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 도입 — 교실 밖의 배움, 위계 없는 학습
배움에 교사가 반드시 필요할까. 학위나 자격증이 없어도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을까. 커리큘럼은 누가 정해야 하는가.
이 질문들에 대해 1902년 스웨덴의 한 청년 교사가 파격적인 답을 내놓았다. 작은 모임에 모인 사람들이 스스로 공부하고, 토론하고, 서로에게서 배우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교사는 필요하지 않고, 모임을 이끄는 사람은 다른 구성원들과 동등한 위치에 있으며, 무엇을 공부할지는 모임의 구성원들이 함께 결정한다고.

이 아이디어가 '스터디 서클(Study Circle)', 스웨덴어로 '스투디에시르켈(Studiecirkel)'의 출발점이었다. 120년이 지난 지금, 스터디 서클은 스웨덴 사회 깊숙이 뿌리내린 시민 학습 문화가 됐다. 매년 100만 명에 가까운 스웨덴 사람들이 전국의 스터디 서클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를 운영하는 8개의 전국 학습 단체(studieförbund)는 모든 지자체에 활동 거점을 두고 있다.
스웨덴 국가성인교육위원회(Folkbildningsrådet)는 스터디 서클과 민중고등학교(Folk High School)로 대표되는 '폴크빌드닝(Folkbildning, 민중 교육)'이 "19세기 말부터 스웨덴을 활기차고 강한 민주주의로 만드는 데 기여해왔다"고 평가한다.
2. 탄생 — 오스카르 올손과 1902년의 실험
스터디 서클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은 오스카르 올손(Oscar Olsson, 1877~1950)이다. 헬싱보리 출신의 이 중등학교 교사는 미국 여행에서 '쇼타우콰 운동(Chautauqua Movement)'을 목격했다. 연사, 오락, 설교가 결합된 이 대중 교육 행사를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은 "가장 미국적인 것"이라 불렀다. 올손은 이 아이디어를 스웨덴식으로, 최소주의적으로 재해석했다. 화려한 행사 대신,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읽고 토론하는 형태를 만들었다.
1902년, 올손은 스웨덴 룬드(Lund)에 있는 국제금주회(International Order of Good Templars) 지부에서 처음으로 스터디 서클을 시작했다. 그가 구상한 스터디 서클의 원칙은 명확했다. 소규모 모임, 흔히 집에서 공부한다. 교재는 거의 없다. 교사는 학습의 필수 조건이 아니다. 모임을 이끄는 사람은 조직자이며, 이론적 자격을 갖출 필요가 없다. 구성원들은 강의나 모임에 참석해 그룹 학습을 보완한다. 구성원들은 공동체와 정체성 의식을 경험한다.
이 원칙들 가운데 가장 혁명적인 것은 교사 불필요론이었다. 20세기 초 교육이란 자격을 갖춘 교사가 지식이 없는 학생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라는 관념이 지배적이었다. 올손은 이에 맞서 동등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에게서 배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식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수평적 대화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당시 스웨덴 사회의 맥락과 맞닿아 있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스웨덴은 급격한 산업화와 함께 노동운동, 여성운동, 금주운동 등 다양한 시민사회 운동이 폭발하던 시기였다. 스터디 서클은 이 운동들의 구성원들이 스스로를 교육하고, 공론을 형성하고, 민주적 사회를 만들어가는 도구가 됐다. 노동자들은 스터디 서클에서 노동법을 공부했고, 여성들은 자신의 권리를 토론했으며, 농촌 주민들은 협동조합을 어떻게 운영할지 함께 배웠다.
3. 제도화 — 폴크빌드닝과 8개 학습 단체
스터디 서클이 스웨덴 사회 전체로 확산될 수 있었던 데는 제도적 뒷받침이 결정적이었다. 1947년 스웨덴 정부는 성인 학습 단체에 대한 국가 보조금 지원을 공식화했다. 이후 법적 근거가 강화되면서, 오늘날 스웨덴 국가성인교육위원회(Folkbildningsrådet)가 스웨덴 의회와 정부를 대신해 보조금을 배분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Folkbildningsrådet는 스웨덴 정부로부터 위임받아 8개의 전국 학습 단체와 152개의 민중고등학교에 국가 보조금을 배분하는 NGO다. "19세기 말부터 스터디 서클과 민중고등학교가 스웨덴을 활기찬 민주주의로 만드는 데 기여해왔다"고 스스로 평가하는 이 기관은, 보조금 배분과 함께 효과 평가, 정부 보고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

현재 보조금을 받는 8개의 전국 학습 단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ABF(Arbetarnas Bildningsförbund, 노동자교육연합)다. 1912년 11월 16일 설립된 ABF는 스웨덴 노동운동의 교육 부문으로, 어학, 음악, 워크숍, 인문·사회 교육 등 다양한 주제의 스터디 서클과 강좌를 운영한다. "지식은 권력이다"를 핵심 모토로 삼는 ABF는 민주주의와 시민권 교육에 특별한 비중을 둔다.
다른 7개 단체도 각기 다른 사회적 뿌리에서 출발했다. 자연·환경·동물복지에 초점을 맞추는 단체, 종교적 배경의 단체, 농촌·농업 기반의 단체, 대학과 연계해 지식 확산에 집중하는 Folkuniversitetet, 개인의 성장과 인간관계를 강조하는 Sensus 등이 있다. 이들 모두 정치적·종교적 기반은 다르지만, '자발적 참여, 모두에게 열린 활동'이라는 공통 원칙을 공유한다.
Folkbildningsrådet에 따르면 "일반적인 해에 학습 단체들은 거의 100만 명의 사람들을 다양한 교육 활동에 참여시킨다." 스터디 서클, 문화 행사, 기타 민중 교육 활동으로 구성된 이 활동들은 전국 모든 지자체에서 이루어진다. 스웨덴 인구가 약 1,000만 명임을 감안하면, 성인 인구 10명 중 1명 이상이 매년 이 교육 생태계에 참여하는 셈이다.
4. 스터디 서클의 원리 — 무엇이 이것을 특별하게 만드는가

스터디 서클이 120년간 지속되며 스웨덴 사회의 핵심 학습 형태로 자리 잡은 데는 그것이 구현하는 몇 가지 원리가 있다.
수평성과 동등한 관계. 스터디 서클에서 모임 리더는 교사가 아니다. 리더는 다른 구성원과 동등한 위치에서 모임의 흐름을 조율하는 조직자다. 이 수평적 구조는 교육이 권위의 전달이 아니라 참여자들의 공동 탐구임을 체화한다. 위계적 교육에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 정규 교육에서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도 스터디 서클에서는 동등한 구성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참여자의 자율적 주제 결정. 스터디 서클은 무엇을 공부할지를 참여자들이 결정한다. 외국어를 배울 수도 있고, 문학을 읽을 수도 있고, 지역 환경 문제를 함께 조사할 수도 있다. 이 자유가 스터디 서클의 주제를 놀랍도록 다양하게 만든다. 기타 연주를 배우는 스터디 서클, 선거 준비를 위해 공약을 분석하는 스터디 서클,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스웨덴어를 배우는 스터디 서클이 공존한다.
국가 보조금과 시민 자율의 결합. 스터디 서클은 국가 보조금을 받지만, 국가가 커리큘럼을 결정하지 않는다. 돈은 정부에서 오지만, 무엇을 배울지는 시민이 결정한다. 이 절묘한 균형이 스터디 서클을 정부 주도 교육과 완전히 자생적인 시민 운동 사이의 독특한 위치에 놓는다.
민주주의 교육으로서의 스터디 서클. 스터디 서클은 내용뿐 아니라 형식 자체가 민주주의 훈련이다. 함께 의제를 정하고, 토론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경험이 반복되면서 참여자들은 민주적 실천을 내면화한다. ABF 스웨덴의 한 서클 리더는 "어떻게 우리가 투표해야 할지 모르는데, 우리는 지식이 권력이라는 믿음으로 일한다"고 표현했다.
실제로 스터디 서클은 스웨덴 노동운동, 여성운동, 환경운동 등 주요 사회운동의 역사적 산실이기도 했다.
5. 현재의 과제 — 보조금 삭감과 위기
스터디 서클 생태계가 늘 평탄하지만은 않다. 최근 스웨덴에서는 이 생태계에 대한 정치적 도전이 제기됐다. 스웨덴 사민주의와 거리를 두는 현 연립정부와 스웨덴민주당은 학습 단체에 대한 보조금을 대폭 삭감하는 예산안을 추진했다. ABF는 이에 강하게 반발했다.
ABF의 링크드인 게시물은 이 상황을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3분의 1이 없어진다. 우리의 모든 강좌, 교육, 스터디 서클의 3분의 1. 우리의 모든 중요한 만남의 장소, 맥락, 공동체의 3분의 1"이라고 표현했다. 스터디 서클 참여자의 3분의 2가 여성이며, 이 중 상당수가 저임금 직군이나 한부모 가정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보조금 삭감이 사회적 취약계층의 학습 기회를 빼앗는다고 주장했다.
유럽성인교육협회(EAEA)의 보고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다. 2022~2023년 스웨덴의 성인 교육 재정 상황이 전년 대비 악화됐으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추가됐던 지원금들이 종료됐다고 지적한다. 국가 보조금과 시민 자율의 결합이라는 스터디 서클의 강점이, 동시에 정치 환경 변화에 취약할 수 있다는 약점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위기 자체도 스터디 서클의 민주적 역할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스터디 서클에 손대지 마라(#RörInteMinStudiecirkel)' 같은 해시태그 운동이 온라인에서 퍼지고, 학습 단체들이 공동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은 시민사회가 공익을 위해 스스로를 조직하는 스터디 서클의 전통 그 자체다.
6. 한국의 현황과 비교 — 참여율과 구조의 차이
한국에도 평생교육 제도가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매년 실시하는 '평생학습 개인실태조사'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한국 성인의 평생학습 참여율은 조사 대상 약 3만 1,130명을 기반으로 산출된다.
2024년 기준 평생교육 기관은 전국에 수만 개소가 존재하며, 경기도만 해도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평생교육과 스웨덴의 스터디 서클 사이에는 구조적 차이가 있다. 한국의 평생교육은 주로 공공기관이나 민간 기업이 설계한 프로그램을 시민이 '수강'하는 형태다. 무엇을 배울지를 기관이 정하고, 시민은 선택해서 참여한다. 반면 스터디 서클은 시민들이 먼저 모여 무엇을 배울지를 스스로 결정하고, 그 모임이 국가 보조금의 지원을 받는 구조다. 학습의 주도권이 근본적으로 다른 곳에 있다.
또한 한국의 평생교육은 개인의 직업 역량 강화나 취미 활동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지역 현안을 함께 토론하고 공동의 목소리를 만들어가는 시민 교육, 민주주의 역량 강화로서의 학습이라는 차원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스터디 서클이 처음부터 '민주주의를 위한 도구'로 설계됐다는 점과 대조된다.
경기도의 경우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시민기록자 양성교육이 스터디 서클의 정신과 가장 가까운 실천 중 하나다. 시민이 직접 기록자로서 역량을 키우고, 지역 공익활동을 기록하는 이 과정은 단순한 기술 교육이 아니라 시민 역량 강화이자 민주주의 훈련의 성격을 갖는다.
7.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에 주는 시사점
스웨덴 스터디 서클의 경험에서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가 참고할 수 있는 세 가지를 정리한다. 단, 이 시사점은 해외 사례의 단순한 이식이 아니라 경기도의 현재 평생교육·시민교육 현황과 맞닿아 있을 때 비로소 실현 가능하다. 경기도는 현재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을 중심으로 평생학습마을 공동체 지원사업, 민주시민교육지원센터 운영, 평생교육이용권 사업, 찾아가는 배움교실 등 다양한 평생·시민교육 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한,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는 시민기록자 양성교육을 통해 시민이 직접 공익활동을 기록하고 수집하는 역량을 키우고 있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스터디 서클 모델이 주는 세 가지 시사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첫째, 배움의 주도권을 시민에게 돌려야 한다.
스터디 서클의 핵심은 시민이 무엇을 배울지를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경기도의 평생교육과 시민 역량 강화 프로그램에서도, 기관이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시민이 따라오는 방식을 넘어, 시민들이 스스로 학습 의제를 만들고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모임을 지원하는 방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이런 자율적 시민 학습 모임을 발굴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경기도의 '평생학습마을 공동체 지원사업'은 이미 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사업은 주민들이 모여 마을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구조다. 선정된 마을은 5년간 1개 마을당 최대 9,300만 원의 운영비를 지원받으며, 마을 컨설턴트와 주민강사를 양성해 주민이 직접 선생님이 되고 이웃이 학생이 되는 배움공동체를 이룬다.
수원 행복그물마을은 중장년 세대를 위한 '나도 유튜버!', '핸드폰 100% 활용하기' 등을 운영하고, 화성 두근두근마을은 원예활동복지사·오카리나지도자 등 자격증 과정을 연계해 일자리로 연결한다. 이천 달뜨는 도화공감은 건강한 먹거리와 연계한 교육을, 동두천 송내동 평생학습마을은 스마트폰 및 제로웨이스트 마을강사 양성에 집중한다.
이처럼 주민이 직접 의제를 설정하고 운영하는 평생학습마을은 스터디 서클의 '자율적 주제 결정' 원리와 맞닿아 있다.
다만 현재 평생학습마을 공동체 사업은 주로 지자체가 공모하고 선정하는 방식이라 시민의 자발적 모임 결성보다는 행정 주도의 성격이 강하다.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시민들이 먼저 모임을 만들고 그 모임이 성장하면서 행정의 지원을 받는 '거꾸로 공모' 구조를 도입할 수 있다. 스웨덴의 학습 단체들이 시민의 자발적 모임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처럼,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시민이 먼저 결성한 소규모 학습 모임을 발굴해 연결하고,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의 평생학습마을 사업과 연계하는 매개 역할을 할 수 있다.
둘째, 수평적 배움이 민주적 시민을 만든다.
스터디 서클은 내용뿐 아니라 형식이 민주주의 훈련이다. 함께 의제를 정하고, 위계 없이 토론하고, 합의를 경험하는 과정 자체가 시민 역량을 키운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주민 모임, 활동가 네트워크, 아카이브 에디터 모임도 이런 수평적 학습의 장으로 설계될 때 더 깊은 시민 역량을 만들어낸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의 시민기록자 양성교육은 이미 이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이 교육은 전문가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강의형식이 아니라, 시민이 직접 공익활동 현장을 기록하고 수집하는 과정 속에서 서로의 기록을 공유하고 피드백하는 수평적 학습 구조를 지향한다. 입문과정 '공기(공익활동을 기록하다.)'와 심화과정을 통해 시민은 단순한 기록 기술을 배우는 것을 넘어, 지역 공익활동의 가치를 발견하고 공론을 형성하는 민주적 역량을 키운다.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민주시민교육지원센터의 사업들도 이 방향을 확장할 수 있다. 2025년 기준으로 경기도 민주시민교육지원센터는 '참여로 바꾸는 우리마을', '갈등관리 전문가 양성', '평화교육 시민학교', '경기 재도전학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이 단순히 강사가 강의하고 참가자가 수강하는 형식을 넘어, 참가자들이 함께 의제를 설정하고 토론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스터디 서클형 워크숍으로 재구성된다면, 민주주의 훈련의 효과가 훨씬 커질 것이다. 특히 '경기 재도전학교'는 취·창업 실패 후 재도약을 돕는 프로그램으로, 참가자들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동료 학습(peer learning)을 하는 구조로 설계될 때 스터디 서클의 수평성 원리와 만난다.
또한 경기도의 '찾아가는 배움교실'은 학습 사각지대에 있는 도민에게 직접 찾아가는 이동형 평생교육 사업이다.
이 사업 역시 강사 중심의 일방적 전달이 아니라, 해당 지역 주민들의 필요와 의제를 먼저 파악하고 그에 맞춰 수평적 대화형 학습을 설계할 때 스터디 서클의 정신을 구현할 수 있다.
셋째, 국가 지원과 시민 자율의 균형이 지속 가능성을 만든다.
스터디 서클이 120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국가 보조금이라는 안정적 재원과 시민 자율이라는 내적 동력이 결합됐기 때문이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지역 공익활동을 지원하는 방식도 이 균형을 지향한다. 재정적 지원은 하되 활동의 주도권은 시민 단체에 두는 구조가 공익 생태계의 자생력을 키운다.
경기도의 '평생교육이용권' 사업은 학습 취약계층에게 평생학습 기회를 보장하는 대표적인 사업이다. 2026년 제1차 평생교육이용권 신청을 시작했으며, 학습 취약계층에게 학습비를 지원해 평생교육 기관의 프로그램을 수강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사업은 재정적 지원을 통해 접근성을 높이지만, 무엇을 배울지는 수강생이 선택한다는 점에서 시민 자율을 존중한다. 다만 현재는 기존 기관의 프로그램을 수강하는 방식이므로, 향후 '시민이 직접 모임을 만들면 이용권으로 운영비를 지원받는' 방식으로 확장한다면 스터디 서클의 국가 보조금·시민 자율 결합 모델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경기도는 2018년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내에 민주시민교육지원센터를 설립하고, 2020년부터는 용인·화성·파주·광명·군포 등 5개 시·군에 민주시민교육센터를 시범 설립했다.
이는 시민교육의 지역 거점화라는 점에서 스웨덴의 8개 학습 단체가 모든 지자체에 거점을 두는 구조와 유사하다. 다만 스웨덴처럼 다양한 사회적 뿌리를 가진 독립 학습 단체들이 경쟁하고 협력하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경기도가 단일 기관 중심의 사업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민사회 단체들이 학습 모임을 주도할 수 있는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네트워크로 연결된 공익활동 단체들을 대상으로 '공익 스터디 서클'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어떨까. 활동가들이 모여 지역 현안을 공부하고 토론하는 소규모 모임에 소액의 운영비와 공간을 지원하고, 그 결과물을 아카이브에 기록하게 하는 구조다. 이는 시민기록자 양성교육의 수평적 학습 정신과 평생학습마을 공동체의 자율적 운영 원리를 결합한 것이며, 동시에 공익활동 단체들의 자생적 네트워킹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세 가지 방향은 경기도가 이미 갖추고 있는 평생·시민교육 인프라 위에서 한 단계 더 성숙한 공익 모델로 나아가는 길이다. 스웨덴 스터디 서클이 120년에 걸쳐 보여준 것처럼, 평등한 배움이 오래 쌓이면 민주주의가 자란다.
마무리 — 1902년의 작은 모임이 남긴 것
1902년 룬드의 한 금주 단체 모임에서 오스카르 올손이 시작한 스터디 서클은 "선생님 없이도 함께 배울 수 있다"는 단순한 믿음에서 출발했다. 그 믿음이 120년이 지나 스웨덴 민주주의의 뿌리 중 하나가 됐다.
배움은 학교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이웃과 함께 책을 읽고, 지역 현안을 토론하고, 서로에게서 배우는 것, 그것이 사회를 바꾸는 시민을 만든다. 경기도의 시민기록자 양성교육이, 지역 공익활동 단체들의 네트워크 모임이, 마을에서 열리는 작은 학습 모임들이 바로 그 가능성을 품고 있다.
참고 자료
- democracy (FACE 컨퍼런스 논문) : https://www.face.stir.ac.uk/Paper109Bjerkader.htm
- Bjerkaker, S. — The Study Circle: A method for learning, a tool for democracy (PDF) : https://www.face.stir.ac.uk/documents/Paper109Bjerkader.pdf
- ResearchGate — Changing Communities. The Study Circle – For Learning and democracy :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275544092_Changing_Communities_The_Study_Circle_-_For_Learning_and_democracy
- Effective Altruism Forum — Popular education in Sweden: much more than you wanted to know : https://forum.effectivealtruism.org/posts/a4gTuEbvSqmdeFJeK/popular-education-in-sweden-much-more-than-you-wanted-to
- EAEA — Sweden Country Report (성인 교육 현황) : https://countryreport.eaea.org/sweden
- 스웨덴 통계청(SCB) — Folk high school statistics 2023 : https://www.scb.se/en/finding-statistics/statistics-by-subject-area/education-and-research-in-the-higher-education-sector/folk-education/folkhogskolestatistik-en/pong/statistical-news/folk-high-school--2023/
- 스웨덴 통계청(SCB) — Participants in folk high school 2024 : https://www.scb.se/en/finding-statistics/statistics-by-subject-area/education-and-research-in-the-higher-education-sector/folk-education/folkhogskolestatistik-en/pong/statistical-news/participants-in-folk-high-school-2024/
- 스웨덴 통계청(SCB) — Education and Research statistics (성인교육협회 통계) : https://www.scb.se/en/finding-statistics/statistics-by-subject-area/education-and-research-in-the-higher-education-sector/
- 국가지표체계 — 평생학습 참여율 : https://www.index.go.kr/unity/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555
- 공공데이터포털 — 경기도 평생교육 현황 데이터 : https://www.data.go.kr/data/15011035/openapi.do
- 경기도청 — 평생교육 사업 소개 : https://www.gg.go.kr/contents/contents.do?ciIdx=659&menuId=23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