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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웹진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편안해지고 있지만 평안하지는 않은 세상. 연결되어 있지만 관계는 점점 희미해지는 일상. 이 역설을 정면으로 직시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사회에 접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비영리스타트업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선함과 탁월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들입니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는 도내 공익활동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다음세대재단과 협력하여 비영리스타트업 대표들을 위한 교육 및 질의 응답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교육은 서울시 중구 로컬스티치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약 3시간 동안 진행되었으며, 비영리스타트업의 정의부터 실전 마인드셋까지 아우르는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비영리스타트업이란 무엇인가요?

    이 자리의 출발점은 단순한 질문이었습니다. 비영리스타트업이란 대체 무엇인가요? 다음세대재단 방대욱 대표는 공익성, 혁신성, 사회적 가치, 임팩트 확장성, 비영리성 등의 판별 기준을 제시하며 개념을 또렷이 정의했습니다. 전통적인 비영리조직과 소셜벤처, 사회적 기업, 사회적 경제기업 사이에서 비영리스타트업이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명확히 구분하는 작업이기도 했습니다.

    기존 비영리조직과의 차이도 분명히 짚었습니다. 전통적인 비영리는 고정 기부자가 늘어날수록 안정성을 중시하며 혁신 동력이 약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비영리스타트업은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함과 혁신성 자체를 생존의 핵심 가치로 삼습니다. 영리기업에서 혁신이 생존과 직결되듯, 비영리스타트업에서도 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왜 지금 비영리스타트업인가?

    방 대표는 비영리 생태계의 역사를 세 시기로 짚었습니다. 해방 이후 1980년대까지의 자생적 씨앗의 시대,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공공 영역을 주도하던 성장의 시대, 그리고 2000년대 이후 찾아온 성공의 역설. 안정이 혁신을 잠식하기 시작한 현재입니다.

    내부적 요인도 있었습니다. 도전은 장려하지만 실패는 용납하지 않는 문화, 젊은 리더가 진입할 경로의 부재, 대형 기관 중심으로 굳어진 기부 시장의 독점 구조. 외부적으로는 변화의 주체였던 비영리가 변화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상황, 직접 대안을 만들고 실행하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었습니다.

    방 대표는 "사회의 변화 주체였던 비영리가 이제는 변화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하며, 그 빈자리를 채울 주체로 비영리스타트업을 주목했습니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는 공익활동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단체와 활동가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지원하고, 시민의 참여와 지지를 촉진하는 사업을 진행합니다. 이번 방문은 그 일환으로 센터에서 심사를 통해 선별된 비영리스타트업 대표들을 지원하고, 성장 경로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선함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탁월함이 있어야 합니다

    방 대표가 이 자리에서 특히 강조한 핵심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소셜 섹터의 성공 조건은 '선함과 탁월함'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행복의 기원우리는 왜 일하는가를 인용하며 비영리 리더에게 필요한 인문학적 성찰을 이야기했습니다.
    비영리는 좋은 의도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탁월함이 함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강의에는 다음세대재단이 인큐베이팅한 실제 사례들도 등장했습니다. 폐지 수거 어르신에게 안전 키트를 제공하고 플로깅 봉사로 연결하는 사단법인 러블리페이퍼, 니트(NEET) 청년을 가상 직장 시스템으로 사회와 이어주는 사단법인 니트생활자, 약사의 전문성을 활용해 안전한 의약품 환경을 만드는 사단법인 늘품가치 등이었습니다. 다양한 영역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혁신성을 증명한 조직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구체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콘텐츠 전략을 둘러싼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질로 승부하는 사업과 양으로 승부하는 사업은 다릅니다. 전문성을 가진 리더가 있는지, 자신의 사업이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명확히 아는 것. 그것이 탁월함의 출발점이라고 했습니다.

     


     

     

    기억보다 기록, 믿음보다 증거를 만드세요

    2부에서는 현장의 열기가 더욱 달아올랐습니다. 각 대표들이 자신의 사업 애로사항과 포지셔닝 고민을 꺼내놓았고, 방 대표는 실전적인 피드백을 건넸습니다. 쉬는 시간마다 참석자들은 입을 모아 강의가 유익했다고 했습니다.

    방 대표가 지난 인큐베이팅 경험을 통해 전한 말들은 묵직했습니다.

    ''라는 질문을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계속 던지세요.

    버리고 믿고, 들어야 얻습니다. 기억보다 기록, 믿음보다 증거를 만드세요. 작은 성공을 먼저 쌓으세요.

     

     

    임팩트 비기닝 블루는 성장을 위한 든든한 조력자

    강연과 함께 다음세대재단의 2026 임팩트 비기닝 블루(Impact Beginning Blue) 프로그램 홍보도 이루어졌습니다. 이 사업은 크래프톤 공동창업자 김강석의 기부로 조성된 기금을 바탕으로, 초기 비영리스타트업을 인큐베이팅하고 차세대 비영리 리더를 육성하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올해로 2년차를 맞았습니다.

    설립 7년 이하, 2인 이상으로 구성된 비영리단체를 대상으로 하며, 선정된 팀에는 최대 3,000만 원의 임팩트 성장 지원금과 함께 전문가 멘토링, 역량 강화 교육, 오피스 공간 등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 제공됩니다. 단기 성과보다 조직이 사회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반 마련에 초점을 둡니다.

     
     
     

    가치를 착취해 가격을 만들고, 미래의 열매를 오늘 먹어버리는 세상에서 비영리스타트업은 다른 방향을 가리킵니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이 씨앗들 곁에서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비영리스타트업이란 무엇인가, 다음세대재단과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함께한 교육 현장에 다녀오다
    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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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29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기업과 공익단체가 만날 때, 지역은 달라진다"

    2026년 5월 7일 오후 2시, 안양시공익활동지원센터 대회의실. 경기도 곳곳에서 온 기업인과 공익활동가들이 하나둘 자리를 채웠다.

    이윤 을 추구하는 기업과 사회문제 해결을 꿈꾸는 단체가 한자리에 앉는다는 것, 언뜻 어색하게 들릴 수 있는 조합이지만, 이날 현장에서 그 어색함은 찾아 볼 수 없었다. 2026년 1기업-1단체 공익파트너십 협력사업 협약식 자리에 는 총 18개 기업과 10개 단체, 30여 명의 관계자가 모여 올해의 협력을 공식적으로 약속했다.

     

    1기업-1단체 전체 기업 및 단체 소개

     

    경기도 전역으로 뻗어나간 공익의 물결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주관하는 '1기업-1단체 공익파트너십 협력사업' 은 경기도 내 기업과 공익활동단체를 직접 연결해 지역사회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협력 구조를 만들어가는 사업이다. 단체별 최대 500 만 원의 사업비를 지원하며, 신규 및 연속 참여 단체 모두 동일한 규모로 지원받는다. 환경보전, 자원순환, 이주민 통합, 공동체 회복, 생물다양성 보 전 등 지역이 안고 있는 다양한 공익 의제를 다루며, 기업의 ESG 경영을 실질적으로 유도하고 지역사회의 상생발전 방안을 마련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2024년에는 5개 기업과 5개 단체가 참여했고, 2025년에는 14개 기업과 10개 단체로 규모가 커졌다. 그리고 올해 2026년, 이 사업은 드디어 경기 전역으로 확대되었다. 신규 지원 기업과 연속 참여 기업이 함께 어우러진 18개 기업, 신규 5개 단체와 연속 5개 단체를 포함한 10개 단체가 이번 협 약의 주역이다. 협약 이후 오는 10월 31일까지 각 팀이 자체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며, 11월 중에는 성과를 공유하고 관계망을 넓히는 '오픈파트너스데이'가 예정되어 있다.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혼자 걸으면 길이 없지만, 함께 걸으면 길이 된다"

    협약식의 문을 연 것은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유명화 센터장의 개회인사 였다.

    "공익활동을 하는 단체와 기업이 서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에 남은 문제들은 어느 한 주체가 나 선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단체도, 기업도, 시민도 함께 만나야 비로소 실마리가 보이고, 시너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유명화 센터장은 센터 가 이 사업을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닌, 지속 가능한 구조로 키워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함께하는 기업과 단체에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 주고 싶습니다. 아직 충분하지 않지만, 정책이 더 넓어질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경기도에서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는 것을 많은 분들과 나눠주셨으면 합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날 협약식에 참석한 기업인과 단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의미 있는 자리에 함께하게 되어 기쁘 다"는 분위기가 공통적으로 흘렀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유명화 센터장 인사말

     

    10개 팀 협력 사업 소개

    협약식은 각 팀의 소개 시간을 중심으로 활기차게 이어졌다. 18개 기업과 10개 단체는 총 10개 팀으로 구성되어 각각의 공익사업을 추진한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팀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들어보았다.

     

    왕숙천 생물다양성 지킴이 팀남양주환경운동연합과 (주)빙그레가 함께 한다.

    왕숙천의 생태계를 모니터링하고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활동으 로, 플로킹(걷기 정화 활동)과 시민 교육을 병행해 지역 하천의 생태 가치 를 주민들과 함께 확인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지자체와의 협력 경로도 모색한다고 밝혔다.

     

    탄천 생물다양성 프로젝트사단법인 성남환경운동연합과 (주)인베랩, 카카오(판교아지트)가 손을 잡았다.

    탄천을 따라 소규모 서식지 조성, 생태교란 식물 관리, 하천 정화 활동을 추진하며 시민 참여 기반의 생태 보전 활동을 이어간다. 특히 정량적인 성과를 통해 탄천 생태 회복의 실질적인 변 화를 도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봉사활동으로 만들어가는 '이음 고리' 프로젝트사회적협동조합 내비두(비두)와 감동크린협동조합, 원예협동조합 푸름채움, 호원새마을금고 세 기업이 함께한다. 사회적협동조합 내비두는 고립과 은둔 상태의 청년·중장년 을 심리적으로 지원하고, 이들이 봉사활동을 통해 사회와 다시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단체다. 원예협동조합 푸름채움은 치유와 관계 형성에 중점을 둔 플렌테리어·원예 프로그램을 활용해 협력사업을 채워나간다. 고립된 이들이 단순히 도움을 받는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봉사하고 일을 경험하는 주체가 되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라온과 함께 폐자원을 새자원으로! 팀은 안양라온봉사단과 사회적기업 (주)다숲, 에이치엠더블유(주), 오슬로가 협력한다.

    버려지는 폐현수막, 폐섬유, 병뚜껑 등을 새로운 자원으로 변환하는 자원순환 체험 활동과 탄소중립 실천 캠페인을 운영한다. 지역에서 발생하는 쓰레기가 새로운 가치로 이어지는 선순환 모델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인상 깊었다.

     

    가치를 입다, 자립을 돕다: 로컬 상생 옷장 프로젝트안코사회적협동조합 과 주식회사 위더스타운이 추진한다.

    자원순환을 기반으로 한 ESG 캠페인 을 통해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지역 연계형 순환경제 모델을 구축하는 활동이다. 위더스타운은 다양한 사회 공익 활동에 참여해 온 기업으로, 청년 네트워크와 연계해 새로운 공익 무대를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회통합을 위한 이주민과 함께 성장하기의정부이주노동자센터와 김하늘컴퍼니가 손잡은 팀이다.

    캄보디아, 네팔, 미얀마, 인도네시아 공동체와 함께 노동자 법 교육, 워크숍, 인식 개선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하늘컴퍼니 대표는 직접 캄보디아 공동체에서 활동하며 이주민이 사업의 수혜자가 아닌 주체적 참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뜻을 전했다.

     

    일하는 식탁? 밥 먹는 식탁! (직장인 청년 소셜다이닝) 프로젝트 산장과 강경푸드, 스무살이협동조합이 함께한다.

    혼밥과 고립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청년 직장인들을 위해 소셜다이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관계망을 형성하는 활동이다. 강경불고기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강경푸드는 지난해에도 같은 사업에 참여해 고객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경험한 바 있으며, 올 해는 더욱 체계적인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문산천 생물다양성 보전 파트너십 프로젝트 DMZ생물다양성연구소와 파주도시공사의 협력으로 이뤄진다.

    파주 문산천 일대의 생물다양성 가치를 시민에게 알리고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기 위한 시민 참여형 환경보전 활동이 중심이다. 파주도시공사는 연속 참여를 통해 도시 개발 기업으로서의 ESG 실천을 더욱 구체화하고 있다.

    이날 협약식에서 유독 눈길을 끈 팀이 있었다.

    바로 코스탈 주식회사와 사단법인 트루 플라스틱 장난감 업사이클을 통한 기업 ESG활동 팀이다.

    올 해로 3년 연속 파트너십을 이어가는 이 팀은,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지역 내 지속 가능한 환경 공익의 구체적인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파주시에 기반을 둔 코스탈 주식회사는 전기·전력용 비철금속 소재와 가공 제품을 생산하는 강소기업이다. 파트너 단체 사단법인 트루는 고양시를 기 반으로 매년 20만 점 이상의 폐장난감을 재활용하고 '장난감학교 쓸모' 환 경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국내 대표 플라스틱 업사이클 전문 단체로, 장난감 환경윤리헌장 제정과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입법화 추진 등 정 책적 변화까지 이끌고 있다.

    한편 공유공존공공을위한연구소와 소우주 주식회사, 생생아쿠아, 주식회사 예성아름터가 함께하는 남양주 옹달샘 프로젝트는 지역 상점들을 거점으로 시민 누구나 텀블러만 있으면 자유롭게 물을 마실 수 있는 공공급수 공간 을 확충하는 사업이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일상 속 친환경 생활을 실천하는 시민 참여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핵심 목표다.

     

     

    김하늘 컴퍼니                                                         라온

    코스탈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기업과 공익단체가 함께 만드는 사회적 가치: 박주원 이사 강연

    협약식을 마친 후에는 박주원 지속가능경영재단 ESG협력담당 이사의 강연이 이어졌다. 강연 주제는 '기업과 공익단체가 함께 만드는 사회적 가치'였다. 강연에서는 ESG가 단순한 기업 홍보 수단이 아닌, 지역사회와의 진정한 연대를 통해 실현될 때 비로소 그 가치가 빛난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특히 기업과 공익단체의 협업이 어떤 방식으로 서로에게 성장의 기회가 되는 지, 실제 사례들을 통해 구체적으로 풀어냈다. 이날 강연은 협약식에 참석 한 기업인과 단체 관계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더 나은 역할을 고민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사회적 책임'이라는 말이 선언이 아니라 현장의 언어로 내려오는 순간이었다.

     

    박주원 이사 강연

     

    기업이 바뀌면, 지역이 달라진다

    이날 안양시공익활동지원센터 대회의실은 경기도 곳곳의 변화가 모여든 출발점이었다. 1기업-1단체 공익파트너십 협력사업을 통해 알 수 있듯이 환경, 생물다양성, 자원순환, 이주민 통합, 청년 고립, 지역 공동체 등 다양한 공익 의제가 기업과 단체의 협력 속에서 지역 현장의 언어로 풀려나가고 있다. ESG가 보고서 속 숫자가 아니라 현장에서 살아 숨 쉬는 실천이 될 때, 기업과 공익단체 모두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사업은 매년 증명해 왔다. 오는 10월, 이 18개 기업과 10개 단체가 어떤 결실을 가지고 다시 모이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지금 이 봄날의 약속들이 경기도 곳곳 에서 조용하지만 확실한 변화로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1기업-1단체 단체 사진

     

    1기업 – 1단체 공익파트너십 협약식,지역을 바꾸는 협력의 약속
    코코볼

    조회수 161

    2026-05-29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이 사라진 시대, 시민사회는 어디로 가야 하나

    경기사회포럼, 민선 9기 앞두고 시민사회 역할과 공론장 회복 논의

     

    6.3 지방선거 이후 출범할 민선 9기를 앞두고, 시민사회가 처한 현실과 지방정치의 역할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경기시민연구소 울림주최로 지난 518() 오후 7시 경기도여성비전센터에서 열린 경기사회포럼에서는 단순한 지방자치 논의를 넘어 오늘날 시민사회가 처한 구조적 위기를 성공회대학교 김찬호교수를 초빙하여 깊이 있게 성찰하는 자리를 가졌다.

     

     
    <제 10회 경기사회포럼 '시민사회의 지방권력 활용법'>
     

    고립의 시대시민사회도 예외 아니다.

    시민사회의 지방 권력 활용법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 김찬호교수는 현재의 한국 사회를 복합 재난 시대라고 진단했다. 저성장과 인구 감소, 불평등과 고립, 미디어 환경 변화와 공동체 해체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 속에서 과거 시민운동의 방식만으로는 현실 문제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강연에 나선 김찬호 교수>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고립에 대한 분석이었다.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은 더욱 관계 맺는 것을 어려워하고, 청년 세대일수록 대면 관계를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심화되었다는 설명이다. 대학 강의실은 스마트폰을 보느라 조용해졌고, 동네 이웃과는 인사조차 어색해졌다. “도움이 필요할 때 의지할 사람이 없다.”라는 응답 비율은 한국이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라는 통계도 언급됐다.

    김찬호 교수는 이를 단순한 개인 성향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로 바라봤다. 빈곤, 학업 중단, 열악한 주거, 사업 실패, 일자리 불안, 가족 해체, 정신건강 악화 등이 서로 얽히며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 사회를 분석한 손절사회쾌적한 사회의 불쾌함을 인용하며, 사람들은 점점 더 안전하고 불쾌하지 않은 관계만 추구하지만, 그 결과 타인과의 마찰을 견디는 힘 자체를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 상실시민운동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이번 강연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의 상실이었다.

    김찬호 교수는 예전에는 마을과 학교, 시민단체 같은 공동체 안에서 관계가 형성되고 갈등도 완충됐지만, 지금은 관계의 장()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 번 관계가 틀어지면 회복할 중간 지대가 없고, 결국 손절로 이어지는 사회가 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더불어 이 변화가 시민사회에도 치명적 영향을 주고 있다.

    한때 사회 변화를 이끄는 주체였던 시민단체와 노동조합, 대학, 언론 등 기존 공적 영역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반면, 개인화된 소비자와 네티즌 중심 사회가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시민사회 역시 기존의 조직 중심 활동만으로는 주민들을 연결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포럼 참석자들이 강연 내용에 집중하고 있다.>
     

    시민운동 방식도 변화가 필요하다.”

    포럼에서는 주민 삶의 변화에 비해 행정 시스템은 여전히 표준화된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민들의 삶은 점점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지만, 행정은 여전히 동일한 기준과 절차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현장과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김찬호 교수는 앞으로 시민사회가 주민들의 삶 속 문제를 더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이를 이야기와 경험의 형태로 공유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정책 제안을 넘어 문화와 예술, 스토리텔링을 결합한 새로운 방식의 시민운동이 필요하다라는 것이다.

    대표 사례로 소개된 것은 서울 마포구 발달장애 청년 허브 사부작이었다. 주민들은 발달장애 청년들과 함께 마을 살이를 이어가며 실제 삶의 모델을 만들었고, 주민들에게 필요한 조례를 제안할 때도 춤과 문화예술 퍼포먼스로 조례 제정을 촉구했다. 딱딱하고 어려운 정책 제안이 아니라 재미있고 감동적인 경험으로 시민들의 공감을 얻어낸 사례다.

    또 다른 사례로는 부산 사하구의 워킹맘들이 출근을 준비하던 중 갑자기 아이가 아팠을 때 필요한 출근 전 어린이병원’,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져 함께 놀 수 있는 노원구의 통합놀이터 조성’, 빈집을 매입해 생활 SOC로 활용하는 부산 사례 등이 소개됐다. 모두 주민들의 실제 생활 문제에서 출발해 조례와 정책으로 이어진 사례들이다.

    지역 언론과 공론장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충북 옥천의 옥천신문 사례를 언급하며, “지역 의회와 행정을 꾸준히 감시하고 기록하는 언론의 역할이 지방자치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특히 다음 선거를 위한 정치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했다. 청소년과 미래세대의 삶, 노후 인프라 문제, 장기적인 공동체 회복 같은 의제가 단기 성과 중심 정치 속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희망은 방향이다.”

    강연 말미에는 희망에 대한 메시지도 전했다.

    김찬호 교수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냉소적으로 바라본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바츨라프 하벨의 말을 인용하며, 희망은 결과에 대한 낙관이 아니라 영혼의 방향성이라고 강조했다. 성공 가능성이 높아서가 아니라, 그것이 옳고 선하기 때문에 행동하는 힘이라는 것이다.

    이어 고() 김근태 의원의 희망을 의심할 줄 아는 진지함이라는 말을 소개하며, 시민사회가 냉소를 넘어 다시 공론장과 공동체를 복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냉소는 현실을 정확하게 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시민사회의 역할은 바로 그 냉소의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2025년 11월 20일 출범한 경기사회포럼은 경기지역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대안과 담론을 모색하는 자리를 격월로 진행하고 있다.>
     

    이번 포럼은 시민사회가 단지 행정을 견제하거나 정책을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 해체되는 관계와 공론장을 어떻게 다시 복원할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 서 있음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답은 어쩌면 거창한 구호보다, 작은 연결과 경험, 지역 안에서 다시 사람을 만나게 하는 ()’을 복원하는 일에서 시작될지 모른다.

    포럼 참가자들은 ()이 사라지는 시대에 이런 공론장 자체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라며, 지역 안에서 사람들을 다시 연결하는 다양한 시도와 학습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으며 마무리가 되었다.

     
    장(場)이 사라진 시대, 시민사회는 어디로 가야 하나
    다참

    조회수 218

    2026-05-27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1. ‘가짜 뉴스라는 말 올바른 신호를 놓치게 할 수도 있다!

    202658일 금요일 오후 2, 경기도여성비전센터 206호에 6기 아카이브 에디터들이 3월에 있었던 발대식 및 양성 교육 이후 다시 모였습니다. 이날 역량강화 교육은 수원에 있는 경기도여성비전센터에서 이루어졌습니다.

     
     
     
    2차 역량강화 교육이 이루어진 경기도여성비전센터
     
    발대식 이후 이어진 두 번째 역량 강화 교육인 만큼, 이날의 자리는 앞으로의 활동을 구체화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이날의 핵심은 아카이브 에디터로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읽고, 어떤 방식으로 기록할 것인가를 함께 생각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이정환 대표님을 소개하고 있는 이상화 팀장님
     
    이날의 교육은 이정환 슬로우 뉴스 대표님의 강의로 시작되었습니다.
    이 분야에서 유명하셔서 모시기 쉽지 않은 분이지만,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아카이브 에디터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한달음에 달려와 주셨답니다.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 신호와 소음이 뒤섞인 세상에서 진실을 말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에는 최근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진실하고 필요한 정보에 대해, 그리고 그런 정보를 생산해야 하는 책임을 맡고 있는 아카이브 에디터로서의 우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가짜 뉴스'라는 말이 오히려 진실을 가릴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정보의 홍수라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많은 정보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매일 새로운 뉴스가 쏟아지고, SNS와 여러 플랫폼을 통해 수많은 말들이 빠르게 흘러갑니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이 빠르게 확산한 이후에는 정보의 생산과 유통 속도가 더 빨라졌고, 그만큼 무엇이 믿을 만한 정보인지 판단하는 일도 더 어려워졌습니다.
     
    그 모든 정보가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는 아니죠. 어떤 것은 우리에게 절실한 신호가 되고, 어떤 것은 우리에게 필요한 신호를 가리는 소음이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읽어야 할까요? 또 공익활동을 기록하는 사람은 어떤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할까요? 이날 강의는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이정환 대표님
     
    강의의 중심에는 가짜 뉴스와 허위조작 정보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정환 대표님은 가짜 뉴스라는 표현이 오히려 진짜 뉴스에 대한 불신을 퍼뜨리고, 진짜와 거짓을 구분하는 일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흔히 우리는 사실이 아닌 정보를 통틀어 가짜 뉴스라고 부르지만, 이 말이 너무 쉽게 사용될 때 오히려 모든 뉴스에 대한 냉소와 불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정환 대표님은 가짜 뉴스의 정의를 허위 사실임을 알면서도 독자를 오도하거나 이익을 취하기 위해, 그 내용이 사실인 것처럼 꾸며 언론 보도 형식으로 유포한 허위 정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저는 가짜 뉴스라는 용어를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뉴스의 신뢰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가짜 뉴스의 정확한 의미를 다시 확인하면서, 진실한 정보를 생산하고 수용하기 위해서는 용어를 정확히 이해하는 일부터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허위 조작 정보는 기술의 발달로 인해 더 쉽고 빠르게 확산됩니다. 누구나 만들 수 있고, 누구나 퍼뜨릴 수 있으며, 때로는 사실처럼 보이도록 매우 정교하게 가공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거짓말을 처벌하기는 어렵죠. 거짓말을 없애는 일을 법의 심판에만 맡길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금지할 것인가에만 기대지 않고, ‘우리가 어떤 태도로 정보를 읽고 판단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더욱 면밀하게 들여다보는 일입니다.
     
    2. 사실과 맥락사이, 에디터의 자리
     
    강의 중반부에서는 정보 생산자로서 어떻게 자신의 시각을 비판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 그 방법에 대한 실마리를 많이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정환 대표님은 사실과 사실이 연결되는 맥락을 보아야 한다는 것, 내가 언제든지 틀릴 수도 있다는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열린 사고를 유지할 것, 내가 지닌 생각과 다른 생각이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전제해야만 사실이 편집되는 방식과 그 의도를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이 놓인 자리, 사실이 연결되는 방식, 그 사실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를 읽을 때 비로서 어떤 정보가 맞다 혹은 틀리다로만 판단하는 것을 넘어선 총체적 정보 인식과 생산이 가능해진다는 것을 이날 느꼈습니다.
     
    아카이브 에디터로서 이 대목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장의 분위기가 좋았다는 감상, 참여자들이 열심히 활동했다는 인상, 프로그램이 의미 있었다는 판단은 물론 소중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글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요. 왜 그 활동이 마련되었는지, 어떤 문제의식이 그 자리에 있었는지, 그 활동이 앞으로 어떤 질문을 남기는지까지 살피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또한 아카이브 에디터는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옮기기만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현장에서 들은 말, 본 장면, 받은 인상을 어떻게 정리하고 전달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사람이죠. 행사장에서 오간 말과 장면을 기록하더라도, 그것을 어떤 문장으로 배열하고 어떤 맥락 속에 놓느냐에 따라 글의 의미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어떤 사건이나 활동을 일선에서 지켜볼 때, 일명 첫인상에 매몰되어 단편적인 인상만으로 글을 쓰는 태도도 주의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고, 출처와 맥락을 살피며, 불확실한 것은 단정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정보의 왜곡이 일어나지는 않았는지,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좋은 기록은 바로 이 균형에서 시작되니까요.
     

     
    강의를 경청하고 있는 아카이브 에디터들
     
    이날 강의의 핵심어는 신호와 소음이었습니다. 정보가 많아질수록 중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일이 아니라, 그중에서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구분하는 일이라는 것이죠. 이정환 대표님은 꼭 필요한 신호를 찾기 위해서는 좋은 책, 좋은 친구, 좋은 토론, 그리고 좋은 언론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좋은 언론은 단지 전문 기자만의 영역에 한정된 말이 아닙니다. 공익활동의 현장을 기록하고 시민사회 안의 이야기를 전하는 아카이브 에디터들에게도 해당하는 말이죠. 또 누군가에게는 함께 생각할 질문을 건네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쓰는 글은 단순히 활동을 소개하는 문장이 아니라, 독자와 공익활동 현장을 연결하는 작은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3. 나의 화살은 어디로 향해야 할까요?
     
    강의의 마지막에는 롱펠로의 시 화살과 노래가 언급되었습니다. 화살을 쏘았지만 어디로 갔는지 찾지 못했고, 노래를 불렀지만 사라진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난 뒤 화살은 나무에 박혀 있었고 노래는 친구의 마음에 남아 있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정환 대표님은 이 시와 메시지를 만들고 글을 쓰는 사람들의 고민을 연결했습니다.
     
    나의 노래가, 나의 글이 어디로 전달될 것인가. 나의 화살을 어디에 쏠 것인가. 사실 화살을 아무 데나 쏘는 게 아니라 정확하게 가서 쏴야 되고요. 그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방식들을 고민하셔야 됩니다.”
     
     
    좋은 강의를 해주신 이정환 대표님과 아카이브 에디터들
     
    이 말은 이날 강의의 마지막 질문처럼 남았습니다. 기록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누구에게 닿아야 하는지, 어떤 마음에 남아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일은 앞으로의 활동에서도 계속 이어질 질문이었습니다. 아카이브 에디터로서의 활동이 이 질문에 대한 진실한 답이자, 새로운 질문이 될 수 있도록 활동해야겠다고 다짐했답니다.
     
    3. 우리가 던지게 될 질문을 기대해 주세요!
     
    이번 2차 역량강화 교육은 공익활동의 현장을 기록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태도를 다시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무엇을 볼 것인가, 어떻게 읽을 것인가, 어떤 질문을 남길 것인가. 그리고 그 질문을 어떻게 더 많은 사람에게 닿게 할 것인가. 이날의 강의는 이 모든 질문을 차근차근 열어 보였습니다.
     
    좋은 기록은 좋은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좋은 질문은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데서 출발하고, 출처와 맥락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며, 사건 너머의 구조를 보려는 태도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좋은 기록은 결국 사람에게 닿아야 합니다. 읽히지 않는 메시지는 힘을 얻기 어렵고, 도달하지 못한 이야기는 변화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6기 아카이브 에디터들의 활동은 이제 본격적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경기도 곳곳의 공익활동 현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장면을 기록하게 되겠죠. 아카이브 에디터들은 그 기록들이 단지 소식으로만 머물지 않고, 누군가에게 질문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참여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며, 신호와 소음이 뒤섞인 세상에서 진실을 향해 묻고, 읽고, 쓰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함께 기록을 공유하는 여러분들도, 다음 아카이브 에디터들이 던지는 질문을 기대해 주세요!
     
     
    신호와 소음 사이에서 진실을 묻다: 6기 아카이브 에디터 2차 역량강화교육
    옐로 구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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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15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소리가 비워진 자리에서 보이는 것들

    - 수어 연극 영지4기를 보고

    2026년 5월 3일 / 모두 예술 극장

    모두예술극장 입구

     

    1. 걱정하는 자의 입장

    나는 수어통역사다. 동시에 수어로 노래하는 지구인수어공연단의 대표이기도 하고, 극단 유혹에서 무대에 서는 현직 배우이자 작가이기도 하다. 간단히 말하면, 연극도 알고 수어도 안다. 그러니까 이 감상문은 순진한 관객의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의심하고, 비교하고, 납득하고, 다시 의심한 사람의 기록이다.

    수어연극 영지4기를 예약했을 때, 내 안에는 기대보다 걱정이 먼저 앉았다. 농인 배우들이 몸을 쓰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건 걱정이 아니었다. 걱정은 다른 곳에 있었다. 대사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될까? 수어를 언어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냥 아름다운 춤으로 소비해버리지는 않을까?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질문 하나. 연극이란 장르가 어디까지 수어로 가능할까?

    이 질문들을 품고 나는 53일 충정로 모두예술극장으로 향했다. 마치 면접관처럼. 아니, 정확히는 오랜 친구의 첫 공연을 보러 가는 사람처럼 - 칭찬하고 싶은 마음이 90퍼센트지만 그래도 냉정하게 보겠다는 그 마음.

     
    영지 포스터(출처 국립극단 홈페이지)
     
     
    2. 입장 15분 전, 무대 위의 아이
     
    나를 처음 놀라게 한 것은 공연이 시작하고 나서가 아니었다. 입장이 시작된 15분 전이었다.
     
    무대에 배우가 나와 있었다. 혼자. 놀고 있었다.
     
    공연을 꽤 많이 보러 다녔지만, 주인공 배우가 입장 전부터 무대 위에서 혼자 노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신선한 충격이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이다. 배우는 관객과 눈을 맞추지 않았다. 그냥 자기 세계 안에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어떤 단어를 떠올렸다. '농문화.' 청인이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농인들만의 독특한 문화와 감각과 세계. 우리는 그것을 농문화라고 부른다. 무대 위 그 아이는 농인의 세계를, 청인이 쉽게 들어오지 못하는 그 고유한 세계를 이미 살고 있었다. 동시에 그것은 11살 영지만의 세계이기도 했다. 두 개의 세계가 겹쳐져 있었다. 농문화의 고립성과 아이의 고독함이, 아직 조명도 바뀌지 않은 무대 위에서, 조용히 시작되고 있었다.
     
    연출의 의도인지 배우의 선택인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그 15분이 공연의 절반을 이미 설명해버렸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3. 그래 그들에겐 그들만의 세계가 있지 - 영지〉 1기에서 4기까지
     
    그렇다면 이 공연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연극 영지2019년에 처음 태어났다. 국립어린이청소년극단이 내놓은 청소년극 프로젝트로, '병목안'이라는 완벽해 보이는 통제된 마을에 별난 소녀 영지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상상 속 인물을 만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영지는 마을 자체를 흔들어 놓는다. 다름이 세계를 바꾼다는 이야기. 1기는 그 씨앗이었다.
     
    2(2023)'접근성'이라는 단어가 붙기 시작한 시기다. 장애인 관객의 관람 장벽을 낮추려는 시도가 본격화됐다. 비장애인이 만든 연극에 장애인도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조금 열어준 방식. 배려는 배려이되, 주인이 누구인지는 여전히 분명했다.
     
    3(2024)는 온라인 배리어프리 수어 버전이었다. 영상으로 수어 통역이 제공됐고, 당시 수어 해설을 지켜보던 연출이 문득 상상했다고 한다. '이 작품 전체를 수어로 올리면 어떨까?' 쉽게 생각했다고 했다.
     
    그리고 4(2026). 수어가 무대 위 주언어가 되는 '완성형 수어연극'이다. 농인 배우 5, 청인 배우 1. 수어와 음성이 동시에 흐르지만 중심은 수어 쪽이다. 작가에게 '공연이 거듭될수록 하고 싶은 말이 달라졌느냐'고 누군가 물었다. 작가는 담담하게 답했다. '변함은 없어요. 단지 수어로 공연을 했을 뿐입니다.‘

    '단지'라는 부사 하나가 이렇게 묵직할 수 있다니. 나는 그 말을 한참 씹었다.

     

     

    공연 시작 전 무대

    출처 국립극단 홈페이지

     

    4. 수어는 언어다 - 그리고 그들은 그것을 증명했다.

    막이 오르자 내 눈은 바빠졌다. 수어통역사의 눈은 손을 먼저 쫓는다. 그런데 이 배우들의 몸은 손에서 멈추지 않았다. 손이 말하는 동안 얼굴이 함께 말했고, 몸 전체가 문장이 되었다.

     

    농인 배우들은 판토마임에 가까운 신체 언어와 수어시(手語詩), 즉 수어문학의 형식을 능숙하게 활용했다. 그것은 수어가 단순한 손동작의 나열이 아니라 고유한 문법과 문학성을 가진 언어라는 사실을 몸으로 증명하는 방식이었다. 수어예술감독 이미선님이 인터뷰에서 말한 그대로였다. '나비가 날다'는 문장 하나도 손의 모양과 움직임으로 나비의 섬세한 날갯짓을 다채롭게 형상화할 수 있다고. 이론으로 알고 있던 것을 눈앞에서 보았다.

     

    주인공 영지 역의 박지영 배우는 압도적이었다. 3년 전 이 작품에서 수어 통역을 맡았던 그가, 이번에는 주인공으로 무대에 섰다. 11살 아이의 에너지를 온몸으로 뿜어내는 그를 보면서, 나는 배우로서도 혀를 내둘렀다. 1분도 가만히 있지 않는 아이. 연습실에서 플랭크와 복근 운동부터 시작한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었다.

     

    효정 역의 이소별 배우도 인상적이었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로 낯익은 얼굴이었지만, 무대 위에서 그는 달랐다. 순종적이던 효정이 영지를 만나며 서서히 변해가는 과정을 수어로 섬세하게 그려냈다. '물 밖으로 나온 어린 물고기가 나에게도 투명 다리가 있었어 하고 외치는 장면'은 수어 특유의 표현력이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소리가 없어도 목이 메었다.

     

    조명도 놀라웠다. 모두예술극장의 첨단 조명 장치들이 수어 연기와 맞물리면서 무대를 빛나고 화려하고 환상적으로 만들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시각 언어가 주언어인 무대에서 조명은 단순한 분위기 연출이 아니라 언어의 일부가 된다. 연출이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웃음도 있었다. 어른이 아이를 꾸짖는 장면에서, 영지는 시선을 살짝 피했다가 억울한 듯 다시 눈을 치켜떴다. 청인 아이라면 고개를 숙이겠지만, 농인은 시선을 피하면 대화가 끊긴다. 그 불가피한 눈맞춤이 반항처럼 보이는 농문화 특유의 개그 코드. 농인 관객들이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나도 웃었다. 이쪽 세계를 아는 사람의 웃음으로.

     

      

    출처 국립극단 홈페이지

     

    5. 게으른 해설사, 그리고 베리어 프리는 누구의 것인가

    한 가지 내내 마음에 걸린 것이 있었다. '게으른 해설사'였다.

    수어 연극이라는 본질을 지키면서도 청인 관객을 완전히 내버려둘 수 없다는 현실적 고민이 낳은 존재, 소리꾼 신유진이 무대 한 켠에서 판소리로 간간이 해설을 얹었다. 그것이 나쁘지 않았다.  않았고, 판소리 특유의 질감이 수어 연기와 묘하게 어울렸다. 연출이 적절한 수위를 찾으려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그러면서도 나는 계속 생각했다. 만약 해설사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그동안 농인들이 청인의 세계에서 느껴왔던 그 답답함을, 청인 관객들이 잠깐이라도 체감해보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언어를 모른 채로 그 세계에 던져지는 경험. 그래도 맥락이 읽히고, 감정이 전해지고, 어느 순간 손짓이 언어로 보이기 시작하는 그 경험. 그것이 사실 이 공연이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 아닐까.

    하지만 나도 안다. 돈을 내고 온 관객에게 '장애 체험'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 선을 어디에 그을 것인가는, 예술가가 평생 씨름해야 할 질문이다. 이번 공연은 그 질문에 나름의 답을 찾았다. 나는 그 답에 80점쯤 주겠다. 나머지 20점은 다음 기수를 위해 남겨두겠다.

    20점이 어디로 가야하는지, 공연 후 '예술가와의 대화'에서 영지 역의 박지영 배우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 지금까지의 베리어프리는 청인 중심이었다. 비장애인이 만든 세계에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방식이었다. 이제는 달라야 한다. 배우도 스태프도 장애인이 참여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진정한 베리어프리다.

    나는 그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수어통역사로서, 수어 공연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무대에 서는 배우로서 - 세 겹의 마음으로.

     

    6. 여기까지, 그리고 아직 더

    영지'장애인도 볼 수 있는 연극'이 아니다. 농인이 주인공인 연극이다. 수어가 장식이 아니라 언어인 무대다. 그리고 그 무대를 보러 온 청인 관객들은, 처음으로 '따라가는 사람'이 되어본다. 그 낯섦이 이 공연의 진짜 선물이다.

    나는 반짝이는 손들의 박수를 오래 기억할 것이다. 소리 없이 흔들리는 두 손이 객석을 가득 채우던 그 순간, 연극이 어디까지 수어로 가능하냐는 내 질문에 무대가 조용히 답했다. 여기까지. 그리고 아직 더 남아 있다고.

     

    관객과의 대화(사회자, 작가-허선혜, 연출-김미란, 악마선생-하재성, 수어통역사)

    (수어감독-이미선, 영지-박지영, 소희-금예지, 효정-이소별, 악마선생-양지은, 우지양)

     

    *수어연극 영지〉 4기는

    2026년 4월 30일부터 5월 10일까지 모두예술극장에서 공연되었습니다.

     
     
     
    소리가 비워진 자리에서 보이는 것들 - 수어연극 <영지> 4기를 보고
    윤작가

    조회수 432

    2026-05-11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출처: 경기페미행동

     

    한국 근대 최초의 여성주의자 나혜석 동상이 있는 수원 나혜석 거리.

    426일 일요일, 이곳에 10년 전 강남역을 기억하는 후배 페미니스트들이 모였다.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경기페미행동, 부천새시대여성회, 평화와자치를열어가는부천연대, 경기여성연합단체가 공동 주최한 이 행사는 강남역! 다시! 추모를 딛고 행동하라! 여성폭력 다이인(die-in)1)이다. 특히, 경기페미행동과 부천새시대여성회, 평화와자치를열어가는 부천연대는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경기권역의 이름으로 캠페인과 경기 여성폭력 다이인을 주최하고 있다. 1차 경기 여성폭력 다이인은 부천에서 열었으며, 2차 경기 여성폭력 다이인(die-in)은 지금 이곳, 수원에서 열리고 있다.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는 제주, 대구, 서울, 강원 등 전국을 순회하며 여성폭력 다이인(die-in)을 진행하고 있으며, 수원이 13차이다. 이들은 강남역을 이야기한다. 벌써, 10년도 지난 강남역 그 사건이다. 범인은 강남역 근처 화장실에 숨어 6명의 남성을 보낸 뒤에 일곱 번째로 들어온 여성을 살해했다. 범행동기는 여성들이 나를 무시해서였고, 범인은 여자라서 죽였다라고 자백했지만, 수사기관은 여성혐오 범죄로 명명하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2)에 따르면 혐오범죄란, 편견을 동기로 한 범죄행위를 뜻한다. 혐오표현이나 차별과 달리 혐오범죄는 살인, 폭력, 방화 등 기존의 범죄를 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혐오범죄를 규제하는 방법은 가중처벌하는 것이다. 소위 묻지마 살인이었으면 일반 살인죄이지만, 여성에 대한 편견을 이유로 살인했다면 혐오살인죄에 해당하여 중한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한국에는 혐오범죄법이 없어서 판사 개개인의 재량에 따라 양형에서 가중 사유로 고려하는 수준이다.

     

    한가지 더 살펴볼 것은, UN여성에 대한 폭력 철폐선언3)에 등장하는 젠더기반폭력’(여성에 대한 폭력)이란 단어이다. 이 선언에서 젠더기반폭력은 남성과 여성 사이에 역사적으로 불평등한 권력 관계의 표명이며, 여성에 대한 폭력이 남성과 비교하여 여성을 종속적인 지위에 놓이도록 강제하는 중요한 사회적 메커니즘의 하나로 인식하도록 돕는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직후, 사람들은 강남역으로 모여서 포스트잇을 붙였다. 포스트잇이 벽을 가득채웠다. 서울세이프ON: 성평등아카이브는 강남역살인사건의 추모 포스트잇을 분석했다4). 세 단어로 이어진 문구 중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가 가장 많은 유형이었고, 그다음으로 주세요유형으로 이 사건이 여성혐오 범죄라는 메시지다. 단지 여성이란 이유로 살해되었고, 나는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는 의미이다.


    출처: 여기모아 홈페이지(강남역 살인사건, 등록번호 F0001)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현실을 마주한 시민들이 매년 거리로 나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국가를 향해 여성혐오범죄를 인정하고, 여성혐오범죄에 관한 통계를 만들고, 여성혐오범죄 근절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출처: 불꽃페미액션

    출처: 서울여성회

     

    2차 경기 여성폭력 다이인은 시민에게 말 걸기로 행사를 시작했다. 2~3명이 한 조가 되어 피켓과 서명부를 들고 흩어졌다.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여성폭력 해결을 위한 선언에 함께 해주세요라며 말을 걸었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이 발생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전국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하고 있는 사회를 설명하며 선언 참여를 독려했다.


    출처: 경기페미행동
     

    이후, 나혜석 동상 앞 여성폭력 STOP’ 피켓을 든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첫 발언자로 나선 심지선 경기페미행동 대표는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죽어야 했던 그녀는 또 다른 나입니다. 더 이상 외면하지 않겠습니다라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이어 그는 이제 우리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개인의 피해 경험 말하기가 아니라고 강조하며 사회구조적 성차별의 문제임을, 내 탓이 아님을 각성한 전국의 3,500여 명이 넘는 선언자들과 함께 외치는 집단의 목소리라고 힘주어 말했다.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이동희 경기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여전히 변하지 않는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여성 살해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폭력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여성 일상을 파괴하는 사이 국가와 사회는 여전히 뒤늦게 움직이게 된다는 것조차 알고 있습니다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죽지 않는 사회, 살아남았다는 말이 더 이상 필요 없는 사회, 그날까지 우리는 계속 말하고, 계속 모일 것이라며 연대를 약속했다.

     

    정새봄 경기페미행동 활동가는 젠더 폭력의 근본적인 원인을 여성에게 억압적인 사회 문화에서 찾았다. 정 활동가는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여성이라는 특정한 삶을 강요받습니다. 부모님은 제게 세상을 향해 싸우는 법이나 단호하게 안 돼라고 말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이 폭력의 진짜 이름은 여성에 대한 길들이기라고 규정하며, “여성에게만 강요되는 순결, 거절을 허용하지 않는 문화, 그리고 죽음 직전까지도 친절해야 한다는 그 지독한 강요가 지금의 젠더 폭력을 이 사회에 뿌리 깊게 박아 넣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 사회와 기술 발전 이면에 숨겨진 여성혐오를 지적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종민 한신대학교 민중가요 중앙노래패 보라성 노래전수팀장은 대학은 안전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사회는 이를 다루지 않으려 합니다. 심지어 학생들마저 자꾸 알려지면 대학 입학률이 떨어질 것이라며 덮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라며 씁쓸한 현실을 지적했다. 더불어 그는, “기술자는 사용자에게, 사용자는 기술에 책임을 미루는 식으로 책임을 외주화하고 있다며 비판하며, “이런 여성혐오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10년 전의 강남역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호소했다.


    출처: 경기페미행동
     

    이후 참여자들은 저항의 의미로 다이인(Die-in)을 진행했다. 다이인(Die-in)에 참여한 한 시민은 차가운 바닥에 누워 여성폭력으로 희생된 이름을 떠올렸다.’”고 소감을 전했다. 땅에 쓰러져 침묵하는 이들의 행동은 역설적으로 그 어떤 외침보다 크고 날카롭게,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묻고 있었다.

     

    1) 다이인(die-in)이란 시위 참가자들이 죽은 것처럼 땅에 쓰러지는 시민불복종 행동의 일환이다. 주로 공권력이나 정책에 의한 생명권 침해를 고발할 때 사용되며, 억압받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1970년대 환경 운동 현장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비폭력 저항의 이론가 진 샤프(Gene Sharp)가 정립한 비폭력 투쟁 방법론의 현대적 변용으로 평가받는다.

    살아남았다는 말이 필요 없는 사회로 - 수원서 열린 여성폭력 다이인(Die-in)
    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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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30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416, 또 한 해가 지나갔습니다.

    벚꽃 잎이 흩날리는 안산 화랑유원지에 노란 바람개비 12개가 세워졌습니다.

    '안전한 나라, 약속을 넘어 책임으로'라는 문구가 새겨진 무대 위로 맑고 뜨거운 봄볕이 내리쬐었습니다.

    올해는 다를 거라는 기대를 품고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달랐습니다.


    [416기억식 현장]

    신청부터 입장까지, 달라진 절차

    올해 기억식은 참여 절차부터 예년과 달랐습니다. 사전 신청 없이는 입장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잠깐 스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화랑유원지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416기억식 출입구역 안내 배너]
     

    흰색 텐트 안에서 검은 옷을 입은 스태프들이 노트북으로 참석자를 하나하나 확인했습니다. 안전 가드레일과 붉은 로프가 정돈된 입장 동선을 만들어 두었고, 노란 안내 배너가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복잡하게 느껴지기보다, 오히려 이 정도 격식과 절차가 있어야 마땅한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16기억식 좌석배치도 배너]
     

    생각해 보면, 이 꼼꼼한 절차야말로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안전'의 실천이었습니다. 추모하는 마음을 지키기 위한 절차, 유가족과 참석자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절차. 까다롭고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하나하나가 우리의 안전을 위한 배려였습니다.


    [416기억식 B구역 출입구 가는 길]
     

    12년 만에 채워진 앞자리

    기억식에 12년 동안 참석해오면서 매번 가슴 한켠이 무거웠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맨 앞자리, 즉 대한민국 대통령의 자리가 늘 비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가족 대표는 이날 무대에서 그 마음을 직접 전했습니다.

     
    [기억식에 참여하신 대통령과 영부인 유가족분들과 만나는 모습]
     

    "참 오래 기다렸습니다. 이 기억식에 맨 앞자리 한 자리가 지난 11년 동안 늘 비어 있었습니다. 그 자리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자리입니다. 그런데 마침내 세월호 참사 12주기의 이 자리가 채워졌습니다."

     
    [기억식에 참여하신 대통령님 추모메시지 전달하시는 모습]
     

    2026416, 이재명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기억식에 처음으로 참석했습니다. 참사 이후 네 번의 정권이 바뀌는 동안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이 자리에 오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대통령은 희생자를 추도하고 유가족과 함께 자리에 앉아 손을 맞잡았습니다. 예전처럼 얼굴이 화끈거릴 만큼 어수선하거나 불편한 장면도 없었습니다. 추모식다운 추모식이었습니다. 유가족분들 마음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생각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들은 기억의 말씀들

    이재명 대통령은 무대에 올라 깊은 애도와 함께 책임을 다짐했습니다.

    "12년이 흘렀지만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국가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우리 모두가 똑똑하게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민을 반드시 지켜내는 나라를 만들어 놓겠습니다"고 다짐했습니다.

     
    [기억식에 참여하신 대통령님 추모메시지 전달하시는 모습]
     

    4.16재단 박승열 이사장은 지난 12년을 돌아보며 세 가지를 요청했습니다.

    첫째,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이 더 이상 미뤄지지 않을 것.

    둘째,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혐오와 폭언을 근절하는 대책 마련.

    셋째, 4.16 생명안전공원이 하루빨리 완공될 수 있도록 지원해 줄 것.

    참사 당일 대통령 기록물을 비롯한 정부 기관의 자료 공개도 강력히 요청했습니다.

     

    유가족 대표 김종기 운영위원장(단원고 2학년 1반 고 김수진 학생 아버지)

    "오늘 대통령님의 참석은 12년을 기다려온 저희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에게 가장 따뜻한 위로"라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도 잊지 않았습니다. 진상 규명 완수, 책임자 처벌, 그리고 4.16 생명안전공원으로 흩어진 아이들을 데려오는 일. 그것이 남은 과제임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같은 교복, 같은 언덕 - 후배가 전한 기억 편지

    이번 기억식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장면이 있었습니다. 예년에는 세월호 생존자가 희생 학생들에게 기억 편지를 전해왔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단원고등학교 현재 재학 중인 2학년 학생이 선배들에게 직접 편지를 낭독했습니다. 12주기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기억식에 참여한 참여자들 모습]
     

    "선배님들이 입으셨던 붉은색 체육복과 교복을 입고 저희도 매일 학교 언덕을 오릅니다. 숨이 조금 차오르는 그 길을 지나 복도를 걷고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그 평범한 일상이 어느 순간부터는 더 이상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똑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언덕을 오르는 후배가 선배의 이름을 부르는 그 장면은 기억이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단원고 후배들의 다짐처럼, 기억하는 일이 더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는 힘이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함께한 이들의 목소리 - 연대가 치유가 되다

    기억식 현장에는 유가족과 시민만이 아니라 지역의 정치인들도 함께했습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시의원 예비후보 박민정 후보는 기억식을 마친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억은 힘이 세고, 연대는 치유가 되며, 책임은 변화를 만듭니다. 오늘 기억식에서 맞잡은 손길들은 서로에게 치유가 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을 것입니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이 우리 사회를 더 안전하고 따뜻하게 만드는 단단한 씨앗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기억식 장소 바닥한켠에 쓰여진 메시지 기억, 약속, 책임]
     

    기억식에서 맞잡은 손 하나하나가 치유가 된다는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12년 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힘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대에서 나왔다는 것을, 그 말이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습니다.

     

    오후 416, 사이렌이 울릴 때

    기억식 마무리 즈음, 사회자가 말했습니다.

    "12회 동안 세월호 앞에 선 우리가 가장 많이 되뇌었던 말은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였습니다."

    무대 위로 12개의 노란 바람개비가 돌고 있었습니다.

     
    [기억식 진행 아나운서]
     

    오후 416, 안산 시내에 사이렌이 울렸습니다. 304명의 이름을 기억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잠시 눈을 감았습니다. 1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그 순간만큼은 2014416일이 어제처럼 느껴졌습니다. 12년째 이 자리를 함께하면서, 올해만큼 뿌듯하게 돌아온 날이 없었습니다.

     

    4·16재단에서 전합니다

    세월호참사 12주기 기억식에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특히 이번 기억식에는 대통령이 처음으로 참석해 희생자를 추도하고 피해가족을 위로하며 손을 맞잡았습니다. 세월호참사 이후 열두 번째 봄, 여러분 덕분에 우리는 기억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 기억이 힘이 되어 진실이 밝혀지고 참사 피해자들의 권리가 온전히 지켜지도록, 단원고 후배들의 다짐처럼 안전 사회를 향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4·16재단은 앞으로도 함께 걸어가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4·16재단 [문자로 안내된 메시지]

    기억식 현장 사진: https://bit.ly/20260416_416foundation

     
    [기억식 참여해서 받은 물품중 노란리본 뒤에 적힌 기억식 식순]
     

    기억의 힘은 셉니다. 기록의 힘도 셉니다. 12년을 포기하지 않고 이 자리를 지켜온 유가족들, 매년 함께해 온 시민들, 이제는 같은 교복을 입고 선배의 이름을 부르는 후배들, 그리고 손을 맞잡으며 연대의 온기를 전한 모든 이들. 그 연결이 있었기에, 올해 드디어 비어 있던 앞자리가 채워졌습니다.

     
    [기억식 참여해서 받은 물품중 식순이 적힌 노란리본]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 기억하는 한, 그 봄은 영원합니다.

     

    이 글은 2026416일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 현장을 직접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12년 만에 채워진 그 자리 -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 현장을 기록하며
    안산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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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21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디지털 시대, 공익활동의 새로운 흐름

    스마트폰 하나로 은행 업무를 보고, 장을 보고, 심지어 투표 정보를 확인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막상 "우리 동네 가로등이 고장 났을 때 어디에 신고해야 하지?", "내 지역 국회의원에게 의견을 전달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질문에는 선뜻 답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시민들이 자신의 일상과 직결된 문제를 공적 영역에 전달하는 일은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높은 문턱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개념이 바로 '시빅테크
    Civic Tech'다. 시빅테크란 시민의 민주적 참여와 공공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분야를 가리킨다. 단순히 정부가 전자민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과는 다르다. 시빅테크의 핵심은 기술이 '정부의 도구'가 아니라 '시민의 도구'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시민이 먼저 문제를 인식하고, 기술을 통해 스스로 목소리를 내며, 그 결과로 공공 기관을 움직이는 방향으로 설계된다.

    이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오랜 역사와 영향력을 가진 단체가 바로 영국의 ‘마이소사이어티mySociety’다. 2003년 설립 이후 20여 년간 영국 시민들이 지역 문제를 신고하고, 국회의원에게 편지를 보내고, 정부 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일을 기술로 쉽게 만들어온 이 비영리단체의 이야기는, 공익활동 생태계를 키우고자 하는 한국 시민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영국 마이소사이어티(mySociety) 홈페이지 mysociety.org


    마이소사이어티의 설립 배경과 철학

    마이소사이어티는 영국 기반의 등록 자선단체로, 원래 이름은 'UK Citizens Online Democracy 영국 시민 온라인 민주주의'였다. 1996년 UKCODUK Citizens Online Democracy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이 단체는 2003년 마이소사이어티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온라인 기술을 활용해 시민들이 시민 참여의 첫걸음을 내딛도록 돕는 선구적인 비영리단체로 자리매김했다.

    설립자 톰 스타인버그
    Tom Steinberg는 당시 동거인이었던 제임스 크랩트리James Crabtree와의 협업에서 영감을 받았다. 크랩트리가 온라인 민주주의 저널
    에 기고한 글 "시빅 해킹: 전자민주주의를 위한 새로운 의제 Civic Hacking: A New Agenda for E-Democracy"가 마이소사이어티 설립의 직접적인 씨앗이 되었다. 이 글은 정부 바깥에서 시민 사회를 직접 강화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담고 있었다. 2004년 25만 파운드의 초기 보조금을 받아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마이소사이어티는, 이후 영국을 넘어 전 세계 시빅테크 생태계의 기준점이 되었다.


    마이소사이어티의 비전은 '사람들이 정보를 갖추고, 연결되며, 자신의 공동체와 세상의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는 공정한 사회'이며, 미션은 '민주적 참여의 장벽을 허무는 디지털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마이소사이어티가 '최소한의 기술'을 철학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화려한 인터페이스보다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단순함을 추구했고, 사용자가 우편번호 하나만 입력해도 자신의 지역 의원이 누구인지, 어느 기관에 신고해야 하는지 바로 연결되도록 설계했다. 기술이 목적이 아니라 수단임을 처음부터 분명히 한 것이다. 현재 마이소사이어티는 민주주의, 투명성, 기후, 커뮤니티라는 네 가지 실천 영역에서 40개국 이상의 시민들을 돕고 있다.



    지역 문제를 지도 위에 올리다 : 픽스마이스트리트(FixMyStreet) 

    마이소사이어티의 플랫폼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2007년에 시작된 '픽스마이스트리트'다. 이름 그대로 '내 거리를 고쳐라'는 뜻이다. 작동 방식은 간단하다. 시민이 스마트폰이나 웹사이트에서 우편번호나 현 위치를 입력하면 지도가 열린다. 거기서 문제가 있는 지점을 핀으로 표시하고, 파손된 도로, 고장 난 가로등, 방치된 쓰레기 등 문제 유형을 선택한 뒤 사진과 설명을 첨부해 제출하면 끝이다. 시스템은 해당 지점이 어느 지방의회 관할인지 자동으로 판단해 담당 기관에 신고를 전달한다. 시민은 자신이 어느 구청에 전화해야 하는지 알 필요도 없다. 신고 이후 처리 과정도 공개적으로 추적할 수 있어, 같은 문제를 공유하는 주민들이 함께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픽스마이스트리트는 2007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로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자신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해왔다. 픽스마이스트리트는 2024~2025년 뉴스픽 하우스 정치기술상에서 '시민들이 지역 인프라 문제를 관련 기관에 직접 신고할 수 있게 해주는 시빅 리포팅 도구'로 평가받으며 실시간 공공 참여를 지원하고 투명성을 높이며 일상적인 지역사회 참여를 강화하는 공로로 인정받았다.

    무엇보다 이 플랫폼의 코드는 오픈소스로 공개되어 있어, 다른 나라의 단체나 개인이 자국 상황에 맞게 변형해 사용할 수 있다. 크로아티아의 NGO Gong
    Građani organizirano nadgledaju glasanje이 'Popravi.to(고쳐라)'라는 이름으로 자국판 서비스를 만든 것처럼, 현재 픽스마이스트리트 플랫폼은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운영되고 있다. 2018년 한 해에만 마이소사이어티의 영국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이 900만 명을 넘었다.



    영국 마이소사이어티가 운영하는 공익활동 플랫폼 중 하나인 픽스마이스트리트 fixmystreet.com


    권력에게 말 걸기 : 라이트투뎀(WriteToThem)과 왓두데이노(WhatDoTheyKnow) 

    '픽스마이스트리트'가 지역 환경 문제를 다룬다면, '라이트투뎀'과 '왓두데이노'는 시민과 권력 사이의 소통 방식 자체를 바꾼다.

    '라이트투뎀'은 시민이 자신의 우편번호를 입력하면 해당 지역구의 하원의원, 상원의원, 지방의회 의원 등을 자동으로 찾아주고, 그 자리에서 바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수신자의 이메일 주소를 찾을 필요도 없고, 어떤 의원이 자신의 지역을 담당하는지 미리 알 필요도 없다. 라이트투뎀은 영국 전역의 시민들이 우편번호를 입력해 자신의 선출직 대표자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하는 서비스로, 많은 구성원과 많은 대표자 사이의 소통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독보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라이트투뎀' 이용자의 절반 이상은 선출직 대표에게 처음 연락해본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에 참여 경험이 없던 사람들이 이 플랫폼을 통해 처음으로 민주주의에 참여했다는 의미다. 단순히 기존 참여자를 돕는 것을 넘어, 참여의 문턱 자체를 낮춘 것이다.

    '왓두데이노'는 영국의 정보공개법
    Freedom of Information Act에 따라 시민이 공공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청구 양식이나 법적 지식 없이도, 원하는 기관을 선택하고 원하는 내용을 입력해 제출하면 된다. 모든 청구 내용과 기관의 답변은 공개적으로 기록되어 누구나 열람할 수 있고, 같은 내용의 청구가 중복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방지된다. 왓두데이노를 통해 이루어지는 정보공개 청구는 영국 중앙정부에 제출되는 전체 청구의 15~20%를 차지하며, 45,000개 이상의 공공기관이 등록되어 있고 80만 건 이상의 청구가 이 서비스를 통해 이루어졌다.

    2023~2024년에는 약 12만 건의 정보공개 청구가 왓두데이노를 통해 제출되었으며, 이는 전년 대비 3% 증가한 수치다. 또한, 라이트투뎀 서비스의 한 활용 사례로, 기후 및 생물다양성 입법을 위한 초당적 지지를 끌어내려는 'Zero Hour' 캠페인이 라이트투뎀 도구를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통합해 지지자들이 각자의 지역 대표자에게 직접 연락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두 플랫폼이 공유하는 공통점은 '출발점은 시민'이라는 원칙이다. 정부가 원하는 방식으로 민원을 접수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방식으로 소통을 시작할 수 있다.


    한국 현황과 비교 : 정부 주도와 시민 주도의 차이

    한국에도 유사한 시도가 없지는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국민신문고와 청와대 국민청원이다. 국민신문고는 행정 민원을 온라인으로 접수하는 정부 운영 시스템으로, 전국 어느 기관에나 민원을 넣을 수 있는 단일 창구로 기능한다. 편의성 측면에서는 큰 진전이었지만, 실제 운영에서는 한계도 드러난다. 답변까지 몇 주에서 수개월이 걸리는 경우가 많고, 관료적 검토 과정을 거쳐 나온 답변은 형식적 내용에 그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된 제도로, 30일 안에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에 대해 정부 관계자가 직접 답변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시민의 관심을 정치적 의제로 전환하는 힘을 보여주기도 했으나, 연구자들이 지적한 문제점도 있었다. 법적 근거 결여로 인한 폐쇄적 운영, 권력집중 및 권력남용의 통로로 악용, 일부 세력의 다중 투표 등을 통한 여론 왜곡 가능성, 부실한 답변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결국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사실상 폐지되었다.

    마이소사이어티의 플랫폼들과 한국의 이러한 시도들 사이에는 구조적인 차이가 있다. 한국의 경우 대부분 '정부가 문을 열면 시민이 들어가는' 방식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폐지된 것이 대표적이다. 플랫폼의 존속 자체가 권력의 결정에 달려 있다. 반면 마이소사이어티의 플랫폼들은 민간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며, 코드를 오픈소스로 공개해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서비스가 지속되고 다른 곳에서 복제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픽스마이스트리트는 시민이 문제를 제기하면 자동으로 해당 기관이 통보되는 구조라, 시민이 '어디에 말해야 하는지'를 알 필요가 없다. 반면 국민신문고는 어느 기관에 민원을 넣어야 하는지 시민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차이도 있다.

    물론 제도적 맥락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시민이 출발점인 설계'와 '지속 가능한 독립적 운영'이라는 두 가지 원칙에서 한국의 공익 디지털 생태계가 배울 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에 주는 시사점

    마이소사이어티의 사례는 경기도 공익활동 단체와 활동가들에게도 여러 질문을 던진다.

    첫째, 기술은 낮은 곳에서 시작해야 한다. 마이소사이어티의 성공은 복잡한 기술이 아니라 '누구나 쓸 수 있는 단순함'에서 비롯됐다. 우편번호 하나, 지도 위의 핀 하나로 시작하는 설계는 IT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들도 참여할 수 있게 한다. 경기도의 31개 시·군에서 다양한 공익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 활동들이 시민들에게 어떻게 닿고 있는지, 참여의 첫 문은 얼마나 낮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둘째, 공공 데이터와 오픈소스의 힘을 활용해야 한다. 마이소사이어티는 플랫폼 코드를 공개해 크로아티아, 그리스 등 여러 나라가 자국 버전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경기도의 공익활동 데이터와 자원도 공개적으로 공유될 때 더 큰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아카이브 에디터들이 기록하는 공익활동 콘텐츠가 단순히 홈페이지에 게시되는 것을 넘어 더 넓은 공익 생태계와 연결되는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지속 가능성은 독립성에서 나온다. 마이소사이어티는 보조금과 상업적 서비스를 결합해 재정적 독립성을 유지한다.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한국의 공익활동 지원 구조에서도 이런 지속 가능성의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된다. 단기 프로젝트 방식의 지원을 넘어 공익활동의 생태계 자체를 키우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넷째, 참여의 기록이 곧 민주주의의 기반이다. 왓두데이노가 80만 건 이상의 정보공개 청구를 공개 기록으로 남겨온 것처럼, 시민의 참여와 목소리가 기록되고 축적될 때 그것은 개인의 행위를 넘어 사회적 자원이 된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아카이브 에디터 활동이 추구하는 바도 같은 맥락에 있다. 기록은 단순한 홍보가 아니라, 공익활동이 사회 속에 뿌리를 내리는 방식이다.



    마무리 : 기술보다 중요한 것

    마이소사이어티가 20년 넘게 영향력을 유지해온 비결은 기술이 아니다. 물론 플랫폼은 잘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 바탕에는 "시민은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고, 그 믿음이 설계에 반영되었다.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시민, 의원에게 편지를 보내는 시민, 동네 도로를 사진으로 찍어 신고하는 시민 — 이 모든 행위가 작은 것처럼 보이지만, 마이소사이어티는 그 작은 행위들이 모이면 세상이 달라진다는 것을 데이터로 증명해왔다.

    경기도에서 공익활동을 이어가는 단체와 활동가들도 마찬가지다. 한 편의 기사가, 한 번의 취재가, 한 장의 사진이 혼자서는 세상을 바꾸지 못하더라도, 쌓이고 연결될 때 그것은 공익활동 생태계의 토양이 된다. 마이소사이어티의 사례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살아있는 증거 중 하나다.




    카드뉴스 제작 6기 아카이브 에디터 남철우(디어) 


     

    참고 자료

    • mySociety 공식 홈페이지 - About : https://www.mysociety.org/about/
    • mySociety 공식 홈페이지 - History :https://www.mysociety.org/about/history/
    • mySociety Year in Review 2022 : https://2022.mysociety.org/
    • mySociety - New report: WriteToThem Insights (2025.12.11.) : https://www.mysociety.org/2025/12/11/new-report-writetothem-insights/
    • mySociety - Statement from mySociety regarding misuse of FixMyStreet data (2024.02.06.) : https://www.mysociety.org/2024/02/06/statement-from-mysociety-regarding-misuse-of-fixmystreet-data/
    • SocietyWorks - FixMyStreet celebrated in Newspeak House Political Technology Awards : https://www.societyworks.org/category/fixmystreet-com/
    • Civic Tech Guide - mySociety : https://directory.civictech.guide/listing/mysociety
    • Escher, T. (2011). WriteToThem.com Analysis of users and usage for UK Citizens Online Democracy. Oxford Internet Institute. https://www.mysociety.org/files/2011/06/WriteToThem_research_report-2011-Tobias-Escher.pdf9. 이성우 외 (2021). 새로운 국민소통 플랫폼으로서 청와대 국민청원 현황과 법제도적 개선방안을 중심으로. 법과정책. 

     


    시민이 정부를 움직인다 : 영국 마이소사이어티 사례로 본 공익활동 플랫폼의 가능성
    디어

    조회수 572

    2026-04-01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미래를 내버려 두지 말자"

    기술과 데이터,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요즘처럼 AI라는 단어가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시대에, 공익활동 현장도 이제 더 이상 기술과 무관할 수 없습니다. 예전에는 공익활동이라고 하면 사람을 만나고, 손을 잡고, 현장을 뛰어다니는 일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그 현장을 어떻게 기록하고, 어떤 데이터를 남기고, 그 데이터를 통해 어떻게 다시 사람을 위한 변화로 연결할 것인가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공익활동이 갑자기 기술 중심의 세계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로, 기술과 데이터는 사람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그 점에서 지난 3월 24일,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열린 포럼은 참 의미 있는 자리였습니다. 임팩트얼라이언스, 계단뿌셔클럽, 녹색전환연구소 등 각계 활동가들이 모여, 기술과 데이터를 공익활동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 약 3시간 동안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큰 메시지였습니다.

    포럼의 제목이기도 했던 “미래를 내버려 두지 말자”는 말은, 단순히 기술을 빨리 배우자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앞으로 공익활동 현장이 어떤 방식으로 변화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누가 서 있어야 하는지를 다시 묻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공익활동은 늘 그렇듯, 가장 먼저 현실을 마주합니다. 사람들의 삶이 달라지고, 사회문제가 복잡해지고, 기존의 방식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쌓여 가는 자리에 늘 공익활동 현장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포럼이 더 중요하게 느껴졌습니다. 기술 이야기를 하면서도 결국 사람 이야기로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지난 3월 24일,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열린 '미래를 내버려 두지 않는 법 : 기술·데이터 활용 공익활동의 방향과 사례' 포럼


    건강한 데이터를 만드는 조건은 ‘시민성’ 

    기조 발제를 맡은 임팩트얼라이언스의 박정웅 팀장은 AI가 학습하는 텍스트의 기반이 점점 고갈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데이터는 많아 보이지만, 실제로 AI가 학습할 수 있는 충분하고도 건강한 데이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뜻입니다. 특히 한국어 데이터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앞으로 공익활동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데이터의 가치가 훨씬 더 커질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이 말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공익활동 현장은 마냥 ‘좋은 일’을 하는 곳으로만 비치기 쉽지만, 사실은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고 새로운 증거를 쌓아 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목소리, 변화의 과정, 실패와 시행착오, 반복되는 문제와 해결의 흔적들이 모두 데이터가 됩니다. 그리고 그 데이터는 나중에 정책을 바꾸고, 제도를 개선하고, 더 나은 공공서비스를 만드는 근거가 됩니다. 즉, 공익활동은 단순한 실천을 넘어, 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기록의 장이기도 한 셈입니다.

    박정웅 팀장이 강조한 또 하나의 메시지는 건강한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소수의 뛰어난 개인이 아니라 ‘시민성’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이 말이 참 마음에 남았습니다. 데이터를 잘 다루는 몇몇 전문가만으로는 공익활동의 세계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현장에 있는 많은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각자의 경험을 나누고, 서로 다른 시선을 모을 때 더 건강한 데이터가 만들어집니다.
    공익활동의 데이터는 어디선가 위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살아 있는 사람들의 경험으로부터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 데이터가 숫자만이 아니라 삶을 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삶을 바탕으로 기술이 작동할 때 비로소 공익적 의미가 생깁니다.

     

    AI, 기술 아닌 언어로 받아들이자 

    이날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부분 중 하나는 AI를 바라보는 관점이었습니다. 보통 우리는 AI를 떠올리면 ‘기술을 잘해야 한다’, ‘남보다 더 빨리 익혀야 한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불안부터 느끼기 쉽습니다. 그런데 박정웅 팀장은 AI를 기술(skill)로만 보지 말고 언어로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표현이 참 좋았습니다. 기술로만 보면 늘 경쟁이 생기고,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으로 나뉘기 쉽습니다. 하지만 언어로 생각하면 조금 다릅니다. 언어는 배우고 익히고 자주 쓰면서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누구나 서툴 수 있고, 누구나 배워 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AI는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라, 공익활동 현장에서 서로를 연결하는 새로운 언어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말은 “우리는 AI를 잘하는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고, 전문가와 현장 사이를 원활하게 이어줄 통역사가 되는 것이 핵심”이라는 대목이었습니다. 이 말은 공익활동의 본질과도 닿아 있습니다. 공익활동은 늘 사람과 사람 사이, 제도와 현장 사이, 말과 삶 사이를 연결하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AI 시대의 공익활동가에게 필요한 것도 결국 기술 자체를 뽐내는 일이 아니라, 그 기술이 현장에 어떻게 번역되고 적용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능력일 것입니다. 기술은 어렵고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언어로 바꿔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살아 움직입니다.

    박정웅 팀장은 또 데이터와 기술 활용의 핵심은 결국 ‘증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부분도 매우 현실적이었습니다. 공익활동은 많은 경우 좋은 의도와 열정으로 시작되지만, 그것만으로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왜 이 문제가 중요한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어떤 지원이 실제로 효과가 있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공익활동 현장에서의 데이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변화의 증거입니다. 사람들은 숫자를 보면 움직이고, 사례를 보면 이해하며, 근거를 보면 설득됩니다. 따라서 우리가 하는 일과 그 결과를 텍스트로 남기고, 데이터로 정리하고, 필요하면 공공과 민간이 함께 데이터셋을 구축하는 일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술은 결국 상향 평준화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차이는 어디에서 생길까요? 바로 어떤 현장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생성하고, 개방하고, 축적하느냐에서 차이가 생긴다는 말이 깊게 남았습니다.
     


    공익활동 현장에서 기술·데이터 활용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결국 사람과 현장에 답이 있다

    이어진 사례 발표에서는 실제 현장에서 기술과 데이터가 어떻게 사람과 연결되는지 더 생생하게 다뤄졌습니다. 먼저 ‘계단뿌셔클럽’의 박수빈 대표는 이동약자의 이동권 문제를 시민 참여형 데이터 수집으로 풀어가는 과정을 소개했습니다.

    사실 이동권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문제이지만,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계단 하나, 턱 하나, 경사로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큰 장벽이 됩니다. 이런 문제를 시민이 직접 기록하고, 함께 공유하고, 해결 방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매우 뜻깊습니다. 단순히 데이터를 모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참여자들이 “누군가를 돕는 사람”이 아닌 “함께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감각을 갖도록 커뮤니티를 설계했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말은 결국 공익활동의 핵심이 참여자들의 세계를 넓히는 데 있다는 뜻처럼 들렸습니다. 나와 상관없는 것처럼 보이던 일에 참여하면, 그 순간 나의 세계도 함께 넓어집니다. 공익활동은 바로 그런 확장의 경험을 만들어 주는 일입니다.

    녹색전환연구소의 고이지선 팀장이 소개한 ‘1.5℃ 계산기’ 역시 기억에 남았습니다. 개인의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시민들의 일상과 탄소 문제를 연결해 보여주는 도구라는 점에서 굉장히 직관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녹색전환연구소가 원래 기술이나 데이터에 익숙한 조직이 아니었다는 고백이었습니다. 데이터가 부족한데 가능할까 고민했지만, 해보니 되더라는 말은 많은 공익활동가들에게 큰 용기를 주었을 것 같습니다. 기술에 겁먹지 말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는 공익활동 전반에 그대로 적용됩니다. 결국 도구는 도구일 뿐입니다. 중요한 건 그 도구를 통해 무엇을 바꾸고 싶은가 하는 질문입니다.

    질의응답에서 나온 “사람과 현장에 쓸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AI를 쓴다”는 말도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AI를 쓰는 이유가 편리함 그 자체가 아니라, 결국 사람을 만나고 현장에 머무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

    공익활동의 진짜 변화는 늘 현장에서 시작됩니다. 책상 앞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같이 고민하고, 함께 움직이는 시간 속에서 생깁니다. 그렇다면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업무를 AI로 줄이고, 그 시간만큼 사람을 더 만나고 현장을 더 깊게 보는 것은 오히려 공익활동의 본질에 가까운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기술·데이터 활용한 공익활동으로 소개된 '녹색전환연구소' 사례 


    기술과 데이터가 공익활동이 만날 때 

    이번 포럼이 특별했던 이유는, AI가 공익활동의 위기라는 식의 비관으로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기술과 데이터가 공익활동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줄 수 있다는 점을 함께 확인한 자리였습니다. 물론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잘못 쓰이면 사람을 더 배제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방향으로 쓰느냐입니다. 그리고 그 방향을 정하는 것은 결국 현장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현장을 아는 사람, 사람의 사정을 아는 사람, 제도와 삶 사이의 간격을 경험해 본 사람들만이 기술을 공익의 언어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공익에서 기술과 데이터 활용은 결코 기술 만능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각기 다른 상황과 조건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하는 일입니다. 어떤 사람은 계단 하나가 장애가 되고, 어떤 사람은 긴 설명이 필요하고, 어떤 사람은 숫자보다 먼저 마음의 안전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공익활동에서 기술과 데이터는 사람을 다 같게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서로 다른 조건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도구여야 합니다. 그 이해가 있을 때 비로소 데이터는 살아 있고, 기술은 따뜻하며, 공익활동은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습니다.

    결국 AI 시대에 공익활동 현장이 고민해야 할 것은 단순합니다. 기술을 얼마나 빨리 배우느냐보다, 그 기술을 통해 누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가.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쌓느냐보다, 그 데이터가 누구의 삶을 바꾸는 근거가 되는가. 그리고 AI를 얼마나 잘 쓰느냐보다, 그 시간과 에너지를 사람과 현장에 얼마나 더 쓸 수 있게 되느냐. 그 질문에 성실하게 답하는 현장이야말로, AI 시대에도 가장 인간적인 공익활동 현장일 것입니다.
     


    기술ㆍ데이터 활용 공익활동의 방향과 사례 포럼
    럭비공

    조회수 630

    2026-03-31
  • ※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부천 보육교사의 비극과 ‘쉴 권리’

    젊은 20대 돌봄 노동자는 독감 확진 후에도 출근했다. 그리고 사망했다. 경기도 부천, 한 사립유치원 교사에게 벌어진 일이다. 그는 1월 27일 B형 독감 확진을 받고도 사흘간 근무한 후 1월 30일 오후 조퇴했다. 그 후 31일에 입원한 뒤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2월 14일에 20대 돌봄 노동자는 사망했다. 사인은 B형 독감으로 인한 연쇄 구균 독성쇼크 증후군과 패혈성 쇼크로 알려졌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황당하고 원망스럽다. 밥 먹고 살려고 일하는 건데, 아픈 몸을 제때 돌보지 못하고 출근해야 하는 상황은 모순적이다. 일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이 존재하는 걸까? 인간은 목적 그 자체여야 한다지만, 실상을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아파본 노동자라면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해 회사 업무에 차질이 생길 때, 회사에 눈치가 보였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출근을 못 한 만큼 소득이 감소할 것이라는 걱정, 나를 대신해 업무를 떠맡을 동료에 대한 미안함, 해고라는 두려움. 이 셋 중 하나 이상을 경험한다. 

    병가는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의무 사항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업무와 관련없는 질병이나 부상은 무급으로 허용되나, 회사 규정에 따라 유급으로 처리할 수도 있다. 많은 노동자들이 소득 감소에 따른 생계유지 어려움을 예상해 아픈 몸을 일으켜 회사로 출근한다. 카드값과 월세, 자녀 학원비, 부모 요양비 등을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술이나 입원 등으로 출근조차 하지 못하면 소득 감소로 인한 타격은 고스란히 노동자 개인의 몫이 된다. 비상금 대출을 알아보거나 지인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한다. 
     

    아프면 쉴 권리 보장 3법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5년 9월, 49개 시민사회노동단체가 모여 아프면 쉴 권리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을 출범했다. 공동행동의 주된 목적은 제대로 된 상병수당 제도화의 실현이다. 공동행동은 2024년 7월, 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아프면 쉴 권리 보장 3법' 발의 기자회견을 했는데, 3법이라고 하면 「국민건강보험법」, 「근로기준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개정을 의미한다.

    개정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은 건강보험 가입자나 피부양자가 질병 또는 부상으로 소득에 손실이 있는 경우 상병급여를 지급하고, 지급액을 최저임금 이상으로 보장하도록 하는 것이다. 상병급여(또는 상병수당)란 업무 외 질병·부상으로 일을 못 할 때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이다. 2022년부터 시범 사업을 운영하였으며 2025년 하반기부터 정식으로 도입될 예정이었으나 2027년으로 연기되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질병휴가를 연간 60일 범위에서 유급으로 보장하고, 평균임금 해당 금액을 지급하도록 하되 국가가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근로자에게 질병휴가급여를 직접 지원하여 사용자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국제노동기구(ILO)는 '사회보장 최저기준에 관한 조약'을 통해 유급질병휴가를 법률로 보장하도록 각 국가에 권고해왔으나 우리나라는 이를 보편적 공적 제도로 도입하지 않았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은 업무상 재해 인정과 산재 요양급여 결정하기 전에 「국민건강보험법」상 상병급여를 노동자에게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산재 요양급여 결정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아프면 쉴 권리 보장 3법’은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해 노동자가 소득 감소라는 생계 위협을 겪지 않을 수 있도록 보호한다. 개정안을 읽으면서 필자에겐, “아프면 걱정하지 말고 쉬어라. 소득을 유지할 수 있게 하겠다.”라는 메시지로 들렸다. 이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은 2024년 11월 14일 상임위원회에 처음 법안이 소개되었고 소위원회로 넘어갔으나, 2026년 현재까지 계류 중이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쉬겠다” 말할 수 있는 환경부터 보장돼야

    공동행동 출범식에서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이 “우선 쉬겠다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1고 말한 것처럼, ‘아프면 쉴 권리’는 월급 보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유급병가나 유급휴가가 있더라도 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체 인력이 없어, 나의 휴식이 곧 동료의 독박 노동으로 이어지는 환경에 놓인 노동자들이다. 인력 공백을 개별 노동자의 희생으로 메우는 구조는 노동자를 제때 쉴 수 없게 한다. 내가 휴식을 가질 때, 내 업무로 인해 옆자리 동료가 야근해야 하는 상황인 게 눈앞에 뻔히 펼쳐진다면 무리해서라도 출근하게 된다. 동료에게 미안하기 때문이다. 「전라북도 보육교사 근로환경 실태 및 지원방안 연구」(2018)2에 따르면 어린이집 내 휴가 사용에 대한 분위기는 자유롭지 않으며(63.9%) 그 이유로는 '동료가 힘들어진다'(34.9%)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이미 1인분의 업무를 하고 있는 동료에게 전가할 게 아니라,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만약 모든 직원이 평소 70~90%의 업무량만 맡는다면 어떨까? 소프트웨어 개발과 프로젝트 매니저로 20년 넘는 경력을 가진 톰 디마르코는 그의 저서『SLACK』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100% 가동률을 목표로 하는 조직은 역설적으로 가장 비효율적인 조직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모든 직원이 1인분의 업무량을 갖고 있다면,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을 때 시스템이 마비되거나 동료들의 과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조직이 건강하게 작동하려면 언제든 동원할 수 있는 남은 자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돌봄 종사자는, 자신의 업무 공백으로 인해 동료뿐만 아니라 돌봄의 대상 또한 희생될 처지에 놓인다. 「경상남도 사회서비스 종사자 처우개선 연구-돌봄노동자를 중심으로」(2020)3를 살펴보면,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기관 이용자들에 대한 서비스 공백에 대한 우려’(28.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보육교사 역시 “보육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15일간의 유급휴가를 여름과 방학기간에 몰아 쓸 수 있을 뿐 개인의 사정에 따라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려운 구조”가 견고하다는 것을 알 수있다. 

    이러한 노동 환경에서 노동자는 아프면 안 된다. 상상해 보자. 어느 날 아침, 눈을 떴는데 온몸이 아프다. 출근은커녕 몸도 일으키기 어렵다. 당신은 직장 상사에게 뭐라고 말할 것인가? “안녕하세요. 부장님. 제가 몸이 너무 아파서요. 죄송하지만 오늘 출근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렇다. 아픈 것은 잘못이 된다. 

    질병이나 부상이 있는 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비단 노동 환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쉽게 아픈 몸을 지워버린다. 건강하고 효율적인 몸만을 기본값으로 여기며, 그렇지 않을 때는 개인 관리의 부족으로 떠넘긴다. 건강은 선이고, 질병이나 부상은 악이 된다. 그러나, 질병은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노동 현장이 질병을 포용하기 위해선 사회가 먼저 질병이 있는 몸도 시민으로 인정하고 사회 정책과 제도를 수립하여야 한다. 그리하였을 때, 노동 현장에서도 안 아픈 상태로 복귀할 때까지만 유예해 주는 방식이 아닌 아픈 몸을 가친 채로도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B형 독감 판정 후에, 20대 교사가 부담 없이 원장과 동료에게 “독감에 걸렸습니다. 병가를 내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원장과 동료는 “걱정하지 마시고 푹 쉬고 오세요”는 진심 어린 걱정과 위로를 건넬 수 있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 이미 늦었지만, 더 늦지 않기를 소망한다.

    1 “‘아프면 쉴 권리 공동행동’ 출범... 상병수당 제도화 촉구”, <오마이뉴스>, 2025.09.10., (접속일: 2026.03.28.)
    2 이주연, 「전라북도 보육교사 근로환경 실태 및 지원방안 연구」, 정책연구 2018-11, 전북연구원, 2018,  여성정책연구소, 158쪽
    3 임채영, 염동문, 박해긍, 「경상남도 사회서비스 종사자 처우개선 연구∥-돌봄노동자 중심으로」, 연구보고서 2020-2, 경상남도사회서비스원, 81쪽

     


    아픈 몸은 죄가 아니다 : 부천 보육교사의 비극과 ‘쉴 권리’
    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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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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