정의는 상이하며, 본문은 그 일반적 특징을 요약한 것입니다.
     
    실제 관련 연구도 이를 증명한다. 비영리 의료기관 Mayo Clinic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신앙 공동체를 대상으로 한 모바일 헬스 프로그램(FAITH! 앱) 연구에서 6개월간 사용 시 LS7(심혈관 건강을 평가하고 개선하기 위한 7가지 핵심 지표) 점수가 1.9점(대조군 0.7점) 증가해 심혈관 건강이 유의미하게 개선됐다고 밝혔다.5) 이처럼 각 신앙 프로그램에서는 다양한 신체 회복을 위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한성공회에서는 2010년 요양원을 설립해 사회에서 고립되기 쉬운 노인과 장애인들에게 의료 서비스와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하였다. 정식 명칭은 ‘구립용산노인전문요양원’으로 성공회의 관리 아래 당시 30만 용산 구민 중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층의 지원에 힘쓰기로 하였다. 서울 교구장 김근상 주교는 “함께 일하는 이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복지 혜택을 받는 이들도 더불어 행복해질 수 있는 복지관이 되도록 성공회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히며 헌신의 의지를 내비쳤다.6)
     
    원불교에서는 2024년 원광대병원·원광학원 산하기관 80여 명의 합동 의료봉사단이 30여 명의 베트남 현지 봉사자와 함께 베트남 롱안성 롱안병원에서 무료 의료를 실시하였다. 예로 원광대병원 내과·외과·산부인과 등의 진료과에서 질병 상담과 약물·수술 치료, 초음파 검사 등을 실시했다. 나아가 원광보건대는 안경 제작과 미용(헤어, 네일아트) 서비스를 제공하였고 원광디지털대는 한복 입기와 매듭 만들기 등 한국 문화 체험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거주민들은 의료 서비스와 문화적 교류까지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7)
    
    ※사진 출처: Pixabay, 사진제공: drshohmelian
     
    
    천주교에서는 국내 최초의 장애인종합복지관으로써 1991년 개관한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장애인들의 수중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역할을 도맡았다. 예로 물속에서 부력, 수압, 수온 등 물의 특징을 이용한 종류별 기법으로 장애인들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취약한 기능을 회복하고 발전시키는 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하였다. 또한 임산부, 관절염 환자, 노인 등 다양한 계층을 위한 수중운동을 통한 건강 회복에도 주력하였다. 결과적으로 이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소통과 이해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도 담당하였다.8)
     
    종교마다 가치관과 실천 방식은 다르지만, 많은 종교에서 나눔과 돌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화합하고자 하였다. 또한 공동체 의식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기여해 왔다. 지친 일상에서 길을 잃기 쉬운 현대인들에게 종교는 때로 부드러운 손길로 다가와 인류애의 온기를 전한다. 그 따뜻함은 가벼운 솜털처럼 은은하게, 두꺼운 솜 이불처럼 묵직한 포근함으로 삶을 감싸안으며 우리 사회에 공익적 역할을 꾸준히 수행하고 있다.
     
    약 10만 년의 시간 동안 인류와 종교는 샤머니즘의 시대부터 인공지능 시대까지 발전해 오며 공존하였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신앙인들이 마음의 불빛을 쫓으며 세상을 치유하는 꿈을 꾸어왔기 때문 아닐까?
     
    ▶본 이미지는 OpenAI를 활용해 제작된 창작 이미지로, 특정 인물이나 상황과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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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의 불빛, 치유의 길
    초스코스

    조회수 170

    2025-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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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급이 밀려도 그냥 참았어요. 괜히 문제 삼았다가 잘릴 수도 있잖아요.”
    “일하다 다쳤어요. 주변에서 산재라고 알려줬지만, 회사에서 알아서 해준다고 해서 기다렸어요. 결국 보상도 못 받았죠.”
    “팀장님이 이유 없이 업무 외의 일을 시키고 괴롭히는 것 같지만, 그냥 참고 있어요. 어쩔 수 없잖아요.”
     
    일터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었거나, 앞으로 겪게 될지도 모를 상황입니다.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오게 됩니다.
     
     
     
    알면 힘이 되는 노동법률 강좌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대한민국에 ‘노동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헌법에도 명시돼 있죠. 헌법 제32조와 제33조는 노동자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제32조는 근로의 권리와 의무, 근로조건의 기준, 여성과 청소년 보호에 관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33조는 노동 3권, 즉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합니다. 노동자의 권리를 국가가 보장해야 할 사회적 기본권으로 명시한 것입니다.
     
    하지만 법이 존재한다고 해서, 모든 노동자가 법의 보호를 받는 건 아닙니다. 우리는 매일 뉴스에서 노동자의 권리가 침해되는 사례를 접합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이 최저임금과 주휴수당을 받지 못하는 일이 흔했고, 불법 파견으로 일하다가 퇴직금조차 받지 못한 노동자들의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공장에서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아 반복되는 사고, 폭염에 노출된 채 일하다 위험에 처하는 현장 노동자들의 현실 역시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여전히 우리 곁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안산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는 매년 ‘알면 힘이 되는 노동법률 강좌’를 열고 있습니다. 2025년에도 어김없이 강좌가 진행됐습니다. 이번 교육은 법과 제도를 모르면 결국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어렵다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알면 힘이 되는 노동법률 강좌 / 사진출처: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이번 강좌는 5월 28일부터 6월 25일까지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안산시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열렸습니다. 총 5강으로 구성된 이번 교육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일하는 모든 시민을 돕는 실용적인 생활밀착형 강의였습니다.
     
    1강은 “노동법 기초와 임금”이라는 제목으로 유성규 공인노무사가, 2강은 “근로시간과 휴가”를 주제로 정해명 공인노무사, 3강은 “산언 안전과 산재보험”을 주제로 변수지 공인노무사, 4강은 “부당 해고와 대응”을 주제로 김지나 공인노무사, 마지막 5강은 “직장 내 괴롭힘과 직장 민주주의”를 주제로 최한솔 공인노무사가 강의했습니다.
     
    매일 현장에서 노동자들과 상담하고, 노동문제를 해결해 온 노무사들의 생생한 경험과 실용적인 조언이 더해져 강의는 더욱 현실감 있게 진행됐습니다. 강의는 ‘임금’, ‘근로조건’, ‘산업안전’, ‘해고’, ‘직장 내 괴롭힘’ 등 일터에서 꼭 알아야 할 필수적인 내용들로 구성되어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알면 힘이 되는 노동법률 강좌 / 사진출처: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1강에서는 임금에 대한 기본 개념과 원칙부터 ‘통상임금’, ‘임금피크제’, ‘성과연봉제’, ‘포괄임금제’ 등 쟁점이 되고 노동자의 입장에서 궁금할 수 있는 다양한 내용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2강에서는 노동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꼭 알아야 할 근로 시간 개념들인 ‘법정 근로시간’과 ‘연장 근로시간’, ‘휴일 근로’와 ‘야간 근로’, 그리고 ‘휴가 제도’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3강은 “일하다가 아프거나 다치지 않을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을 통해 산재에 대응할 수 있는 과정을 공부했습니다. 이어 4강에서는 ‘부당 해고’와 이에 대처하는 방법을, 5강에서는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직장 내 괴롭힘’과 직장 민주주의의 중요성에 대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5주간의 강의를 마무리하며 수료식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이번 노동법률 강좌에는 총 101명의 시민이 수강 신청을 했고, 강의마다 평균 73명이 꾸준히 참여해 노동법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강좌를 준비한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관계자는 “하루 종일 일하고도 퇴근 후 시간을 내어 노동법을 공부하러 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매주 강의실을 가득 채워주신 수강생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라며 소감을 전했습니다.
     
     
    알면 힘이 되는 노동법률 강좌 / 사진출처: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어느 지역이든 ‘일하는 사람’이 다수지만, 안산은 특히 노동자의 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산의 경제활동인구 중 약 80%가 임금노동자이고, 70만 시민 중 약 30만 명이 안산·시흥스마트허브에서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안산은 대표적인 산업도시이자, 현장 노동자들의 삶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도시입니다.
     
    이런 안산에서 지난 2012년, 노동자들이 스스로 나서 노동권 보호를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를 설립했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지역사회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만들어진 공간인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는 일상적으로 노동 상담을 진행하고, 권리 교육과 노동법 강좌를 꾸준히 열어왔습니다. 이번 ‘2025 알면 힘이 되는 노동법률 강좌’도 그 활동의 일환입니다.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박재철 센터장은 인사말을 통해 “누군가가 대신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켜주지 않기에 우리는 스스로 존엄을 지켜가야 합니다. 헌법은 노동자의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권리를 부여하고 있지만 노동자 스스로 깨치고 행동하지 않으면 그 권리는 잠자게 됩니다.”라며 노동법을 공부하고 권리를 쟁취해야 하는 의미를 전했습니다.
     
    또 “안산에서 노동하고 있는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은 안산시의 역할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만들어 가는 것은 노동자 당신의 상상과 실천이 있기 때문입니다.”라며 참가자들을 환영했습니다.
     
     
    알면 힘이 되는 노동법률 강좌 / 사진출처: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강의 내용 중 머릿속에 가장 또렷하게 남은 말은 “알면 힘이 된다.”라는 강좌 제목이었습니다. 그리고 권리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배우고 함께 외쳐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공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강좌는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노동자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배우고, 지키고, 바꾸는 시작의 자리가 됐습니다.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는 매년 상반기에는 노동법률 강좌를, 하반기에는 ‘안산노동대학’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안산노동대학은 2013년부터 성공회대학교와 함께 만들어 온 안산의 대표적인 시민교육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매년 꾸준히 열리고 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부당한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괜히 문제를 만들기 싫어서”, “어디에 물어봐야 할지 몰라서” 그냥 참고 넘기곤 합니다. 그렇게 참고 넘긴 일들은 결국 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반복되다 보면 나도, 동료도, 그리고 우리 사회도 바뀌지 않습니다. 그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노동법을 배우고, 자신의 권리를 아는 일이 중요합니다.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는 매년 노동법률 강좌와 안산노동대학을 통해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 교육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상담도 언제든 열려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괜찮은 건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일상 속 노동문제를 상담할 수 있는 창구입니다.
     
    안산뿐만 아니라 경기도 각 지역에도 이런 역할을 하는 기관들이 있습니다. 지역마다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교육과 상담을 이어가는 곳들이 있습니다. 나의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우리 사회의 노동환경을 바꾸기 위해, 한 번쯤 노동법을 공부해 보는 걸 권해드립니다. 그 시작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나에게도 ‘노동법’이 필요한가요?
    레지스타

    조회수 477

    2025-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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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 한 통이 누군가에겐 희망입니다."
     
    경기도 남양주시는 최근 수년간 전국 자살률 통계에서 꾸준히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지역의 생명을 지키고 위기에 처한 이웃을 돌보고자 하는 작지만 의미 있는 움직임이 물결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난 7월 1일 화요일 저녁 7시, 남양주시 가까운 교회(담임목사 이영길)에서는 「나봄 나눔」 1기 수료식이 열렸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연일 무더위가 한창이던 날 저녁, 수료식을 앞둔 강의장은 평일 오후 7시라는 늦은 시간에도 각자의 일상을 마치고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들을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이영길 목사님의 따뜻한 미소와 구수한 햇감자 향기였다. 한 교육생이 “어쩜 감자가 이렇게 맛있죠?”라고 물으니, 목사님은 웃으며 “사랑으로 쪄서 그렇습니다”라고 답해 강의장은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되었다. 무더위와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듯 정성과 사랑이 담긴 삶은 감자와 김밥을 나누며, 참석자들은 가벼운 식사와 함께 마음의 허기를 채우고 마지막 강의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공감으로 지역을 살리는 교육, 「나봄 나눔」의 시작
     
    「나봄 나눔」 교육은 남양주 지역 구성원의 마음 돌봄을 통한 공익활동에 참여할 활동가를 양성하기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경기북부 공익의제 해결형 프로젝트로 기획된 특별 프로그램이다. 총 6회차로 구성된 이번 교육에는 사회복지법인 생명의전화 하상훈 원장을 비롯해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조철민 연구위원, 남양주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정지연 센터장, 남양주정신건강복지센터 박희중 부센터장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강사로 참여했다. 공익활동의 이해, 자살 위기 상담, 의미 요법, 청소년 상담의 이해, 정신질환의 이해, 지역사회 치유활동 사례 등 지역사회 구성원의 마음 돌봄 공익활동에 필요한 폭넓은 주제를 심도 있게 다뤄졌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수료식과 함께 진행된 마지막 강의는 사회복지법인 생명의전화 하상훈 원장이 직접 맡았다. 하 원장은 총 6회차로 기획된 이번 「나봄 나눔」 교육의 취지와 의미를 강조하며, 실질적인 자살 예방 전화상담 기술과 위기 상황 대처법, 지역사회 내 사회적 안전망 구축 등 폭넓은 내용을 다루었다.
     
    하 원장은 강의를 시작하며 충격적인 통계 수치를 제시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자살로 목숨을 잃은 사람만 14,439명이며, 최근 40년 동안 무려 37만 7천 명에 달하는 생명이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라며, 우리 사회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이어 그는 "특히 남양주 지역이 경기도 내에서도 자살률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라며 "이제는 지역사회가 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으로 자살 예방 활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하 원장은 자살 충동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사회적 단절과 소외감을 지적했다. 그는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은 자신을 이해하고 지지해 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개입방법으로 전화 상담을 강조했다. 그는 "전화상담은 익명성이 보장되며 24시간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극도의 외로움과 절망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전하며, 강의를 듣는 교육생들에게 자살 예방 활동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구조화된 자살위기 전화상담 4단계, 생명을 붙잡는 전략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하상훈 원장은 강의 중반, 자살위기 전화상담이 단순한 대화가 아닌 체계적인 개입 절차임을 강조하며 상담자가 반드시 숙지해야 할 '4단계 구조'를 제시했다. 그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는 말 한마디, 질문 하나가 생사를 가를 수 있다"라며, 전화 상담자에게는 정확한 판단력과 절차 중심의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1단계는 측진적 관계 형성과 정보 수집이다. 하 원장은 “처음 연결된 그 순간부터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라며, “목소리 톤, 말의 속도, 언어 선택까지 모두 상담자의 태도를 비추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 단계에서는 전화자의 신상, 현재 위치, 주변 환경, 자살 계획 유무 등을 자연스럽게 파악해야 한다.
     
    2단계는 문제를 확인하고 명료화하는 과정이다. 전화자가 겪고 있는 위기의 본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짚어야 한다. 단순히 ‘죽고 싶다’는 말 이면에 있는 외로움, 실직, 관계 단절 등 구체적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3단계는 자살의 가능성과 치명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자살 시도 여부나 계획의 구체성, 수단의 접근성, 과거 자살 시도 경험 등이 포함된다. 하 원장은 이 단계를 "전화상담의 핵심"이라 지적하며, “위기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효과적인 개입도 불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 4단계는 전화자를 돕기 위한 계획 수립과 약속의 단계다. 이는 단순한 감정적 위로가 아닌 실질적인 행동을 이끌어내는 과정으로, 앞서 설명한 내용과 연계된다. “이 약속이 전화자에게는 삶을 이어가게 하는 마지막 끈이 될 수 있다"라는 하 원장의 말은 상담의 책임감을 다시금 일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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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구조화된 4단계 상담 모델은 위기 개입 현장에서 활동하게 될 교육생들에게 실제적인 지침이 되었고, 단순한 이론 이상의 생명존중 실천 도구로 자리 잡았다.
     
     
    전화 위기개입의 실제: 작지만 강력한 약속의 힘
     
    하 원장은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은 자신을 지지해 줄 이가 없다고 느끼기에, 전화 한 통이 절실한 연결선이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위기 상황에 놓인 전화자를 실질적으로 돕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약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단순한 위로를 넘어, 위기개입 상담자가 실제로 내담자와 어떤 방식으로 '현실적인 연결'을 만들어나가야 하는지를 상세히 설명했다.
     
    “자살기도 실행을 일정으로 돌려놓아라”, “가스 밸브를 잠그고 칼을 멀리 치워라”, “약을 화장실에 버려라” 등 구체적인 행동 유도는, 위기에 처한 전화자에게 실질적인 생존 선택지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하 원장은 “막연한 감정적 공감만으로는 위기를 넘기기 어렵다.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약속을 함께 정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전화자에게 자신의 능력과 자원을 되찾도록 돕고, 개인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관계망을 확보하게 하는 것이 상담자의 중요한 역할임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내일 11시에 병원에 갈 수 있습니까?” 혹은 “누구와 함께 갈 수 있을까요?”와 같은 질문은 단순하지만, 내담자의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하 원장은 “상담자가 당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화자에게 명확히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이들이 다시 한번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위기의 순간에 가장 큰 힘은 결국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임을 교육생들은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실제 상담 사례는 교육생들에게 더욱 큰 울림을 주었다. 하 원장은 한 임신한 청소년이 상담 과정에서 자살 위기를 극복한 사례를 공유했다. "상담자가 그 학생의 혼란과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진심 어린 경청과 공감을 보여준 것이 자살 충동을 이겨내는 힘이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사례를 통해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일은 비판과 조언이 아니라 경청과 공감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교육 과정의 하이라이트는 전화상담 실습이었다. 교육생들은 직접 상담자와 내담자의 역할을 맡아 상담 현장을 생생하게 체험했다. 한 교육생은 실습 후 “상담을 하기 전에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자 내담자의 마음이 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라며 “전화 한 통이 누군가에게 생명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하 원장은 “상담의 본질은 사람과 사람 간의 진정한 관계 형성에 있다"라며, “여러분의 작은 관심과 전화 한 통이 누군가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힘이 될 수 있다"라고 교육생들에게 격려를 전했다.
     
     
    "사랑과 공감, 삶의 의미로 절망을 넘어서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강의 마지막, 하 원장은 세 명의 사상가를 인용하며「나봄 나눔」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는 먼저 딘 오니쉬의 『Love & Survival』을 언급하며 "사랑이 곧 생명을 살리는 힘이며, 우리는 타인을 사랑함으로써 자신의 생명도 지켜낼 수 있다"라고 전했다. 다음으로 제러미 리프킨의 『The Empathetic Civilization』을 인용해 "공감은 문명을 발전시키는 핵심 가치이며,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공감의 능력을 확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빅터 프랭클의 『Will to Meaning』을 소개하며 "삶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의지가 절망을 극복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역설했다.
     
    하 원장은 "오늘 우리가 함께한 이 강의가 여러분 개인의 삶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정신 건강을 위한 뜻깊은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라며, 진심 어린 목소리로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로 강의를 마무리했다. 참석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응답하며, 새로운 출발에 대한 기대와 다짐을 마음에 새겼다.
     
     
    공감에서 공익 실천으로, 지역사회에 닿은 희망의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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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수료식에서는 경기도 공익활동지원센터 전략사업팀 이상화 팀장이 직접 교육생들에게 수료증을 전달하며 그동안의 노력을 격려했다. 이상화 팀장은 "여러분의 활동이 앞으로 남양주 지역의 자살 예방과 정신건강 증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공익활동지원센터 전략사업팀 정동호 차장은 "선거 등 여러 외부적인 이유로 중간에 두 달간 교육이 중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며, 앞으로 지역사회에서 실천 가능한 구체적인 계획을 함께 만들어 나갈 것을 제안했다. 교육생들도 지역사회에서 소외된 이웃을 위한 지속적 활동과 청소년, 정신건강 분야의 심화된 상담 실습 과정 도입 등 적극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함께한 3개월, 삶을 변화시킨 진솔한 목소리들
     
    교육생들의 소감은 「나봄 나눔」이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이 아닌, 삶의 전환점이었음을 보여줬다.
     
    한 교육생은 “처음에는 봉사를 위한 상담 교육이라고 생각했는데, 강의를 들으며 나 자신의 상처와 가족 문제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라며 “상담 기술뿐만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육생은 “청소년 상담 강의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라며 “이미 자녀를 키웠지만, 앞으로 손주를 돌보는 데 꼭 필요한 내용이었고, 우리 주변의 청소년들에게 더 따뜻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 참석자는 “조현병 등 정신질환 강의를 듣고 나니, 이전까지는 언론에서 나오는 부정적인 이미지로만 바라봤던 환자들의 고통을 깊이 이해하게 됐다"라며, “마음이 아픈 이들에게 더 많은 공감을 가지고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다른 교육생은 “공황장애를 겪었던 딸을 둔 부모로서, 강의를 통해 딸의 고통을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라며 “앞으로 지역사회에서 나처럼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돕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한 교육생은 “처음엔 막연히 참여했지만, 나 자신의 변화를 느끼고 있다"라며 “상담 과정에서 중요한 경청과 공감을 나의 일상생활에서도 더 자주 실천해야겠다고 다짐했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다양한 소감을 통해, 교육생들은 배운 내용을 자신과 지역사회에 실질적으로 적용하며, 지속적인 나눔과 배움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절망 위에 피어난 희망, 나봄 나눔의 공익 물결이 시작되다
     
    수료식을 마친 교육생들의 얼굴에는 사명감과 희망이 가득했다. 교육생들은 이제 '자살률 최상위'라는 무거운 현실에 직면한 남양주시를 변화시키기 위해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이날의 수료식은 단순히 교육 과정의 마침표가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웃들을 향한 따뜻한 관심과 실천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삶의 벼랑 끝에서 외로움과 절망감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나봄나눔의 온기를 전하겠다는 지역사회의 그늘에서 외롭게 힘들어하던 이들에게 이제 이들은 따뜻한 손길을 건네려 한다.
     
    「나봄 나눔」이 뿌린 작은 씨앗은 이제 ‘생명존중’이라는 더 큰 물결로 번져나가고 있다. 남양주에서 시작된 이 따뜻한 움직임이, 머뭇거리는 많은 이들에게 다시 살아갈 용기를 전해주길, 그리하여 희망이라는 이름의 큰 파도를 만들어내길 기대해 본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현장스케치] 공감으로 피어난 변화, 전화 한 통의 기적 - ‘나봄 나눔’ 1기 수료식
    공익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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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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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걷는 돌봄의 길, 존중받는 노동의 미래를 향해
    – 2025년 세계 국제 가사노동자의 날 기념 부천시 일지원센터 시상식과 토크쇼 현장 스케치 –
     
     
    1. 가사노동, 그 이름에 존엄을 담다
    6월 16일. 이날은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지 모르지만, 우리 사회의 가장 조용하고 묵묵한 노동자들, 바로 ‘가사노동자’를 위한 날이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정한 세계 국제 가사노동자의 날은 2011년 채택된 '가사노동자 협약(Convention 189)'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협약은 가사노동을 정당한 노동으로 인정하고, 그에 맞는 권리와 보호를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
     
    부천시는 이날을 맞이하여 부천시 일·쉼 지원센터에서 시상식과 토크쇼를 준비했다. 행사는 단순한 기념이 아닌, 가사노동의 가치를 드러내고,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진심 어린 자리였다.
     
     
    2. 뜨거운 여름날, 따뜻한 연대가 열린 현장
    성평등노동부천네트워크, 가사서비스종합지원센터가 공동 주관하고 부천공정무역협의회, 부천시다문화가정지원센터, 부천시외국인주민지원센터, 부천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부천지역노사민정협의회, 부천여성청소년재단, 부천시여성회관, 부천시건강가정지원센터, 부천지역노동공제회(사)일하는사람들과함께가 협력하는 제14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기념 <감정돌봄 노동존중 시상식 및 토크쇼>가 2025. 6. 16.(월). 18:00, 부천시일쉼지원센터 다목적실에서 진행되었다.
     
     
    행사 포스터 / 출처: 부천시노동복지회관
    부천 일,쉼지원센터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귀한 노동, 서로 존중’라는 슬로건 아래 모인 이들은 가사노동자, 시민단체, 시의원, 공무원, 시민들로 다양했다. 모두가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단 하나, 축사를 맡았던 노동자 대표, 시민단체 대표도 한결같이 “가사노동이 단지 ‘일’이 아닌 ‘노동’임을 인정받아야 한다"라는 공감에서였다.
     
     
    3. 시상식 – “다정함, 열정, 기쁨”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무엇보다 우수 가사노동자 표창이었다. 3개 분야(가사, 돌봄, 산후 관리)의 수상자들이 무대에 올랐다.
    각기 다른 삶의 궤적을 걸어왔지만, 공통점은 하나. 오랜 시간 현장에서 한결같이 성실하게 일해온 진정한 전문가들이라는 것이었다.
     
     
    시상식 및 토론쇼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4. 토크쇼 – “다른 노동자와 같은 가사노동자의 동등한 보호”
     
     
    토크쇼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이들의 삶은 단지 노동 그 자체를 넘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공동체적 돌봄의 가치를 일깨워 주었다. 시상식 이후 진행된 토크쇼는 실제 올해 각 분야 가사노동 시상자와 부천시 사회적경제기업 대표, 부천시 의원이 참석하여 대화를 나눴다.
     
    김 00씨: 15년간 노인 돌봄 가사노동자로 일하며 치매 어르신들과 함께 해온 삶. “제가 한 일은 특별하지 않아요. 다만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옆에서 손을 잡아주는 역할이었죠.”
    박 00씨: “20년간 청소 및 가사노동을 병행해오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일한 만큼 인정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이 00씨: 현재는 다른 가사노동자들을 교육하고 멘토링까지 하는 활동가. “우리도 노동자입니다. 이름 없이 살아온 시간에 이름을 붙여주셔서 감사합니다.”
     
    토론의 주요 쟁점에 대해 사회적 경제 기업 대표 외 부천 시의원은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① 가사노동은 왜 아직도 법 제도 밖에 있는가?
    현재 한국은 2021년부터 ‘가사근로자 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등록된 기관이나 플랫폼을 통해 일하지 않는 대부분의 가사노동자는 여전히 근로기준법의 보호 밖에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근로계약서 없이, 전화 한 통으로 일자리를 소개받고 하루 일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산재보험은커녕, 임금체불에도 대응할 수단이 없다.
     
    ② “돌봄은 감정노동이자 전문노동” – 감정 소진 문제
    돌봄 노동은 단순히 집안을 정리하고 청소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감정, 어르신의 불안까지 다 받아내는 ‘감정노동’”이라 강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심리 지원, 상담, 쉼터 등은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이주여성 가사노동자들은 언어 장벽과 인권 사각지대 문제까지 더해져 이중의 고통을 겪는다.
     
    ③ 지역 사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부천시는 일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제도적 장치를 확대해왔지만, 여전히 재정과 인식의 한계가 있다. “시의회 차원에서도 예산을 확대하고, 가사노동자를 위한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5. 지역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들은 △제도적 과제 △ 사회적 인식 개선 △돌봄 노동자 회복 지원 등이 있고 부천시일·쉼지원센터에서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참석자 데스크 및 팜플렛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가사노동자 외 관련 참석자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6. 마무리하며 – “노동의 가치를 묻는 사회가 되기를”
    세계 국제 가사노동자의 날을 기념하며 열린 이번 행사는, 단순한 축하를 넘어 우리 사회가 지금 어떤 노동을 가치 있게 여기고 있는가를 되묻는 자리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수많은 가사노동자들. 그들의 노동이 없다면 도시의 하루는 시작되지도, 마무리되지도 못한다.
     
    이제는 그들에게 법적 보호와 사회적 존중이라는 ‘이름’을 붙여줄 때다. 그리고 이들의 삶은 단지 노동 그 자체를 넘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공동체적 돌봄의 가치를 일깨워 주었다.
    
     

     
     
    국제가사노동자의 날(함께 걷는 돌봄의 길, 존중받는 노동의 미래를 향해)
    럭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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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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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산 다문화도서관, 박서연 관장 인터뷰
     
    안산역 지하보도 2번 출구에서 다문화 거리로 향하는 길. 이곳은 분명 한국임에도 한국어보다 외국어가 더 많이 들리는 골목이었다. 그 길 끝에 마주하는 '모두 어린이도서관'. 몇 번 방문한 경험이 있는 도서관이었다. 이제는 간판만 남은 텅 빈 건물이 되었다. 왼쪽으로 접어들면 새로 지은 공영 주차장이 보인다. 주차장 옆 작은 공원에는 계절에 상관없이 사시사철 외국인들이 모여 카드게임을 즐기는 평범한 일상이 펼쳐진다. 외국인 상담 지원센터 옆에 있는 계단을 내려가면, 지하 1층에 안산 다문화 도서관이 조용히 문을 열고 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더위 탓인가 도서관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24개국의 책들이 빼곡히 꽂힌 서가 사이로 스며드는 오후의 햇살처럼, 이곳에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들이 모여들었다. 문 바로 앞 작은 원형 테이블에 아이를 안은 엄마부터 다섯 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영어 공부를 하고 있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 2008년부터 시작된 따뜻한 여정
     
    박서연 관장과의 인터뷰는 도서관 한편에 마련된 작은 책상에서 이루어졌다. "2008년 문을 열고 2015년부터 한양대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첫 마디에서 다문화 작은 도서관의 17년이라는 세월의 무게가 느껴졌다. 박서연 관장은 이곳에서 3년째 관장을 하고 있었다.
     
    “24개국 책들이 있어요. 중국, 러시아 책들이 제일 많고, 또한 그 두 나라 분이 제일 많이 찾아온답니다.” 책은 일 년에 두 번씩 들어오고, 기증받은 책들도 있다. 희망 도서를 추천하면 구매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자기 계발서가 베스트셀러를 차지하는 것과 달리, 이곳에서는 어린이책과 문학 관련 책이 인기다.
     
    "근처에 있던 모두 어린이도서관이 문을 닫으면서 어린이책 비중이 늘어났죠." 그 이야기 속에는 씁쓸함이 묻어났다. 표면적인 이유는 건물 리모델링이었지만, 도서관이 문을 닫은 지 3년이 넘도록 공사는 시작되지 않았다. "도서관 관장으로서 3년이라는 시간이 조금 아쉬운 대목이죠."
     
    인터뷰 도중 곁에서 지켜보던 중국인 어머니가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아이와 저는 모두 어린이도서관에서 한국어를 배웠어요. 아침 문 열 때 가서 사서 분들과 같이 퇴근했죠." 외국에서 온 엄마들은 아이와 함께 동화책을 읽으면서 한국어를 익혔다. 하지만 근처에 있는 원곡 도서관 안에 있는 어린이도서관은 '어린이만 출입 가능'이라는 규정 때문에 엄마들이 들어갈 수 없어 이곳으로 온다고 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 모국어로 찾은 자존감과 안정감
     
    다문화 도서관 이용자들은 여성만 있는 게 아니었다.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에는 중장년 남성 이용자들도 제법 눈에 띈다. 그들은 고단한 노동의 삶 속에서 작은 틈을 내어 책을 읽는다. “밤늦게까지 운영된다면 더 많은 분이 오시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낮에만 운영되고 있어서 노동 현장에 계신 분들이 자주 오시진 못해요.”
     
    나는 궁금했다. 힘든 노동에 지친 그들이 잠을 쪼개가며, 왜 책을 읽는 걸까? 박 관장은 되묻듯 말한다. “만약에 우리가 외국에서 지낸다면 삶이 어떨까요? 뜻 모를 언어 속에서 몸과 마음이 지쳐있을 때, 어딘가에서 한국어를 보거나 들으면 얼마나 반가울까요? 그분들도 마찬가지예요. 한국에서 몸과 마음이 지친 삶 속에서 익숙한 글자, 모국어로 된 책을 보면서 때로는 위안을 얻고, 때로는 자기 자신을 다시 찾는 거죠. 다시 말하면 그분들은 모국어로 된 책을 읽으면서 안정감을 느끼고, 무너진 자존감을 채우는 것 같아요." 그들은 타국 생활에서 겪은 수많은 좌절감을 모국어로 된 책을 읽으면서 달래는 것이다. "글이 때로는 힘이 되는 법이니까요." 박서연 관장은 나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 책 이상의 것을 품은 사랑방
     
    ‘도서관 자랑 좀 해주세요’라는 말에 박서연 관장은 잠시 눈을 깜박이며 생각에 잠겼다. "우리 도서관은 사랑방이에요." 책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 생활에서 어려운 점이 생기면 그들은 이곳으로 온다. 특히 관공서에 갈 일이 생기면 먼저 도서관에서 직원이나 먼저 입국한 동포들을 만나 정보를 얻는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관공서에 가는 일은 저희도 쉽지 않잖아요. 더구나 말도 잘 못한다면 더욱 힘들겠죠."
     
    매일 진행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이곳의 자랑이지만, 공간의 한계는 아쉬운 부분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더 많은 프로그램을 하고 싶은데 한계가 있어요. 이 작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프로그램을 진행하니 많이 앉아도 5명이면 꽉 차요."
     
    나는 개인적으로 10년 전부터 다문화 도서관을 드나들었다. 때로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제가 다녔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공간은 한 뼘도 늘지 않았어요. 대신 책은 많이 늘어 보입니다.” 박서연 관장은 책장에 빼곡히 채워진 책들과 늘어난 책장들이 오히려 공간을 더 좁게 만들었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 지원 부족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
     
    도서관 이용자는 계속 늘고 있지만 확장은 요원했다. "지원 부족이죠. 요 몇 년 예산이 늘기는커녕 삭감만 되고 있어요." 친구가 근무하는 외국인 복지센터에서도 예산 삭감으로 상담사들을 줄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나의 말에 박 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문화, 다문화 이야기는 많이 하는데 다문화 특성이나 외국인들에 관하여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실이죠. 현재 등록된 외국인 수만 봐도 매년 늘면 늘었지, 줄지 않고 있어요."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최근 공개한 '2023년 12월 통계 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체류 외국인은 250만 7천584명으로, 전년보다는 11.7% 늘어났다. 이 수치는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4.89%에 해당한다. 역대 최다 외국인 수를 기록한 2019년(252만 4천656명) 보다 1만 7천72명 적지만, 비율로는 2019년(4.86%)을 넘어선다.
     
    통상 한 나라의 외국인 비율이 5%를 넘는 경우 다문화사회로 본다는 것을 참고하면 저출생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 절벽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한국이 이제 본격적인 다문화사회로의 진입을 앞둔 셈이다. 2021년 기준 총인구 대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비율을 보면 충북 음성군(15.9%), 경기 안산시(14.2%), 전남 영암군(14.2%) 등 일부 지역에서는 10%를 넘어서기도 했다.
     
    국내 외국인 251만 명…전체 인구 4.9%로 '다문화사회' 목전(종합)
    체류 외국인 수는 2016년 200만 명, 2019년 252만 명을 각각 돌파하다가 코로나19로 주춤했다.
    (출처 한국경제신문. www.hankyung.com/article/202401167927Y)
     
     
     
    - 더 많은 것을 품고 싶은 마음
     
    다문화 도서관이 앞으로 어떻게 운영되어야 할까요? 나의 마지막 질문에 대한 박 관장의 답변에는 간절함이 묻어났다. 안산보다 더 큰 건물에 장서도 많은 다문화 도서관이 있지만, 운영하는 주체들이 다문화에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일반적인 작은 도서관처럼 생각하고 운영한다는 것이다.
     
    "다문화 도서관은 도서관 이전에 많은 것을 품어야 하고 품고 있어요. 사라진 모두 어린이도서관 이야기할 때 중국인 어머니가 말씀하신 것처럼 아이뿐만이 아니라 어머니도 동화책으로 한글을 배웠다고 했잖아요. 이 모습이 대표적인 다문화 도서관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덧붙였다. "직장에 다니는 외국인들을 위해 저녁에도 운영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중간중간 도서관에 들어오는 이용자들과 눈을 맞추며 인사하는 박 관장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도서관 입구 한쪽에 마련된 두 개의 책상이 관장과 사서의 자리였다. 책상 둘 곳도 변변치 않은 작은 공간에서, 그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치며 웃고 있었다.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어 하는 따뜻한 마음이 그 미소에서 느껴졌다.
     
    좁지만 따뜻한 이 도서관에서, 오늘도 누군가는 모국어로 된 책 한 권을 통해 하루의 위로를 얻고 있다. 모국어로 된 책 한 권이 건네는 위로, 작은 원형 테이블에서 나누는 배움의 기쁨, 그리고 무엇보다 따뜻한 관심으로 맞아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 안산 다문화 도서관은 그저 책을 빌려주는 곳이 아니라,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마음의 고향을 선사하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오른쪽 박서연 관장. 왼쪽 사서 최유경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안산 다문화도서관, 모국어가 건네는 따뜻한 위로.
    윤작가

    조회수 272

    2025-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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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20대 여성이 있습니다. 그녀의 하루는 조용한 방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종일 스마트폰 속 영상이나 커뮤니티 게시판을 보고 덧없이 잠에 듭니다. 움직임이 적어 식사는 하루에 한 끼로 때웁니다. 간간이 마주치는 어머니만이 유일한 대화 상대입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잠시 채용 공고를 찾아보지만 멀어져 버린 공백 기간이 발목을 잡습니다. 익숙한 듯 다시 문고리를 걸어 잠급니다. 다음날의 똑같은 해가 뜬다는 것이 왠지 모르게 두렵습니다.
     
    ※이 글은 단비뉴스 「은둔 청년의 하루」(2021.12.04)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사례형 서술입니다.1)
     
     
    과연 은둔형 외톨이는 이 청년에게만 일어난 특이한 사례일까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국무조정실의 ‘2022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와 통계청 ‘사회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고립·은둔 청년 규모를 최대 약 54만 명으로 추정했습니다.2)
    또한 2023년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은둔 시작 시기는 20대(60.5%), 10대(23.8%)를 기록하였으며 삶의 만족도는 전체 청년 평균(6.7점)에 비해 고립·은둔 청년(3.7점)으로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3)
     
    최근에는 ‘중년 은둔’이 주목받으면서 전 세대에 걸쳐 발생할 수 있는 생애 문제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커지고 있는데요. 따라서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행보로 2025년 ‘나봄나눔 교육’을 통해 남양주 지역의 심리적 안전망을 제공하는 공익활동가를 양성하면서 고립·은둔생활인도 지원하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였습니다.
     
    따라서 이번 웹진에서는 나봄나눔 교육 제3강. “공익 활동을 통한 지역사회 심리적 안전망 구축 사례: 고립은둔생활인지원센터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고립은둔생활인지원센터(모세종 센터장)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모세종 센터장은 13년 동안 고립·은둔생활인을 위한 지원 활동을 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특히 고립과 은둔에 대해 우리 사회가 무지한 경우가 많은 것이 큰 문제 중 하나라고 손꼽았는데요. 예로 확실한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거나 정신질환으로 치부하는 편견과 혐오가 과잉 대응과 감시, 격리 등의 차별 정책을 낳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잘못된 통념으로 일자리, 1인 가구 문제로 오해해 해당 대상의 지원 정책으로 국한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나아가 자살, 고독사 관련 데이터가 실증되지 않았는데 실증된 것처럼 단정하는 태도도 경계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고립·은둔의 이해에 있어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정체성’입니다. 정체성은 자아성과 사회성으로 나뉩니다. 자아성은 나를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것이고 사회성은 두렵고 낯선 타인일지라도 받아들이는 자세를 말합니다. 이러한 정체성은 청소년·청년기에 형성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회화의 좌절이 일어나게 됩니다. 예로 삶의 변화, 사회문화, 공동체 등의 환경 속 적절한 조력의 부족과 트라우마, 좌절, 양육 등의 특정 계기와 함께 청(소)년기 특성이 합쳐져 사회화가 좌절되고 정체성의 위기가 생기면 결과로써 저 활력, 고립, 은둔의 현상을 겪게 됩니다.
     
    실제 통계를 봐볼까요? 고립·은둔의 원인 1순위 자아성(29.8%), 2순위 사회성(28.8%), 3순위 관계 자본(19.3%) 등의 수치로 보아 정체성이 주요 원인임을 증명합니다.4) 안타깝게도 지금의 청(소)년기에는 정체성을 형성하기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현대 사회가 너무 복잡해졌기 때문입니다. 예로 이에 맞춰 배우고 투자해야 할 자본(시간, 돈, 경험…)이 과도하게 많아지며 개인적인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발생하고 이를 보조하는 사회화 조력 기관(학교, 일터, 대중매체…)은 공동체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과도한 집단/권위주의, 인문학 부재, 경쟁주의…)가 많아졌습니다. 향후 AI시대와 GMO시대가 다가오면 인간의 근본적인 생산력과 존재 가치에 관한 의문이 들며 정체성 형성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문제의 본질을 찾고 궁극적으로 도와줄 누군가가 있다는 신뢰와 인류애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체적으로 은둔·고립인들 삶의 주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1. 믿고 포기하지 않기 2. 일희일비하지 않고 인내하기 3. 주도성을 주며 기다리기 4. 긍정적으로 인정하기의 도움책을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필요에 따라 심리 치유와 활동 서비스를 융합해 제공할 수 있고 지역사회, 활동가(단체)와 협업하며 도움책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그렇다면 고립은둔생활인지원센터의 예시를 들어볼까요? 지속가능경영재단의 고·은·인 지원센터는 고립·은둔 생활인의 ‘회복·사회 이행·자립’을 지원합니다. 또한 부모 등 가족의 ‘마음·생활’도 지원하는데요. 대표적인 활동으로 관련 도서를 출간하였습니다. 예로 “초기 상담 이렇게!” 책에서는 고립·은둔 생활인 상담을 위한 활동가용 실용 안내서를 제공하였습니다. 또한 교육 활동을 진행하며 경상남도 고립 은둔 청소년 서포터즈 양성 과정을 통해 지역 고립·은둔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였습니다.
     
    나아가 경기도의회와 함께 고립·은둔 관련 조례 비교 연구 등 연구 활동도 진행하였고 네트워크 활동을 통해 고립·은둔 지원 민간 기관 간담회, 고립·은둔 포럼 등을 운영하였습니다. 올해에는 경기주택도시공사와 함께 2025 경기도 고립·은둔 청·중장년 지원 사업을 통해 중장년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또한 의정부의 ‘내비두’ 조합단체에도 참가해 실제 은둔형 외톨이를 경험한 사람들 및 전문가들과 함께 폭넓은 활동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특히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1기업 1단체 공익 파트너십에 선정된 만큼 활발한 북부 네트워크를 마련하는 데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모든 교육이 끝났는데요. 오늘의 뜻깊은 사례들이 남양주시의 마음 건강에 큰 밑거름이 되겠죠?:)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Q&A
    -고립은둔생활인지원센터 모세종 센터장-
     
     
    다음은 모세종 센터장과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1. 고립·은둔생활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스스로 ‘자립 지원가’로 정의합니다. 우리 사회가 많이 발전하고 난 후 생기는 사각지대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은둔형 외톨이를 2012년부터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관심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2. 고립은둔생활인지원센터만의 지원 방식과 특히 주목하는 세대가 있나요? 이들의 심리적, 사회적 특성은 어떻게 되나요?
    센터는 제도 개선, 활동가 양성, 활동 단체와 기관들을 돕는 것을 중심으로 움직여왔는데요. 나아가 기존 지자체 지원 사업의 경우에 참여했다가 일시적인 사업 종료를 겪으신 분들에게 재접근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방송 출연 후 센터가 더욱 알려져서 그런지 연락이 자주 오고 있어요.
     
    주목하는 세대는 중장년입니다. 사실 청년층은 복지부나 지자체에서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중장년은 관심이 거의 없어요. 경기도 기준으로 매년 1만 명씩 중장년 고립·은둔 생활인이 생기는데 대책이 미비하고 39세가 지나면 지원이 끊긴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중장년도 원인은 비슷합니다. ‘정체성의 위기’로 볼 수 있죠. 청소년/청년기의 자기혐오와 타인을 두려워하는 문제가 해결이 안 돼서 계속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규범화된 정체성을 추구하면서 겪는 ‘자아 격차’, 특히 실패를 매우 힘들어합니다. 성격적으로는 매우 여리고 섬세하신 분들이 많아요.
     
    3. 지자체와 정부 혹은 민간 센터의 문제점과 개선점에 대한 자세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기본적으로 청소년, 청년, 중장년 시기의 과정 속 지원이 단절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청소년과, 청년기획과, 복지정책과 등 관련 부처들도 각자 정책을 정하면서도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상자 가족의 지원도 당사자 못지않게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고립·은둔 문제의 원인을 사회화의 좌절로 인한 위기로 좁혀서 접근하는 핵심적인 조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민간센터와 관련해서는 고립·은둔 관련 민간협의체와 민관 거버넌스를 형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죠.
     
    4. 사회적 인식에서 제일 큰 문제는 뭐라고 보시나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언론은 자극적인 보도와 잘못된 정보를 지양하고 실증적인 걸 얘기해야 해요.
     
    5. 향후 센터의 발전 방향은 어떻게 되나요?
    기존에는 제도 마련에 초점을 맞추기도 하였는데 이제는 크게 세 가지로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1. 중장년 집중 2. 일 경험 집중 3. 공동생활 집중입니다.
    특히 일 경험의 경우 고용노동부에서 고립·은둔 청년에 맞춘 일터 현장 체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우리 센터도 기존의 모델을 기반으로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6. 센터장으로 활동하며 느낀 가장 큰 보람과 아쉬운 점은 무엇일까요?
    보람은 당사자와 부모님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입니다.
    아쉬운 점은 고립·은둔에 대한 정의가 미흡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사회화 좌절’이라는 용어는 어려운 얘기긴 하거든요. 또한 청년 위주가 아니라 청소년, 중장년까지 통합한 문제 해결이 아직 필요하다고 생각하네요.
     
    7. 고립·은둔 생활인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이분들을 만나면 생각이 깊으신 분들이 많아서 제가 발견하지 못한 것들을 보는 경우가 많아요. 예로 직장 문화에서 오는 괴로움을 들자면 깊은 근본에는 기성세대의 수직적 직장 문화를 청년들에게 물려주고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당신들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너무 자책하지 말고, 힘들 땐 도와달라고 말했으면 좋겠어요. 한 국민과 인간으로서 행복할 권리를 누릴 수 있고 사회는 이를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즉, 도와달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은 사회가 진정 행복한 사회가 아닐지 생각해요.
     
    Q&A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전략사업팀 차장 정동호-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다음은 이번 행사를 담당한 정동호 차장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1. 교육 과정에서 고립·은둔 생활인 문제를 특별히 기획한 이유가 있을까요?
    작년 ‘나봄나눔’ 교육 과정은 기초적인 이론 및 사례를 소개하여 건강한 지역 사회를 위한 공익활동의 필요성을 공감해 보자는 것이 목표였는데요. 올해는 구체적인 상담 방법과 실제 사례를 통해 실행 단계로 가보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따라서 ‘고립은둔생활인지원센터’가 지역 구성원의 심리적 안전망을 위해 활동한 사례를 학습하고 남양주 지역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자 계획하였습니다.
     
    2. 올해 교육 과정의 핵심 과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경기도의회의 ‘고립·은둔 관련 조례 비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는 전국 지자체 중 인구가 많아 고립·은둔 당사자와 가족 규모도 전국에서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관련 조례 제정과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나 아직 지원 규모나 대상의 범위가 제한적입니다.
     
    따라서 지역사회 심리적 안전망을 폭넓게 확보하기 위해 소규모 단위에서부터 사회 구성원의 마음 돌봄이 필요합니다. 이번 교육생들이 고립/은둔 문제뿐만 아니라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구성원들을 찾아내 지원하는 공익활동가로 거듭나는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3. 향후 실제 현장에서 고립·은둔 생활인들을 돕는 사업도 구체적으로 계획하시나요? 지역 센터들과의 협업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교육생들은 지역 구성원으로서 어려움에 대한 공감과 경청, 기초적인 지원 역할을 하고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한 경우 전문기관과 연계를 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번 과정에서 남양주 지역의 전문 상담 기관 2곳(남양주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남양주정신건강복지센터)의 관계자분들께서 강의를 해주실 예정입니다. 상담 이론과 기관 소개와 함께 향후 지역 전문 기관과 협력 방안을 고민해 볼 예정입니다. 해당 계획을 구체화할 간담회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4. 은둔·고립 문제가 심각한 만큼 관련 지원과 공익활동가 양성 등 특별 사업으로 분리해서 운영할 계획이 있을까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는 경기지역 공익활동 활성화를 지원하는 기관인 만큼 하나의 주제에 대한 직접 사업보다는 관련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단체/지역사회의 활동 조직, 역량 강화, 사업 추진 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강의를 수강하며 현장에 계신 다양한 시민분들의 목소리를 들었는데요. 한 수강생분은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이해를 못 했었는데 밥을 먹는 것 자체도 엄청난 노력이라는 것을 알았다며 오해와 편견에 대한 미안함을 내비쳤습니다. 다른 한 분은 타고난 거라는 편견과 그들의 조용한 발버둥에 대한 진심을 느꼈다고 밝혔으며 마지막 한 분은 본인의 은둔·고립에 대한 경험을 솔직히 밝히면서 공감과 벗어난 경험을 통한 희망을 제시하기도 하며 의미 있는 하루를 마무리하였습니다.
     
    현대병으로 불리는 ‘고립·은둔 문제’는 이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가 되었습니다. 어지러운 세상과 혼란스러운 내면에 예상치 못하게 잠식되는 홀로됨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 되어가고 있는 시대가 등장하였습니다. 한 생명에게 ‘나’를 잃어버리는 고통의 익숙함은 조용하지만 분명 극심한 통증이지 않을까요? 이들의 후유증을 외면하지 않고 기꺼이 보살피는 오늘의 교육생들은 누군가의 문지방을 모래성으로 만들 것입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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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스케치]나봄나눔교육 3강_철옹성인 문지방을 허물 수만 있다면
    초스코스

    조회수 340

    2025-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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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인구구조의 거대한 전환기 한복판에 서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늙어가는 나라이며, 동시에 1인 가구의 비중이 전체 가구의 3분의 1을 넘어섰다. 과거 정상가족모델 안에서 당연하게 여겨졌던 가족 중심의 돌봄 시스템은 이제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나이가 들어 몸이 불편해졌을 때, 예기치 못한 질병이나 장애를 마주했을 때, 우리는 어디서 누구의 돌봄을 받으며 살아가야 할까?

     

    이 질문에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시설가족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시설은 내가 살던 곳을 떠나야 하는 단절을 의미하고, 가족에게만 기댄 돌봄은 또 다른 희생을 강요한다. 이러한 딜레마 속에서 돌봄주거의 핵심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집이 단순히 잠자고 쉬는 공간을 넘어, 건강한 삶과 존엄한 노후를 지탱하는 사회적 인프라로 재조명받고 있다.

     

    이 글에서는 우리 사회가 마주한 돌봄의 위기를 해결할 대안으로 사회주택의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한다. 지역사회 안에서 계속 살아가고자 하는 시민의 보편적 욕구(AIP, Aging in Place)와 이를 뒷받침하는 지역사회통합돌봄의 중요성을 살펴보고, 사회주택이 어떻게 이들을 위한 최적의 플랫폼이 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제시하려 한다.

     


     

    1. 주거 문제에 '돌봄' 이슈가 부각된 배경

    지금까지의 주택 정책은 양적 공급과 자산 증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더 많은 집을, 더 빨리 공급하여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 지상과제였다. 하지만 사회 구조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주거의 패러다임 역시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집의 물리적 공간을 넘어,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삶의 질사회적 관계를 담아내는 그릇으로서의 기능이 중요해진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바로 돌봄이 있다.

     

    1) 초고령사회와 1인 가구의 급증: 돌봄 수요의 폭발

    2024 년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 노인 인구의 증가는 곧 만성질환 , 거동 불편 등 돌봄을 필요로 하는 인구의 증가와 직결된다 . 동시에 1 인 가구는 2023 년 기준 전체 가구의 35.5% 에 달하며 가장 보편적인 가구 형태로 자리 잡았다 . 특히 노인 1 인 가구와 비혼 청년 , 장애인 1 인 가구 등은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고립될 위험이 매우 크다 . 과거 대가족 제도 아래 가정 내에서 자연스럽게 소화되던 돌봄 기능이 핵가족화를 거쳐 이제는 각자도생의 영역으로 밀려나고 있다 . 이처럼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돌봄 수요를 더 이상 개인이나 개별 가구의 책임으로만 남겨둘 수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

     

    2) ‘탈시설화와 인간 존엄성에 대한 요구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을 집단 시설에 수용하여 관리하는 방식은 효율적일지 몰라도 , 개인의 존엄성과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에 꾸준히 직면해 왔다 . 내가 살던 동네와 이웃으로부터 분리되어 낯선 곳에서 획일적인 생활을 하는 것은 누구도 원치 않는 삶의 방식이다 . 이에 따라 장애인 , 노인 등 당사자들을 중심으로 탈시설화 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이는 단순히 시설을 벗어나는 것을 넘어 , 지역사회에 완전히 통합되어 한 명의 동등한 시민으로 살아갈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다 . 이러한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이 바로 안정되고 적절한 주거 공간 이다 .

     

    3) 돌봄의 사회적 비용 증가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

    가족 돌봄이 한계에 부딪히고 시설 입소 수요가 늘어나면서 돌봄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 ‘ 살던 집과 동네에서 돌봄 받으며 최대한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예방적 · 통합적 돌봄 모델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 이는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지속 가능한 해법이 될 수 있다 . 이 새로운 돌봄 모델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도 주거 가 안정적인 거점 역할을 해야만 한다 .

     

    이처럼 인구구조의 변화, 인권에 대한 인식 개선, 사회적 비용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거대한 흐름이 맞물리면서, ‘돌봄은 더 이상 복지 정책의 하위 분야가 아닌 주거 정책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게 되었다.

     


     

     

    2. 지역사회계속거주와 지역사회통합돌봄, 그리고 주거의 중요성

    돌봄의 위기 속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지역사회계속거주지역사회통합돌봄(Community Care)’이다. 이 두 개념의 성공적인 정착은 주거 안정없이는 불가능하다. 지역사회계속거주와 지역사회통합돌봄은 돌봄의 패러다임을 시설 중심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전환하는 핵심적인 정책 방향이다. 그리고 이 전환의 가장 단단한 주춧돌은 바로 안정되고 적절한 주거의 확보다.

    전통적인 주택 공급 방식이 돌봄의 수요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회주택이 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회주택은 시세보다 저렴하고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제공하는 주택으로 사회적 경제 주체들이 공급하고 운영하며, 공공과 민간의 협력을 통해 공급된다. 사회주택은 단순히 주택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입주민과 지역사회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회 서비스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주거 안정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사회주택은 돌봄 문제를 해결하는 최적의 플랫폼이 될 수 있다.

     

    1) 하드웨어: 돌봄 친화적 공간 설계

    사회주택은 처음부터 특정 입주자 ( 노인 , 장애인 , 청년 등 ) 의 필요를 고려한 맞춤형 설계가 가능하다 . 성별 , 연령 , 장애 유무에 관계없이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다 . 사회주택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개인 공간 외에 입주자 및 지역주민들이 함께 사용하는 다목적 커뮤니티 공간 , 공유 주방 , 텃밭 , 공동 작업실 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 이러한 공유 공간은 입주민 간의 자연스러운 교류를 촉진하는 장이 됨과 동시에 , 외부의 돌봄 서비스 제공자가 방문하여 건강 상담 , 재활 프로그램 , 문화 여가 활동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 거점 으로 활용될 수 있다 . 이는 서비스 제공의 효율성을 높이고 입주민의 참여를 유도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

     

    2) 소프트웨어 : 공동체 기반의 관계망 형성

    사회주택의 진정한 가치는 물리적 공간(하드웨어) 위에 사람 사이의 관계와 프로그램(소프트웨어)이 더해질 때 발휘된다. 대부분의 사회주택에는 입주민 간의 소통을 돕고 공동체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는 커뮤니티 매니저나 운영기관이 존재한다. 이들은 입주민의 필요를 파악하여 지역의 복지관, 보건소, 정신건강복지센터 등과 연계해 주는 자원 연계 전문가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입주민들은 굳이 스스로 복잡한 정보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필요한 서비스를 손쉽게 안내받을 수 있다. 또한 이웃과의 일상적인 교류는 정서적 고립감을 해소하고 느슨하지만 탄탄한 사회적 안전망을 형성한다. 함께 식사를 하고, 취미를 공유하며, 아플 때 서로의 안부를 묻는 관계는 공식적인 돌봄 서비스가 채워주지 못하는 정서적 지지와 위기 상황에서의 즉각적인 도움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노인, 청년, 신혼부부 등 다양한 세대가 함께 거주하는 세대통합형사회주택의 경우, 세대 간 자연스러운 상호 돌봄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사회주택은 돌봄 친화적인 하드웨어와 공동체 기반의 소프트웨어를 결합하여, 집을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돌봄 서비스 플랫폼으로 기능하게 한다. 입주민은 안정적인 주거와 함께 이웃의 지지를 얻고, 서비스 제공자는 특정 공간에 집중된 수요자들에게 효율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모두에게 이로운(win-win)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3. 주거와 돌봄을 연결하는 경기도 사회주택 사례

    고양시 공동체주택 여백
    고양시 지축동에 위치한 여백은 다양한 연령대의 세대혼합형 공동체주택으로 필자가 거주하는 집이다. 2016년에 준공되어 2025년 현재 10년차를 맞이한, 10가구 23명의 주거 공동체다. 나는 노년의 사회적 고립과 돌봄의 공백에 대한 고민 끝에, ‘함께 사는 삶이라는 대안을 찾게 되었다. 이웃과 적당한 거리에서 연결되고, 일상을 나누며 서로를 살필 수 있는 공동체주택, 이것이 내가 여백을 선택한 이유다.

     


    주택협동조합 여백 구성원 단체사진

     

     

    여주시 노인 셰어하우스 노루목향기
    농촌 지역의 고령화와 독거노인 문제는 도시 못지않게 심각하다 . 여주시에 위치한 노루목향기 는 여성 노인 1 인가구 셋이 모여 단독주택을 지어 살며 새로운 사회적가족 공동체를 이루었다 . 그들은 각자의 독립된 방에서 사생활을 유지하며 , 거실과 주방 등 공유 공간에서 함께 식사하고 대화하며 어울려 산다 . 생활비를 공동으로 관리하고 , 가사노동을 분담하며 서로의 건강을 챙기는 과정 자체가 곧 일상이자 돌봄이 된다 . 이는 별도의 돌봄 인력이나 서비스에 의존하기보다 , 동료 노인 간의 수평적인 관계와 상호부조를 통해 존엄한 노년을 만들어가는 자발적인 돌봄 모델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

     

    공동체아파트 위스테이 ’ ( 주민 협동조합형 돌봄 공동체 )
    고양시 지축과 남양주시 별내에 위치한 위스테이 는 입주자들이 직접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어 운영하는 국내 최초의 대단지 공동체 아파트다 . 위스테이의 핵심은 자발성 자치 에 있다 . 입주민들은 수많은 커뮤니티와 동아리 활동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며 아파트 전체를 거대한 돌봄 네트워크로 만든다 . 특히 아이를 함께 키우는 공동육아 는 위스테이 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 이웃이 서로의 아이를 믿고 맡기는 과정에서 부모들은 육아 부담을 덜고 , 아이들은 아파트 전체를 놀이터 삼아 다양한 어른들의 보살핌 속에서 자란다 . 이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도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육아 , 교육 , 생활문화 전반에 걸친 촘촘한 돌봄 시스템 구축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혁신적인 사례다.

     

     

    위스테이 어버이날 행사모습(출처 : 위스테이 별내 홈페이지)

     

     

    안산시 케어안심주택’ (의료-주거 통합 돌봄의 전형)
    케어안심주택은 병원에서 퇴원한 후에도 돌봄이 필요한 환자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주거 모델이다. 안산시와 LH가 협력하여 만든 이 주택의 기획과 운영은 경기안산지역자활센터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입주자들은 안정적인 주거와 함께 건강관리, 재활, 가사 및 식사 지원, 병원 동행 등 통합적인 돌봄 서비스를 집 안에서원스톱으로 제공받는다. 이는 집이 치료와 회복, 요양의 공간으로 기능하는 의료-주거 통합 모델의 전형으로, 지역사회통합돌봄의 가장 구체적인 구현 형태라 할 수 있다.

     

    용인 나이듦연구소’ (학습 공동체를 통한 예방적 돌봄)
    용인의 인문학 공동체 문탁네트워크나이듦연구소는 돌봄의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는 매우 독특하고 중요한 사례다. 중장년층 회원들이 함께 모여 나이듦돌봄을 주제로 공부하고 토론하며, 건강하고 존엄한 노년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스스로 해나간다. 이들은 질병, 죽음, 관계 등 나이 들면서 마주할 문제들을 회피하지 않고 학습과 실천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지지하는 끈끈한 동료 관계가 형성된다. 이는 문제가 발생한 후에 대처하는 사후적 돌봄이 아니라, 삶의 전 과정에서 서로의 지적·정서적 성장을 도우며 건강한 노년을 함께 설계하는 예방적 돌봄 공동체의 성격을 띤다. 어떤 집에 사느냐 만큼, ‘누구와 함께 나이 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다. 나이듦연구소는 지금 공동체 돌봄주택을 준비하고 있다


     


    4. 돌봄 사회로 가는 길에 사회주택이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돌봄이 왜 주거의 핵심 이슈로 부상했는지, 그리고 그 해법으로서 사회주택이 어떤 가능성을 가졌는지 살펴보았다. 앞서 소개한 사례들은 공공, 민간, 협동조합, 시민사회가 각자의 방식으로 주거와 돌봄을 연결하며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돌봄의 미래는 더 많은 요양시설을 짓는 데 있지 않다. 우리가 살아가는 마을의 성격을 바꾸는 데 있다. 사회주택은 바로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주거 안정, 사회적 관계망 형성, 맞춤형 서비스 연계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돌봄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사회주택은 혼자가 아닌 함께,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고립이 아닌 연결 속에서 살아가는 삶이라고 답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그 대답에 응답할 차례다.

    [기획]돌봄의 미래? 사회주택에 물어봐!
    탄탄주택협동조합 김수동 이사장

    조회수 802

    2025-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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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5월, 안산의 다문화작은도서관에서 조용한 만남이 시작됐습니다. 서로 다른 여섯 나라에서 온 이주민 여성들이 '수어'를 배우기 위해 모였습니다. 말이 아닌 손짓으로, 목소리가 아닌 표정과 마음으로 이어지는 이 특별한 언어는 곧 그들의 삶을 바꾸는 연결고리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지구인 수어 합창단은 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활기차게 활동 중입니다. 처음에는 엄마들만의 모임이었지만, 곧 아이들이 합류하며 그 세계는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코스모스 활짝'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어린이 수어 팀으로 성장했습니다. 손끝으로 노래하고, 표정으로 감정을 전하는 과정은 단지 공연을 넘어서, 정체성과 자존감을 키우는 특별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첫 번째 회의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낯선 땅에서 만난 또 다른 '낯섦'과의 교감
    합창단의 구성원 대부분은 제2 언어로 한국어를 사용하는 이주민 여성들입니다. 한국에 오기 전, 그들은 자국에서 당당한 한 명의 시민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 와서는 '이방인'이 되었고, 언어 장벽으로 인해 자신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는 답답함과 소외감을 경험했습니다. 식당에서 메뉴를 주문할 때, 아이의 학교 알림장을 읽을 때, 병원에서 자신의 아픔을 설명할 때마다 느끼는 불안과 무력감은 그들의 일상이었습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버스 타는 것조차 두려웠어요. 잘못 내리면 길을 잃을까 봐, 질문해도 못 알아들을까 봐…." 합창단의 한 회원은 회상합니다.
     
    다른 회원은 "아이 학교에서 엄마들 모임이 있을 때마다 가기 싫었어요. 대화에 끼지 못하고, 때로는 다른 엄마들이 수군거리는 것 같아서…."라고 말합니다.
     
     
    도서관에서 수어연습 중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이러한 경험들이 그들이 수어를 배우며 농인들과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소리의 언어' 안에서 느꼈던 소외감, 낯선 문화에 적응하며 겪는 불안은 농인의 세계와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언어는 다르지만, 감정은 닿아 있었고, 그 연대의 토대 위에 손으로 만드는 아름다운 노래가 피어났습니다.
     
     
    드디어 초청 무대에 오르다.
    코로나 시기에도 합창단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온라인 수어 경연 대회, 뮤직비디오 제작, 찾아가는 수어 교실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을 이어갔고, 2024년에는 경기도 농문화제 수어 경연 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수상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서로 다른 세계가 손짓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인정이었기 때문입니다.
     
     
    2024년 경기도 농문화제 수어경연대회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2021년, 2022년 경기도 수어경연대회 참가사진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올해 4월 18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시흥시 초청으로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일은 합창단에게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농인을 포함한 관객 앞에서 손으로 노래하며, 이주민과 장애, 언어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서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 회원은 이렇게 말합니다. 무대에 섰을 때, 내가 더는 '외국인'이 아니라 '전달자'가 된 느낌이었어요. 우리의 손짓이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습니다.
     
     
    시흥시 장애인의 날 기념식 초청 공연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마을행사(깐 영화제(왼쪽), 마켓포레스트(오른쪽)) 초청 공연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차별을 넘어, 다름을 존중하는 공동체로
    이주민 여성들이 한국 사회에서 겪는 차별과 편견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언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지적 능력을 의심받기도 하고, 문화적 차이로 인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기도 합니다. 직장에서는 동등한 노동에도 불구하고 더 적은 임금을 받거나, 승진에서 배제되는 일도 흔합니다. 심지어 공공장소에서 무시당하거나, 아이들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아픔도 겪습니다.
     
    "한번은 마트에서 계산할 때 직원이 나를 보지 않고 한국인 남편에게만 말을 걸더라고요. 마치 내가 없는 사람처럼요." 합창단의 한 회원이 털어놓습니다.
     
    또 다른 회원은 "아이 학교 상담 때 선생님이 나에게는 말하지 않고 통역해 준 한국인 친구에게만 이야기했어요. 내가 엄마인데도…."라고 말합니다.
     
    이런 경험들이 지구인 수어 합창단 구성원들에게는 농인들의 감정을 더 깊이 이해하는 바탕이 되었습니다. 차별과 소외의 경험이 오히려 더 강한 연대 의식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수어라는 매개체를 통해 그들은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공통된 경험을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 성장하는 값진 시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시립합창단과 콜라보 공연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손짓으로 키워낸 다음 세대의 감수성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 되며 지금은 함께하지 못하지만, 그 아이들이 보여주는 높아진 장애인 감수성과 또렷해진 자존감은 코스모스 활짝 합창단이 남긴 가장 큰 선물입니다. 어떤 아이는 수어를 통해 친구들과 더 깊은 관계를 만들었고, 어떤 아이는 "장애인 친구가 생겼어요"라며 밝게 말합니다.
     
    이주민 가정의 아이들은 종종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합니다. 한국에서 태어났거나 어릴 때 한국에 왔지만, 외모나 부모의 출신으로 인해 '한국인이 아닌' 취급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수어 활동을 통해 이 아이들은 새로운 정체성과 자부심을 발견했습니다. 언어와 문화의 다양성이 약점이 아닌 강점이 될 수 있음을 몸소 체험한 것입니다.
     
    지구인 수어 합창단은 단순한 예술 단체가 아닙니다. 이들의 활동은 공감 교육이자, 문화 다양성과 장애 감수성을 일깨우는 살아 있는 실천입니다. 각종 수어 축제와 행사에 참여하며 수어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무엇보다 '다름'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2025년 1월 소년원에서의 봉사 공연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는 청소년들에게도 연대와 이해의 메시지를 전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정심학교(소년원) 공연사진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이들이 손으로 노래하는 그 모습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인가. 같은 언어를 쓴다고 다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닿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지구인 수어 합창단의 손짓은 오늘도 우리 사회에 조용하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말이 아닌 마음으로, 손끝으로 이어지는 이 노래가 더 많은 사람의 가슴에 닿기를 바랍니다. 그들의 손짓 속에는 차별과 편견을 넘어, 더 포용적이고 따뜻한 세상을 향한 꿈이 담겨 있습니다.
     
     

     

     
    지구인 수어 합창단 전연 회장의 글
     
    전연 회장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제가 한국에 처음 온 날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2013년 2월, 추운 겨울이었어요. 바람이 차갑고 마음도 외로웠습니다. 모든 소리가 낯설고, 모든 글자는 마치 암호처럼 느껴졌어요. 한국어를 배우려고 외국인 지원본부에 다녔지만, 마음속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외로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다문화 작은 도서관’을 알게 됐어요. 지하 1층에 있는 그 도서관 문을 열었을 때, 전 세계 언어로 된 책들이 저를 반겨줬어요. 특히 중국어 책이 많은 책장을 봤을 때, 저는 처음으로 이곳이 조금 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여기 자주 와요?”
     
    도서관에서 일하던 중국인 언니가 물었을 때, 저는 웃기만 했어요. 같은 말을 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따뜻했습니다. 그 도서관은 저에게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저는 도서관에서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고, 2018년 5월 29일, 한국 수어 수업도 시작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시작했는데, 그 수업은 제 인생을 많이 바꿔줬어요.
     
    수업에는 저처럼 다른 나라에서 온 엄마들, 또 한국 엄마들도 있었어요. 모두 책과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았고, 무언가 배우고 싶은 마음도 같았어요. 그리고 또 하나 공통점이 있었는데요, 바로 언어 때문에 어려움을 느꼈던 경험이었습니다. 매일 저녁, 도서관에 아이들 손을 잡고 엄마들이 들어왔어요. 피부색도 다르고 말도 달랐지만, 인사를 주고받는 손짓에는 차별이 없었어요. 손끝으로 “안녕하세요”를 처음 배운 날, 저는 마음속으로 울었습니다. 말로는 잘 못해도, 손으로는 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감동이었어요.
     
     
    2018년 경기도 농문화제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수어를 배우면서 저는 농인들과 제가 비슷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수 언어 바깥에 서 있는 사람들이었어요. 소외되고 외로운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몇 달 뒤, 우리는 ‘지구인 수어 합창단’을 만들어 대회에 나가게 되었어요. 2018년 10월 6일, 경기도 농문화제에서 우리는 수어로 노래를 했습니다. 여섯 나라에서 온 엄마들이 한국 수어로 하나의 노래를 표현한 거예요. 무대에 설 때는 많이 떨렸지만, 손으로 노래하기 시작하자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 순간, 저는 더 이상 외국인도, 이방인도 아니었어요. 그냥 감정을 전하는 사람, 그 자체였습니다.
     
     
    안산시 수어제 대상  / 사진출처: 전연 합창단 회장
     
     
    노래가 끝나고 관객들이 손박수를 보내줄 때, 저는 눈물이 났어요. 정말 처음으로 이 땅에서 ‘나도 이곳의 일부다’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2018년 11월에는 안산 수어제에서 아이들과 같이 무대에 올라 대상을 받았어요. 아이들의 얼굴에 자랑스러움이 가득했고, 저도 정말 기뻤습니다. 이주민 아이들은 종종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런데 수어를 통해 아이들은 ‘다름’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 특별한 것이라는 걸 배웠어요. 아이들의 눈빛이 부드러워졌고, 친구들을 더 따뜻하게 대하게 되었어요.
     
    여섯 나라에서 온 엄마들과 함께한 이 경험은 정말 특별했습니다. 수어는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언어였고, 누구도 먼저 잘하지 않았어요. 그저 같은 지구인으로, 손끝의 언어로 서로를 이해하고 응원했어요. 우리는 ‘우리’와 ‘함께’라는 말을 손끝으로 배웠습니다. 지구인 수어 합창단은 올해도 계속됩니다. 다른 피부, 다른 언어를 가진 우리가 손짓으로 사랑을 전합니다. 말이 없다고 해서 마음이 없진 않다는 것, 우리는 알게 되었습니다. 가장 깊은 소통은,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걸요.
     
     
    2025.05.08. 지구인 수어 합창단 회장 전연
    

     
     
     
    손으로 노래하는 지구인들 - 언어의 경계를 넘는 연대와 감수성의 힘
    윤작가

    조회수 538

    2025-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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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출처 : 챗gpt를 활용한 ai제작
     
     
     
    ● 영 케어러란 누구인가?
    영 케어러(Young Carer)란 가족 내에서 질병, 장애, 정신질환, 노화 등으로 인해 자립이 어려운 구성원을 돌보는 역할을 수행하는 아동·청소년 또는 청년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만 18세 이하를 기준으로 하며, 경우에 따라 만 25세 이하의 청년까지 포함되기도 합니다. 이들은 단순히 일상적인 가족의 일원으로서 돕는 수준을 넘어, 실제로 성인이 담당해야 할 간병, 가사노동, 감정적 지지, 생계 보조 등의 책임을 실질적으로 떠맡고 있습니다. 영 케어러가 수행하는 돌봄의 범위는 매우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신체적으로 거동이 어려운 부모나 조부모를 부축하거나, 약을 챙겨주고 병원에 동행하는 일은 물론, 식사 준비, 청소, 세탁 등의 가사노동까지 맡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장애가 있는 동생을 돌보거나, 우울증이나 중독 증세를 앓는 가족 구성원을 정서적으로 지지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처럼 영 케어러는 또래와는 다른 무게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주변에 알리기 어려워하며, 오히려 '가족이니까 당연하다'는 사회적 시선 속에 침묵을 강요받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책임은 아동·청소년기라는 생애 주기의 특성과 맞지 않아 학업을 포기하게 하거나, 또래 관계 형성에 제약을 주고, 자아 정체성 발달을 방해하는 등 다층적인 문제를 야기합니다.
     
     
    ● 한국 내 영 케어러의 실태
     
    한국에서는 아직 영 케어러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정의가 존재하지 않고, 관련 통계 또한 극히 제한적입니다. 공식적인 전수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그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채, 대부분의 영 케어러는 비가시적인 상태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연구에서는 청소년의 약 2~3%가 영 케어러로 추정되고 있으며,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등 돌봄 취약 가정에서 더 높은 비율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보다 구체적인 조사 결과도 나와 있습니다. 2023년 김지선 한국사회보장정보원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가족 돌봄 청년 기초 연구’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만 9세에서 18세 사이의 영 케어러는 총 7만 885명으로, 해당 연령대 인구의 약 3.5%에 해당합니다. 이는 국내 최초로 실시된 영 케어러 규모 추산 결과로, 지금까지 은폐되어 있던 청소년 돌봄자의 존재를 드러낸 중요한 자료로 평가됩니다. 이 추산은 기초생활수급 가구 중 장애인, 중증 질환자, 70세 이상 노인이 있는 가구를 대상으로 하였으며, 생계 책임을 지는 소년·소녀 가장, 알코올 중독자나 치매 환자 가족을 간병하는 경우도 포함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10대 영 케어러는 부모나 조부모의 질환·중독 문제를 대신 떠안고, 생계비 마련부터 간병, 가사노동까지 전방위적인 책임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정작 본인의 학업이나 진로 탐색, 또래 관계 형성 등 청소년기에 반드시 필요한 성장 과정은 희생되기 쉽습니다. 학교생활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중도 포기하게 되는 사례도 적지 않으며, 결국 이들은 사회적 안전망 바깥에서 ‘미래를 저당 잡힌 청소년’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영 케어러라는 용어는 1980년대 영국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부모 등에게 무보수로 돌봄 노동을 제공하는 청소년'으로 정의됩니다. 영국, 호주 등은 이들을 독립된 사회정책 대상으로 인정하고, 생계비 지원, 돌봄 서비스 제공, 교육 지원 등을 통해 국가적 차원의 보호 조치를 시행 중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영 케어러를 위한 정부 차원의 공식 추산이나 체계적인 지원책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실제로 국제 학계에서는 한국의 영 케어러 대응 수준을 총 7단계 중 최하위인 7단계, 즉 ‘무반응 국가’로 분류하고 있어 제도적 공백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국내 영 케어러는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숨겨진 집단’, ‘잊힌 최전선’으로 남아 있으며, 제도적 보호 없이 가족 내 돌봄 부담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들을 사회의 책임으로 인식하고, 실질적 정책 개입과 지원 체계 마련을 논의해야 할 시점입니다. 
     
     
    ● 영 케어러가 겪는 어려움
    영 케어러가 감당해야 하는 부담은 단순히 육체적인 노동에 그치지 않고, 삶의 전반에 걸쳐 복합적인 문제로 나타납니다. 첫째, 이들은 돌봄 책임으로 인해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습니다. 아침 일찍 가족의 간병을 마치고 등교해야 하거나, 병원 동행, 가사노동 등의 이유로 결석과 지각이 반복되며, 심지어는 학업을 포기하게 되는 사례도 발생합니다. 이는 결국 학력 단절, 진로 제한, 취업 기회의 박탈로 이어지며 장기적으로 사회적 계층 고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둘째, 정서적·심리적 부담과 사회적 고립 또한 심각한 문제입니다. 또래와는 다른 책임감과 부담 속에서 성장한 영 케어러는 우울, 불안, 죄책감, 분노 등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에 노출됩니다. 친구와의 관계를 맺을 여유가 없고, 여가 생활 역시 단절되어 고립감을 느끼기 쉬우며,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조차 ‘가족을 배신하는 행위’로 여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더불어 가족의 생계를 돕기 위해 아르바이트나 부업을 병행하는 등 경제적 책임까지 떠맡는 경우도 있어, 청소년이 감당하기에는 과도한 짐을 지고 살아가는 현실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영 케어러는 교육, 정서, 사회, 경제 등 전 영역에서 다층적인 어려움을 경험하며, 그에 따른 종합적 지원이 절실합니다.
     
     
    ● 국내 제도적 변화와 정책 동향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영 케어러와 같은 위기 청년·아동에 대한 제도적 대응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국가 차원의 입법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2025년 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가족돌봄 등 위기 아동·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의결하였으며, 이는 위기 상황에 놓인 아동과 청년에 대한 종합적 지원 체계를 법제화한 최초의 시도입니다. 이 법안의 제정 목적은 사회적 고립이나 돌봄 과부하 등으로 삶의 질이 저하된 청년과 아동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의 보장과 사회참여를 가능하게 하고 궁극적으로 사회 전체의 활력을 높이기 위한 것입니다.
     
    이 법안은 우선 ‘가족돌봄 아동·청년’을 34세 이하로서 돌봄이 필요한 가족에게 간호, 간병, 일상생활 지원 등의 무보수 도움을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병역의무 이행자에 대해서는 그 기간을 연령에 가산하여 포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립·은둔 아동·청년’은 타인과의 교류가 극히 제한되거나 상당 기간 동안 좁은 거주공간에 머물며 일상생활이 어려운 사람으로 정의함으로써, 다양한 위기 양상을 포괄하려는 의도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제도적 운영 측면에서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아동정책조정위원회 및 청년정책조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5년마다 ‘위기 아동·청년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며, 3년마다 전국 단위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단발적 지원이 아닌, 중장기적 정책 설계와 집행이 가능해집니다. 지원 체계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위탁·지정한 기관·단체가 전담하며, 실태조사나 본인 신청을 통해 발굴된 위기 청년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각각의 사례에 맞춘 맞춤형 사례관리 계획을 수립하여 사회보장급여를 연계·지원합니다. 사례관리 종료 시까지 지속적인 관리가 의무화된 점은 큰 특징입니다. 구체적인 지원 항목으로는 심리상담, 건강관리, 학업 연계, 취업 준비, 주거 안정 지원뿐 아니라, ‘가족돌봄 아동·청년 특별지원’, ‘고립·은둔 청년 맞춤형 프로그램’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자기 돌봄을 위한 시간과 비용까지 국가가 지원할 수 있도록 근거가 마련된 점은 기존 복지 정책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보건복지부장관이 위기아동·청년 정책센터를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며, 모범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을 ‘전문지원기관’으로 인증하는 체계도 함께 도입됩니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는 정책의 실효성과 현장성과를 동시에 확보하려는 것으로, 향후 실행 과정에서의 평가와 개선이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법안은 단순한 복지 확장의 의미를 넘어, 그동안 ‘가정 내 문제’로 은폐되어 온 영 케어러의 삶을 사회의 책임으로 전환시키는 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향후 실제 법 집행 시 충분한 예산 확보, 전문 인력 배치, 지역 간 형평성 등의 문제가 뒷받침되어야만 제도의 목적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 해외의 영 케어러 지원 사례
    영 케어러 문제는 이미 해외 여러 나라에서 사회적 이슈로 다루어지고 있으며, 각국은 제도적 대응과 복지 지원을 통해 체계적인 보호에 나서고 있습니다. 영국은 2014년 ‘아동 및 가족법(Children and Families Act)’을 제정하여 영 케어러를 공식적으로 법에 명시하고, 지방정부에 실태 파악 및 지원 의무를 부여하였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영국 내 많은 학교에서는 ‘Young Carers in Schools’라는 전국 단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교사가 영 케어러를 조기에 인지하고 학업·정서·생활지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훈련을 받습니다. 또한 ‘Care Advice Line’과 같은 전용 상담 창구를 통해 이들에게 심리적 상담과 정보 제공을 하고 있습니다. 호주는 ‘Carer Gateway’라는 국가 차원의 온라인 플랫폼과 ‘Young Carers Network’를 구축하여, 영 케어러가 본인의 상황을 자발적으로 공유하고, 필요한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호주는 이 외에도 청소년 돌봄자를 대상으로 한 수당과 학업 보조금,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 학교와의 협력 서비스 등 다양한 재정적·교육적 지원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2020년부터 후생노동성과 문부과학성이 공동으로 영 케어러 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보건·복지·의료·교육을 아우르는 연계 시스템을 바탕으로 학교 교직원, 지역 복지 담당자, 병원 등이 협력하여 조기 발굴과 사례 관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은 지방자치단체별 전담창구를 설치하고, 영 케어러를 위한 상담, 지역 사회 자원 연계, 단기 돌봄 지원 등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지역 실정에 맞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영국, 호주, 일본은 제도적 정의뿐 아니라 교육, 상담, 경제 지원, 지역 기반 연계에 이르기까지 다층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이 향후 영 케어러 정책을 설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참고 사례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영 케어러는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보이지 않는 돌봄 노동자’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운 가족의 간병과 가사노동, 정서적 지원까지 맡으며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이들은, 공식적인 복지 체계나 제도에서조차 인식되지 못한 채 긴 시간 침묵 속에서 고립되어 왔습니다.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돌봄의 책임을 가족, 특히 여성과 아동에게 전가해왔고, 영 케어러 문제 또한 그 연장선상에서 개인의 책임이나 ‘효(孝)’의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돌봄이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책임이라는 인식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이들의 인권은 계속해서 침해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 케어러는 단지 가족을 돕는 아이들이 아니라, 국가의 공적 돌봄 시스템이 부재하거나 작동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구조적 취약계층입니다. 이들은 학업, 진로, 친구 관계, 자기 돌봄 등 청소년기에 보장되어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빼앗기고 있으며, 그로 인해 성인이 되어도 교육·고용·건강 등 다방면에서 장기적인 손실을 겪을 위험이 큽니다. 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이들을 위한 조기 발견 시스템, 정서적·경제적 지원, 교육 연계, 법적 보호 체계가 마련되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돌봄의 공공성을 확대하여 아동·청소년이 가족의 돌봄 공백을 메우는 일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국가와 사회는 이제라도 영 케어러의 존재를 분명히 인식하고, 그들의 권리 회복과 자립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나서야 할 시점입니다. 아동과 청소년은 미래의 주체이기 이전에 현재의 권리 주체이며, 이들의 삶을 책임지는 것은 복지국가로서의 최소한의 의무입니다. 지금 이들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우리 사회가 얼마나 포용적이고 책임 있는 공동체인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입니다.
     
    
     

     
     
     
     
    내가 엄마를 돌본다고요?… 교복 입은 간병인들의 비밀
    주야

    조회수 745

    2025-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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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21일 안산에는 아주 특별한 생일잔치가 있었다. 풀뿌리 여성 단체이자 전국에 하나뿐인 ‘함께크는여성울림’의 창립 10주년을 축하하는 좌담회였다. 안산 고잔동의 울림 교육장이 “세상을 향한 큰 울림 함께 걸어온 10년 이야기” 꽃으로 가득했다. 김혜정(우공) 전 대표와 조창아(짱아) 신임 대표의 육성으로 여성 단체 ‘울림’을 들어보자
     
     
    자기소개부터 부탁한다.
     
    김혜정(우공, 왼쪽), 조창아(짱아, 오른쪽) / 사진출처: 함께크는여성울림
     
     
    우공: 10년간 울림 활동가이자 2년의 전임 대표 자리를 벗어나서 회원으로 살기 시작한 지 3개월째인 우공이라고 한다. 아직 정리해야 할 일이 남아 있어서 완전히 활동가의 탈을 벗지 못했지만 어쨌든 마음은 자유로운 개인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짱아: 나는 지난 2년간 울림의 이사였다가 올해 대표이사까지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내가 대표를 맡기 전후로 내란 불법 계엄 사태가 일어났기 때문에 덕분에 활동가로 갑자기 성장한 대표라고 소개하겠다.
     
     
    울림이 뭐지? ‘함께크는여성울림’을 소개해 달라.
     
    함께크는여성'울림' 깃발을 들고 광장에 참여한 회원들 / 사진출처: 함께크는여성울림
     
     
    우공: 사무실은 안산에 있지만 회원이 다른 지역과 해외에도 있는 전국구 여성 단체다. 일상의 차별과 성 역할에 갇혀 살던 여성들이 모여 떠들고 설치고 자유롭게 말하는 안전한 공간이자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지역의 작은 배움터다. 이름 그대로 나만 잘나가는 게 아니라 함께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곳이고 더 큰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다.
     
    짱아: 온 오프라인으로 모이는 13개의 회원 소모임이 활발하다. 성 평등 가치를 담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 지역사회의 인권 관련 현안, 세월호 참사 등 안산의 민주시민 단체와 연대 활동도 한다. 12.3 계엄의 밤 이후 123일 동안 ‘비상행동’과 함께 윤석열 파면을 끌어냈다. 올해 4월 울림 10주년 기념 자료집을 펴내고 좌담회를 비롯한 기념사업을 진행했다.
     
     
    10년 전 ‘함께크는여성울림’의 창립 과정이 궁금하다.
    우공: 여성 단체 활동 경험이 있는 세 사람이 주축이 되어 만들었다. 2014년부터 사회적 기업 등 여성 공동체 설립을 위한 공부를 했다. 지인들과 발기인을 모으고 돈을 모아 2015년 2월에 안산에서 74명으로 창립총회를 하고 4월에 법인설립을 완료했다. 돈이 없어서 페인트칠, 벽지 등 실내장식을 회원들이 손으로 다 했다. 목재로 된 글자 하나까지 발로 뛰어 찾아서 ‘함께크는여성울림’ 현판을 달았다.
     
     
    당시 안산에 여성노동자회와 YWCA 두 여성 단체가 있었다. 차별점이 뭔가?
    우공: 여성노동자회는 일하는 여성들이 중심에 있고 YWCA는 기독교적 이념에 기초해 평화운동, 청년운동을 함께하는 좀 더 포괄적인 여성공익 운동 단체다. 각각 엄청난 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생활 중심형 여성 단체”를 만들고자 했다. 여성 취업률이 꾸준히 늘어나고는 있지만 단시간 시간제 노동과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는 전업주부도 많은 것이 현실이었다. 지역을 기반으로 사적 공간에 있는 여성들이 사회에 목소리를 내고 공적 활동과 연결되는 통로가 필요했다. 한마디로 울림은 일상에 밀착된 여성운동 단체다.
     
     
    지금은 회원이 얼마나 되나? 많이 가입하고 또 탈퇴했을 것 같은데.
    우공: 현재 200명쯤 된다. 한 해 보통 30명씩은 들어왔지만 나가는 사람도 많아 생각보다 증가 속도가 느렸다. 그리고 초창기에 “도와주세요”, 읍소해서 100명 채워준 이들이 시간이 가면서 떠나갔다. 사돈의 팔촌 회원들 빼면 한 50명으로 시작해 10주년에 200명까지 왔다. 상당수 회원들이 기존 회원의 소개로 오니, 울림은 회원들이 함께 키운 단체가 맞다.
     
     
    두 분 삶에 울림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또는 울림의 장점을 자랑해 달라.
     
    울림은 다양한 소모임과 여성연대의 장이다. / 사진출처: 함께크는여성울림
     
     
    짱아: 가장 든든하고 신뢰하는 여성들의 집합체다. 울림을 빼면 나를 설명할 수 없을 거 같다. 울림 활동 7년을 통해 인간에 대한 신뢰가 커졌다. ‘성 평등한 민주 사회 실현을 위해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생활 중심형 여성운동’이라는 모토 그대로였다. “울림이 뭐 하는 곳인 줄도 모르고 좋은 사람 따라왔다가 배우게 되고 실천으로 연결됐다.” 이런 고백 많이 들었다. 나도 그랬다.
     
    13개 회원 소모임을 자랑하고 싶다. 페미니즘 모임, 4.16세월호 참사 기억 모임, 걷기 인증 모임, 산행모임, 글쓰기 및 합평 모임, 영어 모임, 그림 모임, 우쿨렐레 모임, 환경모임 등 여성의 관심사만큼이나 다양하다. 홈페이지 제작 모임, 코딩 모임 등 IT 관련 교육도 늘고 있다. 정치 성향 상관없이 관심 분야로 모여 놀며 배우며 활동한다. 소모임에서 어울려 회의나 여성대회 등 큰 행사에 참여하기도 하고 연대 집회로도 연결된다. 나도 처음 울림에 발을 들인 건 활동가들의 인성이 좋아 보여서였다. 글쓰기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다가 ‘별을 품은 사람들’에서 세월호 기억 활동을 하며 내적 외적으로 성장을 경험했다.
     
    우공: 개성 넘치고 재능 있고 멋진 여성들이 울림의 자랑이다. 울림은 여성들이 서로 연결되는 만남의 장이자 사랑방이다. 사람이 연결되면 거기에 재미난 이야기와 다양한 정보가 오가고 활동을 만들어내고 참여와 연대도 이루어진다. 아쉬움은 내가 이슈 파이팅 활동에 많이 참여하지 못한 점이다. 연대체들과 좀 더 적극적으로 했으면 울림도 나도 더 확장될 수 있었을 텐데, 조금 아쉽다. 이제 새 대표가 잘해줄 거라 믿는다.
     
     
    각자 여성운동에 몸을 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우공: 나는 좀 늦게 발을 들인 편이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의 세 딸 중 둘째로 남자가 없는 집에서 자라 그런지 여자라고 차별받은 경험은 많지 않았다. 대학에서 학생운동에 몸담았지만, 당시 여성운동에는 별 매력을 못 느껴 안타깝게도 페미니즘 세계를 모르고 20대를 지나쳤다. 그런데 결혼한 지 일주일도 안 돼 가부장의 세계에 들어왔다는 걸 바로 느끼게 되면서 성차별에 대한 감각이 살아났다. 아이 낳고 바로 일을 시작했는데 재미가 없고 무의미해 “이렇게는 못 살겠다” 싶더라.
     
    직업상담사 자격을 따고 1년간 봉사했다. 경력 중단 여성들을 위해 뭔가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과 현실의 괴리가 컸고, 여성들과 상담하다 보니 직장 내 성희롱과 가정폭력 얘기를 많이 듣게 되더라. 야, 여성에게는 취업보다 폭력 문제가 더 심각하구나, 깨닫고 관련 공부를 하게 됐다. 30대 후반 본격적으로 여성운동 판에 들어간 게 안양여성의전화였다. 젠더 폭력에 대응하는 상담도 중요하지만, 성차별 세상을 바꾸는데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고 싶어 사무국 일을 주로 했다. 그때 처음으로 안산에도 이런 단체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고 결국 뜻 맞는 활동가들과 울림을 만들 수 있었다.
     
    짱아: 2018년에 김혜정 사무국장을 만나게 되면서 울림에 가입했지만 별 활동은 없었다. 순천에서 대학원 생활을 마치고 안산으로 돌아오면서 글쓰기 소모임을 만들어서 울림 활동가들과 더 가까워졌다. 울림 3년 차에 이혼했다. 이혼 후, 울림 회원들이 자주 찾아와, 걷고 차 마시고 밥 먹고 가끔 술도 마시며 '함께'라는 걸 실감했다. 그러다 소모임 ‘별을 품은 사람들’에 들어가면서 이전에 피하던 세월호 참사에 대해 마주하게 됐다. 그때까진 내 슬픔이 가장 컸는데 생각의 전환이 오더라. 외로워서 슬프고 남편이 떠나서 슬프고, 그런 슬픔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지더라. 그러니까 내 슬픔에 매몰됐을 땐 해결되지 않더니 다른 아픔에 동참하니까 내 슬픔이 작아지고 연대가 주는 위로가 아주 크게 다가왔다. 도망치지 않고 슬픔의 한가운데에 서는 법을 배운 거 같다. 그러다 울림 이사 제안도 수락했고 대표이사 제의도 수락하지 않았나, 지금 생각하니 그렇다.
     
    계엄 사태 한 달쯤 지났을 때 대표이사 투표가 있었다. 시국이 내가 빨리 대답하게 했다. 우리 사회 어떡하지, 울림 어떡하지, 모두 내 문제로 다가왔다. 새로 시작한 생업을 하며 대표이사를 맡고 매주 광화문 집회에도 나갔다. 그때 절박하게 느꼈다. 정치와 내 삶이 따로 있지 않구나. 내 삶을 뒤흔드는 게 정치구나, 내란 시기에 날마다 그런 각성을 했다. 내가 실천을 조금이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우리나라 전체 이 선박이 좌초되는 건데, 내가 지금까지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든 내가 할게 없다 생각하고 내버려뒀구나, 부끄러웠다. 개인적인 상황 국가적인 상황 울림의 상황이 다 하나로 연결됐다.
     
     
    울림의 신임 대표로서 취임 3개월의 소회가 궁금하다.
     
    조창아(짱아) 신임 대표 / 사진출처: 함께크는여성울림
     
     
    짱아: 2월 6일에 취임했지만, 작년 12월에 이미 대표이사 투표가 있었고 내 마음의 결정은 우리 아버지 돌아가신 1월 중순에 했던 걸로 기억한다. 돌봄으로부터 자유로워서 가능했다. 그때 활동가들이 10주년 기념 자료집을 준비하고 쓰고 있었다. 그 작업을 도우면서 이 힘든 일을 왜 하느냐고 조심스레 문제를 제기했다. 울림 10년 역사를 네 명의 활동가가 책으로 엮기엔 역부족이라 생각했다. 그만큼 부담이 컸다. 그러나 자료집 초고를 읽다 보니 지난 10년의 사람들과 역사를 다시 보게 됐다. 그 수고 덕에 내가 안정적으로 5대 대표로 이어받을 수 있었다.
     
    책임을 맡고 보니 전에 안 보이던 게 많이 보여서 정말 정신없이 바쁘게 보냈다. 일단 대외적으로는 연대 활동에 대표가 나가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활동가 풀이 크지 않아서 지속적으로 나갈 사람이 적은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항상 시의적절하게 매듭 할 거 매듭짓고 자료 정리 잘해준 활동가들이 새삼 고맙더라. 며칠 전 꿈을 꿀 정도였다. 내가 앞으로 2년간 일을 하고도 흩어놓고 쓸려가게 만들지 않을지 걱정돼서였다. 생업과 울림 활동을 병행하며 일상을 살아내려니 마음 관리도 잘하려 하고 있다.
     
    2015~2025 함께크는여성울림 발간 자료 모음(왼쪽)과 10주년 기념 자료집(오른쪽) / 사진출처: 함께크는여성울림
     
     
    파면 전전주에 한 회원이 처음으로 집회 참여를 한 후 들려준 소감이 생각난다. 원래 “저는 광장 그런 데는 안 나가요.”라던 분인데 내가 지나는 말로 같이 가자 그랬다. 울림은 누구도 강요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분이 탄핵 광장에 다녀온 후엔 “민주주의를 바라는 이들이 그렇게 많다는 것, 함께한 시민들의 모습에 감동했다. 역사의 현장에 있게 해 줘서 감사하다”라고 고백했다. 이게 함께하는 재미다.
     
     
    창립 멤버로서 전임 대표직을 마치는 소감은 어떤가?
     
    광장에서 울림 회원과 김혜정(우공, 왼쪽) 전 대표와 조창아(짱아, 가운데) 신임 대표 / 사진출처: 함께크는여성울림 
     
     
    우공: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성 평등 수준이 높다고 할 수 없다. 울림도 마찬가지다. 갈 길이 멀고 할 일이 많다. 그래서 책임을 내려놓는 게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그러나 나는 믿음이 있었다. 내가 물러나도 계속 함께 하는 활동가들이 있고 임원을 비롯해 적극적인 회원들이 있다. 또 새 대표가 엄청 적극적으로 해 나갈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언젠가 넘어야 하고 이제는 넘어가는 걸 시도해 봐도 좋겠다 생각했는데 적기였다. 내 선택이 옳았고 울림도 잘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창립 위원들이 돌아가며 대표를 해 왔는데 이제 다음 세대로 대표 이전이 되고 임원진들이 바뀌고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10년을 탈 없이 잘 왔다. “울림이 있어 좋다”라고 말하는 사람들 보면 보람을 느낀다. 10주년 앞두고 몇 차례 비전 워크숍을 하며 우리 단체의 미래를 걱정하는 임원들이 많아진 걸 보았다. 이사진 중심으로 역할 배분도 되고 공동 운영 마인드도 생겼다. 조창아 대표가 사람을 포용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모두가 마음을 모아주고 있는 게 느껴진다. 성공적으로 잘 가고 있는 것 같다.
     
    향후 10년 울림의 비전과 과제가 있다면?
     
    함께크는여성울림 10주년 좌담회 / 사진출처: 함께크는여성울림
     
     
    짱아: 탄핵 광장에 나온 2030 여성들에게서 감동과 자극을 많이 받았다. 그분들과 연대하는 페미니스트 단체 울림으로 계속 성장하고 싶다. 근데 내가 어떤 목표를 가지고 한다고 가다 보면 사람들을 놓칠 수 있더라. 오히려 사람들과 하루하루 함께 걷다 보면 길이 만들어진다고 본다. 지금까지 그랬듯 함께 이야기 나누고 함께 공부하고 글 쓰고 하는 그 자체가 울림의 존재 이유가 되지 않을까. 앞으로의 도전과 과제는 교육과 홍보, 재정 확충, 세대 간 연대 등이 있다. 운영진과 회원들의 페미니스트 역량 강화도 과제겠다. 현재로선 울림 자체가 내 꿈이다. 울림이 있다는 자체가 내 기쁨이다.
    
     

     
     
     
    생활 밀착형 여성 단체 ‘함께크는여성울림’ 이야기
    꿀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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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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