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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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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공익을 말할 때 보통 거창한 장면을 떠올리곤 합니다. 이름이 붙은 운동, 조직화한 캠페인, 많은 사람이 모인 현장 혹은 뉴스에 등장하는 활동가들의 모습일 수도 있겠네요. 개인보다는 공익을 생각하는 사람은 무엇인가 특별하거나 자격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내 코가 석 자다’라는 자조적인 말이 내 마음 밖으로 새어 나오는 순간이 있는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모든 것이 새로 시작되는 춘삼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뉴스레터 <공익ON>은 군포의 한 동네의 작은 빵집에서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이 작은 빵집을 운영하는 사람은 고재영 대표인데요. 구호보다는 루틴으로, 특별한 자격보다는 진실한 마음으로. 일상의 공익을 실천하는 분입니다. 여러분도 <공익ON> 3월호의 주인공인 고재영빵집의 고재영 대표님을 함께 만나보시면서 함께 일상 속 공익활동의 비밀을 파헤쳐 보지 않으시겠어요? 
     


    <공익ON> 3월호의 주인공인 고재영빵집의 고재영 대표님

     

    일상 속 공익활동의 비밀, 첫 번째. “저는 군포에서 빵집하는 고재영입니다.” 

    군포시 오금동 퇴계 1차 아파트 상가 1층에 위치한 고재영 빵집은 아늑하고 아기자기한 공간입니다. 하지만 빵을 사랑하는 마음과 빵으로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고재영 대표님은 늘 간결하게 자신을 소개합니다. ‘군포에서 빵집을 하는 고재영입니다’. 이 담백한 말 안에는 어떠한 과장도 없죠. 하지만 고재영 대표가 매일 문을 열고, 반죽을 치대고 오븐을 달구는 그 공간에서는 작지만 분명한 변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늘 변함없이 빵을 구워내고 있는 고재영 대표님


    고재영 대표가 꾸준히 하고 있는 공익활동 중 하나는 빵을 기부하는 것입니다. 매화종합사회복지관, 늘푸른 노인복지관, 군포시노인복지관, 1388공유냉장고, 군포시노인요양센터, 늘푸른장애인주간보호센터를 비롯한 여러 곳에 빵을 기부하고 있습니다. 식단에 늘 유의해야 하는 당뇨 환자를 위한 현미미강건강 빵을 만들기도 했죠. 고재영 대표는 자신이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일부터 실천해 나갔습니다. 고재영 대표에게 빵은 추억이자, 현실이고 동시에 사랑이었습니다. 그런 빵을 나누면서 자신의 따뜻했던 추억과 사랑을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 빵으로 추억과 사랑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헌혈증을 모아서 기부하는 활동에도 동참했습니다. 현재는 민원이 제기되어 잠시 쉬어가고 있지만, 시민들이 헌혈증을 가지고 가면 식빵과 바꾸어 주고 필요시 위급 환자에게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현재까지 20여 년 동안 약 3,000여 장이 기부되었답니다. 이 역시 고재영 대표의 빵에서 시작된 활동입니다. 고재영 대표는 이 활동을 통해서 여러 공익활동에 대한 참여를 권유받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다시 참여하게 된 활동이 바로 ‘미리내 가게 운동’입니다. 그는 군포에서 1호로 미리내 가게에 참여한 사람이기도 한데요. 미리내 가게 운동은 전국 약 600여개의 점포가 참여하고 있는 공익활동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이탈리아의 ‘서스펜디드 커피(Suspended Coffee) 운동’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은 다음 사람을 위해 카페에 간 사람이 미리 돈을 내주던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고재영빵집 역시 누군가 뒷사람을 위해 빵을 더 계산하고 가면 빵조차 사 먹기 어려운 이들이 빵을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고재영 대표의 공익활동은 현재까지도 빵에서 시작해서 점차 더 많은 사람을 위한 공익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활동에는 중요한 공익활동의 전환이 숨어 있는데요. ‘도와주는 사람’과 ‘도움받는 사람’을 구분하기 보다는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자연스럽게 도움이 선순환을 이룰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해준다는 점입니다. 손님은 자신의 선의를 남기고, 가게는 관리를 하면서 이어주고 이를 통해 누군가는 도움을 받죠. 그렇게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한 사람이 다시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도 하면서, 누군가 주체가 되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도움의 선순환 속에 있게 되는 것입니다.

    고재영빵집은 거창하지 않은 단순한 방식으로 공익활동의 지속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생업을 이어 나가면서도 주변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거두지 않으려는 노력이 지금의 고재영빵집과 고재영 대표를 만든 것이죠. 거창한 계획에서 시작하려고 하지 마시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로 다른 이들을 도울 방법을 떠올려 보는 것이 일상 속 공익의 첫걸음이 아닐까요? 

     

    일상 속 공익활동의 비밀, 두 번째. “내가 시작한 공익활동이지만, 모두의 도움으로 완성된다.”


    고재영 대표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는 늘 자신이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나 소감보다는 활동에 참여해 준 이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줍니다. 가령, 이사 갔던 주민이 다시 자신의 빵집을 찾아와 크리스마스 때 저소득층을 위해 케이크값을 미리 내고 가는 것을 보고 감동했다는 이야기나, 멀리서 빵을 배달하는 손님이 주문한 금액보다 더 결제하면서 미리내 가게 운동에 동참해 주었다는 이야기는 모두 그의 남다른 ‘자랑’입니다. 가수를 하는 분들은 노래교실 무료 이용권을 놓고 가기도 한다는 그의 말에는 일상처럼 공익활동에 참여하는 시민들을 향한 자랑스러움이 묻어 있으니 말입니다. 
     


    군포시자원봉사센터 홍보 기자단으로 활동하는 고재영 대표님

     

    고재영 대표님의 공익 실천은 빵을 매개로 하고 있지만 결국 사람을 향합니다. 군포시자원봉사센터 홍보 기자단, 군포시직업체험처, 교육부인증진로체험기관, 군포시 1388 청소년지원단으로 활동하고 군포시 100인 위원회의 지역경제 소위원회에 참여하는 등 지역의 프로그램에 적극적인 관심을 두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죠. 그리고 이런 이유로 고재영 대표님이 유독 관심을 두고 하는 활동 중 하나가 바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지원입니다.
     


    (위, 아래) 청소년들에게 재능 기부를 실천하고 있는 고재영 대표님

     

    고재영빵집은 교육기부 진로체험 인증기관이 되어 파티시에(patissier)라는 직업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고재영 대표님은 경기도교육청에서 진행한 휴먼 라이브러리 활동에 참여하면서 빵집과 나눔에 대해서 학교마다 찾아다니면서 강의를 진행하기도 하면서 인생의 가치관이 형성되는 시기이기도 한 청소년기에 더 많은 학생이 자신의 직업과 기부, 공익활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그의 값진 노력입니다. 특히 요즘 청소년기에 있는 학생들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공동체와 단체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많이 사라지기도 했는데요.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인 만큼 그들이 일상 속 공익활동에 관해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우리가 모두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개인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공익활동이지만, 모두의 참여와 관심으로 이어지고 완성된다는 사실을 늘 잊지 않는 것이 오래 행복한 마음으로 공익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의 비밀이 아닐까요? 
     

    일상 속 공익활동의 마지막 비밀. “공익활동은 원래 우리 삶의 일부였습니다.”


    사실 고재영 대표의 빵집은 인터넷에 검색만 해봐도 후기가 여럿 나오는 군포 맛집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매장에 들어서면 여러 표창장과 활동 인증서들이 놓여 있죠. 방송 출연도 여러 번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빵집에 더 많은 표창장과 상이 놓여도, 맛집을 인증하는 후기들이 계속 쌓여가도 그가 공익활동에 참여하면서 떠올리는 건, 어린 시절을 보냈던 김제의 시골 마을입니다. 

    고재영 대표님은 전라북도 김제 시골 마을에서 자랐습니다. 그곳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인 기억은 ‘무엇이든 함께 했던 기억’이라고 하는데요. 어려운 일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나서던 사람들, 밥을 안 먹은 사람이 있으면 들어와서 한술 뜨고 가라고 권했던 목소리가 고재영 대표를 자연스럽게 나눔의 길로 이끌었다고 합니다. 김제농업고(현 김제농생명마이스터고)에서 식품가공과를 나와 제빵사로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여러 제과점에서 일을 배웠죠.

    이후 먼저 군포시에 자리 잡고 있던 처형을 따라 군포에 자리를 잡으며 고재영빵집을 열기까지 아주 바쁜 삶을 이어왔습니다. 가정을 꾸리고 먹고 살길을 마련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도 그렇듯,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죠. 군포시로 오기 전에도 고재영 대표님은 굿네이버스에 기부하는 등 일상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마음에서 무엇인가 빠진 것만 같은, 부족한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무엇이든 자연스럽게 나누고 함께 하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자신을 부르는 것만 같은 자신 안의 마음에 답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고재영빵집을 열면서는 화려한 결과보다는 지속성과 선순환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습니다.

     


    군포소상공인 소셜클럽 일원으로서 코로나-19로 고생하는 보건소에 물품을 기부한 모습

     


    자율방범대원으로 활동 중인 고재영 대표님


    그 옛날 우리가 자연스럽게 나누었던 따뜻한 정의 회복을 꿈꾸며, 고재영빵집은 오늘도 매일 같은 시간에 가게 문을 열고 닫습니다. 공익활동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 아닐까 합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고 큰 이벤트를 만드는 것도 물론 나름의 역할이 있지만 오래 이어지는 작은 실천을 유도하는 것이 공익의 확산에 있어서는 필수적이죠. 고재영 대표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공익활동의 방향이 ‘우리가 잊었던 것을 기억해 내는 것’에 있음을 시사합니다. 바쁜 일상에 존재해 왔지만, 우리가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마음을 되돌아보는 것이 바로 일상 속의 공익을 실천하는 마지막 비밀이 아닐까요? 

     

    안녕, 2026! 올해는 일상 속의 공익을 실천하는 해!

    <공익ON> 3월호의 주인공인 고재영빵집의 고재영 대표님을 만나보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저는 공익활동에 임하는 내 마음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결심의 크기보다는 지속의 길이가 중요하다는 아주 간단한 사실을 누구보다 성실하게 실천하고 계시는 고재영 대표님을 보면서 공익활동의 본질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게 되었답니다. 흔한 격언이기는 하지만, 성공의 비결은 바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실천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죠. 빵이 발효를 거쳐야 비로소 제맛을 내듯, 실천도 그만큼의 시간과 지속이 필요한 것이죠. 오늘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재영 대표님의 빵집과 꼭 똑같지 않아도 됩니다. 여러분의 공간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의 일상은 과거의 어떤 따뜻한 마음을 불러일으키게 될까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질문을 하고 싶은 날입니다. 여러분의 일상 속 공익도 따뜻한 봄에 태양을 만난 새싹처럼 무럭무럭 자라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언제나 한결 같이 일상 속 공익을 실천하는 고재영 대표님 

     


     

    혼자여도 공익입니다
    옐로구피

    조회수 62

    2026-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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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이 지나고 비대해진 몸뚱이를 바라보다 동네 산책에 나섰다. 피부에 와닿는 바람이 묘하게 따뜻해진 걸 보니 겨울의 끝자락인가 보다. 동네의 둥그런 잔디밭을 세 바퀴 돌면 1km. 때로는 걷고 때로는 뛰는 나의 러닝 트랙이기도 하다. ‘동네’라고 부르는 이곳은 나의 집이자 일터인 ‘위스테이 별내’ 아파트다. 어느덧 이곳에서 여섯 번째 봄을 기다리고 있다.
     

    달력 대신 흐르는 ‘공동체력’

    정기총회가 열리는 3월이 오기 전, 비교적 조용한 2월을 보내는 중에 입주민 카페에 새 글이 올라온다. 정월대보름을 맞아 쥐불놀이를 하고 나물을 나눠 먹자는 돌봄소위원회의 글이다. 글을 보니 비로소 또 다른 계절이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한다.
     

     

    불과 6년 전만 해도 나는 절기니 풍습이니 하는 것들에 무심했다. 골목 놀이의 기억을 간직한 나름 ‘끼인 세대’였지만 각자도생의 시대를 살아내느라 공동체적 감각은 점점 흐려졌다. 그나마 아이 숙제를 핑계로 큰 명절에 한복을 입히고 귀여운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SNS에 기록하는 날이 내게는 절기였다.

    하지만 이곳에는 일반적인 달력 대신 계절의 흐름에 삶을 맡기는 ‘공동체력’이 흐른다. 봄이 오면 길 건너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을 위한 새 학기 등교 봉사를 시작으로, 여린 잔디가 돋기 전 큰 돌과 잡초를 골라내는 ‘울력’을 위해 중앙 잔디밭에 모인다. 놀이터 옆 동네 텃밭에는 당첨된 가구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느라 여념이 없을 것이다. 8월이 되면 개인 텃밭을 거두고 배추, 무, 갓 등을 심어 김장 거리를 준비하고, 첫서리가 내리고 나면 그 밭에서 난 식재료로 다 함께 모여 김장을 한다. 중간중간 단오에 멱을 감거나 물놀이를 즐기고, 삼복 행사를 챙기는 것도 빠지면 섭섭하다.

     


    근본이 아파트인 만큼 여름 무렵 열리는 라인별 반상회도 빠질 수 없는 한 해 숙제다. 새로 이사 온 이가 있다면 이때 얼굴을 익히고 밥을 나눠 먹으며 식구가 되는 시간이다. 반상회에서 주거 관련 갈등 문제는 단골 소재다.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다 감정이 격해질 때는 각 동에서 활동하는 갈등조정소위원회 위원들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낯섦과 긴장감을 나누고 서로 돕고 묻는 과정에서 공동체는 다시금 생명력을 얻는다.

     

    '누구 엄마'가 아닌 자기 이름으로 서는 곳

    한 해의 마지막 행사로 12월에 열리는 마을 잔치가 있다. 공동체 화폐인 ‘별’을 사용하는 행사로 다양한 체험과 먹거리, 공연이 차려진다. 큰 행사라 하더라도 조금은 어설프고 촌스러움도 묻어난다. 전문 업체의 손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이 전부 주민이라 그렇다.
     


    일하러 가보면 특히 ‘누구 엄마’들이 많은데, 다들 자녀의 이름이 아니라 다양한 별명으로 불리며 주체적으로 활동한다. 특별히 엄마들이 많은 이유는 단순히 시간적 여유 때문만은 아니다. 공동체를 향한 돌봄의 감수성이 보다 풍부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별한 시간에 머물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며 누군가의 성장을 기원하는 일, 공동체와 돌봄의 철학은 맞닿아있다.

    조합에서 진행하는 양성평등, 돌봄 교육은 가족의 범위를 해체하고 확장하는 일을 한다. 교육에는 주로 타인의 안녕을 기민하게 살피고, 언제 어떻게 쓰일지 알 수 없으나 누군가를 위해 재능을 단련하고 싶은 사람들이 함께한다. 돌봄의 대상을 내 아이에서 이웃으로, 온 동네로 넓힌 이들은 이제 집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거실에서 나와 마을의 여러 무대에서 마주하는 그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깊은 울림을 준다.

     

    사는(Buy) 집이 아닌 살기(Live) 위한 집

    이렇게 자연스럽게 흐름에 따라 연결된 마을 활동을 하나하나 쌓다 보면 어느새 삶의 자리가 달라지는 경험을 한다. 누군가는 환경 운동가로, 누군가는 정원사나 요리사로, 혹은 에디터로 마을에 필요한 활동가가 되어 다시 태어난다. 따로 배우지 않아도 온기를 느끼며 해낸 경험들이 강렬한 자극이 되는 것이다. 안전한 공동체 안에서 자유롭게 역량을 펼쳐본 이들이라면 ‘아이를 낳지 않았더라면…’, ‘그때 주식을 샀더라면…’과 같은 과거의 후회보다 현재의 온기에 집중한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이곳이 더할 나위 없는 배움의 장이다.
     


    위스테이 별내는 입주 전 협동조합원으로 가입한 무주택자에게 입주 자격이 주어진다. 내 집이 아닌 8년 임대주택으로, ‘사는(Buy) 집’이 아니라 ‘살기(Live) 위한 집’을 찾은 사람들이 모였다. 아파트를 운영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은 주거 문제의 대안적 해결과 지속적인 공동체 운영을 미션으로 삼고 491세대를 이끌어간다. 이웃들과 언제든 얼굴을 마주할 수 있도록 법정 기준 대비 2.5배에 달하는 면적을 공용 커뮤니티 시설로 조성했다.
     


    각종 동아리와 육아 모임 등 장르와 나이를 뛰어넘는 다양한 일상 모임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까닭은, 아파트 설계 단계에서 600명이 넘는 조합원이 공간 디자인에 직접 참여한 덕분이다. 당시에는 직접 살아보지 않았기에 실제 생활하며 생기는 구체적인 문제까지 다루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1년간 46번이나 의견을 조율하며 훈련한 경험은 앞으로의 갈등을 견디는 힘이 될 것이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사진을 뒤적이다 작년 5월 ‘꽁날(공동체의 날)’에 있었던 김밥 말이 행사 사진에 눈이 머물렀다. 각자 집에서 가져온 속재료를 길게 늘어놓고 일렬로 서서 하나로 연결된 ‘김밥 기차’를 만드는 행사로, 10m로 시작해 매년 조금씩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사진 속 이웃들이 김밥 옆구리가 터질세라 소중하게 들어 올리는 모습이 벅차다. 서로를 맞잡은 그 손들이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마을의 모습이 아닐까.

     


     

     

    새해, 달력 대신 ‘공동체력’이 흐르는 마을
    미리내

    조회수 76

    2026-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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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푸른에코학습마을
    ― 환경·인문·공동체가 어우러지는 의왕시 오전동의 지속가능 배움터
     
     
    ● 늘푸른에코학습마을 김미경 대표 인터뷰로 살펴보는 에코학습마을의 현재와 미래
     
    환경을 생각하는 일은 거창한 정책이나 캠페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사는 일상의 작은 선택들, 물 한 컵을 줄이는 일, 쓰레기를 분리하는 습관, 공동체 안에서 자연을 함께 돌보는 시간이 모여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들어갑니다.
     
    의왕시 오전동에 자리한 늘푸른에코학습마을은 바로 이러한 작은 실천을 일상 속 배움과 연결하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글누리도서관이 환경 특화 도서관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기획한 이 마을학습공동체는, 환경·인문·공동체 활동을 종합적으로 담아내며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평생학습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사는 늘푸른에코학습마을의 프로그램과 특징을 소개하고, 활동을 이끌고 있는 김대표의 인터뷰를 통해 이 마을이 추구하는 가치와 미래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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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푸른에코학습마을 김미경 대표 / 출처: 에디터 럭비공
     
     
    “환경교육은 더 나은 삶으로 이어지는 배움입니다”
     
    Q1. 늘푸른에코학습마을 활동을 시작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환경과 공동체 활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평소에도 지역에서 작은 실천 활동을 이어오고 있었는데, 글누리도서관이 환경 특화 도서관으로 발전해가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주민분들과 함께 환경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그 역할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김대표는 환경 교육뿐 아니라 주민과의 관계 속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드는 데 큰 열정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환경학습’은 단순 교육이 아니라 주민이 서로 관계를 맺고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Q2. 기억에 남는 활동이나 인상적인 변화가 있으신가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처음에는 환경 문제가 멀게 느껴졌던 주민분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 실천을 제안하고, 지역 환경의 변화를 이야기해 주실 때입니다. 예를 들면 플로깅 활동을 통해 쓰레기 문제를 직접 체감하고, 생활 속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분들이 늘어났습니다.”
     
    “아이들이 자연을 직접 보고 경험하면서 환경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가는 모습을 보며 ‘이 활동이 정말 중요하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Q3. 활동가로서 어려움은 어떤 점에 있으신가요?
     
    “환경 교육은 단기간에 효과가 보이는 활동이 아니어서, 참여를 꾸준히 이어가도록 돕는 것이 가장 큰 고민입니다. 또 예산이나 장기 프로그램 운영의 안정성이 부족해 지속 관점에서 어려움도 있습니다.”
     
    김대표는 자원·공간·협력체계가 지속가능한 교육의 핵심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Q4. 앞으로 늘푸른에코학습마을이 지향하는 방향은 무엇인가요?
     
    “일상 속에서 환경을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삶의 배움터’가 되고 싶습니다. 또 지역 단체, 학교, 시민단체와의 연계를 더욱 확대하여 지역 전체가 지속가능성을 실천하는 생태 네트워크를 만들고자 합니다.”
     
    “그리고 대표적인 포부는 다음 세 가지입니다. 세대 간 환경학습 플랫폼 확대, 지역환경 기반 시민 프로젝트 강화, 환경활동가 및 녹색 일자리 모델 구축으로 환경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것입니다. 이 필수적인 가치를 함께 배우고 실천하는 곳이 늘푸른에코학습마을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하셨습니다.
     
     
     
     
    활동사진 / 출처: 에디터 럭비공
     
     
    늘푸른에코학습마을은 글누리도서관이 운영하는 환경 특화 학습공동체로, 환경·인문학·공동체·지속가능성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환경 감수성 교육, 인문학 강좌, 주민 참여형 생태 활동, 환경 일자리·활동가 양성을 통해 시민이 일상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실천하도록 돕는 지역 기반 생태 교육 모델입니다.
     
     
     
     
    늘푸른에코학습마을 / 출처: 에디터 럭비공
     
     
    “책과 사람, 환경이 이어지는 열린 배움터”
     
    늘푸른에코학습마을은 환경을 배우고, 삶을 돌아보고, 공동체 속에서 실천하며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의왕시의 중요한 환경학습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곳에서의 배움은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참여한 주민 한 분 한 분이 스스로 환경의 주체로 성장하고, 그 변화가 마을로 확장되며, 마을의 변화는 다시 시민의 삶을 단단하게 만듭니다.
     
    환경으로 배우고, 사람으로 성장하고, 공동체로 실천하는 공간 그것이 바로 늘푸른에코학습마을이 지향하는 미래입니다.
    

     
     
    책과 사람, 환경이 이어지는 열린 배움터
    럭비공

    조회수 413

    2026-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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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근길의 공기는 더 차가워졌습니다. 사람들의 어깨에는 하루의 무게가 내려앉아 있고, 도시는 저마다의 속도로 저녁을 향해 밀려갑니다. 같은 시각, 같은 길에서 우리는 서로 다른 일을 마무리하며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하루의 책장을 넘깁니다. 어떤 이는 산책길로 향하고, 어떤 이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계단을 오른 뒤 비로소 숨을 내쉽니다.
     
    하지만 같은 저녁, 같은 도시 안에서도 누군가에게 이 시간은 하루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일의 시작이 됩니다. 이번 웹진은 바로 그 사람들, 우리가 도시에서 매일 만나지만 좀처럼 시선을 오래 두지 못하는 이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1. 도시의 저녁이 끝나지 않는 사람들
    겨울 초입의 공기는 언제나 도시를 조금 더 느리게 만들지만, 그 느림 속에서 이상하게 더 바빠 보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몇 해 전부터 아파트 경비 인력 축소 논란과 과로 문제가 반복적으로 회자되었고, 그때마다 “이 도시의 밤을 지키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떠오르곤 했습니다. 그러다 최근 비슷한 장면을 또다시 마주했습니다.
     
    첫눈 예보가 뜨던 어느 날, 지역 커뮤니티에는 밤샘 제설 준비에 대한 글이 연이어 올라왔습니다. “오늘 밤은 제설 때문에 대기입니다”, “구역이 넓어서 나눠 맡아야 한다네요” 같은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뒤에 이어질 긴 시간과 새벽의 추위가 함께 읽혔습니다.
     
     
    경비원 초소 내부. ⓒ연합뉴스 /
     
     
    이런 장면들이 겹쳐 보이기 시작하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걷는 길, 우리가 바라보는 도시의 풍경은 누구의 손길로 유지되고 있을까?
     
    누군가는 도로 위의 눈을 먼저 치우고, 누군가는 엘리베이터를 점검하며 한밤중의 건물을 지킵니다. 도시가 당연하게 굴러가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그 ‘당연함’을 만드는 누군가의 시간과 노동이 있기 때문입니다.
     
    성남시, 연이은 강설에 밤샘 제설 작업 한파 속 공무원 1600명 투입 총력 대응 ⓒ경기타임스 /
     
     
    2. 보이지 않는 운영이 도시를 지탱한다
    경비 노동자의 업무는 단순히 ‘경비’가 아닙니다. 주차 관리, 쓰레기 분리 안내, 민원 응대까지 대부분의 단지에서 사실상 ‘종합 지원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겨울철 청소·제설 노동자는 어떨까요? 첫눈이 오면 우리는 설렘을 말하지만, 그 눈이 제대로 치워지지 않으면 도시 전체가 멈춥니다. 도로, 보행로, 지하철 출입구, 언덕길,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그 길에는 이미 새벽에 몇 차례 제설을 마친 누군가의 발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이들은 도시가 멈추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운영’을 수행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정작 이들에게 돌아가는 건 제한된 휴게 공간, 외부 기온에 그대로 노출되는 작업 환경, 익숙함으로 채워진 업무 범위의 모호함이 대부분입니다. 문제는 개인의 태도가 아니라 구조의 지속 가능성에 있습니다. 노동 조건이 구조적으로 지속되지 않는다면, 도시 서비스 역시 지속될 수 없습니다.
     
     
    3. 경기도에서 보이는 변화의 조짐들
    다행히 곳곳에서 변화의 신호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크지 않아 보이지만 도시의 체질을 바꾸는 첫 단계들입니다.
     
    ① 청소노동자 휴게 공간 개선 - “진짜” 휴식이 가능한 공간
    경기도 여러 지자체에서는 난방기·냉방기 설치, 환기 시설 개선, 휴게실 접근성 확보(지하/창고형 휴게실 개선), 공용 쉼터 조성 등 청소노동자 휴게실을 ‘실질적 회복 공간’으로 재구축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② 야간 제설·청소 노동안전 체계 개선 - “사람 중심의 제설”
    폭설 대비 야간 근무는 오랫동안 반복된 과제였지만, 최근에는 ‘인력 투입’ 중심에서 벗어나 근무 구조 자체를 바꾸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야간 제설 대비 ‘스마트 제설장비’ 도입, 기온·적설량 기반 AI 도로 센서 시범 도입 등 장비 개선·인력 로테이션·서비스 시간대 조절 등을 포함한 ‘모델 전환’ 논의입니다.
     
     
     
    ③ 아파트 경비·미화 노동자의 감정노동 완화 - “민원 가이드라인의 등장”
    경기도의 여러 아파트 단지에서는 경비·미화 노동자의 감정노동 보호를 위해 입주민 공지·가이드라인·운영 규칙 개편이 확산 중입니다.
    - “폭언·사적 지시 금지” 현수막 게시
    - 경비원 업무범위 명확화(택배·주차대행·개인 심부름 금지)
    - 감정노동 대응 매뉴얼 비치
    - 공동주택 관리지원센터의 분쟁 조정 신청 증가
    특히 수원·성남·고양 등 일부 지역에서는 입주민 커뮤니티가 직접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주민 차원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경기도에서도 작은 변화의 신호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눈에 잘 보이는 개선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시가 노동을 대하는 방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신호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사례들은 규모는 작을지라도 ‘도시의 유지’라는 거대한 시스템이 조금씩 방향을 바꿔가는 지점들입니다. 우리가 공존을 이야기하려면, 바로 이 작은 변화들을 더 자주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4. 문제는 이미 보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 글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바는 단 하나였습니다. 우리가 매일 만나지만 잘 보지 못했던 저녁의 단면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보자는 제안입니다.
     
     
     
    출처 : 에디터 또봉
     
     
    경비 노동자에게 과도한 역할을 떠넘기지 않는 일,
    청소노동자의 휴게실이 말 그대로 ‘쉬는 공간’이 되게 하는 일,
    제설 인력의 장시간 폭주 구조를 줄이는 일,
    겨울철 운영 체계를 한철 대응이 아닌 연중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일.
     
    이런 변화는 거대한 개혁이 아니라 도시가 서로를 대하는 태도를 새롭게 정비하는 과정입니다. 우리는 도시를 ‘편리함’으로 평가하지만 그 편리함은 누군가의 새벽과 누군가의 야간을 겹쳐 만든 시간입니다. 이 사실을 한 번 더 기억하는 일, 바로 그 지점에서 더 나은 도시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겨울의 도시를 지탱하는 이들의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는 오늘보다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깊게 이 도시를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도시의 겨울노동-누가 우리의 연말을 지탱하는가
    또봉

    조회수 482

    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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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이하 센터) 에디터로 3년을 보냈습니다. 그동안 에디터 활동 자체를 기록할 생각은 못 했지만, 한 해의 마침표를 찍는 시점이 되니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2025년은 1월 1일이 아니라 2024년 12월 3일부터 시작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날은 북부 센터가 있는 의정부에서 4기 에디터 수료식이 있었습니다. 수료식과 함께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애도하며 유가족과 기록 활동가분들을 만나 뵐 기회도 가졌습니다. 참사 이후 산산이 부서진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는 이런 고통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는데요. 그날 밤 무슨 날벼락처럼 12.3 비상계엄이 선포되었습니다. 믿을 수 없는 비상계엄이었습니다. 한 해가 저무는지 밝아오는지, 감각을 잃어버린 채 2025년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마 저와 같은 분들이 많았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2024년 12월 8일 여의도국회앞 / 출처: 에디터 다름
     
     
    영영 안 올 것만 같던 봄이 왔습니다. 5기 에디터로 제가 처음 찾아간 곳은 봄을 닮은 풋풋한 청년들의 발대식 현장이었습니다. 경기도에서 공익활동을 하는 청년들의 네트워크 ‘청플’이 2기를 맞아 한 해 활동 계획과 다짐을 나누는 자리였죠. 이주민, 주거, 에너지, 환경 등 관심 의제도 참 다양했습니다. 활동을 하며 생긴 질문과 의미를 ‘청플’에서 나눌 수 있기를, 연결되는 감각에 울림이 있기를 함께 바라보았습니다.
     
     
    2025년 3월 12일 청플2기 발대식 / 출처: 에디터 다름
     
     
    무척 더울 거라는 올여름에 대한 소문이 무성할 즈음, 5월에는 기후 위기를 고민하는 수원시 세류동 ‘가치가게’를 찾았습니다. ‘옷장 해방일지’라는 행사가 열렸기 때문인데요. 각자의 옷장에 좀비처럼 숨어있는 멋있지만 안 입는 옷들을 꺼내 필요한 사람에게 판매하는 장터였습니다.
     
    “나의 소비와 취향이 더 이상 지구를 해치지 않도록,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 공유하고 실천할 때입니다.”
     
    이 말이 절로 떠오르는 현장이었어요. 5기 에디터 참비움 님도 장터에서 만났는데요. 그날 구입한 중고 체크무늬 셔츠가 최애 옷이 되었다는 후문을 TMI(Too Much Information)지만 덧붙입니다.
     
     
    2025년 5월 25일 세류동 가치가게 / 출처: 에디터 다름
     
     
    소문대로 쨍쨍하고 일렁이는 무더운 여름이 왔습니다. 5기 에디터들이 수원 행궁동에서 사진 실습을 한 날입니다. 에디터 활동을 하며 제가 가장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사진 촬영인데요. 이날 포토이즘 대표 최중명 작가님이 알려준 촬영 비법 중 ‘그림자를 담으라’는 부분에 무릎을 탁 쳤습니다. 7월 한낮, 행궁동 골목을 누비며 사진을 찍었는데요. 빛이 강할수록 짙은 그림자가 또 다른 매력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한 번의 실습으로 사진을 갑자기 잘 찍게 되지는 않았지만, “사물의 그림자를 담으라”는 말은 우리가 어떤 현장에 가서도 기록을 할 때 통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빛나기 위해 오랫동안 드리웠을 그림자에 대해 생각해 보기, 무엇이든 단면만 보지 말고 여러 각도로 조명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촬영 후 식사 시간, 냉면과 함께 맛본 뜨끈한 단팥 옹심이는 정말 별미였습니다. 옆자리 5기 에디터 나미 님이 권해주지 않았다면 몰랐을 맛입니다.
     
     
    2025년 7월 12일 수원행궁동 with 포토이즘 최명중 작가 /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발 빠른 은행잎이 살짝 노란 기운을 띠기 시작하는 초가을입니다. 노란색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안전한 사회를 염원하는 상징색이기도 합니다. 마침 5기 에디터들은 시민기록자 양성교육으로 4.16생명안전교육원이 있는 안산으로 기행을 가게 되었는데요, 그날의 감상을 메모로 남겨두었기에 공유합니다.
     
    “2025년 9월 13일 토요일, 안산 단원고 4.16기억교실에 다녀왔다.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서른의 청년일 이들은 여전히 고등학교 2학년 학생으로 남아있다. 아침 8시부터 밤 10시 야간 자율학습까지 아이들이 일상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교실에는 이들이 품었던 장래 희망, 좋아한 음식, 노래 등을 기록한 명패가 책상마다 놓였다. 생전의 메모와 교실에 다녀간 추모객들의 인사가 고스란히 남아있어 언제라도 이승을 떠난 이들이 교실로 돌아와 살아 숨 쉴 것만 같다. 최근 읽은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생각난다. 제주 4.3으로부터 세월호, 이태원, 최근 아리셀 참사까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되지 못한 숱한 이별들에 숨이 차다. 공동체를 훼손하는 부정의 뿌리가 뽑힐 때까지 죽은 이와 산자는 고단하지만, 함께 부둥켜안아야 한다.”
     
     
    2025년 9월 13일 4.16기억전시관 / 출처: 에디터 다름
     
     
    9월의 마지막 날엔 ‘공익활동 페스타 세계시민대회’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초대 손님으로 지난봄 ‘청플’ 2기 발대식 때 만났던 최승환 위원의 모습이 보여 반가웠고요. 기조 강연을 맡은 국립대만대학교 사회학과 허밍슈 교수의 발언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내란 정국에 저항하는 대한민국 시민들의 모습을 외신들은 역동적이라고 표현하는데요. 허밍슈 교수가 이날 시민대회에 참여한 소감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대만에서 NGO 패널 토론은 이렇게 흥미롭지 않습니다. 창의적인 의견 교환이 인상적입니다. 공익 활동의 생명성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고요. 한국 공익활동의 미래를 보았습니다.”
     
    이날 함께한 활동가들 모두 공감하며 힘을 내는 시간이었습니다.
     
     
    2025년 9월 30일 세계시민대회 / 출처: 에디터 다름
     
     
    다시 돌아온 겨울, 이 글을 쓰며 되돌아본 에디터의 사계절이 어제 일처럼 생생한 것은 남아있는 기록의 힘 덕분입니다. 센터 공익웹진 아카이브와 휴대전화에 저장된 파편적인 메모와 사진들을 다시 조립하며 새삼 깨닫습니다. 다양한 사람과 몰랐던 공익 활동과 연결되었던 순간들이 참 소중하며, 별로 한 일 없다고 생각했던 한 해가 실은 이렇게 풍성했구나를 말입니다.
     
    저는 에디터 활동을 통해 세상을 빛나게 하는 공익활동의 빛뿐만 아니라, 그 빛이 있기 위해 오랫동안 드리웠던 그림자의 깊이까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부둥켜안아야 할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기록은 멈추지 않고 연결은 이어집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공익 활동가분들의 걸음과 다음 계절을 기대하게 됩니다.
     
     

     
    에디터의 사계절
    다름

    조회수 552

    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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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은 유난히 ‘남겨두는 일’을 많이 생각하게 하는 계절입니다. 사진첩을 넘기고, 한 해를 돌아보는 짧은 회고를 쓰고, 쓰던 다이어리를 정리하거나 새 다이어리를 펼쳐보기도 하죠. 일상을 잘 기록하는 사람도, 기록에 서툰 사람도, 이 시기만큼은 무언가를 남겨두기 위해 자연스럽게 손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출처 : AI활용 일러스트 이미지 제작
     
     
    올해 저는 여러 현장에서 ‘기록이 만들어지는 순간’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시민기록자 양성교육, 공익활동 사례발굴, 활동 현장 스케치까지 다양했지만, 그 현장들을 거치며 한 가지 사실이 분명해졌습니다. 기록은 개인의 회고를 넘어서 활동의 의미를 붙잡아두는 일이라는 것. 흩어지기 쉬운 장면들을 붙들고, 누군가의 목소리를 다음 사람에게 건네는 일이 공익활동의 기반이 된다는 것을, 저는 여러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 사라질 뻔한 순간들이 남는다는 것
     
    어떤 현장에서든, 기록은 늘 비슷한 순간을 데려옵니다. 당장은 사소해 보이는 장면이 시간이 지나면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하고, 한 사람의 말 한 줄이 다음 사람에게는 시작점이 되기도 합니다.
     
    청년 활동가 네트워크 캠프를 스케치하던 날, 한 참여자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여기서 나온 얘기, 내일 되면 반은 잊힐 텐데 기록해두면 좋겠어요.”
    제가 “기록할게요”라고 답하자,
    다른 한 명은 “우리 활동이 남는다고 생각하니 힘이 나요”라며 웃었습니다.
     
     
    청년활동가 네트워크 캠프 프로그램 중 / 출처 : 에디터 또봉
     
     
    그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 우리가 이어가는 활동은 대부분 과정 중심이고, 과정은 기록하지 않으면 증발합니다. 누군가의 문제의식, 한 문장 짜리 제안, 회의의 뉘앙스, 현장에서 느낀 온도 같은 것들. ‘남겨진다는 것’이 사람에게 어떤 힘이 되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기록이란, 어떤 멋진 글쓰기 기술보다도 ‘사라질 뻔한 일을 존재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 실감했습니다. 기록이 없었다면 금방 잊힐 이야기들이 누군가의 페이지에 남는 순간, 활동은 더 이상 개인의 경험이 아니라 공동의 자산이 됩니다.
     
     
    2.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흐르게 할 것인가
     
    기록을 하다 보니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비워야 할지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현장의 이야기를 정리할 때도, 사진을 고를 때도, 어떤 문장을 앞에 둘지 고민하는 과정이 길었습니다. 지금은 사소해 보여도 나중에 빛날 장면은 무엇일까. 이 이야기가 공동의 기억에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록은 ‘모든 것을 남기는 작업’이 아니라, 다음 사람이 다시 걸어갈 때 도움이 되는 길을 다듬어두는 일에 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불필요한 설명을 덜어내고 핵심만 남기는 이 과정에서 기록은 단순 정리를 넘어 ‘해석’이 되고, 그 해석이 쌓이면 활동의 역사가 됩니다. 올해 기록을 하며 배운 가장 큰 점은 이것이었습니다. 기록은 거창한 작업이 아니라, 작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것. 그리고 그 선택의 기준은 단 하나였습니다. 이 기록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까? 기록은 결국 다음 사람을 향한 마음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올해 깊이 체감했습니다.
     
     
    3. 공익활동에서 기록이 사라졌을 때
     
    공익활동은 대체로 과정 중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만나고, 논의하고, 실험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는 긴 호흡의 과정을 거칩니다. 그러나 이 과정은 기록되지 않으면 쉽게 끊어집니다. 그 단절이 반복되면 결국 ‘처음부터 시작하는 활동’만 늘어가게 됩니다. 올해 저도 많은 횟수는 아니지만 여러 현장을 보면서, 기록이 남아 있을 때 어떤 변화가 가능한지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어려웠던 지점들이 올해는 자연스럽게 개선되었다는 참가자의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고, 한 활동가의 문제의식이 다음 기수의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기도 했습니다. 기록은 공익활동을 끊어지지 않는 흐름으로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문서 한 장, 사진 몇 장, 인터뷰 한 줄이 다음 사람에게는 소중한 지도가 되기도 했습니다.
     
     
    청년활동가 네트워크 캠프 프로그램 중 / 출처 : 에디터 또봉
     
     
    4. 올해 만난 기록의 새로운 감각
     
    올해 여러 현장을 기록하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시민기록컨퍼런스에서 마주한 전시형 아카이브였습니다. 종이 문서나 보고서로만 남아야 했던 기록들이 천 위에 인쇄된 이야기들, 설치물과 이미지의 구조로 확장되어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기록이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했습니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록된 문장들이 하나의 전시 구조 안에서 서로를 이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2025 시민기록 컨퍼런스 전시 서문 / 출처 : 에디터 또봉
     
     
    특히 전시 서문 앞에서 오래 멈춰 서 있었습니다. ‘실타래는 본디 풀기 위해 뭉친다’는 문장으로 시작해, 서로 다른 사람들의 기록이 한 맥락으로 연결되어가는 과정을 조용히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그 문장을 읽는 동안, 올해 내가 남긴 원고들도 그 실타래의 일부로 걸려 있다는 사실이 조금 낯설고 조금 기뻤습니다. 혼자 써 내려간 글이 누군가의 기록 옆에서 공존하고, 전시를 보러 온 사람이 그 글을 읽고 잠시 멈춰 설 수도 있다는 사실이 새로운 감정으로 다가왔습니다. 기록이라는 일이 누군가의 시간과 마음을 ‘없어지지 않게’ 만드는 일이라는걸, 전시장 안에서 다시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2025 시민기록 컨퍼런스 전시 내용 중 / 출처 : 에디터 또봉
     
     
    또한 전시의 구성 자체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작가 은유의 강의에서 들었던 “글을 쓰면 적어도 내가 바뀐다. 내가 바뀌면 세상이 조금은 바뀐다.”라는 문장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전시는 개별 기록자들이 경험한 변화의 흔적을 한데 모아 보여주고 있었고, 그 덕분에 기록자의 변화가 공동체의 변화로 번져가는 흐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경험은 기록자라는 역할을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함께 연결되는 자리’로 바라보게 만들었습니다. 기록이 문서를 넘어 이야기와 공간, 전시와 구조, 그리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방식으로 확장된다는 것. 그것이 올해 내가 만난 기록의 가장 큰 변화이자 가능성이었습니다.
     
     
    5. 내년으로 건너가게 하는 기록의 힘
     
    12월이 되면 저는 늘 사진 정리를 합니다. 폴더 속 흐릿한 사진들을 지우고, 남길 사진을 정리하다 보면 어느 순간 한 해가 하나의 이야기처럼 연결됩니다. 그러고 나면 자연스럽게 내년을 어떻게 살고 싶은지가 떠오르곤 합니다. 기록은 결국 ‘다음 해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이라는 걸 새삼 느끼는 순간들입니다. 기록이 쌓인다는 것은 단순히 저장이 아니라 준비입니다. 올해의 흐름을 정리해야 다음 해의 방향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에디터 활동을 통해 ‘기록자는 특별한 전문가가 아니라, 그 자리에 있었던 ‘누군가’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작은 모임이라도, 한 장의 사진이라도, 짧은 인터뷰 한 줄이라도 기록되는 순간 그것은 사회적 의미를 갖고 공유할 수 있는 자원이 됩니다. 우리의 일상이, 누군가의 활동이, 지역의 공익 실험이 사라지지 않도록 붙잡아두는 일. 그 일을 하는 사람은 부족하지 않고, 더 많아져야 합니다.
     
     
    출처 : AI활용 일러스트 이미지 제작
     
     
    공익활동은 기록될 때 비로소 힘을 갖습니다.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함께 걸어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기록 한 줄이 지역의 공익활동을 더 오래이어주고, 당신의 사진 한 장이 누군가에게는 다음 활동의 시작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내년의 공익활동은, 당신의 기록으로 더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기록의 계절, 남겨두는 일에 대하여
    또봉

    조회수 458

    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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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과 안전을 위한 약속, 우리는 다시 만났습니다.”
     
     
     
    4.16생명안전공원문화제 '시민 참여 부스'  /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2025년 11월 1일, 가을이 깊어 가는 안산 화랑유원지 수변 산책로. 이곳에서 열린 ‘4·16생명안전공원 문화제 – “만나요”’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었습니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과, 생명을 지키겠다는 다짐이 모인 자리였습니다.
     
    이번 문화제는 (사)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4·16재단, 4·16연대, 4·16안산시민연대, 안산마음건강센터가 공동으로 주관했습니다. 세월호참사 피해 가족과 시민 약 500명이 함께하며, 생명안전공원 건립에 대한 깊은 관심과 지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날 모인 시민들은 ‘안전’과 ‘생명’이라는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서로의 마음을 나누며 연대의 의미를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4.16생명안전공원문화제 무대 행사 /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우리는 왜 지금, ‘생명안전공원’을 이야기할까?
     
    4·16생명안전공원이 필요한 이유는 단지 과거의 아픔을 되돌아보자는 데 있지 않습니다. 세월호참사가 남긴 상처와, 그 이후 우리 사회가 겪은 수많은 고통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같은 슬픔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생명과 안전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상기시키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 바로 4·16생명안전공원입니다.
     
    이 공원은 단순한 추모 공간을 넘어, 우리 사회의 안전과 생명의 가치를 되새기고, 시민들이 머무르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추모 시설뿐 아니라 문화·교육·치유·휴식이 가능한 복합 공간이 포함될 예정입니다.
     
    이곳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장소이자, 공원을 찾는 아이들, 가족, 시민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다시 생각하는 상징적 공간이 될 것입니다. 단순한 기억의 장소를 넘어, 생명과 안전, 그리고 연대를 체험하는 살아 있는 공간으로 자리하게 될 4·16생명안전공원은, 우리 모두의 미래와 연결된 약속입니다.
     
     
     
    4.16생명안전공원문화제 무대 행사 /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문화제 현장, “시민이 만든 기억과 연대의 무대”
     
    문화제는 오후 2시, 시민참여 마당으로 막을 열었습니다. 방향제 만들기, 압화 엽서 공예, 자개 공예, 양모 펠트 공예 등 다양한 체험 부스가 시민들을 맞이했습니다. 부모와 아이, 친구와 연인들이 함께 손을 맞잡고 참여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펼쳐졌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생명’과 ‘안전’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일상의 손끝과 몸짓으로 나누는 시간으로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오후 4시 16분, 특별한 무대가 시작되었습니다. 공연과 기억, 연대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인 자리였습니다. 밴드 헤이븐, 가수 예람, 그리고 퍼커션 팀 타쇼와 노립의 무대가 이어지며, 음악과 리듬은 차갑던 늦가을 공기를 따뜻한 분위기로 바꾸었습니다.
     
    무대는 또한 피해 가족과 시민이 함께 마음을 나누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세월호 가족인 정부자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추모부서장(단원고 2학년 6반 신호성 학생의 어머니), 안산 시민 활동가, 서울에서 참여한 시민이 무대에 올라, 생명안전공원 건립에 대한 간절한 바람과 시민 참여의 의미를 나누었습니다. 관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과 연대의 눈빛으로 함께했습니다.
     
    이어 무대에 오른 김순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처장(단원고 2학년 9반 진윤희 학생의 어머니)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4·16생명안전공원은 단순한 추모 시설이 아닙니다. 애도의 장소이자 생명과 안전의 가치를 배우는 배움터, 시민들이 일상에서 머물며 서로를 돌보는 열린 공간, 그리고 더 나은 사회를 향한 약속의 상징이 될 것입니다.“
     
    또 시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하신 시민 한 분 한 분의 발걸음이 공원의 한 그루 나무가 되고, 바람이 되어 이곳을 지켜 나갈 것이라 믿어요. 그 힘이 세월호참사가 남긴 상처를 넘어 우리 사회를 더 안전하고 따뜻한 방향으로 이끌 것입니다. 시민 여러분이 있었기에 세월호 가족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공연과 토크가 끝난 뒤, 시민들은 노란 별 모양의 응원봉을 들고 공사 부지 펜스 앞에 모였습니다. 그곳에서는 기억과 약속을 담은 퍼포먼스가 펼쳐졌고, 손짓 하나, 발걸음 하나마다 이 공원을 지키고 가꾸겠다는 시민들의 의지가 담겼습니다.
     
     
    4.16생명안전공원문화제 발언(김순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처장-단원고 2학년 9반 진윤희 학생의 어머니) /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4.16생명안전공원문화제 공연(416합창단) /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문화제는 끝나지만, 기억의 불빛은 어둠을 밝히고
     
    이번 문화제는 단순히 아픈 과거를 떠올리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함께 울고, 함께 노래하고, 함께 만들고, 함께 약속하며, 앞으로의 길을 서로 함께 걸어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기억과 약속, 그리고 그날 남긴 꿈은 문화제가 끝난 뒤에도 공원 부지에 작은 불빛으로 남았습니다.
     
    윤희 어머님의 말씀처럼,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발걸음은 공원의 나무가 되고, 바람이 되며, 부드러운 약속이 되어 뿌리내릴 것입니다. 그리고 이 기억의 불빛은 어둠을 밝히며, 안전 사회를 위한 시민들의 노력을 이어갈 것입니다.
     
    “잊지 않겠다.”
    “다시는 이런 아픔이 반복되지 않기를.”
    “모두가 안전하고,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자.”
     
    이 말들은 바로 4·16생명안전공원이 품을 미래에 관한 약속입니다. 이 공원은 앞으로 생명의 가치를 배우고, 안전을 지키고, 연대를 쌓아가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어른들이 쉬며, 서로를 돌보는 장소. 바로 그런 공간입니다. 안전한 사회를 위한 작은 관심, 누군가의 재난이 곧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느끼는 공감, 그리고 고통에 귀 기울이는 연대. 이것이 4·16생명안전공원이 품고 있는 진짜 의미입니다.
     
    이번 문화제를 찾은 시민의 발걸음, 세월호를 기억하며 노란 스티커를 붙이고, 노란 팔찌를 끼는 작은 실천, 그 모든 순간이 안전한 내일을 만드는 힘이 됩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작은 관심과 의문도 누군가에게는 큰 안심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도시, 우리가 함께 만드는 사회가 서로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공간이 되도록, 관심을 이어가야 합니다.
     
    4·16생명안전공원은 현재 공사 중이지만, 그 의미와 가치는 이미 여기, 당신과 나, 우리 속에서 시작되고 있습니다.
    “기억이 빛이 되어, 만나러 갑니다.”
    
     
     
    4.16생명안전공원문화제 퍼포먼스 /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기억이 빛이 되어", 4.16생명안전공원 문화제
    레지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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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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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또 하나의 읽기, 점자가 지닌 의미
     
    ‘점자의 날’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는가?
    11월 4일은 바로 ‘점자의 날’이다. 우리가 매일 눈으로 읽고 쓰는 문자와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해 온 또 하나의 언어를 기억하는 날이다. 점자는 시각장애인에게 단순한 글자가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며 타인과도 연결되는 중요한 통로의 역할을 한다. 점자를 통해 그들은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타인의 삶 역시 이해할 수 있다. 즉, 점자란 삶의 기록과도 같은 것이다.
     
    점자는 시각장애인이 책을 읽고, 길을 찾고, 물건을 구분하는 등 일상의 정보를 확인하는 모든 순간순간마다 조용히 그들의 곁을 지키고, 그들을 도와준다. 엘리베이터 버튼, 화장실 표지판, 안내문, 약품 설명서, 점자책에 이르기까지 점자는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공간과 물건 속에서 누군가의 하루를 책임지고 있다. 점자의 날은 이러한 ‘보이지 않는 언어’, ‘들리지 않는 언어’의 존재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날이다.
     
     
    2. 훈맹정음에서 오늘의 점자까지
     
    그러면 오늘날 우리나라의 점자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우리나라 점자의 시작에는 ‘시각장애인의 세종대왕’이라고 불리는 송암 박두성 선생이 있다. 그는 1926년 ‘훈맹정음’을 창안해 시각장애인들이 우리말로 직접 배우고 직접 읽을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그때 당시에는 점자 교육을 위한 환경도, 교재도, 인식도 모두 열악한 상황이었으나, 그는 배움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점자를 체계화하고 보급하는 데 기여하였다.
     
    이러한 그의 노력이 쌓여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 점자의 기틀이 마련되었고, 점자의 날 역시 이 뜻깊은 출발을 기념하는 날로 이어져가고 있다. 한 사람의 노력과 헌신이 오늘날 수많은 사람의 일상과 삶의 가능성을 넓혀온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점자의 역사는 곧 배움과 소통을 향한 기다림의 시간이라고 볼 수 있다.
     
     
    3. 우리의 일상 가까이에 있는 점자
     
    최근에는 일상에서 점자를 더욱 가깝게 만날 수 있는 경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점자 명함 만들기, 점자 책갈피 제작 등과 같은 시민 참여형 체험 활동이 다수 진행되고, 카페나 식당에 점자 메뉴판을 비치하는 모습도 낯설지 않게 종종 보이고 있다. 또한 점자 디스플레이나 음성 안내 기기와 같은 기술 역시 손끝의 언어가 더 다양한 공간과 사람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점자의 날은 우리에게 거창한 실천을 요구하기보단, 서로 다른 방식의 읽기와 표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한 번 더 기억하는 날이다. 일상에서 그냥 지나치기 쉬운 엘리베이터 버튼의 작은 점들을 한 번 더 바라보고, 지하철 바닥의 점자 안내판을 눈으로라도 한 번 따라가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이날을 기념하고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11월 4일, 듣는 언어와 만지는 언어가 함께 공존하는 사회를 떠올리며, 손끝으로 이어져 온 점자의 시간과 그 의미를 조용히 함께 기억해 보는 것은 어떨까?
    

     
    손끝으로 이어온 언어, ‘점자의 날’을 기억하며...
    코코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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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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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꿈을 가져본 적 있나요? 어릴 적 누군가는 악당을 물리치는 영웅이 되거나 위대한 발명가가 되거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개척자와 같은 꿈을 꾸기도 했었는데요. 하지만 어른이 되면 현실에 순응해 원대했던 꿈을 잃기도 합니다. 반면 현실에 맞서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꿈을 잊지 않고 실현하고자 했던 사람들이 있는데요. 바로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5기 아카이브 에디터입니다. 특히 에디터의 글은 2025년 우리 사회의 실상을 알리고 변화시키는 데 필요한 연료가 되고자 하였는데요. 한 해의 끝인 에디터 수료식과 함께 이들의 발자취를 돌아봤습니다.
     
     
     
    ▶ 개회식(왼), 정선미 운영총괄실장(오) /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인사말>
     
    수료식에 앞서 정선미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운영총괄실장께서 인사말을 해주셨습니다. 11월에 진행된 2025 시민 기록 컨퍼런스 예시를 들며 포문을 열었는데요. 당시 체험 부스에 시민들도 같이 참여하는 모습을 보며 인상 깊었던 것처럼 에디터의 ‘공익’ 매개 역할의 의미에 대해 들여다보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글 솜씨보다 가치관이 더욱 주목받는 시간을 마련했다는 점에 큰 의의를 두었습니다.
    무엇보다 올해는 현장 기록과 탐방 요소를 넣은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모종의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자 하였는데요. 여러 고민과 애정을 가지고 함께 공익 활동을 해온 에디터들에게 감사의 뜻도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 연말을 잘 마무리하며 내년에도 함께 지속적인 참여를 바란다는 격려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5차 정기 회의>
    1. 5기 아카이브 에디터 활동 성과 보고
     
    5기 에디터 정기 회의와 교육은 2025년 3월 7일에 진행된 발대식을 시작으로 수료식인 11월 29일 사이에 총 9차례 진행됐습니다. 예로 1차 회의에서는 에디터 운영계획 안내와 글쓰기 교육/저작권 준수에 대한 강의가 이루어졌습니다. 2차 회의에서는 1분기 활동 점검과 2분기 계획을 수립하고 은유 작가의 강연과 함께 시민 기록자의 역할과 기록의 힘에 대해 들여다보았습니다.
     
    3차 회의에서는 상반기 활동 보고와 하반기 운영계획과 함께 2025 시민 기록 컨퍼런스 기획을 하였습니다. 이후 수원 행궁 답사를 통해 기록을 위한 사진 찍는 방법을 익혔습니다. 4차 회의에서는 3분기 활동 보고와 4분기 운영계획과 함께 2025 시민 기록 컨퍼런스 점검을 하였습니다. 또한 4.16 기억저장소를 방문해 국가 재난이 주는 시사점과 기록의 중요성을 돌아보았습니다.
     
     
    ▶ 2025 시민기록 컨퍼런스 현장 영상회 / ⓒ 에디터 직접 촬영
     
     
    추가로 실을 깁고, 잣고, 엮고 있는 것처럼 기록이라는 실로 우리의 이야기를 타래로 엮은 '실타래' 전시행사가 담긴 "2025 시민기록 컨퍼런스" 현장 영상을 감상하는 상영회 시간도 가졌습니다. 
    그렇다면 해당 과정이 에디터들에게 어떠한 긍정적 영향을 끼쳤을지 궁금하지 않나요? 다음의 성과 보고에서 수치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공익 웹진 콘텐츠 제작 현황
     
    우선 아카이브 에디터들의 공익 웹진 콘텐츠 제작 현황을 살펴볼까요? 2025년 3월 7월부터 11월 24일 기준의 수치입니다. 수집한 113건의 원고 중 106건의 공익 웹진(센터 홈페이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 발행되었고 총 조회수는 약 166,051회, 콘텐츠별 평균 조회 수는 1,277회 이상을 기록하였습니다. 이는 전년*(총 조회수: 92,524회/ 평균 조회수 571회 이상) 대비 총 조회수는 1.8배(79.5%), 평균 조회수는 약 2.2배(123.6%) 증가한 수치입니다.
    cf) *2024.11.29. 기준
     
    특히 공익 웹진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섬네일 디자인을 개선하며 시의성 있고 각 지역/공간/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더욱 다룬 콘텐츠를 발행하거나 공익 웹진에 출연한 공익활동가의 네트워크 홍보 효과 등의 요소를 통해 이러한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 5기 에디터 활동 성과 보고회 자료 /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3. 5기 아카이브 에디터 활동 평가회의
     
    1차와 2차 정기 회의 때 작성했었던 에디터들의 활동 계획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이를 통해 시민 기록자로서의 2025년 활동을 상기하면서 현재를 점검해 보는 기회를 마련하였습니다. 예로 에디터가 작성한 대표적인 내용을 세 가지로 추려보았습니다.
     
    꿀벌 에디터는 다양하고도 평범한 사람의 현장 목소리를 전하고 특히 배제된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한 목표를 세웠었습니다. 또봉 에디터는 여성, 기후 문제와 관련된 현안 혹은 ‘기록’에 대한 원고도 작성하려는 목표를 마련했었습니다. 또한 현장 취재 경험도 쌓고자 하였습니다. 미리내 에디터는 누구나 공익활동가를 할 수 있는 ‘쉬운 공익’을 만들고 다양한 분야의 주제를 다루는 원고를 작성하고자 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연말에 초·중반 시기의 계획을 복기하며 깨달은 에디터들의 생각은 무엇인지 궁금해지기도 했는데요. 다음의 소감 발표에서 더욱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였습니다.
     
     
    ▶ 에디터들의 회의 발언 모습 /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5기 아카이브 에디터 소감 나눔>
     
    에디터 활동 소감 나눔은 자유 발언으로 진행되었는데요. 모두가 각자의 소회와 함께 다양한 의견을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모든 에디터들의 발언을 요약해 기록하였습니다.
    옐로구피: 과거에는 글을 못 쓴다는 생각을 가지기도 했었는데 현재는 발전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센터도 함께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모든 관계자분들 고생 많으셨고 감사했습니다.
    심지: 새롭게 시작한 일이 글을 보는 업무에요. 그렇다 보니 추가적인 글 쓰는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었었던 순간도 있었어요. 하지만 에디터로서 작성한 글에 회사가 관심을 가지거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와 같은 플랫폼을 경험했던 것은 지금의 공익을 다루는 일에 도움이 돼서 좋았습니다.
     
     
    ▶ 수료 소감을 발표하는 심지 에디터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또봉: 고등학교 때 논술을 준비했던 이후로 글을 쓴 거는 정말 오랜만이에요. 글을 작성했던 시간이 뿌듯했고 여러 주제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들었던 경험은 너무 좋았어요. 내 공익 웹진 링크를 보내며 자랑하기도 했답니다.(웃음) 종종 생계를 병행하며 활동에 소홀하기도 했는데 기회가 된다면 재도전하고 싶어요! 뽑아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참비움: 2025 시민 기록 컨퍼런스에 우리의 이야기를 반영했던 것이 좋았어요. 정말 멋있는 행사였기에 한 번 더 열리기를 기대합니다. 아쉬웠던 건 개인 사정으로 4.16 기억 저장소를 방문하지 못했던 것이에요. 공익 웹진을 더욱 활발히 작성하지 못했던 것도 마음에 걸리네요. 지금도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하며 답을 찾고 있는데요. 아무쪼록 모두 애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미리내: 활동하면서 거리 문제가 다소 힘들었었지만 여러 지역을 방문해 본 경험은 의미가 있었어요. 올해는 사건 사고가 많았다고 생각해요. 때로는 진전 없는 사회에 무기력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하지만 에디터의 글을 보면서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한 명의 독자로서 너무 좋았답니다.
    레지스타: 안산 시민사회 활동을 하면서 청년 활동과 노동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4.16 세월호 참사와 같은 재난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 사회 구축 관련 활동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특히 특정한 글을 쓰고 나면 관련 단체의 담당자나 회원이 이를 홍보해 주며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도 알려지는 게 좋았어요. 또한 지역 공익활동가와 소규모의 단체들을 응원하는 것도 보람찼습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SNS가 더욱 활성화돼 우리의 글이 많이 퍼지는 것입니다!
    꿀벌: 소수자의 목소리를 발굴하는 글을 쓰고 이를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는 자체가 좋았어요. 취재 원고의 경우 인터뷰한 사람들이 웹진을 읽으며 부끄러워하면서도 좋아하더군요!(웃음) 공익이라는 영역에서 뻔한 얘기들 외에 다양한 목소리가 오고 가길 바라요. 공공을 느끼고 다른 글들을 보며 배울 점이 많아 좋았습니다.
     
     
    ▶ 활동 인증서 수여식 기념 촬영 모습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글 좀 쓴다고 세상이 바뀌진 않아!"라는 말은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릅니다. 세상은 그리 이상적으로 돌아가기만 하지는 않는 법이거든요. 무엇보다 AI 시대가 다가오며 사람의 손 냄새가 밴 문자의 가치는 점점 소외돼 언어가 퇴색되고 있습니다. 이에 아카이브 에디터들은 수년 동안 글을 지키며 각자가 바랬던 세상을 일구고자 하였습니다. 과연 글이 세상을 바꾸긴 힘들다는 의문에 올해의 아카이브 에디터들이 남긴 마지막 답변은 무엇이었을까요? 어쩌면 “작은 목소리라도 기록되면 역사가 된다.” 아닐까요?
     
     

     
    [현장스케치] "글 좀 쓴다고 세상이 바뀌진 않아!" 5기 에디터의 마지막 답변은?
    초스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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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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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산평화영화제 '감독과의 대화' - <애국소녀> 남아름 감독 / 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제공
     
     
    영화로 묻고, 응답한 3일간의 축제
     
    올가을, 경기도 안산에 평화의 깊은 물결이 번졌습니다. 작년 첫 장을 연 데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안산평화영화제가 20251030일부터 111일까지 롯데시네마 안산고잔점에서 관객과 마주했습니다. 3일 동안 영화는 질문이 되었고, 또 대답이 되었으며, 관객들은 스크린을 통해 평화를 다시 생각하고 느끼고 나누었습니다.
     
    이번 영화제는 경기도 평화통일교육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평등평화세상 온다가 주관했습니다. 무엇보다 의미 깊었던 것은, 이 축제에 총 800여 명의 관객이 함께했다는 사실입니다. 수치 이상의 무게를 가진 함께라는 존재감, 그것은 이 도시가 평화라는 이름의 고민과 상상을 분명 품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행사의 슬로건은 평화는 O하다”. 명확히 답을 내리지 않은 채 빈칸을 남겨둔 문장은, 어쩌면 선언보다 더 강한 질문이었습니다. 평화는 과연 무엇일까? 따뜻하다? 필요하다? 멀다? 혹은 이미 가까이 있을까? 우리 각자의 삶 속에서 발견되는 평화의 형태를, 영화는 열린 결말처럼 관객에게 맡겨둔 채 우리는 만났습니다.
     
    올해 영화제의 주제 , , 우리는 그 질문에 또 다른 질문을 더했습니다. 영화 속 인물들, 상영장을 채운 이웃들, 그리고 우리 자신까지 평화라는 단어는 누군가의 입장에서만 말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잇고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관객은 그저 영화를 바라보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주체가 되어 있었습니다.
     
    안산평화영화제 '감독과의 대화' - <3학년 2학기> 이란희 감독 / 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제공
     
    <3학년 2학기> 이란희 감독과 함께 단체사진 / 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제공
     
     
    7편의 영화로 엮은, 평화의 얼굴들
     
    이번 영화제의 스크린에는 총 7편의 작품이 올랐습니다. 각자의 언어와 색으로 평화를 말하는 작품들이 이어지며, 관객들은 서로 다른 경험과 질문들을 마음에 담아갈 수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관객을 만난 개막작은 다큐멘터리 애국소녀였는데요. 민주화 세대 부모에게서 자라난 한 청년(감독 남아름 본인)이 세월호 참사 이후 민주주의의 진짜 의미를 다시 묻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세대 간의 온도 차이, 사회가 겪는 상처와 질문, 그리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고민들이 스크린 위에 차곡히 쌓였습니다.
     
    이 작품은 4·16재단 문화콘텐츠 공모전 대상 수상작으로 제작되었고, 이후 제15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한국경쟁 장편 대상을 거머쥐며 주목받았습니다. <애국소녀>가 전하는 힘 있고 진솔한 질문들은 영화제를 연 첫 작품으로 충분히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영화제의 마지막 장을 닫은 폐막작은 다큐멘터리 노 어더 랜드 : No Other Land였습니다. 2024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작이자,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작인 이 작품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감독들이 함께 전쟁의 참상을 기록한 영화입니다. 전쟁의 현실을, 피해와 시선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카메라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선 평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되었습니다.
     
    스크린 너머로 전해지는 울림은 관객의 숨결까지도 잠시 멈추게 했습니다. 국경을 넘고, 언어를 건너며 던진 질문 평화란 과연 무엇인가?’, 그 물음은 상영이 끝난 뒤에도 마음속에서 오래 머물렀습니다.
     
    또한 젠더·노동·장애·공동체·청년세대의 삶을 담은 다양한 작품들도 함께 했습니다.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신인남우상 후보에 오르며 주목받은 영화 3670, 불안정한 사회 속에서도 자신만의 진로와 내일을 찾아가는 열아홉 살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담은 〈3학년 2학기〉는 극장 상영의 기회가 많지 않았던 만큼 이번 영화제에서 더욱 빛났습니다.
     
    더불어 단편 음어오아, 산행, 코끼리 뒷다리 더듬기역시 저마다의 속도로 관객과 만나며 평화의 또 다른 결을 보여주었습니다. 7편의 영화들을 건너며 관객은 나와는 다른 삶속에서 오히려 나와 닿아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낯설지만 익숙하고, 멀지만 가까운 공감의 순간들. 우리는 그 속에서 평화라는 이름의 다양한 얼굴을 마주했습니다.
     
    상영은 그 자체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감독과의 대화(GV), 관객 토크, 참여 프로그램들이 이어지며 스크린 밖으로 확장된 평화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천천히 연결했습니다. 극장을 나선 뒤에도 이야기는 이어졌고, 영화는 삶 속에서 다시 자라났습니다.
     
    이 영화제는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함께 사유하고 경험하는 평화의 시간이었습니다. 영화 속의 이야기들이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드는, 아주 조용하지만 확실한 방식으로 말입니다.
     
     
    안산평화영화제 현장 - 티켓 배부 / 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제공
     
    안산평화영화제 현장 - 포토존 / 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제공
     
     
    영화와 마주한 목소리 우리의 이야기가 되다
     
    안산평화영화제의 객석은 단순히 영화를 보는 공간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관객을 넘어 참여자가 되었고, 자신이 품고 온 기억과 감정을 꺼내며 서로의 이야기를 이어 붙였습니다. 영화는 서사의 시작이었고, 그 끝은 관객의 마음에서 다시 쓰였습니다.
     
    영화제에 참가한 한 청년은 상영 후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습니다.
    민주주의가 제도가 아니라 기억이고 책임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또 다른 관객은 영화가 끝난 후 깊은숨을 내쉬며 말했다고 합니다.
    전쟁, 폭력, 차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이렇게 진솔하게 마주한 건 처음이었어요.”
     
    그리고 많은 이들이 말했습니다.
    평화는 완성된 것이 아니라 계속 쓰는 이야기 같다.”
     
    오랫동안 안산에서 삶을 이어온 한 시민은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안산에서 열린 행사 중 가장 좋았어요. 앞으로 꾸준히 이어져 거리극 축제처럼 이 도시의 대표적인 축제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 말을 남긴 목소리에는 기대와 응원의 온도가 선명히 묻혀 있었습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스크린 속 타인의 삶을 바라보며 결국 나의 일상, 너의 경험,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떠올렸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이 모여 서로의 마음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가는 순간, 평화는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피부에 닿는 감각이 되었습니다.
     
    이번 안산평화영화제는 그래서 더욱 특별했습니다. 영화는 스크린 안에 머물지 않았고, 관객의 마음에서 다시 숨쉬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평화는 그렇게 찾아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영화 한 편, 서로에게 건넨 한마디, 그리고 스쳐 지나간 시선 한 번으로도 우리는 이미 평화를 쓰고 있었다는 것을.
     
     
    안산평화영화제 현장 - 이모지 퀴즈 이벤트(왼), 안산평화영화제 현장 - 평화 사진찍기(오) / 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제공
     
    안산평화영화제 기획단 / 출처: 평등평화세상 온다 제공
     
     
    왜 지금 평화영화제를? 영화제가 남긴 울림
     
    우리는 종종 평화를 거대한 선언문 속에서, 정치적 언어 속에서만 떠올립니다. 그러나 안산평화영화제는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말합니다. 평화는 멀리 있는 이상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 곳곳에 흐르고 있는 감각이라고.
     
    내가 건네는 말 한마디에,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 관계를 이어주는 작은 행동에 이미 평화는 존재다고. 그래서 우리는 계속해서 평화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영화제는 스크린 너머에서 속삭였습니다.
     
    영화는 단지 감동을 위한 예술이 아닙니다. 때론 질문이 되고, 상처를 들여다보는 거울이 되며, 서로의 삶을 잇는 접점이 됩니다. 이번 영화제의 슬로건 평화는 O하다는 반드시 고민해 봐야 할 빈 칸을 우리에게 남겼습니다.
     
    당신의 평화는 어떤 모양인가요? 영화는 답을 주지 않았지만, 질문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그 물음표는 영화제가 끝난 뒤에도 오래 마음속에 머물러, 삶 속에서 천천히 자라날 것입니다. 친구와 나누는 짧은 대화, 낯선 사람에게 내미는 작은 배려, 부당함에 고개를 드는 용기. 그 모든 순간이 평화를 키우는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평화는 언제나 삶의 온도와 닮아 있으니까요.
     
    영화제를 주관한 평등평화세상 온다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영화를 통해 많은 시민들이 같은 공간에서 평화를 나눌 수 있어 감동적이었습니다. 일상에서 평화를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준비한 자리였는데, 관객들이 함께 울고 공감하고 생각을 나눠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슬로건처럼 , , 우리의 마음이 이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영화제가 남긴 흔적은 3일간의 상영 일정이 아닙니다. 평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 그 첫 장을 함께 넘겼다는 감각. 그것이 우리에게 돌아온 가장 큰 선물이었습니다.
     

    평화는 O하다 : ‘나’, ‘너’ 그리고 ‘우리’에게 평화는 무엇인가요?
    레지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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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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