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글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내용 중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편집자의 말

디지털 시대, 공익활동의 새로운 흐름
스마트폰 하나로 은행 업무를 보고, 장을 보고, 심지어 투표 정보를 확인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막상 "우리 동네 가로등이 고장 났을 때 어디에 신고해야 하지?", "내 지역 국회의원에게 의견을 전달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질문에는 선뜻 답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시민들이 자신의 일상과 직결된 문제를 공적 영역에 전달하는 일은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높은 문턱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개념이 바로 '시빅테크Civic Tech'다. 시빅테크란 시민의 민주적 참여와 공공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분야를 가리킨다. 단순히 정부가 전자민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과는 다르다. 시빅테크의 핵심은 기술이 '정부의 도구'가 아니라 '시민의 도구'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시민이 먼저 문제를 인식하고, 기술을 통해 스스로 목소리를 내며, 그 결과로 공공 기관을 움직이는 방향으로 설계된다.
이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오랜 역사와 영향력을 가진 단체가 바로 영국의 ‘마이소사이어티mySociety’다. 2003년 설립 이후 20여 년간 영국 시민들이 지역 문제를 신고하고, 국회의원에게 편지를 보내고, 정부 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일을 기술로 쉽게 만들어온 이 비영리단체의 이야기는, 공익활동 생태계를 키우고자 하는 한국 시민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영국 마이소사이어티(mySociety) 홈페이지 mysociety.org
마이소사이어티의 설립 배경과 철학
마이소사이어티는 영국 기반의 등록 자선단체로, 원래 이름은 'UK Citizens Online Democracy 영국 시민 온라인 민주주의'였다. 1996년 UKCODUK Citizens Online Democracy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이 단체는 2003년 마이소사이어티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온라인 기술을 활용해 시민들이 시민 참여의 첫걸음을 내딛도록 돕는 선구적인 비영리단체로 자리매김했다.
설립자 톰 스타인버그Tom Steinberg는 당시 동거인이었던 제임스 크랩트리James Crabtree와의 협업에서 영감을 받았다. 크랩트리가 온라인 민주주의 저널
마이소사이어티의 비전은 '사람들이 정보를 갖추고, 연결되며, 자신의 공동체와 세상의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는 공정한 사회'이며, 미션은 '민주적 참여의 장벽을 허무는 디지털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마이소사이어티가 '최소한의 기술'을 철학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화려한 인터페이스보다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단순함을 추구했고, 사용자가 우편번호 하나만 입력해도 자신의 지역 의원이 누구인지, 어느 기관에 신고해야 하는지 바로 연결되도록 설계했다. 기술이 목적이 아니라 수단임을 처음부터 분명히 한 것이다. 현재 마이소사이어티는 민주주의, 투명성, 기후, 커뮤니티라는 네 가지 실천 영역에서 40개국 이상의 시민들을 돕고 있다.
지역 문제를 지도 위에 올리다 : 픽스마이스트리트(FixMyStreet)
마이소사이어티의 플랫폼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2007년에 시작된 '픽스마이스트리트'다. 이름 그대로 '내 거리를 고쳐라'는 뜻이다. 작동 방식은 간단하다. 시민이 스마트폰이나 웹사이트에서 우편번호나 현 위치를 입력하면 지도가 열린다. 거기서 문제가 있는 지점을 핀으로 표시하고, 파손된 도로, 고장 난 가로등, 방치된 쓰레기 등 문제 유형을 선택한 뒤 사진과 설명을 첨부해 제출하면 끝이다. 시스템은 해당 지점이 어느 지방의회 관할인지 자동으로 판단해 담당 기관에 신고를 전달한다. 시민은 자신이 어느 구청에 전화해야 하는지 알 필요도 없다. 신고 이후 처리 과정도 공개적으로 추적할 수 있어, 같은 문제를 공유하는 주민들이 함께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픽스마이스트리트는 2007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로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자신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해왔다. 픽스마이스트리트는 2024~2025년 뉴스픽 하우스 정치기술상에서 '시민들이 지역 인프라 문제를 관련 기관에 직접 신고할 수 있게 해주는 시빅 리포팅 도구'로 평가받으며 실시간 공공 참여를 지원하고 투명성을 높이며 일상적인 지역사회 참여를 강화하는 공로로 인정받았다.
무엇보다 이 플랫폼의 코드는 오픈소스로 공개되어 있어, 다른 나라의 단체나 개인이 자국 상황에 맞게 변형해 사용할 수 있다. 크로아티아의 NGO GongGrađani organizirano nadgledaju glasanje이 'Popravi.to(고쳐라)'라는 이름으로 자국판 서비스를 만든 것처럼, 현재 픽스마이스트리트 플랫폼은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운영되고 있다. 2018년 한 해에만 마이소사이어티의 영국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이 900만 명을 넘었다.

영국 마이소사이어티가 운영하는 공익활동 플랫폼 중 하나인 픽스마이스트리트 fixmystreet.com
권력에게 말 걸기 : 라이트투뎀(WriteToThem)과 왓두데이노(WhatDoTheyKnow)
'픽스마이스트리트'가 지역 환경 문제를 다룬다면, '라이트투뎀'과 '왓두데이노'는 시민과 권력 사이의 소통 방식 자체를 바꾼다.
'라이트투뎀'은 시민이 자신의 우편번호를 입력하면 해당 지역구의 하원의원, 상원의원, 지방의회 의원 등을 자동으로 찾아주고, 그 자리에서 바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수신자의 이메일 주소를 찾을 필요도 없고, 어떤 의원이 자신의 지역을 담당하는지 미리 알 필요도 없다. 라이트투뎀은 영국 전역의 시민들이 우편번호를 입력해 자신의 선출직 대표자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하는 서비스로, 많은 구성원과 많은 대표자 사이의 소통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독보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라이트투뎀' 이용자의 절반 이상은 선출직 대표에게 처음 연락해본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에 참여 경험이 없던 사람들이 이 플랫폼을 통해 처음으로 민주주의에 참여했다는 의미다. 단순히 기존 참여자를 돕는 것을 넘어, 참여의 문턱 자체를 낮춘 것이다.
'왓두데이노'는 영국의 정보공개법Freedom of Information Act에 따라 시민이 공공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청구 양식이나 법적 지식 없이도, 원하는 기관을 선택하고 원하는 내용을 입력해 제출하면 된다. 모든 청구 내용과 기관의 답변은 공개적으로 기록되어 누구나 열람할 수 있고, 같은 내용의 청구가 중복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방지된다. 왓두데이노를 통해 이루어지는 정보공개 청구는 영국 중앙정부에 제출되는 전체 청구의 15~20%를 차지하며, 45,000개 이상의 공공기관이 등록되어 있고 80만 건 이상의 청구가 이 서비스를 통해 이루어졌다.
2023~2024년에는 약 12만 건의 정보공개 청구가 왓두데이노를 통해 제출되었으며, 이는 전년 대비 3% 증가한 수치다. 또한, 라이트투뎀 서비스의 한 활용 사례로, 기후 및 생물다양성 입법을 위한 초당적 지지를 끌어내려는 'Zero Hour' 캠페인이 라이트투뎀 도구를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통합해 지지자들이 각자의 지역 대표자에게 직접 연락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두 플랫폼이 공유하는 공통점은 '출발점은 시민'이라는 원칙이다. 정부가 원하는 방식으로 민원을 접수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방식으로 소통을 시작할 수 있다.
한국 현황과 비교 : 정부 주도와 시민 주도의 차이
한국에도 유사한 시도가 없지는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국민신문고와 청와대 국민청원이다. 국민신문고는 행정 민원을 온라인으로 접수하는 정부 운영 시스템으로, 전국 어느 기관에나 민원을 넣을 수 있는 단일 창구로 기능한다. 편의성 측면에서는 큰 진전이었지만, 실제 운영에서는 한계도 드러난다. 답변까지 몇 주에서 수개월이 걸리는 경우가 많고, 관료적 검토 과정을 거쳐 나온 답변은 형식적 내용에 그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된 제도로, 30일 안에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에 대해 정부 관계자가 직접 답변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시민의 관심을 정치적 의제로 전환하는 힘을 보여주기도 했으나, 연구자들이 지적한 문제점도 있었다. 법적 근거 결여로 인한 폐쇄적 운영, 권력집중 및 권력남용의 통로로 악용, 일부 세력의 다중 투표 등을 통한 여론 왜곡 가능성, 부실한 답변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결국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사실상 폐지되었다.
마이소사이어티의 플랫폼들과 한국의 이러한 시도들 사이에는 구조적인 차이가 있다. 한국의 경우 대부분 '정부가 문을 열면 시민이 들어가는' 방식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폐지된 것이 대표적이다. 플랫폼의 존속 자체가 권력의 결정에 달려 있다. 반면 마이소사이어티의 플랫폼들은 민간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며, 코드를 오픈소스로 공개해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서비스가 지속되고 다른 곳에서 복제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픽스마이스트리트는 시민이 문제를 제기하면 자동으로 해당 기관이 통보되는 구조라, 시민이 '어디에 말해야 하는지'를 알 필요가 없다. 반면 국민신문고는 어느 기관에 민원을 넣어야 하는지 시민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차이도 있다.
물론 제도적 맥락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시민이 출발점인 설계'와 '지속 가능한 독립적 운영'이라는 두 가지 원칙에서 한국의 공익 디지털 생태계가 배울 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에 주는 시사점
마이소사이어티의 사례는 경기도 공익활동 단체와 활동가들에게도 여러 질문을 던진다.
첫째, 기술은 낮은 곳에서 시작해야 한다. 마이소사이어티의 성공은 복잡한 기술이 아니라 '누구나 쓸 수 있는 단순함'에서 비롯됐다. 우편번호 하나, 지도 위의 핀 하나로 시작하는 설계는 IT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들도 참여할 수 있게 한다. 경기도의 31개 시·군에서 다양한 공익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 활동들이 시민들에게 어떻게 닿고 있는지, 참여의 첫 문은 얼마나 낮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둘째, 공공 데이터와 오픈소스의 힘을 활용해야 한다. 마이소사이어티는 플랫폼 코드를 공개해 크로아티아, 그리스 등 여러 나라가 자국 버전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경기도의 공익활동 데이터와 자원도 공개적으로 공유될 때 더 큰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아카이브 에디터들이 기록하는 공익활동 콘텐츠가 단순히 홈페이지에 게시되는 것을 넘어 더 넓은 공익 생태계와 연결되는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지속 가능성은 독립성에서 나온다. 마이소사이어티는 보조금과 상업적 서비스를 결합해 재정적 독립성을 유지한다.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한국의 공익활동 지원 구조에서도 이런 지속 가능성의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된다. 단기 프로젝트 방식의 지원을 넘어 공익활동의 생태계 자체를 키우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넷째, 참여의 기록이 곧 민주주의의 기반이다. 왓두데이노가 80만 건 이상의 정보공개 청구를 공개 기록으로 남겨온 것처럼, 시민의 참여와 목소리가 기록되고 축적될 때 그것은 개인의 행위를 넘어 사회적 자원이 된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아카이브 에디터 활동이 추구하는 바도 같은 맥락에 있다. 기록은 단순한 홍보가 아니라, 공익활동이 사회 속에 뿌리를 내리는 방식이다.
마무리 : 기술보다 중요한 것
마이소사이어티가 20년 넘게 영향력을 유지해온 비결은 기술이 아니다. 물론 플랫폼은 잘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 바탕에는 "시민은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고, 그 믿음이 설계에 반영되었다.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시민, 의원에게 편지를 보내는 시민, 동네 도로를 사진으로 찍어 신고하는 시민 — 이 모든 행위가 작은 것처럼 보이지만, 마이소사이어티는 그 작은 행위들이 모이면 세상이 달라진다는 것을 데이터로 증명해왔다.
경기도에서 공익활동을 이어가는 단체와 활동가들도 마찬가지다. 한 편의 기사가, 한 번의 취재가, 한 장의 사진이 혼자서는 세상을 바꾸지 못하더라도, 쌓이고 연결될 때 그것은 공익활동 생태계의 토양이 된다. 마이소사이어티의 사례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살아있는 증거 중 하나다.




카드뉴스 제작 6기 아카이브 에디터 남철우(디어)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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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24인류는 한 몸, 한 뿌리에서 나온 영혼
정혜실((사)안산공동체미디어 단원FM 본부장)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 입구에는 이란인 사디1)가 쓴 시가 있다.

사디책 사디인물사진
12월 10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인권선언의 날이다. 세계인권선언은 1948년 세계 2차 대전을 겪은 후 국제사회가 더 이상의 전쟁을 원치 않으며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뜻에서 제정한 날이다. 잔혹한 인종 청소가 있었던 나치즘을 경험한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전 세계가 확인했다.
나치즘의 해악은 정상성의 기준을 세워 비정상적이라고 규정한 사람들을 눈앞에서 없애고자 한 것이다. 가장 먼저 사라져야 할 대상은 장애인들이었다. 또한 이성애중심의 사고를 하던 이들은 인구를 재생산하지 못하는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기에 성소수자들을 없애려고 했다. 그리고 누구나 익히 아는 끔찍한 말살정책이 유대인을 향해 일어났다. 이와 같이 ‘우리’라는 범주에 포함되지 않거나 비정상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을 죽이는 것을 정당해온 행위에 대하여 ‘증오범죄’라고 명명하며, 그렇게 죽게 된 상태를 일컬어 제노사이드(Genocide)라고 부른다. 차이가 차별의 이유가 되었다. 차별받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을 파괴했으며, 살던 곳으로부터 추방하고, 가두고, 착취하고, 잔인하게 살해하였다.
세계인권선언 1조는“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고 선언한다. 예외 없는 모든 사람이며, 모두가 존엄하고 권리는 평등한 존재가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한 몸이며, 한 뿌리에서 나온 영혼이다. 타인의 고통이 곧 나의 고통이 될 수 있는 것은 선언 때문이 아니라 인류가 같은 사람이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인의 아픔에 공명하지 못한 채 잔인해질 수 있다면 결코 사람일 수 없다고 사디는 시를 통해 말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어떠한가? 제노사이드에 희생되었던 아픔의 역사를 기억하자며 홀로코스트를 잊지 않도록 고통의 장소로 기념하는 이스라엘 민족이 팔레스타인 땅에서 전쟁을 일삼고, 사람들을 격리하고, 살던 곳을 파괴하고, 감시와 통제를 넘어 영토를 장악하고 키우던 올리브나무를 쓰러뜨린 땅위에서 호화로운 호텔과 집을 짓고 그 위에서 이들의 참사를 구경하거나, 동조하거나, 폭력에 뛰어들고 있다.
제노사이드의 피해자들이었던 그 후손들이 이제는 제노사이드를 저지르는 가해자가 되었다. 살던 곳에서 떠나 유랑하던 디아스포라(Diaspora)된 존재였던 그들은 정착의 욕망을 시오니즘(Zionism)이라는 이데올로기로 드러내어 팔레스타인들이 살던 곳을 야금야금 빼앗아 가다가 급기야 모두 차지하겠다는 야욕으로 전쟁을 일삼으며 강탈 중이다. 이러한 행위에 저항하고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이들은 한국주재 이스라엘대사관 앞에서 전쟁을 중단하라는 시위를 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전쟁반대포스터
1945년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대한민국이 전쟁을 겪고 분단이 되어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일본이라는 강대국들 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작년 12월 3일은 남과 북의 대치 상황을 이용하여 전쟁 도발을 통한 권력의 영구 장악을 획책하던 전 대통령이 계엄포고령을 선포하기도 했다. 늘 정권에 따라 평화모드에서 전쟁위기 발발까지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휴전 국가체제인 것이다.
1947년 영국의 지배를 받던 팔레스타인 영토에 두 개의 국가를 허용하는 국제사회의 인정 결과가 2025년 현재의 분쟁을 만든 것이다. 해방되지 못한 팔레스타인 국가는 이스라엘에 의해 점령되어 온 역사인 것이다. 세계인권선언은 있었지만 선언에 쓰인 말처럼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우린 날마다 목격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너무나 잘못이 선명해서 비난하기도 싶고, 저항하기도 싶다. 다만 세계를 움직일 힘이 우리에게 없을 뿐이다. 그래서 우린 쉽게 남의 일로 치부하며 외면할 수 있기도 하다. 왜냐하면 내가 사는 땅위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 전쟁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 팔레스타인 전쟁에 말이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시민사회 긴급행동’은 그래서 한국석유공사가 연류되어 있다며 서명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이 또는 대한민국의 기업이 이 전쟁에 가해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문제는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기도 한다. 일상을 살아가는 이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그저 먼 나라 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사실 여기서 일어난 2014년 세월호참사도, 2022년의 이태원참사도, 그리고 2024년 화성 아리셀참사도 못 본채 하거나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는 자들도 있다. 안산이라는 지역의 권력 없는 부모를 둔 아이들이어서, 또는 놀러가다가 당한 참사여서, 아니면 3D업종인 더럽고 힘들고 어려운 일을 담당해 온 파견·일용직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목숨을 동등하게 대하지 않는다. 진상규명은 더디고 책임자 처벌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고, 남은 자들의 고통은 여전하다.
유학생이라는 신분으로 한국에서 공부를 했지만 취업이 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미등록신분으로 남아 일하다가 단속 추방을 피해 숨어 있다가 25살의 베트남여성 뚜안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 경제에 기여하는 노동자로 필요해서 불러들인 이주노동자들은 어떻게, 왜 죽었는지 조차 밝혀지지 않은 채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한 줌 재가 되어 유골함에 담겨 차가운 밀실에 남겨 있다.
2만 명이 넘는 이주노동자들의 임금 체불액은 2025년 기준으로 1인당 503만원, 전체 1,108억 원이라고 한다.2) 그런가하면 혹한의 날씨에 열악한 기숙사에서 거주하다 사망하는 사례도 있다.3)
일부 시민들과 정치인들은 K-팝과 드라마·영화 산업으로 인해 전 세계의 환호를 받고 있기에 소위 국뽕에 취해 있거나 심한 나르시즘에 빠져 있기도 하다. 그렇다보니 정작 이 나라에 들어와서 살아가며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이주민들을 보이지 않는 존재로 만들거나 착취의 대상으로 삼고 있어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
결혼이민자, 전문가, 유학생, 이주노동자, 난민, 동포 등 체류자격으로 등급을 매겨 차별한다. 우리는 다양성을 말하지만, 실상은 다른 방식의 차별을 만들 뿐이다. 이제 그 차별을 넘어 계엄이후 극우집단들은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혐오하고 증오를 선동하는 가짜뉴스들을 내보내고 있다.
대림동 거리에서는 이들의 혐중시위로 인해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영화적 재미를 위해 중국인들을 범죄자로 그려온 영화들을 보며 사람들은 웃고 즐기고 있다. 그러는 사이 커져 온 편견은 고정관념이 되고 다시 차별을 일으키고, 차별은 혐오로 변하여 그들을 쫒아내라며 추방을 부르짖는 무리들이 되어 나타나게 만들었다.
코로나19 때는 우환에서 발생한 질병이라며 모든 원인을 중국인 탓을 했다. 검증되지 않은 사실은 진실이 되었고, 중국인들과 동포들은 마치 죄인처럼 숨어 지내야만 했던 적도 있다. 그렇게 누적되어 온 사건들이 폭발적으로 계엄 때 계엄의 이유가 또는 원인이 되어 비난의 화살을 고스란히 맞아야 했던 것이다. 외국인혐오는 이방인이나 외국인에 대한 혐오로서 특정 종족이나 민족, 인종 등에 대하여 우월감을 느끼든, 열등감을 느끼든 ‘우리는 너희들과 다르다’라는 정서나 의식과 관련된 개념이다. 다르다는 것은 배제를 해야 한다는 의식을 포함하기에 차별을 정당화한다. 4)그러한 차별은 결국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폭력이 되어 제노사이드로 이어진다.

혐오의 피라미드
혐오의 대상이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 난민 등을 향해 일어난 후에 그 다음은 누구를 향할 것인가. 어린이, 노인, 가난한자, 학력이 낮은 자, 신분이 낮은 자, 그냥 싫은 자인가. 세계인권선언 제2조에는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그 밖의 견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기타의 지위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구별도 없이, 이 선언에 제시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한다.
2018년 스위스 제네바 유엔사무소에서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열렸다. 당시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보고서를 대응하는 팀을 꾸려 함께 활동한 적이 있고, 직접 제네바까지 다녀왔다. 당시 큰 이슈는 제주도로 입국한 난민을 반대하고, 대구 이슬람성원 건축을 반대하고 무슬림을 혐오하는 문제와 단속추방을 피해 달아나다 추락하여 사망한 미얀마 이주노동자 사건 등이 있었던 때였다. “국민이 우선”이라는 말들이 넘치던 때였다. 당시 유엔은 대한민국정부에 다음과 같이 권고했다. 인종혐오발언에 대한 대처에 관한 일반권고 35호(2013)에 비추어, 혐오발언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조치를 취하고, 미디어와 인터넷, 소셜네트워크를 계속 주시하여 인종적 우월성에 기반한 관념을 전파하거나 외국인에 대한 혐오를 선동하는 개인이나 단체를 식별하고 그 행위를 조사하여 유죄판결이 있는 경우 개인이나 단체에 적절한 처벌을 가하라고 했다.
2025년, 유엔은 다시 대한민국 정부에 차별금지법제정과 혐오표현 규제, 미등록이주민보호, 이주구금개선, 난민권리 보장, 시민권 접근성 확대 등 여섯 분야를 “특별히 강조되는 권고”로 지정하였다.
2025년 경기도는 혐오표현을 규제하기 위해 ‘인종차별금지’ 조례를 제정하였다. 너무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다수당인 여당이 포괄적차별금지법제정을 통해 전국적으로 해나가야 할 차별 철폐 과제를 회피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문제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다름이 다양성이 되어 풍성한 삶이 각자에게 주어질 수 있어야 하고, 서로 상호 돌봄 속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완성되고 연결되는 존재여야 한다. 사디의 시처럼 한 몸이자 한 뿌리의 영혼인 우리가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며 살아 낼 때 우리는 비로소 사람인 것이다. 세계인권선언의 날 우리가 다시 곱씹을 것은 모든 사람은 존엄하며 평등한 존재라는 것이다.
1) 사디는 필명으로 본명은 ‘아부모하마드 모슈레포딘 모슬레흐 벤 압돌라 벤 사라지’이다. 중세 페르시아의 실천 도덕의 시인이다. 2) https://www.khan.co.kr/article/202502181500001#ENT 경향신문, 조혜령기자, 2025.02.18
3)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19691.html 한겨레신문, 이나영기자 2025.09.19. “영하 18도 한파에 숨진 이주노동자... 2심서 ‘한국정부 책임’ 판단”
4) 김세균, 김수행 외 (2006), 『유럽의 제노포비아』, 문화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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