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시선으로 더 나은 미래 정책을 고민하는 경기도 청년활동가 박시우(청년다음랩연구소)
청년 당사자로서 ‘모두의 지속 가능한 다음’을 고민하게 된 계기
어렸을 적부터 ‘장래희망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을 때면, 번듯한 정답을 하나 골라 말하곤 했습니다. 직업명을 듣고 별다른 질문 없이 고개를 끄덕거리는 반응이 익숙해질 무렵, 어느 한 단어로 정의하기 어려운 질문을 마주했습니다.
‘당신이 살고 싶은 사회는 어떤 모습입니까?’
폭우로 반지하 주택이 침수되고 산불로 삶의 터전이 사라졌다는 기사, 즐겁게 떠난 수학여행에서 학생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기사, 이태원 거리에서 또래 친구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기사, 사회초년생 청년 노동자나 실습생들이 일하다가 크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다는 기사, 딥페이크 성착취물 피해가 주변 학교들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기사… 10대에서 20대까지 자라오면서 잊기 어려웠던 기사들의 내용입니다.
나의 교육도, 집도, 일터도, 살아갈 지구마저도 무엇 하나 지속가능하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이대로 정말 괜찮은 것인지 함께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했습니다. 모두의 삶이 더 나아지는 방향으로 한 발 나아가고 싶은데, 도대체 무엇부터 해야 하는 것인지 막막했습니다.
해결되어야 하는 현실의 문제들은 무엇인지 당사자로서 고민하고, 실제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계획하고 시도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상상하고 싶었습니다. <청년다음랩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청년 다음학교’나 ‘청년정책 실험실’에 참여하게 된 계기도, 그 답을 찾아가기 위한 한 걸음이었습니다.
특히, 올해 초에는 수많은 시민이 광장에 모여 제가 진정 바라는 사회의 모습은 무엇인지 외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경쟁과 격차 속에서 무기력해지는 아이들을 방임하지 않는 사회, 포기하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회,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존중하는 차별 없는 사회, 모두가 공동체 속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고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사회, 일터와 집과 거리가 안전한 사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에는 어떤 정부 정책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는지 다함께 고민하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청년미래사회정책을 상상하는 프로젝트에 함께 진행할 수 있어서 더욱 뜻깊은 순간이었습니다.
‘우리 사이’를 멀어지게 하는 우리들의 ‘피로’에도 대안이 필요하다.
저는 대학생 당사자로 구성된 연구팀 ‘우리 사이’의 팀원으로 속하여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대학생의 일상이 된 아르바이트, 학업을 병행하기 위해 휴식과 여가 시간을 줄이며 피로한 대학 생활을 보내고 있는 주변 대학생 친구들을 떠올리며 연구 주제를 발굴하고자 했습니다.
‘공교육’은 공적 주체에 의해, 공적 재원으로, 공적 절차에 따라 운영되는 교육으로 공익을 목적으로 합니다. 헌법 제31조 1항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갖는다’는 헌법에 명시된 가치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는 초·중·고등학교 교육을 공교육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경험한 교육 현실은 ‘입시 전쟁’이었습니다. 청소년들의 삶이 중노동에 가까운 학습 노동과 치열한 입시 경쟁 스트레스에 놓여 있기에 한국의 공교육은 ‘위기’라고 합니다. ‘청소년 자살률 1위’, ‘과도한 사교육비’, 어디서부터 이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막막하지만, 대학생 당사자인 우리 연구팀은 공교육이 된 ‘대학 교육’을 상상해 보는 것부터 출발해 보기로 했습니다.
우리의 대학 교육이 초·중·고등학교 교육처럼 공교육에 포함되어 대학 등록금이 무상화된다면, 대학생들에게 어떤 생활적 변화가 있을지 알아보고자 ‘공교육에 포함된 대학 교육이 주는 생활적 변화에 대한 인식 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나와 관련된 연구 주제를 직접 발굴하고 실현가능한 연구 주제로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팀원들과 정책연구를 지원하는 코치님과 함께 다듬어지지 않은 질문이더라도 하나씩 쌓아가며 길을 찾아나가는 경험 자체를 배우는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인식 조사의 참여 대상은 사립대학교에 다니고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대학생으로 설정하였으며, 연구팀원들 주변의 대학생 12명을 대상으로 1:1 인터뷰를 진행해 시사점을 도출하였습니다.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고 있는 대학생 인터뷰이들과 인터뷰 시간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인터뷰이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하고, 시험공부와 장시간의 알바로 잠을 5시간밖에 못 잔 인터뷰이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충분히 생각하고, 몰입하고, 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적극적으로 나눌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를 팀원들과 종합했을 때, 경제적 어려움으로 등록금 이외의 대학 교육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는 대학생들의 어려운 현실에 대해 학습권 침해에 대한 실태조사와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생에게 익숙한 ‘국가장학금’ 제도를 낯설게 보기
시사점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인터뷰이와 인터뷰 진행자 모두 ‘국가의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등록금 인상을 통제해 왔고, 이미 국가장학금을 통해 공적 자원이 투입되고 있다’는 인식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학 등록금 2천만 원 시대?’, 반값 등록금 운동으로 대학의 등록금 상한제가 도입되지 않았다면 의학 계열뿐만 아니라 2010년대에 이미 모든 계열의 등록금이 천만 원 이상으로 치솟았을지도 모릅니다. 인터뷰를 통해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와 국가장학금 연계 규제, 대학 재정지원으로 등록금 동결을 유도하는 정책적 효과를 통해 대학생과 학부모들의 등록금 부담이 실질적으로 완화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높은 보증금으로 청년으로서 주거 공간 하나 마련하기 어려운 지금의 현실에, 그에 준하는 ‘돈’의 무게가 하나 더 얹어졌을 일상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숨이 막힙니다. 2000년대 초중반의 학생들이 이미 살인적인 등록금을 감당해 내고 있었다는 것조차 이번 연구를 하며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국가에서, 지역의 단체에서, 부모님의 기업에서 다양한 형태로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왜 만들어졌는지 과거의 상황을 통해 비로소 인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부가 ‘국가장학금’을 통해 공적 재원을 투입하지 않았다면, 서울에 내 집 한 채를 대출 없이 마련하겠다는 말처럼 서울에 있는 대학에 대출 없이 다니겠다는 말 역시 절대 닿을 수 없는 꿈으로 여겨졌을 것입니다. 다양한 활동과 학습에 집중해야 할 학생들을 저임금 아르바이트로, 더 착취적으로 일상을 구성하도록 몰아넣어서는 안 되기에 등록금 인상을 막을 수 있는 정책의 필요성이 더욱 느껴졌습니다.
동시에, 인터뷰를 통해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국가장학금 정책은 소득분위별, 계열별 차등을 두고 지원하고 있고, 성적 등의 자격조건을 갖춰야 하는 등 지원을 받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바탕에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 기조가 있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공고한 철학은 저를 포함한 주변 청년들이 대학 교육이 공교육화된다면 어떤 생활적 변화가 있을지 다양한 상상을 펼쳐보기 어려운 배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사립대 비중이 높은 한국에서 대학들이 계속해서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의문스럽게 다가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국가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대학을 운영하는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왜 막대한 등록금이 사립재단의 재산 축적에 사용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가장학금 제도가 우리에게 당연해진 것처럼, 등록금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대학 교육도 우리에게 익숙한 현실이 되어갈 수 있지 않을지 하는 기대와 함께 연구를 마무리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일상이 어떤 변화를 거쳐 구성되었는지 알게 되는 경험은 뜻밖이었습니다.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문제가 이 전에 비해 나아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희망과 위로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민도 연구자가 될 수 있다.
2025년 3월 22일, 청년다음정책실험실의 5개 팀이 최종 연구결과를 시민들과 공유하고 피드백 청취를 진행하는 결과공유회가 진행되었습니다. 5개의 연구 주제는 ‘공교육에 포함된 대학교육이 주는 생활적 변화에 대한 대학생 인식조사’, ‘학교와 지역이 함께하는 미래교육공동체 가능성 탐구’, ‘집 · 주거비부담 완화를 위한 부동산 정책 청년 인식조사’, ‘청소년 · 청년의 사회참여활동 영향 연구’, ‘넷제로 시대 공공교통 활성화를 위한 액션플랜 연구’였습니다.

사진1. 청년다음정책실험실 결과공유회

이미지1. 공교육에 포함된 대학교육이 주는 생활적 변화에 대한 대학생 인식 조사 표지
‘우리 사이’ 팀은 전문가 특강과 자료를 통한 탐색을 바탕으로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 정책의 도입 배경’을 정리하고, 인터뷰이들의 고민과 질문을 참고하여 ‘사립대학 등록금 관련 Q&A’를 제작하여 결과 공유회 보고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첫 번째 발표 순서라 긴장되었지만, 공유회에 초청한 인터뷰이들이 인터뷰 중 들었던 질문들을 해소하고 새로운 관점의 고민을 이어나갈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다른 팀의 발표를 들으며, 5개의 연구 주제들이 서로 연결되는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청년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복합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공유회와 리뷰 모임에서, 1기 청년다음정책실험실에서 고등교육 분야의 주제로 연구를 진행한 참여자들의 소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전 연구 결과 남았던 질문이나 실제 대학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사례를 덧붙여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었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이 스스로 연구하고, 새롭게 알게 된 인사이트를 서로 공유하는 과정 자체가 변화를 만드는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당사자로부터 출발한 상상에는 힘이 있다.
사회의 변화가 너무 거대해 보일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한 걸음은 무엇인지 함께 객관화하고, 실제로 실천해 보는 경험이 또 다른 도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청년 당사자들이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에 몰두하기보다 ‘빠르게 돈을 모아야 이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압박을 받으며 불안해하기도 합니다. 막막한 미래 속에서 작은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청년들의 밀접한 현실에서부터 시작된 상상일 수 있음을 기억하고, 앞으로 자기 문제를 주체적으로 고민해 가는 청년들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그 기회를 만들어가는 일을 계속해 나가고 싶습니다.
조회수 283
2025-10-28










조회수 1015
2025-08-11






조회수 862
2025-07-08
조회수 15547
2025-06-12









조회수 962
2025-05-21




조회수 1625
2025-05-02






조회수 1385
2025-03-21
당신의 19살은 어땠나요?
뉴스레터 편집위원회 이민지 위원
- 수능 끝! 행복 시작?
2024년 11월 14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났습니다. 이번 수능은 기온이 비교적 온화하여 "패딩 없는 수능"으로 기억될 만큼 날씨가 달랐습니다. 저의 수능날은 두꺼운 목도리와 잠바, 그리고 보온 도시락으로 채웠던 하루였습니다. 당시 초콜릿과 엿, 찹쌀떡을 받으며 응원을 받았던 소소한 기쁨도 떠오릅니다.
수능이 끝난 뒤, 놀이공원, 영화관, 통신사, 미용실 등에서는 수험생을 대상으로 하는 파격적인 할인 이벤트가 시작됩니다. 학생들은 “수능 끝!”을 외치며 자유를 만끽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나 “수능만 끝나면 자유”라는 말과 달리, 입시의 압박은 수능 이후에도 계속됩니다. 수시 결과와 정시 지원, 대학 입학과 진로 선택이라는 또 다른 관문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을 안고 다시 새로운 경쟁으로 뛰어듭니다.

수능을 지나온 이들은 그날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이를 알아보기 위해 여러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았습니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입시를 경험했습니다.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입시 중심의 교육을 받은 이들도 있었고, 대안학교를 병행하며 자기 주도적 배움을 경험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또 어떤 이는 예술 입시라는 특수한 환경을 거쳤고,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로 꿈을 좇아간 이도 있었습니다.
입시라는 거대한 관문을 지나온 이들은 지금 각자의 자리에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전공과는 다른 길에서 적성을 찾아 공익활동 중간지원조직에서 활약 중인 청년도 있고, 공익 관련 분야에서 일하며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청년도 있습니다. 또 어떤 이는 대안학교 경험을 바탕으로, 대안학교 교사로 일하며 새로운 세대를 만나고 있습니다. 치열한 예술 입시를 통과해 현재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도 있으며, 요리를 통해 봉사를 실천하는 봉사단을 운영하는 이도 있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이들이 기억하는 19살과, 그 시절이 현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그리고 그 경험들을 통해 우리 교육 시스템의 현실을 짚어보고,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해보는 기회를 가져보려 합니다.
- 19살, 성적 중심의 차별과 소외
인터뷰 참여자 A는 학창시절 교내 토론회에서 소외감을 느낀 경험을 들려줬습니다.
“토론회가 있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했는데, 어느 날 보니 교내 토론회가 열리고 있더라고요. 방청석에 앉고 보니,
최상위권 학생들끼리 미리 준비해온 토론을 하고, 갑자기 상을 받더라고요. 그때 ‘나는 완전히 들러리구나’ 싶었어요.”
많은 학생은 학교에서 성적에 따라 차별적 대우를 경험합니다. 성적이 좋은 학생은 선생님의 관심을 독차지하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은 방치되거나 배제되곤 합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2022년 조사자료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들이 학업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나 자신에 대한 실망과 자신감 상실’이었습니다. 이처럼 성적이 학생의 자기 평가 기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많은 학생이 자신을 상위권 학생들의 들러리나 실패자로 정체화하는 문제를 겪습니다.
- 19살, 교육적 우울로 내몰리다

출처 : 미리캔버스 AI
교육학자 이수광(2023)은 ‘교육적 우울’을 "교육 주체 각자가 존재를 부정당하고, 교육 활동 과정에서 소외감, 체념, 무기력을 경험하는 현상"이라고 정의합니다. 이는 단순히 성적이 낮은 학생들만 겪는 문제가 아닙니다. 학생이니까 당연히 겪어야 할 관문같은 것도 아닙니다. 인터뷰 참여자 B는 “교육적 우울은 학생들이 ‘이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것은 오로지 내 탓’이라고 느끼는 구조에서 기인”한다고 비판합니다.
C는 토요일 그물코학교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을 만나며, 학생들에게 감정을 다루고 진심이 통하는 경험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현재 입시제도는 청소년들을 마음과 관계로부터 고립시키고,
서로 진심이 통하는, 감정이 다루어지는 경험을 할 기회조차 빼앗아 가는 것 같아요.”
입시 스트레스는 초중고생의 정신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자료에 따르면, 초중고생의 약 47.3%가 학업과 성적 때문에 불안과 우울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25.9%는 자해나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즉, 초중고생 4명 중 1명은 성적 스트레스로 인해 자해나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해봤다는 것입니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5년간 10대 우울증·불안장애 환자 수는 약 56.4% 증가했고 특히 수능이 있는 11월에 환자 수가 급증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인터뷰 참여자 C는 “요즘은 중학교를 어디 가는지가 대학교까지 결정한다는 말을 하더라고요.”라며, 교육 시스템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조기 압박을 지적했습니다.
- 19살, 전략을 강요받다
출처 : 네이버 '입시컨설팅' 검색 결과
"고3이 되니 부모님께서 조바심을 내시며, '입시 컨설팅도 받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씀하셨어요. 요즘 입시는 정보 싸움이라면서요.“
현재 입시에서는 단순히 공부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입시 정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는지가 성패를 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시 전략과 정보의 차이는 학생들 간에 또 다른 격차를 만들어냅니다. 요즘 학생들은 본인의 수시 성적, 모의고사 성적을 입력하면 적절한 대학과 학과를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 모의지원 프로그램을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복잡한 환산 내신 점수를 자동으로 산출해주는 점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으나, 모든 학생들을 입시 ‘전략가’로 전락시켰습니다.
예술계 입시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뷰 참여자 F는 “대학마다 선호하는 연주 스타일이 달라서, 선곡부터 연습 방향까지 맞추려면 사교육 없이는 불가능해요”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평소 실력이 뛰어난 친구가 운 나쁘게 떨어지고, 기대하지 않았던 친구가 합격한 사례를 여러 번 봤어요.”라며 예술계 입시의 불확실성을 지적했습니다.
- 19살, 대학에 가면 저는 무얼 배우죠?
A: “고등학생 때는 대학 커리큘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학과를 선택해야 했어요.
고3 때 대학 홈페이지에서 아무리 커리큘럼을 봐도 사실 뭘 배우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현재 입시제도의 속도를 따른다면, 학생들에게는 진지한 자기탐색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적성, 흥미, 가치관 등을 고려하며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대학에 가서야 그 기회가 주어지고 있습니다. 또 운 좋게 고3 때 하고 싶은 분야를 찾았다고 해도 구체적으로 어떤 전공을 선택해야 할지 학생들은 혼란스럽습니다.
D: “가령 요리를 하고 싶어서 학과를 찾아보면, 호텔조리학과, 호텔경영학과, 식품공학과, 식품영양학과 등이 있잖아요.
이것들이 완전히 다른 분야인데 학생들은 정확하게 뭐가 다른지 모르는 거예요.
그래서 그중에서 제일 경쟁률이 낮은 학과를 선생님들이 추천해주셔서 가게 되면, 하고 싶었던 공부와 전혀 다른 걸 배우는 거예요.”
“수능 이후, 방치된 수험생”이라는 표현도 나왔습니다. 수능이 끝난 고3 학생들은 사회적 관심이 예비 고3에게로 옮겨가면서 자신들이 방치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수능만 지나면 모든 고민이 해결될 줄 알았는데, 그 후에는 혼자서 모든 문제를 헤쳐 나가야 하는 현실을 마주하면서 더 큰 불안을 느꼈다”고 회상했습니다. 현재 입시제도는 학생들의 입학 결과에만 관심을 가지게 하고, 입학 이후의 삶을 섬세하게 돕는 것에는 관심을 끄게 만듭니다.
- 19살, 가치와 의미를 배우고 싶어요.
방과후 청소년 대안학교인 그물코학교를 경험한 인터뷰참여자 C는 그물코학교를 통해 배운 것이 자신의 삶을 지탱해주었다고 말합니다.
“입시를 성공하냐, 실패하냐에 포인트를 맞추는 게 아니라 떨어지더라도 계속해서 삶을 어떻게 이어서 살 건지,
어떤 공부를 해가면서 살 건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의연함, 씩씩함을 기본적으로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출처 : 그물코학교 네이버카페
대학입시의 결과가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 내가 공부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입시와 상관없이 이어나갈 수 있고 다른 길을 열어가면 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압박감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그물코학교의 교육은 관계의 중요성을 길러주었는데, C는 “공부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과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 배움이 지금도 공익활동을 이어가게 하는 원동력이 됐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현재의 입시 중심 교육은 학생들에게 가치와 의미에 대해 탐색해보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지 못합니다. 청년 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는 인터뷰 참여자 B는 학창 시절 봉사 활동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학창시절 때 봉사 활동을 생각해보면 사실 진정한 봉사는 아니잖아요.
왜냐하면 봉사 시간을 채우기 위한 게 크고, 봉사 시스템이 너무 획일화된 느낌이 있어요.”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인터뷰 참여자 D는 학생들이 사회문제를 체감하고 공익적 가치를 배우는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D는 “잡월드 같은 직업 체험 장소를 가보면 경찰관, 소방관, 영화감독 같은 직업만 소개하잖아요. 공익활동가나 사회적 리더의 직업 체험은 절대 찾아볼 수 없어요.”라고 전했습니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공통적으로, 우리나라 교육이 학생들에게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구조를 생각하는 경험을 거의 제공하지 못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인터뷰 참여자 F는 “고등학교, 대학교 때는 저희는 진짜 음악만 하기 때문에 그런 사회적 문제에 대한 시각은 배운 적도 없다"고 회상하였고, 인터뷰 참여자 E는 “저는 청소년학을 전공했는데 대학생 때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거든요. 그런데 교수님이나 학교 선배 아무도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 해석해주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어요.”라고 전했습니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청소년 때는 잘 알지 못했지만 청년이 된 지금 19살을 돌이켜 보면, 우리에게는 공익적 가치와 의미를 체득하고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입술을 모았습니다.
- 우리가 꿈꾸는 19살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현재의 입시 중심 교육은 학생들에게 끝없는 경쟁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안깁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경쟁의 틀에서 벗어나 더 다양한 경험과 배움을 통해 자신의 삶을 설계하는 기회가 필요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19살을 회상해보며, 우리가 꿈꾸는 19살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함께 고민해보는 겨울이 되면 좋겠습니다.
<참고자료>
사교육걱정없는세상(2022.07.07.). 경쟁교육고통지표 설문조사 결과발표 보도자료.
임혜정(2024.11.21.). 입시 스트레스가 부른 병, '청소년 우울증'...10대 우울증·불안장애 환자 5년새 56.4% 급증. 헬스인뉴스.
https://www.healthinnews.co.kr/view.php?ud=2024111817584335826aa9cc43d0_48
조회수 2380
2024-12-04
경기지역 시민사회단체 총선 관련 정책제안 활동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 정창욱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이하 ‘경기연대회의’)는 경기지역 시민사회 단체들 간의 소통과 협력, 상호연대를 통하여 경기지역을 비롯한 우리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시민참여의 분권·자치실현을 도모하고, 시민사회의 성숙과 지역사회의 변화를 실현하는데 기여함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간의 연대기구이며 가입된 회원단체는 도시/주택(부동산)․환경․여성․문화․언론․복지․장애인․교육․인권 등의 분야와 범주에서 목적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경기연대회의는 22대 총선 관련 활동으로 3월 회의를 통해 각 단체의 주요의제를 총선에 출마하는 주요정당에 제안하기로 결정했다. 회원단체들의 내부 논의를 거친 각 분야의 정책의제가 취합되었고, 정책 제안 내용은 다음 표와 같다.

경기연대회의는 지난 3월 27일(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정의당 경기도당을 방문하여 위 정책제안을 전달하였다. 경기연대회의는 정책제안에 그치지 않고 선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소통할 것을 각 정당과 협의하였다.
총선 이후 경기연대회의는 심각한 사회문제인 저출생과 연관된 교육분야를 아우르는 적응방안, 빠른 속도로 진행중인 초고령화에 따른 돌봄문제, 세월호참사 10주기를 맞이하는 현시점에서 사회적 참사 재발방지와 안전을 위한 정책, 국제사회에서도 한국의 민주주의 퇴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언론이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언론의 정치적 독립성 확보를 위해 시민사회와 함께 사회적 공론을 모아나갈 계획이다.
[정책의제별 취지와 내용]
▲유, 초, 중등 교육예산 전용 반대 / 교육재정 확충
- 현 정부가 유·초·중등교육과 관련하여 내세우는 핵심 구호는 ‘국가책임교육’이며, 유보통합, 늘봄학교, 기초학력 등을 강조하고 있음. 그러나 이를 위한 국고 마련 계획은 전무. 지방교육재정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방식임.
- 최근 3년간 재정 당국의 부정확한 세수 추계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널뛰기 양상을 보이고 있음. 지방교육재정은 인건비와 학교 전출금과 같이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경비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현행 내국세 일정률 연동방식의 한계를 극복하되, 교육계의 중지를 모은 개편안을 제안해야 할 때. 안정적 교육예산 확보로 교육 공공성 회복해야 함.
▲학급당 학생수 감축, 교사정원 확보
- 우리나라 학급당 학생수 평균은 초등학교 23.0명, 중학교 26.1명으로 OECD가 조사한 46개국의 학급당 학생수 평균인 초등학교 21.1명, 중학교 23.3명 보다 각 1.9명, 2.8명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남.(2021 OECD 교육지표)
- 현재 교원정원은 ‘교원 1인당 학생수’를 기준으로 산출되고 있으며,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정원을 감축하는 상황임.
- 그러나 실제 학교는 ‘학급’ 단위로 교육과정이 운영되는 만큼 각 지역의 학교 규모와 교육정책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교원 수 산정기준을 ‘학생수’가 아닌 ‘학급수’로 하고, 인구소멸 지역의 소규모 학교를 위한 필수 정원제를 도입해야 함.
▲수능자격교사화 도입, 대학서열화 폐지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교육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대입 상대평가에 대한 헌법소원 제기하고, 상대평가를 금지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음. 미래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창의적 인재양성을 위해 내신과 수능의 상대평가를 전면 중단하고 절대평가 해야 함.
- 대학 서열체제 해체 없는 초중등교육 정상화는 사실상 불가능. 대학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교육력을 향상해 ‘선발’이 아닌 ‘교육’중심으로 시스템 전환. 사립대 중심 대학 구조 탈피
▲후분양제 의무화 및 분양원가 세부내역 공개 (주택법 개정)
- 후분양제 도입 논의는 좀처럼 확대되지 못했는데, 2017년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공공부문에서 주택 후분양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기대감을 높임. 하지만 정권 임기 내내 후분양제 시행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조차 거의 이루어지지 않음. 2022년 들어서야 SH가 분양제를 강화하여 건축 공정률 90% 이상 시점에서 분양을 진행하기로 방침을 정함.
- (주택법 개정) 건축공정 80% 이후 입주자를 모집하도록 후분양제 의무화.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항목을 62개로 확대하고 도급내역 공개를 의무화 함.
▲지역주의 정당 구도 타파 위한 지역정당 설립 요건 완화(정당법 개정)
- 현행 정당법은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과 1,000명 이상의 당원을 보유한 5개 이상 시·도당을 둘 경우 정당 설립을 인정하고 있어 사실상 전국 정당만을 인정하고 있음. 주요국 가운데 우리나라와 같이 정당의 구성이나 조직 등을 규정한 별도의 정당법을 가지고 있는 국가는 독일 정도에 불과함.
- 이러한 현행 규정은 지역정당의 설립을 원천적으로 봉쇄함으로써 모든 정당으로 하여금 수도를 기점으로 정치 활동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으며, 지방정치의 활성화를 막고 정당이 지역을 기반으로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저해하고 있음. 또한, 지방을 무대로 하는 정치인들이 지역의 이슈나 지역에서의 쟁점보다 전국 단위의 이슈에 집중하도록 함으로써 지방정치의 약화를 초래하고 있으며, 지역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되는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음.
▲돌봄정의 실현
- 노동시간은 노동자들의 건강권 보장ㆍ일의 양 조절ㆍ일자리에 관한 문제와 직결되므로, 단순한 시간 이상의 의미를 가짐. 돌봄 책임이 과중하게 부여된 여성노동자들은 시간빈곤을 경험. 이러한 현실에서 정부는 주69시간의 근로시간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음. 성별임금격차 등 노동시장 불평등이 해소되지 않은 채 노동시간을 늘릴 경우, 여성이 감당할 돌봄노동의 몫은 더욱 가중될 것. 이는 현재 채용과정에 있는 여성에게도 영향을 미침. 모든 여성을 돌봄 전담자로 전제하는 가정은 여성이 초장시간 노동 수행이 어렵다는 판단을 불러오고, 이로 인해 채용성차별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음. 결국 초장시간 노동은 불평등하게 분배된 돌봄노동 시간문제를 심화시키고, 여성들이 차별받는 구조적 조건을 재생산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 따라서 노동시간은 노동자의 돌보고 돌봄 받을 권리 확보의 관점으로 사유해야 함.
- 정책과제 : 법정 노동시간 주 35시간, 5인 미만 전 사업장 적용
▲동등한 시민적 삶을 보장하는 법제도 체계 마련
- 국가 성평등 정책 전담부처 ‘여성가족부’ 유지·강화 등 성평등추진체계 강화
1) ‘여성가족부’ 기능과 집행력 강화 : 인력과 예산 확대/전담부처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
2) ‘젠더ㆍ일ㆍ돌봄’ 관련 성평등 정책 집행 기능을 망라한 실질적 집행 부처로서의 업무 확대 및 강화 : 중앙부처와 지자체의 성주류화, 노동시장의 성차별 해소, 여성(젠더)폭력 피해자 보호 및 예방, 누구나 돌볼 권리와 돌봄을 받을 권리가 평등하게 보장되는 돌봄 정책, 다양한 가족형태에 따른 차별 해소와 지원을 위한 가족정책, 아동·청소년의 인권 보호와 권리보장 등 기존의 업무 영역확대 및 집행력 강화/ 성·재생산 건강 및 권리 보장을 위한 정책 기능 마련 등
3) 중앙부처와 지자체의 성평등 정책의 총괄조정 기능 강화 : 모든 부처와 광역, 기초단위 지방자치단체에 성평등 정책 전담전문부서ㆍ전문인력 설치 및 강화/정부부처 및 시·도에서 시행되고 있는 양성평등정책책임관제의 전문성 강화 및 실효성 제고 확대
4) 성평등 정책의 민관협력 기능 강화 : 정부부처 및 광역ㆍ기초자체단체의 성평등 관련 위원회(양성평등위원회, 성별영향평가위원회, 성인지예산위원회, 여성친화도시조성위원회 등)의 기능 정상화 및 활성화/다양한 분야의 지역단위 젠더 거버넌스 구성 촉진 및 운영 지원 강화
- 젠더 관점이 담보될 수 있도록 「양성평등기본법」을 ‘성평등기본법’으로 명칭과 내용 전면 개정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 강화
- 여성가족부 내 성 주류화 업무 기능 강화 및 예산 확대
- 기획재정부에 성인지예산 전담 부서 설치
- 현행 8개 부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전 부처로 확대
- 각 부처 양성평등정책담당관 소관업무 및 설치근거 법률 제정
- 지방분권에 기반하며 지역 특성을 고려한 자율적인 지역 성평등정책 추진체계 구축
- 권역별 성평등 정책 추진 현황과 과제 점검 공유를 위한 행정협의체 구성 운영
- 성인지적 정책 역량 강화 및 시민사회와의 협력체계 구축 강화
- 성인지적 정책 역량 강화 및 시민사회와의 협력체계 구축 강화
- 선출직을 포함한 공직에서의 여성 대표성 확대를 위한 규정을 신설 및 모든 정부 정책 및 법 제정, 법 적용 및 해석에 있어 동등 참여보장
- 공직선거후보자 특정 성 60% 초과 금지 의무화 등 남녀동등참여 실현을 위한 관련 법 제·개정
- 정당이 공천 비율을 지키지 못할 경우 정치자금법 제27조를 통해서 배분되는 경상보조금과 선거보조금을 일정 비율로 감액
- 연동형 비례대표제 확대 및 비율 명문화
▲성평등 관점의 기후정책 마련
- 성별분리통계 의무화 및 실태조사 시행
- 성인지 관점의 재난안전관리정책 수립 및 시행
- 법적 재난약자 재설정 및 역량강화
- 성별분리통계 의무화 및 실태조사 시행
- 성인지 관점의 재난안전관리정책 수립 및 시행
- 법적 재난약자 재설정 및 역량강화
- 재난 상황 공공돌봄 매뉴얼 마련
- 공공돌봄 체계 강화
▲국토 난개발 종식 및 보전을 위한 제도 개정
(자연자원총량제 도입)
- 훼손지에 대한 복구·복원 대책 수립 및 시행
- 자연공존지역(OECM) 법·제도 개선
- 확대 실시
(국토의 자연성 회복 정책 실시 및 물정책 정상화)
- 하천 구조물의 물순환 건전성 평가를 통한 미사용, 기준 미달 구조물 철거 및 개선
- 변경 과정에 대한 국정감사 실시 및 복구
(환경영향평가 국가책임공탁제 도입)
- 업무의 객관성 제고를 위해 사업자와 독립하여 평가 대행 용역 계약 및 업무 수행을 하도록 제도화
▲경기국제공항 백지화
- 각지에서 계획되고 있는 신공항 건설 계획은 대표적인 온실가스 다배출사업으로서 기후위기 시대에 적합하지 않은 방식이며, 세계적인 항공수요 억제 정책과 상반됨.
- 프랑스 하원은 철도로 2시간 30분 이내 거리의 국내 항공여행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스웨덴은 국내선 전용 공항을 폐쇄하기로 결정
- 지난해 12월 로컬에너지랩의 「기후위기국민인식조사」에 의하면, 경기지역 국제공항 건설 추진에 대해 응답자의 44.9%가 “기후위기 시대에 맞지 않으므로 철회되어야 한다”고 답해 “추진되어야 한다는 의견” (35.7%) 보다 높고, 중부일보가 지난해 12월 경기남부권 10개 지역의 시민을 대상으로 경기국제공항 건설 여론조사에 따르면, 경기국제공항의 낮은 경제성, 낮은 필요성 등을 이유로 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음.
▲특별교통수단 광역이동지원 활성화위한 차량1대당 운전원 2.5명 보장
-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개정으로 24시, 광역이동이 의무화 됨. 이에 따라 운행시간 및 운행범위가 늘어나 시간대별 운행 차량의 수가 감소, 기존에도 길었던 특별교통수단의 대기시간이 더욱 증가
- 한편 일부 지역에서는 차량 운전원 수 부족을 이유로 24시 운행이나 광역운행을 예약제로 운행하는 등 시행령이 온전히 이행되지 않고 있음.
- 이에 대한 문제는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개정 때부터 운전원 확대 필요성이 같이 제기되어, 특별교통수단 운영비에 국고 지원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였으나 기획재정부가 국고 지원 범위에서 인건비를 제외
- 각 지자체에서 확보하고 있는 특별교통수단이 적어도 매일 1회씩 운행하고 야간시간까지 운행되기 위해서는 운전원이 최소 2.5명 보장되어야 함.
▲‘권리중심 중증장애인맞춤형 공공일자리’ 1만개 보장
- 권리중심 중증장애인맞춤형 공공일자리(이하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기존의 노동시장에서 배제되어 상당한 비율이 비경제활동인구로 나타나고 있는 중증장애인이 탈시설하여 지역사회에서의 삶의 기반들을 새로이 만들어가고자 하는 일자리임.
-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2024년 현재 경기도,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 강원도, 춘천시, 제천시 광주광역시 서구 등에서 공모가 진행되며 올해 전국적으로 약 1,300명의 중증장애인 노동자가 일자리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됨.
- 대한민국 전체 중증장애인의 인구가 약 98만명인 것을 고려할 때에 중증장애인이 수행할 수 있는 직무로 구성된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함. 나아가 이는 지방자치단체 주도가 아닌 고용노동부의 주도로 중증장애인이 수행 가능한 직무로 구성된 권리중심공공일자리의 적극 도입이 필요함. 이에 2023년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에 고용노동부 차원에서 최중증장애인 노동자 10,000명을 전원 주20시간으로 지원 요구함.
- 또한, 최중증장애인의 노동을 지원하기 위해서 지원인력과 함께 만드는 노동의 원칙을 준수하여 적극 지원해야 함. 현재 전남지역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방자치단체의 미달한 지원으로 인해 위탁기관은 인력 부족으로 사업수행에 있어 많은 어려움 겪고 있으며, 이는 2024년에도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음. 나아가 전담인력의 과다한 노동과 불안한 고용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함. 지원의 수준이 동결된다면 이러한 상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됨. 이에 권리중심 중증장애인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 위탁기관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최중증장애인 노동자 5명당 전담인력 1명 배치가 필요함.
▲차별금지법 제정
‘모든 사람은 평등하고, 차별 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은 중요한 헌법 가치임. 그러나 사회적 양극화, 젠더 갈등, 소수자 배제 등 차별이 일상화되고 사회적 불평등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음. 이에 차별을 금지하고 평등한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 가는 법안 마련이 필요한 상황임. 오래 전부터 이러한 문제의식을 담은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이 제기되어왔음. 2007년, 2020년, 2021년 차별금지법이 발의 되었으나 번번히 국회의 문턱 앞에 멈추어 있는 상황임. 2022년 국가인권위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별해소가 우리 사회 주요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응답자의 75%,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 역시 67%였음. 대다수의 국민들이 주요하게 생각하는 문제를 국회에서만 외면하고 있는 상황. 차별금지법 제정은 불평등이 공고해지고 있는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시작임. 조금 더 평등하고 차별없는 사회를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함.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소중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앗아가는 재난·참사가 반복되고 있지만, 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이나, 재난·참사 이후 후속조치 및 재발방지대책이 제대로 수립되지 않았음. 또한 안전사고에 대한 객관적이고 독립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피해자들이 거리에 나와 피해를 호소하고 특별법 제정을 외쳐야 하는 상황임. 앞으로 재난·참사가 더욱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라 예상되고 있기에 안전한 사회를 위한 논의가 필요함. 현재 재난 및 주요 안전사고에 관한 법령들로만은 모든 것을 충족 시키기 어려움.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재난과 참사를 제대로 예방하고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관리 뿐 아니라 시민들의 제안과 참여를 통해 안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를 권리로 보장해야 함.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신속한 대응이 이뤄지도록 하는 등 재난안전관리의 목표와 이념을 분명히 하는 실질적인 기본법 제정이 필요함.
▲언론의 정치적 독립성과 지역 대표성 확보
- 방송정책기구 및 공영방송 이사회의 지역성 외면 결과는 수직계열화 되어 있는 지역 방송의 위기를 더욱 가중시키는 요인임. 지역 계열사 낙하산 사장 임명 관행과 불평등한 네트워크 규약 관행, 지역사 인력운용 및 재원 구조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문제를 파생함. 결국 지역방송 정상화를 위해서는 지역 대표성을 강화하는 게 필요함. 관련법과 고시를 개정해 방송지배구조의 지역성을 강화해야 함.
▲시민과 공동체 발전의 핵심, 마을공동체미디어 활성화
- 공영미디어와 상업미디어와 구별되는 제3의 시민미디어 영역으로서 지위 인정 필요함. 미디어가 민주주의와 공동체 발전의 핵심 영역이며 시민이 보편적으로 미디어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미디어 격차 해소 및 참여 방안으로서 마을공동체미디어의 필요성 인정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통해 안정적인 제도적 기반을 제공하고, 포괄적인 지원체계를 제도화함으로써 사회적경제의 양적, 질적 발전 지원
-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 사회적경제위원회의 설립과 운영, 사회적경제 기본계획 수립, 공공조달 지원, 사회적금융 추진 등의 내용을 포함
▲공공부문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적 가치 실천 확대
(공공의 사회적가치 중심 책임조달)
-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조달, 개발, 위탁, 기타 민간지원 사업에 있어서 비용 절감이나 효율성만을 중시하기보다는 사회적 가치를 고려
(공공구매 확대 종합대책 수립)
- 공공구매 목표를 제시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공공구매 물품 DB 구축, 공급 가능한 물품 체크, 사회서비스 제공 방안 마련 등 종합대책 수립
(공공구매 확대를 위한 지원 조직 설립)
- 지속적인 정보파악과 영업, 공사 관련 사업 수주를 위한 신청서, 사업계획서 작성 등을 위한 전문 사회적경제조직의 발굴과 육성 추진
- 공공구매 사회적경제조직의 역량 강화, 지원기관 간 협력체계 강화
조회수 2895
2024-04-23
● 코리안 디아스포라와 일본 내 항일 독립운동
‘디아스포라’는 자의든, 타의든 거주한 땅을 떠나 다른 곳으로 생활 터전을 옮기는 것을 말하며, 보통 ‘난민’을 지칭하기도 한다. ‘난민’은 이주한 곳에서 법적 보호는커녕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는 소수자의 삶을 살게 된다. 현재에도 내전이나 전쟁으로 디아스포라가 생겨나고 있지만 대표적인 디아스포라는 재일조선인이다.
한일합방 후 약 200만 명(1945년 기준)의 조선인은 먹고살기 위해, 또는 일제의 강제 동원으로 일본으로 생활터를 옮겨왔다. 군수공장과 탄광, 철도 및 비행장 건설에 많은 조선인이 동원되었으며, 내지인보다 훨씬 싼 임금과 차별로 일본 내 최하층민이 되었다. 또한 해방된 조국에서조차 그들은 잊혀진 사람들이었다.
오는 9월 1일 간토(관동)대지진 100주년을 맞아 7월 4일부터 7월 8일까지 재일조선인의 역사를 알아보고 일본 내 항일독립운동 사적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1923년 9월 1일 발생한 간토대지진은 일본 도쿄도를 포함한 관동지방에 대규모의 지진 발생과 9월 3일까지 3일간 지속된 화재로 약 10만여 명의 사망자와 200만여 명의 이재민이 생겼다. 그리고 이 아비규환 속에서 자연재해가 아닌 조선인을 상대로 한 학살이 함께 벌어졌다.
지진이 일어나자 흉흉한 민심을 안정시키기 위해 일제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 ‘형무소에 있는 조선인이 탈출하여 일본사람을 죽이고 있다.’라는 유언비어를 의도적으로 퍼트려 군대가 아닌 자경단이 조선인 학살의 주범이 되게 했다. 더구나 이러한 학살은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도 가담했으며 약 6천~7천 명의 조선인이 비참하게 죽어갔다. 또한 오사카, 교토, 가나자와, 도쿄지역을 돌며 일본에 대한 항일독립운동의 흔적을 찾아갔다.
- 오사카지역 : 1907년 조선촌이 형성되기 시작했으며 츠루하시쵸157번지 에 ‘초센쵸’라는 한인 밀집 지역이 만들어진 후에 츠루하시역 부근에 한인 시장이 만들어졌다. 오사카에 거주했던 한인들은 텐노지 공원 등지에서 일제의 조선 총독 폭압 정치에 반대하는 투쟁을 벌이거나 노동운동 및 사회운동을 통한 항일운동을 끊임없이 했다.
- 교토지역 : 일제강점기 교토대학과 도시샤 대학을 중심으로 조선 청년들이 유학하여 조직을 결성하여 민족주의 운동을 펼쳤던 곳이다. 특히 도시샤 대학에는 윤동주. 정지용 시비가 있으며 이총(비총)공원에는 정유재란 당시 왜군이 전리품으로 베어간 조선군의 코와 귀를 매장한 무덤이 있다.
- 가나자와 지역 : 일제강점기 일본 육군 형무소가 있었으며 이곳은 상하이에서 의거를 일으킨 윤봉길 의사가 압송되어 순국한 곳이다. 또한 일제가 사형 후 몰래 암매장한 곳이며 이곳에는 ‘윤봉길의사 암장지적비. 순국기념비’가 있다. 많은 조선인 노동자가 동원되었던 ‘누카다니’ 채석장과 일본의 태평양 전쟁을 미화하는 ‘대동아성전대비’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 도쿄 지역 : 도쿄는 일본의 수도이자 조선의 많은 지식인이 유학하고 독립투사들이 잠입하여 활발한 항일 독립운동을 전개한 곳이다. 이곳에는 ‘2.8독립선언기념비’와 2,8독립만세운동 당시 한인 유학생들이 독립선언서와 결의문을 발표했던 ‘조선기독교청년회관(YWCA)터가 있다. 그리고 김지섭, 서상한, 이봉창, 양근한 의사의 의거지가 있으며 이봉창 의사가 체포되어 사형선고를 받고 순국한 ‘이치가야 형무소’터가 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재일조선인 차별의 역사와 ‘윤봉길 의사’, ‘윤동주’, ‘간토대지진의 희생자’의 흔적을 찾아보며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무엇이며, ‘우리 사회가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 우토로 마을 – 차별을 넘어 평화를 꿈꾸다.
첫 비행기를 타고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 도착하여 바로 ‘우토로 마을’로 향했다. 우토로 마을은 일제가 전쟁 중 1941년 교토에 군 비행장을 건설하기 위해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이 만든 재일조선인 마을이다. ‘함바’라고 불리는 임시 합숙소에 모여 살면서 시작되었으며, 여기서 일하면 징병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많은 조선인이 이 마을로 모여들었고 전쟁이 끝난 후에도 다른 지역에 살던 조선인이 우토로 마을로 이주했다. 이들은 ‘재일조선인 학교’ (우리학교)를 세우고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조선어와 전통을 가르치며 일본 정부의 오랜 폐교 압박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이어가고 있다.
일본 내 최하층민과 재일조선인이 사는 우토로 마을을 없애기 위해 일본정부는 1998년에 토지의 소유권이 없다는 이유로 강제 추방을 위한 소송을 제기했으며, 이어 2000년에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결로 주민들의 강제 퇴거가 확정되었다. 이에 많은 재일조선인이 우토로를 떠났고 삶터는 무너졌으며 2015년 기준으로 이 지역에는 약 150명의 주민만 남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이 일본 및 한국 사회에 알려지면서 일본과 한국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우토로 땅 매입을 위한 모금’ 운동과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2010년 ‘우토로 민간기금재단’을 설립하고 우토로 땅을 매입하여 재개발을 진행했고, 2018년 원주민들이 다시 들어오면서 완전한 거주지가 되었다. 그 후 2022년에는 우토로 마을의 역사를 기록한 ‘우토로 평화기념관’이 설립되어 차별과 혐오의 역사가 아닌 함께 평화를 꿈꾸는 곳이 되었다. 재일조선인 3, 4세들과 일본 시민단체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박물관에 상주하며 공존과 평화를 이야기한다.

함바(조선인 임시 숙소) / 우토로 평화기념관 전경
그리 크지 않은 3층의 우토로 평화기념관은 야외에 ‘함바(임시 숙소)’의 원형이 보존되어 있었고, 각층에 우토로 마을의 고단한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
1886년 병인양요와 1871년 신미양요, 1876년 강화도 늑약으로 시작되는 제국주의 열강들의 한반도 침탈 야욕에서 조선의 왕과 지배층은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을 철저히 배제했다. 자신들의 안위와 사리사욕만을 위해 행동했던 그들은 외세를 한반도에 끌어들였을 뿐만 아니라 이 땅의 진짜 주인으로 살아왔던 백성들에게 총을 겨누고 삶과 삶터를 빼앗았다.
살길을 찾아, 또는 강제로 이주당한 조선인은 바다 건너 일본에서 더 심한 차별과 혐오를 겪으며 살아가게 됐다. 그리고 그들을 향한 혐오와 차별은 110년이 지난 현재도 지속되고 있다.
● 독립운동가 ‘윤봉길 의사’ 암매장지를 가다.
서울 효창공원에 가면 4기의 독립운동가 묘소가 있다. 여기 안장된 4명의 독립운동가가 어떤 분들인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여기엔 임시정부를 이끌었던 김구 선생의 묘소와 1933년 중국주재 일본 공사 ‘아리요시’를 암살하려다 실패한 백정기 의사, 중국 홍커우공원에서 폭탄을 던져 ‘시라카와’ 대장을 사망케 한 윤봉길 의사, 이봉창 의사가 모셔져 있다. 그리고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한 안중근 의사의 가묘가 있다.
윤봉길 의사는 1932년 4월 29일 ‘홍커우공원 의거’로 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홍커우공원에서 공개처형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일제는 윤봉길 의사의 처형이 독립운동가와 현지 사람들에게 자극이 될까 두려워 그를 오사카 위수 형무소로 옮긴 후 사형을 집행하고자 했지만, 이곳에서 한 달 정도 독방에 감금한 후에 일본육군 제9사단 주둔지인 ‘가나자와’로 옮긴 뒤 다시 ‘미츠코지’산 육군작업장에서 사형을 집행했다.
당시 윤봉길의 거사는 중국인들의 대대적인 환대를 받게 되었고 이는 중국에 있던 임시정부와 독립운동가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 중국의 주석 장개석은 “중국의 백만대군도 불가능한 거사를 한국의 한 젊은이가 했다.”며 임시정부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하게 되었으며 이는 조선독립 운동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였다.
그러나 처형 후 윤봉길의 시신을 수습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시신을 화장했다는 일제의 발표에도 1946년 임시정부는 서상한을 대표로 하는 ‘임시정부 유해발굴단’을 조직하여 재일조선인들의 도움을 받아 윤봉길 의사의 유해를 발굴하게 된다.
형틀에 양손이 묶인 채 이마 정중앙에 한 발의 총알이 박혀 절명한 윤봉길 의사의 유해는 노다산 육군 묘지 언덕과 시영묘지와의 경계에 있는 도로에 암매장하여 의도적으로 사람들이 그 위를 지나다니게 했다. 나중에 이곳은 쓰레기 집하장이 되었고, 매장지 바로 위에는 작은 소각로를 세워 유해를 찾지 못하게 방해했다. 그러나 임시정부와 재일조선인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발굴된 유해는 1946년 3월, 거사가 일어난 지 14년 만에 ‘순국의사윤봉길지구’라고 표기된 새 관에 옮겨져 고국의 효창공원에 안장되었다.
책으로 읽는 역사와 직접 찾아가서 느끼는 역사는 그 무게감이 다르다.
한숨으로 호흡을 가다듬고 윤봉길 의사의 사진과 비석을 바라보니 먹먹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윤봉길 의사의 유해를 발굴한 재일조선인의 후손인 이 보여주시는 발굴 당시의 사진을 보자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나무 괘짝과 같은 상자에 구부리고 있는 윤봉길 의사의 유해.
시신에 대한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 사진에 일제에 대한 분노와 늦게라도 고국에 안장된 것이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함께 올라왔다. 그리고 윤봉길 의사를 잊지 않고 끝까지 찾아낸 많은 재일조선인과 독립운동가, 팔십이 넘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윤봉길 의사의 업적과 더불어 독립에 대한 의지를 알리는 재일조선인 2세분의 헌신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로 하루아침에 해방이 된 것이 아니다.

사형집행 / 발굴된 윤봉길 의사의 유해 / 윤봉길 의사의 생전사진
● 강제동원의 현장 – 누카다니 채석장
더운 날씨를 피해 아침 일찍 ‘누카다니 채석장’으로 출발했다. 버스에서 내려 대나무가 우거진 숲을 걸어 한참을 올라가다 보니 숲길 양쪽에 여러 개의 동굴이 보였다. 이 중에는 인공적으로 만든 동굴도 보였는데 숲속에 웬 인공동굴인가 물어봤더니 연합군의 눈을 피해 전쟁물자를 만들기 위해서란다.
에도 시기부터 쇼와 초기까지 ‘누카다니’ 산간 지역에는 채석장이 수십여 개 운영되었고 태평양 전쟁 시기에는 미쓰비시 중공업이 항공기 엔진공장의 건설을 계획하였고 기계설비가 일부 설치되었다.
대표적인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는 일본 제국주의 침략 확대와 함께 성장한 독점 재벌이다. “미쓰비시 있는 곳에 전쟁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미쓰비시의 광업과 중공업은 전쟁을 수행하는데 핵심적인 요소였다. 한 예로 나가사키에 있는 미쓰비시 조선소에서는 당시 군함 82척과 어뢰 1만 7천 개가 생산되었다.
이러한 군수공장 시설 건설에는 일본 노동자보다 훨씬 싼 임금으로 강도 높은 노동에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가 많았으며 미쓰비시 나가사키 조선소에도 약 6,000 천 명의 조선인이 강제 연행되어 노예와 같은 노동을 강요당하다가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됐을 때 많은 조선인이 원폭 피해를 당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미쓰비시는 원폭 피해를 입은 조선인을 찾아낼 의지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강제 동원까지 부인하고 있는 현실이다.

누카다니 채석장 소개글 / 미쓰비시 군수공장 터

채석장 올라가는 길, 산양인지 일본 사슴인지 의견이 분분했지만 홀연히 나타나 오랫동안 기다려왔다는 듯이 채석장을 올라가는 우리를 미동도 없이 한참을 내려다본다. 뭔가 익숙하게 전해오는 교감과 떨림이 어쩌면 식민지 조선 청년의 환생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았다.
● 일본 우익의 상징 – 대동아성전대비, 야스쿠니 신사
1941년 12월 8일 미국의 진주만 공습으로 2차 세계대전은 새로운 양상을 맞게 된다. 진주만 공습부터 1945년 9월 2일까지 계속된 이 전쟁을 일본은 ‘대동아전쟁’이라고 한다.
반격에 나선 미국은 1942년 6월 미드웨이 해전에서 승리를 하고 1944년 사이판, 필리핀을 탈환한데 이어 1945년 4월 오키나와에 상륙하여 일본 본토에 공습을 가했다. 결사 항전을 외치던 일본이었지만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 8월 9일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되면서 무조건 항복에 조인하였다.
서양 제국주의에 맞서 동양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전쟁이었다며 이 전쟁을 미화하고 정당화시키는 대표적인 상징물은 일본 이시카와현 가나지와시 이시카와 호국 신사에 세워진 ‘대동아성전대비’와 도쿄에 있는 ‘야스쿠니 신사’이다.
‘대동아성전대비’는 폭 4m, 높이 12m로 2000년 8월 ‘일본을 지키는 모임’이라는 우익단체가 주축이 되어 건립되었으며 정면에는 일장기 모양의 붉은 원이 새겨져 있고 뒷면에는 ‘전 세계는 천황 아래 한 집안’이라는 뜻의 ‘팔광위우’가 적혀 있다. 또한 이 비에는 대동아전쟁에서 천왕을 위해 죽은 이들의 이름과 단체가 새겨지는데 1945년 종전 직전에 전사한 조선인 7명의 이름과 조선계로 추정되는 정체불명의 단체 6개의 이름이 유족의 동의도 받지 않고 무단으로 새겨져 있다.
일본 제국주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는 1853년 개항 이후부터 태평양 전쟁이 끝날 때까지 전쟁에서 숨진 246만 명의 전몰자를 신격으로 추앙하며 제사를 지내는 장소이기 때문에 일본문화 혹은 일본 정신의 핵심이 되고 있다. 특히 이곳엔 태평양 전쟁의 1급 전범 14명과 조선인도 합사되어 있는데 한국 유족이 명단에서 빼달라고 요구해도 천왕을 위해 전사한 사람들이라며 일본 정부는 거절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가보니 논란의 중심인 ‘야스쿠니 신사’보다 옆에 있는 ‘신이 노니시는 곳’이라고 불리는 ‘유슈칸 전시관’도 심각해 보였다. 가미가제를 수행했던 자살 폭격기는 물론이고 적함에 돌진하여 자폭하는 ‘인간어뢰’와 천왕을 위해 죽는다는 내용이 담긴 전사자들의 혈서 등 광적인 군국주의를 무수히 전시해 놓으며 전쟁을 미화하고 있다.
소년으로 보이는 전사자와 조선인으로 보이는 청년들의 사진 아래에는 천왕을 위해 장렬히 전사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우리는 강제 징병을 당했다고 하는데 그들은 천왕을 위해 자발적으로 전쟁을 수행했다고 한다.

대동아성전대비 / 야스쿠니 신사
● 재일조선인! 차별을 넘어 학살의 역사
간토대지진은 1923년 9월1일 간토 지방에서 일어난 대지진으로 10여만 명의 사상자와 수백만의 이재민이 발생한 사건이다. 이러한 재난으로 공포에 휩싸인 사회의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일제는 재일조선인과 사회주의자들을 제물로 삼았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약을 풀었다.” “조선인과 사회주의자들이 폭동을 일으키고 있다.”라는 유언비어를 퍼뜨려 계엄령을 선포하고 약 6,000여 명의 조선인들을 학살했다. 이러한 학살에는 군인, 경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조직된 ‘자경단’에 의해 저질러졌으며, 이 자경단에는 겨우 14~15세로 보이는 소년들도 가담했으며, 조선인뿐만 아니라 ‘15엔 50전’, 이라는 단어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오키나와인, 오사카인, 중국인도 학살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는 2차 세계대전 중 나치가 저지른 전쟁범죄인 ‘홀로코스트’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일제가 같은 시기, 조선인에 저질렀던 ‘간토대학살’이나 일본군‘위안부’에 대한 내용은 잘 모르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에서 허망한 죽임을 당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일본 사회에 진상규명과 사죄를 100년 동안 꾸준히 요구하고 있는 사람들은 일본인이다. 우리가 방문한 도쿄 요코아미초 공원에는 ‘간토대지진 조선인위령비’가 세워져 매년 시민단체의 주도로 추모식을 하고 있으며 또 다른 일본 시민단체인 ‘봉선화’는 ‘조선인순국자추도비’를 세우고 이 사건을 자국의 사람들에게 알리며 일본인으로서 과거의 부끄러운 일을 반성하고 사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인들이 관리하는 이곳을 방문하고, 희생자들에게 묵념과 비석에 술을 부어드리며 많은 생각이 오갔다.
그리고, 일본지역에서 항일 독립운동하다 구속되고, 고문받는 독립운동가와 국적도 참정권도 없는 신민 조선인을 위해 노력한 일본인들도 꽤 있었다. 특히 ‘후세 다쓰지’는 일본인 변호사로 1923년 김시현 의사 등이 총독부 관공서 폭파를 계획하다 체포되자 이들의 공정한 판결을 촉구하며 변론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김지섭 의사와 영화로도 잘 알려진 박열 의사의 변론을 맡아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죄를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1927년 조선공산당 활동으로 체포된 권오설, 강달영 등이 일제 경찰의 고문을 폭로하고 고소를 제기할 때 소송을 담당하고 일본 사회에 실상을 알렸다.
위와 같이 조국(일본)을 향해 폭탄을 던지고, 시위하는 조선 청년들을 변호하고 함께 행동한 ‘후세 다쓰지’와 간토대지진으로 희생된 재일조선인을 추모하고 조국의 만행을 알리는 ‘봉선화’와 같은 시민단체는 왜 이런 일들을 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무엇이 이들을 움직이게 했을까?

자경단 소년 / 조선인순국자추도비 / 학살현장 아라카와강변에서 설명하는 봉선화 대표

출처 : 국가보훈부
● 민족시인 윤동주, 정지용 시비
교토 시내를 지나 붉은 건물이 눈에 띄는 도시샤 대학 내에는 이 대학에 재학하며 사촌인 송몽규와 함께 민족 계몽 활동 등을 펼치다 일제에 의해 목숨을 잃은 윤동주의 시비가 있다. 이 시비는 윤동주의 항일정신을 기리며 1995년 2월 건립되었으며 그의 대표작인 ‘서시’가 친필과 함께 일본어로 번역되어 함께 표기되어 있다. 그리고 10m쯤 떨어진 곳에 또 한 명의 민족시인인 ‘정지용’의 시비가 자리 잡고 있다. 시 ‘향수’로 잘 알려진 시인 ‘정지용’은 발행 당시 큰 반향이 일었던 ‘정지용 시집(1938년)을 윤동주가 항상 품에 넣고 다닐 정도로 존경하던 시인이었다. 그리고 정지용도 소문만 듣고 만난 적이 없는 윤동주의 유작인 ‘쉽게 씨워진 시’를 경향신문에 소개하며 세상에 처음 알렸으며 이후 윤동주의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서문을 썼다.
월북 작가라는 이유로 한동안 우리가 잊고 있었던 정지용과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으로 불리는 윤동주는 이런 인연으로 모교인 도시샤 대학에서 시비로 나란히 기억되고 있다.
<정지용의 시를 모방한 윤동주의 습작품>
● 일본 내 항일독립유적지를 돌아보고.
역사 기행은 역사교육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알게 해준다. 책이나 영상으로 느껴보지 못한 감성이 흔적만 남아있는 터만 보아도 그 시절의 풍파를 온몸으로 맞았던 사람들의 눈물과 결의와 비명이 눈가와 귓가에 맴돈다. 요즘 ‘이젠 과거를 잊고 새로운 미래를 꿈꿔야 한다.’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망각 위에 세워진 미래는 과연 희망이 있을까?
조회수 5870
2023-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