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메뉴열기

공익웹진

  •  
     
     
     
    
    독립영화 "풀"은 공익적 목적으로 부천시민을 대상으로 상영된 작품으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경기마을공동체미디어연대, 마을공동체 한미모(구 함미모) 등 다양한 기관과 단체가 협력하여 기획했다. 상영은 2025년 6월 16일 오후 2시, 부천시문화재단 6층 부천미디어센터 스튜디오실에서 진행되었으며, 이후 토론회, 감상평 나누기, 시민기자단의 현장 취재 등 시민 참여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되었다.
     
     
     
    복사골 부천문화재단(왼),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안내판(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한미모 이상하 대표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DMZ Docs)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국제영화제로, 부천을 포함한 경기도 지역에서 다양한 상영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번 사업에서는 DMZ Docs가 독립영화 “풀”의 상영 권한을 제공하고, 영화제의 네트워크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부천시민과의 소통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경기마을공동체 미디어연대(미디어연대)는 마을공동체와 미디어 단체의 연합체로, 마을 공동체 한미모(구 함미모)등 지역 주민 조직과 협력하여 영화 상영회를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실행했다.
     
    마을 공동체 한미모는 주민 자율적으로 모인 모임으로, 영화 상영 현장에서 주민 참여를 촉진하고, 상영 후 토론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한미모 이상하 대표는 “이 영화를 통해 부천시민들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공감과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고, 다양한 삶의 모습과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화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마을 공동체와의 연계를 통해 영화의 메시지가 지역사회에 더 깊이 전달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라며, “이번 독립영화 상영 후에도 지속적인 상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하였다.
     
     
    '풀' 영화 포스터 / 출처: 한미모
     
     
    이수정 감독의 영화 “풀”은 마리화나, 헴프, 대마초, 위드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삼속 식물을 다룬 19세 이상 관람가 영화이다. 비무장지대에 땅을 빌려 대마씨를 뿌리고 재배한 뒤, 삼줄기는 사용하되 잎은 모두 매립한다는 조건으로 재배 허가를 받은 사례를 중심으로, 생태·산업·건강 분야에서 대마가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주장하는 이들의 목소리로 전개된다.
     
    그리고 프로그램은 크게 영화 상영, 상영 후 토론회, 감상평 나누기, 시민기자단 현장 취재 등으로 구성되었다.
     
    참여 시민들은 “영화를 통해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었다”, “어릴 적 살던 고향의 추억과 ’삼‘이라는 풀에 기억이 되살아 났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사회 이슈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 “이웃과 함께 영화를 보고 토론하는 경험이 매우 소중했다”, “마을 공동체와 함께하는 문화행사가 지역사회에 활력을 준다”라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강경태 감독은 “이수정 감독은 특정한 문제를 역사의 흐름 속에서 옳고 그름의 판단이 아니라 동의와 비동의를 통해 바라보려는 의도가 있는 듯하다.”라며, “ 금지와 불법, 사실과 설득 사이의 괴리는 현실 속 다양한 사람들의 접근 방식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고 있으며, 그 모든 목소리가 반드시 하나의 결론으로 모아지지는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부천시민 발언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경기마을미디어연대 이득규 pd(왼), 강경태 감독(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프로그램 진행 현장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프로그램에는 평균 35명 이상의 시민이 참여했으며, 만족도 조사 결과 70% 이상이 “매우 만족” 또는 “만족”이라고 응답했다. 참여자들은 영화의 질, 상영 환경, 토론회 등 프로그램 구성에 대해 보통 이상의 평가를 내렸다.
     
    이번 영화 상영은 부천시민들에게 사회적 이슈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확장하는 기회를 제공했으며, 다양한 삶의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마을 공동체와의 연계는 영화의 메시지를 지역사회에 보다 깊이 있게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처럼 복사골 부천시문화재단,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경기마을공동체 미디어연대, 마을 공동체 한미모는 각자의 역할과 협업을 통해 독립영화 “풀” 상영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했으며, 이를 통해 부천시민의 문화적 역량과 공동체 의식을 크게 강화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앞으로도 마을 공동체와의 협력, 시민 참여 확대, 공공 공간의 문화적 활용 등을 통해 지역사회의 문화 예술 활성화와 공동체 의식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성을 느끼는 현장이었다.
    

     
     
     
    독립영화‘풀’ PULL하다.
    럭비공

    조회수 593

    2025-07-31
  •  

     

     
    
    아카이브란 기록물을 수집해 주제에 맞게 정리하고 보존하는 행위입니다. 특히 오래전부터 각 분야의 콘텐츠 산업에서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아 왔는데요. 따라서 올해부터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도 경기도의 공익활동을 다양하게 아카이빙하여 온라인 자료관 ‘톺’을 활성화하는 활동가들을 양성하였습니다. 특히 수료식을 민주화운동기념관에서 진행하며 민주주의의 기록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아카이빙하여 전시하였는지 배웠는데요. 그 유익했던 현장을 같이 방문해 보실까요?
     
     
    단체사진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민주화운동기념관은 국민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기리며 체득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M1, M2 전시관과 교육동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M1에서는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통해 일상의 민주주의를 돌아볼 수 있고 M2에서는 옛 남영동 대공분실의 실물을 마주하며 국가폭력과 인권유린의 문제를 고심해 볼 수 있습니다. 교육동에서는 민주주의를 소재로 한 도서/사진/영상 전시와 교육이 열립니다.1)
     
     
    <민주화운동기념관>
     
    ● M1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동선의 시작에서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던 시대별 국민의 모습을 마주합니다. 걷다 보면 사회의 다양한 계층이 만들어 낸 민주화운동의 현장에 닿게 됩니다. 주변의 여러 장소, 사물, 노래를 바라보며 민주화운동의 기억을 떠올리고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자유와 평등에 관해 묻고 답한 뒤 공공예술을 관람하는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2) 이를 통해 민주 시민에게 필요한 지식과 소양을 기를 수 있었고 특히 숲과 닮은 향을 맡으며 왠지 모를 치유와 희망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 M2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박종철 열사가 사망했던 조사실은 가파른 나선형 계단 위에 한 뼘 남짓의 창문, 외시경, 빨간/노란 방 등과 함께 고문 현장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또한 칠성판, CCTV, 멍석말이 고문 도구와 간첩 조작 피해 등의 기록을 통해 1970-80년대 국가의 탄압과 6·10 민주항쟁 등 시민들의 저항과 연대의 사료들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204개의 스피커에서 들리는 찢어질 듯한 대공분실 입구의 철문 소리와 대공 부서에서 걸려 오는 전화 소리 등을3) 통해 공포와 고통을 느끼며 민주주의는 피로 써진 역사임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국민이 수호하고자 했던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고찰하게 됐습니다.
     
     
    <아키비스트 수료식>
     
    ● 4차시 교육 소감
     
     
    소감나누기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 교육생 소속 단체: 이룸문화교류협회,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고양아카이브016, 한국라이브봉사단, 부천여성청소년재단, 경기마을공동체미디어연대, 협동조합커뮤니티플랫폼 이유
     
     
    수료식에 앞서 현장 학습을 끝낸 소감과 함께 아카이브에 대하여 어떠한 생각을 하게 됐는지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였는데요. 공통 의견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현세대를 위해 1987 민주화 운동에 끊겨있지 말고 90년대 이후, 최근까지 이어지는 또 다른 시민사회의 이야기들을 통해 더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영상 작업에 대한 영감을 얻었습니다. 경기 북부 활동가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프로젝트를 하고 싶습니다. 예로 파주 북부의 인구 소멸과 빈집 프로젝트의 아카이빙을 깊게 하는 실습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협동조합커뮤니티플랫폼 이유)
    3. 기념관을 민·관이 함께 설립한 것처럼 민관 협의체 등과 같이 꾸준히 협력하며 진행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총 교육 과정 소감
     
    다음으로는 1~3차시의 교육 과정을 수료하며 느꼈던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에 대해 토의해 보았습니다. 공통 발언을 요약해 보았습니다.
     
    ※ 좋았던 점
    1. 전문적 내용을 다뤄 지역 활동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2. 이론교육이 좋았습니다.
    3. 아키비스트 역량이 공익활동가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4. 우리들의 네트워크가 생겨 좋았습니다.
     
    ※ 아쉬웠던 점
    1. 거리 등 참여에 어려움이 있어 남·북부 별도 진행하면 좋겠습니다.
    2. 이전에 들었던 내용도 있어 아쉬웠습니다.
    3. 아카이브 활용법 강의 시간이 짧아 아쉬웠습니다.
    4. 강의 첫 시간에 참여자 네트워크를 진행하면 좋겠습니다.
    5. 아카이브 실습 프로젝트 과정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 활동 계획
     
     
    활동계획 토론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끝으로 아키비스트의 향후 활동 계획에 관해 토론해 보았습니다. 우선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는 올해 탄핵과 내년 지방선거에 맞춰 ‘민주주의’와 관련된 포럼 및 온 오프라인 활동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해당 프로젝트의 시초가 오늘의 민주화운동기념관 방문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으로 포럼에서 패널 참여, 구술 기록, 취재 등을 통해 시군별 혹은 분야별로 경기 시민사회의 민주주의에 대해서 제안하거나 변화를 위한 노력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민주주의라는 큰 틀 안에서도 노동, 인권, 성 평등 등의 다양한 주제들로 활동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또한 민주주의 관련 시민단체 네트워크와도 협력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한 교육생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는데요. 공통으로 협의가 이뤄진 내용들을 담아보았습니다.
     
    1. 프로젝트에 필요한 온라인 마케팅/홍보 방식을 배우면 좋겠습니다.
    2. 실습 시 자문과 심화 교육 등을 통해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 센터에서 아카이브 활동을 위한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형태의 공유/협업 플랫폼을 만들어 주면 좋겠습니다.
    4. 지역의 문제를 지자체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해결했는지 참고하면 좋겠습니다.
    5. 시민사회의 기초 조사를 위한 현장 인터뷰가 필요합니다.
    6. 서로의 과거 활동과 욕구에 대해 알아보고 필요한 교육과 회의를 진행해야 합니다.
    7. 기금 모금, 프로젝트 계획 등 각 단체에서 할 수 있는 것들도 포함해 우리의 콘텐츠를 만들어 보면 좋겠습니다.
     
     
    수료식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감각의 전시의 향연이었던 민주화운동기념관에서의 배움은 필히 미래의 아키비스트에게 큰 자양분이 됐을 텐데요. 앞으로 이들은 경기도 시민사회 속에 녹아들며 ‘톺’에 담긴 양질의 가치를 맘껏 펼치고자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너무나도 쉽게 기록이 버려지는 세상 속에서 아카이브 문화에 활력을 불어넣는 주인공이 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느낄 수 있는데요. 개개인의 기록과 아카이브의 서사를 통해 사회에 빛을 밝히는 ‘공익 스토리텔링’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1, 2, 3) 출처: 민주화운동기념관 전시 안내 자료
    

     

     

    [현장스케치] 아키비스트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초스코스

    조회수 197

    2025-07-30
  •  

    걸음으로 기억하다. 광복 80주년 화성시 만세길이 전하는 이야기

     

    한 동 민 (화성시독립운동기념관장)

     

    최근 곳곳에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축소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우리는 더욱 똑바로 기억하고, 분명하게 말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독립은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진 선물이 아니라, 수많은 이름 없는 이들의 치열한 외침과 피의 대가로 이루어진 결과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번 광복절을 맞아, 우리는 다시금 독립운동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합니다. 단순히 기념하는 것에서 나아가, 구체적인 장소와 사람, 사건을 통해 독립운동의 생생한 흔적을 따라가 보고자 합니다.

    특히 오늘 소개하는 글은 경기도 화성 지역의 독립운동을 복원한 화성3.1운동 만세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길은 단순한 탐방로가 아니라, 191943일 화성 우정면·장안면 일대에서 수천 명의 주민들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행진했던 실제 경로를 복원한 길입니다. 이 길을 따라 걷는다는 것은, 그날 그 자리에서 외쳤던 독립의 목소리를 다시 듣는 일이며, 지금 우리가 기억하고 지켜야 할 역사의 의미를 되새기는 일입니다.

    광복의 진정한 의미는 기억 위에 서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독립운동의 현장을 복원하고 계승하려는 지역의 노력에 주목하며, 이 글을 통해 잊지 않는 것이야말로 오늘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저항임을 함께 되새겨보았으면 합니다.                                                                 [편집자 주]

     

    화성3.1운동 만세길이란?

     

    화성3.1운동 만세길은 화성시 우정, 장안지역 3.1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자 당시 마을사람들이 걸으며 만세를 외쳤던 길을 역사적 고증을 통해 정비한 31km의 도보 탐방로를 말한다.

    2000명이 어깨를 걸고 함께 힘차게 걸으며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는 만세소리로 천지가 진동했던 그날, 191943일 우정면 장안면의 삼괴반도 일대의 역사적 감동을 느끼며 걸어보는 길을 다시금 만든 것이 화성3.1운동 만세길이다.

    화성지역은 일제강점기 민중 중심의 독립운동이 활발히 전개된 지역이다. 특히 일본인 경찰 2명을 처단한 것은 전국에서 유일한 사례였다. 1919328일 수원군 송산면 사강리에서 수원경찰서 순사부장 노구찌를 처단한 일과 43일 우정·장안면 사람들이 장안면사무소와 우정면사무소를 파괴하고 화수리 주재소 가와바타 도요타로(川端豊太郞) 순사를 처단 했던 것이다.

    지역민들의 조직적이고 공세적인 독립운동에 대한 탄압이 제암리, 고주리 학살과 마을들을 불태우는 야만적 만행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격렬한 독립만세운동이 펼쳐진 화성지역은 남다른 자부심을 지닌 곳이다.

    특히 우정면·장안면 일대는 삼한시대 상외국(桑外國)’이 있었던 곳으로 이후 상귀, 삼귀, 삼괴로 입말이 바뀌면서 삼괴반도(조암반도)로 불리게 되었다.

    이 지역의 만세시위는 어느 지역보다 격렬하게 전개되었다. 사전계획을 통한 조직적이고 거국적인 연합 만세시위를 진행했다. 이는 종교와 계층을 초월한 대규모, 조직적인 무력항쟁이었다. 일제의 말단통치기구인 면사무소와 경찰관주재소를 불태우고 일본인 순사를 처단하는 공세적 만세운동을 펼치며 삼괴반도(조암반도)를 승리의 기쁨으로 넘치게 만들었다.

    이 지역에서 가장 높은 쌍봉산에 올라 만세 소리 목청껏 외쳤던 그날, 100년 선조들의 우렁찬 만세소리는 독립을 위한 염원과 굽힐 줄 모르는 기상이었다. 가장 치열하고 격렬했던 승리의 항쟁지였던 그곳, 그날은 해방의 날이었다.

     

    만세길을 만들다

     

    191943일 화성의 우정면, 장안면 지역 30여 명의 만세시위 주동자들을 시작으로 인근 마을 주민 2,000명 이상이 참가하여 격렬한 시위가 진행되었다. 주곡리에서 시작해 옆 마을 화수리까지 시계방향으로 삼괴반도를 한 바퀴 돌며 하루동안의 해방구를 만들었던 역사적 사건이었다. 즉 주곡리석포리수촌리어은리(장안면사무소)쌍봉산조암리화산리(우정면사무소)한각리화수리(경찰관주재소)를 돌면서 2,000명의 시위군중들은 대한독립만세를 목청껏 외칠 수 있었다. 이들은 어깨를 걸고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길들을 따라 마을 친구 이름을 부르며 함께 웃으며 힘차게 새로운 역사에 동참하였던 것이다.

    만세시위에 참가한 2,000명은 당시 우정, 장안면에서 집집마다 장정 한 명씩 나온 엄청난 숫자였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과 장소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이는 2019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각 지역마다 3.1운동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시점과 일치하였다. 화성시는 3.1운동을 전국에서 가장 조직적이고 공세적인 만세운동을 펼쳤던 곳이라는 자부심에 더해 이를 기억하고 계승해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

    불행한 일이지만 일제는 야만적 탄압으로 마을을 불태우고 사람들을 폭행하고 잡아갔다. 그리고 이들은 내란죄(內亂罪)’로 처벌하였다. 다른 지역 3.1운동 관계자들이 치안유지법위반이나 출판법위반으로 처벌받은 것에 비해 내란죄라는 중형으로 탄압 받았던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건은 기억과 기록을 남겼다. 구술과 재판 기록을 통해 그날의 만세길을 복원할 수 있었다.

    3.1운동의 의의를 살리고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201711월 독립운동 유허지 정비 및 만세길 조성 연구가 시작 되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20192월에 화성3.1만세길을 조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31km 만세길에는 무엇이 있나

     

    주요한 거점 마을을 따라 그때 그 분들의 마음으로 100년 전의 그 길을 다시 걷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게 직접 걷는 화성3.1운동 만세길을 통하여 화성지역의 독립운동의 의의를 널리 알리고 독립정신을 기리고자 하는 것이다.

     

    화성3·1운동 만세길은 191943일 우정·장안 지역에서 만세를 외치며 걸었던 길과 역사적 현장을 복원한 길이다. 만세길은 총 31km로 이어져 있으며, 100여 년 전 독립운동가들이 걸었던 길을 그대로 복원하고자 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현재 만세길은 당시 길의 약 60% 이상을 복원하여 조성 되었다.

    1919, 만세를 외치며 걸었던 길에는 독립운동가의 집터, 생가, 관공서, 횃불시위 장소 등이 남아있어 그날의 역사를 되새겨 볼 수 있다.

     

                                               <3·1운동 만세길 지도>

    현재 만세길 안내판은 총 204개에 이른다. 종합안내판 6, 구간 이정표 4, 자원해설판 14, 쌍봉산 파노라마 6, 상징안내판 6, 보행주의 안내판 8, 방향안내판(지주형) 33, 방향안내판(부착형) 127개 등이다. 또한 곳곳에 안내 리본을 달아서 이를 따라서 방문객들이 쉽게 길을 찾아서 걷도록 도와주고 있다.

    또한, 13개 스탬프 함을 마련해 주요한 포인트 지점에서 스탬프를 찍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만세길의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드려는 노력이다.

    스탬프는 1)만세길 방문자센터, 2)차병혁생가 3)개죽산 횃불 시위터 4) 백낙열 집터 5)수촌교회 6)옛 장안면사무소터 7)쌍봉산 8)조암리 9)김연방묘소 10)옛우정면사무소터 11)각리,죽리 12)한각리광장터 13)화수리 주재소터에 위치해 있다

    한편 화수리에 방문자센터를 마련하였다. 예전의 보건소 지소를 리모델링하여 새롭게 방문자센터를 운영하여 31km 만세길을 종합적으로 안내할 수 있도록 했다.

    우정읍 화수리의 오래된 옛 보건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조성된 방문자센터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2019년에 문을 열었다. 만세길의 출발점이기도 한 이 곳은 선열들의 치열했던 투쟁을 함축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첨탑 형태의 외벽에는 화성독립운동가의 이름이 새겨진 벽돌을 활용해 추모의 의미를 더했으며, 내부의 오래된 벽 위로 격자 형태의 구멍이 뚫린 새로운 벽을 쌓아올려 방문객들로 하여금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다는 느낌을 심어주고 있다.

     

    <화수리 화성3.1운동 만세길 방문자센터>

     

    만세길 방문자센터는 건물 자체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두 차례의 세계적 어워드에 선정되면서, 전 세계에 일제의 참혹한 만행과 화성3·1운동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만세길 내 주요한 유허지에 안내판을 설치하고 각 마을의 대표적 독립운동가 집터를 정비하는 사업을 진행하였다.

     

     

    향후 과제

    걷고 싶은 만세길이 되어야 한다. 쾌적하고 아름다운 마을길 조성에 마을주민들과 함께 노력해야 한다. 꽃과 나무를 심어 사시사철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이 있는 걷고 싶은 만세길이 되어야 한다.

    화성시는 지역의 독립운동 관련 조사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면서 과거 만세운동이 일어났던 옛길을 복원하고자 했다. 이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고증하는 작업을 통해 만세길 조성을 해나갔다. 이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는 2019년에 완료하여 더욱 뜻깊은 행사를 갖고자 했다. 3.1운동 만세길을 복원함으로써 화성시의 독립운동 정신을 시민과 공유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조성된 화성 3.1운동 만세길은 1919년 만세운동 당시 걸었던 길을 60% 이상 복원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 그러나 코스가 길고 거점 사이 이동 거리 및 시간이 길어 일반 시민들이 탐방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한계가 있다.

    탐방로를 시민들이 이용하기 위해서는 구간별 프로그램 및 콘텐츠의 기획 운영, 홍보, 시설 정비 등 다각적인 운영 및 보완 방안이 필요하다. 이에 단계적인 실행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화성 3.1운동 만세길 전 구간에 대한 현황과 실태 파악을 통해 탐방로 활성화를 위한 단기-중기-장기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우선적으로 구역별 단기 탐방코스를 개발 중이다. 이를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이 화성3.1운동만세길을 탐방하고 체험하면서 3.1운동의 높깊은 역사적 의미를 깨닫는 지역적 명소로 거듭나도록 노력할 것이다.

     

    [기획]걸음으로 기억하다 : 광복 80주년 화성시 만세길이 전하는 이야기
    관리자

    조회수 126

    2025-07-30
  •  
     
     
    
     
     
    땀 흘리는 도시, 안산
     
    안산은 땀 흘리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입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불이 켜진 공장들, 쉼 없이 돌아가는 일터들이 밀집해 있고, 저임금과 불안정한 일자리 속에서도 묵묵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노동자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삶의 안전망이 필요하고, 서로를 보듬는 손길이 절실한 곳이기도 하지요. 누군가는 오늘도 혼자서 무너져가는 집을 바라보며 한숨을 짓고, 누군가는 아이 손을 잡고 차가운 방에서 내일을 걱정하고 있을 겁니다.
     
     
    2015년 3월 22일, 한 알의 씨앗
     
    바로 그런 고민에서 시작된 단체가 있습니다. 이름도 마음도 따뜻한 곳, '사단법인 일하는 사람들의 생활 공제회 좋은 이웃'입니다. 어느 날 좋은 이웃 회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 노동자들이 언제까지 단순히 '요구하는 존재'로만 머물러야 할까요? 우리도 스스로 나누고 실천하는 주체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당시 창립을 함께한 김태환 님의 이 말이 씨앗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노동자 봉사 단체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같은 뜻을 가진 이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준비모임에 모인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특별한 것 없었습니다. 미용사, 전기 기술자, 페인트공, 배관공… 화려한 재능이라기보다는 삶에서 익힌 '직업'의 손 기술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자신들의 삶에서 익힌 이 기술들이 누군가에겐 삶을 다시 세우는 소중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2016년 4월, 첫 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단체가 바로 '따숲네'입니다. 이름처럼, 따뜻한 숲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입니다.
     
     
    따숲네 봉사모임 단체사진 / 사진출처: 따숲네
    따숲네 신미향 회장 / 사진출처: 따숲네
     
     
    저는 참여할 생각이 없었어요.
     
    지금은 따숲네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미향 님도 처음엔 거리를 두고 있었습니다.
     
    "봉사는 시간과 돈이 있는 사람들이 하는 거로 생각했죠. 저는 그럴 여유가 없었어요. 마음도 몸도 바쁘게 살고 있었거든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일상. 남을 도울 여유 같은 건 사치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걸려 온 한 통의 전화가 그녀의 삶을 바꿔놓았습니다. 어르신 염색 좀 도와줄 수 있겠냐는 부탁이었어요. 오래된 미용사 자격증이 있었거든요. 한 번쯤은 괜찮겠지, 하고 갔죠. 그날, 그녀는 오랫동안 방치된 머리카락으로 인해 움츠러들어 있던 할머니의 모습을 마주했습니다. 그리고 머리를 정리해 드린 후 거울을 보며 환하게 웃는 할머니의 얼굴 또한 봤습니다. 그 모습에 오히려 제가 행복해졌답니다.
     
    "그런데 그날 이후, 다음 달도, 그다음 달도… 어느새 계속 함께하고 있더라고요." 봉사는 여유가 아니라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그녀는 그렇게 깨달았습니다.
     
     
     
    사진출처: 따숲네
     
     
    봉사의 숨은 뿌리들.
     
    현재 따숲네는 약 50여 명의 회원이 있으며, 그들 대부분이 여유롭지 않은 생활을 하지만 이 작은 마음들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운영비는 회비와 다양한 지원 사업, 노동조합과 지역단체의 기부금으로 마련됩니다. 고대 병원, 삼화페인트, 서안산 로터리클럽 등에서 정기적으로 후원과 봉사를 함께 해오고 있습니다.
     
    "예전엔 당근 마켓을 뒤져가며 물품을 구했어요. 싼 가전, 헌 가구를 수리해서 썼죠. 요즘은 좀 여유가 생겨 가구당 100~150만 원 정도는 필요한 물품을 직접 구매해 드립니다."
     
    1년에 8번, 여름(7, 8월) 과 겨울(12, 1월) 을 제외한 시기에 봉사가 이루어집니다. 지금까지 누적 80여 회. 정기적으로 모이는 봉사자 수는 평균 15명 정도. 따숲네 회원들 외에도 4.16 가족, 청년 조직 마니또, 삼화페인트 직원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도배, 장판은 뜻을 함께하는 사장님이 비용을 최소화해 도와주고, 전기, 청소, 정리, 정돈은 회원들이 직접 나섭니다. 상황에 따라 가전과 가구를 새로 들여놓기도 합니다.
     
     
     
    사진출처: 따숲네
     
     
    "돈으로 주세요"라는 말.
     
    "우리의 진심을 믿지 못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사진만 찍고 가는 거 아니냐?', '형식적으로 왔다가 대충 하고 가는 거 아니냐?'라며 차라리 돈으로 달라는 경우도 많았죠.“
     
    세상에 차가운 바람이 많이 불어서, 따뜻한 손길마저 의심하게 된 사람들이 있죠. 그것이 봉사자들에게는 가장 큰 상처였습니다. 혼자 사는 어르신의 집을 찾았다가, 독립한 자녀의 반대로 하루 전날 취소된 적도 많습니다. 경계의 눈빛. 의심의 말투. 하지만 봉사자들은 그 모든 것을 견디고, 결국은 바꿔냅니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마음을 다해, 손을 보태면… 그들의 표정이 달라져요. 고마움, 안도, 환함. 그걸 보면 우리도 변해요. 그게 봉사의 기쁨이에요."
     
    의심이 신뢰로, 경계가 감사로, 차가움이 따뜻함으로 바뀌는 순간들. 그 순간들이 따숲네 사람들을 계속 움직이게 하는 힘입니다.
     
     
     
    사진출처: 따숲네
     
     
    "우리가 진짜 보고 싶은 건, 아이들의 웃음이에요"
     
    대상자는 드림스타트, 장애인 단체, 동사무소 등에서 소개받습니다. 요즘은 다양한 가족형태가 많아졌습니다. 대부분 극심한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고, 청소와 정리는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건 아이들이에요. 보살핌을 받아야 할 시기에 방치되어 있죠. 건강도, 정서도 위험한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따숲네는 단순히 집을 고치는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젊은 봉사자들이 아이들과 놀아주고, 멘토가 되기도 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아이들이 달라집니다.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해요. 그 웃음소리가 우리가 진짜 보고 싶은 거예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면, 보호자들의 얼굴도 조금씩 밝아집니다. 그렇게 한 가정이 조금씩 회복되어 갑니다.
     
     
     
    사진출처: 따숲네
     
     
    기억에 남는 집.
     
    "시각 장애인의 집이었어요. 집 전체에 곰팡이가 가득했죠. 보이지 않으니, 본인도 몰랐던 거예요." 그 집에 들어선 순간, 봉사자들은 말을 잃었습니다. 시각 장애인 혼자 산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실감했습니다.
     
    "도배, 장판을 새로 하고 화장실을 청소하는데 냄새가…, 말 그대로 전쟁이었죠. 바퀴벌레가 떼로 몰려다니는 집도 있었어요. 소리 지르고 도망치며 청소했어요. 그 집들은 이제 깨끗하게 변했답니다.“
     
    나는 그, 한 마디에 얼마나 많은 땀과 정성이 담겨있는지, 신미향 회장의 상기된 표정을 보며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진출처: 따숲네
     
     
    따숲네가 바라는 것.
     
    "기부와 봉사, 저도 처음엔 여유 있는 사람들이 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더군요. 마음이 있는 사람이 하는 거예요.“
     
    신미향 회장 역시 한 부모로 아이를 키웠고, 한때 전구 하나 못 갈아 어둠 속에서 살던 날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땐 누가 전구 하나만 갈아줬으면 좋겠다, 그랬거든요. 지금은 따숲네가 전구를 갈아드려요. 봉사가 끝난 뒤에도 연락해 주시면 언제든지 달려갑니다."
     
    자신이 받고 싶었던 작은 도움을, 이제는 누군가에게 베풀고 있는 것입니다. 따숲네의 가장 큰 바람은 젊은 사람들의 참여입니다.
     
    "살기 어려워서겠지요. 그래도 한 번만 용기 내어 오셨으면 좋겠어요. 매달 아니어도 괜찮아요. 시간 날 때, 마음 동할 때 오시면 됩니다. 부담 없이 오셔서, 따뜻한 숨결을 함께 나눠주세요."
     
     
      
    사진출처: 따숲네
     
     
    따뜻한 숲이 되다.
     
    이름 없는 손길들이 모여 만든 숲. 그곳에선 오늘도, 조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무너져가는 집이 따뜻한 보금자리로 바뀌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다시 희망을 품게 되고, 혼자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자신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 변화의 이름은 바로 '따숲네'입니다.
    따뜻한 숲처럼, 지친 사람들에게 쉼을 주고,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절망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곳.
     
    그곳에서 오늘도 누군가는 전구를 갈아주고, 누군가는 아이와 함께 놀아주고, 누군가는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네며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봉사는 여유가 아니라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따숲네 회원들은 삶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뜻한 숲, 따숲네. 그곳에서 오늘도 사랑이 자라고 있습니다.
    
     

     
     
     
     
    따숲네, 따뜻한 숨결을 나누는 사람들
    윤작가

    조회수 638

    2025-07-29
  •  
     
     
     
     
    “전화 한 통이 누군가에겐 희망입니다."
     
    경기도 남양주시는 최근 수년간 전국 자살률 통계에서 꾸준히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지역의 생명을 지키고 위기에 처한 이웃을 돌보고자 하는 작지만 의미 있는 움직임이 물결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난 7월 1일 화요일 저녁 7시, 남양주시 가까운 교회(담임목사 이영길)에서는 「나봄 나눔」 1기 수료식이 열렸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연일 무더위가 한창이던 날 저녁, 수료식을 앞둔 강의장은 평일 오후 7시라는 늦은 시간에도 각자의 일상을 마치고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들을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이영길 목사님의 따뜻한 미소와 구수한 햇감자 향기였다. 한 교육생이 “어쩜 감자가 이렇게 맛있죠?”라고 물으니, 목사님은 웃으며 “사랑으로 쪄서 그렇습니다”라고 답해 강의장은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되었다. 무더위와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듯 정성과 사랑이 담긴 삶은 감자와 김밥을 나누며, 참석자들은 가벼운 식사와 함께 마음의 허기를 채우고 마지막 강의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공감으로 지역을 살리는 교육, 「나봄 나눔」의 시작
     
    「나봄 나눔」 교육은 남양주 지역 구성원의 마음 돌봄을 통한 공익활동에 참여할 활동가를 양성하기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경기북부 공익의제 해결형 프로젝트로 기획된 특별 프로그램이다. 총 6회차로 구성된 이번 교육에는 사회복지법인 생명의전화 하상훈 원장을 비롯해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조철민 연구위원, 남양주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정지연 센터장, 남양주정신건강복지센터 박희중 부센터장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강사로 참여했다. 공익활동의 이해, 자살 위기 상담, 의미 요법, 청소년 상담의 이해, 정신질환의 이해, 지역사회 치유활동 사례 등 지역사회 구성원의 마음 돌봄 공익활동에 필요한 폭넓은 주제를 심도 있게 다뤄졌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수료식과 함께 진행된 마지막 강의는 사회복지법인 생명의전화 하상훈 원장이 직접 맡았다. 하 원장은 총 6회차로 기획된 이번 「나봄 나눔」 교육의 취지와 의미를 강조하며, 실질적인 자살 예방 전화상담 기술과 위기 상황 대처법, 지역사회 내 사회적 안전망 구축 등 폭넓은 내용을 다루었다.
     
    하 원장은 강의를 시작하며 충격적인 통계 수치를 제시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자살로 목숨을 잃은 사람만 14,439명이며, 최근 40년 동안 무려 37만 7천 명에 달하는 생명이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라며, 우리 사회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이어 그는 "특히 남양주 지역이 경기도 내에서도 자살률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라며 "이제는 지역사회가 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으로 자살 예방 활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하 원장은 자살 충동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사회적 단절과 소외감을 지적했다. 그는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은 자신을 이해하고 지지해 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개입방법으로 전화 상담을 강조했다. 그는 "전화상담은 익명성이 보장되며 24시간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극도의 외로움과 절망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전하며, 강의를 듣는 교육생들에게 자살 예방 활동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구조화된 자살위기 전화상담 4단계, 생명을 붙잡는 전략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하상훈 원장은 강의 중반, 자살위기 전화상담이 단순한 대화가 아닌 체계적인 개입 절차임을 강조하며 상담자가 반드시 숙지해야 할 '4단계 구조'를 제시했다. 그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는 말 한마디, 질문 하나가 생사를 가를 수 있다"라며, 전화 상담자에게는 정확한 판단력과 절차 중심의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1단계는 측진적 관계 형성과 정보 수집이다. 하 원장은 “처음 연결된 그 순간부터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라며, “목소리 톤, 말의 속도, 언어 선택까지 모두 상담자의 태도를 비추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 단계에서는 전화자의 신상, 현재 위치, 주변 환경, 자살 계획 유무 등을 자연스럽게 파악해야 한다.
     
    2단계는 문제를 확인하고 명료화하는 과정이다. 전화자가 겪고 있는 위기의 본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짚어야 한다. 단순히 ‘죽고 싶다’는 말 이면에 있는 외로움, 실직, 관계 단절 등 구체적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3단계는 자살의 가능성과 치명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자살 시도 여부나 계획의 구체성, 수단의 접근성, 과거 자살 시도 경험 등이 포함된다. 하 원장은 이 단계를 "전화상담의 핵심"이라 지적하며, “위기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효과적인 개입도 불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 4단계는 전화자를 돕기 위한 계획 수립과 약속의 단계다. 이는 단순한 감정적 위로가 아닌 실질적인 행동을 이끌어내는 과정으로, 앞서 설명한 내용과 연계된다. “이 약속이 전화자에게는 삶을 이어가게 하는 마지막 끈이 될 수 있다"라는 하 원장의 말은 상담의 책임감을 다시금 일깨웠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이 구조화된 4단계 상담 모델은 위기 개입 현장에서 활동하게 될 교육생들에게 실제적인 지침이 되었고, 단순한 이론 이상의 생명존중 실천 도구로 자리 잡았다.
     
     
    전화 위기개입의 실제: 작지만 강력한 약속의 힘
     
    하 원장은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은 자신을 지지해 줄 이가 없다고 느끼기에, 전화 한 통이 절실한 연결선이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위기 상황에 놓인 전화자를 실질적으로 돕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약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단순한 위로를 넘어, 위기개입 상담자가 실제로 내담자와 어떤 방식으로 '현실적인 연결'을 만들어나가야 하는지를 상세히 설명했다.
     
    “자살기도 실행을 일정으로 돌려놓아라”, “가스 밸브를 잠그고 칼을 멀리 치워라”, “약을 화장실에 버려라” 등 구체적인 행동 유도는, 위기에 처한 전화자에게 실질적인 생존 선택지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하 원장은 “막연한 감정적 공감만으로는 위기를 넘기기 어렵다.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약속을 함께 정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전화자에게 자신의 능력과 자원을 되찾도록 돕고, 개인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관계망을 확보하게 하는 것이 상담자의 중요한 역할임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내일 11시에 병원에 갈 수 있습니까?” 혹은 “누구와 함께 갈 수 있을까요?”와 같은 질문은 단순하지만, 내담자의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하 원장은 “상담자가 당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화자에게 명확히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이들이 다시 한번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위기의 순간에 가장 큰 힘은 결국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임을 교육생들은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실제 상담 사례는 교육생들에게 더욱 큰 울림을 주었다. 하 원장은 한 임신한 청소년이 상담 과정에서 자살 위기를 극복한 사례를 공유했다. "상담자가 그 학생의 혼란과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진심 어린 경청과 공감을 보여준 것이 자살 충동을 이겨내는 힘이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사례를 통해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일은 비판과 조언이 아니라 경청과 공감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교육 과정의 하이라이트는 전화상담 실습이었다. 교육생들은 직접 상담자와 내담자의 역할을 맡아 상담 현장을 생생하게 체험했다. 한 교육생은 실습 후 “상담을 하기 전에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자 내담자의 마음이 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라며 “전화 한 통이 누군가에게 생명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하 원장은 “상담의 본질은 사람과 사람 간의 진정한 관계 형성에 있다"라며, “여러분의 작은 관심과 전화 한 통이 누군가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힘이 될 수 있다"라고 교육생들에게 격려를 전했다.
     
     
    "사랑과 공감, 삶의 의미로 절망을 넘어서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강의 마지막, 하 원장은 세 명의 사상가를 인용하며「나봄 나눔」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는 먼저 딘 오니쉬의 『Love & Survival』을 언급하며 "사랑이 곧 생명을 살리는 힘이며, 우리는 타인을 사랑함으로써 자신의 생명도 지켜낼 수 있다"라고 전했다. 다음으로 제러미 리프킨의 『The Empathetic Civilization』을 인용해 "공감은 문명을 발전시키는 핵심 가치이며,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공감의 능력을 확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빅터 프랭클의 『Will to Meaning』을 소개하며 "삶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의지가 절망을 극복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역설했다.
     
    하 원장은 "오늘 우리가 함께한 이 강의가 여러분 개인의 삶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정신 건강을 위한 뜻깊은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라며, 진심 어린 목소리로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로 강의를 마무리했다. 참석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응답하며, 새로운 출발에 대한 기대와 다짐을 마음에 새겼다.
     
     
    공감에서 공익 실천으로, 지역사회에 닿은 희망의 손길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이날 수료식에서는 경기도 공익활동지원센터 전략사업팀 이상화 팀장이 직접 교육생들에게 수료증을 전달하며 그동안의 노력을 격려했다. 이상화 팀장은 "여러분의 활동이 앞으로 남양주 지역의 자살 예방과 정신건강 증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공익활동지원센터 전략사업팀 정동호 차장은 "선거 등 여러 외부적인 이유로 중간에 두 달간 교육이 중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며, 앞으로 지역사회에서 실천 가능한 구체적인 계획을 함께 만들어 나갈 것을 제안했다. 교육생들도 지역사회에서 소외된 이웃을 위한 지속적 활동과 청소년, 정신건강 분야의 심화된 상담 실습 과정 도입 등 적극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함께한 3개월, 삶을 변화시킨 진솔한 목소리들
     
    교육생들의 소감은 「나봄 나눔」이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이 아닌, 삶의 전환점이었음을 보여줬다.
     
    한 교육생은 “처음에는 봉사를 위한 상담 교육이라고 생각했는데, 강의를 들으며 나 자신의 상처와 가족 문제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라며 “상담 기술뿐만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육생은 “청소년 상담 강의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라며 “이미 자녀를 키웠지만, 앞으로 손주를 돌보는 데 꼭 필요한 내용이었고, 우리 주변의 청소년들에게 더 따뜻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 참석자는 “조현병 등 정신질환 강의를 듣고 나니, 이전까지는 언론에서 나오는 부정적인 이미지로만 바라봤던 환자들의 고통을 깊이 이해하게 됐다"라며, “마음이 아픈 이들에게 더 많은 공감을 가지고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다른 교육생은 “공황장애를 겪었던 딸을 둔 부모로서, 강의를 통해 딸의 고통을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라며 “앞으로 지역사회에서 나처럼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돕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한 교육생은 “처음엔 막연히 참여했지만, 나 자신의 변화를 느끼고 있다"라며 “상담 과정에서 중요한 경청과 공감을 나의 일상생활에서도 더 자주 실천해야겠다고 다짐했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다양한 소감을 통해, 교육생들은 배운 내용을 자신과 지역사회에 실질적으로 적용하며, 지속적인 나눔과 배움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절망 위에 피어난 희망, 나봄 나눔의 공익 물결이 시작되다
     
    수료식을 마친 교육생들의 얼굴에는 사명감과 희망이 가득했다. 교육생들은 이제 '자살률 최상위'라는 무거운 현실에 직면한 남양주시를 변화시키기 위해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이날의 수료식은 단순히 교육 과정의 마침표가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웃들을 향한 따뜻한 관심과 실천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삶의 벼랑 끝에서 외로움과 절망감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나봄나눔의 온기를 전하겠다는 지역사회의 그늘에서 외롭게 힘들어하던 이들에게 이제 이들은 따뜻한 손길을 건네려 한다.
     
    「나봄 나눔」이 뿌린 작은 씨앗은 이제 ‘생명존중’이라는 더 큰 물결로 번져나가고 있다. 남양주에서 시작된 이 따뜻한 움직임이, 머뭇거리는 많은 이들에게 다시 살아갈 용기를 전해주길, 그리하여 희망이라는 이름의 큰 파도를 만들어내길 기대해 본다.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현장스케치] 공감으로 피어난 변화, 전화 한 통의 기적 - ‘나봄 나눔’ 1기 수료식
    공익인간

    조회수 181

    2025-07-23
  •  

     
     
     
    
    ※해당 글은 에디터가 5월에 작성한 글입니다.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웃어른부터 아이들까지 어우러져 가족의 가치를 실현하며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는 시기인데요. 따라서 이번 달은 작은 공동체인 가정의 모습부터 나아가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룬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떠한지 돌아보고 싶었습니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된 이른바 ‘7세 고시’에 주목하며 가정에서의 조기 교육과 아동의 정신 건강에 관해 관심을 갖게 됐는데요. 따라서 이번 웹진에서는 과도한 사교육 문화와 아동 인권에 대한 문제점을 살펴보며 어린이들이 건강한 유년 시절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그려보고자 합니다.
     
     
    본 이미지는 OpenAI를 활용해 제작된 창작 이미지로, 특정 인물이나 상황과 관련이 없습니다.
     
     
    7세 고시가 무엇이죠?
    7세 고시. 빠르면 4세 고시도 등장하였습니다. 어린 나이에서부터 영어, 수학 등의 입시 공부를 과도하게 시키는 문화가 심해지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한 현황을 살펴보겠습니다. 예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약 81만 명이었던 초·중·고등학생 수는 2010년 약 73만 명, 2020년에는 54만 명으로 감소했고, 2024년에는 52만 명 수준으로 예측되는데요.1) 학생들은 줄었지만 오히려 작년 초·중·고교생 사교육비는 총 27조 1천억 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면서2) 극단적인 사교육 행태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7세 고시를 왜 시키는 거죠?
    이른 조기 교육에 몰두하는 원인에는 여러 사회 요인들이 작용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다양한 관점에서 세 가지의 이유로 추려보았습니다.
     
    첫째. 과도한 경쟁 사회와 보편적으로 획일화된 성공 전략
    현재 우리 사회는 IMF, 취업난, N포 세대에 이르는 불안정성과 양극화로 인해 “생존을 위해 경쟁한다!”라는 위기의식이 굳게 자리 잡아 과잉 사교육과 조기 경쟁이라는 부작용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예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개인의 소득은 임금구조뿐 아니라 개인이 처한 생애 주기적, 가족적 상황에 의해 빈곤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영향력의 자기장 속에 놓여있다.”3)라고 지적합니다. 즉, 조기 교육 열풍이 경제적 빈곤과 계층 하락에 대한 위기감에서 비롯한다고 볼 수 있고 부모 세대가 겪은 성공 방향=생존 전략으로 자식에게 대물림돼 획일화된 성공 로드맵을 제공할 확률이 높을 것입니다.
     
    둘째. 공교육의 기능 상실과 소통 부재
    ‘공교육의 비효율성’은 학교 교육의 기능 상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예로 매일경제와 모노리서치가 2023년 10월 18일 실시한 전국 단위 여론조사(성인 1,000명 대상)에 따르면, 응답자 중 45.6%는 한국 공교육을 미흡하다고 평가했습니다.4) 개선 방안으로는 기초학력 보장과 자기주도 학습 확대가 가장 많이 꼽혔고(23.1%), 이어 대입 제도 변화(18.7%), 교사 역량 강화(15.3%), 다양한 학교 유형 확대(12.7%) 등이 제안돼 공교육 질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드러났습니다.5) 또한 교육 당국의 소통 부재도 원인이 될 수 있는데요. 예로 최근 몇 년간 입시 제도는 해마다 변화해 정시 40% 확대(2021학년도), 통합 수능 도입(2022학년도), 킬러 문항 배제(2024학년도), 의대 정원 및 무전공 전형 확대(2025학년도)로 이어졌습니다.6) 이렇듯 잦은 교육 정책 변화와 학교 현장과의 소통 부족은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는 요소로 지적됩니다.
     
    셋째. 공격적인 사교육 시장의 마케팅 전략과 규제 미흡
    사교육 시장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의 문제점을 논의하기 위해 최근 한국교육정책연구원과 국회의원들이 공동 주최한 ‘7세 고시: 유아부터 시작되는 사교육 전쟁’ 정책 간담회에서 김경년 교수는 “유아 조기교육은 실질적인 필요보다 또래 집단에 뒤처질까 하는 불안을 이용한 학원의 마케팅에 의해 일반적인 선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7) 따라서 서울시 교육청 같은 경우, 사교육 과열 억제를 위해 교습비와 선행학습 광고에 대한 특별 점검을 벌였으며, 특히 의대 입시반 광고나 교습비 초과 징수 등 불법 사항 5가지를 중점 단속했는데요.8) 하지만 사교육 시장을 규제하기 위한 단일 법률은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본 이미지는 OpenAI를 활용해 제작된 창작 이미지로, 특정 인물이나 상황과 관련이 없습니다.
     
     
    7세 고시를 받은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그렇다면 7세 고시를 받은 아이들은 어떠한 문제점을 가지고 살아가게 될지 아동 인권(UN 아동권리협약) 측면에서 세 가지의 악영향을 추려보았습니다.
     
     
    첫째. 아이의 발달권 침해
    UN 아동권리협약 제6조는 “당사국은 가능한 최대한도로 아동의 생존과 발달을 보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제29조는 “아동의 인격·재능 및 정신적·신체적 능력의 최대한의 계발”을 목표로 규정하고 있습니다.9)  또한 최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천근아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실제 논리적 추론 등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발달하기도 전에 중·고교에서 배우는 수준의 문제를 아이에게 풀라고 시키는 건 학대이며 불안‧우울 증세로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될 가능성도 높다."10)라고 우려했습니다. 따라서 과잉 조기 교육을 받을 경우 아이의 정상적인 발달에 따른 성장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둘째. 아이의 놀이와 휴식권 침해
    UN 아동권리협약 31조는 “당사국은 문화적·예술적 생활에 완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고 촉진하며 문화·예술·오락 및 여가 활동을 위한 적절하고 균등한 기회의 제공을 장려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11) 예로 2018년 아동 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하루 평균 여가 시간은 49분, 학습 시간은 6시간 49분에 달합니다.12) 국제아동복지기관협의회(ISCI)가 주관한 'Children’s Worlds' 조사에서는, 한국 8세 아동 삶의 만족도는 조사 대상 22개국 중 하위권인 평균 3.30 점이며, 9.4%가 자기 삶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응답했습니다.13) 이는 학습 중심의 환경이 아동의 놀이와 휴식권을 제약해 비만, 면역력 약화, 성장호르몬 분비를 방해해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셋째. 아이의 심리적 안정권 침해
    지속적인 시험과 경쟁은 아동에게 큰 스트레스입니다. 강남·서초·송파 등 사교육 밀집 지역의 9세 이하 아동은 정신건강 문제로 진단받는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14)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이들 지역의 우울증 및 불안장애 관련 건강 보험 청구 건수는 서울 평균(291건)을 크게 웃돌며 송파구 1442건, 강남구 1045건, 서초구 822건으로 집계되었습니다.15) 상대적으로 아이들은 주체적인 감정 조절과 균형을 잡는 능력이 덜 발달됐기 때문에 더욱 심적으로 타격이 클 수 있는데요. 이는 아동의 심리적 안정성을 저해하고 분노를 키우며 이후 성인이 돼서도 사회성과 자존감을 갖추는 데 큰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본 이미지는 OpenAI를 활용해 제작된 창작 이미지로, 특정 인물이나 상황과 관련이 없습니다.
     
     
    행복한 7세를 보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행복한 7세를 보내게 하려면 교육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해 보아야 하는데요. 주요 해결책을 세 가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째. 기회의 평등과 폭넓은 직업 교육 장려
    누구나 평등한 기회를 받고 자라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예로 경기도 교육청의 ‘꿈의 학교’ 프로젝트는 지역사회가 주도해 학생들이 다양한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진로 탐색 활동을 제공하고 있습니다.16) 제과제빵, 농업, 1인 미디어 등 학생 주도 참여형 프로그램이 이루어지고 있는데요.17) 이러한 사업이 성행한다면 기회의 다양성과 실질적 진로를 보상해 사교육 과열을 낮출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또한 독일의 이원화 직업 교육제도(Dual System)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독일의 고등학교 졸업생 중 약 절반은 2년에서 3년 반 정도 회사와 직업 학교의 두 곳에서 실습과 이론을 통해 300개 이상의 (기술 분야) 직업 훈련을 받고18) 사회에 진출합니다. 이는 청년 실업률을 낮추고 산업 경쟁력을 높여 왔는데요. 우리 사회도 민관 협의체의 일자리 개혁을 시도한다면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 위한 경쟁을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인문학 교육과 교육 주체들의 공동체 설립
    인문학을 통해 비판적 사고와 자아 성찰 등의 정신적 가치에 대해 교육해야 합니다. 예로 올해 태국에서는 유네스코와 함께 ‘아동 및 청소년과 함께하는 철학(PwCY)’을 통해 이야기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윤리적, 철학적 질문을 토의하기 시작했는데요.19) 실제 영국의 48개 학교를 대상으로 한 한 연구에서 철학 교육에 참여한 초등학생들은 또래보다 읽기와 수학에서 더 높은 점수를 보였으며 불우한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큰 향상이 관찰됐다20)고 하니 국·영·수 능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교육 주체들이 활발히 소통하는 기구가 필요합니다. 예로 지리산에 위치한 토지 달빛 놀이터(토지 마을 학교)와 토지 초등학교는 드물게 교사, 학생, 학부모, 교직원 모두가 함께 하는 운동회를 기획하며 교류하였습니다.21) 이렇듯 공동체 문화를 교육계에서 장려하면 당사자 간의 요구를 절충하고 수용해 균형 있는 교육 개혁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본 이미지는 OpenAI를 활용해 제작된 창작 이미지로, 특정 인물이나 상황과 관련이 없습니다.
     
     
    셋째. 사교육 시장에 대한 규제 기준 확립
    현재 우리나라는 사교육과 관련한 법률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예로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공정거래법,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법령에 걸쳐 규제가 이루어져 일관성이 없고 온라인 강의 콘텐츠와 같은 신종 사교육 형태에 대한 규제가 미비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기존 법령의 집행이 느슨하여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단일화된 법률과 강화된 규제 원칙을 마련해야 합니다. 최근 정부에서는 사교육 업체와 문항 거래가 적발된 교원에 대해 시·도 교육청 엄정 조치, 수능 출제 업무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퇴직 입학 사정관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등의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였는데요.22) 실효성이 있길 바라며 무엇보다 교육청 중심의 정기적 실태조사 및 제재 방안이 보완되길 바랍니다.
     
     
    본 이미지는 OpenAI를 활용해 제작된 창작 이미지로, 특정 인물이나 상황과 관련이 없습니다.
     
     
    7세. 나이만으로도 너무 사랑스러운 시기인데요. 마냥 행복하고 신나게 건강한 유년 시절을 누리는 것이 권리인 시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꼬마들에게 포근한 둥지를 제공해 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비단 부모만의 문제도 아닌 사회의 압박이 아이들을 병들게 한 것 아닌가 싶은 씁쓸함이 몰려왔습니다.
     
    유년 시절의 기억은 평생을 간다죠? 에디터에게도 어렸을 적 가족, 친구들, 동네 사람들과 놀았던 기억이 오래 남아있는데요. 때로는 추억을 떠올리며 힘든 날의 위로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죠. 아이들이 뛰노는 웃음소리가 널리 퍼져도 불편하지 않을 세상이 오길 바랍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1) 신소윤·이우연,“9살 손잡고 떨어지면 편입대치동 그 학원 1800명 북새통”,한겨레, 2024.11.05.
    2) 신소윤·이우연,“9살 손잡고 떨어지면 편입대치동 그 학원 1800명 북새통”,한겨레, 2024.11.05.
    4) 박나은,“점수 줄세우기가 무너뜨린 공교육수능 이걸로 바꾸면 된다는데”,매일경제,2023.10.18.
    5) 박나은,“점수 줄세우기가 무너뜨린 공교육수능 이걸로 바꾸면 된다는데”,매일경제,2023.10.18.
    6) 구무서, “경제불황·저출생 다 뚫어버린 사교육비'잦은 제도 변경이 불안감 키워'”,뉴시스,2025.03.14.
    7) 이영일,“부모 불안 이용한 돈벌이, ‘7세고시’...쏟아진 전문가들 우려”,교육언론[],2025.04.30.
    8) 김성웅 ,“의대 증원에 '초등 의대반'까지 과열 조짐… 政, 강남 주요학원 단속”,뉴데일리경제,2024.02.23.
    9) 구리시립도서관. (n.d.). UN 아동권리협약 전문 [PDF 파일]. 구리시립도서관. (접근일: 2025.05.20.)
     

     
     

     

     

    엄마아빠가 시키는대로 하면 저 성공해요?
    초스코스

    조회수 326

    2025-07-08
  •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이한 「공익활동가 주간」은 전국 곳곳에서 공익활동가들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시간입니다. “공익활동가의 지역, 영역, 세대를 잇는 사회적 지지와 연대의 플랫폼”을 지향하며, 올해도 작년에 이어 6월 30일(월)부터 7월 4일(금)까지 다양한 연대의 장이 5일간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 흐름 속에서,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는 7월 1일 "2025년 경기도공익활동가대회"를 개최하였습니다. 경기도 시민사회가 직접 기획하고 만들어낸 이 자리는, 활동가들에게 진심 어린 응원과 지지를 전하고자 마련되었습니다. 특히 올해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위기 속에서도 불안을 막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애쓴 활동가들의 노고를 떠올리며,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인사를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이번 대회는 경기도 동·서·남·북 4개 권역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집행위원회를 구성해 준비했으며, 무려 경기도 31개 시·군, 98개 단체가 추진위원회로 함께해 주셨습니다.
     
    2025년 경기도공익활동가대회는 '당신의 빛으로 열어낸 새날'이라는 슬로건 아래, 어느 해보다 더 크고 넓고 단단한 연대의 장으로 펼쳐졌습니다. 경기도 시민사회 전체가 함께 만든 이 뜨거운 현장을 함께 만나보실까요?
     
     
     
    개막식
     
    사회자(박범수)가 본 행사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2025년 경기도공익활동가대회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왼쪽: 송성영(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오른쪽: 박혜옥(경기중북부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들의 개회사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사회는 안산에서 반값주거비 안산운동본부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박범수 님이 오전부터 오후 일정까지 진행해 주셨습니다. 꽤나 진행하기 어려운 사회 부탁이었는데도 활동가들의 자리라고 하니 흔쾌히 하겠다고 답해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었답니다.
    사회자의 개회선언을 시작으로 2025년 경기도공익활동가대회를 함께 이끌어준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4분 중에 2분의 개회사가 이어졌습니다. 2023년부터 함께 본 행사를 준비해왔던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의 송성영 공동대표님과 멀리 포천에서 수원까지 달려와주신 경기중북부환경운동연합 박혜옥 공동의장님이 행사에 참여해 준 활동가분들에게 안부를 묻는 이야기로 활기차게 시작되었는데요. 특히 “빛의 광장에서 빛의 연대로 ‘새날’을 열어냈다. ‘새날’은 늘 함께 걷는 경기지역 활동가들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라는 송성영 공동위원장님의 말씀을 들으니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이어 박혜옥 공동위원장님이 포천에서 먼 길을 갈 생각해 막막했는데 그래도 이곳에서 다양한 지역의 활동가들을 만나니 너무 반갑고, 오길 잘 했다는 말에, 모두가 이 자리를 채우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겠지만 그 고민이 무색할 만큼 좋은 자리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과 기대로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연대 장터
     
     
    '연대 장터' 프로그램에서 단체소개를 신청한 하남YMCA, 용인반딧불이시민모임, 수원YWCA 단체의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지역과 함께하는 시민단체들
    공익활동의 중심에는 지역이 있습니다. 하남YMCA, 수원YWCA, 평택YMCA, 하남YWCA, 부천YWCA, 안양YMCA, 오산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안양여성의전화 등은 지역사회 돌봄, 청소년 교육, 양성평등, 장애인 자립 등을 실현하기 위해 매일 현장에서 발로 뛰고 있습니다.
     
    평택안성흥사단, 여주시민주권행동, 여주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여주민예총, 포천시민사회연대, 안성평화네트워크, 수원체육문화센터, 수원여성인력개발센터, 수원YWCA 요양원, 평택시공익활동지원센터, 안성시공익활동지원센터, 광명시공익활동지원센터, 경기복지시민연대 도 각 지역의 다양한 사회 이슈를 기반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생태와 환경을 위한 실천
    용인반딧불이시민모임은 반딧불이 서식지 보존과 생태 복원을 위해 탐사와 포럼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수원환경운동연합, 오산환경운동연합, 경기환경운동연합, 부천기후위기비상행동, 기후위기비상행동 의정부,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경기에너지협동조합, 경기도시민발전협동조합 협의회, 녹색성장국민연합 등은 기후위기와 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해 지역과 연결된 다양한 환경운동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인권과 평등을 향한 연대
    경기여성단체연합, 다산인권센터, 인권교육온다, 경기여성단체연합, 수원615평화연대, 일하는사람들 생활공제회 좋은이웃은 인권, 노동, 평등, 평화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공유했습니다. 특히 장애인 자립,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성평등 조례 보호, 이웃노동자 권익증진 등 다양한 주제가 소개되었습니다.
     
    평화와 통일, 그리고 시민의 힘
    경기평화교육센터, 안성평화네트워크, 안산 평등평화세상 온다, 수원615평화연대, 오산평화의소녀상, 동두천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은 한반도 평화와 역사 보존, 시민 평화기행 등을 주제로 활발한 평화운동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행복한마을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의료사각지대 없는 평등한 복지를 꿈꾸며, 방문진료제도를 실현해 나가고 있습니다.
     
     
    연구·언론·네트워크
    경실련 경기도협의회, 경기민주언론연합, 경기시민연구소 울림,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5기 에디터, 수원마을만들기, 안양 대안학교 단체 등은 제도 개선, 언론 감시, 시민 연구 및 아카이빙, 마을 기반의 대안 교육을 주제로 소개되었으며, 그 다양성과 깊이에서 놀라움을 안겨주었습니다.
     
     
    새로운 시도와 실험
    웨어마이폴은 선거 기간의 탄소 배출량 추적을 통해 공약 전달 방식의 전환을 탐색하고 있으며, 청년 자원봉사팀 TOOL은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개선 봉사와 기술교육을 연계하는 새로운 모델을 실험 중입니다. 충북 충주 마을활동가의 사례 발표는 지역을 넘어 활동가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번아웃, 제도 변화, 지속 가능성 문제에 대해 함께 성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경기도의 연대와 지지
    경기도에서는 경기도 협치 수석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등이 중심이 되어 활동가들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단순한 행정적 지원을 넘어서,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더 지속 가능한 힘을 낼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경기도 내 31개 시군에서 참여한 다양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서로 자리에 일어나 자기소개 및 활동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수원유스호스텔 대강당을 가득 채워준 경기도 공익활동가들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넓은 경기도 전역에서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각자의 바쁜 일상 속에서도 소중한 시간과 마음을 내어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서로를 조금이라도 더 알아가고 연결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참석자 한 분 한 분이 직접 자리에서 일어나 본인과 소속 단체, 그리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양한 지역, 다양한 영역의 활동 이야기가 하나둘 쌓이며, 어느새 1시간이 훌쩍 지나갈 정도로 뜻깊은 교류의 장이 되었습니다.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 쉽지 않기에, 그만큼 이 시간이 더 소중하고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참여한 모두가 한마디씩 나눌 수 있도록 준비한 이 시간을 잘 준비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공동체 밥상
     
    수원유스호스텔 식당에서 마련된 음식을 함께 나누고 있다. 비건용도시락은 안산 카페마실에서 준비해주었다.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된 만큼, 긴 하루를 함께할 활동가분들을 위해 따뜻한 밥 한 끼를 정성껏 준비했습니다. 특별한 메뉴는 아니었지만, 특별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특별한 만남 덕분에 식사 자리는 그 어느 때보다 빛났습니다.
    식사 시간이 되자 이곳저곳에서 웃음꽃이 피어났고, 처음 만난 이들 사이에도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갔습니다. 그런데...식사할 때 가장 환한 얼굴들이었던 건… 혹시 제 기분 탓일까요?^^ㅎㅎㅎ
     
     
     
     
    점심 식사 시간이 진행되는 동안, 행사장 한편에서는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부스 활동도 함께 열렸습니다. 하남YMCA에서는 직접 재배한 목화솜으로 ‘목화새(뭉치새)’를 만들어보는 체험 부스를 운영해 많은 분들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은 동두천의 옛 성병관리소 보존운동을 알리는 자료와 함께 그 의미를 나누었고, 평등평화세상 온다에서는 직접 제작한 배지를 참여자들에게 나눠주며 평등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또한 행사장에는 각 단체별 홍보 리플렛과 책자를 비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경기도 곳곳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들의 다양한 이슈와 활동을 서로 공유하고 알아가는 소중한 교류의 장이 되었습니다.
     
     
    문화공연과 함께하는 빛의 광장 토크쇼
     
    마임이스트 류성국님의 열린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오후 프로그램 "빛의 광장 토크쇼"의 시작은 마임이스트 류성국 님의 깊이 있는 마임 공연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말없이 오직 몸짓 하나로 마음을 움직이는 마임은 때로는 수백 마디 말보다 더 강한 울림을 전해줍니다. 공연의 첫 번째 주제는 ‘벽’이었습니다. 우리 삶 속에는 누구도 쉽게 넘을 수 없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합니다. 공연은 그 벽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부딪히며, 때로는 좌절하고, 다시 일어나 다시금 마주하는 한 사람의 몸짓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 벽은 누군가에게는 제도일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사회의 편견, 혹은 활동가로서의 지침과 피로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류성국 님은 그 벽 앞에서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벽을 두드리던 그의 몸짓은, 마침내 그 벽을 넘어서 희망이 피어나는 새로운 날로 나아갑니다.
    빈손이지만 진심을 담은 위로와 격려가 있었고, 소리 없는 외침 속에서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만의 벽을 떠올리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짧지만 깊은 공연은 오늘 모인 모든 활동가들에게,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벽’이 결코 끝이 아니며, 함께라면 넘어설 수 있다는 믿음을 건네주었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이어진 박수는 그 믿음에 대한 뜨거운 공감이었습니다.
     
    빛의 광장 토크쇼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공연이 끝난 후 이어진 시간은 다섯 명의 활동가가 무대에 올라,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 가지 물건 또는 자료’에 담아 소개하는 토크쇼였습니다. 성남, 수원, 오산, 의정부, 여주, 그리고 안산까지 경기도 곳곳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공익활동을 이어온 이들의 진심 어린 이야기가 무대 위를 따뜻하게 채웠습니다.
     
    한국청년연대 김다은 대표는 매일같이 홍보물과 안내문을 만들며 공익활동의 최전선에 섰던 날들을 떠올렸습니다. 그날그날의 작업이 쌓여, 그 흔적 하나하나가 화려하진 않지만 가장 밀도 있게 삶을 채운 기록이었다는 말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냈습니다.
     
    평등평화세상 온다 김송미 대표는 직접 만든 작은 배지를 소개하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활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곳저곳 다니며 그 배지를 판매했던 날들, 그리고 오늘은 그 배지를 나눔으로 가져왔다는 말에는 연대의 온기와 활동가의 따뜻한 진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의정부자연에너지협동조합 서효숙 활동가는 생협에서 시작해 기후위기 대응까지, 지역과 함께하며 실천해온 시간들을 나눴습니다. 특히 딸에게 용돈을 쥐여주며 응원봉을 사수했던 일화는 유쾌함 속에 가족의 지지와 활동가의 삶이 겹쳐지며 현장에 따뜻한 웃음을 전했습니다.
     
    수원오산화성촛불행동 최승재 사무국장은 오래된 USB 하나를 꺼냈습니다. 수많은 거리의 촛불, 회의록, 발언문이 담긴 이 작은 저장 장치는 활동가로서의 삶, 그리고 공동체와 함께한 역사의 일부이자, 한 사람의 소중한 아카이브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여주시민주권행동 최용기 상임대표는 여주에서 만난 한 고등학생의 말을 전하며 이야기를 풀어갔습니다. “청년이 귀한 여주에서, 광장에서 마주친 한 학생의 말에서 여주의 희망을 보았다"라는 그의 말은 활동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떠올리게 해주었습니다. 거창한 프로그램이나 화려한 수치가 아니라, 함께한 순간 속에서 ‘누군가의 가능성’을 놓치지 않는 것이야말로 활동의 본질이라는 울림을 남긴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토크쇼는 단지 다섯 명의 패널만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무대 아래에서 그 이야기를 듣던 수많은 활동가들의 삶과도 다르지 않았기에, 마치 모두의 이야기가 무대 위로 오르는 듯한 시간이었습니다. 보다 안전하고, 보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차가운 거리와 어두운 길목을 함께 걸어가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조금씩 더 따뜻한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뮤지컬 배우이자 가수 이정열 님의 마무리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토크쇼가 끝난 후, 대회의 마지막을 장식한 시간은 뮤지컬 배우이자 가수 이정열 님의 특별 공연이었습니다. 무대에 올라 공연을 시작하기 전, 이정열 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오기까지 ‘공익’이라는 단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내가 살아오면서 이 단어를 직접 써본 적이 있었던가. 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은 그런 ‘공익’을 삶으로 실천하고 계시는 분들이구나, 싶었습니다.”
    공익이라는 말이 다소 추상적이고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어려운 일을 묵묵히 해내는 활동가들에게 존경과 고마움의 인사를 전하며, 노래로 마음을 전하기 시작했습니다. 공연이 시작되자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세대의 활동가들 가운데 특히 50대 이상의 참가자들에게서 뜨거운 호응이 이어졌습니다.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익숙한 곡들이었지만, 그 가삿말이 전하는 의미는 누구보다 활동가들의 마음에 깊숙이 와닿았습니다.
    이정열 님의 담담하고도 따뜻한 목소리는 그동안 고되고 지친 활동의 시간을 다정히 안아주듯 스며들었고,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노래로 위로받고, 연대로 이어지는 하나의 마음이 되었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이정열 님의 목소리와 따뜻한 말 한마디는 오랫동안 참석자들의 기억 속에 잔잔히 남았습니다. 노래가 전하는 위로가 이토록 따뜻할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함께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특강 - 새 정부와 다시 만날 세계를 위한 시민사회의 과제
     
    2부 강연 "새 정부와 다시 만날 세계를 위한 시민사회의 과제"라는 주제로 시민사회활성화전국네트워크 류홍번 운영위원장님의 강연이 진행되고 있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활동가들의 과거를 돌아보고 서로를 위로한 1부를 마친 뒤, 이어진 2부는 “앞으로 시민사회가 어떠한 과제를 가지고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시간을 위해 시민사회활성화전국네트워크 류홍번 운영위원장을 모시고 특별강연이 진행되었습니다.
     
    강연의 주제는 “시민주권과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시민사회를 강화하자! –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제도·정책 과제”. 류홍번 운영위원장님은 먼저 한국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현 상황을 되짚으며, 해외 각국의 시민사회 정책 사례들을 함께 소개해 주셨습니다. 특히 한국 시민사회가 전환기의 길목에 서 있는 지금, 어떤 제도와 정책이 필요한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알기 쉽게 풀어주셨고,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현장의 활동가들이 평소 품고 있었던 고민과 질문들이 진솔하게 쏟아졌습니다.
     
    질의응답
     
    강연을 마치고 다양한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Q. 보조금에 의지하는 시민사회, 괜찮은가요?
    한 활동가는 시민단체들이 정부 보조금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현실에 대해 우려를 표했습니다. 보조금이 정치적 영향력의 도구가 되는 것은 아닌지, 자생력을 갖춘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이에 대한 답변은 명확했습니다.
    “보조금을 받는 것이 문제는 아닙니다. 시민단체가 공익을 위한 활동을 하는 데 있어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은 정당한 권리입니다. 유럽 등 해외에서는 ‘정부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제도화되어 있습니다.”
    다만, 보조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이를 위한 해법으로 ‘사회적 경제와의 접점 확대’가 언급되었고, 기부문화 확산,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에 대한 실험적 접근도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Q. 제도와 정권, 시민사회는 어떻게 공존해야 할까요?
    시민사회가 법적으로 제도화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만약 정권이 바뀌면 그 제도가 악용되거나 무력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또한 사회적 경제와 NGO의 활동 영역이 섞여 있는 현재 구조 속에서, NGO는 제도적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류홍번 운영위원장은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법은 정권처럼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시민사회는 오히려 협력하고 연대하는 구조를 통해 더 큰 파이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시민사회의 경계를 지나치게 명확히 나누기보다는 서로 다른 조직들이 함께 공익을 향해 연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Q. 시민사회는 사회통합에 기여할 수 있을까?
    새 정부의 사회통합 정책에는 ‘시민사회’라는 단어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과연 시민사회가 사회통합과 갈등 해소의 주체가 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 시민사회야말로 합의를 통해 사회적 통합을 이끌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 조직이며. 특히 시민사회의 독립기구 설립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이어졌습니다.
     
    Q. 기업과 협력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요?
    기업과의 협업이 해법 중 하나로 제시되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시민단체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기업들과는 근본적으로 협력할 수 없고, 구조 자체가 변하지 않는 한 시도조차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류홍번 운영위원장은 다음과 같은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 직접적 후원이 어렵다면, 지역 재단이나 플랫폼을 통해 간접 협업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 기업들이 사회 공헌 활동에 점점 더 관심을 가지는 만큼, 시민사회도 이에 맞는 프로젝트 제안을 기획할 필요가 있다.
    • 지역·중앙단위에서 기업 관심사를 조사하여 매칭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자.
    이처럼 ‘민감한 이슈는 피하면서도 기업과 공익을 잇는 새로운 경로’를 모색하는 방향이 제안되었습니다.
     
    Q. 시민사회 정책도 결국엔 서울 중심 아닌가요?
    마지막으로, 서울 중심 정책의 문제도 언급되었습니다. 많은 시민사회 정책과 자원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고, 실제로 지역 시민단체들은 상근자 1~2명 수준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정책 접근이 어렵다는 문제 제기였습니다.
    이에 대해 류홍번 운영위원장은 서울 중심 구조에 대해 동의하는 한편, 경기도는 산업/기업 중심의 지역이기에 더 기업과 협업하고 자원을 연결한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다며, 더 많은 시민사회 주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말했습니다. 즉, 서울 중심 문제를 비판하는 것에서 멈추기보다는, 지역에서도 능동적인 전략과 구조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습니다.
     
    이번 강연에서의 질의응답 시간은 단순한 질문과 대답을 넘어, 시민사회가 지금 어디쯤 와 있으며,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함께 고민한 시간이었습니다. △공익활동의 재정구조부터 정체성 △제도화의 방향성과 정권과의 관계 △사회적 경제와의 연계 △사회통합에 대한 기여 가능성 △서울과 지역 사이의 불균형 문제까지. 이 모든 질문의 바탕에는, 더 나은 시민사회 생태계를 함께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함께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시민사회는 변화하고 있다는 희망과 믿음이 생겼습니다.
     
     
     
    폐회사
     
    2025년 경기도공익활동가대회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왼쪽: 유명화(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센터장), 오른쪽: 김유철(안양YMCA 사무총장))들의 폐회사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모든 프로그램이 끝난 뒤, 대회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두 분의 폐회사였습니다. 이번 대회를 위해 경기도 전역을 누비며 준비에 힘쓴 두 분,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유명화 센터장과 안양YMCA 김유철 사무총장이 차례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김유철 사무총장은, 이번 대회가 단순히 몇몇 단체의 주도로 열린 자리가 아니라, 경기도 31개 시·군의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추진위원회로 참여해 직접 기획하고 준비한 행사였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유명화 센터장은 “올해보다 더 많은 단체와 활동가들이 내년엔 함께하길 바랍니다. 명실상부한 '경기도 31개 시·군 공익활동가대회'가 될 수 있도록 계속 준비해나가겠습니다”라며 내년 대회를 향한 기대와 의지를 전했습니다.
     
     
     

     
     
    이제 막 2025년 대회를 마무리했지만, 벌써부터 2026년 경기도공익활동가대회가 기다려지는 건… 저뿐만은 아니겠죠?
    함께 준비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경기도공익활동가대회! 내년에는 더 많은 이야기와 얼굴들이 이 자리에 함께하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이 행사를 함께 준비해 주신 스태프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현장스케치] 2025년 경기도공익활동가대회 "당신의 빛으로 열어낸 새날"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유보희

    조회수 288

    2025-07-03
  •  

     
     
     
    시작이 반이라는 말, 들어보셨죠? 너무나 흔히들 하는 말인데 대부분은 그냥 의미 없는 새해 인사로 넘기거나 지루한 위로 정도로 여기곤 하죠. 하지만 우리가 아카이브 에디터로서 발을 내디뎠던 순간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그 말의 의미를 문득 알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시작’이라는 출발점을 찍지 않는다면, 결코 끝을 맺을 수 없습니다. 심지어 포기조차도 할 수 없죠. 시작점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그저 무의미하게 표류하며 흘러가는 배와 같아질지도 모르겠네요. 시작이 반이라는 말의 의미가 새삼스레 중요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저는 지금으로부터 석 달 전, 봄바람과 함께 출발한 우리의 모습을 여러분께 전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1) 그 사이 우리 에디터들은 공익 웹진을 통해 여러분을 만나며 공익활동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려 노력해 왔습니다. 불도저처럼 돌진하는, 여름과도 같은 열정도 물론 중요하지만, 때론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고 나아갈 힘을 보충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아카이브 에디터들의 정기 회의는 서로 공익활동의 확산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달려 나가던 에디터들이 잠시 한 공간에 모여 서로를 보듬기도 하고, 때로는 조언을 주고받기도 하면서 다시 나아갈 힘을 얻는 시간입니다. 거기에 우리의 역량을 더 끌어올리기 위한 배움의 시간도 있었습니다. 우리와 공익활동의 여러 면모를 함께 지켜보셨던 여러분도 우리의 모임에 글로나마 초청하고자 합니다. 에디터들이 남은 하반기를 위해 배우고 고민하면서도 연대하는 현장으로 함께 가보시죠!
     
    -
     
    5기 아카이브 에디터 2차 정기 회의
     
     
    아카이브 에디터 2차 정기 회의 및 교육 장소는 안양시공익활동지원센터! / 사진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날씨가 서서히 무더워지는 6월, 안양시공익활동지원센터가 새롭게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임시 개관이고 7월에 정식으로 문을 열게 된다고 합니다. 안양시공익활동지원센터는 안양역 지하상가에 위치하고 있어서 접근성이 아주 좋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안양시민뿐만 아니라 5기 아카이브 에디터들 사이에서도 기대가 큰 만큼 관심 또한 많았습니다. 안양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6월 2차 정기 회의가 열린다는 소식에 에디터들이 속속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무더운 여름 오후 공기에 연신 굵은 땀방울을 흘렸지만 모두들 기대되는 표정으로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반가운 인사를 나눈 에디터들의 2차 정기 회의가 곧 시작되었습니다. 우선 그간 발행되었던 공익 웹진을 비롯한 콘텐츠 제작 현황을 공유했습니다.
     
     
    5기 아카이브 에디터 2차 정기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고무적이었던 것은 콘텐츠별 평균 조회 수가 크게 상승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콘텐츠 조회수는 작년 대비 15,300회 이상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콘텐츠별 평균 조회 수가 약 470회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데요. 공익 웹진의 운영을 꾸준히 이어오면서 에디터들의 관심사도 점차 다양해지고 웹진을 작성하는 방식도 다채로워지다 보니 얻은 수확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의 덕이 가장 크겠지요?
     
     
    한 걸음 카드와 회의자료 / 사진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한 걸음 카드를 작성하며 지난 1분기 활동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간단한 성과 보고를 마치고 에디터들은 ‘한 걸음 카드’ 피드백을 진행하면서 1분기 활동을 점검하고 2분기 계획을 세웠습니다. 지난 1차 회의 때 자신이 에디터 활동을 하면서 이루고자 생각했던 목표를 적고 지금까지 목표를 향해 한 자신의 노력과 변화한 점을 작성하면서 지난 활동을 돌아보았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이 작성한 내용을 다른 에디터들과 공유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정말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한 걸음 카드를 작성한 뒤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아카이브 에디터들 / 사진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한 걸음 카드를 작성한 뒤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아카이브 에디터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바쁜 현실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 에디터로 임명이 되고 나니 공익활동 행사나 활동가분들을 만날 때 훨씬 집중하게 되는 것을 느꼈어요. 책임감도 생겼고요. 다른 에디터들이 작성한 글을 보면서 공익활동 현장에서 치열하게 논의되고 있는 현안과 관련한 내용이나 공익활동에 대한 인식을 넓힐 수 있는 내용 등 다채로운 주제를 다룰 수 있다는 것을 배웠어요. 저도 이 부분을 제 글에 적용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현장 스케치를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천하지 못했어요. 그래도 첫 원고는 작성해 보았으니 이제 원래 제가 세웠던 목표에도 도전해 보고 싶어요.”
     
    “관심 있었던 분야에 대한 글을 작성하겠다고 마음먹었고 실천했지만, 여기에서 더 나아가서 확장된 시각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공익활동 현실, 정책을 다루고 사례 발굴까지 시도해 보고 싶어요.”
     
    이 밖에도 자신이 글을 쓰는 형식이 지나치게 단조로운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의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기 위해 독서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는 노력, 다른 공익활동가들의 행사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 자신이 작성한 공익 웹진을 본 공익활동가들의 반응 등을 함께 공유했습니다. 공익활동에 참여한 경험을 진솔하게 공유하니 공감되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했습니다. 속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와 경험을 명료하게 정리하고 넘어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시민기록자 양성교육 3강 - 나의 기록이 사회적 기록으로, 기록이 바꾼 세상 (은유 작가)
     
     
    <나의 기록이 사회적 기록으로-기록이 바꾼 세상> 강연 현장 / 사진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2부에서는 경기도 공익활동 시민기록자 양성교육 심화 과정 세 번째 순서로 은유 작가님이 <나의 기록이 사회적 기록으로-기록이 바꾼 세상>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해주셨습니다. 은유 작가님이 자신이 글을 쓰게 된 과정부터 시작해서 글을 쓰면서 했던 고민까지 자연스럽게 이어나가면서 강연을 진행해 주신 덕분에 아주 많은 부분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작가님의 강연을 들으며 저는 작가님이 우리에게 전달해 주고 싶었던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을 쓰고 공익활동을 기록하고 있는 주체 역시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곧잘 잊곤 하죠. 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를 간과하면 진솔한 글쓰기도 어렵고 글쓰기의 원동력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은유 작가님의 자기소개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은유 작가님은 여러 권의 책을 통해 사회의 모순과 폭력을 조명하신 분이지만 처음부터 사회적 기록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글을 쓰는 것과 관련한 전공을 하거나 따로 배운 것은 아니지만 많은 독서를 통해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늘 글을 쓰고 글쓰기를 배우면서도 특별한 자격이 있어야 글을 쓸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에 내심 불안했던 적도 있었던 저 역시 은유 작가님의 경험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은유 작가님의 강연이 진행되고 있는 현장 / 사진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이후 은유 작가님이 책을 쓰신 경험을 공유해 주셨는데 그 과정을 너무 흥미롭게 풀어주셔서 단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폭력과 존엄 사이』라는 책을 쓰는 과정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이 책은 국가폭력 피해자 어르신들의 인터뷰를 담고 있는데요. 작가님은 처음에 국가폭력 피해자 어르신들의 증언 녹취를 윤문하는 정도의 작업으로 알고 시작했지만, 녹취록에 의존하지 않고 다시 국가폭력 피해자 어르신들을 하나하나 찾아 인터뷰하러 전국을 누비면서 사람이 지닌 사연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국가폭력 피해 어르신들의 사연을 들으면서 빈곤, 노동, 젠더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경험을 진솔하게 전달해 주셨습니다. 작가님의 글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는 폭력, 권력의 불균형 상황을 포착해 내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개인과 사회는 분리될 수 없으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나 저도 은연중에 이런 사회의 폭력에 노출이 되어 있는 것이겠죠. 작가님은 바로 우리가 아직 모르는 상처, 폭력 혹은 사회가 내게 강요하는 모습을 인지하는 것으로부터 글쓰기가 시작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자기 생각과 감정을 궁금해하지 않고 자신의 욕망과 능력에 대한 객관화가 되지 않으면 겉도는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게 되니까요. 무엇보다 사회가 강요하고 있는 모습이나 관습적 역할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는 더더욱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겠죠. 작가님은 “자신이 외면하는 곳에 글을 쓸 주제가 있다.”라는 말을 전해주기도 하셨습니다. 저는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늘 글쓰기 기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제가 그동안 아카이빙의 기본기를 제대로 다지면서 글을 쓰고 있었는지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번 강연은 제가 공익활동 아카이빙을 하면서 늘 마음 깊숙이 품고 있던 질문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는 기회가 되기도 했는데요. 공익활동 아카이빙이 즉각적인 효과나 영향력을 지니지는 않는 활동이다 보니 “늘 무엇인가 적극적인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는 활동이 아닌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활동이 정말로 도움이 되는 것일까?”, “내가 맞는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늘 자신에게 하게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작가님은 이렇게 사회의 고통을,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을 말하는 것이 고통을 통해 우리가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작가님의 책을 인용하자면 “고통이 고통을 알아보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이 바로 이런 공익활동 아카이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나니 제가 하고 있는 활동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활동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사실 공익활동 현장에서는 정말 행복하고 보람찬 감정을 느끼게 되기도 하지만 씁쓸하고 우울한 장면을 마주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들은 한 번에 해결되는 게 아니다 보니 같은 문제가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작가님의 강연을 듣다 보니 작가님은 더욱 어두운 사회의 단면들을 마주하면서도 사람들에게 이런 상황을 호소력 있게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지만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아이, 간첩으로 몰렸지만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아 딸마저 가난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만 주부 등 수많은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발견했던 작가님의 여정을 함께 돌아보면서 이 모든 이야기의 끝에서 ‘글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강연 내용에 대해 질의하면서 열정적으로 수강 중인 아카이브 에디터 / 사진 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강의가 끝나고 에디터와 시민들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한 질문자는 글쓰기를 하면서 생기는 힘든 일이나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이겨내는지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습니다.
    “글쓰기도 결국은 노동이잖아요. 그렇다 보니 혹시 글쓰기를 하면서 불행했던 경험이나 글쓰기 때문에 너무 괴로울 때가 생기면 무라카미 하루키가 한다고 했던 것처럼 규칙적으로 글을 쓰시는지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어쨌든 부자가 아닐까요? 그리고 배우자도 있고 아이가 없고 별장도 있고 그런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루틴을 지키는 삶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저처럼 양육자인 경우에는 아이들의 시간에 맞춰서 제 시간표가 결정되는 경우가 되게 많았어요. 그래서 저처럼 활동가형 혹은 생계형 작가인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마감일이 언제다 하면 그 일주일 전까지는 글쓰기를 미리 마감하자는 식으로 시간표를 짰습니다. 글을 쓰면 육체가 많이 소진돼요. 하지만 그만큼 고통스러워도 좋은 것도 그만큼이니까 계속 글을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 에디터는 평소 인터뷰를 하면서 갖고 있었던 애로사항에 관해 묻기도 했습니다.
     
    “작가님은 인터뷰 글도 쓰셨잖아요. 저희가 인터뷰를 많이 하는데 인터뷰는 그냥 적어 놓으면 너무 재미가 없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혹시 인터뷰 원고를 작성하는 팁이 있을까요?”
     
    작가님은 평소 인터뷰 원고를 쓰는 자신만의 철학을 공유하면서 에디터들의 고민에 조언해 주기 위해 애써주셨습니다.
     
    “저는 모든 예술은 뺄셈이라고 생각해요. 잘 덜어내는 게 너무 중요합니다. 인터뷰를 녹취한 게 곧 글은 아니거든요. 작가는 마치 영화감독처럼 편집을 해주는 사람이에요. 이 사람이 쏟아낸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 심는 게 아니라 읽을만한 글로 주제를 담아서 그 주제를 향해 가는 거죠. 나중에 인터뷰를 다 읽고 나면 그 사람의 매력이 보여야 좋은 인터뷰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글쓰기 강사인 저를 인터뷰하면서 글쓰기 노하우만 잔뜩 적어놓는다면 굳이 인터뷰여야 할 필요가 없는 거죠. 그래서 이때는 글쓰기 노하우보다는 은유라는 사람 자체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은유 작가님은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진솔하게 나누며, 에디터들의 고민에도 깊이 공감하고 함께 고민해 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작가님이 글쓰기의 힘에 관해 이야기 한 부분도 매우 기억에 남았습니다.
     
    “제가 항상 주장하는 건 글을 쓰면서 내가 바뀐다는 거예요. 글 쓰는 사람은 적어도 바뀌어요. 나도 세상의 일부니까, 내가 바뀐 만큼은 세상이 바뀝니다.”
    누구나 하게 되는 자기 자신에 대한 회의감을 이토록 명료하게 극복해 나가는 모습에 많은 에디터들이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열심히 강연을 듣고 질문하는 시민 기록자들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자신의 독서 경험 혹은 글쓰기 경험을 바탕으로 평소에 갖고 있던 고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정말 특별한 순간이었습니다. 은유 작가님의 팬이라며 감명 깊이 읽은 책을 들고 온 시민, 수업을 들었던 학생이라며 수원에서 오느라 조금 늦었다며 조용히 맨 뒤에서 듣던 시민까지 한자리에 모여 강의실이 가득 찼습니다. 강연은 에디터들을 비롯한 시민들의 참여로 인해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습니다.
     
    무더운 여름의 더위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익활동에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늘 애쓰고 있는 아카이브 에디터들은 함께 모여서 서로의 활동에 영감을 받고, 다음 활동을 구상하기도 하면서 남은 날 동안 더 활기찬 활동을 다짐했습니다.
     
    공익활동은 한 집단 혹은 한 사람만의 영향력만으로는 절대 이어질 수 없습니다. 우리가 품은 열정의 씨앗은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를 만나야 비로소 피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남은 기간 동안 이어질 우리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기대해 주세요!
     
     
    단체사진 / 사진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현장스케치] 아카이브 에디터들의 열정이 여름의 태양처럼 공익활동을 무르익게 한 날
    옐로 구피

    조회수 269

    2025-07-03
  •  

     

     

    1. 헌법이 살아있다는 의미

    헌법이 살아있다는 의미는 헌법에 정한 규범대로 헌법이 잘 지켜지고 있는가의 문제다. 헌법 자체가 주인이 아니라 헌법의 주인은 따로 있다. 헌법에 규범을 정한 주체는 주권자 국민이다. 헌법은 전문(前文)에서 그 주체가 대한 국민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헌법을 잘 지켜야 하는 대상은 모든 권력이다. 헌법 제1조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은 모든 권력이 주권자 국민의 뜻을 좇아 권력을 행사하도록 정한 법이다.

    모든 나라의 헌법이 잘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유신 헌법 체제에서는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없어요.”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은 일이 있었다. 물론 한참 전인 1974년 유신 헌법 체제에서의 일이다. 이른바 대통령 긴급조치 제1(1974. 1. 8.)는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 반대, 왜곡 또는 비하하는 행위와 헌법의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 발의, 제안, 또는 청원하는 행위를 일절 금지했다. 대법원은 이 긴급조치 제1호에 따라 위와 같은 형을 확정한 것이다.

    그런데, 당시 헌법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표현의 자유, 그리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할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었다. 대한 국민이 주권자임이 헌법에 또렷이 새겨져 있음은 물론이다. 헌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하고 다른 내용의 헌법을 모색하는 일은 주권자인 국민이 보유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로서 가장 강력하게 보호되어야 할 권리 중의 권리다. 그러나, 이러한 당연한 권리를 인정한 것은 2013830일 헌법재판소가 긴급조치 제1호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한, 39년이 흐른 뒤였다.

    유신 헌법에서 대통령은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가 중대한 위협을 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 국정 전반에 걸쳐 필요한 긴급조치를 할 수 있었고, 이러한 긴급조치는 사법부가 심사할 수 없다는 내용이 헌법에 있었다. 이렇게 보면, 헌법이 당연하게 주권자 국민의 관점에서 권력자를 통제하는 법이라는 말도 그 자체로 성립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뭔가 다른 것이 헌법을 뒷받침해야 함을 알 수 있다. 그것은 헌법을 제대로 만드는 일 그리고 헌법이 지켜지도록 하는 일의 이면에는 또 다른 버팀목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2. 123 비상계엄과 헌법

    한국 사회는 1987년 이후 자타가 인정하는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 민주주의 체제 위에 그리고 그 민주주의 체제의 최고법이 현행 헌법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123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 헌법에 따르면 계엄은 군사상 필요가 있어 군대를 동원하거나 경찰력만으로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어려워 군대가 필요할 때 발동하는 국가긴급권이다. 2024123일 그 누구도 계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 윤석열은 국회의 탄핵소추 발의 또는 예산 삭감 등을 계엄 발령 이유로 삼았다. 뜬금없이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계엄을 선포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리고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에 국회와 정당 활동 그리고 정치활동 일절 금지, 모든 언론과 출판에 대한 계엄사 통제 등을 담았다. 국회 활동 금지의 조치로서 국회의사당에 군대를 투입했다.

    윤석열이 오로지 국회를 겨냥한 것은 틀림없다. 바로 이 점이 123 비상계엄의 본질이 내란임을 드러낸다. 이러한 판단은 윤석열에 대한 형사처벌이 재판으로 확정되기 전이라고 하더라도 주권자인 국민이 결정할 몫이다. 국회는 대통령이 계엄이라는 국가긴급권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계엄 해제를 요구함을 비롯하여 대통령이 선전포고 등 군사적인 조치 전에 동의를 얻도록 할 정도로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 유력한 헌법기관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는 행위를 할 때 헌법재판소에 탄핵을 소추하는 권한 또한 대통령을 견제하는 국회의 권한이다.

    대통령이 국회 활동을 정지시키는 일은 국회의 견제 없는 독재를 하겠다는 것의 노골적인 의사 표시다. 박정희의 유신 독재도 국회해산권의 헌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국회를 해산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많은 시민이 국회의사당으로 달려간 까닭이다. 그런데도 당시 여당인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추경호는 자당 소속 국회의원을 국회가 아닌 자당 당사로 소집했다. 국회의사당으로 달려가지 않은 국회의원들이 헌법적인 책임, 특히 일부는 형사 책임을 져야 하는 이유다.

    1997417일의 대법원판결(963376)123 내란 판단에서 매우 중요한 기준을 제공한다. 이 사건은 전두환노태우 등이 19791212 군사반란과 1980517 내란을 일으킨 사건에 대한 판결이다.

    대법원은 헌법이 정한 민주적 절차에 따르지 않고 헌법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일은 어떤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권능 행사 불가능은 사실상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을 포함한다. 내란죄가 성립되려면 폭동이 있어야 하는데, 비상계엄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위협을 주는 것이어서 폭동이 되는 협박 행위라고 확인했다.

    대법원은 내란범을 넓게 인정한다. 내란에 관여한 가담자들이 비상계엄을 모의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내란집단의 구성원으로서 내란에 포함되는 개별 행위에 부분적으로라도 참여하거나 이바지했다면 내란죄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123 비상계엄이 내란인 점은 분명하므로, 이에 대한 엄격한 처벌과 함께 국가기구 내에서 비상계엄을 막지 못한 제도적 취약점이 무엇인지를 분석평가하여 그 개선안을 도출해야 한다. 그것이 123 내란으로 질식사할 뻔한 87년 헌법을 다시 살리는 길이다.

     


     

    3. 헌법을 살리는 방법

    123 비상계엄 전후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른바 ‘7공화국 개헌을 말한다. 헌법에 공화국 표현의 등장은 517 내란 이후 80년 개정헌법에서 제5공화국이라고 규정한 것이 유일한 사례다. 누가 봐도 공화국이 아니었기에 그것을 가리기 위한 장식이었다. 그 이전 72년 헌법의 유신 체제 또한 공화국이라 할 수 없다. 516 내란 이후 62년 헌법 체제 또한 공화국이라 할 수 없다. ‘7공화국표현은 대법원이 확고하게 부정했던, 민주적 절차를 따르지 않은 내란을 정당화하는 일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한편 제왕적 대통령제를 문제 삼아 정부형태를 바꾸는 개헌이 헌법을 살리는 일인지 들여다봐야 한다. 칼 뢰벤슈타인이라는 학자는 헌법이 살아있는지를 옷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어떤 헌법은 몸에 꼭 맞는 옷처럼 잘 지켜지지만, 어떤 헌법은 몸에 비해 너무 큰 경우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헌법에 비해 몸이 자라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 몸은 그 나라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체제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헌법 그 자체에 있지 않다. 의원내각제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으로 안정된 복수정당제, 언론과 정치적 자유의 완전한 보장, 지방자치제의 확립, 정치인과 국민의 정치의식 수준의 고도화 등을 말한다. 대통령제의 성공 조건으로는 정치인과 시민의 사회적 동질성, 권력 분산, 여론의 자유와 여론에 대한 존중 등을 꼽는다. 이러한 전제조건이 충족된다면, 대통령제든 의원내각제든 성공할 수 있다.

    헌법이 위기에 빠졌을 때 주권자가 등장했다. 31혁명을 비롯한 항일독립운동, 제주 43항쟁, 419혁명, ()유신 항쟁, 518 광주민중항쟁, 806월항쟁과 789월의 노동자투쟁 등 많은 투쟁과 항쟁이 있었다. 문제는 다음의 일이다. 48년 제헌헌법은 반민족행위를 처벌하도록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60년 헌법은 반민주행위를 한 자를 처벌하도록 했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87년 헌법은 627280년 내란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지 않았다. 개헌한다면 진실 규명, 내란 행위에 대한 책임 추궁, 피해자에 대한 명예 회복과 배보상, 사회적 기억, 재발방지책 마련 등 민주화를 확장하고 심화하며 공고히 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개헌 이전에 국회에서 법률의 제정개정폐지를 통해 헌법을 살리는 법도 있다. 가장 쉬운 법률 폐지는 한 줄의 법률 제정으로 가능하다. 몇 가지 예를 들면, “국가보안법은 이를 폐지한다.”라는 국가보안법 폐지에 관한 법률’, “사형제도는 이를 폐지한다.”라는 사형 폐지에 관한 법률등이다. 다음으로 헌법을 고치기 전에 기본권을 강화하는 법률 개정도 할 수 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국가인권위원회법등을 개정하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차별금지법’, ‘생명 안전 기본법’, ‘블랙리스트 특별법’, ‘아동청소년 및 학생 인권법등을 제정하는 일이다.

    헌법을 살리기 위해 그 누구보다 앞장섰던 사람들은 한국 사회의 다수이면서 약자 또는 소수자인 사람들이다. 이들이 곧 주권자고 헌법이다. 국회가 국회답게 일을 하려면 이들 주권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소리 없는 함성을 들어야 한다. 매일 공청회와 청문회를 열어 입법 작업을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굳이 헌법을 고칠 필요도 없이 헌법은 오래오래 잘 살아갈 수 있다. 헌법은 문자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이다.

     
    [기획]헌법은 살아있는가, 비상계엄 전후의 대한민국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오동석 교수

    조회수 317

    2025-07-02
  •  
     
     
    
    아키비스트, 이제 우리에게 그리 낯선 단어가 아니죠.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는 6월 한 달간 4회에 걸쳐 경기시민사회 공익활동 아키비스트 양성과정을 마련했습니다. ‘공익활동 아키비스트’란 공익활동 자료 수집 및 보존을 통해 가치를 확산하는 활동가를 말합니다.
     
    경기도 전역의 활동가와 도민 대상이기 때문에 강의는 의정부와 수원을 오가며 진행되었습니다. 센터 북부에서 진행된 1-2차시에는 (협)아카이빙네트워크연구원 손동유 원장을 모시고 공익활동 아카이브의 이해와 방법, 특히 구술 아카이브에 대해 들었습니다. 한국저작권보호원 이선민 변호사를 통해 저작권 관련 내용도 배웠습니다.
    

    아키비스트 양성과정 웹자보 /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공익활동을 위한 아카이브 활용법
     
    저는 경기도여성비전센터 나혜석홀에서 진행된 3차시에 참여했는데, 잠시 그 현장으로 가보실까요? 5번째 강의를 맡은 분은 한국외대 정보기록학연구소 겸임교수이신 김태현 강사님입니다.
     
    ‘우리는 기록의 민족’이라는 얘기로 강의가 시작됐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이 1997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하지만 일제의 역사 말살에 많은 기록이 유실되는 아픔도 겪었습니다. 실제로 아카이브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 두루 쓰이게 된 것은 2000년대 이후라네요.
    
     
    3차시 강연 /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기록과 콘텐츠와 아카이브의 관계
     
    사람들이 직접 만든 역사의 경험을 기억이라 부릅니다. 우리는 기억을 기록함으로써 과거를 수집하고 현재를 생산하여 미래를 준비합니다. 즉, 기록은 역사적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이 만들어낸 액션입니다. 이 기록에 서사를 입혀 사회적 메시지를 담으면 콘텐츠가 됩니다. 기록을 인과관계로 배열한 것이 콘텐츠라면 상관관계로 배열한 것은 아카이브입니다. 아카이브는 논리적인 시스템으로 기록을 데이터베이스화합니다. 이 세 가지는 구분되면서도 서로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기억을 기반으로 세 가지 개념이 상호 연결될 수 있는 게 바로 시민사회의 일상사 영역이라고 교수님은 설명합니다.
     
     
    기록의 수집과 생산
     
    기록의 수집은 ‘사라지는 것에 대한 멈춤 기능’이 있습니다. 멈춤 그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어떤 내용을 수집할 것인가? 어떻게 수집할 것인가? 기록을 모으는 방식도 중요한데 저인망식 무작위 수집보다는 주제를 가지고 수집해야 훨씬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창고에 비유하자면 이렇습니다. 자주 쓰지 않는 물건을 창고에 넣어놓기만 해도 일단 없어지는 일은 막게 되죠. 더 나아가 그것들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어떤 물건이 창고 몇 번째 선반에 있는지 정리해 놓는 게 아카이브이고, 그 노동을 하는 사람이 바로 아키비스트입니다.
     
     
    콘텐츠와 아카이브로 활용된 사례들
     
    강의 후반부에는 기록이 하나의 주제에 따라 콘텐츠로 재탄생한 사례들을 소개했습니다. 모두 교수님이 직접 진행한 프로젝트인데요, 그중 몇 가지만 추려봅니다.
    
     
    6.10민주항쟁 30주년 기념전 <1987, 우리들의 이야기> 포스터와 디지털 콘텐츠 / 출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6.10민주항쟁 30주년 기념 전시회 <1987, 우리들의 이야기>는 박종철 열사 하숙집 아주머니, 시내버스 운전기사 등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캐릭터 작업을 거친 보통 시민 30명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한 것입니다. 수채화로 그려낸 서울시청 일대가 인상적이죠? 전국 순회 전시회와 함께 오마이뉴스를 통한 웹 전시회도 병행했습니다.
    
     
    
    증평기록관 개관 전시 <증평, 첫 번째 기억> 전시실과 주제 아카이브 / 출처: 증평기록관
     
     
    증평은 기록 분야를 줄곧 앞서가는 지자체인데요. 2020년 증평기록관 개관 전시 <증평, 첫 번째 기억> 이래로 훌륭한 기획의 전시가 계속됩니다. ‘주간 증평’이라는 디지털 주제 아카이브도 흥미롭습니다. 기록관의 보수적 풍토를 뒤엎고 힙한 형광색을 메인 컬러로 고집하여 결국 온 마을을 핫핑크로 물들였다는 일화가 재미있네요. 증평기록관 콘텐츠는 유튜브에 다양한 쇼츠로도 업로드되어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JPArchives)
    
     
    
    세월호 참사 1주기 기억 전시 <아이들의 방> 포스터와 디지털 콘텐츠 / 출처: 4.16기억저장소
     
     
    세월호 참사 1주기 기억 전시 <아이들의 방>은 죽은 이의 물건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전통을 깨고 주인 잃은 방을 사진과 글로 남겼습니다. 전시회는 엄청난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오스트리아 시골 라디오에서까지 인터뷰 요청을 해왔습니다. 규모가 어떻든 메시지가 강하면 사람들은 스스로 찾아온다는 걸 확인했지요. 처음에 공개를 거부했던 유족들도 마음을 돌려서 2015년 61개였던 방이 지금은 200개 가까이 열렸습니다. 오마이뉴스 디지털 콘텐츠에서 그 아이들의 방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Event/416memory/index.aspx)
     
     
    아카이브도 브랜드가 되는 시대
     
    한때 외래어 대신 기록은행이라는 말을 사용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아카이브라는 용어가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래도 교수님이 어디 가든 첫 번째 받는 질문은 ‘기록관이 뭐냐’는 질문이랍니다. 누구나 아는 도서관처럼 더 이상 이 질문이 안 나오는 날이 곧 오겠지요.
     
    그러려면 더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아카이브의 주인이 누구인가? 지금껏 역사 콘텐츠에서 스스로 주인이 된 적이 없었던 시민들이 목적의식을 갖고 풀뿌리 방식으로 아카이브의 주권자가 될 때 아카이브는 브랜드가 됩니다. 12.3 비상계엄 아카이브도 그렇게 차곡차곡 쌓여갈 것입니다.
     
     
     
    
    공익활동 아키비스트 양성과정 3차시 단체사진 / 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강의를 마치고 수강자 두 분의 소감을 살짝 들어보았는데요.
     
    “저는 다산인권센터 자원활동가이고 지금은 개인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아카이빙 활동을 해보려고 신청했는데, 앞선 강의들에 비해 이번 강의는 조금 어려웠던 것 같기도 해요. 우리가 알고 있는 아카이빙과 실제 아키비스트로서의 아카이빙이 조금 다르다는 걸 알게 됐고, 그래서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다는 욕심도 더 들었어요.” (다산인권센터 듬솔)
     
    “제가 활동하고 있는 단체가 2027년이면 30주년이에요. 선배님들이 그동안 쭉 해오셨던 것들을 정리해 보고 싶어서 온라인 아카이빙을 고민하는데, 오늘 구체적인 예시로 실무 얘기를 해주셔서 가닥이 좀 잡히고 주의할 점들도 도움이 됐습니다. 저희가 몇 년 전 ‘숲과 나눔’ 재단 통해서 기록물을 1천 건 이상 온라인에 올려놓긴 했는데, 단순히 창고여서는 안 되고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잖아요. 이걸 가공해서 뭔가 다른 가치를 창출해 볼까? 그런 아이디어를 오늘 많이 얻게 돼서 30주년 때는 뭔가 좀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안양군포의왕환경운동연합 사무차장 이동현)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생각나네요. 구슬 한 알 한 알이 기록이라면 그 구슬들을 꿰어 만든 목걸이나 팔찌는 콘텐츠, 구슬의 아름답고 일정한 패턴은 아카이브쯤 될까요? 그중 독창적이고 고유한 스타일의 목걸이는 뜨거운 반응을 얻고 하나의 브랜드로 거듭나겠죠. 양성과정을 수강하는 분들 모두 자기 브랜드를 가진 보배 같은 공익활동 아키비스트가 되시기를 응원합니다. 얼마 전 개관한 민주화운동기념관으로 떠나게 될 마지막 4차시 현장 탐방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
    
     

     
     

     

    [현장스케치] 공익활동 아키비스트 양성과정 3차시_기록을 콘텐츠로! 아카이브를 브랜드로!
    참비움

    조회수 403

    2025-06-27
<<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