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웹진」은 시민 기록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행하는 참여형 아카이브입니다. 경기도 공익활동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콘텐츠의 내용은 경기도민 에디터가 직접 취재·작성한 것으로, 일부 의견은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 도입 — 무상 지원이 아닌 '구매'라는 선택
누군가 당신에게 "이 식품은 무료로 드립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이 식품은 시중가의 10%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결과적으로 얻는 식품의 양이나 가격은 비슷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두 경험이 사람에게 남기는 것은 전혀 다르다. 전자는 수혜자를 도움을 받는 객체로 만들고, 후자는 구매 결정을 내리는 주체로 세운다. 전자는 무엇을 받느냐를 타인이 정하지만, 후자는 무엇을 살지를 본인이 고른다.
이 차이를 공익 시스템으로 구현한 것이 프랑스의 에피세리 소시알(Épicerie Sociale, 사회적 식료품점)과 에피세리 솔리데르(Épicerie Solidaire, 연대 식료품점)다. 저소득층이 시중가의 10~30%에 식품과 생활용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운영되는 이 공간은, 단순한 식품 지원 시설이 아니다. 프랑스 정부가 공식 헌장에 명시한 이 제도의 핵심 가치는 '연대와 존엄의 원칙'과 '자립, 사회적 유대 강화, 식품을 통한 건강 증진'이다.
1996년 프랑스 니에브르(Nièvre)에서 첫 번째 에피세리 솔리데르가 문을 연 이후 약 30년이 지난 지금, 프랑스 전역에는 1,000개가 넘는 사회적 식료품점이 운영되며 매년 25만 명의 취약계층이 이를 이용하고 40만 끼 분량의 식품이 유통된다.
2. 탄생 배경 — 식품 지원의 한계를 넘어
에피세리 솔리데르가 탄생한 1990년대 후반 프랑스는 빈곤층의 식품 접근 문제를 두고 오래된 딜레마와 씨름하고 있었다. 한쪽에는 푸드뱅크와 무상 배식이라는 전통적 식품 지원 방식이 있었다. 이 방식은 많은 이들을 먹였지만, 동시에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었다. 수혜자는 무엇을 받을지 결정할 수 없었다. 어떤 날은 원하지 않는 식품만 잔뜩 받고, 정작 필요한 것은 없었다. 무엇보다 매번 줄을 서서 무상으로 음식을 받는다는 경험은 자존감을 갉아먹었다. 익숙한 수치심과 낙인이 식품 지원 현장에 배어 있었다.
이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1996년 기욤 바프(Guillaume Bapts)가 니에브르에 첫 번째 에피세리 솔리데르를 열었다. 기욤 바프는 이후 2000년 ANDES(Association Nationale de Développement des Épiceries Solidaires, 전국 연대 식료품점 개발 협회)를 설립해 이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허브를 만들었다.
핵심 아이디어는 단순했다. 저소득층이 진짜 슈퍼마켓처럼 매장을 돌아다니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직접 고르고, 상징적인 금액을 내고 구매하는 경험을 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무상이 아니라 유상, 일방적 배급이 아니라 자유로운 선택, 수혜자가 아니라 소비자. 이 작은 철학적 전환이 에피세리 솔리데르를 다른 식품 지원 시스템과 구별짓는 핵심이다.
프랑스 정부도 이 모델의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2020년 프랑스 사회연대부는 '에피세리 소시알 에 솔리데르 국가 헌장(Charte nationale des épiceries sociales et solidaires)'을 제정해, 이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시설들이 지켜야 할 원칙을 공식화했다. 헌장은 연대와 존엄의 원칙을 핵심에 놓고, 자립 촉진, 사회적 유대 강화, 식품을 통한 건강 증진을 목표로 명시했다.

3. 어떻게 작동하는가 — 슈퍼마켓처럼, 그러나 다르게
에피세리 솔리데르의 작동 방식은 일반 슈퍼마켓과 겉으로 보기에 비슷하다. 매장에는 과일과 채소, 유제품, 육류와 생선, 건식품, 위생용품과 청소용품이 진열되어 있다. 이용자는 카트를 끌고 매장을 돌아다니며 원하는 것을 고른다. 계산대에서 계산하고 가져간다. 다만 지불하는 금액이 시중가의 10~30%다.

운영 원칙에는 몇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 우선 접근 자격이다. 아무나 이용할 수 없고,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이고 지불 능력을 일부 갖춘 계층이 대상이다. 자격 심사는 주로 파트너 사회복지기관(CCAS,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자체 등)이 담당한다. 이용 기간은 보통 3~9개월로 제한되며 연장이 가능하고, 이 기간 동안 최소 2회의 개별 사회복지 면담이 함께 이루어진다. 단순한 식품 지원이 아니라 자립을 향한 동반 지원의 성격이 여기에 담겨 있다.
2025년 ANDES 관측소 보고서에 따르면 이용자의 구성은 다양하다. 24%는 각종 수당 수급자이고, 취업 상태의 이용자 중 상당수는 임시직·단기 계약직처럼 고용 불안정 상태에 있다. 54개의 에피세리는 특별히 대학생을 위해 운영된다. 2019년 22개이던 학생 전용 에피세리는 2024년 54개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학비와 생활비를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대학생들의 식품 빈곤 문제가 심각해졌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재정 구조도 주목할 만하다. 에피세리 솔리데르 운영 예산의 69%는 국가, 지자체, 사회보험기관 등 공공 보조금으로 충당되고, 23%가 이용자들의 구매 대금으로 충당된다. 이용자의 참여가 완전 무상 지원보다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데도 기여하는 것이다.
4. 두 가지 축 — 식품 지원과 사회적 동반
에피세리 솔리데르가 단순한 식품 지원 시설과 구별되는 또 다른 특징은 '사회적 동반(accompagnement social)'이다. 먹거리를 싸게 살 수 있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공간이 사회적 연결의 장이 된다는 것이다.
많은 에피세리 솔리데르는 식품 매장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한다. 요리 강좌, 영양 정보 교육, 예산 관리 워크숍, 취업 지원 정보 제공, 문화 활동, 스포츠 프로그램까지 이루어진다. ANDES에 따르면 네트워크 소속 에피세리들은 연간 수천 개의 이런 워크숍을 운영한다.
식품을 사러 왔다가 요리법을 배우고, 같은 처지의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고, 복지 서비스 정보를 얻어가는 경험이 에피세리 솔리데르를 단순한 할인 마트가 아닌 지역 공동체의 거점으로 만든다.
이 공간에는 '솔리데르(solidaires, 연대자)'라 불리는 일반 시민들도 참여한다. 자신은 저소득층이 아니지만, 이 운동을 지지하기 위해 연간 회비를 내고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 일반 시민들이다. 이들의 참여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재정적으로 에피세리 운영을 돕는 동시에, 다양한 계층이 같은 공간에서 만나는 사회적 혼합(mixité sociale)을 가능하게 한다. 저소득층만을 위한 분리된 공간이 아니라, 이웃이 함께 만나는 지역 공동체의 장소가 되는 것이다.
그르노블과 그 주변 지역에서 운영되는 EPISOL은 이 모델의 발전된 형태를 보여준다. 일반 매장 외에 이동 에피세리(épicerie mobile)를 운영해 접근이 어려운 지역 주민들을 직접 찾아가고, 과일과 채소 꾸러미를 판매하며, 소득 수준에 따라 다른 가격을 적용하는 차등 요금제를 통해 더 다양한 소득 계층을 포용한다. 일자리 창출 사업장(chantier d'insertion)과 결합해 장기 실업자들의 취업 연계 기능도 한다.
5. 성장과 현황 — 30년이 만든 생태계
에피세리 솔리데르 운동은 30년 만에 놀라운 성장을 이루었다. ANDES 2025년 관측소 보고서에 따르면 ANDES 네트워크 소속 에피세리 솔리데르 수는 2019년 380개에서 2025년 619개로 63% 증가했다.
이것은 ANDES 네트워크만의 집계이고, 식품은행(Banques Alimentaires)이 지원하는 에피세리 소시알 에 솔리데르까지 포함하면 전국적으로 1,060개 이상의 시설이 운영 중이다.
수혜 규모도 빠르게 커졌다. ANDES 네트워크 기준으로 이용자 수는 2019년 17만 명에서 2024년 26만 명으로 53% 증가했다. 매년 배분되는 식품은 40만 끼 분량에 해당한다. 이 급성장의 배경에는 최근 몇 년간 프랑스 사회에서 심화된 식품 빈곤 문제가 있다.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비용 급등으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면서, 이전에는 에피세리를 이용할 필요가 없었던 계층까지 유입되고 있다.
프랑스 정부도 이 네트워크를 공식 사회안전망의 일부로 인정하고 재정 지원을 늘려왔다. 2026년 프랑스 예산안은 국가 에피세리 솔리데르 크레딧(CNES)을 1,310만 유로로 유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연합 단체들은 수요 증가에 비해 지원 규모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주장하지만, 국가가 이 시민사회 주도 운동을 공식 지원 체계로 편입시켰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 있다.
식품 조달의 방식도 진화해왔다. 초기에는 기업과 개인의 식품 기부가 주된 조달 방식이었지만, 최근에는 지역 농가와 도매상으로부터 직접 구매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2024년 기준 ANDES 네트워크 에피세리 조달의 37%가 현지 생산자 구매 방식이다. 이는 식품 낭비 방지와 지역 경제 순환이라는 추가적인 공익 효과를 만들어낸다.
6. 한국의 현황과 비교 — 선택권과 존엄의 문제
한국에도 저소득층을 위한 먹거리 지원 체계가 있다. 푸드뱅크와 푸드마켓이 그것이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급증한 결식 문제에 대응해 도입된 이 제도는 현재 전국 450여 개소에서 운영되고 있다.
푸드뱅크와 푸드마켓의 차이는 의미심장하다. 푸드뱅크는 기탁받은 식품을 일괄 배분하는 방식이라 이용자에게 선택권이 없다. 이용자가 매장을 방문해 필요한 물건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것이 푸드마켓이다. 한국사회보장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푸드뱅크는 공급자 중심 서비스이고, 이 단점을 보완한 것이 푸드마켓이다.
이 구분 자체가 에피세리 솔리데르의 철학과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이용자의 선택권과 자존감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한국에서도 성장해온 것이다.
그러나 에피세리 솔리데르와 한국의 푸드마켓 사이에는 몇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
첫째, 유상성의 차이다. 에피세리 솔리데르는 시중가의 10~30%를 내고 구매하는 유상 방식이다. 한국의 푸드마켓은 무상으로 가져가는 방식이다.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 이것이 이용자 경험에 미치는 심리적 영향은 크다. 에피세리 솔리데르의 이용자는 돈을 내고 쇼핑하는 소비자지만, 무상 푸드마켓 이용자는 지원을 받는 수혜자다.
둘째, 사회적 동반의 유무다. 에피세리 솔리데르는 식품 지원과 함께 사회복지 면담, 요리 교육, 취업 지원 등을 결합하는 통합 지원을 지향한다. 한국의 푸드마켓은 주로 식품 지원에 집중되어 있고, 이를 통한 자립 지원의 연계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셋째, 사회적 혼합의 설계다. 에피세리 솔리데르에는 저소득층 이용자와 함께 일반 시민 '솔리데르'들이 공존하는 구조다. 낙인 없는 공간이 만들어진다. 한국의 푸드마켓은 대상이 명확히 한정되어 있어 이용 자체가 취약계층임을 드러내는 측면이 있다.
아름다운가게는 다른 방식으로 비슷한 문제에 접근한다. 물건을 기부하면 그것이 판매되고, 그 수익이 공익 활동에 쓰이는 순환 구조다. 재사용을 통한 자원순환과 공익 모금이 결합된 영국 옥스팜 모델을 벤치마킹해 2002년 박원순 당시 상임이사가 도입했다.
이 모델도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에피세리 솔리데르처럼 특정 취약계층을 위한 전용 구조는 아니다. 두 모델은 상호 보완적으로 볼 수 있다.
7.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에 주는 시사점
프랑스 에피세리 솔리데르의 경험에서 경기도 공익활동 생태계가 참고할 수 있는 것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 단, 이 시사점은 해외 사례의 단순한 이식이 아니라 경기도의 현재 먹거리 복지 현황과 맞닿아 있을 때 비로소 실현 가능하다. 경기도는 현재 푸드뱅크·푸드마켓을 중심으로 한 기부식품 제공 사업을 운영 중이며, 2026년부터는 소득 증빙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그냥드림' 사업을 20개 시·군에서 확대 운영하고 있다.
또한, 경기나눔푸드뱅크는 차량을 이용한 이동형 푸드마켓을 운영하며 푸드뱅크·푸드마켓에 접근이 어려운 이웃을 직접 찾아가고 있다.
경기도는 매년 푸드뱅크·마켓 우수 사례를 공모하고 멘토링 사업을 통해 사업장의 운영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에피세리 솔리데르 모델이 주는 세 가지 시사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첫째, 공익 지원의 설계에서 '존엄'을 전면에 놓아야 한다.
에피세리 솔리데르는 무상 지원이 아니라 유상 구매라는 형식을 통해 이용자의 주체성을 보존한다. 경기도의 다양한 취약계층 지원 사업에서도 지원받는 사람이 '수혜자'가 아닌 '참여자'로 경험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인 공익 모델이다.
경기도의 '그냥드림' 사업은 복잡한 신청 절차나 소득 증빙 없이 누구나 푸드뱅크·마켓을 방문해 신분증만으로 먹거리와 생필품을 지원받을 수 있어 접근성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 사업 역시 무상 지원이라는 점에서 이용자가 '받는 사람'으로만 위치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경기도 내 일부 푸드마켓은 이용자가 매장을 직접 돌아다니며 필요한 물품을 선택할 수 있어 선택권은 보장된다.
여기에 에피세리 솔리데르의 유상 구매 모델을 선택적으로 도입한다면, 예를 들어 시중가의 10~20% 수준의 상징적 참여금을 내도록 하고 그 대신 이용 기간 동안 사회복지 면담과 자립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 공간의 일원으로서 스스로를 돌보고 있다'는 존엄의 경험을 제공한다.
둘째, 식품 지원을 지역 공동체 형성의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에피세리 솔리데르가 요리 강좌, 문화 활동, 취업 연계를 함께 운영하며 지역사회의 만남의 장이 된 것처럼, 경기도의 먹거리 복지 시설들도 단순 식품 배분을 넘어 지역 주민들이 연결되는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이런 통합 모델을 설계하고 확산하는 매개자 역할을 할 수 있다.
경기나눔푸드뱅크가 운영하는 이동형 푸드마켓은 이미 '찾아가는 복지'의 좋은 사례다. 차량에 기부받은 물품을 싣고 거점을 순회하며 식품 및 생활용품을 나누어주는 이 밀착형 사업은 물리적 접근성을 해결한다.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동형 푸드마켓이 단순히 물건을 나눠주는 공간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잠시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의 장이 되도록 구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동형 푸드마켓 운영 시 간단한 건강 상담이나 복지 정보 안내 코너를 마련하고, 지역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배식이 아닌 '선택을 돕는 조력자'로 참여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또한, 경기도는 매년 푸드뱅크·마켓 운영 사업장을 대상으로 멘토링 사업을 시행하고 우수 사례를 공모해 최대 2천만 원의 지원을 하고 있다. 2024년 멘토링 사업 참여 사업장 6개소의 평균 점수가 16.25점 상승하는 성과를 보였다.
이처럼 운영 역량을 강화하는 노력이 누적된다면, 경기도 내 푸드마켓 하나하나가 지역의 작은 공동체 거점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커진다. 단순히 식품을 나누는 곳에서 '이웃과 만나고 정보를 교환하며 서로를 돌보는 곳'으로의 전환이다.
셋째, 시민 '연대자' 구조의 도입을 고려할 만하다.
에피세리 솔리데르의 '솔리데르'처럼, 취약계층 전용 공간에 일반 시민도 후원 회원이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구조는 낙인을 줄이고 사회적 혼합을 만든다. 경기도의 먹거리 복지 공간에도 이런 구조를 도입한다면, 지역 주민 전체가 공익 생태계의 일부로 참여하는 경험을 만들 수 있다.
현재 경기도의 푸드뱅크·푸드마켓은 기업과 개인의 기부를 통해 운영되며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에피세리 솔리데르의 '솔리데르'처럼 연간 회비를 내고 정식 회원으로서 공간을 함께 운영하는 일반 시민 참여 구조는 아직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만약 경기도 내 푸드마켓에 '연대 회원' 제도를 도입해 일반 주민들이 소액의 연회비를 내고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며, 필요한 경우 본인도 할인된 가격으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다층적 참여 구조를 만든다면 어떨까. 이는 취약계층만을 위한 '구휼의 공간'이 아니라, 지역 주민 전체가 연대를 실천하는 '공동의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세 가지 방향은 경기도가 이미 갖추고 있는 먹거리 복지 인프라 위에서 한 단계 더 성숙한 공익 모델로 나아가는 길이다. 프랑스 에피세리 솔리데르가 30년에 걸쳐 보여준 것처럼, 작은 철학적 전환이 모여 거대한 생태계를 만든다.
마무리 — 10%의 금액이 지키는 것

프랑스의 에피세리 솔리데르에서 이용자가 내는 시중가의 10~30%라는 금액은, 경제적으로 보면 거의 상징적이다. 실제 비용의 극히 일부다. 그런데 이 작은 금액이 '수혜자'와 '소비자' 사이의 경계를 가르고, '배급'과 '구매' 사이의 경험을 다르게 만든다.
존엄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카트를 끌고 매장을 돌아다니며 오늘 저녁 뭘 만들지 생각하면서 원하는 것을 고르는 경험, 계산대에서 돈을 내는 경험, 그것이 작게나마 일상의 주체로 서는 경험이다. 1996년 니에브르의 첫 번째 에피세리 솔리데르는 그 경험을 빈곤층에게 돌려주고 싶었다.
경기도의 공익활동이 취약계층을 돕는 방식을 설계할 때, 무엇을 주느냐만큼 어떻게 주느냐가 중요하다는 것. 프랑스의 에피세리 솔리데르가 30년에 걸쳐 1,000개 이상의 공간으로 성장하며 보여준 가장 중요한 교훈은 바로 그것이다.
참고 자료
- 프랑스 사회연대부 — 에피세리 소시알 에 솔리데르 공식 안내 : https://solidarites.gouv.fr/les-epiceries-sociales-et-solidaires
- ANDES 공식 홈페이지 — 우리는 누구인가 : https://andes-france.com/andes/qui-sommes-nous/
- ANDES — 에피세리 솔리데르 전국 네트워크 : https://andes-france.com/
- ANDES 헌장 2024(PDF) — 드라프 코르스 농업부 : https://draaf.corse.agriculture.gouv.fr/IMG/pdf/vf_andes_charte-es_2024.pdf
- ANDES — SOCAPS 기금 파트너십 소개(영문) : https://www.socaps.coop/en/andes-2/
- Quelles Aides — 에피세리 솔리데르 2026 현황 : https://www.quelles-aides.fr/aide-alimentaire/aide-alimentaire/epicerie-solidaire/
- Aide-Sociale.fr — 에피세리 솔리데르 접근 방법 : https://www.aide-sociale.fr/epiceries-sociales/
- 프랑스 식품은행연합(Banques Alimentaires) — 에피세리 소시알 소개 : https://www.banquealimentaire.org/les-epiceries-sociales
- AÉSIO — 에피세리 소시알 에 솔리데르 상세 소개 : https://ensemble.aesio.fr/aesio-mag/epicerie-sociale-solidaire
- Secours Catholique — 에피세리 솔리데르와 존엄한 식품 접근 : https://www.secours-catholique.org/epicerie-solidaire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 한국의 먹거리 보장 실태와 정책과제 : https://www.kihasa.re.kr/hswr/assets/pdf/651/journal-32-2-468.pdf
- 이로운넷 — 아름다운가게 역사와 사회적 경제 모델 : https://www.eroun.net/news/articleView.html?idxno=5550
- 강남구청 — 푸드뱅크·마켓 소개 : https://www.gangnam.go.kr/contents/foodmarket/1/view.do?mid=ID02_01051403
- 경기도청 — 기부식품등 제공사업; 경기도뉴스포털 2026.5.18.
- 경기나눔푸드뱅크 공식 홈페이지
- 서울신문/연합뉴스 2025.6.13.