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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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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타래, 그리고 이야기의 시작.
     
    ‘실타래처럼 얽혔다’라는 말은 보통 부정적인 의미로 자주 사용됩니다. 하지만 홀로 떨어져 있는 실이 홀로 있지 않고 하나로 뭉쳐 있을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실타래가 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실 한 올, 한 올은 손끝을 지나며 방향을 틀고 때로는 얽히면서 다시 이어지죠. 이 실은 한 줄의 기록일 수도, 사람일 수도, 오래된 사건일 수도, 오래된 사건 혹은 잊힌 기억일 수도 있습니다. 2025 시민기록 컨퍼런스의 현장은 그런 실들에 주목하고 이들이 얽혀 만든 실타래에 주목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2025 시민기록 컨퍼런스가 진행된 경기상상캠퍼스 전경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에디터 직접 촬영
     
     
    2025년 11월 8일 토요일 경기상상캠퍼스 멀티벙커로 시민기록자들이 속속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올해 시민기록 컨퍼런스의 부제는 ‘깁다, 엮다, 잣다, 잇다’였습니다. 기록 속에 담긴 마음을 꿰매고, 함께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엮고, 진동하는 사유를 잣고, 각자의 결을 맞대어서 잇는 이 모든 과정의 끝에 있는 기록에 관해 다 함께 사유하고 대화할 수 있는 장(場)이 마련되었습니다. 이날의 컨퍼런스는 실타래를 풀고 다시 묶는 여정이었는데요. 그 매듭을 꿰는 바늘이자 매개는 바로 ‘공익(公益)’이었습니다. 하지만 공익이란 단어는, 사전 속에서는 ‘사회 전체의 이익’으로만 남고 말죠. 그리고 그 정의만으로는 흩어진 것을 잇고, 찢어진 것을 기워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는 그 정의의 바깥에서, 몸으로 공익을 잇는 사람들, ‘시민기록자(에디터)’들이 모였습니다!
     
    우리 에디터들은 세월호의 노래를 기록하고, 만세길의 발걸음을 담으며, 영케어러의 하루를 글로 남기고, 이주민의 언어를 번역하며, 기후 정의 행진과 시민 햇빛 발전소, 전세사기 대응까지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달하였습니다. 에디터들이 포착한 현실은 때로는 처절했고 어떤 때는 생동감이 넘쳤습니다. 이번에는 특히 1기부터 5기까지의 에디터들이 남겨온 기록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는데요. 그간 에디터들이 모아온 세상의 목소리를 엮고 이어서, 세상과 유리되지 않은 숨 쉬는 기록을 만들기 위하여, 오늘의 자리가 마련된 것이랍니다.
     
     
    마음을 깁다 - 전시 체험 부스
     
    경기상상캠퍼스는 완연한 가을이었습니다. 더운 여름에 고통받으며 가을을 그리워하던 때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인 가을 풍경이 펼쳐져 있었는데요. 상상캠퍼스의 잔디밭과 건물 사이에 참가자들이 시민기록자들의 활동을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전시와 참여형 부스가 운영되었습니다. 먼저 기록자들의 실제 필체를 따라 원고 속 문장을 직접 써볼 수 있는 ‘필사 체험’과 타자기로 엽서를 직접 완성할 수 있는 ‘타자기 엽서 체험’ 부스가 운영되었습니다. 타자기는 최근에는 만나보기 힘든 물건이다 보니 ‘타닥타닥’ 타자기 소리를 직접 들어보면서 가을의 낭만과 함께 신기한 기분을 느껴보려는 참가자들이 많았습니다.
     
     
     
    타자기 엽서 체험을 해보고 있는 참가자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왼),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오)
     
     
    귀로 듣는 기록물 전시 체험 중인 참가자들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왼),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오)
     
     
    한쪽에서는 헤드셋을 착용하고 자리에 앉아 기사를 귀로 감상하고 있는 참가자들이 보였습니다. 원고를 글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에디터들의 음성으로 느껴볼 수 있는 기록 전시 방식이었습니다. ‘심지’ 에디터를 비롯한 3인의 에디터가 자신의 기록물을 직접 녹음하여 귀로 들을 수 있는 전시를 마련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신기한 체험은 ‘챗봇과 대화하면서 글쓰기’였는데요. 최근에는 AI가 아주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죠. 그래서 AI와 나누는 대화가 자연스럽게 나만의 기록집이 되는 경험을 해볼 수 있도록 준비되었습니다. AI가 어떻게 기록의 도구가 될 수 있는지를 체험해 볼 수 있어서 아주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실뜨기 놀이 체험 부스 현장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다음으로는 추억의 ‘실뜨기 놀이’ 부스가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추억을 되새겨보는 참가자들도, 어른들에게 실뜨기 놀이를 처음 배우는 아이들도 즐겁게 부스 체험을 이어 나갔습니다.
     
     
     
    ‘단어 교환소(우드 버닝)’ 체험 현장 / 사진출처: 에디터 직접 촬영
     
     
    ‘단어 교환소(우드 버닝)’ 부스에서는 나무 조각 위에 불로 그림을 새기며 ‘기록의 흔적’을 남기는 체험이 진행되었습니다. 뜨거운 인두펜의 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나무에서 나는 향은 마치 한 해의 기억을 조심스레 새기는 의식 같았답니다. 그리고 이 부스의 이름이 단어 교환소인 이유! 그건 바로 내가 새긴 글귀를 내가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앞선 사람이 새긴 글귀를 내가 가져가고 나의 기록은 뒷사람을 위해 남겨두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의 기록을 내가 이어받아 보관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오늘의 주제이기도 한 ‘잇다’를 직접 체험하는 것만 같았답니다.
     
     
     
    닉네임 상상도 부스 체험 현장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마지막 부스는 ‘닉네임 상상도(아날로그 감성 그림 그리기)’였습니다. 에디터들의 개성 있는 닉네임을 부스 참가자들이 그림으로 그리는 활동이었습니다. 하나의 단어도 누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결과물을 낸다는 사실이 정말로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부스 체험을 즐긴 참가자들은 본격적으로 1부 행사에 참여하였습니다. 이 시간은 원고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함께 토크쇼를 진행하는 시간이었답니다.
     
     
    생각을 잣다 - 1부: 원고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공연이 있는 토크쇼!
     
     
     
    개회사를 하고 있는 유명화 센터장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유명화 센터장님의 개회사가 본격적인 행사의 출발을 알렸습니다.
     
    “저희가 여기서 행사를 하자고 결정하면서 에디터들이 이 공간을 어떻게 기획하고 꾸밀지가 참 기대됐습니다. 그런데 어제 미리 와서 보니, 저희가 5기까지 진행되어 오는 과정, 노력, 역량의 성장이 다 담겨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타래라는 말을 들으면 각자 실타래라는 말에서 느끼는 느낌들이 있었을 것 같아요. 우리가 실타래를 깁고 엮고, 잣고 잇기도 하니까요. 이 네 가지 표현들이 그동안 우리 에디터들이 해온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은 글을 쓴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부분이에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활동을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이 매우 멋진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공익활동지원센터가 공익 활동의 다양한 부분들을 기록으로 남기면 그 기록은 현장을 남기는 의미뿐만 아니라, 공익활동 활성화의 계기가 되어주기도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이 행사는 5기 에디터들이 8월부터 기획을 시작했다고 말씀하셨는데 여러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낸 것이 여기에 이렇게 구현이 잘 되어 기쁩니다. 이런 공간에서 우리가 그동안 어떻게 성장했는지 또 앞으로는 어떻게 성장할지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어 주시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푸른 잎이었던 에디터들이 이제 단풍나무의 빛깔처럼 각자만의 색깔로 피어나는 자리인 것 같습니다. 오늘 많은 얘기들을 나누고 또 하나의 역사와 기록을 남겼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구인 수어 합창단의 공연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공연영상 보기 @지구인수어합창단
     
     
    센터장님의 개회사 뒤에는 이번 컨퍼런스를 더욱 뭉클하게 만든 특별한 무대가 펼쳐졌습니다. 바로 지구인 수어 합창단의 공연이었는데요. 이들은 수어로 노래하는 팀으로, 언어의 경계를 넘어 마음으로 소통하는 감동적인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이 무대의 주인공들은 5기 에디터 윤 작가님의 글, '손으로 노래하는 지구인들' 속 주인공들이기도 했습니다. 이 공연은 노래의 새로운 정의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몸과 눈으로 부르는 노래를 감상하니 이날의 자리가 더욱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공연을 마친 후, 본격적인 토크쇼가 시작되었습니다. 토크쇼의 주인공이 될 기록 속 주인공들은 5기 에디터 두 분(윤 작가님, 꿀벌님)과 그 기록 속의 주인공 두 분(전연 단장님, 얼쑤 활동가님)이었습니다.
     
     
     
     
    1부 토크쇼 진행 현장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지구인 수어 합창단의 단장인 전연 님은 중국에서 오셔서 안산에서 다문화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에디터 ‘윤작가’와의 인연을 통해 글의 주인공이 된 전연 단장님은 한국에 처음 오셨을 때의 어려움과 수어를 배우게 된 계기를 솔직하게 들려주셨답니다.
     
    “한국어도 못하는 외국인들이 왜 한국 수어를 배우는지 많이 질문해 주십니다. 처음에 제가 한국에 왔을 때는 모든 것이 낯설었어요. 문화도, 언어도 달라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몰랐어요. 그때 안산시 외국인 지원본부에 한국어를 배우러 다녔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마음을 말로 다 표현할 수는 없었어요. 그때 우연히 안산 작은 다문화 도서관을 알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 도서관에 중국어책이 있더라고요. 그 책장을 보았을 때, 처음으로 이 땅에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도서관의 여러 프로그램에 참석하게 되었고 수어 수업을 들은 것은 아주 우연이었어요. 그런데 그 수어는 제 인생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전연 단장님이 겪었던 이국땅에서의 어려움과 외로움은 새로운 따뜻함을 찾아 나서는 원동력이 되었고 결국 수어가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기회가 되어 주었다고 하는데요.
     
    “저는 수어를 배우기 전에 청각 장애인분들이 저와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수업을 하면서 서로가 다르지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이주 여성들은 한국말이 서툴러서 마음에 있는 말을 다 전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는데, 이런 것이 청각 장애인분들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말하지 않아도 눈빛과 손짓으로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을, 수어를 통해 배웠습니다. 같은 언어를 통해야만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더라고요. 언어를 진심으로 느낀 그 마음의 울림이야말로 진짜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장님이 생각하는 소통에 대해 들으면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소통과 협력이 아니라 표면적인 관계에 집중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기록이 기록 대상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대상과의 진정한 소통이 필수적인데요. 진정한 소통의 본질이 비단 말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단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토크쇼의 다른 주인공인 얼쑤 활동가님은 안산 YWCA, 환경운동연합 등에서 44년째 활동하고 계시는 '찐찐 안산 시민'이십니다. 꿀벌 에디터님은 4.16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활동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서 얼쑤 활동가님을 알게 되었고, 그분을 "워낙 광폭으로 활동하는 시민 활동가라서 어디 가나 계신 분"이라고 소개하셨습니다. 토크쇼를 통해서 얼쑤님의 헌신적인 공익 활동 방식에 관해서도 설명해 주셨습니다. 자그마치 26개의 단체를 후원하면서도 나중에 자신의 수입이 줄어들 것에 대비하여 8개 단체에 평생 회비를 납부했다는 얼쑤 활동가의 행보는 최선을 다해 공익을 위해 헌신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생각해 보게 만들었습니다.
     
    함께 토크쇼에 참여한 꿀벌 에디터님의 이야기 중에서는 글쓰기를 ‘침묵에 길들여진 여성’으로서 자신을 깨는 하나의 방식임을 역설한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자기 해소 과정으로서의 글쓰기에 관해 들으면서 많은 참가자가 기록과 기록자의 역할에 대해서 다시금 곱씹게 되었답니다.
     
     
    서사를 엮다 - 2부: 실타래를 만들며 소감을 공유하기
     
    2부에서는 '지금, 우리 이야기'라는 주제로 모든 참석자가 함께하는 '실타래 엮기'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사회자가 던진 실타래를 받은 사람은 자신의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에게 실타래를 굴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물리적인 실타래가 얽히면서 참가자들의 이야기와 마음도 함께 연결되는 시간이었습니다. 행사의 주요 키워드인 ‘실타래’를 통해 행사의 의미를 살려낸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실타래를 옮겨 가면서 참가자들에게 기록에 관한 생각을 들어보고 있는 의미 있는 현장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실이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기록에 대한 참가자들의 이야기가 쌓여갔습니다. 유명화 센터장님은 이 자리에서 글쓰기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나누셨습니다. 과거 권위적이고 평가 중심으로 여겨졌던 '기록'에 대해 부정적인 느낌이 많았지만, 에디터들의 활동을 보며 생각이 바뀌었다고 하셨습니다. 센터장님은 이러한 '말랑말랑한' 기록의 힘이 공익 활동의 영역을 더 넓힐 수 있음을 강조하며, 자신도 다시금 기록 활동에 열정을 쏟아보겠다는 다짐을 전하셨습니다. 전시 기획에 참여하신 한 분은 에디터들의 글을 접한 소감을 나누며 깊은 통찰을 주셨습니다. 그는 에디터들을 '삶으로서의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하며, 이들의 '진실 말하기'가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라고 역설했습니다. 어떤 때는 물러나거나 제자리를 맴도는 것 같아도 그것들이 어느 지점에는 나선형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믿는다는 희망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시민 기록 활동이 당장 눈에 띄지 않더라도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나선형의 진보라는 것을 우리 모두 인식하고 있다면 잠깐의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힘이 될 수 있겠죠.
     
    또한, 기록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이야기들도 이어졌습니다. 한 에디터는 구술 기록 작업을 하며 제대로 된 기록이 부재한 상황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례를 본 경험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활자 권력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 기록이라는 게 글을 쓸 수 있고 글로 남길 수 있는 사람들의 권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옛날 기지촌 할머니나 이런 분들을 보면 자기 얘기를 남길 수가 없었죠. 국가가 남긴 기록은 그분들의 역사를 대신하고 있는 것만 같아요. 그런데 이런 기록들이 체계적으로 관리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동두천에는 쌓아 두었던 공공 기록물이 홍수로 인해 소실되어 1950년대 자료는 없고 이런 일도 있었어요. 이런 일들을 보면서 누구의 기록을 어떻게 남길까, 또 이런 기록을 어떻게 잘 보존할까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기록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할 때, 이것이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힘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잊곤 하는데 이 말을 들으면서 우리가 지금 맡고 있는 기록이 먼 미래에는 참 절실한 자료가 될 수도 있겠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기록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이기도 하고 기록자인 내가 사라져도 세상에서 오래 살아남을 테니까요.
     
     
    사람을 잇다.
     
    이번 제5회 시민 기록 컨퍼런스 ‘실타래’는 단순한 기록의 공유를 넘어, 우리 시대의 진정한 공익 활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선사한 자리였습니다. 물리적인 실타래가 얽히고설키며 하나의 예술 작품을 만들어냈듯, 각자의 자리에서 써 내려간 시민들의 진솔한 이야기는 서로를 만나고 엮이며 거대한 ‘연대의 실타래’를 완성했습니다. 이는 컨퍼런스의 이름처럼 각자의 이야기가 “결국은 하나의 큰 흐름이 된다는 뜻”을 온몸으로 증명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실타래'라는 이름처럼, 우리의 삶은 단순히 각자의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감싸안고 엮어지는 하나의 공동 운명이었습니다. 글을 쓰는 에디터와 그 삶의 주인공이 만나 서로의 존재를 빛나게 했듯이, 기록은 우리가 세상 속에서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우리의 사소한 발걸음이 이웃의 삶과 사회 변화의 큰 그림에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시민 기록이 가진 근원적인 힘입니다.
     
    이제 컨퍼런스는 막을 내렸지만, 우리 안의 기록자 정신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입니다. 기록은 우리가 더 이상 타인의 역사를 읽는 방관자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진실한 삶을 기록하여 타인에게 마음의 위로와 용기를 건네는 존재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는 다짐입니다. 필사에서 AI에 이르는 기록의 진화처럼, 우리의 소통 방식 역시 단순한 정보의 전달을 넘어선 깊은 공감의 영역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 오늘도 단단한 발걸음을 내딛겠지요.
     
    경기도 공익활동 지원센터가 시작하고 이어가고 있는 기록의 역사는 이 자리에 함께 한 모든 이들에게 큰 뿌듯함과 희망을 주었습니다. 각자가 잡고 있는 기록의 끈을 놓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계속 엮어 나간다면, 우리는 분명 더 따뜻하고 의미 있는 공동체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겠죠? 손으로 노래하고, 삶으로서의 작업을 이어가는 모든 기록자들에게 깊은 감사와 존경을 표하며, 끝없이 이어질 다음 페이지를 기대합니다.
     
     
    우리가 연결되어 있음을 상징적으로 남기는 퍼포먼스! / 사진출처: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현장스케치] 오늘의 인연으로 오늘과 내일을 잇다 – 2025 시민기록 컨퍼런스
    옐로 구피

    조회수 339

    202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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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지말고 기록하라.

    기억은 흐려지고 생각은 사라진다.

    머리를 믿지말고 손을 믿어라

    생각한 것을 바로 글로 남기지 않으면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다산 정약용-

     

     

    Zoom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비대면 에디터 4차 정기회의 단체사진

     

    우리는 추억을 꺼내어 옛날을 회상하기도 하고 과거의 사건들을 오늘날 다시 바라보기도 합니다. 삶 속에 수많은 기억과 기록을 마주하고 경험하지만, 아무리 머릿속에 간직해도 '기억'은 쉽게 흐려지고 사라집니다.

    '기억'하기 위해, 잊지않기 위해... 저마다 각자의 이유로 '기록'을 하는 '4기 아카이브 에디터들의 정기회의가 20241023일 비대면(ZOON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16시부터 18시까지 2시간에 걸쳐 진행된 4차 정기회의에서는 '경기도 공익활동 시민기록컨퍼런스' 운영과 관련된 논의를 진행 했습니다.

     

     

    Zoom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비대면 에디터 4차 정기회의 진행 및 마무리 인사

     

     

    참여자 소개 및 인사 (오랜만에 만나 반가워요)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8월에 진행된 3차 정기 회의 이후 2개월 만에 만나는 자리이다 보니 에디터들 간에 근황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각자의 좋았던 일과 기대되는 일을 나누는 동안 길었을 수도 짧았을 수도 있는 2개월을 모두 '가득'하게 보냈다는게 전달 되었습니다.

    함께 회의에 참여한 15명 에디터 모두의 소중한 경험과 기억을 공유드리고 싶지만 아쉽게도 몇 분만 소개 드리겠습니다. 윤슬마미 에디터님은 최근 동네 유치원에서 30년전 친구를 우연히 만났다고 합니다. 서로 대화를 하다보니 경기도의 육아정책을 얘기하게 되었고 단체 구성까지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보라유 에디터님은 지방소멸 이슈에 관심이 있어서 청도에서 지내다가 얼마전에 도시로 돌아 왔다고 합니다. 다녀오고 나서 귀촌을 할지, 졸업 후 취업을 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습니다.

     

     

    함께 준비하는 '컨퍼런스'

    긴 시간 서로의 이야기가 끝난 이후 본격적인 '경기도 공익활동 시민기록컨퍼런스' 준비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올해 '시민기록컨퍼런스'에서는 '포토부스', '책갈피 부스', '에디터 기록물 전시' 등 여러 부스가 함께 운영 될 예정입니다.

    '포토부스'에서는 '에디터'들이 뽑은 문구로 '토퍼'를 제작해서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책갈피 부스'는 캘리그라피 전문가가 참여하여 에디터분들이 참여자들에게 전하는 '환대의 문구'를 책갈피와 엽서 등에 적어 나눌 예정이며, 참여자들이 원하는 문구도 새길 수 있습니다. '시민기록컨퍼런스'라는 이름에 맞게 함께한 순간을 기록하고, 컨퍼런스 이후에도 '글귀'를 통해 서로를 기억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끝으로 '에디터 기록물 전시'에는 1~4기 에데터들의 기록물과 함께 4기 에디터들이 픽한 대표 공익웹진을 전시해 둘 예정입니다. 이 부스에서는 참비움 에디터님과 연연 에디터님의 "현장에서 공익웹진을 바로 보는게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반영해 부스가 꾸며질 예정입니다. 특히 이 날 시민기록컨퍼런스 행사에서 '최우수 공익웹진'을 선정하는 설문 조사도 진행 한다고 합니다.(그러니 많이 참여 해야겠죠!?)

     

    이번 시민기록컨퍼런스는 119일 토요일 11시부터 16시까지 파주 지지향’ 2F_컨퍼런스 룸에서 진행이 됩니다. 2시간 넘게 진행된 4차 정기회의를 통해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준비했으니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현장스케치]기록을 함께 나누는 방법, 4기 아카이브 에디터 4차 정기회의
    라이언

    조회수 1961

    2024-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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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HHDM Hyun입니다.

     

      

    제가 20살이던 때, 공연을 보러 다니는 걸 너무나 좋아했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에서 공연을 하는 것이 너무나 인상 깊어서 홍대, 신촌의 버스킹을 자주 보러 다녔었고, 한번은 서울거리예술축제에 다녀옴으로써 거리예술의 다양한 가능성을 확인하려고 했습니다.

     

    기존에 무대가 있어야만 공연을 보여줄 수 있었던 한계를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의 끼를 펼칠 수 있었고, 경계가 없는 곳에서 우리는 공연 그 자체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무대가 제한되지 않으니, 더 다양한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점 역시 장점이지요.

     

    이를 중심으로 서울시에서는 매년 서울거리예술축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청 인근과 시민청의 공간을 적극 활용하여 무대를 정비할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하는 규모 있는 축제입니다. 코로나19에는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그래도 온라인 전시 등의 방안을 모색하며 거리예술의 가능성을 찾고 있습니다.

     

     

    [거리예술을 학교에서도 실천할 수 없을까? 그래서 동탄국제고등학교가 해봤다!]

     

     

    동탄국제고등학교에서는 언택트 거리 예술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111학년 5반에서 진행하는 특색 활동인데요, 사회와 예술을 융합한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였다고 합니다.

     

    언택트로 진행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입니다. 1) 기존의 학교 건물에 영향을 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라비티처럼 스프레이 페인트를 칠해서 거리를 만드는 홍대를 보면, 매력이 돋보이기는 하지만, 학교에서는 이러한 활동이 제한됩니다. 2) 또한, 코로나19의 확산이 우려되므로 온라인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3) 그래도 오프라인으로 기숙사 생활을 하는 상황이므로 거리를 두고, 마스크를 쓰며 짧은 시간에 공연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주로 야자 1타임 후 쉬는 시간, 점심시간을 활용합니다.

     

    Babylon, 다국적인 인종이 하나의 언어로 이야기했던 공간인 것처럼 예술을 통해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화합을 이루자는 의미를 담은 프로젝트 이름입니다. 전반적인 운영은 경영팀, 기획팀, 마케팅팀으로 나누어 프로젝트의 예산 관리, 활동 검토-피드백, SNS 관리, 홍보 등의 역할을 담당합니다.

     

     

     

    1학년 5반에서도 활동 부서를 나누었습니다. 정치부(4), 교육부(4), 문화부(7), 언론부(3), 환경부(4)로 나누어 이야기를 전하려고 했고, 대주제로 <집단 이기주의>, 소주제로 <현대 사회 이웃 외면>을 소개하려고 계획했습니다. 소주제는 부서별로 각각 정했으며 거리예술을 활성화하는 게 목표였으므로 악기 연주,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했다고 합니다. 또한, SNS에는 공연 영상 공유, 챌린지 진행 등을 한다고 합니다.

     

     

     

    그 활동 중 하나! ... 대회입니다. 녹음 파일 속 다양한 소리 중 주제와 관련된 글귀를 찾아 DM을 보내면, 3명에게 기프티콘을 주는 이벤트입니다. 올해에 3번까지 이벤트를 진행하여 1명씩 선발하는 방식이며 답안이 추상적이거나, 틀릴 가능성도 있기에 정답과 근접한지?’, ‘참신한 문구인지?’, ‘대회를 SNS에 가장 많이 공유하였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한다고 합니다. 어떠한 답안이 당첨될지가 기대됩니다...!

     

    거기에다가! 기프티콘 당첨자는 자신이 쓴 문장으로 상품을 제작-판매하여 수익금을 기부할 기회도 있다고 합니다..!

     

    이번 대회 주제는 이데아’, “동굴 속 벽화가 진실이라고 믿었지만, 우리도 언론의 가짜 뉴스에 선동되어 거짓을 진실로 이야기하고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말하며 진실에 관한 글귀를 찾으라고 가이드라인을 제공했습니다. , 힌트를 제공했는데, <트루먼 쇼>의 글귀는 무시하라고....

     

     

    [한번 제안해봅니다. 예쁜 벽화는 어떠신가요?]

     

     

     

    거리를 바꾸는 건, 자신이 사는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말이 됩니다. 작년 116, 저는 1호선 구로역에서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주최하는 행복공감봉사단 13기로 활동하면서 벽화를 그렸습니다.

     

    원래는 그냥 걸어가는 거리였고, 아무것도 없는 벽이었습니다. 그러나 주변의 허름한 집이 여러 채가 있고, 바로 위에는 지하철이 지나다니는지라 거리가 굉장히 불안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번에 벽화 그리기 봉사활동을 진행하면서 거리는 다시 예쁘게 바뀌었습니다. 형형색색, 예쁜 벽화는 거리를 다시 비추었고,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물론, 이걸 도와준 예술가들, 집에다가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허락해준 지역 주민의 공이 상당합니다. 보통 집에다가 미술을 표현한 관광지가 대한민국에도 꽤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인천 송월동의 동화마을인데, 관광객이 일반인이 거주하는 집을 관광지로 착각하여 들어가는 경우라든지, 그 외에 불미스러운 일들이 발생하고는 합니다. 그래서 지역 주민을 위한 에티켓이 계속 강조되는 추세였습니다.

     

    이번 벽화 봉사를 허락해준 주민들과 페인트가 집 안으로 넘치지 않게 세심하게 그림을 고려해준 예술가 덕분에 거리를 새롭게 만들 수 있었던 것입니다. 거리예술에도 최소한의 에티켓은 필요합니다.

     

     

    물론, 학교와의 상의는 필요할 것입니다. 제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졌다고 말입니다. 학교 자체에서 진행하는 게 아니라, 1학년의 한 학급에서 진행하는 점이 아쉽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방안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는 고양외국어고등학교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는 공간에 설치된 현수막입니다. 다른 관광지에서 천사의 날개를 모티브로 한 것처럼, 여기에서도 쓰레기를 잘 버리고, 줍는 사람을 천사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말자는 의미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벽화로 표현할 수도 있었지만, 공간이 마땅치 않아 현수막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이번에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잠깐 진행하는 것이니, 교내 로비, 1학년 5반 복도 등에 현수막을 걸어놓음으로써 바빌론 프로젝트를 홍보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거리예술의 양상도 바뀌고 있습니다. 동탄국제고등학교에서 새롭게 시도하는 이번 언택트 거리예술이, 코로나19로 빼앗아버린 예술의 터전을 되찾을 가능성을 모색할 좋은 사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거리예술 활동으로 세상을 다시 되찾는 펼치는 동탄국제고 Babylon
    HHDM Hyun

    조회수 4227

    2021-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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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에디터 HHDM Hyun입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감정의 변화는 암담합니다. 이제는 코로나 블루를 넘어 코로나 레드까지 생겼습니다. 오랜 기간 계속되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쌓인 우울, 불안 등의 감정이 분노로 폭발하는 걸 말합니다. 코로나 블루가 계속되면, 코로나 레드로 이어진다는 것이죠. 이러한 모습은 한국을 포함하여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 20~65세 성인 남녀 1,031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0,7%가 코로나 블루를 경험했다고 답변했으며 그중 여성의 비율은 50.7%였습니다.

     

    봉쇄 조치(Lock down)를 진행하려고 한 유럽에서는 코로나 레드가 반대 시위로 표출되었고, 이는 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 4~5월에 전 세계 112개국 18~29세의 젊은이 1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하는 수치로 나타났습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902379

     

    코로나 블루가 코로나 레드로 이어지는 게 결코 단번에 되는 건 아니었을 겁니다. 하지만 코로나 펜데믹이 생각하는 거 이상으로 더욱더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습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고립된 학생이 위험할 수도 있어!}

     

     

     

    (학교마다 여러 대나무숲이 있습니다. 부산국제고, 울산과학고,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용인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 동두천외고, 한영외고 등 학교마다 대나무숲은 크고 작게 존재합니다.)

     

    혹시 대나무숲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주로 페이스북에서 많이 보이는데, 제보를 통해 사회적인 이슈를 알리거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공간입니다. 최근 인스타그램에도 종종 생겨나는 모습입니다만, 여전히 페이스북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익명고백, 대신 전해드립니다 등으로도 존재하는 경우가 있지요.

     

    제보자는 자유롭게 제보를 할 수가 있습니다. 자신이 제보했다는 걸 알리기 위해 비밀번호를 따로 말하기도 하지요.

     

    그렇게 본, 대나무숲은 현재 졸업생이 보았을 때도 분위기가 공격적인 내용이 많아졌다고 말합니다. 학생의 문화에 관심을 두고 있는 저도 여러 대나무숲을 팔로우하며 소식을 듣고 있는데, 수행평가와 시험에서 발생하는 부정행위, 사회 이슈에 관한 논쟁-고찰, 그 외에 운동장, 자습실 등 학교 시설을 사용하는 데에 생기는 윤리적인 문제(Ex: 쓰레기를 그대로 버리고 간다든지, 좌석을 정리하고 가지 않는다든지 등)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물론, 매번 사이좋게 지낼 수만은 없고, 이러한 일들이 있다면, 태도의 개선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글의 빈도가 늘어났다는 건, 그만큼 학생이 느끼는 우울감과 불안감 등의 감정이 쌓여서 작은 일에도 짜증을 내는 상태로 바뀌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확실히 지금 학생이 경험하는 코로나19 상황에서의 학교는 기존의 학사일정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최소화-간소화, 그리고 온라인으로만 함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자유가 억제되면서 느끼는 단절과 고립이 정신건강에 위협적이라는 것이죠.

     

    특히 기숙사 학교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몇몇 학생에게는 학부모, 동생/-누나에게 자유로울 수 있겠지만, 같은 학교 학생이라고 해서 인간관계가 더 쉬워지는 건 절대 아니기 때문이지요. 우울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그래서 주목했습니다. 고등학생이 주도하는 프로젝트}

     

     

     

     

    그 시작은 하나고등학교(이하 하나고’, HAS)였습니다. 하나고에서는 구름다리 비정규직’(@cloudbridge__)이라는 이름으로 힐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나고 학생들의 삶 속 작은 힐링을 주는 프로젝트입니다.”라고 설명하며 하나고등학교 건물 곳곳에 글귀나 시어, 노래 가사 등 자신이 맘에 드는 내용을 적어내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학생은 자신의 감정에 그 누구보다 솔직해질 수 있습니다. 주로 지나다니면서 누구나 볼 수 있는 장소에 적는 게 원칙인데, 자신의 감정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기자기한 그림도 하나의 매력포인트죠.

     

    진행되었던 구름다리 비정규직 프로젝트는 인스타그램에 게시하여 글귀가 사라지더라도, 그 당시의 감정은 이러한 것이었다,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 만큼은 남기고자 하였습니다.

     

     

     

     

    이에 영감을 받아 용인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이하 외대부고’, ‘HAFS’)에서도 , 구름’(@ink_cloudd)이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습니다. 먼저, 하나고등학교 비정규직 구름다리관계자에게 허락을 받아 이 프로젝트를 외대부고에서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힐링 글귀로 구름다리 창문을 채움으로써 합스인에게 소소한 행복과 위로를 주고 있습니다.

     

    하나고와는 다르게, 외대부고에서는 구름다리 글귀를 네이버 폼을 통해 상시 추천을 받고 있습니다. 노래 가사, 시 구절, 책 글귀, 그 외에 무엇이든 추천을 받고 있으며 추천을 받으면 구름다리에 글귀를 씁니다. , 누구든지 구름다리에 글귀를 적는 걸 요청할 수가 있으며 기숙사에서 학교로 가는 등굣길에, 자습하러 가는 길에, 동아리 활동을 위해 모이는 등 교내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지나가면서 자연스럽게 구름다리의 힐링 글귀를 접할 수 있습니다.

     

     

     

    {작더라도 글귀를 적는 공간이 필요할 것이다.}

     

     

     

    우울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 넓게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대부고와 하나고에게서 힌트를 얻어 말해보자면, 글귀를 쓰고, 담아서 이야기하는 지하철의 시어처럼 작은 일상의 순간에 힐링을 주는 게 어쩌면 우리에게는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마치 지하철에 탑승하기 전, 마주하는 시어처럼 말이죠.

     

    그리고 일상을 걷는 곳 어딘가에서 발견하는 힐링의 글귀처럼 말입니다. 소소하게나마 위로하기 위해 최근 지하철에서도 안내방송 대신에 일화를 이야기해주거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가려운 곳을 긁어주듯, 퇴근길에 힘든 상황을 고려하여 고생했다고 말하는 지하철 역무원도 종종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일상에서 보이는 글귀이고, 별거 아닌 말이지만, 실제로 들어보았을 때는 그만큼 감동적이고 고마운 글은 또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진행한 글귀 프로젝트 비정규직 구름다리, 구름이 학생의 차원에서 위로해준다는 점이 더욱 소중한 것 같습니다. 다른 학교와 지역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도 이러한 사례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귀 하나로 소소한 행복과 위로를 얻고자 시작한 용인외대부고의 프로젝트 <먹, 구름>
    HHDM Hyun

    조회수 5874

    2021-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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